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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연극인 열정의 무대 '전북연극제' 30일 개막

대중과 멀어진 예술은 생명력을 잃고 사라지거나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하게 마련이다. 아무리 뛰어난 작품성을 가진 연극이라도 관객의 외면 앞에선 힘이 빠진다. 그런 점에서 관객평가단의 냉정한 채점과 후기를 바탕으로 발전 방향을 찾겠다는 도내 연극인들은 사뭇 비장하다. 전북도의 지원 예산이 축소되며 다소 어깨가 처졌지만 그럼에도 이들이 무대에 올릴 작품이 기대되는 이유다.올 해 전북의 대표 연극을 뽑는 제32회 전북연극제에 7개 극단이 참여한다. 전라북도가 주최하고 전북연극협회(회장 정두영)가 주관하는 이번 연극제는 오는 30일부터 4월 3일까지 닷새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전주)과 아르케 소극장(익산), 사람세상 소극장(군산)에서 열린다.개막작 이런, 변고가 있나 조선의 변란을 시작으로 연극제 기간 총 일곱 개 작품이 관객을 만난다.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극단은 6월 3일 충북 청주에서 열리는 제34회 대한민국연극제에 전북 대표로 참가하게 된다.△극단 둥지, 이런, 변고가 있나 조선의 변란(30일 오후 7시 30분, 소리전당 연지홀)극단 둥지는 조선후기를 배경으로 한 유쾌한 사극 이런, 변고가 있나 조선의 변란(작연출 문광수)을 준비했다. 창작 초연극으로서 처음 관객을 만나는 이번 작품은 영조 등극 이후 수도가 된 한양에 백성이 몰려들며 벌어지는 변란을 소재로 한 코미디다.△창작극회, 물고기 남자(31일 오후 7시 30분, 소리전당 연지홀)창작극회는 백상예술대상 희곡상을 받은 작가 이강백의 희곡 물고기 남자(연출 박규현)를 택했다. 적조현상으로 양식업이 망해가는 바닷가, 브로커에게 속아 양식장을 구입했던 두 친구는 터무니없는 가격에 양식장을 되팔라는 브로커의 말에 저마다 한숨과 분노를 토해낸다. 비정한 현대사회에서 가치관이 상반된 두 사람을 진지하게 관찰하는 작품이다.△극단 명태, 전주연가(4월 1일 오후 7시 30분, 소리전당 연지홀)극단 명태의 전주연가(작 김선희연출 최경성)는 상처를 잊기 위해 전주 여행길에 오른 청춘 남녀가 사사건건 부딪히며 마침내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로맨틱 코미디다. 전주를 향하는 기차 안에서 처음 만난 효린과 재우는 사소한 오해로 인해 상대방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품은 채 각자 흩어지지만, 자꾸만 마주치게 된다.△극단 작은소리와 동작, 결혼(4월 2일 오후 7시 30분, 아르케 소극장)결혼(작 이강백연출 한유경)은 결혼의 의미와 조건을 다룬 남녀의 이야기다. 젊고 잘생겼지만 빈털터리인 남자는 집, 명품 넥타이, 하인처럼 값나가는 것들을 빌린다. 자신을 부자로 소개하며 결국 맞선의 기회를 잡았지만, 약속한 시간이 지나면 물건을 되돌려 줘야 했던 남자는 여자 앞에서 초라한 모습을 보이고 만다.△문화영토 판, 천년의 자리(4월 2일 오후 7시30분, 소리전당 연지홀)천년의 자리(작 양수근, 연출 고조영)는 고려초 공녀가 돼 다른 나라로 끌려가게 된 달래와 그녀를 사랑하는 바우의 이야기다. 어느 평온한 마을, 가난한 삶은 늘 고달프지만 백성들은 소박한 행복을 간직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마을 지주가 나타나 원나라에 조공으로 바칠 처녀로 달래를 붙잡고, 달래의 정혼자인 바우는 그녀와 함께 도망친다.△극단 사람세상, 길 위에 서다(4월 3일 오후 4시, 사람세상 소극장)다혜에게는 유부남 애인이 있다. 그는 고등학생 때 성폭행을 당했던 다혜가 의지할 수 있는 강한 남자지만 정작 자기 가정에서는 폭력을 일삼는다. 그런 남자의 아내는 바로 다혜가 일하는 방송국 국장 신미자. 아이를 낳지 못하는 아픔을 안고 있는 신미자는 다혜와 남편의 불륜을 알고 있지만 내색하지 않는다. 그리고 시댁과의 불화로 이혼을 택한 또 다른 여자 현경까지, 길 위에 서다(작 노병갑임갑정, 연출 최균)는 아픔을 가진 세 여자의 슬픈 이야기다.△극단 까치동, 다시 꽃씨 되어(4월 3일 오후 7시 30분, 소리전당 연지홀)다시 꽃씨 되어(작 홍자연연출 정경선)는 자아 분열을 겪고 있는 28살 여성 소정의 내적 갈등과 치유의 과정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소정의 머릿속에는 또 다른 자아인 14살의 그녀가 살고 있다. 뮤지컬 배우를 꿈꾸지만 자아와의 싸움으로 노래 한번 부르지 못하고 도망치고만 소정, 그녀는 14년 전의 잔혹한 기억에 사로잡혀 있음을 깨닫게 된다.한편 올 해 전북연극제에는 시민 25명이 직접 출품작에 점수를 매기고 관람후기를 작성한다. 전북연극협회는 25일까지 관객평가단을 모집하고 연극제 기간 이들의 채점결과를 작품 평가에 반영할 예정이다. 연극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나 신청할 수 있으며 전북예총 홈페이지(www.jbyc .com)에서 신청서를 내려 받아 이메일(play hanmail.net)로 보내면 된다. 문의 063-277-7440.

