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1-07 19:22 (Fri)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문학·출판

조선 시대 추노도 금했던 지역 있었다

일반 대중은 조선시대라고 하면 세종대왕과 영ㆍ정조 등 임금의 모습과 신하들, 그리고 양반들의 모습을 우선 연상하고, 그 뒤에 상민이나 노비의 모습을 떠올린다. 최근에는 드라마 '추노(推奴)' 등 영향으로 당시 노비들의 삶에도 대중의 관심이 모아졌다. 때마침 출간된 전형택 전남대 교수의 '조선 양반사회와 노비'(문현 펴냄)는 추노를 포함해 노비들의 삶을 전반적으로 재현한 책이다. 책은 먼저 양반들이 과거시험과 향청ㆍ서원 등을 기반으로 노비를 소유할 수 있었던 사회경제적 토대를 살피고, 노비들의 삶을 서술한다. 조선시대 노비는 흔히 떠올리듯 주인과 함께 사는 사노비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공노비(관노비)와 앙역노비(솔거노비), 외거노비, 관기 등이 있었으며 이들의 생활 모습도 다양했다. 공노비는 선상ㆍ입역제도를 통해 국가에 노동력을 징발당했다. 선상은 지방에 사는 이들이 서울로 올라와 일하는 것을 뜻하고, 입역은 가까운 곳에 사는 이들이 일하는 것을 말한다. 이들은 대개 가정이 있었고 이 때문에 국가는 이들 대신 집안일을 돌볼 사람인 봉족(奉足)을 지급했고, 잡역을 면제하고, 출산휴가를 실시하는 등 노비 가호의 재생산을 위한 정책을 폈다. 멀리서 선상하는 일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는, 당시 횡행하던 '선상대립' 곧 다른 사람을 고용해 대신 입역시키는 일을 전면 허용하기도 했다. 노비가 다른 사람을 고용했다는 데서 알 수 있듯 노비도 재산을 소유할 수 있었다. 조선 후기에는 토지뿐 아니라 다른 노비까지 거느린 노비가 등장하기도 했다. 조선 후기에는 1결(토지 등급에 따라 3천200~1만3천평) 이상의 토지를 소유한 노비가 5명이나 됐다는 조사 결과도 나온다. 저자는 당시 노비는 자기 자신이 남의 재산이었다는 점에서 이들 토지의 소유권에 한계가 있었지만, 이런 재산 소유 경향이 신분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조선 초기 창기(娼妓)로 불렸던 관기들도 노비였다. 이들은 서울에서는 궁중 연회를 위해, 지방에서는 사신 접대를 위해 설치됐다. 이들 중 일부는 면천(免賤)되기도 했지만, 대부분 면천은 관원이나 대신들이 이들을 첩으로 삼으려고 했던 데 따른 것이었다. 저자는 창기는 관비 가운데 충원하게 돼 있었기 때문에 이들을 별도의 천민신분 집단으로 보기보다는 공노비의 변형으로 보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조선후기에 많이 발생한 도망 노비에 대해서도 새로운 내용이 많이 실렸다. 노비의 도망이 심해졌던 것은 당시 노비들이 도망해서도 살 수 있는 새로운 일자리가 제공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도망한 노비들은 국가가 해당 지역 인구를 증가시킬 목적으로 추노를 금했던 섬이나 국방상 중요 지역으로 모여들었다. 노비의 도망이 늘자 양반들은 불법 추노를 자행했는데, 이 가운데는 옛날에 도망한 노비의 이름과 같은 사람의 자손을 자기 노비로 추쇄하거나, 자손이 없이 죽은 사람의 노비를 자기 노비로 추쇄하는 등의 방법이 쓰였다. 474쪽. 3만2천원.

  • 문학·출판
  • 연합
  • 2010.06.24 23:02

각국 우언의 특징.전래 과정 한눈에 본다

"한 도시에 두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한 사람은 부자였고 다른 한 사람은 가난했다. 부자는 많은 소와 양을 가지고 있었지만 가난한 사람은 품삯으로 얻어 기르는 암컷 새끼 양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중략) 손님이 그 부자의 집에 놀러 갔는데 부자는 자신의 소와 양을 손님에게 대접하기 아까워서 가난한 사람의 새끼 양을 빼앗아 손님에게 대접했다."(사무엘하 12장1-4절) "초나라의 어느 부자가 양 99마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100마리까지 채우고 싶었다. 어느 날 읍내 친구 집에 놀러 갔는데 친구의 이웃은 가난한 사람이었지만 양 한 마리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 부자는 그 가난한 이웃에게 찾아가서 말했다. '나에게는 양 99마리가 있는데 당신의 한 마리까지 가지게 되면 100마리가 될 것입니다.'"(금루자 '잡기'편)배경과 줄거리가 약간 다르긴 하지만 두 이야기는 사뭇 닮았다. 중국의 원로학자 천푸칭(陳蒲淸)은 성경의 '양을 빼앗아 간 부자' 이야기가 중국에 전래된 최초의 서양 이야기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실크로드의 대상들이 성경 이야기를 중국에 가져왔고 금루자(金樓子)를 쓴 위진남북조 시대 양원제 소역(蕭繹.508-554)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천푸칭의 저서 '세계의 우언(寓言)과 알레고리'(지식산업사 펴냄)가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이 책은 우언의 정의와 유형에 대해 살펴보고 세계 각국 우언의 특징과 전래 과정을 조명했다. 한국의 우언도 소개돼 있다. 두더지가 애지중지 키운 딸의 남편감으로 하늘, 구름 등 분에 넘치는 상대를 고르다가 결국에는 두더지가 최고의 사윗감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는 내용의 '두더지의 혼인'. 조선 중기 유몽인의 어유야담에 나오는 '두더지의 혼인'을 읽다 보면 인도의 '설화의 바다' 속 이야기 '은사가 쥐 양녀를 위해 사윗감을 고르다'와 똑 닮은 내용에 흠칫 놀라게 된다. 천푸칭은 '두더지의 혼인'이 인도의 '은사가 쥐 양녀를 위해 사윗감을 고르다'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고 설명한다. 불교가 동아시아에 전파되면서 한국과 중국, 일본이 모두 비슷한 변이 설화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또 한국의 가장 우수한 고전 우언 시인으로 정약용을 꼽았으며 우언 소설 중에는 '토끼전'을 가장 높게 평가했다. 책을 번역한 윤주필 단국대 교수는 저자가 최근 일부 수정 원고를 보내오긴 했지만 "이만한 범위의 세계 우언문학 개론이 저술된 예를 찾아보기 어렵고 세계 우언의 권역을 이론적으로 논의한 사례도 희귀하다"고 평가했다. 올해 74세의 노학자 천푸칭은 우언을 비롯해 고전 문학, 고금 한어, 방언 등을 연구해왔으며 '중국 고전우언 문학사' '중국 현대우언 문학사' '한국 고전우언 문학사' 등 50여종의 저서를 저술 또는 편찬했다. 712쪽. 3만8천원.

