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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은 감성을 통해 불특정 이성에 대항할 힘을 제공하는 원천이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예술을 통해 차오르는 기대와 감흥, 희망을 얻으며 세상의 이치를 순탄하게 순종시키려는 의지를 담는다. 누구나 감성에 의해 마음은 좌우된다. 때론 흥겨운 음악을 들으며 기세를 높이기도 하며 감미로운 선율로 자신을 위로받기도 한다. 조물주는 태초에 세상 모든 만물을 같게 짓지 않았다. 고로 인간은 같음을 노력하지만, 이해의 인식 부족과 성찰의 미흡으로 많은 실망과 괴로움을 받는다. 그래서 세상 누구나 한 번쯤은 감정에 상처받고 아파하며 의지와 다르게 마음 한편 날카로운 상처를 남긴다. 그 상처를 치유하려는 방법으로 인간은 예술을 선택하였고 그러한 예술을 통해 느끼며 함께 공유했다. 예술의 경험은 아픔에 충분한 해답으로 다가서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나오지 못한 감성은 마음의 상처로 남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글귀는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용어는 아니다. 포용적인 음의 길이를 나타냄도 아니며 창법의 기교를 멋지게 구성하고자 하는 표현도 아니지만, 거부감을 동반한 국문학적 보편성과 융통성의 회유가 실마리를 쥔 고민의 잣대로 다가서기도 한다. 이러한 비음악적 포용방식은 어떻게 어느 순간 필자에게 다가왔을까? 내포된 의미를 논하자면 부정과 혼선, 혼탁이 만연하는 사회에서 부정적 선입감을 긍정적인 기대감으로 안겨주는 단어이기도 하며 때론 서론의 글처럼 안타까운 현실로 방향을 기대어가는 표현하기도 하다. 양면의 논리에도 그 글귀를 좋아하는 이유는 자가당착으로 빠져있는 세속의 억측을 포용력으로 받아 준다는 사실과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긍정적인 방향성을 제안하고 이끌어간다는 귀속성과 고귀함에 끌려서이다. 주어진 삶이 어렵고 그 삶조차 이겨내기 힘든 부정적인 모습으로 다가와 감당하기 힘든 현실이 되었을 때 우리 삶의 목적은 효력을 잃고 그저 혼돈 속으로 흐려져만 갈 것이다. 세상의 그러한 일들이 모두 바른 듯 계기와 근거를 합리화시켜 타인을 설득하고 상황을 포장하려 하지만, 현실의 모순은 쉽게 우리를 이해시킬 수 없다. 그 이유는 긍정이란 희망과 안식을 주기는 동기부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귀처럼 말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생활의 과정과 결과는 모두 옳은가? 기준의 잣대는 누가 정하고 옳고 그름은 누가 판단하는가? 한 번쯤 가슴에 품으며 자문자답하지만 돌아오는 원인은 "다 당신 때문이야." 결백을 주장하며 당위성에 의지하고 번복을 바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악순환은 자신도 모르게 동화되어 간다. 이제 "그렇게까지는" 단어가 무심코 나오는 상황이 되지 않게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포용이 함께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 문화일반
  • 기고
  • 2022.01.13 19:59

전주 교동미술관 정하나 부관장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

전주 교동미술관 정하나 부관장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11일 교동미술관에 따르면, 정 부관장은 지난 10일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열린 2022 박물관・미술관인 신년교례회에서 박물관・미술관 업무추진 유공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박물관협회는 매년 신년교례회를 통해 박물관・미술관 발전 및 업무추진에 기여한 해당 분야 종사자에게 표창을 수여하고 있다. 앞서 교동미술관은 2021 사립박물관미술관 온라인콘텐츠 제작지원사업에 전북권역 사립미술관 가운데 유일하게 선정됐다. 정 부관장은 이 사업과 관련한 '교동미술관 온라인콘텐츠 제작 아트-잇(Art-it)' 책임자로 뉴노멀시대에 대응할 스마트 박물관미술관의 기반을 조성하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 부관장은 앞으로도 교동미술관이 지역 예술계에서 담당해온 사명과 책임감을 다해나가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지난 2014년부터 교동미술관에 재직해 온 정 부관장은 'K-Design 2014 베이징디자인위크', '2014 홍콩국제혁신박람회' 등 한지MD 관련 전시프로모션을 수행하며 한지의 우수성을 국내외에 홍보해왔다. 또 시각예술분야 국고보조사업에 참여하며, 지역미술의 자생성과 담론 확장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 문화일반
  • 김세희
  • 2022.01.11 16:50