  • 영화·연극
  • 최성은
  • 2016.03.07 23:02

한옥자원활용 야간상설공연 확대…마당창극·농악에 지역 이야기 입혀

지역의 전통문화자원을 활용한 관광상품화 일환으로 지난 2012년부터 시작된 한옥자원활용 야간상설공연이 올해는 16억여원을 들여 도내 5개 시군에서 5월부터 10월까지 펼쳐진다.(재)전북문화관광재단이 선정한 한옥자원활용 야간상설공연은 전주시와 전주문화재단의 마당창극 아나옜다, 배 갈라라와 정읍시와 (사)한옥마을 사람들의 서사무용극 하늘연인, 남원시와 남원시립국악단의 광한루연가Ⅳ 아매도 내사랑아!, 임실군과 임실필봉농악단의 웰컴 투 중벵이골5 필봉 굿 보러가세, 고창군과 고창농악보존회의 도리화 귀경가세등 5편이다. 지난해보다 예산이 6억원 증가하면서 4곳(전주남원임실고창)에서 올해 5곳으로 공연지역이 늘어났다.올해 처음 선정된 정읍은 정읍시 칠보면 출생으로 알려진 정순왕후(1440~1521, 단종 비)의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를 소재로 한 서사무용극 하늘연인을 선보인다. 산외면의 김동수가옥에서 공연되며, 정읍의 정체성과 전통문화를 무용극에 집약해낼 계획이다.전주의 마당창극 아나옜다, 배 갈라라는 판소리 수궁가 중 용궁잔치 대목을 마당창극 형식으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전주전통문화관 혼례마당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지난 2014년 선보였던 작품을 대폭 수정해 올린다.남원의 광한루연가Ⅳ 아매도 내사랑아!는 춘향전을 현대적으로 조명한 작품으로 관객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끌어내는 작품으로 새롭게 만들어진다. 광한루원에 무대를 꾸린다.임실의 웰컴 투 중벵이골5 필봉 굿 보러가세는 농악단을 이끄는 상쇠의 삶을 통해 필봉농악 전승을 되짚어보는 작품이다. 임실필봉농악보존회가 필봉문화촌에서 농악단의 이야기를 직접 풀어낸다.고창의 도리화 귀경가세는 동리 신재효와 진채선의 이야기를 감성적으로 접근한 작품으로, 고창읍성 내아에 농악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5개 작품은 각각 3억여원의 제작비를 들여 공연물을 만들고, 지역별로 30여회씩 무대를 꾸릴 예정이다.문화재단 관계자는 공연이 실제로 관광객 증대와 지역경제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선정된 시군과 사업기관을 대상으로 공연과 연계할 수 있는 체험관광 프로그램도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영화·연극
  • 은수정
  • 2016.03.04 23:02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본선 진출작 선정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이충직)의 한국단편경쟁 부문 본선 진출작이 선정됐다. 올해 한국단편경쟁 부문에는 모두 661편의 작품이 접수됐고, 영화평론가 변성찬 남다은 송효정의 심사를 거쳐 최종 21편이 본선에 올랐다.올해 진출작들 중 17편은 이번 영화제에서 처음 상영하는 월드 프리미어로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영화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가장 먼저 볼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유형별로는 극영화가 15편으로 가장 많았고 애니메이션 2편, 실험영화 3편, 다큐멘터리 1편으로 예년과 비슷한 분포를 보였다.한편, 예심에 참여한 심사위원들은 올해 작품들은 천편일률적 형식에서 탈피하려는 경향이 컸다고 평가했다. 남다은 예심위원은 뻔한 소재는 있어도 뻔한 영화는 없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작품들이다고 말했다. 작품 형식은 다양해졌지만 사실주의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작품이 적어 작품 유형은 편중됐다는 의견도 나왔다.주제에 있어서는 연출자의 개인적 경험과 정서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이 강세를 보였다. 학교 따돌림을 소재로 한 영화가 많았던 지난해에 비해 올해는 (풋)사랑의 기억을 담은 영화가 많았다. 또한 송효정 예심위원은 취업을 소재로 한 응모작들도 많았다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실존적 문제가 전(全) 세대의 공통적인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한국단편경쟁에 진출한 21편의 작품은 다음달 28일부터 5월 7일까지 열리는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대상, 감독상, 심사위원특별상을 두고 경합을 벌인다.

