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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고 15분만 나가도 전주 지역에서는 논을 만날 수 있다. 전주 인근에는 평야가 많다. 가을이면 누렇게 익은 벼들이 출렁이는 모습이 우리에게 가장 많이 기억나는 논에 대한 이미지가 아닐까? 우리에게 밥이 되는 쌀을 재배하는 곳, 이것이 논에 대해 우리가 가장 큰 효용가치를 부여하는 지점일 것이다. 도시에서 소비자 운동을 하는 나 또한 논에 대해 그 이상의 깊은 의미를 부여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적어도 2008년 이전까지는...2008년 람사르 총회에서 '논습지 결의안'이 통과되었다. 논습지 결의안은 쌀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명의 서식지로서의 논의 생태 환경적 가치를 인정하고 이를 증진시키기 위한 노력을 당사국들이 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람사르 총회의 논습지 결의안 채택은 국가간의 강제적 협약이 아니어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제재하지는 못한다. 법률적인 효력을 갖기보다는 선언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국내적으로 정부가 논 습지를 없애는 정책을 펼치지 않도록 요구하고 농업의 보전으로 수자원을 확보하고 생태계를 보전하며 이를 위해 정부가 환경 직불제 등의 실질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바탕이 될 수 있다. 논을 쌀을 만드는 농업으로서만이 아닌 습지라는 환경적 가치를 국제적으로 부여함으로써 이 환경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정부나 민간이 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할 수 있기에 결의안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논이 습지라고 하면 웬 습지? 라고 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반문할 것이다. 나 또한 처음에는 이 개념이 너무나 생소하게 여겨졌다. 그러나 논은 인간이 만든 가장 오래된 인공 습지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에 있어 논 농업은 오천년 이상 이어져 내려오면서 지역의 주민들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삶과 문화로 정착해 있다. 아울러 논은 인공 습지로서 물새와 수생 동식물 등 주변 생태계와 함께 어울려 있다.실제로 논에 살고 있는 생물들을 조사한 시민 조사 데이터에 의하면 수서 생물이 150여종, 식물이 158여종이나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기 재배 논일수록 이러한 생물 다양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논은 화학비료도 제초제도 살충제도 최소화 할 수 있는 아예 쓰지 않아도 되는 논환경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소비자가 원하는 안전한 쌀생산 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물들이 서로 어울려 조화롭게 살아가는 생태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이러한 시민 소비자 단체의 조사결과에 힘입어 유기농 생산자들 사이에 최근에는 오리 농법이나 우렁이 농법대신 이른바 "논생물다양성 농법"이 시도되고 있다. 논생물다양성 농법이란 자연의 순환과 생물 다양성을 통해 흙과 주변 생태계를 복원하고 풀과 벌레를 억제하는 환경창조형 유기 벼농사를 발한다. 유기농법은 화학비료와 농약 투입을 자제하는 농업기술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주변 환경과 생태와 어울려 공존하는 관계의 농업이라는 것을 논생물다양성 농법은 우리에게 주지시킨다.전북지역에서도 남원과 완주 고산 등지에서 논생물 다양성 농법이 2008년 시범 실시되었다. 그리고 이들 지역에서 논생물 다양성 농법으로 재배된 쌀은 그 농사짓기의 어려움과 생태 환경적 가치를 아는 소비자들에 의해 우선적으로 소비되었다.생물다양성 농법의 실천과 습지생태 환경으로 논을 재인식하는 것은 농민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유기쌀은 수입할 수 있어도 우리 논의 습지생태계는 수입할 수 없다"는 소비자들의 지지와 지자체, 시민들의 이해 없이는 불가능하다. 국제 무역 개방으로 위협받는 것은 우리 농업과 농산물만이 아니다. 우리 농촌의 환경과 국민의 먹을거리까지 불안해 지고 있다. 2008년 람사르 총회의 주제어 처럼, 건강한 논습지가 바로 건강한 인간의 삶을 만든다. 이제 논의 생태 환경적 가치에 주목하고 논을 습지로 보전하는 법제화 대책 마련에 지자체와 환경부가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김신재(icoop 전주소비자생활협동조합 이사장)
"아니, 지금까지 왜 일처리가 안 돼 있는거야! 내가 몇 번을 말 했는데! 이제 어떻게 할꺼야?"일과 중 또 다른 '화'가 용광로 분출하듯 마구 솟을 때가 있다.화를 내면 병원 주변 분위기는 순식간에 살얼음판이 되고 만다. 이런 저런 생각에 모든 것이 싫어지고 몸은 지칠대로 지쳐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아 무작정 집으로 향했다.도대체 왜 이런 일 때문에 기분 상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사소한 일로 쉽게 평상심을 잃는다는 생각에 자신에게 더욱 화가 났다.일이 생기기 전 미리 묻고 대비했으면 됐을 텐데 하는 속상함이 드는 데다 상대방도 무안했을 것 같아 안타깝기도 했다.이런 일들을 경험하다 보면, 모든 일이든 간에 어떻게 책임지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어떤 상황이건 간에 선택하고 대응하는 방법은 자신의 책임이기 때문이다.대다수 사람들이 일이 자신의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때 주변 탓으로 돌리곤 한다. 조상이 죄를 지어서, 부모가 부유하지 못해서, 배우자가 뒷받침되지 않아서, 자신의 가방끈이 짧기 때문에, 건강이 좋지 않아서 등 이유는 다양할 수 있다.하지만 주위 탓으로 돌린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마치 독사에게 물렸을 때 독사를 잡아 죽인다고해서 몸안의 독이 없어지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서로 '기싸움'하듯 말로써 우리는 서로에게 많은 상처를 주고 산다. '아'다르고'어' 다른 말을 자신의 상황에 따라 곡해하고, 오해하면서 벌어지게 되는 일이다. 그럴 때마다 여유를 갖고 상황을 되짚어 '나라면 어땠을까'배려해보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어려운 시기에 서로 용기를 내자는 취지로 '징기스칸' 시암송 해본다.'집안이 나쁘다고 탓하지 말라.나는 아홉 살때 아버지를 고 마을에서 쫓겨났다.가난하다고 말하지 말라.나는 들쥐를 잡아먹으며 연명했고 목숨을 건 전쟁이 내 직업이고 일이었다.작은나라에서 태어났다고 말하지 말라.그림자 말고는 친구도 없고, 병사만 10만 백성은 어린애, 노인가지 합쳐 2백만도 되지 않았다.배운게 없다고 힘이 없다고 탓하지 말라.나는 내 이름도 쓸 줄 몰랐으나 남의 말에 귀 기울이면서현명해지는 법을 배웠다.너무 막막하다고 그래서 포기해야겠다고 말하지 말라.나는 목에 칼을 쓰고도 탈출했고뺨에 화살을 맞고 죽다 살아나기도 했다.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나는 내게 거추장스러운 것은 깡그리 쓸어버렸다.나를 극복하는 순간 나는 징기스칸이 되었다.' /이명호(전주 명인치과 원장)
오랜만에 MB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들리는 듯했다. 소위 'Job Sharing- 일자리나누기'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왠지 미심쩍다. 그래서 mb의 일자리 나누기를 들여다보니, 대졸초임자의 임금을 줄여 절약된 예산만큼 계약직 인턴사원을 채용한다는 내용이다.MB의 일자리나누기는 자본가의 이해와 사고로부터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일자리 나누기는 과거 정권이 쓰던 '고통분담'의 새로운 버전쯤으로 생각된다. 고통분담은 사실상 임금인상율을 제한하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제약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일자리 나누기가 혹 자본은 손안대고 코 풀듯, 노동자들의 밥그릇에 숟가락 하나 더 넣고 나눠 먹으라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것도 1년 미만의 시한부로 말이다. 이마저도 감사해야 할지?그러나, 공공기관부터 일자리 나누기를 실시하라는 MB의 지시는 곧바로 관료들로부터 불가하다는 입장을 통고받았다.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운용위원회 결과를 통해 신입사원 임금줄이기를 통한 잡 셰어링을 공식적으로 실시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미 공공기관 선진화라는 명목으로 공공기관의 정원을 줄이기로 한 마당에 임금을 반으로 줄일 신입사원을 고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MB의 한계와 모순을 그대로 드러내는 허허로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잡 셰어링'은 스웨덴과 독일 등 유럽국가에서 시작됐다. 선진 자본주의 국가는 산업의 자동화와 로봇화 등으로 생산성은 높아졌으나 전반적인 세계경제의 저성장에 따라 상품생산을 증가시키는데 한계가 있어서 상대적인 잉여노동력이 발생한다. 그러자 노동자들이 자본과 합의하여 고용인원을 감축하는 대신 노동시간과 임금을 줄여, 고용을 유지하고 청년실업자를 추가로 고용하기로 합의한 것이다.