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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나이 들수록 그리운 이름, 고향

젊을 때는 고향이 그저 '떠나온 곳'이었다. 서울의 빠른 공기 속에서 살다 보면, 정읍의 느린 걸음과 흙냄새가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상하게도 그 느림이 그리워지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더 따뜻하게 다가온다. 고향은 어느새 내 마음의 쉼표가 되어 있었다. 몇 년 전, 서울의 한 모임에서 우연히 정읍 출신 선배님 한 분을 만났다. 첫인상은 아주 세련되고 도시적인 분이었다. 어딘가 거리를 두는 듯한 차분한 눈빛. 옷차림도 깔끔하고 말투도 또렷했다. 그래서일까, 처음에는 조금 까다로울지도, 아니 솔직히 말하면 좀 도도해 보이기까지 했다.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었다. 그런데 내 이름 앞에 '정읍 후배'라는 단어가 붙는 순간, 그분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아이고, 우리 정읍 후배야?" 그 한마디와 함께 도도해 보이던 얼굴이 환하게 펴지며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그날 이후로 그분은 나를 챙겨주셨다. 행사장에서 멀리서라도 나를 보면 환한 미소로 다가와 "잘 지냈지, 난 항상 우리 후배 응원하고 있네" 하고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 처음 만났을 때의 도회적인 말투는 온데간데없고, 이제는 나를 만나면 같은 고향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억양과 어투로 말을 하셨다. 표준어 같지만 표준어가 아닌, 그 미묘한 억양 속에는 서울에서 오랜 세월 감춰왔던 고향의 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돌아보면, 고향이란 그런 것 같다. 특별한 이유 없이도 서로 마음이 닿는 사람들, 그리고 말 한마디에 마음이 풀어지는 공간 말이다. 서울에서 살아온 세월이 길어질수록, 나는 점점 고향 사람들에게 마음이 끌린다. 그들이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고, 꾸밈없는 정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 선배님처럼, 고향 사람 앞에서는 오랫동안 숨겨왔던 진짜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고향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가끔 주말 아침, 유난히 푸르고 맑았던 고향 하늘이 떠오르는 날이면 그 선배의 말이 떠오른다. "고향 사람은 만나면 그냥 반가운 거야. 이유가 없어." 그 말 속에는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정과 믿음이 담겨 있었다. 학벌도, 직장도, 지위도 중요하지 않았다. 같은 땅을 밟고 자랐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삶이 점점 복잡해질수록, 사람 사이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우리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곳에는 계산 없는 정이 있고, 서툴지만 진심이 있으며, 말보다 눈빛으로 마음을 전할 줄 아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오직 같은 고향 사람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미묘한 억양과 어투로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편안함이 있다. 요즘처럼 각박한 시대에, 고향은 우리에게 여전히 필요한 마음의 안식처다. 나이가 들어가며 깨닫는다. 고향은 단지 내가 태어난 장소가 아니라, 여전히 나를 품어주는 사람들의 마음이라는 것. 그리고 그 마음은 세월이 흘러도, 내가 어디에 있든, 변함없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그 앞에서는 서울에서 쌓아온 겉모습을 벗어던지고, 편안하게 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오늘도 나는 마음속으로 그 이름을 조용히 불러본다. 정읍, 그리고 나의 고향 사람들. 왕미양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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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0.15 18:22

[오목대] 배니스터 효과와 낙후전북 타개

한동안 일반인들의 관심권에서 비켜나있던 박항서 전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재조명되는 일이 있었다.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취업 사기‧감금 피해 사례가 급증하는 가운데, 박 감독 또한 작년 3월 방영된 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에서 아내와 함께 납치될 뻔한 적이 있다고 했던 일이 새삼 소환된 때문이다. 베트남에서 오래 생활했고 지명도가 있는 박 감독 같은 사람이 그런 일을 당할 정도라면 인도차이나 반도, 특히 캄보디아의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만하다. 베트남에서 그는 소위 ‘박항서 신드롬’을 불러 일으킨 인물이다. 축구 변방인 베트남을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결승으로 이끌면서 신화를 쓰기 시작했다.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갖은 핍박을 받았고 가난에 시달렸던 베트남 사람들은 열광하기 시작했다. 박 감독 얘기를 하다보면 20세기를 통틀어 매우 유명한 사건 하나가 떠오른다. 사상 최초로 육상 1마일(약 1.6㎞)에서 마의 4분 벽을 깬 전설의 육상선수 로저 배니스터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배니스터는 1954년 옥스퍼드대에서 열린 육상대회에서 1마일을 3분59초4에 주파했다. 9년 여 동안 깨지 못했던 1마일 4분대의 벽을 무너뜨린 주인공이다. 당시 사람들의 통념은 “죽었다 깨어나도 1마일을 3분대에 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배니스터가 4분 벽을 깨고 난 지 불과 한 달 만에 10명이, 1년 후엔 37명이 4분 벽을 깨뜨렸고 2년 후에는 300명이 마의 벽을 넘어섰다. 그 유명한 ‘배니스터 효과’라는 말이 생겨난 이유다. 그때부터 생각이 바뀌면 결과도 달라지는 현상을 사람들은 ‘배니스터 효과’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제국주의 열강의 식민지배를 받은 나라 중 민주주의와 경제 선진화를 이룩한 나라는 지구촌에서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글로벌 기업들의 활약상은 감동, 그 자체다. 인력과 자원이 온통 수도권 중심으로 쏠리고 있는 지금 지방은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냉소와 비관, 분열과 갈등으로 점철된 전북은 가장 심각한 상황이다. 어느 한 분야에서 마의 벽을 넘어서기 시작하면 한계를 돌파하는 상황이 속출할텐데 요즘 지역에서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이는 없고 다른 이의 시도나 아이디어의 문제점을 트집잡는데 급급하다. 올림픽 유치의 사례에서 보듯, 새로운 시도나 돌파구를 찾는 것을 응원하기는 커녕 뒷덜미를 잡는 관행이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마의 4분벽을 돌파하기 위해 혼신을 다하는 배니스터를 진심으로 응원했던 선수들은 불과 1, 2년뒤 그의 기록을 넘어섰다. 하지만 “말도 안되는 허튼 짓”이라고 비아냥 거렸던 이들은 영원히 역사의 패자로 남아있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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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5.10.15 18:22

