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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풍경']이정표

빠르지도 멀지도 않은 길은 놓칠 염려 없었습니다. 어쩌다 좀 멀리 나갔을 땐 누군가에게 길을 물었지요. 갈수록 길은 빠르고 멀어집니다. 세상에는 사람이 넘치고요. 그러나 앞뒤로 빵 빵 자동차뿐, 길엔 사람이 없습니다. 누구 하나 붙들고 길을 물을 수 없습니다. “이 길을 곧장 가다 느티나무를 만나거든 오른편으로 꺾고, 담배 한 대 참…”, 제 길처럼 일러주던 이들 길 따라 세월 따라 흔적도 없습니다. 안경을 쓰고도 자주 길을 놓칩니다. 발에 꼭 맞는 신발을 신고도 자주 길을 헤맵니다. 바로 가면 강진 지나 임실 지나 진안 장수 대구로 이어지는 30번 국도랍니다. 오른쪽으로 빠지면 지금 활활 불이 붙었을 내장산이고요. 반대쪽은 산외를 지나, 전주로 가는 27번 국도와 만나는 49번 지방도랍니다. 행여 해찰하다가 길도 세월도 사람도 놓친 이들은 빙글 로터리 돌아 처음으로 다시 가면 될 것입니다. 누구는 저 길을 따라 도시로 나갔겠지요. 넓고 빠르고 먼 길만 쫓다 지쳐 이정표를 보았겠지요. 또 누구는 저 길을 따라 돌아와 가쁜 숨을 고르겠지요. “길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고 H. D. 소로우가 말했지만 아마도 길을 잃고 싶은 사람은 세상에 없을 겁니다. 놓치고 잘 못 든 길은 이정표로 찾아가겠지만, 되돌리고 싶은 인생길은 어떻게 찾아가야 할까요? 길이 있기에 인간은 방황할 수밖에 없다면, 인생의 이정표는 책이요, 학교요, 어른이겠습니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4.10.19 08:00

가을날 전시 관람 어때?…특별한 감각을 느껴볼 수 있는 전북 전시

인상주의 화가 카미유 피사로는 “매년 가을이 되면 모든 감각이 되살아난다”고 했다. 변화와 수확의 계절, 가을날 특별한 감각으로 채워진 전북 지역 전시회를 소개한다. △이남 배옥영 초대전 <먹 그리고...> 먹은 단순히 시각적 성질에만 머물지 않는다. 먹은 다층적이고, 유동적인 의미를 지닌다. 검은빛이 품은 동양적 철학을 문인화가 배옥영은 먹의 번짐과 물올림 등의 기법으로 시각화해 선보인다. 아남 배옥영 초대전 <먹 그리고...>가 22일부터 28일까지 청목미술관에서 열린다. 화가는 먹과 물, 붓의 터치로 동양적 색채와 사유를 한지에 새겼다. 전시에서는 문인화가 지닌 강하고 단순한 처리 방식과 동양화의 사유방식이 결합된 작업물 30점을 관람할 수 있다. △전북자치도 한국예술문화명인전 <2024 명인 동락(同樂) 함께 즐거움> 예향 전북의 토대를 만든 예술문화명인들의 작품이 18일부터 24일까지 전북예술회관 기스락 2실에서 전시된다. ‘2024 명인 동락(同樂) 함께 즐거움’을 주제로 열리는 전시는 김성수, 권애란, 이완재, 최용곤 등 18명의 예술문화명인이 참여한다. △안준희 초대전 <필무(筆舞)> 수묵 전통의 뿌리를 이어가고 있는 화가 안준희 초대전 ‘필무’가 12월 1일까지 산속등대미술관에서 열린다. 작가는 현실 너머의 세상을 선(線)과 선(禪)이란 화두로 표현해낸다. 덧칠하지 않은 자유분방한 필선은 산뜻하고 간결해 수묵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빠른 필치로 한 호흡에 그려져 거칠다는 인상을 자아내지만, 그의 숙련된 필력은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박동삼 개인전 <사물의 기억> 사물의 실루엣을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박동삼 작가가 개인전 ‘사물의 기억’ 을 통해 인간과 사물에 대한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북도립미술관 서울분관에서 27일까지 열리는 ‘사물의 기억’에는 작가가 그동안 한지 문화를 확장하고자 시도했던 노력들이 담겨있다. 작가는 한지에 투명테이프와 라이트박스 등을 이용해 사물의 실루엣을 함축적이고 상징적 이미지로 전복시켜갔다. 이번 전시에서도 실루엣을 매개로 물질화된 기호성을 해체해 조형언어로 발전시킨 작품들을 선보인다.

  • 전시·공연
  • 박은
  • 2024.10.17 18:09

인간의 끝없는 탐욕을 들여다보다…아트컴퍼니 두루 '런어비스' 선보인다

아트컴퍼니 두루는 2022년부터 공감이라는 주제로 인간과 환경의 소재를 다룬 4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올해는 ‘물질과 탐욕’이라는 소재를 뮤지컬 ‘런어비스(연출 송광일‧예술감독 김소라)’로 선보인다. 뮤지컬 런어비스는 지난해 쇼케이스 공연으로 관객들에게 선보였던 작품 '러스트'의 확장판이다. 작품은 '물질이 가장 우선시되고 있는 사회에서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꺼내야 하는가?'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돈만 쫓고 편리함만 취하며 혼란스럽게 변한 현 세태를 풍자하고,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김소라 예술감독은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답이 어디에 있는지를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이 작품이 작은 울림을 주고 마음속에 하나의 여운으로 남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공연은 11월 21일(오후 7시30분), 22일(오전 11시, 오후 7시30분), 23일(오후 2시, 5시)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펼쳐진다. 뮤지컬 티켓은 인터파크에서 예매 가능하며 공연문의는 아트컴퍼니 두루(duru-1004@naver.com)로 하면 된다. 한편, 본 공연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 창작주체사업의 지원 및 후원을 받아 진행한다.

