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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인물] 정지영 감독 “이름 없는 ‘제주 4‧3’에 제 이름 찾아줘야죠“

1988년 서울의 한 극장가에 느닷없이 뱀이 풀렸다. 미국영화 직접배급에 반대하며 한국영화의 생존권을 지키려던 영화인들의 처절한 저항, 이른바 ‘뱀 투척사건’이다. 투쟁의 선봉에는 서슬 퍼런 기개의 젊은 감독 정지영이 있었다. 당시 투쟁위원회를 이끌던 감독은 모든 책임을 짊어지고 옥고를 치러냈다. 이후 사람들은 그를 ‘투사’라고 불렀고 그의 카메라는 권력의 치부를 들춰내는 날카로운 창이 됐다. 그로부터 40여년이 흐른 2026년. 여든의 세월을 관통한 그가 다시 우리 앞에 섰다. 78여년 전 제주에서 소리 없이 잊혀진 ‘이름들’을 보듬고서 말이다. 김근태 의원의 고통을 통해 시대의 야만을 고발했던 영화 <남영동 1985>가 폐쇄된 공간 속 고문의 밀도에 집중했다면 신작 <내 이름은>은 폭력이 할퀴고 간 역사의 광범위한 ‘상흔’을 응시한다. 궁금했다. 평생 권력의 치부와 사회의 부조리에 날선 카메라를 들이대 온 그가, 왜 지금 가장 아픈 역사의 상처를 헤집을까. 그리고 최고령 현역 감독을 지탱하는 뜨거운 동력의 실체는 무엇일까. 지난 21일 전북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정지영(80) 감독은 물리적인 시간을 훌쩍 뛰어넘는 팽팽한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정제된 문장을 헤집고 들어가 마주한 것은 청년의 심장을 가진 ‘현역 감독 정지영’이었다. -78년 전의 비극인 제주 4‧3을 지금 감독님의 시선으로 다시 꺼내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너무 늦었지요. 많은 감독이 다큐멘터리로, 예술영화로 4‧3사건을 다뤘지만 대중영화로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만큼 일반 대중들과 이 문제를 공유하기가 내용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어려웠다는 의미겠지요. 이제는 그 문턱을 넘어 많은 이들과 아픔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4‧3의 비극은 그간 ‘집단의 고통’으로 그려질 때가 많았습니다. 이번 영화에서 ‘개인의 이름’이라는 지극히 사적인 관점에 집중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일반 대중들과 함께 호흡하려면 개인사적인 관점에서 출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구체적인 삶을 통해 집단적인 국가폭력의 문제를 끌어낼 때, 관객들은 비로소 그 비극을 ‘나의 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영화 제목이 <내 이름은>입니다. 뒤에 생략된 문장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제목을 통해 누구의 이름을 되찾아주고 싶으셨나요? “뒤에 생략된 것은 이름 석자입니다. ‘내 이름은... 정지영!’ 같은 식이죠. 하지만 또 하나의 의미가 있습니다. 모든 역사적 사건은 다 이름이 있지요. 3‧1독립운동,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 그러나 4‧3은 여전히 이름을 정하지 못한 채 ‘4‧3사건’이라 부릅니다. 누구는 폭동이라 하고, 누구는 봉기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 이름을 찾아줄 때가 되었습니다. 그러려면 우리 모두가 4‧3을 깊이 들여다봐야 합니다. 그 출발을 영화 <내 이름은>을 보는 것으로 시작하면 어떨까요?” -수많은 증언과 사료 중에서 영화적 허구를 더해서라도 반드시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단 하나의 진실된 장면이 있을 것 같습니다. “4‧3이라는 국가폭력으로 3만여 명이 희생당했지만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를 명확하게 가려내기란 참으로 어렵습니다. 피해자이면서 누군가에게는 가해자가 된 이들, 반대로 가해자인데 깊게 들여다보면 피해자인 이들이 엉켜있는 것이 진실입니다. 그런 생각을 안고 영화를 보시면 제가 말하고자 하는 ‘진실된 장면’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역사의 비극을 다루며 ‘관객의 몰입’과 ‘희생자에 대한 예의’ 사이에서 가장 고민했던 지점은 무엇인가요? “과거를 찾아가는 미스터리적인 기법을 활용했습니다. 이를 통해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고자 했지요. 일단 영화에 몰입하고 나면 관객은 스스로 희생자의 편에 서서 그 아픔을 공유할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것이 희생자에 대한 가장 깊은 예의라고 생각했습니다.” -제작비가 시민들의 펀딩으로 모였습니다. 수만 명의 ‘제작자’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이 감독님께는 남다른 책임감으로 다가왔을 것 같습니다. “책임감이 정말 무거웠지요. 하지만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제작비를 모아준 시민들에게 보답하는 유일한 길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온 스태프와 연기자가 어느 때보다 열과 성을 다해 임했습니다.” -제76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영화 <내 이름은>을 관람한 외국 관객들의 반응은 어떠했나요? “국적을 불문하고 마지막 장면에서 모든 관객이 함께 상처를 공유하는 것을 보고 저 역시 감동했습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많은 이들이 전쟁과 폭력에 직면해 있습니다. 4·3이 드러내고 있는 폭력은 모든 나라가 겪었거나 겪고 있는 보편적인 비극임을 깨달았습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영화를 관람하셨습니다. 이 영화가 우리 사회에 어떤 숙제를 던진다고 생각하시나요? “대통령께서는 국가폭력에 관한 한 징벌에 대한 시효가 있어서는 안 될 범죄라고 말씀하셨습니다. 4‧3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토대로 우리 사회는 비극적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화해와 평화의 길을 찾아가야 합니다. 그것이 이 영화가 던지는 숙제일 것입니다.” -감독님 이름 앞에는 이른바 ‘사회파 감독’이라는 수식어가 붙습니다. 40여 년간 싸우는 영화를 만들어오셨는데, 조금 편안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담고 싶다는 유혹은 없으셨나요? “그렇게 하고 싶어요. 하지만 그러기엔 여전히 12·3 내란과 같은 비극이 반복되고 있네요. 제발 역사가 뒷걸음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정지영 감독님을 움직이게 하는 근원적인 에너지가 뭔지 궁금합니다. ‘부조리에 대한 분노’일까요? 아니면 ‘인간에 대한 애정’인가요? “분노는 인간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분노가 없다는 것은 인간에 대한 무관심 또는 외면에서 나오는 것 아닐까요? 그래서 제 분노의 뿌리는 항상 인간에 대한 애정에서 나옵니다." -최고령 현역 영화감독이십니다. 촬영 현장에서 젊은 스태프들과 의견이 충돌할 때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갈등은 어떻게 해결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의견이 다르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는 것이고, 그건 작품을 풍성하게 하는 영양소입니다. 저는 제 의견을 열어놓고 많은 이들과 토론하기를 좋아합니다. 서로 의견을 나누면서 작품을 만드는 스타일입니다.” - '투사' 혹은 ‘거장’이라는 수식어 뒤에 숨겨진 인간 정지영만의 부드러운 면모가 있다면요? “나를 가까이서 접한 연기자와 스태프들은 제가 겉으로는 냉정해 보여도 더없이 약하고 부드러운 사람이라는 걸 잘 알 겁니다. 투사나 거장이라는 수식어는 사실 정지영의 외피일 뿐이죠." -훗날 사람들이 정지영을 어떻게 기억하길 원하십니까? “치열하지 않게, 그러나 진솔하게 자신의 화두를 많은 이와 나누고 싶어 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독보적이고 천재적인 예술가가 아니라, 그저 많은 이들과 함께 호흡하고 싶어 했던 대중을 사랑한 영화감독으로 남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전북일보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정지영은 언제나 여러분과 나란히, 혹은 한 발자국 정도 앞서 걷고 싶어 하는 영화감독입니다. 영화 <내 이름은>을 꼭 보시고 영화가 던진 화두에 대해 마구 비판하거나 동조하며 치열하게 왈가왈부해 주세요.” 정지영 감독과의 서면 인터뷰를 정리하며 인상 깊었던 것은 분노와 애정을 동일시하는 그의 세계관이었다. 80세의 현역 감독은 세상을 향해 뜨겁게 화를 내고 있었고, 그 화의 본질은 ‘사람을 향한 사랑’이었다.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가 잊고 지낸 이름은 무엇이며 당신의 애정은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느냐고 말이다. △정지영 감독은 1946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졸업 후 1982년 영화계에 데뷔했다. 영화 <남부군> <하얀 전쟁> 등으로 한국 사회파 영화의 지평을 열며 거장으로 우뚝 섰다. 1988년 UIP 직배(직접배급) 저지 투쟁 당시 ‘뱀 투척 사건’의 총책임자로 옥고를 치르는 등 스크린 쿼터 사수의 선봉에 서기도 했다. 이후 영화 <부러진 화살>과 <남영동 1985>를 통해 날 선 사회적 통찰을 증명하며 시대와 호흡하는 저력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 현재 대한민국 영화계에서 가장 나이 많은 현역 연출가라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 기획
  • 박은
  • 2026.04.23 16:43

