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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전주시 문화재단에 거는 기대

결실과 풍요의 계절이다.이 가을, 각양각색의 문화축제가 전주에서 펼쳐진다. 세계소리축제,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광복60주년기념 베를린에서 DMZ 전, 문화의 달 행사 등 크고 작은 행사들이 풍성한 잔치를 벌인다. 가슴 설레고 반가운 일이다. 계절이 그렇고, 시절이 그렇고 모든 것이 넉넉해지는 가을날, 풍성한 문화적 혜택을 마음껏 누려 볼 일이다. 삶이 호흡이라면 문화는 공기와 같다는 말이 있다. 좋은 공기를 호흡해야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처럼 좋은 문화를 다양하게 접할 때 우리의 삶 또한 윤택하고 행복해 질 수 있으리라!전주시 문화재단의 청사진이 준비위원회 발족과 조례의 제정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문화의 도시를 지향하는 전주시 문화재단에 거는 기대는 적지 않다.거대한 문화 권력의 탄생이나 또 다른 통제의 수단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전문적이고 지속적인 문화정책개발과 보다 폭넓은 문화환경 조성을 위해서 문화재단의 필요성은 공감대를 형성해가는 것 같다. 문화재단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이 추진되어야겠지만 우선 문화재단이 해야 할 가장 절박한 사업은 각 단체와 문화예술인 더불어 시민 모두가 전주 문화의 흐름을 공유할 수 있는 일종의 터미널 역할이 아닐까 싶다.농도로서 마을 사람들 너나없이 농사를 짓고 살던 그때는 우물가 빨래터 수다가 소문의 진상지였다. 누가 그랬다 더라로 시작한 풍문은 어느새 사실이 되어 상종을 못할 사람이 되기도 하고 천하에 다시없을 몹쓸 인간이 되기도 하지만 농사철이 되면 너나없이 일을 해야 할 상황에 대놓고 사실 확인을 한다거나 조목조목 따져가며 소문의 진상을 밝힐 수도 없는 터, 카더라 통신은 어떤 사람이나 단체를 극한 상황으로 몰아내어 더 나은 미래를 다지는 고민은 저리가라, 불신을 조장하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이 지역 문화계의 상황도 예외는 아니다.문화재단이 투명하게 흐르는 강물처럼 그 안에 발 담그면 편안하게 서로를 믿을 수 있고 책임을 공유하며 앞으로의 지향 점을 서로 고민하는 공간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요즘처럼 의사소통이 편리한 세상, 언제까지 우물가 정담에 카더라 통신이 대책없이 불신의 벽을 세우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문화재단의 모든 의사결정 상황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것이다.회의록부터 의사결정에 참여한 위원, 예산의 흐름도 등, 과정에 동참하면 결과는 모두의 것이 된다.서로가 소통할 수 있는 홈페이지 운영만 잘해도 문화재단은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이라 확신한다.. 활발한 토론으로 의견의 다양성에 귀 기울이고 다수의 결정에 전폭적으로 함께하는 풍토를 만들어가는 것, 이것이 문화재단이 첫째로 해야 할 일이다.둘째로 문화의 영역을 보다 확대시키는 노력을 부탁한다.도로의 표지판에서 간판에서 다양한 건물들에서 곳곳의 일상 속에서 문화의 힘을 확인할 수 있도록 문화도시 전주를 가꿔나가는 일은 문화재단만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각 단체와 시설, 문화예술인들의 역량을 결집시켜 도시를 변화시키는 노력을 다할 때 훗날, 2005년 가을 전주는 그야말로 풍요로운 문화결실 하나를 거둔 것으로 기록될 것이다./김승민(사단법인 마당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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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9.20 23:02

[새벽메아리] 구동존이(求同存異) 추석 기대

이제 가을인가보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분다. 내가 사는 산간 들녘에도 누른 빛이 가득해간다. 무심타, 지난 여름 집중폭우피해를 잊고 있었는데 몇일전 장수, 진안등지로 차를 타고가다보니 몇몇 마을 제방은 여전히 흙더미고, 논밭엔 모래자갈이 가득하다. 농산촌 소하천 주변 피해지역에 대한 복구 과정에서 가장 흔한 것이 시멘트나 시멘트블록을 주재료로 하는 직강화공사다. 집중호우의 피해를 막는 가장 효과적인 치수 수단으로 채택된 시멘트 + 직강화 공사는 박정희 시대이후 시작되어 현재까지 지속되는 트랜드이다. 그러나, 다른 면을 보자. 시멘트로 척척 발라 소하천 양쪽을 높다랗게 쌓고 물이 속도감있게 치고 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 놓으면 하천경관은 단순해지고, 물 자체의 자정작용은 둔화되고, 각종 동식물의 서식처기능을 잃어간다. 농산촌의 소하천이 도시의 하수구와 별 다를바 없이 되어간다. 사업의 옳고그름을 떠나 최근 다른 나라에서 이루어지는 하천의 생태적 재자연화 기법이나 청계천, 전주천이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직강화공사가 만능이 아니라는 소박한 지혜의 소산이 아닐까? 그런데, 최근 중앙부처인 여성부, 문화관광부, 행정자치부등이 주관하는 이주여성들에 대한 수많은 프로그램에서도 비슷한 느낌이 있다. 직강화프로젝트 냄새가 날 때가 있다는 거다. 이주여성들에게 한국문화와 한국말을 가르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주여성들이 본래 갖고있는 자그마하지만 소중한 문화적 자원들을 소홀히 하고 이루어져서야 되겠는가? 사실 그녀들은 이미 본국말을 충분히 익힌 성인이어서 한국말을 배워도 같은 연배의 한국사람만큼 잘하기는 힘들다. 교육해서 2등급, 3등급 한국인을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면 그녀들이 한국말과 한국문화에 익숙하지 않아도, 자기나라 본국말과 문화에는 매우 능숙하다는 사실을 소중하게 여기고 이를 교육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가끔 어떤 프로그램들은 고 까잇거, 한국사람 만들어불자고 하는 것 같아 걱정이다. 산촌 농촌의 소하천이 도시의 골목길 하수구와 별다를 바 없이 직강화되고 복개되어있다면 누가 산촌, 농촌을 정겹게 찾을까? 이주여성들은 한국사람과 똑같은 사람으로 대접하되 동시에 다른 언어와 문화에 능숙한 존재임을 인정할 때 앙상블한 국제가족이 탄생하는 것 아닐까? 하나되는 것을 추구하되 다른 것을 인정하면서 함께 나아가는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철학을 발휘해보자. 한가위 추석날이 아름다울 수 있도록 고향 소하천을 소하천답게 가꾸고, 이주여성들을 한국인인 동시에 본국문화를 품에 안고온 다른 나라 친선대사처럼 대하면 좋겠다. /조문익(인터넷대안신문 참소리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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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9.13 23:02

[새벽메아리] 더 이상 파헤치지 마라

지난 8월31일 법원집행관을 앞세운 포크레인과 대형트럭이 완주군 용진면 봉서골 서방산 자락 진입에 성공했다. 석산개발 업자는 집요했고 마을 사람들은 우직했다. 그러나 석산업자의 진입시도에 맞서 468일 동안 농성장을 지켜온 주민들의 굳센 의지도 경찰병력과 집달리의 공권력 앞에 무기력했다. 할머니들의 울부짖음과 고함은 땀에 절어 버텨온 삶의 고단함만큼이나 처연했다. 작전을 지시하는 무전기 소리가 뒤엉키면서 할머니들은 하나 둘씩 끌려나왔고, 나는 차마 고개를 들어 그들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복구는 선택?대부분의 채석장은 노천채석이고 복구가 불가능한 수직 절개로 개발한다. 허가관청에서는 계단식 개발을 유도하여 복구를 쉽게 한다고 하지만 한번 허가를 받으면 이런 약속은 잘 지켜지지 않는다. 채석 비용과 시간이 적게 들어 이윤을 남기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채석 허가 시 납부하는 복구 예치금도 복구를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실제로 복구가 가능하다고 하는 석산 개발지라 해도 예치금의 4~5배 정도는 들어가야 한다. 그나마 복원 공사를 한다는 곳도 복구를 핑계로 채석이나 토사를 채취해 물의를 빚고 있는 실정이다. 환경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분진, 소음, 진동, 수질 오염, 교통, 주변 생태계의 변화는 주민들의 쾌적한 환경과 건강을 위협하고 농작물 생육에 피해를 준다.주민들의 선택은 존중받아야 한다.이에 대한 최소한의 방지 대책이 환경영향평가 제도인데 상당수의 채석장은 한도 면적으로 채석허가를 받은 후 연장허가를 받는 식으로 환경영향평가를 피해가고 있다. 아예 유령회사를 만들어 인근에 신규 허가를 받기도 한다. 이처럼 석산개발은 투명하지 못한 행정과 성장만을 옹호하는 제도와 석산업자들의 탈법으로 인해 난개발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따라서 주민들의 저항은 님비가 아니라 정당한 권리 주장이자 지역공동체를 지키려는 주민운동이다. 사회적 약자일 수 있는 농민들에게 산업사회를 지탱하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문제를 전가시키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여러 방법의 채석을 하고 있다. 땅은 파고 들어가 내부를 채석하는 방법이 있으며, 일부지역을 채석하고 바로 옆 부분의 토양을 채석한 곳으로 옮기고 다시 채석한다. 이렇게 되면 주변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노천 채석의 경우 충분한 입지 선정과정을 통해 부지를 선정하고 채석 이후에는 철저한 복구를 통해 생태적으로 복원하거나 암벽 등반장, 조각 공원 등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조성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아니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할 일이다. 봉쇄를 뚫고 포크레인과 트럭이 들어가자 집달관이 상황 종료를 선언했다. 사무실로 쓰일 컨테이너가 자리를 잡자 경찰병력이 철수하고 개발업자도 하나둘씩 자리를 떴다. 망연자실, 울음을 터트리던 할머니들은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컵라면 하나로 저녁을 때우고 주섬주섬 다시 농성 채비를 시작하고 있었다. 푸르스름한 어둠이 내리고, 서방산이 세월의 무게에 활처럼 굽은 그녀들의 작은 어깨를 묵묵히 감싸고 있었다. /이정현(전북환경운동연합 정책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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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9.06 23:02

