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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와 일부 사립대학들이 참으로 기발한 그러나 어이없는 입시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 발상치고는 치졸하기 그지없다. 그들은 수능등급제에 시비를 걸어 면접을 본고사형으로, 그리고 논술을 통합논술로 보아서 우수인재를 선발하겠다는 입시안을 내놓더니, 이제는 한술 더 떠 고교 내신 성적의 무력화를 꾀하는 입시안을 가지고서 국민과 흥정을 하려들고 있다. 서울대는 내신 성적 1-2등급을, 그리고 사립대학들은 1-4등급을 동점화하려 하고 있다. 그리고 내신 성적의 기본점수를 높여 이의 실질 반영율의 최소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 대학들은 이런 시도의 이유로 우수 학생 선발이라는 명분을 제시하고 있다. 이 내신 성적 무력화 입시안들은 일부 소수계층의 특목고와 자사고 학생들에는 복음이 될지언정, 대다수 일반고 학생들에게는 학습의욕이 꺾이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다. 당장 내신 성적에 맞추어 노력한 학생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없는 입시안들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임이 틀림없다. 대입으로 인해서 고교교육이 입시 지옥이 된 지 오래다. 설상가상으로 이 일부 대학들에 의해서 내신 성적마저 유명무실화된다면 우리 공교육의 황폐화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나마 내신 성적 반영으로 고교 수업의 정상화가 일정한 정도로 이루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내신 성적의 무력화는 반대로 우리교육의 사교육 열풍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학교교육에 대한 불신이 커져서 학생들은 방과 후에 학원으로 발길을 옮길 것이다. 이는 공교육의 온상을 무참히 짓밟을 수 있다. 고교내신 무력화를 통한 공교육의 파괴는 중학생들의 특목고나 자사고로의 입시전쟁 도미노 현상을 낳게 될 것이다. 이 내신 성적의 무력화가 공교육에 가져올 파장을 짐작하고 남을 대학들이 여전히 국가의 공기로서 공익적 판단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국민에 대한 눈속임으로 고교 내신 성적 반영비율의 축소 문제를 넘어가려는 시도는 국가 공교육 정상화라는 국민 다수의 가치와 상충되어 국민적 저항을 받게 될 것이다. 대학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국립대학인 서울대학은 말할 것도 없고, 서울의 명문 사립대학들도 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대다수 국민들의 복리를 위하여 최소한의 의무를 다할 필요가 있다. 그 의무는 자기대학의 인재를 넘어서 국가의 인재를 공급하는 교육의 온상이 되는 고교교육의 정상화를 돕는 일이다. 이 고교교육의 정상화를 접어둔 채, 자기 대학 이기주의에 집착하는 자세는 보기에도 흉하다. 대학은 국민들의 바램을 견지하면서 보다 다양한 입시 전형방법을 고안하여 자신들의 추구하는 목적에 맞는 인재를 선발하길 바란다. 그리고 교육부는 일관성 있는 입시정책을 펼치면서 공교육을 저해하는 대학들의 입시 방안들에 대한 지도 감독을 다해주길 바란다. /이경한(전주교대 교수)
지난 8일, 전주 우석대 문화관에서는 2007호남언론학회 춘계학술 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전북대 정용준 교수는 한국의 지역방송은 최근 경제적 이익과 지역성 추구라는 공익적 목표의 틈바구니에서 자칫 존재가치를 상실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세련된 조명과 유명 스타들로 치장한 서울 방송 프로그램은 강력한 소비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방송의 상업성이 가열되면서 방송프로그램은 한껏 치장한 채 소비자의 구미를 자극하고 있고, 지역방송은 자본과 스타로부터 소외되어 설 자리를 찾느라 혼란스럽다. 그렇다면 과연 지역방송은 어디에서 그 존재 가치를 찾아야할 것인가? 실제로 각 지역방송사 홈페이지에는 지역방송을 중단하고 서울 방송을 보게 해달라는 의견이 올라오곤 한다.특히 청소년 대상 연예인 프로그램이나 오락 프로그램에 대한 욕구는 무척 거세서 간혹 지역특집방송을 위해 그 시간대에 지역프로를 편성했다가 시청자들의 반발로 곤욕을 치를 때도 있다. 그러나, 서울방송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영역이 있다. 바로 지역주민 코 앞까지 다가서는 일이다. 그래서 같은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뿜으며 함께 웃고 울면서 마주보며 걷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할 때 비로소 지역방송은 제자리를 확보하게 될 것이리라. 지난 토요일 , 전주월트컵컨벤션 웨딩센터에서는 전주mbc에서 주최하는 미고사결혼식열렸다. 미고사결혼식은 올해 아홉번째 열리는 행사로 전주 mbc 여성시대에 부부 두 사람이 살아온 사연과 더불어 미고사결혼예식이 그 가정에 어떤 의미인지를 편지로 보내오면 몇 가정을 선정해 결혼예식을 올리는 행사이다. 가난 속에서 동생들을 가르치려 서울로 가 공장 생활을 하다 결혼해 열심히 살았건만 좀 살만해지자 남편의 외도로 결국 혼자몸으로 귀향할 수 밖에 없던 한 여인이 비로소 고향에서 마음 따뜻한 남자를 만나 너무도 고맙게 살아가고 있으며, 그 남편에게 뭔가 마음을 표시하고 싶어서 결혼예식을 신청한다는 40대 아줌마의 사연부터, 평생 고생만 하고 살아오신 60대 어머님의 가장 큰 소원이 결혼예식을 제대로 올리는 것이라며 어머님의 구비구비 인생살이를 적어보낸 어느 아들에 이르기까지 그 사연은 다양하다. 어떤 경우는 놀러간 이웃집에서 그집 결혼사진이 사진관에서 얼굴만 입혀 복사해 놓은 것이라는 것을 알고 이웃을 대신해 신청해준 경우도 있고,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남편이 직접 편지를 써 보낸 경우도 있다. 이날 결혼식은 이미 결혼생활을 해온 가정들이라 자녀들, 손자, 손녀들이 하객으로 자리하고, 그 자녀들이 부모의 결혼예식을 축하하는 노래를 부르고 친구와 이웃들은 춤을 추며 맘껏 박수쳤던 즐거운 예식이었다. 다른 예식을 보러온 하객들도 이 색다른 결혼식에 유쾌하게 웃었고, 식장 옆에 딸린 부페의 종업원들도 일손을 멈추고 구경하러 나왔으며, 지나는 다른 하객들도 호기심어린 눈길을 보내왔다. 그자리에서 우리가 다같이 생각한 것은 복병 많은 인생길에 때로 다치고 때로 넘어지더라도 이렇게 함께 있으니 웃을 수 있어 다행이라는 사실이었다. 지역방송의 존재이유는 바로 지역민의 웃음에서 찾을 수 있다. 지역경제, 지역사회 지역교육, 각 방면에서 지역민을 맘껏, 웃게 할 수 있다면 지역방송은 분명 존재할 필요가 있다. 경제도 자본도, 문화도, 모든 것이 중앙을 향해가고 있는 지금, 지역민을 위한 제도, 정책, 문화, 인프라 등은 매일매일 목이 쉬도록 외쳐도 충분하지 않다. 서울 근교의 신도시 땅값이 어쩌고 하는 뉴스 대신에 평생 살아도 별로 값이 오르지 않는 이 땅을 그저 고맙게 생각하며 살아갈 수 있는 방안들이 이야기되어야 하는 것이다. 사람은 그가 사랑하는 곳,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헌신할 때 행복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런 헌신을 경험하며 살기를, 그리고 지역방송이 그 촉매제가 되기를 소망한다. /윤승희(전주MBC 라디오제작부장)
6월이 되었다. 87년의 민주화운동을 기념하는 행사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이미 기성세대가 된 당시의 시위참가자들로서는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화운동을 기념할 만큼 우리가 여유로운 상황에 있는 것인지 슬그머니 걱정이 되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아마도 우리사회가 더 나은 나라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고민보다는 지나간 운동의 성과를 자축하는 데 힘을 쏟을 만큼 민주주의의 과제를 완수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의 철학자 로티는 좌파를 희망의 정파라고 불렀다. 보수가 낡은 제도와 가치를 최상의 것으로 고수하고자 하는 입장인 반면, 진보는 끊임없이 새로운 제도와 가치를 추구하는 정치적 입장을 일컫는다. 그런데 그들이 추구하는 새로운 제도와 가치는 아직 실현되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따라서 진보의 길을 걷고자 하는 좌파는 오로지 세상을 더 낫게 만들 수 있다는 희망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만약 좌파가 새로운 제도와 가치에 대한 고민을 중단하게 되면 더 이상 진보라고 불릴 수 없게 된다. 왜냐하면 그렇게 되면 그들은 더 나은 세상에 대한 희망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를 몇 달밖에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지만, 새로운 제도와 가치에 대한 고민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운하를 만들겠다거나, 세금을 줄여주겠다는 등의 구호는 수출만이 살길이라고 외쳐댔던 개발독재시절의 옛 향수를 불러일으킬 뿐이며, 진보를 자처했던 현 정권의 자화자찬은 그들이 더 이상 새로운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으로 들린다. 