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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바보' 노무현의 눈물 - 한승우

바보처럼 한 남자가 목숨을 던졌다. 불꽃처럼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간 고인의 명복을 빈다.한 남자의 죽음을 두고 많은 국민들은 '죽을 놈은 따로 있는데 왜 죽냐' '몇 천억 받은 놈도 잘 살고 있는데, 그 돈 몇 십억에 때문에 목숨을 끊냐'고 안타까움과 애도를 표한다. 우리 모두가 예상하지 못했던 죽음이다. 그만큼 일반 필부가 예상하지 못할 만큼 그는 순수하고 열정적인 남자였다. 그는 대통령이 되었음에도, 제왕적 권력을 누리지 않았다. 제왕처럼 돈으로 선과 악도 뒤집는 재벌과는 달랐다. 그리고 권력으로 지배하고 탐욕과 부를 추구하는 종족과도 근본적으로 달랐다. 그에 대한 정치적 평가와는 상관없이 그는 그렇게 서민적이고 인간다운 풍모를 풍기며, 자유롭게 살다간 남자였다.국민들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하여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은 대통령 선거기간 홍보영상에서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다. 물론 지나친 감성정치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그의 인간적인 면모가 짙게 베어 나왔고 그의 모습은 이 땅의 서민과 민중들의 눈물을 닦아줄 것 같았다. 그리고 서민들은 그를 믿고 대통령으로 뽑았다. 그러나, 자유주의자 노무현이 자신의 원칙을 굽히지 않고 열정적으로 도전하는 것과 대통령으로서 국정 전체를 변화시키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필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딪힐 미래를 예상할 수 있었으며, 노무현에 대한 기대를 버리는데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집권 초 노무현대통령은 재벌개혁을 둘러싼 팽팽한 줄다리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줄다리기도 잠시 그는 자본에 손을 들어 항복했다. 결국 고위관료들이 삼성연수원에서 워크은 하는가 하면, 스스로도 삼성같은 대기업이 우리나라를 이끌어 간다고 선언해 그의 한계를 드러냈다. 그로부터 노무현정부의 국정기조는 서민과 민중들로부터 점점 멀어져 같다. 신자유주의를 강화하는 정책에 따라 비정규직의 증가와 빈부격차의 심화, 한?미FTA 등 농촌 포기정책, 부동산가격의 부채질 등 전반적으로 서민의 삶의 질을 악화시켰다. 물론 인권과 남북관계, 절차민주주의 완성 등에서는 일정정도 평가를 받을 만하지만 국민들은 이미 노무현으로부터 기대를 버렸다. 그런가하면 친자본적 신자유주의 정책을 폈음에도 그는 여전히 부유층과 기득권층으로부터 따돌림을 받았고, 술자리에서는 조롱의 대상되었다. 그가 빈농의 아들인데다 상고를 졸업한 하잘 것 없는 출신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현재의 인간 노무현에 대한 평가는 그의 정치업적보다는 그의 순수함과 열정, 그리고 서민답고 인간적인 풍모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 그리고 현 이명박 정부가 보여주는 밀어붙이기 식 반서민 친부자 정책추진에 대한 국민적 분노와 정서적 향수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의 열기로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그는 이 땅의 민주주의와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온 몸을 던져 싸웠다. 불굴의 의지와 열정으로 자신의 원칙을 지켜나갔다. 바보처럼 패배할 줄 알면서도 현실을 빗겨가지 않고 부딪혔다. 이 부분에서는 '바보회'를 만들어 스스로를 바보라고 칭했던 전태일 열사가 연상된다.전태열열사도 불의한 현실에 자신의 몸을 불태워 항거했다. 우리가 노무현으로부터 배워야할 것은 원칙을 지키고, 자신의 신념을 위해 불꽃처럼 살다간 삶의 자세와 순수이다. 다만 우리가 더욱 발전시켜야 할 것은 그의 서민답고 인간적인 모습뿐만이 아니라 정치에 있어서도 진정으로 서민을 위하고 인간적인 정책을 펴나가는 것일 것이다./한승우(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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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5.27 23:02

[새벽메아리] 장수군에 목욕탕이 사라진다 - 전희식

지난달이다. 장수읍에 손님을 모시러 갔다가 고속버스 연착으로 시간이 남아서 전날의 피로도 풀 겸 늘 가던 목욕탕엘 갔는데 어찌된 일인가. 폐업 했단다. 재작년 한 해 동안 장수읍으로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에 강사로 나가면서 자주 애용하던 목욕탕인데 폐업한지가 거의 1년이 됐다는 것이다.내가 사는 장계면 소재지의 창명목욕탕도 갈 때마다 손님이 서너 명 뿐이다. 시골 인구가 갈수록 줄어들 뿐더러 급속한 고령화로 목욕탕을 이용하는 절대인구도 덩달아 준 것이다.더구나 고속도로와 우회도로의 개설로 통과인구도 없다보니 시골경제의 파산은 목욕탕만의 문제는 아니다.작정을 하고 창명목욕탕 사장님을 만났다. 터진 봇물처럼 애로를 쏟아냈다. 목욕탕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사정을 그야말로 피를 토하듯 호소했다. 창명목욕탕마저 문을 닫으면 장수군에는 단 한 개의 목욕탕도 없게 된다. 난감한 일이다.영업 난으로 우리 지역에 목욕탕이 다 사라진다? 목욕탕을 산업의 구조변화로 인한 사양산업쯤으로 치부해도 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목욕탕은 몸을 씻고 때를 벗기는 장소만이 아니다. 휴식과 재충전이 이뤄지는 곳이다. 더욱이 시골 목욕탕은 대개가 아는 분 들이라 동네 소식도 주고받고 어르신 등도 밀어 드린다. 그야말로 훌륭한 사교 장소로 기능한다. 다목적 공공장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대안목욕탕이라고나 할까. 나는 무주의 안성면에서 아름다운 목욕탕을 발견했다. 면내의 푸른꿈고등학교에 주2회씩 강의를 나가면서 들르게 되었는데 아주 특별한 목욕탕이었다.우선 목욕비가 쌌다. 일반인은 1,500원이고 노인은 단돈 1,000원이었다. 탕 안에는 무분별한 거품시설들도 없었다. 사우나실 하나와 냉,온탕. 그리고 샤워대와 때미는 앉은 시설이 전부다. 수건과 비누는 물론 로션 등은 개인 용품함에 각자 보관한다. 아주 위생적인 방식이다. 그러다보니 이용자들은 물과 비누, 수건을 검소하게 쓴다.홀짝수일로 남자와 여자가 따로 이용하니 시설과 운영의 비용도 반으로 줄 것 같았다. 철저히 지역주민 본위의 보건시설이었다. 몇 년 전 일본에 갔을 때 봤는데 온천의 나라 일본의 목욕탕이 우리의 70년대 목욕탕 같았다. 생태목욕탕이라 할 정도로 검소했다.참을 수 없는 탐구욕(?)으로 담당 직원 박 아무개님을 만나 자세히 여쭤봤다. 어떻게 운영되며 왜 이런 시설을 안성면 주민자치센터에 두게 되었는지를. 운영비의 손익은 어떠하며 지역민들의 만족도에 대해서도 소상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안성면의 주민자치 목욕탕의 역사는 길었다. 긴 역사만큼 곡절도 많았지만 지금은 이 목욕탕이 본보기가 되어 설천면과 무풍면, 부남면에도 이 같은 목욕탕을 운영한다고 했다.수영장이나 찜질방이 있다고 해도 목욕탕의 역할을 대신 할 수 없다. 월 수 만원의 회원권을 끊어야 하거나 신체적 한계로, 시골 노인들은 이용 할 수가 없다.시골버스도 주민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행정에서 지원하지 않는가. 목욕탕도 같은 논리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여타의 건강증진 시설들과 통합하여 반신욕법이나 냉온욕법 등의 자연의학에서 강조하는 건강법을 주민자치목욕탕에서 적극 시행하여 지역민의 건강을 북돋우는 공간으로 삼아도 좋을 것이다. 운영도 주민자치로 하게 유도하면 좋은 자치사례가 되지 않을까.주민의 위생과 보건을 위한 복지 개념으로 접근하면 시골에서 목욕탕이 사라지는 것을 방관만 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어디 장수군만의 문제이겠는가./전희식(농부'똥꽃'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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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5.20 23:02