[새벽메아리] 습관에 대하여

처음 칼럼을 써 달라는 말을 듣고 세 번 사양 하였다내 주제에 언감생심 칼럼은 가당치 않다는 생각에서였다 적어도 이름 뒤에 가(家) 자라도 따라붙을 정도의 전문 지식이라도 있던 가, 온 세상에 명성이 자자한 덕망가라도 되어야지, 나 같은 사람이 글을 쓴다고 누가 쳐다보기나 하겠느냐 했다. 그랬는데도 꼭 그렇지 만도 않다는 것이다 독자층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라나...그건 그렇다 치고 왜 나한테 써 달랬을까 ? 내가 봉사하고 있는 YWCA는 고을 마다 다 있는데.. 사실 우리 남원은 춘향고을로 많이 알려져 있다. 반상(班常)의 신분차별이 엄격 했던 그 당시에 이몽룡과 성춘향의 사랑은 신분의 벽을 허물고자 하는 상민(常民)들의 갈망 이었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이 로마병정 이라는데 그 보다 더 강한 것이 조선시대 여성이라고 한단다. 여권(女權) 이라는 말을 쓰기조차 민망할 정도로 당시 여성들에게 무슨 권리라는 것이 조금이라도 있었던가. 춘향고을의 YWCA회장 필시 그 것이 나를 지목하게 했으려니 생각한다. 그러니 뛰어난(?) 애향가(愛鄕家)인 나로서는 일종의 사명감 같은 것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제갈량도 삼고초려 끝에 유비를 따라 나서지 않았는가. 세 번이나 사양 했으니 한 세 번 쯤 써 보기로 했다 잘 쓰고 못 쓰고는 나중 일이다 이 번이 그 세 번째다.관습(慣習)과 습관(習慣)은 글자를 앞뒤로 배열만 달리해서 관습은사회적 질서나 규칙,습관은버릇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것 같다.관습은 대법관 쯤 되신 분 들이 관심을 두실 터이니 습관 몇 가지를 보기로 하자차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할 때 쯤 이면 차가 서 기도 전에 일어나서 선반위의 짐을 챙기는 사람을 간혹 본다. 짐을 챙기는 사이 이미 통로에 사람이꽉 차 나올 수가 없게 되어 버리면, 의자에 다시 앉기도 뭣한지 엉거주춤 고개를 꺾고 통로를 노려보며 빠져 나올 기회를 보고 있는 모습이 우습다요즘은 도시 주변 천변이나 야산 같은 곳에 잘 단장된 산책길이 많이 나 있다. 길 한쪽 편에는 잔디밭도 있다. 그런데 그 잔디밭을 밟고 지나다녀 반질반질하게 나있는 또 다른 길을 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급한 일을 두고 와, 몇 걸음 발품을 아끼고자 저렇게 가로지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 습관 탓이리라. 아기 염소 버츨 삼아~ 하는 노래를 들은 적이 있다. 유명 성악가가 부른 가곡 중에저 푸른 물결 웨치는 ~구절도 있다. 노랫말은 분명 벗을 삼아 외치는일 것이다. 평소 발음 습관 탓일까 ?말 나온 김에 귀에 설었던 노랫말 몇 가지를 보자얼마 전에 지성파 가수로 알려진 여자가수가 부른 노래 중에 징기스칸,징기스칸, 내 맘 속에 연인 이었네하는 구절이 참 못 마땅했다자기의 정인(情人)을 부르는 듯 여자야, 여자야. 약해지면 안돼하는 구절 역시 귀에 거슬렸다. 요즘은 또 여자 가수가 부른 노래가오빠는 잘 있단다다. 이난영 여사가 홍도야 우지마라, 오빠가 있다했더라도 홍도야 우지 마라가 오늘 날까지 인기리에 애창될 수 있었을까 ?월남전이 한창일 때 남남쪽 섬에 나라.월남에 달밤 ~하는 노래가 유행했었다. 위도 상 우리보다 남쪽이니 남남쪽까지는 그렇다 치자. 하지만월남이 섬나라는 분명 아니다. 간밤에 울던 제비 날이 밝아 찾아보니하는 노래도 있다, 여태껏 밤에 우는 제비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다.이러다가 앞으로 노랫말 평론가자격으로 계속 칼럼을 쓰라 할 까 봐이 쯤 해둬야겠다.일전에 어느 식당에서 봤던 일이다. 손님 한 분이 종업원에게다마네기를 갖다 달라 하니 다마네기가 무엇 이냐했던 모양이다 정말로 뭔지 모르느냐 모른다하면서 실랑이를 벌리고 있었다.쯧쯧 ! 젊은이!, 내가 말실수를 했네, 양파 좀 갖다 주게나했더라면한결 여유로워 보일 텐데../계정희(남원 YWCA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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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8.30 23:02

[새벽메아리] 원형·토종 살아있는 전통문화도시

전통생활문화가 강물처럼 흐르는 전라북도에 살고 있음이 자랑스럽고 행복하다.한때는 산업화과정에서 소외되고, 발전의 논리에서도 제외되었던 전라북도는 상대적으로 문화생태계가 어느 지역보다 잘 보존되어 있다. 유형의 자산이 그렇고 무형의 가치가 또한 그렇다. 판소리, 전통음식, 한옥, 한지, 풍물, 유 무형문화재 등 전통 원형을 토대로 한 이지역의 자산이 낙후의 상징인양 주목받지 못하고 천대 받던 시절도 있었다.하지만 21세기 문화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전통과 원형, 토종은 소중한 자원이자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전주시의 전통문화중심도시추진, 무형문화재전당유치, 판소리의 세계문화유산지정, 등 전통의 원형을 브랜드로 한 이지역의 정체성 찾기는 이러한 맥락 속에 하나의 희망이다. 문화적 접근으로서 원형과 토종 그리고 전통생활문화를 화두로 하는 지역발전전략은 어느 정도 합의와 실천이 모색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전라북도는 전통적으로 농도이다. 농업이 존중받던 농자천하지대본의 시절에 전라북도는 온 국민의 곡식창고였다. 세계화와 글로벌경영을 기치로 내세운 21세기 지구촌은 문화적 장벽 뿐 아니라 농, 수, 축산물 등 모든 재화의 수입개방을 요구하고 있고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급속히 우리 삶 속에 파고들고 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식탁에 수입 농산물과 수산물, 축산물이 버젓이 올라있다. 문화적 다양성을 체감하고 성장해야 할 우리 자녀들이 인터넷과 TV 등 각종매체를 통해 세계화의 논리로 획일화된 문화에 빠져들고 가고 있듯이 일상생활의 식탁까지도 우리의 토종을 잃은 지 오래다. 전라북도는 우리의 토종과 원형, 그리고 전통을 지키고 보호해야하는 의무가 있다. 수입종자가 전국의 종묘상에 대규모로 유통되고 있고, 수산업과 축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가까운 나라 일본은 야트막한 뒷산과 나지막한 마을, 그 앞에 이어진 층층이 다랭이 등이고유한 문화를 상징한다며 세계문화유산에 등록시키고 그곳에서 생산되는 쌀은 단순한 먹거리나 농산물이 아니라 자국의 문화로서 보호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우리는 수천년 동안 이 땅에서 우리 민족과 함께 번창해온 우리 토종과 문화를 어떻게 계승발전 시키고 있는가.드넓은 평야를 끼고 온 국민을 먹여 살렸던 전라북도가 전통과 원형 토종을 지키고 발전시키고 유통하는 최후의 보루로 남아야 되는 이유는 너무도 분명하다.이는 지방자치단체의 노력만으로 불가능하다. 국가적 차원에서도 적극 추진되어야 하며어느 산업에도 뒤지지 않는 고부가가치를 창출 할 수 있는 가능성 이미 입증되고 있다. 수요가 늘어가고 있는 유기농 돼지고기의 경우 소고기 값을 넘어서고 있고, 정읍의 박문기 선생은 다마금이라는 토종 쌀 종자를 생산해 서울의 유명백화점에 고가에 납품하고 있다. 전라북도에서 생산, 유통되는 모든 농수축산물을 우리 토종으로 하고, 이와 관련한 연구기관, 행정기관, 관련기업 등을 유치해서 전통의 원형과 토종을 지키고 연구하고 발전시키는 특별구역으로 지정할 수는 없는 것일까? 누구나 와서 쉬고 싶고, 살고 싶고, 그곳에서 생산되는 모든 먹거리는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그런 전라북도를 만들어 보자는 이야기다.전통생활문화가 강물처럼 흐르는 전라북도가 전통과 원형, 토종을 화두로 21세기 발전전략을 세운다면 국가적 필요성에서도 그렇고, 친환경적 생태계 보존 차원에서도 탁월한 선택이 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문화적 다양성을 확보하고 전통생활문화를 면면히 이어갈 후손에게 무엇보다도 값진 유산을 물려줄 준비를 해야 할 때이다./김승민(사단법인 마당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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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8.23 23:02