옛날처럼 경제개발에 매진하자는 보수와, 마치 민주주의의 과제가 완성된 듯 자아도취된 짝퉁 진보의 현란한 수사에 눌려 희망의 정파는 자취를 찾기 힘들다. 비록 군인이 총칼로 정권을 잡을 수 없는 사회를 만들어낸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의 민주주의가 완성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한국은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물결 속에서, 새롭게 생겨나고 있는 다양한 주변부의 약자들을 끌어안아야 하는 매우 중요한 민주주의의 과제를 떠맡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농민들을 비롯해서, 외국인 이주노동자, 혼혈인, 도시빈민, 성적소수자들과 같은 약자들의 삶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지 않는 나라를 만들어 내야 한다.한국의 민주주의는 미완의 프로젝트이다. 그것은 아마도 한국이라는 나라가 지속되는 한 끝나지 않을 것이다. 80년대의 민주화운동은 이제 기념되어야 하는 옛것이 되었다. 이 땅에서 더 나은 사회를 꿈꾸는 사람들은 옛것에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은 나라 만들기에 대한 진보의 상상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유선(군산대 교수)
최근 길거리에 농어촌 도시근로자 국제결혼 장려금 지원이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거리에 걸려있는 현수막에는 국제결혼 400만원 지원이라는 문구와 전라북도에서 후원하고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현수막에는 주최자로 모 지방신문사의 이름이 명시되어 있고, 문의전화도 동일한 신문사의 번호로 기록되어 있다. 내용을 알기위해 현수막에 안내되어진 전화로 문의한 결과, 신문사에서 1인당 400만원을 지원하고, 지방자치단체에서 500만원을 지원한다는 것이었다. 지원대상은 1,000명으로 잡고 있었고, 결혼중개알선은 모 결혼중개업소 등에 위탁하여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 지역에서도 임실군과 장수군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이와 관련하여 예산을 편성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국제결혼은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배우자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 미인대회식 대량 맞선, 자율적 의사를 존중하지 않는 합방강요, 이박삼일 또는 사박오일에 이루어지는 속성 결혼 등은 반인권적이라는 지적이 계속되어져 왔다. 베트남과 필리핀 등은 현지법으로 이윤을 목적의 결혼을 금지하고 있다. 베트남, 필리핀 등 현지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국제결혼 중개가 한국의 지방자치단체들에 이루어지고 있는데 전라북도의 경우, 모 지방신문사까지 가세하고 있는 현실은 국제사회가 인식하고 있는 문제의 심각성을 우리 주변사회는 전혀 인식하고 있지 않고 있음을 나타낸다. 얼마 전, 지방자치단체의 국제결혼중개로 경상남도의 한 군수가 베트남 경찰에 의해 현지에서 연행되기 했던 사건은 이러한 인식부재의 한 단면으로, 정말 낯 뜨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베트남 정부는 반인권적 국제결혼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여성이 증가함에 따라 대만과 한국을 특정관리국가로 지정하기도 했다. 현재 미국은 대만을 인신매매감시국가로 지정을 하기도 했는데, 최근 국제사회는 국제결혼으로 인한 반인권적 문제로 한국을 주시하고 있다. 국제결혼은 장가가지 못한 농촌총각과 도시서민 근로자들에게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다는 한 희망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결혼은 가정의 파탄을 초래하게 된다. 최근 국제결혼을 했던 한 마을에서는 다섯 가정 중, 세 가정이 파탄되기도 했다. 이 마을의 농촌총각들은 국제결혼으로 인한 수혜자가 아닌 피해자가 되어지고 있다. 농촌지역의 남성은 국제결혼이 이루어지게 되는 배경은 한국사회 속에서 내국인 여성과는 전혀 결혼 할 수 없는 부류로 인식되어지게 편향된 시각으로부터 시작된다. 농촌총각들은 한국사회의 농촌정책의 실패로 인한 피해자들이고 도시근로자들은 한국사회의 양극화의 해소문제를 실패한 도시서민들에 대한 정책의 실패로 인한 피해자들이다. 이들은 한국사회의 제도와 정책의 실패의 1차적 피해자들인데, 국제결혼으로 인해 또 다른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지금의 국제결혼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음이 중앙언론을 통해 수차례 지적되어지고 있다. 한국인 남성과 외국인여성 모두가 피해자로 떠오르고, 피해는 해소 되지 못하고 악화되어만 가고 있다. 이러한 때, 지방자치단체는 문제가 되는 국제결혼 지원사업을 중단하기는커녕 오히려 확대하고 있다. 이에 모 지역신문사까지 앞장서서 문제 있는 국제결혼 자금지원 사업을 장려하고 있는 것은 국제 사회 속에서 한국의 위상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국제결혼 중개와 자금지원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농촌 살리기 정책과 도시서민들이 우리 사회 속에서 제대로 설 수 있는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며, 결혼이주민들에 대한 사회정착비용과 권리보호, 출산비 지원 등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이지훈(아시아이주여성센터소장아시아노동인권센터 소장)
오월이 가면서 대학의 축제도 끝이 났다. 도내의 대학들은 5월의 축제로 후끈 달아올랐고, 축제의 장을 통하여 젊음의 열기를 발산하였다. 대학의 축제는 여느 축제와 같이 나름대로의 카타르시스를 반영하면서 무한한 가능성의 욕구를 담고 있는 자신들의 끼를 발산하는 장이다. 우리사회에서 대학 축제는 여느 사회 축제와는 다른 면모를 간직해왔다. 대학 축제는 독재시대에는 민주주의를 이끌어냈고, 암울한 시대에는 낭만을 꿈꾸었고, 서구적 가치관이 난무하는 시대에는 우리 전통의 소중함에 눈을 떴고, 사회적 약자가 차별받는 시대에는 더불어 사는 삶의 소중함을 실천하고 세상에 외치는 한마당이었다. 그러나 요즘 대학 축제는 그 성격과 내용 면에서 많이 다르다. 학생들의 축제 참여도는 매우 낮아졌다. 대학의 축제는 학생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더욱이 험한 세상의 취업률 앞에서 맥을 못추고 있다. 대학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축제를 즐길만한 꺼리도 별로 없고 마음의 여유도 없다. 많은 대학구성원들이 축제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하여 다양한 묘책을 동원하고 있다. 그 묘책으로 등장한 것이 유명가수를 초청하여 학생들을 축제로 유인하는 방식과 축제를 주막화 하는 방식이다. 이 두 가지는 대학 축제의 대명사가 된 지 오래다. 이 두 방식들은 대학축제의 상업화를 이끌고 있다. 도내의 대학들은 너도나도 유명가수를 초청하여 학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유명가수의 초대비는 노래 몇 곡에 많게는 수천만 원에 이루고 있다. 대학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두서너 명의 유명가수를 초대하는 것으로 보아 학생회는 가수초대비로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연말마다 대학등록금의 인상 저지를 위한 학생간부들의 삭발, 수업거부 등의 다양한 행태와는 사뭇 다르다. 또 다른 대학 축제의 자화상은 주막이다. 주막이 대학문화의 전형은 아닐진대, 이는 대학 축제의 전형으로 자리하고 있다. 운동장에 빼곡히 들어선 주막들은 학생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을 유혹한다. 대학 축제기간에 연일 펼쳐지는 주막은 대학의 밤을 무질서와 무절제로 만든다. 아마도 대학의 일탈문화를 조장하는 주범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는 대학 축제의 참 멋을 잃게 한다. 우리사회는 대학의 축제가 여느 사회축제와 달라주길 바란다. 그러나 대학축제는 그 주인공의 자리를 유명가수나 주막에게 내어주고 있다. 대학축제에서 학생의 타자화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는 대학문화의 주체성과 정체성을 상실하게 만든다. 축제의 주인공인 학생들이 주체에서 객체로 전락하고 있다. 다시금 대학축제가 새로운 자리매김을 하기 위해서는 이 대학축제가 젊음의 끼를 담보로 하여 시대를 앞서가는 문제의식이 있어야 한다. 그 시대의식과 문제의식을 무엇으로 삼든 간에, 대학생과 그들이 주체가 되어 만드는 문화가 대학축제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그들이 주체가 되어 신명나게 펼치는 대학축제만이 우리 시대의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경한(전주교대 교수)
