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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관장, 전주 서학동사진관·진안 계남정미소 전시 꽃 ‘활짝’

김지연 사진작가가 운영하는 전주 서학동사진관과 진안 공동체박물관 계남정미소가 반가운 전시 소식을 들고 왔다. 서학동사진관에서는 짱돌을 주제로 한 김학량 작가의 개인전이 열린다. 전시는 5월 5일부터 6월 5일까지 한 달간 이어진다. 김학량 작가는 여기저기 길바닥이나 산길에 제멋대로 나뒹구는, 그저 되는대로 생긴 돌이 자꾸 눈길에 걸리고 마음을 잡아끌었다고 했다. 또 이곳저곳 오가는 중에 주워든 사물 이를테면 낙엽이나 나무 열매, 풀꽃복숭아살구씨, 철사, 조개껍질, 낚싯바늘, 병뚜껑 등도 같이 그렸다. 농기구 몇 점도 보탰다. 모든 그림은 한지에 목탄이나 연필로 그렸다. 작가는 아무 데서나 뒹굴고 있는 사물들은 마치 버려진 악기와 같다며 그것은 과객(過客)과도 같아서 무시해도 그만이겠지만, 은근히 사람의 마음을 빼앗고 어느 구석에서는 은근히 주눅 들게도 하고 별안간 내가 그대의 그림자이니라 하며 꾸짖는 듯도 하다고 말했다. 김지연 '봄날은 간다-정순례 할머니' 이와 함께 5월 7일부터 30일까지 공동체박물관 계남정미소에서는 진안군 마령면과 백운면 어르신들을 찍은 사진전이 열린다. 김지연 사진작가의 사진전 봄날은 간다. 이번 사진전은 10여 년 전, 계남정미소를 찾은 한 중년 남성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그 남성은 부모님께 선뜻 사진 찍으러 가시자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며 영정 사진 작업을 제안했다고 한다. 사진 촬영은 농번기 중 그나마 틈이 생기는 7월 말께 구 면사무소 방에서 시작했습니다. 모두 들판에서 일하느라고 얼굴이 새까맣게 타서 오셨죠. 원래 찜질방용으로 지은 방에는 창문도 냉방시설도 없었지만, 불만을 말씀하시는 분은 한 분도 없이 단정한 모습으로 서로 옷매무새를 고쳐주었습니다. 김지연 작가는 170여 명의 어르신 영정사진을 찍고, 기왕 오신 김에 전신사진을 찍고자 해서 고운 모습으로 사진을 찍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촬영에 임한 어르신들은 1920~30년대에 태어난 분들로 이번 전시는 어르신들과 그 가족들에게 묻는 안부처럼 느껴진다. 공동체박물관 계남정미소는 금토일요일에만 개관한다. 운영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

  • 전시·공연
  • 문민주
  • 2021.04.26 17:54

[이승우의 미술 이야기] 아동화에 대하여 ②

생리 위생과 정신 위생이라는 말이 있다. 아이가 감기에 감염되면 정신없이 병원에 데리고 간다. 생리적 위생에 철저하다. 그러나 그런 부모들도 아이들의 정신 위생에는 무관심하다. 아이들 나름대로 불만과 스트레스가 쌓이는데 그것을 해소하여 주지 못하면 정신적으로 타격을 받게 된다. 아빠가 엄마에게 폭행을 할 때 바라보는 아이는 나름대로 평가를 하는데 힘이 없으니 응징할 수 없다. 이런 것들을 자발적으로 해소하여 주는 것이 그림이다. 특히 글을 아직 모르는 유아기에는 더욱 그렇다. 그림으로 옮겨지면 엄마를 크게 그리고 아빠의 손을 안 그리는 등으로 응징을 하여 불만을 해소할 수 있다. 힘으로 위축이 되는 친구와의 갈등도 친구와의 정이나 가족간의 정도 그런 식으로 표현하여 자기 세계를 구축해 간다. 화가를 시키기 위하여 미술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서의 고른 발달을 위하여 미술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어린이의 꽃 그림을 보면 대개가 해바라기와 튤립이다. 꽃의 정면은 해바라기를 측면은 튤립으로 표현한다. 그런데 어떤 아이는 튤립만 그린다. 언제나 세련된 꽃을 그리지만 날이 갈수록 다른 꽃을 그리지 못하는 자신에게 스스로 열등감을 느낀다. 그림을 거꾸로 그리는 아이도 있다. 엄마가 항상 자신의 앞으로 그림을 그려주니 반대편에서 바라 본 결과이다. 그림을 검정색으로만 그리는 아이도 있다. 엄마는 마치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 검정색 도화지를 주면 된다. 기억색(Memory Color)으로만 그리는 아이도 있다. 하늘은 하늘색, 땅은 땅색, 얼굴은 얼굴색으로만 그린다. 지금은 조각가로 꽤 알려진 아들이 초1때 학원과 학교의 커넥션으로 미술학원에 다닌 일이 있다. 마침 내가 미술학원에 간 날, 그 날의 주제는 아빠 그리기였다. 아들이 아빠 얼굴을 빨간색으로 그리는 것을 본 학원장이 얼굴을 왜 빨간색으로 하냐면서 친히 살색을 칠하라고 크레파스를 집어 주었다. 그 길로 아들을 데리고 나왔다. 그 아이의 아빠는 맨날 술에 절어 얼굴이 붉은 색이었던 것이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1.04.26 17:54

