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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JIFF]실험한다는 것, 일상에서의 발상과 상상력

사소한 것, 뜻하지 않은 경험,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이 시간예술로 불리는 영화매체를 통해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 모두 작가의 실험 정신에서 비롯된다. '이미지 포럼 셀렉션2'는 일상의 발상과 상상으로 관객의 상상력을 틔워내는 기회였다. 고시마 카즈히로의 '하얗게 사라진다1.2.3.4' 시리즈는 영화의 원초적인 빛과 그림자만으로 표현한 작품. 작가의 일상에서 보이는 시계, 전화기 그리고 전철역 일상의 물건들과 삭막한 거리, 카메라 피사체에 비친 왜곡된 사물들, 부드러운 카메라의 움직임은 고요함을 더해 간다. 일상 속에서 느끼지 못하는 소음과도 같은, 고요 속에서 들리는 소리는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감독은 감각적인 소유자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카메라의 구도, 깊은 심도의 표현, 명암의 깊이, 단순한 흑백의 이미지로 넓고 깊은 입체적 공간, 섬세하고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감독의 열정이 느껴진다. 단순하면서도 정교한 그래픽과 실사를 교묘하게 이용하여 마치 실사와 그래픽의 구분이 어려울 만큼 사소한 부분까지도 빛과 그림자의 이미지만으로 싸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냉소적인 현대인들의 마음의 틈에 있는 지친 일상의 적막함을 나타내는 듯하다. 스치는 사람들 중에서 어디선가 보았던 어색한 순간과 반복되는 일상들은 하얗게 사라지는 듯, 영화는 여운을 남긴다. 쿠라시게 테쯔지의 '토끼가 무서워'는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를 허무는 작가의 상상력과 발상이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동화적인 캐릭터와 회화적 드로잉 기법은 사뭇 엽기적인 주제를 코믹한 분위기로 연출한 작가의 재치를 엿볼 수 있다. '찢어진 일기'는 타나이마 케이지와 아이하라 노부히로의 공동 작품이다. 이 작품의 제작과정을 옆에서 지켜봤던 필자로서는 의미가 더 새롭다. 일러스트 작가인 타나이마 케이지는 히로시마 애니메이션 패스티벌 포스터 일러스트를 제작했고, 아이하라 노부히로는 교토대학 예술학부 교수이며 히로시마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전통적인 필름제작 방식으로 제작되었으며 연필 드로잉의 이미지를 자유롭게 표현한 작품으로 일상에서의 무한한 상상력을 느끼게 하는 미덕이 있다. 이미지 포럼 셀렉션2는 실험영화 영역의 확장으로서 실험적 아트 애니메이션으로 분류 할 수 있으며, 작가와 관객의 새로운 상상력이 교착하는 훌륭한 장소였다. /정상용(골방 아트필름 페스티벌 책임기획·일본 아트 필름 연구소)

  • 영화·연극
  • 전북일보
  • 2004.04.30 23:02

[2004JIFF]페르난도 페레스 감독과 다니엘 디아즈 토레스 감독

"쿠바의 영화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의미있는 자리다. 한국과 쿠바간 문화적 교류의 전환점이 될 것 같다.”쿠바 영화 특별전을 기획한 지프는 불투명한 게스트 방문에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29일을 기해 이같은 불안감은 씻겨졌다. 쿠바 영화의 두 거장, 페르난도 페레스와 다니엘 디아즈 토레스가 나란히 전주에 모습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페르난도는 특별전에 상영될 '휘파람'을 촬영한 감독이고, 다니엘은 '이상한 마을의 알리시아'의 감독이면서 디지털 스펙트럼 심사위원 자격으로 지프를 찾은 비평가다. 29일 오후 전주 영화의 거리내 게스트 라운지에서 만난 이들은 "쿠바는 낯설고 영화 또한 접하기 힘들어겠지만, 이번 특별전에 소개될 작품들은 쿠바의 영화 역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수작'들로 구성됐다”고 평가했다. 페르난도는 덧붙여 "전주국제영화제가 자신들의 영화 세계를 소개해준데 대해 고맙다”며 '감사합니다'라는 한국말도 잊지 않았다. 다니엘도 "60년대부터 최근 작품까지 쿠바의 영화들이 다채롭게 꾸려졌다”며 "기술이 진보하면서 다양한 형식의 영화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쿠바 영화에서도 이같은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이번 특별전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지난 45년간 쿠바영화 예술산업진흥원에서 지원을 받아 제작된 것이 대부분입니다. 쿠바 영화의 다양성 안에서 일체된 영화의 예술 정신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이 열 다섯살 되던 지난 1959년 쿠바 혁명이 일어났다며 페르난도는 "혁명 이전에는 영화 산업이 없었다”면서 "16세부터 영화와 함께 성장했다”고 소개했다. 대화 중간중간 돈독한 우정을 드러낸 이들은 쿠바 영화의 리얼리티는 다른 것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페르난도는 '쿠바에서의 영화는 가장 진실한 삶을 드러내는 평화적인 매체'라며, '진정한 삶에 대한 고민이 영화를 통해 여과없이 나타나는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페르난도는 한국 방문이 처음이지만, 지난 1980년 북한 평양국제영화제에 '헬로우, 헤밍웨이'라는 작품을 들고 방문했었다. 그는 "지난 80년대 아시아 국가로는 이례적으로 북한과 베트남 등 두 나라에서 몇몇 작품들이 선보인 적은 있었지만,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처럼 대대적으로 쿠바 영화를 소개한 적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쿠바감독들은 30일 오후 7시 전북대 병원 정문 앞 클럽 쟈코에서 열리는 '쿠바 영화의 밤'에서 만날 수 있다. 다니엘은 5월 1일 오후 8시 시네마 8관에서 관객과의 대화를 갖는다. 페르난도는 최신작인 '스위트 하바나'가 베를린 개봉을 앞두고 있어 2일 출국한다.

  • 영화·연극
  • 안태성
  • 2004.04.30 23:02

[2004JIFF]"쿠바여행 앞서 영화부터 감상"

"쿠바영화 보러 왔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절대 볼 수 없잖아요.” 28일 오후 4시 영화의 거리. 상영시간의 한 틈에서 소설가 공지영씨(42)를 만났다. 그는 영화제에 처음 참여한다고 말했다. 동력은 쿠바영화였다. "오전부터 매 시간마다 영화 때문에 분주했다”는 그는 "전주·전북과 연고가 전혀 없어 낯선 이국 땅에 온 느낌”이라고 말하면서도 줄곧 밝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영화에 대한 만족과 기대. (엄마이자 아내이기도 한 그는) 모처럼 일탈에 대한 뿌듯함도 있었을 것이다. 전주는 10여년전 전북대학교 강연에 초대받은 이후 두 번째다. "대학을 졸업하고 잠깐동안 출판사에 근무한 적 있어요. 세계영화사에 관한 책을 맡아서 작업했는데, 그때 좌파영화사의 한 부분으로 쿠바 영화를 처음 접했죠. 이론으로 만난 그때의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었어요.” 15년 넘게 지나버린 기억에 대한 확인. 게다가 올 겨울 체게바라와 헤밍웨이의 흔적을 쫓는 글을 쓰기 위해 쿠바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는 그에게 전주로의 영화여행은 당연한 선택이었다. "테마를 설정해 만드는 기행문집을 자주 내고 싶다”는 그는 지난 2001년 유럽의 수도원 10여 군데를 순례하며 펴낸 '수도원 기행'(김영사 펴냄)을 통해 작가 자신의 내밀한 고백을 담기도 했다. 쿠바여행도 책으로 엮어질 예정이다. "영화는 미지의 삶을 가장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매체라고 생각해요. 그릇이나 숟가락, 양발과 칫솔 등 세세한 일상의 도구들까지 직접 확인시켜주잖아요.” 전주에서 그와 조우할 영화들은 8편. 많다싶은 일정이지만, 그는 토마스 구티에레스 알레아 감독의 1968년작 '저개발의 기억'(30일 오후 5시 전주시네마)을 보기 위해 전주에서 머무는 시간을 늘렸다. "음식의 고장인 전주에 온만큼 기필코 맛있는 음식을 먹고 가야겠다”는 그는 '맛있는 음식' 때문에 또다시 호텔의 체크아웃을 미룰지도 모른다.