중학교에 다니는 딸아이가 중간고사 성적표를 받아왔다. 중학교에 들어가니 과목별로 전체 석차가 나온다. 국어, 300명 중 몇 등, 수학, 298명 중 몇 등,,, 그런데 전체 학생 수가 한번은 300명, 또 몇번은 298명이다. 그 이유를 물으니 운동부 아이들이 시험을 안 본 경우도 있고 또 한 아이는 시험 기간 중에 집을 나가 어떤 과목은 시험을 치르고 어떤 과목은 시험을 치르지 못 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전체 학생수가 들쭉 날쭉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집을 나간 그 아이가 같은 반인데 1주일째 학교에도 집에도 연락이 없어 선생님이 염려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정작 같은 반 아이들은 가출이라는 것이 이제는 간혹 있는 일이라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것이었다. 중학교에 다니는 열 너댓살의 아이들을 바라보면 한없이 어리고 약해 보인다. 키만 덜썩 자랐지, 아직 생각도 경험도 어린아이 적 모습을 벗지 못한다. 그런데 그 또래의 아이가 어째서 집을 나가 헤매고 있는 것인지, 밥은 어찌 먹고 있는지, 잠은 어디서 자는지, 걱정되기 시작했다. 아직은 부모나 어른의 절대적인 지지와 지원이 필요한 나이가 아닌가. 이제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아 헤매며 성장하는 때이기는 하지만 그것도 학교나 부모의 울타리 안에서의 방황이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이지 그 울타리를 벗어나게 되면 그것은 다분히 위험이 수반되기도 하며 모험을 무릅쓰게 될 것이리라. 전체 300명 중 156등, 300명 중 215등, 아이들에게 그 숫자는 단순히 등수가 아니고 마치 인생의 서열처럼 생각되게 한다. 학교에서, 그리고 가정에서 부모와 선생님의 태도는 가히 석차에 전적으로 매달리는 양상이다. 그 등수가 오르고 내림에 따라 아이들은 좋은 학생이 되기도 하고 그렇지 못 한 학생이 되기도 한다. 단순히 성적이 좋고 나쁜 게 아니라, 그 사람 자체가 쓸만한 사람인지 아닌지 까지 생각되게 만드는 것이다. 아이들이 앞으로 어떤 인물로 자라게 될지 우리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바라보고 지켜주고 일으켜 세우고 박수 쳐 줄 뿐이다. 그런데 아이들을 문제 풀이 몇 개로 등수를 매겨 순위를 세우고 있다. 이는 어른들이 저지르는 엄청난 폭력이다. 아이들이 어떤 인물로 자라나든 그 모습에 우리는 그저 넋을 잃고 감탄하며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자녀는 그 생명이 부모에게 온 그 자체로서 이미 대단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가치 있다고 인정받기를 갈망한다. 학교 선생님, 친구들, 그리고 부모로부터 어떤 형태로든 인정받지 못 하게 되면 자신을 소중히 여길 힘을 잃게 되고 성장기에 그 인격적 바탕을 다지는 일에도 소홀하게 된다. 현재 한국의 학교에서 시험으로 인해 자신의 존재 가치 자체가 훼손되는 경험을 우리 아이들은 숱하게 겪고있다. 시험 기간 중에 집을 나간 아이, 자신을 등수로 매기는 그 과정에서 일단은 쉽게 벗어날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한국의 현실에서 등수와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이 가치를 찾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마치 숨은 그림찾기처럼 두 눈을 크게 뜨고 정성을 들여야 비로소 하나 둘 드러난다. 우리는 아직 잘 보이지 않는 자녀들의 가치를 애타게 찾고 있다. 때로는 아무리 찾고 또 찾아도 실망스러운 경우도 있다. 그러나 기다리자. 생명을 기르는 일에는 조급증이 독약이다. 좀 더 기다리자, 집을 나간 그 아이가 돌아오면 두 손 들어 껴안고 속삭여주자, 잘 돌아왔다고, 그리고 우리는 지금 숨은 그림 찾기 게임 중이라고, 숨은 그림 찾기에는 인내가 필요하다고,,,/윤승희(전주문화방송 라디오제작부장)
프랑스 대선은 우파의 승리로 돌아갔다. 이미 예상했던 대로 프랑스는 대선 이후 소요에 가까운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르코지의 승리로 가장 불안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은 6천만 인구 중 500만에 달하는 이민자들이다. 이민자들은 높은 실업률로 고통 받고 있는 가운데, 신자유주의에 동조하는 우파 정부의 출현으로 막다른 골목에 내몰렸다. 프랑스의 대학생들이 차량에 불을 지르고 경찰에게 두들겨 맞는 장면을 뉴스화면을 통해 바라보는 심정은 참으로 기묘한 것이었다. 그것은 마치 우리나라 80년대의 광경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문제는 우리 역시 대선을 앞두고 있지만, 우리는 이미 그와 같은 역동적인 광경을 기대할 수 없는 정치적 패배주의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점이다.비록 프랑스인들이 사회적 약자에게서 등을 돌리는 정치적 결정을 내렸지만, 여전히 많은 프랑스인들은 사회적 불평등 문제에 관한 정치적 해결의 가능성에 대해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국 역시 이번 대선을 군수업자와 거대기업의 편에 서서 정치적 실정을 거듭해 온 부시와 공화당에 대해 정치적 심판을 내리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불쌍한 것은 한국인들이다. 한국인들은 불과 몇 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어떤 정책의 잘못을 심판해야 할지, 어떤 정책적 대안에 희망을 걸어야 할지 전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덜 나쁜 사람을 할 수 없이 대통령으로 뽑아야 하는 노역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여론 조사 결과 1, 2위를 다툰다는 야당의 대선후보들은 경선을 어떻게 할 것인지조차 합의하지 못한 채 서로 막말을 해가며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한편, 진보를 표방했으나 결과적으로 경제적인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서민들로부터 삶의 희망을 앗아간 여당은 사분오열된 채 정체성을 상실하고 말았다. 이런 와중에 지역주의에 편승해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려는 구태의연한 정치인들의 고질적인 후진성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있다.군사독재의 긴 터널에서 빠져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한국인들에게 민주주의의 축제가 되어야 할 대통령 선거가 인물론이나 오가는 자조적인 가십의 장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노대통령이 앞으로는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한국사회가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지만, 문제는 발전의 내용이다. 세계화가 빠르게 진행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역할은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다수의 한국인들이 미래의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는 국가적 어젠다를 제시할 수 있는 대통령이 누구인지를 국민들은 알 권리가 있다. 이것은 대선 주자의 인물됨이나, 학벌, 도덕성보다 그가 누구를 위한 정책을 펼 인물인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가 덜 부패한 인물 뽑기가 아니라 좌, 우파의 정책 대결이 될 때 한국인들은 정치에서도 희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유선(군산대교수)
가족은 지구상의 인간 누구나 에게 소중하고 중요한 개념이 됨에 틀림없다. 한국인에게는 특히 이 가족이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더욱 커다란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가족공동체는 사회구성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으로 그 누구도 그 가족공동체의 중요성을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 가족공동체가 현대 사회에 있어서 가족공동체로서의 긍정적 역할에도 불구하고 가족공동체가 주는 비민주적이고 비 인권적인 그 부정적인 내용들이 묵인되어지고 있다. 특히 국제결혼으로 한국으로 이주해온 이주여성 가족에게서 이러한 현상이 점차 증대되어지고 있다. 국제결혼 이주여성의 증가는 문화적 갈등, 언어의 갈등, 시어머니와의 갈등 등을 동반하게 되는데, 이주여성은 남편의 폭력과 시집식구들에 의한 차별과 무시 등 여러 가정폭력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잘사는 가정도 많지만, 그렇지 못한 폭력가정도 여전히 증가하고 있어, 이주여성과 혼인한 남성과 가족의 사회적 부담이 가중되기도 하다. 인간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자신의 권리를 타인에 의해 강제적으로 위협 당하며 제한되어질 수 없다. 그 당사자가 가족이라도 하더라도 인간의 권리는 침해당할 수 없다. 