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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난 문인들 "보조금 안 받겠다"

"한 1-2년쯤 잡지 안 내고 외국작가 초청 안하면 안돼요? 이번 일은 상징적이고 정치적인 문제입니다. 현 정부의 문화정책이 얼마나 황당한가를 보여주는 건데 작가회의가 이걸 받아? 좀 크게 봐야합니다."한국작가회의의 정기총회가 열린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중부여성발전센터 강당. 최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불법시위 불참 확인서 제출 요구와 관련한 최일남 전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의 발언에 여기저기서 "옳소"라는 외침과 박수소리가 이어졌다. 지난 2년간 작가회의를 이끌면서도 좀처럼 큰소리를 내지 않던 최씨의 격앙된 목소리와 이에 대한 회원들의 호응은 이번 사태에 대한 작가들의 입장을 명료하게 보여주었다. 이날 총회에서는 지난달 문화예술위원회가 작가회의에 3천400만 원의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향후 불법폭력시위 사실이 확인될 경우 보조금 반환을 비롯한 일체의 책임을 지겠다는 확인서를 요구한 일이 특별안건으로 올라 집중 논의됐다. 논의에 앞서 도종환 전 사무총장은 경과를 보고하며 지난 17일 예술위 윤정국 사무처장이 방문해 구두로 사과의 뜻을 전한 것과 이번 사태 관련 보도를 접한 원로 문인이 작가회의에 3천400만 원을 익명으로 전달한 사실을 회원들에게 전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원로 회원과 젊은 회원을 막론하고 강경한 입장이 주를 이뤘다. 한 회원은 "작가회의만의 문제로 봐서는 안된다. 보조금 없이 한두 해 어렵게 가더라도 강력 대응해 비슷한 처지에 놓인 다른 단체들의 문제도 함께 해결되는 길을 터줘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종영 신임 부이사장은 "원로가 전달하신 돈이 매우 상징적인 것"이라며 "보조금 없이도 갈 수 있다. 작가들이 어떤 입장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작가회의는 보조금을 받지 않는 한편 정부 지침 철회를 위한 문학적 저항을 이어가기로 했다. 현 정부의 문화행정 등에 대한 저항의 뜻을 글로 담아 여러 매체에 기고하는 '저항의 글쓰기' 운동에도 이날 총회 참석회원의 대부분인 158명의 회원이 서명해 지지를 보여줬다. 작가회의는 예술위가 확인서 제출 요구의 근거로 삼은 정부 지침의 철회를 이끌어내는 데까지 투쟁을 확대시켜나간다는 방침이다.

