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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작은 플래카드의 주인공은 - 함한희

요즈음 거리를 거닐다보면 곳곳에 대형 플래카드가 나부끼고 있다. 얼마나 큰지 입이 벌어져서 다물어지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예 건물 전면을 뒤덮고 있는 홍보물도 있다. 지방 선거전이 그 열기를 더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이기도 하다. 평소 무관심한 유권자들도 대형화된 플래카드 덕분에 출사표를 던진 우리 고장 후보자들의 면면을 쉽게 알게 되는 좋은 면도 있다. 그러나 왠지 도를 넘어선 대형화된 홍보물을 바라보면서 마음이 편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선전물로써 크기가 클수록 좋다는 생각보다는 지나친 낭비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저만한 홍보물을 만들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들었을 것이고, 또 적당한 장소를 찾기 위해서도 만만치 않은 노력이 들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도시의 경관을 해치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저마다 크기경쟁에 돌입한 후보자들의 마음 씀씀이가 조금은 걱정이 된다. 바로 자기의 선전을 위해서라면 앞뒤를 가리지 않는 태도가 문제이다. 이러한 무한크기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이 즈음 당사자들에게 자중하라고 하거나, 규격을 줄이라고 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그러나 시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결코 늦은 일은 아니다. 선거라고 하는 마지막 심판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후보자들의 입장에서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적극적인 선전을 하기 위해서 대형홍보물 제작이 최선이었다고 말할 것이다. 크기나 외형을 중시하는 후보자들과는 달리, 여러 가지 척도로 후보자들의 역량과 자질을 평가하는 일은 바로 시민들의 몫이다. 선택의 공은 이제 우리에게로 넘어왔다. 조선시대에는 끝도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욕심과 과시의 행태를 규제하는 갖가지 제도를 마련해 놓고 있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일정한 규격 이하의 집에서 살아야했고, 옷과 음식의 사치도 규제의 대상이었다. 우리는 이러한 정치적 의도를 거꾸로 해석해서 전제왕권의 전횡이었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물론 그러한 제도를 이용한 정치가들도 있었지만, 실은 지나치게 벌어지는 계층간의 격차를 줄여서 가난한 사람들의 불만을 사전에 방지하려는 뜻이 먼저였다. 국가경영책의 묘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국가가 제어하지 못한 욕망과 과시 경쟁을 시민들이 심판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제일 작은 플래카드를 내건 후보가 누구인지. 그 후보는 크기 무한 경쟁에서 특별한 정치철학을 가진 의연한 사람이거나 대형홍보물을 제작할 비용도 없는 청렴한 숨은 인재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만나고 싶다./함한희(전북대 문화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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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4.18 23:02

[새벽메아리] 지방선거와 지역농정 - 황영모

531 지방선거를 맞아 각 정당마다 후보자를 선출하고, 저마다 유권자를 향한 지역발전의 부푼 공약들을 구체화하고 있다. 특히 농업의 비중이 높은 우리 지역은 농업발전을 위한 다양한 비전과 대책을 쏟아낼 태세이다. 선거를 통해 살림이 좀 나아지고 지역이 발전하기를 바라기는 후보자나 유권자나 모두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지방자치의 선험적 경험에서 우리는 이 모두가 결코 녹록치 않은 과제임을 확인해 왔다. 선거철 때만 무엇이든 다 해결할 것 같던 공약이 잊혀지기 일쑤여서 지속적인 의지가 늘 아쉬웠다. 그래서 동일한 제도와 행정 속에서도 앞서가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뒤쳐져 힘겹게 따라가는 지역으로 갈리고 있다. 이제는 지역농업의 어려움을 낮은 재정자립도 탓이라고 하기에는 옹색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 되새김이 필요하다.단체장의 농정철학, 지역농업 발전을 위한 전제조건바로 단체장의 농정철학이 무엇보다 중요한 전제조건이다. 몇 해 전 지역농정의 결정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 가장 큰 영향력은 시장?군수에 있다는 응답이 58%에 달했다. 그 다음으로 농정담당 공무원이 23%로 뒤를 이었다. 단체장과 농정당국의 적극적인 농정철학과 혁신의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결과이다. 지방자치제 하에서 단체장의 권한과 역할의 중요성에 견줘 단체장의 의지와 철학이 지역농정의 방향을 설정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장밋빛 청사진의 공약에 현혹되지 말고 우리 지역의 농업발전에 대한 의지와 사람의 됨됨이를 꼼꼼히 평가해 참다운 인물을 가려내야 한다. 지역농정의 기획기능과 차별화 전략이 중요지역농업 활성화에 성공했다고 평가되는 지역은 지역농정의 역할과 위상을 새롭게 세워나가고 있다. 지역농정은 지역농업을 일정한 방향으로 재편해가는 핵심적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중앙농정의 집행에만 머물거나 추상적 비전제시, 열거형 농정으로는 지역농업의 활로를 개척할 수 없다. 지역농정은 그 역할과 위상을 새롭게 정립하고,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정책의 차별화와 실천계획을 세워야 한다. 지역간, 산지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정책의 차별화는 지역농업의 생존전략인 셈이다. 무엇보다 지역에 맞는 구체적인 실천유형(지자체 주도, 민간주도, 공동추진 등)의 적극적인 모색이 중요하다. 여기에 지자체의 농정평가 기능 강화가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시행평가조정재시행의 환류과정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이고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지역 내 농업경제의 중요성에 비춰 볼 때,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지역농업 활성화지역경제 발전으로의 단초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현실의 변화에 뒤떨어져 흐름을 놓치거나, 변화의 사각지대에 놓인 수구적 모습으로는 희망을 찾기 어렵다. 이를 위해 옥석을 가려낼 우리의 혜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황영모(지역농업연구원 정책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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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4.04 23:02

[새벽메아리] 저소득층에 열린 美 사립대학 - 조미애

학교에서 돌아오면 보리 캐러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어린 보리 싹과 나물에 굴을 넣고 끓인 된장국의 구수한 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황토 흙 사이로 삐죽삐죽 고개를 내밀어 이제 싹이 돋는가 싶었는데, 오늘 아침 출근길은 초록 잎이 온통 밭을 덮었다. 삼례를 지나 익산 가는 길에 봄날이 온 것이다. 머지않아 물오른 나무에 벚꽃이 피고 바람에 꽃비 내리면 봄은 더 오래 우리 곁에 머물러 보리밭을 누렇게 물들이면서 일렁이게 할 것이다.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진 미국의 명문대학들은 대부분이 사립학교다. 서부의 명문 스탠포드 대학은 9월 신학기부터 저소득층 자녀에게 수업료를 받지 않겠다고 한다. 연간소득이 4만 5천 달러(약 4천오백만원)미만인 가정의 자녀는 전액을 면제해주고, 4만5천에서 6만 달러 소득 가정의 자녀는 50%를 감액한다는 것이다. 동부 예일대에서 지난해부터 실시하고 있는 것과 같은 수준이다. 하버드가 연소득 4만 달러 이하 가정의 학생에게 학비를 면제하겠다고 처음 발표했을 때 하버드대를 지망한 학생 수는 사상 최고를 기록했었다. 프리스턴이나 브라운 등 다른 유명 사립대학들도 유사한 제도를 시행중이며,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은 3만 7천 달러에서 올해 2만 8천 달러이하 소득 가정의 자녀로 학비감면 지원 폭을 확대하고 있다. 앞으로 미국에서는 가난한 학생들이 명문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일은 없어질 것 같다. 전북의 주요 사립대학의 경우에는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1,2종)를 대상으로 10명에서 70명 정도에게 100만원 내외의 학비를 보조하고 있다. 이것은 전체 학생대비 0.5%정도에 불과한 수준이다. 국립대의 2-3배나 되고 비정규직 1년치 임금과 맞먹는 사립대학의 등록금을 생각하면, 저소득층 자녀에 대한 학비 지원정도는 매우 미미하고 인색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대학등록금은 올해도 인상되었다. 십여 년 사이에 5배가량이나 인상된 등록금에 비해 대학의 교육환경은 얼마나 좋아졌는지 의심스럽다. 미국 주립대학에서는 학비는 물론이고 기숙사비와 도서구입비까지도 지원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에는 대부분 대학등록금이 무료이거나 매우 저렴하다. 이것은 정부가 전적으로 재정지원을 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전국 초중등교육재정 적자액이 6조원이 넘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고등교육에 대한 국비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우리나라는 사립대학의 비중이 높다. 그러기에 등록금 의존율이 70%가 넘는 사립대학의 재정구조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본다. 재정의 등록금의존율을 최대한 낮추고 평균 6%도 안 되는 재단전입금을 더욱 늘려서 저소득층 자녀에 대한 학비지원을 확대함으로써 가난한 학생도 사립대학에 자유롭게 지원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다. 춘궁기 보릿고개를 기억하면서 그동안 우리나라 대학에서는 어려운 환경의 학생을 위해서 어떠한 몸짓으로 고민하고 노력했는지를 다시 한 번 묻고 싶다./조미애(교육혁신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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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3.28 23:02

