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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꽃바람이 분다아름다운 삼천 리 강산에핵우산 걷어 낼 바람이 향기롭다남북이 갈라진지 어언 육십 년누구를 위한 분단인가포화에 찢긴 백두대간은 아직도 멍이 시퍼렇다이젠 환희의 웃음을 피워 보자중원의 광개토태왕이살수의 강감찬이 남해의 장보고가충무공 이순신장군이하늘에서 함박웃음을 지으리라백두천지와 한라백록에쌍무지개 다리 놓고남북의 빙하를 녹일이 강토에 푸르름을 채워천천세, 만만세 통일조국을 위해바람아 불어라, 바람아 불어라
세상에 고고의 신호를 울릴 때부터내가 앉아야 할 운명의 의자는어딘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머무르고 싶어도 자리를 찾지 못하고밀려오는 바람에 설 곳을 잃어버린서글픔은 삶의 의욕마저 앗아가더라.비껴 지나간 행운의 허전함이은근하게 눈앞을 스쳐 지나면소슬바람은 머릿속을 후벼댄다.모습이 사라져 간 다음날부터비워진 내 의자에 스며든 여운은저니믄 가슴에 된바람으로 불어오더라.
고요숲에 이따금씩혼잣말 하는바위가 있다무너진 논두렁으로 내려간소나무, 말뚝으로 박히는 소리가슴에다 새기고 새기는바위가 있다골짜기 그윽한 이내푸른 실 잣다 말고가만가만 등 다독여주는바위가 있다△한 시인이 번다한 전주를 빠져나가 고향으로 갔다. 헛것 새기며 살았던 가슴이 소나무를 새기고 새긴다. 이내 가득한 골짜기를 달래며 아직도 불끈하는 자신을 달랜다. 숲 속에서 두런거린 혼잣말이 전주까지 메아리친다. 전주의 바위들도 혼잣말을 듣는다. 김영 시인
너를 두고끝내 간택을 못한 채이천열다섯 년봄날은 간다△봄날 내내 고민하는 시인이 보인다. 단 하나의 낱말도 허투루 부리지 않는다. 단어를 그냥 가져다 쓰는 게 아니라 시어를 간택해서 쓰는 시는 가히 제왕적 지위를 확보하고도 남을 것 같다. 시는 정확하기가 마치 수학과 같다. 시인은 꿈꾸지 않는다. 그는 계산한다는 장꼭토의 말을 다시 새긴다. 단어 하나를 위해 꿍꿍 앓고 있는 시인의 진중함에 나도 말이 없어진다. 김영 시인
꽃에도 사람처럼 영혼이 있다면사랑 받은 꽃들은시들지 않을 거야사랑은 영혼 속에서 살아가는 거니까사람도꽃처럼 향기가 있다면향 고운 사람들은 늙지 않을 거야향기는 살아있어야진하니까△사랑은 말하지 않고 확인하지 않아도 눈빛으로 안다. “사랑해?” 라고 묻지 않는다. 바라만 보아도 온 몸을 휘도는 향기가 스며들기 때문이다. 갑자기 이 세상에서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할 때, 외롭다 말고 꽃을 사랑하라. 꽃은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할 것이다. 사랑 받는 꽃은 시들지 않을 테니까. 시인 이소애
자랑스러운 위대한 여정독립운동, 순국선열의 숭고한 정신어둠에서 빛을, 자유 되찾은 이날조국을 안고 광복의 기쁨 나누기 무섭게 6·25 전쟁, 폐허 속에서 우리는 또 울었네. 우리는 노력 산업화 세계8위 무역 강국세계올림픽 마치고 동계올림픽 유치 월드컵 개최 한류 수출문화 강국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미래비전 정립하세.자랑스러운 새로운 도약역량과 자부심 한민족 하나 되어 통일국가 정기 마련 신나는, 힘나는, 빛나는 무궁화 꽃이 남북 함께 피는 기쁘고 기쁜 광복 70돌 미래비전 뿌리 되네. 우리의 통일의 노래 〈나는 대한민국〉 온 누리 물결치도록 노래하세△은희태 씨는 제3회한국농촌문학상, 제11회서포문학상, 제2회현대문학사조 공모에서 수상했다. 제4, 5대 한국농촌문학회장, 제1~5대 고부문화권보존사업회장을 역임했다.
