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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전주세계소리축제 리뷰] 예술적 완숙미의 기운생동(氣韻生動) 무대, 전주세계소리축제의 나아갈 방향 내재

판소리다섯바탕은 전주세계소리축제(이하 소리축제)의 정체성, 목적성, 방향성이 내재한 무대로 축제의 대들보 같은 존재이다. 이는 2009년 신종플루와 2020년 코로나19로 축제가 취소되거나 축소 운영된 때를 제외하고는 20년 동안 매년 어김없이 메인 프로그램으로 안방을 차지하며 관객들을 만나왔다. 이렇듯 20년 동안 관객들을 만나오는 동안 원형을 고수하면서도 대중과 소통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온 것도 사실이다. 고착화되고 고정화된 짐작 가능한 뻔한 공연내용과 무대 이미지는 보존해야 할 대상이면서 항상 타파의 대상이었다. 이에 공연내용뿐만 아니라 하드웨어적 공간 구성을 획기적으로 설계하여 환경적 요소의 변화를 꾀하기도 하였다. 프로시니엄무대에 마당 극장식 무대나 대형 갤러리를 연출하며 품격있는 무대, 관객 밀착형 무대, 쌍방향 소통의 무대로 신선함과 새로움으로 중무장하며 생명력을 더하고자 노력해왔다. 이번 20주년 판소리다섯바탕 춘향전의 무대도 이러한 연속선상에서 기획된 무대로 보인다. 그동안 세월의 중후함과 연륜으로 상징화된 판소리다섯바탕의 원초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활기와 가능성을 제공함은 물론 예술적 완숙미의 기운생동을 무대 위에 펼쳐 놓았다. 분창, 연창, 합창의 교차 구성은 열정과 에너지를 집약적으로 쏟아 낼 수 있었고 무엇보다 관객을 좌지우지하는 입담과 노련한 연기는 무대 장악력을 제고하며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한 춘향전이라는 이미 익숙한 스토리 전개는 공연자의 표정과 몸짓 하나하나의 시선을 따라가며 농익은 소리 놀음에 깊이 취할 수 있는 여유로움을 제공하였다. 이에 관객과 공연자의 완전한 상호작용으로 일체감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춘향가의 3명창 무대는 판소리 어법만으로도 공연자와 구성에 따라 대중적 설득이 가능함을 제시하였고, 판소리다섯바탕이 대체 불가한 존재임을 다시 확인시켜 주었다. 관객들이 이들 무대에 환호하는 것은 3명창이 가진 소리 세계의 완숙미에 있다. 다양한 음색을 기본으로 상중하성을 넘나드는 성음의 농담(濃淡)과 천변만화적 너름새를 구현함은 물론, 희비애락을 넘나드는 쫄깃한 긴장감은 귀와 눈을 뗄 수 없게 관객의 몰입도를 높였다. 더불어 섬세하고 구체적인 이면의 표현과 서사의 형상화를 위한 공연 요소들의 융합이 절묘하게 작동하여 관객들은 어느새 알 수 없는 소리길에 빠져들었다. 전통을 지향하는 가장 보수적인 판소리다섯바탕의 무대에 소리축제의 나아갈 방향과 무궁한 콘텐츠가 내재해 있음을 되돌아보게 한다. 노복순 국악평론가 서울대학교 국악과와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가야금을 전공하였고, 전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객석예술평론상을 수상하였고 한국음악을 중심으로 한 공연문화에 관심이 많아 이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는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원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 전시·공연
  • 기고
  • 2021.11.02 17:39

여성작가 3일 완주 빨래터마당서 전시회 개최

전북지역 여성작가 3명이 완주지역 문화아지트 빨래터마당에서 1일부터 30일까지 예술여행자 3인과 같이 놀래?를 주제로 전시회를 연다. 주인공은 여은희최미경최지영 작가로 이들은 완주군 화산면 유휴공간을 미술관으로 변신시켜 그들만의 예술작품을 전시했다. 여은희 작가는 테피스트리 작가로 여러 종류의 실을 이용해 작품을 만들어 설치했고, 최지영 작가는 한지를 주물러 전통기법인 줌치로 심장과 그 울림이란 테마로 작품을 전시했다. 최미경 작가는 완주군 화산면 수락마을 문화아지트 빨래터의 대표이며 유휴공간을 활용해 문화공간으로 만들어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예술가들의 레지던시 공간등으로 탈바꿈 시킨 장본인이다. 문화아지트 빨래터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건물앞이 동네 아낙네들이 모였던 빨래터이다. 빨래터에서 주물주물 옷을 빨던 모습처럼 한지를 적셔 주물러 말리는 과정을 통해 작업을 선보인다. 동시에 자유롭고 오픈형식의 예술프로젝트 같이 놀래?-예술로 반짝반짝도 진행한다. 정해진 시간의 틀과 공간을 허물어 문화아지트 빨래터 마당에서 언제든 누구나 11월 한 달간 매일 아침 10시~오후6시까지 자유롭게 참여 할 수 있다. 마당에 미리 준비된 재료들로 그림도 그리고 자연물을 활용하여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 볼 수 있다. 미술관으로 사용할 유휴공간의 외관이 조립식 건물로 다소 삭막해 보여 철 기둥 부분에 따뜻한 느낌의 털실로 감싸거나 그림조각들로 벽을 가득 채워서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시키는 프로젝트로 진행한다. 완주지역민들과 동네주민들, 지나가는 외부인들 누구나 마당에 들어와 나뭇조각에 그림을 그리고, 차가운 철기둥을 따뜻한 질감의 털실로 감아주며 대상물을 의인화해보는 예술 활동으로 내 마음을 감싸주는 은유작업이기도 하다.

