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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전북일상] <익산 골목을 걷다, 여산> “역사, 문학, 종교 유적지를 따라 여산을 걷다”

익산시는 이리시와 익산군이 통합하여 이루어진 도시입니다. 그런 이유로 옛 이리시 지역은 도시 특성이 있는 반면에 14개 읍면은 농촌 특성을 보입니다. 골목 풍경 역시 다를 수밖에 없는데요. 각 지역의 골목을 돌아보며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여산면(礪山面)은 다양한 역사 문화 유적들이 있는 특징을 가진 곳입니다. 여산(礪山)의 역사, 문화, 종교 유적지를 따라 사부작사부작 걸어보았습니다. 여산면(礪山面)은 익산의 동북부에 있는 지역입니다. 호남고속도로 익산 IC 인근에 있는 여산휴게소를 생각하면 위치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행선 여산휴게소 뒤편이 여산면(礪山面)입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여산을 갈 때 시내버스를 이용하게 되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여산의 중심에는 버스터미널이 있습니다. 버스터미널에 내리면 가장 특별한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언덕에 늘어선 커다란 느티나무 군락입니다. 어림잡아도 몇백 년은 되어 보이는 나무입니다. 면 소재지에 이렇게 오래된 나무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역사를 간직한 곳이라는 의미입니다. 느티나무 언덕을 지나면 파출소입니다. 파출소를 끼고 왼쪽 골목으로 오르면 여산면 행정복지센터가 나오고 그 맞은편에 여산 동헌 건물이 있습니다. 동헌 안에 들어가면 보아야 할 것 3가지가 있는데요. 그중 하나가 전라북도 기념물 제116호로 지정된 느티나무입니다. 수령이 600년 정도로 추정되는데요. 조선시대 태종 ~ 세종 대 여산 동헌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심어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조선시대 여산군의 관아로 사용했던 여산 동헌 건물입니다. 이 건물은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93호로 지정되었습니다. 건축 시기는 조선시대 말기로 보고 있는데요. 벽과 방은 최근에 일부 개조하여 본모습을 잃었지만 비교적 원형이 잘 보전되어 있답니다. 특히 추녀와 대청마루에서 한식 목조건물의 전형적인 아름다움을 볼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출입문 근처에 세워놓은 비석입니다. 그중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비석이 척화비(斥和碑)입니다. 일렬로 늘어선 여산 부사들의 선정비 앞에 세워진 척화비는 흥성대원군 이하응의 명령으로 조선 각 지역에 세운 것입니다. 비석에는 洋夷侵犯非戰則 和主和賣國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는데요. 서양 오랑캐가 침입하는데 싸우지 않으면 화해를 하자는 것이니, 화해를 주장함은 나라를 파는 것이다. 의미입니다. 여산 동헌 바로 아래에는 백지사지(白紙死址)가 있습니다. 언뜻 생각하면 절터가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만, 이곳은 1866년 병인박해 때 천주교 신자들이 처형을 당했던 곳입니다. 얼굴에 물을 뿌리고 백지를 여러 번 붙여 질식사시키는 방법으로 형을 집행했는데요. 이를 백지사(白紙死) 또는 도모지사(途貌紙死)라고 합니다. 마침 백지사지 울타리에는 인동초꽃이 붉게 피었습니다. 추운 겨울 날씨에도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겨울을 나는 인동초는 여러 차례의 고통스러운 박해를 견디고 우뚝 선 천주교를 상징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백지사지를 나와 오른쪽 골목길을 따라 여산 성당으로 향했습니다. 깔끔하게 정리된 골목길을 향해 큰 꽃 한 송이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덩굴식물인 큰꽃의아리(클레마티스)입니다. 꽃이 워낙 커서 한 송이만으로도 골목을 환하게 밝혀줍니다. 골목은 여산 성당으로 이어집니다. 오래된 성당 건물의 특징은 붉은 벽돌입니다. 전주 전동성당이 그렇고 익산 나바위성당 또한 붉은 벽돌 건물입니다. 나바위성당에서 분리되어 1958년에 세운 여산 성당 건물도 그 전통을 이어받았습니다. 60년이 지난 건물답게 외관에서 지나온 시간이 느껴집니다. 성당을 돌아보면서 여산 순교성지 설명문을 보았습니다. 설명문을 통해서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수장형을 당한 배다리는 물의 순교지이고, 참수형을 당한 숲정이는 불의 순교지, 백지사형을 당한 백지사터는 바람의 순교지라 부릅니다. 여산 성당을 나와 다음에 찾아간 곳은 불의 순교지로 부르는 숲정이 성지입니다. 성지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붉은색 철쭉꽃이 떨어져 길을 붉게 물들였습니다. 박해 당시 이곳에서는 신자들이 참수형을 당했는데 떨어진 꽃잎을 보면서 순교자들을 떠올렸습니다. 숲정이 성지는 전라북도 기념물 제125호입니다. 성지로 들어서면 피에타상과 마주합니다. 피에타상은 성모 마리아가 죽은 그리스도를 안고 있는 모습을 조각한 작품을 말하는데요. 이 피에타 상이 모든 것을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숲정이 성지를 나와 다시 소재지 방향으로 걸었습니다. 버스터미널 가기 전 오른쪽에 있는 여산 전통 시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장날이 아니라 시장은 텅 비어 있습니다. 이곳은 5일 장날에 와야 볼 것이 있겠습니다. 여산의 유명한 짜장면도 먹을 수 있고요. 장날(1일, 6일)에 맞춰 다시 한 번 찾아보고 싶은 곳입니다. 시장을 빠져나와 여산교(礪山橋)로 가는데 다리 입구에 여산양조장 건물이 보입니다. 건물은 새로 지어 산뜻해 보이지만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막걸리 생산 공장입니다. 한때는 술 시장을 주도했던 막걸리가 소주와 맥주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쇠퇴하면서 대부분의 양조장이 문을 닫았지만 여산양조장은 전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여산을 방문한다면 50년 전통 막걸리 맛을 직접 체험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여산양조장을 지나면 길가에 여산교 유물이 보관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다리를 만들면서 옛것을 남겨두었습니다. 흔히 새로운 공사를 하면서 옛것들을 없애면서 역사 흔적이 지워지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여산교 유물을 보면서 흐뭇해졌습니다. 여산교는 배다리라고 불렀던 곳으로 천주교 박해 때 신도들이 수장형을 당했던 곳입니다. 그래서 여산교(배다리)를 물의 순교지라고 부른답니다. 여산교 입구에서 왼쪽 제방길을 따라가면 남원사(南原寺)가 나옵니다. 제방길 가로수는 이팝나무입니다. 마침 하얀색 꽃이 풍성하게 피었습니다.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는 이팝나무꽃입니다. 나무 아래에는 금계국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금계국꽃이 필 즈음에는 제방에 노란색 물결이 일렁일 것입니다. 남원사로 들어서는데 부처님 오신 날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이 보입니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행사를 제때 하지 못하고 윤사월 초파일(5월 30일)에 하는 것으로 일정이 조정되었답니다. 이 시기 어느 절이나 마찬가지입니다만 울긋불긋한 등으로 마당을 가득 채웠습니다. 남원사에는 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88호인 미륵전이 있는데요. 미륵전 안에는 고려 중기에 만든 것으로 보이는 석불상이 있습니다. 여산 향교는 남원사에서 약 1k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화산으로 가는 길을 따라가면 왼쪽에 교동마을이 나옵니다. 지역마다 교동마을이 있는데요. 향교가 있는 마을이라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마을 입구에 홍살문이 있어 향교가 있음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여산 향교는 약간 경사진 지형에 있으면서 전학후묘(前學後廟, 명륜당이 앞에 있고, 대성전이 뒤에 있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대성전은 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83호로 지정되었습니다. 여산 향교를 보고 가람생가를 찾아 나섰습니다. 가람생가는 향교에서 남서쪽 약 2km 정도 떨어진 마을에 있습니다. 가람생가에 가면 가장 먼저 탱자나무를 보게 됩니다. 탱자나무는 일반적으로 관목으로 키우는데 이곳에 있는 탱자나무는 정원수로 가꾸면서 수형이 멋진 교목으로 자랐습니다. 다른 곳에서 보기 어려운 탱자나무입니다. 집 구조도 꼼꼼히 둘러보았습니다. 초가집이지만 품위가 있는 집입니다. 아담하면서도 누추하지 않은 고택입니다. 생가 바로 옆에 있는 가람문학관에 가면 가람의 생애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마침 문인화전이 열리고 있어 덤으로 작품 구경도 할 수 있었습니다. 가람 생가를 마지막으로 여산 골목길 답사를 마쳤습니다. 여산은 익산의 조그만 면 단위 지역이지만 골목골목마다 이야깃거리를 품고 있는 곳입니다. 특히 역사, 문화, 종교를 아우르는 다양한 유적들이 있어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음에는 여산 5일 장날(1일, 6일)에 찾아서 사람들 사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글사진 = 김왕중(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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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5.15 15:30

[뚜벅뚜벅 전북여행] 옥정호 물안개길 드라이브, "코로나19로 갑갑했던 몸과 마음을 힐링해요"

코로나19 사회적거리두기로 제한되었던 축제, 여행에 아쉬운 봄입니다. 5월 사회적거리두기에서 생활속거리두기로 완화되었습니다. 그동안 갑갑했던 집콕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을 힐링할수 있는 전주 인근 드라이브 스루 코스 어떠세요? 생활속거리두기 지침 잘 지키며 자동차 드라이브로 지친 몸과 마음에 잠시 휴식을 주세요. 마스크 필수 착용하고 두 팔 간격 거리 두며 가슴 활짝 자연을 느껴볼까요~ 전주 인근 임실 옥정호 물안개 길을 한국의 아름다운 100선에 한곳으로 임실 옥정호에서 국사봉 붕어섬까지 12km 이상 자동차 드라이브 스루 코스로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곳입니다. 봄날 물안개길 양쪽으로 벚꽃이 팝콘 마냥 활짝 필 때면 그저 드라이브로 힐링 그 자체입니다. 청정 지역 옥정호 호수를 바라보며 물안개길 중간 팔각정자 쉼터와 전망대가 있어 드라이브 코스로 최적인 것 같습니다. 물안개길 중간쯤 국사봉 쉼터에 도착하면 지나칠 수 없는 전망대를 꼭 올라가 보세요. 국사봉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옥정호 물안개 길이 펼쳐지고 옥정호 호수 안에 붕어섬 풍경이 한 폭의 그림 같습니다. 국사봉 1전망대, 2전망대 오르는 산책로는 모두 데크로 되어 있어 천천히 올라가기 편합니다. 파릇파릇 소나무 사이로 봄꽃도 바람따라 반겨주며 전망대를 오릅니다. 국사봉 마지막 외앗날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신비로운 청정 호수 옥정호 붕어섬. 확 트인 풍경이 저절로 감탄사가 나옵니다. 이곳은 사진 출사지 명소로 잘 알려진 붕어섬입니다. 새벽녘 물안개 피어오르는 모습을 멋진 작품으로 담기 위해 전국에서 찾아오기도 합니다. 아름다운 옥정호 물안개 길의 자연경관이 마음 가득 채워지며 자연 에너지가 힘을 주는 것 같습니다. 국사봉전망대 전북 임실군 운암면 국사봉로624 국사봉 휴게소 하얀 꽃잎이 조밀 붙어 있는 조팝나무꽃 일명 싸리꽃이라고도 합니다. 산책로 양쪽으로 하이얀 조팝나무꽃이 반갑게 맞아줍니다. 한국전통문화고등학교 인근에 있는 조팝나무 길은 인근 주민들의 산책로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조팝나무 길은 중인리에서 천변 둑길까지 걷기 좋은 코스로 이어져 있습니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저녁 산책으로 이 길을 걷는 분들이 많습니다. 집 가까운 공원이나 산책로에서 갑갑했던 일상을 툴툴 털어보세요/ 조팝나무길 전주시 완산구 중인동 227-13 전주에서 많이 알려진 금산사 드라이브 코스는 초록의 산새와 강바람 시원한 금평저수지 산책로가 있습니다. 김제 금평저수지는 농어촌용수로 사용되고 있는 저수지입니다. 저수지 둘레따라 산책로 데크가 조성되어 있고 잔잔한 물결에 마음 까지 평온해집니다. 금평저수지 산책로가 잘 되어 있고 나무 향이 좋은 산책로 제대로 힐링할 수 있는 코스입니다. 시원한 강바람에 마음이 확 트이고 눈 앞에 펼쳐진 산과 호수 잔물결에 마음 까지 차분해집니다. 금평저수지 산책로 데크 따라 40분 정도 걷다 보면 삼림욕이 되고 공기 좋은 생태공원에 다녀온 듯합니다. 호수와 소나무가 있는 산의 경계선따라 걸을 때는 소나무 향이 일상에서 쌓인 피로를 풀어주는 것 같습니다. 자연의 향기가 갑갑했던 일상을 정화해줍니다. 산책하며 금평저수지 한없이 바라보고 있어도 좋겠죠. 중간중간 쉼터가 있어 여유 있게 산책할 수 있어요. 전주 인근에 드라이브하기 좋은 곳 산책하기 좋은 곳 금평저수지에서 자연과 함께 힐링하세요. 자동차 드라이브스루 코스로 일상의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 생활속 거리두기 지침 지키며 코로나19에 지치지 말고 우리 함께 힘내봅시다. /글사진=이임순(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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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5.11 17:15