[이승우 화백의 미술이야기]세잔느의 앵무새 1

1864년 살롱전에서 낙선한 것을 시작으로 1882년 입선을 할 때까지, 정확하게 18전 1기의 명예를 차지한 사람이 바로 세잔(Paul Cezanne)이다. 그나마 19년째에는 또다시 낙선을 하여 아예 출품을 포기하고 말았지만 그런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를 200년 만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하는 위대한 화가라고 평가하며 자신을 굳게 믿은 사람이었다. 실제로 보고 그린다는 입장을 떠나서 본다는 것은 아는 것과 동일하다는 다빈치의 말처럼 감각과 지성을 인식의 근원으로 하여 대상을 포착하려던 사람, 그래서 하루 종일 사과를 들여다보며 무엇인가를 생각했던 사람, 세잔의 현실은 답답함을 벗어나 안쓰러웠다. 시골 은행장이던 아버지의 덕택으로 빨간 조끼를 입고 으스대며 궁하지 않게 돈을 쓰는 까닭에 그 편협하고 괴팍한 편집광적 성격에도 더러 친구가 있기는 하였으나 그의 그림만은 절대 사절이었다. 그의 그림을 물감의 하치장 정도로 여기던 친구들은 어쩌다 얻은 그림마저도 집에 가져 갈 수가 없었다. 부인에게 문화적 미개인이라는 핀잔을 듣기 싫어서였다. 그래서 다른 친구에게 그림을 가져오게 하여 깜박 잊고 가는 척 연기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부인에게 발견된 그림은 바로 창고 속으로 직행, 쥐들의 침대가 되거나 불쏘시개로 쓰였다. 그럼에도 세잔은 60이 넘은 나이에도 하루도 쉼 없이 그림을 그렸다. 그는 엑스 시의 부르고뉴 거리에 있는 자택 이외에도 로보거리에 아틀리에 하나를 더 가지고 있었다. 미사를 드리는 것은 샤워와 마찬가지야. 그것으로 나는 말끔해지니까라고 말하는 그의 하루 일과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산소브로 성당에서 새벽 미사를 마치고 나면 언제나 성당 입구에 있는 거지들에게 적선을 하고는 곧장 로보거리에 있는 아틀리에로 향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오전 중에 그림을 그리고 일단 집에 들어가 점심 식사를 마치고는 4륜 마차를 타고 스케치를 하러 간다. 마부는 세잔이 말하지 않아도 행선지를 알고 있었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2.01.10 17:41

2021 전라북도 한 달 여행하기 장기체류 관광사업 끝마쳐

전북도와 (재)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이하 재단, 대표이사 이기전)이 공동으로 진행한 2021 전라북도 한 달 여행하기 사업이 끝났다. 전라북도 한 달 여행하기는 여행자들이 숨은 관광지를 발굴하고 체험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알리는 사업이다. 이에 따라 사업에 참가한 21개 팀은 지난해 5월부터 10월까지 전북 14개 시군 여행지 325곳을 돈 뒤, 자연경관, 생태체험, 문화예술, 지역생활사 등을 글과 사진으로 SNS에 기록했다. 이들에게는 △1일 기준 숙박비 5만 원(최대 20일) △입장료 및 체험비 5만 원 △여행자보험비 2만5천 원 등이 지원됐다. 참여자들의 여행이야기는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전라북도한달여행하기)와 재단 유튜브 채널(youtube.com/jbct2016)의 홍보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도와 재단은 올해도 워케이션(Worcation)을 주제로 2022 전라북도 한 달 여행하기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휴가지에서 일을 병행하는 근무 형태를 의미한다. 이기전 대표이사는 전북의 수려한 자연유산과 살아 숨 쉬는 문화예술을 경험하기 위해 찾아오는 여행객들의 발걸음을 붙잡을 수 있도록 전북다운 관광지를 지속해서 발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김세희
  • 2022.01.09 18:28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의  전통문화바라보기] 백범의 글

백범 김구 2022년의 임인년 호랑이해가 밝았다. 나라 안팎으로 코로나19라는 몹쓸 전염병이 생활에 많은 어려움을 주고 있지만, 우리 민족은 지난 승리의 역사 한 모습처럼 굳건하게 서로를 위로하며 위기를 잘 이겨내고 있다. 역사의 흐름과 교훈은 항상 반복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러한 세상을 돌아보며 지난날의 과오와 교훈을 얻고 보다 나은 생활과 안정된 현실을 꿈꿔왔다. 수많은 외세의 침략과 견제, 억압과 탄압, 갖은 병마에도 언제나 우리 민족은 마음을 함께 모았으며 우리 세대는 물론 다음 세대인 아들, 딸들의 낙원을 위해 노력하고 함께 위기를 극복했다.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릴 때도 있었고 쓰러진 서로를 안고 고통스럽게 아파할 때도 있었다. 순간마다 우리에게 다가온 목소리 "이겨낼 수 있어", "우리는 하나", "우린 할 수 있어", "우리니까". 역사는 또 흐르고 시대는 다시 반복한다. 모진 삶의 현실과 몹쓸 전염병은 총, 칼이 되어 우리를 짓누르고 또 다른 삶의 변종 회오리는 불안과 초조를 낳고 있지만, 과거 우리 민족이 그랬듯이 우리는 서로를 위하고 뜻을 함께하며 저마다 의지를 다질 것이다. 힘든 현실과 어려운 정국政局, 병마가 휘도는 세상 속 우리가 원하는 삶으로써의 방향은 바로 "굳은 의지"란 시작점이며 "사랑과 포용"의 변곡점이다. 백범 김구의 글이다. "어릴 때는 나보다 중요한 사람이 없고, 나이 들면 나만큼 대단한 사람이 없으며, 늙고 나면 나보다 더 못한 사람이 없다. 돈에 맞춰 일하면 직업이고, 돈을 넘어 일하면 소명이다. 직업으로 일하면 월급을 받고, 소명으로 일하면 선물을 받는다. 칭찬에 익숙하면 비난에 마음이 흔들리고, 대접에 익숙하면 푸대접에 마음이 상한다. 문제는 익숙해져서 길들여진 내 마음이다. 집은 좁아도 같이 살 수 있지만, 사람 속이 좁으면 같이 못 산다.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에 도전하지 않으면, 내 힘으로 갈 수 없는 곳에 이를 수 없다. 사실 나를 넘어서야 이곳을 떠나고, 나를 이겨내야 그곳에 이른다. 갈 만큼 갔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얼마나 더 갈 수 있는지 아무도 모르고, 참을 만큼 참았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얼마나 더 참을 수 있는지 누구도 모른다. 지옥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미워하면 된다. 천국을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사랑하면 된다. 모든 것이 다 가까이에서 시작된다. 상처를 받을 것인지 말 것인지 내가 결정한다. 또 상처를 키울 것인지 말 것인지도 내가 결정한다. 그 사람 행동은 어쩔 수 없지만, 반응은 언제나 내 몫이다. 산고를 겪어야 새 생명이 태어나고, 꽃샘추위를 겪어야 봄이 오며, 어둠이 지나야 새벽이 온다. 거칠게 말할수록 거칠어지고, 음란하게 말할수록 음란해지며, 사납게 말할수록 사나워진다. 결국, 모든 것이 나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나를 다스려야 뜻을 이룬다. 모든 것은 내 자신에 달려있다." 백범의 글처럼 오래전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되었고 견고히 올곧게 다져진 우리 민족의 의지는 어지러운 세상을 이겼다. 모든 것은 스스로 마음에 달려있다. 힘을 내자. 그리고 하늘을 보며 가끔은 호탕하게 웃자. 주어진 현실은 어렵지만, 주먹을 쥐고 마음을 다스려보자. 이 세상이 우리를 반기며 안아줄 그 날을 위해 말이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2.01.06 19:15

