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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JIFF]주제가 있는 영화보기

세상에서 아름답지 않은 여성은 없다. 사람들의 시선이 한 곳에 머물게 하는 화려한 외모와 늘씬한 몸매가 아니더라도 여성만의 부드러움 혹은 강인함으로 세상 안에서 여성은 충분히 아름답다.그러나 사회적 편견과 이데올로기, 고정관념으로 세상은 여성의 아름다움을 잡아둔다. 이제 여성의 당당한 반란이 시작됐다. JIFF를 통해 보는 다른 문화 속 여성들의 삶과 투쟁은 우리의 딸, 엄마, 그리고 여성의 문제다. 여성의 사회생활은 남성보다 훨씬 더 피곤하다.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고? 사장으로부터 신임받고 있는 여직원과 노력파이지만 눈치가 없어 주변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또다른 여직원이 매일 밤 함께 야근을 하게 된다. 이경미 감독의 '잘돼가? 무엇이든(29일 오후8시·5월1일 오후2시, 프리머스2관)'은 너무 다른 두 여성 사이의 질투와 갈등, 화해를 담고있다.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여성의 내재적 욕망과 상실에 관한 고찰 '꽃가라 환타지(5월1일 오후2시 전주CGV)'. 주체적 자아로 존재하기보다는 아내로서 엄마로서 며느리로서 딸로서 또는 생활인으로서 살아가는 기혼여성들의 삶을 '꽃가라(꽃무늬) 원피스'를 통해 상징화시켰다.역사 속 여성의 모습은 안해룡 감독의 작품 제목처럼 '아직도 아물지 않는 상처들(5월2일 오전11시 전주CGV 4관)'다. 일본군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과의 인터뷰와 관계자들의 증언을 담은 이 다큐멘터리는 여전히 남아 있는 역사의 상처를 되짚어보고, 피해자이면서도 사회적 약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할머니들의 삶과 투쟁을 기록했다. 1895년 식민지 시대를 살아가는 부르주아 여성, 1953년 공화정 시대의 예쁜 부르주아 소녀, 1960년 혁명이 일어나던 시대의 여성. 3명의 '루시아'라는 여성의 삶을 통해 역사적인 맥락 속에서 국가성을 재현시키고 있는 움베르토 솔라스 감독의 '루시아(29일 오후5시·5월1일 오전11시 프리머스3관, 2일 오후2시 전주시네마8관)'.세계 어느 곳에서도 여성은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여성차별이 유달리 심한 이란에서 여성 감독이 여성 학대를 소재로 만든 영화다. 바박 파야미 감독의 '두 생각 사이의 침묵(29일 오전11시 건지아트홀)'. 범죄자는 지옥으로 가야 하지만 처형된 처녀는 천국으로 간다는 생각 때문에 그녀는 처형을 면하게 된다. '처녀막'에 대한 그릇된 생각과 '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어려움을 말해 주는 영화. 파스토르 베가 토레스 감독의 '테레사의 초상(29일 오후8시 전주시네마 1관, 30일 오후8시 전주CGV)'은 쿠바사회에 뿌리박힌 남성우월주의에 대한 한 여성의 투쟁을 그리고 있다. 전통 쿠바 가족사회의 갈등 안에서 불합리한 성 역할 관념을 개혁하고자 적극적으로 투쟁하는 여성상을 보여준다. '쥐구멍은 어디에 있나(5월1일 오후5시 프리머스2관)'의 춘선은 스물다섯살이 되어서도 달력 속 작은 바다를 바라보며 일탈을 꿈꾼다. 지하철 안에서 가면을 쓰고 사회의 불만을 토로한 후 도망치는 아이의 장난을 보고,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그녀의 '미친 반란'은 시작된다. 그러나 곧 그녀에게 사랑이 찾아오면서 그녀의 반란도 흔들리기 시작한다. 사랑과 여성의 그 미묘한 관계…. 가슴을 울리는 한 단어 '엄마'. 우리 엄마는 두 번이나 '장한 어머니상'을 받을만큼 세상으로부터 칭송받아왔다. 우리 6남매가 모두 출가하자 엄마는 독립생활을 시작했고, 우리들은 엄마가 공부를 하거나 봉사활동을 하며 곱게 늙기를 바랬다. 그랬는데… 엄마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 류미례 감독의 '엄마…(29일 오후2시 전주CGV 4관)'다.

  • 영화·연극
  • 도휘정
  • 2004.04.29 23:02

[2004JIFF]마스터클래스 초청 정일성 촬영감독

"무엇을 어떻게 찍고 또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지에 대해 시대적 책임감을 느낍니다”한국의 영상미학을 대표하는 영화계의 거목, 정일성(75) 촬영감독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던 격동의 현대사를 헤쳐왔던 게 작업을 계속할 수 있었던 계기”라며 "아직도 더 할일이 남아있다고 생각하면 저절로 힘이 솟는다”고 말했다.전주영화제가 특별수업으로 마련한 촬영감독 마스터클래스에 초청된 정감독은 28일 현장의 필름메이커스와 영화지망생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촬영세계, 그리고 40년넘게 현장을 지킬 수 있었던 비결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그는 개인적으로 교통사고와 직장암으로 두차례 죽을 고비를 맞았지만 이를 넘기고 다시 사회에서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만큼, 감사의 뜻으로도 일을 놓지 않겠다고 덧붙였다.서울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정감독은 "1950년대∼1970년대까지는 국내개봉영화를 모두 보고 또 기록했다”며 "직접 보고 느끼고 현장에서 배운것이 이론공부 보다 훨씬 보탬이 됐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영화제작 과정을 모두 터득하고 나서 스스로 이론을 배우는 일과 이론을 습득한후에 현장에 투입되는 방식중 어느 과정이 낫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경험상 현장 학습이 더 큰 공부가 됐다는 설명이다.정감독은 자신의 영화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주저없이 김기영 감독을 꼽았다. 서울대 의대 출신인 김감독을 대학시절부터 따랐다는 정감독은 영화작업중 이일 저일을 자신이 직접 간섭하는 것도 1인 6역을 해냈던 김감독의 영향이라고 말했다.1929년 동경에서 출생한 정감독은 20대 후반이었던 1957년 '가거라 슬픔이여'로 촬영감독에 데뷔한 이래 한국영화계의 독보적 존재로 명성을 떨쳐왔다.특히 최근 새 영화 '하류인생'(임권택 감독) 촬영을 마친 그는 거장 임권택 감독의 작품세계를 실현, 한국영화의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영화·연극
  • 김종표
  • 2004.04.29 23:02