  • 전시·공연
  • 이강모
  • 2021.11.01 18:17

수암 김종대 선생의 일곱 번째 개인전…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다

수암 김종대 선생이 오는 11월 7일까지 한국전통문화전당 3층에서 일곱 번째 개인전인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다'를 펼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서예를 아끼고 사랑하는 수암 김종대 선생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는 한글부터 한문서예, 서각 작품까지 그의 노력과 열정을 한자리에 모았다. 수암 김종대 선생은 작품에 노래, 시, 고전과 동화 이야기 등을 담았다. 서예를 아이들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재미있는 활동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그의 작품은 '서예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게 했다. 할아버지의 마음으로, 아버지의 마음으로, 서예를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으로 표현한 작품들이 보는 이들까지 따뜻하게 만든다. "산을 특히 좋아했던 수암은 철 따라 봄에는 원추리꽃도 보고 겨울에는 하얀 눈이 밀려오는 북풍도 맞았을 것이다. 이는 결국 자신과의 씨름이었으며 자신과의 대화였다. 그간 붓으로 씨름하며 달려온 수암은 아직도 시화평 고원에 서 있던 것처럼 예술 길을 달려가고 있다"(권윤희의 '신한류를 꿈꾸다'에서 수암 김종대의 예술세계 일부) 그는 작품에 남쪽 끝 호주 사막 한가운데 울루루 바위 옆에 들국화를, 북쪽 바이칼 호수 알혼섬 바위 위에 매화 한 그루를 그렸다. 수암 김종대 선생의 예술세계를 알 수 있는 작품이다. 그는 꽃들의 향기가 세계 곳곳에 퍼져 평화롭고 행복한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는 작은 소망을 담았다. 함께 20x60cm, 나무, 서각 수암 김종대 선생은 작가 노트를 통해 서예는 희로애락을 함께한 나의 삶이고, 나의 삶을 풍요롭게 채워준 밑거름이다. 노만만기수원혜 오장상하이구색, 갈 길이 아득히 멀어도 나는 온 힘을 다해 탐구하겠다는 초나라 시인 굴원의 다짐처럼 나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2006년 미국 샌디에고 초대전, 2007년 제1회 강암서예기획초대전, 2010년 전북대 예술진흥관 개관 기념 초대전 등 다수의 개인전을 열었다. 이 밖에도 그는 강암연묵회전, 진묵회전, 문인화대전, 수묵동연전,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세 친구 목련꽃 그늘아래서 등 교류전과 단체전, 초대전에 다수 참여했다. /박현우 인턴기자

  • 전시·공연
  • 전북일보
  • 2021.11.01 17:24

위기를 기회로 바꾼 양철근 작가의 개인전…사진놀이 제1막

위기를 기회로 바꾼 양철근 작가가 오는 11월 7일까지 사진공간 눈에서 사진놀이 제1막展을 펼친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잡초, 채소, 연기, 거품, 화분, 조명 등을 활용한 작품이 전시된다. 양철근 작가는 코로나19가 사진 활동에 큰 걸림돌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그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싶다는 생각에 시간, 장소로부터 자유로운 소재를 선택하여 카메라에 담았다. 장시간 이어지는 사진 활동에 몸도 아프고 시력도 나빠지지만, 사진에 대한 그의 열정은 식지 않는다. 사진을 하며 재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사진 활동을 할 때 가장 빛나는 양철근 작가는 사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예술적 매체로서의 사진을 보여 준다. 그는 이번 작업을 한두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긴 시간 작업하면서 시대적, 공간적인 범주에 따라 엮어 개념을 정립하고자 한다며 앞으로의 사진 활동 방향에 관해 설명했다. 이어 양철근 작가는 최종 이미지로 선택한 정물, 그리고 추상 이미지는 창작 아이디어를 탐구하고 전달하는 기회로 활용된다고 생각한다. 사진예술의 무한한 창작성을 관람객에게 전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양철근 작가는 전북 완주군에서 태어났다. 이후 국세청에서 정년퇴직을 하고, 지난 2016년에 본격적으로 사진을 시작했다. 현재 한국사진작가협회, 천지사우회, 미사클럽 회원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박현우 인턴기자