“누구에게나 상실의 공간은 있다”…백학기 감독이 띄운 고요한 안부

기자로 20년, 영화감독으로 25년을 보냈다. 45년의 세월을 줄곧 현장에서 보낸 백학기(66) 감독을 23일 전주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거창한 수식어보다는 묵묵히 제 길을 걷는 창작자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가 이번에 선보이는 장편독립영화 <저만치 가까이> 역시 화려한 기교보다는 삶에 대한 깊은 응시에 집중한다. 영화는 진안 마이산과 보성 대원사 등 ‘사찰’이라는 정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두 개의 에피소드를 보여준다. 1부 ‘나는 누구인가’에서는 자신을 버리고 출가한 어머니를 찾아가는 20대 청년 윤지의 여정을 그려낸다.2부 ‘가까이’는 상실의 기억을 안고 사찰을 찾은 은퇴한 교수 수현의 치유를 그려낸다. 백 감독은 이번 영화에 대해 “서로 다른 성격의 눈물을 흘리는 두 여자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자칫 신파로 흐를 수 있는 소재를 시적인 독백과 싱잉볼의 진동 같은 감각적인 연출로 갈무리해 관객이 인물의 내면을 따라가게끔 설정한 점이 돋보인다.ㄱ 그는 지역신문사와 KBS 방송국 홍보실 등에서 일하다 영화계에 데뷔한 후, <공중의자> <이화중선> 등을 제작하며 평단으로부터 ‘한국의 타르코프스키'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번 작품에서도 백 감독은 ‘시간 이미지’의 구현에 공을 들이며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사건이 급박하게 전개되는 일반적인 대중영화들과 달리, 관객이 스크린 속 시간의 흐름을 직접 느끼며 스스로를 반추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도시의 소음 대신 사찰을 배경으로 삼은 이유도 존재론적 고뇌를 담아내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백 감독은 관객들이 이번 영화를 통해 각자의 기억 한 조각 또는 상실의 공간을 마주하는 체험을 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북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에게 지역에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행복하면서도 낯선 일이다. 열악한 인프라는 늘 숙제지만 지역의 산천과 사찰의 풍광을 렌즈에 담을 때 가장 큰 희열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번 영화 역시 제작사 103X를 이끄는 딸 백지윤 감독과 진안 마이산, 보성 대원사 그리고 지인들의 도움으로 완성됐다. 엔딩 크레딧을 채운 수많은 이름들은 그가 25년 동안 쌓아올린 영화적 신뢰의 증표이기도 하다. 현재 그는 전주시청 뒤편 선미촌을 배경으로 한 장편 상업영화와 이번 영화의 완결판인 3부 <길 위에서>를 동시에 구상 중이다. “누구나 가슴 한구석에 상실의 공간 하나쯤은 품고 살잖아요. 저는 이 영화가 관객 각자의 기억 속에 묻어둔 공간을 마주하는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마음속에 오래 머무는 영화였으면 해요“ 백 감독의 바람처럼 영화 <저만치 가까이>는 이제 관객의 일상에 고요한 파동을 일으킬 채비를 마쳤다. 상실을 응시하며 이면의 온기를 기록해온 그의 시선은 또 다른 삶의 진실을 향해 묵묵히 발을 내딛고 있다.