그러나 적지 않은 수의 이주여성들은 가장 가깝게 자신들을 보호해줘야 할 의무를 띄고 있는 가족들에 의해 폭력을 당하며 두려움과 고통을 겪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주여성들은 가정폭력을 경험하게 될 경우, 그냥 참고 사는 경우가 많이 있다.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의하면 참고 사는 경우가 30%를 차지했다. 이주여성들은 남편이 이혼시킬까봐 걱정돼서, 아이 때문에, 강제출국 시킬까봐, 비자를 연장시켜주지 않고 국적취득을 안 해 줄까봐, 더 폭력이 짙어질까봐서 등 이러저러한 이유 때문에 가정폭력에 있어서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한국남성이 이주여성에게 폭력을 가하는 경우를 살펴보면 배타적 민족주의를 배경에 두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주여성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남성들은 아내의 나라를 몹시 열등한 나라로 보고 배격한다. 남성들은 아내의 나라를 거지 나라로 표현하기도 하고, 갈등이 발생할 때 마다 너 나가, 베트남 가라는 말을 던지게 되는데, 한국에서 아무런 연고 없는 이주여성들은 정말 짐을 싸들고 가출하게 되는 사례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가정폭력이 발생요인 중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요인은 원활하지 못한 의사소통에서 오고 있다. 이주여성 가족의 경우, 내국인과의 혼인에 비해 더욱 더 큰 배려와 대화의 노력이 필요하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한다는 옛 속담에 연연하여 가정을 파탄으로 몰고 가지 말고, 이주여성의 문화와 언어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문화와 언어에 대한 빠른 동화를 기대하기 전, 아내의 언어와 문화, 그 나라에 대한 관심과 이해로 남성과 가족이 먼저 아내에게로 동화하려는 노력을 할 때 가정의 행복이 시작되어질 것이다. /이지훈(아시아이주여성센터 소장)
신학기 초에 중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들이 교육지원비를 내라는 고지서를 내민 적이 있다. 갑자기 우리나라의 의무교육 정도가 궁금해졌다. 사실 우리의 의무교육 정도는 OECD 가입국가라는 말이 무색정도로 형편없다. 우리의 의무교육은 초등학교와 중학교까지이다. 유치원도 아니고, 고등학교도 의무교육이 아니다. 대학교는 더 더욱 아니다. 우리의 의무교육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 걸음마 수준이다. 의무교육이라 함은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를 국가가 책임지는 제도이다. 즉, 의무교육은 국가가 학생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제도로서 각종 교육비를 국가가 부담하는 교육제도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학부모들은 자녀를 중학교까지 의무적으로 취학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국가는 그 부모에게 책임을 묻는다. 선진국일수록 의무교육 기간이 길다. 서구의 주요 선진국들은 유치원에서 심지어 대학까지 의무교육이다. 한 국가의 국민으로서, 개인은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교육받을 권리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국가는 그 권리를 충족시켜줄 의무가 있다. 우리나라는 그 의무를 겨우 초등학교에서 중학교까지만 지고 있다. 그 의무를 다하는 기간이 그리 길지 못하다는 말이다. 세계 10대 경제국가, 세계 일류를 지향하는 국가로서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이 말은 국민이 교육을 받을 권리를 포기당하고, 스스로 그 비용을 감당하고 있는 기간이 길다는 의미이다. 다시 말해서 국가가 그 국민을 교육시킬 책임을 방기하는 기간이 길다. 그러나 우리의 의무교육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학교조차도 제대로 된 의무교육이 아니다. 교육운영지원비가 문제다. 중학교의 교육이 의무교육이라면, 학부모가 아니라 국가가 이 교육운영지원비를 감당해야 한다. 과거 육성회비라는 이름으로 부가하던 비용이 오늘날 학교교육지원비라는 이름으로 둔갑하여 여전히 징수되고 있다. 특별히 법적 근거도 없는 교육운영지원비가 관행처럼 학부모에게 징수되고 있다. 전북의 경우, 많게는 단위 학교 교육예산의 18% 정도를 학부모가 부담하고 있다. 물론 교육운영지원비는 강제성을 가지지 않은 비용이다. 학부모들은 준조세마냥 걷어 들이는 이 비용 부담을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들을 볼모로 잡힌 상태에서 이를 거부하기란 만만치 않다. 이의 해결방안은 간단하다. 국가가 교육 예산을 확충하여 중학교까지의 의무교육을 책임지면 된다. 현행 중학교 교육의 일체 비용은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 이럴 때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의무교육 및 무상교육이 완성될 수 있다. 국가 스스로가 위헌적 요소를 지닌 학교운영지원비의 징수를 철회하고, 교육예산 확보를 보다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가 OECD 가입국가라는 위상에 걸맞는 교육을 시행하기 위해서 국가는 의무교육을 유치원과 고등학교 교육으로까지 확대를 서둘러야 한다. 그 이유는 국가 스스로가 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를 국민공통기본과정이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가 국민공통기본과정의 교육을 책임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이경한(전주교대 교수)
얼마전 라디오 여성시대 프로그램에 한 남편의 사연이 도착했다.축하할 일이 두가지나 있다는 것이었다. 원룸에서 살다가 열심히 돈을 모아 투룸으로 이사했다는 사실이 그 축하할 일중 하나이고 또 하나는 곧 있으면 넷째가 태어날 것 같으니 그것 역시 축하해 달라는 말이었다. 네째 아이 역시 감사하게 생각하는 아내가 고맙고, 아내의 부지런함과 알뜰함으로 드디어 투 룸으로 옮길 수 있으니 이 얼마나 다행이냐는 말이었다. 건설 현장에서 일 하다 땀에 절은 피로한 모습으로 돌아오면 여기 저기 뽀뽀를 해대며 아빠 오셨어요를 외치는 아이들 덕분에 자신은 늘 피곤이 씻은 듯 달아난다는 말도 덧붙이고 있었다. 방송 날짜를 알려주려고 사연에 적힌 휴대전화로 전활 걸어보았다. 몇 번의 신호음이 가더니 한 남자가 전화를 받는다. 그런데 이쪽에서 말을 해도 소음 탓인지 잘 알아듣지를 못하는 것이었다. 그쪽 하는 말이 잘 안 들리니 문자로 달라는 것이었다. 문자로 전주mbc 임을 알리고 방송 날짜를 알리니 금방 답신이 오는데 자신의 휴대전화가 얼마전부터 수신이 잘 안되어 죄송하다며 선정해주어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누구보다 아내가 기뻐할 것이라면서 말이다.그러나, 그 사연을 접하며 필자는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거워져왔다. 주변의 어떤 경우는 둘째를 낳을 때부터도 선뜻 반기지 못하는 현실이 아니던가. 그 결과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인구학자들에 따르면 출산율 저하와 수명연장으로 2050년 경에는 스페인, 일본,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4위의 노인대국이 된다고 한다. UN미래사회보고서에서도 우리나라의 저출산이 염려할 만한 일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지자체 등에서는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출산장려금 등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월, 전북발전연구원이 가임기에 있는 성인 남녀 4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7%가 출산장려금이 실효성이 거의 없다고 대답했었다. 여기서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출산을 기피하는 원인으로 68%가 자녀 양육비 때문이라고 응답한 사실이다. 문제는 츨산장려금이 아니라 아이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양육비, 즉 교육비인 셈이다. .한때 우리처럼 저출산에 시달렸던 프랑스는 적극적인 출산 정책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현재는 유럽에서 2위의 출산율을 보이고 있고, 여성취업률은 출산율 만큼이나 높다. 완벽한 보육시설은 출근시간전에 아이를 받고 퇴근시간 후까지 돌봐준다. 공교육은 확실히 사교육을 압도해 부수적인 교육비가 들어갈 필요가 없다. '우리'가 낳아서 '우리'가 키운다는 사회공동체의식도 확고하다. 출산과 양육이 전적으로 개인의 몫인 우리나라와 정반대이다. 공교육을 강화하고 적어도 고등학교까지는 균등한 교육을 받게 하며 대학은, 서울대가 1등인 서열화를 없애고 서울이든 지방에 있는 대학이든 특성화시키는 쪽으로 나가야한다는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사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사연의 주인공은 전혀 축하받을 일이 못 되는 상황이다. 살림을 해보고 아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걱정부터 앞세우며 따져 묻게 될지도 모른다. 그 상황에 웬 네째며, 앞으로 어떻게 아이들을 키울 거냐고,,, 그런데 이 사연이 방송에 나가자 청취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이 시대 참으로 힘을 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하는 사연이라며, 부부간의 신뢰, 가족간의 사랑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자녀교육 지원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한 젊은 남성은 가족간 갈등으로 힘들었는데 이 사연을 듣고 답을 알게 되었다면서 다시 한번 기운을 내보겠다고 했다. 또 다른 청취자는, 원룸에서도 사랑의 흔적이 셋이나 되었는데, 이제 투룸으로 옮기면 더 큰 일 내겠다는 축하 인삿말도 있었다. 가족간의 사랑은 아직도 미진한 우리 사회의 각종 정책을 보완해주는 대체프로그램이다. 자녀 양육, 노인 복지, 기타 사회복지 정책의 부족한 부분을 가족 네트워크가 대신한다. 곧 네째 아이가 태어날 그 가정의 용기와 가족 사랑에 박수를 보낸다./윤승희(전주문화방송 라디오제작부장)
