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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백제 왕도’ 전주 등 7개 시·군 후백제문화권 발굴 ‘시동’

900년부터 936년까지 37년간 후백제의 왕도(王都)였던 전주는 후삼국시대 격동의 중심지이자 찬란한 역사 문화가 펼쳐졌던 역사적 장소다. 전주시를 포함한 후백제문화권 7개 시군이 후삼국시대의 주역이었던 후백제의 역사문화를 규명하고 이를 관광자원화하기 위해 지방정부협의회를 꾸리기로 했다. 김승수 전주시장과 박성일 완주군수, 장영수 장수군수, 전춘성 진안군수, 강영석 상주시장, 김영길 문경부시장, 한성환 논산시 동고동락국장은 1일 전라감영 선화당에서 후백제문화권 지방정부협의회 구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전북의 전주완주장수진안과 경북 문경상주, 충남 논산에는 후백제를 건국한 견훤왕의 탄생과 성장, 후백제 건국, 견훤왕의 죽음 등 역사 기록이 있고, 후백제의 흥망성쇠와 관련된 문화유적이 산재해 있다. 하지만 그동안 후백제 역사문화와 위상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다. 이에 7개 시군은 이날 협약을 기점으로 후백제문화권의 지속가능한 방향을 설정하기로 힘을 모았다. 연말까지 후백제문화권 지방정부협의회를 꾸린 뒤 후백제 역사문화 발굴조사와 학술연구, 홍보활동 등에 협력하고, 후백제 권역을 중심으로 한 관광활성화 사업도 함께 발굴한다. 협의회는 오는 10일 시행되는 역사문화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에 후백제역사문화권을 추가로 설정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인다. 후백제 문화재의 국가지정문화재와 세계문화유산 지정에도 힘쓴다. 또 타 지자체의 참여 독려, 정책포럼, 정책토론회, 학술대회 등도 추진해 후삼국시대의 역사 조명을 확장한다. 앞서 시는 후백제 역사문화 복원을 위해 지난 2019년 문화유산전문가와 박물관장, 학예사, 관련 분야 교수 등으로 구성된 전문 학술연구단체후백제학회를 출범했다. 연말까지 서고산성 추정 서문지와 우아동사지, 무릉고분군 등에서 후백제 유적 정밀발굴조사도 한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후백제문화권 지방정부협의회의 출범으로 찬란했던 후백제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시키고 재조명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전북뿐만 아니라 충남과 경북 지역을 아우르는 후백제의 역사문화적 공간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높여 나갈 것이라고 했다.

  • 문화재·학술
  • 김보현
  • 2021.06.01 19:35

[전북문학관 지상강좌 - 한국문학의 메카, 전북] (47) ‘불광불급(不狂不及)’의 수필 쓰기로 행복한 삶 일군 김학 수필가

김학 수필가는 1943년 10월 5일, 전북 임실군 삼계면 삼계리 박사마을에서 아버지 김옥기와 어머니 이복남의 차남으로 태어났으나, 형의 유아 사망으로 일찌감치 집안의 장남이 되었다. 삼계초등학교, 오수중학교, 전주제일고등학교를 거처 전북대학교 사학과에서 공부하였다. ROTC 4기로 임관하여 전방에서 소대장으로 근무하였고, 제대 후에는 해성고등학교에서 잠시 교편을 잡기도 했다. 1969년 서해방송 공채에 수석으로 합격하여 프로듀서로 입사했다. 1980년 방송 통폐합으로 KBS로 옮겨 전주방송총국 편성부장을 역임했다. 선생의 본격적인 수필 쓰기는 서해방송 입사 후, 『밤의 여로』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부터다. 방송수필집 《밥의 여로》를 비롯하여 『호호 부인』, 『아름다운 도전』(2003), 『실수를 딛고 살아온 세월』(2006), 『하여가 & 단심가』(2015), 『쌈지에서 지갑까지』(2017), 『하루살이의 꿈』(2019), 『지구촌 여행기』(2019) 등 16권의 수필집을 냈다. 특히, 1980년 《월간문학》에 「전화번호」라는 수필로 등단한 후, 선생은 수필에 대한 애정과 필력을 왕성하게 보여주었다. KBS에서 정년퇴직한 후에는 전북대 평생교육원,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전주꽃밭정이노인복지관 등에서 수필 창작지도에 열정을 쏟았다. 많은 제자의 수필 첨삭지도와 각종 문예지의 수필 평(評)과 해설 등에 이르기까지 그의 삶은 온전히 수필 속에서 활짝 피어났다. 올해 1월, 김학 수필가의 부음은 큰 슬픔과 충격을 주었다. 망망대해에서 선장을 잃어버린 것처럼 동료와 제자들은 망연자실했다. 후학들은 그 슬픈 마음을 가다듬고 『전북수필』 92호(2021.4)와 『수필 세계』 (2021년 봄호)에 김학 선생 추모 특집을 마련하여 선생의 삶과 문학을 기렸다. 영호남수필문학협회 김정길 회장은 낙락장송에 살포시 내려앉은 고고한 학의 모습으로 맞아주시던 모습을 잊을 수 없으며 불광불급(不狂不及)의 자세로 정진하라는 말씀을 깊이 새기겠다고 했다. 전북문인협회 박귀덕 감사는 선생은 전북이 수필의 메카가 되도록 저변 확대에 이바지한 공이 크며, 문하생들에게 항상 칭찬과 격려로 자신감을 심어주었고, 자신만의 수필의 안경을 지닐 것을 강조하였다고 회고했다. 온글문학회 백봉기 회장은 직장의 선배이고, 문단의 선배이기도 했던 선생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것들을 수필의 소재로 삼아 누에가 명주실을 뽑아내듯 쉽고, 읽게 좋게 글을 쓰셨다라고 했다. 김학 선생은 곁눈질하지 않고 수필에만 전념하였다. 선생이 얼마나 수필에 애정을 가지고 생활했는가는 『수필아, 고맙다』라는 수필집에 잘 나와 있다. 수필은 다정한 나의 친구요, 정신적 동반자다. 수필이 있기에 나는 늘 행복하다. 수필은 나에게 많은 은혜를 베풀어주었다. 아둔한 내가 열한 권의 수필집을 낼 수 있었던 것도 수필이 베풀어준 시혜다. 또 수필집을 출간하다 보니 생각지도 않았던 여러 가지 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KBS에서 정년퇴직한 내가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과 전주안골노인복지관에서 후배들을 모아 유능한 수필가를 양성할 수 있게 된 것도 수필이 마련해준 혜택이다. 수필은 대가를 바라지도 않고 나에게 기쁜 일만 제공해주고 있다. -「수필아, 고맙다」의 일부 오경옥 시인은 선생의 수필 세계는 한 가정의 어른으로서의 자세, 사학자로서의 역사의식과 전통에 대한 온고지신, 방송인으로서의 다양한 매체를 통한 건강한 사회의 미담과 인간학, 여행에서 깨달은 높은 식견과 창의적인 발상과 비유로 승화된 작품이 주를 이루었다라고 정리했다. 윤재천 중앙대 명예교수는 현실에 충실한 김학의 수필 감상 소회를 떠돌며 추슬러 곧게 세우는 수도(修道)라고 밝힌 바 있다. 항상 성찰하고 더불어 사는 지혜를 일깨우면서 좋은 에너지를 쏟아놓은 선생의 수필을 그렇게 평가한 것이다. 선생이 갑작스럽게 영면(永眠)에 든 점은 문인들과 후배들에게 큰 아쉬움을 남겼지만, 선생의 주옥같은 글들은 그대로 남아 지혜와 영감, 성찰의 기쁨을 줄 것이다. 선생께서 자신과 후학들의 글을 소개했던 블로그 《김학-두루미 사랑방》은 지금도 선생을 뵙는 듯 온기가 있다. 특히, 「인생, 그 행복과 불행의 교차로」라는 수필은 긴 여운을 준다. 선생의 고희 때 자신에게 쓴 편지 형식의 수필인데, 삶의 전반을 회고하면서 치열하게 살아왔던 선생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등에 금불상을 지고 살아가는 존재들이지. 그러나 그 금불상을 언젠가는 내려놓아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사는 이들이 많아서 탈이긴 하지만 밀일세. 세상으로 눈을 돌려볼까? 면장, 군수, 도지사, 대통령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언젠가는 내려놓아야 할 금불상이야. 지위의 높고 낮은 것은 불상의 크고 작은 것과 비유할 수 있겠지. 그런데 그 금불상을 평생 자신의 등에 싣고 다닐 것으로 착각하는 이들이 많아 걱정일세. 그 불상을 언젠가 내려놓아야 할 짐이라고 생각하면 좋으련만. 부자에게는 돈이 금불상일 것이고, 문인에게는 문학이 금불상이 아닌가? -「인생, 그 행복과 불행의 교차로」의 일부 참고 : 안도(前 전북문인협회 회장)의 〈김학 수필가 자료〉 /송일섭 전북문학관 학예사