[기고]지속가능한 스마트농업 정착을 위한 전략

스마트농업은 더 이상 미래의 선택이 아니라 현재의 필수 과제가 되었다. 그러나 단순한 기술 도입만으로는 지속가능한 농업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스마트농업이 안정적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정책적·산업적·사회적 전략이 종합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첫째, 현장 중심의 기술 보급 체계 강화가 필요하다. 현재 스마트팜 보급이 확대되고 있으나, 기술 활용 수준은 농가별로 크게 차이가 난다. 이를 위해 농업기술센터, 스마트팜 혁신밸리 등 현장 중심의 사례에 따른 구별을 통해 문제를 체계화 하여, 농민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눈높이 교육과 중장년층까지도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해야 한다. 특히 데이터 분석 역량과 디지털 경영 능력은 성공적인 스마트농업의 핵심 요소로, 이를 뒷받침하는 전문 교육 인프라 구축이 절실하다. 둘째, 경제성과 시장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마트농업은 초기 투자 규모가 크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 모델 없이는 확산이 어렵다. 단순 보조금 지원을 넘어 소규모 농가에게도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도록 계약재배 확대, 공공·민간 유통망 개선을 통해 농가의 꾸준한 소득을 확보해주는 한편 스마트 농산물 인증제 도입 등을 통해 시장 신뢰도를 높이는 정책도 필요하다. 더 나아가 농산물 가격 변동성 완화를 위한 금융·보험 제도 보완을 통해 농업인이 마음 놓고 농사지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 셋째, 청년농 육성과 지역 정착 지원이 스마트농업의 지속성을 좌우한다. 디지털 친화적인 청년 세대는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수용할 수 있는 최적의 주체다. 그러나 청년들이 농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창업 자금 지원뿐만 아니라, 양질의 농지 확보·농업경영 멘토링·판로개척 등에 어려움을 겪고 빚더미를 떠안고 농촌을 떠나는 청년농에게 재도전 할 수 있는 전 주기적 패키지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농업경영에 성공하더라도 결혼, 출산과 육아 등의 문제로 떠나는 이들의 발을 돌리도록 주거환경, 교육, 문화생활 등 정주여건을 개선해야 이들이 정착할 수 있다. 청년농의 성공 사례가 쌓일수록, 농촌은 활력을 되찾고 더 많은 인재가 유입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공과 민간의 협력 생태계가 필요하다. 정부는 제도적 기반과 초기 인프라를 제공하고, 민간은 기술혁신과 시장 개척을 주도하는 방식으로 협력해야 한다. 스타트업과 농기자재 기업, 유통업체, 금융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개방형 혁신 플랫폼을 통해 스마트농업의 산업 생태계를 확장해야 한다. 아울러 탄소중립과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시대적 과제와도 긴밀히 연계하여, 스마트농업이 환경적 책임까지 담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스마트농업은 한국 농업이 위기를 넘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 동력이자, 미래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해법이다. 사람, 시장, 환경, 제도가 균형을 이루는 전략이 마련될 때 비로소 스마트농업은 농업·농촌의 미래를 지탱하는 든든한 기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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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0.14 19:14

[새벽메아리] 팔레스타인 평화를 위한 세계시민연대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 2년 동안 가자지구에서 죽은 사람이 9월 기준 6만 5000명이라고 했다. 사망자의 83%가 민간인이고 상당수가 아동이다. 이스라엘이 2년간 가자지구에 쏟아부은 포탄은 7만 톤 이상이고 건물의 80%가 파괴되었다. 생지옥이 따로 없다. 유례없는 민간인 학살에 세계 주요 도시에서 이스라엘 학살을 멈추라는 연대 집회가 이어졌다. 국제 사회의 소극적 대응과 침묵에 22살 스웨덴 출신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6월 1일 세계 시민 12명과 함께 구호품과 의약품을 싣고 팔레스타인으로 향했다. 7월에는 21명, 9월에는 세계 45개국에서 참여한 500여 명이 51척의 배(이하 구호 선단)를 타고 가자지구로 갔다. 이번에는 한국인 김아현(해초)도 배에 올랐고 가자지구로 가던 중 이스라엘군에 의해 나포되었다. 이스라엘 군에 구호 선단은 모두 나포되었지만 국제 사회 연대는 갈수록 커졌다. 이탈리아와 스웨덴은 이스라엘의 드론 공격으로부터 구호 선단을 보호하기 위해 군함을 파견하는가 하면 이탈리아 등 유럽의 노동자들은 연대 총파업을 벌였다. 한국도 구호 선단 참여자인 김아현(해초)의 무사 귀환과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이스라엘은 국제 사회에서 더욱 고립되어 갔다. 그레타 툰베리는 인터뷰에서 구호 선단 말고 팔레스타인을 봐달라며 세계 양심에 호소했고 드론 공격을 받을 때조차 "중요한 것은 우리가 드론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이 아니라 팔레스타인인들이 매일 24시간 드론 공격을 겪고 있다는 점"이라며 국제 사회에 관심을 촉구했다. 인류 역사상 자신의 목숨을 걸고 이처럼 대규모로 전쟁 지역에 민간인이 구호품과 의약품을 싣고 가는 행동을 한 일이 있었던가? 구호 선단의 목적은 오직 학살을 멈추기 위한 직접 행동이었다.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라고 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말했다. 이스라엘 인류학자 유발 하라리는 그의 책 사피엔스에서 허구와 실체를 구분 짓는 요소를 고통이라 했다. 지금 팔레스타인 사람들처럼 고통 속에 사는 사람이 있는가? 유대인은 어느 민족보다도 역사적 고통을 가장 크게 느껴온 민족이다. 이스라엘이 누구보다 학살의 고통을 아는 민족이라면 팔레스타인 민간인 학살을 진심으로 참회해야 할 것이다. 구호 선단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통에 공감하는 세계 시민들을 연결했고 그 힘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옥 마을을 찾는 세계인들이 이스라엘의 학살을 규탄하는 시민단체의 행동에 엄지척으로 연대한다는 소식을 들으며 전주에서도 글로벌 네트워크를 실감한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10월 8일 1단계 휴전에 합의했다. 이번 합의를 트럼프가 자신의 치적처럼 말하지만, 미국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가자지구 휴전 결의안에 6번이나 거부권을 행사한 나라다. 지난 9월 18일에도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가자지구 휴전 결의안을 표결했으나 안보리 이사국 15개국 중 미국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가자지구의 영구적 평화를 위해서는 국제 사회의 팔레스타인에 관한 관심과 연대가 중요함을 구호 선단을 통해 확인했다. 갈수록 커지는 구호 선단과 국제 사회의 연대가 없었다면 네타냐후는 학살을 멈추지 않았을 것이다. 하마스의 무모한 테러와 이스라엘의 극악무도한 학살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전 세계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연대가 필요하다. 세계 시민이 함께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생지옥은 가자지구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유기만 새만금상시해수유통운동본부 사무국장·전주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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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0.14 19:12