오랜 진통 끝에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국회의 동의절차이다. 노무현 정부는 FTA 타결을 자신들의 큰 업적으로 내세우고 있고, 한나라당은 이례적으로 대통령을 칭찬했다. 반면 농어민과 시민단체들은 협상 타결 이후에도 반대 시위를 멈추지 않고 있다. FTA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앞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반대하는 쪽에서는 경쟁력 없는 국내 산업들이 파탄에 이를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어쩌면 이 두 주장은 다 맞는 것일 수도 있다. 나라의 경제는 발전하되, 농어업을 위시한 경쟁력 없는 산업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경제적인 하층민으로 전락하게 될 지도 모른다. FTA 문제는 세계화의 필연적인 귀결이다. 세계화는 국민국가의 경계를 끊임없이 위협하며, 신자유주의 경제는 국경을 넘어선 무한 경쟁만이 살 길이라고 가르친다. FTA가 국익에 도움이 되는가 안 되는가 하는 물음은 일종의 넌센스이며 진정한 갈등을 은폐하는 물음이다. FTA는 다국적 자본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고, 거기서 국민국가의 경계는 무의미해진다. 오로지 시장질서에 순응해서 살아남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가 존재하게 될 뿐이다.문제는 FTA를 통해 실현되는 새로운 경제 질서가 시장의 자유를 확대하고 경쟁을 촉진시키는 만큼, 정치적 자유의 영역은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무한 경쟁을 용인하는 시장의 자유는 수 많은 패자를 양산할 것이다. 경제적 자유는 시장에서 패배한 낙오자들의 눈물과 한숨을 먹고 자랄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양극화의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 것에 대해 자신들의 실패를 인정했다. 그러나 그들이 업적으로 내세우는 FTA 협상 타결은 사회의 양극화를 극단으로 몰아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지도 모른다. 양극화의 심화는 사회에 새로운 카스트 제도가 등장하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경제적 부와 사회적 지위는 세습되며, 가난한 자들의 신분상승은 불가능해 진다. 이미 농어민과 도시빈민, 비정규직 노동자의 자녀들이 명문대에 진학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사회가 되지 않았는가?참된 자유민주주의를 실현하려면, 시장의 자유에 의해 자유를 박탈당한 사람들의 자유를 보장해 줄 수 있는 제도와 규범을 만들어내야 한다. 무자비한 자본에 의한 잔인성의 확산을 막을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세계화가 진행되어 나가는 한, 제2, 제3의 FTA 협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질 것이다.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를 만들기 위한 정치적 상상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다./이유선(군산대교수)
국제결혼을 통한 결혼이민 이주여성들이 증가하면서, 2006년도부터 여성가족부에서는 이주여성들을 지원하기 위해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를 지정하여 운영하기 시작했다. 전라북도에 최초로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로 지정된 곳은 장수지역이다. 이어 익산의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를 위탁 운영하게 되었고, 2007년에는 김제지역이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로 지정되어 이주여성들을 지원하고 있다. 전라북도에서 제일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전주지역의 경우 전라북도 자체에서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로 지정한 바 있지만, 여성가족부의 지정위탁을 받지 못한 상태에 있다. 내국인과 혼인한 이주민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2006년도 11월 전주출입국관리사무소의 통계에 의하면, 전라북도의 내국인과 혼인한 이주민의 수는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사람만, 3562명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주민의 대부분은 여성들로서 남성들은 1%대 밖에 차지하고 있지 못하다. 국적취득자까지 포함하면 전라북도에 5천여명의 결혼이민 이주여성이 존재하고, 전주시에는 1,000여명의 결혼 이민 이주여성이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국적취득자에 대한 통계는 법무부 국적이민과 조차도 그 통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는 내어올 수 없다. 지역별 분포를 보면 국민의 배우자의 수는 전주를 비롯한 6개 도시지역과 농촌지역으로 완주를 비롯한 8개 군을 보면 도시지역은 농촌지역보다 2배 이상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 인구밀집도로 따지면 농촌지역이 더 많이 분포하겠지만, 실제 거주하는 통계에 따르면, 도시지역에 두 배 이상 더 많은 이주여성들이 살고 있다. 최근 결혼이민 이주여성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인구 밀집도에 따른 농촌지역의 이주여성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그 지원의 정도를 도시보다는 농촌에 중점을 두고 있는 현상이 드러나고 있다. 작년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를 지정할 때에도 농촌지역을 먼저 지원해야 한다는 전제를 통해 농촌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지역을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를 지정하기도 했다. 전라북도는 전주시에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를 1개소 지정하였다. 그러나 전주시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의 경우, 운영비 지원이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 전라북도에 의해 지정이 되어진 이후, 아무런 행정적 조치가 뒤 따르지 못하고 있다. 이름만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로 지정이 되어졌을 뿐이다. 전라북도에 따르면 여성가족부 자체 내에서 예산지원이 없기 때문에 이를 지원할 수 없는 처지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방비를 부담해서라도 적절한 후속조치가 따라져야겠지만 그렇지 못하다. 전주시의 경우 결혼이민 이주여성의 수가 전라북도 전체 이주여성 수의 5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제일 많이 거주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지역인 전주시에 대한 지원과 관심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도시와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결혼이민 이주여성들과 가족들에 대한 균등한 관심과 지원책이 요구되어진다. /이지훈(아시아이주여성센터/ 아시아노동인권센터 소장)