  • 문학·출판
  • 연합
  • 2010.06.22 23:02

'전북고교생백일장' 최유리(운문)·이기쁨(산문)양 장원

재단법인 목정문화재단(이사장 김광수)이 주최하고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 전북지회(회장 이동희)와 한국작가회의 전북지회(회장 이병천)가 공동주관한 '제14회 전북고교생백일장'이 지난 19일 국립전주박물관에서 개최됐다.15개교 200여명의 학생이 참가한 이번 대회 시제는 운문 '가족사진' '사춘기?' '버스정류장', 산문 '징검다리를 건너서' '4월에서 5월로' '이 아름다움을 어떻게 할까?'. 운문 장원은 최유리(덕암정보고3)의 '버스 정류장', 산문 장원은 이기쁨(전주여고1)의 '나를 변화시킨 다리'가 수상했다.운문 장원 최유리 양은 "대학에 진학해서도 글쓰기를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라며 "훌륭한 시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산문 장원 이기쁨 양은 "사실을 바탕으로 쓴 것이 장원의 영광을 안겨준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차상은 운문 최지윤(성심여고1) 황성하(성심여고1), 산문 양지현(전주예술고3) 한죽선(전주여고1), 차하는 운문 김다정(성심여고1) 박소영(호남제일고3) 김서원(호남제일고2) 김수정(성심여고1) 박가원(익산백제고3), 산문 김진은(기전여고3) 서국선(유일여고3) 이소연(성심여고1) 백수미(전주여고2) 이미영(전주중앙여고1)이 선정됐다. 우수학교상은 성심여고와 전주여고. 김남곤 심사위원장(목정문화재단 문학부문 전문위원)은 "예년에 비해 전체적인 수준은 높아졌다"면서도 "일부 자신의 감수성을 마치 타인의 감수성을 전달하는 것처럼 쓰거나 기본적인 문장을 만드는 실력이 부족한 점이 아쉬웠다"고 평했다.김광수 목정문화재단 이사장은 "문학에 소질있는 청소년들을 발굴하고 그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게 돼 기쁘다"며 "특히 올해는 회원들의 성향이나 단체의 이념이 다른 전북문협과 전북작가회의가 함께 진행해 더욱 의미있는 행사였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도휘정
  • 2010.06.22 23:02

자기계발서에 질린 독자, 인문학책 택하다

'시크릿', '마시멜로 이야기', '청소부 밥', '배려' 등을 비롯해 서점가를 수년간 장악하던 자기계발서 거품이 꺼지고 있다. 금융위기와 경제난 속 직장인의 필독서로 불리고, 어린이용 버전까지 내놓으며 인기몰이를 했던 자기계발서는 2008년 초를 정점으로 인기가 한풀 꺾이기 시작해 지난해도 뚜렷한 하강곡선을 보였고, 올 상반기 들어서는 더욱더 독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20일 교보문고가 내놓은 상반기 베스트셀러 분석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100위안에 든 자기계발서는 모두 12종. 2008년 상반기 21종, 지난해 상반기 17종에 이어 계속 감소 추세다. 인터넷서점 예스 24에서도 자기계발과 외국어 등 실용분야 도서들의 인기가 시들했다. 지난해 상반기 종합베스트셀러 100위 안에 17종이 포함됐던 자기 계발서는 올해는 8종으로 줄어들었다. 서점들은 자기계발서를 외면한 독자들의 눈길이 인문학 관련 책들로 옮겨갔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교보문고의 올해 상반기 인문학 분야 매출 신장률은 지난해 2.6%에서 올해는 12.7%로 크게 증가했다.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100위권에 오른 인문학 서적도 지난해에는 3종이었으나 올해 상반기는 하버드대 입학생들의 삶을 추적한 조지 베일런트 하버드대 의대교수의 저서 '행복의 조건'(35위), EBS 교양다큐 프로그램의 내용을 엮은 '지식 프라임'(44위),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의 '청춘의 독서'(56위), 정재승 KAIST 교수와 미학자 진중권 씨의 '크로스'(68위) 등 7종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아직은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47위), '그림으로 읽는 생생 심리학'(49위), '위험한 심리학'(55위) 등 자기계발서의 성격이 짙은 심리학책들이 인기를 끌었지만,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 같은 비교적 묵직한 주제의 인문학책들도 최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교보문고는 "인문학 강연 등 사회 전반에서 인문학을 배우려는 움직임이 늘면서 인문학 책들이 인기를 끈 것 같다"면서 소설 분야, 경제.경영 분야, 외국어 분야 등 여러 분야 가운데 자기계발서의 하락과 인문학의 상승이 가장 돋보이는 트렌드라고 분석했다. 자기계발서의 몰락과 인문학책의 분발에 대해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식 신자유주의적 자기계발서로는 한계가 많다는 것을 사람들이 깨닫게 된 것"이라면서 "근본적으로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과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기 위해 새로운 성찰이 필요했고 이에 인문학 서적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소장은 "아직은 변형된 자기계발서인 심리학 책들이 인문학 서적의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역사와 문화 등에서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치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문학·출판
  • 연합
  • 2010.06.21 23:02

"소설은 동시대의 기록"…소설가 김종광씨 최명희문학관 특강

"요즘 자꾸만 괴란쩍습니다. 선배들이 마흔을 앞두고 요란 방정 티내는 것 보면서, 저러지 말아야지 했는데, 역시 사람은 닥쳐봐야 아는 것 같아요. 마흔살이 4대강처럼 두려워져요. 일찍부터 소설가가 돼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소설쓰기가 먹고 사는 일 그 이상이 될 수 있기를 갈망합니다."19일 최명희문학관(관장 장성수)의 한국도서관협회 문학나눔사업추진반 모니터링 문학 활동 특강에 초대된 소설가 김종광(39)씨. 다소 어눌한듯 하지만 '허허실실 전법'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지난해 12월 펴낸 청소년소설 「착한 대화」, 올해 펴낸 장편소설 「군대 이야기」와 단편집 「처음의 아해들」까지 잇달아 발표한 신간을 두고 "몰아서 쓰기도 하고, 운이 좋은 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의 소설은 우리 사회 각 분야의 병폐를 우회적으로 비판한다. 상류 계층의 허위와 위선, 권위주의와 소비주의 문화, 무식한 대학생들과 방황하는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대상은 각양각색. 그는 "소설의 운명은 동시대에 대한 기록"이라고 했다. 가난한 삶의 모습을 담되 비판정신이 살아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그는 네번째 장편소설 「첫경험」을 소개했다. 주인공 곰탱은 청춘대학 문학과에 입학해 집회를 기웃거리다 군입대와 함께 전경에 차출, 민자당사 경비를 선다. 이도 저도 아니게 어정쩡하게 사는 청춘들이 배운 것은 자신에 대한 모멸과 권태, 무력감. 이어 그는 책읽기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가장 좋은 문장을 배우고 서사를 익히는 것은 책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오늘은 한국문학, 내일은 세계문학, 다음날은 미학 오딧세이 등 삼일 단위로 다양한 책을 접하면 좋겠다는 게 저의 소박한(?) 바람입니다.(웃음)."그는 앞으로 웃기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 했다."위로 받아서 웃고, 짠해서 웃고, 기가 막혀 웃고, 분해서 웃고, 깨쳐서 웃는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가진 자들의 체제에 대해 날이 바짝 서 있으면서도 울음보다 강한 웃음기를 머금은 그런 웃기는 소설이요."김종광다웠다. 그는 앞으로 가수의 삶을 다룬 장편소설 출간에 이어 하반기부터 인터넷에 또 다른 장편도 연재할 계획이다. 충남 보령 출생인 그는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계간 「문학동네」(1998) 와 중앙일보 신춘문예 희곡(2000)으로 등단했으며, 신동엽창작상, 제비꽃서민소설상 수상한 바 있다.

