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1-05 03:41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코로나19, 수해…‘전북보도사진전’으로 돌아본 2020년

한국사진기자협회 전북지회 소속 사진기자들의 2020년 한 해 활약상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북보도사진이 온라인으로 열리고 있다. 전북일보, 전북도민일보, 전라일보, 전민일보, 뉴시스, 뉴스1 소속 사진기자들로 구성된 전북사진기자협회의 2020 전북 보도사진전은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전북사진기자협회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한국사진기자협회, 전북도, 전주시 홈페이지와 연계해 볼 수 있다. 중국 강소성기자협회 사진기자들의 작품도 함께한다. 이번 사진전은 지난해 코로나19, 수해 현장 등 총 8개 분야 3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과 인적이 사라진 거리 그리고 제방 붕괴로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긴 남원의 수해 현장 등을 담은 사진들은 힘들었던 지난 한 해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밖에 전북의 아름다운 풍광과 도민들의 일상을 기록한 사진들도 소개한다. 2020 전북기자상 사진 부문 수상작인 뉴시스 김얼 기자의 남원사매터널 사고 현장 사진과 기획 부문 수상작인 전라일보 장태엽 기자의 외국인근로자결혼이민자 포토스토리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전북사진기자협회 장태엽 회장은 코로나19라는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와 함께 다사다난한 뉴스가 펼쳐진 역사의 현장을 묵묵히 지킨 전북 사진기자들의 노고에 감사를 전하고 이번 전시가 도민과 함께 호흡하고 공감하며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사진기자로서 도민과 함께 역사를 기록하고 증언하는 무거운 책임, 사명감을 명심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전시·공연
  • 문민주
  • 2021.05.16 18:02

전북민속예술축제 대상에 김만경외애밋들노래, 강호항공고 농악부

한국예총 전북연합회가 주최한 2021 전북민속예술축제에서 김만경외애밋들노래와 강호항공고 농악부가 대상을 받았다. 두 팀은 오는 10월 7일 충남 공주에서 열리는 제62회 한국민속예술제와 제29회 전국청소년민속예술제에 전북 대표로 출전한다. 지난 15일 열린 전북민속예술축제는 코로나19로 심사위원들이 현장을 방문해 심사하고, 순위 없이 대표팀만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일반부에서는 전주 한우리농악단과 김제 김만경외애밋들노래, 모악예술농악단, 고창 태봉농악단, 순창 쌍치흙사랑풍물패가 열전을 펼쳤다. 청소년부에서는 고창 강호항공고 농악부가 참여했다. 심사 결과 일반부에서는 김만경외애밋들노래, 청소년부에서는 강호항공고 농악부가 전북 대표팀으로 선정됐다. 심사는 송화섭 중앙대 교수와 유지화(우도농악 무형문화재), 류명철(좌도농악 무형문화재), 소덕임(전북국악협회장), 황미연(전북문화재위원) 씨가 맡았다. 송화섭 심사위원장은 대회의 취지는 사라져 가는 우리의 민속예술을 발굴해 재현하고 이를 후손에 계승하는데 있다며 코로나19의 어려움을 딛고 주민들이 공동체를 이뤄 한마음으로 참가한 팀들이 많아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대상을 받은 김만경외애밋들노래는 원형이 잘 보존된 작품으로 지역성과 작품성이 뛰어났다고 평가했다. 소재호 전북예총 회장은 도내에는 소중히 보존하고 반드시 계승발전시켜야 할 민속이 많은데, 아쉽게도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거나 겨우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서 보존하고 계승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 문화일반
  • 문민주
  • 2021.05.16 18:02

송재영 “‘광대정신 복원해야”…장문희 “판소리는 나의 숙명”

