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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상담] 손님 없어도 업무방해!

내담자는 너무 억울하다고 했다. 특히, “아르바이트 직원이 불친절하게 응대한 것에 화가 나 항의하는 과정에서 조금 실수한 것뿐이고, 매장 내에 나와 직원만 있었지 다른 손님은 없었다, 그리고 사장님도 죄송하다며 사과하고 영업방해 된 부분이 없었다며 선처를 구한다는 탄원서도 제출했는데, 왜 내가 영업방해로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아야 하느냐, 화도 나고 억울해서 정식재판을 청구했다”며 “어떻게 다른 손님이 한 명도 없었는데, 업무방해죄로 처벌될 수 있냐”고 물었다. 법을 잘 모르는 내담자 입장에서는 세상에서 제일 억울한 사건으로 여길 수 있겠지만, 판사님께 같은 내용으로 주장하면 선처는커녕 오히려 피해변제와 반성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엄벌에 처해질 것 같아 일단 진정시키며 업무방해죄에 대해 설명하고, 법정에서 죄를 인정하고 벌금 감액의 선처를 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즉, 업무방해죄는 추상적 위험범으로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함을 요하는 것이 아니고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하면 족하고(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0도3231 판결 등 참조), 반드시 피해자와의 신체적인 접촉을 통해서 유형력을 행사해야 하는 것도 아니라서 설사 소란행위 중에 가게 안에 손님이 없었고, 들어오려다 되돌아간 손님이 없었다 하더라도 업무방해죄의 성립에 아무런 지장이 없으므로 당시 손님이 없어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의뢰인의 주장은 인정되기 어려우니(서울서부지방법원 2014. 6. 26. 선고 2014노126 판결 등 참조), 선처를 구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내담자는 조언에도 불구하고 법정에서 더 화난 어조로 억울함을 호소했고, 이를 보고 듣고, 업무방해 CCTV 영상과 녹취파일까지 재생했던 공판검사님은 반성하지 않는 태도 등을 고려해 약식명령보다 100만 원 더 많은 벌금 200만 원을 구형했다. 내담자는 속이 시원했을지 모르나,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처럼 언제, 어디서나 지혜로운 말 한마디가 필요함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박형윤 변호사

  • 오피니언
  • 기고
  • 2025.08.04 18:32

[오목대] 만경강·새만금 수변도시, 기대와 우려

장밋빛 미래일까, 예고된 실패일까. 전국 곳곳에서 추진되고 있는 ‘수변도시 프로젝트’가 새삼 관심이다. 하천·호수·항만 등 물과 접한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주거와 문화·레저 기능이 조화를 이루는 미래지향적 도시 모델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새로운 도시개발 패러다임으로도 주목받는다. 여기저기서 수변도시가 조성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추진하는 부산 에코델타시티와 경기도 화성 송산그린시티, 시흥·안산의 시화멀티테크노밸리 등을 꼽을 수 있다. 단순한 공간 확장을 넘어 지역사회의 수자원과 자연환경을 도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전환하는 야심찬 프로젝트다. 전북에서는 ‘만경강 수변도시’와 ‘새만금 스마트 수변도시’ 조성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익산시가 역점 추진하고 있는 7000세대 규모의 미래형 주거단지 ‘만경강 수변도시’를 놓고는 최근 사업 전면 중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와 논란이다. 지역의 인구구조와 주거 수요, 구도심의 현실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익산시는 단순한 주택 공급이 아니라 균형발전과 미래 성장기반을 위한 새만금 배후도시이자 공공기관 거점도시 조성 프로젝트라고 반박한다. 새만금에도 6.25㎢ 규모, 거주 인구 3만9000명으로 설계한 거대한 수변도시가 조성되고 있다. 바다를 메운 수변공간에 친환경 도시를 만들어 스마트 서비스와 산업을 결합하는 형태로 주거와 업무·관광·레저가 집약되는 복합도시다. 약 2조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새만금지구 첫 도시개발 사업으로 올 하반기 분양을 앞두고 있다. 기대만큼 우려도 크다.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토지 분양과 기업 유치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또 기후위기 시대, 홍수 등 재해 위험성도 제기돼 수질 회복과 해수면 상승에 대비한 관리수위 조절 등의 과제도 안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향후 새만금지구에 70만명의 인구 유입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방소멸 위기의 시대, 과연 가능한 청사진인지 의문이다. 더 걱정인 것은 만경강 수변도시다. 단순 주택공급 사업이 아닌 미래 주거 수요에 대비한 신성장 거점도시 조성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세부적인 친수공간 활용계획과 기후위기에 대응한 지속가능한 도시 전략 등 친환경 미래도시라고 할만한 공간디자인을 찾아보기 어렵다. 인구절벽 시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기업의 투자 심리도 위축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만금 스마트 수변도시 분양도 걱정인데, 새만금 배후도시를 내세운 만경강 수변도시 사업까지 거의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경기도 시흥 ‘거북섬 개발사업’의 전철을 밟을까 걱정이다. 1994년 시화호 방조제 완공 이후 세계적 수준의 해양레저도시라는 야심찬 청사진을 내걸고 개발된 시흥 거북섬은 최근까지 유령도시로 불렸다. 수요 예측 실패에 따른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수도권마저 이 지경이다. 장밋빛 전망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5.08.04 18:32

[사설] 모든 지방의원의 겸직 실태 전수조사 하길

지방의원의 겸직 관련 특혜 비리가 또 불거졌다. 해외연수비용 과다책정, 인사개입, 구매강요 등 지방의원들의 일탈이 끊이지 않는다. 겸직 관련 특혜 비리는 전주시 소상공인 지원 예산의 65% 이상이 이해충돌 분야에 집행된 사건이다. 2023년 전주시와 전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주관한 소상공인 구독경제화 지원사업 예산이 전윤미 전주시의원과 배우자, 자녀, 지인이 운영하는 미용실 4곳에 집중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전윤미 시의원은 "시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시의회 문화경제위원장 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지만 비판과 책임 추궁은 확대되고 있다. 지방의원은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본령이지만 행정사무 감사와 예산심의, 특위운영 등의 권한 때문에 영향력이 막강하다. 이런 영향력을 지렛대 삼아 악용하는 것이 문제다. 인사, 예산, 사업, 정책운용 등이 모두 관련돼 있고 이번에 일탈이 드러난 겸직 특혜 비리도 그런 범주에 든다. 지방자치법(제43조 겸직 등 금지)은 겸직 신고내용을 연 1회 이상 공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고 지방의회 의장은 겸직이 문제가 될 경우 상임위 사임을 권고해야 한다.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직위에서의 영향력 행사를 사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겸직 특혜비리가 발생한다. 하지만 의원 개개인의 윤리 무의식이 더 큰 문제다. 이해충돌 우려 분야는 임대업, 관광여행업, 태양광 발전소 대표, 법률사무소·공인중개사무소 운영, 주식회사 대표이사, 민박업 등 수도 없이 많다. 집행부와 의원 간 짬짜미 비리도 언제든 터져 나올 수 있다. 이 기회에 전주시의회는 물론 모든 지방의회 의원의 겸직실태와 특혜 여부에 대한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 그리고 공개해야 마땅하다. 겸직 신고(전주시의원의 경우 54.3%)는 당연하지만 겸직 관련 이해충돌 여부가 감춰져 있는 게 많기 때문이다. 비리 재발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다. 아울러 공무원노조가 눈을 부릅 뜬 감시기능을 작동한다면 지방의원의 일탈은 발을 붙이지 못할 것이다. 결국 일탈, 비리행위의 최종 집행 행위자는 공무원 아닌가.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8.03 17:23

