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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전주시립교향악단 정기연주회

백발에 건장한 체구를 지닌 서양 노신사가 ‘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주에서 자신을 마음껏 드러냈다. 이 벽안의 마에스트로(maestro)는 피아노 연주와 오케스트라 지휘까지, 약 2시간 동안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모든 곡을 암보로 소화했다.13일 저녁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열린 전주시립교향악단의 제205회 정기연주회 자리에서다. 영국 출신 저명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이안 홉슨’(Ian Hobson) 서울대 음대 교수가 객원 지휘한 이날 공연에서 전주시향은 베토벤의 곡들을 무대에 올렸다. 레오노레 서곡 제3번과 피아노 협주곡 3번, 교향곡 3번 ‘영웅’ 등 정규 프로그램 외에 앵콜곡으로 베토벤과 함께 독일을 대표하는 ‘3B 작곡가’인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제1번’을 선곡해 독일음악 레퍼토리를 유지했다. ‘3B’는 바흐·베토벤·브람스를 일컫는다.선율 하나하나를 고치고 또 다듬어 만든 베토벤의 곡들인 만큼 음악이 연주되는 동안 순간의 정적에도 긴장이 흘렀다. 모차르트의 곡으로 흥겹게 시작했던 전주시향의 지난 정기연주회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영웅 교향곡’을 듣기 위해 각 곳에서 모인 관람객들은 선율이 전하는 ‘말 없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며 다들 집중하는 표정이었다.공연을 관람한 이정인 씨(59·여)는 “라이브 연주로 베토벤 3번 교향곡을 듣기는 처음인데, 곡이 전하는 인간 내면의 기쁨과 슬픔을 더욱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며 “확실히 스케일이 큰 곡이어서 그 긴장감에 감상하는데 상당한 체력을 요했다. 연주자들은 더욱 수고가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홉슨 교수는 이날 그랜드 피아노의 덮개를 제거한 채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직접 연주·지휘했다. 일부 관객에게는 다소 새로운 광경이었다.이광진 전주시향 단무장은 “김대진 수원시향 상임지휘자나 다니엘 바렌보임 등 유명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들에게서 종종 볼 수 있는 모습”이라며 “홉슨 교수와 시향 단원들의 호흡이 아주 잘 맞은 공연이었다”고 말했다.홉슨 교수는 첫 방문한 전주에 대해 ‘포근한 기운이 느껴지는 도시’라 평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공연 이튿날인 14일 오전 미국으로 출국했다.한편 전주시향은 이날 객원 연주자를 15명 사용했다. 또한 객원 악장을 순회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고질적인 상임단원 부족 문제를 다시금 드러냈다.