  • 영화·연극
  • 박은
  • 2026.04.23 16:42

“문턱 낮추고 퇴출 강화”…지주택 규제 변화, 전북 시장 ‘재편 신호’

정부가 지역주택조합(지주택) 사업 정상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전북 지역 지주택 시장이 구조적 전환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 진입 장벽은 낮아지는 대신, 부실 사업에 대한 정리와 관리·감독이 강화되면서 사업장 간 격차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지역주택조합 피해예방 및 사업 정상화 방안’을 통해 사업계획 승인 요건인 토지 확보 기준을 기존 95%에서 80%로 완화하고, 매도청구권을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소수 토지 소유자의 ‘알박기’로 사업이 장기 지연되는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조치로 사업 초기 단계의 진입 장벽은 낮아질 전망이다. 전북처럼 토지 확보가 쉽지 않은 지역에서는 일부 필지 확보 문제로 수년씩 지연되던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토지 확보율이 70~80% 수준에서 정체된 사업장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다만 규제 완화와 함께 관리·감독은 한층 강화된다. 정부는 업무대행사 등록제 도입, 공사비 검증 의무화, 자금 사용 내역 공개 확대, 경쟁입찰 원칙 도입 등을 통해 조합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장기간 사업이 지연되거나 운영이 부실한 조합은 인가 취소 등 강제 퇴출도 가능해진다. 이 같은 정책 변화는 전북 지주택 시장에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전주시를 기준으로 현재 추진 중인 지주택 사업은 6~7곳에 달하고 있지만 실제 사업계획 승인까지 도달한 곳은 일부에 그치고 있다. 사업 단계별 격차가 이미 큰 상황에서, 규제 변화는 이 같은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토지 확보율이 높고 인허가 절차를 일정 부분 마친 사업장은 이번 제도 개편을 통해 속도를 낼 수 있지만, 반대로 내부 갈등이나 자금 문제를 안고 있는 사업장은 정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일부 사업장은 토지 확보 지연과 조합 운영 문제로 사업 중단 상태에 들어간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저렴한 분양’이라는 기존 인식이 약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규제 강화로 조합 운영비용과 초기 부담이 증가할 경우, 분양가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북처럼 수요 기반이 상대적으로 얇은 지역에서 사업성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향후 시장의 핵심 변수는 ‘투명성’과 ‘사업 구조’가 될 전망이다. 단순히 토지 확보율이나 입지 조건이 아니라, 인허가 진행 수준과 재무 구조, 정보 공개 여부가 사업 성패를 가르는 기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지자체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다. 전주시를 비롯한 전북 지자체들은 사업 구조를 선별적으로 검토하면서, 일정 요건을 갖춘 사업장에 대해서는 행정 절차를 신속하게 지원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는 무분별한 사업 확산을 막는 동시에 정상 사업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도내 부동산 전문가들은 “진입 문턱은 낮아졌지만, 동시에 생존 기준은 높아지면서 ‘될 사업’과 ‘정리될 사업’이 분명히 갈리는 구조가 형성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

  • 경제일반
  • 이종호
  • 2026.04.23 16:41

50년 넘은 옛 진북교, 하부 훼손⋯"무너지면 어쩌나"

준공된 지 50년이 넘은 옛 진북교(보행교)의 하부에 균열과 콘크리트 탈락 등이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3일 오전 전주시 덕진구 전주천변에는 봄 날씨를 만끽하기 위해 나온 시민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모두가 산책과 자전거를 타며 봄을 즐기고 있었으나, 일부 시민들은 다리 아래를 지나기 전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경쾌한 발걸음으로 산책을 즐기던 한 시민은 다리 아래를 바로 지나가지 않고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속도를 높여 통과하기도 했다. 오랜시간 전주 시민들의 통행을 책임졌던 다리, 옛 진북교가 그 원인이었다. 옛 진북교는 지난 1975년 준공돼 현재까지 보행자 전용 다리로 사용되고 있다. 준공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난 만큼, 다리 곳곳에서 균열과 콘크리트 탈락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심하게 콘크리트가 떨어져 나간 부위에는 철근이 삐져나와 있기도 했다. 옛 진북교 근처에서 만난 시민들은 노후화된 다리 상태로 인해 보행 시 불안감을 느낀다고 지적하며 시급한 보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평소 전주천 주변을 자주 산책한다는 서모(70대‧여) 씨는 “아래를 지나갈 때마다 무너지거나 다리에서 돌이나 콘크리트가 떨어질 것 같아 무섭다”며 “몇 년 전부터 이런 상태인데 제대로 된 보수가 이뤄지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김모(77) 씨도 “콘크리트가 상당히 많이 떨어져 나와 철근까지 밖으로 나와 있는 것을 보니 위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빠르게 보수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시설물통합정보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옛 진북교의 안전등급은 C등급으로, 전체적 안전에는 지장이 없으나 내구성과 기능성 저하 방지를 위한 보수나 보강이 필요한 상태였다. 전주시는 올해 안에 옛 진북교를 대상으로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하고 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주시 관계자는 “옛 진북교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를 인지하고 있고, 빠른 시일 안으로 보수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현장 확인을 통해 우선 구조상 문제나 보수할 부분이 있는지 파악하고, 올해 정밀안전진단을 진행해 문제가 확인될 경우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 사회일반
  • 김문경
  • 2026.04.23 16:39

김영일 전 예비후보, 군산시장 경선 결과 불복···재심 요구

더불어민주당 군산시장 후보 경선 결과에 불복한 김영일 전 예비후보가 당 선거관리위원회에 재심을 요청했다. 김 전 예비후보는 23일 오후 군산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선 과정의 공정성과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가 있었다”며 결과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전북도당 선관위의 ‘시정명령 및 경고’와 공개사과 요구가 결선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언론 보도를 인용한 사안이 허위사실로 판단되면서 사과문 게시 등의 조치를 이행했지만, 이 과정이 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또 상대 후보 측이 해당 사안을 정치적으로 활용해 부정적인 여론을 확산시켰다고 주장했다. TV토론과 SNS 등을 통해 사실과 다른 표현이 반복되면서 유권자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특히 “도당 공문에 없는 ‘후보자 자격 박탈’ 표현이 공개적으로 언급된 점을 문제로 지적하며, 경선과정에서 왜곡된 정보가 유통됐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금품 제공 의혹 등과 관련해 선관위 조사 중인 사안이 지속적으로 거론되며 민심에 혼선을 초래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예비후보는 중앙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재심위원회의 철저한 검증과 함께 필요시 재경선을 실시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전북도당은 지난 20일~21일까지 군산시장 후보 선출을 위한 결선을 진행했으며, 22일 김재준 후보를 최종 확정했다.