“독자적 전북 가야 이제는 검증하자, 자화자찬은 그만“

봉수제출유적의 시기규명, 문헌사료 해석문제 등 여러 쟁점이 있는 전북 가야사를 두고 전국 역사학계의 검증절차를 거치자는 주장이 제기된다. 전북도와 군산대학교 가야문제연구소가 유물유적을 발굴한 뒤, 발표한 학설이 통설과의 비교분석이나 비판적인 검증 없이 수용되고 있다는 이유다. 26일 전북도의 4월 보조금심의위원회 심의안건 서면검토 의견서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문화유산과 심의위원은 올 5월~12월 진행되는 전북가야 역사 재정립을 위한 학술대회, 보고서 발간 등과 관련한 7000만원 예산편성(추경 2000만원)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이 심의위원은 이날 전북일보와 통화에서 전북 가야의 학술발굴 작업과 관련해서 많은 예산을 투입했지만 연구고증분야는 미진하다고 판단했다며 학계와 언론에서 많은 반박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심의위원은 진안문화원 부설 최규영 향토사연구소장이 쓴 글을 소개했다. 최 소장은 글을 통해 국사는 오랜 시일에 걸쳐 여러 학자, 전문가들의 연구와 학계의 컨센서스를 거쳐 정립되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지금은 군산대학교 가야문제연구소의 견해를 확정된 견해처럼 발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어 군산대 가야문제연구소가 주장하는 남원, 임실, 순창, 진안, 무주, 장수, 완주, 금산 등이 고대 가야의 지배권에 있었다는 논거는 <일본서기>에 나온 3월 반파가 성을 쌓고 봉수를 둬 일본에 대비했다(중략)사졸과 무기를 모아 신라를 핍박했다는 기록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기록이 성립하려면 봉수로와 반파가 남해안에 연결되는 곳에 있어야 한다며 반파로 비정한 장수는 금강유역으로, 남해안과 연결이 되지 않고 거리도 너무 멀다고 부연했다. 최 소장은 이런 전제를 무시한 장수 반파설은 학계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며 현재 반파국을 논하는 연구서들은 거의 성주나 고령 반파설을 지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성주나 고령은 남해와 가깝거나 남강, 낙동강, 섬진강을 통해 연결되고, 신라의 도읍 경주와도 가까운 지역이라며 일본에 대비할 당위성도 있고 신라를 핍박하기도 가능한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봉수와 제철유적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최 소장은 군산대 가야문화연구소는 봉수인 지 입증되지 않은 곳 107개소를 가야시대에 운용된 봉수였다고 주장하고, 실재(實在)가 증명되지 않은 231개소를 가야 때 운용된 제철지라고 강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야문제연구소에는 봉수전문가도 없고, 고대 제철 전문가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해당 분야 전문가들과 제휴해 연구한 실적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소장은 이 문제는 사안의 성격 때문에 그대로 봉합되기 어렵다며 전북가야 문제와 학연지연에서 자유로운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공청회 또는 학술대회를 개최해야 한다면서 글을 마무리했다. 심의위원도 최 소장의 글을 토대로 전국적으로 살펴보면 가야사의 문헌, 봉수제철유적분야 권위자가 있다며이런 사람들을 참석시키지 않은 학술대회는 예산낭비다. 학술대회와 관련한 예산지출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 문화재·학술
  • 김세희
  • 2021.04.26 17:53

한국 11개 영화제 “미얀마 민주화운동 지지”

전주국제영화제 등 국내 11개 영화제가 미얀마 민주화운동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국내에서 열리는 11개 영화제로 구성된 미얀마 영화인의 저항과 투쟁을 지지하는 한국의 영화제는 25일 미얀마 민주화운동을 지지하고 연대하는 한국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들이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뜻을 모은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전주국제영화제는 미얀마 민주주의 네트워크 소모뚜 공동대표, 한국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들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오는 30일 오전 10시 씨네Q 전주영화의거리 10관에서 미얀마 민주화운동 지지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이번 기자회견에서는 전주국제영화제 이준동 집행위원장과 미얀마 민주주의 네트워크 소모뚜 공동대표가 모두발언에 나서고, 참석자 모두가 함께 미얀마 민주화운동 지지 성명서를 낭독한다. 이 자리에서 지지 선언의 의미와 향후 계획도 밝힐 예정이다. 또 기자회견에서는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현지 상황을 보여주는 영상 클립과 함께 미얀마 단편영화를 상영한다. 이번에 함께하는 국내 11개 영화제는 전주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강릉국제영화제, 평창국제평화영화제, 울주세계산악영화제 등이다.

  • 영화·연극
  • 문민주
  • 2021.04.25 17:16

한지 조형예술가 박동삼 작가 ‘한지로 전주 치명자산 세계 최대 성미술품 제작’