조선 8대 명창인 이날치의 후손 이일주 명창(85여)의 뒤를 이을 후계자가 2명이 나왔다.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송재영(61) 이사장과 전북도립국악원 창극단 장문희(45여) 수석단원이 그 주인공이다. 앞서 이들은 지난 7일 이옥희(이일주씨 본명) 바디 판소리 심청가 전북도 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인정됐다. 지난 15일 두 명창에게 한 문파에서 복수의 후계자가 나온 데 따른 소감, 무형문화재 보유자로서 나아갈 길에 대해 들어봤다. △송재영 명창 송재영 명창 송 명창은 문화재 복수지정을 두고 이일주 선생님 제자 두 명이 문화재로 지정돼서 영광이다고 밝혔다. 이어 둘 다 자격요건을 충족해서 나온 결과라면서 문화재 지정 규정에 의거해서 심사한 결과를 두고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무형문화재 보유자로서 갖는 사명감도 언급했다. 송 명창은 동초제 소리꾼에 남자가 적은 편이라 동초선생(김연수 명창)께서 돌아가시면서 남성을 후계자로 키우라 했다고 한다며 전북도 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선정된 후 책임감과 사명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후학들에게 판소리를 계승시킬 방향도 주장했다. 핵심은 광대정신의 복원이다. 송 명창은 시대가 변했기 때문에 판소리 틀만 갖고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긴 어려워졌다며 감상용 소리꾼, 고급 소리꾼을 탈피해 광대로서 관중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관객과 많이 소통하고 울고 웃고 할 수 있는 마당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무대, 방송과 달리 정제되지 않은 현장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런 현장에서 관객과 혼연일체가 돼야 한다며 관객이 광대가 되고, 광대가 관객이 되는 게 판소리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국악인들이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음악을 내놓거나 트로트 가수로 전향하는 추세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송 명창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었지만 계속 지켜보니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순기능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특히 트로트의 경우 판소리를 하던 사람들이 많아 오히려 홍보효과가 있다며 이 때문에 대중가요로 전향하는 사람이나 판소리를 고수하는 사람 모두 인정해줄 수 있는 논리가 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 명창은 제29회 전주대사습놀이전국대회 명창부 장원으로 대통령상을 받았으며, 전북도립국악원 창극단 단장을 역임했다. 현재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이사장이다. △장문희 명창 장문희 명창 장 명창은 문화재 복수지정을 두고 이례적인 게 사실이라면서 한 문파에서 같은 해 복수의 인물이 문화재로 지정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 스승님이자 이모님이신 이일주 선생께서 제자들을 잘 길러놓으셔서 나온 결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판소리에 대해 가지는 애정과 남다른 의미도 강조했다. 자신에게 판소리는 숙명이라는 것이다. 장 명창은 아예 어렸을 대부터 판소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다른 길도 없었고 제게 주어진 가문의 계보를 이어야 하는 숙명같은 것이 존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판소리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전혀 의문을 갖고 있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판소리에 대해 자부심이 강한 장 명창이지만, 최근 국악인들이 대중음악분야로 진출하는 행보에 대해서는 후한 평가를 내놨다. 그는 판소리를 전공했던 친구들이 대중들과 소통하기 위해 현대적으로 변형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며 대중과 제대로 소통한다면 전통문화가 발전할 수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전통 판소리의 정신을 고수하면서 대중에게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자신은 변함없이 전통 판소리의 계승을 위해 힘쓰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장 명창은 문화재가 됐다고 해도 기존 모습에서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며 스승님께 배운 판소리의 기본과 깊이를 철저히 지키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요즘 판소리가 어렵다보니 잘 하려고 하질 않는다며 이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하는 동기부여가 있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소리에 감동을 담는 일이 바로 그것이라며 후학들이 저와 같은 자긍심을 갖고 소리를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장 명창은 제30회 전주대사습놀이전국대회 명창부 장원으로 대통령상을 받았으며, MBC 창사특집 명창대첩 왕중왕, M.net The-Master 음악의 공존 그랜드마스터에서 2회 우승을 차지했다. 현재 전북도립국악원 창극단 수석 단원이다.

  • 문화재·학술
  • 김세희
  • 2021.05.16 18:00

전주시, 후백제 유적 정밀발굴조사 나선다

전주시가 올 연말까지 총사업비 2억 원을 들여 서고산성 추정 서문지와 우아동사지, 무릉고분군 등에서 후백제 유적 정밀발굴조사를 추진한다. 13일 시에 따르면 발굴 조사 대상은 △무릉고분군(3220㎡) 지표물리탐사 △우아동사지(1743㎡) 시굴조사 △서고산성 추정서문지(145㎡) 등이다. 시는 아중저수지 인근 산 정상부에 인위적으로 조성된 무릉고분군의 경우 정연하게 배열된 숯 조각이 확인됐다는 주민들의 제보가 나온 만큼 후백제 분묘와 관련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정밀조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무릉고분군의 분묘 형태와 내부시설의 형태를 가늠하기 위해 지표물리탐사를 진행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추가 시발굴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또 무릉마을 남쪽 암석골 인근에 위치한 우아동사지는 우물지와 석축의 흔적과 함께 다량의 기와편이 확인된 곳이다. 시는 오래 전부터 절이 있었다는 제보에 따라 시굴조사를 통해 건물지를 확인한 뒤 추후 발굴조사를 할 계획이다. 지난 2019년 시굴조사와 지난해 남서성벽 조사를 통해 동고산성과 유사한 형태의 성곽이 확인된 서고산성 추정 서문지에 대해서도 발굴조사를 해 축조기법 및 성곽유적의 증개축 과정을 밝힐 예정이다. 조문성 전주시 전통문화유산과장은 이번 조사를 통해 후백제의 왕도로서 전주의 1000년 전 찬란한 모습을 구체적으로 재조명할 수 있을 것이라며 후백제를 중심으로 천년왕도 전주시의 역사문화 콘텐츠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문화재·학술
  • 강정원
  • 2021.05.13 20:29

