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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이스며있는 휴일의 저녁탁자에 앉아허브 향을 눈으로 마신다.케모마일 한 스푼차 주전자에 넣고끓는 물을 천천히 부으니그곳에 아름다운 저녁노을이 우러난다.찻잔에 어리는형광등 불빛 한 모금이리저리 그림을 그려보다춤추는 저녁노을짙어진 허브 향을 머릿속에 가득 채운다.△이흥철 시인은 〈한맥문학〉으로 등단. 시집 〈찻잔속의 저녁노을〉이 있다.
병원 침대 위로 논이랑 밭이랑 옮겨놓고 어엉차 어엉차 모내기 끝내고 설렁설렁 고추 모종 심는다하늘 바라다 보이는 창가에 서서 하루 종일 4분의 4박자 화음으로 밭고랑을 긁는 가문 숨소리물러서지 못하는 세월 허옇게 드러난 머리카락 희생으로 살아온 삶 추스르지 못한 채 허리에 훈장하나 달았다 무쇠처럼 단단하고 작은 고추처럼 맵고 야무진 꼽꼽쟁이 어머니 병원 침대 위로 논이랑 밭이랑 옮겨놓고 논두렁타고 콩꽃을 피운다 밭두렁타고 깨꽃을 피운다.△이선화 시인은 2006년 〈한국시〉로 등단. 시집 〈깜장 고무신〉이 있다.
세월호가 바다에 가라앉는 순간 꽃은 졌다피기도 전에 떨어진 꽃잎 마다 슬픔이다차가운 주검으로 돌아 온 꽃들아 미안하다 너희를 지켜주지 못해서내 자식 같은 꽃들아4월이 잔인하게 봄의 얼굴을 할퀴자 일상은 멈췄다아름다운 봄날 날아든 비보에 심리적 공황이 나라를 가득 메웠다대한민국이 슬픔의 바다에 잠겼다눈물이 난다고 가슴이 먹먹하다고영정속의 얼굴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숙이는 것도 서로의 손을 잡고 반성하는 것도 죄다 죄다살아남은 자들의 얼굴이 부끄러운 5월바다의 깊이도 모르면서 라면을 먹고기념사진이나 한 장 찍자고 하는 어른들이어서 미안하다△정성수 시인은 시집 〈아담의 이빨자국〉, 동시집 〈할아버지의 발톱〉, 동시곡집 〈동요가 꿈꾸는 세상〉, 시곡집 〈인연〉, 장편동화 〈폐암 걸린 호랑이〉 등을 냈다.
고창 청보리밭에 가면꽁보리밥이 유명하다모처럼옛날 생각이 나서 먹어보는꽁보리밥양쪽 볼테기에미끈덩 미끈덩꽁보리밥에 눈물 말아 먹던어린 시절이 씹힌다요즘이밥과 육식에식상이 나서 찾아온 젊은이들호기심에 덩달아부모님 따라온 어린아이들저들의 입에선 무엇이 씹힐까△김석천 시인은 1999년 시집 〈세상 뱃속에 있다가〉를 내며 등단. 시집 〈시인의 유방〉이 있다.
언덕배기 나이 든 황소 시린 무르팍 오므리고 앉아 있다. 이랑을 일구며 살아온 세월석양의 내 시처럼 되새김질 하고 있다.제 한 몸 뉘일 곳조차 찾지 못하는 저 커다란 눈망울무심한 워낭 소리만산을 넘는다.△김기화 시인은 2004년〈문예사조〉로 등단. 시집 〈산 너머 달빛〉 이 있다.
사흘 봄비의말그르하고 푸르딩딩한 볼을새하얗게 잉끄리고 싶은함치르르한 조선 장닭의 홰치는 소리감잎은 어느새 꼼쥐꼼쥐따스한 볼에 입맞추려 기를 쓰고강아지는 멀뚱말뚱 비란 걸 생전 처음 본다한번 물고 달아나고 싶은데똥똥 짖는다스레트 지붕 위를 옆살 치며 날아가는동네 아줌마들, 참새떼하늘의 방앗간은 비어 있다*유강희 시인은 198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어머니의 겨울〉로 등단. 시집 〈불태운 시집〉 〈오리막〉, 동시집 〈오리발에 불났다〉등이 있다.
아내가 바다로 외출한 뒤 집안은 금세 파도가 출렁인다 철없이 바람을 뒤척이다 나의 키만큼 물 팔매질하고 있을 풀풀 거리는 아내 종이처럼 사는 게 싫어서 애터지게 막막한 생활이 싫어서 키질하는 숨찬 시간이 싫어서 새벽같이 바다로 달아난 아내 매일 보던 집인데도 오늘은 문득 손수건만큼 작아 보인다*이복웅 시인은 1979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삐걱거리는바다〉 〈흔들리는 새야〉 등이 있다.