  • 문학·출판
  • 기고
  • 2021.06.01 18:50

[최완규 교수의 '마한이야기'] (상) 익산 황등제, 벽골제보다 600~700년 앞서 축조

물은 인간 생명을 유지하는 원천이기도 하지만, 고대 농경사회에서 현대 산업사회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생존을 위한 생산 활동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물질이다. 자연계에서 인간에게 주는 물은 때로는 넘쳐나 커다란 수해를 입히기도 하지만, 이를 잘 이용하면 이익을 가져오기 때문에, 중국 전설시대 왕조의 군왕들은 물 관리를 최우선 정책으로 삼았음은 잘 알려져 있다. 선사시대 이래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농경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물 관리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었을 것인데, 청동기시대의 원시 수리시설에서 역사시대의 발달된 관계수리시설들이 여러 형태로 발견되고 있다. 전라북도는 지형상으로 평야지대가 발달되어 있고, 강수량도 풍수하여 농경생활을 영위하기에 매우 적절한 지역이다. 따라서 타 지역에 비해 농경을 위한 수리시설유적들이 많은 편이며, 대표적으로 삼국시대에 축조된 김제 벽골제를 들 수 있다. 조선시대의 실학자 반계(磻溪) 유형원(柳馨遠)의 반계수록(磻溪隨錄)의 제언(堤堰)편에 보면 호남지역 3대 제언이라 함은 익산 황등제, 김제 벽골제, 고부 눌제를 일컫고, 이들 3대 제언을 호남과 호서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 가운데 황등제의 제방은 익산시 신용동 도치산에서 황등면의 황등산과 연결되며, 그 길이는 1.3km에 달한다. 현재는 23번 국도로 사용되고 있지만, 도로개량 이전의 원래의 도로구간이 일부분 남아 있어 이곳을 중심으로 최근 발굴조사가 이루어졌다. 발굴조사는 옛 도로 부지에 남아 있던 추정 황등제 제방 부지에 대한 시굴조사에서 확인된 유구를 중심으로 한 397㎡의 면적에 대해서 이루어졌다. 제방의 하단 기저부의 폭은 약 22m이며, 잔존높이는 4.9m로 확인되었다. 제방은 물이 침투하기 어려운 점토인 흙덩이를 교차 쌓기 하였다. 그리고 흙덩이 사이사이에 풀과 나뭇잎을 깔았는데 이러한 축조공법은 김제 벽골제 제방에서도 확인된다. 황등제의 초축 시기는 문헌상으로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조선 전기 기록에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조선시대 이전에 축조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최근 발굴조사를 통해 수습된 목재와 풀 등 자연유물에 대한 자연과학적 연대측정을 한 결과 기원전 4~3세기경으로 측정되었다. 지금까지 서기 330년에 초축으로 알려진 김제 벽골제가 한반도 최고의 수리 제방으로 알려져 왔었는데, 익산 황등제의 제방이 벽골제의 제방보다 무려 600~700여년이나 더 오래전에 축조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연대측정결과에 대한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국내외의 전문적인 기관 3곳에 의뢰한 결과, 위와 같은 동일한 연대가 추출되어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수리시설로서 익산 황등제를 상정할 수 있게 되었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1.06.01 18:42