  • 전시·공연
  • 전북일보
  • 2021.10.31 16:54

국립무형유산원, 해설과 함께하는 무형유산공연 개최

국립무형유산원(원장 이종희)이 오는 11월 13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4시에 국립무형유산원 얼쑤 마루 공연장에서 해설과 함께하는 무형유산공연, 전통예능의 품격을 진행한다. 2021년 전통예능의 품격은 무형유산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정통 공연이다. 이번 공연은 예인(藝人), 풍류(風流), 가곡(歌曲)을 주제로 갈래별 무형유산의 깊이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해설을 덧붙인 방식으로 기획했다. 공연은 지난 30일에 대공연장에서 막을 올렸다. 이 공연은 예인의 품격으로, 예술의 절정에 있는 예인들과 함께하는 공연이다.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 보유자 김영자 명창의 심청가를 시작으로 전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악장 박은하 씨의 설장구와 쇠춤이 한바탕 펼쳐졌다. 11월 6일에 소공연장에서 열리는 풍류의 품격에서는 그림과 함께 마음을 살피는 음악으로 무대를 가득 채운다. 월하탄금도의 거문고와 강안청적도에 보이는 대금연주를 하현도드리, 상령산 풀이, 구례향제줄풍류의 별곡으로 구성했다. 그림 속 시간으로 들어가 선비가 즐겼던 풍류 음악을 감상하는 시간으로 꾸밀 예정이다. 오는 11월 13일에 소공연장에서 막을 내린다. 마지막 공연은 가곡의 품격으로, 시대를 풍미했던 말들이 시가 되고, 가곡이 되는 말과 음악의 형식을 살펴보는 공연이다. 남녀 가창이 서로 주고받으며 가곡 한바탕을 노래한다. 해설과 함께하는 무형유산공연, 전통예능의 품격은 출연자의 진솔한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도록 진행자와 공연자가 대담하는 방식이다. 해설은 김경란(前 한국방송공사(KBS) 아나운서) 씨, 송지원(서울대 비전임 교수) 씨, 박준(시인) 씨가 맡는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 방침을 준수하고, 방역 수칙에 따라 객석을 165석(대공연장), 85석(소공연장)으로 제한한다.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며, 관람료는 무료다. 국립무형유산원 누리집과 전화에서 예약할 수 있다. 공연은 네이버TV에서도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다. 공연과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국립무형유산원 누리집 또는 전화로 문의하면 된다. /박현우 인턴기자

  • 전시·공연
  • 전북일보
  • 2021.10.31 16:54

생각하는 손, 흙과 실의 춤

국립무형유산원(원장 이종희)이 무형문화재를 소재로 제작한 인간문화재 작업무용극 생각하는 손-흙과 실의 춤을 19일과 20일에 올린다. 이 공연은 사기장과 매듭장의 작업과정을 인간문화재와 현대무용, 시각적 풍경으로 구현했다. 작품의 주인공은 김정옥(84세, 국가무형문화재 사기장) 도예가와 김혜순(77세, 국가무형문화재 매듭장) 매듭장인이다. 김정옥 도예가는 200여 년간 가업을 이어온 도자기 명인 집안의 7대손이다. 현재 9대 손주 김지훈(26) 씨와 문경 영남요에서 도자기를 빚고 있다. 공연에서는 8대 김경식(54) 씨와 3대가 함께 무대에 등장해 역사를 이어가는 장인정신을 보여준다. 40년 동안 끈짜기 매듭을 해 온 김혜순 장인은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속 유야호(유재석)의 머리 매듭을 통해 알려졌다. 그는 매듭의 흔들리는 멋과 실용성을 대중적으로 알리는 데 기여했다. 무대에서는 각종 시각효과를 볼 수 있다. 흙, 물과 불, 선과 면을 중심으로 펼친 무대 디자인은 도자기와 매듭이 탄생하는 과정을 모던한 감각으로 시각화했다. 김용걸(한예종 교수) 안무가가 이끄는 김용걸댄스시어터의 퍼포먼스는 흙과 찻사발, 누에, 흔들리는 매듭을 춤사위로 표현한다. 실제 작업현장의 소리를 음악과 내러티브가 되도록 연출한 점도 흥미롭다. 흙 밟는 소리, 물레차기, 끈틀소리, 장인의 호흡은 현장감 있는 협연으로 음악이 된다. 장인 작업의 끈짜기, 달항아리와 찻사발은 현대무용과 협연하며 미술적 풍경을 만든다. 김희정 예술감독은 분야가 다른 공예와 공연 아티스트들이 만나 새로운 창작을 구상해야 했다며이를 위해 여러 번 도예촌과 매듭 작업장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이어 작업과정을 보면서 과도한 변형보다는 제작진이 느낀 경외감을 있는 그대로 담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공연은 전석 초대로 진행되며 자세한 내용은 기관 홈페이지와 콜센터에서 확인 가능하다.