  • 영화·연극
  • 김보현
  • 2016.03.03 23:02

3·1절 맞은 '귀향'…관객점유율·예매율 개봉 이래 최고

일제강점기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을 다룬 영화 '귀향'이 지난달 24일 개봉 이래 일일 점유율과 실시간 예매율 최고를 기록했다.1일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귀향'은 지난달 29일 전국 781개 스크린에서 3천470회 상영되면서 22만2천430명(매출액 점유율 34.0%)을 모았다.누적 관객 수는 128만3천697명에 이르렀다.'귀향'의 박스오피스 점유율은 24일 23.1%, 25일 26.1%, 26일 29.6%, 27일 29.7%, 28일 31.7%, 29일 34.0% 등 매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아울러 당일 박스오피스의 가늠자 역할을 하는 예매율은 31절을 맞은 0시께 33.5%로 역시 개봉 이래 최고로 올라갔다.이날 오전 들어 조조 관객들이 예매율 집계치에서 빠지면서 오전 9시20분 현재 실시간 점유율이 31%대를 나타내고 있다.이 영화를 홍보하는 시네 드 에피의 김주희 대표는 "31절을 맞아 국민의 뜨거운 성원에 답하고자 서울 일대 극장에서 무대 인사를 진행한다"며 "조정래 감독, 배우 손숙과 최리, 위안부 피해 소녀를 연기한 배우들, 일본군을 연기한 배우들이 모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귀향'은 위안부 피해자인 강일출 할머니가 미술 심리치료 중에 그린 '태워지는 처녀들'을 모티브로 하고, 피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만들어진 극영화다.국민의 후원과 배우제작진의 재능 기부로 기적같이 개봉한 이 영화는 개봉 닷새 만에 관객 100만명을 돌파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커진 상황이다.31절 공휴일을 맞아 관객이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귀향'과 마찬가지로 일제 치하 우리의 가슴 아픈 역사를 담은 영화 '동주'는 전날 4만8천608명(7.5%)을 모아 박스오피스 4위를 차지했다.5억원 남짓의 저예산으로 만든 이 영화는 누적 관객 수가 65만5천910명에 달해 이미 손익분기점을 훨씬 넘어섰다.같은 해 한 집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촌지간인 시인 윤동주와 독립운동가 송몽규를 통해 일제 강점기 청년들이 느껴야 했던 고민과 울분을 그렸다.강하늘박정민 등 주연배우의 열연, 윤동주 시인의 삶과 시를 절묘하게 결합한시나리오, 감독은 절제된 연출에 힘입어 역시 31절 관객들의 호응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시간 예매율은 현재 7%대로 4위를 달리고 있다.

  • 영화·연극
  • 연합
  • 2016.03.01 23:02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시네마프로젝트 2015 선정작 '설행' 상영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전주영화제작소 4층)이 오는 3일부터 삶의 치유를 그린 영화 「설행-눈길을 걷다」, 실화에 바탕한 쌍둥이의 기적 같은 이야기 「트윈스터즈」를 상영한다.김희정 감독의 세 번째 작품인 「설행-눈길을 걷다」는 알코올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산 속 요양원을 찾은 정우(김태훈 분)가 수녀 마리아(박소담 분)를 만나 점차 마음의 안정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현실과 꿈을 오가며 술에 대한 괴로운 유혹을 벌이던 정우는 마리아와의 교감으로 희망을 되찾기 시작하지만 어느 포수의 배낭에 든 술을 노리고 따라나섰다 고립되고 만다. 알코올 중독자를 생생히 묘사한 김태훈과 순수함을 띤 박소담의 연기가 완성도를 높인다. 전주국제영화제 장편영화지원 프로그램인 전주시네마프로젝트 2015선정작이다.「트윈스터즈」는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25년 동안 각각 미국, 프랑스에서 자란 쌍둥이 사만다와 아나이스가 SNS를 통해 우연히 재회한 실화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당사자인 사만다 푸터먼이 감독과 배우(본인 역)을 맡았다. 런던로스앤젤레스명동 등 다채로운 풍경을 파스텔톤 색감으로 아련하게 그려낸 영상미로 주목 받는 작품이다.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은 관객을 대상으로 자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반영해 3월 첫째 주 개봉작으로 선정했다.