  • 문학·출판
  • 연합
  • 2010.02.22 23:02

[강준만의 책으로 읽는 세상] 더러운 철학

"이 더러운 세상에서 그 더러움도 깨끗하게 만들지 못한 채 깨끗한 체하는 철학도 더럽기는 마찬가지다. 자신은 세상의 근본과 근원만 생각한다면서 사실은 그것을 확보하지 못하는 철학, 그러면서 근본과 근원을 잊은 세상을 입바른 말로 비판하기 좋아하는 철학도 제 손에 묻은 때와 피를 보지 못한다. 교양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려고 해도, 논술이나 논리로 특성화를 모색하려고 해도, 도덕과 윤리의 이름 뒤에 숨어도, 철학은 구차스런 더러움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인하대학교 철학과 교수 김진석은 「더러운 철학」(개마고원, 2010)에서 위와 같이 선언한다. 철학이 더럽다면 남아 날 학문이 무엇이 있겠는가? 모든 학문이 다 더럽다고 보아야겠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제목은 올바르지 않다. '더러운 철학'이라기보다는 '더러움에 관한 철학'으로 붙여야 옳다. 그런데 왜 '더러운 철학'인가? 겸양의 뜻인 것 같다.우리는 세상을 향해 더럽다고 손가락질을 하길 좋아한다. 물론 세상이 더러운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 손가락질을 하면서 자세히 관찰해 보시라. 다섯 손가락 중 앞을 향한 건 둘이요, 셋은 자신을 향한다. 나 역시 더럽거나 더러울 수 있다는 걸 인정하고 들어가야 더러움에 대한 소통이 가능해진다. 어디 그뿐인가. 의도적으로 더러움을 껴안을 필요도 있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더러움은 상종해선 안될, 피해야만 할 무엇으로 여겨진다. 세상의 모든 것을 탐구해야 할 학문마저 더러움을 깊이 있게 분석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더럽다'는 수준의 피상적인 관찰로만 끝내기 일쑤다. 이에 김진석은 이의를 제기한다."오늘날 직업으로서의 학문은 더러움에 빠지기 쉽고, 거기에서 벗어나려면 역설적이게도 더러움을 무릅써야 한다. 철학은 아마도 먼저 더러움에 빠지고, 먼저 더러움을 무릅쓰는 공부의 이름일 뿐이다. 소위 인문적 지식과 담론들뿐 아니라 전통적인 사회과학적 지식과 담론들도 학문적 담론의 더러움을 피하기 어렵다."그러나 우리는 더러움을 피하는 것이 학문이라고 여긴다. 한국의 정치학자들이 정치에 대해 쓴 모든 논문과 저서들을 다 읽는다면 한국정치에 대한 이해가 높아질까? 어림도 없다. 정치학자들은 더러운 걸 거의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더러운 현상이라도 거시적으로 고상하게만 다룰 뿐, 선거가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것에 대해 알기는 어렵다. 그건 학문의 영역이 아니라 선거 브로커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선거 브로커들이 하는 일이 왜 논문이나 저서의 주제가 될 수 없단 말인가? 이른바 '상아탑(象牙塔)'이라는 신화가 학문을 버려놓는 건지도 모르겠다.그러다보니 말과 삶이 겉도는 일이 벌어진다. 정치는 마치 침뱉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정치판에 뛰어들어 성공을 한 사람들은 권력의 과실을 누리지만, 그건 마치 침을 맞아가면서 더러운 도박을 한 것에 대한 보상처럼 여겨진다. 어린 아이들이 맛있는 걸 혼자 먹기 위해 먹을 것에 침을 퉤퉤 뱉어놓는 것처럼 정치를 하는 사람들도 정치가 욕을 먹을수록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걸 잘 알고있는 듯 하다. 그런데 정치가 더럽다고 침을 뱉는 사람들은 얼마나 깨끗한가? 김진석이 던지는 질문이다."역설적으로 현실정치는 더럽지만, 그것이 더럽다는 것이 뻔히 알려져 있다는 점에서, 곧 그것이 권력관계의 뻔뻔한 극단이라는 점에서, 그것은 최소한 위선적이지는 않다. 위악에는 잘 빠지지만, 위선에는 덜 빠진다. 그와 달리, 실제로는 사교를 하고 인맥을 쌓는 일에 열중하면서도, 자신은 정치 바깥에 있고 또 자신들의 행위는 그저 인간적인 행위라고 믿는 사람들의 행위는 위선에 잘 빠진다. 이 점에서 나는 옳은 말을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마지막 말은 좀더 설명이 필요하겠다. 내 식으로 설명을 해보겠다. 나는 옳은 말을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을 좋아하지만 그걸 자신의 권력 행사를 위해 쓰는 사람들을 싫어한다. 달리 말하자면, 진보의 가치를 자신의 '도덕적 우월감'을 만끽하거나 남을 비난하기 위해 써먹는 사람들을 혐오한다. 옳은 말을 할 때엔 겸손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물론 도덕적 분노가 치밀어 겸손을 잃을 수는 있지만, 상습적으로 진보의 가치를 사유화하는 건 곤란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시장에선 그렇게 사유화를 하는 사람들이 잘 팔린다. 진보의 비극이요, 더러움 철학의 부재다.진보주의자들이 무조건 '경쟁'을 매도하는 걸 볼 때마다 딱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특히 치열한 경쟁을 통해 명문대학을 나와 사회적 발언권을 얻은 뒤에 경쟁을 매도하는 이들이 많다. 아름답게 볼 수도 있겠지만, 더럽다고 볼 수도 있다. 무책임하기 때문이다. 정녕 경쟁 없는 세상이 가능하다고 믿는 걸까? 김진석이 제기한 다음과 같은 의문에 공감하는 이유다."오늘날 신자유주의의 이름 아래 무차별적이고 무제한적인 경쟁이 부추겨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거꾸로 근본주의적 자연 개념은 너무 단순하게 경쟁을 무시하고 백안시하는 것은 아닌가? 문명적 인간 사이의 경쟁과 권력관계를 너무 부정적이고 악의적으로만 해석한 나머지, 어떠한 폭력도 없는 순수한 공생, 어떠한 갈등도 없는 평화적 공생만을 목적으로 삼는 실수가 일어나는 게 아닐까?"이명박 정권은 더럽다. 더러워도 이만저만 더러운 게 아니다. 그런데 궁금한 게 하나 있다. 이명박 정권만 더러운 것인가? 그래서 이명박 정권에게 '파시즘' 딱지를 붙이는 것인가? 김진석은 이 딱지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한다."이명박 정부가 경찰과 정보기관의 힘을 빌려 통치를 하는 경향이 심해지자, 비판적인 사람들은 그 정부를 파시즘 정부라고 불렀다. 그러나 나는 이에 대해 회의적이다. 이 글을 쓰는 2009년 8월 현재의 상황에서 보면, 권위주의적이고 퇴행적인 조짐들이 많이 드러나지만 그렇다고 이 정부를 파시즘 정부라고 부르기는 어렵다고 본다. (…) 만일 선거에서도 유권자들의 정부 비판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면, 비판하는 관점에서 보면 매우 불행한 일일 것이다. 그 경우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어쨌든 선거에서 표현된 민의를 존중해야 할까? 아니면 국민들이 이명박 정부를 지지하기 때문에, 오히려 사회가 파시즘에 물들었다고 말해야 할까?"이번 지자체 선거까지 기다릴 것도 없다. 이미 한국 유권자들은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이명박 정권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 주었다. 그땐 파시즘이 아니었는데 그후에 파시즘이 되었다는 것인가? 아니면 이미 그때부터 온 사회가 파시즘에 물들었다는 것인가? 혹 '더러움 철학의 부재' 때문에 일어난 착각은 아닐까? 즉, "나는 깨끗하지만 너는 더럽다"는 이분법으론 이 세상을 설명할 길이 없음에도, 우리는 여전히 그런 이분법에서 기만적인 위안을 찾으려 드는 게 아닐까? 이명박 정권의 더러움 이전에 그 어떤 다른 더러움에 대한 분노와 염증이 있었던 건 아닐까? 나는 깨끗하지만 세상은 더럽다고 믿는 분들에게 「더러운 철학」을 일독할 것을 권하고 싶다.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문학·출판
  • 전북일보
  • 2010.02.19 23:02

현직기자가 들려주는 1인미디어 운영법

블로그와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이 자리를 잡으면서 언론사에 속하지 않고도 뉴스 전달과 여론 형성에 적극적인 '나 홀로 언론' 1인 미디어가 널리 퍼졌다. 많은 1인 미디어 운영자가 열정적인 취재와 뛰어난 기사로 기존 언론과 경쟁하며 세를 넓혀가고 있으나 현실에서 부딪히는 어려움은 여전히 많다. 언론사 현직 기자들이 1인 미디어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정보, 비법을 전해주는 실용서 '1인 미디어, 기획에서 제작까지'(한국콘텐츠진흥원 펴냄)를 내놓았다. 저자는 김병만 연합뉴스 사진부 국회취재반장과 김익현 아이뉴스24 에디터, 류종현 MBC 보도국 시사영상부 부장, 안수찬 한겨레21 사회팀장, 이나리 중앙일보 차장, 이상국 한국언론재단 편집 전문 교수, 이세영 연합뉴스 영상뉴스부 기자, 장성구 연합뉴스 그래픽뉴스팀장이다. 저자들은 1인 미디어의 저널리즘적 특성을 짚어보고, 기삿거리 찾기부터 현장 취재 방법, 인터뷰 섭외와 진행, 기사 쓰기와 제목 달기, 편집까지 저마다 실전에서 겪은 노하우를 전한다. 또, 신문과 방송이 결합한 '크로스 미디어'인 인터넷 미디어의 특성상 필수적인 사진과 영상, 그래픽 등 시각 콘텐츠를 만들고 활용하는 법을 알려주며, 기성 언론사보다 취약한 명예훼손이나 저작권 관련 법적 분쟁 대응법도 귀띔한다. '천국의 국경을 넘다' 제작 총괄 정인택 프로듀서, 정수웅 다큐서울 대표 등 1인 미디어 '선구자'들과의 인터뷰 내용도 실렸다. 저자들은 서문에서 "1인 미디어의 문이 활짝 열렸다고 해서 누구나 뛰어난 저널리스트로 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선 기자들이 현장 경험과 뉴미디어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녹여냈다"고 말했다. 348쪽. 2만1천원.