[2004JIFF]네덜란드 시네-포엠 다큐멘터리 감상평

네덜란드 시네-포엠 다큐멘터리? '시'도 어렵고 '영상'도 어려운데 둘이 하나를 이루었다면? 이걸 보고 어떻게 글(문자언어)로 옮긴다지? 이번 영화제를 기회로 우여곡절 끝에 짤막한 다큐 한편을 함께 만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안목은 턱없이 부족한 처지이니 영화를 보러 가면서도 내내 걱정이 가라앉지 않는 건 당연했다..백발의 유현목 감독님과 하명중씨 모습도 보이고, 썩 많지는 않은 관객들 중에 외국인들도 꽤 많이 눈에 뜨인다. 카탈로그를 잠깐 살펴보니 다섯 편의 짤막한 작품들이 한데 묶인 프로그램이다.'순간의 침묵'(감독: 요한 반 데르 케우켄, 1965, 11분, 디지베타, 칼라), '거울 속 네덜란드'(감독: 베르트 한스트라, 1950, 11분, 35미리, 흑백), '체리나무 꼭대기에서'(감독: 알베르트 브로센스, 1948, 7분, 35미리, 흑백), '물의 도시, 암스테르담'(감독: 막스 데 하스, 1958, 14분, 35미리, 흑백), '식량공급자들'(감독: 이찌엔 브루쎄, 1949, 14분, 35미리, 흑백). 다섯 편 모두 카메라가 포착해낸 이미지와 사운드 재료들을 절묘한 결합을 통해 엮어나가며, '그때 그곳의 삶의 풍경'을 아주 인상적인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구나, 이것이 '시네 포엠'이구나, 역시 짐작했듯이 글로 옮기기 참 어렵겠구나, 다들 보고 느껴보라고 말하면 무책임하다고 할까? 이런 생각을 했다.그래도 '거울 속 네덜란드'에 대해서는 말로 할 수 있는 게 좀 있어 보인다. 가장 밋밋해 보이면서도 나로서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풍차'로 시작해서 물에 비치는 다양한 이미지들이 이어지는데, 거꾸로 반사된 이미지가 다시 뒤집히고, 수면의 상태에 따라 흔들리고 왜곡되는 정도가 달라지고, 이미지 자체가 거의 없어져버리기도 한다. 확정되어 있는 것은 없이 부단히 요동하니 그것이 표면인지 심연인지, 안과 밖을 가늠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물의 나라'로서의 네덜란드를 물에 반사된 이미지로써 표현하려는 기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여 종국에는 예술적 반영의 문제까지 짚어 보면서 미학과 철학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는 셈이다. 영화관 문을 나서며 들었던 생각은 이것이다. 다큐멘터리가 과연, 그것이 다큐라는 이유만으로,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인식을 극영화보다 더 잘 매개해준다고 할 수 있을까? 결국 중요한 것은 '관점'의 문제가 아닐까? 다음 상영장으로 향하는 발길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5월1일 오후 8시, 전주덕진예술회관)

  • 영화·연극
  • 전북일보
  • 2004.04.29 23:02

[2004JIFF]영화전문기자들이 본 전주국제영화제

다섯 번째 여정의 절반이 지난 제5회 전주국제영화제. 극장마다 거리마다 관객들 못지 않게 현장을 누비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영화전문기자들이다. 이들에게 전주국제영화제의 현장을 들어보았다. 한겨레 임범 기자, 필름2.0 장병원 기자, 씨네21의 김현정 기자, 월간 프리미어의 전종혁 기자, 무비위크의 고경석 기자가 기꺼이 취재에 응했다. △ '영화보다 낯선''쿠바영화' 등 실험성 높이 평가개별 영화에 대한 만족도는 높았다. "처음에는 볼 만한 영화가 없다 싶었지만, 실제 스크린을 접하면서 상당히 만족하게 됐다”는 식이다. 인디영화나 디지털·독립영화, 실험영화를 접할 수 있는 것이 전주만의 장점으로 꼽았다. 특히 '영화보다 낯선' 섹션과 일본 ATG 회고전, 쿠바영화, 소니마주 등에 대한 관심은 특별했다. 그러나 전주에서만 볼 수 있었던 다큐멘터리·애니메이션 비엔날레가 사실상 없어진 것과 일반관객들의 호응이 높지 못한것에 대한 쓴소리도 많았다. "전주에서 내세운 것이 전주시민들과 교감을 쌓지 못한다면 재고해야 한다”는 것. 한겨레 임범기자는 "디지털과 아시아 독립영화가 전주의 고민일 것”이라며 (방향을 바꾸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자유·독립·소통의 슬로건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 것을 조언했다. △ 일반 관객들에 대한 배려 주문마니아와 대중들을 향한 전주영화제의 방향에 대한 의견은 다소 엇갈렸지만 '대중들과의 호흡'은 공통적으로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임기자는 "올해 영화들은 대중성과 전문성이 지나치게 양분화 돼 있다. 그러나 전주영화제는 대중적인 것보다는 영화제에서만 볼 수 있는 영화에 주목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보인데 비해 필름 2.0의 장기자는 "나름대로 색을 찾으려는 집행부의 고민은 보이지만, 초기부터 안았던 '대중들과의 호흡'이란 숙제는 여전히 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프리미어의 전기자는 "현장에서 만난 일반관객들은 유럽영화나 대중성 있는 영화에 주목하고 있었다”고, 씨네 21의 김기자는 '영화보다 낯선' 등 다른 국제영화제들과의 차별성은 좋게 평가하면서도, 일반 관객들에게는 어려운 코너였다고 분석했다. 그 원인으로 영화제 홍보부족과 '불안정한 조직구조'를 꼽았다. "프로그래머가 바뀔 때마다 영화제의 기본 프로그래밍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5년 동안 세 번 프로그래머가 바뀌면서 노하우가 축적될 시간이 부족했다. 가뜩이나 후발주자로 출발한 약점을 여전히 극복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김기자의 지적이다.상영사고나 발권문제 등 운영 문제도 제기됐다. 이들은 "영화제의 운영이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것 같다”거나 "국제영화제에서 크고 작은 사고는 당연히 발생하는 것이지만, 5회의 연륜이 의심스러울만큼 여러가지 헛점이 보인다”고도 꼬집었다. △ 올해는 영화제의 도근점이 되는 해"집행부가 바뀌면서 삼인삼색·일반인 대상 워크숍 등 디지털을 강화했던 1회에 비해 회화적인 영화들과 실험적인 영화들이 더 많아진 느낌이다.”전문기자들은 올해를 전주영화제의 매우 중요한 기점으로 꼽았다. "장기적으로 보면 올해와 같은 프로그램이 긍정적일 수 있다”고 밝힌 장기자는 "다양한 영화를 소개하려는 노력이 더 지속되고, 각 섹션마다 명확한 선을 긋고, 전주만의 색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전주영화제의 과제는 경쟁력 확보. 부산과 부천에 비해 대중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전주의 환경을 극복할 대안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부산과 같은 영화제가 또 있을 필요는 없다. 전주는 영화를 만들기에도, 영화제를 진행하기에도 좋은 도시다. 분명한 색깔을 가지고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정체성, 그게 전주영화제의 살길이다.” 크고 작은 매력과 아쉬움을 전한 이들 전문기자들은 그러나 "전주영화제는 어느 영화제보다도 가능성있는 영화제다.”고 평가했다.

