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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의 미술이야기] 우진문화공간, 최춘근 개인전

조각가이자 도예가인 최춘근 씨가 지난 22일까지 우진문화공간에서 ‘최춘근 조형전’을 열었다. 화를 낼지도 모르지만, 독거노인이 될락 말락 한 중늙은이의 전시 소식에 시간 늦지 않게 전주에 위치한 우진문화공간까지 장애인 택시로 달렸다. 조금 이른 시간이었는데 병색이 완연한 할머니 한 분이 아는 체를 한다. 자세히 동공을 줄이고 바라보니 못 알아보게 변한 황순례 교수(조각)여서 반가운 마음에 환담을 나누는 중 오늘의 최 작가를 향하는 말에 애정이 듬뿍하다. "죽다 살아났어. 지금도 병원에 다녀야 하고, 그런데 '우리 춘근이'가 전시한다는데 안 나올 수 없어서" 발걸음을 하셨단다. 마치 막내아들을 생각하는 것처럼 애정이 뚝뚝 흘렀다. 짐작해 보니 최 작가가 대학 시절에 지도교수가 아니었나 싶다. ‘우리 춘근이’라는 말씀이 너무 정겨웠다. 작가는 인사말 앞에 대금을 연주했다. 고독을 벗 삼으려 작업실에서 혼자 연습했을 것을 생각하니 콧등이 시려왔다. 내장산 가는 길에 있는 그의 집 겸 작업실에 두어 번 방문한 일이 있었다. 마당을 정리한다고 해봤자 조각가의 집이라 옛 작품이 파손된 것까지 마당 구석에 널려있어 정갈하지는 못했다. 한번은 작업실 앞 마당에서 소주 파티를 하는데 작가들 특유의 정갈치 못하고 부실한 대접을 기억한다. 가게에서 파는 과자부스러기로 마른 흙이 묻어 있는 의자에 쪼그리고 앉아 마셨던 것 같다. 혼자 살고 있어 더욱 커 보이는 마당이 넓은 집이었다. 그래서 갑자기 ‘독거노인’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나 보다. 평소 조용하고 그윽해 사람들이 많이 좋아한다. 이날 개막식만 해도 다른 전시회보다 두어 배는 손님이 더 있었다. 최태근이라는 친형이 도예가여서인지 평소 조각 말고도 도자기를 많이 제작했다. 집에 가보면 조각가인지 도예가인지 분간을 못 할만큼 이 두 가지에 모두 열심히 했다. 아마 도자기로는 육신의 양식을, 조각으로는 영혼의 양식을 구했던 것은 아닐지 생각된다. 이번 전시의 차림새만 봐도 조각에 소조, 도자기까지 소화해 냈다. 재료가 나무이면 밖에서 안으로 깎아 들어가야 하는 조각이고 테라코타는 안에서 밖으로 살을 붙여가야 하는 소조이다. 목조와 테라코타, 도자기가 함께 있었다. 표정과 스토리텔링 또한 다양하여 스스로 이야깃거리를 만들고 있었다. 깎아내는 거야 자신의 의지로 되지만 테라코타와 도자기는 최종적으로 불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집에 가스가마 인지 전기가마인지는 잊었으나 가마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테라코타 흙과 도자기 흙이 같은 종류인지는 모르겠으나 흙을 치대고 제작하고 굽는 것까지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고독하게 일하는 것을 보며 브랑쿠지의 작업실 벽에 걸려 있었다는 문구가 생각난다. "네가 예술가임을 잊지 말라. 신처럼 창조하고 왕처럼 주문하고 노예처럼 일하거라." 혼자 일인삼역을 해야만 한다. 물론 모든 미술가도 마찬가지지만 유독 최춘근 작가에게서 그것을 느끼게 되는 까닭은 혼자 살기에 고독하게 느껴져서일까? 나는 오늘 아름다움을 보았다. 즉 개성을 보았다. 최 작가는 모방이란 단어를 모르는 사람이었다. 고독해서, 자유로워서 더 남의 것을 빌리지 않고, 타협하지 않는 우직함을 보았다.