전주대사습놀이 판소리명창부 장원에 양혜인 씨

제47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장원에 양혜인 씨(33, 여, 전남 구례)가 뽑혔다. 양 씨는 지난달 31일 국립무형유산원에서 열린 전국대회 본선무대(판소리 명창부)에서 춘향가 가운데 이별 후 임 그리는 대목을 열창해 심사위원과 청중평가단으로부터 97.7점을 받았다. 그는 대통령상과 상금 6000만원을 획득했다. 양 씨는 스승이신 이난초 선생님께 너무 감사드린다며 선생님이 계셨기 때문에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님과 오빠, 하나밖에 없는 삼촌께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특히 삼촌은 제가 소리를 할 수 있게 묵묵히 뒷바라지해주신 분이라고 덧붙였다. 양 씨는 앞으로 올곧은 소리꾼의 길을 남고 싶고 양혜인 하면 소리를 정말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다며 첫 상을 받은 뒤 다시 성장하는 시간이고 첫 걸음이기 때문이라고 남겼다. 이날 본선에서는 각 부문별 장원도 배출됐다. 가야금 병창은 지현아(35, 여), 기악 송누리영(25), 민요 이덕용(34, 여), 농악 세한대학교 전통연희학과(고은빛 외 51명), 무용 명인 부문 김호은(47, 여), 시조부 김화자(70, 여), 판소리 일반부 전민권(20), 무용일반부는 이우영(25) 등이 이름을 올렸다. 앞서 올해 치러진 예선에서는 판소리 명창부 16명, 농악부 3팀 136명, 무용 일반부 20명, 무용 명인부 19명, 민요 일반부 14명, 가야금병창 일반부 10명, 판소리 일반부 10명, 판소리 신인부 23명, 기악부 46명, 시조 일반부 32명, 고법 신인부 15명, 무용 신인부 13명, 민요 신인부 20명 등 모두 241팀 374명이 참가해 실력을 겨뤘다. 송재영 조직위원장은 코로나 정국에서 비대면, 무관중으로 치르다보니 어려움이 많았다면서도 출전자들에게 희망과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출전자 모두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실력이 출중했다며주변에 심사하시는 분들도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사습놀이 전국대회는 전주시와 (사)전주대사습놀이 보존회가 주최하고, 전주대사습놀이 조직위원회, (주)문화방송 전주 MBC가 주관한다.

  • 문화일반
  • 김세희
  • 2021.06.01 10:03

전주시, 동학농민혁명 기념 다채로운 행사 마련

동학농민혁명 당시 농민군 총본부인 대도소가 설치됐던 전라감영 등에서 동학농민군의 전주입성(5월 31일)과 전주화약(6월 11일)을 기념하는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전주시와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이사장 이종민)는 지난 31일부터 오는 11일까지를 2021 동학농민혁명 기념주간으로 정하고, 지난 31일 전라감영 선화당에서 동학농민군 전주입성 127주년 기념식과 문화공연을 개최했다. 이날 열린 기념식과 문화공연에서는 진창윤이기홍 화가의 동학 초상화 퍼포먼스와 폐정개혁안 낭독, 선반사물놀이, 노래(곡 강, 영웅) 등으로 진행됐으며,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됐다. 기념주간 행사로는 △동학농민혁명 전주지역 유적지 탐방 △동학농민혁명 127주년 기념 전시회 △동학농민혁명 시민체험전 등이 마련됐다. 전주지역 유적지 탐방의 경우 오는 5일 오전 11시 유튜브를 통해 20분 분량의 영상으로 공개된다. 2명의 작가들은 들꽃의 향기 따라, 역사의 숨결 따라를 주제로 완산칠봉 전주입성기념비에서 출발해 전주동학농민혁명 녹두관과 초록바위, 전라감영, 풍남문, 경기전 등의 코스를 탐방하며 전주지역 농민군들의 발자취를 따라가게 된다. 또한 오는 5일부터 11일까지 전주한옥마을 내 동학혁명기념관에서는 동학농민혁명 127주년 기념 전시회와 시민체험전이 운영된다. 기념관 마당에서 열리는 전시회에서는 동학농민혁명의 전개과정과 역사적 의의를 담은 다양한 자료들과 사진, 학생들의 회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기념관 내부에서는 5일과 6일 이틀간 동학농민혁명 판화체험전이 진행되며, 추모행사 관련 영상물도 상영된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동학농민혁명은 프랑스, 독일, 남미, 러시아에 뒤지지 않는 세계사적인 혁명이고 동아시아 근대민주주의를 일으킨 위대한 혁명이었다면서 전주가 동학을 세계화하고 예술로 승화해 그 정신과 가치를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강정원
  • 2021.05.31 19:10

상상은 현실이 된다…전북일보가 그린 ‘전북의 미래’

이정문 화백의 만화 서기 2000년대 생활의 이모저모를 기억하시나요? 이 화백이 1965년에 35년 후 미래를 상상하며 그린 만화에는 태양열을 이용한 주택, 전기로 달리는 자동차, 영상통화 기능이 있는 휴대전화, 인간 대신 청소하는 로봇, 집에서 치료받고 공부하는 원격 진료학습 등 지금은 대부분 현실이 된 모습들이 담겨 있습니다. 인터넷도 없던 시절, 이 그림은 황당무계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상상은 현실이 됐습니다. 상상에 불과했던 것들이 현실이 되기까지는 끊임없는 도전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창간 71주년을 맞은 전북일보가 전북의 미래 모습이 담긴 그림을 싣습니다. 정윤성 화백이 만화로 표현한 전북의 미래 모습입니다. 만화 속 기회의 땅 새만금에는 국내외 기업들의 투자가 봇물 터지고, 젊은 세대는 보육교육 걱정 없이 아이를 낳아 키우고, 노년에도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립니다.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뜁니다. 대형 사회간접자본(SOC)의 부재와 전국 최저치인 각종 경제 지표, 젊은 세대의 지역 이탈.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낙후와 소외만을 이야기해왔습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우리 모두에겐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힘이 있다고 믿습니다. 신문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자 시대를 이끄는 길잡이입니다. 이제는 그림 속 상상이 현실이 되도록 전북일보가 앞장서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겠습니다.