문체부, 어린이집·유치원 '이야기 할머니' 1천명 모집

문체부, 어린이집·유치원 '이야기 할머니' 1천명 모집 전통문화 분야 중장년 일자리사업…근대기록문화 조사원 300명도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국학진흥원과 함께 전통문화 분야에서 일할 중장년 1천300명을 새로 모집한다고 5일 밝혔다. 모집 대상은 옛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1천 명과 근대 기록자료를 발굴·조사하는 '근대기록문화 조사원' 300명이다. 2009년 시작한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는 어르신들의 자아실현과 인생 이모작 활동을 지원하고, 전통문화를 매개로 세대 간 소통 기회를 확대하는 사업이다. 올해 '14기 이야기할머니'는 지난해 인원의 2배를 선발하며 만 56~74세의 한국 국적 여성으로 이야기 구연에 필요한 기본 소양과 재담이 있다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신청 기간은 5~28일이며 1차 서류심사와 이야기 구연 능력을 포함한 2차 면접 심사를 통해 예비 합격자를 결정한다. 예비 합격자들은 4~10월 교육과정을 이수한 뒤 평가를 거쳐 최종 선발된다. 선발된 이야기할머니는 11월부터 현장 실습을 거쳐 5년간 거주 지역 인근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활동하게 된다. 수당은 1회당 4만 원이다. 지난해 시작한 '근대기록문화 조사사업'은 사라져가는 근대기록자료를 보존하고 중장년층의 인생 이모작 활동을 지원하는 일자리 사업이다. 1기로 중장년 500명을 선발해 근대기록자료 약 10만 건을 조사·정리했으며 2기 300명을 추가 선발한다. 올해는 계속 활동 의사를 밝힌 1기 350명과 함께 총 650명이 활동할 계획이다. 지역 역사나 향토문화에 관심이 있는 만 50~70세의 한국 국적 중장년으로 스마트폰이나 디지털 사진기를 사용할 수 있다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신청 기간은 10일~21일이며 서류심사와 면접을 통해 결정된 예비 조사원은 3~5월 조사원 양성 교육을 받는다. 최종 선발된 조사원은 6월부터 거주 지역 인근에서 4개월간 총 24회 활동한다. 수당은 활동 1회(자료 제출 10건)당 6만 원이다. 이진식 문체부 문화정책관은 "올해 '전통문화 중장년 일자리 사업'에는 전년보다 36억 원을 증액한 170억 원을 투입한다"며 "활동 성과를 체계적으로 축적·활용하고자 '이야기할머니' 활동 앱 개발, 근대 기록문화 조사 결과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사업의 안정성, 지속성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세한 선발 공고문은 이야기할머니사업단 누리집(www.storymama.kr)이나 국학진흥원 누리집(www.koreastudy.or.kr)에서 확인하면 된다. mimi@yna.co.kr (끝)