전국대사습대회 전국대회 개최

국악 분야 최고 등용문인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가 2주동안 펼쳐진다. 전주시와 전주대사습놀이조직위원회는 오는 15일부터 31일까지 국립무형유산원, 전주대사습청, 전주덕진예술회관 등에서 제47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와 제39회 전주대사습놀이 학생전국대회 본선경연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올해 전주대사습놀이는 무용 일반, 판소리 명창, 민요 신인, 무용 신인, 기악, 판소리 신인, 고법 신인, 판소리 일반, 무용 명인, 가야금 병창, 민요, 시조, 농악 등 13개 분야로 나눠서 치러진다. 대회 예선경연은 코로나 19확산방지를 차원에서 장소를 분산해서 치러진다. 학생 전국대회 예선은 15일부터 29일까지, 전국대회 예선은 15일부터 30일까지 전주대사습청,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 국립무형유산원 야외극장, 전주덕진예술회관 등에서 열린다. 본선의 경우, 학생전국대회는 30일 국립무형유산원 대공연장에서 하룻 동안 치러진다. 전국대회는 26일 국립무형유산원 대공연장, 28일 전주대사습청, 31일 국립무형유산원 대공연장에서 열린다. 조직위원회 등은 대한민국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판소리 명창부의 장원에게 대통령상과 함께 상금 6000만원을 수여할 예정이다. 특히 경연심사 과정에서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에 심혈을 기울일 방침이다.

  • 문화일반
  • 김세희
  • 2021.05.13 18:56

남원 금지면서 220여 년 전 ‘마을 규약’인 향악안 보관

남원시 금지면 입암리에서 조선 정조 시대에 쓰인 220여년 전 향약안을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향약안은 당시 마을의 자치규약을 담고 있는 문서로 마을 헌법이라 일컬어진다. 이 때문에 조선후기 마을 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문헌사료로 평가받는다. 현재 마을에서 보관하고 있는 향약안의 역사적 가치와 문화재 지정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향약안의 존재가 밝혀진 시기는 지난 4월이다. 마을회장인 배용춘 씨는 1980년대 중반 마을의 한 집안 벽장 안에서 발견됐다며 일제시기, 한국전쟁시기를 겪으면서도 마을 어른들이 소중하게 보관하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사유재산이 아니어서 마을 회관에서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을에서 보관 중인 향약안은 기지입암향약안(機池笠巖鄕約案), 기지방입암촌향약안(機池坊笠巖村鄕約案) 등 6권이다. 작성일자는 1795년(정조 19년)이며, 작성자는 뒷부분에 김흥백, 박동신으로 적혀있다. 내용은 예, 효 등 인간이 지켜야 할 덕목과 불효, 절도, 소란을 일으킨 자에 대한 처벌조항이 담겨 있다. 마을 사람들은 이 향약안을 전북도 문화재로 지정받도록 하기 위해, 남원향토박물관에 연구검증을 의뢰한 상태다. 향약안을 살펴보고 있는 이경석 학예연구사는 사료적 가치와 보존가치가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 학예사는 18세기 후기 서구가 격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선의 지역사회는 어떤 생활방식을 고수했는지 알려주는 자료라고 했다. 이어 마을의 농업경제상황도 알 수 있는데 수확량이 상당히 많은 부촌임을 추론할 수 있다며 전북 내 다른 지역에서 찾아보기 힘든 자료라 보존가치도 있고 연구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고 관련 전공 교수등과 함께 면밀히 검증해야한다고 말했다. 강용구 전북도의원(남원시 제2선거구, 민주당)은 도 문화재 지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강 의원은 향약안에 대한 정확한 연구검증이 선행돼야 하겠지만 추후 가치있다고 평가를 받을 경우 문화재 지정을 적극 고려해 봐야 한다며가치있는 유물이 문화재 지정이 안 된 상태로 민간에서 보관하면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세희 기자