  • 문화일반
  • 이영준
  • 2015.05.15 23:02

[③ 전주한옥마을의 매력] 자존심 살아있는 전통문화 담아야

전주한옥마을이 최근 몇 년 사이에 한국의 대표 관광지로 급부상했다. 작년 한 해 동안 650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고 한다. 가히 폭발적인 성장이라 하겠다. 이런 급속한 성장은 불과 몇 년 전부터라고 기억된다. 한옥마을을 기획했던 담당자도 쉽게 예측하지 못했던 급속한 성공이 아닐까 싶다.이제 우리는 한옥마을의 비약적인 성장의 요인이 무엇이었는지 돌아보고 어떻게 지속 발전시켜야 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650만 명의 관객을 끌어 모은 전주한옥마을의 힘과 매력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전주한옥마을에는 선조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여유와 흥이 있는 우리의 삶의 모습이 농축되어 담겨있다. 전주는 한국인의 마음의 고향이라는 슬로건이 눈길을 끈다.그러나 나는 개인적으로 전주는 한국인의 자존심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의 전통문화는 외세로부터 흔들렸던 질곡의 역사와 급속한 근대산업화 속에서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그러나 그러한 어려운 역사와 시대환경 속에서도 끈질기게 우리의 것을 보존하고 유지시켜 왔던 대표적인 곳이 전주이기 때문이다.특히 전주는 생활문화 속에서 우리의 문화를 유지할 뿐 아니라 발전시켜왔다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이제 우리나라의 경제사정도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게 되면서 우리의 근본을 찾아가고 정체성을 잡아 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전주의 생활문화가 부각되고 그 중심에 한옥마을이 부상하게 된 듯하다.전주한옥마을은 다른 지역의 전통한옥마을과 달리 최초의 형성과정이 민족적 자긍심에서부터 비롯되었다는 특징이 있다.전주는 조선왕조의 발상지라는 자부심이 컸던 지역으로 다가동과 중앙동에 진출하며 세력을 넓히고 있던 일본인 주택에 대한 대립의식과 민족적 자긍심으로 1930년을 전후해 경기전을 중심으로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한옥촌을 형성하면서 시작됐다고 한다.특히 1912년에는 태조의 어진이 봉안되어 있고 전주 이씨 시조의 위패가 봉안된 경기전의 반을 잘라내고 그 자리에 초등학교를 지어 경기전을 초등학생이 뛰어노는 놀이터로 만들어 민족의 정체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던 시기였다.전주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에게 한민족의 정체성 외에도 호남지역의 비옥하고 드넓은 평야를 기반으로 하는 풍요로움 속에서 전통적으로 이어져 오는 먹거리는 중요한 매력 중에 하나가 되고 있다.그러나 요즘에는 외지의 지인으로부터 전주의 먹거리를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받으면 난감함을 느낀 적이 많다. 소개할 만한 뚜렷한 식당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주변의 여러 사람들이 함께 공감하는 부분이다.전주의 먹거리가 변해가고 있다. 전주한옥마을에 줄줄이 들어서고 있는 먹거리는 그 정체성을 찾아보기 힘들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어디에 가든 볼 수 있는 유흥지 먹거리로 변해가고 있다. 그것도 새로 생긴 식당이 대부분이다. 역사와 전통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모두 원조란다. 절대 가면 안 되는 한정식집도 비빔밥집도 너무 많이 생겨났다.전주한옥마을은 전주의 대표적인 문화상품이다. 문화상품은 담고 있는 문화콘텐츠의 수준으로 가치를 평가 받는다. 몇 해 전 대기업의 디자인담당 임원들을 전주한옥마을에 초대해 한옥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전통한정식 집에서 식사 전에 명창을 모시고 판소리를 경험한 적이 있었다. 세계 여러 곳에서 근무한 경험이 많아 유명한 문화를 두루 경험한 디자인 임원들이었지만 식사자리 바로 옆에서 경험한 판소리의 감동은 잊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실제로 그 이후에 본사에서 치러졌던 전체 임원 워크숍에 그 명창을 초대했다고 한다.전주한옥마을은 한국문화의 자존심으로 고급스러운 문화를 담고 있어야 한다. 고급스러운 문화란 자존심이 살아있는 문화이다. 그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고 그곳에서만 시작되는 것이어야 한다. 지난 주말 한옥마을 전통문화관에서 가족창극 쪽빛황혼 한마당이 펼쳐졌다. 우리의 삶을 전통 문화방식대로 표현한 흥의 한마당에서 울고 웃으며 진한 감동을 받고 돌아왔다.(다음 이야기에서한옥마을 디자인 제안이 계속됩니다)

