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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형도 성당으로 가더니왜 너까지절로 가려하느냐에미는 어찌 살라고너만 조용히 절밥 먹고 살면 다더냐너 없는 나는 가시밭길인데절 안 가도 네가 절이고 내가 절인데성당 안 가도 내가 성당이고네가 성당인데정 가려거든 저 둥구나무아래의자나 하나 놓고 가렴△‘지상에서 할 일이란 내가 꽃피는 일 말고 또 무엇이 있는가’ 정병렬 시인의 시집 〈외롭다는 것〉의 서시를 읽다가 할! 죽비 한 대 세게 맞았습니다. 그러니 어머니 조금만 더 기다리십시오. 제가 절이고 성당인 것을 아직 젊은 아들은 알아채지 못한답니다. 그건 시간의 선물이지요. 그걸 알아채면, 제가 꽃이라는 걸 알아채면, ‘내가 꽃피는 일’이 삶의 궁극이라는 걸 알아채면, 그 때 활짝 피어 세상의 모든 둥구나무 아래 말없이 제 몸 내어주는 의자가 될 것입니다. 김영 시인
한 집 건너 사는 카자흐민족 아이가 놀러 와서선물로 달을 가져왔단다무거워서 별은 두고 왔단다반갑기도 하고 기가 막히기도 하여어떻게 들고 왔느냐 물으니날 위해 하늘에 걸어두었단다어디서 샀느냐고 물으려다한국에서 가져온 찰떡파이 몇 봉지를 들고평상에 걸터 앉아 다리그네를 태우니아이도 따라 다리그네를 태우며달 값은 그만 두라며 속삭이듯 말한다수캐도 귀를 세우고 달을 쳐다보았다△이렇게 그림같은 시절이 우리에게도 있었으리라. 마당의 평상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일, 이야기꼬리를 물고 생각이 하늘로 달리던 일, 달을 선물로 가져온 아이와 그런 아이를 다리그네 태우며 받아주는 시인의 정경이 참 맑다. 달은 어디에서 샀을까? 어린아이만 달을 사는 법을 안다. 어린아이 같아야 밤하늘에 별을 박아두고 이웃집에 달을 선물한다. 어린아이 같아야 천국에 들어간다. 찰떡파이는 달 속의 토끼가 방아로 찧어 만들었으리라. 김영(시인)
눈이 오네 눈이 내리네눈이 오네 눈이 내리네검은 때 덮어주고 찌든 때 씻겨 주려나 보다소리 없이 사푼사푼하얀 눈이 내리네하늘하늘 춤을 추며살랑살랑 소복소복너와 나 좋은 세상하얀 세상 좋으련만……멍멍이 꼬리치는 세상하얀 눈 내리면 왠지 좋을까△눈이 내린다. 마지막 달력에도 한 해의 고통을 살포시 덮어줄 눈이 내린다. 미움과 욕심의 보따리에도 눈이 내린다. 내년에는 소리 없이 사푼사푼 눈이 내리듯 소외된 이웃에게 자비를 베풀어야겠다. 부끄러운 결심을 해본다. 하얀 눈이 내리면 왠지 좋다는 시인의 동심이 부럽다. 살랑살랑 내리는 하얀 눈이 검은 근심 씻어 주는 세상이면 참 좋겠다. ·이소애 시인
그대는 아는가그대가 사랑한다 말하지만, 오늘도그대 위해 손 모아 기도하는 나의 소리를 듣는가그대가 사랑한다 말하지만, 밤이나 낮이나문밖에 서서 그대 위해 기도하는 내 마음을 아는가사랑은 주고 주어도 받고 받아도 늘 부족한 것사랑도 꿈도 젊음도 세월이 싫고 흐르고 흘러도달이 지구를 바라보며 끝없이 돌고 돌아가듯그대 위한 나의 사랑도 항시 그대로인 것을그대는 아는가.△누군가가 나를 위해 기도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조건 없이 딸을 위하여 간절한 기도를 해 주시던 어머니가 그립다. 성탄절이 다가오니 자비로운 내가 되어 보는 거다. 자비는 사랑의 명령이다. 주고 주어도 부족한 사랑을 한 소쿠리 담아서 절망에 몸부림치는 이웃에게 선물하면 어떨까. 온유한 마음도 옆구리에 끼고 말이다. 이소애 시인
