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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경사스러운 터의 두 사자

전주 한옥마을 가다 보면 전동성당 앞 큰 궁궐이 지어져 있는데 그곳은 모두가 아는 바로 ‘경사스러운 터에 지은 궁궐’이란 뜻의 “경기전(慶基殿)”이다. 조선이 건국되자 왕의 권위를 만방에 알리고자 세워진 건물로써 건립 시기는 1410년인 태종 10년, 조선 태조 이성계의 어진(御眞, 임금의 초상화)을 모시기 위한 목적으로 창건됐다. 현재 경기전에 안치된 어진은 국보 317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1872년 서울 영희전의 영정을 초상화의 대가인 운계 조중묵이 모사(模寫)한 것으로 현존하는 유일한 태조의 어진이다. 예로부터 임금의 용안을 보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실제로 임금의 용안을 본 사람도 적을뿐더러 신변 보호를 위해 모습을 드러내는 적도 드물었다. 이러한 차로 귀한 어진을 모셔 놓은 경기전의 위엄은 남달랐다. 우선 경기전 입구에 “하마비(下馬碑)”라는 석비(石碑)가 있는데 자그마한 위엄의 동물을 세웠다. 이 돌상은 특이하게도 암수 두 마리의 돌 사자상으로 되어 지나치는 사람의 경계를 자극한다. 또한, 지방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흰 대리석 돌기둥의 두 행(行) 세로 형식의 글이 쓰여 있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이곳에 이르렀거든 모두 말에서 내리라.(至此皆下馬) 잡인들은 출입할 수 없다.(雜人母得人)” 임금의 어전이 있는 경기전은 항상 신성한 곳이므로 함부로 몸을 두어서는 안 되며 지위와 신분을 떠나 모두 말에서 내려야 하고 특히 잡인은 애초부터 출입을 금지한다는 뜻이다. 경기전 앞을 많은 시간 다녀 보았지만 정작 하마비의 글과 두 돌 사장상을 자세히 보기엔 처음이었다. 내심 경건한 마음까지도 생기던 차, 두 돌의 모습이 ‘해태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었지만 역시나 섣부른 판단은 무지한 까닭이고 문헌을 찾아보니 ‘입을 벌리고 있는 것은 사자 숫놈,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사자 암놈’이라 기록되어 있었다. 즉 암수 사자 한 쌍이 특유의 조화를 이루면서 경기전을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무심코 지나간 경사스러운 터 “경기전” 그리고 그 아정함과 태조 어진의 위엄을 지키는 “하마비”는 풍패지향 전주를 외치며 애향심을 보듬었던 필자 무지(無知)의 부끄러움 속에 스며들었다. 한때 정유재란(1597년)으로 경기전이 불에 타자 태조의 영정은 정읍-아산-강화-묘향산 등지로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광해군 6년인 1614년 가을에 관찰사 이경진에 의해 경기전을 다시 짓게 되고 어진을 비로소 모시게 된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3.04.20 18:09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형미 시인-하기정 ‘고양이와 걷자’