  • 문화일반
  • 이정호
  • 2022.01.06 19:15

[이승우 화백의 미술이야기] 가장 거만한 사내 2- 쿠르베

낭만주의의 거장 들라크루아는 이들을 향해 이 저주받을 리얼리스트여. 너희들은 내가 보는 환상을 보여줄 수 있느냐. 내가 창작세계로 은신한 것은 바로 사물의 실상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내가 길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들을 보여주는 너희들의 일상이 나에게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그런데도 너희들은 모든 더러움과 빈곤을 나에게 보여 주고 있구나라며 악의에 찬 독설을 퍼부었다. 정작 당사자인 쿠르베는 그렇다면 나에게 날개 달린 천사를 보여주시오. 그러면 그려 보이겠소. 나는 나에게 보이는 것 이외에는 그리지 않겠소라며 철저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반 부르주아적이고 민중공화국인인 그는 시민들의 친구이며 혁명의 지지자였다. 들라크루아에게 보들레르라는 이론적 후원자가 있었다면, 쿠르베에게는 샹플뢰리라는 이론적 지지자가 있었다. 사실주의라는 단어를 맨 처음 사용한 선언에서 다행스럽게도 어리석은 환상이나 자연과의 유희를 하는 범신론자들의 시대는 지났다. 진지하고 확신에 차 있으며, 아이러니하고 야수적인, 그리고 성실하며 시적인 사실주의가 나타났다. 이제부터 비평가들은 사실주의에 찬성이냐 반대냐 하는 것만 결정하면 된다며 사납게 쐐기를 박아 버렸다. 한 시대의 풍운아로 우여곡절을 겪던 쿠르베는 그의 나이 51살 때 예술가 협회의 회장으로 추대되어 나폴레옹 광장에 있는 나폴레옹 기념 원기둥의 제거를 요구하고 시민들의 박수갈채 속에 파괴시켜 버렸다. 세월이 지나 다시 그 책임을 문책 받아 체포, 억류되었다. 더구나 그 원기둥의 재건 비용에 따른 배상금으로 전 재산을 몰수당하자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스위스로 망명하여 쓸쓸하기 짝이 없는 4년여의 생활을 하다가 죽었으며, 그의 시신마저도 42년 후에야 그의 고향인 오르낭에 돌아올 수 있었다. 그 때까지의 미술사에서 본인의 사인을 가장 크게 했던 만큼 자신감이 넘쳤던 사내, 당시 왕실미술관 총장 뉴우엘케르크 백작에게 각하,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거만한 사나이올시다라고 했던 자신만만했던 쿠르베도 이제는 그를 혐오했던 사람이나 추종했던 사람들과 함께 과거에 머물러 있다. 인생은 그야말로 흘러가는 구름 한 조각이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2.01.05 18:11

[최완규 교수의 '마한이야기'] 유통의 거점 '부안 백산성'2

인류는 생존과 편리한 삶을 영위하기 위하여 자연적인 조건을 최대한 이용해 왔을 것으로, 그들이 남겨놓은 유적의 주변 환경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생활의 터전인 집자리는 우선적으로 자연의 재해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충족하는 곳을 선택하여 자리잡고 있다. 또한 죽음의 공간에 해당하는 분묘를 축조하는 데는 기본적으로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자리를 선택하지만, 그 집단들 속에 내재되어 있는 전통이나 사상 등이 반영되는 지리적 선택을 하고 있기도 하다. 이와 같이 다양한 종류의 유적들은 자연환경과 어우러져 형성되는 것이 보편적 현상이며, 이를 유적 경관이라 부르고 있다. 따라서 유적 경관은 유적의 성격을 규명하는 데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부안 백산성 역시 이러한 부분을 간과할 수 없다. 백산성의 주변은 내륙에서 사방으로 통하는 길목에 해당하고, 남북으로는 고부천과 동진강이 감싸고 흘러 서해로 통하고 있다. 이러한 지리적 조건은 유적 경관의 관점에서 보면 내륙과 해안을 연결하는 교통의 요충지로서 매우 적합한 위치에 해당한다. 또한 이곳의 수로교통과 관련해서는 『신증동국여지승람』의 부안현 산천조에 주목되는 기사가 보인다. 그 내용을 보면 백산성에서 서해로 나아가는 길목에는 東津이 위치하는데 이를 通津이라고도 하며, 벽골과 눌제의 물이 합쳐져 북으로 흘러 이 나루가 되는데, 현에서 16리에 있다.라 하여 김제 벽골제와 고부의 눌제로 통하는 수로임을 밝혀주고 있다. 특히 동진을 통진이라고 부르고 있었다는 점은 발음에서 유사성도 있지만, 통진이라는 명칭은 사방으로 통한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이곳이 곧 유통의 거점으로서 적합한 지역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008년도의 1차 발굴조사에서 확인된 3, 4중의 환호는 정상부의 건조물 유구들을 겹겹이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적이나 도적, 혹은 다른 동물들이 정상부까지 접근하는 것을 어렵게 하는 시설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정상부에는 보호해야 할 특별한 시설이나 물건이 있었을 것이며, 그것은 바로 유통이나 중앙으로의 운반을 위한 잉여 농산물의 보관처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발굴조사 결과 이곳에서 다량으로 출토된 여러 종류의 곡물류가 이를 뒷받침해 준다. 한편 백산성의 축조 집단이나 그 시기는 유적에서 출토된 토기를 통해서 살필 수 있다. 한반도 서해안 일대의 마한 집자리에서 출토되는 것들과 같은 기종으로서 제작기법이 동일한 자배기나 장란형토기 등은 백산성이 3세기말에서 4세기 전반경에 마한세력에 의해 축조된 유적임을 알려준다. 그런데 백산성의 축조연대는 인근 벽골제나 마한 분구묘 유적인 지사리 고분군과 동시대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료를 통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지금까지 마한유적이 발견되는 일정한 공간적 범위 내에서 이와 같이 다양한 유적이 집중되어 있는 유일한 지역이 바로 동진강유역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동진강유역의 유적경관은 마한 제소국의 당시 모습을 그려볼 수 있는 척도가 될 수 있으며, 백제시대 지방통치의 중요 거점이었던 중방 고사성(中方 古沙城)이 설치될 수 있는 배경이 되었을 것이다. /최완규(전북문화재연구원 이사장)