  • 문화일반
  • 문민주
  • 2021.05.31 19:03

[로컬크리에이터를 찾아서] 정읍 김보정 도자기 김보정 대표, "'참여하는 예술활동' 콘텐츠 실현이 목표"

김보정 정읍 김보정 도자기 대표 정읍시 옹동면의 한 마을, 그 곳에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김보정 도자기(토얼 art)의 대표 김보정 작가가 지은 공방이다. 전통과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진 이 공방에는 도자기 굽는 가마, 수장고, 전시관, 다도실 등이 있다. 김 작가는 이 공간에서 주로 도예 작업을 한다. 그는 20년 이상 도예를 한 베테랑 작가로, 기능올림픽에서 수상할 만큼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작업하는 탁자 주변과 전시실에는 그가 만든 도자기가 즐비하게 놓여있다. 찻잔, 접시, 그릇, 장식품 등 다양하다. 김 작가는 작업이 일상이라며 이 공간에서의 일상을 유튜브에 담기도 한다고 말했다. 작업 과정을 담은 영상은 유튜브 검색창에 김보정 도자기를 입력하면 찾을 수 있다. 흙 밟기, 도자기 때기, 조형물 쌓기, 가마 불 지피기 등 체험활동도 이뤄진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사람이 찾는다고 한다. 특히 아이들이 많다. 김 대표는 공방 체험에만 국한하지 않는다며 주일에 바쁜 일상을 보낸 사람이 주말에 편하게 쉬러 오는 공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방 옆에 있는 한옥집을 가리켰다. 76년이나 된 한옥집이다. 김 대표는 서로 소통하면 어우러질 수 있다는 뜻을 담아 내부를 현대식으로 개조했다며 마을 분이나 다른 지역에 사시는 분들이 오셔서 숙박을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 공간에서 토얼 art를 설립할 파트너를 만나기도 했다. 이처럼 김 대표는 정읍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본래 고향이 전북은 아니다. 서울 토박이다. 결혼 후, 외가가 있는 경북 경산에 터를 잡고 도자기 공방을 운영하다가 4년 전 이곳에 왔다. 정착도 수월했다. 당초 농촌생활에 대해 동경하고 있어서다. 이장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과도 수월하게 친분을 맺었고, 지난해는 마을 어귀에 예술인촌을 만들기 위한 부지도 확보했다. 김 대표는 어린 시절 외할머니댁의 풍경과 같은 느낌이라며 어려서부터 이런 곳에서 도자기를 만들고 그림도 그리면서 내 인생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창업도 성공적이었다. 정착한 지 4년 동안 구절초 축제 참여, 청자 박물관 강의 등록, 게스트 하우스 운영, 꾸준한 수강문의, 도자기 제작 의뢰가 끊임없이 지속됐다. 현재는 주변 밭에 옥수수 등 곡물을 심는 등 농촌체험 활동의 장으로도 확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서울에 있었으면 부지가 좁아 다양한 콘텐츠를 활성화하기보다 개인 작업공간으로만 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 비전도 갖고 있다. 지역단위로 도자기를 비롯한 인근 지역의 문화체험, 숙박. 시골 맛집 들을 연계할 수 있는참여하는 예술활동콘텐츠를 실현하는 게 목표다. 일본 등 많은 국가를 상대로 해외 판로를 개척하고 싶은 꿈도 있다. 지역 로컬크리에터를 꿈꾸는 청년들을 향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김 대표는 지역에 오기 전, 정확하게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갖고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김세희
  • 2021.05.31 16:36

[로컬크리에이터를 찾아서] 로꼬로꼬 이누리 대표 “풍부한 지역의 자원, 활용이 관건”

이누리 고창이엠푸드 실장이 수확한 땅콩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지역의 장점이요? 지역엔 자원이 많아요. (밖을 가리키며) 저 풀도 다 파는 거라고 생각해요. 누가 파느냐에 따라 다른 거겠죠. 쑥이 땅콩밭에 나면 잡초지만, 쑥을 캐는 사람에겐 판매 상품인 것처럼요. 결국 자원을 어떻게 가공하느냐 판매하느냐의 차이인 것 같아요. 청년농부 이누리(30) 고창이엠푸드 실장은 최근 자신만의 사업을 일궈나가기 시작했다. 로컬에 미치다라는 뜻의 로꼬로꼬를 창업한 것. 고창이엠푸드는 그의 아버지 이경수(63) 씨가 세운 영농조합법인이다. 친환경 EM(유용 미생물) 농법으로 땅콩을 재배한다. 현재 농가 62개가 참여하고 있다. 이누리 씨가 대표로 있는 로꼬로꼬의 아이템은 냉동 판매하는 삶은 풋땅콩이다. 알이 굵은 신팔광 등 3~4가지 땅콩 품종을 이용한다. 삶아 먹는 땅콩이 조금 생소할 수 있지만, 사실 전국에서 재배하는 국산 땅콩 60%가 풋땅콩으로 소비된다고 한다. 30%는 볶음땅콩, 10%는 가공용으로 소비된다. 이 대표가 고향인 고창으로 돌아온 건 2016년. 그는 아버지의 권유로 한국농수산대에 진학할 때만 해도 자신이 고향에서 직접 농사를 지을 줄은 몰랐다고 했다. 농사에 농자도 몰랐어요. 대학에서 선배들에게 삽질을 비롯한 각종 농기구 다루는 법부터 배웠어요. 대학을 졸업한 뒤엔 농촌진흥청에서 토양식물체분석 연구원으로 4년간 근무했다. 그는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그동안 쌓은 경험을 현장에 접목하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을 때 농사, 농부의 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아버지를 도와 다양한 품종을 연구재배하고, 고창 토성에 맞게 두둑 재배법을 도입하는 등 국산 땅콩의 경쟁력 향상을 도모해왔다. 이제는 농사를 매개로 지역의 가치를 알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는 지금은 소비자에게 농산물의 가치를 알리는 방법, 어르신들의 일자리 창출 등과 같은 지역 활성화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한다고 했다. 대부분 마을 어르신들은 소농이기 때문에, 작은 평수에서 고수익을 창출하는 방안을 계속 강구하고 있어요. 풋땅콩을 판매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죠. 가능하다면 일자리 문제는 마을 안에서 풀고 싶습니다. 이것이 자주 언급되는 지방 소멸을 막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에게 도시 생활에 대한 갈증은 없는지 물었다. 전주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고 수원에서 첫 직장을 다니면서 어느 정도 도시 생활을 해봤기 때문에 별다른 로망이 있진 않아요. 김포에서 수원까지 왕복 5시간 출퇴근을 경험해봤으니까요. 도시 생활과 시골 생활 모두 근본적으로는 다른 점이 없다고 생각해요. 그는 해가 뜨면 밭에서 일하고, 해가 지면 공장에서 일한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 <리틀 포레스트> 속 삶을 꿈꾸지만, 현실은 실전이다. 그럼에도 지역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 젊은 사람들이 농촌으로 많이 왔으면 해요. 농업과 연계된 사업이나 직업이 생각보다 많거든요. 시골 생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준비만 잘한다면, 기회는 정말 많기 때문에 도전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문화일반
  • 문민주
  • 2021.05.31 16:36