[새벽메아리] 생애주기에 따라 사는 방법 - 함한희

우리네 농촌살림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농과 탈농으로 경제적 기반이 무너지고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조만간 농촌이 사라지지 않을까를 우려하는 이들도 많다. 이제 농촌 어디를 가도 고령이 된 부모들만 남아서 외롭게 살고 있다. 이들 가운데 배우자를 잃고 혼자서 사는 노인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젊은 사람들이 농촌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로 교육환경이 열악하고 문화향유기회가 제한되어 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공동화되어가고 있는 농촌사회의 일부를 외국인 신부들이 채워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농촌가족의 문제를 단지 농촌 안에서 보는 시각을 뛰어 넘어서 남아있는 가족과 떠난 가족을 다시 묶는 방법으로 농촌가족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없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자녀교육을 이유로 떠난 젊은 부부들이 자녀들이 교육을 마친 후에도 고향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어느 새 머리가 희끗해진 이들은 늘 고향이 그립다는 말을 하곤 한다. 그렇다면 이들을 귀향시키는 방법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생각이 있다면 상황과 여건이 갖추어질 때 실천하는 것이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귀향은 마음뿐이고 그것을 실천하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다. 그 어려움을 정부가 나서서 좋은 정책을 가지고 해결해 준다면 농촌도 도시도 살아날 것이다. 마음의 뿌리가 농촌에 있고, 이제는 도시 속 삶의 의미가 줄어든 중장년층을 위한 사회, 경제정책이 마련될 때가 되었다. 도시인으로 남게 된, 농촌을 떠난 이들은 은퇴연령이 낮아지고 재취업의 기회도 적어서 많은 사람들이 실업자가 되었다. 도시의 실업문제와 농촌가족의 부활을 이어줄 수는 득단의 정책적 고려가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터넷사회로 돌입하면서 장소의 구애를 크게 받지 않고도 전 지구적인 활동을 펼 수 있는 시대가 되었기에 농촌 회귀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본다. 그런가하면 친환경농업을 가지고 양보다는 질로 승부를 걸면 도시 웰빙족들로부터 호응을 받을 수도 있다. 산업사회에서는 도시의 젊은 층들을 농촌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고향을 떠날 때는 젊었던 부부가 은퇴 후 자연스럽게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은 무척이나 바람직한 현상이다. 공해와 회색의 도시 속에 덩그마니 실업자가 되어버린 이들을 고향으로 돌아오게 하는 방법이야말로 농촌회생을 위한 실천가능한 안이라고 생각된다. 생애주기에 따라서 사람들이 농촌과 도시를 오가며 산다면 이것이야말로 도농(都農)이 상생하는 아름다운 사회가 아니겠는가. /함한희(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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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3.21 23:02

[새벽메아리] 새로운 봄이 오고있는데 - 조혜자

어느새 앞마당까지 새 봄이 찾아왔다. 베란다에는 새빨간 토종 동백꽃이 활짝 피어났다. 춘란은 꽃을 힘차게 솟구쳐 올리고 있다. 매화나무 가지에는 꽃망울이 하루가 다르게 부풀어 오른다. 돈나물도 파란 새싹을 움트고 있다. 달래며 냉이가 밥상에 올라 새 봄의 미각을 돋운다. 겨우내 우리를 움츠리게 했던 모진 추위와 바람은 멀리 떠나갔다. 따스한 봄빛이 온 몸에 비추일 때면 크게 기지개를 펼 수 있어 좋다. 이런 날에는 일상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맘에 맞는 사람들과 어디론가 먼 길을 떠나보고도 싶어진다. 어릴적 동무들과 어울렸던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며 새 봄을 노래하고 싶어진다. 긴 세월동안 헤어져 지금은 어느 곳에서 살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옛 친구들의 얼굴이 보고 싶다. 어린 소녀가 되어 낭만으로 내 가슴을 가득히 채워보고도 싶다.그러나 세상살이에 이리저리 쫓기다 보면 계절이 주는 기쁨을 음미할 겨를이 없이 스쳐가 버리고 마는 것이 대다수 사람들의 일상사이기도 하다. 올 해에는 우리 모두가 단 하루만이라도 새 봄이 가져다주는 온갖 선물을 듬뿍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이번 봄은 또한 선거의 계절이기도 하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초가 되는 지방자치단체 일꾼을 새로 뽑아야한다.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이번에는 과거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선거에 나선다고 한다. 벌써부터 그들의 발길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경쟁 상대자는 이래서 저래서 안되고 자기만이 적임자라고 은근히 내세우고 있다. 우리는 이제 선거도 해 볼만큼 해 보았으니 이제는 일꾼을 뽑는 눈과 기준이 몰라보게 향상 되었다고 각자가 자부하고 있을 줄 안다.그러나 막상 선거가 끝나고 나면 실망하고 후회할 때가 많다. 그러기에 우리는 제대로 된 일꾼을 뽑기 위하여 그 기준을 한번 열거해 보는 것이 좋을 듯싶다. 민주화가 정착되면 될수록 정치는 경영이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유권자들을 말만 앞세워 들뜨게 하는 후보자가 아닌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물론 지도자는 유권자들에게 꿈과 이상과 비전을 제시하여야한다. 그러나 어떻게(HOW)가 빠지게 되면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 그것들을 이룰 수 있는 대안을 반드시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하여는 남다른 식견과 경험과 연구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알아야 면장한다고 하는 말이 생겨난 것일 게다. 인기에 영합하여 단순히 찬성과 반대, 그 어느 한 쪽만을 부르짖거나 때와 장소를 따라 하는 말이 달라지는 사람들을 우리는 경계하여야겠다.지도자가 되려면 자기를 희생하고 솔선수범하여야 하며 정직하여야 할 것이며 또한 깨끗한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 수가 없다. 그러나 그 마음을 알아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 사람이 지금까지 걸어온 발자욱을 뒤돌아보는 것이 바로 그것이 아닐까 싶다. 그 사람의 가정사를 알아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그렇게 하면 우리가 바라는 참된 일꾼을 뽑아서 내 고장을 발전시켜 살고 싶은 고을로 가꾸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봄에는 새 생명이 용솟음친다. 무한한 희망과 가능성 그리고 기쁨을 가져다주는 고마운 계절이다. 우리 마음을 어머니 품속같이 포근히 감싸 안아주고, 동심으로 인도한다. 이 봄에는 우리에게 그 어느 해보다 값지고 알찬 보람을 안겨주는 계절이 되기를 희망한다./조혜자(한국 걸스카웃 전북부연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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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3.14 23:02