  • 영화·연극
  • 최기우
  • 2004.04.30 23:02

[2004JIFF]아름다운 영상속 깃든 '혁명정신'

지프의 야심작, '쿠바 영화 특별전'이 관객몰이에 나섰다.지구 반대편 멀리 섬나라 쿠바는 우리와는 비수교국이다. 때문에 쿠바를 소개하거나 이해할 시도조차 없던 국내 현실에서 영화 역시 제대로 소개된 적 또한 없었다. 하지만 미지의 영화 세상을 향한 지프의 강한 몸짓이 마침내 쿠바를 전주에 옮겨놨다. 정치적·경제적 교류가 없었던 탓에 필름 수급은 쉽지 않았다. 일부 영화의 경우 포대 자루에 필름을 담아 전달받기도 했다. 게다가 지프에 참석하기로 했던 다니엘 디아즈 토렌즈 감독과 페르난도 페레즈 감독이 외교 문제로 캐나다 토론토에서 발이 묶여 한동안 방문이 불투명했다가 29일 새벽에야 한국에 들어왔다.지프가 정치적 장벽을 딛고 올해 심혈을 기울여 선보인 쿠바영화 특별전은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쿠바영화 특별전은 한때 연간 1백50편이 넘는 영화를 만들어낸 미지의 영화 강국, 그 진수를 느낄 수 있는 무대다. 쿠바영화 45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국내는 물론 아시아영화제 사상 최초로 마련된 빅 이벤트에 관객들이 몰려들면서 후반부 영화제가 그 열기로 한층 물들고 있다. 이번 특별전 기획은 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인 임안자씨(영화평론가)의 몫이었다.지난 1976년 페사로 영화제를 찾은 그가 낯선 쿠바 영화 두 편에 매료된 게 쿠바와 인연을 맺게된 이유다. '영화의 아름다움'을 충격적이란 말로 대신한 그는 당시 '언젠가 쿠바 영화를 소개해야겠다'는 다짐을 거의 30년이 지난 이제서야 지프를 통해 현실로 일궈냈다. 그는 '쿠바 영화를 사랑하는 것은 정치적인 알레고리 때문만은 아니다'고 말한다. 쿠바 영화는 역사의 전진을 가로막는 구습을 타파하기 위해 카메라를 무기로 삼고 있다. 혁명과 예술의 이상적 결합, 그 미학적 모험를 떠나는 쿠바 영화 안에서 느껴지는 휴머니즘, 그가 지프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다. 예술과 정신의 혁명을 꾀하려는 제3영화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는 이번 특별전에서는 서구에 처음 쿠바영화를 알린 미하일 칼라토조프 감독의 '소이 쿠바' 등 모두 17편을 선보이며, 쿠바 영화의 과거와 현재를 꿰뚫어본다. 지난 1960년대 혁명 영화의 신호탄격인 '소이 쿠바'(5월1일 오전 11시 프리머스3관)는 바티스타 정권의 몰락 전후 시기의 열광적 정치 이데올로기를 통해 쿠바의 다양한 모습을 스펙터클하게 보여준다.서구 세계로 망명하는 아내를 떠나보내고 홀로 남은 쿠바 지식인의 정신적 공황 상태를 보여주는 토마스 구티에레스 알레아 감독의 '저개발의 기억'(30일 오후 5시 시네마1관)은 혁명의 성공 이후에도 치유되지 않는 불균형한 의식 상태를 정교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또 쿠바영화사에서 가장 젊고 현대적인 작품성 때문에 '이질성'으로까지 비춰진 후안 카를로스 크레마타 말베르티 감독의 '나다'(5월2일 오후 2시 CGV4관)와 사회주의권 붕괴로 부분적 자본주의 유입으로 격변을 겪는 쿠바의 90년대 모습을 다룬 페르난도 페레스 감독의'휘파람'(5월 1일·2일 오후 2시 CGV 5관)도 화제작으로 꼽힌다. 제3세계 여성영화의 진수를 느낄수 있는 파스토르 배가 토레스 감독의 '테레사 초상'(30일 오후 8시 CGV5관), 식민지와 공화정 그리고 혁명 시기의 동명 3인의 여성상을 그려낸 움베르토 솔라스 감독의 '루시아'(5월1일 오전 11시 프리머스 3관·2일 오후 2시 시네마 8관)도 눈길을 끈다. 또 섹슈얼리티와 정치의 문제를 연결시켜 1990년대 이후 쿠바 사회의 문제를 능란하게 다룬 '딸기와 초콜렛'(30일 오후 2시 CGV 2관), 아들의 급작스런 성정체성 폭로로 야기되는 가족들의 소동극 '가족비디오'(5월1일 오전 11시 CGV 5관) 등 쿠바 영화의 편견을 깨는 주목할만한 영화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강력한 현장 저널리스트인 산티아고 알바레즈 감독의 다큐멘터리 단편 모음(30일 오후 2시·5월1일 오후 8시 프리머스 2관)도 상영된다.

  • 영화·연극
  • 안태성
  • 2004.04.30 23:02

[2004JIFF]30일·1일, 연이은 불면의 밤

지난 24일 자정. 전주영화제의 특별한 아이콘 '불면의 밤' 첫 순서인 '컬트의 밤'은 6백8명의 관객이 초대됐다. 25일 오전 6시 3분까지 장장 3백63분 동안 밤의 기운을 허락한 이들은 5백여명. 졸면서 혹은 뜬눈으로 밤을 지샌 이들은 올해도 기이하고도 예외적인 전주영화제만의 문화를 생산했다. '불면은 밤'은 자정부터 새벽까지 계속 영화를 상영하는 섹션. 이제 30일 '금기의 밤'과 1일 '몽환의 밤'이 영화 키드들을 유혹한다. 행위예술가 막셀리의 전위 작품 '막셀리 라이브 퍼포먼스'(감독 막셀리 안투네즈 로카·스페인)가 '금기의 밤' 문을 열다. 사운드·애니메이션·행위라는 매체와 관객과의 상호작용을 충돌시켜 고정관념을 흔들며 성적 에너지와 폭력성을 드러낸다. 올해 '불면∼' 중 가장 궁금증을 일으켰던, '야수'(감독 발레리안 보로브츠크)도 기대되는 시간.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 25년간 상영 금지됐던 이 영화는 전주에서 다시 한번 노약자·임산부·청소년·심장이 약한 사람 등의 출입을 금했다. 1일 '몽환의 밤'은 10편의 영화가 4시간 21분 동안 불면을 이끈다. 15년이라는 제작 기간이 걸린 체코 애니메이션 '핌파룸'(감독 아우렐 클임트·브리스타 포스피실로바)과 체코 지리바르타 감독이 선사하는 8편의 단편들. 몽환적 현실, 현실에서 일상적으로 발견되는 몽환이다. 사회적 모럴의 이름으로 금기시된 영역을 폭로하거나 방문케 하는 영화들과 무의식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체코애니메이션 영화들은 잠들지 않는 전주와 숨가쁜 영화 키드들을 만나며 일상성으로부터 일탈하는 축제의 기쁨을 맛볼 수 있게 한다. 전주국제영화제의 밤은 그래서 더 소중하다.