신달자 작가, 전주서 ‘삶이 문학을 부른다’ 북콘서트

저는 살면서 남자에게 무릎을 꿇어본 적이 없습니다만, 문학에 대해서는 수없이 무릎을 꿇고 저를 낮춰왔습니다. 문학이야말로 한 인간이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고, 많은 사람을 정화시키고 스스로를 공손하게 만들어 주는 예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한국 여성 시를 대표하는 시인이자 수필가인 신달자(78) 작가가 지난 29일 오후 2시 전주라마다호텔 피렌체 홀에서 열린 북콘서트 삶이 문학을 부른다에서 이같이 말했다. 아트네트웍스㈜(대표 심가영, 심가희) 초청으로 방역수칙 준수 속 열린 이날 콘서트에서 신 작가는 문학에 대한 열정을 쏟아냈다. 모티브 앙상블 사전공연으로 시작된 이날 강연에는 나종우 전북문화원연합회 회장과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 소재호 전북예총 회장, 김영 전북문인협회 회장, 조미애 표현문학회 회장 등 도내 각계의 문화 예술인들이 참석해 신 작가의 문학이야기를 경청했다. 그는 삶이 힘들어 목이 조여 올 때 비명 지르면서도 피신하는 곳이 있다는 것, 그게 문학이라고 말했다. 각자의 삶 속의 냉혹한 현실에 대해 무언가 표현할 수 있다는 것. 내 마음을 쏟아낼 수 있는 창구가 문학이라는 것. 결국 문학은 보이지 않는 내면의 마음이다고 강조했다. 신 작가는 영화 기생충으로 미국 최대의 영화상인 아카데미, 일명 오스카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이 시상식에서 언급한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말을 언급하며 한 사람이 지닌 삶을 문학에 녹여내면 가장 대표적인 것이 된다고 했다. 각자가 인생을 고스란히 담으면 각기 다른 문학이, 각기 다른 목소리가, 각기 다른 향기가 되고 각기 다른 감동이 만들어진다는 것. 경남 거창 출신으로 시뿐만 아니라 수필, 소설까지 넘나들며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신 작가는 부산에서 고교 시절을 보내고 숙명여대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2012년 은관문화훈장을 비롯해 대한민국문학상한국시인협회상 등 각종 문학상을 받았으며, 명지전문대, 숙명여대 교수를 거쳐 한국시인협회장을 지냈다. 가장으로서 세 딸을 키워내야 했던 삶의 고통 속에서 끌어낸 시들로 많은 이에게 위로를 줬던 그는 지난해 만해대상(문예 부문)을 받았다. 신 작가를 초청행사를 준비한 아트네트웍스 심가영, 심가희 공동대표는 40년 간 엑스포 등을 통해 전 세계를 돌며 공연을 하면서 얻은 경험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고향인 전북의 문화발전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가교역할을 하고 싶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특강과 문화예술에 대한 사랑으로 전북 문화예술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백세종
  • 2021.05.30 18:54

6월의 시작, 신록같이 푸른 전북 서양화가들의 화폭

전북지역 서양화가들이 개인전을 잇따라 열고 자신만의 미감을 화폭에 가득 풀어낸다. 회문산 자락에서 작업하는 이일청(71) 작가의 최근작들은 코발트 블루, 프러시안 블루 등 다채로운 블루가 캔버스 위에서 변주한다. 그는 작업실에서 바라본 밤하늘의 달빛과 별빛을 모티브로 내면의 깊이와 넓이를 표현했다. 자연에서 접하는 파랑과 나의 심상에 내재하는 파랑은 항상 고요하고 적막하다. 생의 후반기, 나의 파랑은 자기성찰의 상징을 내포한다. 그는 여러 가지 파란색 물감을 혼합해 원하는 색채를 만들어낸다. 캔버스에 큰 붓을 이용해 코발트 블루를 채색한 뒤, 바르고 또 바른다. 그리고 내면의 충일감을 느낄 때까지 이러한 작업을 계속한다. 이번 개인전의 주제는 Blue&Blue로 정했다. 인간을 포함한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우주의 섭리에 따라 움직인다는 뜻을 담았다. 작가는 우주의 질서와 조화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작품은 하늘의 푸르름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을 취한다. 특유의 터치와 색감 그리고 자유로운 표현으로 우주의 감성을 표출한다. 상징적인 이미지들은 들, 바람, 산, 새, 꽃들이다. 작가는 전주에서 태어나 원광대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조형미술학과에서 문학박사를 취득했다. 현재 서해대 명예교수, 전라미술상 운영위원장, 예사랑 문화연구소 대표를 맡고 있다. 이일청 작가의 개인전은 6월 1일부터 두 달간 전주 기린미술관에서 이어진다. 같은 기간 완주 유휴열미술관에서는 류재현 작가의 개인전이 열린다. 앞서 이 작가가 파란색으로 자신의 심연을 표현한다면, 류 작가는 초록색으로 자신의 심혼을 관조한다. 숲과 길에 천착해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강에 주목했다. 정확히는 강 건너 그 너머의 풍경이다. 그는 그곳은 실재하지만 내가 있는 이곳과는 다른 장소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이다. 현대사회의 피로한 우리 모두가 안식할 수 있는 장소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전통적 붓질로 사실적 풍경을 그린다. 바람결에 떨리는 녹색, 연두색 풀들의 작은 일렁임까지 감지하기 위해 작고 부드러운 모필로 그어대고 또 그어댄다. 가느다란 선이 무수한 반복으로 중첩되는 과정에서 화면에 칠해두었던 검은색 바탕이 미세한 틈으로 보이게 된다. 작가는 그 틈 사이로 내밀한 호흡이 느껴지도록 화면을 조율해나간다. 나의 그림 속에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의식과 시각이 깊게 드리워져 있으며, 인간에 의해서 훼손되고 변질된 자연의 원상회복과 황폐하고 마멸된 인간 심성의 근원 회복이 동시에 맞물려 있기도 하다. 전주 출신 류재현 작가는 전북대 사범대학 미술교육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27년 간 미술 교사로 근무했다. 2013년부터 전업 작가로 활동하며 서울과 전주, 프랑스 파리 등지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 전시·공연
  • 문민주
  • 2021.05.30 18:02