[사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지방의원 무투표 당선

경쟁은 한 군집 내에 같이 살고 있는 다른 종 또는 같은 종 사이에서 자원이 부족할 때 생긴다. 각 개체들이 자원을 서로 차지하려고 하는 것이다. 얼핏 생각하면 맹수의 세계에서 먹이와 영역, 배우자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가장 치열한듯 해도 이는 외형상 나타나는 것일뿐 사실은 인간의 세계에서 가장 불을 뿜는 경쟁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자원이란 단순히 유형의 가치뿐만 아니라 명예, 과시욕, 자아실현의 욕구 등 무형의 가치를 포함하는 개념인데 선거는 가장 치열하게 맞붙는 공간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국내에서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를 떠올려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전북에서는 특히 지방선거때마다 경쟁이 없다.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을 의미하기 때문에 무투표 당선자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때 전북의 무투표 당선자는 무려 62명에 달했다. 인구 비율로 보면 전국에서 가장 많은 무투표 당선자를 낸 것이다. 지역구 광역의원이 22명에 달했고, 지역구 기초의원이 33명, 기초의원 비례대표 후보 7명이 무투표로 당선됐다. 비례대표 4명을 포함해서 총 40명을 선출하는 광역의원 선거에서 무투표로 당선된 의원들은 전체의 절반에 이르고 있다. 선거 과정에서 치열한 경쟁을 거치지 않고 지방의원 배지를 달게 된 이들이 과연 바라보는 곳은 어디일까. 말로는 지역주민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정당이고, 자신에게 공천장을 준 지역위원장이나 유력한 당직자임에 틀림이 없다. 내년에도 조국혁신당이나 무소속 후보군이 일부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정당에 대한 지지율 등을 감안하면 지방의원 무투표 당선자는 과거 못지않게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심히 우려스런 일이다. 지역위원회 별로 공천과정에서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은 하나의 전리품에 불과하다. 혹여 자신의 뜻이 관철되지 않을까 우려해서 대다수 민주당 지역위원장들은 직접 공천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자기몫을 지키고 있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공정한 경쟁의 룰과 심사 잣대를 들이대고 있으나 서로 상대 구역을 침범하지 않고 자기 영역내에서 매관매직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는 그랬거니와 내년 지방선거때는 무투표 당선자가 가장 많은 전북이라는 오명을 씻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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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10.14 19:12

[사설] 용돈 벌기 위한 노인일자리, 숨지는 일 없어야

고령 인구가 급증하면서 노인일자리사업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노인일자리사업은 노인들이 용돈도 벌고 생활에 활력을 얻는다는 점에서 적잖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안전사고 역시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전담인력 및 안전 관련 예산을 늘려야 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이 한국노인인력개발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지난 5년간(2020~2025년 8월) 안전사고가 1만7618건 발생했다. 2020년 2048건에서 2024년 4036건으로 2배가 증가했다. 유형별로는 골절이 1만237건(58.1%)으로 가장 많고 타박상, 염좌, 찰과상, 인대손상 등이 뒤를 이었다. 사망 사고도 124건 발생했다. 전북지역의 경우, 같은 기간 총 1247건의 노인일자리 안전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0년 156건, 2021년 203건, 2022년 244건, 2023년 256건, 2024년 262건으로 역시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올 들어 8월 현재 126건이다. 특히 사망사고도 잇달았다. 지난 6월 고창군 고창읍에서 잡초 제거 작업을 하던 80대(여)가 탱크로리 차량에 깔려 숨졌고 장수군에서도 80대(여)가 뽕나무 제거 작업을 하던 중 농수로 2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또 7월에는 부안에서 쓰레기 줍는 일을 하던 70대(남)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노인일자리사업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2만5000여 개로 처음 시작했다. 당시 기초연금과 함께 노인빈곤을 완화하는 대표적인 정책 수단으로 꼽혔다. 이후 점차 늘어나 올해는 공공형과 사회서비스형, 민간형 등 모두 109만8000개에 이른다. 정부 예산도 212억원에서 2조1847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문제는 현장 전담인력이 적고 처우가 열악하다는 점이다. 공공형의 경우 150명 당 1명으로 1년 계약직이 대부분이고 최저임금을 조금 넘는 수준의 대우를 받는다. 또한 안전교육도 처음 시작할 때 받기는 하나 형식적이다. 지속적인 현장 점검과 함께 안전수칙 교육을 강화하고 혹서기 등에는 활동시간을 대폭 축소하는 등 유연한 대책 마련에 나섰으면 한다. 노후에 용돈 벌기에 나섰다가 죽거나 다치는 일이 일어나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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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10.14 19:12

[오목대] 노벨문학상과 영화 '사탄탱고'