  • 문화재·학술
  • 김세희
  • 2021.05.13 18:56

[김용호 전북도립국악원 학예실장의 전통문화 바라보기] 대사산이 그리고 꿀빵

대사산이 정영만 망망한 남해 바다 위. 휘날리는 신장대를 품고 저 멀리 파도를 가르며 지나는 웅비의 어선 행렬. 뿌려지는 어망. 날아드는 기러기 떼. 그곳은 천혜 한려수도이자 남해의 진주. 한국의 나폴리라 불리는 통영이다. 통영시의 옛 명칭은 충무였다. 오랜 시간 충무라 부르며 다니던 필자로서는 맛도 이름도 변하지 않는 통영의 향토 음식 충무 김밥처럼 왠지 충무라는 옛 명칭이 더 정겹고 맛있는 사심(私心)이 있다. 충무공 이순신의 시호를 도시 이름으로 썼던 통영은 다도해를 중심으로 임진왜란 때 충청, 전라, 경상 삼도 수군을 통할하던 통제영이 상주한 지리적 요충지였다. 통영은 임진왜란 당시 이러한 지리적 요건과 기묘한 전술을 이용한 한산대첩으로 왜군을 크게 물리쳐 우리 선조들의 꿋꿋한 용맹과 패기를 널리 알리는 고장이었다. 또한 한국 저명한 예인들의 고향으로 윤이상, 박경리, 유치환, 김춘수 등을 낳았으니 통영이야말로 예향의 보배스런 땅이라 아니할 수 없다. 남해안 별신굿은 경상남도 거제도와 이곳 통영 일대 어촌 마을에서 행해지는 제의이다. 1987년 7월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82-4호로 지정되어 11대 세습무 정영만 대사산이(굿판의 유지와 장식 및 굿 음식 장만 등을 책임지며, 승방<굿을 주재하는 무당>을 가르치는 사람)에 의해 전승되고 있다. 남해안 별신굿은 여느 별신굿처럼 마을의 평안과 풍농풍어를 기원하며 축원한다. 이러한 해원(解寃)에 화룡점정을 찍듯 무가와 무악은 굿판의 중요한 요소이자 빠질 수 없는 점정이다. 남해안 별신굿의 무가와 무악은 지리적으로 근접해 있는 동해안 별신굿, 전라도의 씻김굿과 같은 듯하면서도 다른 특이한 선율의 맥락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산을 오르며 흥얼거리는 듯한 동해안 별신굿의 메나리 토리도 아니요, 슬프고 애절한 전라도 씻김굿의 육자배기 토리만도 아니다. 경상도의 메나리는 울진, 포항, 부산, 거제 등 경상도 전역을 토대로 통영에 왔으며 전라도의 육자배기는 전주, 남원, 진도, 해남, 순천, 여수 등 전라도 전역을 거쳐 통영에 도달했다. 이렇듯 영호남 접경지인 통영에서 행해지는 남해안 별신굿은 지리적 특성으로 말미암아 두 지역의 굿 음악 토리가 혼합되면서 독특하고 창의적인 선율을 형성하게 된다. 이렇듯 통영의 별신굿 속에는 다른 지역의 굿과 비교해 특별함이 많다. 특별함 중에 또 하나의 귀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먹을거리다. 여느 지역의 굿처럼 화려하고 풍성한 상차림은 물론이고, 굿 연희 중 필자와 같은 산이(남해안 별신굿의 악사를 칭하는 말)들이 먹었던 주전부리는 통영 꿀빵이었다. 이 꿀빵은 굿의 진행 과정 중 쉬는 틈을 타서 별신굿의 산이들이 먹었던 통영의 향토 음식으로 개인적으로 빵을 좋아하던 필자에게는 굿과 주전부리였던 꿀빵이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었다. 오늘날 통영의 꿀빵은 충무 김밥과 더불어 통영을 대표하는 향토 음식이 되었다. 지금도 유명한 통영의 중앙시장과 통영 지역 여러 곳에서 꿀빵이 다양한 종류로 판매되고 있는데, 필자가 별신굿을 배우러 왔던 1990년대에는 그 종류와 판매하는 곳이 많지 않았다. 통영의 꿀빵. 잔잔한 달콤함을 입에 물고 아쟁 활대를 그을 때에는 이미 소리 속엔 희락(喜樂)이 있었다. 이렇듯 꿀빵은 남해안 별신굿과 함께 달콤함과 즐거움으로 그렇게 필자에게 다가왔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1.05.13 18:52

전북의 새로운 보물, 고창 봉덕리 금동신발 테마전

최근 보물(제2124호)로 지정된 고창 봉덕리 금동신발을 기념하는 테마전이 열린다. 국립전주박물관은 5월 15일부터 8월 29일까지 특별전 전북의 새로운 보물, 고창 봉덕리 유적 출토 금동장식신발을 개최한다. 나주 정촌고분 금동신발과 함께 삼국시대 고분 출토 금동신발로는 처음으로 보물로 지정된 것을 기념하는 전시다. 고창 봉덕리 고분 유적은 삼국시대 무덤으로 지난 1998년 지방도로 확장 공사를 하던 중 발견됐다. 이 가운데 4호 구덩식 돌방무덤에서 이번에 보물로 지정된 금동신발을 비롯해 중국제 청자, 작은 단지로 장식한 구멍 항아리, 청동잔과 잔받침, 금귀걸이 등이 도굴되지 않은 채 고스란히 출토됐다. 금동신발은 삼국시대 장례 풍습을 보여주는 껴묻거리 중 하나이다. 또 당시 금속공예 기술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세밀하고 정교하게 제작됐다. 고창 봉덕리 금동신발은 옆면을 거북이 등껍질 문양으로 나누고 그 안에 용과 새, 사람 얼굴 모양을 새겼다. 바닥면에는 용을 정교하게 투조해 당시 백제의 뛰어난 금속공예 수준을 보여준다. 한편 에다후나야마 고분이나 카모이나리야마 고분 등 6세기 일본 고분에서도 비슷한 금동신발이 출토돼 당시 정치적으로 밀접했던 백제와 일본의 관계를 알 수 있다. 홍진근 국립전주박물관장은 이번 기회에 박물관을 방문해 새로운 전북의 보물 탄생을 같이 축하해 주시길 바란다며 고대 사람들의 수준 높은 공예기법과 미의식을 느껴보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 전시·공연
  • 문민주
  • 2021.05.13 18:24

김윤식 화백 두번째 개인전…‘지필묵의 맛’