[새벽메아리] '민주주의 무주' 는 불가능한가

무주기업도시를 비판하자 기업도시유치단에서 일하는 한분은 기업도시는 망해가는 무주를 새롭게 살릴 중대한 기획이라고 반론하셨다. 문제의식은 어느정도 이해한다. 그러나, 나는 그분에 대해 최근 활발해지는 기업도시반대운동에 주목해주시라고 권하고 싶다. 2003년에 부안방폐장 유치를 둘러싼 부안의 지역갈등양상을 돌이켜보라. 그때 갈등의 핵심은 민주주의의 문제였다. 당시 군수, 지사, 대통령이 보여준 태도는 주민존중과는 거리가 멀었다. 경찰병력의 투입과 폭력, 한수원의 돈살포 행위.... 처참한 비민주였다. 어디에 대화와 토론이 있었나? 양상은 약간 다르지만 무주기업도시를 유치하기 위해 자치단체 무주는 주민들의 토론과 합의를 통해 지역성장동력을 만들어 내는데 얼마나 노력했는지 묻고 싶은 게다. 최근 만난 사람중 하나는 기업도시를 유치할때는 만세했던 주민들이 기업도시의 실상을 듣고서는 고개 흔들며 반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는 기업도시가 갖고있는 좋은 점만 집중적으로, 그것도 정치적으로 홍보해온 결과라고 나는 확신한다. 기업도시가 갖는 장점만 부각시키지 않고 장점과 약점에 대해 토론하고 합의를 이루는 과정이 반드시 전제되어야한다. 민주주의없는 지역성장동력은 없다. 나는 기업도시가 살길이다고 주장하시는 분들에게 왜 기업도시법을 그렇게 형편없이 만들도록 내버려두었는지 묻고싶다. 적어도 기업도시를 유치하는 것을 염두에 둔 자치단체가 있었다면 기업에 대한 지나친 특혜, 특히 주민을 몰아낼 가능성이 농후한 토지에 대한 강제수용령은 막았어야할 것 아니었나? 그런데 이런 문제 많은 법안이 통과되고 나서도 기업도시를 하겠다니. 어딘지 20% 부족한 사고방식이다. 무주가 돈을 좀더 버는 것과 무주군민들이 잘살게 되는 것은 다르다. 기업도시의 지방세수 효과인 150억원을 안성면 1705명의 노인들에게 각각 해마다 880만원씩 의료비로 나누어주는 일을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경제력으로 세계 10위권에 육박하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전북도민들은 자꾸만 고향을 등진다. 정말 다른 지역과 다른 전북, 고르게 가난한 무주를 꿈꾸는 것은 불가능한가? 골프장, 카지노 만들게 해주고 받아내는 지방세수 150억원에 목매지 말고, 무형자산가치가 500억원이나 되는 반딧불이를 잘 살려 자연의 나라 무주를 제대로 만들고, 그 새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한 전략에 대해 주민들과 함께 토론하고 함께 결정해가는 민주주의 무주를 만들어가자고 말하고 싶다. /조문익(전북인터넷대안신문 참소리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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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8.16 23:02

[새벽메아리] 그 많던 빗물은 어디로

지난 3일, 밤새 내린 폭우로 온고을 전주는 순식간에 물바다가 되었다. 덕진동은 전주천의 역류로 인해, 어은골과 아중리에선 산사태로 인한 재산상의 손실과 안타까운 인명 피해도 있었다. 그나마 어은골 쌍다리 부근의 범람 위기를 민관의 신속한 대처로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64년만의 기록적인 폭우에 대한 시민들의 체감 수위는 대체적으로 시간당 46㎜의 장대비라거나, 일일 강수량 279㎜ 라는 수치보다는 불어난 전주천 물을 보면서 결정된다. 전주천은 시민의 강수계인 셈이다. 그날 아침, 금방이라도 제방을 넘을 것 같이 무섭게 흐르던 전주천 물이 비가 그치고 오후가 되자 별일 있었냐는 듯이 죄다 빠져나갔다. 싸전다리 아래에 어르신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했고 비상 대기하던 공무원들은 한숨을 돌렸다. 그렇다면 그 많던 빗물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하류의 피해를 키우는 도시하천전주천은 전형적인 도시하천이다. 도시하천은 개발로 인해 숲과 농경지가 사라지고 포장 면적이 증가하여 물을 담을 그릇이 줄어들고 빗물의 순환체제도 균형을 잃게 되어 평상시에는 바닥을 보이다가 비만 오면 깔때기 역할을 하는 배수구를 타고 순식간에 빗물이 불어난다.전주천 유역의 빗물은 곧게 펴진 제방을 따라 빠른 속도로 흐르면서 본류인 만경강의 수위를 높인다. 필자가 당일 만경강을 따라가 확인해본 결과, 봉동읍 제방 구간의 하천부지 경작지는 침수되지 않았으나 소양천이 합류하는 회포교 부근과 전주천이 합류하는 삼례 부근의 하천부지 경작지는 완전히 잠겨버렸다. 전주지역의 농경지 침수가 삼천과 만나는 합수 지점의 아래쪽에 집중되어 있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자연에 순응하는 치수정책으로 전환해야...그럼에도 일부 시민들은 전주천 범람 위기에 대한 해법으로 바닥 준설과 신속한 배수를 위해 물길에 방해되는 식생을 제거하고 제방은 돌붙임이나 콘크리트 블록을 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하천 정비는 전주 도심의 제방 범람은 막을 수 있을지 모르나 애써 복원한 전주천의 생태계를 훼손하고 본류나 하류 지역에 더 큰 피해를 불러올 뿐이다.따라서 행정은 양수 펌프, 배수구 정비, 불필요한 공작물 철거 등의 단기적인 홍수 방지대책 마련과 함께 상류, 중류, 하류 유역 전체를 통합적으로 고려한 장기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제방 축조에만 매달리지 말고 저류지, 습지, 농경지, 홍수터 등의 조성과 관리를 통해 하천의 본래 모습을 복원하고, 자연에 순응하는 치수정책으로 전환이 필요하다.2002년과 2003년 한반도를 강타했던 태풍 루사와 매미의 피해 복구비가 16조원, 이번 폭우로 지역의 손실이 2천4백억을 넘었다고 한다. 엄청난 재정과 사회적 비용을 들인 수해복구 사업이 오히려 수해를 부르지는 않았는지 다시 한번 꼼꼼하게 점검해봐야 할 때이다. /이정현(전북환경운동연합 정책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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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8.09 23:02