[새벽메아리] 35사단 이전과 지역발전 - 황영모

전주시와 국방부의 35사단 이전계획이 확정되자 이전지로 지명된 임실군의 반대가 높아지고 있다. 임실군은 지난해 8월에 이어 지난 2일 군수가 직접 나서 35사단 이전을 반대하는 공식입장을 밝히고 있다. 35사단의 이전은 전주시의 해묵은 과제로 도시계획 등의 필요에 따라 오랫동안 논의 검토되어왔던 사안이었다. 반면 임실군은 초기 지역개발과 발전이라는 명분으로 이전찬성의 분위기에서 지역발전은커녕 임실의 농업유지가 어려워 지역발전에 저해된다며 해당 지역주민은 물론 많은 수의 지방의원이 반대의 목소리를 더욱 높여가고 있다. 이전하려는 지역과 이전 대상지로 지명된 지역간의 대립적 양상이 전개되고 있으니 35사단 이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짚어볼 일이다.35사단 이전에 대한 논쟁군사시설의 이전은 협약사항이 아닌 수용의 문제로 국방부의 권한이기 때문에 전주시와 임실군간의 협의사항이 아니라는 것이 35사단 이전 확정시의 의견이다. 다만 전주시는 35사단 부지를 마련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임실군은 지난해 11월 전주시와 국방부가 임실군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전합의 각서를 체결했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해관계 당사자의 입장과 의견 수렴 없는 일방적인 합의각서 체결은 자치단체 간 광역행정 추진에 있어 견지해야 할 양식있는 행태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실 그동안 지역개발과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외부시설의 이전과 유치는 끊임없는 지역사회의 논쟁과 사회적 갈등을 야기해 왔다. 더욱이 군부대와 같이 국가적으로 민감한 시설의 이전은 그만큼 정보의 접근성이 떨어져 이해 관계자간의 많은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사인이다. 지역발전, 민주적 절차와 의견수렴이 아쉬워35사단 이전지로 지명된 지역은 임실군에서도 축산업이 활성화된 지역이다. 더욱이 낙농과 축산을 중심으로 지역농업클러스터 사업 및 신활력 사업이 한창 진행중인 곳이다. 주민들은 항공대와 포사격장까지 포함한 35사단의 이전은 축산업의 붕괴와 지역경제의 공동화를 야기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래서 임실에서는 외부시설의 유치=지역발전이라는 논리는 큰 설득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 지역개발은 지역자원에 대한 효율적 이용이 중요하며, 농업중심의 지역에서는 농촌 어메니티(Rural Amenity)'라는 다움의 미학이 더욱더 요구된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위해, 어떠한 방식으로 할 것인가인데 이에 대한 진지한 검토와 민주적 의견수렴의 과정이 아쉬워 보인다. 벌써부터 35사단 이전문제는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전주와 임실의 중요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과연 지역 내외적 갈등으로 커져가는 35사단 이전에 대해 주민들은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황영모(지역농업연구원 정책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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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3.07 23:02

[새벽메아리] 지역·계층간 교육격차 해소를 - 조미애

춘삼월을 기다리다 남도까지 봄 마중을 다녀왔다. 도심을 벗어나자 바람결이 벌써 다르다. 진즉 겨울의 흔적을 털어낸 듯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은 땅은 속살을 드러낸 채 씨앗을 기다리고 있었고 아직 객토를 하지 않은 논과 밭에서는 막 올라온 풀싹들이 푸릇푸릇하다. 분홍 꽃이 수놓인 블라우스 위에 연두 빛 얇은 스웨터를 입고 나온 시인은 어느새 개부랄 꽃을 찾았는지 우리에게 건넨다. 하늘빛을 꼭 닮은 작고 앙증맞은 꽃 자매가 도톰한 잎 위로 고개를 내밀어 인사를 한다. 세상에서 가장 별난 기업으로 브라질에 본사를 두고 있는 셈코의 리카르도 세믈러는 최고경영자를 일컫는 CEO를 Chief Executive Officer 가 아닌 Chief Enzyme Officer 즉 최고 효소 임원이라고 한다. 촉매제라는 말이다. 촉매란 자신은 변화하지 않으면서 다른 물질의 화학반응을 돕는 물질이다. 지긋이 손을 내밀어 자연 속으로 끌어내준 선배의 마음이다. 훈훈하게까지 느껴지는 바람이 잔가지를 흔들고 지나간다. 숨을 깊게 들이마심으로 어느새 다가온 봄을 만져본다. 몹시도 그리웠던 것처럼 흙냄새가 온몸으로 혈관을 따라 조직세포마다 스며드는 것만 같다. 내일모레 처음 학교에 가는 어린아이처럼 즐겁다. 바람은 우리에게 고정되어진 사고를 전환하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변화와 혁신적인 경영으로 성공한 셈코처럼 일하는 방식을 바꾸라고 말하는 것이다. 세믈러가 말하는 효소와 같은 지도자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다. 직장에서는 상사가 해야 할 역할이며 학교에서 교사의 역할이 바로 그렇다.아이들이 깔깔거리면서 뛰어가고 있다. 아직 외투를 벗지는 않았지만 자유롭게 놀고 있는 모습이 무척 평화롭고 안정되어 보인다. 도시에서 아이들과 마주했을 때 느껴지는 알 수 없는 불안이 그곳에는 없었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원의 조사에 의하면, 농업주민의 농촌생활에 만족도는 겨우 10%를 웃도는 정도라고 한다. 도시에 살고 있다하여 모두가 생활에 만족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52%이상이 농촌생활에 불만족이라는 것은 문제가 크다. 요인으로는 열악한 교육여건이 우선 그렇고 복지시설의 부족이나 부정적인 사람들의 인식 그리고 불편한 주거환경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제 우리에게는 교육의 계층간 지역간의 격차를 해소하는 일이 시급한 일이 되었다. 미국에서는 로빈후드정책이라 하여 교육재정 재분배를 통한 격차를 해소하고 있으며, 영국은 EAZ(Education Action Zone) 프랑스에서는 ZEP(Les Zone d'education prioritaire)라 하여 교육투자우선지역을 도입하고 있다. 교육투자우선지역 사업은 학업성취를 향상시키고 교육에 대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나절의 나들이를 통해 내 안에 남도의 봄빛을 담아 온 것처럼 아름다운 자연 속에 한 폭의 풍경화처럼 우리 아이들이 교육으로 행복하고 자유롭고 평화로웠으면 좋겠다. /조미애(교육혁신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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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2.28 23:02

[새벽메아리] 중소도시 살리는 길은 없는가 - 조혜자

국가의 인적, 물적 자원이 수도권으로 집중화되는 현상은 날이 갈수록 더욱 확대되고 비대화되고 있다. 정부에서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해결하고자 행정복합도시와 혁신도시, 기업도시를 각 지방에 골고루 배치, 추진하고 있음은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다행이라 생각하고, 그 성공을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그러나 균형발전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지방대도시와 인접 중소도시간에도 그동안 동시에 발생하여 왔고, 앞으로는 더욱더 심해질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그 원인으로는 일자리 구하기가 용이하고, 자녀교육 서비스 질적 우위, 의료, 문화적 혜택, 인사이동이나 직장 변경이 있더라도 이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등 그 외에도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하겠다. 거기에 차량소유 일반화와 도로교통망의 확충은 웬만한 거리는 출퇴근이 가능하여졌고, 큰 도시에 거주하지 않는데서 오는 상대적 열등의식이나 소외감을 느끼지 않게 된다는 점도 인구의 대도시 집중화를 부추기고 있다. 좀 심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으나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도시가 없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와 노파심으로 우울한 생각에 빠질 때가 종종 있음을 부인 할 수가 없다. 아침, 저녁으로는 대도시로 연결되는 도로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내달리고 있는 출퇴근 차량들로 가득 메워지고 있다. 저녁이 되면 그들이 떠나고 난 중소도시에는 인적이 드물고 정적만 감돌고 있는 게 오래전일이다. 가게는 장사가 안 되다 보니 하나, 둘 문을 닫고 정든 고장을 떠나가고 있다. 지금 문을 열고 있는 점포들도 대형 할인점이 영업을 개시하고 나면 언제 문을 닫게 될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어린아이가 유치원을 마치고 초등학교에 진학할 때가 되면 애들 교육을 위하여 대도시로 이사를 간다. 아버지 직장이 이곳에 있어 아버지가 홀로 남는 가정도 예외는 아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보고자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인구 증가를 위해 별별 아이디어를 총동원하여 애를 쓰고 있다고는 하나 큰 효과를 못보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부터라도 중앙정부가 나서고, 대도시 소재 모든 공공기관과 중소도시를 대표하는 인사들로 균형발전위원회를 구성, 이 문제를 풀어 가야 할 것으로 본다. 그 대안으로는 근무지 도시에서 거주할 수 있는 직?간접적인 동기를 부여하고 자녀교육에서 손해 본다는 인식을 갖지 않도록 교육의 질을 크게 향상시키며, 문화수준도 뒤지지 않도록 투자를 확대하여 나가는 것 등이 있을 것이다. 안정된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수 있는 기업유치를 지속적으로 발 벗고 나서야 될 것이다. 직장과 가정이 한도시내에 있을 때 얻는 효과는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대도시 소재 공공기관과 대기업의 영업본부 등을 인근 중소도시로 분산?배치하는 것도 병행 추진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여야겠다. 화상회의와 전자결재가 가능한 시대에 살면서 꼭 대도시에 그러한 기관들이 집중해서 있어야 할 이유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하겠고, 균형발전을 꼭 이루어야겠다는 확고한 정책의 뒷받침이 있을 때 가능할 것이다. 교통이 편리하여졌고, 전자?통신 수단의 발달로 초고속인 인터넷망이 잘 구축되어 있으며 매스컴이 고르게 확산된 점 등을 고려할 때 꼭 복잡하고 여러 가지 공해에 시달리며 상대적으로 생활비가 더 드는 대도시 생활만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고 보여진다.인구의 대도시 집중화를 방지할 때, 그 이익은 말로다 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하다는데 모두가 동감할 줄 믿는다. 출퇴근에 소모되는 유류비와 소모품비를 절감하여 자원낭비를 최소화 시킬 수 있고, 환경파괴를 덜 초래 할 수가 있다. 물론 범죄발생이 감소되어 사회가 안정되며 이웃 간에도 인정이 오가는 훈훈한 사회가 앞당겨질 것이다. 죽어가고 있는 중소도시가 되살아날 때, 각 도시마다 안고 있는 기나긴 역사와 전통의 맥은 오래오래 간직되고 전승될 것이며 전 국토가 고르게 발전되어 더욱더 살기 좋은 내 고장과 자랑스런 우리 조국 대한민국이 될 것이다. /조혜자(한국 걸스카웃 전북부연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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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2.14 23:02

