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전북 영상산업의 미래
'50·60년대 충무로 부럽지 않았다'는 전주. 전북은 지금, 전주를 비롯해 도내 각 지역마다 영화 촬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제2의 영화촬영 전성기를 맞은 것이 분명하다. 올해 도내에서 촬영중이거나 촬영을 마친 영화는 9편. 로케이션 의뢰가 들어온 영화만 해도 20여편에 달한다.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뮤직비디오·CF까지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전주영상위원회의 원스탑(One-stop) 촬영지원 서비스가 큰 힘이다. 올해가 출범 3주기, 전주의 영화촬영 붐이 2001년을 기점으로 되살아났다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다. 그래서 전북의 영화촬영은 언제나 'ing' 다. 시민들의 관심도 늘어났다. 전북은 한국 영화를 가장 많이 보는 지역. 도내 영화관들도 거대화·전문화됐다. 영화시사회 등을 통해 출연배우들의 전주 방문도 크게 늘었다. 수천 명의 보조연기자 지원도 끄떡없이 해낼 정도로 전문업체들이 생겼고, 도시 마케팅 효과도 한껏 높아졌다. 전라북도와 전주시, 부안군 등 각 지자체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어 영상산업은 더욱 활기를 띨 전망이다. 영화촬영 'ing' - 도내 영화촬영지 한 가득/현재 현황/역대 현황전북에서 영화촬영 현장을 만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지난 9월부터 봉동 야외세트장에서 촬영한 '효자동 이발사'(감독 임찬상)와 남원 광한루·지리산 노고단에서 촬영된 '바람의 파이터'(감독 양윤호), 김제 박약국 사거리에서 촬영된 '아홉살 인생'(감독 윤인호) 등이 최근 일정을 끝냈고, '여고생 시집가기'(감독 오덕환)는 소리전당과 인후중학교·전주동물원, '투가이즈'(감독 박헌수)는 전북대병원·전주 중화산동에서 촬영중이다. '산골소년의 사랑이야기'(감독 김우석)는 29일부터 월드컵경기장에서, '주홍글씨'(감독 변혁)는 3월 중순부터 전북지방경찰청 등에서 일정을 기다리고 있다. 전북은 산업화가 가능한 문화콘텐츠가 풍부하고 세계적인 상품으로 개발할 수 있는 컨셉이 다양하다. 또 광활한 청정지역으로 1시간 내의 최단 동선에서 시대별·테마별 영상촬영이 가능해 영화인들에게도 매우 매력적인 천혜의 로케이션. 특히 전통의 향기가 가득한 전북은 선조들의 전통주거형태를 고스란히 간직한 풍경을 담으려는 영상인들의 손짓이 분주했다. 조선시대 양반가옥의 전형을 갖춘 고창 도산리 김정회씨의 고가와 임실 오수면 이웅재씨 고가, 남원 금동 종가집, 남원 주천면 회덕샛집, 완주 봉동읍 진천송씨 우산종중 등은 선조들의 옛 정취가 물씬 풍긴다. 정읍 산외면 김동수씨 가옥은 동진강이 흐르고 청하산이 둘러싼 배산임수의 터전이다. 구한말 지어진 군산 임피면 이돈희씨 가옥은 예쁜 꽃담이 이색적이며, 부안 줄포면 김상만씨의 가옥은 초가집임에도 안채 사랑채 곳간채 헛간채 주문채 등 전형적인 'ㅁ'자의 기와집 형태를 갖추고 있다. 전주한옥마을에도 9백여채의 한옥이 밀집해 있다. '춘향뎐'(감독 임권택)이 촬영된 남원시 어현동 춘향촌이나 '태양인 이제마' '장희빈' 등이 촬영된 부안영상테마파크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약속'(감독 김유진)과 '보리울의 여름'(감독 이민용)이 촬영된 전주 전동성당과 김제 수류성당도 건립당시의 원형이 보존돼 있다. 김제 금산교회도 기독교 초기의 'ㄱ'자형 교회의 원형을 간직했다. 그렇다고 전라도 땅에서 옛 정취만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미도'(감독 강우석)가 촬영된 부안 계화면은 거리 자체가 70∼80년대를 고스란히 옮겨다 놓은 거대한 세트장. '살인의 추억'(감독 봉준호)이 촬영된 부안 동진면 동진협동미곡처리장은 앞에 펼쳐진 넓은 들판이 이색적이다. '굳세어라 금순아'(감독 현남섭) 등 수십편의 영화가 촬영된 전북대 앞 상가나 전주시 고사동 영화의 거리는 젊음의 상징이다. 부안 하서면 해창쉼터는 '쉬리'의 엔딩장면에 못지 않은 근사한 벤치가 놓여있다. 익산 황등면 아가페정양원과 부안 진서면 내소사 전나무숲, 임실 성가리 죽림암의 풍경은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나온 강원도 삼척 양리마을의 대나무숲이 부럽지 않다. 지역민들의 영화유치 바람- 지역내 관련업체들이 모였다영화제작은 감독과 배우·스탭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보조출연 업체, 기자재 랜탈 업체, 미술·인테리어 업체, 숙박업체, 음식점(도시락) 등 광범위한 사업분야를 포괄한다. 지난해만 26편의 영화를 통해 출연·제작진 숙식비와 장비임대·세트장·제작비 등 직접 수익만 53억원에다, 1백32억원의 경제승수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됐다. 전주영상위원회는 지난 7일 지역 내 영화제작과 관련한 협력업체를 공개 모집했다. 그리고 열흘 뒤 취소했다. 