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1-06 18:12 (Thu)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거침없이 쓴다', 송하진 서예초대전 전주 전시 시작

“앞으로도 형식이나 틀에 구애받지 않고 거침없이 쓰는 서예로 한국서예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겠습니다.” 이제는 ‘서예가’라는 타이틀이 더욱 친근하다는 송하진 전 전북도지사(72)의 서예초대전 '거침없이 쓴다, 푸른 돌·취석(翠石) 송하진 초대전' 개막식이 지난 12일 전주 현대미술관에서 열렸다. 이날 전시 개막식에는 최병관 전북자치도 행정부지사와 우범기 전주시장, 유희태 완주군수, 양오봉 전북대학교 총장, 서현석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최무연 전북예총 회장, 우산 송하경 서예가, 이당 송현숙 서예가, 산민 이용 서예가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송하진 서예가는 개막 인사말을 통해 “서울 전시에 이어 전주 전시까지 이렇게 발걸음을 해주신 모든 내외빈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며 “제 고향인 전주에서 열리는 만큼 이번 전시회가 더욱 긴장되지만, 지난 세월간 자유롭게, 거침없이 써온 작품을 선보일 수 있어 말로 설명할 수 없이 벅차오른다”고 말했다. 우범기 전주시장은 “취석 송하진 선생님의 ‘거침없이 쓴다’ 전에는 당신의 삶이 녹아 있는 듯하다”며 “송하진 선생님의 삶과 여백이 앞으로도 무궁한 발전을 이루길 진심으로 기원하겠다”고 축사를 전했다. ‘거침없이 쓴다, 푸른 돌·취석(翠石) 송하진 초대전’은 이날 개막식을 시작으로 다음달 10일까지 전주현대미술관에서 펼쳐진다. 그는 앞서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일까지 이번 전시와 같은 주제로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전시를 열고, 과거의 법칙이나 형식‧틀에 얽매이지 않고 거침없이 쓴 서예작품을 선보였다. 지난 서울 전시회의 연장선으로 마련된 이번 전주 전시회는 송 서예가의 고향에서 개최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실제 전시장에는 과거의 법칙과 형식, 틀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고 거침없이 쓴 서예 작품으로 채워져, 서예가 낯설게 느껴지는 일반 시민도 쉽게 접근해 즐길 수 있게 구성됐다. 특히 이번 전주 전시에서는 최근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거머쥔 소설가 한강 작가의 시를 송 서예가의 필체로 만나볼 수 있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기도 하다. 작품은 지난해 여름 쓰여진 것으로 시 제목은 ‘어느 늦은 저녁, 나는’이다. 송 서예가는 1979년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후 행정고시에 합격해, 전북도청에서 공무원을 시작했다. 이후 제36·37대 전주시장, 제34·35대 전북도지사 등을 역임한 뒤 지난 2022년 6월 말 공직에서 은퇴했다. 서예가로서 인생 제2막을 맞이한 그는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원장을 맡으며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4.10.13 17:34

제7회 청암 김철규문학상 시상식 성황

제7회 청암 김철규문학상 시상식이 지난 12일 오후 4시 전주 백송회관에서 열렸다. 올해 시상식은 청암 김철규문학상 운영위원회 김철규 이사장과 수석고문 김남곤 시인, 문효치 전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을 비롯한 문학계 인사와 정동영 국회의원, 문승우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장, 남관우 전주시의회 의장,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 등 각계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진행됐다. 올해 수상자는 이형구 시인으로, 그는 2001년 등단 이후 좋은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 온 것은 물론 법학박사로서 전북문단의 법률자문을 맡아 헌신해왔다. 김철규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문학 창작으로 사회의 촛불이 되는 문인을 지정해 수상하는 한편, 내년부터 특별상 부문을 신설, 문학상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규모를 키워나가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조미애 청암 김철규문학상 운영위원장은 심사평에서 “이형구 시인의 시 세계는 사유를 통섭해낸 듯이 시의 내면을 구조화하고 있으며, 자연만물이 영성을 지닌 대상으로 마주서 감정이입의 단계를 거쳐 의인화한 사상의 형상화를 갖추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고 말하고 “심사위원들은 이러한 시인의 역량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이형구 시인은 수상 소감에서 “시에는 의학으로도 고칠 수 없는 마음의 병을 치유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는다”며 “힘들고 지친 독자를 위한 시 창작을 이어갸겠다”고 밝혔다. 한편 청암 문학상은 언론인 출신으로 전북도의회 의장을 역임한 김철규 시인이 ‘문학의 철학과 사상이 인간에게 주는 위대함을 실천하기 위해 지난 2018년에 제정했다. 선정 대상자는 70세 미만으로 문단 경력 5년 이상인 자, 최근 2년 이내 작품집 발간 등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한 자이다. 이러한 문인들을 대상으로 작품성과 문학활동을 고려해 매년 1명씩 수여하고 있으며 올해 7회 수상자를 배출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10.13 17:34

한강의 기적…한국 첫 노벨 문학상 쾌거에 지역 문학‧여성계도 들썩

소설가 한강(53)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쾌거를 거두자 전북 문학계와 여성계에서도 일제히 환호하며 수상을 축하했다. 특히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한국 문학이 세계 문학계의 주류에 편입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백봉기 전북문인협회 회장은 13일 “한강 소설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개인의 영광뿐만 아니라 한국 문학계의 축복”이라며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했다. 그러면서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시와 소설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늘어나고, 독서문화가 확산되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한국 문학이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힘차게 웅비할 수 있도록 힘을 키우고 가치를 인정받아야 할 때”라고 전했다. 특히 매년 노벨상 수상 분야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을 받는 문학상 수상자로 한국인 최초로 한강 작가가 선정되면서 K-문학의 저력을 전 세계에 떨쳐냈다고 강조했다. 김영 석정문학회장도 한강 소설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뻐하며 “한강의 작품은 우리나라 소설을 끌어가는 손잡이이며, 기둥이다”고 운을 뗐다. 소설가 한강을 통해 한국 문학이 드디어 부력을 얻게 됐다고 설명하며 “몇 번을 축하하고, 몇 날을 기뻐해도 오히려 모자란 날들”이라고 했다. 전북문단의 원로시인 소재호 전 전북예총 회장 역시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한국 현대사에 가장 큰 쾌거”라며 흥분과 기쁨을 감추지 못했으며, 이형구 전북시인협회장은 “한강이 보여준 K문화가 노벨문학상을 통해 세계문단의 길라잡이가 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노벨문학상 주요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던 ‘한국의 젊은 여성작가’ 한강이 수상하자 도내 여성계에서도 신선한 충격이라는 반응을 내비쳤다. 노벨문학상은 최근 10여 년간 남녀가 번갈아 받는 추세였지만, 아시아 작가의 수상은 2012년 중국 모옌 이후 12년간 없었기 때문이었다. 임미정 전주 여성의 전화 전 대표는 “한국에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가 탄생했다는 것 자체도 기쁘지만, ‘한강’ 작가라는 점에서 더욱 기쁘다”며 “대한민국 사회에서의 여성 가부장제의 아픈 이면을 잘 다뤄낸 작가로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여성혐오 문화 등이 극복되진 않겠지만, 관련 문제에 긍정적인 실타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청소년과 20~30대가 한강 작가의 책을 접하고 재평가되는 시각이 생긴다면 사회 전반적으로도 좋은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10.13 15:13