  • 전시·공연
  • 김세희
  • 2021.10.28 17:09

서예에 담긴 자연의 심오한 가치 탐구하다

송일중(1632-1717)의 뒤를 이어 창암이 나타나고, 이창암(1770-1847)의 뒤를 이어 조벽하(1854-1903)가 나와 세 인물이 정립했으니 우리나라의 서예를 논할 때 결코 호남을 홀시할 수 없다. 매천 황현은 전북 출신 서예가를 이같이 극찬했다. 전북은 예로부터 서예의 본고장으로 꼽힌다. 특히 조선 후기와 근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예대가를 꾸준히 배출해온 지역으로 유명하다. 석정 이정직과 벽화 조주승, 유재 송기면, 설송 최규상, 석전 황 욱, 강암 송성용, 여산 권갑석 등이 모두 전북출신으로 중앙 서단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2021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11월 5일부터 12월 5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14개 시군 28개 전시공간에서 열린다. 지난 1997년부터 2년마다 개최, 올해로 13회를 맞았다. 이번 비엔날레 주제는 자연을 품다(回歸自然 회귀자연) 이다. 인류 문명사의 원류인 서예에 담긴 자연의 심오한 원리와 가치를 탐구해보자는 의미를 담았다. 20개국에서 총 3016명이 참가한다. 메인전시는 작가 104명이 참여하는 서예의 역사를 말하다이다. 고대, 근대, 현대의 서체별 변화와 시대성을 보여주는 전시로 서계의 흐름을 탐색한다. 이용, 정도준, 판궈치앙 등 국내외 유명 서예작가들의 작품이 전시에 걸린다. 대작을 선보이는 천인천각(千人千刻)전도 흥미롭다. 천인천각은 한국과 중국에서 활동하는 서예작가 1000명이 한 글자씩 돌에 파낸 천자문을 모아 만든 병풍이다. 높이 240cm, 길이 600cm의 대작이다. 한국 서예계 원로 초정 권창륜 선생이 전서체로 작품 제목을 썼다. 나랏말싸미 전에서는 훈민정음 창제 이후 한글서예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훈민정음부터 한글 궁체의 시대별 변화를 만날 수 있다. 한국과 중국 2개국 작가 35명이 참여하는 융합서예전는 실험적인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서예와 도자, 조각 등 다른 장르와 융합된 서예가 생동감 있는 예술성을 창조한다. 명사 서예전에서는 대중매체에 많이 노출된 정치인의 작품을 볼 수 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을 치르고 있는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와 문희상 전 국회의장, 서예가 강암 송성용 선생의 아들 송하진 전북도지사 등은 자신이 생각해왔던 바를 서예 작품에 담았다. 탁본체험, 나도 서예가 등 쉽고 재미있게 서예를 즐길 수 있는 행사도 열린다. 이선홍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원장은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제서예전으로 세계적인 행사로 성장하고 있다며 서예의 본질을 지키면서도 전북 서예의 세계화, 관광자원화를 실현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 전시·공연
  • 김세희
  • 2021.10.28 17:09

[2021 전주세계소리축제 리뷰] 정보권의 눈대목 다섯바탕

이 상황은 아마 코로나 시대 모든 공연자의 악몽이겠지요. 원래 계획된 공연은 촉망받는 소리꾼 정보권과 국립창극단 단원인 김준수유태평양이 함께 하는 흥보가였는데, 두 소리꾼이 자가격리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생기면 대개 공연을 포기했을 텐데 혼자서 무대에 서보겠단 정보권 소리꾼의 의지가 정말 대단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정보권의 눈대목 다섯바탕이 만들어졌습니다. 축제를 며칠 앞두고 급하게 만들어진 만큼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수궁가 중 토끼 잡아가는 대목은 자진모리 대목으로서 고수와의 합이 중요하지만, 다른 대목에 비해 살짝 합을 놓친 부분이 보였습니다. 그래도 정보권 소리꾼의 뛰어난 소리 실력과 훈련된 연기는 유감없이 발휘되었습니다. 특히 뺑덕이네 연기를 하이라이트로 뽑고 싶습니다. 무대 3면에 있는 관객 모두와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발림과 표정으로 어려운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면서 함께 웃고, 울고, 즐기며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은 여기서 무대 연출이 살짝 아쉬운 면이 있었습니다: 큰 공연장이 아닌 곳에서 굳이 공연자 모습을 큰 배경으로 보여줄 필요가 없었던 것 같고, 오히려 공연 몰입에 방해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정보권 소리꾼은 본인 소리만으로 무대를 충분히 채울 수 있는 실력을 갖고 있는데, 배경을 좀 더 단순하게 구성했으면 좋았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연 형식은 처음에 조금 낯설었습니다. 이렇게 개인 생활과 생각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사이사이 소리하는 형식은 국악계에는 아직까지 그렇게 흔하게 사용하는 형식은 아닙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식으로 정보권 소리꾼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줘서 아주 좋았습니다. 앞으로 이런 무대를 통해 사람들이 판소리에 대한 두려움을 좀 덜어냈으면 좋겠단 마음입니다. 마찬가지 이 무대에서 한복이 아닌 양복을 입고 나타난 정보권 소리꾼의 모습이 아주 인상 깊었습니다. 2014년 저는 정보권 소리꾼처럼 처음으로 전주소리축제에 참여하게 되었고, 그 때 새로운 실험을 선보인 <청 Alive> 개막공연에서 화려하게 아이돌 의상을 입은 그의 모습이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7년이 지난 뒤 이렇게 양복을 입고 소리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느껴져 시대가 확실히 바뀐 것을 느낍니다. 판소리 하는 사람들도 현대 사람이다란 메시지를 확실히 갖고 있는 공연이었던 것 같습니다. 전통 방식으로 소리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특히 소리축제 같은 큰 무대에서 소리꾼들이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앞으로 다른 소리꾼들도 자기 발전을 위해 충분한 자극을 받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정보권, 김준수, 유태평양 세 소리꾼의 흥보가를 많이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다음 세대의 명창이 될 세 분의 시너지가 대단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면서 소리에 대한 열정과 실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무대를 만들어낸 정보권 소리꾼에게 더 큰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다음 무대를 기대하겠습니다. 2020년에 서울대 국악과 음악인류학 조교수로 임용됐다. 「오늘의 판소리:현대사회에서 전통과 창조성을 조화시키면서」란 논문으로 런던대학교 아프리카 아시아 연구원 (SOAS)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흥보가 이수자 민혜성에게 사사했으며, 판소리를 널리 알리고자 다양한 공연을 하며 유럽과 한국에서 활동 중이다. 한국전통음악의 보전과 진흥의 주제로 다양한 논문을 발표했고, 국악인과 젠더, 패션, SNS 활용방법 등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 전시·공연
  • 기고
  • 2021.10.28 17:09