[사설] 전북도,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 대응 전략을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되면서 지역 경제계에 미칠 여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한미 관세협상의 핵심은 상호관세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예고한 25%에서 10%p 낮춘 15%, 그리고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목인 자동차 관세 15% 결정이다. 정부와 국내 주요 경제단체들이 선방한 협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전북 경제계에서는 중소기업 수출 감소 등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우리 정부가 12.5%를 목표로 했던 자동차 관세가 15%로 결정되면서 실패한 협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0% 관세를 적용받았던 한국산 자동차의 미국 시장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15% 관세 부과에 따른 부담은 결국 수출 기업들의 몫이다. 특히 자금력과 기술력을 갖춰 장기간 버틸 여력이 있는 대기업 완성차업계에 비해 그렇지 못한 자동차 부품업계의 어려움이 훨씬 클 것으로 전망된다. 전북은 자동차 부품산업의 비중이 크고, 미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매출 감소와 고용 둔화, 그리고 협력업체 일자리 감소 등의 연쇄 타격이 우려된다. 전북지역 제조업은 수출의존도가 높고 자동차산업의 비중이 크다. 대미 수출에 관세 부담이 커지면서 자칫 지역 산업생태계가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SNS를 통해 ‘한국은 미국과의 무역에 완전히 개방할 것이고 자동차, 트럭, 농업(농산물) 등을 포함한 미국산 제품을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며 우리 정부와 다른 주장을 내놓으면서 지역 농민단체에서도 다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는 이번 관세협상 타결로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자평했다. 여당 중심인 전북 정치권과 자치단체에서도 ‘협상 성과에 박수를 보낸다’면서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영세한 전북지역 기업들은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되면서 수출 품목 다양화와 수출국 다변화 등의 과제를 떠안게 됐다. 어쨌든 한미 관세협상은 타결됐지만 앞으로도 글로벌 통상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대응과 함께 지자체에서도 수출 통상 관련 기관과 머리를 맞대고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8.03 17:22

[전북칼럼] 치유농업으로 국민에겐 건강을, 농촌에는 활력을 불어넣자

농업과 농촌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하여 국민의 신체, 정서, 심리 등의 건강을 증진하여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치유농업. 치유농업을 활성화하고 농업·농촌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치유농업법이 2021년 3월에 시행되었다. 법 시행에 따라 현장에서 전문가로 활동하는 치유농업사 자격시험(2급)이 그간 네 차례 시행되어 총 647명의 전문 인력을 배출했다. 지난해에는 국민에게 질 좋은 치유농업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우수 치유농업시설 인증제도를 도입함으로써 보다 체계적인 품질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법 시행과 더불어 치유농업을 활용한 의미 있는 사례들이 소개되면서 치유농업의 효과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치유농업을 좀 더 체계적으로 육성‧확산하고 산업화로 연결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이를 전담하는 전문기관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에 국가 차원에서 치유농업 정책과 서비스 거점센터 역할을 할 중앙 단위의 치유농업확산센터를 현재 경남 김해시에 건립 중으로 내년에 완공한다. 이와 함께 전국 17개 광역 단위의 치유농업센터도 설치하여 국민이 가까이에서 치유농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노인, 어린이, 환자 등을 대상으로 맞춤형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적용하여 사회 적응력 향상과 자신감 회복 등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성공적인 사례로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사회적 농업 모델 ‘케어팜’을 벤치마킹할 만하다. 1970년대에 처음으로 민간에 선보인 케어팜은 저렴한 비용과 환자들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면서 50여 년이 지난 지금 1,000여 곳 넘게 운영되고 있다. 국내 치유농업은 유럽의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짧은 역사이지만 본보기가 될 만한 좋은 사례들이 하나둘 만들어지고 있다. 자치단체별로 치유농업 육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농업 체험·원예 활동 중심의 치유농업 사업화를 추진 중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로 취약 계층이나 스트레스 강도가 높은 직업군의 심신 회복을 위한 활동이 많은 것도 그 배경으로 꼽힌다. 아직 초기 단계인 우리의 치유농업은 갈 길이 멀다. 치유농업법 제정 이후 후속으로 관련 고시 등 법제화 기반을 다지고 있지만, 해양, 관광, 산림 등 다른 분야에서도 각각의 특성을 살린 치유 산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어, 이를 통합 조정할 수 있는 관계 부처 협의체 구성도 필요해 보인다. 또한, 케어팜 사례처럼 고용과 생산을 유발하는 경제성을 갖춘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도 중요하다. 설립 중인 중앙 단위 치유농업확산센터가 지역 특화자원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확산하는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치유농업을 통한 사회적 경제적 가치 창출을 위해서는 관련 제도 운영에서 나타난 문제점 보완과 함께 규제혁신도 중요하다. 농촌진흥청이 치유농업사 자격 취득에 필요한 응시자의 사전 양성교육 이수시간 일부를 면제할 수 있도록 고시를 개정한 것이 하나의 예일 것이다. 치유농업은 고도화된 현대사회에서 심신 안정과 정신 건강을 위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단순한 농업·농촌 자원에 치유라는 새로운 가치를 더함으로써 국민에게는 몸과 마음의 건강을 제공하고, 농업인에게는 새로운 소득을 창출하는 원천이 될 것이다. 이처럼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치유농업이 복잡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농촌을 활력이 넘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유용한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상호 농촌진흥청 기획조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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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5.08.03 17:22