  • 전시·공연
  • 박은
  • 2024.10.17 15:39

쓰레기 만들지 않는 비건 장터, ‘불모지장’의 아홉 번째 이야기

불편한 모험을 통해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드는 장(場), 불모지장이 가을 장터로 오는 19일 ‘문화공간 명천재’에서 열린다. 이번 장터 역시 음식, 소품, 디저트, 농산물, 체험 등 33여 팀과 공연, 워크숍 등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으며, 누구나 쉽게 일회용품과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장을 보고, 비건 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는 시간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특히 이번 아홉 번째 장터는 전국 수선의 날(10월 19일)에 열리는 만큼, 지속 가능한 의생활 문화 구축을 위해 2022년 설립된 비영리 스타트업, (사)다시입다연구소와 협력해 진행된다. 때문에 이번 불모지장에서는 △옷 교환 파티 △<수선의 미학> 저자와의 북토크 △수선 워크숍, 깁;다 △오손도손 수선 체험 등 수선에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체험 활동, 커뮤니티가 계획됐다. 이날 예정된 프로그램은 사전 접수와 당일 현장 접수를 통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일회용품 없이 장터를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불모지장에서는 개인 수저를 비롯한 다회용기와 장바구니는 필수품이다. 실제 이날 불모지장에서 제공하는 모든 음식과 음료는 일회용품 없이 다회용기로만 제공될 예정이며, 판매하는 농산물과 소품 역시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나 다회용기에 담아갈 수 있도록 준비된다. 불모지장 관계자는 “장을 찾은 많은 사람이 손수 준비한 용기와 텀블러로 식사를 하고, 양파망이나 장바구니로 농산물을 담아가는 모습이 이제 불모지장의 상징이 됐다”며 “선선한 날씨 속 펼쳐질 불모지장을 통해 많은 분이 비건문화를 체험해 보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4.10.17 15:06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특별기고②] 문학적 토양과 예술적 확장성, 그리고 우리

1. 문학적 토양 한승원 선생님의 토굴에 간 적이 있었다. 마침 방문객이 없어서 방 한가운데 찻상을 펴 놓고 제법 오래 말씀을 들었다. 물론 소설 쓰는 따님 이야기도 하셨다. ‘아버지 한승원’을 뵈러 간 자리라 ‘따님 한강’ 이야기는 곁들이 정도로 들어 넘겼었다. 내가 ‘한강’의 작품을 처음 읽은 것은 「몽고반점」이다. 단행본이 아닌 철 지난 문학잡지에서 읽은 기억이 있다. 그때 나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처절하고 슬프고 안타깝고 아픈 이야기를 이렇게 감정을 달래면서 써 내려갈 수 있구나. 읽는 내내 오히려 독자인 내가 감정을 다스리기가 힘들었다. 나중에야 이 작품이 『채식주의자』 속에 있는 작품인 줄 알았다. 그리고는 ‘한강’의 다른 작품을 찾아 읽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과 함께 소설가 아버지 한승원과 소설가 오빠와 동생, 그리고 국문과에 다니는 아들, 소설가가 직접 운영한다는 작은 책방까지 모두 떠올랐다. 한강 소설가의 삶은 문학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을 만큼 문학적 토양이 정말이지 비옥하고 찬란하기도 했다. 이 토양이 한강 소설가를 성장시킨 것이다. 2. 예술적 확장성 한강 소설가의 「소년이 온다」라는 작품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사진을 본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한강 소설가가 직접 부른 노래도 다시 떠오르고, 그가 거론한 악동뮤지션의 노래도 다시 떠오른다. 소설가의 작품을 연극으로 옮긴 ‘휴먼 푸가’도 찾아보고 굴렌 굴드도 다시 찾아본다. 때를 만난 듯, 모두 손잡고 떠오르고 있다. ‘한강’의 작품은 수상 이후에 더 많은 연극과 영화로 제작될 것이다. 사진 한 점에서 촉발된 예술적 영감은 소설로, 음악으로, 연극으로, 영화로, 다양한 예술 장르로 변주될 것이다. 사람들은 한강 소설가의 작품을 다시 읽을 것이다. 벌써 출판계와 서점가가 흥성이지 않은가? 나도 오래된 책더미를 몇 번이나 뒤적거렸다. 이젠 우리가 받았던 위로와 감동을 전 세계 사람들도 받게 된다. 한강 소설가가 우리에게 던졌던 삶의 본질에 관한 질문은 세계인들에게 같은 질문으로 던져져 그 파문이 널리 번질 것이다. 이것이 한강 소설가와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증명된 예술의 힘이요 확장성이다. 3. 그리고 우리 노벨상 수상 소식을 듣는 그 시각에 나는 컴퓨터 앞에서 보조금 정산과 씨름하고 있었다. 갑자기 이런 문단 행정 따위는 집어던지고 마을의 작은 모퉁이를 돌아가서 혼자서 노을을 바라보고 싶어졌다. 거기서 바람이 버드나무의 머리카락을 쌀쌀 씻어주는 소리에 가만가만 귀를 열고 싶었다. 그러나 이런 일도 더 좋은 작품을 창작하고 싶어 하거나 그럴 가능성이 얼마든지 열려있는 예술인들에게 봉사하는 일이라며 애써 나를 달랬다. ‘한강’의 작품은 우리 문학을 끌고 가는 손잡이고 기둥이 될 것이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소설가는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문학도 드디어 부력을 얻을 것이다. 번역의 문제나 지원의 문제, 심지어 이데올로기의 문제 등으로 터덕거리던 한국문학이 스스로 해법을 터득하고 세계의 하늘 높이 떠오를 것이다. 몇 번을 축하해도, 몇 날을 기뻐해도 오히려 모자란 날들이다. 축하드린다. /김영 석정문학회 회장