세계는 지금, 신한류 열풍 전하는 국악 콘서트…27일 다담 개최

국립민속국악원(원장 왕기석)은 10월 27일 오후 2시에 전북 남원의 떠오르는 지역 명소인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에서 차와 이야기가 있는 국악 콘서트 다담 공연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국악 콘서트 다담에는 국립박물관문화재단 김용삼 사장이 이야기 손님으로 출연해 신한류 열풍, K-문화 콘텐츠의 힘을 주제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지난 1993년 대전 엑스포 과학공원 전통예술 공연장인 놀이마당을 운영하며 전통예술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와 신한류 문화 콘텐츠 확산의 일등 공신인 방탄소년단(BTS)의 K-POP(케이팝) 열풍 등 세계 시장을 사로잡은 K-문화 콘텐츠의 저력에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펼칠 예정이다. 김용삼 사장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약 30년간 근무하면서 전통예술과장, 국립국악원 진흥과장, 종무실장, 제1차관 등을 역임했다. 현재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우리 음악 즐기기에는 해금 연주자 이동훈이 나와 전통음악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해금 독주곡 비, 경기소리와 함께 선보이는 경기민요 연곡, 지영희류 해금 산조 등을 연주한다. 해금 연주자 이동훈은 전통예술의 명가에서 태어난 어린 시절부터 남사당패의 무동이 되어 무동놀이의 역할을 하며 성장했다. 그는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국립창극단 기악부 단원을 역임했다. 현재 전북대 한국음악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관람은 사전 예약제(선착순 60명)로 진행한다. 예약은 국립민속국악원 전화 또는 국립민속국악원 카카오톡 채널에서 가능하다. /박현우 인턴기자

  • 전시·공연
  • 전북일보
  • 2021.10.26 17:42

예술로 물드는 전주…29일부터 이틀간 오프라인 공연 개최

전주 더 바인 홀(대표 김주환)에서는 오는 29일부터 30일까지 이틀간 예술가와 시민이 직접 마주하고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다. 29일에 열리는 청년 프로젝트 IN ART: 키스 자렛 meet Other Arts는 전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청년 예술가들이 꾸민다. 이들은 최고의 재즈 피아니스트인 키스 자렛의 음반을 무용과 미술 등으로 재해석한다. 공연의 진행은 김주환 대표가 맡는다. 피아니스트 정영광, 무용수 배병엽과 최경서, 미술가 배정민과 박세희가 무대에 오른다. 예매는 더 바인 홀 카카오톡 채널에서 가능하며, 현재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시민들을 위해 2만 원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다시 찾아온 즉흥의 미학: 김주환의 우일예담 2는 30일에 열린다. 우일예담은 우리의 일상에 예술을 담다라는 의미다.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공연장을 찾은 시민들의 사연을 읽으며, 그 자리에서 작품을 창작하는 신개념 토크 콘서트다. 이날 사연이 채택된 시민에게는 즉석에서 창작한 미술 작품과 향수, 꽃다발 등을 선물로 증정할 예정이다. 공연에는 피아니스트 정영광, 베이스 연주자 김윤성, 드러머 홍지형, 미술가 배정민, 플로리스트 김지훈, 조향사 김지선 등 6명의 예술가가 함께한다. 이 공연은 무료다. 29일 공연과 마찬가지로 더 바인 홀 카카오톡 채널에서 신청이 가능하다. 김주환 대표는 우일예담 콘서트는 이번이 두 번째다. 시민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서 두 달에 한 번씩 이어나가고 있다. 전주에서 만들어낸 이 작은 콘서트를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콘서트로 만들 것이라는 각오로 준비했다고 전했다. /박현우 인턴기자