그림은 제가 사는 핑계입니다. 남은 시간이 짧건 길건 숨 쉬는 동안에는 수묵의 향을 마실 겁니다. 두 번째 개인전을 앞둔 김윤식(75) 화백은 50세 무렵 취미로 그리기 시작한 수묵화에 취했다고 했다. 정확히 말하면, 수묵화의 소재인 소나무에 취했다. 그는 산천초목이 어우러진 소나무 숲을 거닐면 심신이 편안해지고, 노송을 보고 있노라면 스스로 숙연해진다. 무엇에 취했는지 화선지에 점도 찍어보지도 못한 채 돌아오는 날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봐 온 이광영 전북일보 전 전북일보 상무이사는 김 화백은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것을 극복하려 화판 앞에 밤잠도 잊은 채 작품에 몰두해왔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몇 번이고 현장을 다시 찾아 스케치하는, 한마디로 발로 뛰고 그리는 화가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작품 구상을 위해 전국 산하를 누빈다. 소나무를 찾아 산을 오르고 강을 건넌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수묵화에서도 실제 답사한 산천을 그리는 실경산수에 속한다. 그림을 보면 골짜기의 봄 소리가 들리고, 더위를 떨치는 물보라가 피는 듯하다. 작가의 깊은 내공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2015년 첫 개인전 이후 작업한 작품 30여 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길이 6m40㎝ 작품 아름다운 강산도 처음 공개한다. 그는 한국미술협회 회원으로 전북미술대전, 전국온고을미술대전, 단원미술대전, 동학미술대전 초대작가를 지냈다. 현재 우석대 평생교육원에서 수묵화를 가르치고 있다. 전시는 오는 18일부터 23일까지 교동미술관에서 열린다.

  • 전시·공연
  • 문민주
  • 2021.05.13 18:24

[신간] 언어의 기원은 어디서부터였을까

언어란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생겼을까. 그것은 진화의 산물일까, 아니면 신의 선물일까? 목회자인 김준수 작가가 신간 <에덴의 언어>(북센)를 출간했다. 하늘의 언어, 땅의 언어란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언어의 기원을 탐색한다. 작가는 신과 인간, 종교와 과학, 역사와 문화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던진 뒤, 이에 답변하면서 언어의 속성을 드러낸다. 에덴의 언어가 지금도 존재할까?, 혹시 히브리어에 그 자취가 묻어있는 건 아닐까라며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문제도 건드린다. 작가는 이 책을 읽은 독자들 사이에 견해가 충돌할 수도 있다고 귀띔한다. 책에 인문학과 신학적 요소가 섞여 있어 종교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이해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작가는 이에 대해 건강하고 균형 잡힌 세계관은 과학과 종교가 충돌하지 않고 상호 양보와 타협으로 절묘하게 통합하는 지점이라며 과학의 언어와 종교의 언어는 서로 배타하고 경원하는 관계가 아니라 우아하고 절제하는 오케스트라처럼 서로 협력하고 조화하는 관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준수 작가는 지난 1998년 동아일보사에서 발행한 내 삶을 다시 바꾼 1%의 지혜로 세상에 알려졌다. 이 책은 비소설 부문에서 수개월 동안 1위를 달렸고, 그해 문학 부문에서 베스트셀러 15위 안에 들어갔다. 저서로는 <모세오경: 구약신학의 저수지>. <바른말의 품격> 상하권, <말의 축복>, <그래도 감사합니다>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05.12 18:15

[신간] 전봉준 장군의 숨겨진 가족사

사료는 역사 연구의 기본 자료지만 모든 것을 알려주지 않는다. 송정수 전북대 명예교수가 지난 7일 출간한 <전봉준 장군과 그의 가족 이야기>(혜안)에 나온 표현이다. 증손자의 증언으로 새롭게 밝혀지는이란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인간 전봉준을 집중 조명한다. 부제처럼 송 교수는 증손자 전장수(1958년생) 씨의 증언을 중심으로 사료가 전하지 않은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장군의 선대가문, 전봉준의 소년기 일화, 아내와 자식 이야기, 혈손들의 행적, 여동생의 이름 등이다. 특히 전봉준 장군의 가족사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던 여동생의 이름이 전고개(1861~1951)로 증언된 사실은 눈길을 끈다. 전고개는 동학농민운동의 시작을 알리는 사발통문에 서명한 20명 중 한 사람인 정읍 지역 두령 손여옥의 부인 이름이다. 전장수 씨가 전봉준 장군의 생가로 알려진 고창 당촌을 방문한 사실도 흥미롭다. 동학농민혁명 100주년인 1994년을 전후해서 생가를 두고 학자들 사이에 논쟁을 거쳐 확인됐는데, 이를 다시 재확인시켜줬기 때문이다. 당촌 마을의 진입로가 현재와 달리 남쪽에 있었고, 소나무 숲을 지나 들어갔으며, 집 모양은 일자집이라는 증언 역시 자세하다. 전장수 씨의 조부와 부친이 달성 서 씨에 대해 반감이 강했다는 사실도 관심을 모은다. 전봉준에게 사형판결을 한 재판장이 법무대신 서광범이어서다. 재판장 한 사람이 동학농민군 지도자의 생사여탈을 결정하진 못하지만, 후손 집안에서는 불구대천의 원수처럼 여겨졌다는 이야기이다. 이로 인해 부친 전익선 씨는 부인인 서 씨와 이혼까지 했다. 송 교수는 책에서 그간 조명받지 못했던 전봉준 장군의 자녀와 후손의 고충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한다. 전장수 씨가 지난 2005년 유족 등록이 반려된 일을 조명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전 씨는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후 경남도청에 유족 등록을 신청했으나, 자격이 되지 않는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송 교수는 책 출간을 계기로 조속한 시일 내에 유족으로 등록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송 교수는 책에 전장수 씨의 증언만 채록해서 소개하진 않았다. 전봉준 장군과 그 가족에 관한 각종 문헌자료를 망라해서 검토하고 실증연구를 수행했다. 책 뒤에는 많은 주석을 붙여 논지 전개의 근거를 밝히며 전문 연구의 형태를 취했다. 저자인 송 교수는 연세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사학과에서 문학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북대학교 사범대학 역사교육과 교수를 지냈고, 현재는 전북대학교 명예교수다. 저서로는 <베일에서 벗어나는 전봉준 장군>, <중국근세향촌사회사연구>, <중국 정사 외국전이 그리는 세계들>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05.12 18:14