  • 영화·연극
  • 최기우
  • 2004.04.30 23:02

[2004JIFF]'사마리아'의 김기덕 감독과의 짧은 인터뷰

눌러쓴 모자와 군복(軍服)같은 사파리를 걸치고 주변인처럼 상영장을 오갔던 5년전의 모습이 또렷했다. 김기덕감독. 해외영화제에서는 화려하게 스포트를 받았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글쎄'라는 반응이 짙다. 그는 첫 전주영화제에서 영화 '섬'으로 주연배우 서정과 함께 영화제를 찾았었다. 다시 전주를 찾은 올해 그는 베를린영화제에서 '사마리아'로 감독상을 수상하며 한국영화의 자랑으로 우뚝 서있다.올해 전주영화제에 한일공동영화제작 워크샵에 초대된 그는 짧은 일정을 마치고 곧바로 전주를 떠났다. 제작일정 때문이었다. 짧은 전화 인터뷰가 이루어졌다. 조심스러운 질문에 짧고 직설적인 그의 대답은 '영화제'의 존재와 기능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한일영화워크숍 행사에 참여해 10시간 동안 예비영화인들과 함께 했을 뿐, 영화는 한편도 보지 못했다"는 그는 "소재도, 시도도 좋은 자리였다"고 워크숍 기획을 평가했다.전주영화제에 대한 생각을 묻자, 민감하게 반응했다. "영화를 못보았으니 달리 할말은 없고, 다만 왜 자꾸들 (기자들이) 그렇게 묻는지 모르겠다. 흠집을 내려는 의도적인 질문이 아닌지 싶을 정도다. 영화제의 성격은 영화제측이 충분한 고민을 모색하는 만큼 맡기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고 말했다. 전주영화제를 위한 조언에도 "전체적으로 관찰할 시간이 없어 뭐라 말할 것이 없다. 내가 바란다고 그대로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영화제가 추구했던 바가 있을 것이고, 그 취지를 살리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고 밝혔다.그는 실험성 짙은 전주영화제에 지지를 보냈다. 전주영화제를 섣불리 평가하고 예단하는 것에 대한 그의 단호한 입장. "시간을 갖고 지켜보라.”짧은 인터뷰로 전해진 조언이다.

  • 영화·연극
  • 이성각
  • 2004.04.30 23:02

[2004JIFF]'나는 다큐멘터리 감독이되고 싶었다'의 이은아감독

스크린이 밝아지자 '쌍시옷'부터 튀어나왔다.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기 위한 그를 향한 환영인사였다. 나름대로 귀하게 자랐다는 그가 다큐멘터리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나는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고 싶었다”고 말한다. 2004 전주국제영화제 메인 프로그램인 '인디비전' 섹션의 유일한 한국 작품 '나는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고 싶었다'. 그 때 그는 스물셋이었고, 스물여덟인 지금 그는 다큐멘터리 감독이 됐다. '무대포 정신'으로 충전된 이은아 감독(28)을 만났다. 큰 마음 먹고 소주를 사들고 다리 밑으로 갔다. 이미 여러 사람이 돌려마신 후라 침과 술로 범벅이 된 스탠레스 컵에 소주를 받아들었다. '그래도 이 쪽이 입을 적게 댄 것 같아.' 스스로 위안하며 술잔을 들이키고 다른 사람이 먹던 숟가락으로 국을 떠먹었다. 일종의 시험이었다. 하루에 소주 빈병 40개가 나오는 곳. '우리는 거지'라고 스스름없이 말하는 사람들. 취해서 겁도 몰랐다는 용감무쌍한 그와 부산대교 밑 노숙자들의 만남은 2000년 1월부터 시작됐다. 그곳에서 불리워진 별명은 '꼬맹이' '이쁜이' '딸래미'. "기대 이상으로 관심 보여주셔서 감사드려요. 완성되고 나니 제목부터 지극히 주관적인 작품이 됐지만, 처음에는 IMF로 희망을 잃은 사람들을 통해 사회적 이슈를 끌어내고 싶었어요.”6mm를 통해 본 다리 밑 세상은 MBC 아카데미 수료 작품이다. 베트남어를 전공하고 무역회사에 취직도 했었지만, 영화를 만들고 싶어 잘 다니던 회사도 그만뒀다.첫 도전치고는 거친 상대였고, 첫 작품인 점을 감안한다해도 감독의 치열한 고민과 진정성은 그 이상이었다. "여성 다큐멘터리 감독에게는 오히려 가까운 사람들이 적이에요. 다큐는 고발성이 강하다고 생각해 걱정을 많이 하지요.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여성감독이라 덕을 본 것 같아요. 나이도 어린 여자애가 주는 술 다 받아마시면서 친해지려고 노력하니까 기특했나봐요.”3개월만에 그들과 '관계맺기'에 성공했다. 누군가는 3백원짜리 사발면을 내밀며 사랑을 고백해 왔고, 어느날은 누군가가 '꼬지(구걸)'한 돈을 택시타고 다니라며 주기도 했다. 극영화를 하고 싶었지만 그는 다큐멘터리를 선택했다. "다큐 작업에서는 '관계맺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대상과 관계를 맺으면서 친해지는 과정이 화면상으로 나타나잖아요.”그러나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은 심리적 갈등이 많다. 그는 "작품을 만드는 동안 주체적이지 못한 그들의 삶이 실망스러워 한동안 공백기간을 가졌었다”고 고백했다. 힘들고 지칠 때면 자꾸 다리 밑이 생각났다. 떠남과 만남이 익숙한 그들은 어제 만났던 것 처럼 그를 맞아줬다. "화면의 구도로 내 생각을 전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강할 때였어요. 뷰파인더에 눈을 대고 있는데, 아저씨들은 카메라만 찍지말고 자기 이야기를 들으라고 했어요. 어떻게 해야될지 혼란스러웠지요.”손을 카메라 렌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과 눈을 맞추기 시작했다. 촬영이 끝날 무렵에는 카메라가 손에 익어 보지 않고서도 정확한 구도를 잡아낼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졌다. 이 다큐멘터리는 노숙자에 관한 것이지만, 사실은 그의 성장 다큐멘터리다. 그는 "그들은 삶 전체를 손에서 놓았지만, 지금 나도 삶의 어느 한 부분을 포기한 노숙자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지금 다리 밑에는 아무도 없다. 그는 다큐멘터리 감독이 됐지만, 다리 밑 그들은 대부분 죽거나 실종됐다. "머리로 알고 쓰는 작품은 거짓이지만, 피부로 느끼고 눈으로 확인하고 만드는 작품은 남이 공감할 수 있다”고 말해주던 다리 밑 아빠. "이쁜이가 영화제 나간다고? 좋지”하며 그들은 첫 작품의 주인공이 돼줬다. 다음 작업은 부산 완월동 사창가를 생각하고 있다. 벌써부터 들락거리며 그들과 '관계맺기'에 한창이다. 지금 계획대로라면 그의 나이 서른한살 즈음, 두번째 작품이 세상에 나온다. 그는 또 얼마나 자라있을까.