  • 전시·공연
  • 전북일보
  • 2021.10.25 17:54

남북백두대간 최초 종주자 로저 셰퍼드가 전하는 백두대간의 아름다움

교동미술관(관장 김완순)에서는 오는 31일까지 남과 북의 백두대간을 최초로 종주한 로저 셰퍼드의 백두대간 사진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세상 누구에게도 허락되지 않았던 북녘 백두대간까지 오른 로저 셰퍼드가 남북의 봉우리부터 산맥, 사람들까지 모두 카메라에 담은 작품이 전시된다. 전시는 아름다운 남과 북의 백두대간을 간접 체험하고, 한반도가 하나의 줄기로 이어져 있음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로저 셰퍼드는 지난 2006년에 한국의 국립공원 여러 곳을 등산하다가 백두대간을 발견했다. 그가 처음으로 올랐던 곳은 지리산으로, 장엄하게 뻗어 나가는 산맥과 사랑에 빠졌다. 이후 2007년 8월에 한국으로 들어와 다시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했다. 지리산부터 설악산까지 등반하고 난 후, 남측의 마지막 봉우리로 알려진 향로봉에 섰다. 그는 산맥이 북을 향해 뻗어 있고 철조망이 가로막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백두대간 남측 구역을 샅샅이 등반한 로저 셰퍼드는 북한 당국의 협조하에 2011년부터 총 12차례에 걸쳐 북녘 백두대간을 등반했다. 이후 직접 촬영한 백두대간을 담은 사진첩을 발간하고, 여러 차례 사진전을 열어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백두대간의 모습을 알렸다. 그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자동차 도장 기술을 배웠다. 고국인 뉴질랜드를 떠나 영국으로 가서 1년을 도장공으로 살았다. 이후 아프리카 남부로 가서 약 9년을 야생동물 농장 관리인, 사파리 가이드 등으로 일했다. 한국으로 들어와 영어를 가르치다가 안정된 직장을 찾아 뉴질랜드로 돌아가서 경찰의 삶을 살기도 했다. /박현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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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1.10.24 18:16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대아마을의 사계절…동상 영상 Ⅱ-대아마을의 4계

누군가에게는 추억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아픔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휴식처가 되는 대아댐이 건립 100주년을 맞이했다. 대아댐이 자리 잡고 있는 대아마을에는 대아저수지, 대아수목원 등이 있어 사시사철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러한 대아마을의 사계절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전시회가 문을 활짝 열었다. 연석산 미술관(관장 박인현)은 오는 11월 5일까지 대아댐 건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동상 영상Ⅱ-대아마을의 4계 전시회를 연다. 동상 영상의 두 번째 이야기인 이번 전시는 대아마을의 봄, 여름, 겨울의 모습은 사진으로, 가을은 사진으로 한 번, 눈으로 한 번 더 담고 음미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대아마을의 사계절을 눈으로 담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아마을의 생생한 오늘날의 모습까지 모두 고스란히 담아냈다. 전시에는 고규영, 구만옥, 권구연, 박수인, 박영선, 박영환, 박인현, 백민지, 백송이, 설휴정, 손안나, 송태상, 서진순, 오상아, 오태양, 이보영, 이승현, 임순화, 임진희, 장우석, 재아, 장지은, 정경숙, 정영천, 차태희, 차하린, 차하민, 차하연, 채화성, 하진희, 홍영욱 등 50여 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입주작가, 지역작가부터 미술학도와 어린이, 공무원, 주민 등 동상골에 애정을 가진 사람들까지 모두 대아마을 전시회를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박성일 완주군수는 아름다운 동상면의 자연을 영상에 담아 펼쳐놓은 대아댐 100주년 기념 전시회 개최를 진심으로 축하한다. 자연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동상면 사람들의 꾸밈없고 순수한 모습처럼 대아마을의 아름다운 사계를 담은 사진과 영상이 세상에 빛을 보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박인현 관장은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만물들이 가을 색으로 물들어갈 즈음 드라이브 여행 삼아 자연 친화적인 청정의 오감을 만끽할 수 있는 대아마을을 찾으시어, 평안한 힐링의 시간을 만끽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 전시는 전북문화관광재단지원 연석산미술관 레지던스와 동상면사무소가 협업하여 진행하는 지역활성화프로그램의 일환이다. 동상 영상 전시회는 자연환경 훼손 관련 사봉리 밤티마을의 석산 개발에 주민들의 강한 저항 의지와 뜻을 같이하고자 연 2020 사봉마을의 여름전으로 시작했다. /박현우 인턴기자

  • 전시·공연
  • 전북일보
  • 2021.10.24 18:16

김판묵 개인전 ‘P E R S O N A : 네가 아는 나, 내가 모르는 나’

집단 사회의 행동규범 안에서 생활하는 나는 내가 맞는 것일까. 스위스의 심리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칼 구스타프 융은 사회속의 자아를 페르소나라고 정의한다. 일종의 가면을 쓴 인격이다. 자신의 내면과 소통하면서 행동하는 자아와는 다르다. 이 개념을 주제로 하는 전시회가 찾아온다. 청년작가 김판묵이 오는 31일까지 군산시 쿤스트 하우스에서 11번째 개인전 P E R S O N A : 네가 아는 나, 내가 모르는 나를 연다. 이번 전시는 다른 사람에게 비춰지는 모습과 내적으로 고민하는 모습을 동시에 드러낸다. 비춰지는 거짓과 감춰진 진실 사이에서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을 나타낸 것이다. 작가는 어긋나고 모호한 현실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초상을 통해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았다고 설명한다. 김판묵 작가는 작품노트에 나에 대한 질문이 깊어질수록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돼 버린다며 반복된 성찰 속에서 드러나는 것은 타인의 기준으로 존재하는 껍데기라고 회의한다. 그러면서 당신이 아는 나의 모습과 나조차도 짐작할 수 없는 나 사이를 맴돌며 이해할 수 없는 사회와 개인의 아이러니한 현상들을 보여준다고 부연한다.