[뚜벅뚜벅 전북여행] '요천 100리 숲길'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전거길

어디선가 아침 굴뚝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장작을 태운, 향기로운 냄새가 납니다. 성북동 비둘기는 아침 구공탄 냄새에 향수를 느낀다지만, 장수를 찾은 자전거 꾼에겐 너무 그윽한 향기로 느껴집니다. 이곳은 장수군 번암면 물빛 공원입니다. 전라북도 장수군에 있는 수분령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중요한 분수령(分水嶺)입니다. 이 고개에서 태어난 물이 북쪽으로 흐르면 금강이 되고, 남쪽으로 흐르면 요천이 되어 섬진강으로 흘러들기 때문입니다. 말 그대로 물의 운명과 이름을 결정짓는 힘 있는 고개입니다. 그 수분령 고개 아래 장수 물빛 공원에 차를 대었습니다. 아름답다는 요천 100리 숲길을 달리기 위해서입니다. 물빛 공원에서 잠시 요천을 건너면 독립운동가인 백용성 선생의 생가인 죽림정사가 있습니다. 잠시 시간을 내어 둘러보았습니다. 선생의 기를 받고 싶었습니다. 이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 하면 이겨 낼 수 있을지 선생님께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차분한 분위기의 죽림정사를 출발해 요천을 품은 첫 번째 마을은 번암면 소재지입니다. 요천은 번암면 장터 한가운데를 보듬고 지나갑니다. 번암 장날이 아니라 아쉬웠지만 평화로웠습니다. 작고 아담한 시골 마을입니다. 요천의 향기가 좋은 깨끗하고 조용한 시골 마을입니다. 그리고 마을을 빠져나오면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옛 차도를 따라 논곡리 입구까지 갑니다. 번암면 소재지에서 논곡마을 가는 길은 힐링 다큐멘터리에 나올법한 예쁜 길입니다. 휴일이었지만 마을에서 공동으로 못자리를 만드는지 분주한 모습입니다. 청보리도 요천을 따라 맛있게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논곡리 삼거리를 우회전해서 다리 하나를 건너자마자 바로 좌회전하면 원촌 한옥 꽃마을 가는 길입니다. 가는 길 양옆으로 다 자란 청보리밭을 지나게 됩니다. 산들산들 봄바람이 보리밭 사이를 지나는 소리가 기분이 좋습니다. 이 기분 때문인지 이제 더는 아침 바람이 차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구수한 시골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그리고 보리밭이 끝날 무렵 한옥 돌담길이 나오고 돌담길 끝에서 우회전하면 다시 요천을 만날 수 있습니다. 원촌마을에서 우회전한 다음 계속 직진하면 넓은 평지의 공도를 가게 됩니다. 양옆으로 평화로운 하늘 아래 요천을 따라 넓은 들판을 달리게 됩니다. 고속도로 나들목으로 가는 길인데 주말에도 교통량이 별로 없어 위험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타나는 첫 번째 다리 요천 2교를 지나면 바로 좌회전해서 다리 아래 토끼굴을 통과해서 나오면 비로소 요천 100리 숲길 출발점인 월석교를 만날 수 있습니다. 요천 100리 숲길은 남원 땅인 월석교에서 요천대교 까지 약 40km(100리) 길을 강남북을 따라 1코스(32km)와 2코스(38km)로 나누어 놓았습니다. 본래 길은 강의 남쪽과 북쪽을 字 형태로 나누어 놓았지만, 이번에는 편의상 강의 남쪽과 북쪽을 차례로 달리게 되었습니다. 월석교를 따라 강의 남쪽으로 난 길을 따라 나란히 달리기 시작하면 우리나라에 이렇게 예쁜 길이 있다니 하는 생각이 듭니다. 숲이 너무 우거지면 하늘이 보이지 않고, 너무 어리면 햇빛이 너무 셀 텐데 이 길은 누가 일부러 자전거 라이딩을 위해 세팅해 놓은 길처럼 모든 조건이 완벽합니다. 차가 다니지 않는 포장도로, 적당히 그늘진 숲길, 중간중간에 자리 잡은 쉼터, 그리고 화룡점정인 요천의 물빛과 물 향기. 모두 완벽합니다. 그 옛날 작은할아버지 자전거 뒤에 타고 친척 집에 다녔던 기억이 생각나는 예쁜 길입니다. 매일 이 길을 라이딩 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요. 조용한 경치가 너무 목가적이어서 페달을 밟고 앞으로 나가는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이 길을 그냥 지나가야 하니까요. 아름다운 풍경으로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고소바위 공원을 지날 때는 귀 옆을 스치는 바람에서 사과꽃 향기가 나고, 바람이 바뀌면 요천의 향기가 더 그윽하게 느껴집니다. 가끔 트랙터가 지나갈 뿐 라이딩을 방해하는 존재가 하나도 없습니다. 이곳은 자전거 전용도로가 아니므로 바닥에 칠해 놓는 파란색 유도선이 없습니다. 아니 그런 것은 필요 없습니다. 경치 감상하는 데 방해될 뿐입니다. 정말 예쁜 길과 나, 그리고 내 자전거밖에 없는 구간입니다. 물빛이 매우 예쁜 경치 좋은 곳 오두막이 나와 잠시 쉬어 봅니다. 정말 눈이 선해지는 순간입니다. 간혹 들리는 바람 소리와 비행기 소리만 들리다 갑자기 어디선가 개구리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올해 듣는 첫 개구리 소리에 기분이 매우 좋아집니다. 저 멀리서 할머니가 나를 부를 것 같은 정겨운 마을 풍경입니다. 요천교 앞을 지나 요천을 따라 계속 직진하다 보니 저 멀리 남원 시내가 보입니다. 길은 살짝 도시 스러워(?) 지지만 그래도 아직은 한적합니다. 그렇게 십분 정도 가다가 갑자기 길이 없어지는 구간이 나오고, 50m 정도 자전거를 끌고 그 구간을 통과하면 정말 남원 시내 구간이 나옵니다. 자전거를 끌고 올라오면 바로 인도교 앞 산책길 구간이 나옵니다. 이제 도시로 들어섰다는 기분이 확 날 정도로 잘 포장된 길입니다, 전체 구간 중 이 구간의 포장상태가 가장 완벽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라이딩 하고 싶은 충동이 드는 길입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왼쪽을 돌아보면 숨이 멎을 것 같은 지리산 주능선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바람의 향기가 좀 바뀐 것 같았는데 그것은 지리산 산바람이었습니다. 섬진강 자전거길은 길에서 지리산 주능선 스카이라인이 보이지 않는데 이곳 요천 자전거길은 지리산 주능선의 멋진 하늘 금을 보면서 함께 달릴 수 있습니다. 시내 구간으로 들어서자마자 제일 처음 한 일은 자전거길 바로 옆에 있는 편의점에 들러 식수를 보충하는 일이었습니다. 깨끗한 화장실에도 다녀오고, 멋진 꽃길도 감상할 수도 있습니다. 관광객들도 많아져서 앞을 잘 보고 달려야 하는 구간입니다. 시내 구간의 가장 큰 특징은 둑길을 달리는 것이 아니라 요천의 수면과 비슷한 높이에 만들어진 길을 달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치 물 위를 달리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길가에 꽃이 없었더라면 아마도 물 위를 달리는 것 같은 착각에 충분히 빠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립국악원 옆에는 매우 멋진 금수정(錦水亭)이 보입니다. 옛날 사람들도 이곳에서 바라본 요천 물이 비단같이 느껴진 모양입니다. 정자와 주변 경치와 그 이름이 너무 잘 어울립니다. 정말 시간만 있다면 저 누각 위에 올라 큰대자로 누워 있고 싶었습니다. 시내 구간을 빠져나오면 새로 지어진 큰 아파트 단지를 지나고, 다시 강둑으로 올라와 조용한 길을 달리게 됩니다. 그리고 조금 더 가면 의외의 복병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것은 비포장 도로입니다. 다행히 길은 잘 다져져 있어서 바퀴가 빠지거나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마침 타고 간 자전거가 바퀴가 두꺼운 것이라 별 무리 없이 지날 수 있었습니다. 바퀴 얇은 로드용 자전거는 불편할 듯합니다. 하류로 내려갈수록 경치는 다시 멋있어지고 물은 고요히 흘러갑니다. 100리 숲길도 그 옆으로 강물을 따라 조용히 이어집니다. 왼쪽으론 장쾌한 지리산 주능선이 보이고, 강물엔 파란 하늘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정말 콧노래가 저절로 흥얼거리는 편안한 길입니다. 요천대교는 중요한 다리입니다. 섬진강 자전거길과 요천 100리 숲길이 만나는 구간이기 때문입니다. 요천대교를 건너지 않고 계속 직진하면 곡성과 구례를 거쳐 남해안 광양으로 갈 수 있는 길목입니다. 비장한 얼굴의 자전거 꾼들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요천을 즐기는 자전거 꾼들도, 섬진강을 따라 내려오는 라이더들도 이 다리를 건널 때 많은 고민을 합니다. 다리를 건너 계속 갈 것인가. 아니면 금지역 앞에 있는 맛집에 들렀다 갈 것인가 말이죠. 그래서 들러 보았습니다. 요천대교를 건너 논밭 사이를 가로질러 찾아온 곳은 유명한 중국음식점입니다. 이런 시골 동네에 전국적으로 유명한 중국음식점이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지만, 일단 수저를 들고 국물 한입 떠먹으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한나절 50km를 달려온 보람이 있습니다. 피로가 확 풀리고 기력이 회복되는 느낌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해산물과 채소가 잘 어울리고 정돈된 맛 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요천 물을 배불리 먹고 자란 부추와 시금치의 향이 매우 좋았습니다. 잘 먹고 나서 다시 페달을 밟는데 동네에 염소우리를 보았습니다. 이 염소들도 요천 물을 먹고 자라서인지 그 품새가 참 멋있습니다. 그리고 알았습니다. 양고기를 먹을 때 나는 냄새가 바로 이 냄새였군요. 태어나서 처음 보는 살아있는 염소를 본 소감입니다. 이제 금지면을 등지고 요천의 북쪽으로 난 길을 택해 다시 남원 시내를 향해 거슬러 올라가 봅니다. 요천은 여전히 소리 없이 흐르고 있고, 아까와는 달리 요천 건너에 여전히 믿음직한 지리산 주능선이 보입니다, 가는 내내, 보면 볼수록 참 멋있는 하늘금입니다. 금지면에서 남원 시내까지 이어지는 구간은 포장상태와, 편의시설, 관리상태 모두 만점인 구간입니다. 마치 탱탱한 도토리묵 위를 달리는 느낌의 주행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루 종일 달렸지만, 피로감이 0인 길입니다. 그렇게 한 삼십 분을 지루한 줄 모르고 달렸더니 다시 남원 시내에 이르렀습니다. 광한루 지붕이 보일락 말락 할 때쯤 자전거길에서 나와 공설시장으로 향했습니다. 남원까지 왔는데 장을 보지 않고 그냥 갈 수가 없었습니다. 이것저것 제철 장을 보고 나오는 길에 마지막으로 남원의 명물 칼과 낫을 구했습니다. 남원은 예로부터 가야의 철기 문화가 꽃피운 곳으로 지금도 옛날 방식의 대장간이 있는 곳입니다. 시장을 나와 광한루를 살짝 둘러 보고 다시 자전거길로 들어서니 이제 해가 저물기 시작합니다. 깨끗한 화장실도 들렀더니 기분이 개운해집니다. 그리고 예쁜 시내 길이 이어집니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러다가 내 앞에 내 그림자가 나타납니다. 오후가 되니 길 색깔이 변하기 시작합니다. 강물 색도, 강가의 꽃길 색도 변해갑니다. 향기도 변해갑니다. 지리산과 남원이 섞인 저녁 색깔과 향기입니다. 남원 시내에서 빠져나와 번암쪽으로 강을 북쪽을 따라 올라가는 길. 이 구간도 길이 참 정겹습니다. 중간에 경비행장도 나오고 신기한 것도 많이 나옵니다. 마치 남원 장에 들렀다가 장수 집에 가는 할아버지 자전거 뒤에 타고 달리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길은 요천 삼거리 앞에 있는 요천교 까지 이어집니다. 이곳은 요천 라이딩에서 매우 중요한 지점입니다. 초보자라면 다리를 건너 좌회전 하여 강둑길을 따라 올라가는 것이 좋습니다. 다리를 건너지 않으면 공도를 따라 서부지방산림청을 지나는 19번 국도를 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아침에 강의 남쪽을 따라 내려왔기 때문에 이번에는 다리를 건너지 않고 국도를 따라 계속 올라가 봅니다. 길의 포장상태는 매우 양호하고 중간중간 갓길도 넓은 편이라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교통량도 많은 편이 아니라 헬멧과 반사판 등 기본적인 안전장비만 있으면 갈 수 있습니다. 이 길도 경치가 매우 좋은 편이라 중간중간 언덕길이 나오지만, 힘이 부치지는 않습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사실 요천 자전거 라이딩의 장점이자 단점이 심한 오르막이나 내리막이 없이 평평한 길이기 때문에, 다소 지루할 수 있는데, 요천 삼거리부터 이어지는 공도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적당히 섞여 있어서 중급자 이상이면 지루하지 않고 신나게 달릴 수 있는 매력적인 길입니다. 공도로 가는 길은 산동면 소재지까지 이어지고 산동교에서 다시 천변 둑길을 따가 가다가 또다시 공도로 이어지고 마지막으로 번암면과 맞닿은 곳(석동 정류장)에서 다시 월석교로 우회전하면 됩니다. 갓길도 넉넉히 있어 차선만 잘 지키면 위험하지 않습니다. 출발 한지 약 10시간 만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침에 월석교에서 출발해서 요천대교 까지 왕복 70km를 달렸습니다. 이제 차를 세워둔 장수 물빛 공원까지 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이쯤 되면 엉덩이가 얼얼할 것 같은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매우 좋은 하루 라이딩 이었기 때문입니다. 아침과 달리 저녁 햇빛은 그 색과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한옥 마을도 보리밭도 대나무숲도 그 색깔과 향기가 달라졌습니다. 아침에 코끝을 간질였던 부뚜막 연기도 다시 납니다. 저녁연기라 그런지 더 따뜻하고 구수하게 느껴집니다. 대나무숲을 지나는 저녁 바람이 더 이상 차갑지 않습니다. 부드럽게 느껴집니다. 이제 꽃도 지고 낮에는 더워지는 계절이 왔습니다. 전염병도 물러가면 많은 사람이 이 길을 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그렇게 긴 하루 일정을 마치고 페달을 밟아 아침에 출발했던 장수 물빛 공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참 많은 자전거길이 있습니다. 매주 주말이면 수많은 라이더들이 그 길과 주변 풍경을 즐기러 갑니다. 요천 자전거길은 남원 시내 구간을 제외하면 주변에 대도시도 없고, 시설 좋은 편의점도 없습니다. 하지만 지리산 산바람과 섬진강 강바람을 동시에 즐길 수 있고, 사람이 붐비지도 않습니다. 지나가는 길목마다 향기가 달라지고 색깔이 달라집니다. 지난주에 다녀왔는데 이번 주에 또 가고 싶습니다. 그 길, 그 풍경 오래오래 남아 있겠죠. 집으로 돌아와 씻고 나왔는데 엉덩이 하나 아프지 않고 개운합니다. 남원 장터에서 사 온 지리산 흑돼지와 미나리로 저녁을 먹었습니다. 기분이 좋은 하루였습니다. 눈코입 모두 호강한 하루 라이딩 코스입니다. ■ TIP : 요천 100리 숲길 자전거 라이딩 할 때 알아두면 좋은 것들 1. 100리 숲길의 시작은 남원 월석교 ~ 요천대교입니다. 두 끝점 모두 마땅히 주차할 곳이 없습니다. 2. 장수군 번암면의 물빛공원에 주차 공간이 넉넉합니다. 번암면 장터 주변에도 차 댈 곳이 많지만, 장날(2일, 7일)에는 물빛 공원에 차를 대는 것이 좋습니다. 3. 가장 좋은 라이딩 코스는 남원 시내에 숙소를 잡고 ▭字 코스로 라이딩을 하는 방법입니다. 출발지를 기점으로 강남북을 한 바퀴 도는 것입니다. 4. 전체 코스는 1코스와 2코스로 나뉘어져 있는데, 1코스가 자전거 라이딩 하기에 좋습니다. (초보자들은 1코스만 라이딩 하기를 권합니다) 2코스는 부분적으로 비포장 길이 있습니다. 5. 중간에 식수 보급과 화장실 사용은 남원 시내 구간에서 가능합니다. 6. 강의 북쪽으로 달릴 때 월석교 ~ 요천삼거리 구간은 자동차와 함께 달리는 공도 구간이 섞여 있습니다. 안내표지는 없으니 주변을 잘 보고 가야 합니다. 7. 강의 남쪽으로 달릴 때 남원환경사업소 맞은편(남쪽) ~ 요천대교 구간은 군데군데 비포장입니다. MTB 자전거를 타면 재미있지만, 속도를 즐기는 타이어가 얇은 자전거는 조심해야 합니다. 전체적으로 땅은 단단히 다져있어 바퀴가 빠지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강의 남쪽 길이 더 운치가 있습니다.) 8. 식수와 간식을 넉넉히 챙기세요. 중간에 경치 좋은 곳에 정자와 벤치가 많습니다. 9. 남원 시내 구간에 식당도 많고, 편의점도 많아 중간 보급하기 매우 좋습니다. 10. 요천대교 인근 금지역 입구에 마트가 있어 중간 보급 할 수 있습니다. 반대편 기점인 월석교 인근에는 마트나 편의 시설이 없습니다. /글사진=한형석(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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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5.08 17:31

[전북 천리길] 자연이 만든 보물, 구천동 어사길 “맑은 계곡물 따라 올라가며 경치를 즐기자”

전라북도 무주에는 덕이 많고 너그럽다고 불리는 덕유산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스키 타러 무주 리조트를 방문하실 텐데요. 겨울 뿐만 아니라 사계절 어느 때나 덕유산 국립공원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관광지가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곳은 무주 구천동 어사길입니다. 구천동 계곡의 이름이 어떻게 지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물이 흘러내려 오면서 9,000번을 돌아내려 온다고 해서, 옛날부터 계곡 주위에 구씨와 천씨가 살고 있었다고 해서, 구천 명의 승려들이 수도했다고 해서 지어졌다는 여러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구천동 어사길은 왕복 13km, 3~4시간 정도 소요되는 길로써 코스에는 오르막길이 거의 없어 등산에 미숙하신 분도 쉽게 자연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계곡 옆에 조성된 길만 따라가도 인월담, 구월담, 안심대 등 18곳의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습니다. 구천동 1구간은 시작점에서부터 16경 인월담 까지 조성되어 있습니다. 1구간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코스 곳곳마다 안내판이 배치되어 있어 자연에 관한 공부를 하실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걸으면서 다람쥐도 찾아보고 자연이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보물인지 환경보호를 실천하게 하여 줍니다. 길 중간에 돌담들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본래 이곳 구천동 계곡을 따라서 주민들이 거주했다고 합니다. 이후 1975년 덕유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주민들을 현재의 덕유리 상가단지로 이주시키고 생태복원작업을 시행했다고 합니다. 1구간을 걸으면서 문득 몇 년 전 제가 다녀온 광릉숲 수목원이 떠올랐습니다. 숲 한가운데를 뚫고 지나가는 느낌보다는 숲 안에 소속되어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와 바람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 나무들까지. 천천히 걸으면서 감정에 집중해보시기 바랍니다. 1구간 끝에는 인월담이 있습니다. 촤아아 쏟아지는 계곡물이 가슴을 씻어 내려주는 기분이었습니다. 인월은 물 위에 밝은 달이 도장을 찍어 놓은 것처럼 선명하게 비춘다는 뜻입니다. 내려오는 계곡물 위로 펼쳐진 맑은 하늘이 더욱 기대하게 합니다. 나무 틈 사이로 달빛이 내려온다면 과연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집니다. 2구간 길은 계곡에 좀 더 가까이 조성되어 있어 맑은 물을 관찰하실 수 있습니다. 사진으로도 볼 수 있듯이 물이 굉장히 맑습니다. 돌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보였고, 햇빛에 비친 물결이 제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물론 이 광경은 입수하게 할 정도의 위력을 가졌지만 그렇다고 물에 들어가시면 절대 안 됩니다. 2구간의 최대한 자연 길을 조성하면서 조금 위험한 지점에는 다리를 놓아 등산객들이 좀 더 자연에 빠질 수 있도록 유도했습니다. 2구간에서 제일 절경은 바로 비파담이 아닐까 싶습니다. 비파담은 커다란 암반 위로 흐르던 물줄기가 여러 줄기로 갈라지면서 내려오며 못을 이룬 계곡이며 이 모습이 발현악기 비파와 닮았다고 해서 이름을 비파담이라고 지었습니다. 눈을 감은 채 계곡물 여러 줄기로 갈라서면서 내려오는 소리를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2구간 마지막에는 구월담이 있습니다. 월음령 계곡과 구천동 계곡의 물줄기가 만나는 곳으로써 계곡이 층으로 되어 있어 물이 흘러 내릴 때 밤에 각각의 달이 비친 모습이 아홉 개의 달이 비치는 모습 같다고 전해져 구월담이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전해집니다. 다리 위로 올라가 두 계곡이 합쳐지는 모습을 보시길 바랍니다. 안심대 까지 이어지는 3구간은 길 자체가 흙길이고 침엽수들이 있어서 다른 길보다 오전에는 피톤치드를 많이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2구간과는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으며, 숲길의 순서가 점점 마무리돼가며 차분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안심 대에서부터 부터는 기존 탐방로와 합쳐집니다. 2km 정도 좀 더 올라가시면 백련사라는 절이 있습니다. 백련사는 신라 신문왕 때 속세를 떠난 산속으로 들어간 백련선사가 자신의 은둔지에서 새하얀 연꽃이 핀 것을 보고 길조라 여겨 지어진 절입니다. 앞에 펼쳐지는 백두대간의 모습은 웅장하게 느껴집니다. 구천동 길은 여기서 끝이지만, 조금 더 욕심이 생기시는 분들은 덕유산 정상 향적봉에 올라가실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여기서 끝내는 것이 너무 아쉬워서 향적봉까지 올라갔다 왔습니다. 다만 구사동 어사길과 다르게 경사가 심하고, 암벽이 많아서 등산에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에게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무주 구천동 어사길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가는 길입니다. 비록 거리가 멀긴 하지만, 경사도 급하지 않고, 또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며,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걸어보세요. 아마 종점에 도달하시면 내가 이렇게 많이 걸었다고?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마다 옷을 갈아입어서 각기 다른 모습을 보실 수 있으니 언제든지 시간 나면 방문해보시길 바랍니다. /글사진 = 최영호(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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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5.04 17:33