[새벽메아리] 스크린쿼터-농업-한미FTA - 황영모

우리 정부가 스크린 쿼터를 미국의 요구대로 현행 146일에서 73일로 축소하기로 한 방침에 대해 영화계가 릴레이 단식농성과 영화제작 중단 등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영화인이 강력 반대하는 스크린 쿼터 축소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추진에 앞서 광우병으로 수입이 중단되었던 미국산 쇠고기 재수입과 함께 미국이 강하게 요구했던 전제조건이었다. 영상산업은 우리나라 GDP의 1/100에 불과한데 미국이 이렇게 집착하고 있는 것은 무언가 있을 법 하다는 개연성을 암시한다.한편 정부는 지난 2일 미국과의 무역에 있어 관세를 철폐하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올 연말 안에 완료할 것을 골자로 협상개시를 공식 선언하였다. 여기 저기에서 대미 무역흑자가 98억달러에서 9억달러로 감소하고, 보건의료 및 교육분야의 사유화가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투자의 완전 자유화로 인한 초국적 금융자본에 날개를 달아주고, 옷 팔아 쌀 사먹는 처지로 농업분야의 막대한 피해가 전망되고 있다. 한미 FTA 최대 피해는 농업자유무역협정이 양국간 품목의 관세를 없애 무관세로 들여오는 것을 전제하기 때문에 농업과 같이 민감한 분야의 영향은 무척 크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농산물 수출국이기 때문이다.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가를 국내 농산물 가격에 비교해 보면 쌀 22.5%, 콩 8.8%, 냉동 쇠고기 27.9%, 옥수수 33.7%, 건고추 29.8%, 토마토 56.2%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산 농축산물에 관세율을 0%로 없앨 경우 미국산은 중국산을 넘어 우리 농축산물을 대체하게 될 것이다. 이에 국책 연구기관은 농업분야 피해액을 쌀을 제외하고도 1조 1,500억원에서 2조 2,800억원에 이르는 등 생산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보고서는 한국의 농업부문 중 쌀시장 개방만으로도 미국 농산물 수출이 최소 200%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칠레 FTA 피해액 3천억원에 비했을 때 가히 비극적이다. 여기에 WTO/DDA 농산물 시장개방을 눈 앞에 두고 있으니 우리 농업의 희망찾기는 암담해 보인다.영화산업과 농업, 그리고 국민적 지지스크린 쿼터 축소 저지를 위한 영화인들은 제 몸 반쪽난 기분이며,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스크린 쿼터 축소는 영화산업의 미래를 떠나 문화주권까지 미국에 내주는 꼴이라며 강변하고 있다. 농민들이 농산물 시장의 완전개방은 농업의 막대한 피해는 물론 식량주권까지 내주는 것이라며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까지 주장한 것과 같다. 그래서 후안무치한 미국과 이에 동조하는 정부를 믿지 말고 스크린 쿼터를 지켜낼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힘을 보태달라는 영화배우 안성기 씨의 호소가 벼랑 끝에 내몰려 우리 농업을 지키자고 주장하는 농민들의 절규로 들려오는지도 모른다. /황영모(지역농업연구원 정책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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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2.07 23:02

[새벽메아리] 내가 선택한 삶의 기쁨 - 조미애

설인데도 봄이 멀지 않은 듯 바람 끝이 부드럽다. 창문을 열고 불러들인 바람에게서 흙냄새가 난다. 추위를 피해 거실에 두었던 화분을 베란다로 옮겨 놓으니 제자리를 찾은 듯 이파리마다 생기가 돈다. 여학생의 갈래머리 같은 서양란의 잎들이 시골집 돌담에서 자라던 풀잎과 함께 기지개를 편다. 좁은 화분에서 이런 저런 화초들이 고향땅인 듯 뿌리를 내렸다. 키 작은 것들과 큰 나무들이 소박하게 어울린 모습이 참 편안해 보인다. 햇살이 좀더 길어지면 흙을 뚫고 나올 순들로 우리는 새 식구를 맞게 될 것이다.교단에서 스승이 사라진지 오래라고들 하지만 그래도 우리 교육은 학생 가르치는 일을 즐거워하고 학생과 더불어 호흡하면서 묵묵히 봉사하는 선생님이 계시기에 나라의 희망이며 미래가 된다.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프 스타글리츠 미 컬럼비아대학 교수는 정부는 공장 짓고 일자리 만드는 역할을 하기보다 과학과 테크놀로지, 교육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했다. 교사의 교육활동은 그 자체가 곧 커다란 승진이요 명예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현행 승진제도의 잘못으로 인해 교육이 멍들었으니 제도를 바꿀 때도 되었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자료에 의하면 교원의 59%가 현행 승진제도의 수정과 보완을 요구하고 있으며, 35%가 승진제도의 틀을 새롭게 바꾸어야 한다고 응답하고 있다. 새로 만들어지는 교원정책은 높은 전문성을 지닌 교원들이 긍지를 가지고 오직 가르치는 일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요 능력중심으로 승진제도 및 임용제도를 바꾸는 것이다. 교원 승진체제를 연공서열 중심에서 능력중심으로 전환한다는 말이다. 학생들만 열심히 가르치고 학생들을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은 절대 승진할 수 없는 현재의 교육풍토를 개선한다는 것이다. 넓은 들에서 자유롭게 피어있던 승진제도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좁은 화분에다 옮겨 심는 작업이기도 하다. 새로운 교장 임용제도를 통해 민주적인 리더쉽을 갖춘 역량 있는 교원이 교장으로 임용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될 것으로 믿는다. 서로 다른 곳에서 자라던 화초를 화분 안에 가두어 둔 것처럼 한참동안은 좁은 공간과 다져지지 않은 흙으로 인해 답답할지 모른다. 하지만 잠시 몸살을 앓게 되더라도 이내 곳곳하게 하늘을 향해 일어서는 식물처럼 올해는 교원정책에 새로운 꽃대를 세우게 될 것이다. 교사는 교단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 승진하여 보다 높은 직위나 직급에 오르는 것은 그가 지닌 뜻을 바르게 펼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것이다. 그것은 명예로운 일이며 그동안 쌓은 경륜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얻은 자리인 경우에는 간혹 힘이나 권력으로 잘못 남용될 수 있다. 사람은 태어나 어떤 직위에 있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가 평생 어떤 생각을 지니고 어떻게 살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어느 위치에 있더라도 당당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있고 부끄러움이 없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조미애(교육혁신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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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1.31 23:02