하늘이 가슴을 찢는다.천둥은 소리쳐 포악하고비는 인간의 목숨을 풀어 놓는다.생이 버거워 몸부림치다하늘 지워버리고 싶어공중 헛발질로 자지러지는 빗방울들어제 누군가에게서 마음 접고 돌아섰던등을 쓰다듬듯 잦아드는 빗소리구름기둥에 기대었던 생……만나면 헤어지는 게 운명일지라도길은 언제 어디서나꿈꾸는 무지개를 그린다.바람의 혼 흔들어 깨우고땅과 만난 구름땅과 만난 새벽 4시 17분.△몸에 녹아든 슬픔이 구름이 되었나보다. 가슴 속에 타다 남은 눈물은 새까만 구름이 되었구나. 먹구름. 어쩌란 말인가, 구름도 힘들면 눈물을 쏟는 거지. 빗방울은 유리창을 흔들며 누군가의 그리움을 접는다. 운명이라고 포기하지 마라. 애절한 숙명도 내가 선택한다. 겨울비는 바람의 혼을 깨우는구나. 이소애 시인
시커먼 분장을 하고 밤하늘을 바라보면별자리가 아니라 아버지 얼굴이 보인다.발밑에 자라는 민들레 씨를 두어 개 꺾어 철모에 달아본다.그래도 생각나면나는후 하고 불어하늘과 바다가 맞닿는 선 너머로 보내본다.별들도 후하고 불어미리내를 비춰 길을 만든다.아버지는 아버지는분명 받으셨다.왜냐면 저렇게 마루에서 별똥별이 떨어지니깐.△보초를 서면서 밤하늘의 아버지에게 민들레 꽃씨를 불어 보내는 아들, 그런 아들의 마음을 받아 은하수 길을 열어주는 별들, 아들이 부르는 소리에 서둘러 산마루로 내려오는 아버지. 가슴 한 쪽이 싸하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는, 아들이 부르면 언제든, 어디서든 대답한다. '오냐, 나 여기 있다'. 김영 시인
지구의 중력 속으로벽시계가 떨어져 깨어지던 날시간을 잃어버렸다.시간 속에서시간 밖을 몰랐던 것.고백하건데이날 이때까지시간의 가위눌림에 살아온 것.한시도 눈을 떼지 못한시계가 있던 자리만 찾아깜박 속았던 것.△시간에 발목 잡혀 사는 화자는 벽시계가 깨어지던 날부터 자유인이다. 시간을 잃어버려 시간 밖에서 사는 게 얼마나 행복할까. 시간이 화자를 끌고 다니다가 아니, 시간의 명령에 살다가 자유인이 된 화자가 부럽다. 벽시계를 뗀 그림자도 기억하지 않으면 시간은 거꾸로 갈지도 모른다. 그러기를 바란다. 이소애 시인
손깍지 끼고옴짝달싹 않을 것 같았지물에 담가봐제 입술 앙등물고 있던혼절한 언어들도 물무늬가 되어스스로 꽃이 되고잎잎 펼쳐 배시시 웃는내밀한 진행의눈부신 사랑이야△아무리 입술을 앙다물어도 물과 만나면 혼절했던 이력이 활짝 열린다. 솔방울도 물을 만나면 제가 건너온 꽃의 길과 잎의 기억을 술술 풀어낸다. 세상의 모든 생명은 물에서 은밀하게 진행되어 눈부시게 피어났다. 사람도 물과 친해지면 살아온 길을 반추하도록 장치되어 있다. 가을 바다에 가고 싶다. ·김영 시인
꽁지별이 포물선 괘도를 그리며 어둠을 번뜩인다그 발자국 따라 꼬부랑 할배가 삐뚤빼뚤 별 숲으로 숨는다곧추설 힘을 부러뜨린 시간의 무게,에누리 없는 하루를 차잠차잠 아그똥하게사랑 한 됫박 짊어지고 별 숲으로 간다내가 좋아했던 사람들은 별이 되었구나하늘에서 보면 나도 반짝반짝 빛날지도 모른다△ 저 꽁지별은 꼬부랑 할배의 혼불. 사랑 한 됫박을 아끄똥하게 짊어지신 할배는 오늘 밤 별 숲으로 가시는구나. 아금박스럽게 박혀 있는 밤하늘의 저 별은 이승의 사랑이 저 생까지 뻗어가서 빛나는 것이구나. 사랑으로 가을을 타는 나도, 그런 사랑을 놀리는 너도 별이구나. 별천지는 별유천지 비인간이렷다. 참 쉽구나, 별천지 만드는 일. 〈김영 시인〉