[새벽메아리] 지도자의 고충

요즘 모 방송에서 충무공 이순신 장군님의 일대기를 의욕적으로 방영하고 있는데, 우리의 역사극이 대개는 밝고 명랑한 부분보다는 핍박당하고 고통 받는 것 아니면 서로 다투고 싸우는 어두운 면이 많아 자주 보는 편이 아니지만 충무공의 일대기만은 어릴 적부터 하도 많이 우리 역사상 가장 훌륭하신 위인이시다는 말을 들어와 내 머릿속에 깊숙이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한 가지가 더 있다.고교 때 존경스런 역사 선생님 한 분이 계셨는데 그 선생님 말씀인즉 충무공께서는 단순하게 전사하신 것이 아니라 그 싸움에서 돌아가시려결심하시고 스스로 적탄을 맞았다고 보는 역사 학자도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에는 목숨까지 바칠 각오를 하신 분이 저토록 나라와 백성의 안위를 걱정하실까 생각하니 안쓰러운 생각마져 든다.전황이 급박하던 상황에서도 충무공의 전공을 시샘하는 측에서는 헤어나지 못할 누명을 씌워 갖은 고초를 다 겪게 했지 않았는가.하물며 전쟁이 끝나고 나면 오죽 하겠는가. 그 분은 그 것을 간파하셨던 것이리라. 그래서 일부러 갑옷도 벗은 채 뱃머리에 나와 지휘하시다가 적탄을 맞으셨다는 것 이란다.사실이야 어떻든 나 역시 그 말씀을 듣고부터 그렇게 믿고 있다.그래서 더더욱 존경스럽다. 우리나라 지도자 분들이 그런 어른의 반 만큼 만이라도 해 주셨더라면 지그쯤 우리 대통령 께서는 G7정상회의에 당당하게 참석하실 터인데 하는 생각도 해본다.규모나 특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도자의 자리가 쉬운 것 만은 아니라고 본다. 내가 봉사하고 있는 YWCA만 해도 순수한 사회봉사단체이지만 회장이라 불리고 부터는 처신이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본래 회장이라는 자리는 정신적으로는 지주요 물질적으로는 봉이어야 한다는데 두 가지 중 하나도 제대로 못 갖춘 나로서는 힘 들 수 밖에. 그래서 애꿎게 내 주위의 가까운 분 들께 피해를 드리고 있어 항상 송구하다. 생활비를 축내면서 밖으로 쏘다니는 나를 묵묵히 지켜보며 무언으로 격려해 주는 가족들 한테도 항상 미안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어려울 때면 가서 손을 벌려 도움을 받는 고향 선후배님들께는 주님이 열배 백배로 채워주시라고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드리는 길 밖에 뾰족한 수가 없어 안타깝다.그대신 나 나름대로 열심히 해보려 노력은 해본다.유치부 어린이들을 상대할 때는 동심으로 돌아간 철부지가 되고 시골 할머님들을 모실라치면 인터넷도 열어 보고 고금소총도 뒤적여본다. 그래서 소녀처럼 좋아 하시는 할머님들을 보면서 나도 덩달아 기쁘고 행복해진다.얼마전에, 오랫동안 교육계에 몸 담으셨다가 지금은 고향 시골에 들어가셔서 채전을 가꾸시며 지내시다 고향사람들의 모임이 있을 때는 오시어 당신의 손주 뻘 밖에 안 되는 우리들과 격의없이 소주잔을 건내시며 형님, 오빠로 부르라고 하시는 분이신데 초등학교 다니는 손녀 한테 우셨다며 내 휴대전화에 문자메시지를 보내와 한 바탕 웃은 적이 있었다. 장마철 지혜롭게 넘기는 법 - 실실 웃자였다.이제 장마도가고 본격적인 더위와 휴가철이 시작될 모양이다.장마철 못지 않게 넘기는데 지혜로워야 할 것이라 생각된다.혹 모르겠다 또 그 선배님이 이 글을 보시고 휴대전화에 문자메시지라도 주실른지./계정희(남원 YWCA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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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8.02 23:02

[새벽메아리] 문화역량, 기회의 배분으로부터

지난 몇 년 사이 이지역의 문화환경이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문화시설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고, 문화단체들의 활동도 주목할 만큼 활발해 지고 있다.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쌓아온 내공과 많은 활동가들의 노력의 결과이며, 지역의 미래를 그리는 청사진에 문화적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아닐 수 없다.지역에서 진행되는 축제, 행사, 평가 등에는 많은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해 성공적인 개최와 진행을 위해 그들의 역량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소위 이 지역 문화 판에는 탤런트성 전문가?들이 간간히 눈에 띈다.축제, 행사, 평가, 연구, 등 모든 방면에 전문가임을 자처하며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그들을 보면 참 용감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이다. 이들의 특징은 얼굴 들이밀고 참여할 때까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일단 참여 하고나서 진행과 결과에는 무책임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능력과 전문성에 비해 너무나 많은 일에 종사? 하다보니 시간과 여력의 한계에 부딪히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 아닌가. 몇 년 전 필자가 속해있는 단체에서 연구용역을 진행할 때 지금은 모 대학의 총장으로 계시는 분과 함께 한 적이 있다. 어느 자리에선가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요즘 들어 절실하게 다가온다. 어느 단체나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은 직책을 그만두거나 그 일이 마쳐질 때까지는 한 눈 팔면 안돼요! 그건 도덕적 책임을 넘어 직무유기입니다. 청렴과 책임경영을 소신으로 하시는 선생님의 일갈이다. 뭐 이렇게 까지는 못하더라도 문어발식 관심과 참견으로 이 일 저 일에 끼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것 같은 모양새는 좋아 보이지 않는다. 지역문화계에 끼치는 해악이 그러하고, 불성실한 진행으로 부실한 결과를 초래하는 사업이 그러하고, 개인에게도 득보다는 실이 많은 상황이 그러하다. 꼭 필요한 곳에, 필요한 사람이, 필요한 만큼, 전문성을 발휘하는 것이 그만큼 절실하다는 얘기다.일을 하다보면 본의 아니게 다양한 사업에 추천을 받거나 참여권유를 받기도 할 것이다그럴 때 나보다는 주변의 누구를 혹은 후배를 추천하여 기회를 골고루 나눠가지는 배려는 기대하기 힘든 것일까?문화전문가들은 사실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성장하고 성숙 한다그러한 경험을 몇몇이서 독점하면 다양한 사람들이 제 나름의 문화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는 그만큼 줄어들기 마련이다.성하의 계절이다. 뜨겁게 달구어진 여름이 지나고 나면 전주는 다시 한번 각종 문화행사로 행복한 나날이 이어질게다. 올해는 특히 전주시 문화의 달 행사가 더해져 10월이면 전주는 한바탕 문화의 향연이 펼쳐진다. 이번만큼은 신선하고 새로운 인물들이 문화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반이 된 행사로 기록되길 소망한다.◇김승민실장은 원광대를 종압한 뒤 백년프로덕션 제작담당 PD, 사단법인 전북전통문화연구소 기획실장을 역임했다./김승민(사단법인 마당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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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7.26 23:02

[새벽메아리] 무주 기업도시가 줄 수 있는 것

무주가 기업도시로 선정되었다고 좋아들하는 것을 보면 참 우리 전북이 못살고 힘들기는 하구나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기업도시가 무엇이던가? 사전적인 정의를 보면 국가 아닌 민간기업이 직접 개발주체가 되어 기업 활동, 즉 이윤추구를 위한 경제 활동을 효율적으로 영위하기 위해 개발하는 도시이다. 이번에 관광레저형기업도시로 선정된 무주는 말 그대로 관광레저산업 중심의 주택, 교육 및 의료시설, 각종 생활편의시설 등을 고루 갖춘 자급자족형 복합 기능도시가 될 것이고 1조8,312억원의 생산유발효과, 5,921억원의 부가가치 창출효과, 2만2,220명의 고용창출효과까지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한다. 건설과정에서 821억원의 지방세가 늘고 조성이후에는 연간 154억원이 지방세창출효과도 얘기된다. 그림 참 좋다. 사실, 우리 고장처럼 잘 못사는 곳에서 개발, 효율, 경제등등의 용어는 얼마나 우리를 설레게 하는가? 그러나, 내용을 면밀히 들여다보자. 기업도시는 경기부양을 위해 만들어진 정책으로 그동안 국가가 독점하던 각종 개발사업의 권한과 책임을 민간기업에게 모두 넘긴뒤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기업에게 특혜를 주는 것에 지나지 않을수도 있다. 세금, 환경, 교육, 노동등 기존 관계법의 적용을 모조리 배제하는 파격적 특혜를 말이다. 세금 막 깎아주고, 심지어 토지수용권까지 주어지는 기업도시에 대해 걱정하는 것은 기우일까? 게다가 영리를 위한 학교와 병원의 설립도 가능해지니 사회적공공성이 실종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대한건설이 투자계획을 밝힌 기업도시 무주에는 개발면적 248만평중 1/3가량인 74만6천평에 54홀짜리 골프장과 콘도 등이 들어온단다. 한번 생각해보자. 개발과정에서 무주주민들은 토지를 강제로 기업에게 수용당할 수도 있다. 실제로 건설과정에서 지역중소기업들은 참여가 쉽지 않다. 웰빙웰빙하지만 관광레저산업 자체가 경기변동이 심한 것이니 기업활동과 노동의 불안정성은 대단할 것이다. 기업도시가 장미빛 환상이 아니라 실제로 잘 나가는 경우에도 무주에 만들어진 레저시설은 누가 자주 출입하게 되는 것인가? 특히, 영리목적으로 교육기관이나 의료기관을 만들면 그 교육기관이나 의료기관은 무주군민이나 전북도민중 몇명이나 이용할 수 있을까? 단적으로 말해 기업도시프로젝트로 만들어진 시설을 이용하는 여유로운 사람들과 빡빡하게 살아가는 주민사이의 이질감과 갈등은 필연적이다. 나라가 이미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지위가 10위권에 육박해있다. 그러나, 위기는 뜻밖에 다른데서 올수도 있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사회적불평등이고 그에 기인한 불안정이다. 빈자와 부자간의 격차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총인구의 1%가 전체 사유지의 52%를 차지하는 토지소유독점을 보라. 토지공개념이 완전히 허물어진 상황에서 추진되는 기업도시는 이러한 독점과 불균형을 심화시킨다. 이미 행정중심 복합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등등의 이름으로 전국 곳곳에서 땅값이 오르고 있다. 무주군 땅값도 올들어 5월까지 3.37%나 올랐다. 작년 한해 땅값 상승률의 두배가 넘는다. 이런 땅값상승은 우리 무주군민들의 삶의 질과는 거의 무관하게 진행된다 낙후전북을 좀더 좋은 지역으로 바꾸자는 열망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그러기 위해서는 더 차분해져야한다. 동부산악권인 무주, 진안, 장수, 남원등에 대한 종합적 발전전략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한다. 지역주민들이 고르게 행복하기위해 지역주민들의 지혜를 모아가는 아래로부터의 성장동력을 고민해야한다. 중앙정부 정책에 기대어 따먹기식으로 사업을 만들어가는 것을 넘어서자. 이제 기업도시만 유치하면 된다고 말하는 유치한 리더쉽을 넘어서야 하지않겠는가? /조문익(전북인터넷대안신문 참소리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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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7.19 23:02