  • 전시·공연
  • 기고
  • 2023.11.27 17:08

청목갤러리, 28일부터 제5회 한국캐리커처작가협회 전시 진행

인물이나 사물의 특징을 나타내는 캐리커처. 과거에는 세태를 풍자하는 역할을 했고 현대에 이르러서도 사회적 이슈를 촌철살인으로 표현하는 그림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청목갤러리는 28일부터 12월 3일까지 제5회 한국캐리커처작가협회(코스카, KOSCA) 캐리커처 전시를 진행한다. 한국캐리커처작가협회는 캐리커처 작가의 권익 보호와 문화 발전 및 작가 간 상호 교류를 통해 캐리커처의 문화 증진 확대를 목적으로 2013년에 설립된 비영리 교류단체다. 이번 전시는 ‘2023 핫이슈’란 주제로 김경민, 김완, 서률, 장용수, 최지혜, 표지원, 하태룡 작가 등 총 66명이 참여했다. 작가들은 올 한 해 동안 핫이슈가 됐던 인물이나 드라마, 영화 속 캐릭터 등을 캐리커처로 표현하고 우리 시대의 삶을 비춰보는 작품 66점을 선보인다. 작품들은 작가들이 주관적인 해석을 곁들인 표현방식으로 다양한 재료와 주제로 넓은 범위의 그림을 그리는데 집중했다. 작가들은 1년에 한 번씩 다같이 모여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고 선의의 경쟁을 통해 실력 향상을 꾀하도록 컨벤션 축제를 기획해 진행하고 있다. 2013년 이후 현재까지 아시아에서 가장 큰 캐리커처 축제인 일본을 비롯해 홍콩, 대만, 싱가폴,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해외작가들과 축제에 참여하고 있다. 청목갤러리 관계자는 “캐리커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교류하며 대중들과 함께 호흡하고 즐길 수 있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전시·공연
  • 김영호
  • 2023.11.26 17:10

전주문화재단, 2023 탄소예술기획전 ‘탄소와 예술 연대와 확산’ 막 올라

새로운 가능성을 지닌 전주의 탄소 소재가 지역 작가들의 손길을 통해 문화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재)전주문화재단(대표이사 백옥선)은 21일 전주 팔복예술공장 전시실에서 ‘2023 탄소예술기획전’ 개막식을 가졌다. 오는 12월 31일까지 진행될 전시의 주제는 ‘탄소와 예술 연대와 확산’이다. 전시에는 김승주, 나잇노이즈, 문채원, 박성수, 박현진, 백미숙, 류명기, 이루리, 이상훈, 전도예, 정유리, 최무용, 한정무 등 지역 작가 13명이 참여했다. 작가들은 탄소섬유를 주된 재료로 사용해 아크릴 등으로 저마다 작품에 철학을 담아 회화, 조형, 도예, 목공예, 옻칠나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탄소예술의 독창성을 표현한 작품 49점을 선보였다. 백옥선 대표는 “예술과 산업의 협업으로 탄소 소재 활용 가능성을 탐구하고 연대하기 위해 전시를 기획했다”며 “작가의 예술 실현 무대를 확장하고 산업 연구 과제를 발굴해 예술과 산업의 동반 성장을 꾀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3회째를 맞은 탄소예술기획전은 전주문화재단이 지난 2021년부터 운영하고 있으며 전주의 대표적인 탄소산업과 예술의 협업을 이어왔다. 현재까지 30명의 탄소예술 작가와 약 100여 점의 탄소예술 작품을 제작했고 예술과 산업의 연계를 위한 시제품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한국탄소산업진흥원과 탄소예술 진흥 의제를 발굴하기 위한 협약을 맺고 탄소섬유 공급에 어려움을 겪었던 문제는 국내 최대 탄소섬유 리사이클링 기업인 ㈜카텍에이치에서 재활용 탄소섬유를 후원했다. 또한 서울과 프랑스에서 개최된 산업박람회에 참여해 탄소예술 작품 순회전을 선보였으며 탄소예술의 확산은 물론 탄소 기업과 예술가와의 협업 계기도 마련했다. 백 대표는 “탄소예술이란 새로운 장르가 우리 지역뿐 아니라 전국을 넘어 해외까지 확장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탄소예술이 새로운 예술 매체의 가능성을 확인받은 만큼 사고의 전환을 일으켜 함께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가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 전시·공연
  • 김영호
  • 2023.11.21 17:00