  • 문학·출판
  • 연합
  • 2010.02.18 23:02

색깔 있는 세계문학을 읽고 싶다면

세계문학전집의 상차림이 다채로워졌다. 민음사가 주도하던 고전문학 시장에 최근 1-2년 새 을유문화사, 펭귄클래식코리아, 문학동네 등이 잇따라 진입하며 세계문학전집 의 '춘추전국시대'를 열고 있다. 세계문학전집 시장에 뛰어든 출판사들이 늘어나면서 독자들의 선택 폭도 넓어졌다. 이 중에서도 독특하면서 분명한 색을 갖고 독자들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는 시리즈들을 소개한다. ◆ "처음 만나는 작가" 들녘 일루저니스트 시리즈 = 들녘출판사의 세계문학 시리즈 '일루저니스트 시리즈'는 2007년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의 소설 '차가운 피부'를 시작으로 출발했다. 현재 오타비오 카펠라니의 소설 '아무도 보스를 찾지 않는다'까지 모두 13종 16권의 소설이 출간됐다. 이중 파스칼 메르시어의 '리스본행 야간열차'(전2권)는 3만 부 이상이 팔린 인기 도서다. 일루저니스트 시리즈는 영미권이나 유럽권에 치우쳐 있는 국내의 세계문학 시장이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인식에서 국내 독자들에게는 생소하지만, 세계 문단에서 인정받은 작가들을 발굴한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들녘측은 "국내에 아직 소개되지 않았고, 작품이 10개국 이상에 출간됐으며, 권위 있는 문학상을 3번 이상 받은 작가라는 기준을 정하고, 이에 부합하는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루저니스트 시리즈에 몇달 앞서 다른 출판사를 통해 또다른 작품이 소개된 독일 작가 다니엘 켈만을 제외하면 모든 작가가 국내에 처음 소개된 작가다. 작가의 국적도 아르헨티나(카를로스 마리아 도밍게스 '위험한 책'), 페루(알론소 쿠에토 '고래 여인의 속삭임'), 스웨덴(쉘 요한손 '이야기꾼'), 피지(에펠리 하우오파 '엉덩이에 입맞춤을') 등 다양하다. ◆ "고품격 숨은 명작" 대산세계문학총서 = 문학과지성사가 대산문화재단과 함께 펴내고 있는 대산세계문학총서도 국내에 많이 소개되지 않은 작가와 작품을 발굴하는 시리즈다. 그동안 상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또는 너무 난해하다는 이유로 소개되지 않았던 작품들을 해당 언어 전공자의 수준 높은 번역으로 출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2001년 로랜스 스턴의 소설 '트리스트럼 샌디'(전2권)를 시작으로 아리시마 다케오의 '어떤 여자'까지 모두 91권이 출간됐는데 대부분의 작품이 국내 초역이다. 상업성보다는 작품성과 다양성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다른 세계문학전집과 달리 시와 희곡, 산문 등도 다수 포함돼 있다는 점 또한 대산세계문학총서의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다. 91권 가운데 샤를 보들레르의 '악의 꽃',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끝과 시작', 기욤 아폴리네르의 '알코올' 등 모두 15권의 시집이 포함돼 좋은 반응을 얻었고 프리드리히 폰 실러의 희곡 '돈 카를로스', 당대 문장가 한유의 산문집 '한유문집' 등도 포함됐다. ◆ "단편의 향연" 창비세계문학 = 장편 위주의 세계문학 시리즈가 부담스럽다면 여러 편의 단편을 통해 최근 100년간 세계문학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는 창비세계문학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창비가 올해 초 선보인 '창비세계문학'은 각 언어권의 주요 걸작 단편만을 묶은 단편문학전집이다. 작가 102명의 단편 114편이 영국 '가든파티', 미국 '필경사 바틀비', 독일 '어느 사랑의 실험', 스페인ㆍ라틴아메리카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 프랑스 '이것은 소설이 아니다', 중국 '장맛비가 내리던 저녁', 일본 '이상한 소리', 폴란드 '신사 숙녀 여러분, 가스실로', 러시아 '무도회가 끝난 뒤' 등 국가별 9권으로 나뉘어 묶였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찰스 디킨스 등 19세기 작가부터 도리스 레싱, 르 클레지오, 크리스토프 하인 등 동시대 생존작가까지 망라하고 있으며 국내에는 생소한 폴란드 작가들의 단편을 비롯해 처음 소개되는 작품들도 다수 포함됐다.