  • 문화일반
  • 기고
  • 2015.05.14 23:02

[⑦입하] 온갖 나물들 입맛 돋워…여름 시작

입하는 양력 5월 6일경으로 곡우와 소만사이에 들며, 24절기 가운데 일곱 번째 절기다. 이 무렵은 태양의 황경이 45로서 덥지도 춥지도 않고 우리 인간이 살아가기에 아주 적합한 기후라 했다.산과 들은 점점 초록빛으로 변해가고, 그동안 변덕을 부리던 날씨는 안정을 되찾는다. 연한 초록빛을 띠던 나뭇잎이 점차 진한 녹색이 되고, 농작물곤충풀 등 세상 만물이 무성하게 자라나며 여름의 문턱으로 넘어가게 되는 시기다.이 때, 농촌에서는 마련해 두었던 못자리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농사일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산간지방에서는 때때로 우박이 내려 옮겨심기 위해 씨앗을 뿌려 가꾼 어린 식물들이 피해를 입기도 하고, 높새바람의 영향으로 농작물이 말라 버리기도 한다.그래서 산간지방 사람들은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그 해의 풍흉을 예측해 보는 풍속을 행하기도 했다.마을에 한두 그루씩 자라고 있는 이팝나무에 흰 꽃이 한꺼번에 잘 피어나면 그 해에 풍년이 든다 하였고, 그렇지 않으면 흉년이 든다고 여겼다. 이것은 입춘 때의 보리 뿌리점과 매우 비슷하다.이맘 때 들판에 파릇파릇 돋아나는 쑥을 뜯어 쌀가루와 한데 버무려 시루에 쪄서 먹었다. 향긋한 쑥 냄새와 쫀득한 찹쌀이 잘 어울려 별식이었다.이 때 산에서는 뻐꾸기가 울고, 들에는 온갖 나물들이 돋아나 입맛을 돋우었다.이처럼 입하는 녹음이 무성하여 경치가 아름다워지는 절기이며, 온갖 나물들이 돋아나 입맛을 돋우는 때이다. 따라서 입하를 가리켜 계절의 여왕이라 불렀다고 한다.이 때는 보리가 익을 무렵의 서늘한 날씨라는 뜻으로 맥량(麥凉) 맥추(麥秋)라고도 하며, 초여름이란 뜻으로 맹하초하괴하유하라고도 한다.입(立)자가 드는 절기는 4계절의 초입을 뜻하는데, 입춘입하입추입동을 사립(四立)이라고 한다. 사립에 춘분하지추분동지를 합하면 팔절(八節)이 된다. 팔절에 부는 바람이 팔풍(八風)이요, 입하에 부는 바람은 청명풍(淸明風)이라고 한다.또한 여름을 주명절(朱明節)이라고도 한다. 청황적백흑(靑黃赤白黑)색이 오색(五色)인데, 이 중에서 붉은색이 여름의 색이기에 붉을 주(朱)자를 쓰는 것이다.예기(禮記) 월령(月令)에는 옛날 황제(皇帝)가 입하 날에 남교(南郊)에서, 여름기운을 맞으면서 주명가(朱明歌)를 불렀다고 한다.옛 세시기에는 입하 15일을 5일씩 3후(候)로 초 후에는 청개구리가 울고, 중후에는 지령이가 땅에서 나오며, 말 후에는 왕과(王瓜) 쥐 참외가 나온다고 했다. 음력에서는 보통 4, 5, 6월의 석 달을 여름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입하 이후 입추 전날까지를 여름철로 규정 짖는다.입하는 8절기의 하나로 여름이 다가온 것을 알리는 절기다. 위와 같은 풍조는 율력법이 제정된 이래의 행사로 옛 농경사회에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 문화일반
  • 기고
  • 2015.05.06 23:02