[새벽메아리] 저절로 발길이 닿는 곳 - 함한희

길을 걷다가 맛있는 냄새가 솔솔 피어나면 나의 후각은 빠르게 반응하면서 어느 집에서 나오는 걸까하고 주위를 살피게 된다. 마침 배라도 고프면 당장이라도 들어가서 먹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동네 어귀를 들어서는데 어느 집에선가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들리면 귀가 솔깃해지면서 그 소리의 주인공이 누굴까 하고 그 집의 대문과 담장너머로 눈길이 자꾸 간다. 맛있는 음식의 냄새와 아름다운 소리는 직접 보거나 손에 닿지 않아도 우리들의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한다.예전의 전주는 맛있는 음식냄새를 피우는 잔칫집 같았다. 그 냄새가 나라 전체로 솔솔 퍼져서 사람들의 발길을 전주로 향하게 했다. 전주로 오가는 기차나 버스가 지금처럼 빈번하지도 빠르지도 않던 시대에도 전주를 찾는 사람들은 많았다. 특히 우리네 고유의 정취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의 고향이었다. 어느 청명한 가을날 멍석이 깔린 소리판에서 울려나오는 멋들어진 소리에 귀 명창들이 몰려들어 장단을 맞추고 그 구성진 음과 장단에 반한 전국의 판소리 애호가들이 전주를 기웃거렸다. 일부러 돈을 들여서 광고를 한 적도 없었지만, 소리 소문은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널리 펴져나갔다. 예전에 전주를 다녀간 사람들은 전주의 아름다움에 반해서 모두들 스스로 홍보대사를 자처했다. 맛있고도 푸짐한 음식상들, 고즈넉한 품격을 갖춘 한옥들, 푸근한 고향냄새를 피우는 거리, 우연히 들린 찻집에서도 예사롭지 않은 그림과 글씨들을 발견하고는 놀라서 전주에서의 특별난 경험을 자랑거리로 삼았다. 우리 고장을 칭찬하는 내용을 가만히 들으면 결국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우리가 자칫 잊고 지내는 것은 기실 단순한 상식들이다. 아름답고 푸근한 도시라는 말은 사람들이 그렇다는 뜻이다. 사람이 아름답지 않으면 아름다움 작품이 나올 리 없다. 좋은 식재료를 고르고 정성껏 음식을 장만하는 일이야말로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구성진 가락을 지어내느라 혹독한 훈련을 마다하지 않는 명창들 역시 비범한 미의 창조자들이다. 우리 고장의 선조들이 진정으로 아름다운 사람들이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맛있는 음식냄새가 전국으로 피워 올랐기에 사람들이 전주로 찾아들었다. 우리의 미각을 발달시켰고, 푸짐한 반찬들이 가득 나오는 넉넉한 인심이 식문화를 발달시켰다. 명창들과 그들의 소리를 들을 줄 아는 선조들 덕분에 소리문화도 꽃을 피웠다. 전주는 이처럼 누구라도 저절로 오고 싶은 예술의 산지요, 마음의 고향이었다. 오늘 날 우리들은 선조들이 남겨놓은 형상만을 가지고 자랑한다. 더 중요한 것은 선조들이 가졌던 아름다운 내면의 마음가짐들이다. 그것이 가장 소중한 문화유산이고, 그 실체를 배워야 할 줄로 안다. 그래야 예전처럼 사람들의 발길이 저절로 전주로 향할 것이고, 누구라도 오고 싶고 머물고 싶은 도시로 다시 일어설 것이다. /함한희(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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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1.24 23:02

[새벽메아리] 노인이 되면 외롭다 - 조혜자

또 한해가 바뀌었다. 먹기 싫은 나이를 한 살 더 먹고야 말았다. 어린아이가 아니고서야 그 누가 나이 먹는 것을 즐거워하랴. 늙어지면 기억이 쇠하여지고 몸에 아픈 곳은 점점 많아지고 눈은 침침하여 지고 귀도 잘 들리지 않는다. 이래저래 서러운 일만 늘어난다. 그러하니 친구를 찾아 나들이를 떠나려는 엄두조차 내기가 어려워 이내 포기하고 만다. 친구 또한 하나둘씩 저 세상으로 먼저 떠나고 얼마 남지가 않았다. 자녀들은 성장하여 시집장가를 들어 도회지에 살림을 차리고 옆에는 없다. 늙으면 친구로 변한다는 남편과 아내 사이마저 어느 한쪽이 먼저 세상을 떠나버리고 나면 식사 시간이 되면 그리도 벅적대고 생기가 넘치었던 집안에는 혼자 남게 되어 적막 속에 휩싸이는 것이 대다수 노인들의 생활 형편이다. 오늘도 노인들은 농촌마을을 지키며 외로움과 싸우며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 이웃들도 노인이라는 이유하나로 경원한다. 그러다보니 온종일을 기다려보아도 찾아주는 사람 하나도 없을 때가 다반사이다. 초저녁에 어느 목사님이 노인 혼자서 살고 있는 집 앞을 지나가게 되었다. 방안에서 말소리가 들리기에 누가 왔나 해서 마당에 들어가 보니 층계위에는 할머니 신발만 놓여 있기에 이상하다 싶어 마루 앞에 서서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니 할머니께서는 TV에서 나오고 있는 아나운서 말을 그대로 따라서 혼잣말을 하고 있더라는 이야기를 얼마 전에 듣게 되었다. 오죽이나 사람이 그립고 말을 하고 싶었으면 그리하고 있겠나 싶어 가슴이 울쩍했다. 그들에게는 필요한 것, 하고 싶은 것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말하고 싶어서 사람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그들을 찾아주고, 말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효도가 되고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 바쁜 중에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느냐고 반문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잠시 틈날 때가 없지는 않다. 그 틈을 이웃에, 이웃마을에 살고 계신 노인어른 집을 방문, 세상사는 이야기, 옛날이야기를 들어 줄 수 있는데에 사용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하다. 때마침 김제 시내에 있는 어느 풍물패단에서는 매월 한번 씩 가까운 데에 위치한 무의탁 노인시설을 방문, 풍물놀이판을 펼쳐주어 그들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있다는 흐뭇한 소식이 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고 했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 노인들의 친구가 되어 주겠다는 결심을 한번 해보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그리하여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는 노인들을 잠시나마 즐겁게 해주면 이보다 값지고 보람된 일이 또 있을까 싶다. 바로 우리 모두의 미래의 모습인 노인들에게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서 있어주는 새해가 되었으면 한다. △조회장은 김제시군 학교 어머니 연합회장과 평통 자문위원을 거쳐 전북문인협회 회원, 전북일보 독자위원으로 할동하고 있다./조혜자(걸스카웃 김제지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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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1.17 23:02

[새벽메아리] 복분자와 농업경제 - 황영모

복분자는 예부터 한방에서 강장과 당뇨 등의 약재로 사용되어 왔다. 현대의학에서도 항암과 면역증진 등의 효과가 인정되어 기능성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런 복분자가 최근 농가의 고소득 작목으로 각광받고 있음은 물론 농업이 어떻게 지역경제 성장의 핵심산업으로 기능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복분자하면 고창아직까지 고창하면 수박이지만, 최근에는 고창군 전체 농가의 18%가 복분자를 생산하고 있으며, 재배면적으로 보면 전국의 46% 이상을 차지하는 복분자 제1의 주산지가 되었다. 복분자하면 고창이 된 것이다. 복분자 재배가 농가소득에 기여한 바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전국에서 최초로 복분자 제조업체가 설립되어 현재 제조업체 수와 매출액에서 전국 제1의 중심지가 되었다. 여기에는 고창군의 지원과 농업 생산자 조직의 많은 노력이 깃들여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농산물 가공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기여고창군은 복분자의 생산에만 머물지 않고 가공산업을 통해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1993년 처음으로 복분자주 공장이 생긴 이래 복분자 한과, 음료 등의 제조업체만도 7개로 늘었다. 이에 따라 복분자주는 매출액 기준으로 군내 제조업체의 58%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복분자주 5개 업체의 부가가치 창출액은 연간 약 177억원에 이른다. 이는 고창군 전체 제조업 부가가치 생산액의 26%를 차지하는 것으로 복분자는 고창군 지역경제의 핵심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물론 고창군이 제조업이 발달하지 않은 농업중심의 지역이기는 하다. 그러나 복분자 가공산업에 농산물 생산으로서의 가치까지를 더하면, 복분자를 통해 농업이 어떻게 지역경제에 기여하고 있는지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농업, 개별 농산물이 아닌 지역경제 관점으로 보자흔히 농업의 어려운 현실은 농업구조의 다각화와 6차 산업화로 이겨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 앞서 농업을 지역경제의 관점에서 보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복분자 사례에서 보여지듯 농업이 연관산업과 결합하여 지역경제 발전에 핵심적 원동력을 제공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임실의 치즈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제 지역경제의 관점에서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농업지역에서 농업을 지역경제 전체적 관점에서 접근할 때, 지역농업이 활성화되고 지역경제가 더욱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점이 우리 지역에서 농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황실장은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농 전북도연맹 정책업무를 담당해 왔으며, 현재 전북대 농업경제학과 박사과정으로 지속가능한 지역농업과 지방농정의 발전을 위한 현장밀착 연구?실천활동을 하고 있다. /황영모(농업연구원 정책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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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1.10 23:02