입가에 안개비 어리어무지개 피운다다문듯 열리는 입술립스틱의 고혹스며드는 봄기운실핏줄의 벅찬 투명여인의 희고 보드란손예쁜 감색紺色 고명매니큐어채워지지 않을 눈망울두근거리는 봄빛수컷들의 행진봄은 여인의 입가에 무지개 피운다△최인호 시인은 계간 〈문학미디어〉로 등단. 시집 〈서정의 분노〉 등이 있다.
나는 당신의 청춘을 들고서 구름 속으로 들어갈래요. 윗목 구름을 뜯고서 베개를 만들고 아랫목 구름은 요를 짜 둥글게 말아 목련꽃을 피울 거죠. 나는 목련꽃에 세 들어 파랗게 익어가는 당신을 바라볼 거라네요. 봄이 지나고 여름이 지나고 가을로 건너갈 때면 파랗게 바랜 당신과 나의 청춘은 하늘을 닮아가겠죠. 그때쯤 목련꽃은 벙그러져 하늘을 담고 있어요.으슥한 밤이 되면 초승달 가지 끝에 걸린 우리는 달 속에 숨어들어가 그윽한 달빛을 퍼 담고 있겠죠.당신은 나, 그득그득 은은하게 퍼 담은 달빛으로 파랗게파랗게 익어갈 거예요.내일이면 목련꽃이 활짝 피고요.△ 김성철 시인은 2006년 ‘봉제동 삽화’로 영남일보 신춘문예 당선됐다.
구찌나 프라다가 이보다 비쌀까달달하게 바람을 굽고 있는 볕살과 수줍은 듯 허공의 움푹한 곳에만 몰려와 엉덩이를 까는 꽃망울들과 벽을 찢고 나오는 야들야들 어린고양이발가락 같은 이파리들과 날것으로도 먹기 좋게 모서리를 지워가는 들판과 그 사이 지구별 밖 어느 먼 나라에서 앉은뱅이걸음으로 걸어와 나물 뜯느라 둥글어진 사람과…….이 봄에 모조模造란 없다△나혜경 시인은 1992년〈문예한국〉으로 등단. 시집 〈무궁화, 너는 좋겠다〉 〈담쟁이덩굴의 독법〉이 있다.
응달진 찻집의 오후 빛살이 창틈으로 스며들어 햇살 한줌 가슴에 안았다 언 가슴이 금세 따스해 오래 전에 가신 어머님 생각에 눈시울이젖고 있었다우리는 서로의 햇살로 태어나 누구의 빛이기를 거부한 응달은 아니었을까 누군가는 내게 이렇게 따뜻한 햇살 한 줌 간절히 바랐을 지도 모르는데 한번도 뒤돌아보지 못했다 만물을 거느리는 온정으로도 못다 해 자연의 섭리마저 거부하는 자만 그 가슴마저 녹여주는 손 길 잠시 머물다 사라져 간 햇살 한줌은성자의 자비인 듯 오래 오래 해 다 지도록 가슴에 머물고 있었다△ 배환봉 시인은 1992년 〈문예사조〉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시집 〈봄볕 내리는 뜨락〉 〈따스한 햇살 조금씩 모아〉 〈들건너 저편〉 〈무루나무골 들목〉 등이 있다.
할머니는 생선 껍데기 벗기고 있었다할머니! 불렀더니나 지금 심들어 왜 불러오줌 싸는 디 워디유썩을 놈, 뒤로 가서 외약다리 들고 싸뒷문을 여니아득한 호남평야였다△호병탁 시인은 시집 〈칠산주막〉으로 등단. 평론집 〈나비의 궤적〉이 있다.
그리움이란오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그리움이란오지 않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그리움이란오는 것도 없고오지 않는 것도 없는 적막 속에서찾아갈 수 없는 곳을 찾는 것이다그리고그 곳에서찾을 수 없는 것을 찾는 것이다△이문근 시인은 2009년 〈시선〉으로 등단. 시집 〈봄이 오는 까닭〉 〈메타-엑스〉 등이 있다.
모래내시장 간판도 없지만나 혼자 지어 부른 김제집에 가서전라도 누룩 가루 틀림없냐고그렇대도 재차 다짐 받아서고봉으로 두어 되는 사와야겠다있는 듯 없는 듯 나를 버무려아랫목에 이불 쓰고 포옥 잊어버리면삭아서 동동 떠오를 테지한 고비 넘을 때면 숨이 가빠도두 손 들고 마알갛게 가라앉을 테지웬만하면 예, 예 껍질을 벗고미련한 고집 수만 가지 생각두 눈 따악 감고 던져 버리면이름 없는 향기로 피어날 테지△이향아 시인은 1963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 〈화음〉 등 19권의 시집과 〈불씨〉 등 15권의 수필집을 냈다.