  • 문학·출판
  • 이화정
  • 2010.06.21 23:02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 로마의 축제들 = 오비디우스 지음. 그리스 라틴 문학 번역의 권위자인 천병희 단국대 명예교수(71)가 2005년 내놓은 완역본의 개정판이다. '변신의 이야기'의 작가로 유명한 오비디우스(기원전 43년~기원후 17년 또는 18년)는 이 책에서 로마 축제의 여러 의식과 기원, 별자리에 얽힌 신화와 전설을 들려준다. 이 책은 원래 축제를 월별로 한 권씩 정리, 총 12권으로 구상됐지만 완성되지 않았으며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것은 1월부터 6월까지 6권뿐이다. 그리스 신화와 전설은 물론 일반인에게 다소 생소한 로마인의 종교의식과 생활상까지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로마인들은 오비디우스가 살았던 시대에는 1년에 56일을, 5현제 시대에는 120일을, 서로마제국이 멸망하는 5세기경에는 무려 175일을 축제로 즐겼다. 그리스 라틴 문학의 원전 번역에 매진해온 천 명예교수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오뒷세이아',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등을 원전 번역했으며 주요 저서로는 '그리스 비극의 이해'가 있다. 숲 펴냄. 400쪽. 2만4천원.▲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 김선주 전 한겨레 논설주간의 에세이. 지난 20년간 한겨레신문, 씨네 21, 한겨레 21 등에 실린 칼럼 102편을 한데 묶었다. 정치, 경제, 남북관계를 비롯해 여성, 노년, 사람답게 사는 삶, 자신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던 사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 잘 사는 것인가'라는 문제에 천착해온 저자는 학벌 좋은 사람보다는 열심히 일하는 고졸 생산직 노동자가 대접받는 세상을 옹호하고 학교와 가정, 강대국의 폭력 메커니즘이 너무 똑같은 것을 성토한다. 한겨레출판 펴냄. 380쪽. 1만4천원.▲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 고려대 명예교수 최장집 지음. 2005년 9월 개정판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개정판이다.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대중적 이해 증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 책은 2002년 11월 초판을 낸 이후 지금까지 8년간 23쇄를 출간했을 정도로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책이다. 저자는 "민주화 이전에 가졌던 민주주의에 대한 좁은 관점으로는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제대로 실천하기는커녕 이해하기도 어렵다"며 민주주의를 이해하는 방법이 변하지 않고는 현실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두 번째 개정판을 낸 이유는 단기적인 정세 변화에 대한 분석을 줄이는 대신 한국 정치의 변하지 않는 특징을 일반화해 더는 개정하지 않아도 되는 책을 내기 위함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후마니타스. 300쪽. 1만5천원.▲ 겁 없이 꿈꾸고 거침없이 도전하라 = 한국 심판으로는 최연소로 국제축구연맹(FIFA) 심판 자격을 얻었던 여자 축구심판 홍은아(30) 씨의 에세이. 인형보다 공을 더 좋아하며 체육선생님을 꿈꿨던 어린 시절부터 여자축구 심판의 꿈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을 들려준다. 잉글랜드에서 유학생활을 하며 느낀 축구 종주국의 남다른 축구문화와 프리미어리그 한국 선수들의 인간미 넘치는 모습도 생생하게 담겨있다. 라이프맵 펴냄. 256쪽. 1만2천원. ▲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 최만립 전 대한올림픽위원회(KOC) 부위원장이 한국의 스포츠 외교 30년사를 정리한 책이다. 88서울올림픽이 1979년 9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치 계획 승인으로 시작된 것 등 86아시안게임, 88서울올림픽, 2002 한일월드컵의 유치 성공과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실패에 얽힌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2002 한일월드컵 유치의 초석이 된 정몽준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선거 비화도 실려 있다. 생각의 나무 펴냄. 404쪽. 3만원.▲ 하늘을 나는 스튜어디스의 해피 플라이트 = 이향정 지음. 대한항공에서 18년 동안 스튜어디스로 일하고 국내 최초로 스튜어디스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가 스튜어디스 지망생들을 위해 쓴 책이다. 현장 용어 설명은 물론 비행 탑승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승무원 세계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준다. 특히 스튜어디스 시험의 가장 큰 난제인 면접 요령과 이미지메이킹, 스피치 전략을 상세하게 알려준다. 열음사 펴냄. 208쪽. 1만1천원.

  • 문학·출판
  • 연합
  • 2010.06.18 23:02

고통스런 삶 속 웃음으로 '희망' 찾아

'승용차, 편의점 돌진 종업원 1명 숨져' '경찰서 화장실서 60대 민원인 음독 사망' '20대 남자, 1원짜리 동전 199개를 달라며 소란 피우다 30만 원 벌금' '술 취한 오토바이, 편의점 돌진 종업원 1명 숨져'소설가 이명랑(37) 씨의 신작 소설집 '어느 휴양지에서'(문학에디션 뿔)의 첫 단편 '끝없는 이야기'에 등장하는 한 가족의 비극이다. 각종 사건ㆍ사고 소식에서 흔히 접하는, 뉴스에서도 크게 다뤄지지 않는 일들이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세상이 무너지는 고통일 수밖에 없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없이 이어진 일가족의 비극적인 사연이라면 더욱 속이 쓰리다. 딸은 오빠의 야식집 계약금 때문에 대학 등록금을 날리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다 차에 치여 죽는다. 엄마는 돈만 있었어도 딸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고 자책하다 보험금이라도 남기겠다며 농약을 마신다. 엄마와 동생을 잃고 남은 은행 잔고 199원을 보며 분개하던 오빠까지 오토바이 사고로 변을 당한다. 세상 어딘가에 있을 수 있지만 외면하고 싶은 현실이다. 그러나 작가는 이러한 비극 속에서도 웃음을 놓치지 않는다. 단편 8편에 펼쳐지는 악몽 같은 현실은 끔찍하지만 웃음이 나오고 유쾌하면서도 가슴이 아린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이야기에서 한줄기 희망의 빛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웃음의 힘이다. 표제작 '어느 휴양지에서'의 주인공은 어느 날 갑자기 날아든 입영 영장을 받고 졸지에 병역 기피 혐의자가 될 위기에 처한다. 군 복무 기록이 없다는 병무청 직원의 말에 그의 얼굴에서는 웃음기가 사라진다. 그는 군 복무의 증거를 찾아 헤매지만 이혼한 전 아내에게서도, 사고로 죽은 후임병에게서도 증거를 찾지 못하고 혼돈에 빠진다. 문학평론가 방민호 서울대 교수는 해설에서 "이명랑은 지극히 훌륭한 익살꾼, 이야기꾼의 솜씨로 배를 잡고 웃으면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희비극의 장으로 우리를 초대한다"며 "생활 속에서 삶과 죽음의 의미를 엿보게 하는 능력을 지닌 작가"라고 말했다. 276쪽. 1만1천원.