[새벽메아리] 천칭(天秤)의 균형감각으로 - 조미애

멀리 모악산 정상이 환히 보이면서 아침 햇살이 베란다에 가득하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몰아치던 눈보라에 길 건너 건물조차 분간하기 어려웠던 때가 있었는데, 새해가 밝으니 어느새 먼 옛날이야기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아직 도로 곳곳에는 그 당시 쌓였던 눈들이 얼어붙은 채 남아 있고 쓰러진 비닐하우스가 온전한 제 모습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깜빡하여 눈길 주지 못한 사이 아파트 베란다에 두었던 베고니아 잎이 얼어버렸다. 빛을 향해 잎이 굽어지는 성질이 있는 화초들이 몹시도 추웠던 날 밤 추위를 이기지 못했던 것이다. 저울 중에서 가장 정밀도가 높은 것은 천칭(天秤)이라고 불리는 맞저울이다. 지렛대의 중앙을 받침점으로 하고 자유로이 상하로 움직일 수 있게 함으로써 한 쪽에는 측정하고자 하는 물체를 올려놓고, 다른 쪽에는 분동을 놓아 양쪽에 작용하는 힘이 균형을 이루는 수평 원리를 이용한 저울이다. 저울로 물체가 지니는 고유한 양인 질량을 측정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영점을 맞추는 일이다. 영점을 조절하는 것은 저울에 아무것도 올려놓지 않은 상태에서 좌우대칭 균형을 이루는 작업이다. 사회의 불평등과 교육의 불평등이 날로 심화되고 있는 오늘날 천칭의 균형감각은 더욱 절실하게 필요하다. 나라의 장래이며 희망은 교육에 있고, 교육은 우리 사회에 평형의 상태, 균형의 상태, 좌우 대칭의 상태를 만들어준다. 계층간에 심한 격차로 몸살을 앓고 있는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던 GDP 6% 교육재정의 안정적인 확보가 시급하다고 본다. 참여정부가 출범한 2003년 이래 교육재정의 GDP 대비 비율은 계속적으로 하락하여 2005년에는 4.2%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방채를 포함해도 4.4% 수준이다. OECD평균과 비교하면 GDP 대비 공교육에 투자하는 비중이 높지만 이 역시 정부가 부담하는 교육비보다는 학부모가 부담하는 비용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학부모의 교육부담을 줄이고 사교육비를 절감하여 공교육을 살려, 신뢰와 만족을 주는 교육강국을 만들어야 한다. 2001년 이후 4년 동안의 전라북도 14개 시군에서 투자한 교육경비보조금을 보면 자치단체별로 너무도 큰 차이가 나고, 지방세 대비 교육보조금의 비율은 대부분이 1%내외인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교육의 기회와 과정 그리고 결과에 까지 사회적 불평등이 재생산된다면 자치단체는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도내 학생의 38%가 교육받고 있는 전주시가 앞장서고 각 시군이 그 역할을 다하여 적극적으로 교육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여 인재를 양성하고 훗날 그들이 고향을 위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기 바란다. 그래야만이 잠시 추위에 쓰러졌다가도 사랑으로 다시 일어서는 화초처럼 우리도 미래를 꿈꿀 수 있지 않겠는가.△조위원은 월간 시문학을 통해 문단에 등단했으며,시집으로 풀대님으로 오신 당신 흔들리는침묵이 있다. 현재 정읍여중 교사/조미애(교육혁신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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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1.03 23:02

[새벽메아리] 새만금 판결 유감

“상고심에서는 새만금이 스스로를 위해서 변론을 해줄 거라고 믿습니다.” 방조제가 막힌다면 어패류의 폐사로 수질 오염이 심각해질 것이고, 새만금 어민의 경제적 어려움이 새만금 재판을 새로운 국면으로 몰고 갈 것이라는 환경단체 측 변호사의 말이다. 변호인단은 새만금을 둘러싼 변화된 상황과 조건이 이미 다 드러났기 때문에 사실에 의한 종합적이고 정책적인 판단을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사회적 합의를 통한 새만금 대안 모색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부 법리적 절차만을 강조함으로 정치적 판결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워졌다. 새만금 사업은 수년에 걸친 논쟁과 검증을 통해 사업의 용도와 방향성이 불분명해졌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 되었다. 심지어 전라북도까지 복합산업단지로 내부 개발 계획을 변경해야 한다는 근거로 사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쌀 수입개방에 대비한 13만ha 농지 축소 정책과 WTO 비준안 통과로 붕괴 위기에 처한 전북의 농촌 현실을 고려할 때 농지조성을 위한 새만금 사업은 정부의 정책과 전면적으로 배치되는 모순 그 자체이다. 따라서 2심 재판부의 판결은 농지조성이라는 모순과 허상을 전제로 한 것이다. 또한 담수호의 목표 수질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과학적인 사실을 일부 비관론이라고 일축했으나 이 역시 과학적 영역에 대한 신중하지 못한 법리적 판단이다. 시화호의 심각한 수질오염의 원인이 담수화 과정에서 어패류의 패사로 인한 부영양화 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졌음에도 새만금의 목표수질에는 이부분이 계산되어 있지 않다. 정부가 해수유통을 언급하고 해양연구원을 통해 예측 수질을 시나리오를 만들게 된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무수한 갯벌 생태계가 죽어가면서 생기는 단백질의 부패만큼 목표 수질은 악화될 것이다. 사업목적의 변경이 법률상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는 판결 내용도 사업 추진의 배경과 과정, 현실적 조건을 무시한 것이다. 전라북도가 의도하는 대로 복합단지로 조성하려면 용도를 변경하려면 환경영향평가나 경제적 타당성 검토를 다시 받아야 하고 부처간 업무 조정을 통해 사업 주체를 변경해야 한다. 갯벌 매립지 성토 비용 등 수조원의 예산이 증액을 위해 농지전용기금이 아닌 다른 재원을 마련해야한다. 이러한 물음에 재판부는 무엇이라 답할 것인가?전라북도는 ‘새만금특별법’ 제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나 새만금 사업에 관한 찬반의 비율이 전라북도와 거의 반대로 형성되는 국민여론을 감안할 때, 다른 지역의 국회의원의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지역발전이라는 정치적 수사와 부풀려진 개발의 환상만으로는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따라서 전라북도가 원하는 대로 사업을 끌고 가기 위해서라도 사회적 합의과정을 무엇보다 중요시해야한다. 환경단체가 제안한 대화에 적극 나서줄 것을 다시 한번 전라북도에 촉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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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현
  • 2005.12.27 23:02

[새벽메아리] 촌부(村婦) 상경기

일전에 서울 나들이를 한 적이 있다 어릴 적 친구가 사위를 본 다기에 몇 군데 들러 볼 곳도 있고 해서 아침 일찍 나서기로 했다. 서울 길은 매 번 시골뜨기 내겐 긴장감을 준다다른 때는 으례껏 일행이 있어서 나는 따라 다니기만 하면 됐었지만 그 날은 나 혼자 였으므로 출발부터 긴장감은 더 했다 그러나 묘한 해방감 같은 것도 느껴졌다 강남에서 도봉역 까지 전철을 이용하기로 마음먹고, 물어물어 종로3가에선가 1호선으로 갈아타서 도봉역까지가면 된다는 것을 확인해 두고 열차를 기다리는데 처음 타 볼 때처럼 낯설고 설레였다안내방송부터 달라져 있었다 . 예전엔 분명히열차가 도착하니 승객 여러분은 안전선 바깥으로 한 걸음 물러나 주시기 바랍니다 였었다 그런데 그 날은안전선 안쪽으로 한 걸음 물러나라였다. 바깥으로 물러나라 할 때의 안전선은 열차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선이 된다승객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면 지금처럼 안전선 안쪽이라야 옳다 그 방송 탓이었는지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환승역에서 갈아 타고나서, 이제 한30여분은 편한 마음으로 가면 되겠지 했다 간혹 들리는 안내방송도 나와는 상관없는 것이려니 하고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는데왜 안 내리느냐?는 말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텅 빈 차안에 나와 그 청년, 둘 밖에 없지 않은가! 어려서 몹시 앓은 듯 서있기 조차 불편해 보였으나 얼굴에는 웃음을 담고 있었다도봉역까지 간다 했지만 여기서 내렸다 차를 갈아타야 한다며 앞장서 내리더니 이 자리에 서 있다가 성북행이나 의정부행 열차를 타면 된다며 의정부행 열차를 타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말을 남기고 반대편으로 가는 열차를 타기 위해 불편한 걸음걸이로 서두르는 뒷 모습이 몹시 안쓰러워 보였다. 건강한 사람들도 내리기 바빴을 터인데 저런 불편한 몸으로 내게 베푼 친절이 참으로 고마웠다. .안전선 안쪽으로 생긴 호감이 차를 갈아 타면서어디론가 사라짐을 느꼈다. 목적지가 다가옴에 따라 긴장감도 더해 왔다. 안내방송은 물론 옆 자리 대화까지도 신경이 쓰였다. 노래방을 몇 군데나 거치고,18번을 몇 번 부르고, 이튿날 아침까지오바이트를 해 댔다는 말이 그 날 따라 왜 그리 귀에 거슬렸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평소에 내가 싫어하는 말 두 가지를 한꺼번에 들어서 였는 지도 모르겠다 흔히들 가장 잘 부르는 노래를18번이라고 한다. 원래 이 말은 일본의이찌가와라는 가문에 전해 내려 온노오가꾸라는 가면극 막간에 보여 주는 촌극의 순서에 붙인 번호인데 그 번호가 18번까지 있었다 한다 그 촌극이 요샛말로 대박을 치다 보니18번하면장기(長技)의 뜻이 되었다 한다. 일본서 그랬다고 우리까지 무턱대고 따라 할 일은 아니다.외국인 선교사 한 분이 길거리에서 토하고 있는 장면을 보고오우버 !(over eat:과식했군!) 한 것을 옆 사람이 잘 못 전달하다보니 원인을 말했던 것이 결과를 얘기한 것인양 변질 된 것 같다. 요즘 줄기세포가 있다, 없다로 나라 안팎이 야단법석이다 어쩌면 세계과학사에 최대의 사기극이 될지도 모른다고도 한다 그 만큼 뛰어난 업적이었기 때문에 관심 또한 크다고 본다.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둘 중 어느 한 편은 거짓 주장을 폈던 것이 판명된다 한다. 만일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이런 엄청난 거짓을 저질렀다면 그는 조국과 역사 앞에 씻을 수 없는 죄인이 될 것이다. 세밑은 다가오는데 폭설에다 한파까지 겹쳐 피해 입은 농가에 시름을 더해 가고 있다. 어려운 이웃들에 따스한 손길이 골고루 미쳐 희망의 새해를 맞았으면 좋겠다./계정희(남원 YWCA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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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12.20 23:02