한강의 노벨상 초상화 누가 그렸나…스웨덴 화가 엘메헤드

지난 10일 소설가 한강(54)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과 동시에 노벨위원회 홈페이지에는 한 장의 그림이 등장했다. 중단발의 머리, 노란 황금빛이 감도는 얼굴, 알듯 말듯 은은한 미소를 띤 한강의 초상화였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함께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진 이 이미지는 스웨덴 화가 니클라스 엘메헤드가 그렸다. 엘메헤드는 2012년부터 노벨상 수상자 초상화를 도맡아 온 화가다. 노벨위원회는 매년 생리의학·물리·화학·문학·경제·평화 분야 수상자를 선정하고 있는데, 대외활동보다는 연구에 매진해 온 수상자들의 경우 고화질의 얼굴 사진이 공개된 경우가 많지 않았다. 2012년 노벨위원회의 미디어 분야 예술 감독으로 일하게 된 엘메헤드는 노벨상 공식 홈페이지에 수상자의 저화질 사진을 올리는 것이 마땅찮다고 봤고, 그림으로 사진을 대체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초상화가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그는 2014년부터 노벨상 공식 초상화가로 일하게 된다. 그가 그린 초상화를 보면 수상자들의 얼굴이 황금빛으로 표현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수상자의 인종, 국적과 무관하게 모두 황금색만 사용하기 때문에 특정 피부색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엘메헤드는 처음에는 푸른색과 노란색을 섞어 초상화를 채색했지만, 2017년부터 노벨상 수상자 발표 공식 색상이 금색으로 정해지면서 채색 방식을 바꿨다. 엘메헤드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처음에는 검은 윤곽선에 푸른색과 노란색 음영을 줘서 강조했다"며 "2017년에 주된 색상을 금색으로 하기로 했고, 여러 가지 종류의 금빛 물감을 쓰다가 금박을 입히는 것에 매료됐다"고 설명했다. 작업 방식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검은색 아크릴 물감으로 윤곽선을 그리고, 아주 얇은 금박을 특수 접착제로 붙인다. 공식 발표에 앞서 초상화를 그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엘메헤드는 노벨상 수상자를 미리 아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히기도 한다. 그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안타깝게도 노벨위원회의 기밀 정책 때문에 정확한 시간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내가 꽤 빨리 그림을 그리는 편이고, 초상화는 몇 시간 안에 완성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 문화일반
  • 연합
  • 2024.10.13 09:54

노벨상·전미비평가상·안데르센상…한강 신드롬에 주목받는 여풍

"한강 작가가 한 시상식에서 전년도 수상자로서 제게 상을 준 적이 있어요. 그때 제 '스토리보드와 더미북(견본책) 같은 습작이 경이롭다'는 짤막한 편지를 써서 읽어주셨죠. 또래이기도 해서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울컥하더라고요." 그림책 작가 백희나는 지난 10일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제 일처럼 기뻐했다. 그는 2020년 세계적인 권위의 아동문학상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을 한국인 최초로 받았다. 한강은 노벨위원회와의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영감을 준 작가 중 한명으로 스웨덴 아동문학 작가인 린드그렌을 꼽았다. 백희나는 "우리나라에서 노벨문학상이라니, 정말 기뻤다"며 "꼭 남녀를 나누는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 여성 교육이 일반화된 게 몇십년 안 됐는데 짧은 시간에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왔다는 게 대단한 일이고 고마웠다"고 말했다. 한강이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으며 국내 출판계에서 신드롬급의 축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문학계는 최근 수년간 여성 작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며 해외 유수 문학상에서 낭보를 전해 '포스트 한강'이 등장할지에 대한 관심도 받고 있다. 지난 12일 한국문학번역원 자료에 따르면 한강의 2016년 맨부커상 국제부문 수상을 시작으로 노벨문학상을 받기까지 8년여간 한국 작가들은 국제문학상(만화상 포함)에서 31차례 수상했다. 이중 여성 작가의 수상은 한강, 김혜순, 편혜영, 손원평, 윤고은, 김초엽, 황보름 등 22차례로 3분의 2를 차지한다. 세계문학의 중심이 서구, 남성, 백인의 서사에서 아시아 여성의 언어에 주목하는 흐름과도 맞물려 이들의 활약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한다. 한강 외에도 노벨문학상 잠재적 후보로 거론되는 작가는 미국과 유럽에서 독자를 확보한 김혜순 시인이다. 김혜순은 2019년 '죽음의 자서전'으로 캐나다의 그리핀 시문학상을 차지했고 2021년 스웨덴의 시카다상을, 올해 '날개 환상통'으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한국인 최초로 받았다. 2022년에는 영국 왕립문학협회의 국제작가로도 선정됐다. 세계 시장에 각인된 30~50대 여성 작가군이 탄탄해진 점도 낙관적이다. 이들은 여성 서사에서 나아가 판타지, 추리, 과학소설(SF)까지 장르 다양성도 확보했다. 정보라는 굵직한 국제문학상 후보에 오르며 두각을 나타냈다. 소설집 '저주토끼'로 2022년 영국 부커상 국제부문과 2023년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 최종후보에 올랐다. 그는 SF와 판타지, 호러를 경계 없이 넘나드는 작품으로 세계 시장에서 한국 장르 문학의 잠재력을 보여줬다. 윤고은은 2021년 '밤의 여행자들'로 영국 대거상 번역추리소설 부문을 아시아 작가 최초로 수상했다. 같은 해 이 작품으로 SSF 로제타상, 영국&아일랜드 코미디 우먼 인 프린트상, 2022년 국제 더블린 문학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편혜영은 한국적이면서도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소설인 '홀'로 2018년 미국의 셜리 잭슨상을 받았다. 2019년 일본번역대상과 2020년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과 독일 리베라투르상 후보에도 올랐다. SF 작가 김초엽은 비중화권 작가 최초로 중국의 양대 SF 문학상을 거머쥐었다. 그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2023년 중국 성운상 번역작품 부문 금상, 은하상 최고 인기 외국작가상을 받았다. 디아스포라(이산)의 역사를 다룬 한국계 미국인 작가들로 확장하면 여성 파워는 더욱 거세진다. 이민진은 재일조선인 4대의 파란만장한 연대기인 '파친코'로 2017년 전미도서상 후보에 올랐고, 2022년 이 소설이 애플TV+ 드라마 시리즈로 제작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제2의 이민진'으로 불리는 김주혜는 한강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호명되던 날, 데뷔작인 '작은 땅의 야수들'로 러시아 톨스토이 문학상 해외문학상을 받았다. 세계 아동문학계에선 이미 백희나와 이수지가 그림책 작가들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두 상을 거머쥐었다. 백희나에 이어 이수지는 2022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한국인 최초로 받았다. 이수지는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의 동네책방 에디션 표지를 그린 인연이 있다. 한강은 이수지가 그림책 작가들과 공동 창작하는 '바캉스 프로젝트'에서 선보인 '심청'의 바다 그림 중 쓰지 않은 장면을 표지로 담았다. '심청'은 정식 출간된 책이 아니란 점에서 독자들은 한강의 넓은 관심사에 놀라워하기도 했다.