  • 선거
  • 문정곤
  • 2026.04.23 16:18

고창 광승마을 ‘죽은 송아지 시위’…외면과 방관이 부른 참극

23일 고창군 해리면 광승리 광승마을 입구. 죽은 송아지를 트랙터에 매단 채 길목을 지키는 농민 김춘용 씨의 모습은 더 이상 시위가 아니다. 행정과 사업자의 무책임 속에서 벼랑 끝으로 내몰린 농민이 내지르는 절규이자, 지역 사회가 외면해온 참혹한 현실의 민낯이었다. 올해 2월 이후 광승마을과 인근 방축·월산 일대에서는 송아지 폐사와 유산, 사고가 연쇄적으로 발생했다. 김 씨에 따르면 자신의 농가에서만 송아지 7마리 가운데 2마리가 폐사하고 3마리가 유산했으며, 나머지 2마리는 놀란 어미소에 짓밟혀 죽었다. 여기에 인근 농가들까지 포함하면 어미소와 송아지 등 10여 마리가 유산되거나 폐사하거나 부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단순한 우연으로 치부하기에는 피해 규모와 양상이 지나치게 반복적이고 집단적이다. 농가들은 심원면 고전리 일대 이른바 ‘용평리조트 건설’과 연계된 토사 채취 및 운반 과정에서 발생하는 극심한 소음과 진동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하루 수십, 수백 차례 오가는 대형 덤프트럭의 굉음과 지반 흔들림이 임신한 어미소에 치명적인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수정 실패와 추가 유산 우려까지 확산되며 농가들은 밤잠조차 이루지 못하는 공포 속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사업자는 “그 정도 소음으로 폐사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말로 책임을 일축하고 있다. 피해를 호소하는 농민들에게 돌아온 것은 공감도, 조사도 아닌 ‘법대로 하라’는 냉담한 태도뿐이다. 이는 갈등을 조정해야 할 당사자가 오히려 불신과 분노를 키우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더 심각한 문제는 행정의 무기력이다. 고창군은 수개월간 반복된 민원과 피해 호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조사나 중재에 나서지 않았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 뒤에야 뒤늦게 협의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나섰지만, 이미 농가의 신뢰는 무너질 대로 무너진 상태다. 행정이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광승마을 농민들은 “송아지가 죽어 나갈 때마다 가슴이 찢어진다”며 “보상은 필요 없으니 공사부터 당장 멈춰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그 절박한 외침은 여전히 공허한 메아리로 남아 있다. 행정은 보이지 않고, 사업자는 책임을 회피하는 상황에서 농민들은 철저히 고립된 채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 고창=박현표 기자

  • 고창
  • 박현표
  • 2026.04.23 16:00

“휴게소 헷갈린다며 유도선 삭제"…오수나들목 ‘지워진 유도선’ 논란

순천완주고속도로 오수나들목 진출부에서 운전자 혼란이 반복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가 ‘오진출 방지’를 이유로 차선 유도선을 제거했지만, 현장에서는 급감속이나 차로 변경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며 안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문제가 제기된 구간은 순천완주선 하행선, 전주→남원 방향 오수나들목 진출부다. 이 구간을 자주 이용하는 운전자들은 “진출로를 사전에 인지하기 어렵다”, “뒤늦게 출구를 발견해 급히 속도를 줄이거나 차선을 바꾸는 상황이 반복된다”고 입을 모은다. 남원에 거주하는 김모(50) 씨는 “어느 날 유도선이 갑자기 사라져서 헷갈리는 것은 사실”이라며 “뒤차를 의식하며 속도를 줄일 때마다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야간이나 비 오는 날엔 어디서 빠져나가야 할지 순간적으로 판단이 안 서기도 한다”며 “익숙한 사람도 헷갈리는데 처음 오는 운전자들은 더 위험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2024년 오수나들목으로 진입했던 차량이 후진으로 다시 고속도로에 들어와 휴게소로 들어가는 사례가 다수 발생해 유도선을 제거했다”며 “모니터링 결과 유도선을 제거하고는 그런 사례가 많이 줄었다. 현재 재도색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즉, 고속도로 주행 중 먼저 나타나는 나들목 진출로와 이후 이어지는 휴게소 진입 구간을 혼동하는 사례를 줄이기 위해 시각 정보를 단순화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정보 단순화가 곧 안전 확보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장에서는 오히려 핵심 유도 요소가 제거되면서 운전자의 판단 부담이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속 주행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감속과 차로 변경은 추돌 위험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나들목과 휴게소는 약 2km, 차량 기준 2분가량 떨어져 있어 이를 혼선 요인으로 본 조치가 타당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쟁점은 ‘정보 축소’가 적절한 대응이었느냐는 점이다. 유도선을 제거해 시각 정보를 줄이는 대신, 보다 명확한 유도선과 노면 표시를 통해 직관적인 안내를 강화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통 분야 전문가는 “유도선을 유지한 채 노면 표시나 안내를 보강하는 방식이 나았을 것”이라며 “일부 혼선이 있었다면 보완과 개선으로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지, 핵심 유도 요소를 아예 제거하는 방식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보를 줄이기보다 운전자가 직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안내 체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 안전 측면에서 더 바람직한 접근”이라고 덧붙였다.