[뚜벅뚜벅 전북여행] 익산 서동공원 : 어린이날 아이와 함께 가기 좋은 공원

지난 4월 25일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된 첫 주말, 나들이 인파로 북적이는 익산 서동공원을 찾았습니다. 익산 서동공원은 주차공간이 넓게 마련되어 있지만, 주말이면 자리가 없어 갓길에 주차할 정도로 나들이객이 붐비니 될 수 있으면 대중교통을 이용해 방문하시는 걸 권해드립니다. 서동공원은 금마저수지와 함께 익산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관광지로 어린아이들뿐만 아니라 또 하나의 가족인 반려견과도 함께 산책할 수 있어 5월 어린이날에 방문하기 좋은 공원입니다. 입장 전에는 반드시 안내문을 숙지하여 입장해주시기 바랍니다. 익산 서동공원은 중앙광장, 수변휴게소, 미륵광장, 체력단련장, 피크닉장, 데크, 어린이놀이터, 어린이숲체험장 등이 있어 아이들과 함께 봄소풍을 떠나기에 최적의 공원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주말을 맞아 이미 많은 분이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중앙광장으로 향하니 이미 많은 가족단위 방문객들이 텐트를 치고 앉아 삼삼오오 모여 도시락을 먹기도 하고 수다를 떨기도 하며 즐겁게 지내고 있고, 아이들은 저마다 집에서 가져온 자전거, 퀵보드 등을 타며 신나게 체력단련을 하고 있었습니다. 자전거 대여할 수 있어요. 익산 서동공원 입구 간이슈퍼에서는 자전거를 대여해주고 있으며 대여료는 각각 1인용 자전거 5,000원 / 2인용 자전거 10,000원 / 4인용 자전거 15,000원입니다. 2인용 자전거 앞좌석에 보조석이 있는 4인용 자전거가 눈에 띄었는데요. 아직 자전거를 탈 수 없는 어린아이를 앞에 앉히고 부모님들이 페달을 밟아 달릴 수 있어 어린 자녀와 함께 나들이 나온 부모님들께 인기가 많았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온 가족이 마스크를 하고 있어 밝게 웃는 미소는 가려졌지만, 아이의 눈빛은 여전히 사랑스럽기만 합니다. 아직 자전거를 타기에 어린아이들은 집에서 각자 챙겨온 퀵보드 삼매경에 빠졌는데요. 이 아이는 이날 퀵보드를 처음 타보는 거라 안전장비도 모두 잘 갖춘 상태에서 아버님께서 계속 지켜보며 퀵보드에 탑승했습니다. 단란한 부자의 모습이 따사로운 봄 햇살보다 더 포근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서동공원 곳곳에는 나무그늘과 더불어 햇빛을 피할 수 있도록 원두막형태의 그늘이 있어 방문객들 대부분은 원두막 그늘에 돗자리와 텐트를 펴고 편안한 자세로 앉거나 누워 나른한 주말 여유를 만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서동공원에는 아이들이 체력 단련하기에 좋은 유아숲 체험원이 꾸며져 있는데요. 유아숲 체험원은 크게 A구역과 B구역 그리고 어린이놀이터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어린이놀이터에는 그네, 미끄럼틀 등이 있고 B구역에는 실로폰 놀이, 네 줄 징검다리 등의 나무 조형물을 통해 신나는 놀이를 즐길 수 있습니다. 저희는 A구역의 유아숲을 올라가 봤는데 가방걸이, 흔들그네 등 나무로 만든 다양한 조형물들이 있었으며 커다란 나무그늘 사이에는 아이들이 뛰어놀며 즐길 수 있도록 통나무탑, 무당벌레 평상, 통나무 징검다리 등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밧줄 그물 암벽 체험과 같이 스릴 넘치는 놀이도 즐길 수 있는데요. 유아숲 체험원에 있는 시설들은 유아숲 전용 시설로 평소에는 유치원 단체 관람 등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시설 훼손 등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초등생, 일반인의 출입을 삼간다고 하니 이 점 협조 부탁합니다. 중앙광장을 지나면 정면에 무왕루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무왕루는 익산 서동축제 때마다 무왕이 익산으로의 천도를 알리는 군사들의 퍼포먼스 장소로 활용되고 있는데요. 백제 전통양식을 따른 익산 제1호 건축물인 무왕루는 양옆의 동상들과 함께 백제의 미를 웅장하게 뿜어내고 있습니다. 무왕루의 웅장함에 감탄하여 한참을 쳐다보다 이내 금마저수지 산책로로 향했습니다. 금마저수지는 대한민국 지도를 닮았다고 하여 지도 연못이라고도 불리는 저수지고 미륵산을 발원지로 안정적으로 용수가 공급되어 1년 365일 물이 마르지 않으며 주변에 축사나 공장 등 오염원이 없어 1급수의 수질을 자랑합니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자전거, 인라인스케이트, 퀵보드 등은 출입이 금지되니 온 가족이 손을 꼭 잡고, 팔짱도 끼면서 도란도란 걷기 좋은 산책로입니다. 금마저수지 산책로 곳곳에서는 서동공원의 주인공인 서동왕자, 선화공주의 이야기가 붙여져 있는데요. 익산은 서동설화의 서동요가 살아있는 천년고도 백제왕도 (王都)로 서동요를 통해 선화공주의 사랑을 얻고 마침내 백제 30대 무왕으로 등극해서 삼국통일의 웅지를 펼치려 했던 서동의 탄생지입니다. 금마저수지를 산책하는 시간에는 서동왕자와 선화공주, 그리고 마한백제의 역사의 숨결을 느끼실 수 있길 바랍니다. 탁 트인 푸르른 금마저수지는 주말에 가족과 함께, 또는 연인, 친구와 함께 나들이를 나오기에 안성맞춤인 곳으로 저수지 위로 불어오는 바람이 정말 시원했습니다. 또한, 곳곳에는 푸른 저수지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어 온 가족이 추억 사진 남기기에 최적의 장소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금마저수지 산책을 마치고 다시 서동공원을 거닐다 저수지 앞 푸른 저수지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는 작은 누각이 있어 두 팔을 활짝 벌려 사진을 찍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 서동공원 주차장 위쪽에 있는 마한관에 들려봅니다. 익산 마한박물관은 익산에서 꽃피웠던 마한 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해 운영되고 있는 박물관으로 익산 역사의 요람이자, 경관이 수려한 서동공원 안에 있어 역사를 배우며 문화와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아쉽게도 현재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임시휴관 중이니 이 점 참고하여 방문하시기 바랍니다. 익산 서동공원은 서동공원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공원 중앙에 브론즈 조각상인 <백제 무왕상>이 전시되어 있고, <서동과 선화공주의 사랑이야기>라는 제목의 화강석 입상과 부조 작품도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봄에는 철쭉이 환영하며, 여름에는 금마저수지 물결이 푸르고 공원 내 십이지신상 조각을 보며 그 의미를 되새기고 사진을 찍어 볼 수 있어 아이와 함께하는 최고의 주말 나들이 장소입니다. 이상으로 5월 5일 어린이날에 방문하기 좋은 익산 서동공원에 대해 소개해드렸는데요. 5월 5일 어린이날에 서동공원을 방문하실 경우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하여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시고 방문자 간 1~2m 거리두기를 실천해주시기 바랍니다. 마한백제에 얽힌 역사 이야기도 배우고, 체력단련도 할 수 있는 익산 서동공원으로 놀러오세요! /글사진 = 긴천진(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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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5.04 17:21

[뚜벅뚜벅 전북여행] 군산 고군산군도 대장봉의 봄 “등산과 바다 풍경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면서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등산이 요즘 더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거기에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면 마음 방역도 되면서 더 좋겠죠? 오늘 등산을 위해 찾은 곳은 군산 고군산군도에 있는 대장봉입니다. 고군산군도는 군산에서 50km가량 떨어져 있는 군도입니다. 선유도를 비롯하여 야미도, 신시도, 무녀도, 장자도 등 총 63개의 섬으로 되어있으며 그중 16개 섬에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현재 섬을 연결하는 다리가 개통하면서 선유도, 무녀도, 장자도는 예전에 비해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 되었습니다. 위 사진은 신시도에서 무녀도로 넘어가는 고군산대교입니다. 예전에 이 다리가 없을 때는 배를 타고 갈 수 있기에 선유도 한번 가려면 큰 맘을 먹어야 했지만, 이제는 자가 차량을 이용해 쉽게 갈 수 있습니다. 선유대교, 장자대교를 지나 장자도 공용주차장에 차를 세웁니다. 주차장을 잘 갖춰져 있고 평일에는 여유롭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관광안내소는 코로나19로 임시 폐쇄되었으니 참고하세요. 주차장 주변에 자연스럽게 터를 잡고 유채꽃이 폈습니다. 올해 유채꽃은 코로나19로 여기저기 갈아엎어지고 있는데 이렇게 길가에 자연스럽게 피어 있으니 부담스럽지 않게 구경할 수 있습니다. 제가 가려는 대장봉은 대장도에 있습니다. 이곳은 장자도의 공용 주차장에서 차를 세우고 걸어서 이동할 수 있습니다. 회차를 하거나 대장도에 주차를 하기 불편하니 꼭 이곳 장자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이동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지도를 한번 보고 시작할까요? 이곳에는 고군산군도를 천천히 걸으며 경관을 즐길 수 있는 구불8길이 있습니다. 총 거리 21.2km 지만 크게 A코스, B코스로 나뉘어 있어 각자의 시간과 체력에 맞춰 걸으면 됩니다. 대장봉은 고불8길 A코스에 포함됩니다. 자세한 고불8길 코스와 지도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gunsan.go.kr/upload_data/board_data/BBS_0000231/152409709997340.jpg 보통 입구에서 우측 장자할매 바위쪽 계단길로 많이 오르지만 저는 오늘 섬의 좌측 등산로에서 등산을 시작해봅니다. 초보자들은 할매바위 쪽 방향으로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곳은 가파른 계단이지만 데크계단으로 등산로가 잘 정리되어있기 때문입니다. 반대 길, 제가 간 이곳은 비밀의 정원 속에 숲길이 있는듯합니다. 비밀의 정원 숲길을 따라가다 보면 이런 아름다운 전망을 볼 수 있습니다. 이제 한창 진달래가 피고 산벚꽃도 피고 있습니다. 군산에 벚꽃이 떨어질 무렵이었는데 이곳은 벚꽃이 한창이고 산벚꽃은 피고 있습니다. 아마도 바닷바람이 부는 곳이라 그렇겠죠? 조금 올라왔는데 이런 전망을 보니 산길을 따라 걸어온 보람이 있습니다. 좁은 길이 이어져서 혹시나 길을 잘못 찾았나 걱정했는데 구불8길 안내판이 나타납니다. 맘 편히 이 길을 따라가 봅니다. 진달래가 필 무렵이면 벚꽃도 만개하는 시점이라 벚꽃을 보러 다니느라 산에서 볼 수 있는 진달래를 늘 놓쳤는데, 올해는 사람이 많지 않은 산을 주로 찾아다니다 보니 올해는 진달래를 제대로 즐깁니다. 올해 진달래를 많이 봤지만 이렇게 바다를 배경으로 핀 진달래는 처음 봅니다. 섬 등산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겠죠? 산길을 따라가다 보니 길이 사라지고 바위가 나타납니다. 이 길이 맞나 의심이 되면서 그래도 따라 올라가 보니 눈에 보이는 것처럼 위험하지 않고 어렵지 않습니다. 이날 같이 등산한 초등학생도 잘 따라 올라갔답니다. 오후 4시가 넘어 올라가서 해가 벌써 많이 기울어져 하늘과 바다가 황금빛으로 물들고 있습니다. 마지막 로프를 잡고 오르는 오르막길을 통과하면 드디어 대장봉에 도착입니다. 한 시간 정도만 더 늦었다면 이곳에서 일몰을 볼 수도 있었겠지만, 오늘은 이렇게 만족하렵니다. 대장봉 정상에는 데크로 전망대가 잘 되어있습니다. 142m로 정상안내판이 있습니다. 142m로 그리 높지 않지만 이곳에서 장자도와 선유도 그리고 무녀도까지 고군산도 전체를 볼 수 있답니다. 30분이내의 짧은 등산으로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으니 가족들과 함께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 잠시 바위가 있어 올라가 보니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등산로에서 안전하게 촬영을 했습니다. 이제 데크 계단으로 내려옵니다. 그 계단에서 바라보는 전망도 일품입니다. 계단으로 내려오면 이곳에 할매바위가 있습니다. 아기를 업은 여자가 밥상을 들고나오는 모습입니다. 대횡경도의 할배바위와 이곳 장자도의 할매바위는 전설에 따르면 부부였다고 전합니다.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간 남편이 합격하여 돌아오자 아내는 정성을 다해 상을 차려 내왔습니다. 그런데 문득 남편이 데려온 첩을 보게 되었고, 서운한 마음에 굳어서 바위가 되었다고 전합니다. 고군산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낙조는 대장봉에서 보지 못하고 내려와 한참을 기다려 만났습니다. 정상에서 일몰을 봤다면 더 좋았겠지만, 가족과 함께한 등산에서 하산길이 위험할 수 있기에 안전을 고려 일찍 내려왔기 때문이지요. 어떠한 것보다 안전이 최우선인 거 잘 아시죠? 등산으로 건강도 챙기고, 탁 트인 전망을 보며 마음도 건강해진 기분입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개인의 위생을 챙기면서 건강한 산행 어떠세요? 주말에는 사람이 많을 수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글사진 = 김보현(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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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4.27 17:25