  • 영화·연극
  • 도휘정
  • 2004.04.30 23:02

마르세이유 포기하고 전주 택했다

지프가 주목한 예술과 영화의 공존, 그 심오한 영화 세계의 선두에 서있는 거장. 작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기획한 자신의 회고전을 통해 영화 통념을 깨는 신선한 충격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프랑스 출신의 영화아티스트, 장 끌로드 루소(58)가 신작을 들고 찾아왔다. 그가 올해 지프에 내놓은 3개의 작품 중에는 지난해 전주에서 머문 동안 제작했던 17분짜리 '소나기가 오기 직전'이란 작품이 포함돼 있다. '소나기가…' 는 루소가 전주전통문화센터 인근 지붕에 테라스(천막)가 쳐진 매운탕집을 우연히 지나치다 촬영장소로 택하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상의 모습을 고정된 카메라를 통해 여과없이 담아낸 작품이다. 당초 영화 제작 계획이 없었지만 공간과 그 공간에서 전개되는 지속적 시간 개념을 중시했던 루소는 전주천변의 풍경을 그냥 놓치지 않았다. 영화제 사무국에서 빌린 카메라와 공테이프만으로 시나리오 없이 작품을 만들었다. 그의 나머지 두 작품, '사소한 재미' '예측할 수 없는 시간'에서도 이같은 루소의 영화 철학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고정된 카메라에서 발산한 이미지는 한컷의 스틸 사진이나 정물화·풍경화 같은 정적 미술 장르 처럼 보여진다. 클로즈 업과 같은 촬영기법은 사용되지 않는다. 철저하게 이미지 개입을 거부한다. 하지만 그 안에 시간이 존재한다. 그래서 멈춰버린 듯한 이미지는 조금씩 미동(?)한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의도된 것 처럼 영상이 만들어질 수 있다."작품의 의도성은 배격하는 대신 지속적인 시간이 개입할 수 있는 '정확한 구도 잡기'가 그에게 가장 중요한 영화 요소다. 촬영기법으로 원 씬-원 컷(One Scene-One Cut)이나 롱테이크(Long Take)를 주로 사용하는 것도 그 이유에서다.특히 지프와의 인연은 프랑스 마르세이유로 '불똥'이 튀었다. 프랑스 영화 예술의 거장이 올해 만든 두 편의 신작이 모두 지프를 통해 첫선을 보였기 때문이다. 루소는 마르세이유 영화제측에서 이 때문에 서운함을 내비쳤다는 얘기도 전했다. 그는 27일 자신의 작품이 상영된 전북대 건지아트홀을 찾아 관객들과의 대화에 나섰고, 지난 26일에는 지프가 마련한 '영화보다 낯선' 토론회에 패널로 참가하는 등 지프에서 만난 게스트 중 가장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영화보다 낯선' 그의 작품들은 29일 오후 2시 전북대 건지아트홀에서 또 만날 수 있다. 1946년 파리 출생인 장 끌로드 루소는 법학을 전공했으며, 뉴욕으로 건너가 아방가르드 시네마를 접하고 아티스트로 활동해왔다. 그는 지난 83년 첫 데뷔작으로 45분짜리 중편 '창가에서 편지 읽는 소녀'를 제작했으며, 95년 작품 '갇힌 골짜기'가 99년 벨포트영화제에서 최고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었다.

  • 영화·연극
  • 안태성
  • 2004.04.29 23:02

[2004JIFF]미디어 아트라는 작은 섬에 들러보는 즐거움

디지털과 웹을 기반으로 한 산업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가장 두드러지는 미술분야가 매체미술(Media Art)이다. 80년대 이후 본격화된 매체 중심적인 미술의 유행은 미술의 개념 자체를 근본적으로 뒤흔들어 놓고 있다. 백남준을 거쳐 매체미술이라는 범주는 컴퓨터를 포함한 첨단 기술을 응용하여 시각적 예술성을 가미한 테크놀로지 아트, 인터넷 즉 웹망 상에서 전개되는 웹 아트, 감상자의 참여와 쌍방 소통에 의하여 내용 자체가 가변적으로 구성되는 인터랙티브 아트 등 다양한 개념을 포괄하게 되었다.제5회 전주국제영화제의 부대행사로 마련된 지프마인드 2004(Jiff Mind 2004)에 출품된 작품들 중 다수는 위의 개념을 복수로 아우르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비디오 조형으로서의 요소를 지닌 인터랙티브 아트이거나, 테크놀로지 아트이며 웹아트이자 인터랙티브 아트라는 식이다. 이들 실험적 작품이 영화로서 대표되는 영상예술의 미래를 한자락 펼쳐 보인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지프마인드 전시는 충분히 의미있다. 여러 여건의 미비로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았지만 앞서 말한 다양하고 복합적인 매체미술의 전개 방식을 개괄적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교육적이었으며, 시간을 두고 낱낱이 세심하게 접근하여 보면 무궁무진하게 펼쳐지는 새로운 감수성의 지평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그를 위한 조건이 있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편안하게 몰입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라는 것이다. 작가들은 대체로 전시 구성 전체를 하나의 비디오 조형으로 의식하여 의자 등을 방해물로 여긴다. 그러나 스위스 작가들의 전시의 경우 대부분 편안한 의자가 비치되어있다. 소통을 원한다면 방석이라도 깔아 놓으라고 권하고 싶다. 또 시각적 청각적 간섭을 최소화해야 한다. 가능한 한 각 작업의 공간은 상호 차단, 격리되어 독립되어야 하며 음향 효과가 떨어지더라도 스피커가 아닌 헤드폰을 이용하여 간섭을 줄이고 집중도를 높일 수 있는 배려가 필요하다. 스위스 작가들은 가장 첨단적인 동시에 개념적, 철학적으로, 웹망과 신기술의 이용도를 극대화한 작업들을 선보였다. 웹의 바다의 무한한 자원을 예술의 요소로 활용하는 야심이 두드러진다. 얀 토르푸스나 버지트 캠커는 미디어의 첨단기술이 넘쳐나는 와중에 '몸'이라는 극히 원초적인 요소를 소중하게 활용하였다는 점에서 퍽 인상적이었다. 아래층의 한국작가 전시에서는 '노스탤지아...'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저기술 일세대 매체미술과 단일 채널 비디오 아트로부터 첨단 인터랙티브 아트에 이르기까지 매체미술의 역사를 개괄적으로 보여주는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개론으로부터 각론으로 들어 갈 때가 되지 않았는가 싶다. 미디어 아트를 내세운 전시에서 잡탕을 보여주기보다 테마와 범주를 한정하여 초점을 날카롭게 맞추어 봄이 어떨까 싶다. 고경호의 반영, 홍승혜의 유기적 기하학 등은 명상적 분위기를 연출하는 전시 맥락 속에서 엄격하게 전시되면 더욱 살아날 것이다. (이때 벤치를 준비하는 것을 잊지 말자.) 전영훈의 꽃, 오창근의 라임 III 등으로는 인터랙티비티라는 화두를 더욱 선명하게 던져주면 좋을 것이다. 권진우, 박형민, 박준수, 정상열의 싱글 채널 작업들은 대형 스크린이 있는 독립 공간에서 더욱 살아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전시가 전북권의 예비작가들에게 미디어 아트의 본령을 탐험케 하고 시류의 강박적 추종으로부터 자유를 얻고 더욱 주체적으로 신문화를 천착하게 하는 기회를 제공해 주리라 믿는다. 애호가들이여 영화의 바다를 항해하다가 미디어 아트라는 작은 섬에도 들러보자.