2000년 5월, 첫 막을 연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화제가 됐던 영화가 있다. 익숙했던 영화에 대한 관념을 깨고 낯선 영화의 세계로 관객을 끌어들였던 전주영화제 상영작 중에서도 가장 특별했던 이 영화는 세계적 거장 벨라 타르 감독의 <사탄탱고>였다. 상영시간 438분. 무려 7시간 18분짜리인 이 영화는 ‘두 시간 안팎’ 정도로 정해두었던(?) 기존 영화의 상영시간을 세 배 이상 뛰어넘으며 국내에서 필름으로 상영된 가장 긴 영화가 됐다.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져가는 1980년대, 헝가리를 배경으로 기적에 대한 기대와 절망을 그린 이 영화는 헝가리의 대평원을 배경으로 기계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살아온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해 전주영화제의 특별섹션인 ‘미드나잇 스페셜’의 마지막 밤을 장식했던 <사탄탱고>는 그 뒤로도 줄곧 화제의 영화 대열에 있었지만, 동시대 가장 위대한 영화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벨라 타르 감독의 기념비적 영화로 꼽혀왔을 뿐 원작자는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희망과 몰락이 뒤엉킨 사람들의 모습을 집요하게 쫓는 영화 <사탄탱고>의 원작자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가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헝가리 작가로는 임레 케르테스에 이어 두 번째 수상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종말론적 두려움 속에서도 예술의 힘을 재확인하는 강렬하고 선구적인 작품 세계”를 높이 평가하며 크러스너호르커이를 ‘중부 유럽 전통을 잇는 위대한 서사 작가’라고 밝혔다. 사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였지만 놀랍게도 여섯 개 작품이 번역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사탄탱고>는 그의 데뷔작이자 대표작으로 꼽힌다.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서점가를 휩쓸고 있는 선두 작품도 영화로 먼저 알려진 <사탄탱고>다. 알고 보니 국내에서 소개된 크러스너호르커이의 6개 작품 모두를 독점 번역한 것은 ‘알마’라는 작은 출판사다. 알마는 2016년 <사탄탱고>를 시작으로 <저항의 멜랑콜리> <라스트 울프> <서왕모의 강림> <세계는 계속된다>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등을 시리즈로 기획해 꾸준히 펴냈다. 1쇄 판매도 마치지 못한 작품도 있으니 경제적 부담이 컸겠지만 알마는 남다른 의지로 시리즈를 지켰다. 알마의 안 지미 대표가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작품을 출간하게 된 뒷이야기도 화제다. 안 대표는 25년 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사탄탱고>를 처음 만났다. 그는 그때 받은 깊은 감동이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작품 출간을 이끌었다고 소개했다. 독점 번역은 그의 선구적 안목과 의지의 결실이었던 셈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영화 <사탄탱고>가 재조명되고 있다. 이 영화를 만나게 해준 전주국제영화제의 탁월했던 선택이 새삼스럽다./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5.10.14 19:11

[조상진의 열린생각] 대전환 시대, 전북의 리더십 선택은?

지금은 대전환 시대다. 세계가 급변하고 우리나라도 급변하고 있다. 전 세계가 대량생산과 소비 중심의 고성장 시대에서 저성장 시대로 전환되었고 핵 위협과 식량 위기, 사회 양극화 등 지속 불가능한 사회에 직면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AI)이 가져오는 디지털 대전환을 비롯해 인구 변화, 기후 위기 등 삼중전환(Triple Transition)과 함께 노동, 복지, 돌봄, 세대 및 라이프 스타일, 교육 등 거의 모든 분야에 변화의 소용돌이가 몰아치고 있다. 세상이 총체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부터 보자. 얼마 전까지 전문가의 영역으로만 여겨지던 인공지능으로 인한 변화가 사람과 업종을 가리지 않고 닥치고 있다. 챗GPT, 제미나이(Gemini) 등이 실생활 속 깊숙이 들어와 있고 인공지능과 친하지 않으면 혁신과 성공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해 있다. 머지않아 업무 상당수가 AI 에이전트로 대체될 개연성이 높다. 인구 변화 또한 충격적이다. 한국의 경우 국가가 생겨난 이래 처음으로 인구 감소를 경험하고 있다. 2020년을 기점으로 총인구 감소가 시작되었으며 2070년에는 인구의 30% 이상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고령화로 인한 복지와 돌봄 비용의 가파른 상승, 노동력의 감소, 생산성 저하 등 각종 사회경제적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전북의 경우 1960년대 250만명을 넘었으나 지난해 부터 170만명 대로 주저앉았다. 특히 청년층의 탈(脫) 전북 러시는 심각하다. 현재 14개 시군 중 전주를 제외한 13개 시군이 모두 소멸위험지역이며 전주마저도 5년째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전북자치도의 해체나 다른 지자체와의 통합이 거론될 수 있다. 기후 위기는 전 인류적 위기로 잦은 폭우와 폭염, 가뭄과 지진 등이 일상화 되었다. 또한 바닷물 수온 상승으로 인한 변화 등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군산 앞바다에서 오징어, 홍어 등이 대량으로 잡히고 바나나 등 열대과일을 재배하는 농가가 늘었다. 이에 따라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RE100(재생에너지 100%) 등이 새로운 가치 기준으로 부상한지 오래다.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단순히 전 지구적 또는 국가적 과제라고 방관할 수는 없다. 국가는 국가대로 대응하되 전북자치도와 같은 지자체도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전환 시대에 걸맞는 리더십이 절실하다. 가령 새만금을 신주단지 모시듯하고 기업 유치만을 외치는 리더십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 또 전주·완주 통합의 근거로 인구 100만 도시를 만들겠다고 하는 구호도 너무 식상하다. 대전환 시대에 맞춰 새로운 패러다임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창의적 사고 틀을 가진 인물이 필요하다. 그런데 과연 이런 큰 흐름을 읽고 선도할 리더십이 있는가가 관건이다. 이제 7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는 그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인공지능의 확대로 대표되는 미래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고 인구 감소시대에 맞는 인적 자본 육성과 기업 활용, 역사와 문화예술의 발현 등 전북만의 해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도민들은 이러한 큰 변화의 흐름에 앞서가기보다 현재에 안주하려는 유혹을 물리치기가 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를 흔들어 깨우는 선도자(First Mover)가 나올 수는 없을까