  • 전시·공연
  • 김세희
  • 2021.10.24 17:03

[2021 전주세계소리축제 리뷰] 부포의 간섭을 떠난 쇳소리들의 격투

사금이란 제목처럼 네 명의 꽹과리 주자가 주인공이었다. 웃다리 농악의 임광식, 남원농악의 유명철, 정읍농악의 유지화, 김천금릉빗내농악의 손영만. 두 분이 80세를 넘겼고, 한 분은 그 문턱에 다다랐다. 출연진을 보고 나는 해바라기의 영근 씨앗을 떠올렸다. 고령의 스승들이 여문 씨앗으로 중심을 떠받치면, 반주를 맡은 제자들이 젊은 기운으로 초록의 잎과 노란 꽃잎을 피워 올릴 것이라고 예상하며 공연장에 도착했다. 공연 전에 만난 조세훈 연출자는 이번 기획 의도가 농악의 소리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했다. 꽹과리 연주와 노랫소리에 초점을 두려고 부포 상모조차 쓰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까만 전립에 연꽃송이나 연꽃봉오리 모양의 깃털 부포나 한지를 잘게 자른 종이술을 달아, 뱅뱅 돌리기도 하고 곧추 세우기도 하고 끔쩍거리기도 하며 재주를 보이는 것이 부포 상모 놀음이다. 꽹과리 연주는 부포를 움직이는 목과 하반신의 리듬과 연결되어 있어서, 상모를 쓰면 빠르기는 몸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지거나 부포를 돌릴 수 없을 만큼 느려질 수가 없다. 부포 상모는 상쇠의 몸과 꽹과리 가락 전체를 지배한다. 이제 상모를 벗어버렸으니 한층 자유로운 몸동작과 쇳소리를 만날 터였다. 네 명의 상쇠는 상모도 삼색띠도 없이 흰 바지저고리 위에 조끼만 걸치고 무대에 올랐다. 전체 출연진의 입장굿으로 한 차례 시끌짝한 뒤 유명철, 임광식, 손영만, 유지화 상쇠가 반주단과 함께 순서대로 올랐다. 무대 양 옆 객석에서 지켜보는 다른 팀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숨길 수 없는 승부욕으로 정수리 끝이 팽팽해지고 주름진 눈꺼풀 사이로 형형한 안광이 뿜어졌다. 비록 노구이지만, 농악이 무형문화재나 문화유산이라는 상징권력을 부여받기 전 오로지 기술만으로 승부를 봤던 상쇠들끼리의 대결이었다. 30년쯤 연배가 차이 나는 젊은 상쇠는 공연 신발인 미투리를 벗어던지면서까지 이 세 선배들에게 대적했다. 잰지래 잰지래, 땅그랑 땅그랑, 뚜르땡 뚜르땡, 차부랑 차부랑, 쇳소리는 각기 달랐지만 부포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난 4인의 꽹과리는 리듬의 스펙트럼을 넓히며 한껏 자유로웠다. 자갈자갈 나긋나긋하니 멋을 내다가 어느 순간 천장을 꿰뚫듯이 빠르고 강하게 치달아 올랐다. 한여름 소나기가 물방울을 튕겨내듯 몰아치는 손놀림과는 달리 입가에는 미소가 은은했다. 한창 꽃기운 돋을 나이의 체구 좋은 장구잽이와 북잽이는 알 굵은 땀방울을 후두두둑 떨어뜨리는데, 머리칼이 하얀 상쇠는 앞줄 관객과 눈을 맞추며 자꾸만 방싯방싯 웃었다. 무섭기로 소문이 자자한 파마머리 상쇠의 얼굴에도 자꾸 미소가 번졌다. 나 오늘 쪼까 신났어!라는 흥겨움 가득한 한 마디에 꼼짝없이 앉아만 있던 마스크 쓴 관객들도 파하~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참을 길 없는 탄식 같은 추임새가 터져 나오고 안으로만 차오르던 흥과 신명이 박수소리로 쏟아졌다. 사각의 무대는 축제판이자 아레나였다. 1시간 10분간의 공연은 끝이 났고, 격한 흥분의 오르내림으로 나의 정신은 멍해져 버렸다. 해바라기 꽃밭인 줄 알고 구경을 갔다가 이빨 사나운 맹수들이 가득한 사파리를 체험하고 나온 기분이었다. 전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여성농악단 연>, <여성농악 예인구술집, 향기조차 짙었어라>, <농악 현장의 해석>(공저) 등의 저서와 신체기억을 매개로 하는 공통되기의 활동, 농악,나금추 부포놀음에 나타나는 세습무, 권번, 극장 문화의 혼효 양상. 정동 이론으로 본 농악의 공감각적 현존과 신체 운동 등 다수의 연구 논문이 있다.