  • 영화·연극
  • 최기우
  • 2004.04.29 23:02

[2004JIFF]상영작을 들여다봤더니...

영화제 한 중간. 올해 상영작들을 훑다보면 영화마다 감독마다 안고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상영시간이 가장 긴 작품은 6시간 20분의 '소멸하는 별빛'(미국)이다. 장대한 러닝타임의 이 영화는 제작기간도 상상초월이다. 감독 켄 제이콥스는 25살 때 이 영화를 크랭크인해 72살에 완성했다. 체코의 '핌파룸'(감독 아우렐 클림트 외1명) 제작기간도 15년이다. 가장 짧은 영화는 러닝시간 2분의 '차이니즈 시리즈'(감독 스탠브래키지·미국). 제목이 가장 긴 작품은 윤성호 감독의 '하루 10분씩 그냥 들여다보기만 해도 코펜하겐식 이별실력이 부쩍 느는 비디오'다. '고독한 전쟁'(감독 제이크 마하피·미국)은 제목처럼 단 한 명의 스태프도 없이 감독 혼자 만든 영화다. 배우들도 영화 촬영지의 주민들. 가장 많은 감독이 참여한 영화는 '이공(異共)'. 이현승·김소영·김의석·박기용·김태균·봉준호 등 국내 대표적인 감독이자 평론가 20명이 각각 5분에서 14분까지의 짧은 단편을 엮어 1백62분의 한 작품을 만들었다. '마이 걸'(태국)은 대학동기인 다섯 감독이 6년 만에 만나서 제작한 영화다. 독일과 미국이 공조한 '타나토스와 에로스'(감독 칼 누스바움)는 선댄스·로테르담 등 45개 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지만, 1975년 제작된 '야수'(감독 발레리안 보로브츠크·프랑스)는 일부 유럽 국가에서 25년 동안 상영 금지됐었다. 최고령 감독은 고인이지만 영웅 카스트로를 묘사한 '소이 쿠바'(쿠바)의 그루지아 공화국 출신인 미하일 칼라토조프(1903∼1979)다. '토킹 픽쳐'의 마누엘 데 올리베이라 감독(포르쿠갈)은 아흔이 넘었으며, 재미난 상상력이 돋보이는 '날개 달린 사자'(프랑스)의 아네스 바르다 감독도 일흔 여섯의 고령. 벨기에 출신인 그는 '누벨바그의 할머니'로 불리는 살아있는 역사다. 최연소 감독은 '돌아오지 않는 사랑'(일본)을 연출한 1981년생 하마다 코스케 감독. 2001년 '지붕 위에서의 낚시'로 데뷔해 일본 단편영화제에서 여러 번 상을 수상했다. '오버 데이'(한국)를 연출한 조성규 감독은 1980년 서울 출생. 국내 출품 감독 중 가장 나이가 적다.

  • 영화·연극
  • 최기우
  • 2004.04.28 23:02

[2004JIFF]'세계가 지프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례적인 외신들의 전주 나들이. 프랑스의 '카이에 뒤 시네마', 미국의 '버라이어티', 일본의 '키네마 준뽀' 등 세계적인 유명 영화잡지사와 엔터테인먼트 관련 외신들이 지프로 몰려들고 있다.해를 거듭하면서 국제적 인지도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전주국제영화제가 5년째를 맞으면서 세계적으로도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한국영화의 잇단 해외영화제 입상과 작품성에서 주목 받는 작품이 늘어나면서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것도 전주국제영화제를 찾는 외신 기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일정대로 해외 취재진들이 속속 전주를 찾아들면서 외신들의 취재 열기도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26일 밤 한국에 들어온 세계 최대의 영화 월간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의 저널리스트 벵샹 말로자는 여독을 풀 시간도 갖지 않은 채 27일 오전 인터뷰 일정에 돌입했다.그가 지프에서 만난 첫 상대는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사마리아' 로 감독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이다. 이미 유럽 등 세계 무대에서 널리 알려진 김감독은 해외영화제 진출 횟수와 수상 경력으로 치면, 한국에서 그를 따라갈 감독이 없을 정도로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인이다. 벵샹은 김감독을 붙잡고 한 시간 넘게 인터뷰를 하는 열의를 보였다. 외신들의 취재 열기는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지난해 경우, 영국의 '스크린 이데일리'가 거의 유일하게 한국 통신원을 통해 전주국제영화제의 작품들을 소개하는 정도에 그쳤지만 올해는 전주국제영화제가 게스트 초청 규모와 작품 수를 대폭 늘리면서 '꺼리' 를 찾아 취재 대열에 오른 외신 기자들이 상당수 늘었다. 해외 취재진 중에는 이탈리아 출신의 페스티발 어드바이저인 마시모 카우소와 한국영화를 소개하는 웹사이트'시네마 꼬레아노' 운영자인 데이비드 카자로 등도 포함돼 있다. 데이비드는 지난 2002년부터 부산과 부천영화제를 차례로 방문한데 이어 올해 처음으로 전주를 찾았다. 개막 첫날부터 체류기간 동안 스무 편의 영화를 봤고, 마지막 일정인 27일 민병록 조직위원장, 김기덕 감독, 김설우 감독을 인터뷰 했다. 그의 웹사이트에는 1백편이 넘는 한국영화가 소개돼 있다. 현재 체류중인 외신 기자는 8명. 앞으로 영화제 기간동안 7∼8명이 더 전주를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전주영화제가 공식으로 초청한 대상은 5명. 대부분 외신 기자들이 자비를 들여 영화제를 찾고 있는 셈이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해외언론을 담당하는 박부식씨는 "세계적으로 1천여개가 넘는 영화제 가운데 9백여개가 4월 중에 열리고 있다”며 "영화제 분산으로 사실상 관심을 받기 어려운 여건에서 잇단 외신들의 방문은 지프의 위상에 큰 힘이 된다.”고 밝혔다.