[새벽메아리] '소비자와 함께하는 농업'이 대안이다. - 김신재

벼랑 끝에 선 한국 농업, 희망은 있는가?40년 전만해도 우리나라는 농업 국가였다. 40년이 지난 2009년 현재 우리 농업의 근간이 흔들릴 정도로 위기에 봉착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현재의 여건은 농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다.우리 농촌의 현실을 집약하면 농어촌 인구는 계속 줄고 있으며, 너무도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다. 중규모 농가가 줄어들고 소농과 중대농이 늘고 있다. 농가당 평균 경지 면적은 1.45ha(07년)로 여전히 영세, 소농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농촌사회의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또한 특이점은 축산농가의 전업화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는 것이다.이에 대한 정부의 정책은 시장경제로의 강화 이외에는 특별한 대책이 없어 보인다. 정부의 정책은 어떻게든 농업농촌 인구를 경감시켜 소수에 의해 운영되는 산업화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울 뿐이다. 1차 산지의 내부 경쟁력 강화 방안도 보이지 않고, 국내 농업 보호를 위한 대책이나, 자생능력 향상을 위한 방안도, 점차 줄어만 가고 있는 중농 규모의 농가대책도 보이지 않는다. 농업에 대한 정책은 있어도 농민을 위한 정책은 없다. 정부가 주장하는 농업정책의 주체에 자꾸 다국적 기업이 떠오르는 것은 지나친 기우일까?필자가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농업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안전한 식품에 대한 요구 때문이었다. 마트나 수퍼에 가면 넘쳐나는 글로벌 먹거리들이 우리 식탁의 안전을 위협하고 우리 가족의 건강을 망친다는 자각이 국산 친환경 농산물을 선택하게 하였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농업이 보호, 유지되어야만 안전한 식탁도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농업이 비단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의 문제임을 인식하게 되었던 것이다.농산물 시장에서 생산자의 이익과 소비자의 이익은 언뜻 보면 서로 상충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농업의 지속과 안전한 먹을거리와 관련하여 생산자와 소비자는 공동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작년 최대 사회적 이슈였던 촛불 정국은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발단이 되었다. 미국산 소고기가 수입되면 피해가 가장 큰 곳은 한우, 양돈농가지만 반대투쟁은 여성이 중심이 된 소비자들이 주도하였다.지금까지 농업은 농민을 위한 것처럼 비추어졌고 농업정책 또한 그에 맞추어져 왔다. 하지만 농업은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하며 국민들이 원하는 농업을 만들어 내야만 농업회생의 마지막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자본시장의 논리와 생산자가 원해서 하는 농업이 아닌, 소비자가 희망하는 농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2004년 하반기 이후로 친환경농산물이 넘쳐나면서 친환경농업의 미래는 생산보다는 소비의 문제로 대두되었다. 소비가 확대되어야 농업 생산기반의 안정성이 담보될 수 있기 때문이다.지금까지 확인된 바, 소위 한국 농업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일은 매우 일부분이며 그나마도 미래를 보장하기 힘든 상태이다. 한국농업 보호의 핵심은 농업을 산업으로 유지시키는 것이 아니라 많은 농민들이 농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국 농업을 살리는 길의 핵심은 소비를 늘리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 값싼 글로벌 푸드의 유혹을 뿌리치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살리는 상생의 로컬 푸드를 소비하는 의식화 되고 조직화된 소비자를 얼만큼 만들어내느냐가 미래 우리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하는 지표가 될 것이다./김신재(icoop전주소비자생협조합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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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5.13 23:02

[새벽메아리]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 이명호

모든 일의 첫 걸음은 건강. 건강을 챙기자는 생각이 들어 무작정 완산칠봉으로 향했다.산을 향해 오르는 사람과 내려오는 사람이 무척이나 많았다.정상에 오르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땀을 식게 했다.거의 50대 후반 향해 치닫는데, 감사한 것이 무엇이며, 이룬 것은 또 무엇이 있으며, 배 아픈 것이 무엇인지 떠올려 볼 때 한없이 초라한 생각이 든다. 오히려 새로운 도전은 부담스럽고, 조급한 마음만 크다.최종 목적지에 다다를 수 없을 것만 같은 마음은 비단 나 뿐일까.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막막하기만 한 탓이 클 것이다.분명한 계획과 명확한 비전이 있다 하더라도 실행하지 옮기지 못하는 이유도 있다.상황이 괜찮을 때까지 연기를 하다 시간이 흐른 적도 많았기 때문.결국엔 아무것도 못하고 시간에 쫓겨 마음만 바빠졌다.남들은 성공의 비결은 아주 쉽게 말한다.'일단 시작하라고' 우선 첫걸음을 떼고 나면, 또다시 다음 걸음을 떼면 된다고 말이다.지레 겁먹지 말라는 뜻일 게다.'지금 현재에 집중하라.' 이 말도 많이 강조됐다. 그래야만 저절로 성공과 복이 굴러 들어올 것이라는 뜻이다. 행동하지 않은 채 완벽한 계획만 준비하기 보다는 그래도 첫 걸음을 뗀 것이 시간이 흐르면 어마어마한 결과로 나타난다는 의미다. 타인에 의한 인생이 아닌 자기 자신이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 것을 강조한 말이다.오늘도 또하루 시간이 흘러간다.시간이 흐를수록 앞으로 가기보다 뒤를 더 많이 보게 되는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여정이 앞으로 나의 인생에 나침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 때문이다.마지막으로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않는 길'을 암송해 본다.'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 보았습니다.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그 날 아침 두 길에는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길은 길로 통하여 끝이 없었으므로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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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5.07 23:02

[새벽메아리] 광우병 촛불 1년, 전북은? - 한승우

작년 오늘은 미국산쇠고기 수입협상 관련하여 문화방송의 PD수첩이 방송된 날이다. 2008년 5월과 6월,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촛불집회에 PD수첩이 어느 정도 불씨를 지핀 것은 사실이다. 촛불집회의 원인이 되었던 미국산쇠고기에 대한 협상이 타결된 것은 작년 4월 18일 이었다.그리고 광우병 촛불 후 1년이 경과한 오늘, 우리의 삶과 사회에는 어떤 변화가 왔는가?MB정권은 아직도 촛불에 대한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관련PD를 체포하고, 인터넷을 통한 유언비어유포와 명예훼손을 강력히 단속처벌하고 있다. 우리사회에서 촛불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또한 쇠고기이력추적제가 6월부터 본격 시행된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식당마다 김치는 국내산, 고기 호주산 등 원산지표시제도가 강화되었다. 변화의 풍경이다. 그리고 최근, 삼겹살이 금겹살이다. 경기침체로 비싼 쇠고기를 먹지 않을 뿐더러, 불안해서 쇠고기 대신 돼지고기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팔리지 않는 미국산쇠고기가 냉동창고에 가득하다.이제 안심할 수 있을까? 얼마 전 우리지역 쇠고기 전문식당에서 외국산 쇠고기를 국내산으로 속여 팔다가 적발되었다. 그리고 식당이나 다른 집을 방문해서 밥을 먹다가 쇠고기가 나오면 난처해진다. 어느 나라 쇠고기인지 물어볼 수도 없고, 뒷끝이 찜찜해 밥이 살로 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저는 쇠고기 안 먹습니다'라고 매몰차게 말하기도 애매하다. 설사 어느 나라 쇠고기인지 원산지를 알았다 해도 불안감을 씻기는 어렵다. 미국산쇠고기가 여전히 우리에게 남겨 논 일상이다.어떻게 하면 불안감을 씻을 수 있을까?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이후 덩달아 한우가 팔리지 않을 때 MB는 일본의 '화우'를 예로 들며 우리나라의 축산농가도 변화해야하고 노력하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의 화우가 어떻게 관리되는 지에 대해서는 무지했던 것 같다. 일본의 화우가 청결하고 위생적인 관리를 하고 있지만, 화우가 인정받고 고가에 팔리는 이유 중에 일본의 광우병 전수검사가 있다는 사실은 부각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MB정부는 수입쇠고기에 대한 광우병 전수검사도 거부했다.그렇다면 지방정부는 광우병쇠고기와 식품안전의 확보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중앙정부에서 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일까? 중앙정부를 욕하면 책임을 면하는 것일까? 우리 전라북도는 식품산업클러스트 조성을 역점시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농업과 농업관련 식품산업을 특화시키겠다는 전략이다.이왕의 발전전략이라면 전라북도에서 먼저 쇠고기 광우병 전수검사를 실시하면 어떨까? 국가에서 예산을 주지 않으면 사업을 못하나? 국가에서 예산을 주지 않으면 지방정부 예산으로 하면 되는 것 아닌가. 불필요한 도로나 건물하나 건설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일이다. 전라북도에도 정읍과 장수, 남원 등에 많은 한우 사육농가가 있다. '참예우' '총체보리한우' '장수한우' 등 나름 브랜드를 만들어 경쟁력을 높이려고 안간힘이다. 그러나, 전문가의 말을 들어보면 횡성한우 등에 아직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객관적인 평이다.일본에서는 2007년까지 34건의 광우병 소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일본인들이 안심하고 쇠고기를 먹고, 높은 가격에 화우를 판매할 수 있는 것은 철저한 식품안전과 검역시스템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중앙정부가 하지 않으면 지방정부에서부터 자발적인 노력을 해보자. 축산 농가와 전라북도가 힘을 합쳐 전라북도에서부터 쇠고기를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광우병전수검사 실시해보자. 전북쇠고기의 경쟁력도 당연히 올라갈 것이다. 광우병쇠고기와 촛불 1년을 뒤돌아보며, 쇠고기를 통해 지방자치를 생각해 본다./한승우(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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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4.29 23:02