  • 영화·연극
  • 전북일보
  • 2004.04.29 23:02

막판 관객몰이 나선다

ID발급, 자막사고, 상영중단 등 초반 운영미숙으로 곤혹을 치른 뒤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는 전주국제영화제가 지난해와 비슷한 예매율를 보이며 영화제 반환점을 돌았다. 관객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작품들이 영화제 후반에 집중돼 지난해 전체 유료 입장객수를 넘어설 수도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영화제 열흘 일정 가운데 중반에 선 전주영화제는 엿새째인 28일 오후 3시 현재, 유료관객 4만2천5백여명(ID카드 발급 티켓 6천6백6명은 별도)으로 집계돼 지난해 같은 기간(6일째 오후 4시) 4만1천명보다 다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해 1백74편(1백25개 프로그램)에 비해 2백84편(1백45개 프로그램)으로 실제 상영프로그램이 20개 가량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객석점유율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 지난해는 전체 관람석 10만7천2백53석 가운데 유료관객 6만1천2백여명, ID발급 1만1천13명으로 객석점유율 67%를 보였다. 올해 전체 관람석은 11만석이다.특히 비때문에 다소 주춤했던 27일과 달리 28일에는 후반에 배치됐던 쿠바영화특별전 등에 관객이 몰리는 등 하룻동안(27일 오후 4시∼28일 오후 3시) 3천 5백매나 발매됐다. 개막작인 '가능한 변화들', 폐막작 '노멤버', '머드', '마녀 비비' 등은 입소문이 나면서 일찍감치 매진된 상태며, '장미의 행렬', '보드카 레몬', '요시노이발관', '벨빌 랑데뷰', '성적종속' 등도 매진이 임박해 있다. 특히 폐막작을 비롯해 매진되었거나 상영을 마친 일부 작품에 대해서는 재상영 요청도 이어지고 있다.영화제측은 관심을 끌만한 작품 상당수가 다른 영화제를 들러 오는 바람에 영화제 막바지에 집중됐다며 막판 관객몰이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영화제 오선진홍보팀장은 "영화제 운영 등 크고 작은 문제를 딛고 차츰 안정을 찾아가는 분위기”라며 "노동절과 일요일에 막판 붐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영화·연극
  • 이성각
  • 2004.04.29 23:02

[오목대]현실과의 동일시

많은 경우, 영화나 드라마의 내용이 원작과 다르게 묘사된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이런 경험은 보는 이에게 그리 좋은 것이 아니다. 원작의 등장인물에게서 받았던 이미지와 다른 배우의 모습에 실망한다. 심지어는 줄거리도 바꾸어 놓는다. 이 점에서는 특히 유념할 필요가 있다. 괜히 영화를 보고서 원작소설의 내용을 읽은 것처럼 너스레를 떨다가는 망신을 사기 십상이다.이런 원작과 영상물 사이의 괴리감은 관객들의 이해를 얻기에는 아직 이른모양이다. 하지만 이런 괴리감은 피할 수 없는데 그런 차이는 여러 요인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꼭 짚어서 어느 한 가지라고 부러지게 말 할 수 없다. 보편적인 차이는 차분한 설명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소설 등과 달리 영상물은 짧은 시간 안에 사건의 모든 것을 전달해야 하는 데 있다. 그나마 한정된 배우들을 통해서 그러한 극중 인물을 나타내야 하는 제약은 큰 부담이 아닐수 없다.그리고 몇 년 고생해서 만든 영상물을 두 번도 아닌 한 번의 관람경험을 바탕으로 서슴없이 평하는 것을 자주 목격한다. 물론 이런 비판이 잘못된 것만은 아니다. 영상작품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귀 담아 들어 두어야 할 내용들도 많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러한 의견개진은 때때로 외압으로 작용하여 작품의 완성도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쌍방향 의사소통의 시대를 사는 사람들답게 많은 사람들이 영상작품 특히TV를 통해서 반영되는 드라마에 개인 의견을 개진하는 것도 그 한 사례일 것이다. 덕분에 진작에 죽었어야 할 상궁이 극중에 계속 등장하게 되는가 하면 줄거리 역시 극작의 원래 의도와 상관 없이 관객들의 요구에 영합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배우의 입장에서는, 맡은 역이 악역(惡役)이라면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봉변을 당하기 쉬운 것이 현실이다. 극중의 인물과 배우를 현실에서도 동일시하는 사람들이 간혹 응징(?)을 하기 때문이다. 플라톤 역시『공화국』에서 예술가의 모방이란 허위와 가식이라는 시인추방론을 내세운 것도 비슷한 모양새다.오즈음 북한 룡천에서는 재난으로 먹을 것이 없어서 아우성인데 드라마에서 계란을 놀잇감으로 삼았다고 시청자들이 흥분한 모양이다.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알겠는데 그렇다고 드라마의 내용까지 연결하는 것은 현실과의 동일시가 너무 심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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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4.04.29 23:02

[2004JIFF]오늘의 상영작

29일(목)11:00 두 생각 사이의 침묵 / 건지아트홀비밀요원 "철고양이"의 모험 / 덕진예술회관 산티아고 알바레즈 단편 모음 / 프리머스 2관 딸기와 초코렛 / 프리머스 3관 파수꾼 / 전주시네마 1관 마스터클래스: 월터 카발로 / 전주시네마 8관 일본독립영화 : 플래닛 스튜디오 +1 셀렉션 / 전주CGV 4관 14:00살팀 뱅크 /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장-끌로드 루소 / 건지아트홀 ⓠ크메르 루즈-피의 기억 / 덕진예술회관청춘의 살인자 / 프리머스 2관 오뽀뽀모즈 / 프리머스 3관 토킹 픽쳐 / 전주시네마 1관 화집 + 엄마… / 전주CGV 4관 ⓠ집 바꾸기 / 전주CGV 5관 17:00 아임 낫 스케어드 /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마가렛 타이, 샹탈 아케만, 샤론 로크하르트 / 건지아트홀51분 / 덕진예술회관꿈꾸는 영웅, 알랭 기로디 / 프리머스 2관 루시아 / 프리머스 3관 나의 겨울여행 / 전주시네마 1관 한국 단편의 선택 4: 관계2 / 전주CGV 4관 ⓠ보드카 레몬 / 전주CGV 5관 20:00 소이쿠바 /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제인파커 / 건지아트홀잭, 금연하다 / 덕진예술회관 ⓠ한국 단편의 선택 3 : 관계1 / 프리머스 2관 ⓠ바이브레이터 / 프리머스 3관 테레사의 초상 / 전주시네마 1관 좀비처럼 걸어봐 / 전주CGV 4관 천사의 황홀 / 전주CGV 5관 ⓠ빙우 / 야외상영장