[뚜벅뚜벅 전북여행] 익산 달빛 소리 수목원, 계절마다 피우는 아름다운 꽃들로 입소문 나

전라북도 5대 수목원 중 하나인 달빛수목원은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이 마다 특색있는 아름다움으로 입소문이 난 특별한 수목원입니다. 전라북도 익산시 춘포면에 있는 달빛소리 수목원은 봄에는 수선화와 동백꽃, 철쭉, 왕벚나무꽃 등이 꽃망울을 터뜨리며 활짝 피어 달콤한 향기를 뿜어 수목원을 찾는 방문객들을 맞아준다고 합니다. 전국 각지에서 20년간 수집한 희귀한 고목들로 가꾼 개인 수목원으로 2018년 6월에 개장하였습니다. 수목원 내 카페 달빛소리도 운영하고 있어 넓은 수목원을 둘러보고 시원한 차도 마실 수 있습니다. 익산에서 동백꽃이 아름다운 곳에서 사진을 찍고 싶다면 주저 없이 달빛소리 수목원으로 가라는 말을 할 정도로 봄이면 벚꽃과 동백이 어우러진 달빛 소리 수목원을 소개하겠습니다. 처음 수목원을 방문했던 날이 월요일이었는데 매주 월요일은 정기휴무입니다. 다시 찾아간 수목원의 입구는 산책로로 조성되어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위쪽으로 올라가게 되어 있었습니다. 산책로 길에 전등이 설치되어 해가 지면 예쁜 불빛이 아롱 되는 멋진 길이 된다고 합니다. 숲길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황순원 소나기나무입니다. 이 나무는 500년이 넘는 마을 수호신 당산나무입니다. 첫사랑 나무라고도 불렸다고 합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먼 이웃 마을 소년 소녀들까지 이곳 뒷동산에 올라와 몰래 쪽지를 주고받고 이목을 피해 얼른 헤어지기도 했답니다. 그리고 소나기라도 내리면 느티나무 동굴 안에서 비를 피하기도하면서 사랑을 키워온 공공의 비밀 장소였다고 합니다. 수목원의 마스코트라고 하네요. 실제 황순원의 소나기에서 소년과 소녀가 비를 피해 들어간 곳은 수숫단 속이었는데 이곳은 나무 속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넓어서 두 사람도 넉넉하게 들어갈 수 있는 것 같아 소설 소나기에서처럼 가슴 두근거리는 애틋함은 안 생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슬그머니 웃음이 나왔습니다. 안에서 보이는 나무 구멍도 나이를 말해 주는 듯해 이끼와 나무 속껍질에서 경이로움을 느껴 봅니다. 나무 사이로 통나무집의 카페 달빛소리가 보입니다. 2층 테라스에서 수목원 정원을 보면서 지평선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 좋은 곳입니다. 수목원을 둘러보기 전에 차 한 잔 마시는 것도 좋고 둘러본 후에 편안히 앉아 여유롭게 주변 풍경도 눈에 담고 비치된 책을 읽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수목원의 입장료는 3,000원인데 카페를 이용하고 차를 마시면 입장료는 무료입니다. 향기 나는 금목서와 은목서, 납매로 구성된 산책길도 있습니다. 금목서는 9~10월에 꽃을 피우는 전형적인 가을꽃입니다. 주황색 꽃을 피우는데 샤넬 향수의 주원료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금목서의 꽃말은 첫사랑, 당신의 마음을 끌다., 진실한 사랑이라고 해요. 남부지역에서만 성장하는 금목서는 향기를 즐길 수 있는 정원수로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꽃의 향이 2주 동안 지속하는데 은목서의 꽃은 흰색이랍니다. 600주로 조성된 산책길이 꽃이 피면 얼마나 은은한 향을 뿜어낼지 기대가 됩니다. 가을에 금목서, 은목서 향기 축제가 열린다고 합니다. 야외 카페도 조성되어 있어서 햇볕 따스한 봄날을 만끽하며 봄꽃을 즐겨 볼 수 있습니다. 애기 동백꽃은 다 져버리고 겹 동백꽃이 한창이었습니다. 야외 카페 아래의 사랑해 계단은 겹 동백꽃이 좌우로 활짝 피어 있어 사진이 무척 아름다웠습니다. 산수유꽃, 분홍의 진달래꽃, 개나리, 목련, 왕벚나무꽃, 할미꽃 등 봄에 볼 수 있는 꽃들이 여기저기 곳곳에 피어 있어 눈이 황홀했습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연노란색의 꽃이 유독 눈길을 끌었습니다. 봄의 꽃들을 보면 왠지 가녀리다는 느낌을 받곤 했는데 봄볕을 받으며 찬란하게 빛나는 꽃들을 보니 생기가 넘치는 것 같았습니다. 메타세콰이어길을 따라 수목원의 다양한 풍경을 사진에 담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갑니다. 넓은 잔디밭이 있는 비밀의 화원은 야외예식장이 된답니다. 파란 하늘 아래서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새로운 인생을 축복받는 것도 로맨틱할 것 같아요. 여기저기 사진을 찍으면 그림이 되는 장소가 많았습니다. 달빛 소리 수목원은 여름에는 백합, 산나리꽃, 목화꽃, 수국이 피고 가을에는 천일홍, 백일홍, 금목서, 은목서, 단풍이 예쁜 곳이랍니다. 겨울에는 동백꽃과 납매 꽃이 눈과 어우러져 멋진 설경을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답니다. 도심에서 벗어나 깨끗한 공기 속에서 숲 속 정원 같은 수목원의 풍광과 봄꽃의 정취에 푹 빠져 하루를 즐기고 왔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 가족과 함께 달빛 소리 수목원에 나들이 꼭 다녀오세요. <달빛 소리 수목원> 주소: 전북 익산시 춘포면 천서길 150 개장시간: 매일 11:00~오후 8시(매주 월요일 정기 휴무) 입장료: 3,000원, 카페 이용 시 입장료 무료 /글사진 = 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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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4.22 11:32

[소곤소곤 전북일상] 자전거 타고 전주 산책, "페달을 밟아 봐요, 봄바람이 느껴지나요?"

따뜻한 봄 날씨가 느껴지는 요즘 봄바람을 느끼고 싶지 않나요? 이번에 소개할 장소는 마음껏 자전거 타기를 즐길 수 있는 전주 자전거 길입니다. 따뜻한 봄바람과 함께 자전거 페달을 밟고 있으면 기분이 저절로 상쾌해집니다. 전주천 변을 따라 자전거를 탈 때만큼은 답답함이 싹 가신 듯합니다. 이곳은 7개의 코스로 이뤄져 있으며 그 길이는 모두 67km에 달합니다. 호남제일문 방면에서 한옥마을 방면, 만경강에서 월암교 방면 등 전주 내 여러 방면으로 나눠 있어 이용자의 편의에 따라 코스를 고를 수 있습니다. 한창 날씨가 풀린 3월 25일, 전주 자전거 길을 이용해보고자 길을 나섰습니다. 20도를 웃도는 날씨에 두꺼운 외투를 벗고 간단한 운동복을 착용해 몸도 마음도 홀가분했습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자전거도 없이 자전거 기행에 나섰습니다. 혹시 전주에도 서울시의 따릉이 같은 공영자전거가 있지 않을까 고민해보던 차에 문득 생각난 곳, 필자는 그곳을 향해 곧바로 발을 내디뎠습니다. 도착한 곳은 바로 백제교 부근의 전주시 공영자전거 대여소(이하 자전거 대여소), 이곳에서 1회 1,000원이라는 저렴한 이용료로 공영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었습니다. 대여와 반납은 자전거 대여소가 운영되는 시간이라면 언제든지 가능합니다. 또한,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일반용 자전거(파란색), 2인용 자전거(초록색)이 대여 가능하며 이곳에 없지만, 유아용(노란색) 자전거도 대여할 수 있다고 합니다. ■ 운영시간 운영 시간은 6월부터 8월까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 3월 11월 12월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4월, 5월, 9월 10월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입니다. 반납은 꼭 대여한 당일 내에 이뤄져야 하며 휴대전화로 본인 인증이 필수예요. 또한, 헬멧 착용도 의무입니다. 자전거 대여소는 덕진공원, 전주천 생태 자전거놀이터, 한옥마을 향교, 오목대, 자연생태관, 치명자산 부근에 각각 있으므로 꼭 자전거를 대여한 곳에서 반납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 외에도 전주시의 발표에 의하면 삼천동 부근과 송천동 부근에도 자전거 대여소를 만들 계획이라고 전해 다양한 곳에서 대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자전거 대여로 편리한 라이딩 자전거 대여를 완료한 후 페달을 밟았습니다. 햇볕에 달궈진 몸이 바람에 의해 서서히 시원해집니다. 전주천을 따라 조성된 자전거 길옆으로 갈대밭이 우겨졌습니다. 여러 종류의 새들도 발견할 수 있어 자연환경과 어우러진 전주천은 한 폭의 그림 같았습니다. 전주천이 처음부터 이렇게 아름다운 경관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본래 2000년대 이전만 해도 전주천은 도시화로 인해 생활하수 및 쓰레기로 가득했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사람들에게도, 물고기들에게도 버려진 하천이었죠. 2000년부터 2년간 자연형 하천 조성사업으로 맑은 물에서만 산다는 쉬리와 수달이 전주천을 찾았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2012년부터 7년간 진행된 전주천 고양의 강 사업으로 시민들이 여가생활을 더욱 편히 즐길 수 있도록 하천과 그 주변부를 정비했습니다. 그 때문인지 자전거 길은 움푹 패어있거나 크게 균열이 가있는 부분 없이 매끄럽고 쾌적했습니다. 한옥마을 앞에 당도하니 또 다른 자전거 대여소가 보였습니다. 시작한 곳보다 더 큰 규모 같았어요. 다수의 1인용 일반 자전거 외에도 2인용 자전거, 유아용 자전거도 보였습니다. 또한, 자전거 대여소에 설치된 펌프를 통해 바퀴의 바람도 채울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만 주의할 부분도 역시 있었습니다. 자전거 길의 폭이 좁아 보행자나 맞은편에서 오는 자전거에 상당한 신경을 써야 합니다. 또한, 전주시는 전주 시민자전거 행진을 주기적으로 개최합니다. 행진에 참가하면 자원봉사시간도 부여되니 하루쯤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자전거를 타보는 것은 어떨까요? /글사진 = 최기웅(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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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4.13 17:37

[뚜벅뚜벅 전북여행]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 "봄봄봄 햇살에 활짝 핀 꽃동산 수목원에서 힐링하세요"

가장 먼저 봄꽃 소식을 전하는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에 향기 가득한 봄나들이 다녀왔습니다. 계절마다 아름다운 꽃과 실록의 삼림욕 하기 좋고 다양한 산책코스로 가족들과 가볼 만한 곳이랍니다. 전주수목원 관람안내 ▶ 하절기(3월-10월) : 09:00-18:00 ▶ 동절기(11월-2월) : 09:00-17:00 ▶ 매주 월요일 휴원일, 설날, 추석 당일 휴원일 ▶ 관람시 유의사항 : 주차장이용, 쓰레기 갖고 가기, 취사불가(도시락가능), 삼각대사용금지 우리나라 남쪽부터 봄꽃 개화 소식이 들려올 때쯤 매화 향기 따라 봄기운을 느낍니다. 앙상한 매화 나뭇가지에 향기를 품고 있는 꽃봉오리를 터트리며 살랑살랑 바람 따라 전해집니다. 흔하게 볼 수 없는 홍매화의 진홍빛 꽃망울도 활짝 피었습니다. 일반 수목원 길에 과실나무와 활엽수 숲을 산책할 수 있습니다. 죽림원은 곧게 뻗은 대나무숲으로 맑은 공기와 삼림욕 하기 좋은 힐링코스입니다. 대나무 숲길 따라 걷을 때 귀를 기울여보세요. 바람결에 흔들리는 대나무 잎소리가 경쾌합니다. 붓꽃과인 베르누스크로커스 리멤브런스는 이제 막 꽃피우려고 얼굴을 쏘옥 내밀고 있습니다. 이 꽃이 만개하면 보랏빛으로 물 들 것 같아요. 지금 한창 물오른 노란 수선화는 수목원 길목에서 봄나들이 방문객을 맞아줍니다. 수줍게 피어나는 수선화 색감이 완연한 봄을 말해주네요. 봄꽃의 주인공 개나리도 한 송이 두 송이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중순이 지나면 개나리 노란 물결을 이루겠네요. 3월 봄꽃이 하나둘 피기 시작하면서 겨울이었던 수목원 풍경도 점차 알록달록 꽃동산이 만들어집니다. 전주수목원에 4월 봄꽃은 튤립, 양귀비 등이 피고요. 5월이 되면 장미정원에 수십 종류의 장미꽃이 만개합니다. 수목원 중앙의 랜드마크 광장을 지나 수련이 떠 있는 연못을 만날 수 있습니다. 초여름부터 우아한 수련의 꽃을 볼 수 있습니다. 포근한 날씨에 가족들과 아이들과 함께 가면 더욱 좋은 수목원입니다. 맛있는 도시락을 싸서 피크닉 쉼터에서 즐겨보세요. 넓은 잔디광장에 파릇파릇 잔디가 올라오면 완연한 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푸른 하늘과 초록의 잔디광장에서 마음껏 뛰놀면서 봄나들이 만끽하는 아이들을 볼 수 있습니다. 봄이 찾아온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에서 맑은 공기와 향기로 맞아주는 봄꽃으로 힐링하세요. /글사진 = 이임순(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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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3.16 17:40

[뚜벅뚜벅 전북여행] 완주 화암사 '복수초, 얼레지 꽃길을 걷다'

