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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노인일자리 사업의 방향

“집에만 있을 때는 건강이 안 좋았는데 일을 하게 되니까 몸도 좋아지고 사람들하고 함께 얘기할 수 있으니 마음도 편하죠. 자식들한테 용돈 달라고 손 벌리지 않아서 좋고…” 3년째 전주에서 길거리 청소에 나서고 있는 70대 후반 노인의 말이다. 이 노인은 일주일에 2∼3번 아침 일찍 나가 담배꽁초를 줍거나 잡초 제거 등의 일을 한다. 이처럼 노인일자리 사업은 노인들에게 소득과 건강 개선, 사회적 관계 형성에 기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만족도가 꽤 높은 편이다. 정부 재정으로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노인일자리 사업은 공익활동사업(옛 공익형)과 역량활동사업(사회서비스형) 및 공동체사업단(시장형)으로 나뉜다. 또 인턴십, 취업알선형 등 민간재원을 활용한 사업도 있다. 공익활동형은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가 대상이며 월 30시간 일하고 29만원의 활동비(연중 11개월)를 받는다. 노인역량활동사업은 60세 이상으로 주 5일간 하루 3시간씩, 월 60시간 일하고 월 76만원 가량(연중 10개월)을 받는다. 공익활동형은 업무강도가 낮은 자원봉사 형태로 복지사업에 가깝다. 반면 노인역량활동사업은 최저임금과 사회보험이 적용되는 일자리로 취업통계에 잡힌다. 이러한 노인일자리 사업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처음 실시됐다. 그전까지 노인복지는 주로 현금이나 현물급여 방식이었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 OECD 등에서 생산적 복지와 활동적 노화 개념이 도입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우리나라도 활동적인 노인이 많고 공적연금이 충분치 않다는 점에서 도입되었다. 2004년 첫해에는 2만5000개에 국비 213억원이 투입되었으며 2026년에는 115만2000개에 2조3851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중 전북의 경우 2026년에 8만9633명이 참여한다. 이는 65세 이상 인구의 19.1%로 전국 평균 9.3%의 두 배를 넘는다. 그만큼 전북이 고령화됐고 민간의 좋은 일자리가 없다는 뜻이다. 이 사업의 개선 방향을 꼽아보면 첫째, 일자리가 너무 부족하다는 점이다. 올해의 경우 수요 대비 충족률이 46.3%에 불과해 경쟁이 치열하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노인은 더욱 소외되는 결과를 낳았다. 둘째, 담당자의 처우 문제다. 지난해 기준 시니어클럽과 대한노인회 등의 노인일자리 담당자는 6520명으로 1인당 142.3명을 담당했다. 이들은 과도한 업무량과 낮은 임금, 고용불안 등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1년 계약직이 대부분으로, 실제 무기계약직 및 정규직 전환은 16.4%에 그쳤다. 셋째, 역량활용형의 대상이다. 이 유형은 건강하고 수준 높은 베이비붐 세대들이 가장 선호한다. 하지만 일부에서 높은 연금을 받는 화이트칼라들이 자리를 대부분 차지한다고 볼멘소리가 나온다. 노후에 일자리는 최고의 복지다. (조상진 논설고문)

  • 오피니언
  • 조상진
  • 2025.12.18 17:57

[오목대] 부자 전북, 가난한 전북

“상대방 재산이 내 재산의 10배에 달하면 헐뜯고 , 100배가 많으면 그를 두려워하게 되며, 1000배가 많으면 그에게 고용되고, 나보다 만 배가 많으면 그의 노예가 된다” 무려 2000여년 전, 사마천은 사기 ‘화식열전’에서 이렇게 탁견을 보여줬다. 한편으론 돈을 추구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돈을 운운하는 게 마치 속물인 양 애써 외면하는 인간의 이중성을 정확하게 꿰뚫어 본 사마천의 탁견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다. 사마천은 계속 말한다. “사람은 부유해야만 인의를 따른다. 부유한 사람이 세력을 얻으면 세상에 더욱 드러나고, 세력을 잃으면 빈객들이 갈 곳이 없어져 따르지 않는다”세상의 이치를 정확하게 관통하는 시각이 놀라울 뿐이다. 서양세력의 동네북 신세가 된 이후 후진의 굴레를 벗지 못했던 사회주의 중국을 잠에서 깨운 이는 바로 덩샤오핑이었다. 개혁개방 정책인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을 화두로 꺼내들고 선부론(先富論)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했다. 그 결과 오늘날 중국은 확실한 빅2로 자리매김하면서 화려했던 과거의 영광을 빠르게 되찾고 있다. 개인이든 국가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경제력은 삶의 한복판에 있는 핵심 사안이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를 가릴것 없이 일단 구성원의 윤택한 삶을 보장하는 정책이 최우선돼야 하는 이유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에 선정된 장수군과 순창군이 요즘 부쩍 관심을 끄는 것도 결국 주민들에게 돈을 줄 수 있다는 거다. 금융자산 10억 원과 부동산 자산 10억원 등 20억 원 이상의 자산을 가진 사람을 ‘부자’라고 규정할때 전북에는 대략 7800명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KB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5 한국부자 보고서에 있는 전북지역 ‘부자’ 숫자다. 전국적으로는 올 현재 약 47만 6000명 가량 된다. 말이 쉽지 우리 주변을 한번 주의깊게 살펴보자. 금융자산 10억원에 부동산 자산 10억원이 있는 지인이 몇명이나 되는지 세어보자. 사업을 하거나 극소수 전문직을 제외하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우리만큼 오르기 힘든 문턱이다. 4%안에만 들어도 수능 1등급을 맞는데 총인구 중 ‘부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기준 0.92%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전국의 부자 중 약 70%가 수도권에 살고있고, 전북은 1.6%밖에 되지 않는다. 내년 지방선거의 쟁점은 이제 주민들의 삶의 질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정치논쟁은 그만접고 과연 어떻게 지역 주민들의 주머니를 채울 것인지 해법을 제시하는 경쟁의 장이 돼야한다. 전북이 어려운 것은 누구나 다 잘 아는 사실인 만큼 이제 중요한 것은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이 아니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이가 조타수가 돼야한다. 주민들은 지금 후보들에게 묻고 있다. “그래서 부자 전북을 만들 수 있는 당신의 해법은 무엇인가”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5.12.17 17:37

[오목대] 마천루 위에 앉은 AI설계자들

해마다 연말이면 세계가 주목하는 이슈가 있다. 미국 타임지가 선정하는 ‘올해의 인물’이다. 한해의 의미를 정리하는 시기에 발표하는 타임지의 ‘올해의 인물’은 ‘올해는 무엇으로 기억될까’ 혹은 ‘우리는 무엇을 지나왔을까’에 대한 상징적인 답이다. 사실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은 늘 논쟁을 동반한다. 논쟁의 초점은 대개 ‘왜 지금 이사람인가’에 집중되지만, 타임지는 이러한 논쟁을 두려워하거나 회피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타임지의 ‘올해의 인물’은 한 사람을 평가하는 목록이 아니라 우리에게 시대를 읽는 방식을 제안하는 통로에 가깝다. 올해의 인물에는 큰 이견이 없을 듯 하다. 타임지가 선정한 2025년 ‘올해의 인물(Person of the Year)’은 ‘AI 설계자들 (The Architects of AI)’이다. ‘사고하는 기계의 시대를 열고, 인류를 놀라게 하고 우려하게 했으며, 현재를 변화시키고 가능성을 넘어선 이들”이라는 타임지 편집장의 설명이 있다. 2025년은 AI의 잠재력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해다. 되돌릴 수 없는 변화가 만들어졌고, 그 변화를 외면할 수도 없게 됐다는 사실도 분명해졌다. 문제는 그 변화의 방향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 의식을 드러내는 타임지 표지는 AI를 구상하고, 설계하거나 만들어 세상의 변화를 이끈 이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AMD의 리사 수,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엔비디아의 젠슨 황, 오픈AI의 샘 올트먼 등 AI 관련 기술 기업 최고경영자 8명을 마천루 위 철골빔에 앉혀 놓았다. 1932년에 발표된 사진 <마천루 위의 점심>을 차용한 일러스트다. 원본 사진은 뉴욕 록펠러 센터 공사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수백 미터 상공의 철골 위에 앉아 점심을 먹는 장면을 담았다. 완공되지 않은 구조물 위의 노동자들은 대공황 시기, 도시 건설을 떠받친 미국 노동자들의 용기와 일상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표지로 눈길을 끄는 것은 노동자들 대신 등장한 AI 설계자들의 표정이다. 이들은 웃지 않고 특별한 포즈도 취하지 않고 있다. 각자의 생각에 골몰해있는 듯한 이들의 얼굴에서 읽히는 것은 자신감보다는 책임감과 불안,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타임지가 AI 설계자들을 올해의 인물로 불러낸 이유가 여기 있는 듯하다.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은 그들에게 보내는 단순한 찬사라기보다, 그들이 열어놓은 미래의 불확실성을 이제 우리가 외면할 수 없게 되었다는 시대의 선언에 가깝다. 들여다보니 과학과 기술이 앞서 달리는 시대일수록, 우리가 서 있는 자리를 확인하는 일이 더 중요해진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된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5.12.16 18:13

