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이거 받아도 돼요? - 박종범
작년 제17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진안군 소재 마이산에서 등산객들을 대상으로 투표참여 캠페인을 한 적이 있다. 그 당시 홍보용품으로 치약을 제작해서 홍보활동시 활용하곤 했는데 그때도 치약을 등산객 등에게 나눠주려고 가져갔었다. 처음에는 캠페인을 하러간 우리들을 시큰둥하게 바라보던 사람들이 치약을 나눠주기 시작하니까 여기저기서 모여들어 우리는 홍보전단과 치약을 나눠주기 바빴는데 그때 그 광경을 지켜보던 어느 등산객 왈 ‘이거 받아도 돼요?, 선거와 관련해서 금품 등을 받으면 50배 과태료가 부과된다는데...’ 하자, 모여든 사람들이 순간 치약을 받아들던 손을 멈추고 다들 서로 눈치만 보기 시작했다. 그 때 난 ‘정치인등으로부터 받으면 선거법 위반이 되는 것이구요, 우리 선관위에서 이렇게 홍보용으로 배부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라고 설명해 주어 무마를 한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하나의 재미있는 에피소드 일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우리국민들의 기부행위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알 수 있는 좋은 사례라 생각하니 선관위 직원으로서 뿌듯해지는 순간이기도 했고 이제 이 정도로 우리 국민들의 수준이 올라왔으니, 금품선거란 말도 이젠 없어졌다고 봐야겠다는 생각마저 들었었다. 그런데 얼마전 신문을 보다가 이런 나의 생각이 성급한 판단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지난해 실시됐던 청도군수재선거와 관련한 금품제공 사건에 대한 기사였다. 인구 5만여명의 조그만 시골지역인 청도에서 지난 대통령선거와 동시에 실시된 군수재선거와 관련하여 당선인인 현직 군수가 수억원의 금품을 살포하여 군수는 이미 구속되고, 군수의 선거운동과 관련된 주민중 21명은 구속, 69명은 불구속되었으며 그 외에도 그 사건과 연루된 것으로 추정되는 주민만해도 총 군민의 10분의 1이 넘는 5,700여명이나 되고 그 중 2명은 자살까지 했다고 하니 그 선거와 관련하여 얼마나 금품제공 행위가 만연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직도 우리 국민들의 의식속에는 막걸리 한잔 고무신 한 짝에 자신의 표를 팔아넘기던 금품선거에 대한 의식이 남아있음을 확인해주는 사건같았다. 돈을 뿌린 후보보다 그것을 받은 유권자에 문제가 더 크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아무리 돈을 준다고 해도 받지 않고 오히려 그러면 되지 않는거 아니오 하고 호통을 치는 유권자의 올바른 자세가 있다면 누가 돈을 뿌려야겠다고 생각이나 하겠는가 또한 그런 행위가 발생하기 시작할 때 누가 먼저 신고라도 했더라면 더욱 사건이 확대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선거법위반에 대한 국민들의 신고?제보에 대한 부족한 의식이 아쉬운 사건이었던 것 같다. 우리 국민들은 예전부터 위법행위에 대해 신고?제보를 하는 것을 꺼려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신고?제보자에게 칭송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사회분위기를 해치는 자로 매도하는 경향까지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러한 국민의식이 지금까지 우리의 선거문화 더 나아가서는 우리의 사회문화가 더욱 깨끗해지고 성숙해지는데 장애물이 돼온 것이 사실이다. 이제 이러한 국민의식은 바뀌어할 때가 오지 않았는가. 오는 4월 9일에는 제18대 국회의원선거가 실시된다. 청도에서 일어났던 안타까운 사건이 이번 선거에서는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일어나지 않길 바라며 올바른 선거문화가 정착되는 순간까지 우리 국민들의 철저한 신고 제보정신을 기대해 본다./박종범(진안군선관위 홍보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