[새벽메아리] 당신에게!

새벽 6시.달그락거리는 소리에 눈을 뜨면, 언제나 아침잠이 많아 한바탕 전쟁을 치르곤 하던 당신의 어깨가 시린 형광등 불빛을 받으며 아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그렇게도 당당하던 평소의 모습과 달리 조심스레 움직이는 손짓 하나하나가 힘겨워 보입니다. 밤을 지새우며 장모님 곁을 지킨 장인의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있는 모양입니다.어젯밤에도 당신은 쉽사리 잠들지 못하고 이불속에서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삼켰습니다. 평소 당뇨를 지니고 조심스레 살아내던 장모님이 뇌경색으로 쓰러져 입원한지도 두 달이 되어갑니다. 반신 마비로 전혀 거동도 못하던 것이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거동도 하고, 어눌하기는 하지만 제법 농담도 던지는 것이 낙천적인 성격의 장모님 모습입니다. 퇴원 날짜를 기다리며 집안도 정리하고 싱크대도 새로 놓고, 집으로 돌아올 어머니와 아버지의 편안한 생활을 위해 열심히도 준비하는 모습이 대견하고 좋아보였습니다.이제는 재활치료 받으며 열심히 운동하면, 놀러가는 걸 유난히 좋아하는 어머니와 함께 겨울 눈 구경이라도 갈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해봤습니다.그러던 몇 일전 청천벽력과 같이 우리에게 들려온 위암말기 판정은 당신 말처럼 꿈을 꾸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것도 지독한 악몽을.......하루를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고 눈물만 흘리는 당신에게 큰 딸이 되어가지고 여러 사람 힘들게 왜 이러냐! 고 핀잔을 주면서도 나 역시 맥없이 하늘만 바라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예순네 살, 노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젊은 장모님은 삼남이녀, 다섯 남매를 키워내며 자신의 인생을 희생했습니다. 이제는 손자 녀석들 재롱 속에서 자식들에게 쏟은 정성 백분의 일이라도 보상받아야 할 때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합니다. 당뇨, 뇌경색, 위암말기라는 너무도 견뎌내기 힘든 가혹한 현실 앞에서 우리는 그저 하늘만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장모님과의 첫 만남의 기억은 고등학교 때입니다.당신과 주고받던 편지를 몰래 보시고선 학교로 찾아온 당신께선 참 딸 자랑도 많았습니다. 우리 딸은 공부도 잘하고, 학교에선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인기도 많고, 칭찬도 많이 받는 모범생이고, 크면 판검사 시키려고 한다. 며 행여나 공부하는데 지장이 있지는 않을지, 큰 딸내미 만나는 녀석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궁금한 것도 많았습니다. 결혼 후에는 시도 때도 없이 계모임 자리에 사위를 불러내 잘생긴? 사위자랑을 펼쳐내 멋쩍었던 적도 많았습니다. 교통사고 후유증과 당뇨로 고생하면서 사위에게 씨암탉 한번 챙겨주시지 못하는 걸 미안해하며 용돈이라도 생길라치면 중앙시장 청과물과 어물전 생선으로 맏사위 차를 가득 채우시곤 했습니다. 여기에서도 어김없이 청과물상 아주머니와 어물전 아저씨에게 우리 사위 잘생겼지 하며 멋쩍은 자리를 만들어 내셨습니다.직장생활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들 뒷바라지 힘들다는 이유로,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고 이다음에 생활이 나아지면 잘해야지 하며 보낸 시간들 속에서 당신은 저리도 큰 병과 싸우고 계셨나 봅니다. 참으로 야속하고 못된 사위고 자식들입니다.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인지 모릅니다. 우리가 견뎌내야 할 아픔이 얼마인지 정말 모릅니다. 하지만 자식 된 도리로, 큰딸과 큰사위로, 우리가 준비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하루하루 아파하기 보다는 하루하루 감사해야 합니다. 12월 첫눈이 소담스럽게 내리고 세상이 온통 하얗게 덮였습니다. 나뭇잎 떨어뜨린 나무들이 겨울 속에서 봄을 준비하듯 우리는 서로를 의지하며 그렇게 또 이 겨울을 이겨 내야겠지요! 여보! 당신의 아픔까지 사랑합니다. /김승민(사단법인 마당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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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12.13 23:02

[새벽메아리] 폭설주의보속에서 봄을 기다린다

첫눈이 내리는가싶더니 폭설로 변했다. 세상이 온통 하얗게 변했다. 정읍에서 익산사이의 호남고속도로는 폭설로 아예 불통이 됐다. 월요일 아침 초중등학교들은 곳곳에 휴교령이 내렸다. 눈덮인 세상은 이처럼 고요해보여도 세세하게 들여다보면 실상은 난리인거다. 첫눈이 폭설이 된 것보다 더한 난리는 쌀개방관련 비준 동의안 국회처리 막전막후다. 날마다 항의집회가 열리고 촛불시위가 이어진다. 분신하고, 경찰에 맞아 쓰러지고..... 그러다가 영영 우리 곁을 떠난 농민들! 오래전부터 비정규직이 사람 다 잡는다고 하소연하던 노동자들 바로 옆에서 일어난 일이다. 새만금 갯벌이 완전히 막히기 시작하면서 죽어가는 마을을 살려보고자 몸부림치는 부안 계화도와 군산 내초도 어민들의 신음 곁에서 일어난 일이다. 전북지역은 참으로 못사는 동네다. 의료보험료조차 내지 못하는 가구와 전기요금을 못내 단전된 가구 비율이 전국1위인 것을 비롯해 빈곤층의 비율이 전국평균의 2배가까이 되는 수치만으로도 알수있다. 몰락하는 농도전북을 부둥켜안고있는 90만도 채 안되는 경제활동인구중 압도적 다수가 중소영세농민이거나 중소영세비정규직 노동자들이거나 영세어민들이다. 이들이 모두 동반몰락하고 있다. 생각해보라. 이제 200만도 채 안되는 전북인구 중에서 중소영세농민과 고용과 임금이 불안정한 노동자들과 영세어민들이 더 힘들어지면 과연 전북은 어떻게 살아갈까? 수입개방이 대세여서 쌀개방과 추곡수매제폐지는 어쩔 수 없으니 농민들의 아우성은 못들은 척 하고, 오늘날의 자본주의세계체제인 신자유주의에서 해고를 쉽게하고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니 노조의 요구는 박살내야하고, 새만금간척사업이 진행되어야 전북이 살게되니 계화도나 내초도 주민들의 생존권요구는 즈려 밟아야하는 것인가? 어떤 이들은 이러한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큼지막한 국책사업 몇가지를 따와야한다고 말한다. 전면부정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지역의 위기가 오직 국책사업이 없어서 생긴 문제일까? 오히려 박정희시대부터 중앙정부가 하라는 대로 종노릇하며 따르기만 한 것이 오늘날 쪽박찬 진짜 이유 아닐까하는 의심을 할수도 있는 것 아닌가? 정책이 문제가 아니라 어쩌면 정책의 바탕에 깔린 성장제일주의 철학이 문제일 수도 있다. 기업을 더 유치하고 국책사업을 늘려서 이루려 한 목표가 무엇이었던가? 주민들 삶을 더 낫게하고 행복하게 하려는 것 아니었던가? 도시에는 해고가 자유롭고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기업을 더 유치하고, 농산촌지역에는 도로를 뚫고 골프장을 만들어서라도 땅값을 올리고, 갯벌은 더 매립해서 농지가 아니라 복합산업단지나 골프장을 더만들어야 나중에 전북지역 주민들이 행복할 거라고 말하기 전에 지금 당장 불행한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더 따뜻한 시선으로 돌아보아야하는게 아닐까? 농민은 다 죽고, 노동자는 모두 비정규직 되고, 어민들이 모두 갯벌을 떠나면 전북에는 웃음꽃 필 일 없다. 폭설주의보 뒤에 오는 봄소식이 진정으로 기다려지는 이유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전북에 살고싶기 때문이다. /조문익(전북인터넷대안신문 참소리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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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12.06 23:02