  • 문학·출판
  • 연합
  • 2010.06.18 23:02

1936년 광화문에도 붉은악마 있었다

1936년 8월 9일 일요일 밤. 광화문 139번지 동아일보 사옥 주변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동아일보 사옥 밖에 내놓은 라디오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중계방송을 듣기 위해서였다. 밤 11시2분 라디오 스피커에서 '탕'하는 출발 총소리가 들리자 사람들은 "와!" 하는 함성과 함께 "손기정!" "남승용!"을 외쳤다. 자정 무렵 선수들이 17km 지점을 지날 때 중계방송은 중단됐다. 하지만 현지와의 전화 연결을 통해 손 선수가 1위로 달리고 있다는 소식이 날아들자 사람들은 손뼉을 치며 흥분했다. 새벽 2시께 동아일보 사옥 2층 창을 통해 여자 아나운서가 손 선수의 우승 소식을 전하자 광화문은 함성으로 떠나갈 듯했다. 이날 아침 각 신문은 일제히 호외를 발행했고 신문 지면은 손 선수와 동메달을 딴 남승용 선수 사진으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기업들도 이런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손기정 신드롬'을 광고 등 돈벌이 수단으로 적극 활용했다. 천정환 성균관대 국문과 부교수가 쓴 '조선의 사나이거든 풋뽈을 차라'에 나오는 내용이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봤던 장면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4강 신화를 쓴 2002한일월드컵 때도 광화문과 인근 서울광장은 축구대표팀을 응원하는 붉은 악마들로 가득찼다. 신문들은 연일 월드컵 기사를 쏟아냈고 기업들도 온통 월드컵 응원 광고에 매달렸다. 최근 열기를 더해가는 남아공 월드컵도 마찬가지. 저자는 이 책에서 스포츠와 국가, 스포츠와 민족을 동일시하는 스포츠 민족주의가 한국에서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추적한다. 이 책의 제목 '조선의 사나이거든 풋뽈을 차라'는 1920년 월간지 '개벽'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축구를 하면 다리가 길어지고 튼튼해져서 민족적인 신체 결함을 고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저자는 일제 치하 일본인들의 근거 없는 차별과 멸시 속에서 '민족 신드롬'이 일어났고 여기에 1926년 순종의 인산일(因山日.출상일)과 1936년 손기정 선수의 마라톤 우승을 계기로 상업 미디어, 자본의 힘이 결합하면서 스포츠 민족주의가 형성됐다고 말한다. 이 책은 2005년 출간된 '끝나지 않은 신드롬'에서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고 필요한 내용을 추가한 개정판이다. 월드컵 열기를 잠시 식히고 차분하게 읽어볼 만하다. 푸른역사 펴냄. 420쪽. 1만6천원.

  • 문학·출판
  • 연합
  • 2010.06.18 23:02

힘겨운 삶에서 발견하는 한줄기 희망

"내일은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내일은 질퍽하지 않을 것이다/처마에서 떨어지는 빗물은 따끔거리지만 수면 위의 꽃을 둥글게 피운다"('내일은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중) 2000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등단한 이기인 시인이 5년 만에 시집 '어깨 위로 떨어지는 편지'(창비)를 펴냈다. 과일장수, 청소부, 철거민, 공사장 인부, 외국인 노동자 등 현실의 무게에 짓눌린 사람들의 고달픈 삶을 그린 시 70여 편을 실었다. 첫 시집 '알쏭달쏭 소녀백과사전'에서 도발적인 언어로 소외된 자들의 분노와 절망을 표현했던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사회적 약자의 힘겨운 일상을 소박하고 담담하게 그려낸다. "졸린 눈으로 한숨을 쉬는 시래기가 벽에 걸려 있다/그의 영혼은 일을 하러 나갔다 저녁 늦게 집으로 돌아오기도 한다/그의 등뼈는 집으로 돌아와 시름시름 아프다고 말하지 않는다/(중략)/그의 어깨를 붙잡아서 깨우고 싶은 바람이 오늘은 외치듯이 온다/한시름을 놓은 주름살이 허름한 살림을 본다/지친 날개를 한 묶음 껴안은 가슴이 파닥거리고 싶다"('시래기' 중) 현실은 여전히 가난하고 고통스럽지만 시인은 그 속에서도 한 가닥의 희망과 삶의 의지를 찾으려 한다. "콜록콜록 돌 깎는 사람이 오래된 기침을 하면서 한 반의 아이들에게 오래된 천식을 가르친다/오래 입은 옷이 해지는 것을 가르치고 그 옷을 기워입는 것을 가르친다//작은 돌에서 더 조그맣게 떨어져나온 돌을 오래오래 보는 눈빛을 가르친다/아픈 몸을 끌고 가면서도 가끔은 되돌아보는 눈빛을 가르친다"('돌 깎는 사람' 중)문학평론가 송종원 씨는 "이기인은 세계의 뿌리와 꽃으로서 존중받아야 마땅함에도 소외된 삶을 사는 사람들의 자리에 몸을 두고 그들의 삶에 깃든 슬픔의 넝쿨들을 시로 적는다"며 "그리고 그들이 삶의 바닥으로부터 뽑아 올리는 한 줄기 빛과 희망에 대해서도 적는다"고 말했다. 148쪽. 7천원.

  • 문학·출판
  • 연합
  • 2010.06.17 23:02

히말라야 성자들을 찾아 진리를 구하다

인도의 요가수행자이자 박애주의자였던 스와미 라마(1925-1996)는 어려서부터 히말라야의 동굴에서 수행하고 인도와 티베트 곳곳의 스승들을 찾아다니며 진리를 구했다. 그는 서른살 전에 힌두교 최고 승직인 카르비르피담 교구의 샹카라차리야로 임명됐지만 자리를 박차고 다시 스승을 찾아다녔다. 그는 1971년에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히말라야학회를 설립해 동서양 문명의 가교역할도 해 지금까지도 그의 가르침을 받드는 제자들이 많다. 스와미 라마가 쓴 책 '히말라야 성자들의 삶'은 화엄경의 선재동자가 기나긴 구도의 여행에서 여러 스승을 만나던 모습처럼 다채롭고 흥미진진하다. 여행에서 그가 깨달은 진리들은 힌두교나 불교 등 여러 종교의 가르침을 관통한다. 그는 히말라야 설산의 계곡과 인도 평원에서 잠을 전혀 자지 않거나 사람의 마음을 읽고 유체이탈을 하며 시공간을 주무르는 기인들을 만났다. 또 출가자가 된 왕자, 기독교 성자, 깨달음을 얻은 창녀, 살인자, 구루인척 하는 사기꾼도 봤다. 그는 이 모든 인물을 통해 집착과 두려움, 무지와 외로움의 정체를 생각하고 꾸준한 수행의 필요성, 탄생과 죽음의 신비, 인류애와 진정한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가운데 외로움에 대해서는 열여섯 살 때 만난 한 스승의 일화를 소개했다. 인도 지방군주의 면담요청을 마다한 스승은 "나는 내 속에 있는 친구들과 함께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데 그 사람들을 만날 필요가 있겠느냐? 그들은 세속적인 것을 바라고 왔을 뿐 참된 구도자가 아니다"라고 일갈한다. 그리고 거듭된 면담 요청을 받아들인 스승은 "선생님, 외로워 보이시는군요"라는 질문에 "그렇다오. 당신이 왔으니까 말이오. 당신이 오기 전까지 나는 내 속에 있는 벗과 즐겁게 지내고 있었다오. 그런데 당신이 오니 외로워지는군"이라고 답한다. 스와미 라마는 이런 일화를 전하면서 "나는 외롭지 않다. 외로운 사람은 자신 속에 내재해 있는 완전한 충만함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이다. '참 자기'를 자각하지 못하고 바깥세계의 사물이나 사람에 의존할 때 당신은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라는 가르침을 전한다. "우리는 자신 속의 진아(眞我)를 잊고 있다. 외적인 관계에 의지하는 것은 무지의 소치이며 그것은 반드시 극복되어야 한다. 관계와 삶은 동의어이자 뗄 수 없는 것이다. 내면의 벗을 발견한 사람은 모든 사람을 사랑하지만 남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에게는 외로움이 없다. 외로움은 병이다."아힘신. 박광수ㆍ박재원 옮김. 532쪽. 1만9천800원.