  • 영화·연극
  • 전북일보
  • 2004.04.29 23:02

[2004JIFF]주제가 있는 영화보기

세상에서 아름답지 않은 여성은 없다. 사람들의 시선이 한 곳에 머물게 하는 화려한 외모와 늘씬한 몸매가 아니더라도 여성만의 부드러움 혹은 강인함으로 세상 안에서 여성은 충분히 아름답다.그러나 사회적 편견과 이데올로기, 고정관념으로 세상은 여성의 아름다움을 잡아둔다. 이제 여성의 당당한 반란이 시작됐다. JIFF를 통해 보는 다른 문화 속 여성들의 삶과 투쟁은 우리의 딸, 엄마, 그리고 여성의 문제다. 여성의 사회생활은 남성보다 훨씬 더 피곤하다.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고? 사장으로부터 신임받고 있는 여직원과 노력파이지만 눈치가 없어 주변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또다른 여직원이 매일 밤 함께 야근을 하게 된다. 이경미 감독의 '잘돼가? 무엇이든(29일 오후8시·5월1일 오후2시, 프리머스2관)'은 너무 다른 두 여성 사이의 질투와 갈등, 화해를 담고있다.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여성의 내재적 욕망과 상실에 관한 고찰 '꽃가라 환타지(5월1일 오후2시 전주CGV)'. 주체적 자아로 존재하기보다는 아내로서 엄마로서 며느리로서 딸로서 또는 생활인으로서 살아가는 기혼여성들의 삶을 '꽃가라(꽃무늬) 원피스'를 통해 상징화시켰다.역사 속 여성의 모습은 안해룡 감독의 작품 제목처럼 '아직도 아물지 않는 상처들(5월2일 오전11시 전주CGV 4관)'다. 일본군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과의 인터뷰와 관계자들의 증언을 담은 이 다큐멘터리는 여전히 남아 있는 역사의 상처를 되짚어보고, 피해자이면서도 사회적 약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할머니들의 삶과 투쟁을 기록했다. 1895년 식민지 시대를 살아가는 부르주아 여성, 1953년 공화정 시대의 예쁜 부르주아 소녀, 1960년 혁명이 일어나던 시대의 여성. 3명의 '루시아'라는 여성의 삶을 통해 역사적인 맥락 속에서 국가성을 재현시키고 있는 움베르토 솔라스 감독의 '루시아(29일 오후5시·5월1일 오전11시 프리머스3관, 2일 오후2시 전주시네마8관)'.세계 어느 곳에서도 여성은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여성차별이 유달리 심한 이란에서 여성 감독이 여성 학대를 소재로 만든 영화다. 바박 파야미 감독의 '두 생각 사이의 침묵(29일 오전11시 건지아트홀)'. 범죄자는 지옥으로 가야 하지만 처형된 처녀는 천국으로 간다는 생각 때문에 그녀는 처형을 면하게 된다. '처녀막'에 대한 그릇된 생각과 '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어려움을 말해 주는 영화. 파스토르 베가 토레스 감독의 '테레사의 초상(29일 오후8시 전주시네마 1관, 30일 오후8시 전주CGV)'은 쿠바사회에 뿌리박힌 남성우월주의에 대한 한 여성의 투쟁을 그리고 있다. 전통 쿠바 가족사회의 갈등 안에서 불합리한 성 역할 관념을 개혁하고자 적극적으로 투쟁하는 여성상을 보여준다. '쥐구멍은 어디에 있나(5월1일 오후5시 프리머스2관)'의 춘선은 스물다섯살이 되어서도 달력 속 작은 바다를 바라보며 일탈을 꿈꾼다. 지하철 안에서 가면을 쓰고 사회의 불만을 토로한 후 도망치는 아이의 장난을 보고,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그녀의 '미친 반란'은 시작된다. 그러나 곧 그녀에게 사랑이 찾아오면서 그녀의 반란도 흔들리기 시작한다. 사랑과 여성의 그 미묘한 관계…. 가슴을 울리는 한 단어 '엄마'. 우리 엄마는 두 번이나 '장한 어머니상'을 받을만큼 세상으로부터 칭송받아왔다. 우리 6남매가 모두 출가하자 엄마는 독립생활을 시작했고, 우리들은 엄마가 공부를 하거나 봉사활동을 하며 곱게 늙기를 바랬다. 그랬는데… 엄마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 류미례 감독의 '엄마…(29일 오후2시 전주CGV 4관)'다.

  • 영화·연극
  • 도휘정
  • 2004.04.29 23:02

[2004JIFF]마스터클래스 초청 정일성 촬영감독

"무엇을 어떻게 찍고 또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지에 대해 시대적 책임감을 느낍니다”한국의 영상미학을 대표하는 영화계의 거목, 정일성(75) 촬영감독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던 격동의 현대사를 헤쳐왔던 게 작업을 계속할 수 있었던 계기”라며 "아직도 더 할일이 남아있다고 생각하면 저절로 힘이 솟는다”고 말했다.전주영화제가 특별수업으로 마련한 촬영감독 마스터클래스에 초청된 정감독은 28일 현장의 필름메이커스와 영화지망생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촬영세계, 그리고 40년넘게 현장을 지킬 수 있었던 비결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그는 개인적으로 교통사고와 직장암으로 두차례 죽을 고비를 맞았지만 이를 넘기고 다시 사회에서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만큼, 감사의 뜻으로도 일을 놓지 않겠다고 덧붙였다.서울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정감독은 "1950년대∼1970년대까지는 국내개봉영화를 모두 보고 또 기록했다”며 "직접 보고 느끼고 현장에서 배운것이 이론공부 보다 훨씬 보탬이 됐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영화제작 과정을 모두 터득하고 나서 스스로 이론을 배우는 일과 이론을 습득한후에 현장에 투입되는 방식중 어느 과정이 낫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경험상 현장 학습이 더 큰 공부가 됐다는 설명이다.정감독은 자신의 영화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주저없이 김기영 감독을 꼽았다. 서울대 의대 출신인 김감독을 대학시절부터 따랐다는 정감독은 영화작업중 이일 저일을 자신이 직접 간섭하는 것도 1인 6역을 해냈던 김감독의 영향이라고 말했다.1929년 동경에서 출생한 정감독은 20대 후반이었던 1957년 '가거라 슬픔이여'로 촬영감독에 데뷔한 이래 한국영화계의 독보적 존재로 명성을 떨쳐왔다.특히 최근 새 영화 '하류인생'(임권택 감독) 촬영을 마친 그는 거장 임권택 감독의 작품세계를 실현, 한국영화의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영화·연극
  • 김종표
  • 2004.04.29 23:02

[2004JIFF]네덜란드 시네-포엠 다큐멘터리 감상평

네덜란드 시네-포엠 다큐멘터리? '시'도 어렵고 '영상'도 어려운데 둘이 하나를 이루었다면? 이걸 보고 어떻게 글(문자언어)로 옮긴다지? 이번 영화제를 기회로 우여곡절 끝에 짤막한 다큐 한편을 함께 만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안목은 턱없이 부족한 처지이니 영화를 보러 가면서도 내내 걱정이 가라앉지 않는 건 당연했다..백발의 유현목 감독님과 하명중씨 모습도 보이고, 썩 많지는 않은 관객들 중에 외국인들도 꽤 많이 눈에 뜨인다. 카탈로그를 잠깐 살펴보니 다섯 편의 짤막한 작품들이 한데 묶인 프로그램이다.'순간의 침묵'(감독: 요한 반 데르 케우켄, 1965, 11분, 디지베타, 칼라), '거울 속 네덜란드'(감독: 베르트 한스트라, 1950, 11분, 35미리, 흑백), '체리나무 꼭대기에서'(감독: 알베르트 브로센스, 1948, 7분, 35미리, 흑백), '물의 도시, 암스테르담'(감독: 막스 데 하스, 1958, 14분, 35미리, 흑백), '식량공급자들'(감독: 이찌엔 브루쎄, 1949, 14분, 35미리, 흑백). 다섯 편 모두 카메라가 포착해낸 이미지와 사운드 재료들을 절묘한 결합을 통해 엮어나가며, '그때 그곳의 삶의 풍경'을 아주 인상적인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구나, 이것이 '시네 포엠'이구나, 역시 짐작했듯이 글로 옮기기 참 어렵겠구나, 다들 보고 느껴보라고 말하면 무책임하다고 할까? 이런 생각을 했다.그래도 '거울 속 네덜란드'에 대해서는 말로 할 수 있는 게 좀 있어 보인다. 가장 밋밋해 보이면서도 나로서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풍차'로 시작해서 물에 비치는 다양한 이미지들이 이어지는데, 거꾸로 반사된 이미지가 다시 뒤집히고, 수면의 상태에 따라 흔들리고 왜곡되는 정도가 달라지고, 이미지 자체가 거의 없어져버리기도 한다. 확정되어 있는 것은 없이 부단히 요동하니 그것이 표면인지 심연인지, 안과 밖을 가늠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물의 나라'로서의 네덜란드를 물에 반사된 이미지로써 표현하려는 기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여 종국에는 예술적 반영의 문제까지 짚어 보면서 미학과 철학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는 셈이다. 영화관 문을 나서며 들었던 생각은 이것이다. 다큐멘터리가 과연, 그것이 다큐라는 이유만으로,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인식을 극영화보다 더 잘 매개해준다고 할 수 있을까? 결국 중요한 것은 '관점'의 문제가 아닐까? 다음 상영장으로 향하는 발길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5월1일 오후 8시, 전주덕진예술회관)