우리나라도 고용 없는 성장을 하고 있다. 2007년 우리나라 국민총생산(GDP)은 5% 상승했으나 고용은 고작 0.1% 늘었을 뿐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노동시간이 긴데, 2006년 한국 노동자의 노동시간은 29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길고 연평균 노동시간이 2,357시간으로 OECD 회원국 노동자의 연평균 1,777시간보다 훨씬 많으며, 네덜란드에 비해 연간 1,000시간을 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다, 우리나라 100대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이 300조원이나 된다고 한다. 대기업과 재벌의 금고에 돈이 쌓여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에서도 일자리 나누기를 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근거이자 당위이다.현재의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 근본원인이 빈부격차의 심화에 있다고 한다. 자본이 제조업에 대한 재투자를 게을리 하고, 일확천금을 노리고 금융거래에 집중하면서 다양한 경로로 더욱 노동자와 생산자들의 고혈을 짜내다보니 금융거품을 감당해야할 노동자와 생산자들의 구매력이 근본적으로 상실되어 현재의 위기가 발생했다는 것이다.결국, 경제위기의 해법도 돈이 아래로 흐르게 해야 하는 것이다. 돈이 아래로 흐르게 하는 중요한 수단이 생산현장에서는 일자리나누기이며, 일자리나누기의 핵심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확대이다. 자본은 곳간을 풀고, 대기업노동자는 또 다른 자신을 위해 배려하고, 정부는 지원과 법제도를 마련해야한다. 일자리나누기에 내재하는 가치는 인간과 생명존중에 바탕한 사회적 연대의식이다. 그런데, 그렇긴 한데, 일자리 나누기의 주체인 현재의 mb정부와 자본, 그리고 대기업 정규노동자들이 이러한 사회적 연대의식을 가질 수 있을까? /한승우(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
이번 설에는 온 나라에 눈이 많이 내려서 누구나 설설 기는 설이 되어 버린 듯하다. 운전도 천천히 조심스레 하게 되고 집 밖에 나다닐 때도 미끄러질까봐 평소와 달리 발밑을 살피면서 걷는다.뜻밖의 폭설로 땅바닥을 살펴 걷는 모습들은 조심성 많은 색시걸음이다. 말썽 많은 아이들이나 늘 큰 소리 치는 동네 아저씨들도 너나 할 것 없이 눈 길 위에서는 모두 여성성 특유의 부드러운 사람으로 변했는데 설날에 꼭 그런 책을 한 권 읽게 되었다. '피어라, 남자'(김광화. 이루. 2009.)라는 책이다.고시랑거리는 글투가 이런 식이다.저자는 부부싸움을 하게 되면 만날 진다고 한다. 말은 물론 논리에서도 밀려서 결국 꺼내드는 자기만의 무기가 있으니 그것은 삐치는 것이다. 싸우다 안 되니까 토라져서는 말도 안 하고 밥도 안 먹고는 드러눕는데 식구들이 안 볼 때를 골라 음식을 훔쳐 먹기도 한다는 것이다.부엌에 가서 몰래 밥을 훔쳐 먹으면서도 삐친 마음을 안 풀고 토라져 있는 이 사람은 짐작과 달리 남자다.속살대는 귀엣말처럼 책이 감미롭기까지 하다. 풀잎처럼 여린 남자가 나지막하게 들려주는 자기고백 같은 책이다. 저녁을 먹고 아내가 아이들한테 같이 산책 나가자고 했는데 두 남매가 다 안 간다고 하자 남편은 눈치를 살피다가 용기를 내서 아내에게 말한다. 내가 따라가면 안 되겠냐고.귀엽다. 책이 귀엽고 남자가 귀엽다. 읽으면서 무릎을 칠 일도 없고 긴장할 일도 없다. 말 한마디로 집안을 쥐락펴락 하는 것이 아버지 자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슬그머니 내려앉게 한다. 그런데 이 남자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아내에게 "여보. 나 좀 안아 줘."라고 응석을 부리고는 얼른 아내 가슴에 안겨 쑥스런 얼굴을 묻는다.(188쪽)다가 올 문명의 새로운 덕목은 빼어난 개인능력이나 대중을 사로잡는 통솔력이 아니라 서로 존중하며 잘 통할 줄 아는 부드러움에 있다고들 말한다. 수용하고 보살피는 여성스러움이 얼마나 많은가가 진보의 새로운 기준이 된다고 하는데 한국사회가 여기에 한참 뒤떨어져 있다는 지표들은 수두룩하다.자료를 보니 세계경제포럼(드블유이에프:WEF)에서 나라별로 소득격차와 교육기회, 정책결정권한 등으로 평가하는 남녀평등지수가 있는데 한국은 작년에 130개국 중 108위였다. 재작년에는 128개국 중에서 97위를 했다니 더 나빠진 셈이다.모든 사람은 양성성을 가지고 태어나는데 남성성을 지나치게 요구하는 한국사회는 남자들로 하여금 남성적 기질을 일찍 소진하게 하는 것 같다. 늙고 나면 제 손으로 하루 세끼 제대로 못 챙겨 먹는 것은 물론이고 여성보다 여러 해 일찍 죽는다.과부 3년이면 은이 서 말이지만 홀아비 3년이면 서캐가 서 말이라는 속담이 있는 것처럼 자립능력은 남자가 훨씬 모자라는 게 사실이다.'일어서라, 남자'가 아니고 '피어라, 남자'라는 책 제목이 책장을 덮으면서야 제대로 가슴에 다가왔다. 꽃처럼, 풀잎처럼 그렇게 섬약하고 이쁜 남자의 탄생을 알리는 책이라는 사실이. 피어나는 남자들로 올 해가 가정은 물론 정치나 사회, 모든 영역에서 부드러움이 넘치고 서로 북돋고 격려하는 날들로 채워졌으면 한다./전희식(농부'똥꽃' 저자)
2008년도 최고의 사회적 이슈는 "먹을거리" 였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 논란부터 유전자조작식품의 대량 수입으로 인한 위험성 논란, 중국산 식품의 멜라민 사건 등 식품안전에 대한 이슈는 2008년 연일 신문지상을 오르내리는 최고의 생활 이슈였다. 요즘도 서너명만 모이면 "도대체 믿고 먹을 게 없다" 며 먹을거리에 대한 걱정이 대단함을 느길수 있다.이러한 추세의 반영은 소위 웰빙, 로하스라는 트렌드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최고 매출을 자랑하는 모 유통업체의 유기농 관련 제품의 매출점유율은 2008년 35.3%에 이르고, 친환경 유기농산물을 취급하는 직거래 단체의 회원 수도 전년 동월 대비 55%가 넘는 가파른 성장을 기록하고 있으며, 국내 최고의 제과제빵업체는 우리 밀 빵을 출시하였다.이는 식품안전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활동해온 소비자 단체 활동의 성과물이며, 비싸지만 보다 안전한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낳은 결과로 대단히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웰빙이 사회적 트렌드로서 소비자의 성향에 맞춘 대기업들의 이윤추구의 결과로만 자리할 때 과연 소비자가 원하는 진정한 "식품안전"이라는 요구가 지켜질 수 있을지 대단히 걱정스럽다.소비자가 원하는 안전한 식품에 대한 요구는 단지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유기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업 기술적인 문제로만 치부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친환경 유기농업의 의미는 지구온난화라는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석유에너지를 줄이면서 사회 환경의 자연 순환에 도움을 주는 의미로까지 확장되어야 하며 우리 농업의 보호와 유지로까지 이어져야 한다.우리 농업이 보호, 유지되지 않고서는 안전한 식탁도 없다. 중국발 멜라민 사건,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유전자조작 식품 수입 등에서 보듯, 우리 땅에서 난 농산물을 외면하고 값이 싸다는 이유로 수입해온 수입농산물이 항상 문제가 되었다.이제 십 수년간 차려온 밥상이 나와 내 가족을 "살리는" 밥상이 아니라 오히려 "죽이는" 밥상이었다는 자각은 우리 농업과 환경, 인간과 노동을 생각하는 밥상 차리기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의 소비는 단지 화학 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재배했는가? 또는 화학첨가물을 사용하여 만든 식품인가? 를 넘어 서야 한다..인간적 노동에 기반한 생산물인지, 생산과정에서 비인간적인 노동 착취는 없었는지, 우리농업과 생산자를 살리며, 아울러 우리 환경에 도움이 되는 유기농업인지, 일부 부유층을 겨냥한 고품질 고가격 유기농업인지, 서민생활에 도움이 되는 유기 농업인지, 화석에너지를 줄이려는 노력을 한 생산물인지를 따져야할 때 이다.이 경우 소비는 곧 "생활 속 투표" 행위다. "생활 속 투표"는 생산자와 식품 기업에게 전달하는 소비자의 강력한 메시지가 될 것이다. 트렌드에 발맞춰 단지 화학 비료와 농약이 검출되지 않는 유기농산물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자연 환경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을 보살피고 배려한 생산물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전달하는 의미 있는 소비 행위다.2009년 부엌에서 바라본 세상은 초국적 기업과 자본가들이 식량 생산과 유통을 쥐락펴락하며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소를 수출하고 학교 급식에 사용할 것을 요구하며 유전자를 조작한 동식물을 식용으로 사용할 것을 강요하고 있는 암울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해 내는 근본적 방법은 민주주의를 제대로 작동시켜 정치권력을 시민들의 품으로 되돌아오게 하는 것이지만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며 많은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상대적으로 쉬운 방법은 "생활 속 투표"를 통해 대안적 생산체제의 기반을 만드는 것이다. 즉, 지금 내가 밥상을 차리는 나의 부엌에서 세상을 변화시킬 토대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 경우 쇼핑은 정치적 투표보다도 중요하다./김신재(icoop전주생협 이사장)▲김신재씨는* icoop전주생협 이사장*자연드림 전주점 대표