  • 영화·연극
  • 최성은
  • 2016.03.01 23:02

[45. 캐롤] 나는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워 술을 마셔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이란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면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상습적으로 거짓된 말과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말한다. 영화 「리플리」의 주인공 ‘리플리’는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하여 거짓 자기로 분장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는 아들을 찾아달라는 선박부호의 부탁을 받고 상류 사회로 뛰어든다. 그곳에는 평생 써도 바닥나지 않을 재물, 아름다운 여인, 달콤한 인생, 자유와 쾌락이 널려있었다. 리플리는 그곳에 머물기 위하여 갖은 악행을 서슴지 않는다.영화를 관람하는 동안 관객은 스크린에 투사되는 허구적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내부에 있는 감춰둔 욕망과 마주한다. 영화는 상징, 은유 등으로 무장하여 관객의 깊은 곳까지 속속 파고든다. 끝내 관람자가 부인하는 감정과 만나고 나서 고개를 든다. 영화 「캐롤」을 보면서 리플리 증후군을 떠올렸다. 영화 원작이 리플리를 탄생시킨 작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 인 점도 있고, 사람이 꿈을 잃었을 때 어떤 행태를 보이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컸는데 영화가 리플리를 환기했기 때문이다.영화는 시작과 함께 암시하듯 한 시퀀스를 보여준다. 담배 연기 자욱하고 시끌벅적한 술집 장면이다. 대여섯 명이 둘러앉아 술 마시는 탁자가 클로즈업된다. 한 청년이 말한다. “나는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워 술을 마셔!” 그러자 다른 사람이 잇는다. “나는 깨어있는 시간이 무서워 술을 마셔”라고. 내일과 깨어있는 시간은 지금 술 마시는 시점에서 보면 미래다. 결국, 미래가 두렵고 무서워 술 마신다는 이야기 아닌가. 그렇다면 지금이 최선이라는 이야기인가? 글쎄다. 술 마시기 직전 상황의 연장선에 있는 다음 시간에 대한 부담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영화적 느낌으로 술집은 삶의 정거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음 시간으로 가기 위한 대기소. 거기 웅성거리는 수많은 사람은 대부분 전에 탔던 차를 탈 것이다. 1950년대 미국 뉴욕. ‘캐롤 에어드’(케이트 블란쳇 분)는 4살 난 딸아이를 둔 주부다. 이기적이고 독선적인 남편과 맞지 않아 이혼소송 중이다. 남편 ‘하지’는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 아내의 동성애적 성향을 문제 삼아 아이의 양육권은 물론 면접권도 허락하지 않겠다며 버틴다. ‘테레즈 벨리벳’(루니 마라 분)은 사진작가를 꿈꾸는 맨해튼 백화점 인형코너 점원이다. 결혼을 원하는 남자친구가 있지만, 썩 내키지 않아 갈등하고 있다. 어느 날 캐롤이 백화점에 물건 사러 갔다가 테레즈와 만난다. 둘은 서로 강한 눈빛을 교환한다. 크리스마스 휴가. 하지는 캐롤에게 아이와 함께 플로리다에서 시댁 식구들과 함께하자고 말한다. 거절하는 캐롤. 딸을 데리고 떠나는 남편 차 뒤에서 심란해 하던 캐롤은 테레즈에게 동·서 횡단 여행을 하자고 제의한다. 흔쾌히 대답하는 테레즈. 저돌적이고 무모하다 싶은 여행이 시작된다. 태연을 가장하는 것일까. 침묵 속에서 교환되는 미소는 다소 어색하기까지 하다. 밀려드는 상념들…. 밤이다. 숙소 커튼이 닫히고 불이 꺼진다. 캐롤이 테레즈의 몸에 손을 댄다. 호응하는 테레즈. 둘은 서로의 몸을 탐닉한다. 리플리적으로 본다면 현실을 부정하는 이들은 동성애의 세계를 만들어 그곳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여기서 잠깐 이들의 행태를 놓고 상상해 보자. 참자기와 거짓자기 그리고 이들이 원래 가던 길과 지금 들어선 길에 대하여. 전에 꾸었을 꿈까지 불러 모아 재료로 삼아보자. 담배 연기 자욱하고 시끌벅적한 술집을 연상해도 좋다.김은하 외 공저 〈영화치료의 기초〉에 의하면 ‘상상은 모든 담론에 자기(Self)를 투입하도록 한다. 이는 우리가 이미지를 볼 때마다 상상을 통해 다른 방식으로 상황을 지각하고, 태도를 수용하며, 통찰을 촉진하기 때문’이라고 푼다. 또 무어(Moore)는 시각적 은유의 사용이 관객(상담에서는 내담자)에게 더 영적인 수준에서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고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것으로 경험하게 한다고 주장한다.상상 후 아하 경험을 했다면 통찰이 왔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영화적 공감과 동정 속에서 자신의 생에 자발성을 갖게 되는 소중한 체험이 될 것이다. 모두 동성애라 말하지만 여행은 숨을 곳 없는 두 여인의 피난처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허영에 사로잡혀 거짓자기로 세상을 사는 우리 영화 「거짓말」의 주인공 ‘아영’의 반문이 머릿속에서 파문을 일으킨다. “넌 안 하니? 거짓말?”● 연재를 마치며우리의 오감은 세상을 지각하는데 있어 카메라와 마이크로폰과 같다. 자연히 무수히 많은 영화를 찍게 되는데 이를 내면영화(Inner Movie)라고 한다. 내면영화는 자신 안의 다양한 욕망과 무의식을 담고 있다. 영화를 본다는 것은 자신이 미리 저장해둔 장면들과의 만남을 의미한다. 한 편의 영화가 무엇을, 어디를 자극하는가? 이런 관점에서 2년여 동안 총 45편의 글을 게재했다. 최근 영화를 고르다 보니 오락과 미학적 측면이 강조된 점 없지 않다. 부족한 실력으로 메시지 전달에 급급하지 않았나 하는 자책 또한 크다. 혜량하여 주시기 바란다. 〈끝〉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전북지부장