  • 문화일반
  • 기고
  • 2022.01.04 19:02

전북 원로시인 기록물 영상으로 제작

전북시인협회(회장 김현조)가 원로시인들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사업의 첫 단계를 마쳤다고 4일 밝혔다. 김현조 회장이 선거에서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 사업은 전라북도 보조금을 일부 받아서 진행했다. 전북시인협회에 따르면, 영상에 담긴 시인들은 전주를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 거주하고 있으며, 모두 전북문단 발전을 위해 젊음을 바쳤다. 이들과 관련한 자료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시인과 원로 시인과의 관계, 사진 등을 통해 찾았다. 특히 조기호 시인과 신석정시인과의 추억, 이운룡 시인과 이철균 시인, 박봉우 시인에 대한 기억은 가치가 높은 자료라는 게 전북시인협회의 설명이다. 전주는 전동희 시인과 조기호 시인, 이운룡 시인, 이소애 시인, 익산은 김문덕 시인과 배순금 시인, 군산은 전재복 시인, 고창은 박종은 시인, 임실은 장태윤 시인, 진안은 허호석 시인, 무주는 전선자 시인 등을 대상으로 자료를 만들었다. 이번에 완료한 영상물은 유튜브와 전북시인협회 알림란인 '시의땅' 카페, 홈페이지에서 확인 할 수 있다. 영상물은 내년에도 제작하고, 전북문단사로 쓰여질 예정이다. 김현조 회장은 역사인물과 문화인들에 대한 기억은 도시의 관광상품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문화인을 상품화해 우리 지역을 알리는 데 좋은 자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김세희
  • 2022.01.04 19:02

마한 역사문화권에 전북 포함, 전북의 마한사 가치 확장 기대

마한 역사문화권에 전북지역이 포함됐다. 그간 영산강 유역 중심의 전남 일대로 진행되던 마한 역사 연구에 전북과 충청, 광주가 포함되면서 보다 활발한 마한 역사 연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3일 전북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역사문화권정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기존 역사문화권정비법의 마한역사문화권 정의에 따르면 영산강 유역을 중심으로 전남 일대 마한 시대의 유적유물이 분포되어 있는 지역을 의미했다. 마한역사문화권에 범위가 제한적이다 보니 전북에서도 마한 유적이 발견되더라도 제대로 된 지원 및 역사 프로젝트 진행에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마한은 역사적으로 전북과 광주, 전남지역 등에 걸쳐 존재했고 전북지역은 기원전 3세기 이전부터 마한 세력의 중심지였다는 고고학과 역사적 자료 등을 근거가 있었으나 법적 근거가 미비해 전북 마한사의 연구 및 발굴, 복원 등이 배제될 우려가 제시되기도 했었다. 이러한 목소리는 비단 전북뿐만 아니라 일부 마한 유적이 발견되는 충청 등에서도 나오던 실정이었다. 이에 이상직 의원 등 정치권에서는 개정안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고 그에 따라 국회에서는 관련 개정안 6건이 발의되기도 했었다. 계속된 필요 목소리에 지난해 12월 초 문화체육관광위는 6건의 법률안을 심사, 위원회 대안 제안으로 관련 개정안 처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31일 마한 역사문화권의 범위를 전북‧충청‧광주지역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역사문화권정비법에 담기게 됐다. 또 이 밖에도 역사문화권 종류에 중원역사문화권과 예맥역사문화권이 추가되기도 했다. 중원역사문화권운 충북, 강원, 경북,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고구려백제신라 시대의 유적유물이 분포되어 있는 지역을 말하며 예맥역사문화권은 강원지역을 중심으로 예맥 시대의 유적 유물이 분포되어 있는 지역을 나타낸다.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대안 반영으로 통과된 법률안은 전북과 광주, 전남지역에 걸쳐 존재하였던 마한의 역사성과 문화유산 가치를 알리고 지역발전을 이뤄나가는 것에 있어서도 주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북도는 이번 마한 역사문화권의 전북 포함 외에도 전주를 왕도로 삼아 전북지역 일원에 존재했던 후백제 역사가 특별법에 담기지 못한 만큼 향후 관련 내용이 담길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후백제 역사는 다양한 통치이념과 체제, 문화를 발전시켰으나 과도기적 국가로 인식되면서 역사적 가치규명과 보존 등에 소외됐고 따라서 후백제의 역사적 상징중요성에 걸맞은 위상 정립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목소리도 뒤따른다.

  • 문화일반
  • 엄승현
  • 2022.01.03 19:45

마한 역사문화권에 전북 포함된다

마한 역사문화권에 전북이 포함될 전망이다. 국회 이상직 의원(전주을)이 대표발의한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지난 12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상직 의원은 지난해 11월 2일 마한역사문화권에 전북과 광주를 포함시키는 내용을 담은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 법안을 대표발의 했다. 전북을 마한역사문화권에 포함시켜 관련 문화유산을 연구ㆍ조사하고 발굴ㆍ복원해 체계적으로 정비하고 지역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은 2020년 제정 당시 고구려신라백제가야탐라와 함께 역사문화권을 구성하는 마한 문화권을 영산강 유역을 중심으로 전남 일대로만 규정해 실제 고대 마한 중심지였던 전북 지역은 빠져 있었다. 이에 이 의원은 잘못된 역사 인식을 바로잡아 관련 문화유산을 보전ㆍ발전시키고 나아가 지역의 고유 역사문화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지난해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강하게 지적하고 관련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었다. 이 의원은 전북을 마한 역사문화권에 포함시키는 것이야말로 역사를 있는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고 관련법의 입법취지에도 부합하는 것이라며 새해를 앞두고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되어 지역의 오랜 숙원을 해결해 드릴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첫 단추가 꿰어진 만큼 마한역사문화권 문화재를 둘러싼 역사문화환경 등 체계적 정비, 문화재 가치확산을 통한 지역 상생발전, 지역 경제발전이 함께 이루어질 수 있도록 더욱 매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문화일반
  • 이강모
  • 2022.01.02 17:17