"뽀드득 뽀드득"새벽 동이 틀려면 아직 멀었다. 모악산 바람이 얼굴과 귀를 세차게 때리며 옷깃 사이로 파고들어 더욱더 몸을 움츠리게 하는 요즘이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 흰 눈으로 덮인 땅에 발자국을 내며 걷자니 눈이 밟히는 소리가 들린다.마음이 가볍다.'인생을 이모작하자'는 신조대로 매주 일요일 아침 모악산 등반을 한 지 1년 가까이 됐다 . 모악산은 봄에는 신록으로 태어나 ,여름에는 더 진한 녹음을 향해가고, 가을엔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겨울에는 앙상함으로 다양한 또 다른 느낌을 준다.이 중 나를 가장 즐겁게 하는 것은 산골짜기에서 들려오는 물소리다.여름엔 거칠 것 없이 흐르는 물소리는 청량감을 주지만 겨울엔 얼음 사이로 흐르는 새벽 물소리는 고요한 정적 속 또 다른 생명의 소리를 들려준다.과거에는 나름대로 부지런하게 살려고 했지만, 내 뜻대로 되는 날은 많지 않았다.하루하루가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보니 술을 늦게까지 마시고, 다음날 마지못해 일어나 일과를 시작하곤 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현재는 다르다. 매주 새벽시간의 도전이 계속되고 있어서다.살다 보면 어려운 현실 속에서 전혀 다른 삶의 태도를 취하는 이들을 마주하게 된다.긍정적인 마음으로 현재 처한 환경에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자신을 너무 쉽게 놓아 버리고 자포자기하는 사람도 있다.얼마나 힘들었으면, 자신과 가족과 직장을 버릴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그런 상황에 처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감히 이해할 수 있다고 하기 어렵지만) 그런 그에게 단 한 사람이라도 긍정적인 지지를 해주었더라면, 인내력을 갖고 견뎠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결국 괴롭다 하더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명확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일단 목표가 정해지면 모든 시간을 그 목표를 위해 돌진해야 한다.자기의 결단이 잘되었는가 아닌가 시종일관 걱정하면서 귀중한 시간을 흘려서는 안된다.국내 축구 영웅으로 각인된 히딩크는 '프로는 목숨을 걸며 일을 해야 한다'고 말을 하지 않았던가.사무엘 울만이'청춘'이란시를 쓴 나이는 78세였다.늦었다고 할 때가 가장 빠를 때라는 삶의 교훈을 온 몸으로 보여준'청춘'의 주인공이다.당신의 도전과 열정의 에너지가 한해를 시작하는 새벽 메아리로 큰 울림으로 다가가길 기대하며마지막으로 샤뮤엘 울만의? 시 '청춘'을 다시 한번 생각한다. '영감이 끊기고 / 정신이 냉소의 눈에 덮이고 / 비탄의 얼음에 갇힐 때 / 그대는 스무 살이라도 늙은이가 되네 /그러나 머리를 높이 들고 희망의 물결을 붙잡는 한 / 그대는 여든 살이어도 늘 푸른 청춘이네I can do it, you can do it too./이명호(전주 명인치과 원장)이명호 원장 약력: 치의학 박사전북카네기 회장명인 임프란트 연구회 회장전주명인치과 원장
'머리속에 삽한자루 있다' MB의 토건중심 경제정책을 꼬집은 풍자가 회자되고 있다. 그런가하면 '사실상의 대운하사업이다' '한국판 뉴딜정책이다' 등 시민사회와 정부간에 4대강 정비사업의 실체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2009년 신년사에서도 MB는 4대강 정비사업을 20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녹색뉴딜정책이라고 했다. 그러나, 현재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정비사업이 과연 뉴딜정책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은 정부정책의 전반적인 기조를 보면 할 수 있다.이른바 뉴딜정책은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이 대공황이후 실업자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경제구조와 관행을 개혁하고, 대공황으로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실시한 경제정책이다.그러나 우리정부는 뉴딜정책을 토건사업정도로만 왜곡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루즈벨트의 뉴딜정책이름이 원래 '소외된 자를 위한 뉴딜'이라는 사실은 알려져 있지 않다.루즈벨트 대통령은 도로와 댐 건설 등의 대규모 토목사업을 시행했다. 그러나 이는 뉴딜정책의 일부에 불과하다. 각종 사회보장제도의 이행을 위해 소득세를 대폭 올리는 등 부자들에게는 가혹하다할 정도의 증세정책을 폈다.1929년 미국의 소득세가 24%, 상속세는 20%정도였으나 루즈벨트 대통령의 임기말에는 소득세 79%, 상속세 77%까지 올라갔다.뿐만 아니라 노동조합활동을 폭넓게 보장하고 은행의 규제강화와 구조조정을 과감히 단행했다. 이로 인해 뉴딜정책은 보수주의자들의 강한 비판에 직면했다.그러나 MB정부는 집권하자마자 맨 먼저 종부세를 완화하여 부자들의 세금을 덜어주고, 전교조와 민주노총 등 노동조합을 탄압하며 공안정국을 조성하고 있다. 금융규제를 완화한다는 이름으로 재벌의 은행소유를 열어놓으려 하고 있다.전반적인 경제정책의 추진으로 보면 MB정부의 경제정책의 기조는 부자와 재벌을 위한 것으로 루즈벨트 대통령의 소외된 자를 위한 뉴딜정책과는 정반대이다.다만 4대강 정비사업이라는 토목사업을 한다는 이유로 한국판 뉴딜정책이라 스스로 추켜세우지만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루즈벨트의 토목사업이 미숙련노동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당시 도로 등 사회간접시설이 부족한 상태에서 미래의 생산적인 투자였다고 한다면, MB의 4대강 정비사업은 중장비로 이루어지는 토목사업으로 일자리창출에 어느 정도 기여할 지 미지수이며, 이미 100%가깝게 4대강의 정비가 완료된 상황에서 그 효과가 전무하다는데 그야말로 건설업자를 위한 '삽질'이 아닐 수 없다.문제는 지방정부조차 4대강 정비사업에서 소외됐다며 참여방법을 논하는가 하면, 목적이 불분명한 만경강과 금강의 물길을 연결한다는 구상으로 MB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소외된 자를 먼저 고려하고 미래를 열어가는 창조적 경제정책에 대한 기대를 지방정부로부터 만들어 갈 수는 없을까? 4대강 정비사업이 대운하 전초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그 바탕에 깔려있는 철학과 비젼이 중요하다.'MB 머릿속에 삽한자루 있다'고 비웃을 일만이 아니다. 우리들의 머릿속에는 무엇이 있는지 되새겨볼 때이다.한승우- 1967년 전북 진안출생으로 중앙대학교를 중퇴했다. 10여년간 현장에서 노동자로 일했으며 2002년부터 환경운동에 몸담아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모악산에서 농사일을 하며, 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한승우(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
모두 다 바쁜 한 해를 보냈을 것이다. 누구를 만나도 다 바쁘고 힘들다는 비명이 들린다. 내일이 성스런 크리스마스지만 우선 내 삶이 먼저이기 때문에 연말 분위기는 사라진 진 듯하다. 주위의 누구를 만나도 긍정적인 언어보다는 부정적인 대화를 많이 듣는다. 요즘 사람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학벌이나 학력과는 무관하게 다 똑똑하고 영특하다.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발전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기 때문에 모두가 세련되고 자신의 주장을 거침없이 표현한다. 그런데 어제보다 아니 지난날 잘 살지 못했던 때보다 행복해 보이진 않는다. 생활수준이나 의식수준이 월등하게 나아졌는데 행복지수는 왜 비례하지 못할까? 잘살아 보려고 앞만 보고 달렸지 더불어 잘 살아 보려는 훈련이 부족한 것 같다. 그런 과정이 학교나 가정에서 생략된 것이다.일전에 아주 독립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여성 한 분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아이가 학교에서 가훈을 적어오라고 해서 '각자 잘 살자' 라는 내용을 적어 줬다고 한다. 이 내용을 두고 아이는 물론 주변 사람들조차 가훈에 대해 한마디씩 한다는 것이다. 교과서 적인 내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엄마는 내가 잘 살아야 우리 집이 잘 살게 되고, 그리고 우리 사회와 국가가 잘 살기 때문에 가장 기본이 되는 개인의 소중한 의미를 통해 더불어 잘 살길 바라는 자신의 생각을 주위 사람들에게 여러 번 설명 했다고 한다. 엄마의 이런 가치관을 가지고 자란 그 아이들은 분명히 자신의 발전을 통해 이 사회와 국가가 부강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장차 훌륭한 동량이 되어 더불어 사는 모습을 보일 것을 생각하니 뿌듯한 맘이 들었다. 각자가 잘 살면서 더불어 잘 되는 방법을 모르고, 나 하나만 잘 살면 되는 것으로 만족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면에 너무 치중하는 것이 못내 섭섭할 뿐이다. '각자' 그러나 '더불어'가 특이한 제3의 원리를 만들어 조화를 이룬 인간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는 것이다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것은 교육을 잘 받고 잘 난 사람이 아닌 그저 평범한 이름 없는 사람들에 의해 정해진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로마를 진격할 때 그의 후원자는 당시 갈리아 변방 출신의 이름 없는 외인부대였다. 로마의 좋은 학벌과 훌륭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학연?지연? 혈연으로 엮어져 자신들의 세계만 구축했기 때문에 변방의 갈리아 사람들에게 권력을 내 주는 것을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 카이사르가 당시의 로마 기준에 자신을 맞추지 않고 지구촌 기준에 맞춰 인도했기 때문에 외인부대가 그를 전우로 생각해 도와준 것이다.이처럼 우리도 삶의 기준을 이제는 자신의 집안과 지역이 아닌 국제적인 세계화 시대에 맞춰야 할 것이다 그래야 우리를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이해하는 우방국이 더 많이 생기고 국제적인 신인도가 올라가 우리 나라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함께 하는 길이 열릴 것이다. 숲 속에서 자살하려고 하는 사람이 목을 매달았는데 가지가 부러져 엉덩방아를 찧자 "너무 아파 죽는 줄 알았네" 하는 말이 있다. 자살 실패자는 엉덩방아를 찧은 순간 다른 세계를 본 것이다. 각자 잘 살자 의미가 더불어 잘 살자는 것처럼 이제 우리도 이런 가치관의 변화가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2008년 고통스러운 한 해를 보내면서 다른 세계를 보는 지혜와 가치관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다. 인생에서 부딪치는 문제는 정답 같은 것은 없고 임시방편적인 해답이 있을 따름이다. 당신은 어디에서 해답을 찾으시렵니까?/정성록(남원 서진여고 교사)