  • 영화·연극
  • 안태성
  • 2004.04.28 23:02

[2004JIFF]디지털필름워크숍 19명의 전사들

"앞으로는 '저걸 영화라고 찍었냐'는 말을 못할 것 같아요. 이번 작업을 통해서 짧은 영상물 한편에도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 지 알았거든요.”지난해 12월부터 18주 동안 5개월의 노력이 튼실한 열매를 맺었다. 전주국제영화제의 2004디지털필름워크숍에 참여한 19명의 노작 네 편이 상영된 27일 오후 2시 CGV4관. 관객의 표정은 스크린의 변화에 따라 진지해졌다가 웃음꽃이 피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거리다가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 각각의 영상물에 자막이 올라갈 때마다 박수소리에도 힘이 가득했다. 카메라에 늦바람난 사람들. 이들은 '관객과의 대화'시간에도 쉬지 않고 카메라를 들이댔다. 그러나 이들은 불과 5개월전만해도 영화제작을 '남의 일'로만 알았던 사람들이다. 여럿이 모여 제작하는 극영화보다 혼자서도 기획·촬영·편집이 가능한 다큐에 높은 관심이 반영된 것이 2004년의 특징. 이미 현장에서 비디오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거나 독립영화협회·전주국제영화제·영화전공자 등 이미 한 쪽 발을 영상문화에 담그고 있는 사람들도 합류했다. 올해 제작·상영된 영상물은 극영화 '마비-2014시지프스'(팀명:껌)와 '즐거운 나의 집'(팀명:가족), 다큐멘터리 '소리'(팀명:우니 필름)와 '꽃가라 판타지'(팀명:꽃가라푸로젝트). 특징은 제작팀원들의 고민과 제작과정을 그대로 영상으로 담은 것. 예년과 달리 다큐멘터리가 2편 포함됐고, 독특한 발상과 시도가 돋보이는 수작이 많았다. 곽효순·김상미·나현수·박남기·안영수·하수철씨 등 다양한 스펙트럼이 만난 '마비∼'는 독특한 개성을 가진 팀원들의 고민과 애정이 듬뿍 묻어났고, 김성진·문성길·윤상범·윤희수·조은이씨가 함께 한 '즐거운 나의 집'은 '가족'과 '여성'이라는 단어를 다시 한번 생각게 했다. 특히 제목부터 흥미를 끈 '꽃가라 판타지'는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싶어하는 30∼40대 기혼여성들의 충동과 달라진 몸에서 오는 상실감을 인터뷰를 통해 표현했고, 제작진 김미숙·서정훈·김경진씨는 사람들의 변화에 따른 자신들의 의견을 자막으로 적절하게 표현해 더 큰 호응을 얻었다. 지체 및 언어 장애를 갖고 있는 대학생 고낙준씨의 일상을 담은 '소리'의 울림도 컸다. 이상복·정동란·정초왕·조은아씨 등 40·50대가 주축이 된 이 팀은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이상복씨는 "다큐의 기본문법을 고려하지 않고 그저 자연스럽게 찍었다”고 말했지만, 관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었는지, 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궁이다”고 말했다. 전주국제영화제가 해마다 운영해 온 이 워크숍은 시나리오·촬영·음향·편집·연출 등 체계적인 학습으로 각 팀별 한편의 영화를 제작, 상영하는 프로그램이다. 폭넓은 나이 대와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 영화의 소비자에서 주체적인 생산자로 변한 이들은 영화를 세상에 낸 27일 오감이 떨린다고 말했다. 내일도 모레도 영화를 보면 언제나 이들의 가슴은 흥분에 쌓일 것이다. "다음 작품은 언제부터 시작할까요?”

  • 영화·연극
  • 최기우
  • 2004.04.28 23:02

[2004JIFF]오늘의 상영작

28일(수)11:00 스탠 브래키즈, 장민용, 마우로 산티니 / 건지아트홀 ⓠ디지털 삼인삼색 / 덕진예술회관닌자 무예장 + 윤복이의 일기 / 프리머스 2관 시실리아! / 프리머스 3관 저개발의 기억 / 전주시네마 1관 마스터클래스 : 정일성 / 전주시네마 8관 나는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고 싶었다 + 가족비디오 / 전주CGV 4관 ⓠ14:00 나무상자 속 카메라 /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일본독립영화 : 피아 영화제 셀렉션 / 건지아트홀8개의 단편 : 홀로서기 / 덕진예술회관 ⓠ한국 단편의 선택 5 : 초이스 / 프리머스 2관 ⓠ벨빌랑데뷰 / 프리머스 3관 살사를 찾아서 / 전주시네마 1관 바그다드 가는 길 / 전주CGV 4관 머드 / 전주CGV 5관 17:00 기억의 통로 /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타츄 아오키, 이장욱·로버트 브리어, 루스 링포드 / 건지아트홀 한국 애니메이션 2 / 덕진예술회관 ⓠ천국 / 프리머스 2관 ⓠ장미의 행렬 / 프리머스 3관 소이쿠바 / 전주시네마 1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전주CGV 4관 ⓠ가능한 변화들 / 전주CGV 5관 20:00 도쿄 대부 /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아이작 줄리앙 / 건지아트홀 ⓠ크메르 루즈-피의 기억 / 덕진예술회관 휘파람 / 프리머스 2관 에로스 + 학살 / 프리머스 3관 우리들 / 전주시네마 1관 ⓠ전주-소니마주2 : 제르만 뒬락 / 전주CGV 4관 황산벌 / 야외상영장