  • 문학·출판
  • 기고
  • 2024.10.16 18:18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정숙인 작가-전희식,김정임 '똥꽃'

인류는 이런저런 이유로, 지구 곳곳에서 다른 목소리와 생태로 살며 갈등과 경쟁을 하면서도 서로를 그리워하고, 의지하고, 돌본다. 혼자이든 둘이든 여럿이든, 사회 공동체라는 스펙트럼에 고였다 사라진다. 『똥꽃』은 원시적인 모자간의 이야기이고 둘의 이야기이다. 그 모자(母子)의 일상을 따스한 시선으로 쫓을 때 독자는 그들의 삶이 아닌 내 삶의 사다리를 조금은 더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똥꽃』 의 저자 전희식은 ‘가족을 돌보고, 요양원을 지키고, 누군가를 챙기느라 수고하는 분들께 위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15년의 시간차를 두고 개정판’을 냈다 한다. 초판에서 개정판으로 재구성되기까지의 십몇 년의 시간 사이에는 전희식, 김정임 두 저자의 생(生)과 사(死)가 있다. 멀찌감치 파도가 밀려간 해변을 걷다, 이미 사라진 물결의 각인을 발견했을 때의 가슴 아린 그리움처럼 어머니와 아들의 시간이 부려놓는 삶의 깊이에 저절로 숙연해지고 만다. 어머니와 2년 가까운 날의 일상을 초판으로 읽었던 독자라면 어머니와 함께한 6년여의 세월 이후 추모의 시간까지, 숨은 그림처럼 덧붙여진 이야기를 찾는 재미도 있다. 어머니를 돌보던 아들의 깨달음은 수없이 많은 아포리즘으로 완성되어 마치 소설 같기도 한, 두 저자의 이야기는 독자의 가슴에 생생하게 부딪혀온다. 전 권에 흐르는 모자의 에피소드는 큰형님 집에 사시는 어머니를 찾아뵌 어느 날로부터 시작된다. 어머니의 환각 증상을 접했을 때의 충격은 아들의 말을 거둘 만큼 컸다. 당신 삶의 여정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무시당한다고 느꼈을 어머니의 좌절감을 생각해 본다. 치매란 가족 모두에게 있어 당황스럽고 난처한 일임은 분명하다. 어머니가 그린 똥꽃을 생각하면 그렇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고통이나 아픈 감정으로 바로 연결 지어 돌봄이 힘들다는 것으로 귀결시키는 것은 신중해야 할 일이다. 아들은 어머니의 치매를 ‘포기한 삶의 틈새로 끼어든 이물질들’이라고 결론 냄으로써 진정, 어머니의 망각을 ‘잠재된 고의’였다고 이해한다. 필자는 이런 생각이 든다. 노쇠한 몸을 더 이상 통제하지 못하기에 느끼는 참담함에 이어 자신을 수용하는 대신 자신의 기억을 거세시킴으로써 일탈에 성공하는 것이 치매가 아닌가 하고. 사회적 존재로서 살아온 당신의 존엄을 침해당하지 않기 위한 거스를 수 없는 손실, 꼬리 밟힌 도마뱀이 몸의 일부분을 포기하듯 무의식적 자아가 자신의 기억을 내치는 건 아닐까 하고. 우리가 즐겨하는 ‘알아서’의 코드를 작동시켜, 통제되지 않고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세포들이라서 그랬을 거라고. 인간의 육체에 담긴 가늠할 수 없는 수의 우주의 작업 방식이라고. 모자의 관계는 선택할 수 없는 일이라 해도 무엇보다 자신의 존엄을 위해서 식물적 삶을 산다고. 두 저자인, 어머니와 아들의 일상을 보면 현재를 재조합하는 설계자가 되는 어머니와 그 세계의 파동으로 같이 순항해 가는 아들의 극적인 돌봄의 경지에서 독자도 덩달아 환희를 경험하게 된다. 치매를 겪는 어머니의 세계를 아들이 사는 평행 세계 어디쯤이라고 상상한다면 놀랍게도, 분명 우리가 유레카라고 할 수 있는 존엄의 키워드를 찾아낼 수 있다. 독자는 어머니 자신과 어머니가 아닌 그 누구의 세계로 각기 존재한다고 믿고 싶어진다. 정숙인 작가는 2017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백팩'으로 등단했다. 작품으로는 몇 편의 단편소설과 채록집 <아무도 오지 않을 곳이라는, 개복동에서>(2017)가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4.10.16 18:17

박상재 동화집 '하지 아저씨와 삽살개'…특유의 따뜻하고 서정적인 정서 녹여내

세상에는 무수한 말이 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 갚는다’는 속담처럼 다정한 말, 힘이 되는 말, 내일도 또 듣고 싶은 말이 많아지면 세상도 살 만해지는 건 당연지사다. 한국 아동문학계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박상재 작가는 동화집 <하지 아저씨와 삽살개>(단비어린이)를 통해 말의 의미와 힘을 살핀다. 열 편의 동화에는 하나같이 완벽하지 않고, 결핍과 아픔을 지닌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자신이 가진 결핍으로 인해 좌절하고 속앓이를 한다. 그러나 결국 인물들은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며 조금씩 아픔을 딛고 또 다른 세상을 향해 일어선다. 작가는 세상살이의 어려움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되, 특유의 따뜻하고 서정적인 정서를 이야기에 녹여낸다. 그래서 인물들의 가슴 시린 사연조차도 포근하게 감싸낸다. 술술 읽히는 간결하고 쉬운 문장에 서정적인 문체와 유려한 우리말이 어우러져 긴 여운을 주는 것도 이 책의 매력이다. 1956년 장수에서 태어난 박상재 작가는 단국대 대학원 국문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1년 <아동문예> 신인상에 동화 ‘하늘로 가는 꽃마차’가 당선된 후, 1983년 새벗문학상에 장편동화가 198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됐다. 한국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 한정동아동문학상, 이재철아동문학평론상, PEN문학상 등을 받았으며 <원숭이 마카카> <개미가 된 아이> <달려라, 아침해!> 등 다수의 동화책과 <한국 동화문학의 어제와 오늘> 등의 연구서를 펴냈다. 현재 한국아동문학인협회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10.16 16:52