미국 발 금융위기가 허약한 한국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이제 실물경제로 여파가 미쳐 서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미국 발 금융위기는 미국중심의 일국경제체제에 파열구를 냈다. 대처리즘과 레이건노믹스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의 경제체제의 허구성을 일거에 보여준 것이다. 또한 시장개방과 외자 유치만이 살길이라며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이 대문을 활짝 열었던 나라들은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고 있다. 소수 특정 재벌 중심의 수출 위주의 정책과 미국경제의 의존도가 높은 우리는 더욱 가공할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의 경제팀이 보여준 갈지자 행보와 조급증에 빠진 인위적인 환율개입정책은 시장을 혼란으로 몰아놓고 안이한 대응으로 일관한 정부 정책을 불신의 깊은 늪으로 빠뜨렸다.금융위기는 내수경제의 침체와 수출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하루하루 부도 위기를 견뎌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서민들의 삶은 금리부담과 실질수익의 하락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도 어쩔 수 없는 나락으로 빠지고 있다.하지만 이명박정부와 집권 한나라당은 3%도 안 되는 가진 자와 재벌들을 위한 정책으로 일관하며 서민들의 삶은 외면하고 있다. 일찍이 국가 부도위기 상황이었던 IMF시절, 결국 희생당하는 것은 위기촉발의 당사자들인 가진 자들과 재벌들이 아니라 서민들과 중소기업들이라는 것이었다. 수많은 실직자들과 저소득층은 최소한의 안전망도 없이 오직 자신들만의 힘으로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거나 좌절과 파탄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환란의 주범 중의 하나인 재벌 그룹들은 구제금융이나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도리어 기업의 내실을 다지기보다 외형을 확장하며 공룡재벌로 거듭났다. 중산층과 서민들이 휴지가 된 주식과 금융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파산하며 집을 잃고 길거리를 헤맬 때 외국 기업 사냥꾼과 가진 자들은 바닥을 치는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하여 단기간에 막대한 시세 차익을 얻었다. 땅 짚고 헤엄치는 장사를 하며 서민들을 두 번 죽이는 결과를 나았다. 중소기업 영역까지 돈만 되면 문어발식 기업 확장에만 열을 올려 허약한 재벌 그룹들이 체질 개선 없이 모순을 온전히 보전하며 자본 축적에만 열을 올린 것이다. 일본 부동산 거품 과정에서 일본 기업인들이 회사를 살리기 위해 자신들의 재산을 헌납하거나 책임지는 모습을 보인 것과는 정반대로 나아갔던 것이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는 중산층과 서민들을 위한 정당을 표방했지만 자신들의 지지기반인 서민들에게 희생만을 강요하고 부자들을 위한 정책으로 나아가 결국 지지를 잃고 이명박 정부 태동의 1등 공신이 되었다. 국민의 정부는 IMF 탈출이라는 명분이라도 있었지만 참여정부는 말만 요란하고 제대로 된 정책한 번 펴보지도 못하고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켰다.지금도 마찬가지다. 서민들이 묵묵히 고통을 감수하고 있는 지금에도 정부정책은 감세정책과 복지 예산의 삭감으로 나아가고 있다. 또한 국가경쟁력의 하락의 원흉인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수도권의 과도한 집적과 집중을 더욱 부채질하여 지방을 죽이는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균형발전위원회는 진정한 지역발전을 모색하는 기구에서 수도권의 집중을 무마하는 기구로 전락하여 수도권 경제 집중을 옹호하는 곳으로 바뀌었다. 지방달래기 정책으로 발표한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는 지방 살리기보다는 이미 전 국민이 반대하는 대운하사업의 명분을 찾기 위한 사업으로 보인다.한국경제는 일률적인 대규모 토목공사만으로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없으며 지역마다 특성을 살리는 투자를 통해 돈도 사람도 모두 떠난 지역을 살리는 데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전북입장에서는 새만금 사업 외에는 신규 사업이 없고 초광역경제권(지방경제활성화대책)에서 철저히 소외되어 전북경제를 더욱 낙후시킬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서민들을 위하는 정책과 하층민으로 전락하고 있는 지역민을 위한 정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각 정당들은 구호만 요란하지 실질적으로 잘못된 정부정책에 결국은 보조를 맞추고 있어 실망을 넘어 분노를 갖게 한다. 지역구 의원들도 뺏지만 지역에서 달았지 생활근거지는 수도권이기 때문에 지역민의 고통과 절박함을 외면하고 있지 않나 싶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제라도 서민을 위한 정책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지역민에 희망을 주는 정치가 되어야 한다./김영기(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집행위원장)
우리 부부는 서로가 참 많이 다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옷차림에 대한 취향은 거의 하늘과 땅 차이 수준이다. 나는 가능한 젊고 개성 있는 그리고 다양한 옷차림을 추구하는 반면 남편은 될 수 있으면 나이 들고 평범하며 동일한 패턴의 옷차림을 선호한다. 나의 패션감각이 남편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자부하기 때문에 내가 남편을 위하여 준비하는 옷들은 다양하고 젊은 취향이다. 물론 남편하고 어울리는 한도 내에서만 욕심을 부린다. 그런데 남편은 자신의 옷에 대해 다른 사람이 어쩌고 한마디 하면 다신 그 옷을 입으려 들지 않는다. 옷은 남을 위해 입기 때문에 남을 의식하며 입어야 한다나 어쩐다나..무슨 유명스타의 팬 서비스라도 된단 말인가반면 나는 나를 위해 옷을 입는다, 현재 내 기분에 맞춰서 혹은 내가 희망하는 분위기에 맞추어서. '나만의 나'를 확인하고 사랑하는 한 방법이다. 남편이 이타적인 것일까, 아님 내가 자기중심적인 것일까?몇 일전 이정숙 시인이 낭송했던 그녀의 자작시가 생각난다. "이제 나는 어딜 가든 나를 놓지 않으리라/그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을 것이며/내 몫의 운명에 기대어/지구의 별을 폼 나게 순회하리라/내가 왔던 길을 후회하지 않으며/가야 하는 내일을 두려워하지도 않으리라/할 일 없는 사람처럼/ 오직 나를 사랑하리라/온전치 못함을 질책하기보다/어리석은 자의 행복을 누리리라/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으며/ 존재의 법칙에 순응하리라.."학생신분을 벗어나 독립적 개체로 사회에 데뷔하면서부터 겪는 어려움중의 하나가 '억울한 상황' 이다. 의도하지 않았고 실제 행하지도 않았던 일로, 심지어는 전혀 알지도 못하는 일로 누명을 쓰고 세상에서 가장 나쁜 사람이 되어 나 몰래 뒤에서들 수근수근 심판을 받은 일이 몇 번 있었다. 사안이 중대하던 그렇지 않던 일단 화가 치밀어 올라 거의 몸 져 누울 지경이 되기도 하였다. 아마 사회생활 하는 사람 치고 비슷한 상황을 한 두 번 겪지 않은 사람은 없었으리라. 이런 때마다 가장 부러운 사람이 자기자신의 양심에 충실한 이다. 내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데 천 명의 사람들이 아니 만 명의 사람들이 나에게 문제가 있다고 한들 뭐 그리 대수냐 하는 자신만만함. 이런 사람들은 오직 나와 하늘 그리고 땅만이 아는 죄를 짓게 되면 죽도록 못 견뎌 한다, 감히 하늘을 못 올려다 볼 정도의 부끄러움에 쩔쩔매면서나만 시침 뚝 때면 아무도 모르는데 말이다.참으로 닮고픈 그리고 닮아야 할 바람직스러운 모습이다. 이들은 아마 남들의 시선 대신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고 충실 할 것이다. 다른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존중하고 무서워할 것이다. 어느 누구에게 들이대는 잣대보다 엄한 잣대를 자신에게 들이댈 것이다. 세상에서 자기 자신을 가장 사랑할 것이다. 할 일 없는 사람처럼 오직 자기 자신만을 사랑할 것이다./김은미(전북대 교수)