시절이 하 수상(殊常)하고, 마음은 뒤숭숭하지만 봄은 거침없이 뚜벅뚜벅 다가옵니다. 찾아오는 봄에 저항하기 위하여 겨울은 눈까지 뿌리며 끝까지 안감 힘을 써보지만 이내 백기를 든 모양입니다. 봄은 승리를 자축하기라도 하는 듯 곳곳에 꽃소식을 전합니다. 전라북도 완주에 있는 화암사도 예외 없이 꽃들이 모이고 있습니다. 복수초, 얼레지 꽃향기를 찾아서 완주 화암사로 떠납니다. 전주에서 봉동읍을 거쳐 대둔산으로 가는 길은 시원하게 뻗어 있어 거침이 없습니다. 잠시 달렸는데 멀리 있던 산들이 성큼 가까이 왔습니다. 길 양편 평지마다 푸름이 진해졌습니다. 완주가 자랑하는 양파와 마늘밭입니다. 봄기운을 듬뿍 머금고 있어 싱그러움이 전해집니다. 화암사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마을에 들어서자 노란 산수유꽃이 금방이라도 터트릴 기세를 하고 있습니다. 매화와 함께 봄의 전령사 역할을 하는 꽃이지요. 마을 중간중간에 얼굴을 내밀고 있는 매화 역시 산수유꽃과 경쟁을 하듯 축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햇빛이 잘 드는 가지에는 꽃망울을 활짝 터트린 것도 볼 수 있습니다. 환하게 웃는 매화는 이미 봄꽃 축제가 멀지 않았음을 전해줍니다. 사하촌(寺下村) 싱그랭이마을(요동마을)은 숲 입구까지 길게 이어져 있습니다. 숲 안쪽에 주차장이 있지만, 숲 입구부터 걸어서 가기로 했습니다. 화암사 주변 구역은 전라북도가 14개 시군에 생태관광지를 조성하고 있는 곳 중의 하나입니다. 완주군은 이곳에 야생화를 주제로 한 생태관광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생태 탐방로를 따라 걷다 보면 작년에 피었던 산수국꽃 무리도 보입니다. 색깔은 변했지만, 그 자태는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아직 숲길은 겨울 색깔을 벗지는 못했지만 여기저기서 푸른빛이 올라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가끔은 겨울 숲 사이로 꽃향기가 전해지기도 합니다. 이 시기에 산에서 진한 꽃향기를 느꼈다면 십중팔구 길마가지나무꽃일 가능성이 큽니다. 주로 높은 산악지대에서 사는 나무라서 등산을 하다가 자주 만나기도 한답니다. 숲길을 지나 주차장에 오르려는데 주차장 언덕 양지바른 곳에 앙증맞은 꽃이 눈에 띕니다. 봄까치꽃(큰 개불알꽃)입니다. 땅바닥에 핀 작은 꽃이라서 눈높이를 맞추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꽃입니다. 가까이 다가가는 수고로움이 있을 때 봄까치꽃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습니다. 주차장에서 화암사 가는 길은 계곡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나 있습니다. 오른쪽 길은 넓어 여유롭게 걷는 길이고요. 왼쪽 길은 숲 사이로 구불구불 돌아가는 좁은 산책로입니다. 두 길은 중간에 다시 만나 사이좋게 화암사로 이어집니다. 화암사 가는 길은 불명산 등산로이기도 합니다. 화암사에 오를 때는 주로 왼쪽 길을 이용합니다. 화암사까지 거리가 1km가 채 안 되기 때문에 가능하면 해찰하면서 천천히 걷고 싶기 때문입니다. 특히 복수초꽃이 피는 시기에는 이 길을 따라 올라야 복수초꽃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답니다. 해찰하다 보면 이런 풍경도 보입니다. 속이 텅 빈 감나무 고목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습니다. 더는 나이를 셀 필요가 없다는 듯이 나이테를 다 지워버리고 껍질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나무입니다. 그 나무를 통해서 본 숲은 또 다른 세상입니다. 멀리 노란색 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복수초 꽃밭입니다. 눈 속에서도 꽃을 피운다는 꽃이지요. 실제 2월 마지막 눈이 내렸을 때 이곳에는 이미 복수초가 꽃을 피우기 시작했었는데요. 눈 속에 의연히 피어있던 복수초꽃을 보는 순간 감동이었습니다. 눈 속에서 복수초꽃이 피었을 때가 초기였다면 지금은 절정기입니다. 주변을 노랗게 물들인 풍경이 장관입니다. 특히 이곳은 가까이 다가가 꽃을 보고 사진도 찍을 수 있는 꽃길이 있는데요. 화암사 주변에 생태관광지를 조성하면서 야생화 자생지 보호 구역과 야생화 탐방로를 구분해서 만들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복수초 꽃밭을 살짝 비켜선 빛이 잘 드는 언덕에는 수선화 잎이 한 뼘쯤 올라왔습니다. 복수초꽃 노란빛이 시들할 즈음에는 수선화가 그 자리를 대신해서 노랗게 밝혀주겠지요. 계곡 물가에서 빛을 받아 마치 꽃처럼 하늘거리는 것이 보여 다가가 보았습니다. 반짝이는 것은 꽃이 아니라 나뭇잎이었습니다. 세상의 빛을 본 지 얼마 안 된 새잎은 마치 꽃 마냥 아름답습니다. 야생화 탐방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올라온 길과 만났습니다. 이곳부터는 계곡 물소리를 벗 삼아 가는 길입니다. 계곡에는 물이 많아 물소리가 끊이질 않고 이어집니다. 계곡 웅덩이에는 개구리 알도 보입니다. 부지런한 개구리는 일찍 봄맞이 준비를 마쳤습니다. 나무 계단 옆 절벽은 지난번 눈이 왔을 때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렸던 곳입니다. 고드름을 보는 사람마다 탄성을 자아냈습니다.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겨울철 고드름이 그리웠을 것입니다. 어릴 적 추억을 소환한 고드름이었습니다. 추억의 고드름이 있던 자리에 파랗게 물이 오른 이끼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이끼가 이미 봄기운을 간파했는지 생기가 넘칩니다. 나무 계단을 지나 햇빛이 잘 드는 언덕에는 얼레지가 살짝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마치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는 듯한 인상입니다. 두 번째 올라온 잎은 꽃대를 품고 있습니다. 노란 복수초꽃이 지기 시작하면 그때는 보랏빛 얼레지꽃이 화암사 계곡을 환하게 물들일 것입니다. 따스한 햇볕을 받아 현호색 한 그루 꽃을 피웠습니다. 봄이면 어느 등산로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꽃이지만 아직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계곡을 오르는 동안 처음 본 현오색 꽃입니다. 계곡 끝에는 폭포가 있습니다. 2단으로 이루어진 폭포에서는 힘차게 물줄기가 흘러내립니다. 화암사는 폭포 위쪽에 있습니다. 철 계단을 따라 폭포를 거슬러 오르면 화암사가 보입니다. 철계단 옆 언덕에는 얼레지가 금방이라도 꽃을 피울 기세입니다. 아래쪽에서 보았던 얼레지에 비하면 상당히 빠른 편입니다. 화암사 계곡에서 이곳이 가장 따스한 곳인가 봅니다. 철계단을 올라 살짝 돌아서면 돌계단 위에 놓인 화암사가 보입니다. 화암사라고 이름 붙인 것은 마치 큰 바위 위에 핀 꽃 한 송이 같은 절이라는 의미겠지요. 돌계단을 오르면서 이름과 잘 어울리는 절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돌계단 끝에서 절로 들어가기 전에 등산로를 따라 언덕으로 올라서 절을 내려다보았습니다. 편안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절입니다. 절 입구에 있는 누각인 우화루(雨花樓, 보물 제662호) 앞에 있는 매실나무도 열심히 꽃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3월 어느 날인가 우화루에 매화 꽃잎 흩날려 꽃비가 되는 날이 있을 것입니다. 절에 누각이 있는 경우 누하(樓下) 진입이 일반적이지만 화암사는 누각 아래가 막혀 있는 구조입니다. 대신 우화루 옆 돌계단을 따라서 오르게 되어 있습니다. 돌계단을 오르다 보면 왼쪽 화단에 목단 한 무리 도도하게 서 있습니다. 목단꽃은 매화 꽃잎 다 흩어지고 나른해진 어느 봄날에 모두를 화들짝 놀래주며 화려하게 등장할 것입니다. 절 안으로 들어서면 건물들이 오밀조밀 머리를 맞대고 앉아있습니다. 욕심을 버리고 좁은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유일한 하앙식 구조 한옥 건물인 극락전(국보 제316호)를 한 바퀴 돌아보다가 뒤편에 있는 매실나무에 눈이 꽂혔습니다. 꽃을 보려면 아직 기다림이 필요하겠습니다. 매화 활짝 핀 나무 아래에 있는 작은 부도 하나, 꼭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고 싶은 풍경입니다. 주차장에서 화암사 절까지 부지런히 걸으면 20분이면 충분한 거리인데 1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가는 길에 봄 구경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오르는 길에 복수초꽃이 만발한 풍경도 보고 물가에서 진한 향기를 날리고 있는 길마가지나무꽃도 만났습니다. 아직은 귀한 현호색도 보았고요. 폭포 옆 계단 주변에는 얼레지도 곧 꽃을 피울 것 같아요. 활짝 핀 얼레지꽃이 그립습니다. 올해는 얼레지꽃을 꼭 보고 싶습니다. 얼레지꽃 보랏빛 향기가 화암사 계곡을 물 들 때에 다시 찾아가렵니다. 그때 화암사에 들려 매화 안부도 물어보아야겠습니다. /글사진영상=김왕중(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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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3.16 17:16

[반짝반짝 전북문화] 용굴암 : 아이와 함께 실록길 걸으며 역사 기행

퇴장하려니 심술이 났는지 궂은 겨울비 내린 날, 2019년 불꽃 문학상을 받은 장은영 동화작가와 함께 내장산 실록길을 걸었습니다. 장은영 작가는 조선왕조실록을 지키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은 유생과 관리, 이름 없는 서민들을 주인공으로 한 동화를 썼는데요. 책 제목은 <으랏차차 조선실록 수호대>입니다. 동화를 쓰기 위해 답사차 들렀던 곳을 오랜만에 저와 다시 걷게 되었습니다. 내장산에서 해설했던 김명주 문화해설사도 동행해서 이야기가 더 풍성한 산책길이었습니다. 여러분도 함께 걸어 보실까요? 내장사 천왕문 양옆으로 계곡이 흐르는데 왼편 금선계곡 쪽으로 가면 실록길을 따라 걸을 수 있습니다. 실록길은 천왕문-금선계곡-용굴 까지 이어지는 1.8킬로의 길인데 용굴 가는 길이라는 현수막과 조선왕조실록길이라고 새겨진 나무 기둥이 길 찾기를 도와줍니다. 순한 평지 길을 잠시 걷다 보면 데크로 만든 조망대가 있는데 여기서 잠시 걸음을 멈추세요. 그리고 내장산에서 가장 수형이 아름다운 단풍나무를 한번 찾아보세요. 경사가 있는 땅에서 자라 35도 정도 기울어져 있는데 수령이 280년 된 나무라고 해요. 겨울이라 잎이 없으니 오히려 수형을 잘 볼 수 있고, 나무를 찾기도 더 쉬웠습니다. 실록길은 계곡의 양옆을 오가며 이어지기 때문에 다리를 자주 건너게 되는데 모두 8번 다리를 건너야 합니다. 실록 1교부터 실록 7교까지의 다리는 관련 인물의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여덟 번째 다리는 이름이 없어요. 조선왕조실록길을 걸은 사람들 모두가 오래오래 이 길을 마음에 간직하기 바라는 마음으로 나만의 실록교라고 이름을 지어보라고 합니다. 저는 나만의 실록교를 건너며 실록을 지키기 위해 애쓴 선조들의 이름을 되뇌어보며 그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습니다. 이제 용굴로 올라가 볼까요? 작가님이 답사차 왔을 때는 현재 모습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좁은 철 계단이 있었는데 더 가팔랐고 위치도 좀 바뀌었다고 해요. 지금은 세 사람이 나란히 걸어도 될 만큼의 계단이 새로 놓였습니다. 총 221개의 계단을 오르면 신호대가 있는 오솔길을 돌아 드디어 용굴암 터와 용굴을 만나게 됩니다. 전주사고에 보관한 실록이 우마차 몇십 대, 상자만 62개 분량이었다고 하는데 이 가파른 길을 어떻게 올랐을까요? 조선왕조실록은 태조부터 철종까지 임금이 왕위에 있는 동안 조정에서 일어난 일과 그 밖의 여러 사실을 정리한 기록입니다. 8명의 사관이 24시간 내내 교대로 임금의 곁을 지키며 기록했어요. 우리가 조선시대 역사를 잘 알게 된 것도 사극이나 드라마로 역사가 새롭게 해석되는 것도 다 방대한 실록 자료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요. 총 25대 왕에 걸친 472년의 기록을 담은 실록은 2077권으로 국보 제151호로 지정되었습니다. 1997년 10월에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도 등재되었습니다. 실록은 화재 등 재해로부터 지키기 위해 4개의 사고에 분산해 보관했는데 임진왜란 때 전주사고를 제외한 춘추관, 충주, 성주사고가 불타버리고 말았어요. 이때 정읍의 유생 안의와 손홍록이 내장산 용굴암으로 실록을 옮겨 실록이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내장산에 실록이 머문 기간은 370여 일, 용굴암을 거쳐 더 깊숙이 은적암, 비래암 등으로 옮겨서 실록을 보관했다고 합니다. 여기까지 걸었는데 아직 기운이 더 남았다면 용굴에서 다시 계단을 올라 은적암 터가 있는 곳까지 가 봐도 좋습니다. 229개의 계단을 올라야 하니 심사숙고하세요. 하지만 고생한 만큼 더 멋진 내장산의 봉우리와 능선을 만나게 될 테니 도전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돌아오는 길 금선계곡에 흐르는 물을 동영상으로 담아봤습니다. 이 물처럼 역사의 물줄기도 계속 흘러가겠지요? 산세가 험준해 실록을 피난시키기에는 최적지였지만, 등짐을 지고 걷기에는 녹록지 않았을 길, 역사를 지고 걸었던 그분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역사는 기억되고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산책을 마칠 즈음, 하늘도 파랗게 열리고 날씨가 쾌청해졌습니다. 우리는 내장사 입구 정혜루에서 향긋한 연잎 차를 마시고 군고구마도 먹으며 피로를 풀었습니다. 내장사에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정혜루에 가시면 누릴 수 있는 호사입니다. 물론 부처님의 자비로 무료로 나눔 하는 차입니다. 조선왕조실록을 지킨 선조들의 용기와 노고를 기리며 내장산 실록길을 한번 걸어보세요. 이제 곧 봄이 올 테니 나뭇잎이 연둣빛으로 물 들 때, <으랏차차 조선실록 수호대>동화를 읽고, 자녀와 함께 역사 기행을 떠나보는 건 어때요? 내장사로 가는 길 왕조교와 실록교를 건너보고, 탐방 안내소 직전 화장실 옆에 있는 조선왕조실록 내장산 이안사적기비도 찾아보세요. 실록은 조선의 정신이며 자존심이다. 실록이 사라지면 조선의 역사도 함께 사라지는 게야. 역사가 없는 민족은 앞날도 기약할 수 없다. 나는 목숨을 버리는 한이 있어도 반드시 실록을 지킬 것이다. 안의의 단호함에 석개는 마음이 흔들렸다. - <으랏차차 조선실록 수호대> 에서 만난 문장 /글사진=오교희(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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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2.17 17:31

[뚜벅뚜벅 전북여행] 완주 백여리 겨울 스케치 여행 : “어머니 밥상 같은 구수한 손맛과 정이 있는 곳“

완주군 구이면 백여리로 가기 위해 전주 974번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송천동에서 전주 시내~평화동~구이면을 지나 한참을 달려 정자리 정류장에 도착했습니다. 십여 년 전, 어느 그림 모임에서 겨울 풍경을 보러 간다고 하길래 따라갔던 길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조용하고 고요한 마을 풍경 그대로입니다. 아무도 다니지 않는 길목, 백구 2마리만이 아는 척을 해줍니다. 바로 옆, 문 닫힌 백여정미소의 오래된 간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완주군 구이면 백여리. 완주 오봉산 아래 있는 마을이라 이따금 씩 등산객들이 오고 가는 곳입니다. 저도 등산해볼까 하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왔지만, 옛날 같지 않아 오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오니 반가운 마음에 구석구석 더 걷고 싶어집니다. 전주 시내와는 사뭇 다른 풍경. 버스를 타고 30~40분 남짓 온 것 같은데 전혀 다른 풍경과 공기가 느껴집니다. 여행이 이래서 좋은 건가 봅니다. 걷다 보니 정자마을을 알리는 이름이 보이고 정자교 다리가 보입니다. 딱히 목적지는 없지만 길이 있으니 일단 걸어봅니다. 산 아래로 색색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대부분 집수리를 마쳐 예전과 같은 모습은 아니지만 소박한 마을 풍경은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다리를 지나 한참을 굽이굽이 올라가다 보니 나무가 빽빽이 심어있는 곳에 접어들었습니다. 겨울이라 앙상한 나무들, 차가운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만이 낯선 여행자의 방문을 알아봐 줍니다. 아무 데나 걸터앉아 색연필을 꺼내고 이것저것 그려보기 시작합니다. 영하 5도의 꽤 추운 날씨, 의욕 넘치게 맨손으로 연필을 잡습니다. 완주의 차가운 겨울을 직접 마주하니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갑니다. 메마른 이 땅에도 곧 꽃피는 봄이 오겠지요. 걷다가 우연히 마주한 경운기 한 대에 시선이 갑니다. 별다를 건 없지만, 경운기의 입체적이고 복잡한 구조, 정겨운 그 모습이 좋아 종이에 담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시간을 보니 밥때가 됐네요. 배가 고파 옵니다.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 어느 가게에 들어갔습니다. 오봉산 등산객들에게는 오래전부터 쉼터로 잘 알려진 곳입니다. 언뜻 보면 동네슈퍼 같지만, 김치찌개 백반과 라면도 먹을 수 있는 밥집이기도 하지요. 함께 간 일행이 이곳에 가고 싶다고 얘길 했던 터라 들어가긴 했는데, 어쩐지 가게 분위기가 익숙합니다. 십여 년 전, 이곳에서 밥을 먹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대여섯 명이 좁은 가게에 들어앉아 허겁지겁 김치찌개에 밥을 비벼 먹었는데 참 맛있었거든요. 구석구석 살펴보니 가게도 주인아주머니도, 아저씨도 많은 시간을 지나온 것 같습니다. 더불어 저도 함께 말이죠. 사장님! 사장님! 한참을 불러도 나오지 않으시길래 테이블 의자에 무작정 짐을 풀고 기다렸습니다. 조금 지나자 그제야 인기척을 들으신 듯 아주머니가 나오시네요. 저희 김치찌개 주세요~ 주문을 받자마자 뚝딱뚝딱 안에서는 분주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김치의 시큼한 내음이 폴폴 풍겨오고 배에서도 난리네요. 기다린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김치찌개 한 상이 뚝딱 차려졌습니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돕니다. 언뜻 보니 찌개 속에 김치 반, 고기 반입니다. 두툼한 돼지고기가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네요. 그 옆에 펼쳐지는 반찬 8종 세트. 다른 것보다도 어렸을 때 자주 먹던 참죽나물이 반가웠습니다. 예전에 먹던 그 맛입니다. 요즘 마트에서 사 먹는 김 가루와 비슷한 맛이 나지만, 먹어보면 오묘한 향과 식감이 매우 다르게 느껴집니다. 지금은 흔히 먹을 수 없는 귀한 음식이죠. 언제 밥을 먹었는지도 모르게 순식간에 해치운 밥 한 공기, 그리고 김치찌개가 바닥을 보입니다. 반찬 하나하나가 맛깔스럽고 소박한 어머니의 손맛 그대로입니다. 무심한 듯 계속해서 음식을 주시는 주인아주머니. 정이 많은 분입니다. 예전에도 이곳에 와 밥을 먹었다고 아는 척을 하니 그제야 표정이 풀리며 반갑게 대화를 풀어갑니다. 이제야 겨우 어색함이 풀어지게 됐는데, 벌써 가방을 메고 나설 시간입니다. 갈 길이 머니까요. 주인 내외분과 긴긴 작별 인사를 마치고, 오봉산 주유소 쪽으로 터벅터벅 걷습니다. 이제는 영업하지 않는 텅 빈 오봉산 주유소의 전경이 조금 쓸쓸하네요. 맞은 편, 또 다른 가게 간판이 보입니다. 가게 입구를 보니 식당인 것 같은데, 커다란 커피 잔 풍선이 서 있습니다. 카페도 같이 하나 봅니다. 식사 후, 커피 한 잔 마시며 이야기도 나눌 겸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아직 추운 날씨라 등산객도 손님도 많지 않은가 봅니다. 카페 주인이 반갑게 저희 일행을 맞아줍니다. 친절하고 살가운 말투의 주인분은 가게 밖에 곶감이 있으니 커피 나올 동안 드시라며 정다운 말 한마디를 건넵니다. 집에서 말린 곶감은 무슨 맛일까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커다란 곶감 하나를 따서 먹었는데, 이게 웬걸? 너무 달고 쫀득쫀득한 게 완전 꿀맛입니다. 이래서 완주 곶감이 으뜸이구나! 다시 한 번 느끼게 됩니다. 더 먹고 싶었지만, 맛본 걸로 만족하고 카페로 들어갑니다. 주인분께 제가 먹어본 곶감 중에 제일 맛있었네요! 라고 말을 하니 환하게 웃으시며 커피를 내옵니다. 커피와 함께 말린 사과, 감이 서비스로 나오네요. 주문한 가래떡 구이의 비주얼은 기대 이상입니다. 통통하게 구워진 떡이 군데군데 갈라진 걸 보니 잘 구워졌네요. 겉은 바삭바삭 속은 쫀득~ 가래떡과 아메리카노의 조합이 정말 환상입니다. 커피도 전문적으로 배우신 것인지, 원두에 관해 설명도 해주시고 실제 커피 맛도 좋았습니다. 사실 이곳에서는 닭 요리를 먹어야 하는 건데 식사를 하고 온 터라 백숙 요리는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그렇게 따뜻한 곳에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지나간 추억도 곱씹어보고 오늘 걸었던 길도 돌아보며 백여리에서의 하루를 정리해봅니다. 봄이 오고 날씨가 좀 더 풀리면 등산객들의 발길도 많아지겠지요. 그때는 봄 내음 폴폴 나는 오봉산을 만끽하고 돌아오는 길 백숙에 막걸리까지 한잔 걸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백여상회> 김치찌개 7,000원, 전라북도 완주군 구이면 백여리 453 <오봉산정> 아메리카노 2,500원, 전라북도 완주군 구이면 오봉산길 102 /글사진그림 = 김미나(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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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2.14 17:09