전북문화관광재단 김현 본부장 한국 최초 GSTC 이사 지명

국제지속가능관광위원회(Global Sustainable Tourism Council, 이하 GSTC)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전북문화관광재단 김현 관광본부장을 이사로 승인했다. 우리나라에서는 GSTC 이사 지명은 최초다. 이에 따라 김현 본부장은 지명이사로 선정되어 2022년 12월 31일까지 1년간의 임기 동안 GSTC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총 20명)의 구성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GSTC는 전 세계 지속가능관광에 대한 국제적 표준 제공, 지속가능관광 국제기준 심사 및 승인(GSTC-recognized), 국제인증기관 승인(accreditation), 국제지속가능관광 교육, 국제지속가능관광 인증심사관 교육 및 자격심사 등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GSTC 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12명의 선출직 이사들과는 달리 6명의 지명이사는 국내외 관광 분야 경험과 전문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사회의 지명을 받아 선발되며, 향후 GSTC 총회 등 개최지 결정, 지속가능관광지 인증사업 등에 대한 주요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김현 본부장은 국립공원공단에 입사해 국립공원연구소, 대외협력팀을 거쳐 세계 최대 환경 분야 국제기구인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아시아지역사무소 수석기획관, 경기관광공사 마이스뷰로 단장, 송도국제컨벤션센터 센터장과 한국생태관광협회 이사 등 국내외에서 관광마이스(MICE)와 환경 분야를 모두 섭렵한 전문가로 손꼽힌다. 이번 GSTC 이사회 진출을 계기로 향후 지속가능관광분야에서의 국제교류협력, 국제회의 유치 등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 문화일반
  • 이강모
  • 2022.01.02 17:17

[2022 새해특집 - 동물민속학자에게 듣는 호랑이 이야기] 호랑이, 산신령을 태우고 산천을 호령하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 새해는 호랑이의 해이다. 호랑이해는 갑인(甲寅)․병인(丙寅), 무인(戊寅), 경인(庚寅), 임인(壬寅)의 순으로 육십갑자가 순환한다. 특히 임인년은 호랑이 중에서도 흑호(黑虎), 검은 호랑이에 해당된다. 중국의 용, 인도의 코끼리, 이집트의 사자처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동물은 바로 호랑이다. 대한민국은 호랑이 나라로 호랑이는 전통문화 어디에서나 그 모습을 드러낸다. 대부분 산으로 이루어진 우리 한반도는 일찍부터 호랑이가 많이 서식한다 하여 호랑이 나라로 일컬어지기도 했다. 우정과 문화 예술이 어우러진 인류의 대제전인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는 호돌이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수호랑이 당당하게 한국을 대표했다. 잘 발달되고 균형 잡힌 신체 구조, 느리게 움직이다가도 목표물을 향할 때의 빠른 몸놀림, 빼어난 지혜와 늠름한 기품의 호랑이는 산군자(山君子), 산령(山靈), 산신령(山神靈), 산중영웅(山中英雄)으로 불리는 백수의 왕이었다. 호랑이는 재앙을 몰고 오는 포악한 맹수로 이해되기도 하지만, 사악한 잡귀들을 물리칠 수 있는 영물로 인식되기도 한다. 또한 은혜를 갚을 줄 아는 예의바른 동물로 대접받기도 하고, 골탕을 먹일 수 있는 어리석은 동물로 전락되기도 했다. 우리 조상은 이런 호랑이를 좋으면서 싫고, 무서우면서 우러러보았다. 옛날 옛적에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에, 떡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로 시작되는 옛날 이야기 속에는 재미있는 호랑이 이야기가 있다. 힘세고 날래지만 한없이 어리석어 사람에게는 물론 토끼나 여우, 까치 등에게 골탕먹는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들이 있다. 반면, 호랑이가 신통력을 지닌 영물로 사람이나 짐승으로 변신도 하면서 미래를 내다볼 줄 알고, 의(義)를 지키고 약자와 효자, 의인(義人)을 도우며 부정함을 멀리하는 신비스런 동물로 등장하는 교훈적인 이야기도 있다. 호랑이가 설화에 있어서는 영웅, 특히 건국시조의 수호자로 등장하고 있다. 견훤이 아직 포대기 속에 싸여 있을 때이다. 그 아버지는 들에서 밭을 갈고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밥을 갖다 주려고 어린 아이를 나무 밑에 놓아 두었더니 호랑이가 와서 젖을 먹였다. 호랑이는 후백제를 건국할 견훤의 인물됨을 미리 알아보는 신령스러운 동물로 묘사되어 있다. 왕건과 이성계 등 건국시조들에게 호랑이의 보호는 보다 적극적으로 작용한다. 호랑이는 효의 수호신 겸 후원자로 이야기 속에 자주 등장한다. 한성에 사는 박씨는 효성이 지극한 사람이었다. 그는 선친을 잃은 뒤부터는 하루도 빠짐없이 선친묘에 참배하였다. 선친 묘로 가는 어느 날 박씨가 재를 넘는데, 호랑이가 나타났다. 박씨가 자신은 선친 묘에 가야한다고 호통을 치자 호랑이가 등에 타라는 시늉을 하였다. 박씨를 태운 호랑이는 선친 묘까지 와서 안전하게 박씨를 내려 주었다. 집으로 올 때도 이와 같이 하여 삼년동안 계속 되었다. 세월이 흘러 박씨가 죽게 되었는데, 그의 묘 앞에 호랑이가 한 마리 죽어 있어 집안사람들이 그 옆에 묻어 주었다. 우는 아이를 달랠 때 할머니는 뭔가 무서운 존재를 들먹인다. 일본 순사가 온다거나 망태 할아범이 온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순사는 일제 강점기 때의 경찰을 일컫는 것이고, 망태 할아범은 망태를 들고서 어린아이를 잡으러 다닌다는 귀신을 일컫는 것이다. 호랑이도 그 무서운 존재 중 하나다. 산골 마을에서 문 밖에 호랑이가 왔다는 말은 일본 순사나 망태 할아범보다도 더 실제적인 공포를 자아낼 수 있다. 그런데 이 호랑이가 겁낼 존재가 있었다. 어느 날 배고픈 호랑이가 인가에 내려와서 사냥감을 찾다가 어린아이가 우는 집에 이르게 된다. 얘야, 울지 마라. 저기 바깥에 호랑이가 왔다! 어떻게 알았지? 내가 왔다는 것을. 순간 호랑이는 긴장하였지만, 바깥에 호랑이가 왔다는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울어대는 어린아이에 더욱 긴장하였다. 저 어린애는 백수의 제왕이라는 나를 무서워하지 않는 건가? 그런데 이어서 들려오는 어머니의 말에 어린아이의 울음은 신기하게도 그만 뚝 그친다. 얘야, 울지 마라. 저기에 곶감이 있구나. 곶감? 곶감이 뭐지? 저 어린애는 나보다 곶감을 더 무서워하는 것인가? 호랑이는 몰랐다. 사람이 울음을 그치는 이유가 무서움이 야기하는 공포감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또한 호랑이는 몰랐다. 인간들만이 간식거리로 먹는 곶감이란 음식물의 존재를. 호랑이는 우는 아이도 울음을 뚝 그치게 만든, 그 무시무시한 곶감이란 것을 피해 산속으로 도망을 칠 수밖에 없다. 살아있는 호랑이가 절대적 힘과 용맹으로 잡귀를 물리치듯 죽어서 호랑이 신체 일부로도 능히 온갖 나쁜 기운을 물리칠 수 있다. 호랑이 가죽, 뼈, 수염, 이빨, 발톱 등이 그것이다. 호랑이는 일상적으로 신체를 지켜주는 호신(護身)의 상징으로 믿어졌다. 정승은 호피를 가지고 있으면 잡귀가 침범하지 못하고 벼슬자리를 길이 보전할 수 있다고 귀하여 여겼다. 호랑이 가죽인 호피는 무척 귀하고 고가였다. 그래서 실물 호피를 사용하기보다는 호피를 그리거나 수놓아서 장식하였다. 호피그림은 범 아니면 표범의 가죽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병풍그림이다. 호렵도가 대개 여덟 장이 연결되어서 한 장면을 이루는 연폭(連幅)형식인데 비해 호피그림을 주로 낱장 형식이다. 신부의 신행 가마 지붕에 호담(虎毯)울 씌우는 풍속은 포담을 호피의 대용품으로 잡귀의 침범을 물리친다는 뜻이다. 호피그림은 장식 효과 뿐 아니라 벽사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 전통문화 속에 우리나라 호랑이는 어느 하나에도 사악하고 표독스러운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그래도 위엄 있고, 신령스러우며, 해학적이고 인간미 넘친다. 친근하고 따듯한 이런 표정들이 바로 우리 호랑이며, 여기에는 우리 민족의 모습과 마음, 즉 슬기․의젓함․익살을 담고 있다. /천진기 전 국립전주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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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02 17:17