  • 문학·출판
  • 연합
  • 2010.06.16 23:02

'휴머니스트를..' 세계 석학 27명과 데이트

노벨상문학상 수상자인 나딘 고디머, 월레 소잉카, 아인슈타인 이후 최고의 물리학자로 불리는 일리야 프리고진, '문명의 충돌'로 유명한 새뮤얼 헌팅턴 등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면..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책에서는 가능하다. '휴머니스트를 위하여'(사계절 펴냄)는 세계 지성 27명과의 인터뷰를 엮은 대담집이다. 저자인 콘스탄틴 폰 바를뢰벤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 과학분과 위원은 문학, 종교, 인류학, 자연과학, 음악, 미술 등의 분야에서 20세기에 깊은 족적을 남긴 석학 27명을 직접 찾아가 문명의 공존과 충돌, 과학기술의 가능성과 한계 등에 대한 이들의 의견을 들었다. 저자는 장장 8년에 걸쳐 이들을 만났다. 27명 중에는 프리고진을 비롯해 인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랑스의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지휘자 예후디 메뉴인처럼 이미 고인(故人)이 된 이들도 적지 않다. 572쪽에 달하는 두꺼운 분량이지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마치 독자가 석학들을 직접 인터뷰하는 것 같은 생생함과 지적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서 '슬픈 열대'로 유명한 레비스트로스는 문화간 진정한 대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문화 간의 대화는 예전부터 줄곧 존재했습니다. 문화권들은 언제나 뭔가를 교환하며 교류했습니다"라면서 그러나 전자 미디어, 인터넷 등은 문화 간의 대화에는 오히려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사후 세계에 대해서는 "솔직히 말해서 내가 한 줌의 재로 변할 거라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내가 한 줌의 재로 사라질 거라는 생각 때문에 불안하지는 않습니다"라고 답했다. 헌팅턴은 여러 문명 가운데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서구 세계에 대해 "서구 세계가 앞으로도 지배적인 위치를 유지할 겁니다"라면서 중국과 이슬람권이 서구와 경쟁할 만한 두 문명권으로 부상하겠지만 서구 세계를 밀어낼 정도는 아니고 도전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고디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백인 유대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묻는 질문에 "누구도 자신의 뿌리가 뭔지 드러내고 자랑할 것도 아니지만 부인할 것도 없습니다"라면서 "우리는 그저 다 같은 인간일 뿐입니다"라고 현답을 내놓는다. 이 책은 27명의 석학들의 다양한 관점을 담고 있지만 세계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대화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저자는 후기에서 "그들에게서 우리가 얻은 결론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대화'"라면서 대화의 역할은 개인적인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국제정치와 경제에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강주헌 옮김. 2만9천800원.

  • 문학·출판
  • 연합
  • 2010.06.15 23:02

전자책 바람 분다…교보 판매량 급증

서점가에 전자책 바람이 불고 있다. 교보문고는 14일 '상반기 도서판매 동향 및 베스트셀러 분석' 자료를 내고 올해 1월1일부터 6월13일까지 전자책 판매량이 작년 동기보다 80.5% 급증했다고 밝혔다. 전자책 베스트셀러 1위는 권비영의 역사소설 '덕혜옹주'가 차지했으며 이어 이새인의 소설 '개인의 취향',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의 성공 비결을 담은 '워렌 버핏' 등 순이었다. 종이책 구매자의 61.7%가 여성인 반면 전자책 구매자는 남성이 59.8%를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상반기 22.7%에 그쳤던 여성 구매자가 올 상반기에는 40.2%로 증가, 전자책에 대한 여성 독자들의 관심도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교보문고는 분석했다. 전자책의 연령대별 구매자는 20대가 40.3%로 가장 많았고 30대 27.1%, 40대 20.8%, 50대 8.3% 등 순이었다. 한편, 교보문고의 상반기 전체 매출 증가율은 7%로, 개보수에 들어간 광화문점을 제외한 오프라인 매장은 12.9%, 인터넷서점은 18% 각각 매출이 늘었다. 교보문고의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1위는 역시 '덕혜옹주'가 차지했다. 법정 스님의 에세이는 '아름다운 마무리'(2위)를 비롯해 '일기일회'(5위), '한 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7위), '무소유'(10위),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11위), '맑고 향기롭게'(17위), '인연이야기'(18위) 등 무려 7권이나 20위권에 들었다. 종합 베스트셀러 3위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 1권이었다. 이밖에 오츠 슈이치의 에세이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4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파라다이스' 1권(6위),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8위),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9위) 등도 인기를 끌었다. 분야별로는 종합 베스트셀러 100위권 중 에세이가 27종으로 가장 많았고 인문 분야도 지난해 상반기보다 4종이 많은 7종이 순위에 올랐다. 반면 자기계발과 경제경영 분야의 인기는 주춤했다고 교보문고는 전했다. 또 최근 3년간 연령대별 구매비율을 분석한 결과, 20-30대 독자는 줄고 40대 이상 독자는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인터넷, 스마트폰 등 새로운 기기의 등장이 젊은 층의 독서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교보문고는 분석했다.

  • 문학·출판
  • 연합
  • 2010.06.15 23:02

"등단 50주년…문학은 나의 외로움 달래는 치유였다"