​​[오목대] 호가호위(狐假虎威)의 계절

“봤지? 나 이런 사람이야.” ‘호가호위(狐假虎威)’, ‘반룡부봉(攀龍附鳳)’의 계절이다. 여기저기서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리려 한다. 용을 끌어잡고 봉황에 붙으려 아우성이다. ‘나를 보기 전에 내가 기댄 그 사람을 보라’는 메시지를 남기려는 것이다. 어렵지 않다. 사진 한 장이면 된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입지자들의 출마선언이 속속 이어지고 있다. 예비 후보들의 인지도를 가늠할 수 있는 여론조사 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입지자들이 급해졌다. 정책과 비전보다는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그럴싸한 이미지를 만드는 일이 우선이다. 그래서 최고 권력, 지역구 국회의원 등 보스와의 ‘관계’를 먼저 내세운다. 노련한 정치인들의 전략이니 셈법에는 맞을 것이다. 정책 경쟁이 표로 직결되지 않는 현실 때문이다. 정책은 복잡하다. 시간과 공력을 많이 들여야 한다. 그런데 유권자들은 이런 세부 정책을 들여다보는 데 시간을 내지 않는다. 그래서 정책보다는 ‘관계’가 그들에게는 훨씬 효율적인 선택일 것이다. 지역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누구와 통하느냐’가 후보의 능력을 평가하는 잣대가 됐다. 그러면서 입지자들은 ‘○○○와 코드가 맞아서 지역에 뭐라도 가져올 수 있는 후보’로 인식되고 싶어 한다. 자신을 빠르게 알려야 하는 정치 신인들이 여기에 더 집중한다. 선거운동을 엄격히 제한하는 공직선거법에서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으로 분류하는 한 장의 사진이면 된다. 마땅한 사진이 없으면 SNS에 그 정치인의 얼굴이 부각된 포스터를 맨 앞에 내세워 간접적으로 ‘관계’를 드러낸다. 또 출마선언을 하면서 대통령이나 지역구 국회의원을 언급하며 정치적 연대와 지향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대통령을 지지한다, 국정철학을 공유한다’며 최고 권력자의 후광에 기대는 입지자도 있다. 정당 내부와 유권자를 동시에 겨냥한 고도의 선거전략이다. 20세기 후반 3김 시대의 ‘보스정치’를 보는 듯하다. 대통령과 당대표·지역위원장 등을 대놓고 앞세우는 ‘보스팔이’는 그저 일방적인 과시일 뿐이다. 후보자가 이런 선택을 반복하고 유권자들이 이를 인정한다면 지방선거는 정책경쟁의 장이 아니라 누가 더 최고 권력과 가까운가를 겨루는 호가호위의 향연, 줄서기 경쟁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리고 우리는 지역사회에서 다양하게 나타나는 그 부작용과 후유증을 경험했다.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사진 속에서 나란히 서서 아주 친근한 모습을 보여줬던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선거 후 당선자와 서로 어깨를 맞대고 지역의 미래에 힘을 보태줬을까? 기를 쓰고 줄서기에 매달렸던 지역 정치인이 어쩌다 어울리지도 않는 임명직 한 자리를 얻는 경우만 봤을 뿐이다. 유권자들의 책임이 크다. 보스팔이는 정치적 무능을 가리는 가면이다. 호가호위하는 정치인들을 탓하기에 앞서 먼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그 소중한 투표권을 지금껏 어떻게 행사했는지⋯.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5.12.15 18:29

[오목대] 광주 전남 반면교사로 삼아라

희망을 품었던 2025년이 역사속으로 저물어 간다. 계엄으로 촉발된 어수선한 사회분위기가 이재명 정부 출범으로 차츰 안정화 되어간다. 전북은 지난 윤석열정권 3년 동안 심한 차별과 냉대를 받아왔다. 당 정 대 주요인사 때마다 노골적으로 차별 받아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새만금 잼버리 대회를 실패했다는 이유로 국가예산을 삭감하는 등 재정적으로도 헤아리기 조차 힘들 정도로 불이익을 받아왔다. 다행히도 내란을 극복하면서 이재명 국민주권정부가 들어서 희망이 싹트기 시작했다. 전북 도민들은 특히 지난 대선 때 민주당 이재명 후보한테 82.65%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면서 지역발전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여겼다. 이 정부가 들어섰다고해서 당장 지역발전이 이뤄질 수는 없다. 그러나 그간 3년동안 윤 전정권 한테 당했던 차별과 냉대는 가실 것이라고 생각하고 희망을 갖기 시작했다. 이 정부도 워낙 전 정권이 어질러 놓은 게 많아 사회안정과 국가정상화를 위해 할일이 많았다. 사실 전북은 전국에서 낙후도가 가장 심해 정부지원이 가장 시급한 지역이었다. 일자리가 없어 젊은 청년들이 해마다 1만명 이상씩이 전북을 떠난 사실에서 모든 게 드러났다. 도민들은 지난해 총선 때도 민주당 한테 10석 전석을 헌납했다. 그 이유는 민주당이 집권해야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면서 지역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는 믿음 때문에 전 의석을 석권토록 했다. 민주당은 그간 30년 이상 지역을 장악하면서 일당독식구조를 만들었다. 다른 당과의 경쟁관계가 형성되지 않아 민주당 내적으로 우군끼리 경쟁하면서 공천경쟁을 해왔다. 지금 전북은 도나 시군 그리고 지방의회가 민주당 일색이다. 하지만 10명의 민주당 국회의원부터 제역할을 하지 못한 탓 때문에 국가예산 확보는 물론 각종 정부 국책사업 응모에서도 비켜가기 일쑤다. 인접 광주 전남은 국회의원끼리 서로 이견이 있어도 지역문제가 발생하면 언제 그랬느냐는식으로 화해하면서 한몸으로 똘똘 뭉쳐 자신들의 몫을 가져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남 나주로 유치가 확정된 인공태양 연구단지사업이었다. 이 사업 유치를 위해 전남지사를 비롯 대통령실 정책실장 전남국회의원들이 사전협력하고 도가 준비해 유치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전북은 국책사업공모에서 탈락했다고 비분강개할 일이 아니다.도의 사전준비가 미흡했고 정치권과의 공조체제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탓이 결정적이다. 결국 김관영 지사 혼자서 자신의 인적네트워크를 가동해서 뛰는 형국이었다. 김 지사의 인사로 인한 리더십도 문제지만 어공과 늘공(평생 공무원)들의 기회엿보기식 업무추진이 문제다. 지금 도청은 공직자들의 안일무사주의가 팽배한 게 병폐다. 민주당 지사 경선전이 4파전으로 확대되면서 이같은 문제가 일찍 노출되었다. 아무튼 지난 인공태양 유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고 10명의 국회의원부터 각자 도생하는 것 보다는 원팀으로 김관영지사를 적극 도와야 할 것이다. 도민들이 국회의원들이 밥값을 제대로 하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5.12.14 18:54