위도가 품고있는 바다이야기 몸짓으로 펼치다…전북도립국악원 무용단 ‘고섬섬’ 시연회

“쿵쿵” 마루를 힘차게 두드리는 무용수들의 발놀림과 거친 숨소리가 웅장하고도 비장한 음악 선율에 맞춰 고요한 정적을 깨웠다. 21일 오전 11시께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4층 연습실. 이날 전북도립국악원 무용단이 정기공연을 앞두고 특별한 시연회를 열었다. 무용단은 오는 12월 1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제32회 정기공연 ‘고섬섬’으로 관객을 맞이한다. 제작진은 이혜경 무용단 예술감독을 중심으로 대본‧연출에 조주현 연출가, 장석진 작곡가, 지휘는 이용탁 전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 예술감독이 맡는다. 출연진으로 어부 역에 송형준 부수석단원, 원당마누라 역에 배승현 수석단원, 본당마누라 역에 이은하 수석단원, 무당과 어부 마누라 역에 각각 오대원, 윤이담 단원 등 무용단 전 단원이 총출동한다. 무용단은 전북만의 특색 있는 문화 자산을 활용해 ‘이 땅을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녹여낸 브랜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정기공연 ‘진경’에 이어 올해 ‘고섬섬’으로 서해안 부안 위도의 경관과 역사를 아우르는 어부들의 삶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전달한다. 이번 공연의 주 무대가 되는 고섬섬은 부안 위도의 옛 지명을 뜻한다. 산의 나무들은 무성하나 크지 않아서 고슴도치의 털처럼 보여 고슴도치 ‘위(蝟)’를 써 위도로 이름 붙여졌다. 공연은 에필로그를 포함해 1장 ‘시(視), 바다를 그리다’, 2장 ‘청(聽), 바다의 부름에 응하다’, 3장 ‘촉(觸), 바다의 풍요를 품다’, 4장 ‘겁(怯), 바다의 노여움과 맞닥뜨리다’, 5장 ‘제(祭), 바다를 섬기다’, 마지막 에필로그는 ‘바다를 꿈꾸다’로 구성됐다. 이번 시연회에서 무용단은 푸른 바다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는 대월습곡의 웅장함과 어민들을 수호하는 전설을 무용으로 풀어낸 1장과 2장을 선보였다. 이러한 특색을 나타내기 위해 무용단은 여러 차례 부안을 방문했다. 이혜경 무용단 예술감독은 “고섬섬은 아름다움을 넘어 우리 삶에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 예술 소재의 보고”라며 “위도가 품고 있는 바다 이야기를 무대 위에서 춤과 함께 펼쳐보이겠다”고 말했다.

  • 전시·공연
  • 김영호
  • 2023.11.21 17:00

청목미술관, 전북교육청·세이브더칠드런 ‘기후위기 공모전’ 전시

기후위기에 대한 아동들의 다양한 시선이 형형색색 다채로운 작품세계로 펼쳐진다. (재)청목미술관과 세이브더칠드런 서부지역본부 전북아동권리센터가 주최·주관하고 전라북도교육청이 후원하는 ‘제3회 기후위기 공모전 수상작 전시회’가 그것이다. 21일부터 26일까지 청목미술관 전시실(청목빌딩 1층)에서는 올해 공모전에 당선된 작품 총 20점이 공개된다. 공모전에서 전북에 거주하는 아동들을 대상으로 작품을 모집해 심사한 결과 박영준, 이다한, 한예담 학생 등 3명이 전북도교육감상을, 강효빈, 박태민, 신은혜 학생 등 3명은 청목미술관 이사장상을 받았다. 아울러 강현, 김지유, 전지민 학생 등 3명이 세이브더칠드런 총장상을 받았고 김규리, 김사랑, 김시은, 김별, 김진하, 남시웅, 박주혁, 이동욱, 조도연, 한다온, 한상우 학생 등 11명이 특별상을 수상했다. 공모전의 주제는 지구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 기후위기로 인해 침해되는 아동권리, 기후위기 상황 등으로 254명의 참가 아동들은 평소 기후위기에 대해 느꼈던 생각과 느낌들을 자유롭게 그림으로 표현했다. 난개발과 환경오염으로 자연과 함께 사라져간 지구의 모습을 아이들의 눈으로 나타낸 그림들은 기성 작가들과 또 다른 표현 방식으로 이채롭기만 하다. 공모전은 지난 2021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 2년간 총 415개의 작품이 접수됐으며 아동권리에 관한 주제의 명확성, 창의성, 작품성 등을 중심으로 총 40점의 작품이 선정됐다. 청목미술관은 세이브더칠드런 서부지역본부 전북아동권리센터, 전북교육청과 함께 아동권리를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기후위기에 대해 아동들이 권리주체로서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공모전을 마련해오고 있다. 청목미술관과 함께 공모전을 주최·주관하는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인 세이브더칠드런은 1919년 창립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민간 주도의 비정부기구로 창립 이래 인종과 종교, 정치적인 이념 등을 뛰어 넘어서 아동의 권리실현을 위해 120여개 국가에서 활동 중이다. 김선남 청목미술관 학예실장은 “공모전에서 아동권리를 위협하는 기후위기에 대한 아동의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아동권리 옹호 및 참여권 증진, 기후위기에 대한 심각성을 일깨우고자 했다”고 밝혔다.