23일 완주군에 있는 작업실에서 한지 조형예술가 박동삼 작가가 작품 작업을 하고 있다. /오세림 기자 한지는 재료라기보다 역사성과 정체성이 담긴 문화유산입니다. 우리 정신의 상징성과 포용력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유 유산인 한지로 작품을 많이 만들어 전 세계에 우리 문화의 가치를 드높이고 싶습니다. 천주교 전주교구청에서 성지의 정체성과 전주한지를 상징할만한 아이콘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아, 한지로 성미술품 작업을 하고 있는 한지 조형예술가 박동삼 작가의 다짐이다. 지난 23일 완주군에 있는 작업실에서 만난 그는 마무리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다양한 신자의 모습을 판각한 목판에 한지를 넣은 뒤, 이들을 주물처럼 다시 떠내는 과정이다. 완성된 작품은 부조형식의 입체적인 조형성을 갖는다. 작품명은 실루엣 124. 이름처럼 작품에는 교황청에서 시복을 기다리는 복자 124명이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거나 무릎을 꿇고 있는 실루엣이 묘사돼 있다. 눈에 띄는 특징이 있다. 사람 얼굴에 눈, 코, 입을 묘사하지 않고 반추상적으로 선으로만 오롯이 표현한 점이다. 박동삼 작가는 작품은 1801년 신유박해(辛酉迫害)등 당시 종교탄압을 겪은 순교자들의 모습을 표현했다며 주로 선을 이용해 인물을 반추상적으로 표현했고, 작업의 이미지는 대상이 가지는 디테일한 부분을 생략하거나 절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업의 근간은 기호의 해체로부터 시작되며 자유롭게 상상하는 기회를 갖는다고 부연했다. 작품이 완성되면 가로 18미터, 세로 5.2미터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현대적 성 미술품이 탄생한다. 지난 2019년 제작돼 경기도 의정부교구 성 프란치스코 성당에 걸린 아멘 작품이 있지만, 실제 규모로는 이 작품이 가장 크다는 게 박 작가의 설명이다. 작업 기간은 기획부터 완성까지 2년이 넘는다. 작품은 오는 5월 4일 전주 치명자산 성지에 지난해 신축된 평화의 전당 로비에 설치될 예정이다. 박 작가는 순교자들이 신앙을 목숨보다 소중히 여긴 이유를 오롯이 드러내는 게 작품의 본질이라며 이는 개별사람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과도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즉 내 삶의 가치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찾는 작업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작품의 재료로 쓰인 한지가 가진 경쟁력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한국 최대의 문화자산인 한지는 세계적인 예술작품으로도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작가는 바티칸이나 대영박물관 등에서 고문서 복원에 기존에 사용하던 일본 전통 종이인 와시보다 한지를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화두를 던졌다. 이어 한지조형작품도 마찬가지로 독일, 미국 등 세계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역사성이 깊은 한지를 토대로 세계문화유산의 자산이 될 수 있는 예술작품을 현실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작가는 독일 국립카셀미술대학교에서 조형예술을 전공했으며, 손기정기념관건립 컨텐츠부문 자문위원, 한지산업지원센터(전주)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개인전은 Silhouette(갤러리 초이, 서울)을 비롯해 모두 14회를 열었으며, 단체전은 Human and Nature(Kim시 갤러리, 독일 키른) 등 국내외 전시에 다수 참여했다. 수상경력은 제8회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동상, 독일 카셀미술대학교 Rundgang Preris, 동경국제트리엔날레 입선이 있다. 박 작가는 오는 10월 20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G20정상회담에 한지 조형전시작가로 초대받아,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 문화일반
  • 김세희
  • 2021.04.25 17:11