[오목대] 세계유산, 유곡리·두락리 고분군

가야는 삼국시대 한반도 남부에 존재했던 고대국가 연맹체다. 이들은 고구려, 백제, 신라가 중앙집권적 단일국가로 발전한 데 비해 연맹이라는 독특한 정치체계를 유지했다. 600년 동안 이어진 이 연맹체는 <삼국사기>에 6개, <삼국지> 위지동이전에 24개 소국이 존재했다고 기록돼 있다. 이들은 지배층의 무덤을 그들의 정치적 중심지에 있는 구릉지에 조성했다. 거대한 봉토분을 군집·조성함으로써 장엄한 경관이 만들어진 것이다. 지배층의 권위를 보여주는 한편 가야인의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 상징적인 기능을 했다. 실제로 보면 20m 이상의 고분들이 산등성이를 따라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유네스코(UNESCO)는 이들 고분군 중 7개 지역을 2023년 9월 24일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했다. 7개 고분군은 대성동 고분군(경남 김해시, 금관가야), 말이산 고분군(경남 함안군, 아라가야), 옥전 고분군(경남 합천군), 지산동 고분군(경북 고령군, 대가야), 송학동 고분군(경남 고성군, 소가야),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전북 남원시, 기문가야),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경남 창녕군, 비화가야) 등이다. 이중 남원시 인월면 유곡리와 아영면 두락리 고분군은 5∼6세기 가야연맹의 가장 서북부 내륙에 위치했던 운봉고원 일대의 가야 정치체를 대표하는 고분군이다. 이곳에서는 중국제 청동거울을 비롯해 금동신발, 청자 천계호, 초두, 마구류 등이 출토되었다. 지난 9일 전북역사문화교육원과 후백제시민연대 일행과 함께 운봉고원을 다녀왔다. 세계유산 등재의 일등 공신인 군산대 곽장근 교수의 해설을 곁들인 힐링의 답사 여행이었다. 이날 답사는 몇 가지 깨달음을 주었다. 첫째, 백두대간 서쪽에도 가야가 있었다는 점이다. 그동안 가야는 백두대간 동쪽과 낙동강 유역인 경남과 경북에만 존재하는 것으로 연구되었다. 그러다 1982년 광주∼대구 간 88고속도로 공사 때 남원 월산리 고분군이 발견되면서 백두대간 서쪽에도 가야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처음 알려졌다. 이후 청계리 고분군과 유곡리·두락리, 장계분지, 장수분지 등에서 가야고분군의 존재가 속속 드러났다. 둘째, 가야를 흔히 철의 왕국이라고 하는데 철 생산지는 운봉고원과 장수·무주지역이라는 점이다. 이들 지역에 엄청나게 쌓여있는 니켈 철과 쇠똥(슬러지)이 이를 입증한다. 셋째, 주요 부장품은 대부분 일제 때 도굴됐다는 사실이다. 일제 강점기에 대구에서 부동산과 전기사업으로 돈을 번 오구라 다케노스케(小倉武之助 1870∼1964) 등이 도굴을 조장하고 마구잡이로 쓸어갔다고 한다. 이와 함께 등재 즈음에 한심한(?) 주장과 반대를 일삼은 남원 사람들도 있었다. 몇 년 전까지 봉분이 깎이고 고구마와 소나무밭이었던 이곳이 깔끔하게 단장된 모습을 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조상진 논설고문)

  • 오피니언
  • 조상진
  • 2025.12.11 19:09

[오목대] 수능만점과 전북의 네 탓 공방

며칠 전 지역사회에 낭보 하나가 전해졌다. 전북에서 8년 만에 대학수학능력시험 만점자가 나왔는데 이 학생은 N수생도 아니고 특목고나 자사고가 아닌 일반고 재학생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주인공은 전주 한일고 3학년 이하진 군이다. 진학지도 경험이 풍부한 교사들은 학생의 고교 입학 성적만 보고도 3년뒤 SKY 진학 여부를 거의 정확하게 맞출 수 있다고 하는데 고입 당시 최상위권이 아니었음에도 불구, 이 군은 학교의 체계적인 수업과 관리, 교육청의 학력신장 프로그램과 같은 학습지원을 바탕으로 성적을 끌어올려 대박을 냈다고 한다. 학생이나 부모는 당연히 축하받을만하고 그동안 지도해온 학교나 교사, 담당 장학사들의 헌신적인 노력 또한 제대로 인정받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그런데 크게 기쁘면서도 이번 수능 만점 상황은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잘 보여주는것 같다. 유정기 전북교육감 권한대행은 전주한일고를 방문, 이하진 군에게 축하를 건네고 교직원들을 격려했다. 그런가하면 도교육청은 담당자가 무려 7명이나 적시된 보도자료를 냈다. 도교육청 중등교육과장, 진로담당장학관, 담당장학사 2명, 한일고 교장, 부장, 담임 등이다. 전북을 넘어 전국적인 이슈가 될 수도 있고, 교육계 안팎의 관심도를 감안하면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전북도나 교육청, 시군을 통틀어 단일 사안에 대해 7명의 담당자를 적시한 보도자료는 최근 수십년동안 본 적이 없다.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지만 뭐가 잘 되면 내탓이고, 잘못되면 네탓을 하는게 이 시대의 사회풍조임을 거듭 깨닫게 된다. 요즘 지역사회에서는 온통 네 탓 공방이 거세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의 삿대질은 점입가경이다. 정치인들은 저마다 자기가 ~사업예산을 확보했다며 생색내는데 급급한 반면, 지역사회의 주요 이슈인 새만금사업, 올림픽, 전주완주 통합, AI컴퓨팅센더 등에 대해서는 서로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다. 사실 오늘날 전북이 이토록 추락한 가장 큰 책임은 지역사회의 리더들이었다. 평범한 도민 개인이 갖는 책임이 1 이라고 하면 역대 도지사나 시장군수, 국회의장이나 총리, 국회의원이나 장차관을 지낸 이들의 책임은 백만, 천만은 된다. 정말 실력이 좋은 학생은 100점을 받아도 자랑하지 않는다. 평소 30, 40점 맞다가 60, 70점 맞은 학생이 동네방네 시끄럽게 자랑하는 법이다. 지역사회 정치인들은 과연 전자쪽인지, 후자쪽인지 너무나 자명한데 정작 당사자들만 잘 모르는 것 같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지역사회의 리더들이 이제라도 서로 “내 탓이오” 하고 겸손한 자세로 있는 현실을 받아들이자. 제아무리 승부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볼썽사나운 네 탓 공방보다는 대안과 해법을 제시할때 지역사회의 밝은 미래가 기대된다. 도민들은 네탓을 하는 정치인을 바라지 않는다. 내 탓을 하는 이가 진정한 리더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5.12.10 18:46