  • 전시·공연
  • 김영호
  • 2023.11.20 17:41

제15회 지봉 임산본 대상 전국시조창경연대회 김남희 씨 장원

‘제15회 지봉 임산본 대상 전국시조창경연대회’에서 대상부 장원에 김남희(76·경북 상주) 씨가 이름을 올렸다. (사)정가보존회(이사장 한광수)는 19일 전주시청 강당에서 제15회 지봉 임산본 대상 전국시조창경연대회(집행위원장 임환)를 개최했다. 그 결과 대상부 장원은 김남희 씨가 차지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과 상금 300만 원을 받게 됐다. 대상부 최우수상은 서민주 씨로 전북도지사상과 상금 100만 원을, 우수상에는 손종범 씨가 전주시장상과 상금 50만 원을, 준우수상은 남명식 씨와 임장섭 씨가 차지했다. 명인부 대상은 박시도 씨로 전주시장상과 상금 30만 원, 우수상은 황명순 씨, 준우수상은 정임순, 김미숙, 권인석, 김선화, 황금섭 씨가 받았다. 심사에는 김경배(국가무형문화재 가곡), 변진심(서울무형문화재 시조), 박인규(충남무형문화재 시조), 설기호(대한시조협회 전북지부 회장), 김용구(대한시조협회 부안지회장), 조재석(대한시조협회 구미지회장), 이한은(대한시조협회 양산지회장), 송명희(2022 지봉 임산본 대상 장원) 씨 등이 참여했다. 박인규 심사위원장은 “전원이 열심히 최선을 다해 열창을 한 바 좋은 성적을 거뒀으나 아쉬운 것은 기초를 아직 확실하게 배우지 않은 경합자도 많아 각 지회 사범님들은 기초를 탄탄히 가르쳐 경창을 시키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겠다”면서 “선조들이 물려주신 소중한 문화유산 시조창을 후대에 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한다”고 평했다.

  • 전시·공연
  • 김영호
  • 2023.11.20 17:41

[이승우의 미술이야기] 향교길 68 갤러리, '망초의 계절' 전

선(Line) -직선의 그림이 싫다는 캐나다 예비 미술관장 친구 딸에게- 곡선(曲線)은 연속적으로 굽은 선이다. 그래서 태초의 선(線)이며 자연의 선이다. 태초에 창조주가 만들어 낸 온갖 형태는 곡선이다. 그래서 곡선에서는 포근한 친밀감이 느껴질 것이다. 잉태되었을 때부터 곡선 속에 있었으니 아예 향수 속에서 본능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본능은 쉽게 수정될 수 없다. 그러나 문명의 발달과 함께 직선이 생겼다. 직선은 두 점 사이의 최단 거리이다. 그래서 학습의 선이다. 즉 문명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아야 했던, 생전에는 볼 수조차 없는 선(線)이었다. 그것이 점차 필요를 통해, 학습을 통해, 교육을 통해 만들어지고 변화된 선(線)이다. 현대문명의 축을 이루는 과학의 발달에서는 곡선을 거부한다. 직선이 훨씬 기능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 와서는 다시 곡선을 대입하게 되었다. 직선과 곡선의 충격적인 만남이다. 이 역시 곡선을 선호하는 본능, 과학에서는 절대 필요하지 않을 것이 사람의 정서 때문에 다시 등장하게 됐다. 그래서 곡선은 자연의 선(線)이요, 직선은 학습된 선이다. 초현실 작가 마그리트는 담배 파이프를 실감나게 그려놓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밑에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친절하게 글로 표기해 둔다. 이것도 학습이다. 그런 사건을 통하여 사람들은 사고(思考)한다. 사고하며 그 뜻을 이해하고 그렇게 학습된다. 왜 파이프를 잘 그려놓고, 파이프임을 글로 부인했는지 알게 되고 "아! 그랬었구나" 할 것이다. 첫 번째 시인은 "하늘이 파랗다"라고 했을 것이고, 그것을 학습한 두 번째 시인은 "당신의 눈은 하늘처럼 파랗다"라고 했을 것이다. 이 모두를 학습한 세 번째 시인은 "하늘과 같은 당신의 눈"이라고 표현하여 ‘하늘=눈’이라는 이상한 등식을 만들 것이다. 이후에는 하늘=눈이라는 등식이 상식이 될 것이다. 사람은 학습의 동물이다. 그래서 만물의 영장이라고 떠들어댈 수 있었을 것이다. 선사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이 동굴에 각종 형태의 동물들을 그렸다. 그것도 이 동물을 잡을 때는 어떻게 해야한다는 학습의 일환이었다. 우리 사람들은 모두 학습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받는다. 그런 경험을 토대로 ‘술에 취한 눈(무의식)’으로 창조되었다는 추상, 그 뜨거운 추상의 칸딘스키는 곡선을 주로 했고, 이지적(의식)인 차가운 추상의 말레비치는 직선을 주로 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러시아라는 같은 풍토에서 시대도 비슷하게 살았던 사람들임을 잊지는 말자. 의식만큼 중요한 것이 무의식임은 프로이트를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참고로 어리다면 어린 나이에 안달을 하다 결국은 포기했지만 처음 생각한 나의 석사논문 제목은 ‘현대미술에 나타난 의미되어진 무의식’이었다. 그때 만난 전북대학교 철학과 교수였던 고(故) 한단석 박사의 "이건 박사 논문으로도 너무 방대해서 쓰기 어려워"라는 말씀을 핑계 삼아 포기했었다. 그때 이미 교직에 나가있는 생활인이었기에, 실로 방대한 양의 서적과 수 많은 철학자들과의 교류만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이달 28일에 시작하는 향교길 68 갤러리에서의 초대전에는 장소 문제로 직선을 주로 한 작품이 몇 점이나 발표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 전시·공연
  • 기고
  • 2023.11.20 17:40