  • 영화·연극
  • 전북일보
  • 2004.04.29 23:02

[2004JIFF]영화전문기자들이 본 전주국제영화제

다섯 번째 여정의 절반이 지난 제5회 전주국제영화제. 극장마다 거리마다 관객들 못지 않게 현장을 누비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영화전문기자들이다. 이들에게 전주국제영화제의 현장을 들어보았다. 한겨레 임범 기자, 필름2.0 장병원 기자, 씨네21의 김현정 기자, 월간 프리미어의 전종혁 기자, 무비위크의 고경석 기자가 기꺼이 취재에 응했다. △ '영화보다 낯선''쿠바영화' 등 실험성 높이 평가개별 영화에 대한 만족도는 높았다. "처음에는 볼 만한 영화가 없다 싶었지만, 실제 스크린을 접하면서 상당히 만족하게 됐다”는 식이다. 인디영화나 디지털·독립영화, 실험영화를 접할 수 있는 것이 전주만의 장점으로 꼽았다. 특히 '영화보다 낯선' 섹션과 일본 ATG 회고전, 쿠바영화, 소니마주 등에 대한 관심은 특별했다. 그러나 전주에서만 볼 수 있었던 다큐멘터리·애니메이션 비엔날레가 사실상 없어진 것과 일반관객들의 호응이 높지 못한것에 대한 쓴소리도 많았다. "전주에서 내세운 것이 전주시민들과 교감을 쌓지 못한다면 재고해야 한다”는 것. 한겨레 임범기자는 "디지털과 아시아 독립영화가 전주의 고민일 것”이라며 (방향을 바꾸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자유·독립·소통의 슬로건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 것을 조언했다. △ 일반 관객들에 대한 배려 주문마니아와 대중들을 향한 전주영화제의 방향에 대한 의견은 다소 엇갈렸지만 '대중들과의 호흡'은 공통적으로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임기자는 "올해 영화들은 대중성과 전문성이 지나치게 양분화 돼 있다. 그러나 전주영화제는 대중적인 것보다는 영화제에서만 볼 수 있는 영화에 주목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보인데 비해 필름 2.0의 장기자는 "나름대로 색을 찾으려는 집행부의 고민은 보이지만, 초기부터 안았던 '대중들과의 호흡'이란 숙제는 여전히 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프리미어의 전기자는 "현장에서 만난 일반관객들은 유럽영화나 대중성 있는 영화에 주목하고 있었다”고, 씨네 21의 김기자는 '영화보다 낯선' 등 다른 국제영화제들과의 차별성은 좋게 평가하면서도, 일반 관객들에게는 어려운 코너였다고 분석했다. 그 원인으로 영화제 홍보부족과 '불안정한 조직구조'를 꼽았다. "프로그래머가 바뀔 때마다 영화제의 기본 프로그래밍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5년 동안 세 번 프로그래머가 바뀌면서 노하우가 축적될 시간이 부족했다. 가뜩이나 후발주자로 출발한 약점을 여전히 극복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김기자의 지적이다.상영사고나 발권문제 등 운영 문제도 제기됐다. 이들은 "영화제의 운영이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것 같다”거나 "국제영화제에서 크고 작은 사고는 당연히 발생하는 것이지만, 5회의 연륜이 의심스러울만큼 여러가지 헛점이 보인다”고도 꼬집었다. △ 올해는 영화제의 도근점이 되는 해"집행부가 바뀌면서 삼인삼색·일반인 대상 워크숍 등 디지털을 강화했던 1회에 비해 회화적인 영화들과 실험적인 영화들이 더 많아진 느낌이다.”전문기자들은 올해를 전주영화제의 매우 중요한 기점으로 꼽았다. "장기적으로 보면 올해와 같은 프로그램이 긍정적일 수 있다”고 밝힌 장기자는 "다양한 영화를 소개하려는 노력이 더 지속되고, 각 섹션마다 명확한 선을 긋고, 전주만의 색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전주영화제의 과제는 경쟁력 확보. 부산과 부천에 비해 대중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전주의 환경을 극복할 대안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부산과 같은 영화제가 또 있을 필요는 없다. 전주는 영화를 만들기에도, 영화제를 진행하기에도 좋은 도시다. 분명한 색깔을 가지고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정체성, 그게 전주영화제의 살길이다.” 크고 작은 매력과 아쉬움을 전한 이들 전문기자들은 그러나 "전주영화제는 어느 영화제보다도 가능성있는 영화제다.”고 평가했다.

  • 영화·연극
  • 최기우
  • 2004.04.29 23:02

[2004JIFF]상영작을 들여다봤더니...

영화제 한 중간. 올해 상영작들을 훑다보면 영화마다 감독마다 안고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상영시간이 가장 긴 작품은 6시간 20분의 '소멸하는 별빛'(미국)이다. 장대한 러닝타임의 이 영화는 제작기간도 상상초월이다. 감독 켄 제이콥스는 25살 때 이 영화를 크랭크인해 72살에 완성했다. 체코의 '핌파룸'(감독 아우렐 클림트 외1명) 제작기간도 15년이다. 가장 짧은 영화는 러닝시간 2분의 '차이니즈 시리즈'(감독 스탠브래키지·미국). 제목이 가장 긴 작품은 윤성호 감독의 '하루 10분씩 그냥 들여다보기만 해도 코펜하겐식 이별실력이 부쩍 느는 비디오'다. '고독한 전쟁'(감독 제이크 마하피·미국)은 제목처럼 단 한 명의 스태프도 없이 감독 혼자 만든 영화다. 배우들도 영화 촬영지의 주민들. 가장 많은 감독이 참여한 영화는 '이공(異共)'. 이현승·김소영·김의석·박기용·김태균·봉준호 등 국내 대표적인 감독이자 평론가 20명이 각각 5분에서 14분까지의 짧은 단편을 엮어 1백62분의 한 작품을 만들었다. '마이 걸'(태국)은 대학동기인 다섯 감독이 6년 만에 만나서 제작한 영화다. 독일과 미국이 공조한 '타나토스와 에로스'(감독 칼 누스바움)는 선댄스·로테르담 등 45개 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지만, 1975년 제작된 '야수'(감독 발레리안 보로브츠크·프랑스)는 일부 유럽 국가에서 25년 동안 상영 금지됐었다. 최고령 감독은 고인이지만 영웅 카스트로를 묘사한 '소이 쿠바'(쿠바)의 그루지아 공화국 출신인 미하일 칼라토조프(1903∼1979)다. '토킹 픽쳐'의 마누엘 데 올리베이라 감독(포르쿠갈)은 아흔이 넘었으며, 재미난 상상력이 돋보이는 '날개 달린 사자'(프랑스)의 아네스 바르다 감독도 일흔 여섯의 고령. 벨기에 출신인 그는 '누벨바그의 할머니'로 불리는 살아있는 역사다. 최연소 감독은 '돌아오지 않는 사랑'(일본)을 연출한 1981년생 하마다 코스케 감독. 2001년 '지붕 위에서의 낚시'로 데뷔해 일본 단편영화제에서 여러 번 상을 수상했다. '오버 데이'(한국)를 연출한 조성규 감독은 1980년 서울 출생. 국내 출품 감독 중 가장 나이가 적다.