인간은 마땅히 자기와의 대화에 능통하여야 한다. 자기 자신과 문답할 줄 모르면, 자기에게 적합한 영양소를 고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나의 말을 들을 줄도 모르며, 나의 행동을 볼 줄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하기정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고양이와 걷자>(2023, 걷는사람)는 자기 자신과 충분히, 그리고 실컷 대화를 하면서 써 내려간 작품집이라고 단언한다. 첫 번째 시집 <밤의 귀 낮의 입술>(2017, 모악)을 낸 이후, 시인은 꼬박 다섯 해 동안 ‘슬픔의 한가운데에 서 보려고 했던, 균형과 평형을 이루려고 흔들렸던’ 인고(忍苦)를 짊어졌다. 그 인고는 ‘점과 점을 이으면 그어지는 선처럼’ 반대쪽에 서 있는 내가 마주보고 있는 당신을 쓰기 시작하면서 더욱 깊어갔을까. 물론 그때부터 왼쪽과 오른쪽은 어떻게 생겨났는지, 동쪽과 서쪽은, 뜨는 일과 지는 일은 무엇인지 무수한 ⸢질문들⸥을 가지게도 되었을 것이다. 미래를 뒤돌아보았을 때 과오가 되지 않기 위해, 과오가 되지 않는 뒤를 살아낸 안간힘도 엿보인다. 어쩌면 그것은 그녀에게 ‘벽이 없는데 문을 내는 일’과 같이, ‘일식을 맨눈으로 보려 하는 것’과 같이 버겁고 고통을 수반하는 일이었으리라. 하지만 그만큼 그녀의 시는 어둠이 내린 밤 숲처럼 울울해져서는, 치명적인 매력을 선사한다. 그녀만의 독특하고 섬세한 감각을 지닌 언어들로 농익은 그녀의 세계가 가만, 만져지는 느낌이랄까. 사실 오래전 나는 그녀의 첫 번째 시집에 대해 “귀와 입이 사방에 떨어져 있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다소 그로테스크한 말투로 줄곧 혼잣말을 하고 있다”고, “그 혼잣말이 백야처럼 아름답기도 하여 실제가 아닌 것 같다”고 발제한 적이 있다. 거울에 비친 빛이 쨍하고 튕겨져 나갈 때처럼, 그 혼잣말들이 내게로 튀어 쓰리고 아프기도 했다. 그러나 이전 시편들과는 분명히 다르게,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이어서 상처가 되지 않’는 얘기들이 시인의 이번 시집에서는 너끈히 살아내고 있던 것이다. 내게 없지만 네게는 있는, 서로 다른 것을 사랑할 줄도 아는 드넓어진 마음으로, 그것도 최선을 다해서 말이다. 그러고 보면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자기 변화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 열쇠를 얻는 데 보란 듯이 성공했는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안태윤 시인은 추천사에서 그녀의 시를 읽으면, “생기와 신비가 감돌게” 된다고 밝혔다. 김지윤 문학평론가는 “어디로든 가서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시, “사라진 자리에 완전히 소멸되지 않은 잔여를 남긴” 시라고 칭송했다. 폐 일언 하고, 한마디로 그녀의 시는 참 좋다. 활자를 보는 일에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 요즘 같은 시대에, 기껏해야 활자를 책의 장식품으로 욱여넣고, 활자를 책의 장식품으로 욱여넣은 책은 또 카페나 거실 한 켠을 꾸미는 디피용이 되고, 혹은 사람들이 더는 시집을 읽지 않는 그런 시대에, 언어에 대한 참 그리움을 불러내는 시를 만났다는 건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김형미 시인은 2010년 영남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시로 등단한 이후 5.18문학상, 불꽃문학상, 작가의눈 작품상, 시인뉴스 포엠 시인상 등을 수상한 이력을 지닌 하기정 시인. 어디로든 가서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시를 데리고 더욱 견고하고 단단하게 살아내길, 바라는 마음이 막 빠져나온 봄의 문턱처럼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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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3.04.19 17:23

전주문화재단, 호주연방정부 문화예술교육 교류 보조금 1억 확보

전주문화재단(이후 재단)이 지난 2월 호주 연방정부 국제 문화외교 예술기금 지원 대상으로 최종 선정돼, 3년간 약 1억 원 규모의 보조금을 확보했다고 18일 밝혔다. 호주 연방정부의 국제 문화외교 예술기금은 세계적 수준의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국제무대에 선보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의 일환이다. 호주와 다른 국가 간 문화예술 교류를 기반으로 하는 5개 프로젝트 중 비영어권 국가로는 재단이 ‘전주문화재단-호주 아트플레이의 공동개발 예술 놀이 콘텐츠’로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올해부터 향후 3년간 한화 약 1억 원 규모의 보조금을 받게 된다. 재단은 이번 지원을 계기로 문화예술교육 국제교류사업의 운영 안정화 및 사업 내실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특히, 프로젝트 협력 기관인 호주 아트플레이와 공동 개발한 어린이 예술 놀이 콘텐츠 ‘그림자로 말해요’ 워크숍을 향후 3년간 보완 및 심화해 국제무대에 선보이고자 구체적인 협력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백옥선 전주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이번 보조금 확보는 해외 문화예술 기관과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한 장기간의 협력을 통해 문화예술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제안하는 데 의미가 있다”며 “아트플레이와의 공동 개발 콘텐츠를 세계무대에 선보여 전주문화재단이 명실상부한 문화예술교육의 거점이자 국제교류의 선도 기관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향후 3년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전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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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현아
  • 2023.04.18 17:49