태초에 혼돈의 우주에서 태양이 만들어지고 지구가 탄생했을 당시, 그 때의 대기는 지금과는 크게 달랐을 거라고 알려져 있다. 즉, 메탄과 암모니아, 수소 그리고 수증기로 가득했고 지금처럼 질소와 산소가 많지는 않았다. 생명체의 전단계인 코아세르베이트(coacervate)가 해양에서 나타난 후, 당시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무기 호흡을 했던 종속영양 생물체가 처음 출현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 영향으로 주변에는 이산화탄소 등의 무기탄소의 농도가 높아지게 되고, 이 이산화탄소를 이용하여 시안세균이나 홍색세균 등은 광합성을 통하여 태양에너지를 화학에너지로 저장하는 유기물질을 지구상에 활발히 공급하게 되었다. 광합성 과정에서 발생된 산소는 대기에 축적되어 오존층을 형성함으로써 지구 표면에 독성이 강한 자외선을 경감시키고 장차 다양한 생명체의 출현 환경을 조성하게 되었다. 한편, 태양에너지의 저장물질인 유기물질은 광합성세균이 직접 밤에 호흡작용을 통하여 화학에너지로 소비하기도 하였지만 이후에 나타난 종속영양세균과 고등생물의 주요한 먹이가 되면서 지구상의 생태계를 유지시키는 에너지의 근원이 되었다. 많은 세균과 고등생물들은 광합성 반응에서 생성된 산소를 이용하여 유기물질이 담고 있는 에너지를 빠르고 완전히 사용해낼 수 있는 산화반응을 택하였다. 우리가 살기 위해서 주기적으로 음식을 먹고 끊임 없이 숨을 쉬는것도 이런 연유이고 모든 생물들이 숨을 쉬는 이유도 그러하다.그런데 숨을 쉬지 않는 생물체도 있다. 바로 부패균이라 불리는 혐기성세균이다. 유기물질에 포함된 결합산소를 이용하지만, 다른 생명체처럼 산소로 숨을 쉬지는 않는다. 산소가 없는 곳, 지하나 깊은 해저에서 살아온 혐기성세균은 음식물쓰레기에서 역한 냄새를 발생시키거나 종이팩의 우유를 상하게 하는 것들이다.보통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부패와 얼룩, 악취를 동반하여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인류의 현대문명은 이런 혐기성세균들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에너지를 모두 써버린 호기성세균이 남긴 유산은 없지만, 적당히 에너지를 쓰고 남겨준 혐기성세균의 부산물은 오랜 세월동안 석탄과 석유란 이름으로 땅속에서 간직되었다. 특히, 고세균(Archaebacteria)의 일종인 메탄형성균은 땅속에서 천연가스를 만들었을 뿐 아니라 반추동물의 위와 인간의 대장에서, 습지와 논바닥 그리고 하수처리장 소화조에서 다양하게 조력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지구상에서 태양은 에너지의 발생원, 광합성 식물은 공급원이었다면 혐기성세균은 에너지의 가공기술자이었다. 실제로 산업혁명은 혐기성세균이 남겨준 화석연료를 이용하여 이루었고 인류는 그로 인해 물질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다. 그러나 대대로 내려온 화석연료의 유산 탕진은 급속도로 이루어져 심한 환경문제를 유발하였고 특히 지구 온난화라는 심각한 현상을 초래하였다.근래에 저탄소 녹색성장이란 구호가 넘쳐나고 있다. 아직 일반인에게는 그 의미의 이해가 어렵고 산업과 생활에 접목하기도 모호하다. 물론 기후변화 억제를 위한 온실가스 저감이 구체적 목표이긴 하지만 그 근원적 의미는 선조의 생태계로부터 전해 내려온 화석연료에 의존하여 귀한 유산을 일시에 소진하지 말고 이제 조금이나마 자급자족하자는 것이다. 탄소속에 담겨진 화석에너지를 쓰지 말고 가능하면 사용자가 직접 생산하는 형태의 에너지 즉, 태양이나 지열에너지, 바이오매스 등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여 쓰는 것이다.이것이 산업혁명의 뒤안길에서 나타난 지구 환경오염과 온실가스를 줄이는 근원적 해결책이 될 것이다./서남대 교수 곽동희
한국개발원구원(KDI)은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003년 이후 최저치인 3.3%로 전망되며 실질국내총생산(GDP)증가율도 3년 연속 하락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옮겨지면서 세계경제 전망도 흐려지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이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어 갈수록 살기 어려워진다는 전망이다. 숫자 개념이 약해 1% 떨어지고 올라가면 어떤 결과가 오는지는 잘 알 수 없지만, 당장 일자리 위축으로 이어져 취업의 문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생계형 취업자는 더 힘든 한겨울을 보낼 것 같다.이처럼 어려운 현실에서 서민들은 힘들어 하는데 높은 곳에 있는 사람들은 너무나 정치적 이슈에만 혈안이 되어 있어 얄미운 마음도 생긴다.특히 수도권규제완화에 대한 지방과 중앙의 대립은 보기 민망할 정도다.수도권에서는 이 법이 과밀화와 무관한데도 불구하고, 규제를 예외 없이 적용하여 낙후지역 발전 기회를 제약하고 국가경쟁력을 저해하고 있어, 현실을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은 국토의 균형 발전이라는 큰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 한다. 그러나 지방에서는 수도권 규제 완화 방안이 수도권 과밀을 부채질하고 지방 경제를 고사시켜 공동화를 가져와 지방을 죽이는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수도권 공장 허용으로 우리 전북 지역에서는 지방산업단지와 농공단지 이전 예정 기업들이 잇따라 입주 의사포기를 하여 기업유치에 큰 어려움이 있으며, 도내 이전 예정기업들이 다시 물동량과 수송 여건이 좋은 수도권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수도권은 전 국토의 11.8%에 불과하지만, 인구는 전 국민의 49%, 은행 예금의 68%, 공공기관 청사의 85%가 수도권에 몰려 있어 모든 것을 독식하는 기형적 형태가 되어 버렸다.250여 개 4년제 대학도 서울 소재 대학이 무려 22.5%가 되며 대학의 분류도, IN 서울대학 ? 지방대학으로 부르는 실정이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학술진흥재단이 발표한 2007년도 대학 연구활동 실태조사 결과 4년제 대학 연구비 지원액 중, 수도권 소재 대학에 56.9%가 집중되어 수도권과 지방대학의 격차가 너무 심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현상들은 지방을 수직적 하위 관계로 생각하고 폄하하는 인식의 결과다. 지역이란 독특한 형태를 인정하지 않는 몰개성적인 사고의 발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방이나 수도권이 각자 영역을 확보하고 특색있는 균형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서로 잘 사는 길인데, 이런 체제에서 다시 수도권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고 하는 것은 분명히 생각해 볼 일이다같은 형제라도 신체적 여건이 좋지 않거나 정서적으로 불안한 자녀는 부모의 관심이 특별히 커서 형제끼리도 균형을 잡아 주려고 노력하는 것이 일반적 가정의 모습이다. 적자생존의 법칙은 정글에서 적용될 때 균형이 생기는 것이지 인간사회에서는 오히려 다른 갈등이 생길 수 있다. 모든 상황을 무시하고 같은 조건에서 출발하는 것은 기회의 균등이 아닌 역차별적 성격이 짙다. 기회는 공정하게 하되 지역 여건과 상황에 맞는 적재 적절한 시책과 법률을 적용해야 국토가 균형 발전하여, 온 모든 국민이 그 혜택을 받는 것이다. 서울에 가면 가장 부러운 것이 지하철 노선과 풍부하고 다양한 문화적 공간과 시설, 그리고 그와 더불어 여유를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물론 이와는 다른 역작용도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직?간접적으로 서울 특별시민과 수도권 사람들이 유독 특혜를 받는 것 같아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인지 수도권공화국인지 헷갈린다.왜 중앙과 지방을 굳이 분리시키고 지방은 도외시 당하면서 차별을 받아야 하는가? 수도권 공화국이 아님은 분명한데, 전북지역에 산다는 것이 자랑스럽게 생각되는 시기는 언제쯤 올까요. 누가 알려 줄 사람 없습니까? /정성록(남원서진여고 교사)
혁신도시 건설에 암운이 들어서고 있다. 수도권 과밀화 방지와 지역균형발전의 핵심인 혁신도시 건설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혁신도시 건설의 핵심은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용도 폐기된 토공과 주공의 통합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혁신도시 건설을 원점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국가경쟁력은 전 국토의 균형발전과 자원의 고른 배분과 조화에 있다. 특정 지역의 독점적인 집중과 집적은 초기에는 발전을 선도할 수 있지만 종국에는 경쟁력을 좀먹고 과도한 경제, 산업, 인구집중으로 인한 지가 상승과 교통, 환경문제 등을 유발해 기하급수적인 비용증가로 쇠락한 도시를 만들게 된다. 한때 한강의 기적을 이룬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 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과도한 집중과 집적은 지역을 몰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30여년 동안 집중투자의 수혜지역이었던 영남 지역조차 수도권에 모든 것을 압도, 흡수당했다. 호남은 말할 필요조차 없으며 한국 사회를 한 단계 진전시키는데 엄청난 장애가 된 것을 보여주었다.균형발전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미래를 가능하게 하는 열쇠이다. 그런데 이명박정부는 수도권의 기형적인 팽창과 집중, 집적을 막는 최소한의 안전정치인 수도권 종량제와 규제를 일방적으로 풀려하고 있다. 매스를 가해서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어야할 수도권의 부실덩어리를 온존시키며 규모의 경제만으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없다. 이명박정부의 이러한 정책은 몇 년 지나지 않아 더 큰 국가적 재앙으로 국가와 국민의 존망을 위태롭게 할 것이다. 따라서 혁신도시는 수도권의 집중을 막고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한 지난 정부의 최소한의 조치임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통합논의로 전주와 진주의 혁신도시 건설 자체가 원천 무효화의 위기에 처했다. 통합의 취지가 부실과 방만한 경영을 줄이자는 것이다. 하지만 IMF 이전 대우의 김우중이 해외투자와 부실기업 인수와 확장 등으로 규모를 늘리며 공격적인 경영으로 불황과 회사의 위기를 탈출하려다가 하루아침에 공중분해 된 것을 상기해야 한다. 부실을 은폐하면서 경쟁력 회복업는 공룡기업의 탄생은 머지 않아 더 큰 환란만을 부르게 된다.서민아파트 건설을 통한 공공주택 공급은 한계에 이르렀다. 주택공사는 과거 일정한 시기동안 서민주택 건설을 위해 꼭 필요한 존재였지만 IMF 환란 이후 아파트 중심의 공공주택 사업은 퇴색해갔다. 사업의 축소 내지는 변화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주택공사는 군살빼기가 아니라 도리어 인원을 늘리고 사업 다각화 명목으로 전문성도 떨어지는 사업에 뛰어들며 타 기관이나 민간 영역에 지나치게 개입하여 방만한 경영으로 부실을 키웠다. 이러한 주택공사에 대한 명확한 평가와 대안 없이 토지공사와의 통합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공적기관은 수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하지만 공적기관이 시대변화에 조응하지 못하고 설립 목적에 부합하지 못한다면 분명하게 시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현재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대표 발의한 통합 법안은 즉각 폐기되어야 한다. 공기업의 존폐문제는 전체 공적기관들의 정확한 평가와 함께 장기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혁신도시 건설은 정부가 국민에게 한 약속이다. 균형발전은 국가경쟁력을 살리는 절체절명의 과제이다. 정권이 교체되었다고 무효가 될 수 없다. 국민적인 합의와 결정사항을 팽개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김영기(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집행위원장)