[새벽메아리] 35사단 이전과 10년후

7000억원 규모에 이르는 35사단 이전 사업설명회에 아파트 건설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15개 대기업과 11개 중견 지역건설업체들이 몰려들었다. 서부신시가지 아파트 분양가를 큰 폭으로 높여 전주 아파트 값을 올리는데 한몫 단단히 한 업체들도 여럿이 눈에 띈다. 35사단 이전 사업이 국방부와 자치단체가 이전 비용을 부담하는 공영 개발방식이전이 아니라 민간 사업자에게 60만평의 송천동 사단 부지 개발권을 넘겨주는 대신, 임실읍 대곡리, 정월리 일대 255만평에 이르는 이전 부지를 마련해 군 시설을 건설해 주는 기부 대 양여방식으로 추진되기 때문이다.군부대 시설의 이전 비용을 왜 전주시가 책임져야 하는지도 얼핏 납득이 되지 않는 논란거리지만, 더 큰 문제는 기부 대 양여방식이 사단부지의 지속가능한 토지활용계획을 지극히 제한한다는데 있다. 민간사업자는 7천억원에 이르는 이전 비용과 투자대비 영업 이익을 얻기 위해서 고층 아파트 건축과 대규모 할인매장을 앞세운 상업지구 등 고밀도 개발을 추진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전주시는 철저한 지구단위계획으로 난개발을 막겠다고 하나 개발 압력에 밀려 그린벨트가 해제되고 용적률이 높아져가는 상황을 고려할 때 지구단위계획은 공염불에 불과할 것이다. 왜냐하면 부지개발 사업계획은 전적으로 민간사업자가 세우기 때문이다. 사업자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얼마간 전주시의 눈치를 보겠지만 이후 국방부와의 이전 협의 시한과 내용을 지켜야 하는 전주시로서는 민간사업자가 주장하는 개발 방식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단순히 35사단 이전 문제에만 관심을 두었다. 비용과 편익을 고려해 어느만큼 개발할 것인지, 지속가능한 도시 경영을 위해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충분하게 검토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이전을 성사시키기 위한 노력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국방부를 설득하기 위한 용역이나 검토에 비해 부지 개발의 목적과 용도에 대한 타당성 조사나 전문가와 시민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절차가 부족했다는 것이다.아울러 이전 후보지인 임실군민의 동의를 구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생존권과 기본권을 지키려는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전주시의 확장과 개발을 위해 농민들의 희생을 일방적으로 강요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조화를 이룬 도시 개발이 되기 위해서는 전주시, 민간사업자, 도시계획전문가, 시민단체, 임실군, 35사단이 참여하는 한시적인 협력 시스템이나 협의체를 구축해야 한다. 만일 전주시가 지방 세수를 늘리기 위해 각종 개발사업에 급급하고 정치적 성과로 활용하기 위해 일방적인 부지 개발을 강행한다면 녹색도시 에코타운 건설이라는 당초 취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시민을 위한 사단 이전이 아니라 민간 사업자의 배만 불리는 35사단 이전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이정현(전북환경운동연합 정책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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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11.29 23:02

[새벽메아리] 분식회계와 차등의결권

부불삼세(富不三世)란 말이 있다. 부자 3代 못 간다는 뜻으로 큰 재물은 으기도, 오랜 기간 지키기도 어렵다는 말 같다. 그러나 경주 최 부잣집은 만석꾼의 부(富)를 12代에 걸쳐 300년이 넘게 代물림 해왔다 하니 당쟁도 극심했고, 민란(民亂)도 끊이지 않았던 그 시절로서는 실로 대단한 일이다 어떻게 당쟁에도 휘말리지 않고, 민란도 피해 갈 수 있었을까 ? 그 답은 철칙으로 알고 지켜 내려온 가훈(家訓) 벼슬은 진사 이상은 하지 마라재산은 1만석이 넘지 않게 하라흉년에 논을 사지 마라과객(過客)을 후하게 대접하라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이가 없게 하라시집온 3년 동안 무명옷을 입게 하라를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다무슨무슨 그룹이라 불리고 있는 우리나라 부자가문들 거의가 창업 1세대를 지나 2세대 아니면 3세대로 넘어 가는 시기인 듯하다 부자 3대 못 간다는 옛 말을 실천에 옮기려는 듯 부자(父子)간에, 형제간에 재산 싸움이 한창인 가문이 있는가 하면, 아예 옛말을 거부하기 위하여 노심초사하고 있는 가문도 있는 것 같다. 얼마 전에 우리나라 최고경제단체장으로 계셨던 분이 자신의 가문으로 돌아가 회장자리에 복귀하면서 하신 말씀이우리도 1000억원대의 분식회계(粉飾會計)를 한 적이 있다였다 그 때 만 해도 모처럼 어른스럽게 모범을 보이시려나? 했었는데 그 게 아니었든 모양이다. 형제간 재산싸움 와중에 집안 비리를 폭로하게 된 것 같다 회계장부를 자신의 입맛에 맞게 가짜로 만들어 이익금을 빼돌리고, 재산을 불렸다고 폭로한 격이 되었으니 그 말 한 마디로 부자집안이 하루아침에 콩가루가 될 수 밖에! 불린 재산을 고스라니 지켜 나가면서 대(代)물림 해 주기에도 아주 손쉬운 방법으로 차등의결권제도(差等議決權制度)라는 것이 있다 한다 쉽게 말하면 1억원 상속 절차로 1000억원을 물려 줄 수 있게 하는 제도라고 하면 맞는 표현이 될지 모르겠다. 이미 상당수의 외국 유명 기업 들이 활용하고 있다는데, 가장 대표적인 예로 스웨덴 발렌베리家를 꼽는다 한다 발렌베리가는 이 제도로 세계 최고(最古)의 통신회사인 에릭슨을 비롯하여, 사브(자동차,항공기엔진),스카니아(트럭),아스트라제네카(제약),일트로스(家電),ABB(엔지니어링),SAS(항공사),SEB(금융) 등 세계적으로도 이름나 있는 기업들의 경영권을 5代,150년 동안이나 지배해 오고 있다 하니 경영권을 손쉽게 방어할 수 있고 재산 상속까지도 마음먹는 데로 가능해 지는 이 것이야 말로 우리나라 부자가문들이 간절하게 원하는 제도인 것 같다.그러나 발렌베리家가 그런 특혜를 거저 얻었겠는가 ? 유리알처럼 투명한 경영으로 스웨덴 국민들의 신뢰가 쌓여 받은 선물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나라 부자님들께서도 차등의결권을 달라고 떼를 쓰기 앞서서 분식회계도, 굴비상자도,사과상자도, 트럭으로 실어 나르는 일도 없애서, 맡겨도 좋겠다 하는 믿음부터 심어 주시면 어떨른지요150억불의 재산을 갖고서도 존재하나 드러내지 않는다는 발렌베리家의 가훈, 흉년에 논을 사지마라 시집온 3년 동안은 무명옷을 입게 하라는 경주 최부잣집 가훈도 한 번 더 쳐다봐 주시구요/계정희(남원 YWCA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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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11.2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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