  • 영화·연극
  • 전북일보
  • 2004.04.28 23:02

[2004JIFF]사토시 콘 감독의 '도쿄대부'

조금 이르긴 하지만 어쨌거나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 이름만으로도 즐겁고, 가슴 따뜻한 '크리스마스'. 영화 '도쿄 대부'는 크리스마스같은 영화다. 영화는 일본 도쿄의 노숙자들이 맞는 크리스마스 이브의 풍경에서부터 시작된다. 쓰레기더미 속에서 버려진 아이를 발견하고, 부모를 찾아주기 위한 노숙자들의 힘겨운 여정이 시작된다.보안관의 추격을 피해 달아나는 서부의 무법자 셋이 아이의 은신처를 찾아주는 이야기를 그린 존웨인 주연의 서부극 '3인의 대부'의 일본버전인 셈이다. 무법자들 대신 도쿄의 노숙자들로 옮겨온 영화는 그래서 현실적이면서도 더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하루하루가 버거운 삶을 사는 이들에게 버려진 아이 '키요코'는 부담. 친부모에게 돌려보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지만 생각은 조금씩 다르다. 우여곡절의 과정속에서 만나는 상황들은 잘 짜여진 구성들로 지루하지 않다. 그리고 끝나는듯하다 다시 한번의 '비틀기'가 숨어 있고, 막판 짜릿함도 이어진다.전체적으로 부모를 찾아주는 여정이지만 그 속에는 가족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그리고 다시 제자릴 찾아가는 과정이 함께 녹아져 있다. 잔잔한 듯하면서 순간적으로 객석을 웃음짓게하는 기술은 탁월하다. 어른들이 만화보며 웃을 수 있는 장면들이다. 세 명의 노숙자 모두가 짊어져온 사연들은 '키요코'의 부모찾기 과정에서 철저한 우연속에 하나둘 해결돼간다. 정말 만화처럼. 그렇지만 누구도 지나친 우연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관객은 없다. 1시간 30분동안 관객들은 주인공들과 함께 키요코를 어느새 한 식구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화의 힘이다. 실험성이 강한 영화들이 많은 전주영화제, 그러나 이 영화는 적어도 고민하지 않고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28일 오후 8시,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 영화·연극
  • 이성각
  • 2004.04.28 23:02

[2004JIFF]삶을 키우는 스크린속 여행 '관객과 동행'

길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 떠남은 돌아옴을 기약한다. 여행의 과정에서 상처를 치유받기도 하고, 끝무렵에는 어느새 훌쩍 성장한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러나 몸과 마음의 휴식을 찾기 위한 여행에서도 크고 작은 일들은 벌어지기 마련. 많은 일들로 사람을 크게 하는 여행, JIFF 속 로드무비를 찾아보자.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어머니의 꾸중, 학교 친구들의 눈길, 그리고 표현되지 않는 그녀의 진실한 감정들…. 레이는 내면의 상반된 목소리에 혼란스러움을 느끼고 정체성을 찾기 위한 여행길에 오른다. 시각·청각·촉각을 통해 현대 여성의 갱생과 만족을 묘사한 류이치 히로키 감독의 '바이브레이터(29일 오후8시 프리머스3관, 5월2일 오후2시 전북대 삼성문화회관)'.벵상 뒤트르 감독의 '나의 겨울 여행(29일 오후5시 전주시네마1관, 5월2일 오전11시 전주시네마8관)'에서 주인공은 뉘른베르그, 밤베르그, 그리고 드레스덴으로 이어지는 여행에 오른다. 독일 낭만주의 멜로디와 풍경에 대한 단상들을 통한 여행은 그의 과거를 향한 여정이 된다. 앤드류 더글라스 감독의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30일 오후5시 덕진예술회관)'은 즐겁고 유쾌하면서도 진지한 로드무비다. 백인들의 독특한 색깔이 강하게 남아있는 남부 아메리카를 여행하면서 짐 화이트는 많은 예술가들을 만나고 음악적 영감을 얻는다. 자아찾기에 성공했다면, 스릴있는 모험과 긴장감 넘치는 로드무비의 세계로 떠나보자. 귀여운 할머니의 손자 찾아 삼만리, 실방쇼메 감독의 '벨빌 랑데뷰(28일 오후2시 프리머스3관)'. 손자의 자전거 투어에 함께 나선 할머니. 경주 중 손자가 의문의 실종을 당하자 할머니는 벨빌이란 마을로 손자를 찾아나선다. 대사없이 째즈와 같은 다양한 음악만으로 충분히 내용을 전달하는 수준높은 애니메이션이다. '토킹 픽쳐(29일 오후2시 전주시네마1관, 30일 오후5시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역사교수 로사는 딸과 함께 떠난 크루즈 여행에서 프랑스 비즈니스우먼과 전 이탈리아 모델, 그리스 선생님이자 배우, 폴란드계 미국인 선장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유명인들을 만난다. 그러나 이상한 공포가 여행을 방해하고 배와 승객들을 위협한다. "이 노인이 만들어내는 영화는 점점 놀라울 정도로 세상의 이치를 깨닫게 만든다”는 감상평이 영화와 감독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감독은 포르투갈의 마누엘 데 올리베이라.