'생생한 산촌 생활의 기록'⋯김익두 교수, '민하마을 사계: 여름' 출간

"살다보면,/ 아무데도 더 이상은 갈 데 없는 날이있습니다./ 이런 날은,/ 한 번 자릴 잡은 다음엔/ 그 어디에도 가지 않기로 작정을 허고 사는 나무들을 바라봅니다./ 한참/ 바라보다가,/ 나무에게 어디든 좀 가고싶진 않느냐 물으니,/ 나무는/ 그저 묵묵부답./ 저도,/ 잠시 그 옆에 앉아서 묵묵부답./ 잠시,/ 묵묵부답의/ 당신을 생각하고 있어요./ 그대와 나 사이,/ 한없이 흘러가는 세월을 생각하고 있어요./ 안녕." (시 '여름 5-이런 날 1' 전문) 전 전북대 국문과 김익두 교수의 자연-생태 시 연작시집인 <민하 마을의 사계:여름>(문예원)이 출간됐다. 김 교수의 9번째 시집이기도 한 이번 시집은 지난해 9월에 발간된 <민하 마을의 사계: 봄>에 이은 두 번째 연작 시집이다. 시집에는 총 154편의 신작 시가 실렸으며, 김 교수가 정읍 산외면 정량리 민하마을에 들어가 홀로 살며 직접 체험한 시적 체험을 아주 구체적으로 기술돼 있다. 또 시집 속 모든 시의 말미에는 해당 시가 쓰인 날짜도 함께 기록돼 있어, 그 시가 탄생한 현실적 맥락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호병탁 평론가는 해설을 통해 “이 시집은 일기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며 “일기에는 허위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이 하루하루의 기록은 모두 진실이다. 김 교수는 이러한 ‘진실’을 통해 끊임없는 ‘구도자’의 모습으로 독자에게 다가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시인의 말을 통해 “정읍 산외면 정량리 민하마을에서 매일 몸소 체험하고, 생생한 산촌 생활의 기록”이라며 “모든 물생이 함께 더불어 같이 살아 있다는 것만큼 아름다운 건 없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아름다운 세상에 함께 살아 있는 당신께, 이 작은 시집을 바친다”고 밝혔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10.16 16:52

‘광주 밖’ 5·18의 진상을 기록한 최초의 책, ‘광주 밖, 전국의 5·18 진상' 발간

5·18은 오랫동안 ‘광주사태’로 불렸다. 이는 전두환 등 내란세력이 5·18을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열흘간 관주 일원에서 일어난 소요사태로 축소·왜곡한 규정이 우리 사회를 지배했기 때문이다. 물론 ‘광주’는 5·18의 핵심 실체이며, 동시에 상징이다. 하지만 1980년 5월 17일 자정 직후 ‘전북’의 이세종(전북대생)이 계엄군에 의해 쫓기다 사망했고, 같은 달 30일 ‘서울’의 김의기(서강대생)가 ‘동포에게 드리는 글’을 뿌리고 투신했다. 이어 6월 14일에는 ‘성남’의 노동자 김종태가 서울에서 분신해 사망했으며, 7월 26일에는 ‘부산’의 목사 임기윤이 501보안부대 안에서 고문치사했다. 이처럼 1980년의 한반도는 전국적으로 많은 이들이 5·17내란 세력에 저항하고 피해당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5·18기념재단이 최근 ‘광주 밖’ 5·18의 진상을 기록한 최초의 책을 발간해 눈길을 끈다. 전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 전문위원 7명이 의기투합해 편찬해 낸 <‘광주 밖’ 전국의 5·18 진상>이 바로 그것이다. 책은 전두환이 등장한 1979년 10월 26일부터 1981년 1월 24일 계엄 해제 때까지의 ‘광주 밖’ 5·18의 진상을, 전국 6개 권역별로 나누어 소개한다. 글이 실린 순서는 광주·전남에서 가까운 지역 순이다. 각 지역 편찬 담당은 전북-양윤신, 부산·경남-김종세, 대구·경북-김균식, 충청-정성일, 서울·경기-김성환·오도엽, 강원-허인규이다. 먼저 양윤신은 전북지역 5·18민중항쟁을 전체적으로 조망했으며, 피해자들이 국가폭력에 의해 얼마나 심각한 인권유린을 당했는지, 구체적인 피해 사실과 장소 및 피해 유형 등을 기록했다. 부산과 경남 지역에 집중한 김종세는 79년 부마항쟁에서 80년 5·18민중항쟁에 이르는 ‘운명적 시기’의 진상을 구술자료와 문헌자료를 교차 검증하고, 체험과 통찰에 기초해 편찬했다. 김균식은 바란 군부의 권력 찬탈과 민주주의 파괴에 맞서 온몸으로 항거한 대구·경북의 대학생, 시민, 노동자들의 대중투쟁과 이들에 대한 국가 공권력의 무자비한 폭력과 야만적 인권침해를 기록했다. 정성일은 충청 지역 5·18민중항쟁 전체를 조망하고, 지역 언론 및 학보 등을 통해 교차 검증했다. 김성환과 오도엽은 5·17 이전까지 가장 큰 규모로 민주화운동이 전개됐던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밝히고 기록했다. 마지막 허인규는 대학생 관련자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강원지역학원 민주화 운동과 내란 저지 투쟁을 상당 부분 복원해 편찬했다. 원순석 5·18 기념재단 이사장은 발간사를 통해 “이 책은 5.17 자정 전국확대비상계엄령 선포로 계엄군 파견관 더불어 내란을 실행하며, 전국에서 2699명을 체포해 연행 구금한 예비검속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을 담고 있다”며 “이번 책이 5·18 연구자들에게 기초 자료로 제공돼 5·18민주화운동의 전국적 지형을 분석해 5·18 연구의 지평을 넓힐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10.16 16:28