[기고] 여론조사, 그 신뢰성과 공정성을 묻는다

최근 한 인터넷 매체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완주군민의 65%가 완주·전주 행정통합에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직접 13개 읍·면을 돌며 완주군민의 목소리를 들은 필자가 느낀 현장의 분위기와는 상당히 차이가 있는 결과여서 무척 당황스러웠다. 조사 결과를 접한 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확인이 필요했다. 해당 여론조사의 질문지와 결과지를 입수해 살펴본 결과, 여론조사라는 형식을 빌렸지만 실상은 통합 반대를 유도하는 ‘설문 프레임’이라는 의심을 지우기 어려웠다. 핵심은 통합 찬반을 묻기 전에 배치된 문항이다. “완주·전주 행정통합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자치권 상실, 지역 우대 혜택 및 복지 축소 등의 불안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은 부정적 전제를 노골적으로 담고 있었다. 응답자는 이 같은 부정적 정보를 접한 직후 통합 찬반 여부를 묻는 질문을 받는다. 순서상으로도 ‘반대’가 먼저 제시되고 ‘찬성’이 나중에 등장했다. 일반적인 여론조사에서 ‘찬성-반대’ 순서의 선택지가 제시되는 점을 고려하면, 질문 설계에 의도가 개입됐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이후 이어진 질문에서도 유사한 방식이 반복됐다. 통합 반대 선택지에는 ‘완주군이 독자적으로 발전’한다는 식의 긍정적 수식어가 붙은 반면, 통합 찬성 선택지는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내년도 완주군수 선거와 관련한 문항에서는 통합 자체를 ‘갈등’이라는 부정적 프레임에 묶어 제시하기도 했다. 조사 방식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번 조사는 ARS(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이는 통상적으로 정치에 관심이 많고, 특정 이슈에 강한 입장을 가진 응답자들이 많이 참여하는 방식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 역시 “정치적으로 불리하다고 느끼는 집단일수록 ARS 조사에 적극적으로 응답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초, 내란선동 혐의로 재판을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40%를 넘게 나온 여론조사도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응답률도 문제다. 이번 조사에 응답한 군민은 총 1003명으로, 응답률은 6.2%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조사 과정에서 1만 명이 넘는 완주군민이 ARS 전화를 통해 통합에 대한 부정적 문구를 전달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조사 결과를 넘어 군민의 인식 자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더 큰 우려는 통합 반대 측 일각에서 주민투표가 아닌 여론조사를 통해 통합 여부를 결정하자는 주장을 펼쳐온 점이다. 이번 조사가 그러한 정치적 목적을 염두에 두고 진행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여론조사는 민심을 반영하는 도구여야지, 특정 방향으로 몰아가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완주·전주 통합은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사안이다. 어느 한쪽의 시각만 반영된 여론조사가 군민의 판단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 왜곡된 조사에 기대어 통합 논의를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시도는 군민을 기만하는 일이다. 공정하지 않은 방식의 여론조사는 그 자체로 민주주의에 대한 훼손이다. 여론조사는 진실을 비추는 거울이어야 한다. 왜곡된 거울은 민심을 왜곡할 뿐이다. 성도경 완주전주상생발전 완주군민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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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8.03 17:22

[열린광장] 생활인구 300만, 인구활력도시를 만들자

지방소멸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추상적 위협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자연특별시 우리 무주군 역시 예외는 아니다. 고령화, 출생아 수 감소, 수도권 집중 등 복합적인 인구구조 변화는 우리 일상의 흐름을 서서히 바꾸고 있다. 그러나 무주는 이 변화 앞에 멈춰 서지 않고, 인구 문제를 단순한 숫자가 아닌 사람이 머무는 시간과의 관계로 바라보는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2024년 기준 무주의 주민등록 인구는 약 2만 3000 명이지만, 관광, 휴식, 운동, 체험 등으로 무주를 찾는 연간 생활인구는 220만여 명에 달하며, 등록 인구의 10.6배다. 이는 체류인구 배수 전국 6위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지난 7월 10일 인구활력도시 무주 선포식과 함께 ‘생활인구 300만 시대’를 선언하고 생활인구 확대를 지역 정책의 핵심축으로 삼는다는 방향을 분명히 밝혔다. 이 선언은 단순한 수치가 아닌 머무름과 관계 중심의 지역 전략을 보여주는 이정표다. 이를 위해 부서 간 협업을 위한 TF팀을 구성하고, 문화·농업·산림·복지 등 다양한 영역에 생활인구를 녹여낸 정책이 실행되고 있다. 무주읍에 조성된 복합문화공간 무주상상반디숲을 중심으로 오는 2026년 가족형 체류 관광 콘텐츠인 태권브이랜드가 완공될 예정이며, 지방소멸대응기금과 행정안전부 고향올래 공모사업을 통해 선정된 문화·치유·체험 기능을 아우르는 반디문화창작소, 예술터, 창작틔움터 조성을 통해 생활인구가 머무를 수 있는 문화 거점 공간으로서의 체계적이고 집적화된 기능으로 탈바꿈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문화공간 확충과 체험형 콘텐츠 확대를 통해 가족 단위 관광객과 청소년, 청년층이 더 오래 머물고 다시 찾고 싶은 무주를 만드는 관광지로서의 매력은 물론, 일상 속에서의 정주 가능성을 높이는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또 의료·복지 인프라 확충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지난 6월 무주군립요양병원 개원으로 지역주민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인공신장실 운영으로 만성질환자의 경제적, 시간적 부담감을 해소하는 돌봄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고령층과 장애인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종합복지관과 취업의 기회를 마련하는 반디누리작업장 운영 등 복지와 정주 여건이 함께하는 지역으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청년세대를 위한 정착 기반 마련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선제적으로 청년안정기금을 조성하여 청년 취업자 주거비 지원, 공공임대주택 보증금 무이자 지원, 신혼부부 주거자금 이자 지원 등 실질적인 주거 안정을 지원하고 청년인구 유입을 위해 임시거주시설과 무주형 청년창업농 영농정착 지원, 고랭지 스마트팜 임대단지 운영, 영농기자재 지원, 농기계 임대료 감면 등은 초기 농업 기반을 마련하려는 청년층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있다. 또한 주말농장, 단기 체류 프로그램, 생활인구 확대 사업 등을 통해 도심과 무주를 잇는 체류형 관계망도 서서히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무주를 잠깐 머무는 곳에서 다시 찾고 싶은 곳, 나아가 살고 싶은 곳으로 바꾸어가는 마중물이 되고 있다. 지역의 미래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느냐보다 어떻게 사람들이 살아가느냐에 달려 있다. 생활인구 확대는 단지 전략이 아닌, 지속 가능한 지역을 위한 새로운 인구변화의 관점이자 실천이다.이런 흐름 속에서 머무름이 삶이 되고, 관계가 공동체로 이어지는 지역! 인구활력도시 무주는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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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8.03 17:21