그 사이에 지역 업체들이 있었다. 지난 17일 전주문화산업지원센터 지하 소극장에선 의미 있는 토론회가 열렸다. 숙박업자들과 도시락업체, 식당, 에이전시, 기획사, 발전기업체 등 도내 13개 업체에서 14명의 관계자들이 참석한 '전주영상위원회 협력업체 토론회'다. '영상을 산업으로' 접근하려는 소중한 시도다. 영상위의 업체 모집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과도한 경쟁이 빚을 우려가 출발점. 지역업체를 모집, 인터넷이나 홍보책자 등을 통해 홍보를 강화하고 제작 스케줄을 알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자는 것이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전주의 영화관련 협력업체간 공동마케팅과 인프라를 구축에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전북에서 영화와 관련된 사업을 하려고 한다면 꼭 영상위를 거쳐야 하는가” 의문을 제시했다. 그렇다면 이대로 자유 경쟁체제로 갈 것인가? 업체들이 이해할 만한 틀은 영상위로부터 제시돼야 했다. 한 숙박업체 관련자도 "자유경쟁체제를 유지하자 해도 정보가 없다”며 "영상위가 구상한 대로 협력업체 회원을 모집해 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날 화두는 '동종업체간 최저단가제 협정요금 마련'. 이 사례는 엑스트라 업체들이 생겨나던 2001년에도 있었다. 당시의 최저단가의 협정요금이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지만 불안하다. 엑스트라나 도시락 등 이동성있는 업종은 전국의 업체가 경쟁상대이며 낮은 가격은 경쟁력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식당업체 관련자의 말처럼 비회원사가 회원사들이 약속한 최저단가보다 싸게 제공할 경우, 영화사의 선택을 굳이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전주에서 촬영을 한다고 해도 이용하는 지역업체는 크레인, 식당차, 숙박정도. 이외는 대부분 서울에서 공수해오고 있는 실정이어서 전주에 영화관련업체라고 부를만한 업체가 몇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공동마케팅을 펼친다고 해도 이것은 각 업체별 이권이 걸린 문제. 의견이 분분하다. 이 날 논의는 영화산업 협력업체별 협의체 구성을 전제로 마무리됐다. 아직은 요원하지만 도내 업체들이 전문성을 키워 전국으로 진출하는 날이 머지 않아 보인다. 전북·전주의 영상산업 전북도는 지난해 11월 2013년까지 1조1천억원을 투입해 영상산업 수도로 완성시킨다는 내용의 도 영상산업중장기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전북을 영상산업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청사진. 무선디지털콘텐츠 허브구축·전주영상종합촬영소·체험미래영상파크 조성·시네마테크설립·영상문화정보 DB구축·미디어랩연구소 등 8개 사업이 중점 추진 과제다. 특히 전주권에 영상시설과 교육·연구·산업이 집중된 50만평 규모의 복합단지를 건설하는 '체험 미래영상파크'는 영상수도 완성에 중요한 열쇠로 보인다. 서남권 로케이션 시네스페이스 사업은 전주종합촬영소 건립, 부안영상테마파크조성, 남원 춘향테마파크조성, 정읍동학농민혁명 영상문화축제 개발, 군산 일제수탈사 영상박물관, 무주 생태자원체험관, 진안 건강트래스포메이션 타운, 장수 가상전투 및 병영체험장 조성 등으로 구성됐다. 영상문화특구 조성 사업은 체험미래영상파크, 익산 월드러브파크, 완주 종교문화체험관, 김제 도작문화 체험파크, 임실 교통테마거리, 고창 세계거석문화 유물공원, 순창 세계전통식품 체험관 조성으로 인프라를 확충시킨다는 계획. 영상산업발전을 주도할 전문 인력 양성 사업은 전주 영상고교 설립, 완주 게임과학고 설립, 완주게임벨리 조성, 영상전문대학원 설립, 영상아카데미 개설 운영 방안이 마련됐다. 기술개발 지원사업을 위해 도내 각 대학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미디어랩 연구소를 설립, 영상공학·영상예술·인문사회 등 서로 다른 전공의 연구진들이 참여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이끌어 산업화한다는 계획도 있다. 그 첫 출발로 지난 25일에는 청정자원과 한국 영화 초기 작품들의 촬영지, 문학작품의 배경이 됐던 점들을 최대한 활용해 섬진강 권역을 영상벨트화 하는 사업을 전남과 공동으로 추진키로 하고 실무회의를 열었다. 지식정보화 시대 영상산업을 새로운 발전 모델로 제시한 것은 적절한 선택이다. 문제는 재원 조달과 인프라 구축. 도비와 시·군비를 합쳐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재원이 1천8백여억원에 불과한 현실에서 1조1천여억원의 사업비 자체가 공허하게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6천3백64억원에 달하는 민간자본 유치 계획도 밝은 전망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