  • 문학·출판
  • 연합
  • 2010.02.16 23:02

[강준만의 책으로 읽는 세상] 자동차의 역사:시간과 공간을 바꿔놓은 120년의 이동혁명

당신이 누구인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느냐면서 무슨 무슨 자동차로 당신을 대변하라고 유혹하는 광고가 있다. 그 속물적 천박함에 짜증을 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자동차로 자신의 위상을 드러내 보이려는 건 우리 시대의 '상식'이 된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좀 달라졌지만, 그 상식이 드라마틱하게 실천되는 시즌이 바로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이었다.설이란 무엇인가? 여러 정의가 가능하겠지만, 그건 '자동차 전쟁'이기도 하다. 고향을 찾는 민족대이동의 주요 수단이 자동차이기 때문이다. 괴로운 전쟁이지만, 과거를 생각하면 그래도 견딜 만 하다. 고향에 가기 위해 며칠 또는 수십일간을 걸어야 했던 시절, 기차나 버스를 놓치면 고향에 갈 수도 없었던 시절을 생각해보라.독일 역사가 쿠르트 뫼저(Kurt M?ser)의 「자동차의 역사 : 시간과 공간을 바꿔놓은 120년의 이동혁명」(김태희·추금혼 옮김, 이파리, 2007)을 읽으면서, '자동차 전쟁'을 조금은 너그러운 시선으로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다."자동차에 대한 공격중에서 가장 악명 높은 사건은 1913년 헨닝스도르프 근처에서 일어났다. 양쪽의 가로수에 묶인 철사가 한 운전자와 그 부인의 목을 잘라 버렸고 뒷좌석에 앉아 있던 두 딸들은 부상을 당했다. 범인이 잡히지 않은 이 암살사건 이후 많은 자동차에 '철사 퇴치' 장치가 부착되어 만약의 경우에 그것이 탑승자의 머리 위로 올라가도록 했다."자동차 지붕이 없던 시절에 일어난 일이다. 이 끔찍한 사건은 자동차의 출현 초기에 광범위하게 일어났던 자동차에 대한 반감과 공격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자동차는 특권층의 전유물인데다 자유롭게 뛰어놀던 길을 빼앗아가버렸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동차를 다양한 방법으로 공격했다. 1904년 미국 뉴욕시에서는 자동차에 대한 투석(投石)이 어찌나 격렬했던지 경찰이 출동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자동차에 대한 공격은 그만큼 사람들이 자동차에 대한 동경이 강했다는 걸 말해주는 것이기도 했다. 1905년의 미국의 최고 히트 가요는 "함께 떠나요, 루시. 내 즐거운 올즈모빌을 타고"였다. 어떤 필자는 "자동차는 현대의 우상이다. 차를 가진 사람은 여성들에게 신(神)이나 마찬가지다."고 썼다.대중의 자동차 우상화를 정치적으로 가장 잘 이용한 인물이 독일의 히틀러다. 히틀러는 1933년 전 국토에 대규모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아우토반 건설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1934년엔 자동차가 '특권계급의 독점물'인 현실을 성토하면서 국민이라면 누구나 소유할 수 있는 '국민차(Volkswagen)' 생산을 선언했다. 1938년 최초의 국민차인 폭스바겐38이 출시되자, 히틀러는 '강함과 기쁨의 차' 저축운동을 통해 모든 노동자가 자동차를 소유할 수 있게끔 하겠다고 장담했다. 이 운동은 당시 독일 대중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히틀러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의 무솔리니와 스페인의 프랑코도 자동차를 '국가·민족의 영광을 위한 실체이자 상징'으로 이용하였다. 유럽의 파시즘을 가리켜 '자동차 파시즘'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파시즘은 아니었지만, 한국민이 국가에 대한 긍지를 느끼게 된 최초의 사건 중의 하나도 바로 자동차였다. 1986년 자동차 수출은 많은 한국인들에게 이른바 '약소국 콤플렉스에서 비롯된 국가주의적 애국심을 일깨워 주었는데, 당시 김동길 연세대 교수가 정주영 현대 회장을 존경하게 된 것도 순전히 자동차 때문이었다. 김동길은 "내가 정주영씨를 한국의 거인으로 평가하기 시작한 것은 85년인가 캐나다 강연을 가서 때마침 그곳에 상륙한 현대자동차의 포니 승용차를 목격한 그때부터였다"고 말했다. 그는 포니 승용차 안에 타고 있던 백인 젊은이들이 "가서 껴안아 주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피조물"이었으며, "정주영은 한국인 모두에게 긍지를 심어준 민중의 영웅이다"고 단언하였다.6·25 시절 자동차에 탄 미군에게 껌과 초콜렛을 구걸했고, 미군부대에서 흘러 나온 드럼통을 펴서 차체를 만들고 노후화된 미군 지프 엔진과 변속기, 차축 등을 조립해 만든 '시발(始發) 자동차'를 신기하고 뿌듯하게 여겼던 한국의 아이들이 커서 자동차를 만들어 미국에 팔아 먹었다는 건 김동길 세대에겐 그야말로 살 떨리는 감격이었을 것이다.사정이 그와 같은데, 성공하겠다며 고향 떠나 서울로 간 사람들이 설이나 추석에 고향을 찾으면서 무얼 보여주고 싶었겠는가. 80년대말부터 설이나 추석에 고향방문을 할 땐 빚을 내서라도 자가용 승용차를 몰고가야 한다는 '상식'이 유포되기 시작했고, 자동차 회사들은 그걸 마케팅 전략의 핵심으로 삼았다. 1992년 설날엔 "안전한 르망이 있어 더욱 즐거운 설날 귀향길- 우리집 새 가족 르망과 함께 고향길을 달려 갑니다"라는 구호가 요란하더니 그해 추석을 앞두곤 "엑셀 특보! 지금 계약하시면 추석 연휴때 타실 수 있습니다"라는 선전구호가 난무했다.실제로 승용차가 가장 많이 팔리는 성수기는 추석과 설날을 앞둔 몇주일간과 피서철이었다. 또 중고차 시장에 매물이 가장 많이 나오는 시기는 추석, 설날, 피서철이 끝난 직후였다. 명절을 맞아 고향에 가는데 객지에서 성공했다는 것을 가시적으로 알리는 데에 승용차 이상 좋은 것이 없었다. 설사 객지에서 변변치 않게 살고 있다 하더라도 번듯한 승용차를 몰고 가서 체면을 유지할 수는 있었다. 옷차림으로 성공 여부를 판단하긴 어렵게 돼 승용차가 과거의 옷차림 노릇을 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승용차를 '제3의 피부'라고 한다.뫼저의 결론이 재미있다. 그는 "자동차에 대한 비판은 자동차 시스템의 성장과 줄곧 병행될 테지만, 여전히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할 것이다. 문화적 대안 프로그램으로서 '느림의 발견' 역시 자동차에 대한 사랑을 막지는 못할 것이다."고 말한다. 왜 그럴까? 자동차(auto-mobile)는 '자율(autonomy)'과 '이동성(mobility)'의 구현이다. 물론 이는 미국인들의 생각이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이라고 해서 다를 것은 없다. 그 어떤 문제에도 불구하고 자동차가 우리의 신앙이자 종교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신앙생활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별개의 문제다.당신이 누구인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느냐면서 무슨 무슨 자동차로 당신을 대변하라고 외치는 것도 좋겠지만, "당신이란 사람은 자동차 이외엔 달리 자신을 표현하고 설명할 길이 없는 그렇고 그런 사람인가?"라는 물음을 왕성하게 제기해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자식 교육도 마찬가지다. 늘 대학입시 결과가 나온 시점과 겹치는 설에 온 가족, 일가친척이 모이면 전국적으로 부모들의 치열한 '자존심 전쟁'이 벌어진다. 이 전쟁에서의 서열은 자식이 들어간 대학의 간판 값과 정확히 정비례한다. 학부모들은 정말 자식만을 위해서 명문대에 집착하는가? 그렇진 않다. "내가 창피해서 못 살아"라고 외치는 학부모들이 많은 걸 보면, 실은 자식교육을 빙자한 자신의 '인정투쟁'을 하는 셈이다. 설은 그런 '인정투쟁'의 축제이기도 하다.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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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10.02.12 23:02