[새벽메아리] 전주에 온 중매쟁이

감언이설로 신랑신부를 부추켜 사회적 지탄을 받아왔던 마담뚜가 개과천선 했다며 선물보따리와 함께 자신이 성혼하려는 상대를 차분하게 설명했다.3천억 정도를 지참금으로 가져올 수 있고, 해마다 85억 정도를 줄 수 있고 여차하면 이사도 오겠다는 설명회 자리엔 정작 결혼하고 싶은 예비 신부들은 보이지 않고 잔치 상과 예단에만 눈이 먼 혼주들이 동원한 사람들로 가득차있었다. 한편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도 있었다. 이들은 건강하게 잘생기고 돈도 많다는 중매쟁이의 말과는 달리 알고 보니 반편이라거나 이중적인 성격이라거나 책임감이 없어서 정략결혼이 끝나면 본색을 드러내 약속은 공수표가 될거라며 항의 하다가 결국 겨나고 말았다. 지난 7월9일 핵폐기장 유치 정부 합동 설명회가 전북도청에서 있었다. 핵폐기장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막기 위한 물샐틈없는 삼엄한 철통 경비를 벌인 탓에 설명회장은 공론화나 민주적인 토론과 의견 개진과는 거리가 먼 반쪽자리 설명회로 전락해 버렸다.부안배제론 성토와 활동비를 지원해달라는 찬성 측 주민들만의 설명회를 지켜보면서 18년 동안 실패를 거듭하다 새롭게 준비한 이번 맞선의 종착역도 결국은 파혼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과거와 달리 최근 군산, 영덕, 경주, 포항 등에서 핵폐기장 유치 경쟁이 치열한 것은 3천억원의 지역지원금에 대한 기대가 높아서이다. 정부의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고준위와 중저준위 핵폐기장의 분리, 주민투표를 통한 민주적 절차를 강조하는 등 일면 진일보한 듯 보여진다. 그러나 3천억 지역지원금으로 유치 경쟁을 유도하고 정작 중요한 부지선정위원회의 구성은 편파적 이었으며 , 핵폐기물 문제를 불러온 핵발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외면하고 있다.이날 산자부 추진단 조석 단장은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3군데 이상 지역이 유치 신청을 해야 주민투표가 가능하다며 지역간 경쟁을 통한 주민수용성을 강조했는데 최근 핵폐기장 유치 찬반이 치열한 군산, 영덕, 경주, 포항의 구도를 계속해서 유지하면서 가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지역간 유치경쟁을 통한 부지 선정은 주민수용성만 강조하다보니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지질조사는 소홀히 할 수밖에 없어 형식적인 지질조사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고준위에 비해 위험도가 낮다고는 하지만 조석 단장도 인정한 것처럼 중저준위 핵폐기장 역시 최소 300년 이상 방사능이 누출되지 않도록 충분한 기술적 검토와 지질학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는 터를 선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연후에 주민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합리적인 보상과 주민 설득을 통한 유치 절차를 밟아야 한다. 주민수용성 만으로 안전성 문제에 대한 신뢰를 얻을 수 없으며 심각한 지역간 갈등과 행정력 낭비를 가져오면서 이래저래 국론과 민심만 분열될 뿐이다.따라서 정부가 제대로 된 중매를 하려면 핵폐기물 포화설이나 핵발전 확대 계획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고 자유로운 토론과 의사소통을 바탕으로 국민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을 우선 시행해야 한다. 중매장이가 지켜야할 가장 중요한 원칙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이정현(전북환경운동연합 정책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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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7.12 23:02

[새벽메아리] 마음의 여유

며칠 전에 일이 있어 전주에 갔다가 택시를 탄 적이 있었다.느긋한 마음으로 뒷좌석에 앉아 차창 밖 풍경에 빠져 있는데 경적 소리가 요란하기에 앞을 보니 내가 탄 택시에서 앞 차를 겨냥해 내는 소리였다. 아마도 요 부근 어디 골목으로 들어가기 위해 방향 전환을 하고 싶은데 그 골목을 찾지 못해 두리번거리고 있는 것 같았다.그러고 나서도 얼마 동안을 앞서 가던 그 차가 마침내 갈 길을 정했는지 방향을 틀어 들어가는걸 보고 뒤따라가면서 계속 투덜댄다 결국 이 길을 갈려면서 그 지랄을 했다고..기사님 설명에 따르면 이 길이 강변로라는 도로인데 교량부근은 모두 밑으로 언더패스를 만들어 놓아 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신호등이 잘 못되었다는 것이다.너댓군데나 되는 언더패스의 직진신호가 녹색등이 있는가 하면, 좌회전이나 우회전표시등으로 직진을 하도록 되어 있다는 것이다. 얼마전에 어떤 기관에서 내건 교통사망사고 반으로 줄입시다라는 슬로건을 본 적이 있다. 참으로 좋은 말이다. 무엇보다 귀중한 것이 생명이니까.그런데, 사망사고를 반으로 줄이는데 나는 어찌 해야 되지? 막연했다. 교통질서를 제대로 지키면 되겠지, 과속 안하고, 신호 제대로 지키고, 방어운전하고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한다면 사망사고가 반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 교통사고가 아예 보기 힘들어 질 것이다.아니라 교통사고가 아예 보기 힘들어 질 것이다.그래서 나는 그때 이런 생각을 했다. 저 슬로건이 경음기소리 반으로 줄입시다 했다면 쉽게 행동으로 옮길 수 있겠는데 하고 상대방 입장에 서서 내 행동을 결정한다는 것이 말은 쉬울지 몰라도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내 경우를 봐도 그렇다.그러나 조금 아주 조금씩이라도 상대방을 배려하려는 분위기가 사회생활 곳곳으로 퍼져나갈때 진정한 복지사회로 가고 있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목적지에 닿아 차에서 내리면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아저씨, 거스름돈은 그냥 두시고요. 이다음에 혹 제 차 뒤에서 신호대기 하시다가 제가 조금 늦게 출발하드래도 경음기는 3초만 기다렸다 울려주세요. 저는 경음소리에 깜짝깜짝 놀래거든요."/계정희(남원 YMCA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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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7.05 23:02