끝없이 그렇게 오르고자빛은 하얗게 더불어 담이 되고의지가 되고 바람은구름 속도로 살랑거린다지금 잎이 초록이라는 것은꽃이 화려하게 꿈꾸는 중임을말해 무엇하랴다가섰을 때에야보이지 않던 것들볼 수 없었던 사실들이비로소 눈에 들어와우리는 하나일 수 있었다무게중심을 옮길 때 보랏빛은 환상아침이면 세상에 들었다가햇빛에 부끄러워 제 몸을 접으며홀로 꿈꾸는 나팔꽃.△보랏빛 나팔꽃을 생각한다. 태양이 떠오를 때 눈 감아버리는 꽃을 사랑한다. 햇빛에 제 몸 부끄러워 혼자서 꿈을 꾼다는데, 끝없이 오르는 꽃을 위하여 바람도 눈치를 본다는데, 나는 입 꼭 다문 나팔꽃에게 뜨거운 키스를 하고 싶다. 우리는 하나일 수 있다는 사실을 듣고 싶어서다. 시인 이소애
산새 둥지처럼산기슭에 그림 같은 집 한 채계곡의 맑은 물소리보다 더 맑은 집누가 살고 있을까꿈을 꾸는 오막살이집 앞 개울에징검다리 몇 개 놓아두었다맑은 물소리 나와 놀게물소리와 햇살이 오순도순 사는 집물소리가 집 비우면 햇살이 집을 보고햇살이 집 비우면 물소리가 집을 보고△물소리 같은 어머니가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햇살 같은 아버지는 따뜻하게 듣는다. 두 사람이 번갈아가며 집을 보는 고향집. 산새 둥지처럼 작은 오막살이, 고향 떠난 자식들은 부모구존(父母俱存), 이것만으로도 세상이 다 감사하다. 물소리와 햇살이 오래도록 함께 하기를. 김영 시인
분유 설탕을 넣는 양촌리 커피‘시골 노인이라 별수 없다’며 아가씨가 웃는다그래 숭늉이 그리운 시골뜨기다욕심 없어 땅 투기 모르고매달려야 할 권력 없어 뻔뻔할 필요 없고허세 부릴 일 없으니 약삭빠를 것 없어있음 있는 대로 없음 없는 대로 얼마나 좋으냐!흙과 함께 살아왔으니흙으로 돌아가는 길 낯설지 않고태초 영혼으로 다가가는 지름길지게목발에선 육자배기 흐르고솔바람 모퉁이 돌아 영마루 오르는 아리랑청산에 마루랑 다래가 거기 있거늘...그냥 촌놈이라 불러라 그 말이 더 좋다.△숭늉이 그립다. 그냥 생긴 대로 걸림 없던 옛 시간이 그립다. 썩은 두엄을 한 짐씩 너끈히 받쳐주던 지게 목발의 장단이 그립다. 머루 다래처럼 향기롭게 익던 어린 시간이 그립다. 예이츠를 베껴 ‘육체의 노쇠는 지혜’라고 에두르지 않아도 할 말 있다. ‘너 늙어봤냐, 나 젊어봤단다’. 김영 시인
무릎 꿇을 일도, 누굴 무릎에 앉힐 일도 없는 요즘 무릎을 제대로 쓰는 일 하나는 좋은 시를 만났을 때 아프도록 무릎을 치는 일△책 읽기 좋은 계절이다. 밖은 덥고, 피서지엔 사람들이 너무 많고, 쓰레기도 그만큼 많다. 이런 계절은 오히려 집이 젤 좋다. 앞뒷문 다 열어놓고 세상에서 제일 편한 자세를 하면, 내면으로 여행하기 좋은 때다. 책 읽는 소리가 사라졌다. 사람들은 멀티미디어에 자신을 뺏겨버렸다. 시인끼리라도 시인의 시를 찾아 읽자. 소리 내어 읽자. 그러고 아프도록 무릎을 치자. 김영 시인