[임진왜란·정유재란 속의 전북] 전주 침공 막은 웅치전투

1592년 7월 진안과 전주의 경계인 웅치에서는 전주로 침공하려는 왜군과 이를 막으려는 관군의병 사이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바로 웅치전투이다. 웅치전투는 왜란 초기 어려운 전황에서 병참기지인 전라도를 사수한 전투들의 신호탄과 같은 성격을 지닌다. 실제 조선시대 인물들은 자신이 저술한 문집, 묘비의 행장에 전투의 성과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당시 왜군도 웅치전투가 가장 큰 손실을 안겨준 전투로 인식했는데, 이는 당대 문헌사료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웅치전투의 실상과 역사적 의의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웅치전투 전개과정과 전장의 주역, 당시 중추인물인 유성룡의 평가, 임진왜란사에서 가지는 의의 등을 재조명한다. 1592년 4월 임진왜란 발발 직후, 전북은 한양과 함경도, 경상도와 달리 왜군의 공격목표에서 벗어나 있었다. 이 때문에 전라도 내 각 수령들은 미리 방어태세를 갖추고, 관군을 정상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조정은 전라관찰사 겸 순찰사인 이광에게 근왕병 10만 명을 이끌고 북상해 왜군을 방어토록 명했다. 전북대 사학과 하태규 교수는 당시 근왕병이 대규모로 출동할 수 있었던 것은 전라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안정적으로 관군을 정비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근왕병은 충청도 공주에서 한성 함락과 임금의 피난 소식을 듣고 전주로 돌아왔고, 6월 초 다시 북상했지만 경기도 용인에서 왜군에게 대패했다. 패배 원인은 농민출신 군인의 전투능력 부족과, 선조의 피난소식으로 인한 사기저하, 병력 동원에 대한 반발 등이 꼽힌다. 이때의 패배로 전라도에는 관군이 부족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특히 전라병사 최원이 관군 2만 명을 거느리고 경기도로 다시 올라가 병력부족 현상은 가중됐다. 이런 가운데 한양을 점령한 왜군은 조선 8도를 분할 지배하려는 전략으로 전환했다. 결국 전라도가 공격대상에 포함됐고, 같은 해 5월 중순부터 공격이 시작됐다. 왜군 6번 대장 고바야카와 다카가게(小早川隆景)와 그의 부장 안고구지에케이(安國寺惠瓊)는 6월 무주 경계를 거쳐 금산 제원으로 쳐들어왔다. 당시 제원을 지키던 권종은 싸우다가 전사했고, 방어사 김종례와 곽영은 고산으로 퇴각했다. 같은 달 23일 금산성이 함락됐으며, 전라도는 왜군의 직접적인 위협에 직면했다. 전라감사 이광은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나주판관 이복남, 김제군수 정담 등을 웅치에 보내 방어하게 했다. 웅치는 진안에서 전주로 넘어오는 경계로 반드시 지켜야 할 요지였다. 당시 전 전주만호 황박도 의병 200명을 모아 웅치에 합류했다. 7월8일 웅치에서 본격적인 전투가 벌어졌다. 선조수정실록에 따르면, 정담, 이복남, 황박 등은 당시 왜군 수천 명을 상대로 칼을 휘두르고 활을 쏘며 정면으로 돌진했으며, 이 과정에서 왜군을 대거 죽였다. 그러나 조선군은 병력 수가 부족해 패배했다. 실제 전투는 패했지만, 당대 인물들은 전투의 성과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왜군의 최종목표인 전주부성 점령을 막아내는 데 기여했기 때문이다. 실제 왜군은 웅치전투에서 전력을 대거 잃어, 전주 인근 안덕원 부근에서 전주부성을 정탐만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전라감사 이광의 명령을 받아 남원에서 웅치로 가던 동복현감 황진과 관군이 안덕원에 있던 왜군을 격파했다. 그 결과 왜군은 진안으로 물러났다가 7월 17일께 금산으로 완전히 철수했다. 왜군이 당초 목표인 전라도 점령을 실패한 것이다. 임진왜란 당시 조정의 중추인물이었던 유성룡은 당시 상황을 기록한 <징비록>에서 적(왜군)은 정예병들을 웅령(웅치)에서 많이 잃어 사기가 많이 떨어져 있었다. 이 싸움으로 전라도 만은 홀로 온전했다고 했다. 당시 왜군들도 웅치전투를 가장 크게 패배한 전투로 인식하고 있었다. 당대 문신이었던 조익은 저서인 <포저집>에 (임란 이후) 일본 승려 화안이 부산에 왔을 때 이성구가 영위사로 파견돼 그를 접대했다. 그 승려는 일본이 대패한 전투 가운데 첫 번째로 웅치전투를 꼽았는데, 대개 자기네 명장(名將)이 죽었기 때문이라고 기록했다. 조선시대 한문4대가(漢文四大家)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택당 이식이 쓴 이광의 행장(죽은 사람이 평생 살아온 일을 적은 글)에는 왜적들 자신이 지금까지도 조선의 3대 전투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웅치의 전투가 그 중 하나로 일컬어지고 있다고 나와 있다. 최근 역사학자들은 임진왜란사에서 웅치전투가 지닌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란 초기 어려운 상황에서 곡창지대인 전라도를 사수한 첫 전투여서다. 뒤 이어 발발한 이치전투도 승리할 수 있는 계기도 제공했다. 하 교수는 웅치전투 이후 벌어진 안덕원 전투와 연결선상에서 봤을 때, 임진왜란 초기 관군의 실질적인 첫 승리에 해당한다며 개전 초기 관군은 일방적인 패배를 면치 못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이순신 장군의 한산도 대첩 이전 육상에서 거둔 첫 승리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며 그 동안 호남이 이순신 장군의 수군에 의해서만 지켜졌다는 시각이 강했다고 부연했다. 국방대학교 노영구 군사전략학과 교수는 전주부성을 지켜내 왜란 당시 군량미가 부족해질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할 수 있었다며 이후 조정은 전쟁에 필요한 군량미의 상당수를 호남지역에서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왜란당시 육상에서 활동했던 관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로잡을 수 있는 사례라는 주장도 나온다. 하 교수는 임란초기 경상도 수령이나 장수들이 비겁하게 도망하는 사례가 있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육상 관군은 의병, 수군보다 별 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평가받는다며 그러나 전라도 관군은 미리부터 전열을 정비하고 있었으며, 웅치전투 역시 의병과 관군이 화합해서 이끌어낸 승리도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종우 전북문화원연합회장(원광대 사학과 명예교수)도 다른 지역과 달리 전라도 의병은 공적인 개념에 입각해 관군과 정상적인 관계를 가지려고 노력했다며 그 결과 관군과 의병의 연합작전이 가능했으며, 관군에 자연스레 예속되는 의병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웅치전 주역 김제군수 정담 정담은 야성(평해)정 씨로 1583년 무과에 급제했다. 같은 해 여진족 3만 여 명이 함경도 북부를 침입한 이탕개(泥湯介)의 난을 평정하는 데 공을 세우고, 여러 벼슬을 거치다 1592년 김제군수로 부임했다. 당시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나주판관 이복남, 해남현감 변응정, 의병장 황박 등과 함께 웅치를 방어했다. 그는 전쟁이 벌어졌을 때 웅치에서 후퇴를 거부하고 결사항전을 주장해 종사관 이봉, 비장 강운박형길과 함께 장렬한 최후를 마쳤다. 정담의 활약상과 평가는 사료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서애 유성룡의 <서애선생문집>에는 전라도 웅치의 싸움에서 김제 군수 정담은 종일 힘써 싸워 적을 죽인 것이 헤아릴 수 없으나 끝내는 화살이 다해 군사는 패하고 자신도 죽었습니다고 나와 있다. 이항복의 시문집 <백사집>에는 그의 장인인 권율이 정담을 상찬하기까지 했다. 문집에는 장인 권율장군께서 말씀하시기를 세상 사람들이 내가 주도한 행주싸움의 공이 크다고 하나 사실은 전라도 웅치싸움을 주도한 정담이 가장 크고 다음은 행주 싸움이다라고 하셨다고 돼 있다. 1690년(숙종 16년) 그의 순절을 기리는 정려가 세워졌다. 병조참판에 중직되고, 영해 충렬사에 제향됐다. 시호는 장렬이다.