  • 영화·연극
  • 최기우
  • 2004.04.28 23:02

[2004JIFF]'세계가 지프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례적인 외신들의 전주 나들이. 프랑스의 '카이에 뒤 시네마', 미국의 '버라이어티', 일본의 '키네마 준뽀' 등 세계적인 유명 영화잡지사와 엔터테인먼트 관련 외신들이 지프로 몰려들고 있다.해를 거듭하면서 국제적 인지도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전주국제영화제가 5년째를 맞으면서 세계적으로도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한국영화의 잇단 해외영화제 입상과 작품성에서 주목 받는 작품이 늘어나면서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것도 전주국제영화제를 찾는 외신 기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일정대로 해외 취재진들이 속속 전주를 찾아들면서 외신들의 취재 열기도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26일 밤 한국에 들어온 세계 최대의 영화 월간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의 저널리스트 벵샹 말로자는 여독을 풀 시간도 갖지 않은 채 27일 오전 인터뷰 일정에 돌입했다.그가 지프에서 만난 첫 상대는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사마리아' 로 감독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이다. 이미 유럽 등 세계 무대에서 널리 알려진 김감독은 해외영화제 진출 횟수와 수상 경력으로 치면, 한국에서 그를 따라갈 감독이 없을 정도로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인이다. 벵샹은 김감독을 붙잡고 한 시간 넘게 인터뷰를 하는 열의를 보였다. 외신들의 취재 열기는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지난해 경우, 영국의 '스크린 이데일리'가 거의 유일하게 한국 통신원을 통해 전주국제영화제의 작품들을 소개하는 정도에 그쳤지만 올해는 전주국제영화제가 게스트 초청 규모와 작품 수를 대폭 늘리면서 '꺼리' 를 찾아 취재 대열에 오른 외신 기자들이 상당수 늘었다. 해외 취재진 중에는 이탈리아 출신의 페스티발 어드바이저인 마시모 카우소와 한국영화를 소개하는 웹사이트'시네마 꼬레아노' 운영자인 데이비드 카자로 등도 포함돼 있다. 데이비드는 지난 2002년부터 부산과 부천영화제를 차례로 방문한데 이어 올해 처음으로 전주를 찾았다. 개막 첫날부터 체류기간 동안 스무 편의 영화를 봤고, 마지막 일정인 27일 민병록 조직위원장, 김기덕 감독, 김설우 감독을 인터뷰 했다. 그의 웹사이트에는 1백편이 넘는 한국영화가 소개돼 있다. 현재 체류중인 외신 기자는 8명. 앞으로 영화제 기간동안 7∼8명이 더 전주를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전주영화제가 공식으로 초청한 대상은 5명. 대부분 외신 기자들이 자비를 들여 영화제를 찾고 있는 셈이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해외언론을 담당하는 박부식씨는 "세계적으로 1천여개가 넘는 영화제 가운데 9백여개가 4월 중에 열리고 있다”며 "영화제 분산으로 사실상 관심을 받기 어려운 여건에서 잇단 외신들의 방문은 지프의 위상에 큰 힘이 된다.”고 밝혔다.

  • 영화·연극
  • 안태성
  • 2004.04.28 23:02

[2004JIFF]디지털필름워크숍 19명의 전사들

"앞으로는 '저걸 영화라고 찍었냐'는 말을 못할 것 같아요. 이번 작업을 통해서 짧은 영상물 한편에도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 지 알았거든요.”지난해 12월부터 18주 동안 5개월의 노력이 튼실한 열매를 맺었다. 전주국제영화제의 2004디지털필름워크숍에 참여한 19명의 노작 네 편이 상영된 27일 오후 2시 CGV4관. 관객의 표정은 스크린의 변화에 따라 진지해졌다가 웃음꽃이 피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거리다가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 각각의 영상물에 자막이 올라갈 때마다 박수소리에도 힘이 가득했다. 카메라에 늦바람난 사람들. 이들은 '관객과의 대화'시간에도 쉬지 않고 카메라를 들이댔다. 그러나 이들은 불과 5개월전만해도 영화제작을 '남의 일'로만 알았던 사람들이다. 여럿이 모여 제작하는 극영화보다 혼자서도 기획·촬영·편집이 가능한 다큐에 높은 관심이 반영된 것이 2004년의 특징. 이미 현장에서 비디오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거나 독립영화협회·전주국제영화제·영화전공자 등 이미 한 쪽 발을 영상문화에 담그고 있는 사람들도 합류했다. 올해 제작·상영된 영상물은 극영화 '마비-2014시지프스'(팀명:껌)와 '즐거운 나의 집'(팀명:가족), 다큐멘터리 '소리'(팀명:우니 필름)와 '꽃가라 판타지'(팀명:꽃가라푸로젝트). 특징은 제작팀원들의 고민과 제작과정을 그대로 영상으로 담은 것. 예년과 달리 다큐멘터리가 2편 포함됐고, 독특한 발상과 시도가 돋보이는 수작이 많았다. 곽효순·김상미·나현수·박남기·안영수·하수철씨 등 다양한 스펙트럼이 만난 '마비∼'는 독특한 개성을 가진 팀원들의 고민과 애정이 듬뿍 묻어났고, 김성진·문성길·윤상범·윤희수·조은이씨가 함께 한 '즐거운 나의 집'은 '가족'과 '여성'이라는 단어를 다시 한번 생각게 했다. 특히 제목부터 흥미를 끈 '꽃가라 판타지'는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싶어하는 30∼40대 기혼여성들의 충동과 달라진 몸에서 오는 상실감을 인터뷰를 통해 표현했고, 제작진 김미숙·서정훈·김경진씨는 사람들의 변화에 따른 자신들의 의견을 자막으로 적절하게 표현해 더 큰 호응을 얻었다. 지체 및 언어 장애를 갖고 있는 대학생 고낙준씨의 일상을 담은 '소리'의 울림도 컸다. 이상복·정동란·정초왕·조은아씨 등 40·50대가 주축이 된 이 팀은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이상복씨는 "다큐의 기본문법을 고려하지 않고 그저 자연스럽게 찍었다”고 말했지만, 관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었는지, 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궁이다”고 말했다. 전주국제영화제가 해마다 운영해 온 이 워크숍은 시나리오·촬영·음향·편집·연출 등 체계적인 학습으로 각 팀별 한편의 영화를 제작, 상영하는 프로그램이다. 폭넓은 나이 대와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 영화의 소비자에서 주체적인 생산자로 변한 이들은 영화를 세상에 낸 27일 오감이 떨린다고 말했다. 내일도 모레도 영화를 보면 언제나 이들의 가슴은 흥분에 쌓일 것이다. "다음 작품은 언제부터 시작할까요?”

  • 영화·연극
  • 최기우
  • 2004.04.28 23: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