"'마사지'라고 그러대요. 이희중씨가 끄집어낸 이야기인데, 80년대 초 내 시를 처음으로 봤는데, 참 좋았대요. 그런데 서정시를 읽는 시대가 아니었다는 거죠. 남 앞에서 나는 이 사람의 시를 좋아한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던, 상당히 무자비하고 살벌한 시대였기 때문에 지하로 들어가 눈빛으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하조직이라고…. 어떤 면에서는 내가 고국이 돌아가는 것에 대해서 무감각했었고, 이해하지 못했었고, 어떻게 보면 몰염치한 문인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미국에서 의사로 살며 모국어로 시를 써 온 마종기 시인(71)은 '마종기의 시를 사랑하는 지하조직'의 성원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하지만 보스를 향한 조직원들의 추종은 절대적이어서 지난달에는 시인의 등단 50주년을 축하하는 자리가 서울 대학로 한 소극장에서 마련됐다.지난 12일과 13일 전라북도로의 여행 역시 순전히 '마사지' 조직원들 덕분이었다. 정읍 산외에 사는 이희중 시인(전주대 교수)의 집에서 하룻밤 묵고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을 만나기 위해 전주에 온 참이었다. 물론, 권혁웅 이병률 나희덕 시인과 김수이 문학평론가 등 '마사지' 조직원들과의 동행이었다."전주는 5년 전에도 오고, 7년 전에도 한 번 왔었어요. 오밀조밀 예쁘고, 한국 전통의 옛 모습이 살아있어 좋아요. 올 때마다 콩나물국밥이 너무나 맛있어요. 권혁웅 시인 같은 경우는 자기는 술 먹고 콩나물국밥이 생각나면 2시간, 2시간 반 만에 전주에 내려오면 되는데, 그런 면에서 선생님은 불행하십니다 라고 말하더군요. 공감이 됐어요."마종기 시인은 1959년 「현대문학」에 '해부학교실' 등을 발표하며 등단했으며 연세대 의과대학 1학년 때 첫 시집 「조용한 개선」을 출간했다. 하지만 1965년 군의관으로 복무하던 시절 한일회담 반대성명에 참여했다가 이듬해 6월 도망치듯 미국으로 떠났다. 그의 아버지 아동문학가 마해송 선생(1905∼1966)은 "갔다와서 만나자"며 떠나는 아들의 절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으로 떠난 지 다섯달 만에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고, 돈도 휴가도 없던 젊은 의사는 임종도 못하고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하는 불효를 저지르고 말았다.가난하지만 부끄럽지 않게, 당신이 좋아하는 동화를 쓰고 살았던 아버지. 착하게 살아야 하고 신세를 지면 갚아야 하는, 아주 자잘한 아버지의 인생관은 아들의 삶을 이끌었다. 그는 "내 시가 나쁘다 좋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하지 않으셨지만, 내 인생에 아버지는 가장 큰 분으로 평생의 선생님"이라고 말했다."중·고등학교 때 같이 문예반 활동을 했던 황동규 시인은 목숨을 내놓고 문학을 하겠다고 했지만, 나는 그러질 못했어요. 내가 의학을 하지 않고, 외국에 살지 않고, 또 시를 쓰지 않았다면…. 내가 감상적이고 외로움을 많이 타는 편인데, 돌이켜 보면 외국에서 의사생활을 하기 위해 시를 쓴 것 같아요. 말하자면 상호작용인 거죠."그는 "아무리 볼품없는 시일지라도 외국에서 평생의 대부분을 살고, 외국어를 일상어로 쓰면서 모국어로 수백편의 시를 써왔다면, 그 인간의 가슴 어느 곳에 몇 개의 상처가 없을 수 없을 것"이라며 "문학이 나에게는 위로였으며, 치유였다"고 말했다.지난달 펴낸 시집 「하늘의 맨살」(문학과지성사)은 4년 동안 쓴 시를 모은 것. 시 몇 편이 마음에 맞지 않아 50년 시력의 그에게 열등감 같은 이상한 감정을 안겨준 시집이기도 하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시작 에세이 「당신을 부르며 살았다」(비채)는 '낳지도 않고, 평생의 절반도 살지 않은, 그러나 언제나 내 삶의 중심에서 나를 지탱해준 조국'에 바치는 책이다. 그동안 쓴 수많은 시들 중 50편을 골라 그와 관련된 이야기나 분위기에 대한 글을 함께 적었다. 오랜 전 쓴 시들이 왠지 안쓰러워 이유를 알 수 없는 얇은 슬픔이 시인을 감싸오기도 했다.그 누구도 아닌, 외로웠던 나 자신을 위해 써온 시들. 그의 진심은 "내 시가 한국의 문학사에 남기보다는 내 시를 읽어준 그 사람의 가슴에 남아주"는 것이었다.

  • 문학·출판
  • 도휘정
  • 2010.06.15 23:02

전자책 바람 분다…교보 판매량 급증

서점가에 전자책 바람이 불고 있다. 교보문고는 14일 '상반기 도서판매 동향 및 베스트셀러 분석' 자료를 내고 올해 1월1일부터 6월13일까지 전자책 판매량이 작년 동기보다 80.5% 급증했다고 밝혔다. 전자책 베스트셀러 1위는 권비영의 역사소설 '덕혜옹주'가 차지했으며 이어 이새인의 소설 '개인의 취향',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의 성공 비결을 담은 '워렌 버핏' 등 순이었다. 종이책 구매자의 61.7%가 여성인 반면 전자책 구매자는 남성이 59.8%를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상반기 22.7%에 그쳤던 여성 구매자가 올 상반기에는 40.2%로 증가, 전자책에 대한 여성 독자들의 관심도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교보문고는 분석했다. 전자책의 연령대별 구매자는 20대가 40.3%로 가장 많았고 30대 27.1%, 40대 20.8%, 50대 8.3% 등 순이었다. 한편, 교보문고의 상반기 전체 매출 증가율은 7%로, 개보수에 들어간 광화문점을 제외한 오프라인 매장은 12.9%, 인터넷서점은 18% 각각 매출이 늘었다. 교보문고의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1위는 역시 '덕혜옹주'가 차지했다. 법정 스님의 에세이는 '아름다운 마무리'(2위)를 비롯해 '일기일회'(5위), '한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7위), '무소유'(10위),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11위), '맑고 향기롭게'(17위), '인연이야기'(18위) 등 무려 7권이나 20위권에들었다. 종합 베스트셀러 3위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 1권이었다. 이밖에 오츠 슈이치의 에세이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4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파라다이스' 1권(6위),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8위),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9위) 등도 인기를 끌었다. 분야별로는 종합 베스트셀러 100위권 중 에세이가 27종으로 가장 많았고 인문분야도 지난해 상반기보다 4종이 많은 7종이 순위에 올랐다. 반면 자기계발과 경제경영 분야의 인기는 주춤했다고 교보문고는 전했다. 또 최근 3년간 연령대별 구매비율을 분석한 결과, 20-30대 독자는 줄고 40대 이상 독자는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인터넷, 스마트폰 등 새로운 기기의 등장이 젊은 층의 독서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교보문고는 분석했다.