[새벽메아리] 밑그림이 없는 사람 - 전희식

하루하루가 신비의 연속이고 매 순간이 신성함으로 가득하다는 것은 빈 마음이 되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다. 이를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은 없다. 시간이 걸릴 뿐이다. 모든 수행과 성찰은 그 시간을 단축시키거나 없애는 것.지난 일요일은 참으로 오랜 세월을 건너 딸아이와 여유로운 나들이를 했고 서울의 명동 입구에 자리 잡은 다큐전용관에 가서 영화를 봤다. '살기 위하여'라는 영화다. 이강길 감독이 만들었는데 나오는 인물들은 새만금 해창 갯벌과 농성천막에서 낯이 익었던 얼굴들이다.영화관에 도착하기까지 여러 탐색과 선택들이 환상에 가까울 정도로 절묘했다. 딸과의 데이트효과다. 학교를 그만두고 한 학기를 도법스님 따라 순례를 했던 딸아이도 영화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그런데 하찮은 일로 마음을 상하게 되었다."나 시각장애인인데요. 자막 나오면 좀 읽어주세요."자리를 잡기위해 딸아이와 손을 잡고 통로를 지나는데 억센 손이 쭉 뻗어와 내 팔을 잡았던 것이다. 잔졸하게 이것 때문에 마음이 상했다는 것은 아니다. 영화가 상영되기까지 한 시간여를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동안 이 분은 계속해서 큰 소리로 떠들어 댔었다.'꼭 이러지 않아도 될 텐데 참 무례하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지만 상영되는 새만금 영화도 영화려니와 전북인으로서의 자긍과 명예를 살려 딸은 떨어뜨려 놓고 그 분 옆자리에 앉으며 그러마고 했다.영화가 시작되기까지 빈 시간이 있어 나는 그분에게 말을 걸었다. 망막에 연결되는 칩(chip)회로를 이용하여 세상을 완벽하게 볼 수 있는 전자 눈이 나왔다는 기사를 떠올렸던 것이다.두어 달 전에 알려진 소식이었는데 그 분은 "나 그런 것 몰라요."라고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얄팍한 내 친절이 거절당하는 기분이었다. 머쓱했지만 좀 있다 한 마디 더 했는데 그것 때문에 크게 마음을 상하게 되었다.디브이디(DVD)의 선택사항처럼 영화나 티브이에서도 시청자의 선택에 따라 자막을 읽어주는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을 걸었다."좀 조용히 할 수 없어요? 나 지금 음성 책 읽고 있거든요?"세상 비장애인들은 모두 장애인을 위해 복무해야 한다는 완고함으로 읽혔다. 나는 벌떡 일어나서 딸 곁으로 가고 싶었지만 꾹 참고 영화를 보았다. 충실히 자막도 읽어줬다. 신산한 내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 분은 영화가 끝나자마자 흰 지팡이를 짚고 먼저 일어나 가버렸다. 장애인으로 살면서 학습된 최소한의 자기존재 확인이 아니겠냐고 딸과 얘기를 나눴다.종로로 곧장 가서 박현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면서야 영화관에서 있었던 일이 내 인생에게 뭘 말하고자 했는지를 겨우 알아챘다. 박현 선생은 감사(感謝)는 감어물 감어심(感於物 謝於心)의 준말로서 모든 사물과 현상, 행위에 공감하며 조건없이 그 대상을 향해 온 마음을 보내드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뭔가에 대한 밑그림을 갖고 있다는 것은 바깥을 향해 덜 열려 있는 내 마음의 상태를 드러내는 것이라는 말씀도 하셨다. 평소 나는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 장애인은 정성으로 보살피고 배려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더 중요한 것을 모르고 있었다.무례하면 안 된다는 완고한 밑그림을 갖고 있었다./전희식(농부'똥꽃'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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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4.22 23:02

[새벽메아리] 윤리적 생산을 이끄는 윤리적 소비의 힘 - 김신재

고도의 산업화와 숨가쁜 세계화가 진행되는 동안 우리의 일상생활과 식탁도 정말 많이 바뀌었다. 국내산 농산물은 그야말로 귀한 것이 되어 버렸고 값싼 중국산 농산물 및 수입 농산물이 우리 식탁을 점령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우리 식탁의 안전도 보장 받을 수 없게 되었다. 지난 해 중국에서 시작된 멜라민 분유, 과자 사건, 광우병을 걱정해야 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유전자 조작 농산물로 만든 가공 식품들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먹거리만 문제가 아니다. 에너지 고갈, 물 부족, 식량 부족으로 인해 지구상의 10억 인구는 굶주리고 나머지는 비만을 걱정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상 이변등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열대우림은 개발로 파괴되고 하루에도 수십 아니 수백 종의 생물들이 사라지고 있다. 화학 농약과 비료의 과다 사용으로 인한 토양의 황폐화 또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우울한 현실이다. 그런데 전 지구적인 우울한 현실은 과연 누가 만든 걸까? 바로 우리 자신이다. 이윤만을 앞세우는 기업, 자연 환경을 파괴하는 무분별한 개발과 이를 조장하는 정책들,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노동을 착취하는 자본가들.. 이들은 바로 우리 소비자들의 선택과 소비를 기반으로 지금의 부와 힘을 가지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과정은 무시하고 결과인 가격만으로 판단한 소비 행동, 이기심에서 비롯된 정치적 선택이 비윤리적 자본가와 비윤리적인 정치권력을 만든 것이다.우리가 정치권력을 투표라는 행위를 통해 선출하듯이 경제에 있어 소비는 일종의 투표 행위이다. 우리 지갑 속에 있는 현금이나 카드가 투표용지인 셈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 씩 지갑을 열고 물건을 소비하고 있다. 투표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누구에게 투표하고 있는가?아직도 멜라민 과자를 만든 그 회사의 과자를 사고 있는가? 아동의 노동을 착취하여 만든 초콜릿과 커피를 만들고 있는 회사의 제품을 값싸고 양이 많다는 이유로 구매하고 있는가?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기업의 제품을 여전히 사고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부당한 이득을 취하고 있는 비윤리적 기업들에게 더 많은 부와 힘을 보태주고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 회사를 지지하고 그 회사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소비자의 소비 행위는 기업의 생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가 자신의 단기적 이익만 추구하려고 하며 이기심에 의해서 행동할 때 자연 환경은 파괴되며 비인간적인 노동은 지속되고 우리 식탁의 안전 또한 지속적으로 위협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를 배려하고 착취하지 않는 기업, 자연환경을 배려하고 자원 낭비를 최소화 하면서 필요한 물품을 만드는 회사, 당장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이 생산한 생산물을 소비하는 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생산자들의 물품을 지속적으로 소비한다면 우리 사회는 훨씬 더 나아지지 않겠는가?이렇듯 인간과 노동을 고려하고 식품 안전을 지키며 환경과 농업을 배려하는 소비를 '윤리적 소비'라 부르자. '윤리적 소비'는 '윤리적 생산'을 견인한다. 소비만 잘해도 나의 건강을 보장 받을 수 있고 인간적인 일자리를 만드는데 일조할 수 있으며 우리 농촌과 농업 환경 더 나아가 지구 환경을 살릴 수 있다. 지금보다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요즘 유행어처럼 "참~ 쉽다!!" 윤리적인 생산을 촉진하고 지지하는 일에 더 많은 소비자들이 함께 하길 기대한다./김신재(icoop 전주소비자생활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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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4.15 23:02

[새벽메아리] 성공하려면 즐겁게 살아라 - 이명호

토요일 오후 일과를 마치고 황방산을 향해 차를 몰고 나섰다. 일행은 이미 한 시간 전에 출발했기 때문에 다급한 마음이 앞섰다. 카네기클럽 회원들과 등산을 하면서 쓰레기도 줍기로 한 날이었다.늘 일과를 끝내면 집으로 곧장 퇴근했었는데, 산을 오른다는 것 자체가 내겐 낯선 일상이었다.운동 부족에 산을 오르다 보니 숨이 차서 힘들었다. 얼굴과 등에서는 순식간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은 한 줌의 산바람이었다. 일상에 찌든 내 마음을 시원스럽게 쓸어내렸기 때문이다.오고가는 사람들은 계층이 다양했다. 어린 아이부터 친구들과 혹은 연인끼리 나들이 나온 젊은 층도 많았고, 건강을 위해 산을 찾는 중년층도 상당했다. 등산인구가 늘고 있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한창 봄을 즐기고 있노라니, 곧 일행이 모여있는 곳에 이르렀다. 늦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나들이로 마음이 들떠 크게 신경쓰고 있지 않은 듯 했다. 일행을 뒤로 하고 한쪽에서 전주 시내를 한눈에 둘러보기 위해 나섰다. 순간 바쁜 일상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지난해부터 내 안에서 시작된 화두가 있었다. '어떻게 하면 인생을 의미있게 살 수 있을까'.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도 듣고, 책도 읽고, 명상의 시간도 가졌건만, 과거로 되돌아버린 듯한 느낌이 들 때가 많았다. 생각의 습관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바뀔 수는 없는 것이겠지만, 내 안의 화두를 한꺼번에 해결할 만한 깨달음은 쉽게 주어지지 않았다.또 마음대로 되지 않은 외부 환경으로 나 자신을 합리화하는 부분도 많아졌다. 핑계거리는 늘상 널려 있었기 때문에 '피곤하다' '일이 많다'고 다독이면서 의미없는 일상으로 다시 되돌아가곤 했다.마음 속에서 균형을 이루고 싶은 다섯 가지 소망을 다시 꺼내봤다.건강, 감정 조절, 일과 재산, 인간 관계(가족), 인생의 가치.가장 소중한 우선 순위를 일과 재산으로 여긴 까닭에 감정 조절도 쉽지 않고, 건강도 잃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내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관계도 뒤엉켜 늘 힘들어했던 순간도 떠올려졌다.하지만 반복된 고민 끝에서 닿은 것은 늘 단순한 진리였다. 지금 하고 있는 일, 지금 보내고 있는 시간에 충실하자는 것. 순간 순간이 즐겁고 행복해야 삶의 에너지가, 열정이 솟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보다 그냥 있는 그대로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 우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산을 내려오면서 쓰레기를 열심히 주웠다. 아주 단순한 일이었지만, 이내 마음이 흐뭇해졌다. 타인을 위한 봉사가 마음을 든든하고 흐뭇하게 한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직접 실천에 옮기니 쉽게 피부에 와닿는 가르침으로 다가왔다. 순간'백거이의 술잔을 들며'라는 시가 떠올랐다. 시 한 수 읊는 것만으로도 이날 하루는 내게 충분한 선물이 됐다. 행복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백거이의 술잔을 들며달팽이 뿔 위에서 무엇을 다투는가부싯돌 번쩍하듯 찰나에 사는 몸풍족하나 부족하나 그대로 즐겁거늘하하 크게 웃지 않으면 그대는 바보./이명호(전주 명인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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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4.08 23:02