[오목대] 청와대 귀환과 독단 정치가 남긴 것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에서 다시 청와대로 돌아간다. 윤석열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를 탈피하겠다’며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긴 지 3년 7개월 만이다. 대통령 권력의 심장부가 또다시 이동하면서, 청와대라는 공간이 지닌 역사적 의미와 정치적 무게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청와대가 자리한 곳은 본래 경복궁의 북쪽 후원, 왕실의 휴식 공간이었다. 그러나 1939년 일본은 이곳에 조선총독 관저를 세워 왕조의 상징적 공간을 식민 통치 최고 권력의 핵심 기지로 바꾸어 버렸다. 청와대가 줄곧 ‘식민 통치의 잔재를 온전히 청산하지 못한 공간’으로 지칭되어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 수립 이후 이승만 대통령은 이곳을 ‘경무대’라 이름 짓고 대통령 관저 겸 집무 공간으로 사용했다. ‘경무대’가 ‘청와대’라는 새 이름을 얻은 것은 1960년 12월 30일, 4·19 혁명 이후 취임한 윤보선 대통령이 이승만 정권의 독재 흔적과 부정부패 이미지를 지우겠다는 정치적 의미를 담아 개칭하면서부터다. 그러나 청와대의 역사는 순탄치 않았다. 박정희 시대에는 개인 권력과 국가 권력이 거의 동일시된 권위주의 통치의 상징이 되었고, 전두환·노태우 군사정권 시기에는 군부 권력의 심장부로 기능했다. 민주화 이후에는 민주적 합법 권력의 상징이자 민주 정부의 성취가 축적된 공간이 되었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청와대는 대통령 집무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잃고 시민에게 개방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전부터 “청와대에 머무르면 제왕적 권력의 상징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며 용산 이전을 강행했다. ‘소통 강화’와 ‘권력과의 거리 좁히기’가 명분이었지만, 용산 시대는 혼란과 균열만을 남겼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꾸겠다는 약속은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지 못했고, 졸속 이전으로 인한 안보 공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행정 효율성은 저하됐고 조직은 분산됐으며 국민의 비용 부담은 커졌다. 이제는 이중 이전이라는 또 하나의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 지금의 청와대 건물은 1991년, 식민지 잔재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시대정신에도 외교 관례에도 맞지 않는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면서 새로 신축된 공간이다. 식민 지배의 그림자를 덜어내고 민주국가의 상징으로 다시 세운 건물이자, 대통령 권력의 제도적 기반이 담긴 장소인 셈이다. 청와대가 다시 ‘대통령의 집무실’로 돌아온다. 3년 7개월, 결코 길지 않았지만 대통령 집무실 이전의 궤적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정치개혁은 공간 이동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정치적 책임은 결과가 아니라 선택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다. 대통령 집무실이 다시 청와대로 돌아온 지금, 한국 정치의 민낯이 더욱 뚜렷해졌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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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5.12.09 19:18

[오목대] 지역축제의 재발견

또 축제다. 그런데 좀 다르다. 한 해를 보내는 계절, 작지만 이색적인 지역축제가 잇따라 열려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김제시가 죽산면 논바닥에서 개최한 ‘오늘의 평야 제0회 마을잔치’와 진안군이 마이산 일원에서 펼친 ‘소원 돌탑쌓기 전국대회 & 마이돌깨비 난장’, 그리고 지난 6일 순창군이 용궐산에서 연 ‘동계 밤 올림픽’이 그것이다. 한반도의 곡창 김제의 드넓은 평야와 진안의 랜드마크 마이산, 그리고 순창 동계면의 특산물인 밤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획일화된 기존 축제와 달랐다. 올해 처음 시도된 행사로, 지역의 정체성을 녹여낸 주민 참여형 마을축제라는 공통점도 있다. 새봄 남녘의 꽃소식과 함께 시작되는 지역축제는 겨울 눈꽃축제·얼음축제까지 쉼 없이 이어진다. 그야말로 축제 홍수의 시대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광역자치단체에서는 해마다 우수 축제를 선정해 발표한다. 그리고 각 시·군은 마치 단체장이 대단한 일이라도 해낸 것처럼 이를 홍보하기 바쁘다. 이쯤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축제는 왜 열었고, 무엇을 담고 있을까?’, ‘축제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까?’,‘우수 축제의 기준은 무엇일까?’에 대한 질문이다. 사실 이 원론적인 질문에 대한 답변은 정해져 있다. 지자체에서도 그 답변을 되풀이한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축제는 한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가장 생생하게 보여주는 무대였다. 주민들이 공동체 삶에서 지켜온 지역의 다양한 사회·문화 자원을 보여주고 관광객은 해당 지역만의 독특한 역사·문화 자원과 풍습을 직접 보고 즐기는 잔치였다. 그리고 지역민에게는 공동체의 정체성과 가치를 재확인하면서 결속을 다지는 계기가 됐다. 그런데 지금 지역을 대표한다고 하는 축제들은 이 오래된 의미와 목적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언제부턴가 지역축제가 ‘지역의 이야기’보다 이벤트와 먹거리에 집중되면서, 정체성을 잃었다. 어디를 가도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축제 기획부터 운영까지 외부업체가 맡으면서 지역성은 사라졌고, 유명 대중가수를 대거 초청해 인파가 몰리면 ‘성공적인 축제’로 인식됐다. 그러면서 지역주민은 축제의 주인도 관객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에서 무대 주변을 기웃거리는 신세가 됐다. 대중가수들의 순회공연 무대, 그들의 돈벌이 무대로 전락한 지역축제에 언제까지 혈세를 쏟아부을 텐가. 중요한 것은 주민 참여다. 축제는 원래 ‘구경꾼을 모으는 행사’가 아니라, 지역민이 스스로 만들어 즐기고 기념하는 잔치 무대다. 축제가 주민의 삶과 동떨어진 채 외주기획사 손에 좌우된다면, 그것은 지역축제가 아니라 단순한 행사에 불과하다. 가던 길 멈추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축제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무엇을 담으려 했는지, 그리고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런 차원에서 최근 김제와 진안·순창에서 시도한 주민 주도 마을축제의 의미는 각별하다.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지속가능한 지역축제의 모델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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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5.12.08 18:10

[오목대]이 대통령의 힘 실린 전주하계올림픽

빛의 혁명을 이룩한 도민들이 합심협력해서 2036 하계올림픽을 반드시 유치해야 한다. 전주 전북이 골리앗 서울을 물리치고 2036 하계올림픽 국내 후보지로 선정되었지만 최종 관문을 통과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 인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권 국가들과 경쟁을 벌여야 하므로 지금부터는 범정부 차원의 유치 전략이 절대로 필요하다. 지난 3일 코번트리 IOC위원장이 이재명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은 중요한 파트너라고 지적했고, 이 대통령도 한국에서 다시 오륜기를 봤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그간 윤준병 국회의원이 2036 하계올림픽 유치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지적해서 상당부분 전열을 흐뜨려 놓았지만 이 대통령이 코번트리 위원장을 만나 직접 한국에서 다시 오륜기를 봤으면 좋겠다는 말을 함에 따라 전북도가 유치운동에 큰힘을 받았다. 2036 하계올림픽 유치가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로 포함되지 않아 정부의 관심과 지지가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지만 이번에 이 대통령이 유치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함으로써 논란거리를 일거에 잠재울 수 있게 되었다. 전북도를 비롯 문화관광부나 대한체육회가 공조체제를 강화,전주 전북유치운동에 적극 나설 전망이다. 특히 이달 중에 이재명 대통령이 전주 타운홀미팅 때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에 범정부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내 놓을 것이 확실시 됨에 따라 유치운동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에 전력을 다해온 김관영 지사가 지사 경선 경쟁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아왔지만 이 대통령이 유치운동에 적극 나서겠다고 언급함으로써 천만원군을 얻은 것이나 다를바 없어 사기가 충천해 있다. 통상 경쟁자들이 현직 지사를 헐 뜯거나 비판을 가하기 일쑤인데 그 도가 심해 유치운동에 부담이 되어왔다. 도민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적극 부응하려고 전북도는 경쟁국등을 상대로 유치전략을 다각도로 분석해서 대응해 나갈 전망이다. 김 지사는 전북 국회의원 10명의 지지를 이끌어 내서 유치운동이 범정부 차원으로 추진되도록 백방으로 노력해 나갈 방침이다. 전주 전북이 최종 후보지로 확정되면 낙후의 굴레를 떨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만큼 이 기회를 붙잡기 위해 문광부 외교부 등 정부측과 접촉면을 늘려 나가고 있다. 코번트리 위원장이 2025 세계도핑방지기구 (WADA) 총회 참석차 방한한 일정을 계기로해서 이 대통령과 면담이 성사되었다. 아무튼 김 지사가 임기중에 해놓은 업적이 없다는 일부 경쟁자들의 비판이 있지만 지난 3년은 윤석열 전 정권과 맞물려 홀대와 차별을 거세게 받아왔기 때문에 이제야 이재명 국민주권정부가 들어서면서 지난해보다 국가예산이 8000억 이상 늘어 10조원대 국가예산시대를 열게 되었다. 김 지사는 지금도 이 대통령을 비롯 정권 핵심들로부터 신뢰가 두텁기 때문에 비록 인공태양 연구단지 유치에 실패했어도 도전경성의 의지로 전북몫 확보에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대기업 유치에 전력을 다한 김지사가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하면 그 이상의 공은 없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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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5.12.07 18:25