출판저작권 수출 간접지원 확대

국내 출판저작권의 해외 수출 활성화 사업이 직접적인 출판 지원 대신 초록ㆍ샘플번역 지원과 해외 출판시장 정보제공 등의 간접지원을 중심으로 확대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산하 한국문학번역원을 통해 2008년부터 진행해온 출판저작권 수출 활성화 사업의 성과를 점검해 올해부터 전략적인 해외진출 지원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10일 밝혔다. 문화부는 우선 국내 출판사와 에이전시들이 저작권 수출을 위해 제작하는 출판제안서의 번역 지원을 확대해 초기비용 부담을 줄여줄 방침이다. 지난해 문화부는 총 518건의 초록 및 샘플번역을 지원했는데 올해에는 그 규모를 초록 600여 건, 샘플원고 400여 건, PDF 제작 500여 건으로 확대하게 된다. 또 해외에 국내 출판현황을 소개하는 영ㆍ중문 계간지 'list_Books from Korea'의 배포를 기존 2천800여 건에서 6천여 건으로 확대하고 온라인 격주간 뉴스레터의 제작도 늘리는 등 국내출판에 대한 정보제공 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다. 대신 그동안 출판사와 에이전시들의 해외수출 실적에 따라 사후 지급하던 인센티브 제도는 효율성을 감안해 폐지하며 해외 출판사를 대상으로 한 해외출판 지원금과 해외 출판마케팅 지원 등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차등 지급할 계획이다.

  • 문학·출판
  • 연합
  • 2010.02.11 23:02

[도약! 2010전북문화] ⑥최명희문학관

최명희문학관(관장 장성수)이 올해 소설가 최명희씨의 문학 혼을 폭넓게 담아내면서, 전북 문단의 역사를 엮고 문화콘텐츠를 개발하는 곳으로 도약을 시도한다.최명희문학관이 올해 중점을 둔 프로그램은 관람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혼불」을 베껴쓰는 '필사의 힘, 필사의 노력'과 '「혼불」, 읽고 또 읽기'. 그간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추진해오다 올해 다시 「혼불」에 집중하는 것은 문학관 운영의 첫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지난해 2만여 명이 참여한 '전주發, 엽서 한 장'과 '최명희와 전북지역 시인·작가들의 서체 따라 쓰기' 등 전국구 프로그램으로 올해도 이어간다. 문학관 대표 사업인 '혼불 문학 강연 퍼레이드'는 문학 박사들과 문화예술인들이 참여해 전주 교도소, 전주장애인종합복지관, 전주은혜마을 효도원, 전북 지역 각 도서관 등을 비롯해 전북 지역 14개 시·군으로 그 영역을 확대·진행된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중심이 된'동시사랑모임'과 '장성수 관장과 함께 하는 행복한 소설읽기' 등도 꾸려져 문학의 향기를 이어갈 예정.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각 대상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최명희문학관만의 특징이다. 초등학생들을 위한 '전북지역 초등학생 손글씨 공모전'과 '글쓰기 특강','백일장','다문화 가정 2세 한국어 교실' 등을 진행한다. 중·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을 위한 '전주문학기행','전국 우수학교 초청 문학기행','찾아가는 문학특강','문학작품 낭송·낭독회','전북지역 고교생 문학워크숍','최명희청년문학상' 등도 꾸려낸다.중·고등학생들의 글쓰기 능력 향상을 위해 학생들의 습작품을 받아 유명 문인들과 '1대1 맞춤형 지도'를 하는 '빨간펜 글쓰기교실'은 눈에 띄는 사업.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매월 두 차례 진행되는 혼불문학공원 청소은'청소년 혼불 낭독회'와 곁들여져 봉사활동을 넘어 문학의 꿈을 키워주는 모태가 될듯.전주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 전주국제발효식품엑스포 조직위원회, 한국문학관협회, 한국도서관협회, 20세기민중생활사연구단, 전북대학교 신문사, 전주한옥보존협의회 등과 프로그램 교류를 통해 긴밀한 협조체계 유지할 계획이다.

  • 문학·출판
  • 이화정
  • 2010.02.10 23:02

[도약! 2010전북문화] "새 프로그램 확대…문학의 향기로 가득찰 것"

"올해 최명희문학관은 더 많은 시민들이 「혼불」의 향기를 느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확대키로 했습니다. '「혼불」 , 읽고, 또 읽기'는 전문가 강의에서 탈피하고, 독서지도사와 함께 읽고 그 감상을 나눌 수 있도록 해 시민참여형 문학관으로 거듭날 계획입니다."장성수 최명희문학관 관장(62)은 "올해 다시 「혼불」로 돌아와 초심을 다지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며 문학청년 및 애호가들과 시인·작가들을 연결시켜주는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말했다.최명희문학관은 전주에 처음 세워진 문학관으로 전주·전북을 문학의 도시로 부상시켰다는 데서 남다른 가치가 있다. 전주시가 짓고 민간 전문가에게 운영을 위탁한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장 관장은 "특정 개인의 문학관이긴 하지만, 지역 대표 문학관으로서 지역 문인의 자료를 모으는 일은 거의 없었다"며 "전북문학관이 생기면 우리 문학관과 역할 상충도 있을 수 있지만, 지역 작가들의 자료도 모아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는 문학관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어 장관장은 최명희문학관은 한옥마을이라는 지리적 요건과 작가의 인지도 등으로 인해 타 문학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관람객 수가 월등히 높다며 1년에 약 13만 명 정도가 다녀가는 만큼 시민들의 높고 깊은 관심이 지속적으로 이어져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 문학·출판
  • 이화정
  • 2010.02.10 23:02

작가회의 "굴욕적인 확인서 요구 거부"