[새벽메아리] 맹목적 성장숭배는 이제 그만 - 한승우

우리는 대부분 성장은 좋은 것이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특히, 경제(GNP)는 무조건 성장해야 하고, 수출입도 증가하는 것이 좋다고 인식하고 있다. 또한, 인구도 무조건 늘어나야 좋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경제가 성장해야 고용도 늘고, 풍요롭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이다. 또한 인구가 늘어야 세계적인 강대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정부의 이른바 747공약도 이러한 성장이데올로기의 상징이다.최근 들어 정부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마이너스 경제성장을 막아보겠다며 경기부양대책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이 4대강 정비사업 등 토건사업이다. 방식이야 어떻든 돈을 풀면 일자리가 생기고, 일자리가 많아지면 돈이 돌아 경제가 나아진다고 기대하고 있다. 막대한 추경도 편성했다.그런가하면, 우리는 인구가 무조건 늘어야 좋다고 생각한다. 최근, 인구성장율이 둔화되면서 상대적으로 65세 이상 노인 인구비율이 높아져 젊은이들이 부양해야할 노인이 너무 늘어나 젊은이들의 등허리가 굽을 것이라는 걱정이다. 때문에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갖가지 대책을 내놓지만 젊은 부부의 마음이 동할 획기적인 대책은 없다. 오히려 경제위기와 더불어 결혼을 미루는 젊은이가 늘고, 출산을 포기하는 젊은 부부가 늘어 오히려 반짝하던 인구증가율이 다시 내려앉았다. 2005년 출산율이 1.08에서 2007년 1.25로 다소 늘다가 2008년 1.19로 다시 줄고 있는 것이다.인구증가율의 급격한 감소는 부작용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국토면적과 자원부존량 등을 감안할 때 적정인구는 어느 정도일까 생각해야한다. 좁은 국토면적과 한정된 자원을 고려하지 않는 무한대의 인구증가 정책은 오히려, 생활의 질을 근본적으로 저해할 수 있다. 왜 인구증가율이 떨어지고 있는지 원인과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또한, 맹목적인 경제성장 추진으로 국토의 생산기반을 훼손하는 개발정책을 추진한다면 오히려 우리의 미래는 더욱 어둡다. 돈을 풀어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이유로 불필요한 도로를 중복 건설해 산하를 파헤친다면, 경기를 부양한다며 이미 포화상태인 골프장을 논과 산을 도려내고 계속해서 건설하면, 생명수인 하천을 개조해 콘크리트 수로로 만든다면, 그대로 생태계의 보고이자 식량창고인 갯벌을 매립한다면, 멀쩡한 계곡을 사방공사한다고 콘크리트로 발라버리면, 오늘 당장은 경제가 성장한다고 돈이 돈다고 좋아할지 모르겠으나,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되고 우리의 삶은 어찌될 것인가?그런데, 사실은 경제가 성장해도 고용은 늘지 않으며, 돈도 돌지 않은지 오래됐다. 소위 국내총생산 성장율 대비 취업자 증가율을 나타내는 고용탄력성은 사실상 0이다. 1980년대 0.5에 달했던 고용탄력성은 2000년 0.3, 2008년 2분기 0.15 이었으며, 지금은 경제하강 속도보다 취업자 수가 더 큰 폭으로 줄고 있는 추세다. 말 그대로 고용 없는 성장이다. 결국 경제가 성장해도 돈은 돌지 않고 돈이 한 쪽으로 몰리고 있을 뿐이다.문제는 경제성장이 아니며, 성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실은 성장만을 추구하고 있는 경제와 인구정책들이 오히려 우리의 서민과 자연을 죽이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제, 진정 농민과 노동자 등 이 땅의 모든 생산자들과 우리 생명줄인 하나뿐인 지구가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는 살리는 경제와 사회를 고민해야 한다. 경제와 성장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진정한 삶의 의미를 크리족 인디언이 백인정복자들에게 한 예언을 통해 되새겨보자. "마지막 나무가 베어 넘어진 후에야. 마지막 강이 더럽혀진 후에야. 마지막 물고기가 잡힌 뒤에야. 당신들은 알게 될 것이다. 돈을 먹고 살 수는 없다는 것을"/한승우(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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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4.01 23:02

[새벽메아리] 도화선 자르기 - "어머니 성 났어요?" - 전희식

어떤 때는 삶의 환경들이 다 발화점이다. 과거 기억과 현재의 조건들이 모두 휘발성 높은 인화물질이 되어 분노로 타 오른다.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 확실한 근거를 밝히면서 줄줄이 엮여 나온다.놀랍다 못해 신비하다. 어쩜 그렇게 스스로를 불행하게 하는 쪽으로만 모든 상상과 논리와 지식이 총 동원되는지.유난히 추웠던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이다.밥상을 들이겠다고 하면서 따뜻한 세숫대야를 방에 갖다 드렸다. 세수 하시라고 갖다드린 대야를 어머니는 거칠게 밀쳐버렸다. 물이 좀 방바닥에 엎질러졌다."방 쓸고 세수해야지 방도 안 쓸고 세수는 무슨 세수!"갑자기 빗자루를 찾아 든 어머니가 방을 쓰는 동안 찌개를 데우고 식어버린 밥을 다시 펐다.이번에는 청국장찌개에 된장을 왜 넣었냐고 야단을 치셨다. 된장 안 넣었다고 해도 믿지 않는다."이기 먹꼬? 이 콩 쪼가리가 된장 아이믄 먹꼬?"숟가락으로 청국장 콩 조각을 하나씩 떠내서 밥상에 탕탕 털어 놓으셨다. 이걸로도 모자란 어머니는 밥숟가락을 꼬나 쥔 채 성난 눈길로 밥상을 죽 훑었다. 어디로 불똥이 튈까 싶었는데 죄 없는 조기반찬이 걸려들었다.잉걸불에 꼬들꼬들 하게 구워야지 비싼 조기 사다가 쪄 먹는 놈이 세상에 어디 있냐는 것이다. 생선을 튀기거나 구우면 피해 갈 수 없는 '불포화 지방산' 문제가 있지만 설명 할 도리가 없다. 도올 김용옥선생을 모셔 온들 이럴 때는 어머니 화를 돋우는 재료가 될 뿐이다.발아현미밥으로 불똥이 튈 차례다 싶은 때에 내가 나섰다. 밥상머리에서 성을 내면 생명의 밥이 독약이 되는지라 얼른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다."어무이 성 났어요? 어무이 무지 성 난 거 같은데요?"이런 말을 할 때는 최대한 환한 얼굴이어야 한다. 이가 드러나게 웃으면 더 좋다. 안 그러면 비아냥거리는 것이 된다."어머니 엄청 성나셨나 봐요. 어쩌죠? 어머니 성나서 어쩌죠?"성남으로부터 벗어나는 지름길은 성 났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뿐이다. 몇 마디 얼러 드렸더니 주효했다.어머니 표정이 빠른 속도로 가라앉는다. '그럼 성질나지 너라면 성 안 나겠어?' 하는 표정 같기도 하다. 화가 누그러든 어머니가 밥을 드시기 시작했다."어무이 아까 번에 성 많이 났었죠?"어머니의 성난 일을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의 사건으로 돌려놨다. 어머니는 분노로 불탄 자리의 잔해들을 치우기 시작하셨다."오줌 누고 화장지를 찾응 게 화장지가 있나. 청소 해 준다고 들쑤셔 쌌더니 그 년이 다 훔쳐 가버렸어."방문요양사 선생님이 화장지를 다 훔쳐가서 어머니 아침시간이 망가졌었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나는 얼른 옆방에 가서 화장지를 가져왔다. 내가 잠시 가져 가 쓰고는 안 갖다 놨다고 했다."도둑놈이 따로 없지. 내가 애먼 사람 도둑으로 몰았네."어머니는 청국장지개를 맛있게 드셨다. 조기도 먹다 남은 것은 고양이 밥 비벼 주라고 했다. 고양이가 할아버지 죽은 넋이라고 하면서 잘 돌봐야 한다고까지 했다. /전희식(농부'똥꽃'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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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3.25 23:02