[서유진 기자의 예술 관람기] 시대의 얼굴, 셰익스피어에서 에드 시런까지

독일의 문호 괴테는 파우스트에서 실로 매 시대를 반영하고 있는 저자(著者)들 자신의 정신이다. 이 세계! 인간의 마음과 정신!이라고 시대정신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그럼 얼굴이란 무엇일까. 얼의 골짜기 또는 굴로서 한 인간의 정신과 넋, 혼이 담긴 오묘한 대상이다. 오백 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각 분야에서 인류사에 길이 남을 인물들을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시대의 얼굴, 셰익스피어에서 에드 시런까지(Icons and Identities)란 제목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초상화 전문 미술관인 영국 국립초상화미술관의 전시품 78점이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특별전이다. 전시는 영국이 낳은 한 시대가 아닌 만세를 위한 희곡작가 셰익스피어를 제일 앞에 내세웠다. 그는 뛰어난 시적 상상력과 넓고 깊은 인간성에 대한 통찰력, 놀라운 언어구사력과 다양한 무대를 형상하는 능력 등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극작가다. 영국의 걸출한 군주, 엘리자베스 1세를 빼놓고 인물을 논할 수는 없다. 부왕 헨리 8세의 잦은 재혼으로 불안정한 위치에 처한 엘리자베스 1세는 이 세상에서 아무도 믿지 못해 평생 가족을 만들지 않고 고독한 삶을 살다 갔다. 하지만 그녀는 열강의 위협과 종교적 갈등을 극복, 16세기 초 당시 유럽의 후진국이었던 잉글랜드를 세계 최대 제국으로 만드는 토대를 마련했다. 그녀의 초상화는 섬세하지만 무표정한 얼굴보다는 의복과 보석이 잘 보여주고 있다. 의복의 색깔을 검은색과 흰색을 채택, 불변과 순수라는 이미지가 처녀 여왕과 잘 맞고, 불사조 모양의 보석을 착용하여 권력과 권위를 돋보이게 했다. 많은 인물의 초상과 사진 중에서도 근현대에 들어서면 입체파의 영향을 받은 초상화가 눈길을 끈다. 바로 20세기 가장 위대한 시인 중 한 명인 T.S 엘리엇의 초상화다. 4월은 잔인한 달로 시작하는 시 황무지는 현대문학의 시금석이 된다. 그를 그린 화가 패트릭 헤런은 위대한 작가의 회색 눈을 바라보며 우주에서 가장 인지력이 뛰어난 눈을 들여다보고 있음을 알았다고 회상한 바 있다. 흑백사진으로 된 초상의 인물들도 눈에 띈다. 인종차별을 종식 시킨 남아프리카 대통령 넬슨 만델라, 60년대를 풍미했던 록 밴드 비틀즈, 명화 로마의 휴일로 일약 전 세계적인 스타가 된 젊은 오드리 헵번의 사진 등이 있다. 귀족보다 더 귀족적인 오드리 헵번의 모습이 그립다. 초상화를 본다는 것은 그림 속 인물을 바라보고 만나는 시각적이고 심리적인 경험을 동시에 하는 일이어서 흥미진진했다. 사람을 만나면 얼굴과 눈을 깊이 들여다보는 습관이 최근에는 사라졌다. 매력적인 사람이 사라진 세상이 된 것일까. 아니면 매력을 느끼는 감각이 무뎌진 걸까.

  • 전시·공연
  • 서유진
  • 2021.05.30 18:02

전주미래유산 ‘비사벌초사’ 명칭 찬반 논란 이유는

비사벌초사 신석정 고택 /사진제공=전주시 일제와 독재에 항거하던 전북의 시인, 신석정 선생(1907~1974)이 살았던 자택 비사벌초사를 두고 명칭논란이 한창이다. 역사사료에 비사벌이 전주의 옛 이름처럼 등장하지만, 당시 완산주(전주 옛 이름)와 비사벌의 지리적 위치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역사학계에서도 그 시기의 비사벌은 경남 창녕지역으로 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전북 내 일부 식자층은 비사벌 명칭을 바꾸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전주가 오래도록 지켜야 할 미래유산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발단 <삼국사기> 문제의 원인은 <삼국사기>에서 비롯됐다. <삼국사기> 제4권 신라본기 진흥왕조 기사에 따르면, 신라는 진흥왕 16년(555년) 비사벌(比斯伐)에 완산주(完山州)를 설치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이와 함께 같은 책 제36권 지리지에는 전주는 본래 백제의 완산이었다. 진흥왕 16년에 주를 삼았다고 나와 있다. 이를 근거로 비사벌은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옛 전주를 가리키는 명칭으로 사용됐다. 특히 전북 문학인들의 작품, 전주찬가, 전북대 교지 등에도 상징적으로 쓰였다. 앞서 신석정 선생도 1950년대 비사벌을 전주의 옛 지명으로 여기고, 볏짚으로 지붕을 만든 집을 뜻하는 초사와 결합해 비사벌초사라 이름을 붙였다. △역사적 사실과 배치 가능성 제기 그러나 1990년대부터 당시 신라와 백제 사이 획정된 영역을 보면 기록이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진흥왕 16년 인 555년, 전주는 백제의 영토에 속해 있었다는 것이다. 고인이 된 이병도 전 성균관대 교수는 자신이 삼국사기를 번역하고 주석을 단 책 <삼국사기 역주 하>(1996)에 당시 백제의 심장이었던 땅을 취해 주(州)를 삼은 것은 어림없는 오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문헌 기록을 수용해 전주와 창녕의 옛 지명이 똑같이 비사벌이라는 점에서 서술에 착오가 있었다고 부연했다. 정구복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를 비롯한 5명의 역사학자가 펴낸 <개정증보 역주 삼국사기 3>(2012)에서는 완산주를 경남 창녕에 설치한 비사벌주로 해석하고 있다. 이강래 전남대 사학과 교수는 자신이 쓴 <삼국사기 인식론>(2011) 비사벌(창녕)에 있었던 가야 사람들을 백제의 완산(전주)으로 강제 이주시키면서, 그곳(전주)을 비사벌로 부르는 전통이 생겼다. 이런 전통이 삼국사기 신라본기를 잘못 기술하게 했다고 분석했다. 전덕재 단국대 사학과 교수는 창녕에 있는 신라 진흥왕 척경비와 <삼국사기>를 비교 분석한 뒤, 김부식이 비석을 인용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오류로 파악했다. △전주시 명칭 유지 입장 앞서 지난 2018년 비사벌 초사를 미래유산으로 지정한 전주시는 명칭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신석정 선생님께서 작고하실 때까지 거주를 하셨고, 비사벌이라는 이름도 직접 지으셨다며 후대에서 바꾸긴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헌사료에 나온 기록보다 신석정 선생님께서 실제로 사셨던 고택이었다는 사실을 중심으로 역사문화적인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문화일반
  • 김세희
  • 2021.05.30 17:55