여기저기 터지는 한숨 소리며, 구겨진 인상들에 요즘 참 심란하다. 작고 큰 은행예금들이 거의 펀드로 몰렸으니 주가 폭락으로 피해를 입지 않은 사람들이 거의 없다. 평범한 서민이라면 대한민국 가구당 평균 이상의 부채를 지지 않은 가정을 찾기 어려운 만큼, 계속 올라가고 있는 금리 덕분에 밤잠을 설치는 우울한 가장들이 태반이다. 공과금이며 물가는 또 줄줄이 상승하고 있으니 한 푼 두 푼 쓰기가 겁난다. 덕분에 형성되는 긴축재정 분위기로 시장공기는 싸늘해지고 중소 자영업자들의 수입은 턱없이 줄어든다. 이젠 쓸 돈이 없어 쓰지를 못하는 상황이 되고 자금 경색은 점점 더 심화되고.. 정말이지 "어찌하오리이까"의 연발이다.누가 해답을 주면 좋겠다, 현 경제환란의 위기에서 내가 무엇을 어찌 해야 하는 것인지. 여기저기 쏟아져 나오는 해법들이라곤 외환의 수요공급조절이니, 행정조직개편 등 정부정책에 관한 거시적인 얘기들에 그친다. 도통 개개인이 취해야 할 미시적 행동에 대해서는 시원한 답을 제시 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길 지금은 현금을 보유해야 하는 때란다. 그런데 너도 나도 현금만 보유하려 하다 보면 시장은 위축될 것이고 나아가 사회적 정서까지 뿌리째 흔들릴 것이다. 우리가 얼마 전 IMF위기에서 뼈저리게 경험했던 일 아니던가? 나만 살자고 너도 나도 서로를 밀쳐대며 허우적대다간 우리 다같이 깊은 늪에 점점 더 빠져들게 될 것이다. 이는 결코 해답이 아니다.아마 해답이 없지 않나 싶다. 그렇지만 어떻게든 해쳐 나가며 살아내야 할 텐데.. 어찌하누.. 지혜를 부려봐야겠다. 호랑이 굴에 잡혀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데, 그때그때 일이 닥칠 때마다 하나하나씩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지혜를 맘껏 부려보자. 그러기 위해 먼저 내 마음을 좀 다듬자. 첫째 펀드나 주식으로 잃은 돈은 내 탓이다. 누군가의 권유로 시작을 했더라도 결국 투자 결정은 나 자신이 하지 않았던가? 쉽게 돈 좀 벌어보려고 꾀 부리다 그 꾀가 안 통한 것이다. 수업료치고는 엄청 비싸고 억울하지만 그만큼 가치 있는 교훈을 얻은 셈으로 치자, 훌쩍훌쩍. 둘째, 재미난 일을 찾아내자. 난 요즘 달밤의 체조에 한참 신이 나있다. 생활체조 말이다. 상쾌한 공기 쐬며 팔이며 다리며 엉덩이까지 폴짝폴짝 "야야야야 구름이 끼었다고 비가오나 구름 위엔 또 햇살 있지..오늘이 힘들다고 내일 없나 태양은 내일 다시 떠요..해피해피데이.." 노랫말 흥얼거리며 뒤뚱뒤뚱 옆집 아주머니 따라 흔들어대다 보면 엔도르핀이 퐁퐁 솟아올라 다음날 한나절까진 약효가 유효하다. 익산 솜리문화예술회관에서는 매주 목요일마다 그리고 또 주중 짬짬이 유익한 공연들을 선보인다. 우연이 알게 되어 몇 번 달려갔는데,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연들이어서 좋고 무엇보다 공짜가 많다 ㅎㅎ. 사는 게 뭐 있나? 순간순간의 기쁨을 모아모아 행복해 지면 되는 거지. 셋째, 서로를 감싸 안자. 힘들수록 고독해 지고 외로워진다. 그 순간을 넘기지 못해 돌이킬 수 없는 짓들을 저지른 사람들이 여기저기 많아지고 있지 않은가..다들 경험으로 알듯이 누군가가 사랑으로 나를 감싸준다면 없던 힘도 불끈 솟아나고 더불어 지혜도 새록새록 피어 오른다. 서로 예민한 감정에 조심조심 다가가 사랑해 보자. 문득 외롭다 느낄 땐 하늘을 봐요. 같은 태양 아래 있어요, 우린 하나에요. 마주치는 눈빛으로 만들어가요, 나지막이 함께 불러요 사랑의 노래를./김은미(전북대 교수)
며칠전 우리나라 KOSPI 지수 1000이 붕괴되었다. 설마 하던 모든 우려를 넘어섰고, 기대하던 모든 지지선이 무너졌다. 주식시장의 반응은 IMF 당시보다도, IT버블이 붕괴하던 때보다도, 카드채 대란이 발생했을 당시보다도 훨씬 싸늘하다.이러한 글로벌 증시의 도미노 폭락을 불러온 원흉은 높은 리스크를 '고수익'이란 유혹의 독침으로 우리들의 판단을 마비시킨 금융시장의 파생상품이라고 알려졌다. 이들은 첨단 금융산업의 신상품이란 이미지로 포장되어 다양한 종류의 펀드로 불티나게 팔렸었다. 그 투자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괴물상품'에 현혹되었던 상품을 다시 뜯어보니, 리스크는 이중삼중으로 불어나 있고, 첨단이란 이름으로 포장되어 더 매혹적으로 보이게 만들어져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상품의 폐해에 지금 전 세계 투자자들이 고통 받고 있다.요즈음 미국식 거품경제의 몰락으로 인해 패닉상태에 빠진 금융시장이 다른 산업에 미치는 파장도 매우 큰 강도로 나타나고 있다. 당장 환경산업에도 큰 줄기가 바뀔 정도의 영향이 미치고 있다. 물론 이번 금융위기 여파와 더불어 화석연료의 수급과 비용문제에도 민감하게 연결된 사안이기도 하다. 그동안 EU를 중심으로 추진되어져 온 저탄소 산업이 아직 수익구조 전망이 확실치 않아 주춤하게 되고, 특허권과 판매, A/S체계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첨단 환경기술도 그 실효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어쩌면 환경산업에 있어서, 복잡한 설비와 높은 에너지가 소요되는 고비용 고효율식 첨단 기술이 금융시장의 파생상품과 유사할 것이고, 저비용 저효율의 전통적 환경기술은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은행예금 정도에 해당할 것이다. 금융시장의 패닉을 유발한 펀드시장처럼, 환경산업에서도 최근 몇 년간 수익구조가 불확실한 탄소산업, 고비용 고효율의 복잡한 처리기술이 많은 기업들뿐 아니라 학계, 관계기관 종사자들의 관심을 몰고 다녔다. 이 시점에서 환경산업도 그동안 부풀려진 거품이나 첨단이란 이름으로 과대 포장되어 실제적 가치가 크게 떨어지는 기술에 과다하게 투자되지는 않았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사실, 국내의 환경산업은 기술개발측면에서 거의 정점에 다다르고 있고 SOC 형태의 환경기초시설도 건설 수요처가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다. 이렇게 시장이 크게 남아있지 않은 상황에서 고비용이 뒤따르는 고효율 기술개발과 수익성이 확인되지 못하고 있는 저탄소기술에 지나친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많은 국가예산을 들여서 연구개발한 환경기술의 실효성이 그리 높지 않으며 주변국가에 수출한 예도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국내의 실정을 살펴보면 아직도 많은 환경시설이 효과적으로 운전되지 못하고 있으며, 환경시설 운영자의 기술수준도 부족하고, 시설의 효율도 목표값에 이르지 못하는 곳이 부지기수이다. 전통적 환경시설에 대한 내실을 채 다지기 전에 유행처럼 번지는 신기술에 현혹되어 새로운 기술에 대한 관심만 커져 있다.환경시장과 환경산업은 실제적으로 국가주도로 이루어지는 산업이기 때문에 그 내부에 부실이나 거품이 끼어 있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첨단화와 세계화라는 유혹에 이끌려, 저비용과 저효율이지만 정작 우리나라의 국토전반을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환경기초시설과 전통적 환경기술이 등한시되어 균열이가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볼 때가 아닌가 싶다./곽동희(서남대 교수)
이때 쯤 이면 가을걷이도 끝나고 바쁜 일손을 놓고 한숨 돌리는 시기다. 농가에서는 입동(立冬)을 앞두고 서리 피해를 막고 알이 찬 배추를 얻기 위해 배추를 묶고 무는 뽑아 구덩이를 파고 저장하는 등 겨울을 대비한다. 자연의 섭리도 양(陽)에서 음(陰)으로 변하면서 추운 겨울을 자연스럽게 맞이하는 시기다.요즘 국내적으로 아주 어려워 미국 발 금융위기가 우리네 안방까지 영향을 끼쳐 모든 사람들이 힘들다는 소리를 한다. 금융위기가 국제적 협력으로 제어된다고 해도 실물경제 위축은 불가피한 현실이다. 경제 한파가 지금의 현실이기에 막연하게 인내하면서 기다리기는 너무 큰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어려운 이 시기에 우리 국민은 어떤 준비를 해야 된단 말인가? 그저 운명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나? 운명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준비하는 곳에는 그 힘이 너무 약해진다. 마키아벨리 군주론 25장에서는 운명의 여신을 무서운 파괴력을 지닌 강에 비교하였다. "이 강은 성이 나면 들녘으로 넘쳐흐르고 수목이나 집을 파괴하기도 한다. 강이란 이런 성질을 가졌지만, 그러나 평온할 때 미리 제방이나 둑을 쌓아 단단히 방비를 해 둘 수 있다. 그래서, 그 후 강물이 범람하더라도 맹위를 잃게 된다. 운명도 이와 같은 것이다. 그것은 저지할 만한 장애물이 없으면 더욱 그 맹위를 떨치는 것이다". 이렇듯 운명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게 작용하는 마술적인 힘이 있다.운명의 고통을 이기지 못해 끝내 생을 마감하는 이웃의 친근한 가장, 모범학생 그리고 유명연예인까지 자살했다는 보도는 우리를 슬프게 하는 요소다. 