  • 문화일반
  • 연합
  • 2024.10.13 09:18

'K문학의 힘' 한강·'2관왕' AI…올 노벨상 '예상 밖 파격'

올해로 124년을 맞은 노벨상은 어느 정도 예측은 됐지만 예상 범위를 훨씬 뛰어넘는 수상 사례를 잇따라 배출했다는 점에서 '예견된 파격'이라고 할만하다. 우선 매년 노벨상 수상 분야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이 집중되는 문학상 수상자로 한국 여성 작가 한강이 선정되며 한국을 넘어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한강은 아시아 여성 최초이자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품에 안으며 K-문학의 저력을 전세계에 떨쳤다. 올해 문학상이 여성 작가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예상은 일찌감치 나왔으나 주요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던 50대 아시아 여성 작가의 수상은 그동안 노벨문학상의 관행을 깨는 신선한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과학 분야에서는 인공지능(AI)이 주인공이었다. AI는 유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되면서도 동시에 실제 수상은 아직 이르다는 관측도 나왔는데, 물리학상에 이어 화학상까지 가져가며 AI 시대를 활짝 열었다. 평화상은 일본 원폭 생존자 단체에 돌아간 가운데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등 2개 전쟁이 계속되는 와중에 '핵심'을 비켜 간 선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젊은 아시아 여성 작가' 한강 문학상에 전 세계 '깜짝'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등의 소설로 전세계적 인지도를 쌓은 한강(53)은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 문학의 새 역사를 썼다. 아시아 여성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한강이 처음이다. 여성 작가로서는 역대 18번째 수상자다. 올해 노벨 문학상은 아시아 여성 작가의 수상이 유력하게 점쳐졌다는 점에서 한강의 수상은 어느 정도로는 예측이 맞아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노벨 문학상은 최근 10여년간 남녀가 번갈아 받는 추세가 굳어졌는데 지난해에는 노르웨이 남성 작가 욘 포세가 받았기 때문이다. 또 아시아 작가의 수상은 2012년 중국 모옌 이후 12년간 없었다. 하지만 올해 노벨문학상 주요 후보로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강의 수상은 이변으로도 받아들여졌다. 한강이 앞서 영국 맨부커, 프랑스 메디치상 등을 받으며 이미 국제적으로 상당한 명성을 쌓은 작가이지만 유력 후보군에서 빠졌던 것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덜 알려진 한국 작가라는 점이 컸다. 중국과 일본은 앞서 이미 노벨 문학상 작가를 배출했고 매년 유력 후보군에 자국 문인들이 거론되곤 했다. 작가로서는 상대적으로 젊은 한강의 나이도 영향을 미쳤다. 노벨 문학상은 한 작가의 작품 세계 전반을 평가해 수상자를 정하기 때문에 60∼70대 이상 연령대 수상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유력 후보로 거론된 작가들도 대부분 70대 이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젊은 여성 작가' 한강이 수상하자 주요 외신과 문학계는 예측 밖이었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NYT는 중국 작가 찬쉐 등이 올해 유력 후보였다는 점을 들어 한강의 수상은 "놀라운 일"(surprise)이라고 표현했고,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예상을 뒤엎었다"고 전했다. 리베라시옹은 "올해 수상자 선정은 문화 엘리트들을 놀라게 할 것"이라고 짚었다.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한국 문학은 물론 한국 문화 전반도 다시금 주목받았다. AP와 AFP통신 등은 드라마 시리즈와 영화, K팝 등 한류 전반의 흐름을 짚으며 한국 문화의 글로벌 영향력이 커지며 주류로 자리 잡았다고 평했다. ◇ 과학 분야 주인공은 AI…첫 등장에 물리학상·화학상 휩쓸어 올해 노벨상 무대에서는 AI 관련 연구가 물리학상에 이어 화학상까지 가져가며 과학 부문의 주인공이 됐다. 8일 발표된 물리학상은 AI 머신러닝(기계학습)의 기초를 확립한 존 홉필드(91) 미 프린스턴대 명예교수와 구글 부사장을 지낸 제프리 힌턴(76)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가 받았다. 이어 9일에는 구글의 AI기업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와 존 점퍼 연구원(39)이 미국 생화학자 데이비드 베이커(62)와 함께 화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허사비스와 점퍼는 단백질 구조를 파악하는 AI 모델 '알파폴드' 개발 공로를, 베이커는 '단백질 설계 예측'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최근 급격히 발전하며 거대 혁신으로 주목받은 AI 기술은 올해 노벨상 수상이 유력하다고 일찌감치 거론됐다. 글로벌 정보분석 서비스 기업 클래리베이트(Clarivate)의 과학정보연구소의 연구분석 책임자인 데이비드 펜들베리는 구글의 AI 기업 딥마인드의 과학자들이 화학상 후보로 고려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예측한 바 있다. 하지만 AI가 그동안 주로 순수 학문 분야에 수여됐던 노벨상을 올해 처음 받으면서 2개 부문을 '접수'한 것은 이변으로 받아들여졌다. AI를 필두로 한 컴퓨터 과학은 순수 학문이라기보다는 프로그램이자 기술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학계가 아닌 업계 출신이 노벨상을 받은 것 역시 이례적이다. 허사비스 CEO와 점퍼, 힌턴 교수 세 사람 모두 빅테크 구글의 전·현직자다. 학계 안팎에서는 현대 과학의 전면에 AI가 등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NYT는 오렌 에치오니 워싱턴대 컴퓨터과학 명예교수를 인용해 올해는 노벨위원회가 인공지능을 주목한 해였다며 "인공지능이 과학계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키웠는지 인식한 것"이라고 전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도 "AI가 노벨상에 왔다"고 평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노벨상 측이 학문적 발견보다 컴퓨터를 이용한 방법론에 집중한 점을 비판하는 'AI 2관왕'이 과학 분야에 대한 논쟁도 불러일으켰다고 덧붙였다. AI 기술을 둘러싼 논란도 커질 전망이다. 당장 힌턴 교수와 허사비스 CEO 등 수상자들도 소감을 전하면서 AI가 통제 불능이 돼 인류를 위협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의 경고를 했다. 한편 생리의학상은 유전자 조절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마이크로 RNA 발견에 기여한 미국 생물학자 빅터 앰브로스(70)와 게리 러브컨(72)에게 돌아갔다. ◇ 평화상은 일본 반핵 단체…'전쟁통 비켜 갔다' 비판도 인류의 평화에 이바지한 공로를 기리는 노벨 평화상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 수단 등 지구촌 곳곳에서 계속되는 포화로 암울한 분위기 속에 발표됐다. 전쟁통에 발표되는 평화상인 만큼 노벨위원회가 수상자 선정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지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반핵 운동을 펼쳐 온 원폭 생존자 단체 일본 원폭피해자단체협의회(日本被團協·니혼히단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노벨위원회는 니혼 히단쿄가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핵 금기'(the nuclear taboo)의 확립에 크게 기여했다"며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를 두고 원폭 투하 80주년을 한해 앞두고 핵무기 위험성과 핵 군축·군비 통제 필요성을 환기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수상자 선정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우크라이나, 수단 등 현재 진행형인 전쟁들과 직접적 연관이 없다는 점을 비판하고 있다. 특히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나 국제사법재판소(ICJ) 등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이스라엘 측에서 반대하는 후보의 수상이 불발된 것을 두고 노벨위원회가 논쟁을 피해 가려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과 올해 노벨평화상을 보류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 개인 수상자 8명 평균나이 64세…여성은 한강 유일 노벨상은 총 6개 부문 가운데 지난 7∼11일 5개 부문 수상자가 정해졌고 경제학상 발표만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 발표된 수상자 가운데 개인은 8명으로, 이들의 평균 나이는 63.9세다. 최고령자는 물리학상을 받은 홉필드, 최연소자는 화학상을 받은 점퍼다. 여성은 한강 1명이고 나머지는 모두 남성이다. 또 한강을 제외한 나머지 수상자들은 모두 미국 또는 영국 출신이어서 올해 노벨상은 앵글로색슨(북미·영국)계 남성 편중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학상은 14일 중부유럽표준시로 오전 11시 45분(한국시간 오후 6시 45분) 이후에 발표된다. 노벨상 다른 분야는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의 유언에 따라 제정돼 1901년부터 수여됐는데 경제학상은 그보다 한참 늦게 시작됐다. 스웨덴 중앙은행이 창립 300주년을 맞아 상을 제정하기로 하고 노벨 재단에 기부한 출연 재산을 기반으로 1969년부터 시상하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으로 통칭되지만 정식 명칭은 '알프레드 노벨 기념 스웨덴 중앙은행 경제학상'인 것도 이 때문이다. 다른 분야 노벨상은 전쟁 등으로 중간에 공백기가 있기도 했으나 경제학상은 1969년부터 매년 빠지지 않고 수여됐다. 지난해까지 수상자는 총 93명이다. 단독 수상이 26차례, 2명 공동수상이 20차례, 3명 공동수상은 9차례 나왔다. 여성 수상자는 3명이다. 노벨상 시상식은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에 열린다. 물리학·화학·생리의학·문학·경제학상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평화상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수여된다. 수상자에게는 메달과 상금 1천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4억3천만원)가 주어진다.