"'드론' 말고 '무인기'"…국립국어원 4월 다듬은 말

"'드론'(drone) 말고 '무인기'를 쓰는 게 어떨까요." 국립국어원 말다듬기위원회는 4월의 다듬은 말로 '드론' 대신 '무인기', '원스트라이크아웃(제)' 대신 '즉시퇴출(제)'가 선정됐다고 4일 밝혔다.국어원은 지난달 417일 드론과 원스트라이크아웃(제)을 갈음할 우리말을 공모한 결과 드론은 158건, 원스트라이크아웃(제)은 170건의 국민제안이 들어왔다고 설명했다.이에 지난달 29일 말다듬기위원회를 열어 '조종사 없이 무선 전파의 유도에 의 해 비행조종이 가능한 비행기나 헬리콥터 모양의 무인 항공기'를 이르는 드론의 순화어로 무인기를 선정했다.'공무원의 비리가 드러날 때 바로 직위 해제하거나 퇴출하는 제도'를 말하는 원스트라이크아웃(제)(one strike out)의 순화어로는 즉시퇴출(제)이 꼽혔다.다음 달 다듬은 말 대상 단어는 '프로모션'(promotion), '안티에이징'(anti-aging), '원 포인트 레슨'(one point lesson), '사이드 메뉴'(side menu), '오디오 가 이드'(audio guide)다.자신이 제안한 말이 선정된 사람에게는 소정의 상품권을 지급한다.지금까지 다듬은 말은 국어원 누리집(http://www.korean.go.kr)이나 '우리말 다듬기' 누리집인 '말터'(http://malteo.korean.go.kr)의 '이렇게 바꿨어요!' 난에서 찾아볼 수 있다.

  • 문화일반
  • 연합
  • 2015.05.04 23:02

어린이날, 호기심 가득 공연 풍성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이를 위한 각종 공연과 전시 행사가 풍성하게 마련됐다.무주군 설천면 소재 태권도원은 어린이날은 물론, 스승의날(15일)까지 방문 가족들을 대상으로 어린이장애인 무료입장 및 일반 특별 할인행사(어른 50% 할인)를 진행한다.특히 5일까지는 태권도원 캐릭터(태랑진진백운도사)와 추억을 남길 수 있는 포토 존과 캐리커처 체험페이스페인팅어린이의 나쁜 습관을 고치는 플라스틱 송판 격파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수준 높은 태권도 시범단 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했다.또 우표를 통해 태권도 역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태권도 우표전과 태권도원 스토리텔링 공모전 입상작 전시회 등 태권도를 소재로 한 다양한 이야기들도 준비했고, 체험관 이용 시 가상 겨루기와 태권 체조 등에 대한 50% 할인 혜택 및 무주 터미널에서 반디랜드를 경유해 태권도원까지 왕복하는 무료 셔틀버스도 제공한다.남원시에 있는 국립민속국악원은 어린이를 위한 창작창극 깨비 깨비 도깨비(송인현 대본, 지기학 연출)를 4일과 5일 오후 4시에 예원당에서 진행한다. 국립민속국악원의 대표 창작극 깨비 깨비 도깨비는 지난 2006년 초연 이후 전국을 순회하며 70여회가 넘는 공연을 펼치면서 관객으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아 왔다.전북도 역시 전라북도예술회관에서 열리는 브랜드 공연 춘향과 새만금에서 펼쳐지는 아리울 스토리 관련, 5월 한 달 간 다채로운 이벤트를 마련했다. 4일부터 8일까지는 전북 상설공연 공식 페이스북(www.facebook.com/ jbopenrun)을 통한 봄나들이 사진자랑이 진행되고, 이벤트 참가자를 대상으로 뮤지컬 춘향과 아리울 스토리의 초대권식사권 등을 제공한다. 또 전북예술회관 앞에서 오는 24일까지 가정의 달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한 사랑의 메시지 보내기를 진행하며, 5일인 어린이날 당일에는 도청 앞에서 제13회 전국 어린이 벼룩시장을 연다. 가족사진 콘테스트 붕어빵 가족을 찾아라도 오는 17일까지 진행해 리조트 숙박권아쿠아월드 이용권 등의 상품을 지급한다.도립미술관에서는 가정의 달 특별전인 어린이를 위한 성찬 전시가 열리고 있다. 회화사진입체퍼포먼스서예 등의 작품과 체험프로그램으로 준비됐다.전주역사박물관을 찾으면 영화인형극전통놀이만들기 체험즉석가족사진 이벤트퍼즐놀이 등을 체험할 수 있다.전북대는 출발 어린이 모험대로 이름 붙여진 어린이날 행사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소운동장을 비롯해 도서관, 박물관 등에서 캠퍼스투어와 공연, 레크레이션, 다양한 체험 부스 등으로 진행한다.