[오목대] 고창 선운사 마애여래좌상

고창 선운사에 가면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동백꽃이 일품이지만 도솔암 내원궁 아래 암벽에 새겨진 마애여래좌상도 눈여겨 볼만하다. 흔히 미륵불이라 불리는 이 마애불의 공식 이름은 ‘동불암지(東佛庵址) 마애여래좌상’(1994년 보물 지정)이다. 1000년의 세월만큼 숱한 사연을 품고 있어 음미할게 많다. 이 마애불은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250여 기의 마애불 중 규모가 가장 크다. 또 불상 내부에 복장물(腹藏物)을 넣은 최초의 사례로 꼽힌다. 이 복장물은 ‘선운사 석불 비결(祕訣) 사건’으로 유명하다. 동학혁명 2년 전인 1892년 8월 손화중 휘하의 동학도 300여 명이 선운사 승려들을 포박하고 대나무 사다리를 이용해 복장 안의 비기(祕記)를 탈취한 사건이다. 이 마애불은 칠송대(본래 만월대)라는 암벽에 전체 높이 15.5m, 불신 높이 12.23m, 무릎 너비 8.59m 규모로 사각형의 3단 대좌 위에 앉아 있는 좌상이다. 조각 기법이 거칠고 정교하지 않지만 형태는 뚜렷하다. 이 마애불을 재조명하기 위한 학술대회가 지난달 고창문화원에서 열렸다. 이날 나온 의견 등을 종합해, 활성화를 위한 몇 가지를 살펴보자. 첫째, 동불암에 대한 오기(誤記)를 수정해야 한다. 이 마애불은 1894년 이후 세인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1969년 나무꾼에 의해 발견되었다. 이를 신고 접수하는 과정에서 동불암(銅佛庵)이 동불암(東佛庵)으로 잘못 기재되었다고 한다. <송사지(松沙誌, 1757년)> 등 문헌에 동불암(銅佛庵)으로 표기되어 있는데다 “도솔암 아래 석벽에 장육불상이 조각돼 있고 동(銅)의 주물로 만든 면상(面像)이 걸려 있다”고 나와 있다. 1648년 큰 바람이 불어 면상이 땅에 떨어졌는데 깨지는 소리가 수십리 밖까지 들렸다고 한다. 둘째, 보호각을 복원하는 일이다. 이 마애불은 주물 면상뿐만 아니라 200년가량 지난 후 공중누각 건물인 동불암을 1363년에 창건했다. 1648년 태풍에 떨려 나갔는데 이러한 보호각은 어느 불교문화권에도 없는 유일무이한 사례다. 더욱이 마애불 벽면이 응회암이기 때문에 비바람에 취약하고 현재도 마모가 꽤 많이 진행되고 있어 이를 막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보호각을 복원하면 새로운 명소가 될 것이다. 셋째, 조성 시기에 대한 검토다. 이 마애불은 이규보의 <남행월일기(南行月日記)>에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1199년 3월 이전에 조성된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국가유산청 설명을 비롯해 다수 학자(최인선, 정선권, 엄기표)들이 11세기 중반으로 잡고 있다. 하지만 송화섭, 곽장근 교수 등은 조심스럽게 그 이전인 후백제설을 내비치고 있다. 학계에는 후백제의 존재를 무시하고 나말여초(羅末麗初)로 두리뭉실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 이 사례도 그것이 아닌지 세심하게 보았으면 한다.(조상진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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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25.12.04 19:05

[오목대] 정책과 비전이 있는 지방선거

요즘 전북에서 진행되고 있는 지방선거 양상을 보면 확실한 비전이 거의 없다. 지역발전정책과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보이지 않고 애매모호한 정치적 구호만 난무하는 양상이다. “내가 당선되고 나면 아무튼 열심히 해서 발전시키겠다”는 정도다. 가뜩이나 지역이 어려운 상황에서 확실한 비전과 정책이 없이 그저 우선 당선되고 보겠다는 풍토는 안타깝기 그지없다. 구체적 실행계획을 토대로 뛰어도 될까 말까 한데 지사, 교육감, 시장군수, 지방의원 할 것 없이 확실하게 와 닿는 뭔가를 제시하지 못한다.미국의 대문호 마크 트웨인의 말을 들어보자. “역사는 반복되지 않지만, 그 흐름은 반복된다” 아편전쟁에서 패한 청나라는 굴욕을 당한 끝에 양무운동을 펼친다. 중체서용(中體西用)이라는 구호를 내세웠는데 쉽게말해 중국 고유의 전통적인 가치들을 유지한 채 서양의 기술만 받아들이자는 의미이다. 기존의 동양 가치관에 입각한 정치체제를 버리고 서구식으로 급진적 변화를 추구한 일본의 메이지 유신 때 내세운 탈아입구(脫亞入歐)와는 전혀 다른 접근법이다. 훗날 역사가 보여주듯 청나라는 망국의 길로 들어섰고, 일제는 전범국가로 내몰렸으나 어쨌든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선진국으로 도약하게 된다. 조선은 청나라의 중체서용과 엇비슷한 동도서기(東道西器)를 표방했다. 동양의 지배질서를 그대로 유지한 채 서양의 발달한 기술만을 받아들이겠다는 접근법은 보기좋게 실패로 끝난다. 조선은 낯선 세계와의 교류에 가장 강렬하게 저항했으나 그 결과는 참혹했다. 나무로 만든 돛단배만 보고살던 그 당시 서양의 철갑 증기선은 충격 그 자체였다. 양이(洋夷)의 존재를 애써 외면한다고 해도 그게 없는게 아니다. 우리가 직접 보지 않았다고 해서, 아니면 모른다고 해서 현실적으로 없는게 아니다. 며칠전 당정은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의 조속한 입법화에 의견을 함께했다. 이미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한 크립토의 확산은 기존 금융권의 붕괴가 시간의 문제임을 잘 보여준다. 우리가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만들든, 만들지 않든 세계적인 조류는 이미 탈중앙화를 전제로 한 가상화폐, 그중에서도 스테이블코인 시장으로 급속히 옮겨가고 있다. 청나라가 아편전쟁에서 패배하고, 조선이 굴욕을 당하고 에도 막부가 싸우지도 못한채 개항을 서두른 이유는 서구가 옳고 한국, 중국, 일본이 틀렸기 때문이 아니다. 동도서기나 위정척사의 근본 정신은 나쁘거나 틀린게 아니지만 냉혹한 현실세계에서는 돛단배 가지고 제아무리 말장난을 해봐야 첨단 기술로 무장한 철갑 증기선을 이기지 못한다. 지금 이 지역에서 필요한 것도 바로 명확한 비전을 기반으로 한 세련된 기술이다. 정치적 구호나 이념적 편견은 전북을 더욱 나락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수밖에 없다. 구체적 해법을 가지고 가장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이가 민심을 얻을 수 있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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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5.12.03 18:42