  • 문화일반
  • 연합
  • 2024.10.13 09:18

한강 "거대한 파도처럼 축하의 마음 전해져…마음 깊이 감사"

노벨문학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한 소설가 한강은 출판사들을 통해 "놀랍고 감동했다"면서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는 수상 소감을 11일 밝혔다. 한강 작가는 이날 저녁 늦게 출판사 문학동네와 창비를 통해 언론에 전한 문자메시지에서 "수상 소식을 알리는 연락을 처음 받고는 놀랐고, 전화를 끊고 나자 천천히 현실감과 감동이 느껴졌다"면서 "수상자로 선정해주신 것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동안 거대한 파도처럼 따뜻한 축하의 마음들이 전해져온 것도 저를 놀라게 했다"면서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고 거듭 고마움을 표시했다. 한강은 노벨문학상 수상과 관련한 국내 기자회견은 하지 않기로 했다. 당초 한강의 작품들을 출간한 세 출판사인 문학동네, 창비, 문학과지성사는 작가 측과 노벨상 기념 국내 합동 기자회견 개최를 조율해왔으나 작가가 극구 고사해 최종적으로 회견을 하지 않기로 했다. 세 출판사는 "기자회견을 대신해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해 한강 작가님이 서면으로 전한 소감을 전해드린다"면서 양해를 구했다. 아울러 "수상과 관련해 개별 언론과의 인터뷰나 연락이 어려운 점도 모쪼록 양해 부탁드린다"면서 "보다 자세한 소감은 (오는 12월) 노벨상 시상식에서 낭독되는 수락 연설문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강 작가의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은 앞서 이날 자신의 집필실인 전남 장흥군 해산토굴 앞 정자에서 기자들을 만나 딸이 "러시아, 우크라이나 또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서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겠느냐면서 기자회견을 안 하기로 했다더라"고 밝힌 바 있다. 한강 작가는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노벨문학상 시상식에 참석해 정식으로 수상 소감을 밝힐 예정이다.

  • 문학·출판
  • 연합
  • 2024.10.12 07:51

소설가 한강이 쓴 시 '북향 방'..."봄부터 북향 방에서 살았다"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안은 소설가 한강(54)은 소설에 주로 집중하고 있지만 시도 조금씩 써서 발표해왔다. 한강의 가장 '따끈따끈한' 최신작은 지난달 발간된 계간 문학과사회 가을호에 수록된 시 두 편이다. 시 '북향 방'에는 북쪽으로 향한 방에서 살게 된 시인이 어둠과 밝음에 대한 공간적 사유와 느낌을 차분하고 서늘한 어조에 담았다. "봄부터 북향 방에서 살았다 / 처음엔 외출할 때마다 놀랐다 / 이렇게 밝은 날이었구나 (중략) 밝은 방에서 사는 일은 어땠던가 / 기억나지 않고 / 돌아갈 마음도 없다 / 북향의 사람이 되었으니까 / 빛이 변하지 않는" 또 다른 시 '(고통에 대한 명상)'에선 새장에 갇힌 새 한 마리를 보며 느낀 고통에 관한 상념을 풀어냈다. "새를 잠들게 하려고 / 새장에 헝겊을 씌운다고 했다 / 검거나 회색의 헝겊을 (밤 대신 얇은 헝겊을) / (중략) 철망 바닥에 눕는 새는 죽은 새뿐 / 기다린다고 했다 / 횃대에 발을 오그리고 / 어둠 속에서 꼿꼿이 / 발가락을 오그려붙이고 암전" 흔히 소설가로만 알려진 한강의 시인으로서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최신 작품들이다. 한강은 사실 소설을 쓰기 전에 먼저 시를 썼다. 그는 1993년 연세대 국문과 졸업 후 잡지사 '샘터' 편집부에서 기자로 일하며 습작하다가 그해 계간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시 '서울의 겨울' 등을 실으며 시인으로 등단했다. 이듬해인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붉은 닻'이 당선되며 소설가로 데뷔한 후에는 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한강은 소설을 쓰면서도 비록 소량이기는 하지만 꾸준히 시를 발표하곤 했다. 2013년에는 20년간 써온 시를 모아 첫 시집이자 자신의 유일한 시집인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문학과지성사에서 펴냈다. 이 시집에 수록된 시 '어느 늦은 저녁 나는'은 이렇다. "어느 / 늦은 저녁 나는 /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 그때 알았다 /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 지금도 영원히 /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 밥을 먹어야지 / 나는 밥을 먹었다" 한강이 가장 최근 시를 투고한 같은 지면에는 공교롭게도 대학 시절 은사인 원로시인 정현종(85)의 작품도 함께 실려 눈길을 끈다. 정 시인은 시 '어린애들과 눈이 맞아', '하루의 크기는 히말라야만큼 거대합니다' 두 편을 투고했다. "그때도 지금처럼 됨됨이가 아주 선량하고 조용한 성품이었어요. 구체적으로 기억나진 않아도 써온 시에서 신들린 것 같은 면도 느꼈던 것 같습니다." 한강에게 시 창작론을 가르쳤던 그는 한강의 대학 시절 모습을 지난 1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회고했다. 그는 당시 대학생이었던 한강에게서 문학적 재능을 감지했느냐는 질문에 당연하다는 듯이 "그럼요. 시를 잘 썼어요"라고 답했다. 한강이 대학 2학년 때쯤(1990년 추정) 자신의 시 창작 강의에 들어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는 정 시인은 당시 과제로 내준 시를 수강생들이 써오면 함께 합평과 토론을 하며 수업을 진행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전에 내가 어딘가에서 한강의 당시 글에 대해 '무당기가 있다'는 비슷한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신들린 것 같은 면을 (한강의 시에서) 느꼈던 것 같다"고 전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는 "전혀 예상도 못 했다. 참으로 그저 놀라울 뿐"이라면서 한국 문학의 "경사"라고 기뻐했다. 정현종은 신문사 문화부 기자로 일하다 서울예전(현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교수를 거쳐 1982년부터 2005년까지 연세대 국문과 강단에 선 뒤 퇴임했다. '사물의 꿈',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한 꽃송이', '갈증이며 샘물인', '고통의 축제' 등의 시집과 시선집을 펴낸 그는 한국 서정시의 전통을 혁신하고 새로운 현대시의 가능성을 개척한 대시인으로 꼽힌다. 정현종은 세계인이 경탄하는 대작가로 성장한 오래전 제자 한강에게 "앞으로도 시를 계속 쓰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 문학·출판
  • 연합
  • 2024.10.12 07:49