불빛 창백한 편의점 안에서뉘 집 아들이 밖을 내다봅니다새벽이 어디쯤 오고 있는지밤 새워 바코드를 들여다보며물건 값 계산하기에 바쁘지만이 학생의 장래 꿈은외국어에 능통한 외교관이랍니다고향집에선 엄마가밤길을 나섭니다시린 발 동여매고새벽시장으로 갑니다끊임없이 중얼거리며 고달픈삶의 얼룩을 딛고 갑니다잘 먹고 잘 자야 키가 큰다는디내 새끼는 객지에서 잠도 못자고△어머니는 안아주실 때마다 ‘오메~~ 내 새끼!!’ 하신다. 그 말씀 속에 다 들었다. 더 잘해 주지 못한 미안함과 가난한 새끼를 보는 애잔함이 다 녹아있다. 잠도 못자고 일하는 아들과 새벽시장에 시린 발을 디디는 어머니가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니 곧 따뜻해지겠다. 김영 시인
꽃 없이도 참 달다너는△꽃이 있어야만 과육이 단 것은 아니다. 꽃 없이 저 혼자 속으로 피었을 무화과가 익었다. 화장기 없이도, 화려한 옷 없이도, 참 달다 어머니는, 귀 보드라운 말도 쑥스러워 못하고, 교태부리지 않아도, 부스스한 머리카락 미처 건사하지 못한 채 늘 부엌 한구석을 맴돌아도, 참 달다 아내는. 김영 시인
올가을엔 고향에 내려가 성묘를 하고추석 달을 안고 다니면서 귀뚫이도 취해서 운다는 이슬주를 마시고 풀벌레랑 함께 울어야지 가을 적막을달이 시들거리면 먹여야지문간너머 빨간 전구 같은 홍시를 따 먹여서고향이 환한 적막의 가슴을 보듬고헐벗은 지붕에 가난 복이 익어가는 조롱박덩실한 달덩이하나 보듬으면열릴까달이랑 박을 안고 가을 북을 치면가난한 적막의 마당 황금이 쏟아질세라이 가을 절 한자리 정중히 올리네하늘에 선영에△매급시 이슬주를 마신 화자처럼 울고 싶다. 풀벌레처럼 아무데서나 퍼질러 앉아서 울고 싶은 가을이다. 고향이 적막하면 가난한 달이 더 슬퍼진다. 양말 뒤꿈치를 꿰맬 때 어머니가 쓰시던 알전구가 빨갛게 익었구나. 홍시를 따서 시들대는 달을 꼬셔볼까. 적막을 따뜻한 가슴으로 보듬고 싶은 조롱박이 있는 고향이다. 이소애 시인
둥근달을 올려보며 그리운 이름 하나 불러본다숯덩이 같다던 그 가슴속을 들여다본다갈퀴손 어머니,기름 짤 참깨 아끼지 않고소를 넣어 송편을 빚으셨다꼬깃꼬깃 고쟁이 속 만 원짜리 몇 장한 쟁반 꾹 꾹 눌러 싸 주시던 어머니,부뚜막에 걸터앉아 씹지도 않고 한 술 넘기시듯그렇게 서둘러 숨 넘어 가셨다그 무덥던 계절이 끝난 빈들에마른 풀씨가 흔들린다벌써 몇 년 째 안 보이시는 어머니,오늘 밤엔 제발 유모차 밀고 오시기를 애 터지게빌어 본다보름달이 송편 가득한 쟁반이다딱 어머니 얼굴 같다- 양은쟁반은 어머니의 둥근 마음이 담겨 있다. 추석명절 송편을 만들어서 쟁반에 가득 채우고 나면 보름달은 풍요로워 보였다. 송편을 먹으면서 어머니의 갈퀴손을 떠올리는 화자가 안쓰럽다. 부뚜막에서 찬밥 한 술 넘기시던 어머니가 유모차를 밀고 오시기를 기다려 보는 이번 추석은 더 서글펐을 것이다. 시인 이소애
우렁찬 새만금의 고동소리 따라바다로 가는 해가 몸을 풀면한쪽켠의 빈 배들이지난날의 꿈을 말리고 있다.이제 눈부신 수평선은일직선의 제방으로 막히고만선의 기폭은 노을 속에서고개를 숙이고 있다.마지막 체온인 양서로를 끌안고 있는저들 위에갈매기 대신 우렁찬 새만금의 고동소리일체를 삼킬 듯이 파도 되어 밀려온다.오 우리의 꿈이었더냐, 희망이었더냐새만금, 새만금!△한쪽켠으로 밀려난 빈 배를 생각한다. 세월은 우렁찬 새만금의 고동소리에 묻혀 빈 배를 만들었다. 빈 배는 폐선일까. 아니다, 싱싱한 꿈을 기다리기 위해 배는 꿈을, 희망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렁찬 미래를 가득 채우기 위해 배는 비어 있다. 풍어와 만선의 울긋불긋한 깃발을 기억하고 있을게다. 이소애 시인