'미래문화축제 팔복'의 시작을 마주하다

전통문화자원과 미래 신기술을 결합해 개최하는 축제의 성공 조건은 ‘조화로움’이다. 풍부한 문화자원에 뉴미디어·첨단기술을 융합해 축제를 찾는 방문객들에게 매력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주시와 전주문화재단이 전통과 미래 문화를 결합하고, 체험할 수 있는 ‘미래문화축제 팔복’을 처음으로 시도했다. 전주시는 ‘가장 한국적인 미래 문화도시’를 비전으로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팔복예술공장 일원에서 ‘미래문화축제 팔복’을 개최했다. 대한민국 문화도시 본도시 지정을 추진하는 전주시가 예비 사업 성과를 공유하고,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15일 전주문화재단에 따르면 3일간 진행된 축제에는 총 2만 여명의 관광객이 다녀간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방문객 중 약 33%(7000여명)가 외지인으로 분석돼 전국 단위 축제로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축제에서는 전통과 신기술이 접목된 새롭고 다양한 시도들이 눈길을 끌었다. 미디어 퍼포먼스와 몰입형 미디어 아트 전시, 탄소 상품 전시 등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기술과 예술의 만남은 미래 문화 축제의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줬다. 지난 11일 열린 개막식에서는 예술에 미래 기술을 접목한 염동균 드로잉 아티스트가 무대에 올라 VR(가상현실) 기기를 활용한 라이브 드로잉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또 미래 예술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 ‘미래파장’이 축제 기간 동안 진행돼 현대 예술에서의 기술적 혁신이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를 다차원적으로 풀어냈다. 특히 관람객 모두가 함께하는 열린 축제를 지향하며 시민들이 다양한 행사에 자유롭게 참여하면서 3일간 문화의 바다를 이뤄냈다는 평가다. 대표적으로 ‘만사 OK’ 프로그램에서는 삼천·우아·인후·진북·효자 생활문화센터 등 5개 팀이 참여해 ICT 기술을 융합한 창작물을 선보였고, 최첨단 가상현실 기술을 시민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게 마련된 VR 체험버스는 축제 기간 내내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뿐만 아니라 팔복예술공장에 마련된 써니부엌에서는 9명의 작가가 참여한 탄소문화상품 전시장 ‘탄소정거장’을 통해 탄소 소재가 예술적 재료로서도 활용할 수 있음을 확인하고, 발전 방향도 모색했다. 전주문화재단 미래전략팀 김선정 팀장은 “미래문화축제 팔복은 전주의 전통적인 문화자원인 한옥, 단청, 한지 등에 미디어 아트 등 새로운 기술을 결합한 시도”라며 “역동적인 문화가 펼쳐질 미래문화도시 전주의 내일을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4.10.15 18:31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특별기고 ①]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한 단상

요 며칠, 어디를 가나 한강의 노벨문학상 이야기가 화두가 되고, 문학단체 카페나 카톡방에 들어가도 경사집 분위기입니다. ‘한국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쾌거’ ‘이제야 문인의 긍지를 느낀다’, ‘장하다 우리 딸 드디어 한국문학이 세계에 우뚝 섰구나!’ 등 온통 축하와 축복의 메시지들뿐입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유럽을 비롯하여 미국, 일본, 동남아 등 세계가 한강의 소설을 읽으려고 줄을 섰다고 합니다. 매시간 방송과 신문을 장식하고 있는 노벨문학상 소식으로 드디어 K-문학의 시대가 왔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한국 소설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마디로 한류열풍에 기름을 붓고 날개를 달아준 사건이라고 하겠습니다. 작가의 영광은 물론이고 한국문학계의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도 왠지 모를 뿌듯함이 마치 수억 원짜리 복권에 당선된 기분입니다. 2000년대 초반 ‘겨울연가’ 등 K-드라마로 시작된 한류가 K-팝의 열풍으로 이어져 K-푸드, 오징어게임으로 세계에 부상했습니다. 그리고 이 저변에서 한국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한국어 학습이 확대되고 있었습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문학의 자질 문제가 아니라 번역의 문제’라고 노벨상을 받지 못하는 이유를 삼았던 적이 있었는데 그 기저에는 세계인들이 공감할 만큼 한국의 문화가 폭넓은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오빠, 막걸리, 한글 등의 단어가 순수 한국어로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되고 그 진정한 의미를 외국인들이 알고자 할 만큼 한국어의 관심이 집중된 이 무대 위에 이제는 K-문학이 그 자리를 빛내고 있습니다. 한류열풍의 전성기는 이제부터라는 생각이 듭니다. 펜은 칼보다 강하기 때문입니다. 펜은 자발적으로 좋아하게 만듭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제일 바빠진 곳이 국내외 출판업계라는 것이 그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제 직장에서 10권의 책을 신청했는데, 수일이 지나야 받아볼 수 있다고 합니다. 지지리도 답답한 분야로만 생각했던 문학이 생산이고 국익을 창출하는 효자가 되는 것을 목격하는 현장입니다. 이번 기회에 정부나 지자체의 관점도 변했으면 좋겠습니다. 젊은 작가 발굴과 지원, 기성작가의 재조명, 그리고 문학단체들의 창작활동과 출판업계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문학 즉 글과 말은 모든 예술의 근본이 되고 바탕이 됩니다. 대부분의 예술 장르가 글과 말로 시작되고 표현됩니다. ‘조국의 아픈 역사를 강력한 문학으로 바꾸는 그녀의 능력’이 높이 평가되어 노벨상 후보에 올랐듯이 어떤 역사도 글이 없으면 계승 발전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글 쓰는 작가들은 기록의 소중함을 뼈속 깊이 깨달은 선각자입니다. 또한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한국문학이 세계무대에서 돌파구를 찾는 순간’으로 격상된 이 시기를 한국문학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힘차게 웅비할 수 있도록 힘을 키우고 가치를 인정받을 계기로 삼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제2의 한강을 꿈꾸면서 문인으로서 긍지를 갖고, 내심 마음껏 즐기면서도 그녀가 전쟁으로 죽어가는 지구 저편의 인류를 위해 수상잔치를 거부했듯 상처 입은 이웃들에게 문학으로써 적은 위로라도 되어주는 이 가을이길 바라봅니다. /백봉기 전북문인협회장