전북 서점가에 무슨 일이?⋯노벨상 소식에 '한강'열풍

소설가 한강의 한국 작가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뒤 전북 서점가에 한강 바람이 불고 있다. 수상 소식이 발표된 지난 10일 오후 8시 30분께 전주시에 있는 A서점. A서점 영업 마감까지 30분밖에 남지 않았지만 시민들이 서점에 모이기 시작했다.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이 전해지고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계산대 앞에는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등 한강의 책을 손에 든 시민들이 줄지었다. 한국 작가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을 함께 기념하고 싶은 마음에 달려왔다는 게 시민들의 말이다. 이날 서점에서 만난 김모(35) 씨도 지인들과 주변에서 저녁 자리를 가지다가 수상 소식을 듣고 서점에 찾았다. 자신을 포함해 함께 동석한 지인 3명에게 한강의 책을 선물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한국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사실에 괜스레 울컥했다. 수상의 영예를 함께 나누고 싶어서 저녁 먹다가 서점으로 왔다. 기념하면 좋을 듯해 제 것과 지인들 것까지 모두 샀다"고 설명했다. 해당 서점에 따르면 발표 직후 한강이 쓴 책 전권을 예약 결제하겠다는 손님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0권 정도 남아 있던 책은 다음날인 11일 오전에 모두 동났다. 13일 확인 결과 계속해서 한강 책 재고 문의가 이어지면서 현재 현장에서 예약을 받고 있을 정도다. A서점 관계자는 "사실 매년 노벨문학상 수상 후에는 어느 나라 작가던 관심이 모였다. 더군다나 한국 작가가 최초로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니 엄청 많은 관심이 모였다. 실제로 11일 오전까지 해서 모두 팔렸다. 다음주 중에 입고 된다고 해서 예약을 받고 있다. 예약도 많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또 인근에 있는 B서점에도 '품절' 팻말이 붙었다. 현재 A서점과 마찬가지로 현장에서 예약을 받고 있다. 팻말에는 "한강 작가의 도서가 일시 품절 됐습니다. 예약을 원하시는 고객님께서는 가까운 직원에게 문의 주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한강으로 인해 전북 서점가가 들썩이는 모습이다. 평소 한강의 작품을 즐겨보던 시민들은 작가의 수상이 당면하면서도 독자로서 뿌듯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김지윤(22) 씨는 "한강 작가가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야기를 소설이라는 방식으로 전달해 줬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한국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을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고 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한국 문학이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백지원(24) 씨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듣고 마치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이 금메달을 땄을 때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면서 "아직 읽어보지 못한 작품이 많은데 이번 기회에 다 읽어봐야겠다. 한강 작가의 수상을 계기로 침체된 독서 문화가 다시 활기를 찾았으면 좋겠다. 나아가 한국 문학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현우 기자, 문채연 수습기자

  • 문학·출판
  • 박현우외(1)
  • 2024.10.11 15:19

소설가 한강, 한국 최초 '노벨 문학상' 쾌거

소설가 한강(53)이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시각) 소설가 한강을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지난 2000년 평화상을 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한림원 노벨위원회는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1100만 크로나(한화 약 13억4000만 원)와 메달, 증서가 수여된다. 1970년 광주에서 태어난 한 작가는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1993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했다.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어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장편소설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소설집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노랑무늬영원> 등이 있다. 만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동리문학상, 이상문학상, 오늘의 젊은예술가상, 한국소설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한 작가는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평단의 호평을 받아왔다. 지난 2016년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을 수상했고, 2018년 <흰>으로 같은 상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2023년 <작별하지 않는다>로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받았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4.10.10 21:05

한국 첫 노벨 문학상 탄생…'채식주의자' 작가 한강 영예

소설가 한강(53)이 한국 작가로 최초로 노벨 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받은 것은 지난 2000년 평화상을 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번째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시간)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국의 작가 한강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1천100만 크로나(약 13억4천만원)와 메달, 증서가 수여된다. 이날 문학상에 이어 11일 평화상, 14일 경제학상 수상자가 발표될 예정이다. 앞서 7일에는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마이크로RNA 발견에 기여한 미국 생물학자 빅터 앰브로스와 게리 러브컨이, 8일에는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인공지능(AI) 머신러닝(기계학습)의 기초를 확립한 존 홉필드와 제프리 힌턴이 선정됐다. 9일 발표된 노벨 화학상은 미국 생화학자 데이비드 베이커와 구글의 AI 기업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 경영자(CEO)·존 점퍼(39) 연구원이 받았다. 노벨상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생리의학·물리·화학·문학·경제상)과 노르웨이 오슬로(평화상)에서 열린다.