[새벽메아리] 안전한 학교 급식을 위하여 - 김신재

엄마가 되면서 세상에 대해 더욱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세상이 아름답고 행복한 곳이기를 바랐지만 아이를 낳고서는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기에 더욱 아름다웠으면 하는 생각이 더더욱 간절해졌다. 연약하고 어린 새싹들이 상처받지 않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세상이었으면 하는 바램... 모든 엄마들의 마음일 것이다.일을 하게 되면서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 점심 한 끼 따뜻하게 엄마 손으로 해결 해 줄 수 없음이 늘 마음에 걸렸다. 모든 취업 엄마들의 마음이 그러하듯이... 입맛이 없다고 시간이 없다고 아침 식사는 늘 뜨는 둥 마는 둥이다. 하지만 그나마 점심 한 끼 학교 급식은 엄마들에게 희망이 되고 자유가 되며 새끼 입에 밥 들어가는 경건하고 숭고한 시간이다. 하나 엄마들의 희망이자 자유인 학교 급식은 마음 놓고 믿어버리기에는 너무도 사고가 잦다.학교급식에 쓰이는 식재료에 대한 저질 논란, 잔류 농약의 검출, 집단 식중독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가 아이들 급식에 섞이지 않을까 노심초사해야 하는 것이 학교 급식의 현실이다. 조리상의 편의와 조리 시간 단축 등의 이유로 반조리 식품, 가공 식품, 기름진 음식, 튀긴 음식의 비중이 너무 높다.인스턴트 식품이나 가공 식품이 왜 문제일까? 가공 식품의 원재료는 대부분이 수입산 농산물이거나 유전자조작식품일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보존과 유통기한을 늘리고 색깔이나 맛 모양을 좋게 하기 위해 여러 가지 화학물질을 첨가한다. 이른바 식품 첨가물이 사용되는데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식품첨가물은 총 549종에 달한다고 한다.식품첨가물은 체내에 들어가면 50-80%는 호흡기나 배설기관을 통해 배출되지만 나머지는 몸속에 축적된다. 또 이러한 식품첨가물은 한 가지 식품에 한 가지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니고 기준치가 있다고 해도 여러 식품을 통해서 다량으로 섭취하게 되며, 먹는 대로 조금씩 체내에 쌓이기 때문에 그 유해성은 기하급수로 늘어난다고 한다. 최근 아토피, 알러지성 비염, 천식, 비만 아동의 급증하고 있는데 이는 가공 식품 속에 들어있는 식품첨가물의 섭취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또한, 실제로 가공 식품을 줄이고 우리 땅에서 난 농산물로 곡채식 위주의 식단을 짜서 친환경 급식을 실시한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의 경우 아토피 증세가 호전되고 편식아동들이 야채를 먹기 시작하였다는 보고도 있다.최근에는 우리 지역에서도 친환경 쌀로 급식을 하는 학교가 많이 늘어나고 농산물 식재료는 되도록 친환경으로 구입하려고 노력하는 영양사 선생님들도 나타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간장이나 기름, 양념, 소스 같은 것은 거의 친환경 재료를 쓰지 않거나 시중 제품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인 형편이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유해성에 대한 인식이 낮은 때문이기도 하다.개인적으로 이 중에서도 가장 먼저 바꿔야 할 것은 간장이라고 생각하는데 조미료와 단백가수분해물이 첨가된 이 맛의 골격은 라면이나 과자 같은 여러 가공 식품에도 적용되어 아이들의 입맛을 왜곡하는 주범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아무리 아이들에게 라면이나 과자를 사주지 않으려고 해도 간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가공식품에 길들여진 아이들의 입맛을 되돌리기는 어려운 것이다.모든 식재료를 100% 친환경 재료로 바꿀 수 있다면 아이들의 건강에 가장 좋을 것이다. 그러나 여건상 친환경 급식을 하지 못하더라도 그 내용을 다 알 수 없는, 믿을 수 없는 가공 식재료들은 점차 줄여가야 한다. 엄마들의 희망이자 자유가 되어야 할 학교 급식이 불안과 피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되지 않도록 지자체와 교육 당국, 학부모, 영양사가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노력해야 할 일이다./김신재(icoop 전주소비자생활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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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3.18 23:02

[새벽메아리] 간절하면 이루어진다 - 이명호

강연장에 들어서는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객석의 관중들이 커다란 숲처럼 보일 정도로 사람들로 빼곡히 들어찬 강연장에 순간 목이 메였다.'간절하면 정말 이루어지는구나'그 말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카네기 클럽에서 일 년에 두 번씩 특별 세미나를 개최해 도내 사람들에게 인간관계, 비전, 리더십, 열정, 자신감, 커뮤니케이션, 걱정 및 스트레스 극복에 관해 도움을 주는 자리를 마련해왔다. 단순히 자기개발, 성공에 관한 처세술을 일러주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부딪치게 되는 다양한 관계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이야기하면서 자기를 극복하는 장이 됐다.이번 달은 전주대 아트홀에서 첫 번째 세미나를 열기로 했다. 하지만 시작단계부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경제 위기 여파로 지난해 보다 티켓이 거의 나가지 않고, 만나는 사람마다 "이 어려운 상황에 누가 세미나를 듣겠어"라고 이야기만 늘어 놓아 더욱 조바심이 났다.'서울에서 연사를 모셔 와놓고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한다? 텅빈 객석의 허전함, 민망함은 어떻게 하나.'매일 저녁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매주 한 번씩 대책회의를 통해 해결책 마련에 골몰했지만, 임원들조차도 회의적인 시각이 생겨나면서 접어야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됐다.때마침 그나마 힘이 되는 조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카네기 클럽 임원들이 개인적으로 이곳 저곳 전화를 돌리며 적극적으로 홍보를 했다. 거의 모든 좌석이 채워질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게 된 것.짧은 생을 살면서 사람들은 사랑하며, 배우고, 또 최종적으로 무언가 남기고 싶어 한다.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 이름 석 자 남기고 싶은 욕구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갖는 가장 본능적인 욕구가 아닐까 한다.죽음을 앞두게 됐다면 고 김수환 추기경처럼 끊임없이 사랑하며 약자들을 위해 헌신하고 사랑하는 삶을 꿈꿀 것이다. 고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을 지켜보면서, 공감은 하면서도 정작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삶을 살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고민해 보게 됐다.그것은 아마도 자신의 인생에서 기대하는 기적들이 아주 거창해 현실감이 없다거나 혹은 아주 작은 기적들이 큰 기적을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정작 피부에 와닿지 않은 일들로 여겨서다.장기기증이 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우리 사회에 희망의 불씨가 남아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따뜻해졌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막상 실천에 옮기지 못했던 이들이 그의 마지막 메시지에 움직인 것을 보면, 그의 사랑은 우리 사회에 귀중한 족적이 된 것 같다. 강연장을 찾아 수많은 세미나를 듣는 일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랑의 씨앗을 하나씩 심는 일부터 비롯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기기증의 물결이 단발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올 한해 아니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그의 사랑이 전국민을 감화시켰던 것처럼, 이제는 우리가 그의 사랑에 보답할 차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이명호(전주 명인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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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3.11 23:02

[새벽메아리] 교육, 자연에서 배워라 - 한승우

요즘 일제고사를 놓고, 논란이 심하다. 그리고, 일제고사를 치르면서 인사상의 불이익을 우려한 교육공무원들이 불법으로 학생들의 성적을 조작하는 사건이 다발하고 있다. 일제고사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성적조작사건에다 성적이 좋지 않았던 전북의 농촌지역 학생들의 상처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자연을 보며 교육을 생각해본다. 자연은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생태계가 건강하다. 생물다양성이 풍부하다는 것은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생물들이 자유롭게 산다는 것이다. 자연에는 산도 있고, 들도 있고, 하천도 있고, 바다와 갯벌도 있다. 이러한 각각의 생태계에는 각각의 생물이 살고 있다. 식물만 보더라도 산과 들과 하천과 갯벌에 사는 식물이 다르다. 산에는 비교적 거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소나무와 참나무 등이 자라고 들에는 농작물과 함께 갖가지 초본류가 자란다. 하천이나 습지에는 버드나무와 갈대 등 물을 좋아하는 나무와 풀들이 자란다. 갯벌에는 칠면초와 퉁퉁마디 등 염생식물이 자란다. 그리고 이러한 각각의 공간과 식물에는 그들을 좋아하는 곤충과 동물들이 어울려 산다. 다양한 환경에 맞게 다양한 생물들이 살면서 자연생태계 전체가 더욱 건강하고 생명력이 넘치는 것이다.그런데 인간사회와 교육은 어떠한가?모두가 영어와 수학을 잘해야 한다고 하고, 모두가 의사와 법관이 되기를 바란다. 이것은 마치 자연으로 보면 소나무가 보기 좋으니, 온 산과 들과 바다에 소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소나무를 물속에 심거나, 짠 갯벌에 심으면 말라죽는다. 반대로 갯벌에 사는 칠면초와 퉁퉁마디를 산에 옮겨 심어도 역시 죽는다. 우리사회는 다양한 개성과 능력을 가진 아이들에게 똑같은 교육을 실시하고 똑같은 것이 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한 사회는 건강하지 못하여 아이와 인간들이 시름시름 앓을 수밖에 없다.얼마 전 이 대통령이 정례라디오 연설에서 일제고사를 옹호하면서도 '이시대가 필요로 하는 인재는 시험문제만 잘 푸는 학생이 아니라 창의력과 사고력을 갖춘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단다. 정확히 맞는 말이기는 한데 이정부가 하는 정책이 그러한가? 하루 종일 학교에 아이들 묶어두고 공부만시키거나, 일제고사처럼 학교와 아이들을 서열화시키면서 영어와 수학을 중심으로 한 사교육으로 몰아넣고 있다. 영어중심의 국제중학교 신설, 일제고사 부활, 0교시수업 부활, 역사교과서 검열...mb정부들어 경쟁교육을 더욱 부채질하는 일제고사의 부활과, 국제중학교 신설, 영수중심의 교육정책을 강화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것은 경쟁교육과 서열화, 승자독식 질서의 내면화이다. 99점 맞은 아이는 100점 맞은 아이에게 모든 것을 양보해야 한다. 이러한 행위는 부자들의 기득권과 무한경쟁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번 일제고사에서도 드러났지만 우리나라에서 제일 학력이 우수한 지역은 서울강남이다. 특히, 영어와 수학은 월등하다. 이처럼 강남지역의 학력이 월등한 이유는 사교육비 차이와 비례한다. 월소득 700만원 이상의 부자와 100만원이하의 사교육비 차이가 9배난다고 한다.현재 mb 정부가 실시하는 교육정책은 사회정의에도 어긋나지만, 생물종 각각의 개성과 역할을 존중하는 자연의 이치에도 역행한다./한승우(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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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3.04 23:02