  • 문학·출판
  • 기고
  • 2024.10.15 18:30

50여 년간 전북문학관 지키던 조경수 하루아침에 '싹둑'

“50년 동안 시민에게 치유와 휴식을 줬던 조경수들이 한순간에 잘려나가 너무 아깝고 안타깝네요.” 전주시 덕진구 덕진동에 위치한 전북문학관 내부에 심어졌던 40여 그루의 조경수 중 30여 그루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이르면 오는 2025년 12월 개관될 전북문학예술인화관(구 전북문학관) 건립 공사가 이유다. 주민들은 시민들에게 휴식과 치유를 주던 나무들이 사라져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15일 전북자치도에 따르면 전북문학관 내 조경수는 건물이 건립된 1980년대부터 약 50년 동안 자리를 지켜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따라 조경수의 수령(樹齡)은 평균 50년은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40여 그루를 채운 나무의 종류 역시 소나무, 단풍나무, 목련, 살구나무, 감나무 등 다양했다. 이처럼 사계절 내내 다채로운 매력을 뽐내던 전북문학관 내 조경수는 수십 년의 세월 동안 문학관을 찾는 방문객과 주민에게 그늘과 쉼터를 제공하며 주민들이 즐겨 찾는 산책 코스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하지만 지난 2021년 전북문학관 건물을 철거하고 전북문학예술인회관을 건립하겠다는 전북자치도의 계획에 따라 조경수는 공사를 방해하는 장애물로 전락하며 벌목의 대상이 됐다. 이날 오전에 찾은 전북문학관 공사 현장 일대는 조경수를 자르기 위한 전기톱 작업이 한창이었다. 또 리모델링 공사를 위해 설치된 철제 울타리 속 상당수 나무의 밑동과 가지가 잘린 모습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인근에서 10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점의 주인 A씨는 과거 이 공간을 ‘시민들이 즐겨 찾던 산책 공간’이라고 설명하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A씨는 “전북문학관 건물을 자주 찾진 않았지만, 수목이 우거져 방문객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치유를 전한 전북문학관 마당을 즐겨 찾아 산책을 했던 기억이 있다”며 “벌목이 아닌 다른 장소로 옮겨 심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잘려 나간 가지들을 보니 착잡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전북자치도는 이번 벌목 사태에 대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인근 건물보다 높은 부지에 세워진 전북문학관과 주변 건물의 높이를 맞추기 위한 작업을 위해 나무 제거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전북자치도 관계자는 “전북문학관은 당초 도지사 관사를 목적으로 설계된 건물로, 인근 다른 건축물보다 높은 부지에 나무와 건물이 세워졌다”며 “과거 이 단차는 ‘권위의 상징’으로 인식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전북문학예술인회관의 설계 목적과 맞지 않아 층계를 제거하기로 결정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공사 과정 속 문학관 내부에 심어진 나무는 100% 제거될 예정이었지만, 최대한 보존할 방안을 꾀해 40그루 중 10그루는 기증과 옮겨심기를 통해 보존할 예정이다”며 “나머지 30그루는 크기와 모양 등의 이유로 다른 장소로 옮겨 심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해 안타까지만 벌목을 결정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4.10.15 18:29

전주 길거리에서 만나보는 특별한 웨딩축제 '스트릿 Marry Me'

선선해진 가을 날씨를 반기듯 도내 곳곳이 다채로운 축제 분위기로 들썩이는 이달,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특별한 웨딩 축제가 지역서 열리고 있다. 전주문화재단은 관광거점도시 육성사업 일환으로 다음 달 23일까지 2024 길거리 마당극 ‘스트릿 웨딩축제 Marry Me’를 개최한다. 이번 축제는 △릴레이 버스킹 △웨딩이벤트 ‘100인의 결혼’ △시민참여 퍼포먼스 ‘함사세요’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특히 사전 신청을 통한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들이 구성돼 눈길을 끈다. 지난 5일부터 시작된 릴레이 버스킹으로 웨딩 축제의 분위기를 고조시켜 가고 있는 가운데, 재단은 오는 19일과 다음 달 16일, 23일 미스터리 대저택과 웨딩거리 일대서 버블쇼와 마술쇼 등 다채로운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또 오는 26일 오후 5시 풍남문 광장서 열릴 100명의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100인의 결혼’은 전주 최초로 시도되는 대규모 웨딩 이벤트를 통해 전주 웨딩거리를 특별한 웨딩 성지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최락기 전주문화재단 대표는 “이번 거리 웨딩축제를 통해 지역 주민과 관광객 모두가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의 장을 만들고자 한다”며 “화려한 퍼레이드와 함께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4.10.14 15:51