소망을 이루고자 하는 자는 앞을 보면서 준비하고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갖는다. 그러니 실패도 줄어들고 절망으로 빠지는 기회도 적어지는 것이다. 인간의 아름다움은 여유에서 생기며, 이는 준비하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작은 특권이며 행복이 될 수 있다. 항시 바쁘게 살고 생각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준비할 틈이 없다는 말과, 준비하는 것은 현실의 사치에 불과하다는 것은 역설에 지나지 않는다.가을을 천고마비(天高馬肥)계절이라고 말하지만 이 말은 추고새마비(秋高塞馬肥)에서 온 말이라고 한다. 이는 가을이 되니 변방의 오랑캐들이 살찌고 날씬한 말을 이끌고 쳐들어오니 미리 대비하자는 경고의 의미가 있다. 흉노족이 언제 침입할지 모르니 중국인들은 가을철이면 미리 경계하고 준비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을 일본인들이 잘못 받아들여 새(塞)를 빼고 추(秋)를 천(天)으로 고쳐 천고마비라는 말로 고쳐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정재도 한글말연구 7호) 언어는 역사성이 있으니까 변하기 마련이지만 원래의 의미를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가을이 되니 맑고 청명한 하늘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곧 닥칠 추운 겨울을 준비하는 지혜가 우리에겐 필요하다. 가을은 현실이며 겨울은 미래다. 지금이 좋으니까 내일까지 다 좋을 것이라는 것은 추측에 불과하다.국가나 사람에게 가장 좋을 때와 안전한 시기가 있다. 사람은 자신이 주위의 부러움을 받아 상황이 좋을 때 나락의 길도 있음을 알고, 나쁠 때를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사업하시는 분들은 자금을 확보하여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는 것도 좋지만 한편으로는 최악의 조건을 생각하고 대비하면서 차분하게 대처하는 마음도 병행했으면 한다. 농부가 자연의 이치에 따라 겨울을 준비하듯 생활 자체가 늘 미래를 향하면서 희망을 지니고 살면 현실의 어려움은 극복될 것이고 자연히 앞을 내다보는 혜안(慧眼)이 생기는 것이다.'安不忘危'(안불망위), 안일할 때 준비를 하는 일은 여유 있고 즐겁다. 그러나 위기의 시기에 대처하는 일은 괴롭다. 문제는 어느 것을 선택하는가에 달려 있다. 개인도 국가도 마찬가지다. 당신은 어느 쪽을 선택하시겠습니까?/정성록(남원 서진여고 교사)
이명박 정부의 S라인 측근인 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의 쌀소득보전직불금 불법 수령과 부동산투기 은폐의혹으로 시작된 직불금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금융위기와 주가폭락, 환율급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과 서민들의 고통이 커져가는 중에 발생한 직불금 문제는 전모가 드러날수록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한다. 이번 사건은 고소영, 강부자 내각에 이어 다시 한번 서민들에게 공직사회에 대한 배신감과 사회적 박탈감을 안겨주었다. 법제처장의 법리해석에 의하면 불법수령자들은 공문서 위조와 농지법 위반 등 사법처리 대상이다.이 사건과 관련하여 2005년 이후 부당직불금(고정 직불금과 변동 직불금)지급총액이 대략 1조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UR과 WTO의 높은 파고와 수매제도 폐지로 피폐할 대로 피폐해진 농민들에게 쌀 값 폭락에 대한 최소보상 차원과 위기 시 식량무기화를 예방하기 위해 최소한의 쌀 방어선으로 쌀 직불제를 시행하였는데 혜택이 엉뚱하게도 부재지주들과 땅투기군에게 돌아갔다. 실제 논농사를 짓는 농민을 위한 제도가 부재지주와 부동산 투기꾼의 호주머니를 채우고 세금 탈루를 용이하게 하는 수단으로 전락하였으니 도입취지를 무색케하는 것이다. 물론 이번 사건으로 억울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농촌 출신으로 농촌에 거주하며 농사를 지으며 공무원 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도덕 불감증이 빚은 범법 행위임이 자명하다.이번 농업직불금 문제는 여기에 연루된 수 만 명의 위장 경작자도 책임이지만 행정 당국의 안이한 자세와 주먹구구식 행태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현재 농촌 토지의 상당수가 도시 지역의 투기 세력과 부재지주들의 소유에 있다는 것은 오랜 전부터의 일이다. 또한 실제 경작자들이 일부를 제외하고는 소작농인 조건에서 약자인 소작인이 자신의 권리를 토지 소유주에게 주장하기는 애시 당초 어려웠다. 이것을 충분히 알고 있는 당국에서 예견되는 문제들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직무 유기에 다름 아니다. 그러므로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모든 사람들을 마녀사냥식으로 몰아가며 법적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울 것이다.하지만 고위공직자들과 대규모 투기세력들은 분명하게 책임을 묻고 다시는 농토를 이용한 투기와 힘없는 농민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국가세금을 자신의 돈처럼 생각하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받아쓰고 보자는 잘못된 관행을 확실하게 끊어내야 한다. 동네 이장이나 통장이 원수 척 질 일이 있어 경작하지 않는 자이며 자신들과 연관된 불법수령자들을 신고할 수 있었겠는가? 왕따나 불이익을 각오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불법 수령자 대부분이 권력이나 금력으로 행세하는 집단이니 말할 필요도 없다.이번 사건은 몇몇 공직자의 사퇴나 사법처리로 끝날 일이 아니다.첫째로 진상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이것은 자치단체별로 수사나 조사를 통해 사실을 명확히 하고 불법 수령자를 분류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리고 고위공직자들의 명단은 즉각 공개하고 불법 수령한 직불금을 환수하며 투기 목적이었다면 공문서 위조 및 탈세 등을 통해 사법처리하고 공직을 사퇴시켜야 한다. 둘째로 경미한 위반 공직자들은 직불금 환수와 더불어 이에 상응한 징계조치를 통해 경종을 울려야 한다. 셋째로 투기 목적으로 대규모 토지를 소유하며 직불금을 부당 수령하고 세금을 탈루한 자들은 직불금 환수와 더불어 법적 조치를 통해 발본색원하고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 기타 위반자들은 직불금 환수와 함께 과태료 부과, 세금 추징을 통해 재발을 방지하고 이들 전체 명단을 지속적으로 관리하여 이후 또다시 유사 범법을 저지르면 가중 처벌 해야 한다. 넷째로 법을 개정하여 세금이 부도덕한 자들의 쌈짓돈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허술한 법망을 피해 사적 이득을 취하는 세력들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이들의 대부분이 고위공직자들이거나 재벌 등을 비롯한 특권층이다. 또한 여기에 부화뇌동하고 있는 중산층들도 상당수 존재한다. 한마디로 부익부 빈익빈을 확실하게 보여주며 사회 갈등을 조장하는 자들이다. 우리 사회의 부자들에 대한 불신은 자신들 스스로 행위에 기인한 바가 큰 것이다. 사회 각계에서 법망을 교묘하게 피하거나 노골적인 법 위반을 통해 차별을 고착화시키며 부와 권력을 세습하는 것은 건전한 사회 발전을 막는 암적인 일이다. '유전무죄, 유권무죄' 사건이 터지면 요란하게 떠들다가 시간이 지나면 도루묵이 되는 것을 이번에는 극복해야 한다. 또한 이 사안에서 보듯이 몇 명을 희생양으로 삼아 은근슬쩍 넘기며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 않고 지속되는 잘못된 관행은 끊어야 한다.이번 사건을 완벽하고 완강하게 처리하여 땅을 통해 부를 축적하려는 사회 지도층과 돈 있는 자들의 부도덕성에 철퇴를 가하고 성난 농심과 민심을 달래며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김영기(전북참여자치시민연대 집행위원장)
미국 유학시절 땅을 치며 엉엉 울고 싶었던 순간들이 여러 번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덩치 큰 회전 의자 겨우 조립했는데 마지막 나사가 맞지 않아 풀어 헤쳐야 했던 때이다. 105층 쌍둥이 아파트 엘리베이터 고장 나 계단으로 올라올라 겨우 도착했더니 여기가 아닌가벼어 할 때의 그 엄청난 기분과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연약한 여자의 몸으로 홀홀 단신 머나먼 이국땅에서 마님 하고 불러주는 돌쇠 하나 없이 의자며 책상이며 하나씩 장만할라치면 조립 부품들로 가득 찬 무겁고 커다란 박스를 이고 지고 직접 배달해야 했다. 겨우 완성했는가 싶었는데 그 조그맣고 볼품없는 불량 나사 하나 때문에 같은 고생을 한번 더 해야 된다고 생각해 보시라..누구든 어찌할 바를 몰라 주저앉아 울고만 싶어질 것이다.미용실에 갈 때 참 고민스럽다. 머리를 아무렇게나 묶어도 뛰어난 미모의 황신혜가 아니기 때문에 나에게 헤어 스타일은 매우 중요하다. 미용실은 많지만 믿음이 가는 곳은 많지 않다. 자동차에 문제가 있을 때 서비스료를 좀 비싸게 요구하더라도 완벽하게 수리해 내는 정비소가 많았으면 좋겠다. 컴퓨터에 문제가 생겼을 때 단 한번에 수리해내는 기사분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몸이 아플 때 모든 의사분들이 정확히 병의 원인을 찾아내어 치료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같은 전문교육을 받았을 텐데 어찌하여 누구는 프로(pro)이고 누구는 어설픈 아마추어(amateur)에 머무르는 것일까? 혹 공부를 못했을까? 학교에서 강의를 하다 보면 일부 게으른 학생들은 점수를 공짜로 먹으려 한다. 정말 얄밉기 그지없다. 그런데 그것도 아닌 듯싶다. 나사를 만들 줄 모른다면 아예 취업을 할 수 없었겠지? 그럼 혹시 마음속에 악마가 똬리고 있는 것일까? 누군지 몰라도 막판에 골탕 한번 먹어봐라 하는.설마 그건 더 아닐테고.프로(pro)정신의 결여이다. 