  • 영화·연극
  • 도휘정
  • 2004.04.28 23:02

[2004JIFF]거장의 카메라에 담은 '영상미학'

영상미학, 거장들을 만난다.영화제가 중반에 들어선 27일 전주시네마 8관에서는 아주 특별한 만남이 있었다. 국내 영화 현장의 필름메이커스와 한국영화아카데미·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등에 재학하는 영화지망생들이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성 촬영감독 카롤린 샹페띠에, 그리고 그의 작품과 대화하는 자리다.지프가 의욕적으로 마련한 필름메이커스 포럼(Filmmakers Forum)은 한편의 영화를 위해 혼신을 쏟아내고 있는 각 분야 거장들에 대한 관심과 존경에서 출발한다. '디지털 삼인삼색'과 함께 전주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감독에 이어 올해는 3명의 촬영감독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마스터클래스(Masterclass)는 영화를 구성하는 요소들의 미학적이고 실천적인 특징들을 살펴보고 이것을 만들어내는 구성원의 경험적인 담론을 중심으로 대화와 토론을 이끌어내기 위해 마련된 섹션. 초청된 촬영감독들의 작품을 관람하고 그들이 현장에서 얻은 영화기술을 진행자와의 인터뷰, 그리고 참석자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생생하게 전해들을 수 있다.올해 기획된 촬영감독 마스터클래스에는 카롤린 샹페띠에(Caroline Champetier)와 정일성감독, 그리고 브라질의 거장 월터 카발로(Walter Carvalho) 감독이 초대됐다.첫날인 27일 참가자들은 샹페띠에의 'H-스토리'를 감상하는 일로 거장과의 만남을 시작했다.한국영화아카데미 김재홍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대담에서 샹페띠에는 빛의 사용과 이미지의 탐구에 대해 자신의 경험과 소신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장 뤽 고다르 감독과의 작업으로 널리 알려진 그는 "절망감에 빠져있는 감독과 작업하는 게 너무 힘들어 한동안 그를 떠났다가 간곡한 요청으로 다시 돌아왔다”며 고다르와의 개인적 인연을 소개하기도 했다.샹페띠에는 "고다르 감독은 빛을 영화의 중심위치에 놓았지만, 빛이 모든 감독들에게 중요한 것은 아니며 인물들의 관계나 텍스트가 중시될 수도 있다”며 "영화작업을 통해 끝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감독과 그렇지 않은 감독과는 엄격하게 구분된다”고 밝혔다.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촬영을 전공하는 학생 10명과 함께 단체로 참가했다는 김병수씨는 "현역 촬영감독들을 직접 만날 수 있어 기대가 크다”며 "특히 좀처럼 만나기 힘든 외국의 거장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를 최대한 살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저녁식사를 마친후 참가자들은 감독이 특별히 주목한 대표작 '오! 슬프도다'와 '밀물과 썰물'을 관람, 샹페띠에의 촬영세계를 다시 들여다보았다.행사는 27일부터 29일까지 계속된다. 28일에는 영화 평론가인 김영진씨의 진행으로 정일성 감독이 무대에 선다. 정감독은 극히 한국적이고 서정적인 영상을 담아내는 영화계의 거목. 거장 임권택 감독의 작품세계를 실현, 한국영화의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독보적 존재다. 마스터클래스에서는 그의 작품중 '춘향뎐'과 '황진이'가 소개된다.29일에는 국제무대에 널리 알려진 브라질의 촬영감독 월터 카발로가 주인공이다. 촬영감독인 김윤희씨의 진행으로 카발로의 촬영세계를 직접 들을 수 있으며 그의 대표작인 '영혼의 창'과 '아버지의 왼편으로 '를 감상할 수 있다.특히 이날 행사에는 '켄 파크(ken Park)'로 지난해 전주영화제를 들끓게 했던 북미의 촬영감독 에드 라크만(Ed Lachman)이 참석, 오후 4시30분부터 6시까지 '촬영감독 이야기'를 진행한다. 당초 이날 오후 6시로 예정됐던 촬영감독 이야기는 월터 카발로 감독의 일정으로 인해 계획보다 앞당겨졌고 장소도 리베라호텔에서 전주시네마8관으로 옮겨졌다.영화제 개막 이전, 1백80명을 정원으로 잡아놓고 신청을 받았지만 참가자가 90여명에 그쳤던 점이 큰 아쉬움을 남긴다.

  • 영화·연극
  • 김종표
  • 2004.04.28 23:02

[2004JIFF]영화보다 낯선 토론회

'생각하는 영화'를 스크린 밖에서 다시 생각하는 자리가 마련됐다.26일 전주공예품전시관에서 열린 '영화보다 낯선' 토론회는 전주가 올해 선택한 실험적이고 일반의 통념을 파괴하는 새로운 형식의 영화 작업에 주목했다.제인 파커와 장 끌로드 루소·아이작 줄리앙·장민용등 '영화보다 낯선' 프로그램에 초청된 아티스트 필름메이커스와 관객들이 모여 새로운 영화 이미지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을 벌였다.참석자들은 영화가 갖는 고유의 특성을 탐구하는 '영화를 위한 영화'로서의 실험적 작업에 가치를 부여했다. 또 영화의 장식에서 벗어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아 가는 '컬러'의 역할도 조명했다. 시놉시스도 없이 떠오르는 이미지로부터 시작되는 실험적 영화는 예술로서의 영화가 갖는 본질적 요소와 다양한 특징들을 표현해내고 있다는 설명도 관심을 끌었다. 또 소재나 시간·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영화예술의 특성을 살려내야 한다는 주장도 인상적이었다.전주에서 '구역'과 '볼티모어'등의 작품을 선보인 아이작 줄리앙(Isaac Julien)은 "사람들이나 영화는 이야기하는 것을 여전히 좋아하지만 디지털 혁명을 받아들이면서 영화는 보다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며 "최근 비내러티브 영화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그는 또 디지털 기구를 통해 혁신을 이룬 영화가 정치등 다양한 사회 담론에 관여, 순수 예술형태에서 벗어나는 경향도 소개했다.장 끌로드 루소(Jean Claude Rousseau) 감독은 '지식이 있다는 것과 이해한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변화를 만드는 것은 오히려 망각과 포기다'는 말로 자신의 작업세계를 밝혔다.그는 또 "이미지가 우리를 포착하는 것이지 우리가 이미지를 포착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상업영화에서 연상되는 투자금과 시나리오·프로젝트는 영화의 본질적 요소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 영화·연극
  • 김종표
  • 2004.04.27 23:02