  • 남원
  • 박정우외(1)
  • 2026.04.23 15:48

군산시장 선거 3파전⋯"내가 적임자" 정책 경쟁 본격

6·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40여일 앞두고 군산시장 선거 대진표가 완성되면서 후보 간의 정책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역사회의 큰 관심을 모았던 더불어민주당 후보로는 김재준 전 청와대 춘추관장이 이름을 올렸으며, 여기에 조국혁신당 이주현 전 전북조달청장과 무소속 진석호 아산출판사 대표가 출사표를 던지면서 3파전 구도가 형성됐다. 지역사회에서는 후보자들이 결정된 만큼 유권자 피로도를 높이는 네거티브 공방보다는 실질적 비전 및 정책 경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들 후보자들이 내세운 지역발전을 이끌 공약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재준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산업의 대전환(새만금을 대한민국 신재생에너지 수도로 육성) △관광의 대전환(군산 개항 역사와 섬 관광을 연계한 머물고 싶은 문화·관광 도시 재창조) △정주의 대전환(청년 정주를 위한 5각형 정주혁명 완성 △민생의 대전환(소상공인과 시민을 위한 포용적 정책 및 생활 인프라 확충) △행정의 대전환(깨끗하고 신뢰받는 시정으로 군산의 품격 회복) 등 ‘5대 대전환 정책’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시청 시장실 1층 이전,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한 전기료 50% 지원,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高) 위기’로부터 시민 삶을 지키기 위한 비상경제 민생지원금 지급 등도 약속했다. 김재준 후보는 “군산을 바꿔달라는 열망이 커지고 있다”면서 “말이 아닌 결과로 새로운 100년을 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주현 조국혁신당 후보는 군산이 당면한 최우선 과제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 청년 인구 유입, 원도심 경제 활성화를 제시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 △해양·물류 거점 도시 구축 △해양레저·관광 산업 활성화 등 3대 비전을 내놨다. 그는 또 새만금 남북3축도로의 즉각적인 조기 착공 및 군산 파크골프장 확충 등도 약속했다. 이주현 후보는 “이번 선거는 정당 간의 경쟁이 아니라 과거의 구태에 머물 것인지 혁신적인 미래로 나아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분수령”이라며 “특정계파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행정, 시민만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시정을 펼치겠다”고 전했다. 무소속 진석호 후보는 군산미래 발전을 위한 10대 공약을 제시했다. 진 후보는 먼저 금란도에 세계적인 테마파크인 ‘디즈리랜드’ 또는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유치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4차 첨단 산업 인재를 비롯해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이와 함께 그는 △군산을 세계 최고 수준의 문화 예술 강소 도시 조성 △문화 예술 올림픽 개최(2년 주기) △10만 수용 예술 공연장 건립(야외 공연장) △고군산군도에 미술관 건립으로 해양 관광 활성화 △대규모 군산 랜드마크 건립(월명공원 수시탑 자리) △초‧중‧고 학생들을 위한 독서붐 촉진 및 교육도시 조성 △뮤지컬 배우‧K-POP 댄서‧가수‧의상 디자이너‧유튜브‧OTT 제작 전문가‧조명‧음향 전문가 양성 등을 공약했다. 진석호 후보는 “교육이 살아야 군산이 산다”면서 “초중고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군산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전했다.

  • 선거
  • 이환규
  • 2026.04.23 15:07

이원택 민주당 전북도지사 후보 “이재명 정부 성공 뒷받침”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전북특별자치도지사 후보는 23일 “이번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둬 이재명 정부의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광역단체장 후보자 합동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수도권 일극 체제를 넘어 실질적인 지역 균형발전을 이루는 것은 민주당의 변함없는 핵심 가치”라며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또한 “새만금 SOC 조기 완결과 피지컬AI 수도 조성, 케이컬처와 케이푸드 육성, 농생명식품 바이오 분야 특화 등 전북 발전에 적극 관심을 가져달라”고 목소리를 높혔다. 이날 간담회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원팀(One-Team)’으로 뭉쳐 민생 회복과 균형발전을 위한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후보는 “지금 도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화려한 수사가 아니라 내 삶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일 잘하고 유능한 도지사”라며 “위축된 민생 현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도민들의 지갑을 채우는 체감경제 실현을 도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말했다. 이어 전북의 미래 비전과 관련해 “지방소멸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북의 기초 경제력(펀더멘털)을 탄탄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그 핵심 성장 동력인 새만금을 신속하게 완성해 대한민국 미래 첨단산업을 견인하는 최전방 전초기지로 우뚝 세우겠다”고 밝혔다.

  • 선거
  • 백세종
  • 2026.04.23 14:48

한병도, 차기 민주당 원내대표 출마 선언…“성과로 증명하겠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익산을)이 23일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한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민주당 승리를 위해 제3기 원내대표에 도전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00일 동안 말보다 성과로 신뢰에 답해왔다”며 재신임을 호소했다. 한 의원은 재임 기간 성과로 2차 종합특검법과 사법개혁 3법, 공소청법·중수청법 처리 등을 제시했다. 또 국정과제 법안 81건을 포함해 총 293건의 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생경제 입법추진 상황실을 운영하며 주요 입법을 직접 챙겼고, 당·정·청 협력 체계를 바탕으로 국정과제를 추진해왔다”고 설명했다. 향후 과제로는 6·3 지방선거 승리와 국정과제 입법 완수를 제시했다. 한 의원은 “지방선거는 이재명 정부의 첫 시험대”라며 “입법과 정책, 예산을 통해 지역 공약을 구체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연말까지 주요 국정과제 입법을 마무리하고, 신속한 입법으로 국정 안정성을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한 의원은 야당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협치에 열린 자세로 임하되 국익과 민생을 볼모로 한 발목잡기에는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한 의원은 “성과 중심의 원내 운영으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겠다”며 “이재명 정부 성공과 민주당 승리를 위해 모든 역량을 쏟겠다”고 말했다.