[새벽메아리] 귀농하실래요? - 전희식

양희은의 '아침이슬'이 지금은 모든 민초들의 애창곡이 되어 있지만 한때는 금지곡이었다. 태양이 붉게 타 오른다는 가사 중 '태양'이 북한의 김일성을 가리킨다는 게 이유였다. 송창식의 '왜 불러'는 당시 장발단속 경찰관을 비아냥거리는 것이라 해서 사정없이 금지곡이 되어야 했다. 박정희 정권의 문화적 상상력에 혀를 내 두를 뿐이다.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고작 삼십 몇 년 전의 일이다. 앞으로 삼십 몇 년 뒤에는 오늘 우리의 어떤 모습을 손가락질하며 어처구니없어 할까?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는 것 하나가 있다.지금의 화공농업이 그것이다. 어쩌면 농업이라 할 수도 없다. 공업의 영역으로 기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형 농기계와 석유화학에너지, 농약과 제초제가 농사를 짓는다. 대부분의 농사는 먹으려고 짓는 게 아니라 팔려고 짓는다.재화의 생산이 이윤만을 목적으로 할 때는 불신과 기만이 독버섯처럼 자란다. 농산물도 파는 것이 유일한 생산목적이 될 때 생명이 아니라 독이 된다. 지금의 화공농업은 땅심을 죽이고 식탁의 안정성을 해치며 자연생태계를 파괴하는 공공의 적이 된지 오래다.우리나라는 환경지속성지수(이에스아이 ESI)의 농약과 화학비료 사용량 순위가 146개 국가 중 각각 4위와 9위다. 농경지의 양분수급은 소요량 대비 질소는 113%, 인산은 125%를 넘어서고 있다.인민의 공공재를 망가뜨리면서 사적 이윤을 추구하는 경영형 농업과 기업농은 여전히 지자체들에 의해 환영받는다. 외형적인 농가소득증대와 개발과 발전이라는 미망에서 깨어나지 않고서는 농민 스스로에 의해 농업은 망할 것이라는 게 뜻 있는 사람들의 걱정이다.민족농업과 식량자급을 외치는 농민단체들도 이런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작년 1월, 순창군을 필두로 한 해 동안 도내 7개 군에서 귀농지원조례와 시행규칙을 만들어 귀농자 유치에 나섰다. 장수군과 무주군, 완주군 등이다. 크게 반가운 일이다. 무주군은 일찍이 '친환경농업 육성관리에 관한 조례'를 가지고 있어서 더 기대가 된다.생태와 환경, 상생과 순환의 가치를 중히 여기고 성장과 개발이라는 미신에 더 이상 현혹되지 않는 삶을 살고자 하는 많은 귀농 희망자들을 끌어안기 위해서는 해당 지자체와 귀농업무 담당 공무원의 인식 전환이 요구 된다 하겠다. 생태환경농업의 가치를 제대로 아는 것이다.귀농인 유치와 정착을 지원하는 별도의 부서와 인력을 배치하여, 기존업무에 시달리는 군청 직원이 귀농업무를 덤으로 여기지 않게 하는 것도 필요 할 것이며 원주민과 융화도 도모해야 할 과제다. 예산 확보는 필수라 하겠다. 전남의 강진군처럼 전국귀농운동본부 등의 전문기관과 업무협약을 맺어서 앞선 경험과 지혜를 빌려도 좋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단체장의 의지다. 조례 하나도 없이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귀농인 유치와 정착 지원활동을 하는 진안군이 그 예다. 전국에서 가장 모범적인 활동을 벌이는 진안군 귀농귀촌 활성화센터의 최태영 사무국장의 말은 그런 점에서 귀감이 될 듯싶다."사진이나 많이 찍고 업무실적의 통계수치에 마음이 기울어서는 안 되는 업무다. 돈 들고 시간 걸리고,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도 성과는 몇 년 지나야 날까 말까하는 게 이 업무다."작년에 조례를 제정한 군 중 장수군 등 몇 군데는 조례와 시행규칙에 명문화 되어 있는 귀농자 지원 예산마저도 편성하지 못하고 결국 '문서지원'에 머물고 있는 현실과 대비된다 하겠다. 총 예산이 부족하고 예산편성의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변명은 어딘지 모르게 궁색하다./전희식(농부'똥꽃'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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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2.25 23:02

[새벽메아리] '논' 을 말한다 - 김신재

차를 타고 15분만 나가도 전주 지역에서는 논을 만날 수 있다. 전주 인근에는 평야가 많다. 가을이면 누렇게 익은 벼들이 출렁이는 모습이 우리에게 가장 많이 기억나는 논에 대한 이미지가 아닐까? 우리에게 밥이 되는 쌀을 재배하는 곳, 이것이 논에 대해 우리가 가장 큰 효용가치를 부여하는 지점일 것이다. 도시에서 소비자 운동을 하는 나 또한 논에 대해 그 이상의 깊은 의미를 부여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적어도 2008년 이전까지는...2008년 람사르 총회에서 '논습지 결의안'이 통과되었다. 논습지 결의안은 쌀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명의 서식지로서의 논의 생태 환경적 가치를 인정하고 이를 증진시키기 위한 노력을 당사국들이 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람사르 총회의 논습지 결의안 채택은 국가간의 강제적 협약이 아니어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제재하지는 못한다. 법률적인 효력을 갖기보다는 선언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국내적으로 정부가 논 습지를 없애는 정책을 펼치지 않도록 요구하고 농업의 보전으로 수자원을 확보하고 생태계를 보전하며 이를 위해 정부가 환경 직불제 등의 실질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바탕이 될 수 있다. 논을 쌀을 만드는 농업으로서만이 아닌 습지라는 환경적 가치를 국제적으로 부여함으로써 이 환경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정부나 민간이 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할 수 있기에 결의안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논이 습지라고 하면 웬 습지? 라고 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반문할 것이다. 나 또한 처음에는 이 개념이 너무나 생소하게 여겨졌다. 그러나 논은 인간이 만든 가장 오래된 인공 습지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에 있어 논 농업은 오천년 이상 이어져 내려오면서 지역의 주민들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삶과 문화로 정착해 있다. 아울러 논은 인공 습지로서 물새와 수생 동식물 등 주변 생태계와 함께 어울려 있다.실제로 논에 살고 있는 생물들을 조사한 시민 조사 데이터에 의하면 수서 생물이 150여종, 식물이 158여종이나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기 재배 논일수록 이러한 생물 다양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논은 화학비료도 제초제도 살충제도 최소화 할 수 있는 아예 쓰지 않아도 되는 논환경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소비자가 원하는 안전한 쌀생산 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물들이 서로 어울려 조화롭게 살아가는 생태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이러한 시민 소비자 단체의 조사결과에 힘입어 유기농 생산자들 사이에 최근에는 오리 농법이나 우렁이 농법대신 이른바 "논생물다양성 농법"이 시도되고 있다. 논생물다양성 농법이란 자연의 순환과 생물 다양성을 통해 흙과 주변 생태계를 복원하고 풀과 벌레를 억제하는 환경창조형 유기 벼농사를 발한다. 유기농법은 화학비료와 농약 투입을 자제하는 농업기술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주변 환경과 생태와 어울려 공존하는 관계의 농업이라는 것을 논생물다양성 농법은 우리에게 주지시킨다.전북지역에서도 남원과 완주 고산 등지에서 논생물 다양성 농법이 2008년 시범 실시되었다. 그리고 이들 지역에서 논생물 다양성 농법으로 재배된 쌀은 그 농사짓기의 어려움과 생태 환경적 가치를 아는 소비자들에 의해 우선적으로 소비되었다.생물다양성 농법의 실천과 습지생태 환경으로 논을 재인식하는 것은 농민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유기쌀은 수입할 수 있어도 우리 논의 습지생태계는 수입할 수 없다"는 소비자들의 지지와 지자체, 시민들의 이해 없이는 불가능하다. 국제 무역 개방으로 위협받는 것은 우리 농업과 농산물만이 아니다. 우리 농촌의 환경과 국민의 먹을거리까지 불안해 지고 있다. 2008년 람사르 총회의 주제어 처럼, 건강한 논습지가 바로 건강한 인간의 삶을 만든다. 이제 논의 생태 환경적 가치에 주목하고 논을 습지로 보전하는 법제화 대책 마련에 지자체와 환경부가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김신재(icoop 전주소비자생활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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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2.18 23:02