  • 문화일반
  • 이영준
  • 2015.05.04 23:02

전라삼현승무 문정근 명인 "춤은 인연이자 운명…흐름따라 자연에 맡겨야 "

조지훈 시인의 시를 통해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진 승무(僧舞)는 한국 전통춤의 백미다. 번뇌의 범속(凡俗)을 벗어나 열반의 경지에 이르려는 불교 예술의 경지를 형상화 한, 인간 내면의 기쁨과 슬픔을 높은 차원으로 승화시킨 이지적(理智的)인 춤이 승무다. 관객을 등지고 북을 향한다거나, 머리에 고깔을 써 얼굴을 확연히 드러내지 않는 등의 동작은 무용수가 자신의 내면에 보다 집중해 예술 본연의 멋을 추구하고 자아낸다는 점에서 더욱 진솔한 메시지를 전한다.승무는 각 지방마다 조금씩 다른 양태로 발전했다. 전라감영 소재지 전주에서는 농삼현(弄三絃)과 민삼현(民三鉉) 음악에 따른 승무가 발달했고, 이를 전라삼현승무라 한다. 잠시 명맥이 끊겼던 전라삼현승무는 문정근(63) 선생에 의해 복원재현돼 오늘에 이른다. 전북도 무형문화재 제52호 문정근 명인은 이매방한영숙 선생으로부터 현존하는 2종의 국가 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승무를 이수했고, 전라삼현승무의 정자선-정형인-전광옥 선생과 정자선-박금슬 선생 양대 계보까지도 모두 섭렵한 유일한 무용인이다. 그를 지난 29일 전주시 덕진동 연습실에서 만났다. 약 60년 춤 세월의 도구가 돼 준 문 명인의 손목과 무릎에는 커다란 압박붕대가 자랑처럼 감겨있었다.버텨준 몸이 고맙습니다. 그래서 몸 마디마디를 고맙다고 만져줄 때가 있어요. 관절이 사실 많이 상했습니다. 수술은 안 했고, 치료 많이 받고 있습니다.-춤과의 첫 인연이 궁금합니다.서너 살 애기 때 할머니가 절 업고 나가면 그 때부터 춤을 추기를 좋아했대요. 초등학교 1학년 학예회 때, 당시 완주 용덕 참 시골학교였는데도 남자인 저를 선생님이 무용을 시키셨어요. 생각해보면 그 때부터 계속 인연입니다. 선이 예쁘거나 하는 게 보이셨는지, 공연히 무용을 시켰겠어요. 5학년부터는 동생들 삼삼오오 모아놓고 음악책에 나오는 노래를 동작을 만들어 가르쳤습니다. 제대로 무용학원에 간 것은 고교 때 최선 선생님께 간 것이에요. 그런데 무용과가 아닌 전주교대로 진학했지요.-교단을 떠나 무용인의 길을 걷게 되셨단 말씀인데.교직에 7년을 몸담으며 참 열심히 가르쳤습니다. 교사라는 직업이 싫지 않았어요. 특히 특별활동에서 무용을 맡아 아이들을 주말에도 불러 지도했는데, 다들 너무 잘하고 저도 즐거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운명이 이렇게 이끌었나, 인연 따라 가는 것인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처음에는 고생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고통스럽지 않습니다. 아 이게 인연이었구나 하는 생각, 모든 것을 초월했나 하는 생각입니다.(문 명인은 한성대 학부와 경희대 대학원을 거쳐 전북대에서 전라삼현승무 복원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선생님께 춤이란 무엇인가요.인연이자 삶입니다. 춤을 좋아했고 열심히 노력했고, 나름대로 소품이든 대작이든 많이 만들어 발표했습니다. 지금도 열심히 하고 싶어요. 그런데 아직도 잘 못하고 부족하다는 생각입니다. 아침에 항상 이곳에서 연습을 합니다. 승무는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는 춤이기 때문에 15분 정도 추면 땀이 이렇게 납니다.-승무에 임하는 마음이 궁금합니다.20대 후반에 가톨릭 신자가 됐는데 오히려 불교 책을 더 많이 읽습니다(웃음). 가톨릭 입교 전부터 삶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인간이 왜 왔다 가는 것인지에 대한 근원적 고민, 그래서 그걸 다 깨달으려하기보다는 내 마음을 선하게 이끌어 누구에게 마음이 끄달리지(꺼둘리지) 않는, 주인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잔잔한 텅 빈 마음 자체를 찾아서 가는 것이지요. 사실 젊을 때는 욕심을 내서 무조건 열심히 해야겠다, 남보다 한 번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는데 다 과정 같습니다. 지금은 다 비운 허허로운 상태에서 흘러가는 자연 그대로의 마음을 가지고 자연대로 추는 게 좋겠다, 자연의 일부가 돼서 그대로 추는 게 좋겠다는 마음입니다.