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은퇴 후 노후생활】"자원봉사 적극 참여 자기실현·자존감 높여야"
은퇴 후에 무엇을 하며 세월을 보낼 것인가? 소득을 올리고 업무성과를 높이는 일은 현업에 종사할 때 당연히 해야 할 역할이고 책임이기도 했다. 그러나 현직이나 현업에서 물러난 뒤 30~40년 동안 어떤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성공적인 노후가 될 것인가? 운동, 여행, 등산, 예능, 문예 활동 등 개인의 취미와 적성에 맞는 일을 골라서 보람 있게 노후를 보낼 수도 있다. 그렇지만 평생을 산에만 올라가고 여행을 다닌다고 해서 노후생활이 가치 있고 보람 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자원봉사활동을 성공적으로 노후를 보내는 역할의 하나로 꼽는다. 노인들의 자원봉사 활동은 그들의 여가시간을 유용하게 보내는 방법 중 하나다. 퇴직으로 상실한 사회적 역할과 지위를 보충해주고 유용감과 자존감을 지켜주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공익사업과 사회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소외감과 무력감을 극복해주며 자기성장과 자아실현을 돕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노인자원봉사 실태2009년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전체 자원봉사 참여율은 19.3%로, 미국26.4%(2008년), 영국 59%(2008년), 캐나다 36%(2007)에 비해 훨씬 낮은 편이다. 그중 노인자원봉사 비율은 미국과 허주에 비해 현저히 낮다. 미국은 65세 이상 노인의 40%가, 호주는 17%가 자원봉사를 하고 있지만 한국은 60세 이상 7%, 65세 이상 5.3%로 매우 낮다.2010년 보건복지부 사회복지분야 자원봉사 통계연보에 따르면 주민등록인구 대비 자원봉사자 비율은 광주가 5.8%로 가장 높았고, 전북은 2.46%로 16개 시도 중 12위를 차지했으며, 전국평균(2.68%)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전북발전연구원의 노인생활실태조사에서도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노인은 3.9%이며, 자원봉사 활동에 한 번도 참여하지 않은 노인은 86.9%로 조사됐다.△ 해바라기자원봉사단 활동"와! 멋있다. 선생님 저 줘요, 저요"여기저기서 탄성이 쏟아졌다. 손뼉을 치는 소리도 요란했다. 20여 명의 학생들은 할아버지 선생님이 꼬아서 만든 풍선 꽃에 마음을 빼앗겨버렸다. 지난 12일 오후 전주북초등학교 방과 후 교실. 전주에 사는 할아버지 선생님 선용하씨(77전주 호성동)가 풍선아트 수업을 벌이고 있는 교실 풍경이다. 선씨는 지난해부터 이 학교 학생들에게 풍선아트 방과 후 수업을 하고 있다. 선씨는 1998년 말 34년 동안 몸담아왔던 공직생활을 접었다. 퇴직 후 6개월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았던 선씨는 어느 날 '이렇게 세월을 보내서야 되겠는가'하는 생각이 문득 머리에 떠올랐다. 직업이라는 틀을 벗어나서 남을 위해 봉사하는 일을 해보고 싶었던 것. 그러나 막상 자원봉사활동을 하려고 생각해보니 마땅히 할 만한 일이 없었다. 공직에선 업무처리에 남보다 뒤진 적이 없었던 과거를 떠 올려봤자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제야 자원봉사활동도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풍선 아트 자격증에 도전했고, 자격증을 취득했다. 선씨는 풍선아트의 전문가가 됐고, 대학평생교육원, 노인복지관, 노인요양원, 경로당, 초등학교 등에서 풍선아트 수업도 하고 공연도 했다. 이밖에도 그는 웃음치료활동, 레크리에이션 지도, 게이트볼 지도 등 대학과 복지관 평생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해 강의를 듣고 집에서 스스로 익히면서 취득한 자격증만 8가지다. 이 자격증들이 그의 활동을 뒷받침하는 자신감이 됐다. 지난 2007년부터는 풍선아트를 배운 노인들이 뜻을 모아 '해바라기자원봉사단'을 조직했다. 현재 회원은 27명으로, 연령은 72세부터 80세까지이며, 행정공무원, 교육공무원, 자영업, 전업주부 등 전직 직종도 다양하다. "노인이라고 해서 늘 수혜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돼요. 베풀고 나누는 마음으로 이웃과 사회에 봉사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선씨는 자원봉사단 조직의 동기를 이렇게 말하고, "3년 전 부인과 사별한 뒤 자기를 지켜준 것도 자원봉사활동이었다"고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이 봉사단은 개인적으로 실천하는 봉사활동 외에 매월 2차례 이상 전체 회원이 자원봉사활동을 펼친다. 노인요양원 웃음치료 지도, 풍선아트 지도, 학교 화장실 청소, 노인복지관 청소 및 꽃밭 가꾸기 봉사활동, 학교 방과 후 활동지도, 복지관 회원 대상 레크리에이션 지도, 노인복지관 주간보호시설 방문 위로, 노인복지관 안내, 식사도우미활동, 경로당 청소, 자연보호 등을 하고 있으며, 초등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전달하고 있다. '체력이 다 해서 육체적으로 활동할 수 없을 때 장학금으로라도 봉사를 하자'는 회원들의 뜻이 모아졌다. 초등학교장의 추천을 받아 매년 조손가정, 다문화가정, 환경이 어려운 가정의 학생 3명씩 선정, 1인 당 50만원씩의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다. 회원들이 쌈짓돈을 모아 매월 1만원의 회비를 거둬 장학기금을 충당한다. 그는 "회원 중에는 자기 몸이 아파도 약값을 아껴 회비를 내기도 한다"면서 "남들은 적은 금액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랑과 나눔의 뜻이 깃든 소중한 증표"라고 강조했다. 신정모 (전북실버뉴스레터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