한국작가회의(이사장 최일남)는 8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시위 불참 확인서' 제출 요구와 관련해 "굴욕적인 확인서 요구를 거부한다"며 예술위가 입장을 고수할 경우 "문학적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작가회의는 이날 서울 용강동 작가회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한국의 대표적인 문인단체에 대해 불법ㆍ폭력 시위 운운하며 굴욕적인 확인서를 요구하는 것은 그 발상 자체가 예술에 대한 무지이며 창작의 자유에 대한 공공연한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예술위는 지난달 19일 올해 문예진흥기금 지원 대상 가운데 광우병국민대책회의에 소속된 작가회의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대구지회에 공문을 보내 "불법 시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향후 불법폭력시위 사실이 확인될 경우 보조금 반환은 물론 일체의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의 확인서 제출을 요구한 바 있다. 작가회의는 계간 '내일을 여는 작가' 발간에 2천만 원, '세계 작가와의 대화' 개최에 1천만 원, 4ㆍ19 50주년 세미나 개최에 400만 원 등 총 3천400만 원의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작가회의는 회견문을 통해 "이는 작가회의 회원들을 잠재적 피의자로 간주하는 반인권적 행정폭력"이라며 예술위에 ▲문건 작성 주체 확인 ▲예술위 위원장의 사과 ▲확인서 제출 요구 취소 ▲설립목적에 맞는 순수한 지원기구로 거듭날 것 등을 촉구했다. 도종환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은 "예술위가 입장을 고수할 경우 '내일을 여는 작가'의 정간 또는 폐간을 비롯한 사업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20일 총회를 통해 회원들의 뜻을 모아 민예총 대구지회를 비롯한 다른 단체들과의 연대 방안 등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 문학·출판
  • 연합
  • 2010.02.09 23:02

조카가 그린 워홀의 고양이 이야기

사다리를 타고 책장을 뒤지는 남자아이 너머로 '모나리자'를 색색으로 반복해 그린 커다란 그림이 보인다. 다른 한구석에는 브릴로 상자들이 아무렇게나 쌓여 있다. 말썽꾸러기 새끼 고양이들이 빨간색 캠벨 수프 상자에서 굴러다니며 장난을 친다. 고양이와 꼬마들이 숨바꼭질하는 이곳은 팝아트 거장 앤디 워홀(1928∼1987년)의 집이다. 워홀은 한때 26마리에 달할 정도로 많은 고양이를 키웠고, 어릴 적 워홀의 집에 종종 놀러 갔던 조카 제임스 워홀라(54)는 당시 풍경을 그림책 '우리 삼촌 앤디 워홀의 고양이들'(바다어린이 펴냄)에 담았다. 앤디 삼촌이 키운 고양이 부부 헤스터와 샘은 새끼 24마리를 낳았는데, 삼촌은 샘을 닮은 새끼 고양이들을 모두 샘이라고 이름 지었다. 폭이 좁고 높은 삼촌의 집은 곧 '샘으로 바글바글한' 곳이 됐다. 불편해진 삼촌과 부바 할머니(워홀의 어머니 줄리아 워홀라)는 각각 고양이들을 그린 책을 냈고, 책을 보고 찾아온 사람들에게 샘을 하나씩 안겨 내보냈다. 워홀의 집에 다시 헤스터와 샘 부부만 남게 되기까지 과정을 어린이의 시점으로 순수하게 그린 이야기도 정겹고 귀엽지만, 팝아트 거장의 작업실 겸 집을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일이 더욱 즐겁다. 유명한 자화상 속 모습 그대로 삐죽삐죽 뻗은 머리로 등장하는 워홀의 모습이나 '캠벨 수프 통조림', '메릴린 먼로', '200개의 1달러 지폐' 등 워홀의 작품들을 책에서 '숨은 그림 찾기' 놀이를 하듯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원제 Uncle Andy's Cats. 한정신 옮김. 40쪽. 9천500원.

  • 문학·출판
  • 연합
  • 2010.02.09 23:02

詩속으로 들어온 영화 한 편

"깜깜한 식솔들을 이 가지 저 가지에 달고 / 아버진 이 안개 속을 어떻게 건너셨어요? / 닿는 것들마다 처벅처벅 삭아내리는 / 이 어리굴젓 속을 어떻게 견디셨어요?"정끝별 시인의 시 '안개 속 풍경'을 읽으면 비슷한 제목의 유럽 영화가 떠오른다. 아버지를 찾아나선 남매의 여정을 그린 테오도로스 앙겔로플로스 감독의 영화 '안개 속의 풍경'은 실제로 아버지에 대한 정 시인의 시에 직접적인 영감을 줬다. 시인은 "삼십 대 초반에 '안개 속의 풍경'을 본 직후였거나 영화를 떠올리며 썼을 것"이라며 "그 영화는 내게 한 편의 영화라기보다는 한없이 척박하고 한없이 막막하고 한없이 습습했던 한 편의 회화이자 한 편의 음악으로 기억됐다"고 말한다. 한 편의 영화가 시인들을 거쳐 한 편의 시로 탈바꿈하는 경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계간 '시인세계'는 봄호에 '내 시 속에 들어온 영화'라는 제목의 기획특집을 마련해 시인 16인에게서 영화와 시 이야기를 들어봤다. "좋은 영화는 직접 체험보다 더 감동적"이라는 유안진 시인의 말처럼 한 편의 좋은 영화는 시인들에게 그 어떤 체험보다도 압도적인 영감을 주기도 한다. 마광수 시인은 숀 코너리가 주연한 '바람과 라이온'에서 모로코왕이 노예를 방석 대신 깔고 앉는 장면을 보고 곧장 시 '왜 나는 순수한 민주주의에 몰두하지 못할까'를 써내려갔다. 그는 "그야말로 '영감'의 덕을 본 작품이었다"며 "시어 하나하나를 면밀하게 짜고 다듬어 쓴 시가 아니라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는 시구들이 금세 완성도 있는 시로 탈바꿈한, 나로서는 흐뭇한 보람을 느낄 수 있었던 시"라고 회고했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 시절'이라는 뜻의 영화 '화양연화'는 이병률 시인을 통해 동명의 시로 되살아났다. 시인은 "나에게 이 영화는 그림이며 음악이며 사진이며 여행이었다. 보는 것과 듣는 것과 행하는 것의 모두였다"며 "이 영화는 그 모든 걸 거느리며 여전히 아직도 내 깊숙한 힘줄에 관여하고 있다"고 말한다. 권혁웅 시인의 시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과 손택수 시인의 시 '범일동 블루스'는 모두 동명의 영화에 빚을 지고 있지만, 영감을 준 것이 영화 내용 자체는 아니었다. 영화의 포스터가 시의 모티브가 됐다는 권 시인은 "우물에 빠진 돼지는 처음부터 부조리를 품고 있다"며 "그 돼지가 멱따는 소리를 낸다면? 우아하게 몸을 날린다면? 거기에 윤동주처럼 모습을 비춰본다면? 죽음과 죽임 다음에 따라올 부활의 드라마가 전개된다면? 이런 상상을 잇대어 시로 표현한 것이 이 시"라고 말했다. 또 손 시인은 "어찌 된 영문인지 나는 아직도 그 영화(김희진 감독의 '범일동 블루스')를 보지 않은 상태"라며 "다만 영화 제작 발표회 뉴스를 보고 영화 제목에 강한 흡입력을 느꼈다는 것만은 고백해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 문학·출판
  • 연합
  • 2010.02.08 23:02