[오목대] 통합걸림돌은 정치인

전주 용머리고개로 호남선 철도가 부설되었으면 전주가 어떻게 되었을까. 유림들의 반대에 부딪쳐 결국 좌절되었지만 지금도 후회스럽다. 전주 팔달로가 4차선으로 좁게 개설된 것도 주민들 반대 때문이었다. 완주 전주 통합문제가 찬반양측간에 뜨거운 감자가 되었지만 훗날 전주 용머리 고개로 호남선을 부설 못해 두고두고 후회하는 것처럼 다시금 통합을 못하는 일이 생겨선 안될 일이다. 4번째인 완주 전주통합문제가 주민들의 의사에 전적으로 달려 있지 않고 정치인들의 이해관계에 놀아나는 느낌이다. 누가봐도 완주와 전주는 역사적 배경이나 경제적 관점에서 상호의존적이며 불가분의 관계라서 통합해야 옳다. 하지만 지방자치가 부활하면서 정치인들의 이해관계로 번번히 무산되었다. 이 문제는 현재의 가치와 미래가치가 충돌하는 양상이라서 전북의 미래를 생각하면 더 이상 늦춰선 곤란하다. 지역을 발전시키려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 소비시장의 파이를 키워야 생산이 활발해지면서 고용창출도 더 늘게 할 수 있다. 전주는 땅덩어리가 좁아 더 이상 공장을 유치할 수 없다. 재건축조합을 통해 아파트를 신축하지만 비싼 땅값 때문에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아 젊은층은 내집 마련을 위해 인근 완주로 빠져 나간다. 특히 청년들이 장래를 내다보고 워라밸 할 직장이 없어 청년들의 엑소더스로 인구감소가 심각하다. 지금 완주군민들은 군의 재정상황이 좋아 아쉬울 게 없고 각종 복지시스템이 잘 갖춰져 불편할 게 없다고 자족하지만 커 가는 2세들을 생각하면 오늘에 만족하지 말고 내일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분명 수소도시 완주군은 전주와 전북의 에너자이저다. 고속도로 등 사회간접시설이 잘 갖춰져 외지업체들이 공장을 이전해오고 싶은 지역이다. 그 이유는 그간 조성한 공장용지가 동이나 다시 추가로 부지를 마련해야 할 상황까지 다달았기 때문이다. 그간 완주군민들은 알게 모르게 전주와 인접한 관계로 피해 본 측면이 많다. 폐수배출 업체가 들어온 것을 비롯 혐오시설이 하나둘씩 들어오면서 생활환경이 위협 받았다. 전주가 시세 확산에 따라 물리적으로 완주군을 잠식한 바람에 완주군민들의 피해의식만 커져갔다. 관선시대에 저질러진 행정의 횡포가 지금도 힘으로 밀어부친 것으로 비춰진다면 군민들은 반대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일부 군민들이 김관영 지사의 전입신고를 방해하거나 우범기 시장 한테 물세례를 가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아무튼 각 시도마다 통합이 대세로 파이를 키우려고 메가시티 건설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 때 완주 전주 통합은 시대적 과제다. 어찌보면 이재명정부 출범으로 전북이 발전할 기회를 맞았기 때문에 이 기회를 놓치면 안된다. 통합은 찬반양측이 물리적으로 충돌하지 말고 대화를 통해 상대를 설득해야 한다. 찬성측이 105개 상생사업 추진을 조례를 통해 실천하겠다고 의지를 보인 만큼 완주군도 성의를 보여야 한다. 반대가 아직도 우위를 점해 어렵지만 결론은 정치인의 통큰 결단이 필요하다. 통합시장이나 통합시의회 의장은 완주군 출신이 맡도록 하면 모든 게 끝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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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5.08.03 17:16

[사설] 고속철도 통합, 전라선 증편·고속화 급하다

KTX와 SRT로 나뉜 고속철도 통합 운영 방안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고속철도 통합과 관련해 KTX·SRT 교차운행 등 서비스 통합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하면서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 공약으로 이원화된 고속철도 통합을 통한 운행 횟수 증대 등 국민 편의 증진과 안전성 강화를 실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취임을 앞둔 김윤덕 장관 후보자가 밝힌 KTX·SRT 교차 운행은 기존 서울역에서만 출발하는 KTX를 수서역에도 투입하고, 수서역에서만 출발하는 SRT를 서울역에도 배치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수서역을 오가는 KTX 운행으로 전북도민들의 서울 강남권 접근성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고속철도 통합이 실현된다면 KTX·SRT 간 복합열차 편성을 통해 전주·남원∼수서를 오가는 전라선 고속열차 좌석 추가 공급도 가능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고속철도 통합운영을 통한 전라선 증편, 그리고 전라선 고속화사업이 급하다. 현재 전주·남원∼수서를 오가는 전라선 SRT는 하루 왕복 2편뿐이다. 운행 횟수가 너무 적어 이용객들이 매번 ‘표 구하기 전쟁’을 벌여야 하는 만큼 서울 강남권을 연결하는 고속열차 증편이 요구된다. 당장 고속열차 운행 횟수를 늘리고 싶어도 선로 용량 부족으로 새로운 열차를 추가 투입하는 것이 어려운 현실인 만큼 일부 구간 복복선화 사업 등을 통해 먼저 선로부터 확대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현재 예비타당성조사 중인 전라선 고속화사업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 전라선을 운행하는 고속열차는 경부선·호남선에 비해 속도가 현저히 느리다. 특히 익산∼전주 구간은 일반열차와 소요시간이 비슷한 실정이다. 고속철도 통합 논의와 상관없이 전라선 고속화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 철도 이용객들의 불편을 덜어줘야 한다. 전북은 수도권·영남권 등 타 지역에 비해 공항·철도·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이 부족하다. 특히 지역 내에서도 전라선이 지나는 동부권은 교통여건이 더 열악하다. 이로 인해 인구가 빠져나가고 경제가 침체되면서 지역 격차가 더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고속철도 통합 논의를 계기로 전라선 운행 횟수를 늘리는 동시에 고속화 사업에도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전북 동부권 등 호남 지역민들의 교통편의 증진, 그리고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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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7.31 18:11

[사설] 지역내 불균형 발전 되돌아볼때

정부가 인구소멸 위험도와 수도권과의 거리를 반영해 예산을 차등 지급하는 ‘가중치 배분제’ 도입을 공식화했다. 과연 얼마만큼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인지는 별개로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고, 투자가 적었던 지역에 대한 관심을 다시한번 가져본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특히 수도권과 지방간 불균형 문제가 향후 국가전체적인 경쟁력 측면에서 심각한 부담이 된다는 점에서 이를 바로 잡는것도 중요한 과제이나 지역내에서 불균형을 시정하는 것 역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전북의 경우 동부권 6개 시∙군은 인구소멸의 위기에 가장 접근해 있다. 도내 14개 시∙군 가운데 무려 10곳이 인구소멸위기지역이며, 특히 무주·진안·장수·임실·순창·남원 등 동부 산간지역은 인구는 말할것도 없고 재정 자립도를 비롯한 여러가지 객관적 수치를 비교해도 낙후도가 심각한 상황이다. 농업위주의 산업구조, 인구감소와 고령화 등 임순남무진장 지역은 특단의 성장 잠재력을 발굴하지 않는 한 낙후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런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해 그간 간헐적으로 동부권 개발을 위한 정책이 추진됐으나 투자되는 재정은 극히 미미했고, 실질적 효과 역시 보잘것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결국 전북 최대 낙후지역인 동부산악권 발전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서 과감한 재정지원, 획기적인 투자 유인책을 추진하지 않는 한 백약이 무효임은 물론이다. 때마침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지방과 중앙 간 불균형이 심각하다”며 “예산과 사회간접자본(SOC), 지방교부세 배분 시 수도권과의 거리, 지방 대도시와의 거리, 인구소멸지수 등을 반영한 가중치 표를 적용하겠다”고 언급, 향후 정책 추진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이들 지역은 자체 수입만으로는 기본적인 행정을 하기에도 어려우며 중앙정부의 지원 없이는 존립 자체도 불가능할 정도다. 차제에 예산 가중치 방식의 도입은 물론, 각종 재정 배분때 동부산악권 활성화를 위한 보다 과감한 정책이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같은 전북에 살면서도 동부와 서부의 격차가 너무 크다면 그것은 시정해야할 과제인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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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7.31 18:11