  • 문학·출판
  • 연합
  • 2010.06.14 23:02

[오항녕의 인문학 에세이] 죽음을 농하는 자, 죽음에 이르리라

사이렌이 울린다. 그 소리가 낯설다. 무덤덤해진 신경을 깨운다. 한 켠으로 밀려나 있던 감각을 동원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무슨 소리지? 10시! 아, 현충일이지…." 읽던 책을 덮고 잠시 소리가 그칠 때까지 사이렌의 취지에 동참해본다. 그 동참이 그리 어색하지 않은 걸 보면, 나도 이제 나이가 먹어가긴 가나보다. 죽음이 어떤 모습이었든 간에 애도에 동참한다는 것은 인격이 성숙되었든지 죽을 때가 가까워졌든지 둘 중 하나일 텐데, 애당초 성숙하고는 거리가 먼 까닭에 드는 생각이다. 이때 문득 천안함 사태로 죽은 젊은 영혼들과 함께, 며칠 전에 보았던 글이 떠올랐다. 먼저 글에 대해.▲ 죽으려고 기를 썼던 사람들18세기 중반 위백규(魏伯珪)란 학자가 썼는데, 오씨(吳氏)라는 '열녀(烈女)'를 표창하라고 중앙 조정에 올린 글이었다. 강진현(康津縣)에 살던 오씨는 장씨(張氏) 집안에 시집을 와서 남편이 죽자 열 달 동안 음식을 먹지 않고 자신의 남편을 따라 죽었다고 한다. 남편은 원래 기이한 질병을 앓고 있었는데, 혼인하던 날 저녁에 재발하여 쓰러졌고, 며칠 뒤에 숨을 거두었다.오씨는 충격으로 기절했지만 곧 회복되었다. 그러나 마실 것도 입에 대지 않았다. 염습이 끝나고 나서, 두 노인을 생각해서 목숨을 보존하라는 시부모의 간청에 오씨는 쌀죽을 가져오게 하여 먹었는데, 세 끼 먹은 것을 모두 합해도 한 움큼도 되지 않았다. 친정에 돌아와서도 음식 먹기를 거부하자, 친정 부모는 자신들이 곡기를 끊는 방법을 써가면서까지 딸에게 음식을 권했다. 이러기를 여러 차례, 가매장한 남편의 장례를 치를 때가 되어 시가로 가는 도중에도 기진하여 쓰러질 상황이 되자 아버지의 권유로 곶감 한 쪽을 삼켰을 뿐이었다. 남편이 죽은 지 1년이 될 무렵엔 얼굴에 핏기가 다하고 피부가 야위었으며 머리카락이 썩어 빠져 남은 것이 없었다. 마침내 〈영결장(永訣狀)〉을 지은 뒤 한바탕 통곡하고는 이내 숨을 거두었다.이 열녀를 표창하자고 건의했던 위백규는 또 다른 열녀 최씨의 표창도 건의했는데, 최씨 역시 남편이 죽자 무명을 찢어서 새끼줄을 만들어 자신의 목에 묶어 자결했다. 죽을 때의 상황도 아주 상세히 묘사했는데, 최씨는 삼베줄을 새끼줄 끝에 이어서 관 밑으로 두르고는 손으로 잡아당겨 단정히 관 옆에 앉아서 세상을 떴는데, 어찌나 꽉 잡았던지 죽은 뒤에 시신을 발견한 사람들이 손에서 줄을 뺄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 죽음을 기렸던 몇 가지 눈들오씨와 최씨를 소개했던 위백규는 「맹자」, 「예기」, 「시경」, 「논어」 등 권위 있는 '고전'을 근거로 이들의 죽음에 정당성을 부여했을 뿐 아니라, '만고(萬古)에 한 번 있을 죽음'이라고 평가했다. 흔히 이 시기에 가부장적 이데올로기가 강화되면서 나타난 '열녀 만들기'라고 이런 현상을 해석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보다 앞선 16세기 중반의 이문건(李文健)이란 학자가 쓴 「양아록(養兒錄)」을 보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손녀인 숙희 모녀가 할머니를 정성스럽게 간호했다. 그러나 할머니는 다시 병석에 누웠다. 그러자 숙희는 또 할머니의 변을 먹고 자신의 다리 살을 도려내 할머니에게 먹였다. 그러나 도려낸 곳에는 좀처럼 새살이 돋아나지 않았고, 변의 독이 온몸에 퍼져 숙희는 심하게 앓았다. 이문건은 깜짝 놀랐다. 그리고 그는 '손녀의 효심이 기특하기만 했다.' 어떻게 저런 '엽기적인 손녀'의 효심이 기특했을까?임진왜란 당시 의병 활동을 한 정경운(鄭慶雲)이 남긴 「고대일록(孤臺日錄)」의 기록도 만만치 않다. 정경운은 정유재란 때 딸을 잃었는데, 조카가 산에서 딸 정아(貞兒)의 시신을 찾았다고 한다. 목이 반 이상 잘린 채로 바위 사이에 넘어져 있었는데 차고 있던 칼과 손이 모두 평소대로였다. 정경운은 왜적들이 몹쓸 짓을 한다는 말을 듣고 딸에게 자신이 찼던 칼을 주면서 '만약 불행한 일을 만나면 절대 왜적의 뜻에 따르지 말라'고 일렀던 적이 있었다.정경운은 딸의 죽음을 놓고 이렇게 썼다.'드디어 흉악한 왜적을 만나자 당당하게 겁도 없이 왜적을 나무라면서 생(生)을 버리고 절개를 온전히 하였으니, 곧구나, 내 딸이여. 그 이름(貞兒! 바른 아이!)에 부끄럽지 않다. 오호라, 네가 생을 버리고 의를 취한 것은 잘하기는 잘한 일이지만, 내가 딸의 목숨도 구하지 못해 흉적의 칼 아래 운명케 하였구나. 손을 붙들고 피난하여 시작과 끝을 함께 하고자 하였는데. 훗날 구천(九泉)에서 손을 잡고 다시 만날 때, 내 진실로 너만 못하니 무슨 낯으로 너를 위로하겠느냐? 너의 높은 절개는 내가 전(傳)을 지어 그 뜻을 기록할 것이다.'▲ 과장된 추모, 그리고 해석의 유보지금 우리는 열녀나 효자 만들기가 비인간적이라고 비난하거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폄하하려고 위의 사례를 살펴본 것이 아니다.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잘 모르겠다. 나로 말하자면, 위의 사례를 비인간적으로 보기보다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쪽이다. 열녀 만들기를 놓고, 통상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을 남성에게 성적으로 종속시키는 권력의 작동이자 장치라고 해석하는데, 역시 모르겠다.첩(妾)을 두는 일이라면 몰라도, 죽은 뒤에 열녀(烈女·죽음으로 절개를 지킨 여자)나 절부(節婦·남편이 죽은 뒤에 수절한 여자)가 남성중심의 성적 욕망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성적 욕망은 구체적 효과가 없으면 작동하지 않는다. '성적 욕망'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적어도 텔레비전에서 묘사되는 성적 욕망 같은 거라면, 그러니까 축첩의 동기로 곧잘 이해되는 그런 성적 욕망 같은 거라면 열녀 만들기를 설명하는 데는 미흡하다. 물론 흔히 이해하듯이 축첩이라는 것도 많은 남성들이 부러워하듯 그렇게 성적 욕망의 충족이라는 이유로 설명되지 않는다. 사실 이런 해석은 오히려 현재 한국 남성들이 여성과의 '성적 관계'를 어떤 수준에서 이해하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좋은 지표라는 점이 오히려 흥미롭다.또한 살아서 절개를 지키는 여성을 기리는 절부 이데올로기는 노동력의 확보라는 점에서 경제논리로 설명할 수도 있지만, 열녀는 그렇지도 않다. 열녀 만들기는 경제적 가치가 없는 것이다. 열녀의 남편 가문이나 친정의 사회적 위신(威信)이 중요했으리라는 추정은 의미가 있다. 윤리는 생물학적, 경제학적 근거만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에서 만들어지기도 하는 것이므로. 열녀 만들기를 설명할 '성적 욕망'이 훨씬 복잡한 성격의 것이라는 예감이 드는 지점이다. 아울러 비난에 그칠 것이 아니라, 해석하고 이해하려고 한다면, 그래서 그 억압성이 재현되지 않도록 하려면, 필요한 것은 단정이 아니라 유보일 것이다.▲ 국민국가에서 재현된 추모제의 기만성그렇다고 해서, 나는 허벅지 살을 베어 할머니 병구완을 하는 손녀를 기특하게 쳐다볼 효심도 없고, 목이 반쯤 잘린 딸아이를 놓고 절개를 지켰다고 말할 신념도 없다. 나아가, 내가 간섭할 영역이, 정확히 말하자면 간섭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내가 죽은 뒤 아내가 열녀나 절부가 되고 말고는 관심도 없다. 그러므로 나는 위의 추모 방식이 매우 어색하다.그런데 가만 보면, 이런 어색한 추모 방식은 어느 특정 시대의 산물이 아니다.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어떤 죽음'에 대해서는 특별히 취급해왔다. 우리는 죽은 사람에게 험한 말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좋은 말로 떠나보낸다. 그것은 죽은 사람이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인지상정을 넘어서는 특별대우가 있다. 그 특별한 취급 때문에, 열녀전과 함께 천안함이 현충일 사렌 소리와 동시에 내 머릿속에 떠올랐을 것이다.천안함 침몰 직후 침몰 원인조사는 더디게 진행되었고, 그동안 전사한 장병의 장례식이 국민들의 애도 속에 치러졌다. 한창 젊은 사람들의 죽음이라서가 아니라, 조금 있으면 이들 나이가 되는 애들이 있기에 나도 마음이 아팠다. 그들 부모 생각에…. 그렇지만 그들의 죽음은 이런 애도가 끼어들 틈을 배제하기 시작했다. 두 가지 의미에서. 하나는 국립묘지를 가지고 군인의 죽음을 독점적으로 전유(專有)하는 국민국가에 의해서, 그리고 다른 하나는 '장병들의 희생 = 국가 = 수구정권'이라는 구린내 나는 등식에 의해서.국립묘지로 환원되는 애도에는 그나마 이유라도 있다. 그들이 군인이고, 적어도 국가는 싫든 좋든 사람들이 삶을 꾸려가는 사회의 하나이니까. 그러나 두번째 등식은 다르다. 국가사랑을 입으로 부르짖는 병역미필자가 다수인 지배집단이 마치 숭고한 국가의 애국자인 양 전도된다.남재일 경북대 교수의 말처럼 '장병들의 희생과 국가안보라는 공유가치 뒤에 숨어버린 이 정치적 탐욕을 지적하려면 희생자 유족의 상처를 건드리는 무례한 인간이 되거나 국가안보를 부정하는 좌파로 매도당한다. 이렇게 전사 장병과 유족에 대한 군과 정부의 불편한 입장이 정리됐다. 이로써 말의 진정성을 죽이고 공유가치를 훼손하면서 소통의 기저를 좀먹는 문법이 완성된다.' 그 문법은 아직 진행중이다. /오항녕(전주대 연구 교수)