"전자출판 활성화 위해 제도 개선 시급"

전자책(e북) 산업의 발전을 위해 부처간 긴밀한 협의 기구로 가칭 '전자출판산업진흥위원회'를 설치하고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을 개정하는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디지털화와 함께 빠르게 발전하는 전자출판에 대응해 작년 10월말 민간전문가로 구성한 '전자출판 정책연구 태스크포스(TF)팀'은 5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여는 '전자출판산업 육성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 앞서 4일 사전 배포한 주제 발표 자료를 통해 이처럼 주장했다. TF팀의 법ㆍ제도 분과에 참여한 김혜창 한국저작권위원회 법정책연구팀장은 주제 발표 자료에서 "정책 일관성과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각 부처에 흩어진 전자출판 산업 정책과 기능을 통합, 조정하는 정책 추진 체계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해결 방안으로 부처간 협력을 논의할 전자출판산업진흥위원회의 운영을 제시하고 "위원회의 주요 과제는 전자책 단말기 보조금 및 모바일 데이터 요금 인하 등 부처간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디지털 출판에 대한 고려가 충분하지 않은 현행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의 개정도 제안했다. 아울러 그는 "그동안 출판사나 저작권자가 수익분배 문제, 불법복제에 대한 우려 등으로 전자출판을 기피해 전자책 콘텐츠의 확보가 어렵다"면서 "저작자와 출판사, 전자책사업자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한 정기적인 협의체도 구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TF팀의 콘텐츠 창작분과에 참여한 이용준 대진대 교수는 "전자책 이용이 저조한 요인은 우수한 전자책 콘텐츠가 부족하고 이용이 불편하며 단말기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달 인터파크, 예스24, 교보문고와 공동으로 1천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44%가 전자책을 이용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향후 전자책이 개선돼야 할 사항으로는 우수 콘텐츠 확충(27%), 이용 편리성 제고(21%), 단말기 개선(14%), 데이터 통신비 감액(10%) 등을 꼽았다. 문화부는 "이번 토론회는 전문가로 구성한 태스크포스팀이 정책방안 등 그동안 논의한 내용을 설명하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며 "발표 내용은 태스크포스팀의 의견이지 부처간 협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연합
  • 2010.02.05 23:02