[청춘예찬]그땐 그게 전부였다- 진로 선택편

대학교 3학년, 많은 대학생이 시작도 끝도 아닌 애매한 학년이라고 부르는 시기이다. 3학년 1학기가 막 지난 지금, 친구들과 대화 주제는 주로 ‘진로에 대한 막막함’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지만 결국 대화의 끝은 “나한테 이 길이 맞는지 맞지 않는지 잘 모르겠어”이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속내를 털어놓다 보면 어느새 분위기가 무거워진다. 중·고등 학생 때의 고민은 성적, 연애, 친구 등이었다. 진로에 대한 고민보다 ‘어떤 대학에 우선으로 지원할지’, ‘어느 과를 가는 게 좋을지’ 등 1지망 대학교에 대한 선택이 전부였다. 고등학생 시절 친구들 대다수는 원하는 대학교 입학이라는 같은 목표가 있었지만, 지금은 다른 목표를 향하고 있다. 일부 친구들은 진로를 확정하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런 친구를 보고 있노라면 나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복잡해졌다. 사실, 고등학생 때까지는 가는 길이 대부분 정해져 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중학교에 가고, 중학교 졸업하면 고등학교에 갔다. 물론, 특수목적고등학교 입학 등 선택해야 할 것들이 있었지만, 그것은 ‘진학’이라는 틀에서 이뤄지는 것들이라 고민도 비슷했다. 대학 이후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진로를 넘어 취업과 관련된 것들이 많아지다 보니 선택이 다음의 길에 영향을 줬다. 내게 유리한 선택을 한 것인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선택한 것은 아닌지 곱씹게 됐고 자주 부담을 느꼈다. ‘그때 그것을 선택해야 했는데’라는 마음이 드는 순간이 오면 오래 후회됐고 다음 선택의 시점에 극심한 불안에 시달렸다. 재학 중인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역시 졸업 이후 갈 수 있는 선택지가 다양하다. 기자, 마케터, 방송 PD, 영상 제작자 등이다. 뚜렷하지 않은 길 속에서 어떤 선택을 내려야 내 적성에 잘 맞을지 고민했다. 선택지가 많을수록 ‘이 길이 나에게 정말 맞을까?’, ‘혹시 나만 잘못된 선택을 하는 건 아닐까?’하는 불안이 커졌다. 그래서 오히려 제일 좋은 선택을 하고 싶다는 욕심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미국의 심리학자 배리 슈워츠는 이러한 현상을 ‘선택의 과부하이론’으로 정리했다. 선택지가 많을수록 오히려 만족도는 내려가고 후회와 불안은 커진다는 것이다. 잘 선택하고 싶다는 욕심과 좋은 선택이 아닐 수 있다는 불안함에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 무엇을 할까가 아닌, 무엇이든 하자로. 길은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말이 있다. 기자를 하다가 창업할 수도 있고, 회사에 다니다가 방송국 작가가 될 수도 있다. 어떤 일을 하든 분명 그전의 경험은 다음 일을 할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여전히 불확실하고 애매한 대학교 3학년이다. 한편으로는 무엇이든 할 수 있고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3학년이기도 하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나는 오늘도 불안을 이기고 다양한 시도를 한다. 그것이 끝끝내 내 인생에 자양분이 될 것임을 확신하면서 말이다. 송주현 전북대신문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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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7.31 18:11

[금요칼럼] 8월 아침

일어나자마자 고양이에게 갔다. 고양이가 똥 쌌다. 3일 동안 똥을 싸지 않아서 걱정이었다. 안심했다. 부채 들고 날 파리 쫓으며 마을 길을 걸었다. 날 파리들은 떼로 까맣게 날아들어 눈동자 속을 파고든다. 경기네 집 둘레 벽 등이 훤하다. 불을 켜놓고 출타했나 보다. 집 주위 벽을 살펴보았다. 스위치를 못 찾았다. 논에 벼들이 꽉 차 간다. 볏 잎마다 끝에 이슬이 달려있다. 잘도 자란다. 볏 잎에 거미집들이 하얗다. 벼 논에 거미집들을 보고 안심하였다. 물꼬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저 명랑한 물소리도 나를 달래주는 소리다. 할미새가 길에서 날아올라 전깃줄에 앉아 꽁지를 까분다. 비둘기, 참새, 개개비, 꾀꼬리. 파랑새, 직박구리, 돼지빠뀌, 어치, 붉은 머리 오목눈이, 까치, 박새, 물까치는 나의 산책 친구들이다. 호반새는 우리 마을과 먼 산속에서 멀리 운다. 강변 자갈밭으로 걸었다. 큰물이 지나간 자갈밭은 자갈돌들이 물살에 뒹굴고 씻겨 희고 깨끗하다. 자갈들은 밟으면 몸이 뒤뚱거린다. 신경을 써서 몸의 균형을 잡는다. 강 건너 복두 농막에 갔다. 복두, 잔가? 하고 불렀다. 복두가 느리게 방문을 열고 나왔다. 안개 속에 서서 이야기하였다. 자두 이야기했다. 아직 덜 익었다고 한다. 내가 경기 집에 불이 켜져 있다고 하자, 여수 놀러 갔단다. 경기에게 바로 전화한다. 내가 벌써 일어났을까? 그랬는데, 경기가 전화를 받는 모양이다. 집 둘레 전등불 스위치는 현관에 있다고 한다. 오늘 온단다. 자두가 익으면 아무 때나 와서 따먹으란다. 복두는 작은 텃밭에 오이, 가지, 고추, 옥수수, 방울토마토, 취나물도 키운다. 잘 자랐다. 복두는 나와 초등학교 동기동창이다, 나보다 한 살 아래다. 당숙 아들이다. 당숙은 큰 소나기가 와도 절대 뛰거나 빨리 걷지 않으셨다. 평생 마을 길을 걷는 속도를 변동하지 않고 같은 속도를 유지 하셨다. 밤이면 강 건너 복두 농막에 불빛이 환해서 앞산이 정답다. 참새들이 떼로 전깃줄에 앉아 있다가 흩어진다. 참새들이 떼로 모이는 것은, 그해 새끼들을 다 길렀다는 뜻이다. 새끼들을 데리고 마을 곳곳을 돌아다닌다. 참새는 걷지 않고 뛴다. 참새에게서는 어쩐지 문명에 시달린 몸짓이 느껴진다. 참새들이 길가에서 풀씨를 따 먹는다. 풀대들이 작아서 올라가 앉지 못한다. 훌쩍 뛰어 풀씨를 물고 땅으로 내려오면 풀이 휘어진다. 풀을 발로 잡고 풀씨를 따 먹다가 풀을 놓아주면 휘어져 있던 풀들이 벌떡 일어서서 낭창낭창 흔들린다. 흔들리다가 멈추면 참새들은 또 풀쩍 뛰어올라 풀을 잡아당겨 발로 누르고 풀씨를 따 먹는다. 그 일을 반복한다. 강아지풀이다. 즐거운 놀이 같다. 새들은 꺾어질 풀이나 나뭇가지에 앉지 않는다. 철새들은 새끼들을 데리고 멀리 높이 나는 힘을 기른다. 어떤 새는 날다가 공중에 멈춰 발발발 떨고 있다. 웃긴다. 파랑새만 아직, 빼앗은 까치 집에서 새끼를 기르고 있다. 새들은 자세에서 표정이 나온다. 호박꽃이 핀다. 호박꽃은 해가 뜨기 시작하면 꽃을 닫아 버린다. 옥수수는 넘어지고 참깨꽃은 핀다. 강물이 많이 빠졌다. 시멘트 다리 주위에 고기 떼들이 물살을 튕겨 일으키며 논다. 내가 다가가자. 새까맣게 흩어지며 재빠르게 도망간다. 물고기들을 저렇게 떼로 놀다가 흩어지는 것을 몇 년 동안 보지 못했다. 불거지들이 얕은 물 속 자갈밭에서 등을 물 위로 내놓고 정신 없이 놀다가 자기도 모르게 땅 위로 훌쩍 뛰어올라 마른 자갈밭에서 훌훌 뛰다 물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것을 보았었다. 짝짓기 철이 되면 불거지들의 몸은 화려한 무지개색을 갖추고 뽐낸다. 몸이 울긋불긋 아름다운 ‘임실 납자루’는 어디로 갔을까. 강변 자갈들이 달빛에 하얗게 빛나던 옛날 일이다. 주황색 조끼에 진초록 슈트를 잘 받쳐 입은 물총새가 잔 고기떼들이 물 위로 뛰어오르는 것을 노리고 돌 위에 앉아 있다. 이웃집에서 재채기 소리가 담을 넘어 크게 들린다. 자연은 이런저런 현상을 통해 해마다 다른 말을 한다. 자연은 꾸준히 자기들의 변화를 강변하고 사람들은 자연의 그 물음에 응하다가 외면하는 일을 반복하며 지구의 일을 크게 키운다. 매미가 울다 그쳤다. 해뜨기 전우는 매미는 맴맴맴 하고 우는 참매미다. 일찍 일어나 밭도 매고 논도 매라고 맴 맴 맴 운다. 김용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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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7.31 18:10