“호남오페라단의 '2021년 송년 새 희망 콘서트' 송년연주회 성료”

호남오페라단(이사장 노윤수,단장 조장남)은 김자경 오페라단과 서울오페라단에 이어 1986년 대한민국에서 3번째로 창단된 36년의 역사를 지닌 국내의 유서 깊은 민간 오페라단이다. 올해 제8대 노윤수 이사장의 취임과 더불어 앞으로의 무궁무진한 발전이 기대되는 호남오페라단의 2021년 송년 새 희망 콘서트가 지난 28일 오후 7시 한국소리 문화의 전당 연지홀에서 있었다. 코로나 상황에도 백신 인증과 방역수칙을 정확하게 지킨 관객들이 홀을 가득 메웠으며, 출연진으로는 소프라노 조현애, 고은영, 서예은, 메조소프라노 손정아, 테너 이동명, 이재식, 박진철, 김성진, 바리톤 김동식, 박세훈, 조지훈, 베이스 이세영 및 피아니스트 정혜연, 문세희, 김정은. 그리고 기악 솔리스트로는 군산대학에 재직 중인 피아니스트 김준 교수와, 수년간의 독일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전북출신의 바이올린 문준철이 참여하여 프로그램을 더욱 다양하게 하였다. 여느 오페라단의 송년음악회 프로그램과는 다르게 바이올린과 피아노 작품이 포함되어 있어서, 성악곡으로만 계속되는 연주에서 느낄 수 있는 지루함을 획기적인 프로그램 구성으로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켰으며. 특히 첫 순서였던 바이올린 독주곡 카르멘의 주요 테마와 장면들을 기악으로 녹여낸 Waxman 편곡의 <카르멘 환상곡>은 오페라와 연관이 있는 선곡을 통해 관객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또한 모든 곡마다 무대 뒤로 출력되는 영상과 가사를 통해, 2시간이 넘는 긴 공연임에도 지루함 없이 공연을 듣고 볼 수 있는 시각적인 효과까지 제공하여 관객들의 만족도를 이끌어냈다. 김주원 작곡가 또한 모든 출연자들이 자신이 가장 잘 연주할 수 있는 곡들로 선곡하여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였고, 특히 성악가들이 오페라 아리아를 부를 때는 마치 그 장면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몰입하면서 연주하여 그 감동이 관객들에게 오롯이 전달되었다. 서양오페라 아리아1곡, 한국가곡 1곡을 균일하게 선택하여, 관객이 다소 어려워 할 수 있는 오페라 중심으로만 치우치지 않도록 배려한 점도 인상 깊었다. 또한 호남 오페라단 주역가수들로 구성되어 활동중인 뮈토스 챔버 싱어즈는 다양한 중창곡들로 연주했는데, 오페라 애호가 뿐만 아니라 일반 관객까지 이해하기 쉬운 뮤지컬, 팝송 등 다양한 선곡들로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2시간이 넘는 다소 긴 연주회였음에도 불구하고 첫 곡부터 마지막곡이 연주 될 때까지 관객들이 무대 위의 연주자와 공감을 이루었고, 연주자와 관객이 함께 즐기면서 연주를 관람할 수 있었다. 오늘 연주는 연주자 개개인의 기량이 뛰어났던 연주회이기도 했지만, 프로그램 구성이나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서, 섬세함이 묻어난 호남오페라단만의 기획력이 돋보이는 연주회 였으며.호남 오페라단의 송년 콘서트를 처음으로 관람했던 전북출신의 오페라 작곡가인 필자가 관객으로 관람한 송년 새 희망 콘서트는, 호남오페라단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2022년 임인년을 기대하게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김주원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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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2.30 19:15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의 전통문화바라보기] 추억 속으로