  • 영화·연극
  • 기고
  • 2016.02.26 23:02

전주국제영화제 경쟁부문 782편 출품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이충직) 경쟁부문에 총 782편이 출품했다.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해 1월 29일까지 진행한 출품작 공모 결과, 40분 이상의 영화를 대상으로 한 한국경쟁 부문에 121편, 한국단편경쟁에 661편이 접수됐다.올해는 지난해 경쟁부문에 출품했던 727편에 비해 50여 편 늘어났다. 한국경쟁부문 출품작은 지난해 접수됐던 118편과 비슷한 응모율을 보였지만, 한국단편경쟁부문이 지난해 접수한 609편보다 52편 증가했다.부문별로 특징을 살펴보면, 한국경쟁부문은 극영화 87편, 실험다큐멘터리 작품 34편이 참여해 비교적 고른 분포를 보였다. 신인감독들의 첫 장편영화 작품이 많이 접수된 가운데 전작으로 이름을 알린 감독들의 신작도 눈에 띄었다.한국단편경쟁의 경우, 접수된 작품 중 극영화 장르가 504편으로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 다른 장르에 비해 월등히 많이 접수됐다. 주목할 점은 인디스토리, 센트럴 파크 등 기존 독립영화 배급사와 더불어 퍼니콘, 캐비넷 필름 등 신생 배급사들이 참가했다는 것이다. 또한 청소년 감독들의 응모도 늘어났다. 올해는 경기예술고등학교, 서울공연예술학교 등에서 20여 편을 접수했다.경쟁부문 본선 진출작은 심사를 거쳐 오는 3월 초에 발표된다. 심사는 영화평론가 변성찬, 남다은, 송효정씨가 맡는다.본선 진출작은 오는 4월 28일부터 5월 7일까지 열리는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경합한다.

  • 영화·연극
  • 김보현
  • 2016.02.18 23:02

전북서 영화 '동주' 찍은 이준익 감독 "시민들 관심과 배려 속 편안하게 촬영했어요"

1945년 2월 16일, 시를 사랑했던 한 청년이 일본의 형무소에서 쓸쓸히 눈을 감았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자신이 사랑한 세상을 바꾸려 했던 또 한 명의 청년도 그 곁에서 차가운 주검이 됐다.이준익 감독의 영화 「동주」는 71년이 지난 현재 각각 민족 시인과 독립운동가라는 수식어가 붙는 만 스물여덟의 동갑내기, 윤동주(강하늘 분)와 손몽규(박정민 분)의 이야기다. 「동주」는 윤동주의 전기적 영화로 머물지 않고 그와 같은 집에서 세 달 차이로 태어난 사촌이며 절친한 벗인 손몽규의 삶을 교차시켜 그리고 있다. 태어나고 죽은 곳이 같았던 두 사람이 평생을 함께 하면서도 서로 다른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던 비극적인 시대상도 고스란히 흑백 화면에 담겼다.지난 15일 오후 전주시네마타운에서 열린 「동주」 시사회를 앞두고 만난 이준익 감독은 윤동주의 삶과 문학을 함께 다루려 했다고 말했다.이 감독은 모두가 윤동주의 시를 외우며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그의 삶을 향한 관심은 크지 않다며 작품이 쓰이게 된 시대를 살피지 않고서는 본질에 접근하지 못하는 얕은 이해에 멈추게 된다고 말했다.영화 속 일련의 사건과 고조된 감정은 때맞춰 내레이션으로 흘러나오는 별 헤는 밤, 자화상 등 시와 어우러지며 짙은 여운을 남긴다. 감독이 윤동주에 대한 기록을 통해 시가 창작된 동기와 시대상황을 고려하고, 상황에 가장 알맞은 작품을 삽입한 결과다.특히 이 감독은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 윤동주의 하숙집 등 영화 속 배경의 상당 부분을 전주익산 등지에서 촬영하며 일제 강점기의 거리와 풍경을 연출했다.부안테마파크에서 전작 「사도」로케이션을 진행하기도 했던 이 감독은 전북을 즐겨 찾는 이유로 곳곳에 남아있는 고즈넉한 정취와 편안한 촬영 분위기를 꼽았다.이 감독은 전주에서 많이 찍었지만 남원 서도역이 가장 인상 깊었다며 그곳에는 일제 강점기에 지은 관사가 보존돼 있는데 내부를 단장하고 윤동주의 하숙집으로 촬영하는 동안 역사 주변의 철도와 풍광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송몽규의 재교토 조선유학생 회합장소로 쓰인 익산문화재단 내 옥탑방 역시 예스러운 느낌을 표현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이었다는 것이 이 감독의 설명이다.그는 로케이션 촬영을 하다보면 주변에서 불편을 주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전북에서는 편안함을 느낀다며 사람들이 적당한 관심과 적당한 거리를 두는 세련된 매너를 가지고 있다고 지역의 성숙한 문화에 깊은 만족감과 고마움을 드러냈다.또한 그는 전주국제영화제에 대해서도 부산국제영화제가 화려함을 가지고 있다면 전주는 독창성과 소박한 가치를 품고 있다며 그간 저예산, 독립영화처럼 새로움을 창출해온 전주국제영화제 고유의 성과가 유지된다면 앞으로 더욱 발전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 영화·연극
  • 최성은
  • 2016.02.17 23:02