한국전통문화전당, ‘취약계층 어린이 전통문화체 기차여행’ 협약

어린이날 101주년을 맞아 전국의 취약계층 어린이 999명이 전주와 경주에서 다양한 전통문화 체험을 즐긴다. 한국전통문화전당(원장 김도영, 이하 전당)은 신협중앙회(회장 김윤식)와 한국철도공사(사장 직무대행 고준영), 초록우산어린이재단(회장 황영기) 등 4개 기관과 함께 18일 서울 어린이재단빌딩 11층 회의실에서 ‘취약계층 어린이 전통문화체험 기차여행권 기증’ 협약식을 가졌다. 이번 협약식은 취약계층 어린이에게 기차여행과 전통문화 체험의 추억을 선사하고자 마련된 행사다. 999명의 어린이들이 전주를 방문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경주지역 요청에 따라 전주 666명, 나머지 333명은 경주에서 체험을 각각 나눠 진행하기로 했다. 어린이 ‘999’명은 ‘은하철도999’를 동기로 기차여행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어린이들은 KTX를 타고 전당에서 한지 뜨기 체험, 한식 조리체험은 물론 올해 새롭게 추가된 한복과 놀이 등 다양한 체험을 즐기게 된다. 김도영 원장은 “어린이날을 맞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주를 찾는 어린이들이 재미있고 신나게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영호 기자

  • 문화일반
  • 김영호
  • 2023.04.18 17:49

동학농민혁명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전망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눈 앞에 두고 있다. 문화재청은 17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가 최근 열린 회의에서 '동학농민혁명 기록물'과 '4·19 혁명 기록물'을 심사한 결과 '등재권고' 판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두 기록물은 5월 10일부터 5월 24일까지 열리는 유네스코 집행이사회를 통해 최종 등재 여부가 결정된다. 세계기록유산은 국가를 초월해 세계사와 세계문화에 큰 영향을 준 자료 역사적 시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거나 그 시기를 특별한 방법으로 반영하는 자료가 등재 대상이다. 이번에 두 기록물의 최종 등재가 승인되면 한국은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 등 총 18건의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하게 된다.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은 1894년부터 1895년까지 전북 지역에서 일어난 동학농민혁명 당시 조선 정부와 동학농민군, 일본공사관 등이 생산한 기록물 전반을 아우른다. 등재 권고된 기록물에는 △동학농민군 임명장 △동학농민군 한달문 편지 △순교약력 △전봉준 공초 등이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동학농민군은 전라도 각 고을 관아에 치안과 행정을 담당하는 민관 협력 기구인 ‘집강소’를 설치하는 성과를 거뒀다”면서 “이는 19세기 전 세계에서 유사한 사례를 찾기 힘들었던 신선한 민주주의 실험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문화재청은 세계적으로 보존해야 할 가치 있는 기록유산을 적극적으로 발굴하여 우리나라의 우수한 기록문화를 국내외에 널리 알리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문화일반
  • 이준서
  • 2023.04.17 18:31