지난 과거를 돌아볼 때 그 연관된 기억이 또렷이 생각나거나 느낌이 들면 그 기억은 분명 좋은 추억이거나 혹은 아주 나쁜 기억이라 생각하지만, 꼭 그렇다고 단정 지을 필요는 없다. 인기를 끌었던 '응답하라 1988'이란 드라마의 장소인 쌍문동은 개인적으로 추억이 묻어있는 장소이다. 초등학교 시절인 것 같다. 그 시절은 88년 하고도 10년을 뒤로 한 1978년. 좁은 골목길에 시멘트로 만든 쓰레기통, 그 옆에 자욱이 쌓인 연탄재. 오손도손 골목 친구들과 그 작은 골목길을 자전거로 누비던 추억 하나. 적막한 집안이 싫어 골목 구석구석 헛돌던 추억 둘. '600만불 사나이'처럼 되고 싶어 옥상에서 떨어져 다쳤던 추억 셋. 쌍문동 친구들과 수유리 친구들과 편을 먹고 싸웠던 추억 넷. 미아리 넘어 수유리 세일극장, 대지극장에 몰래 영화 보러 가다 선생님께 잡혔던 추억 다섯 등 추억을 먹고 사는 것이 그리 좋은 현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필자에게는 그러한 아련한 추억들이 감사하다. 드라마를 보면 작은 혼돈이 생기기도 한다. 1988년과 1978년이 매우 흡사하다는 느낌. 78년과 88년은 그리 먼 시간이 아니었나? 그 당시에는 가요보다 중고등학생들은 팝송을 더 많이 들었던 것 같은데 김광한, 김기덕, 이종환 어릴 적 우상인 유명 DJ 목소리 속으로 빠져들던 그 시절 아련한 추억. 드라마에 나온 가요는 아마도 그 시절을 대변하는 드라마상의 촉매 역할인 듯하다. 그 시절 그곳에 살던 우리의 시대는 그랬다. 적어도 78년부터 88년까지 쌍문동에는 작고 아름다운 공간이 존재했었고 사람의 향기가 있었다. 온 세상이 석유파동으로 모두가 힘겨웠던 시절, 큰 물통을 들고 긴 줄을 새벽부터 서서 귀하디귀한 기름을 샀던 기억. 나라님의 서거로 대성통곡을 하는 할머니와 아줌마 사이에서 이유도 모른 채 함께 슬퍼했던 기억. 높디높던 삼양동 고개 꼭대기에 자주 올라갔던 기억. 북한에서 넘어온 전단지傳單紙를 주워 파출소에 뛰어가 학용품과 바꾸며 기뻐했던 기억. 할머니께서 주신 김에 식용유 바르고 소금 뿌리고 연탄불에 굽던 기억. 연탄불 꺼트렸다고 어머니에게 혼났던 기억. 그런 애물단지 연탄에서 나온 가스를 마시고 머리 아팠던 기억. 기억들. 아련하고 소중한 기억, 추억들. 그렇게 세월은 가고 그렇게 나이를 먹는다. 그리곤 추억하며 위안을 받고 행복해하며 후회를 감춘다. 그래도 그 시절엔 순수한 시절이었다고 스스로 마음을 위로하며 또 다른 시간을 맞이한다. 다사다난한 2021년 한 해가 지고 있다. 마음 한구석에는 후환後患과 아쉬움을 남긴 체 또 다른 2022년을 향해 가고 있다. 오랜 시간, 우리는 감사함을 잊고 사는 것 같다. 내 가족에게 고맙고, 내 친구가 고마우며, 내 이웃이 감사하고, 내 직장 동료들이 감사하다. 새로운 해가 다시 뜰 때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숨 쉴 수 있음에 감사하자. 감사하며 인사할 수 있는 상대가 있어 감사하고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허락한 신神이 계셔 감사하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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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2.30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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