[오목대] 민주주의 위기와 브라질의 선택

2023년 1월, 브라질은 39대 새 대통령을 맞았다.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브라질을 이끌었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 12년 만에 다시 집권한 그를 세계는 주목했다. 룰라는 재임 당시 부도 위기에 몰려 있던 브라질을 세계 8위 경제 대국으로 끌어올린 인물이다. 그가 집권했던 시기 브라질의 빈민은 크게 줄었고,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은 안정됐다. 퇴임 이후 새 정권의 부패 척결 수사의 표적이 되며 부도덕한 정치인으로 몰락했지만, 그는 자신에게 씌워진 모든 혐의를 벗고 복권됐다. 그리고 다시 도전한 대선에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1%대로 간신히 꺾고 당선됐다. 그러나 대선 직후 브라질은 충격에 빠졌다. 의회와 대법원, 대통령 집무실이 일제히 습격당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브라질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일으킨 폭동이었다.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부정선거론을 퍼뜨리며 룰라 취임을 반대해온 이들은 “보우소나루를 다시 자리에 앉히라”며 군부 쿠데타를 선동했다. 브라질 연방대법원이 지목한 폭동의 배후가 있었다.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쿠데타를 계획해왔다는 혐의의 중심에 선 인물,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다. 최근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보우소나루에게 징역 27년형을 확정했다. 브라질 역사에서 전직 대통령이 민주주의 파괴 혐의로 실형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이 판결은 한 정치인의 몰락을 넘어, 현대 민주주의가 직면한 새로운 위험을 경고한다.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부정선거론으로 선거제도·사법부·언론을 동시에 공격하고, 극단적 지지층을 결집시켜 체제를 흔들려 했던 보우소나루의 전략은 무지하고도 위험한 반민주주의의 교본이었다. 브라질 사법부는 이 파괴적 시도를 결코 용납하지 않았다. 2024년 12월 3일 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도 멈춰 섰다. 윤석열 대통령의 전격적인 계엄령 선포 때문이다. 무책임한 최고 권력자의 부질없는 망상과 왜곡된 위기 인식은 나라 전체를 충격과 혼란에 빠뜨렸다. 그 후 1년, 대한민국의 오늘은 어떤가. 계엄을 동원해 민주주의의 규칙을 벗어나려 했던 시도, 정권의 위기를 극단적 지지층 동원으로 돌파하려는 천박한 전략, 선거 절차를 둘러싼 음모론적 공격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때 아무도 막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내란의 밤이 남긴 질문은 민주주의의 최후 방어선이 헌법이 아니라, 그 헌법을 지키려는 정치적 문화와 성숙한 시민들의 의지라는 것을 우리는 다시 확인하게 된다. 민주주의를 파괴하려 했던 권력자에게 브라질이 보여준 답. 이제 그 답을 한국은 어떻게 찾을 것인지, 그 선택의 시간이 우리 앞에 와 있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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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5.12.02 17:33

[오목대] 100원 버스와 전주 BRT

단돈 100원이다. ‘청소년 시내버스 100원 요금제’를 시행하는 지자체가 속속 늘어나고 있다. 인구 유출을 막아야 하는 지방도시들이 ‘청소년 교통비 지원 정책’에 적극적이다. 아예 무료인 지역도 있다. 전북에서는 올해 익산과 김제가 100원 요금제에 동참했다. 익산시는 지난해 어린이(6~12세)를 대상으로 ‘100원 버스’ 정책을 시범운영한 뒤, 올해 7월부터는 대상을 청소년(13~18세)까지 확대했다. 또 김제시도 인구정책의 일환으로 올 10월부터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학생 100원 요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앞서 부안군에서는 지난 2018년 농어촌버스 단일 요금제를 시행하면서 초·중·고교생 요금을 100원으로 책정했다. 군산시가 가장 적극적이다. 100원도 아니고 아예 무료다. 군산시는 지난 2023년 11월 관내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무상교통 사업을 시행한 후 지난해 9월부터는 그 대상을 중학생까지 확대했다. 중·고교생과 또래의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군산시의 무상교통 정책은 지역 청소년 단체의 제안을 지자체장이 공약으로 채택하면서 실현됐다. 각 지자체의 교통비 지원 정책은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와 청소년 이동권 보장을 목적으로 한다. 그리고 심각한 인구 위기를 극복하자는 취지도 당연히 깔려 있다. 그런데 학생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전주와 완주에서는 이 같은 정책을 선뜻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예상대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023년 말에는 청소년단체가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소년 100원 버스 지원 예산 반영을 촉구했다. 초·중·고교 무상급식 정책처럼 전북도와 전북교육청, 그리고 각 시·군이 예산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100원 요금제를 시행하라는 주장이다. 100원 버스 정책은 단순한 요금 할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우선 청소년들의 버스 이용률을 높여 대중교통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또 청소년들의 공동체 의식과 지역 유대감을 강화해 인구 유출 방지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전주시는 지역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외면했다. 해마다 버스업체에 막대한 재정지원금을 퍼주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재정부담은 어렵다는 것이다. 전주시는 교통비 지원 대신 대중교통 혁신 정책으로 국비 지원(사업비의 50%)을 받는 ‘BRT(간선급행버스체계)’를 택했다. 도심과 외곽을 잇는 주요 간선도로 중앙에 정류장과 버스 전용차로를 설치해 급행버스를 운행하는 대중교통 시스템이다. 버스의 정시성과 신속성을 높여 대중교통 체계의 혁신적 변화를 이끌겠다는 의도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1단계 기린대로 구간 공사에 착수했다. 내년 11월 개통이 목표다. 대중교통 활성화와 버스 운영체계 효율화를 위해 적지 않은 논란과 기대 속에 전주시가 본격 추진하고 있는 BRT사업과 올해 익산·김제시가 도입·시행한 청소년 100원 요금제의 실질적 성과가 궁금해진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5.12.01 18:43

[오목대] 정치권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에 총력을

2036 하계올림픽 국내 개최지로 확정된 전주 전북이 최종 후보지로 확정되려면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유치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갈길이 바쁜 전북도에 지난 추석전 우군인 민주당 도당위원장인 윤준병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 북에 전주하계올림픽이 IOC개최지 요건, 기획재정부의 승인요건을 지금까지도 구비하지 못한 상태임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IOC 요건상 선수촌은 경기장서 1시간 또는 50Km 내에 위치해야 하고 기획재정부가 총사업비의 40% 이상을 광역자치단체가 부담해야 한다는 규정을 갖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전주를 중심으로 전국 10개 지자체가 연대해 하계올림픽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은 이미 IOC로부터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고 단정했다. 김관영 지사는 윤준병의원을 향해 도민들의 올림픽 유치 열망에 찬물을 끼얹는 글이라고 비판했고 문체부는 올림픽과 관련해 부정적 의견을 내지 않았다고 해명자료를 냈다. 이처럼 윤 의원이 사실을 바로잡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죽비성 찬물이라는 글을 올리고 재반박하는 등 자신의 판단을 굽히지 않아 도민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전북이 새만금잼버리를 실패한 후 이를 만회하려고 전북대에서 한상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2036 하계올림픽 국내 유치전에 서울시와 함께 뛰어들었다. 극비리에 신청서를 낸 전북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손기정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한지가 100년 된 것을 감안했고 K컬쳐의 본산인 전북이 문화올림픽을 개최할 역량이 충분하다고 판단하면서 골리앗인 서울을 제치고 전주가 국내후보지로 확정되었던 것. 당시 전북정치권 조차 열세인 전주가 골리앗인 서울을 이길 수 있겠느냐고 반신반의 했지만 결국 김관영 지사가 뚝심있게 기존체육시설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지방도시연대 개최를 들고 나온 것이 승패를 갈랐다. 그간 올림픽 유치 도시마다 막대한 자금을 들여 체육시설을 짓고 향후에 제대로 활용 못해 빚더미에 앉게 된 사실을 정확하게 간파,경제성을 감안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였다. 김앤장에서 10년간 변호사로 근무하는 동안 성과주의를 제대로 경험한 김 지사가 전주 하계올림픽을 유치하면 전북의 낙후를 떨칠 수 있다고 판단, 유치의지를 강하게 불살라왔다. 김 지사는 경쟁국인 인도 인도네시아 등 10개국 이상의 유치전략을 심도있게 파악하고 대한체육회와 IOC 본부가 있는 스위스 로잔을 방문, 전주 전북의 유치전략을 소개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금은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소모적논쟁을 벌일 때가 아니다. 보완할 문제가 있으면 얼마든지 보완하면 그만이다. 그간 올림픽 유치를 열망해온 도민들도 일희일비 하지 말고 전주가 개최지로 확정될때까지 끝까지 성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특히 정치권이 한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은 전북의 고질병이나 다름 없어 이제라도 서로가 원팀으로 똘똘뭉쳐 김 지사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특히 이달 중으로 전주서 열리는 이재명대통령의 타운홀 미팅 때 정부가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를 국정과제로 삼고 적극 나서겠다는 답을 얻어내야 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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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5.11.30 19:20