[새벽메아리] 신입사원과의 만남

회사 직원이 두 명이나 함께 그만두어서 새로 직원을 뽑기로 했는데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게 되었다. 두 사람의 직원이 갑자기 회사를 그만 둔데 대한 나름의 교훈과 반성 때문이다.노동부 워크넷에 등록을 했더니 며칠 새에 서른 명 넘게 서류가 들어왔다. 여느 때처럼 이번에도 나이와 성별, 학력과 결혼여부를 따지지 않는 것이었지만 한명 외에 전부 대졸이었고 한명 외에 모두 20대였다. 젊은 구직자가 너무 많다는 사실이 직접 확인되니 숙연 해 지리만큼 가슴 한 켠이 아려왔다. 혹여 실망과 상처를 주지는 않을까 한 사람 한사람을 대하는 게 조심스러워 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서류 하나하나를 검토하다보니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이력서와 자기 소개서만 요청 했는데 주민등록등본에서부터 졸업증명서, 자격증 사본까지 낸 사람들이 있었다. 서류 심사를 거쳐 면접 볼 사람을 정해야 하는데 서류의 양도 양이지만 서류로만 면접대상자를 선택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누리터(인터넷)로 접수를 하다 보니 모범답안처럼 천편일률적인 자기소개서가 대부분이었다. 서류만 가지고는 이른바 변별력이 크지 않았다. 여기저기 전자우편으로 이력서를 뿌리다시피 하는 구직자들은 연락을 해 보면 자기가 이력서를 냈는지도 잘 기억을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당연히 면접 대상에서 빼 놓게 되었다. 전자우편 주소 없이 직접 제출된 이력서가 세 개였다. 손전화로 문자를 보내서 (주)전주라인이라고 밝히고 전자우편 주소를 요청했다. 거두절미하고 전자우편주소만 달랑 보내 온 사람이 둘이었다. 이력서의 손전화 번호를 대조해 가며 누구의 주소인지를 확인해야 했다. 아무개입니다. 전자우편 주소는 ****입니다라고 문자를 보내 온 사람은 면접을 보기로 했다.서른 명이 넘는 모든 응시자에게 전자편지를 보내서 접수가 잘 되었다고 알리고 최종선발과정을 안내하였다. 이런 안내편지는 처음이라며 두 사람이 친절과 정성에 감사하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면접에 포함시켰다.한 시간 간격으로 하루 종일 일곱 사람이 면접을 보게 되었는데 오후 2시 면접자가 20분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필요한 업무분야에 가장 적합한 경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기대를 했던 사람이 안 와서 전화를 해 봤다. 바빠서 못 간다는 답변이었다. 이틀 전에 직접 전화로 약속을 한 것인데 이렇게 되었다. 이 사람과 일을 하게 되지 않은 것이 정말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한 사람만 뽑아야 하는 현실이 원망스럽고 응시자들에게 죄송했다. 모든 응시자들에게 일일이 전자우편을 보냈다. 한 사람 빼고 같은 내용으로 보냈다. 다음 인연을 기약하자며 취업성취를 빌었다. 첫 출근한 신입사원은 정말 인사를 잘했다. 면접 때 불쑥 좌우명이 뭐냐는 질문을 했더니 잠시 머뭇거린 뒤 인사 잘하는 것이라고 답변을 해서 채용을 굳혔던 사람이었다. 더불어 함께 나누는 미덕과 겸양을 최고의 선발기준으로 삼고 그 다음을 업무능력과 경력, 발표력으로 정한 결과였다./전희식(농부전주라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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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6.28 23:02

[새벽메아리] 개혁, 멈춰 설 수 없다

한국 정치사에 개혁이 성공한 적이 없을 정도로, 개혁은 멈추고 실패를 거듭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그러면서 상당수 많은 국민들은, 잘먹고 잘살면 되지 무슨 얼어죽을 개혁이냐고 경기 우선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여기서 분명 밝혀둘 것은 개혁이 국민을 못살게 하는 게 아니라 더욱 잘살고 발전되는 국가 지향을 말한다.다만 반 통일, 반민족, 그리고 정경 유착 등 진보적 장애물을 없애야되고 국가 정통을 세워야 하는 과제이다.군사 독재를 청산하고 민주정부 수립은 왕조시대를 넘어 김영삼 문민의 정부부터 김대중 노무현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고 있다.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 동지들과 함께 대한민국 만세를 부르며 밤을 샌 환희와 감격의 순간을 잊지 못한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은 평민의 세상 민중의 세상이 더욱 다가왔다는 역사의 진일보를 몸소 체험하였다.특히 남북 관계의 진전과 재벌개혁, 사회 전반적인 개혁지향은 반만년 역사에서 하늘이 준 기회로, 여기서 개혁을 멈춘다면 역사 속에 반역자로 찍힐 것이다.실용주의냐, 개혁노선이냐 식의 이분법적 분열 조장은 국민을 우롱하는 한심한 작태로서 비판받아 마땅하다.개혁을 통한 실용주의를 지향하며 경제 개혁 속에 경기가 살아나는, 국민전체를 위한 사회 전반적인 개혁은 중단 없이 지속되어야 한다.이번 주 토요일, 개혁을 지지하는 김근태 친구들이 모인다.여당의 어정쩡한 개혁노선을 반대하고 적극적인 참여에 불을 지피고 야당의 참여를 촉구하며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개혁을 논의 할 것이다.노사모 이후 변화와 개혁을 희망하는 전국적인 모임이 바로 김친들이다.우리는 민주주의 발전과 경제발전을 동일시하고 국민과 함께 하는 개혁을 추진하면서 역사와 잇는 통일한국의 미래를 개척할 것이다.갑오 년 동학농민혁명을 계승하며 3.1자주독립운동과 4.19민주혁명, 그리고 5.18민중항쟁, 6.15남북공동선언 등 민주정부의 전통과 개혁의 완수를 위해 투쟁할 것이다.일부 인사들의 경제를 내세워 개혁을 방해하는 모순을 바라보고만 있지 안을 것이다.개혁이 잘돼야 경제도 잘되고 자유와 평등의 균형 속에 자주국가의 틀이 마련될 것이다.그래서 결국은 평화통일을 맞이하여 위대한 한민족 건설의 꿈을 실현할 것이다.시성인 타고르의 말처럼 " 동방의 불빛 다시 켜지는 날" 세게 속에 한국은 우뚝 설 것이다.개혁 멈춰 설 수 없습니다.우리 힘을 합쳐 반만년의 개혁을 성공시킵시다./이윤영(전 정치개혁 전북시민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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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6.21 23:02

[새벽메아리] 경관의 권리

2002년 12월 18일, 일본 도쿄도(東京都)내 기초자치단체 중의 하나인 쿠니타치(?立)시에서는 일본 전역은 물론 국내에서까지 화제를 불러일으킨 재판이 하나있었다.『쿠니타치(國立)시의 대학로(大學通り)사건』으로 불리는 이 재판은 대학로에 면하여 지어진 높이 43m의 맨션에 대해 지역주민 50명이 제기한 소송으로, 도쿄고등재판부는 맨션이 경관을 저해한다는 주민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높이 20m이상의 부분에 대한 철거명령과 철거 때까지 1개월에 1만엔씩을 지불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이 판결은 경관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에 대한 권리를 인정한 상징적인 의미와 경관관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심어준 획기적인 사건이 되었다.이 사건을 계기로 일본 정부에서는 국가차원에서의 경관정책의 필요성을 인정했고, 지난해 6월 경관법을 제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금년 3월, 국내에서도 건설교통부가 경관법(가칭)을 제정하고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경관에 대한 권리 보호는 현대 사회의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경관법 제정을 두고 환경단체와 개발업자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보존과 개발이라는 대립구도가 형성되고 있으며, 또 다시 일본의 법제를 무작정 따라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파괴되어가는 현대도시의 경관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이 내려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경관정책에 있어서 일본이 국내보다 앞섰다는 점을 인정하고 배우지 않을 수 없다.일본에서 경관관련법제가 제정된 것은 1968년부터이다. 시작은 전통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점점 역사경관의 보존에서 도시경관의 관리로 영역이 확대되면서 현재는 약 500여개의 지자체에서 도시경관관리를 위한 자치조례를 제정하고 경관정비와 보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제정된 일본의 경관법은 새로운 법제라기보다는 이러한 지자체의 경관정책을 정부차원에서 지원하기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라 할 수 있다.하지만, 국내에는 안타깝게도 내세울만한 관련 법제나 정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몇 몇 지자체에 관련조례가 있긴 하지만 자연경관이나 역사경관의 보존에 한정된 것들이어서 도시전체의 경관을 관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때문에 같은 도시공간 속에서도 한 지역에서는 역사경관을 보존해야 한다, 자연경관을 보호해야 한다며 경관보호를 주장하고 있는데 인근 지역에서는 거리낌없이 고층건물들이 올라가고 있는 아이러니한 광경들이 펼쳐지고 있다.우리 도시 역시 예외는 아니다. 우리 도시에는 환경부로부터 국내 제일의 생태하천으로 인정받은 전주천이 흐르고 있고, 어느 도시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도시한옥의 아름다운 전통경관을 갖고 있으며,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야경을 갖췄다는 월드컵경기장도 있다. 뿐만 아니라, 수려한 자연경관을 갖춘 도시공원들이 시가지를 둘러싸고 있어 어느 도시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경관도시로서의 충분한 자격과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우후죽순처럼 올라와 있는 나홀로아파트나 경쟁하듯 하루하루 높아가는 아파트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우리도시의 경관이 아름답다고 당당하게 말할 자신이 없다.물론, 오늘날 우리가 갖게 된 이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전통경관 역시 저절로 얻어진 것이 아니다. 부단한 노력의 결실이었다. 하지만, 애써 일궈낸 결실들이 제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도시전반에 대한 균형적인 경관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들 경관관리라 하면 개발억제나 보존, 저층화 와 같은 단어들을 떠올린다. 그러나, 경관관리는 지역의 성장을 촉진시키고 고층화하여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조율하는 정책이기도 하다. 이는 경관관리가 단순한 보존이나 개발억제의 차원을 넘어 도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균형있게 성장시켜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드는데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국내의 경관법 제정은 전문가들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어 머지않아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관법이 마련되고 관련정책이 전개된다 하더라도 시민들 스스로가 자신의 도시에 대한 자부심과 주인의식을 갖고, 쿠니타치의 시민들처럼 경관에 대한 권리를 스스로 찾으려 하지 않는다면 매력적인 도시경관 형성은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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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6.14 23:02