[새벽메아리] 어렵다고 남의 탓만 할 것인가 - 이명호

"아니, 지금까지 왜 일처리가 안 돼 있는거야! 내가 몇 번을 말 했는데! 이제 어떻게 할꺼야?"일과 중 또 다른 '화'가 용광로 분출하듯 마구 솟을 때가 있다.화를 내면 병원 주변 분위기는 순식간에 살얼음판이 되고 만다. 이런 저런 생각에 모든 것이 싫어지고 몸은 지칠대로 지쳐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아 무작정 집으로 향했다.도대체 왜 이런 일 때문에 기분 상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사소한 일로 쉽게 평상심을 잃는다는 생각에 자신에게 더욱 화가 났다.일이 생기기 전 미리 묻고 대비했으면 됐을 텐데 하는 속상함이 드는 데다 상대방도 무안했을 것 같아 안타깝기도 했다.이런 일들을 경험하다 보면, 모든 일이든 간에 어떻게 책임지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어떤 상황이건 간에 선택하고 대응하는 방법은 자신의 책임이기 때문이다.대다수 사람들이 일이 자신의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때 주변 탓으로 돌리곤 한다. 조상이 죄를 지어서, 부모가 부유하지 못해서, 배우자가 뒷받침되지 않아서, 자신의 가방끈이 짧기 때문에, 건강이 좋지 않아서 등 이유는 다양할 수 있다.하지만 주위 탓으로 돌린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마치 독사에게 물렸을 때 독사를 잡아 죽인다고해서 몸안의 독이 없어지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서로 '기싸움'하듯 말로써 우리는 서로에게 많은 상처를 주고 산다. '아'다르고'어' 다른 말을 자신의 상황에 따라 곡해하고, 오해하면서 벌어지게 되는 일이다. 그럴 때마다 여유를 갖고 상황을 되짚어 '나라면 어땠을까'배려해보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어려운 시기에 서로 용기를 내자는 취지로 '징기스칸' 시암송 해본다.'집안이 나쁘다고 탓하지 말라.나는 아홉 살때 아버지를 고 마을에서 쫓겨났다.가난하다고 말하지 말라.나는 들쥐를 잡아먹으며 연명했고 목숨을 건 전쟁이 내 직업이고 일이었다.작은나라에서 태어났다고 말하지 말라.그림자 말고는 친구도 없고, 병사만 10만 백성은 어린애, 노인가지 합쳐 2백만도 되지 않았다.배운게 없다고 힘이 없다고 탓하지 말라.나는 내 이름도 쓸 줄 몰랐으나 남의 말에 귀 기울이면서현명해지는 법을 배웠다.너무 막막하다고 그래서 포기해야겠다고 말하지 말라.나는 목에 칼을 쓰고도 탈출했고뺨에 화살을 맞고 죽다 살아나기도 했다.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나는 내게 거추장스러운 것은 깡그리 쓸어버렸다.나를 극복하는 순간 나는 징기스칸이 되었다.' /이명호(전주 명인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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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2.11 23:02

[새벽메아리] '일자리 나누기'를 생각한다 - 한승우

오랜만에 MB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들리는 듯했다. 소위 'Job Sharing- 일자리나누기'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왠지 미심쩍다. 그래서 mb의 일자리 나누기를 들여다보니, 대졸초임자의 임금을 줄여 절약된 예산만큼 계약직 인턴사원을 채용한다는 내용이다.MB의 일자리나누기는 자본가의 이해와 사고로부터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일자리 나누기는 과거 정권이 쓰던 '고통분담'의 새로운 버전쯤으로 생각된다. 고통분담은 사실상 임금인상율을 제한하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제약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일자리 나누기가 혹 자본은 손안대고 코 풀듯, 노동자들의 밥그릇에 숟가락 하나 더 넣고 나눠 먹으라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것도 1년 미만의 시한부로 말이다. 이마저도 감사해야 할지?그러나, 공공기관부터 일자리 나누기를 실시하라는 MB의 지시는 곧바로 관료들로부터 불가하다는 입장을 통고받았다.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운용위원회 결과를 통해 신입사원 임금줄이기를 통한 잡 셰어링을 공식적으로 실시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미 공공기관 선진화라는 명목으로 공공기관의 정원을 줄이기로 한 마당에 임금을 반으로 줄일 신입사원을 고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MB의 한계와 모순을 그대로 드러내는 허허로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잡 셰어링'은 스웨덴과 독일 등 유럽국가에서 시작됐다. 선진 자본주의 국가는 산업의 자동화와 로봇화 등으로 생산성은 높아졌으나 전반적인 세계경제의 저성장에 따라 상품생산을 증가시키는데 한계가 있어서 상대적인 잉여노동력이 발생한다. 그러자 노동자들이 자본과 합의하여 고용인원을 감축하는 대신 노동시간과 임금을 줄여, 고용을 유지하고 청년실업자를 추가로 고용하기로 합의한 것이다.우리나라도 고용 없는 성장을 하고 있다. 2007년 우리나라 국민총생산(GDP)은 5% 상승했으나 고용은 고작 0.1% 늘었을 뿐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노동시간이 긴데, 2006년 한국 노동자의 노동시간은 29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길고 연평균 노동시간이 2,357시간으로 OECD 회원국 노동자의 연평균 1,777시간보다 훨씬 많으며, 네덜란드에 비해 연간 1,000시간을 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다, 우리나라 100대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이 300조원이나 된다고 한다. 대기업과 재벌의 금고에 돈이 쌓여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에서도 일자리 나누기를 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근거이자 당위이다.현재의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 근본원인이 빈부격차의 심화에 있다고 한다. 자본이 제조업에 대한 재투자를 게을리 하고, 일확천금을 노리고 금융거래에 집중하면서 다양한 경로로 더욱 노동자와 생산자들의 고혈을 짜내다보니 금융거품을 감당해야할 노동자와 생산자들의 구매력이 근본적으로 상실되어 현재의 위기가 발생했다는 것이다.결국, 경제위기의 해법도 돈이 아래로 흐르게 해야 하는 것이다. 돈이 아래로 흐르게 하는 중요한 수단이 생산현장에서는 일자리나누기이며, 일자리나누기의 핵심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확대이다. 자본은 곳간을 풀고, 대기업노동자는 또 다른 자신을 위해 배려하고, 정부는 지원과 법제도를 마련해야한다. 일자리나누기에 내재하는 가치는 인간과 생명존중에 바탕한 사회적 연대의식이다. 그런데, 그렇긴 한데, 일자리 나누기의 주체인 현재의 mb정부와 자본, 그리고 대기업 정규노동자들이 이러한 사회적 연대의식을 가질 수 있을까? /한승우(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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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2.04 23:02

[새벽메아리] 설날에 본 '피어라, 남자' - 전희식

이번 설에는 온 나라에 눈이 많이 내려서 누구나 설설 기는 설이 되어 버린 듯하다. 운전도 천천히 조심스레 하게 되고 집 밖에 나다닐 때도 미끄러질까봐 평소와 달리 발밑을 살피면서 걷는다.뜻밖의 폭설로 땅바닥을 살펴 걷는 모습들은 조심성 많은 색시걸음이다. 말썽 많은 아이들이나 늘 큰 소리 치는 동네 아저씨들도 너나 할 것 없이 눈 길 위에서는 모두 여성성 특유의 부드러운 사람으로 변했는데 설날에 꼭 그런 책을 한 권 읽게 되었다. '피어라, 남자'(김광화. 이루. 2009.)라는 책이다.고시랑거리는 글투가 이런 식이다.저자는 부부싸움을 하게 되면 만날 진다고 한다. 말은 물론 논리에서도 밀려서 결국 꺼내드는 자기만의 무기가 있으니 그것은 삐치는 것이다. 싸우다 안 되니까 토라져서는 말도 안 하고 밥도 안 먹고는 드러눕는데 식구들이 안 볼 때를 골라 음식을 훔쳐 먹기도 한다는 것이다.부엌에 가서 몰래 밥을 훔쳐 먹으면서도 삐친 마음을 안 풀고 토라져 있는 이 사람은 짐작과 달리 남자다.속살대는 귀엣말처럼 책이 감미롭기까지 하다. 풀잎처럼 여린 남자가 나지막하게 들려주는 자기고백 같은 책이다. 저녁을 먹고 아내가 아이들한테 같이 산책 나가자고 했는데 두 남매가 다 안 간다고 하자 남편은 눈치를 살피다가 용기를 내서 아내에게 말한다. 내가 따라가면 안 되겠냐고.귀엽다. 책이 귀엽고 남자가 귀엽다. 읽으면서 무릎을 칠 일도 없고 긴장할 일도 없다. 말 한마디로 집안을 쥐락펴락 하는 것이 아버지 자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슬그머니 내려앉게 한다. 그런데 이 남자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아내에게 "여보. 나 좀 안아 줘."라고 응석을 부리고는 얼른 아내 가슴에 안겨 쑥스런 얼굴을 묻는다.(188쪽)다가 올 문명의 새로운 덕목은 빼어난 개인능력이나 대중을 사로잡는 통솔력이 아니라 서로 존중하며 잘 통할 줄 아는 부드러움에 있다고들 말한다. 수용하고 보살피는 여성스러움이 얼마나 많은가가 진보의 새로운 기준이 된다고 하는데 한국사회가 여기에 한참 뒤떨어져 있다는 지표들은 수두룩하다.자료를 보니 세계경제포럼(드블유이에프:WEF)에서 나라별로 소득격차와 교육기회, 정책결정권한 등으로 평가하는 남녀평등지수가 있는데 한국은 작년에 130개국 중 108위였다. 재작년에는 128개국 중에서 97위를 했다니 더 나빠진 셈이다.모든 사람은 양성성을 가지고 태어나는데 남성성을 지나치게 요구하는 한국사회는 남자들로 하여금 남성적 기질을 일찍 소진하게 하는 것 같다. 늙고 나면 제 손으로 하루 세끼 제대로 못 챙겨 먹는 것은 물론이고 여성보다 여러 해 일찍 죽는다.과부 3년이면 은이 서 말이지만 홀아비 3년이면 서캐가 서 말이라는 속담이 있는 것처럼 자립능력은 남자가 훨씬 모자라는 게 사실이다.'일어서라, 남자'가 아니고 '피어라, 남자'라는 책 제목이 책장을 덮으면서야 제대로 가슴에 다가왔다. 꽃처럼, 풀잎처럼 그렇게 섬약하고 이쁜 남자의 탄생을 알리는 책이라는 사실이. 피어나는 남자들로 올 해가 가정은 물론 정치나 사회, 모든 영역에서 부드러움이 넘치고 서로 북돋고 격려하는 날들로 채워졌으면 한다./전희식(농부'똥꽃'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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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1.28 23:02