[오목대] 호남의 지붕, 진안고원

무주군과 진안군, 장수군은 오지(奧地)로 꼽히는 곳이다. 머리글자를 따서 흔히 무진장이라 불린다. 시인 안도현은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되었다가 1994년 복직돼 장수 산서고등학교에서 3년 동안 국어를 가르쳤다. 그때 쓴 시가 석줄 짜리 시 「무진장」이다. “무주 진안 장수/ 눈 온다/ 무진장 온다”. 눈이 왔다 하면 왕창 오는 이곳을 아주 간명하게 표현했다. 토끼가 발맞추는 심심산골이라는 뜻이다. 무진장 지역은 면적이 2000㎢로 서울 면적(605㎢)의 3배를 훨씬 넘는다. 충남 금산군까지를 포함해 진안고원(鎭安高原)이라 부르기도 한다. 진안고원의 서북쪽에 자리한 금산군은 1963년 충남으로 편입되기 이전까지만 해도 줄곧 전북에 속했던 곳으로 오랫동안 문화권 및 생활권이 전북 동부지역과 가까웠다. ‘호남의 지붕’이라는 별칭을 갖는 진안고원은 동쪽으로 대덕산(1291m), 덕유산(1611m), 백운산(1279m)이, 서쪽으로 운장산(1126m), 만덕산(763m)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다. 신경준의 <산경표>에 등장하는 백두대간이 동쪽, 금남정맥과 금남호남정맥이 서쪽과 남쪽, 백두대간과 금남정맥 사이를 잇는 험준한 산줄기가 북쪽의 자연경계를 이룬다. 1억년 전 중생대 마지막 지질시대인 백악기때 호수였던 곳이 지각변동으로 융기했다. 해발고도는 300∼500m며 주변 산들은 600m∼1100m다. 이곳에서 금강과 섬진강, 만경강 등이 발원하고 금강 수계에 용담댐이 건설되었다. 지난 20일 진안에서 ‘진안고원 속 백제의 흔적’이란 학술대회가 열렸다. 국보 순회전과 연계한 것으로 곽장근 교수(군산대)의 기조강연 등 11명이 발제와 토론을 벌였다. 주로 진안군에 집중된 내용이었지만 교통망과 문헌, 성곽, 불교문화, 기와, 분묘 등 심도 있는 분석을 내놓아 의미가 컸다. 곽 교수는 진안고원을 금산·진안권과 장수권, 무주권으로 세분해 진안고원을 무대로 치열하게 전개된 백제와 가야, 신라의 역학관계를 분석했다. 이들 지역에는 240여 기의 가야계 중대형 고총 및 300여 개소의 제철 유적과 함께 산성 및 봉화 유적이 분포하고 있다. 우리나라 남부지방의 중앙부에 위치한 지정학상 이점 때문에 옛길의 중심지이자 대규모 철산지로 문화상 점이(漸移)지대였다는 것이다. 여기서 점이지대는 서로 다른 지리적 특성을 가진 두 지역 사이에서 중간적인 현상을 나타내는 지역을 의미한다. 이들 지역은 지금 인구감소로 소멸 위기에 직면한 공통점이 있다. 무진장은 인구가 2만 명대며 금산 역시 5만 명 선이 무너졌다. 하지만 지금 주목받고 있는 생명과 생태자원이 풍부한 청정지역으로, 여기에 오랫동안 묻혀있던 역사자원이 합세한다면 핫플로 각광 받을 수 있는 곳이다. 각자도생보다는 진안고원행정햡의회 등을 만들어 공동보조를 취하면 어떨까. (조상진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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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25.11.27 17:58

[오목대] 지방선거 복당 변수

정치인들의 탈당과 복당은 한국의 현실 정치 상황을 감안하면 너무나 당연한 경우가 많다. 주요 정당의 이합집산이 빈번한데다 호남에서는 민주당 공천이 아니면 다른 정당보다는 무소속으로 나서는게 유리하기에 정치이력이 풍부한 후보들은 탈당과 복당 횟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 물론 공천을 받지 못해도 은인자중하면서 꿋꿋이 당을 지키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공천을 주지 않으면 탈당하고 있다. 당 수뇌부에서는 “탈당해서 무소속으로 당선되더라도 절대 복당은 없다”고 공언하지만 이게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대선이나 총선 등 전국단위 선거에서 어떻게든 우군을 확보해야 하는 마당에 탈당했다고 해서 옛 동지를 버릴 경우 자칫 적전분열이 돼 패배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당명을 어기고 탈당해서 무소속으로 출마해도 당선되면 복당할 수 있다는 것을 가장 잘 보여준 이는 바로 정동영 국회의원이다. 2009년 전주 덕진구 재선거때 민주당은 대선 후보까지 지낸 그를 공천하지 않았다. 탈당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뒤 그는 이듬해 화려하게 복당하게 된다. 정세균 당 대표로서는 체면이 구길대로 구겨졌으나 현실적인 힘의 위력은 바로 그런 것이다. 실패하면 역적, 성공하면 혁명 이라는 말이 재확인된 셈이다. 내년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정가에서도 유력한 후보군의 복당 문제가 종종 화두가 되고 있다. 대선을 전후해서 대부분 복당이 이뤄졌으나 임정엽 전 완주군수와 장영수 전 장수군수 등 몇명은 복당이 보류돼 눈길을 끌었다. 그 중에서도 각종 여론조사 결과 나름의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진 임 전 군수의 복당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다. 한편에선 복당의 마지노선이 지났다고 보는 반면, 다른쪽에선 여전히 살아있는 변수라고 보고있다. 민주당이 복당 문제를 최종 결론내지 못하는 사람이 바로 임 전 군수라는 관측도 있다. 그만큼 찬반양론이 격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무소속으로 출마해서 당선된 단체장이 복당한 경우는 확실한 당선 보증수표를 얻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복당과는 다른 차원의 얘기지만 지난해 총선때 지역위원장이 바뀐 곳에서는 지방의원 대다수가 교체되는 분위기다. 전주갑 도의원의 경우 현역 의원들이 거의 경쟁없이 연임가도 열차에 승선한 것과는 달리, 전주병 같은 곳은 계파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한다. 얼마전 윤준병 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이 선출되면서 지역정가에서는 A시장은 컷 오프 대상에서 제외돼 살아나는 분위기로 바뀌었고, 그동안 약체로 평가받던 군수후보 B씨가 급부상하고 있다는 말도 회자된다. 12월에 예정된 전북지역 타운홀 미팅은 내년 지방선거를 향한 출발 총성이 울리는 날로 봐야 한다. 지역정가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현장 메시지에 귀를 쫑긋하는 분위기다. 특히 전북지사 선거에 나선 김관영 지사와 안호영, 이원택 의원, 정헌율 익산시장측에서는 더욱 주목하는 분위기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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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5.11.26 18:34

[오목대] ‘히잡’ 쓴 여성 지휘자

최근 화제가 된 공연이 있다. 이란의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파니즈 파르유세피가 지휘한 테헤란심포니오케스트라의 무대다. 지난 11월 13일, 테헤란의 바다트홀에서 열린 연주회에서 파르유세피는 머리에 검은색 히잡을 쓰고 손목과 발목을 완전히 가린 검은색 옷을 입고 지휘봉을 잡았다. 테헤란심포니는 이란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오케스트라지만, 여성 지휘자가 공연을 이끈 것은 처음이었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공공장소에서 여성의 히잡 착용을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여성의 공적 활동을 까다롭게 규제해 왔다. 음악과 공연 예술 분야도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 오케스트라 지휘는 남성의 영역이어서 대형 콘서트에서 여성이 지휘자로 무대에 서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일이었다. 더욱이 테헤란심포니는 여성 단원이 있긴 하지만, 국가 공식 행사에서는 남성 단원만 연주에 참여시킬 정도로 보수적인 오케스트라다. 파르유세피의 테헤란심포니 지휘에 세계적 관심이 쏠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란의 히잡 문화는 이슬람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페르시아 제국의 귀족 여성들이 착용했던 히잡이 시작인데, 이때의 히잡은 종교적 규범보다는 신분과 품위를 상징하는 의미가 강했다. 이후 이슬람이 확산되면서 히잡 문화도 널리 자리 잡았지만, 20세기 초 팔라비 왕조 시대에는 근대화를 앞세워 오히려 히잡을 금지하기도 했다. 이러한 히잡이 여성의 공적 규범으로 의무화된 것은 이슬람혁명 이후다. 히잡은 이때부터 단순히 종교 규범이 아니라 이슬람 체제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법적 장치로 기능했다. 공공장소에서 여성의 히잡 의무화는 체제 정체성을 공고히 하는 수단이었고, 여성의 공적 활동을 규제하는 핵심 도구였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여성들의 히잡 의무화에 대한 저항 운동이 시작되면서 히잡은 이란 사회의 주요 정치 이슈이자 저항의 상징이 됐다. 사실 여성의 공적 활동이 제한되어 있는 이란에서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여성 지휘자는 여전히 소수다. 갈수록 여성 지휘자들이 늘고 있지만,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이름을 올린 지휘자는 10% 남짓에 불과하다. 예술적 역량과 성취에도 불구하고 오케스트라 무대가 여성 지휘자들에게 여전히 높은 벽이라는 증거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의 공적 활동에 가장 보수적인 이란의 첫 여성 지휘자가 된 파르유세피의 등장은 의미가 크다. 파르유세피는 그날 연주를 여성 작곡가들의 작품으로 꾸렸다. 여성들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보여주려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는 “내 경험이 다른 음악가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준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음악을 넘어 사회와 시대를 향한 선언, 그 울림이 깊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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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5.11.25 18:13