[새벽메아리] 과대 포장과 표사유감

상품의 과대 포장이 항상 말썽이다. 상품의 양보다 포장지의 양이 몇 배에 이른다. 자원의 낭비와 엄청난 양의 쓰레기도 문제지만, 비본질적인 요소들로 본질적인 허술함을 호도하려는 의도로 보여 씁쓸하다. 상품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고가품일수록 과대포장의 정도가 심하다고 보면 틀림없다.며칠 전에는 아파트 입구마다 어느 정치인의 의정보고서라는 것이 수북이 쌓여 사람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보고서라는 표제에 관심이 있어서 내용을 살펴봤다. A4 규격에 용지는 최고급 광택 아트지요, 색도는 올 컬러로 8장 16쪽에 이르는 화려한 보고서였다. 그득하게 싸인 소위 보고서라는 것이 며칠이 지나도 그 양이 별로 줄어들지 않더니, 어느 날인가 말끔히 치워졌다. 아마 청소하는 분의 수고가 있었을 것이다.아무리 이미지 시대요 영상시대라고는 하지만, 그 좋은 지질에 막대한 인쇄비를 들여 제작한 의정보고서라면 제목에 걸맞은 내용이 담겨 있어야 할 터인데도 선전문구식 제목과 화려한 전면 컬러사진만 눈에 들어왔다. 보고서라면 무슨 활동을, 어떻게 해서, 어떤 성과를 거두었으며, 아직 미진한 부분과 앞으로의 계획 정도는 담겨야 하지 않겠는가? 선량의 서비스 정신을 논하자는 것이 아니다. 굳이 홍보하고자 한다면 균형 있는 편집으로 형식과 실질을 함께 담을 수도 있으련만, 볼 테면 보고 말테면 말라는 식의 보고는 아니함만 못하지 않은가. 상품을 과대포장해서 쓰레기를 양산하는 상인의 행태보다 조금도 낫지 않은 정치인의 의식과 행태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저서의 앞뒤 표지나, 표지의 날개(표지가 안으로 접혀진 부분) 등에 담은 말을 표사(表辭)라고 한다. 국어사전에 오른 표제어가 아닌 것으로 보아 그리 오래 전부터 쓰인 말은 아닌 양 싶다. 이 표사에는 저자가 책에 담은 내용 중에서 독자의 독서 욕구를 자극할 만한 구절이나, 내용의 일부를 발췌하여 싣는 것이 통례였다. 아니면 책에 함께 담긴 평설이나 발문 중에서 일부분을 담아내기도 한다.그러던 표사가 근래에는 저자의 저서 내용이나 평설이나 발문과는 상관없는 글들이 실리는 경우가 흔하다. 그것도 사계의 권위자나 소위 언론에 이름이 잘 팔린 사람들의 이름 석자와 함께 촌평이 실린다. 그 촌평이 어느 지면에 어떤 내용으로 담겨 있었는가를 알려주는 정보는 없다. 이 저자에 대하여 (유명인이) 이렇게 한 마디 했다는 것이 목적인 듯이 보인다. 그러다 보니 표사의 내용은 당연히 찬사 일변도일 것은 뻔하다.그런 표사가 상업 목적이나 정치인이 노리는 과대선전의 한 방법이라면 그래도 이해할 수 있다. 이런 행위들이 시인-작가들의 저서에 버젓이 실리는 것을 보는 것이 유쾌한 일만은 아니다. 소위 정신력의 무게에서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자존의 힘으로 지탱해야 할 시인-작가들이 유명 인사의 홍보성 몇 마디로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이룬 정신력의 무게를 대변하려는 과대포장으로 보이기 때문이다.과대포장은 상품이나 정치인의 문제만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허영의식이 만연하여 자원의 낭비와 쓰레기 양산이라는 무거운 짐에 우리 스스로 질식하지 않을까 매우 염려스럽다./이동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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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6.07 23:02

[새벽메아리] 고추밭에서 자라는 과학

환자의 몸에서 떼어낸 세포로 줄기세포를 만들었다는 황우석교수팀의 연구결과가 내 머릿속을 어수선하게 했다. 새벽 일찍부터 고추밭에 풀을 베 깔면서 내내 그 생각만 했다. 과연 이 연구 성과는 증기기관이나 방직기, 또는 종이의 발명만큼 획기적인 것일까? 비닐을 전혀 사용 안 하는 생태자연농법을 12년째 하고 있는 나는 풀을 키운다. 풀을 제거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함께 어우러지는 동반자로 보기 때문이다. 잡초는 토양에 산소공급을 할뿐더러 보습효과도 있다. 익충을 보호하여 해충방제에도 한 몫을 한다. 풀을 베어 덮으면 밭의 잡초는 더 못 자라게 되고 도리어 2모작 때 좋은 거름이 된다.제초제를 뿌리고 비닐로 땅의 숨구멍을 다 틀어막는 것을 나는 과학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땅속의 미생물과 소 생물들을 죽이고 수자원을 오염시키며 땅을 산성으로 만드는 화학농법으로 건강한 생명의 밥상을 차린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참된 과학은 무엇일까? 자연생태계를 교란시키지 않고 하늘의 도리와 자연의 운행에 역행하지 않고서도 인간을 이롭게 하는 것이 바른 과학이지 않을까?황우석교수팀이 광우병에 안 걸리는 소를 만들었다. 모든 언론이 열광했다. 광우병이라는 병이 왜 생겼는가? 채식동물인 소에게 소고기와 양고기를 고단백 사료로 만들어 속성으로 사육하는 과정에서 생긴 병이 아닌가. 인간의 탐욕이 빚어 낸 천형이 광우병인데 병의 원인을 없애지는 않고 내성만 키운다면 소에게 무제한의 육식사료를 주겠다는 것인가.동네 앞개울을 깨끗이 낫으로 깎아 한 시간여 만에 트럭에 가득 풀을 실었다. 덤으로 돌미나리도 한 소쿠리나 뜯었다. 개울가에 버려져 있던 페트병이랑 깡통이랑 농약병, 비닐쓰레기도 한 자루나 수거했다. 이를 본 동네 할아버지가 장마철에 물 잘 빠져 좋겠다고 한마디 했다. 일석이조가 아니라 일석삼조, 일석사조 인 셈이다. 소홀히 할 수 없는 경제외적 가치들이다.황우석교수팀은 여성난자제공의 윤리문제가 거론되자 인조난자를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수정란 자체를 생명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문제제기에 대한 황교수팀의 대응이다. 인조난자의 수정란은 생명이 아니란 말인가? 신발 벗고 방에 들어오라고 했더니 맨발로 돌아다니던 사람이 그냥 방에 들어가는 꼴이다. 연구팀원인 한 여교수는 자기의 가족이 난치병이라면 자기의 난자를 기꺼이 제공하겠노라고 말했다. 난자제공을 경계하는 것은 난치병자에 대한 애정이 없어서가 아니다. 인간공장이 만들어져 국가동원체제하에서, 또는 상업적 목적으로 악용되는 끔찍한 가정에 대한 예방이고 주의인 것이다. 충분한 논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게을리 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몇 년 전부터 제초제 저항성 잡초가 전국에 걸쳐 번지고 있다. 기존의 설포닐우레아계 제초제는 더 이상 말을 듣지 않는다. 그래서 독성이 강한 새로운 제초제를 개발하고 있다. 또 다른 재앙의 씨앗을 만드는 개발과 연구는 대응기술을 개발하느라 전전긍긍 할 수밖에 없다. 애국주의와 성급한 난치병치료 기대에만 휩싸여 황교수팀에게 열광부터 한다면 과학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이렇게 내 고추밭에서는 종일 과학이 만발했다./전희식(농부전주라인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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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5.31 23:02