  • 문화일반
  • 김세희
  • 2021.04.25 16:59

[전주국제영화제 특집] ③ 코로나19 시대 영화제 즐기는 법…온·오프라인 투트랙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속에서 온라인 상영, 장기 상영회라는 새로운 형식의 영화제를 시도했던 전주국제영화제. 올해는 지난해의 경험을 발판 삼아 행사 일정을 다시 열흘간으로 확정하며 정상화를 선언했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48개국 영화 194편(해외 109편국내 85편)을 초청했는데, 이 가운데 온라인 상영작은 142편(해외 79편, 국내 63편)으로 전체 상영작의 73%를 차지한다. 온라인 상영은 지난해와 동일하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wavve)를 통해 이뤄진다. 특히 올해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하면서도, 각각의 특성을 살린 특화 프로그램들을 준비했다. 코로나19 시대, 슬기롭게 영화제를 즐기는 법을 소개한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는 초청작을 온라인으로 공개하고, 온라인 상영이 끝난 뒤 장기 상영회를 열어 전주 극장가에서 영화를 관람하도록 했다. 올해는 영화제 기간 온오프라인 상영을 병행하는 점이 가장 크게 달라졌다. 올해 오프라인 상영은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CGV전주고사, 씨네Q 전주영화의거리, 전주시네마타운에서 진행된다. 특히 올해는 영화제 기간 상영관 밖에서도 영화를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는 골목 상영을 처음으로 시도한다. 골목 상영은 전주의 명소인 남부시장 하늘정원과 영화의거리(객리단길), 동문예술거리에서 4월 30일부터 5월 4일까지 매일 오후 8시부터 시작한다. 선착순(최대 50명) 입장 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전주 곳곳의 골목을 영화관으로 만들어줄 상영작은 총 5편이다. 전주국제영화제가 투자제작하는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중 전지희 감독의 <국도극장: 감독판>, 장우진 감독의 <겨울밤에>, 임태규 감독의 <파도치는 땅>을 선보인다. 또 전주국제영화제 수입 작품인 에두아르 바에르 감독의 <파리의 밤이 열리면>과 올해 상영작 가운데 스페셜 포커스: 코로나, 뉴노멀에서 소개되는 밀라노 영화감독들의 <코로나의 밀라노>도 상영한다. 골목 상영 선정작에 대해 전주국제영화제 관계자는 대부분 영화제가 투자제작하고, 수입배급한 작품들로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세 작품은 가장 최근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들로 추렸다며 시민들이 어렵지 않게 관람할 수 있는 작품 중심으로 엄선했다고 밝혔다.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특별 섹션 J 스페셜도 눈여겨볼 만하다. J 스페셜은 전주국제영화제가 매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인물을 프로그래머로 선정해 자신만의 영화적 관점과 취향에 맞는 영화를 선택, 프로그래밍하는 섹션이다. 올해의 프로그래머는 배우 겸 감독 류현경이다. 류현경 프로그래머 류현경 프로그래머는 총 8편의 단편장편 영화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연출작 1편, 출연작 2편, 프로그래머로서 고른 선정작 5편 등이다. 단편은 송예진 감독의 <환불>, 권예지 감독의 <동아>, 자신의 출연작인 김래원 감독의 <이사>, 연출작 <날강도> 등 4편을 선보인다.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 배종대 감독의 <빛과 철> 그리고 주연작인 김현탁 감독의 <아이> 등 장편 4편도 소개한다. 특히 류현경 프로그래머는 4월 30일부터 5월 2일까지 J 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 상영작의 극장 상영 직후 게스트들과 함께하는 J 스페셜클래스의 모더레이터로도 활약할 예정이다. 전주컨퍼런스 여성, 배우, 감독: 이들이 관객과 만나는 방식에 패널로 참석해 본인의 경험담을 나눌 계획이다. 이외에도 각 분야에서 탁월한 영화적 성취를 이룬 감독과 만나는 마스터클래스도 오프라인으로만 함께할 수 있다. 마스터클래스는 드니 코테 감독의 신작 <공중보건>, 한옥희 감독의 단편을 통해 그들의 영화 세계를 살펴본다. 단, 올해는 영화 상영 후 사전 녹화한 영상을 재생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온라인으로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도 있다. 영화 주제에 맞는 전문 지식인을 패널로 섭외해 그 분야에 대해 배우는 영특한 클래스, 영화를 보지 않은 관객도 자유롭게 참여하는 가벼운 토크 프로그램 전주톡톡이 그것. 이 프로그램들은 전주국제영화제 공식 유튜브, 네이버 V LIVE, 네이버 오디오 클립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영특한 클래스에서는 여성의 도전, 재즈, 사회적 제약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김하나황선우 작가는 올해 상영작 가운데 월드시네마: 스포츠는 여성의 것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을 통해 여성의 도전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 전진수 프로그래머와 황덕호 음악평론가는 샘 오즈번니콜라스 카페제라 감독의 <마일스 데이비스의 유니버스>, 호시노 데쓰야 감독의 <재즈 카페 베이시>를 주제로 흥겨운 대화의 리듬을 탄다. <어른이 되면>을 연출한 장혜영 감독(국회의원)과 이다혜 영화전문기자는 개인을 둘러싼 사회적 제약과 편견, 시선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재익서태수 감독의 <복지식당>, 류형석 감독의 <코리도라스>를 함께 본다. 전주톡톡에서는 반가운 얼굴들, 반가운 배우들 패널로 공승연유대인 배우, 독립영화 배우열전 1 패널로 곽민규김다솔정재광 배우, 독립영화 배우열전 2 패널로 강진아공민정문혜인심달기 배우가 출연한다.