[오목대] 새만금~전주, 그리고 포항 가는 길

15년이 걸렸다. 공사기간만 따지면 7년 6개월이다. ‘새만금~전주 고속도로’가 22일 마침내 열렸다. 지난 2010년 9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해 사업 추진이 확정됐고, 이후 실시설계 등 후속절차를 거쳐 2018년 5월 첫 삽을 떴다. 당초 예정된 사업기간은 2024년 12월까지였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를 앞두고, 전북특별자치도가 국제행사 이전 조기 개통을 정부와 관계기관에 강력 요청했다. 정부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들의 흔한 립서비스였다. 조기 개통은커녕 예정보다 1년이나 늦춰졌다. 연약지반과 잇따라 발견된 고대 유물, 그리고 송전탑 이설 작업 등이 이유였다. 어쨌든 도로는 개통됐다. 끝이 아니다.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다. 새만금에서 시작해 동쪽으로 내달린 이 도로의 최종 목적지는 경북 포항이다. 사실 새만금~전주 고속도로는 전북의 오랜 현안인 동서 3축 ‘새만금~포항 고속도로’의 한 구간이다. 새만금~전주 구간이 개통되면서 전체 311km 중 약 65%(201km)가 완성됐다는 게 국토교통부의 설명이다. 정부가 지난 2021년 확정, 발표한 ‘제2차 국가도로망 종합계획(2021~2030)’에 담긴 국가 간선도로망은 ‘동서 10축, 남북 10축, 6개 순환망’이다. 이 중 동서 3축, 즉 한반도를 동서로 연결하는 간선도로망 가운데 남쪽에서 3번째 횡단축으로 계획된 고속도로가 ‘새만금~포항’ 라인이다. ‘새만금~전주~무주~성주~대구~포항’을 잇는 동서 3축 구상은 1990년대 말부터 나왔고, 2000년대 들어서면서 공식화됐다. 그러면서 전북의 교통 청사진에도 포함됐다. 이후 공사는 구간별로 제각각 진행됐다. 동쪽 대구~포항 고속도로가 2004년 12월 가장 먼저 열렸고, 2007년 익산~장수 고속도로가 개통하면서 이를 경유하는 방식으로 전주~무주 구간이 어정쩡하게 연결됐다.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선 공약에 ‘전주~대구 고속도로를 추가 건설해 새만금에서 포항까지 연결하겠다’고 명시했다. 이어 지난해 7월 열린 전북 민생토론회에서도 이를 재차 약속하면서 지역사회의 기대를 키웠다. 그리고 지난달 말 산악지대인 무주~성주~대구 구간이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으로 선정돼 사업 실행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전주~무주 구간이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전주~장수~무주(75km)로 이어지는 기존 우회노선 대신, 전주~무주(42km) 직선 노선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우선 국가도로망 계획에 반영시켜야 한다. 동서 3축 새만금~포항 고속도로는 국가 교통망의 한 축이자, 균형발전의 통로다. 속도전이 필요하다. 새만금~전주 고속도로의 길이는 고작 55.1km다. 개통의 의미가 작지 않지만, 부족하다. 효과를 더 확장해야 한다. 동서내륙을 완전하게 연결해 국토의 대동맥 역할을 맡겨야 한다. 만만치 않다. 내륙 산악지대를 넘어 동해안으로 가는 길은 더 멀고 험하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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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5.11.24 18:30

[오목대] 연초 여론조사로 우열 가려질 것

지방선거가 6개월 정도 남았지만 교육감 선거를 제외하고는 정당에서 공천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서로가 민주당 공천을 받으려고 사력을 다한다. 사실 전북에서는 민주당 공천을 받는 후보가 당선이 보장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공천경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는다. 공천 기준이 최종적으로 확정되지 않았지만 당원 한테 더 많은 권한을 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후보자가 난립한 1차 경선때는 당원 비중을 70%로 높히고 과반 득표자가 없을 때는 2차로 가서 5대5 비율로 확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언론에서 샅바싸움을 부추킨다. 언론사마다 영향력을 높히려고 여론조사를 실시해서 공표할 태세다보니까 각 후보들이 잔뜩 지지율을 높히려고 조직을 총가동하는 등 긴장한다. 지금부터 연말까지 형성된 여론이 승패를 가를 것이다. 그래서 각 언론사마다 연말에 여론조사를 실시해서 연초에 공표할 것이다. 그 결과로 우열이 가려지기 때문에 서로가 우세자편승효과(밴드웨건 이펙트)를 놓치지 않으려고 백방으로 노력한다. 사실 여론조사라는 게 과학이란 이름으로 포장되서 진행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 보면 헛점이 많다. 싼 게 비지떡이란 말이 있듯이 경비를 절약하려고 기계음을 녹음해서 들려 주는 ARS 방식이 많이 쓰이는데 그 결과해석을 놓고도 1등위주의 경마식 보도를 하므로 허수가 많다는 것이다. 지사 경선전이 김관영 현 지사와 안호영 국회 환노위원장 대결로 갈 것으로 보였지만 느닷없이 이원택 도당위원장이 뛰어들어 3각구도가 만들어졌다. 3선한 관계로 더 이상 출마를 못하는 정헌율 익산시장이 추석을 앞두고 도내 전역에 자신을 알리는 플래카드를 게첨했지만 지사 자리 보다는 이춘석의원이 무소속으로 당적을 옮기면서 공석이 된 그 자리를 노린다는후문이다. 예전에 전주시장에서 지사가 된 김완주나 송하진 지사는 재선 때 별다르게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예상을 깨고 이원택 의원이 정청래 당 대표가 미는 후보인양 포장해서 선거전에 뛰어들어 급작스레 선거전이 바뀌었다. 도내 10명의 의원들이 정청래와 박찬대의원간 당 대표 선거 때 1차로 격돌한 결과가 지사경선전으로 이어졌다. 도당위원장이었던 이원택과 재선의 윤준병 의원등이 정대표를 밀었고 안호영의원은 친명인 박찬대 의원을 밀었던 것. 그게 이번 지사경선전의 트리거로 작용,과거 송하진 전 지사 세력인 운동권 세력이 조직을 재건하면서 이 의원을 돕고 나선 것. 반면 3선인 안호영은 완주 전주 통합에 반대해 찬성이 85%가 넘는 전주쪽에서 디스가 많아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반면 김관영지사는 재선의원과 김앤장 출신 3관왕 변호사라는 점 때문에 이재명 당 대표가 인재영입 1호로 영입해서 경선 한달만에 월계관을 쓰게 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김관영 지사의 인물론이냐 아니면 정청래 당 대표의 응원을 받는 이원택의 당심이냐로 판가름 날 것이다. 하지만 도내 10명의 의원들이 모두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바라기 때문에 자신들이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할지는 명약관화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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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5.11.2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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