[신간] 고재흠 수필집 ‘청림인생’…구순에 피워낸 창작 열정

구순의 나이에도 지치지 않는 창작 열정을 보여주는 고재흠 수필가가 다섯 번째 수필집 <청림인생>을 발간했다. 이번 수필집은 △청림인생 △숲의 서정 △두 얼굴의 바다 △술이 보낸 계고장 △반계 선생의 실학과 생애 △희비가 엇갈린 대나무 등 총 6부로 구성돼 있다. 이 책에서 그는 평범한 일상에서 얻은 순간의 진실한 모습, 대자연을 관찰한 실상을 느낌대로 표현해 보여준다. 고 수필가는 젊은 시절에 밥보다 술과 담배를 즐기고, 등산과 장기, 바둑, 당구, 여행 등 다양한 취미 생활을 영위했지만, 지금은 글쓰기를 유일한 취미로 삼고 있다. 젊은 날 누렸던 것들을 조금씩 놓아가는 나이 듦의 과정인 셈이다. 그럼에도 그는 계획한 일들을 마무리하기 위해 날마다 바쁜 삶을 살고 있다. 그는 고향 마을에서 배출된 과거급제자에 관한 효죽문집, 노봉문집, 죽와문집을 비롯해 자신의 회고록 등을 발간할 계획이다. 고 수필가는 세월이 갈수록 수필 쓰기가 어렵게 느껴진다면서도 그래도 수필을 쓸 때가 가장 행복하다. 수필 쓰기를 통해 작가 정신을 발휘하고 싶다고 말했다. 부안 출생인 그는 2000년 월간 문학공간 수필 부문으로 등단했다. 한국신문학인협회 전북지회장, 행촌수필문학회 회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 <초록빛 추억>, <대자연의 합주>, <한민족의 문화>, <달력 속 숨은 이야기>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1.05.12 18:12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경종호 시인 - 박성우 ‘마음 곁에 두는 마음’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우리는 수많은 시적인 것들을 만나곤 한다. 그 순간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과 그것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시로 빚어내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우리는 후자를 시인이라고 한다. 그래도 난 시적인 것들을 찾아내는 눈 맑은 사람이면 모두 시인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시를 쓰는 사람도, 시적인 것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도 참 좋아한다. 오늘은 시인이고, 시적인 것을 항상 곁에 두는 시인의 책 한 권을 소개하고자 한다. 박성우 시인의 산문집 마음 곁에 두는 마음]이다. 희노애락. 우리는 어떤 것들을 더 많이 기억할까? 기쁨, 화, 슬픔, 아니면 즐거움. 모두 기억하고 살 수는 없겠지. 그래도 기억이라는 것은 사람의 일인지라 잊혀질 것은 적당히 잊혀질 것이고, 남는 것은 또한 남을 것이다. 그들의 인생에서 꽤 중요했던 어떤 순간들이. 권영상 시인의 누가 지우개를 주면서 라는 동시가 생각난다. 지우고 싶은 날이 있으면 지우라는. 그리고 시의 마지막에서 주인공 아이는 선뜻 지워버려도 좋은 날은 내게는 없었습니다 하고 말한다. 박성우 시인의 마음 같다. 이 책에는 80편의 이야기가 있다. 작가는 80여 개의 기억들을 꺼낸다. 오후 3시에 찾아오는 고양이, 녹색 어머니회 아침 봉사, 상추를 문 앞에 놓고 가신 할머니, 모교의 학교에서 청소부 일을 하신 어머니, 봉제공장에서의 20대, 밥 한 끼 같이 먹은 사람의 이야기까지 소주 한 잔 기울이며 얘기하듯, 나른한 오후 커피숍에 앉아 식은 커피를 홀짝거리며 중얼거리듯 풀어낸다. 몇 년째 나는 1년에 한 번씩 어느 단체에서 주관하는 삶을 가꾸는 글쓰기라는 주제로 처음 글쓰기를 접하는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있다. 이분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대단하고, 중요한 것만이 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1년 동안 나는 그것이 아닌 지금 살아가는 이야기가 더 재밌다, 다른 사람에게 없는 내 사소한 이야기가 최고의 글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곤 한다. 이 책을 만난다는 것은 이에 대한 좋은 경험이 될 것이고, 또한 읽는 것을 즐기는 누구나에게도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1.05.12 18:12