  • 영화·연극
  • 문민주
  • 2021.04.22 18:22

[신간] 연합뉴스 전북취재본부 김진방 기자 ‘대륙의 식탁, 베이징 맛보다’ 인기몰이

연합뉴스 전북취재본부 소속 김진방 기자가 4년 간의 중국특파원 재직시절 중국의 음식문화를 겪고 엮은 책 <대륙의 식탁, 베이징을 맛보다>(홀리데이북스)가 3쇄에 들어가면서 인기몰이 중이다. 최근 문화동북공정 속 무엇보다 중국을 잘 알고 대처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문화를 아는 것이 중요하고, 한 나라의 문화를 알기 위해서는 식문화 만한 것이 없다. 그런 차원에서 이 책은 여러 의미를 갖는다. 연합뉴스 전북취재본부 김진방 기자 한중수교 이후 중국은 많은 변화를 겪었고 세계에서 부를 가장 많이 축적하는 나라가 됐다. 그럼에도 중국에 대한 선입견에 이어 최근 동북공정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중국은 더 이상 관심외, 등한시하는 나라가 아니게 됐다. 책은 김 기자가 특파원 생활을 하면서 맛보고 느낀 중국의 4대 요리, 산둥, 쓰촨, 광둥, 화이양 요리를 거론한다. 또 지역별로 다시 요리가 세분된다. 여기에 저장요리, 푸젠요리, 안후이요리, 후난요리까지 추가해 중국 8대 요리라 칭하는 데 8대 요리까지 범위를 확장하면 그 수는 어마어마하다. 또는 중국에 방문한 사람들에게 중국 음식과 떼어놓을 수 있는 차와 술을 즐기는 방법까지 설명하고 있다. 김 기자는 책을 집필한 이유에 대해 미세먼지처럼 우리 눈을 완전히 가려버린 중국에 대한 오해를 조금이나마 씻어 보기 위해서다. 중국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맛 좋은 음식과 멋진 공간, 유구한 역사가 빚어낸 문화가 있다는 것을 꼭 알리고 싶었다. 나아가 최근 논란과 관련해 중국을 더 많이 알고 대처하는 방법 중 하나를 책을 통해 독자들이 느꼈으면 한다고 했다. 김 기자는 연합뉴스 전북본부 사회부를 시작으로 언론계에 발을 들였다. 국제부, 북한부를 거쳐 2017년 1월 베이징 특파원으로 부임해 4년째 북한과 중국 정치, 외교를 취재했고, 다시 전북본부로 돌아왔다. 대학 시절 중국에서 교환학생과 인턴 생활을 하면서 중국 요리와 차, 술 등 식문화에 관심을 가졌으며, 본격적으로 베이징 특파원 생활을 시작하며 베이징 곳곳에 숨어있는 맛집을 찾아 맛 기행을 다녔다. 미식에 대한 관심이 많아 중국 문화 중 특히 식문화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맛 기행을 다니면서 만난 중국 셰프들을 비롯해 차 술 전문가들과 교류하며 얻은 지식을 글로 풀어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블로그도 운영해오고 있다. 블로그가 입소문이 나면서 운 좋게도 한식진흥원 베이징 지사와 주중한국문화원 주최로 베이징에서 열린 제1회 팔도 한식 대전 심사위원을 맡았다. 단순히 식당 또는 미식 자체를 소개하는 맛 블로거가 아니라 특정 요리나 식재료에 얽힌 이야기를 취재하듯 소상하게 파헤쳐 들려주는 맛 이야기꾼으로 활약 중이다.

  • 문학·출판
  • 백세종
  • 2021.04.21 18:18

[신간] 무라카미 하루키 초 단편을 이해하는 해설서

일본의 세계적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초 단편소설을 분석한 책 <무라카미 하루키 초 단편의 메타픽션성>(제이앤씨)이 출간됐다. 이 책은 그 동안 잘 다뤄지지 않았던 하루키의 초 단편 속에 담긴 세계관, 직유와 허구, 비유, 문장 등을 분석하고 있다. 이는 하루키 문학의 다원적인 복합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책은 초 단편 19작품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정리한 하루키 문학의 특성은 대중들의 삶과 괴리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찰나적인 느낌을 언어화한 소설해석은 사람들의 소박한 내면을, 아주 사소한 것을 통해 우리네 삶과 세계관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위트가 가득한 언어예술과 기발한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반전의 상황을 알기 쉽게 제시해주기도 한다. 책은 또 비슷한 성질을 가진 두 사물을 연결어로 결합해 직접 비유하는 직유표현이 하루키 문학의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파편적인 상황을 제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우리와 나, 진실에 대한 모호함과 실체의 허구성, 방황 끝에 다가온 새로운 질서에 대한 진실 등이 직유 안에 녹아들어 있다. 이와 함께 하나의 틀을 거부하고 뒤집는 메타픽션의 속성도 충실히 다루고 있다. 역자인 최순애 번역가는 하루키 문학은 다각적인 해석을 담아 어느 것이 본래의 의미인지, 올바른 해석인지 알기가 어렵다며 이 번역서가 재미있지만 난해하고 복합적인 하루키 문학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04.21 18:15

[신간] 정세균 전 총리 에세이 ‘수상록’…미스터 스마일의 품격

복잡한 상황에서는 무엇이 유리하고 무엇이 불리한지로 분석하지 말고, 무엇이 올바른지를 기준으로 분석하게나. 그러면 단순해진다네. 미스터 스마일 정세균(71) 전 국무총리가 에세이집 <수상록>을 내놨다. 국무총리와 국회의장을 역임한 저자의 정치 인생과 철학이 녹아든 책이다. 원래 이 책은 저자가 국무총리가 되기 전에 출간하려 했으나, 지난해 1월 그가 국무총리로 취임하고 뒤이어 코로나 19 팬데믹까지 맞물리며 출간이 미뤄졌다고 한다. 대신 코로나 총리로서 겪은 코로나 19에 관한 뒷이야기를 더해 퇴임 직후 펴내게 됐다. 책은 저자가 구술하고 편집자가 그의 목소리를 글로 옮기는 방식을 취했다. 경어체와 구어체로 작성돼 독자와 대화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에세이집에는 총 93편의 에피소드가 담겼다. 제1장 무엇이 올바른지에 수록된 21편의 에세이는 올바름에 관한 다채로운 이야기다. 그는 의약분업 시행, 과거사법 통과 등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표 떨어지는 소리가 아주 크게 들렸다. 설령 정치적으로 불리하더라도 국민을 위해 결단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가끔은 유불리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제2장 바이러스와 싸우다는 지난해 전 세계를 위협한 코로나19 팬데믹에 맞서 대한민국 정부가 어떻게 싸워 왔는지에 대한 생생한 기록이다. 그것도 다른 곳에서는 쉽게 들을 수 없는 방역 사령부 안쪽의 이야기다. 제3장 더 훌륭한 나라에는 다른 장에 비해 정치적인 진지함이 짙게 묻어나는 글이 수록돼 있다. 나라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저자의 입장이라 할 만한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경제, 사회통합, 통일, 환경, 외교 같은 어려운 주제를 쉽게 풀어낸다. 제4장 민주주의자 정세균은 직장 생활을 하던 저자의 정치 입문 과정 등 정치인으로서 정 전 총리가 어떤 사람인지에 관해 서술한다. 제5장 응, 아저씨가 진짜 세균맨이야에는 저자의 성장기와 사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진안군에서 태어난 정 전 총리는 전주 신흥고, 고려대 법학대학을 졸업하고 쌍용그룹에 입사해 20년 가까이 근무했다.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제안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전북 진안무주장수에서 4선, 서울 종로구에서 2선을 했다. 산업부 장관, 당 대표, 국회의장 등을 두루 역임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1.04.21 18:11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최기우 작가 - 최명희 소설 ‘혼불’