[2004JIFF]예술영화를 향한 기나긴 고뇌, 이광모 감독을 만나다

'낡은 관행'은 싫다. 얽매이는 것은 더욱 용납할 수 없다.부드러운 말투가 오히려 강렬하리 만큼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완벽주의자, '아름다운 시절'(1998)의 이광모 감독(43)이 경쟁부문인 인디포럼의 심사위원 자격으로 지프를 찾았다. 독특한 그만의 영화 세계는 낯선 영화 세상이 펼쳐지는 지프와 너무 가깝다. 체류 사흘째. 이감독은 인디비전 심사를 위해 '옥석 찾기' 강행군을 하고 있다. 26일 빗 속을 거닐며 도심 속 상영관을 누비던 이 감독은 이미 인디 세상에 흠뻑 취해있었다. 인디비전의 작품들을 꼼꼼히 챙겨보고 있는 그는 '정작 자신은 인디성향과 거리가 멀다'고 잘라 말한다.덜 상업적인 대신 미학적 완성도와 대중성을 중요시한다는 점이 인디와 차별화된다고 그는 말했다. 자신의 작품 세계와 전혀 다른 '인디'를 심사한다는 것이 "솔직히 두려웠다”고 했다.하지만 지프에서 그가 접한 영화는 모두가 흥미거리다. 그는 "이야기 구성과 소재가 다양하고, 작품마다 다큐멘터리나 극영화 등 다채로운 형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놀랍다"고 평가했다. 인디비전 경쟁 부문에 오른 15편 중 그가 지켜본 인디 영화는 현재 10편. 이른 감이 있지만, 이 감독은 이미 최고의 상에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작품성이 뛰어난 몇 작품을 손꼽아놨다. 그는 칸느 영화제에서도 느낄 수 없는 '다양성의 공존'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펼쳐지고 있다며 기대 이상의 후한 점수를 줬다. 특히 세계적인 영화제를 두루 다녀본 이 감독이 들려주는 국내 영화제의 현실에 대한 지적은 흥미로웠다. "부산이나 전주 등 국내의 영화제들은 비교우위를 통한 경쟁 관계 자체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다. 연륜도 짧은데다 일정상 영화의 선택면에서도 한정될 수 밖에 없는 작품들을 영화제를 통해 보여주는데는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어 결국은 각기 내세운 정체성과 영역을 서로 넘어설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죠.” 그는 외국의 영화제를 예로 들며, 예매율이나 흥행을 기준으로 성공 여부를 평가하는 관행을 지적했다. '상업성을 염두에 두고서는 섣불리 관객 앞에서 내놓지 못하는 실험적인 예술영화들을 맘껏 볼 수 있는 곳이 영화제'라고 그는 말했다. 시나리오 집필에서 부터 총 제작기간이 11년 소요된 '아름다운 시절'로 1998년 화려하게 감독 데뷔를 한 이 감독은 단번에 색깔있는 감독 대열에 올라선 몇안되는 예술감독이다.대중성이 가미된 예술영화를 추구해오면서 지난 10년 동안 한국에 예술영화를 소개해온 '예술영화의 전도사' 그는 더 유명하다.서울의 둥숭씨네마텍을 예술영화전용관으로 전환한 것도 이감독이었다. 그는 올해 자신이 대표로 있는 백두대간 창립 10주년을 맞아 예술영화 르네상스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지난 90년대 예술 영화 대중화 운동 성격과는 전혀 다른 공격적인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아름다운 시절이후 5년 여동안 공백기를 거친 그는 영화 제작에도 전념할 계획도 내비쳤다.이감독은 시나리오 없이 영화를 만들 생각이다. 이미 4년 여동안 자료를 수집해왔다는 그의 다음 작품은 이산가족과 5·18를 소재로 한 2편의 시대극이다.치밀한 제작을 견지하고 있는 그는 최소 3∼4년 후에나 작품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귀뜸했다.

  • 영화·연극
  • 안태성
  • 2004.04.27 23:02

[2004JIFF]가슴 따듯해지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사랑 이야기는 흔하다. 책에서도 TV드라마에서도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소재중 하나가 '사랑'이다.영화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에서도 한때 연인의 애틋한 사랑을 소재로 한 멜로영화가 붐을 이룬적이 있다. 아가페적인 사랑을 다룬 영화도 많다. 또 사랑을 전면에 부각시키지는 않았지만 정작 밑바닥에 사랑의 정서를 깔아놓은 영화도 적지않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액션영화에도 사랑은 있다.전주영화제 야외 상영작인 '말죽거리 잔혹사'도 주인공 권상우의 멋진 몸과 1970년대 고등학교의 모습이 먼저 떠오르겠지만 정작 영화에 깔려 있는 정서는 사랑이다.전주에서는 만나는 사랑이야기는 특별하다. 불같이 타오르거나 강한 최루성은 아니지만 내내 가슴이 따뜻해지는 참 아름다운 이야기다. ◇ 도쿄대부(28일 오후8시 전북대문화관) : 얼핏 제목만 보면 갱스터 영화가 연상되지만 가슴 따뜻한 사랑을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성탄절, 눈으로 하얗게 덮인 도쿄시내에 3명의 노숙자가 쓰레기통에 버려진 아이를 발견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이의 대부가 된 노숙자들은 이름을 붙여주고 친부모를 찾아 떠난다. '퍼펙트 블루'로 우리 나라에도 많은 팬이 있는 사토시 콘의 작품.가족끼리 함께 볼 수 있는 영화궁전 소개작. 아름다운 색채로 관객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보드카 레몬(29일 오후5시 CGV5관) : 노년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이국적인 멋이 물씬 풍겨나오는 배경이 인상적이다.부인과 사별한 60대의 주인공이 아내의 묘지옆에서 한 미망인을 만나면서 로맨스는 시작된다.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배경과 너무 잘 어울리는 음악도 있다. 소비에트 연방 이후의 아르메니아가 배경이다.◇민(27일 오전11시 CGV4관) : 어린 시절 말레이시아 가족에게 입양된 스무살의 중국여성 민. 그녀는 어느날 생모를 만나기로 결심하고 길을 떠난다. 말레이시아 호 유항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비밀스러운 내러티브의 가족 멜로드라마. 침묵과 빈 공간이 이야기 구조를 만들어낸다.◇51분(29일 오후 5시 덕진예술회관) : 병때문에 머리카락이 모두 빠진 아들의 머리를 매만지며 '이 세상에서 너를 가장 사랑한다'고 말하는 어머니. 죽어가는 아들을 보기 위해 몇년동안 가지 못했던 아들의 집을 방문한 어머니는 아들을 데리고 고향으로 가고 싶어한다.어머니와 아들의 대화와 그들의 감정을 표현하는 얼굴 클로즈업이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 영화는 조건없는 모성애를 그리고 있다. 폴란드 출신 우카즈 바흐칙 감독의 작품으로 러닝타임은 제목보다 1분 긴 52분이다.