대학입시의 3불정책, 즉 고교등급제, 본고사와 기여입학제에 관한 교육부의 불허정책에 대해서 일부 대학들이 반기를 들고 있다. 3불 정책에 대한 논쟁을 부추기고 있는 대학들은 현행의 입시정책으로는 우수한 인재를 선발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주장하는 바에 대해서 흔쾌히 동의할 수 없는 마음이다. 국민들이 지지하는 교육정책에 반기를 들면서 자신들의 이익 극대화에만 전전긍긍하는 일부대학들의 모습은 보기에 안타깝다. 일부대학들은 현행 수능성적 등급제로는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할 수 없다며 갖가지 꾀를 짜내고 있다. 이 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서너 개의 문제를 제시하고 5시간씩 시험을 보도록 하는 통합논술고사, 수험생들에게 문제를 풀게 하는 식의 심층면접, 신입생 선발인원의 절반을 수능점수로만 뽑아 특정 고교출신들의 특혜선발, 보이게 그리고 보이지 않게 내부적으로 처리하는 고교 등급제 등이 있다. 그러나 일류대학이라고 하는 일부대학들이 이런 구차한 입시안들을 내세우지 않고서도 우수 고교졸업생들을 거의 싹쓸이해가고 있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들이 그렇게도 원하는 우수 학생들을 올해부터 시행될 수능등급제로도 얼마든지 선발할 수 있음은 얼마 전 실시한 모의수능시험 결과가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시험에서 언어, 수리 및 외국어의 모든 영역에서 1등급을 차지한 학생들이 단 1%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수능등급제가 학생들간의 실력차이를 가늠케하는 변별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대학들은 여전히 최상위 학생들에만 집착하면서 그들을 우선적으로 뽑아가기 위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들이 교육부 입시정책의 근본적인 취지를 훼손시키면서까지 학생선발 정책에 지나치게 매달리는 것은 대학이 상대적으로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 대학운영의 효과를 높이려는 속내이다. 우수한 인재들을 앞 다투어 선발하겠다는 의지에 비해, 선발한 학생들을 우수한 인재로 만들어가는 교육과정 운영 및 시설 투자를 하는 데는 인색하기 짝이 없다. 그 대학들이 3불 정책을 깨겠다는 불굴의 정신을 교육과정 운영 및 시설투자에 관한 교육부 기준선을 뛰어넘어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정신으로 생각을 바꾼다면 우수한 인재들은 저절로 양성될 것이다. 또한 일부 대학들이 쏟아놓은 선발정책들은 공교육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안들이다. 공교육은 대학에서 선발할 우수학생들이 자라나는 토양이다. 대학들이 갖가지 안들을 내놓으면서 이 공교육의 기초를 황폐화시키면 궁극적으로 대학들도 우수인재를 선발할 수 없다. 즉, 일부대학들이 극소수의 우수학생들만을 위한 선발정책을 제시하면, 고등학교 교육과정 운영의 파행을 가져와서 우수학생들의 토대인 공교육이 무너지고, 그 결과는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기에 대학의 입시정책은 공교육에 대한 책무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경한(전주교육대학교 교수)
새학년을 맞아 아이들 학교에서 학부모회를 한다는 통지문이 왔다. 개교 한지 수십년이 되는 학교는 새 건물을 짓느라 분주하다.낡은 건물들 속에 새로 지은 건물이 키발을 딛듯, 비죽 솟아나고 있다. 마치 40여년된 오래된 몸을 가진 우리 학부모들과 새로 솟아나는 아이들이 대비되는 것같다. 그 속에서 무리지어 서있는 학생들은 사뭇 역동적이다. 늦은 시간 학원에서 홀로 돌아올 때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짙은 청색 웃옷에 청색 바지, 그리고 체크무늬 주름치마. 어떤 아이들은 학부모들을 안내한다며 수줍게 서 있었고, 웃고 소리치고 뛰듯이 걸어가는 모습에는 누르고 또 눌러도 다시 튀어오르는 생명력이 넘친다. 아이들은 새로 지은 4층 건물보다도 더 화사했다. 강당 안쪽으로 들어서니 학급담임을 맡은 선생님들이 죽 서계신다. 그 중에는 아이의 이전 학년 담임선생님도 계신다. 지난 학년을 마치고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왔었다. 오래전에 학교를 마친 옛 제자가 이번에 대학교에 들어갔는데 병으로 누워만계시는 아버지랑 둘이서 살고 있는 소녀가장이라는 것이었다. 중학시절부터 어려운 형편에 공부하느라 애를 썼는데 이번에 대학에 들어갔고 입학등록금을 적금을 부어 마련해 낸 기특한 제자라며 혹시, 방송을 통해 그 가정을 도울 수는 없겠냐고 하셨다. 입학등록금은 몇 년 동안 부운 적금으로 마련했지만 앞으로 4년 동안 책값이며 학비가 걱정스럽다는 말씀이셨다. 워낙 성실하고 열의가 있는 제자이니 조금만 도우면 줄업 후 자기 인생을 잘 꾸려갈 것이라며 방송을 부탁하셨다. 선생님의 제안에 몇 사람이 나섰고, 몇 가족이 그 가정을 돕기 위해 나서고 있다.간혹 신문 방송을 통해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 있는 학생들이 보도되곤 한다. 그런데 그 학생들을 돕는 이들은 자신 역시 어려움 속에 있어보았던 사람들이거나 다른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시련을 이겨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아니면 서로 돕는 공동체적 자산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포기하고 좌절하고 싶은 순간에도 나를 지켜보는 단 한 사람의 눈길이 느껴지면 인간은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여러해 전 졸업한 가난한 형편의 제자를 오래도록 지켜보아온 선생님으로 인해 한 가정이 유지되어오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누워만 있는 병 든 아버지를 모시고 어린 소녀는 막막할 때도 많았을 것이다. 달려가 이야기할 수 있는 선생님이 계셔서 한결 든든했으리라. 많은 가정들이 질병이나 가난, 그밖의 여러 이유로 해채되고 있고가정의 형태 역시 무척 다양해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을 돌보고 책임질 능력이 없는 어린이들, 늙고 병든 사람들, 이주여성과 온누리안 아이들, 이런 가정을 여러 측면에서 보조할 수 있는 네트워크의 확보가 절실하다. 아직 국가 쳬계는 정비되지 않았고 우리 가정은 언제든 해체될 위기가 올 수 있는 상황이다. 이미 오래전에 이웃사촌이라는 용어를 생산했던 우리는 이미 심정적으로 지역사회 네트워크에 대한 훈련이 되어왔었다. 아직 크게 부족한 사회 안전망을 대신할 이웃사촌 네크워크는 하나의 대안으로 작동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웃사촌네트워크의 제안과 구성이다. 사회복지 공동모금회를 비롯한 여러 단체를 이용하는 것도 좋으나 기초생활수급자 등에게 한정되는 경우가 많아 차상위계층에는 지원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도움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와 도움을 줄 이웃을 연결하고 격려하는 일, 우선 학교를 중심으로 그 일이 시작되었으면 한다. 정서적,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성장기의 아이들과 그 도움을 줄 지역사회 구성원을 연결하는 일, 아이들의 삶에 일정 부분 개입하는 선생님들로서는 가능한 일일 것이다. 학교가 사교육 시장에 아이들을 뺏기고 제 기능과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며 매를 맞고 있으나 학교는 여전히 존재할 이유와 가치를 지닌다. 바쁜 부모, 가난한 부모, 병 든 부모를 대신하는 네트워크의 구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 한 아이의 성장에 결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사랑과 염려로 바라보는 스승이 있다는 것, 바로 그 점 때문이다./윤승희(전주문화방송 아나운서)
오늘날 우리 대학들은 심한 개혁의 몸살을 앓고 있다. 교육부는 국공립대의 통폐합을 유도함으로써 사립대를 포함한 전체 대학의 구조조정을 꾀하고 있다. 졸업 후 취직자리를 보장하지 못하는 학과들은 이미 폐과가 되었거나 사라질 위기에 있다. 그러나 이런 대학의 구조조정은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의 다른 분야에서 벌어진 구조조정의 과정에 비교해 보면 그 속도가 빠른 것도 아니고 정도가 심하다고 할 수도 없는 수준이다.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학벌주의와 온정주의의 보호막 안에서 대학들은 여전히 공부안하는 교수들의 철밥통을 보장해주면서 당신들만의 상아탑을 구축하고 있다.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학교를 운영하면서 재단전입금은 거의 내놓지 않는 몇몇 사학재단들은 등록금 인상 담합에 대해서는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으면서, 사학법 개정에 대해서는 마치 민주투사라도 된 양 결사항전도 불사한다. 우리 대학의 후진적인 현 주소를 보여주는 사건이 최근에 있었다. 여러 대학의 체육학과에서 폭력적인 신입생 신고식을 하는 장면을 매스컴이 보도한 것이다. 선배들이 후배들의 군기를 잡을 것을 교수가 지시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한 여학생이 폭력을 견디지 못해 자퇴했다는 뉴스도 있다. 이것이 과연 체육학과만의 문제일까? 우리 대학사회는 권력을 둘러싼 패거리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폭력은 신입생 신고식에 비할 바 아니다. 