  • 정치일반
  • 이준서
  • 2026.04.23 14:45

“골프 접대·금품수수 의혹 규명하라”…전주대 비대위, 청와대 앞서 이사장 엄벌 촉구

전주대학교 정상화를 요구하는 교수·직원들이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이사장의 각종 비위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감사를 촉구했다. 전주대학교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소속 교수·직원 40여 명은 23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 감사와 경찰 수사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이날 “골프 접대와 금품 수수, 보은성 인사 등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대학 운영이 정상화되지 않고 있다”며 “교육기관의 공공성을 훼손한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학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글로컬대학30 사업 예비 선정까지 이뤄냈지만, 이사장이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본지정 신청을 가로막아 대학과 지역사회에 큰 혼란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비대위는 탄원서를 통해 A이사장의 위법 행위 의혹을 구체적으로 제기했다. 우선 A이사장이 실질적인 상시 근무 없이 자신을 ‘상근 임원’으로 지정하고 매월 300만 원의 보수를 수령한 것은 사립학교법 위반 소지가 있으며, 정관 개정을 통한 보수 수령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교수들로부터 수차례 골프 접대와 현금성 선물을 수수하고, 이후 해당 인사들을 주요 보직에 임명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비대위는 이를 두고 “공정한 인사 시스템을 무너뜨린 사학 사유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특정 인사를 위해 정관과 인사 규정을 변경하고 겸직 제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보수를 지급하는 등 법인 운영 전반에서 규정 위반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사학 비리는 한 대학을 넘어 사회 공정성을 훼손하는 문제”라며 “이미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교육부 감사가 병행되지 않으면 진상 규명에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육부 특별 감사 실시 △수사기관의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 △대학 정상화를 위한 제도 개선 등을 촉구했다. 비대위는 이날 교수 다수의 서명이 담긴 탄원서를 청와대와 교육부, 경찰청에 제출할 계획이다.

  • 교육일반
  • 이강모
  • 2026.04.23 13:57

[건축신문고]“건축은 관계속에 형성되는 작업”

건축은 단순히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일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완성되는 작업이다. 설계는 건축사와 클라이언트가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조율해가는 긴 대화의 과정이며, 그 과정의 깊이가 곧 건축의 완성도를 좌우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 과정이 충분히 존중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현장에서 경험하는 많은 프로젝트에서, 건축사는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전문가라기보다 정해진 요구를 빠르게 구현하는 역할로 한정되곤 한다. 이미 방향이 결정된 상태에서 설계가 시작되고, 건축사는 그것을 구체화하는 단계에 머무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때로는 “이렇게 해달라”는 요청이 설계의 출발점이 아니라 결론처럼 제시되기도 한다. 이 경우 설계는 선택의 과정이 아니라 확인의 과정으로 축소되며, 건축사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하지만 건축에서 중요한 아이디어는 처음부터 완성된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다. 질문에서 시작해 대화를 통해 구체화되고, 때로는 기존의 생각을 수정하거나 뒤집는 과정을 거쳐 비로소 형태를 갖춘다. 설계 초기 단계에서의 충분한 탐색과 시행착오는 비효율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한 번의 스케치로 결정된 안보다, 여러 번의 수정과 고민을 거친 안이 더 설득력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종종 이 과정을 줄이거나 생략하려 하고, 빠른 결론에 도달하는 것을 우선시한다. 설계 기간은 가능한 한 짧게 설정되고, 검토 과정은 최소화되며, 변경은 비용과 시간의 낭비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는 다양한 가능성을 실험하기보다, 가장 안전하고 익숙한 선택으로 수렴하게 된다. 결국 건축은 점점 더 비슷해지고, 공간이 담을 수 있는 이야기도 단순해진다. 이러한 태도는 단지 하나의 프로젝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반복될수록 건축 전반의 수준과 다양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새로운 시도는 줄어들고, 건축사는 점점 더 수동적인 역할에 머무르게 된다. 반대로 설계 과정을 하나의 탐색으로 받아들이고, 서로의 생각을 열어두는 태도가 전제될 때 비로소 예상하지 못했던 해법과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질 수 있다. 건축사는 단순한 기술자가 아니라, 공간의 방향을 제안하고 가능성을 확장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리고 이 역할은 클라이언트와의 신뢰 속에서 비로소 제대로 작동한다. 설계의 각 단계는 결과를 위한 절차가 아니라, 더 나은 선택을 찾기 위한 과정이다. 이 과정을 충분히 거쳐야만 건축은 단순한 기능을 넘어서는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물론 현실적인 제약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예산과 일정, 법적 기준 등은 언제나 설계의 중요한 조건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제약 속에서도 얼마나 깊이 고민하고, 얼마나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했는지는 분명 결과에 차이를 만든다. 같은 조건에서도 전혀 다른 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건축은 결과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이면에 쌓인 수많은 대화와 고민, 그리고 선택의 과정이 공간의 깊이를 결정한다. 이제는 속도와 효율만을 앞세우기보다, 과정을 존중하는 문화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그것이 결국 우리 도시와 일상의 풍경을 더 풍부하게 만드는 길이 될 것이다.

  • 경제일반
  • 기고
  • 2026.04.23 13:53

국민의힘, 양정무 전북도지사 후보 논란 속 “제가 전북 바꿀 것” 다짐

국민의힘이 6·3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전북특별자치도지사 후보로 양정무 전 전주갑 당협위원장(랭스필드 회장)을 단수 공천했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전북자치도지사 후보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은 가운데 양 전 위원장이 후보로 결정되긴했지만 양 전 위원장의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반대 시위와 욕설 논란 등이 당 안팎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양 전 위원장은 탄핵에 대한 입장 개진이었고 욕설 논란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면서 전북발전을 위해 뛸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박덕흠)은 전날 오후 6·3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전북도지사 후보로 양 전 위원장을 공천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힘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에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도 단수공천했다. 양 전 위원장은 지난해 3월 헌법재판소앞에서 열린 국힘의 탄핵반대 집회에 참여한 ‘반탄파’ 이다. 당시 백범 김구 선생의 손자인 더불어민주당 김용만 의원에게 욕설을 했다가 고발당하기도 했다. 당시 양 전 위원장은 김 의원에게 “야이 XX야 너는 위아래도 몰라“, ”니 애미도 없어? 이 XX의 XX야?“,”야이 XXX아“라고 말하면서 물의를 빚었다. 이런 전력의 양 전 위원장 공천을 두고 민주당과 전북지역 일부에서는 논란이 있는 인사를 공천한 것은 국힘의 후보검증시스템이 없거나 부실하다는 방증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국힘 내부에서도 이런식이라면 ‘필패’라는 자조도 나온다. 이에 대해 양 전 위원장은 “당시 욕설 논란은 김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반말을 하면서 시작됐고 저도 감정이 격해져 욕설을 한 것”이라면서 “올해 1월 22일 서울중앙지검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반탄파’ 문제에 대해선 “제가 반탄 피켓을 들었었는데, 저 역시 계엄은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다만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 연속으로 탄핵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차원에서 반대를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이 어려우니 전북에 출마해서 당의 지지를 지역에서 이끌어달라는 당대표의 부탁을 받고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출마를 결심했다”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전북은 일당 체제이다 보니 견제의 상황이 사라지고 민주당만 지지하면서 전북경제는 전국 최하위 수준이 됐다. 결국 민주당에 대한 지지의 피해는 도민이 보고 있다. ”그런 전북을 우리 당과 제가 바꾸겠다. 그런 전장을 장수가 피하면 안된다“고 포부를 밝혔다.