사랑을 잃고 남은 그리움은 남루하다둥글게 말린 등은 감추고 싶은 무엇이그 안에 있다는 뜻인가나는 언제 고개 떨구고등짝을 저렇게 둥글게 말아보았던가그 누구의 위로도 범접하지 못하는둥글게 말린 검은 숲속의 적요어둠이 빛이 되는 순리의 시간이 사랑을 잃고 남은 그리움의 남루를 덮는다-한 해의 타작마당에서 나는 얼마나 쓸쓸한가. 사랑은 가고 남루한 그리움만 남았다. 빈 것을 타작한 모든 것들이 둥글게 말리는 계절이다. 낙엽이 둥글게 말리고, 화려했던 꽃이 둥글게 말리고, 내 등이 둥글게 말리고, 지평선도 둥글게 말린다. 검은 숲에 들어 누구도 범접 못하는 적요를 덮고 이 가을을 견디리라. 그렇게 남루해지리라. /글 김영 시인
올 가을엔한 줄기 바람이 되리다온갖 씨름 새침히 잊고싸늘한 표정으로 불다불다갈 길 막히면티 없는 푸른 언덕 되어거기서 살리라북으로 북으로 부는 바람단숨에 내쳐 다다른 고구려 옛터엔우리 역사 짙푸르고그 빛깔 바래지도 않은 영원한 깃발을찍어질 듯 휘날리고파회오리 바람 되어거기서 살리라. 거기서 살리라.
따뜻한 꽃바람이 분다아름다운 삼천 리 강산에핵우산 걷어 낼 바람이 향기롭다남북이 갈라진지 어언 육십 년누구를 위한 분단인가포화에 찢긴 백두대간은 아직도 멍이 시퍼렇다이젠 환희의 웃음을 피워 보자중원의 광개토태왕이살수의 강감찬이 남해의 장보고가충무공 이순신장군이하늘에서 함박웃음을 지으리라백두천지와 한라백록에쌍무지개 다리 놓고남북의 빙하를 녹일이 강토에 푸르름을 채워천천세, 만만세 통일조국을 위해바람아 불어라, 바람아 불어라
세상에 고고의 신호를 울릴 때부터내가 앉아야 할 운명의 의자는어딘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머무르고 싶어도 자리를 찾지 못하고밀려오는 바람에 설 곳을 잃어버린서글픔은 삶의 의욕마저 앗아가더라.비껴 지나간 행운의 허전함이은근하게 눈앞을 스쳐 지나면소슬바람은 머릿속을 후벼댄다.모습이 사라져 간 다음날부터비워진 내 의자에 스며든 여운은저니믄 가슴에 된바람으로 불어오더라.
고요숲에 이따금씩혼잣말 하는바위가 있다무너진 논두렁으로 내려간소나무, 말뚝으로 박히는 소리가슴에다 새기고 새기는바위가 있다골짜기 그윽한 이내푸른 실 잣다 말고가만가만 등 다독여주는바위가 있다△한 시인이 번다한 전주를 빠져나가 고향으로 갔다. 헛것 새기며 살았던 가슴이 소나무를 새기고 새긴다. 이내 가득한 골짜기를 달래며 아직도 불끈하는 자신을 달랜다. 숲 속에서 두런거린 혼잣말이 전주까지 메아리친다. 전주의 바위들도 혼잣말을 듣는다. 김영 시인
너를 두고끝내 간택을 못한 채이천열다섯 년봄날은 간다△봄날 내내 고민하는 시인이 보인다. 단 하나의 낱말도 허투루 부리지 않는다. 단어를 그냥 가져다 쓰는 게 아니라 시어를 간택해서 쓰는 시는 가히 제왕적 지위를 확보하고도 남을 것 같다. 시는 정확하기가 마치 수학과 같다. 시인은 꿈꾸지 않는다. 그는 계산한다는 장꼭토의 말을 다시 새긴다. 단어 하나를 위해 꿍꿍 앓고 있는 시인의 진중함에 나도 말이 없어진다. 김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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