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진 기자의 예술 관람기] 호안 미로
“그림은 섬광 같아야 하며, 아름다운 여성이나 시처럼 매혹적이어야 한다.” 20세기 추상과 기호의 장인 ‘호안 미로: 여인, 새, 별’ 전시회가 마이아트뮤지엄에서 9월 12일까지 열리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호안 미로 미술관과 공동주관으로 유화, 드로잉, 판화, 태피스트리, 조각 등 엄선된 70여 점의 작품이 소개된다. 1893년 스페인 카탈루냐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난 호안 미로(Joan Miro, 1893~1983)는, 제2차 세계대전과 스페인 내전을 겪었고, 그의 아버지는 시계공이자 금 세공사 장인이었다. 장인의 전통과 카탈루냐 지방의 황량한 풍경, 혹독한 전쟁은 그의 예술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는 여러 직업을 거친 후, 어렵게 바르셀로나의 미술학교에 가게 된다. 스승 프란시스코 갈리는 물체의 공간적 특성에 대한 미로의 감수성을 키워주었다. 비잔틴 양식의 건물과 교회, 안토니오 가우디의 환상적인 건축도 소개했다. 그 후, 미로는 야수파와 입체파, 사실주의와 초현실주의, 시화와 삽화, 조각과 도예 등 미술의 모든 분야를 섭렵했다. 그리고 그는 현대생활의 가혹함을 탈피, 초월적이고 시적인 자연의 개념을 찾고자 했다. 그렇게 미로는 기호의 세계를 탐험하기 시작했고, 단순하면서도 기하학적이며 섬광 같고, 매혹이 넘치는 자신만의 화풍을 구축한다. 그리하여 추상미술과 초현실주의적 환상을 대표하는 예술가가 탄생하게 된다. 그의 후기작품은 초기작품보다 훨씬 더 단순한 형상과 배경을 보여준다. 미로는 바다처럼 푸른 바탕에 점 하나를 찍고 섬세한 선 하나, 두 개를 그려 넣음으로써 내면의 환상을 넉넉히 표현할 수 있게 된다. 초기의 장난스럽거나 공격적인 풍자가 거의 종교적으로 바뀌었지만, 그의 모든 작품은 활력과 심오함으로 일관된 통일체를 이룬다. 시인이 표현하면 해석은 독자의 몫이듯, 미로는 작품의 해석을 관객에게 맡겼다. “미로의 모든 작품은 춤추는 정원이고 합창이며, 막 피어나는 생명체나 꽃과도 같은 색의 오페라이다. 이 세계는 점차 사라져버리는 동시에 엄연히 존재한다. 색의 음향은 이 세계에 특성과 현실을 부여하고, 능란하면서도 절제된 언어를 부여한다.”라고 프랑스의 유명한 극작가 외젠 이오네스코는 극찬했다. 필자는 음악에 비유해서, 미로의 작품은 파가니니의 바이올린곡처럼, 유려하고 매혹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여인, 새, 별’이란 전시 제목도 얼마나 시적이고 매력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