대학강의의 절반정도를 교수가 받는 임금의 10분 1정도를 받는 박사 실업자들이 충당하고 있는 것만을 보아도 대학에서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부당한 권력들이 행사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매스컴은 대학이 변화를 꾀하는 긍정적인 사례로서 대학에서 새롭게 이루어지고 있는 와인관련 강좌나, 부자학, 사랑학 강의 등을 소개했다. 그러나 이런 강의를 한다고 해서 우리 대학들이 소위 글로벌 스탠다드를 충족시키는 대학이 되지는 못한다. 이런 강의는 주부를 상대로 하는 백화점의 교양강좌로서 적합한 것들이다. 신입생 신고식과 와인 및 부자학 강좌는 반개혁적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전자는 학생을 패거리 문화의 권력에 순응시키고자 하는 것이고, 후자는 시장질서에 순응시키려는 것이다. 대학 개혁은 대학의 사회적 역할을 다시 생각해 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대학은 기존의 질서와 불합리한 권력을 비판할 수 있는 진리 탐구의 성지로 남아야 한다. 세계화는 창조적이며 비판적인 지식인을 요구한다. 우리 대학은 기존의 질서에 순응하지 않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은 부당한 기득권과 정의롭지 못한 권력을 포기함으로써, 스스로 진리를 말할 자격이 있음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이유선(군산대 연구교수)
지난 2월 15일 전라북도청 대회의실에서는 결혼중개업법 제정을 위한 입법공청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는 국회위원 김춘진 열린우리당 의원이 2005년 2월 1일 16명의 발의자를 참여시켜 대표 발의한 법안으로 2년을 넘긴 지금에 논의를 붙이는 것이다. 이날 토론자는 전북대 사회학과 설동훈 교수와 공익 변호사 그룹 공감 소라미 변호사, 소비자보호원 최은실 팀장, 보건복지부 인구여성정책팀 강도태 팀장과 결혼중개업체의 대표로 국내업소와 국제결혼중개 업소 대표 각 한명씩 참여하여 토론에 참여 했다. 이 날 공청회에는 결혼중개업체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했고, 모 결혼중개업체에서는 한국말을 제대로 구사하지도 못하는 이주여성들을 상당수 대동하였다. 그리고 청중 질문시간에는 질의를 통해 결혼중개업체에 대한 지원책 여부를 질문하기도 했는데, 결혼중개업체의 관계자들은 그때마다 소리를 내여 환호하고 박수를 치며 동의의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공청회가 마친 이후에는 김춘진 의원과 기념사진을 찍는 등 다소 혼란스러운 광경을 연출하기도 했었다. 토론회를 주최한 김춘진 의원은 법안발의 취지내용에서 최근 두 자리 수로 증가하는 국제결혼의 상당수가 사업화로 인하여 외국인 배우자는 물론 내국인도 피해를 입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여, 국제결혼을 허가제로 하고, 허위 정보 제공 금지 등 일정한 국제결혼 중개행위를 법률로 명시 한다고 밝히고 있다. 공청회를 거쳐 임시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는 이 법안은 허위과장광고 금지, 표준계약서 작성, 개인정보 누설 금지, 업체에 대한 교육, 이용자에 대한 피해보상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중개업체의 어떠한 행위를 금지?규정할 것이며, 금지행위 위반 시에는 어떠한 행정적?형사적 처벌을 가할 것인지가 핵심적인 사항에 대해 하위 법령에 위임하고 있어 실질적 규제력을 약화시키고 있어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남기고 있다. 또한 시외에 걸려 있는 베트남 처녀와 결혼 하세요 등을 규제하는 각종 허위?과장된 정보제공 및 광고 등의 금지를 규정하는 부분에서도 성 차별적.인종차별적 광고까지는 규제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표준계약서 작성 규정에서도 어떠한 내용이 계약서 내용에 포함되어져야 할지를 자율적 상행위에 맡기고 있어 국제결혼 성립 전?후에 걸쳐 일어나는 근거 없는 과다 수수료 부과, 허술한 통역서비스, 비전문적인 남성 고객 중심적 사후관리의 문제, 사후 피해발생시 보상의 미비 등의 피해에 있어서 대책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못하다. 그 외에도 국내의 결혼중개업자와 대상국의 결혼중개업자와의 관계 속에서 국외에서 이루어지는 불법을 제어할 수 없는 점 등의 문제에 있어서도 제어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금번 결혼중개업법 제정을 위한 입법공청회는 김춘진 의원과 의원 16명이 2년 전에 발의한 내용이다. 지난 2년 동안 국제결혼중개업체를 통한 인권 침해적이고, 인신매매적인 비윤리적이고 불법적인 행위들이 즐비하게 나타났다. 왜곡?과열되어가고 있는 국제결혼 중개업체의 관행은 국제결혼 중개의 상행위를 더 이상 사적 자치의 영역의 자유시장의 논리에만 맞길 수 없게 하여 규제의 필요성을 낳게 하고 있다. 2년 전 발의된 법안은 진지한 재검토와 논의를 필요로 한다. 이 법안으로는 실질적 법률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결혼중개업법만을 고집하지 말고, 이주여성의 인권 문제 등을 다양하게 포괄할 수 있는 넓은 시각의 법안과 대만처럼 결혼중개업의 비영리성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이지훈(아시아노동인권센터/아시아이주여성센터 소장)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 교육에 대한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교육을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인자로서 바라보고서 이에 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자치단체들이 펼치는 많은 교육사업에 대해서 찬사만을 보내지 못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주로 시행하는 교육사업으로는 무상급식지원, 외국어교육비지원, 학생 해외연수 지원, 영어캠프 등의 지원사업과 인재숙, 영어마을, 중국어마을 등의 시설운영사업이다. 이 사업들은 민선 자치단체장들이 주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 사업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극히 이벤트 중심이며 가시적인 건물을 지어서 시행하는 교육사업이다. 민선단체장들은 아무래도 짧은 기간 내에 여러 차례 사업을 수행하고 가능한 다수의 학생들이 포함되는 사업을 선호한다. 반면에 자치단체장들은 지역 교육에서 매우 중요한 재정보조기금, 교육환경개선 등의 사업에는 그 지원이 지극히 인색하다. 이렇듯 자치단체장들이 학교교육에 대한 투자보다 직접적인 교육투자사업을 선호하는 경우, 교육 사업은 자치단체장들의 전시행정 도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또 하나는 자치단체서 펼치는 교육의 형평성에 관한 문제이다. 자치단체들은 주민들의 세금을 이용하여 주민들의 복리를 증진할 의무가 있다. 당연히 이 복리 혜택의 대상은 다수의 주민이어야 한다. 교육복리도 마찬가지다. 자치단체장들은 교육복리의 혜택을 가능한 많은 주민들이 누릴 수 있도록 행정을 펼쳐야 한다. 그러나 자치단체장들의 교육사업이 소수의 엘리트나 일부 계층에 지나치게 집중하고 있다. 이런 교육사업은 소수의 성공자를 배출할 수 있으나 다수의 패배자를 양산한다. 이런 교육정책이 장기화되는 경우 오히려 지역 인재의 공동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그래서 자치단체장들은 소수 엘리트나 일부 계층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 못지않게, 지역의 미래 시민들인 평범한 학생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교육 정책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들의 지역 교육에 대한 정책은 공교육인 학교교육과의 협력관계를 구축하면서 행해질 때 보기에 좋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교육정책의 중심축을 학교교육에 두어서 학교교육의 효과가 지역사회로 넘쳐나가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지방자치단체들은 공교육의 교육환경개선, 각종 장학지원 등의 사업을 우선적으로 펼쳐서 주민 다수의 교육복리를 증진시키는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 그런 다음 지방자치단체들이 엘리트를 양성하는 일에 투자하여 지역 학생들의 교육경쟁력을 높여가길 바란다. 학교인재가 지역인재가 될 때 지역의 교육경쟁력은 가장 높아지리라 생각한다./이경한(전주교육대학교 교수)