  • 문학·출판
  • 연합
  • 2024.10.10 20:27

거장들의 예술혼과 마주하다, ‘거장들의 하모니-한국화, 살아 숨 쉬다’ 개최

전통적인 수묵화부터 근대의 새로운 미술 양식에 이르기까지 한국 미술이 걸어온 길을 짚어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정읍시립미술관은 오는 12월 15일까지 특별기획전시 ‘거장들의 하모니-한국화, 살아 숨 쉬다’를 미술관 1, 2, 3전시실에서 선보인다. 이번 특별기획전은 조선 후기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화의 정신성과 예술적 가치를 재조명하며, 한국 전통 회화의 살아 숨 쉬는 생명력을 보여준다. 또 한자 문화권 전통 회화의 최고 가치인 ‘기운생동(氣韻生動)’이라는 전통 사상에 기반해 한국화가 단순한 외형 묘사를 넘어 내면의 정신성을 어떻게 담아 왔는지를 탐구하며, 전통과 현대가 융합된 독창적인 한국미술의 매력을 선보인다. 전시는 △제1부 전통의 계승과 발전△제2부 채색의 아름다움 △제3부 현대적 변용 등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한국 전통 산수화의 맥을 계승하는 청전(靑田) 이상범, 소정(小亭) 변관식, 의재(毅齋) 허백련, 이당(以堂) 김은호, 심산(心汕) 노수현, 심향(深香) 박승무 등 ‘근대 6대가’를 조명한다. 옛 거장들의 다양한 산수화를 통해 한국 회화의 역사적 맥락과 각 작가의 생애에서 비롯된 기법 및 양식의 관계를 감상할 수 있다. 2부에서는 전통적 미감을 기반으로 각 작가의 개성 있는 기법을 통해 색채의 향연을 보여준다. 농채 색깔의 그림으로 작가적 위상을 높인 박생광과 대중적 지명도가 높은 천경자, 20세기 후반 채색화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김기창·박래현 부부 화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마지막 3부에서는 한국 근대미술의 흐름을 통해 당시 새롭게 부각되는 ‘현대성’을 탐구하고 해석하는 다양한 방식에 주목했으며, 한국화의 확장성과 비전을 제시한다. 해외 미술과 활발한 교류 속 주목받았던 이응노, 수묵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송수남, 박노수, 박대성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다. 이흥재 정읍시립미술관 명예관장은 “이번 전시는 한국 전통미술의 주요 대가들의 다양한 한국화 작품과 디지털 기술에 의해 재탄생된 작품을 체험할 수 있게 구성했다”며 “14인의 거장의 작품을 통해 한국화의 독창성과 예술적 깊이를 되새기고, 그 시대의 숨결을 느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관람료는 일반 5000원, 정읍 시민 2000원이며, 카드 결제만 가능하다. 이 밖의 자세한 내용은 정읍시 누리집과 정읍시립미술관에 전화(063-539-5178)로 문의하면 된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4.10.10 18:03

전주 독립영화의집 건립 언제쯤 본궤도 오르나?

공사비 문제와 문화재 발굴까지 갖가지 문제로 터덕거렸던 전주독립영화의집 건립 사업이 11월 착공과 함께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18년 사업 추진 계획 수립 이후 여러 차례 사업이 지연되면서 첫 삽도 뜨지 못하고 6년이 지났는데, 그 사이 사업비 예산은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사업 지연으로 인근 상권도 무너져 주변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면서 지역에서는 신속한 사업 진행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0일 전주시에 따르면 완산구 고사동 340-1번지 일원(옛 옥토주차장)에 건설 중인 전주독립영화의집은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의 영상문화 복합공간이다. 침체된 전주 구도심의 상권을 회복하고, 영화 도시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독립‧예술 영화 위주의 전용 상영관과 후반제작 시설, 시네라키비움(도서‧기록‧박물관) 등을 갖춘 공간을 목표로 지난 2020년 사업이 본격화됐다. 시는 지역 영상산업의 선순환 생태계 구축 거점 기능을 수행해 ‘영화의 도시, 전주’ 위상을 확고히 할 영상문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이에 따라 시는 267억 원을 들여 고사동 영화의 거리에 있는 옥토주차장 부지를 매입했다. 그러나 해당 부지에서 2022년부터 매장문화재 발굴 조사가 진행되면서 준공 날짜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독립영화의집은 당초 2024년 10월이 준공 목표였지만 이후 2025년 12월, 2026년 9월로 계속 늦춰졌다. 그러는 사이 사업비는 천정부지로 뛰었다. 총건립 비용은 당초 590억 원에서 최근 720억 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문화재 발굴로 주차장을 지상이 아닌 지하에 만들어야 할 상황에 놓이면서 2023년 3월부터 1년 동안은 사업비를 늘리기 위해 기재부와 협의하는데 시간을 모두 쏟았다. 다행히 현재 감리 발주 및 시공사 선정 등 필수 행정 절차 이행은 속도를 내고 있다. 시는 오는 11월부터 독립영화의집 착공에 나설 계획이며 오는 2026년 9월 개관한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문화재 발굴 등 설계 과정에서 1년 이상 시간이 소요되다 보니 착공‧준공 시기가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며 “시공사만 선정된다면 곧바로 착공할 수 있고, 계획대로 2026년 개관이 가능하다. 사업이 빨리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의 설명과 달리 사업이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독립영화의집 건립에 필요한 예산 720억 원 중 국비 159억 원이 필요하지만, 올해까지 확보한 국비는 59억 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 시공사 선정 등 필수행정 절차에 대한 변수도 남아있다. 시 관계자는 “나머지 국비는 내년과 내후년에 확보해야 한다”며 “총사업비 관리대상 사업이기 때문에 사업비 확보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4.10.10 15:34

해양쓰레기, 예술이 되다…김영봉 개인전 '눈에 밟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작품 재료 대부분이 정체불명의 ‘쓰레기’로 만들어졌고, 그 쓰레기가 예술작품으로 탈바꿈해 낯선 경험을 선사한다. 오는 26일까지 갤러리 숨(관장 정소영)에서 열리는 기획전시 김영봉 개인전 ‘눈에 밟히다’는 바닷가에서 수거한 쓰레기가 만들어낸 이야기다. 작가는 환경 위기에 직면한 오늘날의 상황을 조명한다. 해변에서 주운 플라스틱병과 뚜껑, 유리병, 나뭇조각, 버려진 그물 등을 예술의 언어로 표현하고 옮겨 우리 사회의 불안정한 단면을 함축적으로 아우르고, 절실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이 인상 깊다. 김 작가는 작업노트를 통해 "오랜 시간 인류는 지속적으로 자연환경을 훼손하고 파괴함으로써 이제까지 진화해 온 안정적인 환경과는 전혀 다른 환경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며 "우리는 청결한 삶을 살고자 할수록 자연은 더 오염되고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전시를 통해 단지 자연보호를 역설하고나 지구 위기에 대한 경각심만을 강조하지 않는다. 인정하기 싫어도 누군가는 균열을 가해야 하고, 눈에 밟혀 두고 온 것들을 저 아래에서 끄집어 올려야 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음을 인식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 태도는 현재 마주하고 있는 ‘인류세’에 대한 자성적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고립에서 공존으로 이행되는 예술이 과연 무엇인지 관람객들에게 질문한다. 김영봉 작가는 군산대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 미술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그동안 ‘버릴 것 없는 전시’, ‘우연의 시차’, ‘우연한 물음’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한편, 갤러리 숨은 40대 이후 작가들을 응원하기 위해 '당신을 초대합니다' 기획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김영봉 개인전 '눈에 밟히다'는 하반기 두 번째 전시 일정으로 갤러리 숨은 오는 12월까지 기획전시를 이어갈 예정이다.

  • 전시·공연
  • 박은
  • 2024.10.10 14:48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근혜 작가-이정주 '카카오톡이 공짜가 아니라고?'