화마 딛고 다시 핀 윤명호 화백의 예술혼

한국화가 백당 윤명호 화백(81)이 다시 일어섰다. 화업 60년을 결산하는 기념전시를 앞두고 화실과 전시 출품작 모두를 소실한 아픔을 딛고 소실된 그 자리에 `백당갤러리`를 새로 지어 문을 연다. 화실을 잃은 지 8년 만이다. 1990년 고덕산 줄기 뒷산을 배경으로 완주군 상관면 내아마을에 둥지를 튼 화백은 이곳에서 눅눅해진 작품들을 화목보일러에 말리다가 100m² 화실과 작품들을 모두 잃었다. 백당은 16살에 한국화에 입문해 전북일보에 `바두기`라는 이름으로 6컷 어린이 만화를 8개월간 연재할 정도로 일찍부터 재능을 나타냈했다. 1972년부터 6차례의 국전 입선과 1982년 제1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선 등으로 실력을 인정받았고, 국립현대미술관 초대 작가와 전북도전 심사위원, 전남대 예술강사 등으로 활동했다. 화단 데뷔 60년을 앞두고 준비하던 작품들이 소실됐을 때 낙담할 법한데 화백은 오히려 홀가분하더란다. “그림도 아니고, 사진도 아니고, 회화성도 부족하고, 그래서 전시날짜도 잡지 못하고 고민하는 데 싹 타 없어져 신의 섭리 같았다. 그래도 붓도 남고 낙관도 그대로 남아 다행이었다.” 화백의 겸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대가 작품들을 찾아보고 고서점서 그림책도 샀다. 대학 평생교육원에서 유화를 공부하고, 붓글씨 연습도 했다. 팔순의 나이에도 도전과 열정이 식지 않았다. 화실 화재가 오히려 자신을 키워주기 위한 과정으로 보았다. “인생 어려운 맛 모르는 사람은 헛세상 사는 사람이다”고 말한다. 화실을 잃은 화백은 그동안 전주 금암동 전자상가 옥상의 텐트 같은 곳에서 작업을 해왔다. 나이가 들면서 귀가 어두워졌지만, 더 그림에 몰두할 수 있다고 여겼다. 과거처럼 오랜 시간 작업은 못 하지만, 쉬어가면서 한 작품을 오래 하다 보면 새로운 게 보여 작품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했다. 윤 화백은 화재 후에도 작업을 계속하며 이듬해 개인전을 열고, 완주군 내 마을 벽화그리기 재능기부 등의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백당이 이렇게 작업에 전념하면서 새로운 화실을 갖게 된 데는 딸 수연씨(49)의 힘이 컸다. 수연씨는 피겨스케이팅을 하며 플루트를 연주하는 피겨플루티스트로, 부녀간 `특별한 동행`은 KBS 인간극장을 통해서도 잘 알려져 있다. “전국생활체육빙상경기대회에 출전해 동메달을 딴 날 화실에 불이 났어요. 아버지는 그림으로, 저는 음악으로서 힐링센터를 하려고 작업실 증축을 준비하던 때여서 저에겐 청천벽력이었죠. 그런데 아버지는 `다시 시작하기 딱 좋은 나이라고 하는 거예요. `모든 일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평소 아버지의 가르침이 결코 입바른 소리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수연씨는 어려운 가정 형편에서도 자신이 플롯 전공을 할 수 있게 뒷받침해준 아버지께 이번에는 자신이 선물을 드릴 차례로 여겼다. “쓰러지거든 붓 한 자루만 쥐어 달라”는 아버지가 그대로 붓을 놓게 할 수는 없었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던 플루트학원 보증금을 빼고 식당 설거지 아르바이트까지 하면서 2년에 걸쳐 갤러리 건축에 매달렸다. 이렇게 완성된 백당갤러리가 20일 오후 4시 문을 연다. 개관식에서는 화백이 그동안 준비해온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개관을 앞두고 3∼4개월 전부터 완산8경에 재도전하고 있는 백당은 앞으로 제자들도 길러볼 계획이란다. 클래식 음악이 있듯이 전통 한국화의 맥을 이어가는 것도 남은 인생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면서다. 윤명호 화백은 “8년 전 화재로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많은 분의 사랑과 격려에 힘입어 재건축을 완료해 이날 소박한 개관식을 하게 됐다”라며 “그동안 후원해 주신 분들과 지인분들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23.04.17 17:35

[줌] 전주 출신 김일륜 중앙대 교수, 제8회 관재국악상 수상

“우리 악기와 연주를 대중화하는 일에 앞장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중음악을 듣듯이 국악을 일상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이번에 제8회 관재국악상을 받은 김일륜(63) 중앙대 전통예술학부 교수의 당찬 포부다. 김 교수는 14일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열린 관재국악상 시상식에서 민족음악의 보전 및 전승과 보급 등에 대한 공적을 인정 받아 수상자로 단상에 올랐다. 관재국악상은 고(故) 관재 성경린 선생이 생전에 검소한 생활로 모아 놓은 사재와 유족들의 기금으로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7명의 수상자를 선정해 시상해왔다. 그래서 이 상은 개인이 기금을 출연한 국악계 최초의 상으로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관재국악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으로 1000만원이 수여된다. 이번에 상을 받은 김 교수는 “가야금 연주자와 교육자로서 쏟아왔던 노력이 뜻깊은 관재국악상의 결실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동안 그는 최옥삼류, 정남희제 황병기류, 성금연류, 김병호류, 김죽파류, 신관용류 가야금산조를 완주하는 등 다수의 독주회와 최옥삼류 가야금산조 ‘농현’ 등의 음반을 냈다. 지난해에는 12장의 CD 음반과 124쪽 해설지로 엮은 가야금 전집 ‘길(The Road)’을 공개했는데 소리의 기록물로 예인들과 맞춰온 호흡과 노련미를 발휘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보다 높은 예술세계를 향해 매진해야겠다는 생각이 새롭게 솟구친다”며 “국악인의 한 사람으로 미력하나마 우리 국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꾸준하게 한 길만을 걸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번에 수상자로 선정된 김 교수는 전주 출신으로 서울대 국악과를 졸업한 후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음악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동안 중앙대 전통예술학부 학부장, 국악교육대학원 원장,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교수, 숙명가야금연주단장, 국립국악원 및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 단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중앙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아시아금교류회 및 한국가야금연주가협회 이사, 황병기 작품보존회 부회장, 중앙가야금합주단 대표 및 중앙가야스트라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 문화일반
  • 김영호
  • 2023.04.1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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