자연 예술 혼연일체된 풍류무대 ‘유월애(愛) 풍류’

싱그럽고 푸르른 6월, 자연과 예술이 혼연일체가 된 풍류 무대가 펼쳐진다. 전북도립국악원은 2021 목요상설 국악도담 여섯 번째 무대로 유월애(愛) 풍류를 선보인다고 30일 밝혔다. 창극단, 관현악단, 무용단이 함께 하는 이 공연은 오는 6월 3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에서 열린다. 공연 프로그램은 국악실내악, 판소리, 가야금병창, 춤사위, 사물놀이로 구성됐다. 무대에 오를 작품은 모두 6개다. 첫 번째 무대는 국악실내악 불노하(不老河)를 들려준다. 고(故) 장준하 선생이 일본군영을 탈출한 뒤, 불노하(강)에서 애국가를 불렀다는 에피소드를 담은 작품이다. 김대성 작곡가가 지난 2004년 중국여행을 한 뒤 썼다. 두 번째 무대는 국악실내악 삼득의 노래를 들려준다. 19세기 순조 때 조선 8명창 중 한 명이었던 권삼득(본명 권정인)을 주제로 한 곡이다. 양반가에서 태어나 한 사람의 예인으로 거듭나기까지 순탄치 않았을 그의 인생역정을 볼 수 있다. 세 번째 무대는 판소리 심청가 중 집이라고 대목을 선보인다. 심봉사가 곽씨부인의 상을 치르고 집으로 돌아와 우는 심청을 안고 자탄하는 대목을 애절하게 들려준다. 네 번째 무대는 가야금병창 꽃이 피었네를 들려준다. 개화한 봄의 풍경을 아름답게 표현한 경쾌한 노래다. 다섯 번째 무대는 흥춤을 올린다. 타악기인 꽹과리(진쇠)를 기반으로 창작한 춤으로 전통의 멋과 꽹과리의 역동적인 가락이 조화를 이루는 무대이다. 무관복 차림에 쇠를 들고 굿거리, 엇모리, 자진모리, 휘모리로 다양한 장단 변화에 맞춰 멋스러운 춤과 가락으로 신명을 자아낸다. 여섯 번째 무대는 앉은반 사물놀이로 대미를 장식한다. 앉은반 사물놀이는 풍물놀이를 실내 연주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웃다리, 영남, 호남의 3대 가락을 모아서 하나의 악곡으로 편성해 변화무쌍한 리듬으로 흥겨운 분위기를 일으킨다. 사회는 관현악단 고은현 단원이 맡는다. 공연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객석 거리두기로 진행한다. 관람은 사전 예약자만 가능하다. 예매는 공연 일주일 전부터 국악원 홈페이지를 통해 할 수 있다. 공연장을 찾지 못하는 도민을 위해 공연 영상도 실시간 중계하며, 차후 공연 편집영상도 홈페이지와 유튜브에 다시 올린다.

  • 전시·공연
  • 김세희
  • 2021.05.30 17:55

재즈계 탑클래스 뮤지션들 전주에 온다

위쪽부터 재즈 피아니스트 조윤성, 베이시스트 황호규, 드러머 신동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지친 시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재즈계의 저명한 뮤지션들이 전주를 찾는다. 사단법인 더문화(이사장 이윤정)는 문화백신 Jazz In Symphony를 오는 5일 오후 5시 전주시 효자동 문화공간 이룸에서 개최한다고 27일 밝혔다. 더문화와 이룸에서 공동 주관하는 이번 콘서트는 재즈피아니스트 조윤성, 베이시스트 황호규, 드러머 신동진으로 구성된 트리오가 출연한다. 조윤성은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마르시알 솔랄 재즈 콩쿠르에 입상한 세계적인 재즈 피아니스트이다. 더문화는 지난해 10월 이룸에서 열린 재즈 토크 콘서트에서 공연한 바 있어 8개월 만에 다시 초청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재즈연주 그룹 황호규 퀄텟의 리더인 황호규는 천재적인 작사작곡 실력으로 재즈계의 주목을 받은 베이시스트다. 조수미와 김동률, 이소라, 윤종신, 루시드 폴 등 대중 가요앨범 작업에도 많이 참여했다. 신동진은 EBS Space 공감, 유희열의 스케치북 등 많은 방송에 참여한 한국 재즈계의 톱클래스 드러머다. 이들 트리오는 피아노, 베이스, 드럼 세 악기의 조합으로 편곡한 곡으로 특색있는 음악 연주를 들려줄 예정이다. 무대에 오르는 곡은 모자르트베토벤말러의 심포니, 바흐의 시실리안느, 시벨리우스의 발스 트리스테, 와그너의 트리스탄 이졸데6곡이다. 이번 기획 콘서트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을 고려해 사전 신청 예약제로 운영된다. 콘서트 예약은 지난 9일부터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선착순 66명만 공연자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자세한 문의 및 신청은 문화공간 이룸(063-223-5323)으로 하면 된다. 사단법인 더문화 이윤정 이사장은 전주 시민과 문화 소외계층을 치유할 수 있는 음악을 선사하겠다며 코로나19로 더욱 힘들어진 이들에게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를 불어넣고자 하는 목적이라고 밝혔다. 사단법인 더문화는 지난해 8월 지역민이 다양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됐다.

