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폭우…농산물 수급 어려움 장기화 예상
최근 집중호우로 농산물값이 폭등한 가운데 농산물 수급 어려움과 가격 상승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연일 이어진 폭우로 복구가 지연되면서 하우스 시설 및 토지 관리, 품목을 다시 심을 시기를 놓쳤기 때문이다. 19일 찾은 도내 로컬푸드마트의 신선채소류 가판대는 텅 비어 있었다. 상추, 케일, 청경채, 치커리, 고추, 오이 등이 진열돼 있어야 할 곳엔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생산지 피해로 수급이 어려운 상황입니다’는 푯말이 붙어 있었다. 그나마 입고된 애호박, 양배추 등도 크기가 들쭉날쭉하고 곳곳에 흠집이 났거나, 계속된 비로 습기가 차 신선도가 좋지 않았다. 완주로컬푸드마트, 하나로마트 등 지역 농산물 유통업계에 따르면 도내 채소·과채류 물량이 부족해 가격이 껑충 뛰었다. 특히 이번 폭우로 시설하우스·노지 채소 주산지인 익산과 김제, 완주지역의 피해가 커 도내 농산물 수급이 더욱 어려워졌다. 도내 로컬푸드마트 관계자는 “노지상추나 시설하우스 과채류가 한창 나올 시기인데 며칠째 납품 중단됐다”며 “판매상품도 비오기 전보다 2~3배 올랐다”고 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적상추(4kg) 도매가격은 6만 580원이고, 청상추(4kg)는 6만 480원이었다. 각각 한 달 전 가격은 1만 8948원, 1만 8844원으로 대폭 올랐다. 지난해 같은 시기(적상추 4만 8729원·청상추 5만5176원)보다도 높다. 오이, 시금치, 양파, 배추 등 다른 과채류들도 같은 양상이다. 이같은 가격 폭등이 최소 8월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가정식탁에 비상이 걸렸다. 출하 예정이던 농산물이 연일 이어진 비로 뿌리가 썩는 등 상품성을 잃었고, 다시 작물을 심기에는 땅이 완전히 질퍽해져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 다시 비가 내린다면 시간이 더욱 지연되고, 이미 생육 적기를 놓친 작물들은 키워도 수확량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게 농가들의 설명이다. 완주 고산에서 상추 시설농가를 운영하는 A씨는 "12시간 넘게 침수돼 땅을 갈아엎을 예정"이라면서 "토양이 바싹 마르지 않으면 곰팡이가 펴 보름이상 완전 건조해야 하는데 현재 물빠짐도 쉽지 않고 언제 또 비가 올지 몰라 전전긍긍한 상황"이라고 했다. 로컬푸드마트 관계자는 “전북산 농산물만 취급하다 보니 이번 폭우로 시금치 등 일부 품목은 한동안 매장에 안나올 것 같고, 신선식품 전반의 판매여건이 좋지 않다. 소비량은 동일한데 지역 농산물 공급량이 줄고 가격이 오르면 결국 대형마트로 가거나, 여름 이후에도 소비 감소가 계속될까봐 우려스럽다"며, "복구시간과 장마가 길어질수록 지역 농가도, 지역민 가정도 부담이 커지는 만큼 조속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와 관련, 농림축산식품부는 "수급 불안정이 계속되면 정부 비축 물량을 방출하고, 가격이 급상승한 상추, 시금치 등은 20일부터 할인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