길은 뚫렸어도 또 생기고 점점 넓어진다.갈 길은 묻히고 점점 좁아진다.홀로 밥을 짓고 구석진 방에 잠자리를 편다.눅눅한 이불을 널고 고슬고슬 햇볕을 쬔다.햇볕이 구겨진 주름을 펴고 끌끌 혀를 찬다.참새들도 너무 적막하다고 쫑알거린다.오래된 집 기둥이 골다공증을 앓는다.아무도 엿보지 않는 봉창에 비가 들친다.접시꽃이 피었다 외로움을 안고 떨어진다.다 찌그러진 우편함 바닥을 훑어본다.굽은 허리가 발 하나 더 달라고 조른다.입씨름이라도 하고 싶어 까치가 깍깍거린다.들 고양이 양은밥그릇은 언제나 비어 있다.방문을 열어놓고 먼 산을 넋 없이 내다본다.산 너머 그 너머 마을을 마음속에 그린다.홀로 말하고 홀로 듣는다, 참 쓸쓸하다.△한 송이 꽃은 외롭고 쓸쓸하다. 어울려야 아름답다. 세월의 주름은 굴곡이 깊어서 햇볕도 힘들게 왔다 간다. 봉창 밖의 빗방울도 외로움을 알고 그냥 지나쳐 떨어진다. 홀로 사는 노인은 혼자라서 쓸쓸하다. 접시꽃도 쓸쓸함을 등에 지고 흙으로 떨어진다. 허리 굽고 뼈는 바람 소리가 차가운데 사랑이 그립기만하다. 이소애 시인
세 살배기 내 동생동그란 단추 같은배꼽을 내놓았다.놓칠세라아빠가 배꼽을 꼭 눌렀다.까르르 깔깔깔한 번 더 꼭 눌렀다.자지러지면서 또 까르르 깔깔깔이번엔 동생이식구 모두 배꼽을 찾아 누르고 다녔다그만, 그만우리 집은 온통 까르르 깔깔깔까르르 깔깔깔△아참, 깜빡했다. 조물주가 세상에 나를 보내실 때 꼭꼭 달아주신 웃음 단추가 있었지. 소리 내어 깔깔 웃어본 것이 얼마만이던가. 배꼽 빠지게 웃어본 일은 있었던가. 참 오래 묵혀버렸구나. 행여 녹슬지 않았을까 가만 눌러보니 까르르 깔깔깔 제대로 작동한다. 김영 시인
저 호기심 많은 붉은 눈망울 안에 핀 꽃은 세상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밖에 핀 꽃은 안으로 고개를 기웃거린다 가시를 갖고 태어났어도 붉은 열꽃 속에 감추고 사는 너는 사춘기의 꽃 봄이 지쳐 돌아가는 길 다하지 못한 함성이세상 밖에서 안에서 소리 없이 무너지고 있다△요즈음 한창 인기리에 방송 중인 삼둥이의 ‘음소거 울음’에 마음이 간 적 있다. 소리는 없는데 숨은 넘어가게 생겼다. 가시를 붉은 열꽃 속에 감추고 사는 사춘기 장미의 함성, 너무 절절해 들리는 않는 함성이 바로 장미의 향기일 터. 붉은 넝쿨장미가 6월의 뜨락에서 무너지고 있다. 눈 맞추고 알아주면 지쳐 돌아가는 길이 덜 외롭겠다. 김영 시인
나그저 촉촉이 젖은 대지그대까만 씨로 내 품 파고들어싹 틔우고 꽃피워향기 가득 채웠으니내가 그대 것입니까그대가 내 것입니까△어울린다는 말이 가진 밝은 울림이 대지의 묵묵한 배려인 줄 이제 알겠다. 나와 인연이 되어 내가 싹 틔우도록 품어준 선생님, 부모님, 친구, 선후배, 그리고 삼라만상이 고맙고 고맙다. 나는 온전히 그들의 것이 되어드리지 못했으나 그들은 온전히 내 것이 되어 주셨다. -김영 시인
화장기 없는 여인의 얼굴이다.내 발에 맞는 신발을 신고 걷는우연적 필연이다.지천으로 너불려 있는 돌멩이 밭에서나의 의미가 된돌멩이 하나다.감추지 못한맨손이다.맨발이다.맨마음이다.△돌멩이도 시인은 의미가 있다. 그 의미를 언어로 부여할 때 맨발로, 맨손으로, 맨마음의 시가 된다. 가식 없는 하루를 사는 화자가 외로운 글밭에서 맴도는 수많은 언어. 나붓나붓 흔들리는 감정을 가장 낮은 자세로 시에 접근하는 화장기 없는 여인의 보고 싶다. 이소애 시인