[강준만의 책으로 읽는 세상] 속도와 정치:공간의 정치학에서 시간의 정치학으로

프랑스 철학자이자 건축가인 폴 비릴리오(Paul Virilio)의 「속도와 정치 : 공간의 정치학에서 시간의 정치학으로」(이재원 옮김, 그린비, 2004)는 난해한 책이다. 속도, 전쟁, 기술이라는 3대 화두에 집착하는 그는 경제·사회적 힘이 아니라 전쟁과 속도가 인간사회와 현대문명의 기초라고 주장한다. 어린 시절 2차 세계대전을 겪고 군인으로 알제리 전쟁을 겪으면서 전쟁에 대한 엄청난 충격을 받아 전쟁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그는 "전쟁은 저의 대학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거기서 나왔지요."라고 말한다. 다음 5가지 주장을 음미해보자.(1) "속도는 권력 그 자체이다."(2) "인구가 적은데도 불구하고 서구인들은 우월하고 지배적인 것처럼 여겨져 왔다. 그들이 훨씬 더 빠르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중략) 속도는 서구의 희망이다."(3) "속도는 사냥꾼이나 전사에게 언제나 우월함과 특권을 가져다 줬다. 질주와 추적은 모든 전투의 핵심이다. 그러므로 역사상의 모든 사회에서 속도의 위계를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육지를 취득하고 영토를 지킨다는 것은 그 영토를 방어하기 위해서 그곳을 재빨리 어볼 수 있는 최상의 수단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4) "오늘날에는 습격이 초음속의 속도로 이뤄져 경계경보를 울리기까지의 시간이 단축됐기 때문에 탐지, 확인, 응수할 시간이 거의 없다. 그래서 기습공격을 받을 경우, 최고권력자는 요격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방어체계의 가장 낮은 단계를 서둘러 승인하는 식으로,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자신의 권위를 포기해야 할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다."(5) "민주주의란 정확히 무엇인가? 그것은 나누는 것이다. 무엇을 나누는가? 의사결정을 나누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대의 사회에서는 의사결정이 놀랄 만큼 짧은 시간의 한계 속에서 이뤄진다. 운송수단과 전송수단의 혁명이 민주적인 통제를 넘어서는 속도로 의사결정이 이뤄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상대적 속도 대신에 절대적 속도가 사용됨으로써 민주주의의 본질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고 난해하긴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자꾸 한국이 떠오른다. 한국은 세계에서 독보적인 '빨리빨리 공화국'이 아닌가. 비릴리오는 전쟁 중심으로 '속도의 정치경제학'을 말하지만, 전쟁적 가치의 확산으로 삶이 전쟁처럼 수행되고 영위되는 '속도의 문화정치학'도 말해야 할 것 아닌가. 이 후자를 말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한국의 '빨리빨리'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건 아니다. 개화기에 조선을 다녀간 서양인들이 남긴 기록들은 한결같이 한국인들의 '게으름'과 '느림'을 지적하고 있다. 왜 당시 조선인들은 그렇게 느려 터졌던 걸까? 1894년 1월에서 1897년 3월까지 조선을 네 번이나 방문하였던 영국의 여행가 이사벨라 비숍(Isabella Bishop: 1831-1904)의 말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비숍은 "개혁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아직도 단지 두 계급, 약탈자와 피약탈자로 구성되어 있다"며 "면허받은 흡혈귀인 양반 계급으로부터 끊임없이 보충되는 관료계급, 그리고 인구의 나머지 4/5인, 문자 그대로의 '하층민'인 평민계급이 그것이다. 후자의 존재 이유는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에게 피를 공급하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배경식은 "그렇지만 가난이 항상 농민들의 삶에 질곡으로 작용한 것은 아니었다"며 "'가난'은 탐욕스러운 관리들로부터 농민들을 보호할 수 있는 최고의 방어막 구실을 하였다. 이런 모습이 낯선 이방인의 눈에 '실질적인 안락함'으로 비쳐질 정도로 조선 농민들은 가난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낙천적인 면을 보여주었다"고 했다.가난이 착취의 보호막 구실을 해주는 상황에서 부지런하고 빨라야 할 이유는 없었다. 흥미로운 건 가난과 학정과 수탈을 못 이겨 압록강과 두만강을 넘어 간도와 연해주, 해외로 이주한 조선인들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부지런하고 빨랐다는 사실이다. 한국에서 '빨리빨리'가 전 국민의 행동강령으로 자리잡게 된 결정적 계기는 한국전쟁과 60년대부터 군사정권에 의해 추진된 군사작전식 개발독재다. 이제 '빨리빨리'에 관한 한 이 지구상에서 한국을 따라올 나라는 없다. 지난 2006년 한국에 사는 외국인이 뽑은 한국인의 '빨리빨리 베스트 10'을 보자.1. 자판기 커피컵 나오는 곳에 손을 넣고 기다린다. 2.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와 추격전을 벌인다. 3. 화장실에 들어가기 전에 지퍼를 먼저 내린다. 4. 삽겹살이 익기 전에 먼저 먹는다. 5.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까지 '닫힘' 버튼을 누른다. 6. 3분 컵라면을 3분이 되기 전에 뚜껑을 열어 먹는다. 7. 영화관에서 스크롤이 올라가기 전에 나간다. 8.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는 동시에 양치질을 한다. 9. 웹사이트가 3초 안에 안 열리면 닫아버린다. 10. 편의점 등에서 음료수를 미리 마신 뒤에 계산한다.외국인들은 배달을 잘 안시키는가보다. '빨리빨리'의 정수라 할 배달 문화가 빠졌으니 말이다. 한국은 독보적인 '배달(配達) 민족'의 나라가 아닌가. 다음 기사 내용이 재미있다."음식을 주문한 장소가 운동회가 한창인 초등학교 운동장이건 붐비는 지하철 역사(驛舍) 구석이건 상관없다. 전화 한 통이면 언제 어디서든 배달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 아침밥, 과일 간식, 각종 선물은 물론 운동기구, 골프채, 심지어 놀이터까지 전화 한 통이면 배송해주는 '배달(配達) 민족'의 나라…. 바로 대한민국이다. 뭐든지 '빨리빨리' 처리해주길 바라는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에 미국식 서비스 정신이 결합해 생겨난 이 배달문화는 최근엔 해외로 다시 역(逆)수출될 정도로 '한국 특유의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조선일보 2009년9월8일)그간 한국인의 '빨리빨리' 기질은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지만, 디지털 시대를 맞아 재평가되었고 이젠 예찬의 대상으로까지 격상된 느낌이다. '빨리빨리'가 IT 시대의 경쟁력 근원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여전히 '빨리빨리'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말이다.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는 두 얼굴을 갖고 있다. '역동성'과 '조급성'이라는 두 얼굴이다. 그렇듯 '빨리빨리'엔 명암(明暗)이 있지만, 내가 보기엔 아무래도 명(明) 쪽이 큰 것 같다. 그렇지만 정작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라 '빨리빨리'가 한국사회의 구조와 작동 메커니즘에 미치는 영향이 제대로 탐구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걸 연구하면 비릴리오의 '속도의 정치경제학'에 필적하는 '속도의 문화정치학'이 한국을 무대로 탄생할 수 있으리라.한국인들은 어떤 사회적 문제를 직접 해결하려하기보다는 '빨리빨리' 이뤄지는 변화를 통해 그 문제를 건너뛰거나 비교적 사소하게 만드는 방식을 선호한다. 그걸 의식하건 의식하지 못하건 말이다. 그래서 책임 규명에도 소홀할 수밖에 없으며, '책임윤리'가 자리잡기도 힘들다. 이런 문제를 포함하여 '빨리빨리의 문화정치학'에 관심을 가져보자.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문학·출판
  • 전북일보
  • 2010.02.05 23:02

양성우 간윤위원장 "출판진흥 업무 확대"

양성우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이하 간윤위) 위원장은 3일 "간윤위 심의 업무를 간소화하는 대신 출판 진흥과 독서 진흥 역할을 확대했다"고 밝혔다. 양 위원장은 이날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업무 계획을 설명하면서 "유해간행물 심의 절차를 단축하고 외국간행물 수입 제도를 개편했으며 광고전문심의위원회를 폐지했다"며 "출판 진흥과 국민 독서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시대적 추이를 따라가야 한다. 현재의 심의 제도 역시 심의라기보다 유해간행물 등급 판정에 가깝다"며 "변화한 정체성에 맞도록 위원회 이름을 바꾸는 방안을 문화체육관광부에 건의했다"고 덧붙였다. 간윤위는 문화부가 해왔던 우수 교양ㆍ학술 도서 선정 업무를 올해부터 대신하고, 우수한 저자 발굴을 위한 원고 지원 대상을 20종에서 30종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 재생종이로 만든 책 100만 부 발행을 목표로 '녹색출판' 캠페인을 활성화한다. 지난해 7월 이 캠페인이 시작된 이후 발행된 재생종이 책은 15만 부였다. 이밖에 연중 독서운동 전개와 전국 공공도서관 및 중소서점을 대상으로 한 독서 프로그램 지원, 독서 아카데미 운영 등 독서 진흥 업무도 계속한다.

  • 문학·출판
  • 연합
  • 2010.02.04 23: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