내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서 최고를 만들어 내려는 프로정신일본인 성향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진 않지만 메이드인 저팬은 음식이건, 물건이건 100% 신뢰할 수 있다. 왠지 고객을 대충 대접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제품들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일본인들은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도록 교육받으며 성장한다고 들었다. 그런 교육이 오랜 시간을 거쳐 모든 일에 철저함을 기하려는 일본민족성을 이루어 내었는지 모르겠다. 아니 멀리 갈 것도 없이 버스로 3시간만 달리면 도착하는 서울에만 가도 사람들의 서비스며 일부이지만 물건의 질도 다르다. 남의 지갑을 열게 한다는 것이 그리 만만치 않음을 알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중국의 멜라민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해 보면 역시 프로정신의 결여가 아닐까 싶다. 진정한 프로라면 이윤 좀 올리자고 나의 이름을 걸고 생산하는 제품에 장난을 치지는 않을 것이다. 경제적 국경선이 거의 무너진 요즘엔 나의 프로정신이 지구촌 사람을 해칠 수도 살찌울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겠다.덤으로, 한 포털 사이트를 뒤적여 보니 남자, 여자가 섹시해 보일 때의 2위가 각각 소매를 걷고 무언가 집중할 때와 치마를 입고 무언가 집중할 때란다. 오늘은 어떤 치마를 입고 연구에 집중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하겠다./김은미(전북대 교수)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우리 모두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 1970년대 초등학생 시절에 친구들과 가사 의미도 정확히 모르면서 따라 불렀던 새마을노래다. 당시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너무도 익숙한 노래였다. 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동네 어른들이 노래가사에 나오는 것처럼 마을 입구의 길도 넓히고 초가지붕도 기와나 스레트 지붕으로 바꾸어가는 것을 호기심어린 눈으로 지켜보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었다. 이 새마을운동 가운데 지금까지도 어렴풋하지만 조금은 의아스럽게 남아있는 것이 있다. 당시 부엌의-내가 살던 시골마을에서는 부엌을 정지 또는 정제라고 불렀다.- 아궁이는 볏짚이나 장작을 태운 연기로 검게 그을려 있어 새마을운동의 일환으로 많은 집들이 새로이 개조되었다. 어릴적 신기한 마음에 이웃집 개조된 부엌을 들여다보니, 아궁이에 큼지막한 가마솥이 없어지고 지금의 가스레인지와 비슷한 버너와 자그마한 밥솥이 놓여져 있었다. 그 버너에는 손가락 굵기의 긴 관이 연결되어 있었고 그 관을 따라가 보니 막다른 화장실이었다. 부엌과 함께 개조한 화장실도 볏짚태운 잿더미가 있는 퇴비화식 화장실에서 분과 뇨가 함께 탱크에서 저장되는 수거식 화장실로 바뀌었고 관은 그 화장실 탱크에 연결되어 있었다.이제와 알아보니 새마을운동 당시 그 시설의 보급 배경은 이러했다. 1974년, 새마을운동이 한창일 때, 유엔 개발기구(UNDP)에서 추진한 태국 바이오가스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하여 경기도 용인에 메탄가스 플랜트를 세웠고, 이후 우여곡절을 거쳐 가정에서도 쓸 수 있는 소형 바이오가스 시설도 개발되었다. 이것은 분뇨와 짚, 잡풀 등을 발효 탱크에 넣어 상온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연료로 활용하고, 또 남은 일부는 퇴비로 만들어 쓰는 시설이었다. 분뇨가 강력한 불길을 내는 것에 많은 사람들은 신기해했다. 그을음 없이 깨끗하게 연소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이 바이오가스 기술은 큰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겨울철에는 가스발생이 적어 밥이 설익거나 난방이 되지 않는 등 오래가지 않아 크고 작은 문제가 나타나고,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에 밀려나 종국에는 자취를 감추었다. 여기에는 '똥오줌으로 지은 밥'이란 유쾌하지 않은 이미지도 한 목 거들었다. 사실 새마을운동 당시의 가정용 바이오 가스설비는 우리 조상의 분뇨 퇴비화 기술을 에너지화 설비로 전환시켰던 것이었다. 새마을운동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이 가정용 바이오가스 설비는 사라졌지만 지금도 유엔환경계획(UNEP)에서는 개발도상국과 후진국에 이 설비와 유사한 형태의 친환경적 위생(eco-sanitation) 시설의 보급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최근 새마을운동과 유사한 정책이 많이 전개되는 가운데 공교롭게 예전의 가정용 바이오가스 설비와 유사한 바이오가스 플랜트가 산업현장에 점차 확대 보급되어지고 있다. 음식물쓰레기, 기축분뇨와 유기성 폐기물 등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써, 예전과 조금 달라진 것이라면 혐기성 발효과정에서 생산되는 메탄을 직접 이용하기 보다는 전기를 생산하여 활용 또는 판매함으로써, 예전보다는 심미적 관점에서 훨씬 나아진 것이다. 아직 보급과정에서 몇가지 해결과제가 남아 있으나 기후변화에 대응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하여 화석연료 사용을 지양하고 바이오가스와 같은 신재생에너지 기술이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이러한 가운데 새마을운동 당시 보급된 바이오가스를 석탄과 석유가 밀어냈던 것처럼, 요즈음 확대되는 신재생에너지 상대편에 원자력 에너지가 떠오르고 있다. 새마을운동 당시 화석연료에 떠밀려 났던 것처럼 이번에는 원자력이 그러한 태세로 다가오고 있고, 지금의 아이들도 30년 뒤에는 나와 비슷한 기억을 되새길지 모를 일이다./곽동희(서남대 교수)
생각이 복잡하고 혼란스러우면 산이나 강을 찾아 머리를 식히거나 혹은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 새로운 풍광과 사람을 만나면서 정리되고 해결되기를 바라는 사람이 많다. 그러는 동안 세상이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음을 원망하고 내 생각에 절대성을 부여하면서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주위 사람들을 무시하거나 탓하는 일도 있다. 한편으로는 아침에 자고 일어나 눈을 떴을 때, 마술에 걸린 듯 온 세상이 내 의도대로 변화되길 바라는 마음도 생긴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 강산은 그대로다. 어제 봤던 사람이 오늘 다시 보이고 또 내일도 만나게 될 것이다. 변한 것이 없다. 내가 아무리 외쳐도 세상은 끄떡하지 않는다. 내가 변하지 않으면 다른 어떤 것도 불변함은 천하의 진리다. 우주의 중심이 내가 아닌 타인이다.매일 아침편지를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할 때가 잦다. 좋은 글귀를 여러 사람에게 소개하여 같이 공감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단체에서 보내주는 글이다. 최근엔 소설가 최인호의 산중일기 일부를 보내 주셨다."당뇨병이 내게 주신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자율적으로 공부하지 못하는 열등생에게 매일 숙제를 내주는 선생님처럼 내 게으른 성격을 잘 알고 계시는 하느님이 내게 평생을 통해서 먹고 마시는 일에 지나치지 말고 절제하라고 숙제를 내주신 것이다. 일찍이 부처도 <보왕삼매론(寶王三昧論)>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마라. 몸에 병이 없다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길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고 하셨느니."이 편지를 읽고 한동안 많은 생각을 하였다. 내 주위에도 이런저런 병고와 생활의 고통으로 현실을 절망하고 비난하면서 보내는 몇 명의 사람이 있다. 앞으로도 특별히 더 좋아질 징조도 없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희망이 보이면 절망은 없지만, 해결책이 없으니 더 막막한 것이다. 얼음이 녹으면 추위가 풀리는 것은 자연의 순리이나 인간사는 자연의 이치와는 또 다른 일면이 있어 원칙을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 겨울을 몇 차례 보냈지만 세월의 봄은 오지 않았다.安居樂業(안거낙업)이라는 말이 있다. 후한(後漢) 시대의 중장통(仲長統)이 지은 창언(昌言) 에 "편안하게 살면서 자신이 하는 일을 즐거워하며 자손들을 양성하면 천하가 편안해질 것이다(安居樂業, 長養子孫, 天下晏然)" 라고 하였다. 즉 자신의 현재의 삶에 만족하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삶을 편안하게 여기고 즐기라는 말이다.내가 사는 곳이 불만스럽거나 하는 일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은 맘의 여유가 없거나 과분한 욕망, 그리고 너무 사치스럽기 때문이다. 더 좋은 환경과 일거리를 찾아도 눈에 보이는 다른 상대가 있기 때문에 느끼는 불만은 마찬가지다. 좋은 집, 좋은 차, 좋은 음식만 보인다. 다들 잘 살고 행복한데 자신만 온갖 고통을 감내하는 듯한 서운함도 생긴다. 그래서 지금 현실을 벗어나고 싶고 인정하고 싶지 않다. 새로운 신세계를 향해 달아나고 싶은 것이다.구상 시인은 '꽃자리'에서"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바로 지금의 그 자리가 가장 아름다운 꽃자리라고 하였다. 내가 만나는 그 사람, 내가 일하는 그 자리, 나와 함께 하는 이웃, 그리고 내 처지와 상황에서 욕심을 버리고 겸손하게 살라는 신의 선물이다. 우리 모두에게 묻는다.지금 당신은 어떻습니까? 예! 저는 꽃자리에 앉아 그 향기를 맡고 있습니다./정성록(남원 서진여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