아침에 눈을 뜨며 곧장 카카오톡부터 확인한다. 자는 사이 왔을 카톡과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언제부턴가 버릇이 됐다. 일하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친구와 수다를 떨다가도 습관적으로 카카오톡을 본다. 하루에 적게는 서너 개, 많게는 수백 개의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고, 실시간 뉴스와 쇼핑을 할 수 있다. 게다가 송금까지 되니 만물백화점이 따로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제 카카오톡은 없어서는 안 될 삶의 일부다. 아마도 나 같은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대체 카카오톡에는 어떤 영업비밀이 있기에 쏠림 현상이 일어나는 걸까? 왜 다른 플랫폼은 카카오톡만큼의 영향력이 없을까? 카카오톡이 나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지 다들 한 번쯤 생각했으리라. 이런 의문에 답을 주는 책 한 권을 최근 알게 됐다. 작가는 이정주. 출판사는 개암나무. 작가는 중앙대 문창과를 졸업하고 20년간 대기업 홍보실에서 일한 경험을 녹여 어린이를 위한 경제 서적을 출간했다. 이름하여 『카카오톡이 공짜가 아니라고?』(이정주/개암나무)이다. 작가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경제의 흐름을 알면 선택이 필요한 상황에서 훨씬 유리하리란 생각에 이 글을 썼다고 밝혔다. 내가 여태 그걸 몰라서 불리한 경제 활동을 했던 걸까? 더불어 어린이들이 생활 속에서 경제를 파악하는 눈을 지니고 현재에서 미래로 이어지는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지식과 지혜를 얻기를 바라면 좋겠다는 출간의 뜻을 밝혔다. 분명 어린이의 경제 관념을 키워주기 위해 쓴 책일 텐데 마치 경제에 미숙한 어른이인 나를 위해 쓴 것 같아 마음이 쏠린다. 서둘러 목차를 보았다. 유튜브부터 무인 점포까지 어린이들이 가장 관심 있고 좋아하는 소재로 구성되었다. 질문 형식의 제목들은 책을 읽기 전에 어린이 스스로가 이런저런 답을 생각해 보게 했다. 내용은 두말해서 무엇하리. 20년 동안 대기업에서 듣고 묻고 실천했을 경제 논리를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친절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모든 주제의 출발은 짧은 동화다. 딱딱하고 지루한 경제 상식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포문을 열어 정보글로 수월하게 진입하도록 돕는다. 동화를 읽고 나면 <생각해 봅시다>라는 코너가 나오는데 앞선 이야기에서 토론 거리를 가져와 주제를 심도 있게 살피게 한다. 다음 장에서는 관련 정보를 세분화하여 읽는데 지루함이 없도록 했다. 등골브레이커라는 신조어가 있다.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지우는 사람이나 제품 따위를 속되게 이르는 말인데 한 벌에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유행템을 사달라는 아이의 요구로 부모의 등골이 휘어진다는 웃지 못할 사회 현상이 씁쓸하기만 하다. 무분별한 묻지마식 소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올바른 경제 개념을 키우는 노력을 해야하지 않을까? 그 시작이 독서면 어떨까? 백 마디 말보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경제 서적을 읽으면서 대화하고 계획을 세우다 보면 자연스럽게 경제를 이해하고 올바른 소비 습관을 키울 것이라 믿는다. 그 작고도 큰 습관은 어른이 되었을 때 거대기업의 상술에 휘둘리는 호구가 아닌 현명하고 주체적인 소비자로 이어질 것이다. 김근혜 작가는 2012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동화 『다짜고짜 맹탐정』과 『봉주르 요리 교실 실종 사건』, 『유령이 된 소년』, 『나는 나야!』, 『제롬랜드의 비밀』 등을 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4.10.09 16:28

고대 그리스 신화와 현대 브랜드에 관한 흥미로운 탐구…김원익 '브랜드로 읽는 그리스신화'

그리스 신화 속 신과 인물들의 이름이 어떻게 현대의 브랜드로 활용되는지를 흥미롭게 풀어낸 인문교양서가 출간됐다. 신화연구가 김원익 박사가 펴낸 <브랜드로 읽는 그리스 신화>(세창출판사)에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브랜드들이 어떻게 그리스 신화의 요소를 차용하고 있는지를 독특한 시각으로 조명한다. 이를테면 승리의 여신 니케가 어떻게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이름과 로고가 되었는지, 메두사의 이미지가 왜 베르사체의 상징이 되었는지 등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고대부터 최근까지 신화 이야기꾼들은 모두 이구동성으로 헤라의 질투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진 이들의 이야기를 열거하며 헤라를 줄곧 질투의 화신으로 비난하는 데만 급급했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많이 변한 만큼 헤라의 질투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만날 한눈만 파는 제우스에 대해 결혼과 가정을 끝까지 지키려는 노력의 소산으로 말이다.”(본문 중에서) 저자는 유명 브랜드, 상표, 로고, 심리학 개념, 영화, 음악 등에 관한 신화 120가지를 소개하면서 이들의 이름이나 상징이 오늘날 어떻게 재해석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그리스 신화가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가 아닌, 현대 문화와 소비사회 속에서 살아있는 생생한 이야기라는 사실을 독자에게 전달한다. 그뿐 아니라 신화적 요소가 현대 마케팅과 브랜딩 전략에 어떠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는지, 이러한 전략이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해 설명하고 신화가 어떻게 현대인의 욕망과 가치관을 반영하고 있는지를 세밀하게 살펴본다. 저자는 서론에서 “신화는 수천 년 동안 내려오면서 다른 이야기들과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은 이야기로 세상 모든 이야기의 모델이자 원형”이라며 “신화는 바로 지금 여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가 신화를 읽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 김원익 박사는 전주고, 연세대 독어독문과를 졸업하고 독일 마부르크 대학교에서 수학했다. 1996년 연세대학교에서 '릴케의 말테의 수기와 대도시문제'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KBS 2TV에서 '신화, 인간의 거울'이라는 제목으로 4회에 걸쳐 TV특강을 했으며, SBS 라디오 '책 하고 놀자'에서 '김원익의 그리스 신화 읽기' 코너를 담당했다. 지난 2022년을 끝으로 스스로 대학강사직에서 은퇴한 뒤 2023년부터는 도서관, 학교, 기업체 등의 인문학 강연과 집필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는 (사)세계신화연구소에서 ‘아카데미아 인문학당’을 운영하고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10.09 16:27

화폭에 담긴 사유의 시간⋯갤러리 빈산, 송만규 초대전 '강물은 흘러서 어디로 가나' 개최

‘섬진강 화가’이자 ‘강(江)의 사상’으로 널리 알려진 송만규 작가의 신작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경남 하동에서 열리고 있다. 경남 하동의 한 소 외양간을 고쳐 만든 갤러리 빈산이 9번째 전시로, 송만규 초대전 ‘강물은 흘러서 어디로 가나’를 다음 달 9일까지 개최한다. 오는 12일 오후 4시에는 작가와의 대화를 진행한다. 송 작가는 20여 년을 줄곧 섬진강 물길을 따라 오르내리며 강의 사계를 수묵의 붓질로 화폭에 담아왔다. 작가의 작품 속 수묵의 붓질은 사납지 않고, 그를 치유했던 강의 손길처럼 따스하고 부드럽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특히 이번 초대전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27점의 신작에는 지난여름 작가가 갤러리 빈산을 처음 찾아와 머물며 평사리 들판과 동정호와 강가를 거닐고, 한산사에 올라 땅별을 보며 오래도록 사유한 시간이 담겨 있다. 갤러리 빈산 관계자는 “황소처럼 순정한 눈망울과 섬진강 갯버들처럼 부드럽고 따스한 마음을 지닌 사내 송만규는 시냇물을 건너고, 강가의 작은 들꽃을 바라볼 때는 어린아이처럼 천진하기만 하다”며 “노자가 ‘두터운 덕은 아이와 같다’라고 하고 예수가 ‘어린아이가 되지 않으면 천국에 갈 수 없다’라고 한 까닭을 자꾸만 헤아리게 된다. 이번 전시를 통해 강의 어둑한 소리를 듣는 모두에게 빈산을 밝히는 보름달처럼 가을의 평화를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4.10.09 16:27