[신간] 남원문화원 ‘남원의 산하’

남원의 265개 산과 38개 하천의 지명과 역사를 담은남원의 산하가 발간됐다. 남원문화원(원장 김주완)은 지난해 남원의 산과 하천을 조사해 그 결과물로 1500페이지 분량의 남원의 산하를 상하권 2권 1책으로 발간했다. 남원의 산하는 여암 신경준 선생의 산경표를 기본으로 남원지역 16개 읍면동의 이름 붙여진 산을 지난 1년간 답사하며 산 이름과 이칭을 조사하고 일제가 왜곡시킨 명칭에 대한 고유지명을 찾는 운동의 일환으로 발간 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에 남원 16개 읍면별과 동지역으로 분류하고 체계는 대분류 백두대간, 중분류 정맥, 소분류 지맥, 기타분류 분맥 순으로 정리했다. 특히 남원의 산하 조사단(단장 김정길)은 조사과정에서 요천의 발원지인 무룡샘을 발굴 정리하고 백두대간에서 남원구간의 시작점인 삼계봉 발견, 마한이 진한과 변한의 난리를 피해 달궁으로 숨어들어 72년 간 다스렸다는 새로운 왕궁 터로 추정되는 궁터를 발견했는데 이는 이번 조사단의 가장 큰 성과라 하겠다. 이번 발간된 남원의 산하는 산 이름, 높이, 위치, 산세와 산의 개요, 산경과 수경, 지리적 위치, 인문지리와 주변문화, 문화유적을 소개하고 있으며 산행 시 코스와 교통안내 등의 정보를 상세하게 제공하고 있는 남원의 인문지리 총서라 할 수 있다. 김주완 남원문화원장은 이번 책자는 짧은 조사 기간임에도 현장 답사를 통해 방대한 자료를 모은 결과물이다며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남원의 산과 하천뿐만 아니라 마을의 역사와 문화자원을 함께 살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남원문화원은 남원의 산하 지리연구가이며 숲 해설가인 김정길 씨를 단장으로 조사단을 구성해 각 읍면동 지역을 조사하며 91명의 자문을 구하는 등 폭 넓은 조사 활동을 가졌으며 발간된 책자는 기관단체를 비롯 학교, 향우회, 도서관, 문화원 등에 보급한다.