  • 전시·공연
  • 기고
  • 2021.10.21 17:01

현대 공예가들이 꾸미는 CHROMA - 공예의 언어展

전라북도를 대표하는 여성 현대 공예가 5명이 오는 31일까지 교동미술관(관장 김완순)에서 기획초대전 CHROMA-공예의 언어를 연다.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CHROMA로, 색의 3속성 중 하나인 색의 선명도를 나타내는 채도를 의미한다. 이는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이 모두 다른 소재와 주제로 작업하지만 같은 채도의 색상처럼 현대 공예를 함께한다는 공통점에서 찾아냈다. 전시에는 시대에 따라 작품의 소재와 제작 방식, 형태적 특성과 개념 등을 달리한 공예 작품 40여 점이 전시된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는 강정이, 김완순, 김이재, 송수미, 유경희 등 5명의 현대 공예가다. 강정이 작가는 원형에서 영감받아 백지조형토를 활용해 작품을 만들었다. 그는 원형에서 돌아봄, 내면을 향한 다독거림과 시공간을 초월하는 우주의 상징과 염원을 발견했다. 김완순 작가는 한지의 물성이 좋아서 한지 작업을 끊임없이 시도했다. 그가 이번에 한지가 아닌 가죽을 활용한 것은 현 사회구조에서 흔들리지 않는 자아를 가지기 위해서다. 김이재 작가는 전통과 현대인의 감성이 함께 어우러진 작품을 냈다. 한지와 실크 프린팅의 만남, 아크릴물감과 한지, 면사, 노방, 구리의 만남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했다. 송수미 작가는 김이재 작가처럼 다양하게 재료를 조합했다. 주로 밝은 색보다는 무채색을 사용했다. 사람, 자연, 우주와의 인연 속에서 느끼는 감정을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유경희 작가는 누에의 원형에서 삶의 단면을 봤다. 선의 형태로 길이를 유지하고 있는 소재를 사용해 접고, 주름을 잡고, 비틀고, 볼륨감을 주어 변형했다. 김완순 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공예를 매개로 우리의 일상 속 가치와 동시대인들의 고민을 공감하고 표현하는 5인의 현대 공예가들의 의식 세계를 공유하고자 한다. 더 나아가 전시를 감상하는 시간이 작품에 공감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현우 인턴기자

  • 전시·공연
  • 전북일보
  • 2021.10.21 16:50

보고, 느끼고, 그리는 이재원 작가의 세 번째 개인전

이재원 작가가 오는 24일까지 전주 최명희 문학관 뜰에서 세 번째 한국화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에는 이재원 작가가 여행하면서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고, 손으로 그린 작품 20여 점이 전시된다. 그의 과감한 붓 터치는 작품을 돋보이게 만든다. 먹과 다양한 색의 조화와 물을 만나 옅어진 색들이 보는 이들에게 여행 당시의 설렘을 선물한다. 두 번째 개인전(1980) 이후 40여 년 만에 여는 개인전이라 의미가 특별하다. 그는 이번 전시를 경제적으로 어려운 화가들에게 힘이 되는 전시라고 표현했다. 전시회 장소를 미술관이 아닌 전주 최명희 문학관 뜰로 정한 이유기도 하다. 이 작가는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작품이 있고, 예술에 대한 열정이 있다면 이렇게 밖으로 나와서 예술을 하면 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화가들에게 동지애와 용기를 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어 예술가는 관람객을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옥마을에 사람이 많기도 하고, 뜻깊은 장소를 모색하다가 최명희 문학관 뜰에서 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 출생인 이재원 작가는 전주 문화방송(MBC)에서 30여 년간 근무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현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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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1.10.21 16:50

서울을 산책하며 공간의 기억을 담다

사라져 가는 서울 근현대 건물을 주제로 한 사진전이 열린다. 사진작가 김동욱이 23일부터 11월 7일까지 아트갤러리 전주에서 서울, 심야산보(深夜散步)Ⅱ를 연다. 이번 전시에는 김 작가가 인적이 끊긴 밤 시간에 담은 건물들의 모습 20여점을 선보인다. 주인공인 건물은 심야의 거리에서 가로등 불빛에 생경한 외벽과 창틀을 빛내며 쟁쟁한 풍모로 드러난다. 종로와 을지로, 한강로 그리고 서울역 부근에 열차의 대열처럼 앞서거니 뒤서거니 도열한 상가주택들이다. 후줄근하고 기가 빠진 듯한 저층의 콘크리트 타일 건물이나 격자창 혹은 격자 틀로 건물 앞면을 구획한 3~5층 건물들이 줄지어 있거나 단독으로 있는 모습, 거대한 빌딩군 후면에 웅크린 품새로 있는 장면을 작가는 찍었다. 이 건물들은 한국전쟁 이후인 1950년대 말이나 1960년대 초중반에 지어져 과거 수도 서울의 대도시 가로 경관의 상징물로 꼽혔다. 이 때문에 사진을 통해 과거의 도시역사, 일상역사의 지층을 발굴할 수 있다. 작가가 심야산보라고 명명한 이유도 과거 근대의 시간을 적립하기 위해서다. 기억이 쌓이지 않는 지금 시대의 삶과 공간에다, 찍고 적고 기록한 옛 건물 사진과 자료를 통해 과거의 시간을 발굴하고 꺼내놓는 작업이다. 김 작가는 도시에 밤이 오면 낮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며분주히 움직이던 자동차의 행렬, 생계를 잇기 위해 바쁘게 오가던 사람도 사라지고 어둠에 묻히면, 신축빌딩 사이에 남루하게 서있던 오래된 건물이 당당하게 다가와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말했다. 이어 도시가 어떻게 생기고 바뀌어 왔는 지를 알 수 있다고 부연했다. 김 작가는 고려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 산업디자인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개인전은 서울, 심야산보, 사진풍경등 21차례 열었으며, 단체전은 서울로맨스, Seoul soul of Korea등 24차례 참여했다. 저서는 <서울, 심야산보(深夜散步)>, , <農民: 또 다른 백년을 기다리며>가 있다. 수상경력으로는 2008년과 2009년 송은미술대상 입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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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세희
  • 2021.10.1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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