[뚜벅뚜벅 전북여행] 전북 무주여행 : 덕유산 눈꽃 구경 "올겨울, 귀한 눈(雪) 보러 오세요"

겨울에 눈이 오면 교통 체증에 집 앞 눈 치울 걱정이 먼저 되는 어른이지만 올해는 그 눈을 구경하기 어렵습니다. 걱정될 정도로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는 겨울로 눈이 오지 않아 아쉬운 마음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그래도 겨울에는 눈을 봐야지라며 눈이 보고 싶은 분들께서는 이 글 주목해주세요. 그리고 새하얀 눈꽃과 인생 사진 남기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는 글입니다. 겨울왕국으로 가는 길인가요? 아니죠. 바로 전라북도에서 눈꽃 구경을 떠나는 길입니다. 그런데 사진을 보면서 이런 곳은 2~3시간 산에 올라가야 하는 게 아닌가 걱정하는 분 많으시죠? 2~3시간 등산 후에 춥고 힘들어서 인생 사진은 생각도 전혀 안 생기니 추천해드릴 수가 없겠죠? 이곳은 관광 곤돌라를 타고 20분 만에 해발 1천5백 미터를 올라 눈꽃을 만날 수 있답니다. 방문했던 이 날은 스키장에서 눈을 뿌리고 있어 곤돌라 주변 더욱 멋진 분위기가 연출되었네요. 곤돌라를 타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표를 바로 사서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알뜰한 전북 여행자이니 할인을 받아야겠죠? 온라인으로 하루 전날 예매하면 할인이 되니 방문계획이 있다면 미리 구매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주말에는 덕유산의 눈꽃을 보기 위해 예약이 필수입니다. * 곤돌라 운영시간 : 오전 9시~오후 4시 * 대인 (만 14세 이상) 왕복 16000원 * 소인 (소인 36개월이상~13세이하) 왕복 12000원 * (온라인 예약 시 주말, 주중 할인율이 다르며, 당일 구매 후 당일 사용은 불가합니다) * 누리집 : http://www.mdysresort.com 사실 주차장에 오는 길에 눈이 전혀 없어 눈꽃을 볼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는데요. 드디어 설천봉에 도착했습니다. 걱정과 달리 설천봉은 새하얀 눈이 가득합니다. 무주의 날씨를 검색해보니 영하였지만, 혹시나 하는 걱정이 되었는데 설천봉은 기온이 7~8도는 더 낮아 영하 10도보다 더 추운 날이었기에 제대로 눈꽃을 볼 수 있었답니다. 그래서 이곳으로 가기 전 덕유산리조트 홈페이지에서 날씨를 검색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2월 1일자로 날씨를 검색해보니 무주는 영하 2도인데 설천봉은 영하 9.1도인 게 보이죠? 여기서 또 한 가지 방법을 드리면 습도가 높으면 눈이 오지 않았더라도 상고대가 있을 확률이 높으니 습도도 확인하시면 좋답니다. 또 그래도 걱정이 되면 웹캠으로 현지 상황을 보고 올라가면 좋겠죠? 설천봉의 상황은 아래 링크에서 직접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합니다. 위에 사진은 2월 1일 자 지금 글을 쓰는 순간 확인한 모습입니다. 오늘 눈이 내려 많은 이들이 스키와 보드를 즐기는 듯하네요. https://www.mdysresort.com/resort/webcam/webcam.asp?cam_num=7 이제 이곳을 이용하는 팁을 알려드렸으니 본격적으로 덕유산 눈꽃을 즐겨 볼까요? 설천봉에서 덕유산의 최고봉인 향적봉까지는 데크가 잘 되어있어 어려움 없이 갈 수 있습니다. 향적봉으로 가는 길 다시 설천봉을 돌아보며 사진을 남깁니다. 본격적으로 덕유산을 돌아보기 전 덕유산에 대해 알아볼까요? 덕유산은 1975년 국내 10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습니다. 태백산맥에서 갈라진 소백산맥이 서남쪽으로 뻗으면서 소백산, 속리산 등을 솟아오르게 한 후, 다시 지리산으로 가는 도중 그 중심부에 빚어 놓은 명산입니다. 난간에 눈이 소복이 쌓였습니다. 올해 눈 보기가 하늘이 별 따기 였는데 이렇게 난간에 쌓인 눈을볼 수 있다니 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저절로 좋아집니다. 거기에 새하얀 눈과 파란 하늘이 더해지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습니다. 여행지에서는 사실 여행의 풍경과 함께 날씨도 중요한데 눈꽃 여행에 있어서는 날씨가 제일 중요하겠죠? 사실 덕유산으로 눈꽃 여행을 온 게 처음이었는데 이렇게 제대로 된 눈꽃을 한 번에 보니 정말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겨울이 되면 공터에 조금 쌓여 있는 눈을 보면서 기뻐했는데 이런 최고의 눈꽃을 봤으니 매년 겨울 덕유산으로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눈꽃 터널을 지나면서 전망대에서 향적봉을 바라보고 사진을 찍습니다. 제가 갔을 때는 겨울이 시작되던 초반이라 사람이 별로 없었지만 요즘 늦겨울의 눈꽃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가득하니 이런 풍경은 이른 시간에나 가능할 듯합니다. 새하얀 눈꽃을 보니 마치 금방이라도 겨울 왕국의 엘사가 달려 나올 듯합니다. 엘사 대신 함께한 지인이 달려왔습니다. 이곳이 인생 사진 찍기 최고의 장소라고 했죠? 새하얀 눈꽃 터널도 아름답지만, 그곳에 인물이 화룡점정으로 더해지면 더 아름다운 사진이 되겠죠? 20여 분을 걸어 향적봉에 도착했습니다. 사실 오는 길을 사진으로 담으려 했으나 20분이 더 걸렸습니다. 향적봉은 덕유산에서 1,614m의 최고봉인데 이곳에는 정상석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 있습니다. 오늘은 풍경과 인물 사진을 담으러 온 것이니 정상석 사진 대신 아름다운 이곳의 풍경과 함께 사진을 남겨봅니다. 사진을 위해 특별히 원색 코트를 준비해갔는데 덕분에 흰 눈 파란 하늘 그리고 노란 옷을 입은 모델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사진이 탄생합니다. 무엇보다 이날은 파란 하늘이 흰 눈꽃만큼이나 반갑고 아름다웠습니다. 그곳에서 멋진 사진 안 남길 수 없겠죠? 저는 이날 멋진 풍경 덕에 인생 사진 가득 담아 올 수 있었답니다. 어떤가요? 관광 곤돌라가 있어 20분이면 겨울왕국 덕유산에서 올겨울 마지막 눈꽃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 아름다운 인생 사진도 가득 담아 올 수 있으니 올겨울이 가기 전 덕유산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글사진 = 김보현(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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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2.14 16:49

[겨울방학 아이들과 가볼만한 곳] 삼례문화예술촌 디지털아트 체험

전북 완주군 삼례에는 `삼례문화예술촌`이라는 복합문화예술공간이 자리하고 있는데요. 이곳 삼례문화예술촌은 다양한 문화, 행사하기도 하고 다채로운 전시, 체험도 열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 시설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각각의 공간마다 다양한 이름으로 `삼례문화예술촌`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활짝 열려있는 문화예술의 중심 공간이기도 합니다. 무인 발권 시스템으로 관람권을 구매할 수 있는 삼례문화예술촌은 관람권 자동 발권기에서 가볍게 관람권을 구매한 후 예술촌 안에 있는 전시관 등을 관람할 수 있게 되어있는데 관람권 한 장에 5곳의 관을 스탬프를 찍으며 관람을 할 수 있어요. 모모미술관, 김상림목공소,책공방, 디지털아트관 등 여러 공간이 나뉘어 있는데요. 적정 인원이 차야만 진행이 가능한 다른 체험들과 달리 혼자 여행을 왔어도 혹은 여럿이 함께 와도 체험과 관람을 함께할 수 있는 디지털 아트관을 오늘 소개해 볼까 합니다. 삼례문화예술촌 안쪽으로 쭉 들어오면 <디지털아트관>을 만나실 수 있어요. 예술과 과학을 그리고 교육이 결합한 체험형 영상관인데요. 이곳은 조용한 관람과 더불어 VR 체험도 무료로 가능하므로 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함께 온다면 더 좋은 경험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디지털아트관> 에 들어서면 오른쪽으론 한수희 작가님의 작품 감상을 시작으로 다양한 예술작품들을 영상으로 만나 볼 수가 있는데요. 그중 가장 인상에 깊었던 영상 중 하나는 벽을 사이에 두고 바닥에 연못을 연상시키듯 커다랗게 자리한 영상이였어요. 마치 연못 속 잉어들이 한가로이 춤을 추며 움직이는 듯한 영상은 연못 안으로 발을 내디딜 때마다 물이 퍼지며 동그란 물결들이 생기는데 그 모습에 연못 안 잉어들이 헤엄치듯 도망가는 모습이 자꾸만 발을 내딛게 하는 재밌는 공간이었어요. 그리고 옛날 민화나 해외 예술 작품으로 만났던 그림들도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그림으로만 보던 감정과는 달리 살아 숨 쉬는 듯한 움직이는 영상들은 더 신선하고 신비한 느낌을 안겨주기 충분했습니다. 무엇보다 디지털아트관에서 즐길 수 있는 체험 중 단연 으뜸은 바로 VR 체험이였는데요. 최근 VR 체험존이 따로 생겨날 정도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VR 체험에 관한 관심들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삼례문화예술촌 디지털아트관에서도 무료로 VR 체험을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좋았어요. VR 체험 같은 경우 디지털아트관 입구쪽에 계시는 관계자분에게 체험신청을 하면 친절하게 VR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해주시는데, 총 3가지의 체험 중 하나를 선택해서 진행할 수 있답니다. 가장 무섭고 긴 롤러코스터, 아마존, 가장 짧은 롤러코스터 코스까지!! 그중 가장 짧은 롤러코스터 코스를 체험해보았는데 실제로 앉아 있는 의자가 움직이면서 생생한 체험이 가능했기 때문에 짧은 순간이었지만 정말 놀이기구를 타고 온 것 같은 경험을 즐길 수 있답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아트영상들로 눈이 즐거운 디지털 아트관은 영상을 보면서 느낄 수 있고 함께 체험하며 즐길 수 있다는 게 참 좋았던 장소였어요. 전시라는 조금은 딱딱한 느낌이 들지 않는 공간이다 보니 더 편안하게 체험관람을 할 수 있을 공간이었습니다. 추운 겨울 따뜻한 실내에서 다양한 영상체험과 VR 체험으로 함께 할 수 있었던 삼례문화예술촌.<디지털아트관>! 이번 겨울 방학 아이들과 함께 찾아가 보시는 건 어떨까요? <삼례문화예술촌 관람안내사항> 매일 10:00-18:00 (월요일 휴관) 입장료 성인 3000원 / 청소년 2000원 / 어린이 1000원 (완주군민,만65세이상무료) /글사진 = 노은주(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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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1.23 17:09

[뚜벅뚜벅 전북여행] 전주한옥마을 경기전,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볼 수 있는 곳'