  • 문학·출판
  • 신기철
  • 2021.05.12 17:50

[전북문학관 지상강좌 - 한국문학의 메카, 전북] (46) 근원적 고통을 문학으로 풀어낸 시인 이목윤

이목윤 시인은 1936년 완주군 소양면에서 태어났다. 전주공업고등학교 토목과를 졸업하였으며 스무 살 때 갑종간부 133기(1956년) 공병 소위로 임관하였다. 1960년 한미연합 기동 훈련 중 부대원의 실수로 지휘자인 이목윤 중위는 포탄을 뒤집어쓰는 상황이 되었다. 포탄이 폭발하면서 오른손을 잃었고, 얼굴에 큰 화상(火傷)을 입었다. 1963년 육군 대위로 퇴역하면서 국가유공자가 되어 귀가했다. 그리움 대신 두려움 앞서 갈아타는 역사(驛舍)마다 멈칫멈칫 발걸음을 늦추며 쉬어 가네. 포화에 이지러진 이 몰골 발길 돌려도 어디 숨길 땅 없어 밤을 기다려야 돌아가는 길 사립문을 펼치니 우리집 누렁이는 짖어대고 동생마저 날 몰라보고 놀라 달아나네 나여... 입안 가득 돌던 침을 삼키고 장승처럼 서 있는 날 바라보던 어머니는 통곡으로 얼싸안네 -「귀가」 전문- 집으로 돌아오는 시인의 마음은 매우 불안하고 복잡했다. 그 두려움은 기차마저 멈칫멈칫 발걸음을 늦추며 쉬어 간다고 표현하였다. 하근찬의 『수난이대』에서 아들이 전쟁터에서 돌아온다는 소식에 역(驛)으로 마중을 나갔다가 목발에 의지한 아들 진수를 보고 에라 이놈아!하고 울먹이던 만도의 모습이 연상되는 시다. 그러나 시인은 슬픔에 빠지거나 절망하지 않았다. 학창시절 틈틈이 책을 읽으며 글을 썼던 일을 떠올렸다. 바로 그 이듬해 전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하였다. 1964년에는 〈문예가족동우회〉를 결성하면서 문학에 빠져들었다. 1967년에는 『문예가족』이라는 문학 잡지를 발간하였으며 중간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오늘에까지 이르게 하였다. 유인실은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영혼의 반짇고리』의 시평에서 시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지닌 평생의 고통 콤플렉스를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비롯되어야 한다고 했다. 군대에서 겪었던 참혹함은 그에게 실존의 위기를 안겨주었다. 시인은 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몸부림을 하였으며 존재의 구원을 향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해야 했다. 그래서 시인의 시에는 유독 절대, 무한, 영혼이라는 시어가 자주 보이는데, 그것은 시인이 평생을 통하여 그토록 갈망했던 새로운 세계라고 하였다. 한때라도 꽃처럼 피어서 눈물 글썽이는 영혼에게 핏물 뚝뚝 지는 감동을 베푼 적이 있는가 한 번이라도 새처럼 노래를 불러 땅끝으로부터 끓어오르는 회한을 쏟아 밤이 무너지는 울음 울게 한 적 있는가 과연 시인답게 살았는가 체면 털고 인정 털고 몇 사람이나 그렇게 대답할까 해 저무는 산모롱이에서 손가락을 깨물어 본다. -「나에게 묻는다」 의 전문- 그래서 시인은 늘 자신에게 다그쳤다. 비록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왔지만 눈물 글썽이는 영혼에게 핏물 뚝뚝 지는 감동을 베푼 적이 있는가라고 묻는다. 아울러 한 번이라도 새처럼 회한을 쏟아 울어 본 적 있느냐고 묻는다. 시인의 삶은 자기 존재의 토대를 인정하면서 지향해야 할 세상을 한순간도 잊지 않았다. 그는 구도자의 자세를 견지하면서 문학을 반려로 삼아 시를 썼으며, 그동안 첫시집 『바람의 이랑을 넘어』(1992)를 비롯한 『별 밭이랑에 묻고』(1996), 일역(日譯) 시집 『귀택(歸宅)』(2000), 『지리산 연가』(2004), 『차나 한 잔 더 드시게』(2005), 『영혼의 반짇고리』(2014), 『은하계 아내별 통신』(2019) 등을 출간했다. 그후, 시인은 유년 시절의 고향 완주군 소양면의 아름다움과 전설, 설화 등이 사라져가는 것이 안타까워서 고향 이야기를 조곤조곤 쏟아내어 『소양천 아지랑이』라는 장편소설을 썼다. 소설까지 쓴 시인은 내친김에 문단에 이름을 알리기 전에 써 두었던 단편소설들을 묶어 『비둘기자리 별』이라는 소설집을 냈고, 이 외에도 8편의 소설을 남겼다. 2015년 7월 19일 제6시집 『영혼의 반짇고리』를 내고 역사소설 『약무호남 시무국가』를 집필하고 있는 사이에 사랑하던 아내 김남순 여사를 하늘로 떠나보내는 고통을 겪게 된다. 아내를 살뜰히 보살피지 못한 것을 자책하였지만, 때 늦은 자책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먼 하늘에 천둥이 울고/ 도시 숲이 노랗게 부서져 내리네(그의 시 「시인의 아내」의 일부)라며 목을 놓아 울었다. 아내를 보낸 후 한동안 허송세월하다가 그의 자서(自序)에서 밝히듯 2019년 마지막일지 모르는 시집 『은하계 아내별 통신』을 출간한다. 은하계 안에 든 아내와 화상통화로 그리움을 달래는 시인의 모습이 비친다. 이 무렵부터 시인은 몸이 시들시들 아프고 숨쉬기조차 힘들었는데, 이는 스스로 마누라 곁으로 가고 싶어 애자져하는 병이라 하였다 한다. 설움도 원망도, 두려움도 다 벗어놓으니 우리의 이별은 이별이 아님을 봅니다. 당신이 먼저 가고 내가 뒤따라간다는 약속일 뿐입니다. 이승살이가 그러했듯이 저승살이도 당신이 먼저 가서 짐 들여 살림 정리하고 문간에 청사초롱 밝히려고 앞서 간 줄 압니다. 우리는 이별이 아닙니다 따순 밥상에 편한 잠자리 내주던 당신 다음 세상은 내조와 외조를 바꿔 살자던 당신의 농담에 당신이 무안해져 속절없이 먼저 떠난 줄 알기에 다시 만나는 저 세상은 꼭 당신이 낭군, 내가 아내 되는 약속드립니다. -「이별이 아닙니다」의 전문 시인은 2021년 2월 18일 아내가 있는 은하계로 떠났다. 시인은 아내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했던 이승의 역사를 마감하고 은하계로 가서 부인 김남순 여사를 만났을 것이다. 아마 지금쯤은 시인의 약속대로 내조와 외조를 바꿔 알콩달콩 지내고 있을 것이다. 시인은 아내를 보내고도 5년 넘게 더 살면서 전북 문단의 어른으로 모범을 보이셨다. 항상 문우들을 아끼고 보살폈으며 말년이 이만큼 즐겁고 행복할 수 있음은 / 나를 얼싸안고 얼러리 둥둥 / 사랑을 나누는 문인들 덕이라네(그의 시 「노을이 아름다울 수 있음은」의 일부)라며 문인들과의 사랑과 우의에 늘 고마워했다. /송일섭 전북문학관 학예사

  • 문학·출판
  • 기고
  • 2021.05.11 19:06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