이당미술관, 12월 3일까지 ‘투 핸즈: 인생의 선율’ 개최

군산에서 활동하는 박지수 작가의 네 번째 개인전이 지난 15일부터 이당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12월 3일까지 진행될 이번 전시의 주제는 ‘투 핸즈: 인생의 선율’이다. 인생은 마치 높낮이가 있는 음악과 같다고 여기는 작가. 그래서 전시는 음악을 통해 받은 영감을 연주하는 손이란 신체로 나타낸 신작 25점으로 구성했다. 반복적으로 채색을 덧입혀 신체의 거칠고 투박한 살결을 표현했다. 손이란 신체는 사람과 사람 간의 사랑을 뜻한다고. 인생이란 연주가 홀로 연주할 수 없기에 모두의 곁에 있는 사람 사이의 위로와 사랑에서 착안해 작품으로 표현했다. 작가는 “인생은 악기를 연주하는 행위이며 우리 모두의 연주에는 누군가의 선율이 담겨 있다”며 “사람들의 선율이 합주가 돼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사랑의 선순환을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한 작가는 현재 전북대 교육대학원 미술교육학과에 재학 중이다. 정봉화 이당미술관 대표는 “군산에서 활동하는 청년작가를 소개할 수 있어 뜻 깊다”며 “전시를 통해 지속적인 창작활동을 응원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전시는 올해 전북문화관광재단의 민간문화시설 기획프로그램 지원사업으로 마련된 것이다.

  • 전시·공연
  • 김영호
  • 2023.11.19 16:51

정찬우 작가 ‘본색 (本色)’ 특별전, 24일까지 한국전통문화전당

얼굴은 심리 상태를 표정으로 나타내는 통로와도 같다. 그런데 얼굴에 색채를 입히면 어떤 결과물이 나올까. 특별히 추상적인 존재의 얼굴을 다양한 색채로 표현한 초상화 전시가 전주에서 열리고 있다. 정찬우 작가의 특별전 ‘본색(本色)’이 그것이다. 한국전통문화전당(이하 전당)이 전통을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역의 청년·여성·장애인 작가들을 지원하는 예술인지원사업의 여섯 번째 기획 전시로 정 작가의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18일부터 전당 3층 기획전시실에서 진행 중인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작가가 동양 철학 속 개념과 민간 설화와 전설, 토착 신화에 등장했던 초월적인 존재들의 얼굴을 작업 모티브로 설정해 표현한 서양화 21점이다. 24일까지 진행되는 전시를 통해 작가는 작품 속 인물의 얼굴을 흡사 건물의 문처럼 내면으로 통하는 입구라고 생각하면서 나타냈다. 작가는 “정면을 응시하는 인물화의 형식을 빌려 자신의 소망과 마주할 관객들에게 안온한 시간을 제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도영 전당 원장은 “작가는 얼굴을 통해 과거에서 현재를 돌아보고 또 미래를 내다보는 시간을 만들고 있다”며 “청년 예술가가 다양한 색감을 활용해서 기발한 예술 작품을 보며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제43회 국제현대미술대전 서양화부문 입선, 제3회 부산국제미술대전 서양화부문 입선, 제36회 대한민국회화대전 서양화부문 입선 등 다양한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제2회 명륜길 아트 페스티벌에 참여하며 작품 활동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 전시·공연
  • 김영호
  • 2023.11.19 15:2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