-전라삼현승무 복원과 재현에 어려움이 크셨을 텐데.지난 2001년 착수해 약 4년 걸렸습니다. 문헌 기록 없이 전승돼 옛 선생들의 후손 주소를 수소문해 전국을 돌아다녔어요. 전광옥 선생님이 무용에 관심이 많아 전주농고시절 추시던 승무를 되살려내 고증을 받고, 이리 저리 해보시고 그 동작을 토대로 제가 정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 과정들 속에서 이게 기네 아니네 하며 마음고생도 많았고, 포기도 하고 싶었습니다. 내가 뭔데 전주 승무를 찾겠다고 이 고생을 할까 하는 생각이었지요. 서울 이매방 선생님께는 크게 혼이났습니다. 선생님은 당신 것을 추길 원했는데, 전주까지 오셔서 한참 절 나무라셨어요.-전라삼현승무 복원에 큰 의지가 있으셨군요.예술은 그 지방 생활환경의 표현이기 때문에 각 지방마다의 춤이, 특히 승무와 살풀이는 뚜렷이 있어요. 근데 사람들은 남의 것만 좋게 보입니다. 사실 서울의 춤이 화려하고 작품도 좋아요. 본시 좋은 쪽으로만 따라가기 마련이잖아요. 그래서 우리 것을 잃어버린 거예요. 전라삼현승무가 덜 화려하더라도 찾아내야 하고, 더 좋은 작품으로 발전시켜야 할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원본과 아주 같지는 않더라도 이렇게 동작을 찾아낸 것 자체에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스승 복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전주에서는 최선김강수 선생님께 기본을 배웠고, 서울 가서 박금슬조흥동이매방배정혜김진걸 선생님, 김천흥 선생님께는 궁중정제도 배웠습니다. 정말 우리나라 일류 선생님들을 다 섭렵했네요. 한영숙 선생님께 직접 승무를 배운 게 얼마나 큰 복인가요. 이매방한영숙박금슬, 세 승무를 다 뗀 사람은 대한민국에 저밖에 없을 겁니다.-후학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즘 예술 해서 먹고살기 힘들다보니 후배들이 많지 않아요. 자기 인생이라고 생각하고 서두르지 말고, 편안히 생각하면서 꾸준히 연구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전라삼현승무를 다듬고 발전시킬 수 있는, 춤을 갈고 다듬고 발표할 수 있는 어떠한 제도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문화, 특히 예술 하는 사람들은 많이 힘듭니다. 자기 자신과 싸우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라서 삶 자체도 힘들어요. 주변의 애정과 응원이 필요합니다.● [전라삼현승무는] 파계승이 번뇌 잊으려는 춤경기 승무보다 강하고 센 맛승무와 전라삼현승무 모두 대삼소삼(大三小三, 강과 약)의 리듬과 춤사위가 오묘하게 조화돼 있다.승무는 불교가 한국에 수입됨과 동시에 전래된 무용으로, 춤사위는 장단의 변화에 따라 7마당으로 구성된다. 정중동동중정이 잘 표현돼 민속 무용의 정수로 꼽히며, 말미의 북 연타는 주술적인 힘을 발휘해 관객을 무아지경으로 이끈다.승무의 연원은 불교의식무용 중 법고춤 유래설과 민속무용 유래설 등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이 중 민속무용설에는 황진이가 지족선사를 유혹하려고 춘 데서 비롯됐다는 설과, 파계승이 번뇌를 잊으려고 북을 치며 추기 시작했다는 설, 김만중의 구운몽 유래설 등이 있다.문정근 명인에 따르면 전라삼현승무는 파계승이 번뇌를 잊으려는 춤에 가깝다. 내면에 감춰진 정신과 심리적 갈등을 투박하고 당차게, 하지만 치밀하고 멋스럽게 승화시킨 작품이다. 또 현재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대부분의 승무는 경기삼현음악을 쓰지만, 전북의 승무는 전라삼현음악을 사용해 큰 차이를 보인다. 삼현은 거문고가야금향비파의 3가지 현악기를 일컫는데, 전라삼현승무는 전라삼현육각(피리2, 대금1, 해금1, 장고1, 북1)에 맞춰 춘다. 이 중 전주 농삼현은 우조에 가까우며 관아에서 행했고, 백성들의 민삼현은 계면조에 가까웠다.맑고 낭창낭창한 경기 승무에 비해 전주 승무는 강하고 센 맛이 있다. 전라도의 경우 신명나는 농악과 판소리에 비해 풍류음악의 발달은 비교적 더뎠다. 예술은 삶의 반영인 만큼, 지역민들의 삶이 한 많고 힘들었을 것이라는 문 명인의 해석이다.