[새벽메아리] 생활 속 투표에 참여하자 - 김신재

2008년도 최고의 사회적 이슈는 "먹을거리" 였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 논란부터 유전자조작식품의 대량 수입으로 인한 위험성 논란, 중국산 식품의 멜라민 사건 등 식품안전에 대한 이슈는 2008년 연일 신문지상을 오르내리는 최고의 생활 이슈였다. 요즘도 서너명만 모이면 "도대체 믿고 먹을 게 없다" 며 먹을거리에 대한 걱정이 대단함을 느길수 있다.이러한 추세의 반영은 소위 웰빙, 로하스라는 트렌드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최고 매출을 자랑하는 모 유통업체의 유기농 관련 제품의 매출점유율은 2008년 35.3%에 이르고, 친환경 유기농산물을 취급하는 직거래 단체의 회원 수도 전년 동월 대비 55%가 넘는 가파른 성장을 기록하고 있으며, 국내 최고의 제과제빵업체는 우리 밀 빵을 출시하였다.이는 식품안전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활동해온 소비자 단체 활동의 성과물이며, 비싸지만 보다 안전한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낳은 결과로 대단히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웰빙이 사회적 트렌드로서 소비자의 성향에 맞춘 대기업들의 이윤추구의 결과로만 자리할 때 과연 소비자가 원하는 진정한 "식품안전"이라는 요구가 지켜질 수 있을지 대단히 걱정스럽다.소비자가 원하는 안전한 식품에 대한 요구는 단지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유기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업 기술적인 문제로만 치부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친환경 유기농업의 의미는 지구온난화라는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석유에너지를 줄이면서 사회 환경의 자연 순환에 도움을 주는 의미로까지 확장되어야 하며 우리 농업의 보호와 유지로까지 이어져야 한다.우리 농업이 보호, 유지되지 않고서는 안전한 식탁도 없다. 중국발 멜라민 사건,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유전자조작 식품 수입 등에서 보듯, 우리 땅에서 난 농산물을 외면하고 값이 싸다는 이유로 수입해온 수입농산물이 항상 문제가 되었다.이제 십 수년간 차려온 밥상이 나와 내 가족을 "살리는" 밥상이 아니라 오히려 "죽이는" 밥상이었다는 자각은 우리 농업과 환경, 인간과 노동을 생각하는 밥상 차리기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의 소비는 단지 화학 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재배했는가? 또는 화학첨가물을 사용하여 만든 식품인가? 를 넘어 서야 한다..인간적 노동에 기반한 생산물인지, 생산과정에서 비인간적인 노동 착취는 없었는지, 우리농업과 생산자를 살리며, 아울러 우리 환경에 도움이 되는 유기농업인지, 일부 부유층을 겨냥한 고품질 고가격 유기농업인지, 서민생활에 도움이 되는 유기 농업인지, 화석에너지를 줄이려는 노력을 한 생산물인지를 따져야할 때 이다.이 경우 소비는 곧 "생활 속 투표" 행위다. "생활 속 투표"는 생산자와 식품 기업에게 전달하는 소비자의 강력한 메시지가 될 것이다. 트렌드에 발맞춰 단지 화학 비료와 농약이 검출되지 않는 유기농산물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자연 환경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을 보살피고 배려한 생산물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전달하는 의미 있는 소비 행위다.2009년 부엌에서 바라본 세상은 초국적 기업과 자본가들이 식량 생산과 유통을 쥐락펴락하며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소를 수출하고 학교 급식에 사용할 것을 요구하며 유전자를 조작한 동식물을 식용으로 사용할 것을 강요하고 있는 암울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해 내는 근본적 방법은 민주주의를 제대로 작동시켜 정치권력을 시민들의 품으로 되돌아오게 하는 것이지만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며 많은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상대적으로 쉬운 방법은 "생활 속 투표"를 통해 대안적 생산체제의 기반을 만드는 것이다. 즉, 지금 내가 밥상을 차리는 나의 부엌에서 세상을 변화시킬 토대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 경우 쇼핑은 정치적 투표보다도 중요하다./김신재(icoop전주생협 이사장)▲김신재씨는* icoop전주생협 이사장*자연드림 전주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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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1.21 23:02

[새벽메아리] 도전하면 늘 푸른 청춘이다 - 이명호

"뽀드득 뽀드득"새벽 동이 틀려면 아직 멀었다. 모악산 바람이 얼굴과 귀를 세차게 때리며 옷깃 사이로 파고들어 더욱더 몸을 움츠리게 하는 요즘이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 흰 눈으로 덮인 땅에 발자국을 내며 걷자니 눈이 밟히는 소리가 들린다.마음이 가볍다.'인생을 이모작하자'는 신조대로 매주 일요일 아침 모악산 등반을 한 지 1년 가까이 됐다 . 모악산은 봄에는 신록으로 태어나 ,여름에는 더 진한 녹음을 향해가고, 가을엔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겨울에는 앙상함으로 다양한 또 다른 느낌을 준다.이 중 나를 가장 즐겁게 하는 것은 산골짜기에서 들려오는 물소리다.여름엔 거칠 것 없이 흐르는 물소리는 청량감을 주지만 겨울엔 얼음 사이로 흐르는 새벽 물소리는 고요한 정적 속 또 다른 생명의 소리를 들려준다.과거에는 나름대로 부지런하게 살려고 했지만, 내 뜻대로 되는 날은 많지 않았다.하루하루가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보니 술을 늦게까지 마시고, 다음날 마지못해 일어나 일과를 시작하곤 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현재는 다르다. 매주 새벽시간의 도전이 계속되고 있어서다.살다 보면 어려운 현실 속에서 전혀 다른 삶의 태도를 취하는 이들을 마주하게 된다.긍정적인 마음으로 현재 처한 환경에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자신을 너무 쉽게 놓아 버리고 자포자기하는 사람도 있다.얼마나 힘들었으면, 자신과 가족과 직장을 버릴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그런 상황에 처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감히 이해할 수 있다고 하기 어렵지만) 그런 그에게 단 한 사람이라도 긍정적인 지지를 해주었더라면, 인내력을 갖고 견뎠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결국 괴롭다 하더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명확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일단 목표가 정해지면 모든 시간을 그 목표를 위해 돌진해야 한다.자기의 결단이 잘되었는가 아닌가 시종일관 걱정하면서 귀중한 시간을 흘려서는 안된다.국내 축구 영웅으로 각인된 히딩크는 '프로는 목숨을 걸며 일을 해야 한다'고 말을 하지 않았던가.사무엘 울만이'청춘'이란시를 쓴 나이는 78세였다.늦었다고 할 때가 가장 빠를 때라는 삶의 교훈을 온 몸으로 보여준'청춘'의 주인공이다.당신의 도전과 열정의 에너지가 한해를 시작하는 새벽 메아리로 큰 울림으로 다가가길 기대하며마지막으로 샤뮤엘 울만의? 시 '청춘'을 다시 한번 생각한다. '영감이 끊기고 / 정신이 냉소의 눈에 덮이고 / 비탄의 얼음에 갇힐 때 / 그대는 스무 살이라도 늙은이가 되네 /그러나 머리를 높이 들고 희망의 물결을 붙잡는 한 / 그대는 여든 살이어도 늘 푸른 청춘이네I can do it, you can do it too./이명호(전주 명인치과 원장)이명호 원장 약력: 치의학 박사전북카네기 회장명인 임프란트 연구회 회장전주명인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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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1.1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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