겨울 같지 않은 겨울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십여 년 전만 해도 11월 중순이면 첫눈이 내리고 연말연초에는 강추위로 해넘이 해맞이도 중무장하고 봤지만, 몇 해 전부터 겨울이 실종되고 늦가을 같은 풍경이 낯설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날 찾은 경기전은 입구는 낙엽이 뒹구는 만추의 풍경 같았는데요. 날이 포근해 경기전을 산책하는 관광객도 평소보다 많았던 것 같습니다. 경기전은 조선왕조를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초상화를 봉안한 사당으로 한옥마을을 찾는 연간 1천여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필수 코스입니다. 하마비, 홍살문, 외신문, 내신문을 거쳐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모신 정전이 있으며 그 외 사당 부속건물과 전주 이씨 시조의 위패를 봉안한 조경묘,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한 전주사고, 조선 8대 왕으로 재위 13개월 만에 사망한 예종의 탯줄을 담은 태실, 경기전의 역사와 임금의 초상들을 볼 수 있는 어진 박물관 등이 있습니다. 경기전에는 퓨전 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꽤 많이 보이는데요. 서울의 고궁들이 한복을 입으면 무료입장인 것과 달리 경기전은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인 `한복 데이`에만 무료입장이 가능하다는 것 참고하세요.​ 어른(만 25세 ~ 만 64세 이하) : 개인 3000 단체 2500 (전주 시민 1000, 800) 청소년 (만 13세~만 24세 이하) 군인(하사 이하 군인과 의무경찰) : 개인 2000 단체 1500(전주 시민 800, 600) 어린이(만 7세~만 12세 이하) : 개인 1000 단체 500(전주 시민 500, 300) 무료입장 : 만 7세 이하, 만 65세 이상, 국가유공자 및 장애인 등록증 소지자​ 3월~5월, 9월~10월 : 09시 ~ 19시 동절기(11월~2월) : 09시 ~ 18시 하절기(6월~8월) : 09시 ~ 20시​ 1월 1일, 추석, 설날, 3.1절, 광복절​ 주차장은 한옥마을 공용주차장 이용​ 쉬는 날은 없음, 어진 박물관(월요일)​ 애완견 동반 금지, 음식물 반입금지 경기전 정전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지켜보니 절반 정도는 한복을 입고 들어가는데요. 서울 경복궁에서 시작한 한복 코스프레는 경기전이 있는 전주 한옥마을도 예외가 아닙니다. 한복 외에도 7, 80년대 교복을 입거나 30년대 모던걸이나 모던보이 복장으로 찾은 관람객도 뜻밖에 많았는데요. 저도 한복으로 갈아입고 올 걸 그랬나요? 왠지 한복을 입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풍경입니다. 나이 지긋하신 분들은 아무래도 한복이 쑥스럽습니다. 대부분 자유로운 복장으로 관람하는데요. 무엇인가 특색 있는 복장으로 멋진 추억을 남기고자 하는 젊은 친구들 사이에 한복과 모던걸, 모던보이 복장은 이제 전주 한옥마을의 새로운 트렌드로 정착돼가고 있습니다. 경기전 정전正殿입니다. 태조 이성계의 초상화인 어진眞展을 모신 건물로 비록 임금의 초상화가 걸려있음에도 임금의 집무실인 경복궁의 근정전, 창덕궁의 인정전처럼 정전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요. 왕의 신위를 모신 종묘의 중심 건물을 정전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정전에 봉안된 태조 이성계의 어진입니다. 1987년 보물 제931호로 지정되었다가 2012년 국보 제317호로 승격되었는데요, 1410년 경복궁 창건 당시 경기전에 봉안된 태조어진이 낡아 원본을 1872년 그대로 모사한 것으로 현재 남아있는 유일한 태조 어진이자 원본적 성격을 갖춰 국보로 승격된 것입니다. 그런데 태조 어진은 어진 박물관에도 봉안되어 있는데요, 모두 모사본으로 진본은 매년 어진 박물관 개관일인 11월 6일 어진 박물관에 전시합니다. 예종의 태실과 조선왕조 실록을 보관한 전주사고 이제 태조 어진도 알현했으니 경기전 내부를 돌아다녀 보는데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인증 사진 찍는 포토존은 바로 대숲이었습니다. 그냥 아무렇게나 서도 작품이 되는 신비로운 공간입니다. 앞에 서나 뒤에 서나 경기전 포토존 최고 명당이군요. 최소한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줄을 좀 서야 합니다. 겨울 풍경 같나요? 산책하는 동안 따사로운 햇볕이 숲 사이로 내려앉아 온기가 가득한데요. 마치 만추의 경기전을 보는 것 같습니다. 한 떼의 비둘기가 비상하는 날갯짓에 찬바람이 이는데요. 이러한 풍경도 누군가가 먹이를 주기 때문에 가능하겠죠. 조선 8대 왕 예종의 탯줄을 담은 태실과 비석으로 전북 민속자료 제26호입니다. 왕가에서는 왕의 자손이 태어나면 그 태를 소중히 여겨 석실을 만들고 보존했는데요. 예종의 태실은 선조 11년인 1578년 완주군 구이면 원덕리 태실 마을 뒷산에 세웠다가 1928년 조선총독부가 태 항아리를 가져가면서 파괴되었던 것을 1970년 경기전으로 옮겨 보전하고 있습니다. 조선왕조실록 보전기적비가 서 있는 좌측 건물이 전주사고史庫입니다. 임진왜란 당시까지만 해도 조선에는 한양 춘추관, 충주, 전주, 성주 등 네 곳에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한 사고가 있었는데요, 전란이 발생하면서 성주, 청주, 서울이 차례로 함락되면서 세 곳의 사고에 보관했던 실록이 모두 불타버렸고 전주사고에 있는 실록만 살아남았는데요. 오늘날까지 조선왕조 실록이 전해지는 것은 전주사고의 참봉 유신과 오희길 그리고 태인의 유생 안의와 손홍록 등 네 명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1592년 4월 13일 부산으로 상륙한 왜군이 서울까지 함락한 것은 20여 일 만인 5월 2일이었는데요. 바다에서는 이순신이 막고 경상도에서는 의병이 막아 전라도로 진출하지 못한 왜군이 전주성에 들이닥치면 경기전도 무사하지 못할 것 같아 태조의 어진과 실록을 피신시킨 것입니다. 결국, 실록과 태조의 어진이 없는 전주사고와 경기전은 임진왜란 때 불타버렸습니다. 이후 1614년 경기전은 중건되었지만 사고는 복원되지 않았고 전주사고의 조선왕조실록은 내장산으로 피신했다가 해주를 거쳐 강화도와 묘향산으로 계속 피신했는데요. 유일하게 남은 실록은 이후 4본을 더 만들어 한양 춘추관과 강화 정족산, 봉화 태백산, 무주 적상산, 평창 오대산 등 다섯 곳으로 분산해 보관되었습니다. 조선 태조 이성계의 본관은 전주 이씨인데요. 시조의 위패를 모신 조경묘는 전북 유형문화재 제16호입니다. 태조의 출생지는 함경북도 영흥으로 태조의 4대 조인 이안사때 전주를 떠나 강원도 삼척을 거쳐 함경도까지 갔다는데 시조 때부터 5대조까지는 전주의 호족으로 위세를 떨쳤으며 태조 역시 조선을 건국하기 전 남해에 출몰한 왜구를 진압하고 한양으로 돌아가는 길에 전주에 들러 전주 이씨 잔치를 벌일 정도로 전주에 대한 애착이 강했습니다. 태조의 어진을 비롯해 역대 임금들의 어진을 보존하고 있는 어진 박물관입니다. 경기전과 달리 매주 월요일은 휴관일이니 참고하세요. 어진 박물관의 태조어진입니다. 매년 개관 기념일인 11월 6일부터 일정 기간 진본을 전시하는데요. 아무래도 유일하게 남은 태조어진이 국보이다 보니 화재나 도난으로부터 안전한 수장고에 보관했겠죠. 지하 1층에는 다른 임금들의 어진도 전시되었는데요. 태조부터 철종까지 25명의 임금 중 현재 남아있는 어진은 태조와 영조, 철종이 유일하다고 합니다. 거의 모든 왕의 초상화가 있었지만, 여러 차례 전란으로 소실되었고 그나마 남아있던 어진은 한국전쟁 당시 부산으로 이안했다가 보관한 창고가 1954년 화재가 발생하면서 상당수가 불에 타버렸다고 합니다. 어진 박물관에는 어진실외에도 역사실과 가마실 등이 있어 어진의 제작 과정과 제례 등에 대해 알 수 있으니 경기전을 관람할 때 어진 박물관도 같이 관람하면 더 즐거운 문화산책이 되는데요. 이제는 경기전의 부속건물을 만나보겠습니다. 경기전은 옛날에는 1년에 여섯 번이나 제례를 지냈다는데요, 1978년 이후 1년에 한 차례 음력 9월 9일 중양절에 제례를 지냅니다. 중양절이란 삼짇날 제비가 다시 강남으로 돌아가는 날로 가을 하늘 높이 떠나가는 철새를 보며 한 해의 수확을 마무리하는 절기로 중일 명절이라고 합니다. 즉 3월 3일(삼짇날), 5월 5일(단오), 7월 7일(칠석), 9월 9일(중양절)과 같이 홀수가 겹치는 날이 중일 명절입니다. 제례를 지내려면 여러 시설이 필요한데요. 제사 음식을 만드는 조병청, 제사상 차리는 일을 담당하는 전사관이 일하는 전사청, 음식을 만드는 방앗간인 용실, 임금의 음식을 만드는 데 쓰이는 물을 조달하는 어정, 제향 때 쓰는 각종 그릇을 보관한 제기고, 경기전을 지키는 수문장이 근무하는 경덕헌, 경기전 제사에 관한 일을 맡은 낮은 직급의 벼슬아치가 일을 보는 수복청 등 많은 부속건물이 있어 곳곳이 사진 찍기 좋은 명소가 되었습니다. 전북의 겨울 명소로 경기전을 소개하면서도 왠지 겨울 같지 않은 풍경에 죄송스러운데요, 겨울이 겨울답지 않은 것은 그냥 흘겨 버릴만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애니메이션 겨울 왕국의 실제 배경인 노르웨이는 눈 대신 비가 내리고 낮 기온이 20도에 육박한 여름 날씨를 보이지만, 같은 위도상의 아메리카 극지방은 평년보다 20도가 낮은 극한의 겨울을 보내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전형적인 겨울 날씨인 삼한사온은 옛말이 되었고 이제는 삼한사미(三寒四微 3일은 춥고 4일은 미세먼지 가득하고)로 날만 따뜻해지면 미세먼지가 가득한 겨울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경기전만큼은 사계절 언제 가도 좋은 전주의 명소인데요. 이왕이면 눈이 펑펑 내리는 날 예쁜 한복이나 모던 복장을 하고 경기전을 거닐고 싶다는 욕심을 내봅니다. /글사진 = 심인섭(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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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1.14 15:40

[뚜벅뚜벅 전북여행] 곰개나루(熊浦), 금강으로 지는 낙조가 아름다운 곳

익산의 명소 곰개나루(熊浦)는 금강 하구에 있는 조용한 농촌 지역입니다. 지금은 한적한 곳이지만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번성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금강 덕분입니다. 육상 교통이 발달하기 이전 강은 중요한 교통로였습니다. 육로 발달과 함께 관심에서 멀어졌던 곰개나루(熊浦)가 다시 관광지로 주목을 받고 있답니다. 특히 금강으로 지는 낙조가 아름다운 곳이지요. 금강(錦江)은 비단을 풀어놓은 듯이 아름답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장수 뜬봉샘에서 발원하여 충청도를 거쳐 곰개나루(熊浦)를 지나 군산 앞바다로 흘러갑니다. 나룻가에 서 있는 옛 지명 안내판을 보면 낯 설은 지명들이 많이 보입니다. 한때는 흥청거렸던 곳이었지만 어느덧 잊혔기 때문입니다. 지명 하나하나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왁자지껄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합니다. 곰개나루(熊浦)를 상징하는 것은 금강입니다. 금강이 있었기에 곰개나루(熊浦)가 있을 수 있었지요. 지금도 가끔 떠다니는 유람선을 보면 옛 모습이 상상이 됩니다. 새우젓을 실은 배가 강경 포구까지 오갔던 풍경은 아주 먼 옛날이야기가 아닙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백제의 웅진 천도(475년) 이후에 곰개나루(熊浦)는 더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강 교통로가 막힌 백제는 금강을 이용한 교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흔적을 곰개나루(熊浦) 가까운 곳에 있는 입점리 고분전시관에 가면 볼 수 있습니다. 백제 양식의 무덤을 볼 수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금동관모와 신발이 나왔다는 사실입니다. 금동관을 사용할 정도의 호족이 이 지역에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이곳이 주요 거점 역할을 했던 곳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곰개나루(熊浦)의 촌스러움은 다른 관점에서 보면 자연스러움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런 자연스러움에 매료되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강바람을 맞으며 야영하는 모습은 흔한 일입니다. 이 곳은 강바람을 이용한 윈드서핑을 즐기기도 합니다. 윈드서핑장 옆에는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알려주기 위해 설치한 깃발이 있습니다. 역시 겨울바람의 세기는 대단합니다. 곰개나루(熊浦) 강둑을 따라 금강 자전거길이 지납니다. 금강 자전거길은 군산 하굿둑에서 대청댐까지 146km에 달합니다. 금강의 아름다움과 들판의 풍요로움을 보면서 달리는 길입니다. 곰개나루(熊浦)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잠시 머물다 가기도 하는 곳입니다. 곰개나루(熊浦) 언덕에는 2개의 정자(亭子)가 있습니다. 나루 풍경과 낙조를 즐길 수 있는 장소입니다. 아래쪽 정자(亭子)인 용왕사(龍王祠)는 강 건너 풍경을 감상한다든지 낙조를 보기에 좋은 곳이지요. 용왕사(龍王祠) 주변에 있는 커다란 나무들이 운치를 더해줍니다. 단순한 강변 풍경이 나무들이 있어 더 아름답습니다. 특히 낙조 시간에 정자(亭子)와 어우러진 풍경은 일품입니다. 용왕사(龍王祠)에서 보는 낙조는 가히 환상적입니다. 금강을 붉게 물들이며 지는 석양은 아름다움 그 자체입니다. 이런 멋이 알려져 특히 연말 해넘이 장소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용왕사(龍王祠) 위쪽 정자(亭子)는 금강정(金江亭)입니다. 용왕사(龍王祠)보다 규모도 크고 위치도 높은 곳에 있습니다. 높은 위치 덕분에 곰개나루(熊浦)는 위, 아래쪽으로 펼쳐진 금강 물줄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입니다. 낙조 풍경은 곰개나루(熊浦) 아래쪽이 멋있지만, 강 주변 풍경은 오히려 위쪽이 아름답습니다. 길게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강변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곰개나루(熊浦)는 오랜 역사와 아름다움을 함께 지니고 있어 보면 볼수록 매력이 있는 곳입니다. 이곳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입점리 고분전시관을 비롯해서 야영장, 윈드서핑장, 철인3종경기장, 자전거길, 낙조 보기 좋은 정자(亭子) 시설들을 갖추고 있어 다양한 체험과 아름다움을 느껴볼 수 있습니다. 주변에는 벚나무 터널, 우리나라 최북단 차 자생지, 함라산, 숭림사, 함라 삼부자집, 교도소 세트장, 성당 바람개비길 등이 있어 연계 관광을 고려해도 좋겠습니다. /글사진=김왕중(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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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1.06 11:41

[뚜벅뚜벅 전북여행] 소풍 다니던 옛길, 완주 운문골 마실길 “잣나무와 편백 향기를 맡으며 걷는 둘레길”

미처 맞이할 준비도 못 했는데 첫눈이 뿌리고 지나갔습니다. 이미 겨울이 당도했다는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였나 봅니다. 그래서 그런지 햇볕은 따스한데 바람 끝에는 날이 바짝 섰습니다. 얼굴을 스치는 바람이 제법 차갑게 느껴집니다. 바람을 이기는 방법은 걷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완주 운문골 둘레길을 다녀왔습니다. 초겨울의 분위기를 느껴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운문골 마실길은 경천면에 있는 경천저수지와 고산면에 있는 대아저수지를 연결하는 둘레길입니다. 출발은 완주군 경천면 소재지에 있는 생활체육공원에서 했습니다. 생활체육공원은 주민들이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생활체육공원을 뒤로하고 서쪽 구룡교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구룡교는 구룡천을 가로질러 놓여있습니다. 구룡교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구룡천은 시리도록 맑고 푸릅니다. 완주에서 시작된 맑은 물은 만경강의 마중물이 되어 도도하게 흐르는 강을 이룹니다. 운문골 마실길은 시작과 끝 부분에 물길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두 물길은 고산면에서 만나 만경강의 세를 키우게 됩니다. 다리를 건너면 왼쪽에는 경천애인 농촌사랑학교(농촌인성학교)가 있습니다. 이곳은 경천면 사람들의 정성이 담긴 체험장입니다. 경천애인에서는 학교, 회사, 지자체, 개인 등을 대상으로 체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농사철에는 농산물 수확 체험을 할 수 있고, 상시 체험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답니다. 이곳에서는 숙박과 식사를 할 수 있고 강당 시설도 갖추고 있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경천애인 농촌사랑학교 맞은편에 있는 산 아래에는 안산이라는 표지판이 있는데요. 안산(案山)이라는 것은 집이나 묘지의 앞에 있는 작은 산을 말합니다. 집이나 묘지의 뒤를 감싸고 있는 산이 주산(主山)이고요. 즉 이 산은 경천면의 안산을 의미합니다. 안산의 이름은 옥녀봉인데요. 개울을 건너 정상에 오를 수 있습니다. 정상에 서면 경천면 소재지는 물론 경천저수지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또 정상에는 봉수대가 있었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봉수대의 남은 형태를 보면 조선시대 봉수대가 아닌 가야시대 봉수대를 닮았습니다. 경천애인 농촌사랑학교를 지나 마을길로 들어서면 운문골 마실길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둘레길이 지나는 마을에는 집들이 드문드문 떨어져 있습니다. 조용하기 그지없습니다. 경천면은 전통적으로 대추가 유명한 지역인데 요즘은 감 재배가 점차 늘어가고 있습니다. 길가에 늘어선 감나무는 수확을 끝낸 상태라 텅 빈 모습입니다. 그것과는 대조적으로 목련 한 그루 풍성한 모습으로 벌써 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마을 끝 부분에 에덴힐펜션이 있습니다. 물놀이장과 캠핑장을 갖춘 곳입니다. 이곳부터 숲길이 시작됩니다. 오르막 길가에는 편백 가로수가 심겨 있습니다. 아직은 키가 작은 나무들이지만 머지않아 멋진 그늘을 만들어줄 것입니다. 경사로를 조금 오르면 사방댐이 나옵니다. 옥빛 색깔의 물 위에 드리워진 반영이 예쁩니다. 사방댐을 지나면서 계곡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에 귀가 즐겁습니다. 사방댐 위쪽 계곡 옆에는 지난번 왔을 때 없었던 집이 한 채 들어섰네요. 그 앞산에는 특별한 바위가 보입니다. 마을 주민 이야기로는 평소에는 물이 보이지 않지만, 비가 오면 바위 위에서 물이 폭포수처럼 흘러내려 장관을 이룬답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낙수 바위라 부릅니다. 예전에는 바위 위에 절이 있었는데 불타 없어져 지금은 볼 수 없습니다. 어느 지점에서 시멘트 길이 흙길로 바뀝니다. 이곳은 길가에 심은 편백도 제법 키가 크네요. 운문골 마실길은 임도를 이용해 만든 길이라서 편하게 걸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차 한 대 정도가 자유롭게 다닐 정도 넓은 길이라서 동행한 사람들과 나란히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길입니다. 마을 어른들 얘기를 들어보면 어른들이 어릴 적에는 이 길을 소로(小路)길이라고 불렀답니다. 사람들이 걸어서 오갔던 좁은 오솔길이었습니다. 걸어서 대아저수지가 있는 곳으로 소풍을 갔고 길이었고, 고산면에 일을 보러 다녔던 지름길이었습니다. 산에 나무하러 매일 오르내렸던 희로애락을 간직한 길이었습니다. 그런 길이 이제는 넓어지고 운동을 하기 위해 다니는 둘레길이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왼쪽에 집 한 채가 보입니다. 예전에도 보았던 아담한 집입니다. 집 옆에는 편백이 줄지어 자라고 있습니다. 편백를 키우고 있나 봅니다. 그 집을 지나면 길가에 우뚝 선 키가 큰 잣나무가 맞이합니다. 잣나무 숲 근처에 왔음을 알려주는 신호입니다. 유난히 큰 잣나무 앞에서 왼쪽 숲길로 가는 길이 있습니다. 잣나무 숲을 지나 편백 숲으로 돌아 나오는 경천 편백숲 길입니다. 운문골 마실길과 위쪽에서 다시 만납니다. 변화를 주고 싶다면 운문골 마실길에서 잠시 벗어나 경천 편백숲 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입구에 있는 잣나무 숲에는 별도의 시설물은 없습니다. 잣나무 숲길을 걷는다는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숲길은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지 않아 어느 구간은 조금 불편함도 있습니다. 잣나무 숲 짧은 구간을 지나면 참나무류가 군락을 이루는 지역을 지납니다. 이미 나무들은 잎을 떨구고 겨울 채비를 마쳤습니다. 길 위에는 나뭇잎들이 쌓여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저마다 소리로 연주를 합니다. 숲에서만 들을 수 있는 자연의 소리입니다. 길은 거의 등산로 수준에 가깝습니다. 낮은 고개를 넘어야 편백 숲으로 갈 수 있습니다. 돌계단 길도 지나고 나무계단 길도 지납니다. 산 고개에 오르면 전체 경천 편백숲 길의 절반 정도 왔습니다. 이제부터는 내리막길입니다. 내리막길은 미끄러우므로 더 조심스럽습니다. 조금 내려가면 편백 숲이 보입니다. 길도 편안해졌습니다. 마침 벌목작업을 하고 있어 부분적으로 방해를 받기는 했지만 걷기에는 무리가 없었습니다. 편백숲을 지나면서 기분이 더 상쾌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굳이 피톤치드를 거론하지 않아도 몸에서 먼저 반응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편백숲 아래에는 군데군데 의자가 준비되어 있어 편하게 쉴 수 있도록 했습니다. 햇빛이 잘 드는 자리에 앉아 뜨거운 차를 한 잔 마시며 잠시 생각을 정리해 봅니다. 편백 숲 속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편안해지는 느낌입니다. 잣나무 숲 구간은 걸으며 힐링을 하는 구간이라면 편백숲 공간은 잠시 쉬면서 마음의 위로를 받는 곳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편백숲을 나와 다시 운문골 둘레길로 들어섰습니다. 완만했던 경사가 점점 더 심해집니다. 고개가 가까워져서 그런가 봅니다. 고개 바로 아래에서 왼쪽으로 봉수대산으로 가는 길이 갈라집니다. 봉수대산도 산 이름으로 보아 봉수대가 있던 산입니다. 고개를 지나면서 길은 다시 완만한 내리막길로 바뀌었습니다. 멀리 대아저수지 앞에 있는 운암산이 보입니다. 길 위에는 낙엽이 수북하게 쌓였습니다. 반대편과 비교하면 낙엽수가 많아 비교될 정도로 낙엽이 많습니다, 이 시기의 운문골 마실길은 낙엽을 밟으며 초겨울의 정취를 느끼며 걷는 길입니다. 내리막길을 몇 구비 돌아 내려가면 운암산이 가까이 보입니다. 목적지에 그만큼 가까워졌다는 의미입니다. 운암산 위에는 흰색으로 보이는 수조가 있는데요. 진안 용담댐에서 22km 정도 길이의 도수로 압력을 조정해주는 역할을 하는 수조입니다. 수조가 있는 곳에서 물이 낙하하면서 수력 발전을 할 때 발생하는 압력을 조정합니다. 용담댐에서 도수로를 통해 공급된 물이 발전하고 나면 고산정수장에서 정수해서 광역 상수도로 활용됩니다. 조금 더 내려가면 고산면 소향리 운문계곡입니다. 둘레길 이름은 이곳 운문골에서 왔습니다. 지금은 계곡 위쪽에 소향저수지가 생기면서 계곡이 짧아졌지만 그래도 여름에는 피서지로 인기가 높은 곳입니다. 운문골 마실길의 종점인 전통문화센터까지 가기 위해서는 도로를 따라 조금 더 가야 합니다. 계곡 옆으로 난 도로를 따라 걷는 길입니다. 계곡 풍경도 보고, 마을 풍경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마을을 빠져나오면 길 건너에 전통문화센터가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한옥 숙박체험과 민속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전통문화센터 뒤쪽으로 보이는 댐이 대아저수지입니다. 도로를 따라 걸어 댐이 있는 곳으로 가면 대아저수지 풍경이 보입니다. 전통문화센터 바로 옆에는 실내놀이 체험장인 놀토피아가 있습니다. 운문골 마실길은 임도를 따라 걷는 길이라서 편안하게 걷는 길이면서 중간에 가벼운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잣나무, 편백 숲길을 추가로 선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둘레길입니다. 두 개의 둘레길이 접하고 있어 낙엽이 진 숲길과 진한 녹음으로 우거진 숲길을 함께 즐겨보았습니다. 서로 비교되는 길을 걸으며 계절의 변화를 또렷이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글사진 = 김왕중(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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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2.23 18:17