3개 특자도가 준비한 연극축제, ‘2024년 특자 3도 연극제‘ 첫 선

전북·강원·제주 특별자치도 지역 연극인들의 화합을 도모하는 연극 잔치, ‘특자3도 연극제'가 지역에서 첫걸음을 뗀다. 한국연극협회 전북특별자치도지회(이하 전북연극협회)가 주최·주관하는 이번 연극제는 지난해까지 ‘영호남 연극제’라는 이름으로 진행됐던 연극제가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에 발맞춰 변화를 꾀한 것이다. 올해 처음으로 열리는 연극제인 만큼 ‘새 지평을 열다’라는 표어 내걸고, 전북·강원·제주 특별자치도 지역의 예술적 교류와 화합의 장을 마련하고, 연극예술의 활성화 및 지역 간의 교류를 도모할 예정이다. 연극제는 전주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오는 16일부터 18일까지 총 3차례 무대로 진행된다. 이번 연극제에 오를 작품으로는 강원특별자치도의 ‘한여름의 랩소디’와 전북특별자치도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시즌1 꿀벌 미스터’, 제주특별자치도의 ‘혀’가 이름을 올렸다. 먼저 강원자치도 대표로 출전한 씨어터컴퍼니가 음악극 ‘한여름의 랩소디’를 공연하며 연극제의 막을 연다. 이날 이들이 준비한 작품은 선풍기가 흔치 않던 시절, 마을의 하나뿐인 선풍기를 두고 아옹다옹하는 이야기의 레트로 감성 극이다. 누군가의 옛 기억을 통해 불러일으킨 향수와 추억으로 현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시골 장터의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공연 시간은 오후 7시 30분. 둘째 날에는 전북자치도의 무대가 펼쳐진다. 이날 무대의 주인공인 배우다컴퍼니가 준비한 작품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시즌1 꿀벌 미스터’다. 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만으로 세상을 살아가던 작은 소녀의 눈으로 바라본 대도시의 모습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동화 배경과 접목한 이 연극은 인간의 끝없는 욕망으로 불필요하게 꼬여버린 생태계를 돌아보고자 한다. 공연 시간은 오전 11시. 마지막 날에는 제주자치도의 대표팀 오이가 ‘혀’라는 작품을 선보이며 연극제의 막을 장식한다. 거짓말을 주제로 전개되는 작품을 통해 허구적 성격을 지닌 희곡과 거짓말의 관련성에 대해 탐구한다. 공연은 오후 7시 30분. 조민철 전북연극협회장은 “영호남 연극제는 정치도 해결하지 못한 역사적, 지리적 단절과 갈등을 연극이라는 치료 기재로 유대와 연대의 끈을 이어주고 정서적 합일을 끌어낸 신통한 연극제였다”며 그간 개최해 왔던 영호남 연극제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그는 “세월이 흐르며 여러 영역에서 많은 교류가 이어져 이제는 원래의 목적이 어느 정도 달성이 됐고, 연극제의 유효성과 효율을 올해 새로 출범한 전북자치도와 같은 이름을 가진 지자체와의 교류로 순기능의 물꼬를 트고자 한다”며 “익숙한 공연 형태와 말투가 아닌 공연단이 찾아와 이 지역 관객들과의 직접적인 교감과 발흥을 추구해 나갈 출발부터 의젓한 특자 3도 연극제가 진화돼 가며 켜켜이 이력을 쌓아나가는 것을 응원해 주시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올해 연극제는 전석 무료이며, 예약은 전화(063-277-7440/010-3272-5045)로 가능 하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4.10.14 15:46

‘거침없이 쓴다', 송하진 서예초대전 전주 전시 시작

“앞으로도 형식이나 틀에 구애받지 않고 거침없이 쓰는 서예로 한국서예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겠습니다.” 이제는 ‘서예가’라는 타이틀이 더욱 친근하다는 송하진 전 전북도지사(72)의 서예초대전 '거침없이 쓴다, 푸른 돌·취석(翠石) 송하진 초대전' 개막식이 지난 12일 전주 현대미술관에서 열렸다. 이날 전시 개막식에는 최병관 전북자치도 행정부지사와 우범기 전주시장, 유희태 완주군수, 양오봉 전북대학교 총장, 서현석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최무연 전북예총 회장, 우산 송하경 서예가, 이당 송현숙 서예가, 산민 이용 서예가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송하진 서예가는 개막 인사말을 통해 “서울 전시에 이어 전주 전시까지 이렇게 발걸음을 해주신 모든 내외빈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며 “제 고향인 전주에서 열리는 만큼 이번 전시회가 더욱 긴장되지만, 지난 세월간 자유롭게, 거침없이 써온 작품을 선보일 수 있어 말로 설명할 수 없이 벅차오른다”고 말했다. 우범기 전주시장은 “취석 송하진 선생님의 ‘거침없이 쓴다’ 전에는 당신의 삶이 녹아 있는 듯하다”며 “송하진 선생님의 삶과 여백이 앞으로도 무궁한 발전을 이루길 진심으로 기원하겠다”고 축사를 전했다. ‘거침없이 쓴다, 푸른 돌·취석(翠石) 송하진 초대전’은 이날 개막식을 시작으로 다음달 10일까지 전주현대미술관에서 펼쳐진다. 그는 앞서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일까지 이번 전시와 같은 주제로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전시를 열고, 과거의 법칙이나 형식‧틀에 얽매이지 않고 거침없이 쓴 서예작품을 선보였다. 지난 서울 전시회의 연장선으로 마련된 이번 전주 전시회는 송 서예가의 고향에서 개최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실제 전시장에는 과거의 법칙과 형식, 틀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고 거침없이 쓴 서예 작품으로 채워져, 서예가 낯설게 느껴지는 일반 시민도 쉽게 접근해 즐길 수 있게 구성됐다. 특히 이번 전주 전시에서는 최근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거머쥔 소설가 한강 작가의 시를 송 서예가의 필체로 만나볼 수 있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기도 하다. 작품은 지난해 여름 쓰여진 것으로 시 제목은 ‘어느 늦은 저녁, 나는’이다. 송 서예가는 1979년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후 행정고시에 합격해, 전북도청에서 공무원을 시작했다. 이후 제36·37대 전주시장, 제34·35대 전북도지사 등을 역임한 뒤 지난 2022년 6월 말 공직에서 은퇴했다. 서예가로서 인생 제2막을 맞이한 그는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원장을 맡으며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4.10.13 17:34