  • 오피니언
  • 조상진
  • 2025.10.14 19:10

[사설] 종광대2구역 보상, 국비 확보에 나서라

전주시가 '후백제 도성(종광대) 토지 등 매입사업' 보상 계획을 공고하고 도성 복원에 들어갔다. 재개발이 무산된 종광대 토지 매입 절차를 본격화한 것이다. 전주의 뿌리요 자긍심인 후백제 유적 보존을 위한 중요한 발걸음으로 평가할만 하다. 하지만 보상비 등 막대한 재원 마련이 쉽지 않아 진통이 예상된다. 시비는 물론 도비, 그리고 무엇보다 국비 확보에 힘을 쏟았으면 한다. 후백제 도성 복원은 그동안 거의 멸실되다시피했던 후백제의 흔적을 되살리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등 우리나라 고대국가 중 도성을 찾지 못한 국가는 후백제가 유일하다. 존속기간이 짧고 전성기에 갑자기 망한데다 고려가 집요하게 후백제의 유적을 훼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백제는 통일신라 말기의 극심한 혼란을 딛고 중세의 문을 활짝 연 역동적인 국가였다. 호남은 물론 충청과 영남을 아우르며 중국의 오월과 후당, 거란, 왜와 교류했고 청자 등 탁월한 문화유산을 남겼다. 오랫동안 폄하되던 후백제는 2022년 말 ‘역사문화권 정비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의 문턱을 넘으면서 재평가되기 시작했다. 2024년에는 국립후백제문화센터를 전주에 건립키로 확정했고 이제 고도(古都) 지정에 힘을 모으고 있다. 이러한 역사문화도시 지향은 종광대2구역의 복원이 그 토대다. 종광대2구역은 후백제 시기의 토축 성벽 200m 가량이 발견돼 국가유산청이 지난 2월 문화유산심의위원회를 열어 현지 보존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전주시 인후동 1가 3만1243㎡에 아파트 530세대를 지으려던 재개발사업이 중단된 바 있다. 전주시와 재개발조합측은 보상협의회를 구성해 협의를 하고 있으나 난항인 상태다. 조합측은 보상 금액 등으로 1930억원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재정이 열악한 전주시가 보상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전주시는 내년도 본예산에 조합원 대출금 상환 등 필수예산 400억원 가량을 잡아 놓았다. 결국 국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 이와 관련해 백제시대 초기 도성으로 추정되는 풍납토성의 경우 2020년 ‘풍납토성특별법’을 제정해 해결한 바 있다. 종광대의 경우도 특별법이나 특별회계를 만들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전주시와 전북도는 물론 김윤덕·정동영 장관과 이성윤 의원 등이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보상이 원만히 마무리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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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10.13 18:16

[사설] 국정감사 임하는 지역 국회의원들의 자세

현 정부 첫 국정감사가 13일 시작돼 다음달 6일까지 한 달 가까이 계속된다. 비상계엄으로 막을 내린 전임 윤석열 정부와 4개월 동안 국정을 맡아온 이재명 정부가 모두 대상이다. 첫날 국감을 보면 예상대로 정책은 실종되고 여야의 철저한 진영논리와 정쟁의 장이 될 것이 확실하다. 모두 17개의 국회 상임위원회가 830여 개의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한다. 검찰·사법개혁에 소위 '추나 대전'으로 유명한 법제사법위원회와, 김현지 대통령실 부속실장의 출석 여부가 쟁점이 된 운영위원회가 뜨거운 관심사다. 행안위의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한 정부 전산망 마비 사태 등은 전 국민적 관심사다. 휘발성이 강한 정치 이슈에 이목이 쏠리는 동안 전북으로서는 가장 우려했던 상황이 나타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바로 지역민 한사람, 한사람에게 간절하고 꼭 필요한 지역현안과 민생문제가 자칫 그냥 묻히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다. 지난해 국정감사때는 민주당 출신 도내 의원들이 야당 출신답게 전북 현안을 홀대하는 윤석열 정부에 야무지게 송곳질의를 하는 모습이 종종 목격됐으나 과연 집권여당 의원이 된 지금 어떻게 활동할지 주목된다. 관건은 지지부진한 전북 현안에 대해 속시원하게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하되, 내년도 예산 심사과정에서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정부나 국회 차원에서 적극 협조를 약속했던 현안들이 예상치 못한 반대와 방관에 표류하고 있는게 작금의 현실이다. 새만금 국제공항이나 올림픽 유치를 비롯해서 새만금 신항 배후부지 개발에 대한 비전 제시도 아쉬운 대목이다. 현 정부들어 전북은 지역출신 인사가 4명이나 입각하는 등 금방이라도 뭐가 될 것이란 기대감으로 가득차 있다. 하지만 구체적이고 굵직한 지역현안이 진전되고 있다는 시그널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의 자화자찬식 생색내기와 달리 과연 지역민들에게 어떤 비전과 희망을 줬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도민들은 거창한 것을 바라지 않는다. 조금씩 이라도 삶의 질이 나아지고 미래에 뭔가 좀 발전이 있을거라는 희망이 있기만해도 나름대로 만족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국감에 임하는 도내 의원들은 한번 더 마음을 추스리고 정당의 대변자에 그치지 않고 유권자들의 대변 역할도 동시에 해줄것을 간곡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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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10.13 18:16