  • 영화·연극
  • 김종표
  • 2004.04.27 23:02

[2004JIFF]시사실

△ 자본 권력 (마크 아흐바, 제니퍼 아보트/캐나다/2003) 무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란 무엇인가? '자본 권력'은 놀랍고도 쇼킹한 자료화면을 이용, 관객들과 함께 역사와 현대의 '기업'들에 관한 스터디 케이스를 시작한다. 노엄 촘스키·마이클 무어·CEO 레이 앤더슨과 밀톤 프리에드만의 인터뷰를 통해 미래의 비젼을 명료하게 말하면서 사기업 뒤의 기관에 대한 집요한 기만성을 없애려 한다. 선댄스영화제 다큐멘터리부분 대상 및 관객상, 토론토영화제 및 벤쿠버영화제 관객상, 암스텔담 다큐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몬트리얼 영화제 뉴미디어 뉴시네마상 수상작. (27일 오후 8시· 30일 오후 2시, 덕진예술회관) △ 비밀요원 '철고양이'의 모험 (아피차퐁 위라세타쿨, 미셸 샤오와나사이/태국/2003)영화 '정오의 낯선...'으로 2001년 전주국제영화제 아시아 독립영화 포럼 부문에서 우석상을 수상한 아피차퐁 위라세타쿨 감독이 뮤지컬 형식을 합쳐 완성한 독특한 영화로 전주국제영화제를 다시 찾았다. '철고양이'는 트랜스젠더로 변장하고 활동하면서 관능적인 매력을 테러리스트를 잡는데 이용하는 태국의 비밀요원.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신입 하녀 람두안으로 변장하여 폼피도이 부인의 성에 잠입하지만 부인의 아들인 탕을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그녀의 작전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27일 오후 2시·29일 오전11시, 덕진예술회관)

  • 영화·연극
  • 전북일보
  • 2004.04.27 23:02

[2004JIFF]"디지털시대, 영상세대는 영화를 정치세력화"

영화와 정치는 어떤 관계일까? 한국의 젊은 영화평론가들이 주목했다. '한국단편의 선택: 비평가 주간'의 세미나가 열린 26일 오후 7시 전북대 건지영상아트홀. 전주국제영화제 비평가 주간 평론가인 문학산·맹수진·이명인·이상용·유운성씨와 영화감독 김곡·김선·윤성호·이창재씨가 참석한 이 날 세미나의 주제는 '영화와 정치'. 올해 비평가주간이 선택한 다섯가지 주제 중 영화와 정치적 지향을 제목부터 자신만만하게 내보이는 쌍둥이 형제 김곡·김선 감독의 '빛과 계급'·'정당정치의 원리'를 비롯, 이창재 감독의 '미국전쟁략사', 윤성호 감독의 '산만한 제국' 네 편이 대상이다. 이명인씨는 정치적으로 무관심한 영화들의 틈바구니에서 나온 이 영화들은 한마디로 '정치적이거나 조롱'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산만한 제국'은 신자유주의라는 자본 만능 시대에 산만하지만 즐겁게 자기 방식으로 저항하는 신세대 젊은이의 유쾌한 영화 만들기로 평했다. 맹수진씨는 "자유분방하고 재기 발랄한 외양 때문에 때론 낭패스럽고 치기 어린 장난으로까지 보이기도 하지만 정치적이고 공격적인 야심을 디지털을 매체로 독립영화의 새 영역을 실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이 영화가 인용하는 대상은 무제한적이다. 국내 굴지의 재벌기업과 초국적 기업 맥도날드, 스위스 제약회사 노바티스, 스타벅스의 이미지를 몇 겹으로 포개고 연결하면서 중간에 중남미 노동자와 블루 칼라 프롤레타리아 스머프 등의 이미지를 끌어들여 초국적 기업 대 전세계 노동자들의 대립이라는 정치적 의미를 생산해내는 교차편집을 시도한다. 윤성호 감독은 "자본의 무한 지배 논리로부터 해방된 자유로운 인간을 상상한다”고 말했다. 김곡·김선 감독도 "전주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을 비교적 쉽게 직설적으로 풀어놓은 영화”라며 "영화에 함께 사람들은 투사형 인물군이 아니라 자기의 욕망에 지극히 충실한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주로 디지털 카메라로 작업하고, 최소의 비용으로 단기간에 빠르게 작업하는 새로운 영상세대는 영화들을 정치세력화하고 자신들 스스로를 연대하며 나아간다. 문학산씨는 "이들의 정치적 발언과 영화의 미학이 꼭 행복한 만남만은 아니지만, 이들이 지닌 한계 또한 또 다른 세대에 의해 행복하게 극복될 수 있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21세기 영화는 정치를 어떻게 연출할까? 선문답처럼 던져진 철학의 개념. 일상의 불편에 자연스럽게 비판하는 인간형의 창조. 카니발적인 즐거운 저항이다.

  • 영화·연극
  • 최기우
  • 2004.04.27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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