[떠나자 전주여행]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르는 그 길, 자만벽화마을 둘러보기

전주 한옥마을 못지않게 전주 시민과 관광객에게 사랑받는 `자만벽화마을`. 이곳은 과거 한국전쟁 때 피난민들이 정착하면서 형성된 달동네인데요. 시간이 흐르면서 늘어나는 공가, 벗겨진 벽화, 쓰레기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마을 주민들과 공공 기관들의 노력으로 지금의 알록달록 벽화들로 전주 시민과 관광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마을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여러분과 함께 즐거움과 추억이 가득한 자만벽화마을을 걸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자만벽화마을에 도착하면 두 갈림길이 보입니다. 왼쪽부터 올라가 봤는데 입구에는 안내 표지판도 있어 참고하셔도 좋을 듯싶습니다. 입구에는 쉬다 갈 수 있는 예쁜 카페가 자리 잡고 있었는데요. 카페 앞에 있는 의자는 알록달록 색을 입혀서 포토존으로 활용해도 손색없어 보입니다. 벽화는 일본 애니메이션 원령공주, 마루 밑 아리에티 등 유명한 만화 주인공으로 시작되는데요. 이외에도 어떤 벽화가 나타날지 궁금함을 자극합니다. 연인끼리 오면 사랑이 싹 틔 일만 한 벽화도 눈에 띕니다. 커플들은 그림 앞에서 추억을 남겨도 좋을 듯싶습니다. 옛 기억을 새록새록 떠올리게 만드는 추억의 만화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70년대~90년대를 풍미한 달려나 하니, 슬램덩크, 영심이, 빨간 머리 앤, 시티헌터 등 캐릭터 등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만화 속 주인공들이 벽화 속에서 말하는 거 같네요. 과거 추억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유명 캐릭터를 보며 옛 기억에 잠시 젖어보세요. 캔디 밑에 있는 만화책은 주민들이 쌈짓돈을 모아 준비했다고 하는데요. 책의 상태는 좋지 못한 상태여서 그림과 함께 눈으로만 즐기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걷다가 지치면 카페에서 잠시 쉬다 가세요." 목 축이러 들어간 카페는 `꼬지따봉` 이란 곳입니다. 카페도 벽화마을 특색에 맞게 외관을 꾸며놨습니다. 곳곳에도 카페가 있었지만, 중간 언덕쯤이라 걷다 힘드시면 한번 들러 커피 마시며 쉴만한 곳입니다. 커피를 다 마시고 나오시면 존 레넌, 메릴린 먼로, 마이클 잭슨과 같은 유명인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유명인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네요. 자만벽화마을엔 벽화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 마을의 소소한 일상들도 엿볼 수 있었는데요. 햇볕에 말린 고추도 있고 담장 넝쿨도 보이고 대하에 심어놓은 식물들도 눈에 띕니다. 그리고 높은 곳을 가면 전주 시내를 바라볼 수 있는 풍경도 있는데요. 벽화를 보다 잠시 소소한 일상도 둘러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식물들도 많이 그려져 있습니다. 벽면 표면이 울퉁불퉁해 해바라기 등 그림들이 입체감이 느껴졌는데요. 가을이 가고 겨울이 다가왔는데 이번에 가을 감성을 못 느끼신 분들은 벽화그림을 보며 아쉬움을 달래보세요. 작가들의 작품들도 눈에 들어옵니다. 첫 번째 그림은 이지현 작가의 `지지 않는 코스모스`라는 작품입니다. 우리 어머니들의 삶과 달리 화려한 색채로 젊음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두 번째 그림은 `이름조차 상상해버린 당신 나에 엄마`인데요. 엄마들의 사랑과 희생에 감사함을 늘 우리 삶 가까이 존재하는 쌀에 비유해보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세 번째 그림은 로사 작가의 `아직은....`입니다. 찬란한 내일을 위해 청춘이니깐 절망하지 말고 한번 해보자는 메시지를 물감에 녹여냈다고 합니다. 마지막 그림은 오얏꽃과 고종황제 손자 이우 인물입니다. 그림 밑에는 자만동금표 비석도 함께 있었는데요. 조선 왕조 선대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자만동을 보호하기 위해 고종이 1900년경 금표를 세우게 됐는데 이를 `자만동금표`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한글로 된 벽화와 비빔밥 그림과 함께 한국화와 점묘화도 많이 그려져 있습니다. 마지막 길에 다다르면 스파이더맨과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는 그림 그리고 알록달록한 가족 그림도 있습니다. 색채가 예뻐 마음마저 순수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이렇게 자만벽화마을을 한 바퀴를 돌아 다시 입구로 돌아왔습니다. 올겨울 전주로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다면, 이곳 자만 벽화마을을 여행해 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글사진 = 송다예(전주시 블로그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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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2.09 14:10

[뚜벅뚜벅 전북여행] 전주 황강서원, '조선의 역사를 지켜오다'

전주는 조선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지역입니다. 10년 전 아니 1년 전 흔적 또한 빠르게 사라지는 세상이건만 전주는 여전히 조선의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곳 황강서원 역시 오래된 조선의 역사를 지닌 역사적인 장소입니다. 조선시대 유학자를 기리고 당대의 특징을 살펴보기 좋은 건축물이랍니다. 높다란 아파트와 달리 조금은 낮지만 고즈넉한 이곳으로 여행을 떠나봅시다. 황강서원은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마전에 있으며 황강 이문정의 호를 본떠 만든 서원입니다. 서원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조선시대 저명한 이문정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 지내는 곳입니다. 이문정은 관직 생활에서 물러난 후 효자동 문학대에서 많은 인재를 양성했습니다. 황강 서원에는 이백유, 이경동, 이목, 이덕린, 유인홍, 강해우 등의 위패를 기리고 있습니다. 본래 황강서원은 지금의 장소가 아닌 전신은 전주 곤지산 아래에 창건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고종 5년(1868)엔 서원철폐령에 따라 허물어졌고 이후 광무 2년(1898)에 지금의 위치로 황강서원이 새로 세워졌습니다. 황강서원은 자칫 역사 속에서 사라질 뻔했지만 고난을 넘기고 오늘날의 모습을 간직할 수 있게 됐습니다. 황강서원은 전라북도 문화재자료 12호로 입구엔 붉은 칠을 한 나무문인 홍살문 하나가 보입니다. 홍살문 너머 산 언덕 위편엔 이문정이 인재를 양성하던 문학대를 볼 수 있습니다. 먼저 황강서원의 강당부터 천천히 둘러봤습니다. 기둥마다 여섯 개의 주련이 보이고, 가장 두드러지는 건 황강서원과 완산재라고 적혀있는 현판이에요. 현판은 여산 송성용 선생의 글씨로 거침없는 필체가 인상적입니다. 강당 앞 편에는 3개의 비석이 나란히 서 있습니다. 곳곳에 이끼가 끼고 낡은 것으로 보아 꽤 오랜 시간 동안 제자리를 고수했음이 느껴집니다. 황강서원 강당 뒤편엔 황강사가 있습니다. 황강사는 황강 이문정 외의 선현 제향 및 위패를 모시는 사당입니다. 황강사 동쪽에는 양후사가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양후사는 고려 말 조선 초의 문신인 이백유의 시호에서 유래됐습니다. 황강사가 나무 원목 자체의 느낌이 강한 건물이라면 양후사는 보다 세련된 느낌이 가미돼 있습니다. 한옥 단청의 오방색이 참 화려하죠? 현대식 아파트와 견주어도 될 정도로 아름다운 우리 전통 한옥의 모습입니다. 다만 아쉽게도 문화재 보호를 위해 내부 관람은 불가했습니다. 자물쇠로 굳게 닫혀있기에 외관만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상심하던 찰나, 황강서원에선 예상치 못한 존재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황강서원의 터줏대감으로 보이는 고양이가 그 주인공입니다. 마치 자기를 따라오라는 듯 도슨트를 자처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고양이 따라 황강서원의 이곳저곳을 누벼봤습니다. 부속기관 곳곳마다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칠이 벗겨지고 일부 균열이 갔지만 150년을 세월을 고려하면 전반적으로 보존이 잘 된 것 같았습니다. 이밖에 황강서원의 바깥, 전주이씨 시중공파 황강공대종원 옆엔 동래정씨 정려문과 효자전주이공춘선지려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선조들이 중시했던 덕목 중 하나인 효행에 대해 생각 해보게 됩니다. 황강서원은 조선의 건물양식은 물론 건물적 가치와 깊은 뜻을 헤아릴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곳에서 전통 조경의 맛과 멋 모두를 느껴보세요. /글사진 = 김선화(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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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2.09 13:37

[뚜벅뚜벅 전북여행] 전북 장수 천연기념물, 봉덕리 느티나무 “500년의 역사를 지닌 마을의 수호신”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진입하는 때, 금강이 흐르는 전라북도 장수군 천천면을 들렸습니다. 이제 가을의 옷을 벗고 겨울의 옷을 입고 있는 장수군 그것도 천천면에 있는데 인근에서 이곳에 유명한 나무, 그것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방문한 곳이 바로 천천면 봉덕리에 소재한 느티나무입니다. 봉덕리 느티나무는 천천면 사무소에서 도보로 10여 분 정도에 소재한 고금마을이라는 곳에 있었습니다. 낙엽이 후두두 떨어진 길, 하늘은 파랗고 땅은 갈색빛을 띠고 있는 날 기분 좋은 발걸음, 저 멀리 느티나무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느티나무 가까이 들어서니 주변에 보호선을 쳐둔 공간에 작은 설명비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천연기념물인 관계로 최소한의 보호와 관람객들의 안내 문구가 보입니다. 대한민국 어디서나 보기 어렵지 않은 느티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유는 무엇일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설명의 전문을 읽으니 장수군 천천면 봉덕리의 느티나무에 엮인 다양한 유래가 있습니다. 특히 봉덕리의 느티나무는 단순한 나무가 아닌 오랜 세월 동안 봉덕리 사람들의 수호신처럼 여겨왔던 나무라고 합니다. 현재도 매년 정월 초사흘에는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당산제를 지내는 공간이라고 합니다. 당산제에 대해 좀 더 알아보니 이는 한 해 동안 마을의 평안을 기원할 뿐만 아니라 제사를 주관하는 제관과 축관은 당해 상(喪)을 당하거나 출산을 한 사람을 제외하고 가장 청결한 사람을 뽑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제사 당일에는 인근의 우물을 깨끗이 치우고 황토를 뿌려 주변을 정화하고 당산제를 지냈다고 합니다. 봉덕리 느티나무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봅니다. 장수 천천면 봉덕리의 느티나무는 지상으로부터 약 1.5m까지 외줄기로 되어있고 그 위로부터 줄기가 갈라져 있습니다. 그리고 느티나무는 한 그루가 아닌 주변 그루까지 합치면 총 3그루가 되어있는 일종의 느티나무 구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느티나무의 뿌리를 보면 봉덕리의 느티나무의 거대한 규모를 체감하게 됩니다. 과연 봉덕리의 느티나무는 얼마나 오랜 역사를 지닌 나무일지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정면에서 바라본 봉덕리 느티나무는 당산제라는 축제를 한 이유를 알 수 있게 합니다. 마치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서낭당의 모습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그리고 느티나무 정면에는 이곳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유가 잘 드러나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궁금했던 이곳의 역사입니다. 봉덕리의 느티나무는 무려 5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나무입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날이 1998년이니 지금으로 치면 520여 년의 시간을 견뎌온 장수군 천천면 봉덕리의 살아있는 전설과도 같은 나무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를 꼽자면 느티나무의 두껍고 강건해 보이는 줄기에서 힘이 느껴집니다. 단지 커다란 나무라기보다는, 오랜 시간을 견뎌온 생명체만이 전달할 수 있는 에너지가 봉덕리 느티나무에서 느껴졌습니다. 고금나무 뒷산에서 여전히 생명력을 뿜고 자라고 있는 봉덕리의 느티나무는 18m에 이르는 높이 만큼이나 봉덕리 사람들의 보살핌을 오랜 세월 동안 받아왔기에 현재의 아름다움과 강인함을 드러내는 특별한 느티나무가 되지 않았을까요? 장수군의 봉덕리에 가신다면, 금강의 아름다움을 먼발치서 지켜보는 봉덕리 느티나무에 들리셔서 웅장한 모습과 나무가 뿜는 특별한 에너지를 받아오셨으면 합니다. /글사진 = 박경호(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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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2.09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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