[오목대] 명절과 선거, 그리고 민심

추석 연휴가 끝났다. 민족 최대의 명절, 긴 연휴 덕에 귀성·귀경 전쟁은 그리 치열하지 않았다. 치열한 전쟁은 따로 있었다. 이제 7개월여 남은 내년 지방선거 입지자들의 홍보전이다. 이미 출마의사를 밝혔거나 출마를 기정사실화 한 입지자들의 ‘명절 인사’ 현수막이 아직도 즐비하다. 명절 인사를 빙자한 입지자들의 이름 알리기 경쟁이다.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사실상의 선거전이 시작된 것이다. 내년 6월 3일로 예정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주요 사무일정은 내년 1월 시작된다. 입지자들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각 정당의 경선은 내년 3월께 치러진다. 선거가 내년이라고는 하지만 민주당 경선이 곧 본선인 지역 선거구도에서 입지자들의 마음은 급하다. 중앙 정치무대에서 활약상을 보이지 못한 국회의원들도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 기성 정치인과 출마예정자들이 큼지막하게 자신의 이름을 새긴 추석맞이 현수막을 여기저기 내건 이유다. 잊혀지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새로 기억되고 싶어서다. 명절은 공직선거의 시점이자, 분기점이다. 민심이 형성되고 움직이는 시기가 바로 사람이 모이는 추석과 설 명절이다. 각 정당의 지방선거 후보자 공천을 앞두고 맞는 내년 설 명절에는 거리의 귀성 인사 경쟁, 민심 잡기 신경전이 더 치열할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명절 밥상머리 화두에 정치와 선거 얘기는 절대 꺼내서는 안 될 금기어가 됐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친지들 사이에 큰 분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증오와 대립의 정치가 고착되면서 그 금기사항은 철칙으로 굳어졌다. 가족 간 말다툼과 주먹다짐을 넘어 칼부림까지 종종 발생하니, 명절 어이없는 비극을 막기 위해 절대 꺼내서는 안 될 화두임에 분명하다. 어쩌다보니 가족 간에도 극도로 말조심을 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취업과 결혼·출산 등 사생활에 대한 간섭은 상대를 불편하게 하지만, 정치적 견해를 내세울 경우 자칫 극한 충돌을 불러올 수 있다. 그 견해가 확고할수록 위험성은 더 커진다. 정치인들이 만들어낸 우리 사회 불문율이자 웃지 못할 명절 풍속도다. 그나마 농어촌에서는 이런 다툼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마을 어귀, 명절이면 어김없이 줄지어 내걸렸던 귀성객 환영 현수막이 자취를 감췄다. 정치인들의 낯내기용 명절 인사 현수막조차 없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데도 말이다. 표 계산에 도가 튼 정치인들의 셈법이니 그 이유가 분명하다. 그래도 정치인들은 명절 밥상머리 민심을 듣고 싶어 한다. 내년 지방선거 입지자들은 더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귀담아듣지는 않는다. 어느 정치인, 어느 후보를 추켜세우고, 비난하는지에만 촉각을 세운다. 해석도 아전인수식이다. 정치권의 이전투구식 정쟁을 싸잡아 비난하면서 당장의 팍팍한 삶을 걱정하는 서민들의 목소리는 흘려버린다. 민생과 소통을 외친 그들의 명절 현장 행보가 가증스럽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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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5.10.13 18:15

[문화마주보기] 별이 빛나는 밤에

밤하늘에 별들이 총총하다. 맑고 차게 빛나는 별들을 헤치면 어릴 적 꿈들이 소도록 소도록 쌓여 빛날 것 같다. 진안고원의 안천면 구롓말, 친구 황의관네 질뚝배미 나락을 다 베고 집에 돌아와 저녁밥 먹은 뒤 마당에서 올려다봤던 밤하늘. 별들이 정말 무수히 반짝였다. 은빛을 뿜어내는 별들의 그물에 풍덩 뛰어들어 나는 물고기처럼 파닥거리고 싶었다. 그 별들이 그리워 만경 강변에 귀또리가 끊임없이 울어댈까. 별들이 달을 감춘 채 전하는 시간 바깥의 소식을 귀또리가 깨물어 먹는 건 아닐까. 별빛을 구슬구슬 매단 그 소식은 선사의 햅쌀 냄새가 묻어있으리라. 승용차 불빛이 휘익 지나가면서 눈앞을 막는다. 순간 하늘은 깜깜해졌지만 이내 총총해진다. 굳이 자정을 넘겨 마실 나온 저들도 어딘가에 차를 세우고 별을 헤며 둘만의 가을밤을 즐기리라. 불빛이 또 오는 기척이 있어 아예 눈을 감는다. 그런데 낌새가 없어 뒤를 돌아보니 삼례 쪽 비비정(飛飛亭)의 윤곽이 검게 보인다. 괜히 뒤를 돌아봤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정자 앞에는 ‘비비낙안(飛飛落雁)’이라고 적힌, 선인들의 묵향을 시늉하는 표지석이 있을 것이다. 비비정 오른쪽 경치를 KTX 철교가 잘라먹어서 반쪽 풍광이 되었고 백사장에 깃들던 기러기들의 날갯짓이 꺾였다는 말을 쏙 빼놓고. 여기만 이러랴. 경기전을 낀 풍남동과 한옥들이 여유롭고 고즈넉하던 교동은 말할 것도 없는 데다, 한벽당 옆에 육중한 콘크리트 다리를 놔서 정취를 망가뜨리고서도 한벽청연(寒碧晴煙)을 앞세워 전주 8경 중 한 곳이라고 소개하고 있으니. 별이 빛나는 밤에 왜 이런 생각이 드는지. 눈에 익은 산천 곳곳을 무덤 속같이 파헤쳐놓고 오죽잖은 콘크리트 건물이나 지어대면서 많은 이의 기억을 점방 구석에 처박힌 북어 꼴로 만들기 일쑤인 개발. 근본 까먹는 장삿속에 불과할- 일반인에게 자괴감과 소외감을 선물한 자본의 탐욕을 만날 때마다, 개발은 훼손을 넘어 자연생태계를 파괴하는 내란으로 이해되었다. 사람은 대자연의 공동체적 삶을 물려받는 존재이며, 이런 ‘너나들이’의 생활 태도가 인류의 희망이라는 걸 모르는 이는 없을 터이다. 온갖 생명체들이 가꾼 생존의 터를 까뭉개는 야만의 경제와 사람다움을 간직한 삶의 온기가 동거하는 이 기괴한 현재가 우리네 정체성일 리도 없다. 그러므로 편리함에 익숙해진, 어쩌면 길들여졌는지도 모를 생활의 변화는 자본과 문명에 복종하라는 금빛 독배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런 점에서 엄경희가 “위장된 편리함과 편안함에 자신을 내어준 자가 치러야 할 대가는 자유의 박탈이다.”(『시인동네』, 2018년 9월호)라고 지적한 구절은 현재형이다. 진안고원의 구롓말 밤하늘에도 쌀티밥을 뿌려놓은 양 별들이 반짝이리라. 올가을에는 질뚝배미 나락을 누구랑 벨까. 황의관에게 전화를 걸려다 그만둔다. 그도 자신의 어릴 적 꿈들이 어느 별에서 소도록 소도록 빛날지 생각하리라. 강변에 바람이 소슬하다. 시간 바깥의 소식은 모두의 일상 속에 있다고, 점점 잃어가는 너나들이의 생활 태도를 회복하자는 것보다 더 반가운 소식이 또 있겠냐고 별들이 반짝인다. 제 잇속 채우려고 산천을 까뭉개든 4차 산업이 당도했든 말든, 오천 년 역사가 내장된 자연의 생명력을 자본과 문명이 내미는 엿과 바꿔 먹지 않겠다는 듯- 만경강 하늘에 별들이 총총하게 빛나는 밤이다. 이병초 시인·전북작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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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0.13 18:15