'가족'의 의미를 발견하다…윤철 수필집 '나를 닮은 타인 그 이름 가족'

가족이란 무엇일까. 윤철 작가는 인생에서 수시로 떠오르는, 당연해 보이지만 쉽게 잊는 물음에 대한 답을 가족에서 찾고 있다. 윤 작가는 자신을 닮은, 자신과 가장 가까운 ‘가족’과 가족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스스로 답을 구했다. 가족을 들여다보면서 “왜 글을 쓰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졌고, “후회의 아픔과 깨달음의 기쁨을 공감하기 위해 쓴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렇게 쌓인 말과 글이 최근 수필집 <나를 닮은 타인 그 이름 가족>(정보출판사)에 담겼다. 작가는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큰 틀에서 책은 그가 살면서 스쳐온 인연, 생각, 철학을 차분하게 담아내는 것에 집중한다. 그는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감정부터 가족 간 갈등 속 마주한 감정 등을 담백하게 농축시켰다.. 편안한 호흡으로 술술 읽어 내려가는 독자가 작가의 가족을 대하는 태도나 모습에서 자신과 비슷한 지점을 발견하기도 해 가끔 멈칫하게 되는 것도 이 책의 매력이다. 인생의 경험과 연륜이 묻어난 글을 음미하다 보면 마음의 깊은 곳에서 채근하는 소리가 들려올지도 모른다. “낯설고 어색해도 가족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건 어때. 가족들에게 한 걸음 떨어져보는 건 어때"라고 말이다. “사람들에게 부대끼고 생업에 지쳐서 물속에 넣었다가 건진 솜처럼 무거운 몸을 쉬고 싶을 때, 세상살이의 예리한 칼날에 스치고 찔린 상처가 쓰리고 아플 때는 물론이고 자랑하고 싶은 좋은 일이 생겼을 때도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게 가족이다.…(중략)…그래서 가족 사이의 문제는 미술품처럼 한걸음 떨어져서 쳐다보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다. 가족일수록 남들에게 지키는 예의와 체면을 더 예민하게 갖춰야 할 것이다”(본문 중에서) 총 6개 목차로 구성된 책은 이미 신문과 잡지에 발표된 글을 포함해 42개가 실려 있다. 안도 문학평론가는 “윤철 수필가는 친숙한 소재를 바탕으로 깨끗하고 꾸밈없는 수필을 쓴다”며 “멋을 부리지 않은 글에서 수필의 예술적 기법에 대한 내공이 깊음을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의 수필을 읽다 보면 글 속에 등장하는 존재들과 하나가 되는 듯 한 조화로움에 빠지게 된다. 이 감동이 곧 예술성”이라고 덧붙였다. 김제에서 태어난 윤 작가는 전북대 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수필전문지 <에세이스트>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문단 활동을 시작했다. 전북수필문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전북문인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수필집 <칸트에게 보내는 편지> <당신 가족은 안녕한가요> 등을 펴냈으며 전북수필문학상, 행촌수필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10.09 15:21

혼란의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삶과 고뇌, 이광재 작가 장편소설 ‘왜란’ 펴내

동학농민혁명을 다룬 <나라 없는 나라>로 제5회 혼불문학상을 받은 이광재 작가가 장편소설 <왜란>(목선재)으로 돌아왔다. ‘왜란’은 450년 전 함평 이씨 가문의 이유(李瑜)를 중심으로 7년 동안 이어진 조선 시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배경으로 한 장편소설로, 당시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갔던 사람들의 삶과 고뇌를 깊이 있게 그리고 있다. 작가는 이번 소설을 일본의 침략으로만 좁혀졌던 임진왜란이 조선과 일본, 명나라 등이 뒤엉킨 국제전이었다는 인식에서 소설을 전개하며, 명나라의 멸망과 청나라 건국의 계기가 된 사르후 전투를 살피면서 조선이 관여된 동북아 국제대전의 본질을 따라간다. 간결하고 당당한 문체로 내공을 지닌 작가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소설적 상상력을 발휘해,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개성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소설은 실제 이순신과 광해군, 선조, 고경명, 조헌, 권율 장군 등 조선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들이 등장해 사실성을 더하고, 그들의 이야기는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더욱 생생하게 느끼게 한다. 특히 작가는 책에 등장하는 허구의 인물인 이유의 노비 '거북손이'를 탄생시켜, 이야기를 더욱 극적으로 이끌어간다. “숨을 고른 거북손이는 상대의 왼쪽과 오른쪽 허리를 연결 동작으로 찌르며 후일자세(後一刺勢)로 돌아갔다. 연달아 고개를 쳐든 이무기가 물을 뿜듯이 머리에서부터 몸을 쪼개기 위해 장교분수세(長蛟噴水勢)를 선보였다. 역시 적으로부터 순식간에 덮쳐 상대를 제압하는 왜검에 비해 동작이 크고 화려했으며 마지막 검을 받는 왜장은 거북손이의 누르는 힘 앞에서 온몸을 떨며 구슬땀을 흘렸다. 뒤로 물러서서 잠시 방어 자세를 취한 거북손이가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비비어 찌르고 뛰어올랐다. 그런 다음에 한 걸음 나아가며 다시 찌르는데 칼끝이 상대의 갑주에 닿았다. 그러나 갑주 때문에 깊이 찌르지 못한 채 칼을 빼자 왜장이 찔린 가슴께를 잠깐 내려다보았다.”(‘왜란’ 본문 중 발췌) 이처럼 이야기 속 거북손이는 비범한 검술로 왜군에 맞서는 인물로, 조선 사회에서 노비나 평민 계층이 겪었던 어려움을 대변하는 상징적 인물로 그려진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전란 속에서 백성들이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는지와 동시에 무협이라는 장르가 지닌 스산함과 장엄함 등을 독자에게 전한다. 범현이 소설가는 해설을 통해 “이광재 작가는 부안 의병전쟁을 동아시아 국제전쟁 ‘사르후 전투’로 까지 의미를 확장한다”며 “동아시아 4개국이 뒤엉켰던 국제대전의 비장함이 작가의 상상력으로 드러난다. 잊히는 우리의 지리지와 언어에 대한 꼼꼼한 복원도 덤으로 누릴 수 있다, 자신 있게 일독을 권한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군산에서 출생했다. 그는 1989년 <녹두꽃2>에 단편 <아버지와 딸>을 발표했다. 이후 20년간 떠돌다 전봉준 평전 <봉준이, 온다>를 썼고, 장편소설 <나라 없는 나라>로 2015년 제5회 혼불문학상을 받았다. 이 밖의 저서로는 장편소설 <수요일에 하자>, 단편집 <늑대가 송곳니를 꽂을 때>가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10.09 15:15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