제24대 전북연극협회 정두영 회장 "자립방안 마련, 지원금 의존 줄이겠다"

협회원들이 화합하고 창작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동료, 선후배들과 원칙을 바로세우고 지켜나가겠습니다.단독 출마해 제24대 한국연극협회 전라북도지회장에 무투표 당선된 정두영(49) 회장은협회의 장기적인 발전 방향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에 이어 도비지원 규모가 축소된 전북연극협회의 현 상황을 두고 자구책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정 회장은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중앙의 보조금이나 지원정책에 대한 문화단체의 지나친 의존을 경계하겠다며 전북연극협회가 건실한 단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자체적인 정책토론회와 세미나, 시민연대를 통해 장기적인 대안을 모색할 계획이다고 밝혔다.그는 극단 공동구역과 공용연습실을 마련하겠다는 공약도 정부의 보조금 여부에 구애 받지 않도록 기존의 유휴공간을 활용하거나 메세나(Mecenat)처럼 기업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겠다고 말했다.함께 쓰는 공간을 조성해 협회원들이 친목을 다질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극단과 연극인을 하나로 묶을 네트워크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대규모 연극 행사가 열릴 때 무대에 오를 배우가 도내에 충분한데도 연계가 되지 않아 극단이 배우를 찾지 못하는 사례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각 시군의 지원금 불균형을 막고 지속사업도 차질을 빚지 않도록 신경쓰겠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정두영 회장은 고창 출신으로 전북대 자연과학대학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극단 황토에 입단한 뒤 무대조명감독으로서 전국연극제 대통령상, 전북연극제 무대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조명감독을 맡고 있다.한편 16일 열린 제55회 정기총회에서 감사에 오지윤박영준 씨가 선임됐다. 부회장을 비롯한 이사회 임원진은 차후 협회 차원의 추가적인 논의를 거쳐 선출할 예정이다.

  • 영화·연극
  • 최성은
  • 2016.02.17 23:02

'나도 배우' 연기 열정 빛나는 시민들

대본에 얽매이지 않고 주어진 상황을 온전히 인식해야 비로소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습니다. 연기는 이야기를 단지 외우고 말하는 게 아니니까요.오후 7시. 바쁜 하루 일과를 마친 시민들이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지만 전주시 고사동의 한 지하 소극장에는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극단 명태가 지난달 3일부터 운영 중인 연기워크숍 나도 배우다에 참여하기 위해서다.극단 명태와 이들이 상주하는 아하 아트홀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매주 2차례, 시민들에게 무료로 연기와 뮤지컬 강습을 진행하고 있다. 전문 배우를 양성하는 교육과정은 아니지만 지난 화요일 찾은 연습실은 연기를 향한 열정과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저마다 연령대도, 직업도 달랐지만 워크숍에 참여한 30여명의 시민들은 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던 것을 경험하는 게 기쁘다고 입을 모았다.예비대학생 박현정(20여전주시)씨는 본래 뮤지컬과 연극을 좋아해 학원을 다니며 직접 배웠던 적도 있지만 집안의 반대가 심했다며 이번 워크숍도 부모님 몰래 참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즌 오브 러브 등 일곱 개의 곡을 연습하고 있는데 이런 기회를 얻게 돼 무척 즐겁다고 덧붙였다.길희자(45여진안군) 씨는 친구를 따라 잠시 연극 연습을 했던 대학생 시절 이후 20여년 만에 조금 더 용기를 내고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이날 시민들을 맞은 건 극단 명태의 단원 박태홍 씨(23). 그는 전북대 연극 동아리에서 활동하다 명태의 연출을 맡고 있는 최경성 씨와의 인연으로 극단에 들어오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그도 아직은 시민들과 함께 수업을 받는 새내기다.명태 창단 20주년 기념뮤지컬에 비중 있게 출연한 양상아 단원이 극의 흐름과 핵심 파악을 주제로 본격적인 강의를 시작하자 박태홍 단원은 풋풋한 첫사랑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그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짧게 요약하는 식으로 첫 과목이 진행됐다. 또 군대, 출산 등 각자의 경험담이 흘러나올 때마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상대방의 신체를 이용해 이미지를 표현하는 인간조각, 한 장의 그림을 가지고 기승전결이 있는 완성된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명화 즉흥극 등 뒤이은 연기 수업 내내 밝은 분위기가 유지됐다.이처럼 연습에 매진하고 있는 시민들은 이달 말 연극 채플린, 지팡이를 잃어버리다와 뮤지컬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연극의 경우 대본 작업과 배역 분담이 끝난 상태로 두 달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시민들은 점차 배우로 거듭나고 있었다.