제7회 청암 김철규문학상 시상식 성황

제7회 청암 김철규문학상 시상식이 지난 12일 오후 4시 전주 백송회관에서 열렸다. 올해 시상식은 청암 김철규문학상 운영위원회 김철규 이사장과 수석고문 김남곤 시인, 문효치 전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을 비롯한 문학계 인사와 정동영 국회의원, 문승우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장, 남관우 전주시의회 의장,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 등 각계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진행됐다. 올해 수상자는 이형구 시인으로, 그는 2001년 등단 이후 좋은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 온 것은 물론 법학박사로서 전북문단의 법률자문을 맡아 헌신해왔다. 김철규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문학 창작으로 사회의 촛불이 되는 문인을 지정해 수상하는 한편, 내년부터 특별상 부문을 신설, 문학상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규모를 키워나가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조미애 청암 김철규문학상 운영위원장은 심사평에서 “이형구 시인의 시 세계는 사유를 통섭해낸 듯이 시의 내면을 구조화하고 있으며, 자연만물이 영성을 지닌 대상으로 마주서 감정이입의 단계를 거쳐 의인화한 사상의 형상화를 갖추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고 말하고 “심사위원들은 이러한 시인의 역량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이형구 시인은 수상 소감에서 “시에는 의학으로도 고칠 수 없는 마음의 병을 치유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는다”며 “힘들고 지친 독자를 위한 시 창작을 이어갸겠다”고 밝혔다. 한편 청암 문학상은 언론인 출신으로 전북도의회 의장을 역임한 김철규 시인이 ‘문학의 철학과 사상이 인간에게 주는 위대함을 실천하기 위해 지난 2018년에 제정했다. 선정 대상자는 70세 미만으로 문단 경력 5년 이상인 자, 최근 2년 이내 작품집 발간 등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한 자이다. 이러한 문인들을 대상으로 작품성과 문학활동을 고려해 매년 1명씩 수여하고 있으며 올해 7회 수상자를 배출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10.13 17:34

한강의 기적…한국 첫 노벨 문학상 쾌거에 지역 문학‧여성계도 들썩

소설가 한강(53)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쾌거를 거두자 전북 문학계와 여성계에서도 일제히 환호하며 수상을 축하했다. 특히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한국 문학이 세계 문학계의 주류에 편입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백봉기 전북문인협회 회장은 13일 “한강 소설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개인의 영광뿐만 아니라 한국 문학계의 축복”이라며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했다. 그러면서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시와 소설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늘어나고, 독서문화가 확산되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한국 문학이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힘차게 웅비할 수 있도록 힘을 키우고 가치를 인정받아야 할 때”라고 전했다. 특히 매년 노벨상 수상 분야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을 받는 문학상 수상자로 한국인 최초로 한강 작가가 선정되면서 K-문학의 저력을 전 세계에 떨쳐냈다고 강조했다. 김영 석정문학회장도 한강 소설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뻐하며 “한강의 작품은 우리나라 소설을 끌어가는 손잡이이며, 기둥이다”고 운을 뗐다. 소설가 한강을 통해 한국 문학이 드디어 부력을 얻게 됐다고 설명하며 “몇 번을 축하하고, 몇 날을 기뻐해도 오히려 모자란 날들”이라고 했다. 전북문단의 원로시인 소재호 전 전북예총 회장 역시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한국 현대사에 가장 큰 쾌거”라며 흥분과 기쁨을 감추지 못했으며, 이형구 전북시인협회장은 “한강이 보여준 K문화가 노벨문학상을 통해 세계문단의 길라잡이가 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노벨문학상 주요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던 ‘한국의 젊은 여성작가’ 한강이 수상하자 도내 여성계에서도 신선한 충격이라는 반응을 내비쳤다. 노벨문학상은 최근 10여 년간 남녀가 번갈아 받는 추세였지만, 아시아 작가의 수상은 2012년 중국 모옌 이후 12년간 없었기 때문이었다. 임미정 전주 여성의 전화 전 대표는 “한국에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가 탄생했다는 것 자체도 기쁘지만, ‘한강’ 작가라는 점에서 더욱 기쁘다”며 “대한민국 사회에서의 여성 가부장제의 아픈 이면을 잘 다뤄낸 작가로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여성혐오 문화 등이 극복되진 않겠지만, 관련 문제에 긍정적인 실타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청소년과 20~30대가 한강 작가의 책을 접하고 재평가되는 시각이 생긴다면 사회 전반적으로도 좋은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10.13 15:13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