  • 선거
  • 백세종
  • 2026.04.23 13:48

조지훈 민주당 전주시장 후보 “전주 완주 통합 때 시장직 완주에 양보"

조지훈 더불어민주당 전주시장 후보는 23일 “완주와의 행정 통합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전주와 완주의 통합이 성사되면 통합시의 시장직을 완주 쪽에 양보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조 후보는 이날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완주와의 통합은 신뢰 회복이 최우선으로 되어야 한다”며 “구체적인 전략과 단계를 거쳐서 신뢰를 회복하고 통합을 위한 설득 작업을 하면 통합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 시정에서 추진한 각종 개발사업에 대해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사업이나 종합경기장 개발사업 등은 속도감 있게 진행되어야 한다”며 “전주 시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같은 개발사업이 원래 계획대로, 약속대로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 시장 후보 선출에 대해서는 “제가 잘해서 선출됐다기보다 지난 4년 동안의 시정이 시민들에게 실망감을 줬기 때문에 저를 선택해 주신 것 같다”면서 “그동안 전주시 발전을 위해 발표했던 공약을 정책 전문가와 세세하게 다듬어서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시민들이 만들어온 시간을 귀하게 여기고 그것을 바탕으로 시정을 운영 계획을 마련하는 등 시민을 존중하는 단체장이 되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 선거
  • 강정원
  • 2026.04.23 11:15

전북 참여자치 “정청래 대표, 전북지사 경선 의혹 침묵 중단해야”

전북 시민사회가 안호영 의원의 단식 농성에 침묵한 정청래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강력히 규탄했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는 23일 성명문을 통해 ”(안 의원의) 단식이 2주 가까이 진행되는 동안 정청래 대표가 해법 없이 침묵으로 일관했다“며 ”이는 정치적 계산으로 낳은 비정한 방관이며 사실상의 책임 포기 선언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특히 단체는 “경선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았고 재검증 요구도 묵살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도부는 이를 해결하기는커녕 정치적 유불리만 계산하고 있고, 공당의 윤리는 물론이고 최소한의 인간적 존중과 책임마저 저버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단체는 ”도민의 훼손된 선거권을 위해 사건의 재감찰과 진상규명, 조치와 처분을 내려야 한다“는 요구했다. 안 의원은 지난 11일부터 민주당 전북도지사 후보 경선 과정에서 상대 후보였던 이원택 의원의 ’식사비 대납‘문제에 대한 내부 감찰이 ‘혐의 없음’으로 종결된 것에 대해 단식 농성을 펼쳤다. 그러나 단식 12일차인 22일 저혈당 쇼크 등의 건강 악화로 단식을 중단하고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단식 기간 동안 우원식 국회의장과 조승래 당 사무총장 등 정계 인사들이 안 의원을 찾았지만, 정청래 대표는 농성장을 찾지 않았다. 문준혁 인턴기자

  • 선거
  • 문준혁
  • 2026.04.23 10:42

민주당 전북도당, 광역비례 ‘무혈입성 논란’ 속 추가 공모

더불어민주당 전북특별자치도당이 광역의원 비례대표 추가 공모에 나섰다. 앞서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 ‘무혈입성’과 ‘맞춤형 공모’ 논란이 잇따른 만큼 이번 심사에서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 전북도당은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전북도의회 비례대표 정수가 4명에서 6명으로 확대됨에 따라 23일부터 이틀간 추가 공모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윤준병 도당위원장은 2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 같은 일정을 공지했다. 형식상으로는 선거법 개정에 따른 정수 확대에 따른 조치지만 당 안팎의 시선은 냉담하다. 앞선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이 여전히 가라앉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앞서 광역비례대표 여성 후보 1차 공모 신청자 5명 가운데 4명을 컷오프(공천 배제)했다. 공관위는 개별 배제 사유가 있었다는 입장이지만 이후 진행된 추가 공모에는 단 1명만 신청했다. 기존 잔류 후보를 포함해 사실상 2명이 경쟁 없이 공천을 받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무혈입성’ 논란이 제기됐다. 컷오프 기준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자 “특정인을 위한 판을 깔아준 것 아니냐”는 당내 의구심도 확산됐다. 유사한 논란은 전주시의회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도 반복됐다. 지난 1월 본 공모에 참여하지 않았던 특정 국회의원 비서관 출신 여성 후보들이 4월 추가 공모를 통해 뒤늦게 합류해 비례대표로 선출되면서 ‘낙하산 공천’ 비판이 일었다. 공천 잡음이 반복되자 지역 정치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역 정치권의 한 인사는 “기준과 원칙이 보이지 않는 공천이 이어질 경우 민주당에 대한 유권자 신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이번 추가 공모에서는 심사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당 공천관리위원회는 24일 공모 접수를 마감한 뒤 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를 확정할 방침이다.