  • 영화·연극
  • 최성은
  • 2016.02.11 23:02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4월 28일 개막…다시 '영화의 거리'로 모은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이충직)는 모든 행사를 영화의 거리로 모아낸다. 또한 지역성을 강화하고, 시민들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대중 프로그램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오는 4월 28일부터 5월 7일까지 열흘간 진행되며, 40여 개국 200여 편의 상영작과 2700명의 국내외 인사들이 초청된다.올해 가장 큰 변화는 행사 공간과 영화제 기간 운영방식이다. 모든 영화제 행사를 영화의 거리에서 진행해 지역의 상징성을 강화하고 구도심 활성화를 꾀한다. 특히 영화의 거리 내 대규모 야외 상영장을 조성해 많은 시민들이 쉽게 영화제를 즐기도록 할 예정이다. 또한 영화제 후반 3일은 화제작만 상영 하던 기존과 달리 공식 행사를 폐막일까지 진행하며 축제 열기를 이어간다.주요 행사장을 분산시켰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개폐막식을 비롯한 모든 영화 상영과 이벤트, 마켓을 영화의 거리에서 진행한다. 지난해 영화의거리와 한옥마을 과포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전주종합경기장부터 CGV전주효자까지 영역을 확장했지만 오히려 축제가 산만하고 관객들의 심리적 거리감이 발생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따라서 올해는 행사 공간을 집약해 방문객 참여율을 높이고 영화의 거리의 특성을 살려 지역민의 자부심을 높이고 영화제에 대한 친밀도를 높일 계획이다.상영관은 총 5개 극장 19개관으로 CGV 전주고사(신축 상영관), 메가박스 전주, 전주시네마타운,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과 옥토CGV주차장을 재단장한 야외 상영장에서 모든 영화를 상영한다.특히 야외 상영장이 영화제 거점 공간으로 활용된다. 개폐막식이 야외 상영장에서 열리며, 야외상영작도 일반상영관보다 대중적인 것들로 구성하는 등 야외 갈라 프로그램을 신설한다.또한, 공식 행사 기간을 연장하고 폐막식을 부활시켜 영화제 완성도를 높인다.지난 영화제는 행사 기간인 열흘 중 7일은 프로그램과 시상식을 진행하고 나머지 3일 동안은 화제작을 상영해왔지만, 올해는 열흘 내내 모든 행사를 동일하게 운영한다. 영화제가 끝나기도 전에 시상식과 본 프로그램이 치러지면서 마지막 3일간은 축제 분위기가 반감된다는 의견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올해는 영화제 기간 모든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고, 폐막식으로 행사를 마무리한다.한편, 영화제는 오는 15일까지 영화제의 공식행사인 전주프로젝트마켓 피칭(투자 설명회) 프로젝트 작품 공모를 받는다. 전주프로젝트마켓 피칭 프로젝트는 작품과 영화산업 관계자를 매칭해 제작 지원을 하는 것으로 참신한 작품을 발굴하고 한국영화 제작과 유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서류와 면접심사를 통과한 작품들은 전주프로젝트마켓 행사 기간 동안 투자, 제작, 배급사 관계자를 대상으로 각 10분 내외의 피칭을 할 수 있으며, 최종 선정작들은 제작 지원도 함께 받는다.(www.jiff.or.kr, 063-280-7942~33)