  • 문화일반
  • 이영준
  • 2015.05.01 23:02

'한국전통문화전당' 문 열어…韓문화 융합 거점 도약 첫발

한국전통문화전당(전주시 경원동 소재)이 한문화 융합 거점으로 도약하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디뎠다.한국전통문화전당은 29일 전당 공연장에서 개원식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했다.이날 개원식에는 원용기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과 송하진 전북도지사, 이상직 국회의원(전주 완산을), 김광수 전북도의회 의장, 김승수 전주시장, 박현규 전주시의회 의장, 이석 황실문화재단 총재, 지역 문화계 인사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행사는 전통문화의 합(合)을 주제로 그동안의 전당 건립과정을 보여주는 프리젠테이션 및 홍보영상 상영, 개원 축하공연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김동철 한국전통문화전당 원장은 인사말에서 한지공예한식 등 전통문화의 대중화산업화세계화를 앞당기는 중추적 역할을 하겠다면서 우리 전통문화를 모두가 함께 향유하고 계승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개원 축하 영상메시지를 통해 오랜 역사와 풍부한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많은 문화예술인을 배출해온 전주에 한국전통문화전당이 개원하게 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며 전당이 한국 전통문화 발전의 새로운 거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전주 한옥마을 인근 옛 전북도청 2청사 부지(1만9800㎡)에 전주시가 출연해 설립한 (재)한국전통문화전당은 지난 2009년 12월 착공, 2012년 6월 완공됐다.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초대 김동철 원장이 선임됐다.연면적 1만7140㎡(지하 1층지상 5층) 규모로 전통문화창조센터공연동한지산업지원센터, 비빔밥 전문 음식점, 공방 등을 갖췄다.한편 한국전통문화전당은 다채로운 개원 기념행사를 마련했다. 다음달 30일까지 전당 열림동 기획전시실에서 고래를 품은 한지전을 주제로 한지 사진 전시전이 열린다. 또한 다음달 2일부터 나흘간 같은 공간에서 제21회 전국한지공예대전수상 작품이 전시된다.

  • 문화일반
  • 최명국
  • 2015.04.30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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