[기고] 반교육적 위력과 폭력,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용납될 수 없다

전주·완주 행정통합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일부 반대 진영의 비민주적 집단 행동이 도를 넘고 있다. 고성과 위협, 물리적 충돌, 공무집행 방해, 심지어 공직자에게 물벼락을 날리는 행위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것은 더 이상 정당한 반대가 아니라, 법치주의를 무너뜨리는 반민주적이고 반교육적인, 개탄스러운 행위에 불과하다. 지난 7월 25일, 우범기 전주시장이 완주군 봉동읍에서 통합 찬성 단체와 오찬 간담회를 진행하는 도중 전주·완주 통합 반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식당에 난입해 고성과 위력을 행사했다. 전주 시민을 대표하는 시장의 얼굴에 물벼락을 날리고, 일부 고위 공무원의 멱살을 잡는 장면까지 벌어졌다. 이로 인해 간담회는 중단되었고, 시장의 예정된 일정도 결국 모두 취소되었다. 김관영 전북 특별자치도지사는 완주 주민들과 진정성 있는 소통을 위해 7월 16일 완주군 삼례읍으로 주소지를 옮겼지만, 그 과정에서마저도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수백 명의 반대 세력이 아파트 입구에 집결해 전입신고를 조직적으로 방해했고, 피케팅과 고성이 이어져 가장 기본적인 행정업무마저 마비시켜버렸다. 일부 군의원은 민원 신청을 이유로 전입신고 자체를 막으려는 황당한 시도까지 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그뿐인가? 7월 21일 105건의 완주·전주 상생 발전 사업에 대한 이행 약속을 선언하는 전북특별자치도청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장에서도 반대 진영의 난동 수준의 심한 방해를 받자, 지역의 거목 정치인인 정동영 국회의원은 룰을 지키라며 준엄하게 이들을 꾸짖었다. 의견을 표현할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비폭력과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폭력과 위협, 조직적인 방해는 결코 민주주의의 방식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 반대 진영의 일부 행태는 대화와 설득의 길을 막고, 민주주의적 공론의 장을 위협하고 있다. 그 피해는 결국 우리 지역사회 전체가 짊어지게 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위법 행위에 대해 제대로 된 제재나 처벌이 없다는 것이다. 통합 반대 세력의 조직적인 공무집행 방해와 폭행, 행정절차 방해 등이 반복되어 민주 시민들의 공공 공간이 위력을 앞세운 과격한 목소리에 의해 점령당하는 현실을 더는 방치해서는 안된다. 그 누구도 법 위에 존재할 수 없다. 민주주의는 권리와 책임이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그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 이 같은 무질서가 반복된다면, 민주적인 공론장은 분열과 불신의 장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법과 질서, 타인에 대한 존중을 가르쳐야 할 어른들이 폭력과 위력을 앞세워 소통을 방해하는 개탄스러운 행태를 우리는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위력과 폭력 앞에 전북 지역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치는 매우 중대한 의제에 대한 신성한 민주주의적 공론의 장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처참히 파괴된 민주적 공론의 장의 회복이다. 통합의 찬반을 떠나, 우리 지역을 어떤 모습으로 후손들에게 남겨줄지 모두가 옷깃을 여미고 생각해야 한다. 전북의 미래는 자라나는 미래 세대의 주인공인 청소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품격 있는 행동을 바탕으로 한 성숙한 민주주의적 시민의식 위에 세워져야 한다. /이희경 전북도교육청 청소년교육발전위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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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7.31 18:10

[병무상담]병력동원훈련소집 재입영 훈련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병력동원훈련소집은 동원지정된 사람에 대하여 평시에 동원훈련을 실시함으로써 부대 및 기능별 임무수행 능력을 배양시키고, 동원소집입영 절차 등 전시 임무를 숙지시켜 동원령 선포 시 신속 정확한 병력동원소집을 위하여 소집부대별로 매년 실시하고 있습니다. 동원훈련 대상은 증·창설 부대 동원지정자 중에서 장교, 준사관, 부사관은 예비군 전역 1~6년차 이내, 병은 예비군 전역 1~4년차 이내자에 대하여 실시하며, 훈련기간은 2박3일입니다. 재입영 훈련대상은 최초 동원훈련에 불참한 기피, 연기, 귀가자와 통지취소 및 통지제외 처리한 사람 중 재입영 통지 시점까지 지정사항이 유지되는 사람으로, 동원훈련 불참한 사람에 대하여 최초 훈련 참가 의무를 주지하고, 훈련 부과의 형평성 제고를 위해 추적관리 개념의 훈련체계 운영에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관련 법령은 병역법 제51조제3항 ‘지방청장은 귀가한 사람에 대하여는 재소집을 하거나, 그해의 병력동원훈련소집을 면제 할 수 있다.’ 또한, 병역법 제52조제2항 ‘병력동원훈련소집으로 입영한 사람이 복무 중 범죄로 인하여 구속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그 복무기간의 3분의 1이상의 일수를 초과하여 훈련을 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재소집할 수 있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만약, 재입영훈련에 무단 불참한 경우에는 동원훈련과 마찬가지로 병역법 제90조에 따라 병력동원훈련소집의 기피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됩니다. 따라서 재입영훈련이 예정되어 있는 부대의 동원지정자는 당초 실시된 동원훈련에 불참하거나 기피한 경우에도 바로 동원훈련Ⅱ형(구 동미참훈련) 대상으로 변경되지 않으며, 2박3일의 재입영훈련을 받아야 합니다. 또한, 재입영훈련까지 연기하는 등 불참하는 경우에는 동원훈련Ⅱ형(구 동미참훈련) 대상으로 변경됩니다. 전북지방 병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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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7.31 18:10