전주mbc라디오 시사전북 오늘이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다보면, 지역 구석구석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눈여겨보게 된다. 도 교육청 교원 인사가 있었고, 거기에는 첫 장애인 교사가 4명이라는 반가운 뉴스도 있었다. 대학신입생 오리엔테이션장이 예전과 달리 개그 공연 등으로 웃음 넘치는 현장이라는 소식도, 전북 조선소 유치가 이제 가시권에 들어섰다는 소식도 있다. 그리고 설 명절을 전후해서 재래시장 상품권 발행이 설 전 열흘 동안 4억원어치나 되었고, 지난 추석의 두배라는 소식도 있다. 함께 방송하는 후배는 재래시장의 3C 부재론을 펼쳤었다. 카터기 카드결재기 카(car)를 놓을 곳이 그것이다. 지금은 재래시장 군데군데 주차 공간이 있고 남부시장의 경우는 천변 공터를 활용하고 있지만, 장보기를 마치고 무거운 짐을 들고 이동을 하는 상황은 대형 마트보다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3월부터는 장바구니를 들어주는 도우미제도를 시행한다고 한다, 좋은 아이디어다.해질녁 오후, 남부시장을 찾았다. 주차가 어떨지 몰라 택시를 잡아타고 풍남문 앞에서 내려 걷기 시작한다. 10년 넘게 붕어빵 장사를 하는 아주머니를 지나 새마을금고, 시몬양품, 남문마트, 꽃길다방을 지나 골목으로 접어드니, 한일상사, 전북마트앞 자전거보관소, 남부정육점, 영광생선, 7번 생선집이 이어진다. 7번 생선집에는 주인아주머니와 그 어머님으로 보이는 할머니가 가게를 지키고 있다. 하루라도 쉬면 몸이 아파 못 견딘다며 설 다음날에도 나와 장사하던 주인아주머니는 마음 좋게 잘 웃는다. 꾸미지 않은 그대로의 웃음이라 보기 좋다. 185호 김막례 할머니, 186호 문봉순 할머니, 187호 김순례 할머니 가게가 이어져있다. 한 손에 갈치를 들고, 한 손에 냉이와 대파를 사니 금방 할머니들과 벗이 된다. 시장 할머니들과 단 몇 마디라도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이 고단한 삶이 나 혼자서가 아니라는 사실에 당장 안도하게 된다. 할머니들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돈은 결국 전주 사람들 삶의 근간이 되고 나의 삶도 이 할머니들과 맞닿아있다. 그리고나서 완산교를 향해 고개를 돌리니, 어? 여기가 어디인가. 참으로 낯선 하늘과 산허리가 눈에 들어온다, 넓디 넓게 펼쳐진 하늘은 이제 어둑어둑 암청색으로 기울었고, 다가산자락은 검은빛으로 가라앉는다..그 아래로는 휑한 전주천이 무심히 흘러가고 있고! 하나 둘 밝혀지는 불빛은 마치 풍경 사진에서 본 빠리나 런던을 떠올리게한다. 아파트숲에 가로막혀 잊고 살았던 전주의 하늘이 거기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남부시장에는, 3C가 충분치 않다. 그래서 여전히 불편하다, 그러나 거기에는 3S가 있다. 훈련되지 않은 웃음(Smile), 사회적 상호관계(Social relationship), 그리고 다가산에서 시작되는 길게 이어지는 전주의 하늘선(Sky line)이 바로 그것이다. /윤승희(전주 mbc PD)
현재 전북지역 최대의 현안은 아마도 새만금 문제일 것이다. 새만금 간척 사업은 태생 자체가 불순한 정치적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대법원이 이미 공사가 계속되어야 한다고 판결을 내렸고 방조제가 완성된 상태이기 때문에 되돌리기는 거의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어떻게 하면 친환경적으로, 지역주민을 위하는 방식으로 새만금을 개발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군산대학교 환황해연구원 및 문화사상연구소는 2월 9일, 10일 양일간 고군산군도에서 가장 큰 섬이자 새만금 방조제의 중간 기점인 신시도에서 신시도에서 새만금과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행사를 가졌다. 새만금 문제에 관한 한 철저한 문외한임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최근 제안된 새만금 문화권이라는 개념과 관련된 몇 가지 철학적 안건을 논하는 발제를 맡아 참여 했다. 새만금지역을 직접 견학하고 주민의 목소리를 들음으로써 그동안 숱한 갈등을 노정시키면서 국가적인 과제가 된 새만금 문제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모임에는 학자, 언론인, 시민운동가 등 새만금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신시도 주민들이 참여했다. 신시도 주변은 온통 공사중이었기 때문에 신시도 이장의 도움이 없이는 접근이 불가능했다. 처음 달려본 방조제는 과연 엄청난 규모였으며, 배를 타고 들어간 신시도는 아름답고 정감 있는 섬이었다.예정된 발제를 간단히 마치고 신시도 마을회관에서 자유로운 토론을 벌였다. 관점과 배경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기 때문에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가장 감명 깊게 들었던 것은 신시도 이장과 한 마을 청년의 이야기였다. 신시도는 새만금 개발의 한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각종 개발 청사진이 나오고 섬이 육지와 이어지면서 마치 섬 주민들의 삶의 질이 금방 향상될 것처럼 주변에서 떠들어댔지만, 막상 섬에는 오토바이로 통행할 수 있는 도로조차 변변히 건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민원을 제기하기 위해 서울과 지방의 관청을 찾을 때마다 무시당하고 박대당한 설움은 말로 할 수 없다고 했다. 섬을 찾은 손님을 위해 이장 옆에서 묵묵히 일을 하던 마을 청년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지는 관을 우습게 알어유. 관도 우릴 무시하구유. 그치만 지는 이장형님은 최고로 쳐유. 왜냐면 이장형님은 제가 찾아가면 언제나 밥을 주시거든유.이 말을 들은 참석자들은 웃음을 터뜨렸지만, 필자로서는 이 말이야말로 새만금 개발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새만금은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밥을 주는 쪽으로 개발되어야 한다. 새만금을 둘러싼 이권에 혈안이 되어 달려들고 있는 소위 전문가들은 과연 자신들이 제시한 청사진이 얼마나 이 당위적인 요구에 부합하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이유선(군산대학교 교수)
지난 2월 2일 전라북도 의회는 전라북도 거주외국인 지원 조례안을 다루었다. 이 조례안은 행정자치부가 일괄적으로 만든 초안을 각 지방자치단체에 보내준 것으로서 각 지방자치단체는 이것을 기초로 하여 거주외국인 지원 조례안을 만들었다. 제주도와 충청남도를 비롯하여 각 지방자치단체는 입법을 예고하였고, 곧 통과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전라북도도 행정자치부가 보내준 초안에 의해 거주 외국인 지원 조례안을 만들었는데, 이 내용은 행정자치부가 보내준 내용과 95퍼센트가 넘는 일치를 보인다.행정자치부가 중심이 되어 거주외국인 지원 조례안을 마련한 것은 우리 사회가 이제 다문화 사회가 되어져가고 있는 반증이다. 외국인은 지금껏 우리 사회의 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제도적으로 포용되지 못했던 그룹이 되어져 왔다. 특히 급증하고 있는 외국인이주노동자들과 혼인이주여성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 없었고, 제도적으로 이들이 한국사회의 일원이 되게 하는데 소원했던 과거를 생각해볼 때, 금번 거주외국인 지원 조례안은 긍정적이고, 높이 평가할만하다. 그러나 금번 조례안은 이러한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아쉬움을 남기게 하고 있다. 이 행정자치부가 마련한 조례를 거의 동일하게 적용시킨 전라북도 거주외국인 지원 조례안은 행정자치부가 만들 조례의 모순과 문제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이 조례안의 전체적인 내용은 우리 사회의 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거주 외국인들의 적응과 지원에 관한 것이다. 조례안은 거주외국인들의 사회적응을 돕는 역할에 비중을 두고 있는데,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어 지고 있고, 병리현상을 발생시키고 있는 외국인들의 인권에 관한 내용은 어느 곳에도 나타나고 있지 못하다. 거주 외국인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은 이주노동자와 이주여성들인데, 이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인권침해와 인권차별을 경험하고 있다. 금번 조례안은 거주외국인들의 사회적응에 중심적 관심을 두고 있는데, 사회적응은 인권과 같이 가야할 수레바퀴의 한 부분이다. 인간의 권리가 침해당하고 차별당하는 현실 속에서 사회적응 프로그램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또한 금번 조례안은 목적부분에서 분명이 명시하고 있는 거주 외국인 자립생활지원에 관한 부분이 지원 범위에서는 빠져 있다. 그리고 지원 대상을 명시하는 위원회의 기능에서 외국인에 대한 지원을 얘기하는데,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의 범주를 빠뜨리고 있는 등 여러 부분에서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조례의 내용을 보이고 있다. 금번 조례안은 거주 외국인의 지위와 권리를 보장하는 첫 번째 조례안으로서, 무척이나 다행스럽고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을 지원하는 민간단체의 자문을 구하는 등의 절차도 없었고, 중요한 인권부분을 빠뜨리며, 조례의 내용상 앞뒤가 맞지 않는 내용도 많이 있다. 따라서 금번의 조례안은 빠른 시일에 민간의 자문을 거친 후, 개정안을 마련하여 수정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지훈(아시아노동인권센터/아시아이주여성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