소리 내 읽으면 귀에 익은 억양이 감미로우나 새삼스럽다. 잊고 지내온 아득한 말들. 우리 유전자 어딘가에 숨어있기라도 했던 것처럼 쩍쩍, 입맛이 당긴다. 전라북도 곳곳에서 너나없이 쓰는 독특한 말이 숱하게 녹아 있는 최명희(19471998)의 대하소설 「혼불」. 작가는 첫 문장을 쓸 때부터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운율을 타고 가슴에 척 안겨드는 문장이 되도록 노력했다고 한다. 우리말 고유의 리듬과 울림을 고려해 쓴 최명희의 문장. 독자들은 이것을 혼불체라고 부른다. 「혼불」은 어둡고 암울한 1930년대, 전주와 남원, 만주를 배경으로 한다. 국권을 잃었지만, 여전히 조선말의 정신구조와 문화를 지탱하던 이중적인 시대에 처참하게 부서지고, 상처받고, 뒤집히고, 고뇌하며, 한없이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삶을 그렸다. 작가가 선사한 문학의 혼은 그가 쓴 원고지 칸칸이 불꽃처럼 피어났다. 꽃심으로 전라도 정신을 되살렸고, 작품에 담긴 우리의 생활사와 풍속사, 의례와 속신 등은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콘텐츠로 성장하며 새로운 생명을 얻고 있다. 전라도의 역사와 삶을, 겉과 속내를 빠짐없이 담은 「혼불」이 있어 이 땅은 세월이 지날수록 더 깊은 맛을 내는 도시가 되고 있다. 작가 최명희는 「혼불」을 통해 순결한 모국어를 다시 살리고 싶었다. 수천 년 동안 우리의 삶이 스며들고 우러난 모국어. 풍요로우나 피폐해 있는 현대인들의 정서에 본질적인 고향의 불빛 한 점을 전할 수 있다면,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영원히 변하지 않는 근원적인 삶의 생명소가 있다면, 그것을 찾아서 한 시대의 인간과 문화와 자연을 언어로 건져 나의 모국에 한 소쿠리 모국어로 가득 바치고 싶은 간절한 소망. 언어는 정신의 지문(指紋)이기 때문이다. 작가에게 자신을 사로잡는 명제는 전아하고, 흐드러지면서, 아름답고, 정확한 우리 모국어의 뼈와 살, 그리고 미묘한 우리말, 우리 혼의 무늬를 어떻게 하면 복원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이었다. 가장 한국적인 말의 씨앗으로 「춘향전」「심청전」과 같은 우리 고유의 이야기 형태를 살리면서 서구의 것이 아닌 이 땅의 서술방식을 소설로 형상화하는 일. 기승전결의 줄거리 위주가 아니라, 낱낱의 단위로도 충분히 독립된 작품을 이룰 수 있는 장과 문장과 낱말을 쓰고 싶었다. 평범한 사람들의 그저 그런 이야기, 무심코 지나치는 이야기, 한 맺힌 이야기, 깊고 낮은 한숨, 꽃잎 피고 지는 소리, 골목 어귀 낮은 꽃들의 일렁임. 골짜기에 물이 모이듯이 그렇게 많은 이야기가 작가의 가슴 저 밑바닥으로 들어와 헤아릴 수 없이 쌓였다. 그것들이 뭉치고 어우러진 것들을 사무치게 갈아서 손끝에 모으고, 불덩이를 이뤄, 결국 생애를 기울여 한 마디 한 마디 새긴 작품이 「혼불」이다. 「혼불」의 흔전만전한 언어의 잔치를 누리면 오히려 독자 스스로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게 된다. 쓸쓸하고 마음 상하는 일이 유달리 많은 지금, 최명희의 소설 「혼불」을 다시 펼쳐야 하는 이유다. 마음 닿고 싶은 이에게 먼저 전하고 싶은 문장과 따뜻한 위로가 「혼불」에 있다. △최기우 작가는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당선됐다. 희곡집 『상봉』과 『춘향꽃이 피었습니다』, 인문서 『전주, 느리게 걷기』와 『꽃심 전주』 등을 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1.04.21 18:11