  • 영화·연극
  • 김보현
  • 2016.02.04 23:02

[44. 지상의 별처럼] 문제를 물었는데, 상태를 말씀하시네요

요즘 들어 가장 듣고 싶지 않은 뉴스를 꼽으라면 아마 많은 분이 아동 학대 소식을 드실 겁니다. 법무부에서는 아동학대방지법 종합대책을 수립하여 시행하겠다고 합니다. 소식을 전하는 앵커의 슬픈 표정 뒤로 수많은 그림이 지나간다. 포털 사이트를 보니 아동학대 예방캠페인 참여자 수가 800만 명에 이른다. 금수저, 은수저, 흙 수저. 그 판에서 만들어지는 작금의 뉴스가 아프다.생각해보니 이들 이야기 중심에 아버지가 있다. 아버지. 지금 이 나라에서 그들의 역할과 위치 그리고 정체는 무엇인가. 종류도 있는가? 아직도 생생한 영화 기억 속에 「국제시장」의 덕수, 「7번 방의 선물」의 용구가 있다. 온 국민의 열화와 같은 박수를 받은 캐릭터다. 최근 영화 「로봇 소리」에는 만사 제쳐놓고 실종된 딸을 찾아 전국을 떠도는 아버지 해관이 나온다. 영화에 이런 대사가 있다. 엄마는 자식을 낳아서 세상으로 보내지만, 아빠는 인생을 부정당하는 걸로 자식을 세상에 내보낸대. 엄마 아빠처럼 살지 않겠다는 말, 생각해보면 그게 그렇게 나쁜 말은 아니야.인도영화 「지상의 별처럼」에는 난독증에 걸린 여덟 살 아들 이샨(다쉴 사페리 분)으로 인해 골치를 앓는 아버지가 나온다. 사고뭉치인 이 아들을 어찌할 줄 몰라 고민하다가 결국 기숙학교로 전학시키는데, 가정방문을 한 램 니쿰부(아미르 칸 분)선생님은 아버지에게 아이를 왜 전학시켰느냐고 묻는다. 어쩔 수 없었어요. 작년에 3학년을 유급당했어요. 그런데도 똑같고. 선생님이 정색하며 반문한다. 문제를 물었는데, 상태를 이야기하시네요.문자 읽기, 쓰기 및 인지적 결함 등 포괄적 장애에 노출된 이 아이, 못 하는 것을 반항으로 감추며 세상과 싸웠을 것이라는 게 선생님 주장이다. 아이는 선생님의 개인지도로 치유된다. 그리고 그림에 아주 특출한 재능이 있다는 사실까지 알아낸다. 한 아이의 성장서사는 이렇게 정확한 진단과 명쾌한 해법이 있어 아름답다.영화 속 아버지는 출장 갔다 올 때 간식 사 오고, 상태를 아내에게 물으면 그만이다. 1등만 하는 큰 아이와 비교하며 눈물 흘리는 엄마에게 무슨 답이 있으랴. 이샨을 전문가에게 한 번만 보였어도 진단이 가능할 일이었다. 이들은 급기야 건강하지 못한 분리를 자행한다. 이샨이 그토록 싫어하는 기숙학교에 억지로 밀어 넣는다. 버려지듯 학교에 남은 이샨은 아빠, 엄마 그리고 공부 잘하는 형이 탄 차를 닭똥만 한 눈물을 흘리며 바라보고 서 있다.영화는 난독증 치료과정을 보여주는데, 선생님은 문장을 거꾸로 배열하고 거울을 갖다 댄다. 거울에 칠판글씨가 똑바로 나타난다. 이는 아이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 물병에 넣고 병 밑에서 올려다보는 것과 같은 맥락의 보기 방식이다. 영화제목 지상의 별처럼뜻은 지상에서 올려다봤을 때 모든 별은 각각 제 빛을 반짝반짝 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별에서 이 세상 아이들을 보면 어떨까. 역시 한 명 한 명 반짝이고 있지 않을까? 그런데 위에서 내려다보는 아이는 거꾸로 서 있는 것이다. 뒤집어 봐야 제대로 보이지 않겠는가.영화 「샤이닝」은 한 겨울 동안 외딴 호텔관리를 맡은 작가 아버지가 서서히 미쳐가는 상황을 그린다. 자폐아 아들 죠니는 좋지 않은 분위기를 파악하고 엄마의 빨간 립스틱으로 출입문에다 REDRUM이란 글자를 써 놓는다. 무슨 뜻인가. 글자를 거꾸로 배열해야 뜻을 알 수 있다. MURDER, 살인이란 뜻이다. 가족은 미치광이가 된 아버지가 휘두르는 도끼를 피해 무사히 탈출한다.독일군의 유대인 학살을 소재로 한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는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웃음을 잃지 않는 아버지가 있다. 이 아버지는 죽음의 수용소에서도 아들을 고무하기 위해 지금 게임을 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선수야.라고 말한다. 게임에서 이기면 탱크를 상으로 받는다며 아이를 격려한다. 아이는 살아남아 탱크를 탄다.유대인 학살을 자행한 히틀러의 아버지는 폭군이고 술고래였다고 한다. 히틀러는 그런 아버지에게 초주검이 되도록 맞고 자랐다고 하니 그의 잔인함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알만하다. 그런 속에서 어머니는 히틀러를 딱하게 여겨 무한사랑으로 감쌌다니 무슨 아이러니인가.영화에서 이샨은 플립북(여러장으로 묶인 종이에 연속된 동작이 있는 그림책)에 그림을 그린다. 책장을 계속 넘기면 그림이 움직이면서 가족이 세 명만 남는다. 자기는 빠지는 것이다. 그가 학교 사생대회에서 최우수상을 탄 작품은 호수 그림이다. 호수 색상이 하얗다. 검은색을 모두 걷어낸 것은 자신의 무의식에서 암운이 걷힌 것이리라. 호수에서 물고기가 반듯하게 헤엄친다. 이제 그는 세상을 거꾸로 보지 않아도 된다.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전북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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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2.0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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