  • 선거
  • 육경근
  • 2026.04.23 10:14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최기우 극작가-‘들어라 전라북도 산천은 노래다’

작가가 자신이 발 딛고 선 땅을 언어로 길어 올릴 때, 그 땅은 비로소 제 깊이를 얻는다. 시선집 『들어라 전라북도 산천은 노래다』(전북문화관광재단·2019)는 이러한 문학의 본질을 전북이라는 구체적인 시공간에서 증명한다. 전북 14개 시군의 산과 강, 그곳에 깃든 삶의 조각들을 150명의 시인이 150편의 시에 담아낸 이 기록은 우리 문학이 나아가야 할 올곧은 이정표와 같다. 특정한 공간을 표지판 위의 글자를 넘어 더 의미 있는 장소로 바꾸는 힘은 무엇일까. 이 시선집은 이야기와 기록에서 그 답을 찾는다. 수록된 시들은 진안 장날부터 장수 어전리, 부안 곰소와 내소사에 이르기까지 지역 곳곳에 영혼을 불어넣는다. 시인이 세밀하게 포착한 풍경과 사연은 독자의 감각을 생생하게 깨운다. 이소애의 「전주천 여울목 섶다리」를 지나며 물소리를 듣고, 우미자의 「강천산에 단풍 들 무렵」에선 문득 붉은 마음을 들킨다. 신재순의 「군산 경암동 철길 마을 이야기」를 통해 근대의 흔적을 밟는 독자는 전북을 이전과는 다른 정서적 유대감으로 마주한다. 송희의 「어청도 등대」가 비추는 외로운 불빛과 김남곤의 「안국사에서」 느껴지는 깊은 사색은, 문학적 공간이 어떻게 독자의 가슴속에서 생생한 실체로 살아 움직이는지를 깊이 새겨준다. 기록은 곧 보존이며, 동시에 정체성의 확인이다. 문병학의 「전봉준의 눈빛」이 깨우는 강인한 역사의식과 이희중의 「중인리의 봄」에 담긴 계절의 미학은 이 땅의 뿌리를 단단하게 지탱한다. 김도수의 「진뫼로 간다」와 박형진의 「모항1」, 신형식의 「웃동네 통시암」, 유순예의 「말하는 더덕」 같은 작품은 점차 희미해지는 향토적 정서와 사투리, 공동체의 원형을 언어로 붙잡아 둔 소중한 자산이다. 글 쓰는 이들이 지역의 구체적인 모습을 외면하고 관념에만 빠질 때 문학은 생동감을 잃는다. 반면 안성덕의 「목어」, 이봉명의 「입동, 단풍들」, 장교철의 「귀래정에 앉아」, 장현우의 「화백나무」, 전병윤의 「멀미 앓는 뜬봉샘」, 조미애의 「정읍 가는 길」처럼 땅의 구석구석을 세밀하게 살피는 시선은 전북의 저력을 한데 모은 인문 지도가 된다. 시선집을 한 장씩 넘기다 보면 전북이 지닌 이야기의 힘에 압도된다. 김영의 「동령 느티나무」 아래서 잠시 숨을 고르고, 전선자의 「가을 적상산 그리고 나」를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며, 이용범의 「줄포에서 보내는 봄 편지」를 읽는 경험은 전북의 산천이 그 자체로 거대한 시적 영감의 보고임을 깨닫게 한다. 시인들이 남긴 흔적은 이 땅을 마주하는 모든 이의 가슴을 채우는 따뜻한 온기가 된다. 이 시선집은 전북의 땅과 그곳을 사랑한 문장가들이 합작해 만든 위대한 합창이다. 지역을 기록하는 문학적 실천이 어떻게 공간의 가치를 일깨우고 대중에게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는지를 이 책은 분명하게 보여준다. 전북의 산과 강이 노래가 되는 순간, 그곳은 지도 위의 굳은 이름을 벗어나 풍성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흐르는 우리 문학의 깊은 젖줄이 된다. 전북의 산과 강은 언제나 노래였다. 시인들은 다만 그 노래를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언어로 정성껏 옮겨 적었을 뿐이다. 최기우 극작가는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소설)로 등단했다. 희곡집 『상봉』, 『춘향꽃이 피었습니다』, 『은행나무꽃』, 『달릉개』, 『이름을 부르는 시간』, 어린이희곡 『뽕뽕뽕 방귀쟁이 뽕 함마니』, 『노잣돈 갚기 프로젝트』, 『쿵푸 아니고 똥푸』 등을 냈다.

  • 문학·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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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23 09:59

[사설] 전북 국회의원 재보선 2곳, 공천부터 ‘제대로’

오는 6월 3일 전북지역 유권자들이 마주하게 될 투표용지는 간단치 않다. 지방권력을 새로 구성하는 선택에 더해, 국회의원 두 자리를 동시에 뽑아야 하는 상황이 겹쳤기 때문이다. 지방선거와 함께 군산·김제·부안갑과 을에서 각각 재·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돼 ‘미니 총선’을 겸하게 된 상황이다. 관심을 모은 민주당의 지방선거 후보 공천 절차가 속속 마무리되면서 지역 정치권의 시선은 국회의원 재보선으로 옮겨가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에서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공천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 지역 군산·김제·부안갑과 을 선거구에서도 자천타천 출마 예상자들의 이름이 속속 거론되면서 지역사회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누가 나오느냐’에서 ‘누가 공천을 받느냐’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전략공천’ 기류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다수 후보가 난립하는 상황에서 경선을 통해 정리하기보다는 중앙당이 경쟁력 있는 인물을 선별해 투입하는 방식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선거의 성격과 시급성을 고려할 때, 일정 부분 불가피한 선택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언제나 과정과 명분이다. 전략공천은 그 자체로 ‘경선 생략’을 의미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공정성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특정 인물을 염두에 둔 맞춤형 공천이라는 의심이 제기되는 순간, 그 정당성은 흔들린다. 특히 전북처럼 공천의 무게가 절대적인 지역에서는, 전략공천이 곧 ‘결과를 미리 정해놓은 선택’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이미 전북에서는 이번 지방선거 후보 공천과정에서 적지 않은 갈등과 잡음이 있었다. 상처가 컸고, 이 과정에서 생긴 대립과 앙금은 선거 후에도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 공천과정에서 겪은 갈등과 파열음이 채 가라앉지도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공천 논란이 반복된다면 유권자의 정치 불신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민주당에게 이번 국회의원 재보선은 공천이 얼마나 공정하고 책임 있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다. 같은 논란이 반복된다면 결과의 정당성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공천부터 흔들리면, 선거 전체가 흔들린다. 전략이 아닌 원칙이 앞서야 한다. 이번엔 정말 ‘제대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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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4.22 1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