[신간] 전북문인협회 ‘전북문단’ 제93호 변화 눈길

전북문인협회가 기존 <전북문단>과는 차별화된 <전북문단> 제93호를 발행했다. <전북문단> 제호도 완판본 열녀춘향수절가 영인본에서 집자해 사용함으로써 전주가 출판문화의 고장임을 상징적으로 나타냈다. 또 시군지부 활성화를 위해 기획 특집으로 전북문협에 변방은 없다를 다뤄 첫 번째로 군산문협을 집중 조명했다. <전북문단> 제93호는 1권과 2권으로 나눠 제작했다. <전북문단>을 수필아동소설희곡평론, 시시조 등 장르별로 나눠 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100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전북문협은 회원들의 작품을 1권으로 발행하다 보니 부피가 커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있었다. 문금옥 전북문단 편집위원장은 문학의 지향성인 창조성과 차별성을 담고 싶었다. 김영 회장의 3년 임기 동안 <전북문단>은 100호를 맞이하게 되는데, 이 특집으로 방향성을 보여주려고 했다며 앞으로도 <전북문단> 편집은 새롭게 꾸밀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북문단> 제93호는 이광복 한국문협 이사장, 소재호 전북예총 회장,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 전선자 김환태문학기념사업회 이사장의 축사를 담았다. 제32대 김영 회장의 전북일보 인터뷰 기사와 2021년 행사 갤러리 등을 실었다. 아울러 정선옥 회원의 희곡 작품 마시멜로 등 회원들의 작품 200여 편을 수록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1.04.21 18:11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제3회 청소년진로 아트캠프 개최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이 시각예술분야에 재능 있는 청소년을 위한 축제 제3회 청소년진로 아트캠프를 개최한다. 아트캠프는 서울대학교와 홍익대학교 그리고 지역작가들을 연계한 영재창의미술 교육으로 이뤄질 예정이며, 캠프는 중고등부의 경우 8월 여름방학기간 주말 시간을 활용, 초등부는 5월부터 11월 중 16주 간 매주 토요일에 진행될 예정이다. 특별히 이번 캠프에서는 예술 인재를 위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이뤄질 예정으로 청소년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인 웹툰과 관련, 인기리에 방영 중인 놓지마 정신줄 나승훈 작가의 특별강연도 준비돼있다. 이로써 애니메이션을 실제 제작해 볼 수 있는 기회와 놓지마 정신줄에 나오는 독특한 캐릭터들의 시끌벅적한 에피소드를 흥미롭게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다. 이밖에도 이번 캠프에서는 도통초등학교(교장 이문숙)에서 진행하는 창의미술프로그램도 이색적으로 만나볼 수 있다. 초등부를 대상으로 멘토를 이뤄 소통하는 것은 물론, 남원과 김병종 작품을 주제로 시를 쓰고 시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리게 해 오는 8월 15일에 시낭송과 시화전을 선보일 계획이다. 또한 캠프에서는 현대미술 탐구 그리고 김병종교수 회화의 한 분야인 닥종이 판화를 제작해 보는 프로그램도 마련돼있다.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영재아트진로캠프가 창의성과 인성을 겸비한 인재를 양성하는 풍부한 미술교육의 장이 되길 바란다면서 이번 캠프에서 미술을 기반으로 한 인문, 과학, 문화 등 융복합 예술 교육을 충분히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지원자 신청은 오는 초등부는 23일, 중고등부는 5월 3일까지, 중고등부 20명과 초등부 30명, 총50명(사회적 배려 계층 10%)을 모집할 계획이며, 모든 교육과정은 무료이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미술관 또는 카카오채널에 문의하면 된다.

  • 문화일반
  • 신기철
  • 2021.04.20 19:46

이승우 화백 초대전 ‘꽃 창살 앞에 핀 망초’

고희를 넘긴 이승우 화백은 원로작가다. 그러나 그는 원로란 말이 죽음 다음으로 싫다고 말한다. 이제 조금은 쉬어갈 법도 한데 날마다 작업에만 전념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화백은 아직도 현역이자 청년미술가다. 제자인 문리 미술평론가는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면, 선생님은 미술판에서 의연한 모습으로 지적 동기를 부여한 화수분이었다. 넓고 깊은 문학적 소양과 예리한 감성으로 쓴 평론, 해박한 전문성과 유머를 겸비한 강의, 줄기차게 이어온 창작 활동으로 전북 화단에서 현대미술운동의 선봉에 서 있었다고 했다. 최근 10년 동안 잠까지 줄이며 창작 활동에 매진해온 그는 지난해에만 네 번의 기획 초대전을 펼쳤다. 매번 새로운 작품을 제작해 초대전 일정을 소화한다는 것이 웬만한 열정과 집중력이 뒷받침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인데, 촌각을 아껴 특별한 전시를 꾸려왔다. 현재는 군산근대미술관에서 초대전을 열고 있다. 그의 연대별 주요 작품 총 60여 점을 총망라하는 전시다. 1980~90년대 그림자 시리즈는 장지나 캔버스에 갈색을 바르고 말린 뒤 더 어두운색을 칠하고, 구겨진 종이로 찍어내는 기법으로 그림자를 통해 시원적인 원형을 추적해 가는 작업을 했다. 재현 회화에 대한 반동과 풍자를 곁들인 이내 사라질 당신의 초상은 주변의 물체를 모두 담고, 거울 위에 인간 형상을 매직펜으로 가볍게 드로잉한 것. 모든 것은 변하고 사라진다는 철학적 고백이 짙게 배어있는 작품이다. 2000년대 꽃 창살로부터는 개인과 사회, 성스러움과 세속의 엄숙한 경계를 가르면서 치장한 꽃살문을 탐구했다. 종이테이프로 격자를 만들고, 그 위에 칠하고, 떼어내는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서 시간과 공간의 흔적들을 녹여냈다. 최근에는 꽃 창살의 이미지 위에 아무도 돌보지 않는 척박한 땅에서 홀로 자라서 꽃을 피우는 망초를 교차시키고 있다. 메마른 대지를 딛고 폭염 속에서 제자리를 지키는 망초들이 묵직한 울림을 준다. 군산시 대야면에서 태어난 이 화백은 원광대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미술협회 군산지부장을 역임했다. 서울대인하대군산대 등에서 30여 년간 출강했다. <미술을 찾아서>, <색채학>, <아동 미술>의 저자이기도 하다. 전시는 오는 7월 25일까지 계속된다.

  • 전시·공연
  • 문민주
  • 2021.04.20 18:58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