선각산 배꼽 자리에 잠 자지 않는 데미샘이 있다어머니는 산나물 캐올 때마다 약수 한 병 씩을 내게 내주셨다그 물 한 방울이 강과 바다가 되는 섬진강 발원수였음을 후에야 알았다데미샘은 만 년을 쉬지 않고 달빛과 햇빛을 업고 백운천과 말령, 운암구례, 평사리와 하동땅 적시면서 남南으로 넓고 깊은 긴 길을 내면서세상은 늘 파도가 친다는 것을 알았다채우고 비우며 순리를 찾아 오백리 길 데미샘은 광양만에 이르러야 비로소 세상이 통하는 바다로 길을 이어 놓았다.* 데미샘은 진안군 백운면 신암리 선각산에 있는 샘△전병윤 시인은 1996년 〈문예사조〉로 등단. 시집 〈그리운 섬〉 〈산바람 불다〉 등이 있다.
당신은참으로 허망하게 떠났지얼굴 한번 찡긋하며 경계선을 넘어갔지가뭇없이 떠난 빈자리에 바람이 숨죽이며 제 몸을 쌓고이따금 울음처럼 소나기도 머물렀지저 부푼 통증의 흔적 사이로 슬픔 감춘 대답인 채 내 몸속으로 들어온환한 빛한밤중, 어둠 속에 동그란 창을 낸다, 사방으로 불빛이 번진다, 나를 향한 응시를 내 몸에 부려놓는 것인가, 서서히 내 몸에서 삼투압을 일으킨다, 빛 빠져나간 시린 몸에 온기가 돈다자궁 속처럼 따뜻하다다하지 않은 인연으로△유인실 시인은 1997년 〈문예연구〉로 등단, 시집 〈신은 나에게 시간을 주었다〉 〈나무는 제 몸을 둥글게 펼쳐 신을 향해 뻗는다〉 등이 있다.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지가 혼자 웃었습니다 정말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지가 혼자 노랠 불렀습니다 죽어도 아무 말 안 했는데 지가 그만 울어버렸습니다잊어버리자고 잊어버리자고 마른번개 진저리치듯 저 홀로 흐느끼더니화엄제비꽃쯤에 가 이른 그녀는육탈된 바람이 되었습니다△조기호 시인은 1960년 〈문예가족〉으로 등단. 시집 〈신화〉 〈아리운 이야기〉 〈백제의 미소〉 〈헛소리〉 등 16권을 냈다.
싸릿대 몽당 빗자루 소품으로 기대놓고며칠째 잠 못 이루는 속내를 알았을까감나무 우듬지 끝에 까치가 사대는 아침딱히 지두를 만한 떨림이야 있겠냐만밤새 내린 적막도 하나의 풍경이 되는 그 넓던 작은 마당에 뒹구는 감잎 한 장점점 더 깊어지는 중증의 지병 같이어스름 등성 넘어 환한 소식 올 것 같아오늘도 텅 빈 마당을 허투루 쓸고 또 쓴다.△ 김종빈 시인은 1991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2004년 시조문학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 시집 〈순환열차〉와 시조집 〈냉이꽃〉 〈몽당 빗자루〉가 있다.
황야를 주름잡던 짐승이여인간의 정이 그리워마침내 넓은 초원을 버리고사람 사는 마을로 돌아온 동물이여.본성이 착한 넌그처럼 육중하고 날쌘 몸매를 지녔음에도맹수의 공포를 아랑곳없이초식만을 고집하는 지조를 지녔구나.적진 속을 내달으며 듣는 네 포효(咆哮)는신명(神明)의 손길 같이아군의 사기를 드높여 주었더니라.아득한 원시의 옛 날우리 조상들은 너의 등을 빌어 천리를 달렸고너의 그 힘과 스피드는 사냥의 보루(堡壘)였나니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도너의 그 고귀함과 생명력을 못 잊어철마(鐵馬)를 타고 에쿠스, 갤러퍼를 몰고 있노라.입김으로 보온하기위해 겨울이면 머리를 맞대고 잠을 잔다는 지혜로운 영물이여.갑오년 말의 해가 열렸다.용기와 희망을 싣고청마(靑馬)를 탄 왕자가 우리 앞으로 달려오리니.주마가편(走馬加鞭), 용기와 도전으로 도약하는 갑오년이 되라.조국 강산에 새 희망이여 오라.※ 안용호 시인은 교장으로 정년 퇴임했다. 시집 〈겨울이 끝날무렵〉 〈내 인생의 낙서〉와 수필집 〈그 곳에 바람 있었네〉 〈그리움은 달빛되어〉가 있다.
사랑은 모르면 몰라도한 사람의 세상으로 들어가서정원사가 되려는 일이려니각시붓꽃,양지꽃,쥐오줌풀,자주달개비,하늘나리,까치수염,노루오줌에게매일물을 주고풀을 뽑아주면서꽃을 피우려는 정원사가되려는 일일거야.* 신해식 시인은 1989년 〈문예사조〉로 등단. 시집 〈왕정동 연가〉 〈붉게 물든 노을이 숲 뒤쪽에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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