[오목대] 유튜브에 빠진 노인들

길거리에서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다. 버스나 지하철에서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저녁에 침대에 누워서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사람이 많다. 이들이 가장 즐겨 보는 것이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다. 전 국민이 거의 유튜브 중독 상태라 할 정도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 생활시간조사’ 결과는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인의 수면시간이 1999년 조사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는데 “유튜브 등을 보는 사람이 늘어난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TV 시청은 큰 폭으로 줄어든 반면 유튜브 같은 동영상 시청이 대폭 늘었다. 유튜브는 2005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허름하고 좁은 차고에서 탄생했다. 이듬해 검색의 제왕 구글이 전격 인수하면서 디지털 세상에 지각변동을 가져왔다. 창립 20년만에 온라인 동영상(OTT)은 물론 음원, 숏폼, 뉴스까지 휩쓸고 있다. 이처럼 유튜브가 빠르게 발전된 배경에는 사용자 생성 콘텐츠(UGC) 확산과 숏폼 기반의 인공지능(AI) 알고리즘 추천 구조가 자리한다. 이중 유튜브 알고리즘은 순기능 못지않게 역기능이 심각하다. 필터버블(Filter bubble)과 반향실(echo chamber)효과 때문이다. 여기서 필터버블은 알고리즘을 통해 개인화된 맞춤형 정보를 이용자에게 지속적으로 추천하는 것이다. 또 필터버블은 반향실이라는 독특한 정보환경 창출로 이어진다. 개인이 기존의 가치관 및 관점과 일치하는 정보에만 노출돼 확증편향 현상을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폐해가 지속되자 국회 입법조사처가 나섰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비판적 사고나 대안적 관점을 검토할 기회를 상실케 한다”면서 “정치적 확신이 극단화되는 정치적 양극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극단적인 예는 지난해 말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이나 태극기부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또 이와 관련, 사회적으로 고립된 노년층일수록 유튜브 중독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도 눈길을 끈다.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교수(전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이사장)는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초청 강연에서 “노인에게 디지털 미디어 중독은 외로움과 고립감의 해소 수단일 수 있다”며 “정치적 견해 등에서 ‘내 생각이 맞다’는 심리적 지지를 얻으면서 중독이 깊어진다”고 설명했다. 60대 이상에서 유튜브 채널에 대한 신뢰가 높고, 허위 뉴스 검증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했다. 그동안 디지털 미디어 과몰입 대책은 아동과 청소년에 집중됐다. 하지만 노년층은 습득한 정보에 대한 검증 노력이 부족해 ‘인포데믹(infodemic·거짓정보 전염병)’ 우려가 크다. 노년층을 위한 중독 예방과 디지털 문해력 교육이 시급하다.(조상진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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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25.07.31 16:53

[사설] 남원 기회발전특구, 동부권 균형발전 계기로

남원 일반산업단지가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세 차례에 이어 30일 전북과 경남 지역에 기회발전특구를 추가로 지정해 고시했다. 정부가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역점 추진하는 기회발전특구는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세금감면·규제완화·정주여건 개선·기반시설 확충 등을 패키지로 지원하는 정책이다.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업 투자가 침체된 비수도권 지역에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이번에 전북에서는 라이프케어 관련 기업들의 투자계획(880억원 규모)이 제시된 남원 일반산업단지 일원 약 50만㎡가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됐다. 이로써 전북지역에 지정된 기회발전특구는 김제(자동차부품, 특장차)와 전주(탄소 융복합), 익산·정읍(동물용 의약품, 건강기능식품)을 포함해 모두 4곳으로 늘었다. 정부 정책에 따라 남원 기회발전특구에는 헬스케어·바이오·웰니스 등 라이프케어 산업을 중심으로 관련 기업의 집중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남원 기회발전특구 지정은 전북에서도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딘 동부산악권지역 첨단산업 활성화에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은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동부산악권 발전을 위해 ‘전북특별자치도 동부권 발전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동부권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동부권 특별회계’를 설치·운영하면서 오랫동안 동부권 균형발전에 공을 들여왔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적 노력이 좀처럼 성과로 나타나지 않으면서 동부권 균형발전은 여전히 지역사회 과제로 남아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국가균형발전 전략으로 추진한 기회발전특구마저 전주와 김제·익산·정읍 등 전북 중서부에 한정되면서 동부권 소외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전북지역 내 심각한 산업 불균형 해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동부산악권에 대한 집중 투자가 요구된다. 남원 기회발전특구 지정이 단순한 기업 유치를 넘어 전북지역 산업생태계를 고도화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인구 유입 성과로 이어져 동부권 균형발전의 발판이 되기를 기대한다. 물론 성공적인 특구 운영 모델을 만들어내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7.30 19:23

[사설] ‘李대통령 타운홀 미팅’, 전북의 전략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역의 발전 방안을 지역민에게 직접 듣고 해법을 제시하는 ‘타운홀 미팅’에 대한 전북도민의 기다림이 절실해지고 있다. 전북이 타운홀 미팅을 학수고대하는 이유는 이 대통령이 처음으로 전북도민이 느끼는 상실감을 ‘3중 소외론’이라는 정치적 용어로 정리한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즉, 전북이 그동안 지역 균형발전을 내세우면서도 수도권에 치이고, 지역 차별로 영남에 밀리고, 호남에서도 소외되는 구조적 차별을 대통령 선거 유세때 정확히 짚어 전북도민의 마음을 위로했고, 국가 예산 배정의 불이익 등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표명했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7월 25일 광주·전남, 충청에 이어 세 번째로 개최된 부산 타운홀 미팅에서 이 대통령이 밝힌 해양수산부 이전, 가덕도 신공항, 북극항로 등 대선 공약에 대한 확답과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의지를 다시 피력해 ‘타운홀 미팅’을 통한 전북관련 공약 실현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이 대통령이 강조한 ‘행정의 속도’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대통령의 현장 약속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전북은 올해 ‘전주·완주 통합’, ‘피지컬 AI’, ‘새만금 국제공항 착공 및 활주로 확장’, ‘대도시 광역교통망 신설’, ‘2036 전주올림픽 유치’, ‘조선·자동차·신재생에너지 등 전북 주력산업 활성화’, ‘전북 금융중심지’, ‘남원 공공의대와 제2경찰학교 유치’ 등 지역의 미래를 바꿀 현안들이 쌓여 있어, 대통령의 해결 약속을 고대하며 방문을 희망하고 있다. 더욱이 이들 현안들이 적어도 8~9월 내에 로드맵이 그려져야 하는 만큼 전북지역 입장에선 마음이 다급해지고 있다. 따라서 전북정치권 그리고 전북특별자치도 핵심 관계자들은 대통령실과 타운홀 미팅 개최와 관련하여 명분과 논리에서 가장 뚜렷한 의제 및 일정 조율을 통해 전북 현안의 물꼬를 터야 한다. 비수도권 중 남은 지역은 전북과 강원, 제주 등 특별자치도와 대구·경북 등인데 이 중 전북 특별자치도는 국가균형발전에서 상징적인 존재라는 점과 대통령이 설파한 3중차별 해소의 대상이란 점을 부각하고 대통령의 역질문까지도 잘 대응해 전북특별자치도의 미래 비전을 완성하는 성과를 이루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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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7.30 19:22