어제는 싸랑부리로살강 밑에납작 엎드려 울더니이 봄엔하얀 민들레꽃으로무작정 훨훨 날아가는구나왼 낯바대기에마른버짐꽃 허옇게 핀전라도 촌가시내야△살강 밑 씀바귀처럼 딱 엎드린 촌가시내의 흐느끼는 등짝이 보인다. 학독에 보리쌀을 갈다가 힘들어서 울었고, 부뚜막에 불을 지필 때 매운 연기가 눈물을 만들었다. 낯바대기 마른버짐은 가난한 가시내의 꽃무늬였다. 휘파람 불던 사내에겐 하얀 민들레꽃으로 보였으니 훨훨 날아가고 싶었을 게다. 시인 이소애
나는 텃밭을 가꾸고 있다하루에도 몇 번씩 기웃거려 본다채소도 자라고 잡초도 자란다갈 때마다 잡초를 뽑아 보지만뒤돌아서면 잡초는 내 손보다 빨라서감당하기가 어렵다.생각해 본다내 마음에 잡초를 이렇게 뽑았다면 깨끗한 마음의 밭이 되었을 텐데텃밭에 풀도 무성하지만내 마음도 쑥대밭이 될 때가 더 많다.텃밭에 풀도 뽑고 마음 밭에 풀도 뽑고부지런히 마음의 밭을 갈아야겠다.△잡초를 생각한다. 하찮고 소외되고 아무렇게나 살아가는 풀. 이름을 불러주지 않는 풀은 뽑힌다. 엉겅퀴, 강아지풀, 닭의밑씻개라고 부르는 닭의장풀, 애기똥풀 그리고 연보라 꽃을 피우는 비비추를 생각한다. 마음에 심지 않아도 자생하는 미운 사람. 그 미운 사람을 위하여 이름을 불러보는 텃밭이 푸르다. 시인 이소애
점점 낮아지고 작아지는 집, 대문이 사라진 집경계를 허무는 그곳에 늙은 어머니 꽃들과 함께 흔들린다보고 싶은 것만 보시라고 시력은 뒷걸음질하고듣고 싶은 것만 들으시라고 청력은 아득해졌는가꽃 같은 시간 훌쩍 사라진 자리에 홀로 남겨진 어머니마음만은 꽃 같아서 어머니 꽃자리는 낮아지지도, 작아지지도 않는다 여전히 꽃들은 그들의 시간 지나고어머니의 시간만 가벼워진다△어머니의 시간은 자식의 시간이다. 마술사처럼 배고플 때 따뜻한 밥과 색동저고리와 꽃버선을 만들어 주셨다. 금방 대문을 열고 들어오실 것 같은 어머니 목소리. 꽃 진 자리에 어머니를 닮은 내 모습이 첩첩 슬픔으로 스며든다. 카네이션 꽃만 보아도 가슴이 아리는 오월이다. 시인 이소애
썩고 썩고또 썩어서나 이제없어졌네.한겨울보내고나니온누리가 꽃이어라.△번다한 생(生)을 짧은 양장에 저리 깊게 썩힐 수 있을까! 썩는 것은 삭는 것, 삭는 것은 발효되는 것. 삶의 여러 마디들은 얼마나 오래 발효시켜야 꽃으로 활짝 피어날까? 세상의 모든 꽃은 씨앗이 썩어서 핀다. 자식도 부모가 썩어서 피어난 꽃이다. 김영 시인
여전히 보숭보숭한 할머니지팡이처럼 굽어서도피어나는 할머니 놀랍다산등성이에서 손자를 기다리던 할머니가목을 쑥 빼밀고굽은 등을 쭈욱 펴고풀쩍 나는 것을 보았다막판에 키가 몇 뼘인가 올라섰다모양새 따윈 망가져도 좋아그저 숙이고 굽실거렸던주름의 힘,쫘악 펼친 우산살 웃음이햇빛의 손바닥을 쳤다△미처 몰라서 더 놀랍다. 늙어서도 피어날 수 있다니, 숙이고 굽실거렸던 주름의 힘으로 풀쩍 날아오르면 햇빛과 하이파이브를 할 수 있다니, 봄볕이 따사롭다. 굽은 등 쭈욱 펴고 햇빛 아래 당당하게 걷자. 김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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