  • 문학·출판
  • 전북일보
  • 2010.06.11 23:02

어린이에게 추천하는 미래직업 100선

진로를 고민하는 어린이들을 위해 10년 후 유망할 만한 직업을 소개해주는 책이 출간됐다. '10살에 떠나는 미래 세계 직업 대탐험'은 의사나 변호사, 연예인처럼 모두가 알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전통적인 직업이 아닌, 아직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미래에 필요성이 커질 분야의 전문직 100개를 소개한다. 소개된 직업군은 미국과 캐나다, 일본 등의 선진국에서 앞으로 발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추천한 직업을 선별한 것이라고 출판사측은 설명했다. 어린이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순박이'와 '떨기'를 주인공으로 해 100개의 직업 나라를 여행하는 이야기이다. 기본적인 적성이나 성향에 따라 비슷한 속성을 지닌 직업군을 하나의 대륙으로 묶어 '꼼꼼대륙' '씩씩대륙' '펀펀대륙' '친친대륙' 등으로 분류한 방식도 흥미롭다. '꼼꼼대륙'에는 세밀함과 꼼꼼함을 필요로 하는 사무의 세계에 속하는 직업들로 기록물 전문가, 사이버 사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손해사정인, 회계사 등이 소개돼 있다. '씩씩대륙'은 열정적인 지도력이 이끌어가는 기업의 세계로, 경영 컨설턴트, 기금 조성가, 뉴스 특파원, 마케팅 전문가, 사설 탐정, 애완동물 전문 변호사 등이 포함됐다. 또 각 직업을 갖기 위해서는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하는지, 어떤 과목을 열심히 공부하면 되는지도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해당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짤막한 조언도 곁들였다. 학교나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진로 교육을 할 때 보조교재로 쓰기에 유용할 것 같다. 한상근 글. 최상규 그림. 주니어중앙. 256쪽. 1만3천원.

  • 문학·출판
  • 연합
  • 2010.06.11 23:02

SF적 상상력으로 빚어낸 종교 이야기

44세의 평범한 목사에게 어느 날 죽은 사람처럼 창백한 얼굴의 청년이 찾아온다. 외계에서 온 생명체라는 청년은 지구 밖 세상을 경험시켜주겠다고 제안하고 목사는 이를 받아들여 아내와 함께 외계 여행을 떠난다. 작가 한차현(40) 씨의 네 번째 장편소설 '변신'(문이당 펴냄)은 이처럼 목사 부부의 범상치 않은 우주여행으로 시작한다. 작가는 우주인과 시공간 여행자, 사이비 교주가 등장하는 개성 강한 SF 소설에서 특유의 상상력을 발휘한다. 외계 행성에 도착한 목사는 기독교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펠커교를 접하고 이를 맹신하게 된 아내는 그곳에 남는다. 목사는 외계 여행 후 교회에서 징계를 받는 등 위기 속에서 새로운 종교를 창시한다. 무대가 외계로 확대된 이 소설은 겉보기에는 가볍고 발칙한 SF 소설로도 비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인간, 종교와 믿음이라는 심각한 주제를 다룬다. 출간에 맞춰 9일 기자들과 만난 작가는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종교와 믿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며 "믿음을 가진 분들이 과연 진정한 믿음의 길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고 말했다. 소설 '변신'은 이에 대한 답을 구하는 과정이자, 작가가 내린 해답이기도 하다. "변함없이 절대적인 초월과 고결을 믿는 이들이 견지해야 할 삶은 어떤 종류일까요. 환경과 더불어 끊임없이 변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쉼 없이 두려움 없이 노력하는 자세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변함없이 정지된 것은 죽은 것, 무의미한 것이니까요. '변신'은 그에 대한 저 나름의 양심 고백과 같은 작품입니다."작가는 "소설을 무기로 특정한 것에 상처를 입히고 흉보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소설은 내 안에서 이런저런 고민을 던지고 숙성시켜 해소하고 대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5년 동안 준비해 쓴 분량이 3천매가 넘는데, 고치고 고쳐 1천매를 덜어냈어요. 날카로운 부분은 사라졌지만 한 단계 계단을 올라간 느낌입니다. 똑같은 비유보다는 새로운 표현으로 이야기하려다 보니 우주까지 가게 됐네요. SF는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어 저에게 잘 맞는 장르입니다."문학평론가 방민호 서울대 교수는 해설에서 "'변신'은 소설적 이야기의 무대를 외계로까지 확장함으로써 기독교로 대표되는 인간의 종교적 경향에 대한 성찰적 시간을 확보하고자 한다"며 "이야기의 배후에는 이 시대의 종교적 타락과 독단에 대한 작가의 비판 의식이 똬리를 틀고 있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연합
  • 2010.06.10 23:02

책 50권을 한권으로 '뚝딱'

성경,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한 권으로 읽는다? 신간 '책 vs 역사'(추수밭 펴냄)는 인류가 기억해야 할 책들을 선정해 이 책들이 역사와 문화, 정치 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본다. 여기에 소개된 책은 고대 이집트의 사후세계 여행안내서인 '사자의 서'부터 성경, 논어, 코란, 토머스 홉스의 '리바이어든', 장 자크 루소의 '사회계약론', '해리포터'까지 무려 50권. 하지만 책의 구성과 줄거리는 물론 시대적 배경, 작가의 사상과 생애, 숨겨진 뒷이야기 등을 제한된 지면에 나름 알차게 담아 나열식 책 소개 도서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노력한 점이 돋보인다. 괴테의 '파우스트'가 국가사회주의자들에 의해 어떻게 오용됐는지,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군인들의 배낭 속에 왜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들어 있었는지, '특수 상대성 이론과 일반 상대성 이론에 관하여'를 저술한 아인슈타인은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 등은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소개된 책들 중에 '마오쩌둥의 어록' '말괄량이 삐삐' '해리포터' 등이 포함된 것도 이채롭다.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시대순으로 정리돼 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다. 이리저리 자유롭게 여행하듯 마음 내키는 대로 골라 읽으면 된다. 책의 생명력에 대한 저자의 해석도 재밌다. "책은 사람과 똑같은 존재다. 일단 세상에 태어나면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그러다가 역사를 만들기도 한다." 배진아 옮김. 336쪽. 2만2천원.

  • 문학·출판
  • 연합
  • 2010.06.10 23: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