[오목대] 지역발전과 랜드마크

랜드마크(Landmark)란 항공과 해운에서 유래된 용어인데 멀리서도 눈에 띄는 물체를 의미한다. 특히 그 지역을 대표하는 건축물이나 조형물 또는 자연경관은 랜드마크로서 톡톡히 기능하기 마련이다. 가시적 랜드마크 뿐 아니라 무형의 랜드마크도 중요하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하면 성가족성당, 세계적인 축구팀 바르셀로나 또는 가우디가 생각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며칠전 최병관 전 행정부지사가 익산의 랜드마크를 만들자며 ‘모듈형 돔 구장’ 건립을 제안,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돔 구장은 단순한 야구장이 아니다. 콘서트, 박람회, 청소년 체전, 생활스포츠대회, e스포츠까지 연중 콘텐츠가 끊이지 않는 공간이다. 2036 하계올림픽 유치 추진단장을 맡았던 그는 “익산이 단순한 배후도시가 아닌 전략적 스포츠 거점도시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며 이같은 제안을 한 것이다. 내년 익산시장 후보의 일원으로 그가 던진 화두 하나는 비단 익산뿐만 아니라 도내 시군이 내년 지선을 계기로 향후 청사진을 어떻게 그려가고 실현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주목을 끌었다. 돔 구장을 예로들면, 한편에선 “그 많은 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이며, 과연 그 필요성은 있는가”라는 물음에 직면할 수 있다. 또 한편에선 “가만히 앉아서 죽느니, 뭐라도 한번 해보자”는 반박도 있을 수 있다. 지역발전과 랜드마크에 대한 지역민들의 관심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런데 새 정부 출범과 더불어 지역발전에 대한 기대는 가히 폭발 직전이다. 특히 지역 출신 인사들이 대거 주요 직책에 등용되면서 도민들은 금방이라도 뭐가 좋아지지 않을까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딱히 눈에 확 들어오는 대형 프로젝트가 없다. 전북에만 주어지는게 아니고 타 시도에도 함께 배분되는 것은 사실 별게없다. 잔칫상 가운데에 있는 맛있는 요리가 가치있는 것이지, 똑같이 주어지는 밥 한그릇, 국 한그릇은 구태여 서둘러 먹을 필요가 없다. 가만 놔둬도 내 몫이기 때문이다. 이젠 전북에도 확실한 랜드마크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랜드마크는 대부분 웅장하고 역사성이나 상징성이 있다.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에 나선 전북도 대표단이 엊그제 독일 최고 권위의 공연장 ‘슈타츠오퍼 국립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랐다. 전북의 무형문화재인 부안 ‘띠뱃놀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 '고섬섬'이 1300명의 관객을 뜨겁게 사로잡았다고 한다. 얼핏 생각하면 촌스럽고 시시하게 보일 수도 있겠으나 전북의 전통문화가 국내 예술단체 최초로 슈타츠오퍼 무대에 오른 사례라고 한다. K-컬처의 본 고장인 전북은 전통을 재해석해서 대중화 한다면 얼마든 성공 모델을 만들 수 있다. 과거와 현대의 조화라고 하는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는 전북은 앞으로 유형, 무형의 랜드마크를 통해 발전전략을 구사해야 할것 같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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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5.07.30 19:21

[의정단상] 재난안전산업진흥원, 전북이 답이다

기후위기가 일상이 되고 있다. 침수, 대형 화재, 감염병까지 국민의 삶을 위협하는 재난은 갈수록 복합적이고 예측 불가능해지고 있다. 재난대응은 더 이상 행정의 영역에 머무를 수 없다. 이제는 ‘산업’의 힘이 필요하다 재난안전산업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산업이다. 이미 7만 6천여 개 기업, 47만 명의 종사자, 연 매출 59조 원 규모로 성장했지만 대부분이 영세 중소기업이다. 기술 개발, 인증, 판로 개척 모두 한계에 부딪혀 있다. 재난안전산업이 도약하려면 국가 차원의 전략적 지원이 필요하다. 문제는 구조다. 기술개발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화는 산업통상자원부, 인증은 행정안전부, 인력 양성은 교육부로 흩어져 있다. 통합적 조율 없이 각 부처가 따로 움직이고 있다. 컨트롤타워가 없는 구조로는 산업 생태계가 뿌리내리기 어렵다. 2023년부터 시행된 재난안전산업진흥법 제정은 의미 있는 첫걸음이었다. 인증 체계도, 지역 기반시설도 조금씩 생겨났다. 그러나 지금의 조각난 지원 구조로는 부족하다. 전주기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려면 하나의 두뇌, 하나의 전담기관이 있어야 한다. ‘한국재난안전산업진흥원’의 설립을 제안한다. 진흥원은 기술개발에서 성능 인증, 표준화, 사업화, 인재 양성, 글로벌 진출까지 산업 전 과정을 아우르는 전문 컨트롤타워다. 미국의 연방재난관리청(FEMA), 일본의 방재기획실처럼 대한민국도 전담기구가 필요하다. 국회는 이미 움직이고 있다. 지난 7월 정책세미나를 통해 법과 제도 개선의 첫 단추를 꿰었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된 이후 진흥원 설립을 담은 「재난안전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국회에서 정책세미나도 개최했다. 국회가 입법과 예산으로 뒷받침할 준비는 끝났다. 이제는 정부가 응답할 차례다. 일각에서는 “국립재난안전연구원(NDMI)과 기능이 중복되지 않느냐”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NDMI는 행정안전부 산하 연구기관으로, 산업화나 기업 지원은 본래 기능이 아니다. 최근 국회 정책세미나에 참석한 오금호 NDMI 원장도 연구와 산업을 잇는 별도의 연결고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NDMI가 재난안전 연구의 축이라면, 진흥원은 산업화와 기업 지원의 날개다. 그렇다면 진흥원은 어디에 설립되어야 할까? 입지는 실효성과 전략성을 모두 갖춰야 한다. 전북 익산은 그 요건을 가장 잘 갖춘 곳이다. 침수형 재난 대응 시험장을 갖춘 군산, 특장차 인증센터가 있는 김제, 복합소재 시험이 가능한 탄소진흥원이 있는 전주, 이 세 지역이 30분 거리 내에 집약돼 있다. 전국 어디에도 이런 인프라 구성은 없다. 전북테크노파크, 55개 산·학·연 기관, 탄소국가산단, 연구개발특구까지 이미 재난안전 기술혁신 클러스터가 구축되어 있다. 2029년 개항 예정인 새만금 신공항과 신항만이 완공되면, 익산은 육·해·공을 아우르는 세계 유일의 초단기 실증·공급 거점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리역 폭발사고를 딛고 일어선 도시 익산은 재난 극복의 상징이자, 재난안전산업의 철학을 품은 도시다. 산업적 조건과 역사적 의미가 함께 있는 곳. 진흥원 설립지로 손색이 없다. 이제 선택의 시간이다. 국가의 대응 체계를 산업의 언어로 바꾸어야 한다. 기술이 생명을 지키고, 안전이 산업이 되는 시대. 한국재난안전산업진흥원은 그 전환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 산업의 힘으로 해내자.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한병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익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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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7.30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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