  • 전시·공연
  • 김세희
  • 2021.05.27 18:00

조선말~근대 전북 서화계 거장 작품 공개

국립전주박물관(관장 홍진근)에 조선 말부터 근대기까지 전북에서 활동하던 서화계 거장의 작품이 전시된다. 국립전주박물관은 지난 13일부터 상설전시관 역사실의 서화 문화재를 석정 이정직(1841~1910), 석지 채용신(1850~1941), 추당 박호병(1878~1942), 우당 조중태(1902~1975), 송석 이형록(1808~?)의 작품으로 교체했다. 조선 말 전북 대표학자이자 서화가인 이정직은 칸트와 베이컨 철학을 조선에 처음으로 소개한 철학자이기도 하다. 김제에 거주하며 후학을 향성했으며, 전북 예술을 한 층 높이 끌어올린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번 전시에 공개되는 <행서 8폭 병풍>은 이아(爾雅), 석명(釋名), 예기(禮記)와 같은 고서에서 언급된 효에 관한 내용을 모아둔 작품으로 1892년 9월에 제작됐다. 채용신은 조선 말부터 일제 강점기까지 활동하던 화가다. 그는 1906년 관직을 마친 후 전주로 낙향해 여러 인물의 초상을 그렸다. 1910년을 전후해서는 우국지사와 의병활동을 했던 인물들의 초상을 남겼다. 전시에서 선보이는 <안재호 초상>은 1912년 아들 안요묵에 의해 주문 제작된 작품이다. 안재호(1821~1873)는 전북 정읍 태인출신 유학자이다. 박호병은 부안 출신 화가다. 그는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사군자로 연속 4회 입선하면서 서화가로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이하응에게 가르침을 받았으며 안중식조석진 등의 중앙 화단의 서화가들과 교류하며 작품 활동을 했다. 이번에 공개되는 작품은 <산수도 10폭 병풍>이다. 박호병과 사제지간인 조중태도 부안에서 태어난 화가이다. 그는 한국전쟁 발발 이후 전주로 내려온 묵로 이용우(1902~1953)와 교류하며 그림을 배우기도 했다. 한국의 전통화풍과 일본 화풍에 모두 능숙했고, 전북에서 교육 활동에 전념하며 후학을 양성했다. 이번 전시에 공개되는 작품은 <화조도 8폭 병풍>이다. 이형록은 고창군 무장 출신이며, 조선후기 화원화가로 활동했다. 1864년 이응록으로 개명했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은 <책가도 병풍>인데, 인장에는 개명한이응록인(李膺祿印)으로 써 있다. 홍진근 국립전주박물관장은 이번 교체 전시가 조선 말부터 근대기까지 전북 예술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 전시·공연
  • 김세희
  • 2021.05.27 18:00

[김용호 전북도립국악원 교육학예실장 전통문화바라보기] 순수예술의 가치와 절실함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은 순수예술을 보고 들으며 삶의 여유로움과 아름다움을 찾는다. 또한 가까운 곳에 두고 향유하고 싶어하며 자신의 힘들고 찌든 삶에 활력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어떤때에는 고통을 덜어내는 촉매로, 어떤때에는 생명을 살리는 소중한 도구로 우리 삶을 지켜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세상 사람들은 이러한 삶의 치유제이며 활력소인 순수예술를 반기며 업으로 즉 삶의 직업으로 만들려 하지 않는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순수예술 전문가 교육을 하는 과정의 학생 정원은 나날이 줄고 있으며 졸업자 또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물론 코로나19의 팬데믹 시대에 순수예술만이 그렇겠냐마는 더욱 억울한 사정은 팬데믹 시대 이전부터 순수예술를 위한 배움터와 졸업자의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세간의 뉴스엔 항상 순수예술 관련 소식이 보도된다. 재벌가의 누구가 귀한 미술품 수백, 수천점을 내놓았네. 누구누구가 세계 유명 콩쿠르에서 입상했네. 한국의 전통예술이 다른 나라에서 이슈가 됐네. 자랑스럽고 귀한 소식들로 가득 차 있지만 정작 그들을 위한 교육과 정책은 바르게 가고 있는 것일까? 필자는 대학 시절, 부모님의 반대와 지인들의 만류에도 다니던 사범대를 자퇴하고 국악으로 인생 행로를 바꾼 과거가 있다. 그렇게 순수예술에 대한 많은 조언와 편견에도 묵묵히 그 길을 선택한 이유는 단 한가지. 나에게 다가온 전통예술의 절실함 때문이었다. 그 절실함은 무엇이었을까? 절실함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JTBC 손석희 사장의 일화다. 손석희는 나이 마흔을 훨씬 넘겨 남의 나라에서 학교를 다니겠다고 결정했고 마흔셋의 나이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남들처럼 어느 재단으로부터 연수비를 받고 가는 것도 아니었고 직장생활을 하며 마련해 둔 돈으로 떠나는 막무가내식 자비 연수였다. 미네소타 대학의 퀴퀴하고 어두컴컴한 연구실 구석에서 낮엔 식은 도시락으로 저녁에는 햄버거로 생활을 유지했다. 그는 유학시절 첫 학기 첫 시험 때 시간이 모자라 답안을 완성하지 못하고 연구실 구석으로 돌아와 억울함에 흘렸던 눈물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그 시간이 절실했으며 삶을 지탱하는 유일한 가치였다고 믿었다. 그렇게 절실함은 오늘의 손석희를 만들었고 대중의 중심에 서있다. 물론 그 분의 졸업장 한장을 말하고자 함은 아니다. 자신과의 싸움. 즉 스스로 결정한 삶의 절실함은 운명도 바꾼다는 이치를 알리고 싶어서다. 이 세상엔 절실함보다 더한 희망은 없다. 절실하다고 후회할 필요도 없다. 순수예술을 공부하거나 업으로 삶을 지내고 있는 모든 이여! 지금은 힘들고 어렵지만, 우리에겐 스스로의 절실함이 있다. 그것은 백만금을 갖은 재벌가도, 세상의 모든 권력을 가진 자도 부럽지 않은 우리만의 존재가치이기 때문이다. 모두 힘을 내자. 이 세상은 우리의 가치에 의해 밝고 맑게 변화된다는 것을 잊지 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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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1.05.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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