[경제칼럼]통합돌봄과 비빔밥

우리나라는 ‘24년 말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정부는 급증하는 돌봄 수요에 대비코자 분절적으로 이루어진 보건의료 · 장기요양 · 일상돌봄 등 서비스를 통합하여 수요자 만족도를 높이고. 재정 부담을 줄이고자 했다. 통합돌봄 목적은 일상생활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살던 곳에서 건강한 생활을 영위(Aiging in place)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19년부터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으로 ‘23년부터는 노인 의료·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24년 3월에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이 제정되었고, 내년 3월부터 본 사업이 전국적으로 시행된다. 새 정부는 국정과제 78번, “지금 사는 곳에서 누리는 통합돌봄”으로 정하고, 지난달 9월 30일 이를 실현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범부처·지자체·전문가가 참여하는 ‘통합돌봄정책위원회’를 구성·출범하였다. 정부는 ‘26년 통합돌봄 예산 국비 777억원을 편성했으나 전국 사업을 시행하기 충분치 않다. 물론 정부 재정 악화상황에서 첫술부터 배부르게 시작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사업은 각 부처(행안부·국토부·농림부·문체부) 사업을 활용하고, 지역 내 민간 자원을 동원해 구슬을 꿰어야 한다. 통합돌봄에서 주거(케어안심주택)지원은 중요하다. 아무리 질 좋은 돌봄서비스가 지원되어도 위생적인 주거환경과 유니버설디자인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성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주거서비스는 건축 특성상 다른 서비스에 비해 고비용이다. 그래서 지자체는 통합돌봄 서비스 제공이 이루어지는 공간인 ‘주택’에 대해서 국토부 사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국토부는 연 2회 ‘맞춤형 특화주택’ 공모를 통해 ‘고령자복지주택’ 등을 공급하고 있으며, 앞으로 서비스 결합형 공공 민간임대주택 공급과 지자체 ‘중간집(퇴원과 집 복귀 사이 돌봄지원 공간)’ 구축을 지원하게 된다. 여기서 케어안심주택은 고령자복지주택으로 접근하면 된다. 고령자복지주택 입주 대상은 65세 이상 무주택 고령자(중위 150% 이하)이다. 해당 주택은 미닫이 욕실문, 안전손잡이 등 주거약자용 편의시설 등이 적용된 임대주택과 사회복지시설을 (1~2천㎡)을 복합 설치하여 주거와 복지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며, 경로식당 · 건강상담실 · 교양강좌실 등 건강지원 · 여가지원시설을 창의적으로 갖추게 되어 입주자 만족도가 높다. 특히 지자체가 소유한 유휴부지, 국·공유지 등을 활용하여 건설하고, 재정지원도 규모에 따라 건설비 80%를 연차별로 출·융자 복합 지원하게 되어 있다. 지자체는 통합돌봄 사업 예산만으로는 사업비가 부담된다. 위와 같이 국토부 공모사업을 통해 효율적이고 고품질 통합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주택을 확보할 수 있다. 고령자복지주택 입지로는 지역의 낙후된 원도심이나 고령자가 밀집된 재생사업지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해당 지역에는 돌봄이 필요한 분들이 다수가 거주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기가 살던 ‘집’과 ‘지역사회’에서 집적된 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돌봄이 필요한 사람은 살던 곳에서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게 되고, 지역은 주거지 재생을 촉진할 수 있다. 초고령사회와 인구감소시대, 지역사회는 유기그릇이고, 통합돌봄으로 전주비빔밥을 지을 수 있다. 그리고 케어안심주택은 황포묵이 될 수 있다. 이것이 돌봄 경제이다. 배현표 한국주거복지사회적협동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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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0.13 18:14

[기고] 내년 6·3 지방선거 성공은 철저한 검증이 생명이다

국민주권시대의 지방자치는 지역 주민이 주인이다. 즉 국가의 주권주민이라는 정의에 뿌리한 것이다. 오늘의 정치철학 기본이다. 내년 6월3일 실시하는 지방선거는 제9회째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전북의 경우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하는 혈투의 장이다. 도지사 6명을 포함한 14개 시장군수는 97명으로 평균 6.92대1을 기록하고 있다. 경쟁률이 높은 곳은 16명으로 임실군수, 다음이 군산으로 14명에 이르고 있다. 가장적은 곳은 무주군수로 단 2명의 맞대결이다. 여기에 교육감 경쟁자도 6명이나 되고 있다. 과연 이들은 주민을 지역의 주인이요, 국가의 주인이라는 확고한 인식을 갖고 지역과 나라를 위한다는 신념에서 얼굴을 내민 것인지 아니면 명예와 사욕의 충족을 위한 기회로 삼겠다는 데서 비롯된 판단인지에 대해 알 수 없다. 일단은 지역발전의 기수가 되겠다는 각오가 세워졌기에 자천 타천으로 명함을 내 밀었을 것으로 보여 진다. 그러나 이처럼 혈전에 가까운 경쟁은 그동안 선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 것이다. 전북은 더불어 민주당 텃밭으로 알려져 있기에 무조건 공천만 받으면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따논당상이라는 확신을 주는 곳으로 인식되어있어 더욱 그러함으로 여겨진다. 문제는 험악한 상황을 경선이라는 굴레에 의지만 할 것인지 아니면 경선이전에 엄밀하고 치밀하며 철저한 정밀조사를 했는지 여부다. 특히 형사사건에 연루되어 경찰이나 검찰의 조사를 받았거나 법원의 심판을 받는가하면 도덕성 등으로 지역 주민들로부터 비난의 여론을 받는 즉 리스크가 있는 인물은 가차 없이 경선에 임하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컷 오프다. 그렇지 않으면 대의원 확보로 경선에서 1위 득표를 해도 리스크가 있는 인물은 공천 후보자체에 주민의 설득력을 잃는다. 더불어 민주당의 전북특별자치도 도지사, 시장, 군수, 도의원, 시의원 모든 선거에서 승리한다는 보장이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단체장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자신의 행적에 대해서는 아랑곳없이 무조건 주민의 신임을 받아 시장, 군수가 되겠다는 것은 사욕의 충족용으로 전락되리라는 예견은 두말 할 나위 없다. 지금은 AI시대로 도정, 시정, 군정의 시책은 주민들이 먼저 알게 된다. 깜짝 정치 쇼, 풍선여론형성, 눈가림, 위선적 발언과 행동, 반도덕적 언행, 주민여론 내 팽개치듯 한 행동거지 등을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 무엇보다 주민의 여론을 중시해야한다. 이번선거는 소위『위민행정으로 주민을 주인으로』라는 신념을 가진 인물을 공천후보자로 내놓고 경선을 하 든 공천을 하든 올바른 선거를 치르도록 해야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준하는 도의원이나 기초의원도 마찬가지이다. 의정활동의 전력을 평가해보면 충분한 자료가 넘칠 것이다. 또한 의원으로서의 기본적 역할을 했는지는 지역 주민들이 더 잘 알고 있다. 더불어 민주당은 내년지방선거에 후보다운 후보를 공천하여 주민의 냉철한 판단을 받아야 성공으로 이어지며 이재명 정부의 중간평가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고 공천에 정치적 인과관계나 친소관계를 배척하고 공정한 공천만이 정권재창출의 결과로 한발 다가설 수 있다. 이제는 낡은 사고방식, 종합적인 합리성을 배제하고 내 고집과 주장, 권위주의로 행정이나 의정을 하려는 인물은 철저히 배제하고 주민여론이 한몫을 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주민들은 앞에서 지적한 몇 가지 내용을 뛰어넘어 비교적 젊고 참신하며 진정성을 바탕으로 행정과 정치적 경험을 쌓았으며 지역발전과 나라발전에 헌신할 새로운 인물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리민복은 나라의 근본이다. 김철규 시인·제4대 전라북도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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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0.13 18:14

