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소방, 외유성 해외연수 '세금 펑펑'
전북소방본부 직원들이 해외연수를 떠나면서 나랏돈으로 관광을 즐기는 등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 상당수는 출장 목적과 관련성이 떨어지는 관광지를 끼워 넣은 패키지 여행이었다. 귀국 후 제출한 보고서는 인터넷을 베껴 쓰기도 했다. △출장 간답시고 예산으로 세계 일주? 김제소방서 A지방소방경 등 5명은 지난해 8월 27일 저녁 6시 45분 인천공항을 출발했다. 8박 10일 일정으로 호주, 뉴질랜드에 있는 선진국 소방역사 탐방에 나선 것이었다. 8일간 야생동물원, 오페라하우스, 와나카 호수, 카오라우강 번지점프대, 폴리네시안 스파, 마오리 민속쇼 등을 둘러봤다. 반면, 소방과 관련된 일정은 시드니 소방박물관, 퀸스타운 소방서, 오마라바 소방서 등 2일 3곳에 그쳤다. 이들만 이런 게 아니었다. 지난 2016년 9월 독일 오스트리아 헝가리 체코에서 8일을 체류한 완산소방서 B지방소방경 등 5명은 소방서 2곳만 둘러봤다. 게다가 이들은 목적과는 달리 지역 문화탐방에 일정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지급된 예산은 1인당 300여만 원으로 지난해 1523만 원, 2016년 1562만 원이 소요됐다. △여행객과 함께 관광지 다녔다 이들 모두 여행사를 통해 패키지 겸 해외연수를 다녀온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분의 일정이 여행사가 제시한 관광 일정과 일치했다. 9일 본보가 모 여행사 홈페이지에 게시된 8박 10일 호주 뉴질랜드 및 독일 오스트리아 헝가리 체코 일정을 조회했다. 해외연수를 다녀온 A지방소방겸팀과 B지방소방경팀의 동선과 대부분 일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소방서 방문 일정이 달랐지만, 관광 코스 인근이었다. 이를 두고, 여행사 관광 일정에 맞춰 해외연수를 계획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다. 최근 해외연수를 다녀온 군산소방서 C지방소방령 등 4명의 일정도 여행사의 동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C지방소방령팀은 지난 25일부터 이달 4일까지 8박 10일간 프랑스 이탈리아를 찾아 파리소방서 피렌체소방서를 방문했지만, 대부분 모 여행사의 관광 코스와 유사했다. 전북소방본부 한 주무관은 여행사 입찰을 받고, 해외연수를 진행하다 보니 상당수는 동선이 겹친다며 더러 여행객과도 동행했다고 인정했다. △보고서, 인터넷에서 오타까지 인용 해외연수를 다녀온 뒤 제출한 보고서에서도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A지방소방경팀, B지방소방겸팀의 국외연수결과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상당수는 인터넷 블로그 백과사전의 자료를 인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에는 수도와 인구, 면적, 주요 도시, 민족, 언어, 종교 등 연수국 현황이 포함됐다. 이는 대부분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내용이었다. 뉴질랜드를 설명하면서 난데없이 마오리족의 이주에 대한 역사적 의미를 담거나 심지어 자료의 오타까지도 베꼈다. 해외연수의 핵심인 주요 시사점은 13포인트 크기로 A4 용지 절반에 그쳤는데, 마지막 대목에선 짧은 기간 모든 면을 보지는 못했지만 넓은 세상을 바라보며 선진 전북소방을 실현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시간이었다고 표현했다. △외유의 온상된 글로벌 벤치마킹 전북소방본부는 글로벌 소방 마인드 제고 및 직무역량 강화를 위해 소방공무원 글로벌 벤치마킹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글로벌 벤치마킹이 아닌 외유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업 취지와 달리 실제 운영은 부실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업운영 계획에 따른 해외연수는 계획한 과제와 연관된 기관 2~3개소를 방문하는 게 전부로 A지방소방경팀과 B지방소방경팀, C지방소방령팀 모두 해외 선진지 벤치마킹은 현지 소방서 2~3곳 방문이 전부였다. 외유의 온상이 된 글로벌 벤치마킹의 엄격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진선 전라북도소방본부 소방행정과장은 본청에서 올해부터는 해외연수 이후 정책제안서를 내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면서 또한 지역 차원에서도 더 꼼꼼하게 해외연수 계획을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도내 소방공무원 글로벌 벤치마킹 운영계획에 따르면 5개팀 25명이 해외연수팀(자율정책)을 구성했고, 6000만 원의 예산이 지원됐다. 전북소방본부와 10개 소방서가 균등하게 인원을 배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