[새벽메아리] 문화 예술의 고향, 전북

오월이 왔습니다.아카시아 향기도 시들어지고 넝쿨 장미가 오고 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머물게 하는군요.오월 하면 가장 먼저 뇌리를 스치는 게 5.18 민중항쟁이 떠오릅니다.보상도 거의 끝나가고 누구나 자랑스럽게 5.18을 말 할 수 있으나 아직도 그 시작이 어디며 끝은 어딘가, 진실은 죽은 자 의 몫으로 떠넘기기에는 너무 가까운 세월이라는 생각입니다.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전북인구는 갈수록 줄어들고 전국 최하위를 맴도는 경제지수는 낙후 전북의 상황을 정치권에 질타를 하곤 합니다.과연 정치하는 사람들의 잘 못 일까요?과거 야당 할 때는 소외론, 여당 할 때는 배제론, 귀에 걸고 코에 걸어 민심이 아닌 표 심을 얻고자 도민의 마음에 상처도 주고 심리적으로 이용하는 일들이 허다합니다. 전북 발전은 타 지역에 비해 예산을 많이 확보하고 경제가치를 창출할 공공기관, 기업 등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의 미래 지향적인 전북 발전은 바로 문화 예술의 고향을 고향답게 보전하고 만들어 가는 작업이 필요합니다.그래서 예술의 혼이 살아서 숨쉬고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오랫동안 머무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얼마 전 유치에 성공한 태권도 공원은 세계인의 심신 수련과 관광의 명소로 얼마든지 개발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태권도와 문화 예술의 만남이 중요하겠죠.다만 지금까지 전개를 봐서 심히 우려를 아니할 수 없습니다.몇 몇 인사 개인의 치적과 독단적 사고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저, 선사시대로 넘어가 고창 고인돌, 과연 세계문화유산을 얼마나 관심과 사랑을 보였느냐 의 반성을 제기합니다.인간 문화 발전은 이목구비 중 이의 귀, 소리의 역사는 위대한 인류의 자산입니다.우리 고장의 판소리, 얼마나 멋지고 장엄하며 예술적입니까눈물이 주르르 흐르도록 슬픔을 주었다가 기뻐 흥이 나서 덩실덩실 춤을 추게 하는 머릿속 깊이 숨어있는 혼을 밖으로 불러 내여 인간 삶을 충족시켜주는 마술이 판소리에 있습니다. 그런데 행사 끝나면 밥 먹고 집에 가서는 잊게 하는 연결과 기억, 생활 속에 예술이 살아있는 문화 연대가 없습니다.백제의 찬란한, 동학의 위대한, 전북의 멋진, 문화 예술이 전국은 물론 세계에서 으뜸가는 고장으로, 춘향의 매력이 전주 국제영화제에서 다시 살아나 가슴 설레 이는, 남녀 청춘은 물론 노소 가릴 것 없이, 유형이 무형으로 돌아 무형이 유형을 낳고 유형이 무형을 창출시키게 하는, 문화 예술의 고향 전북을 살려나갑시다. /이윤영(전 정치개혁 전북시민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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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5.24 23:02

[새벽메아리] 밤이 아름다운 도시

1897년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한 이후 인류역사상 가장 큰 문명의 이기(利器)는 전등이었다. 전등은 무엇보다도 인간의 활동시간을 밤까지 연장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시대가 변화되면서 전등의 역할은 어둠을 밝히는 1차적인 영역을 넘어 실내장식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고, 나아가 조명 자체가 건축물의 한 부분이나 예술작품으로까지 등장하게 되었다.뿐만 아니라, 조명은 생활 속에서도 삶의 질을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고 있으며, 상점의 조명에 따라 판매고가 달라진다 폐점후에도 쇼윈도 조명을 켜두면 다음날 매상이 오른다 라는 말이 일반화될 정도로 판매전략의 중요한 수단이 되고도 있다. 또한, 조명은 도시의 관광정책에서도 중요한 전략요소가 되고 있다. 최근, 도시의 경관조명이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매력요소로 부각되면서 세계 주요도시에서는 야간경관 조성이 한창이다. 경관조명에 있어서 대표적인 도시라 할 수 있는 프랑스의 리옹시에서는 도시의 조명계획이 선거공약으로까지 내세워졌었다. 1989년, 미쉘누아루 시장은 공약대로 150개 건물과 교량에 조명기기를 설치하여 도시 전체를 화려한 조명 예술작품으로 바꿔놓았다. 특히, 이 조명계획은 컨벤션 산업과 연계되어 리옹시를 세계적인 관광국제회의도시로 급부상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고, 리옹시는 역사깊은 도시,실크와 음식의 도시로서의 명성에 덧붙여 밤의 도시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일본의 경우에도 1983년 오사카를 시작으로 요코하마(1986), 삿포로나고야(1988) 등 주요 도시에서 야간경관개선사업이 추진되었고, 1994년 교토에서는 수도지정 기념으로 도시의 역사 문화재를 대상으로 한 조명디자인계획을 수립하는 등 조명계획이 도시경관형성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다뤄져 왔다.국내에서도 최근 들어 야간경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서울에서는 남대문을 비롯해 예술의 전당,포스코 본사 등 대형건물에 전문디자이너에 의해 계획된 옥외조명 설치를 유도하고 있으며, 부산에서는 부산대교와 광안대교, 용두산 공원타워 등을 화려한 조명으로 장식하여 관광효과를 높이고 있다. 우리 도시에서도 올해 문화축제 기간 동안 빛의 예술이라고 불리는 루미나리에를 설치해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물론, 루미나리에의 경우에는 도시의 경관조명과는 다소 차이가 있기 때문에 루미나리에의 일시적인 효과로 경관조명의 필요성을 판단하는 것은 무리이다. 더욱이,에너지 절약이나 경제 살리기와 같은 슬로건이 내걸린 현 사회 분위기속에서 경관조명에 욕심을 부린다는 게 쉽지 않은 일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현 상태에서는 우리 도시에 경관조명을 한다고 갑자기 유럽의 도시처럼 한순간에 아름다운 도시로 탈바꿈되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리 조명을 잘 한다고 하더라도 대상이 변변치 않은 경우에는 그 효과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단시일 안에 효과를 보기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세계 유명도시의 선례나 루미나리에를 통해 입증되었듯이 분명 도시 야간경관의 개선은 삶의 질을 높일 뿐만 아니라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관광자원으로서의 효과가 크다. 이 때문에, 세계 선진도시들에서는 도시의 경관조명계획이 다른 개발사업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면서도 도시의 모습을 일신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자 고부가가치의 관광 상품으로 꼽고 있다.이러한 점에서 보면 우리 도시도 어쩌면 지금이 도시의 경관조명이 필요한 가장 적절한 시점인지도 모르겠다./윤정란(전주시정발전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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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5.17 23:02

[새벽메아리] 시인의 글쓰기

대단한 독서가요 장서가였던 마오저뚱은책을 많이 읽을수록 어리석게 된다.고 독서의 의의를 폄하하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 말에 담긴 진정한 의미는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아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을 표현한 강조어법으로 해석된다. 이는 인식에 대한 실천성을 중시한, 마오의 핵심사상을 드러낸 것으로 보아 무방할 것이다. 실천성을 상실한 교조주의, 텍스트주의, 책벌레를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는 말이다.말도 마찬가지다. 일찍이 공자도말로 할 수는 있어도 쓰지는 않는다(述而不作)고 하여 실천이 따르지 않는 언어적 표현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서 하는말은 휘발성이 강한 음성언어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록성이 강하여 증거가 남는 문자언어에 비하여 음성언어가 지니는 위험성은 상대적으로 낮을 것이다. 그러니까 바람에 스쳐 사라지는 말은 할 수 있으나, 바위에 새겨 남는 글은 함부로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문사철(文史哲)을 비롯한 인간의 정신적 소산들이 문자로 기록된다. 그런 언어의 부림이 구체성을 지니지 못할 때 그 언어의 생명은 오래 가지 못한다. 실천궁행한 삶의 족적을 기록한 역사와 구체적 형상화를 생명으로 하는 문학에서는 말할 것도 없이 언어에 값하는 구체성을 요구한다. 심지어 철학마저도 형이상학적인 사유가 인간과 세계에 구체성으로 적용되었을 때 비로소 관념적 언어는 제 무게를 지닌다.근래 우리 사회는 언로에 있어서 백화제방(百花齊放)의 시대로 보인다. 일례로 민주제의 합의로 세운 국가 원수가 한 말씀(말씀은 겸양어도 공대어도말씀이다)이라도 할라치면 교수건 정치인이건 언론인이건 필설을 가진 자는 다 한마디씩 하려도 든다. 그것도 자기를 성찰한 겸손이 전제되거나, 전문성을 무기로 한 논거나, 최소한의 예의 같은 것은 찾아볼 수도 없다. 제목부터 선동적이고, 내용에서는 안하무인격이며, 다분히 감정이 개입된 듯한 필봉을 두려움 없이 휘두른다. 독자-국민을 청맹과니로 알지 않는 한 있을 수 없는 일이다.건전한 비판이나 대안을 갖춘 이의를 제기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국민의 삶에 현실적이고 직접적으로 영향이 미치는 구체적 정치행위인 대통령의 정책에 대하여 교조주의적이거나 택스트주의적인 책벌레의 실천성 없는 언사로 함부로 훼손하지 말라는 뜻이다. 교수의 이름으로, 혹은 작가의 이름으로, 또는 언론인의 이름으로. 그것은 여론을 빙자한 자기도취이거나 혹세무민일 뿐이다.시를 쓰는 사람을 시인(詩人)이라고 한다. 시인이 쓴 문자로서의 시가, 시인이 지닌 사람됨의 품격과 일치하여 실천적 구체성을 지닐 때 시(詩)도 인(人)도 비로소 제 값을 지니게 된다. 시인되기를 열망할지라도, 참다운 시인되기는 두렵고도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미학적 고담준론의 시를 쓴 천박한 속물 시인이나, 훌륭한 인격자라도 미학적으로 설익은 시는 독자를 감동시키지 못한다.모든 필자들이 시인된 마음가짐으로 글을 쓴다면, 우리 사회의 언로가 조금은 더 공동체적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대통령을 향한 필설만이 아니다. 글과 사람됨이 일치된 실천성을 지닌 글은 독자를 정신적-현실적으로 고양시킨다./이동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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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5.10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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