[사설] 때 이른 지선 모드 과열경쟁 불·탈법 우려 커

추석 민심은 내란·김건희·순직해병 등 3대 특검 수사와 민생회복, 미국 관세협정, 정부조직 개편 등이 많이 거론됐다. 내수 침체 장기화와 위축된 가계 소비, 최악의 건설경기 등에 대한 위기의식도 밥상머리를 달궜다. 내년 6.3 지방선거 역시 주요 관심사였다. 지방선거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선거라는 점에서 정부 여당의 국정 운영 평가가 중요한 잣대가 될 전망이다. 여야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전북지역은 대부분 지방선거 모드로 전환되고 있다. 일부 자치단체장들은 이미 예비 선거캠프 격인 사무실을 가동시키고 인력배치를 서두르고 있다. 정책과 예산, 예산 등도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포석에 집중될 것이다. 기성 정치권과 정치 신인 모두 당원과의 소통에 주력하고 있고 이력·경력과 얼굴 알리기에 심혈을 쏟고 있다. 문제는 다른 어느 선거 때보다도 과열경쟁과 불법 탈법이 성행할 것이라는 점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당원 주권을 선언했고 상향식 의사전달 방식을 공언했다. 당내 경선도 이 원칙에 따라 치러질 것이다. 전북은 경선승리가 곧 당선이라는 우월적 지역정서 때문에 경선 때 불법과 탈법이 횡행할 수 있다. 따라서 지난 8월말까지 입당한 당원 검증을 철저히 해 자격미달 및 유령당원들을 가려내고 사전에 경선 당원동원에 대한 엄벌 의지도 밝혀야 마땅하다. 선거 때마다 공직선거법 위반과 허위사실 유포는 단골메뉴였다. 특정 목적을 노린 여론조사로 선거를 흐리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전북선관위가 사전 대비를 철저히 하길 바란다. 빈번하게 나타나는 위법사례 중심으로 교육을 철저히 하고 홍보활동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2022년 6·1 지방선거 때는 전북교육감과 시장 등 5명이 허위사실 공표 및 금품살포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내년 지방선거는 산적해 있는 지역현안들을 과감하게 추동시키고 살기 좋은 전북을 만들 적임자가 누구인지 가려내는 중요한 정치이벤트다. 불법 탈법으로 얼룩지지 않고 정당한 절차를 밟아 당선된 역량 있는 정치인이 힘 있게 이끌어 가야 한다, 그만큼 전북은 지금 절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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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10.12 17:33

[사설] 야생동물 농작물 피해예방 대책 강화해야

멧돼지와 고라니 등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가 해마다 반복되면서 농민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국회 윤준병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농림축산식품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2024년)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액은 총 478억원에 달했다. 지역별로는 산간지역인 강원도의 피해액이 가장 컸고, 전북은 이 기간 약 50억원 상당의 농작물 피해가 발생해 전국 시·도 중 5번째로 피해액이 많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농민들이 피땀으로 가꿔낸 농작물 피해를 막기 위해 전기울타리·방조망·조수퇴치기 등 유해 야생동물 피해 방지시설 설치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야생동물 개체수가 늘어나면서 피해는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또 각 지자체에서도 ‘유해 야생동물 피해방지단’을 운영하고 있지만, 한정된 포획사업으로는 늘어나는 개체수를 조절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농작물 피해 예방 대책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게 농민들의 하소연이다. 정부가 전기울타리와 철선울타리·방조망 등 야생동물 차단시설 설치 비용을 지원하고는 있지만 과수 중심으로 한정돼 있다. 이마저도 국비와 지방비 보조금 50%와 30%의 융자, 그리고 나머지 20%는 농가에서 부담해야 하는 구조여서 소농과 고령농에게는 진입 장벽이 높다. 또 농작물 재해보험에 가입해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10ha 이상의 농작물에 피해가 발생해야만 가능하다. 농작물 재해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농가를 대상으로 한 정부의 피해보상금도 피해액의 80%, 최대 500만원이라는 상한선이 있다. 기후변화와 인구 감소, 농산물 시장 개방 등으로 농업·농촌의 위기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수확철에도 웃지 못하는 우리 농민들이 야생동물로 인한 피해까지 걱정하게 해서는 안 된다. 정부와 지자체가 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 예방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 우선 전기울타리와 방조망 등 야생동물 차단시설 설치비용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농작물 피해방지단을 통한 포획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유해 야생동물 개체수를 줄여야 할 것이다. 더불어 피해액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보상액을 현실에 맞게 상향하는 등 피해 농가를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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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0.1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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