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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문학관 지상강좌 - 한국문학의 메카, 전북] (30) 바다를 품은 고향 하늘의 새가 되고 싶었던 김민성 시인

김민성 시인은 1927년 3월 3일 전북 부안군 부안읍 선은리에서 태어났다. 부안공립보통학교와 전주북공립중학교를 졸업한 이후 초등학교 교사를 거쳐 죽산중학교 교사로 근무하다가 문학의 꿈을 키우기 위해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공부했다. 틈틈이 습작한 시를 발표해오다 1960년 신석정 시인의 추천으로 「자유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인은 평생 시를 쓰면서 살았다. 1986년 첫 시집 『파도가 밀려간 뒤』를 낸 이래 2002년 『황혼의 숨결』까지 열한 권의 시집과 다섯 권의 산문집을 냈다. 시인은 1978년에서부터 1992년까지 부안여자중학교 교장을 역임하였고, 정년 후에는 낭주학원이사장, 부안문학관 관장으로 활동하면서 문학과 향토문화 발전에 큰 역할을 하였다. 1985년 국민훈장 석류장을 비롯한 허난설헌문학상, 백양촌 문학상, 교육부장관상, 목정문화상, 세계시황금왕관상 등을 수상하였다. 부안의 선은 마을은 선조들이 누대를 이어온 곳으로 시인은 유복한 가운데 가통(家統)이 뚜렷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시인은 늘 성품이 곧고 겸손을 생활신조로 삼고 살아왔기에 그를 아는 문인들과 고향 사람들에게는 따뜻한 맏형 같은 분이었다고 한다. 그의 선비적 품격과 기질, 정중함은 시인을 회억할 때마다 누구나 떠올리는 말이라고 한다. 그의 수필집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고글, 1996)에 나오는 24개의 창에는 크고 넉넉했던 집안의 분위기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특히, 첫 시집 『파도가 밀려간 뒤』(친우,1986)는 시인이 문단 데뷔 26년 만에 나온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여기에는 시인의 성품과 치열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어설피 양산(量産)해서 자꾸 내던지는 경망을 피하고 신중하고 겸허하며 차근차근 다지면서 꾸준하게 이루고 기다리는 시인의 자세가 드러나 있지 않은가.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시인의 겸허한 자기성찰(自己省察), 그리고 정중한 내면 구성, 은은한 자기 노출이 드러난다(이병훈, 「차근차근한 자기성찰」, 첫 시집 발문)는 평가를 받았다. 저는 가만가만 술청을 나와 길모퉁이의 쓰레기장에서 하늘을 하늘이게 하고 땅을 땅이게 하고 빌다가 「로이도」 0도의 안경을 콘크리트 바닥에 떨쳐버렸습니다. 부서진 안경알의 파편 속에는 꽃과 바람과 뉘우침과 조소와 그런 것들이 함부로 함부로 우쭐대고 있었고 저는 견디다 못해 도망쳐 겨울나무 뒤에 숨어 버렸습니다. - 시집 『파도가 밀려간 뒤』의 시 <도(禱)>의 일부- 이 시에 담긴 철저한 자성(自省), 이것은 김민성 시인의 일관된 시 정신이며 삶의 철학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깨어진 안경알, 그리고 그 속에 펼쳐진 풍경(風景), 그것은 단순한 유리의 파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꽃과 바람과 뉘우침이라는 인식은 참으로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시인의 고향 부안은 문학과 예술이 뛰어난 고장이다. 매창(梅窓)의 아름다운 노래가 언제나 석동산 자락을 감돌고 있으며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뒤란의 대나무 숲과 어우러져 언제라도 시심을 일렁이게 한다. 시인은 평생 이처럼 아름다운 부안을 한순간도 떠나지 않고 지켰다. 부안의 아름다운 풍광에 빠져서 부안을 노래했고, 부안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살았다. 그의 시집마다 부안과 변산의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오오 변산이여』을 비롯하여 『파도가 밀려간 뒤』, 『바다 우는 소리』, 『동진강 아으리랑』에는 부안과 변산에 대한 사랑이 동진 들녘의 잘 익은 벼 이삭처럼 풍성하다. 특히 신석정 시인과의 만남은 그에게는 특별한 큰 북이 아닐 수 없다. 시가 좋아 석정의 문하를 들락거렸고 석정을 따라 인생과 자연을 사랑하며 한 시대를 살았다. 전원적이고 목가적인 시풍의 석정 시와 인간에 대한 애정과 고향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 김민성의 시는 어쩌면 동류의 교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석정 시인과 함께 부안문화연구회를 만들어서 문학 활동을 활발하게 하였고, 1960년 이후 석정이 전주로 이사하자 그 빈자리를 메워가면서 부안 문학 발전의 주춧돌을 놓았다. 1961년에는 매창(梅窓)을 상징하는 이화우라는 이름을 따서 이화우동인회를 창립하여 부안 문학을 활성화했다. 또한, 신석정의 추천으로 「자유문학」을 통해 등단한 허소라, 이기반, 황길현, 이병훈 등과 함께 석정문학회를 만들어서 석정의 문학정신을 계승하고자 하였다. -바다 3 바다는 앙금을 남길 줄 모르는 걸음걸이로 와서 가진 것 모두 잃어버린 것 모두 버릴 것 모두 모두를 파묻어 버린다. 떠나가 버린 지난여름 이야기들 떠내려간 상처 많은 사람들 눈물나는 후회를 모두 흘려버리고 혼자서 깊어만 간다. 흐르면서 흐르지 않은 생각 얼마나 많은 가로막고 있는 것들을 훌훌 씻어버리고 내처 달려 온 머나 먼 여로인가 아무도 범하지 못하는 성역에 나의 눈물과 시름을 기대고 오늘은 새초롬히 하나님 같은 그대 앞에 엎디어 불 같은 기도를 올린다. -김민성 시집 『그 끝없는 일렁임 속에』 <바다3>의 전문 - 시인은 바다를 무척 좋아했다. 그의 시집 『그 끝없는 일렁임 속에』에는 바다의 연작시 40편이 사진과 함께 실려 있다. 시인은 시집 첫머리 자서(自序)에서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보다, 귀가 먹어버린 바다이어도 바다를 만나는 행복이 있다라고 고백했다. 바다를 통해서 인생과 삶을 반추하고 늘 거듭나고자 하였다. 시인에게 바다는 자기응시였고 자기성찰이었음을 알 수 있다. 시인은 정년퇴임 이후 부안문화원 원장직을 기꺼이 수락하고 열정적인 활동을 펼쳤다. 사비를 출연하여 사무실을 마련하는 일에서부터 부안의 곳곳에 어린 문화와 예술의 맥을 찾아 숨 쉬게 했다. 특히 산과 들과 바다가 알맞게 교직(交織)되어 선경(仙境)을 이루고, 거기에 멋과 노래와 예술이 넘쳐나는 고장에 관한 시문(詩文)을 망라하여 『영혼을 울리는 노래, 扶安의 詩』(부안문화원, 1999)를 엮어내기도 했다. 시인은 그이 마지막 시집 『황혼의 숨결』에서는 황혼이 모든 것을 휩쓸어 가는 그 뒤에는 무엇이 숨어 있을까. 잃어버린 것들을 찾고 싶어도 병들어 부서지는 몸 언제 또 만날 수 있을까를 상상하면서 고향 부안을 관통해 흐르는 동진강의 처음부터 끝까지 날아가는 한 마리 새가 되기를 소망했다. 2002년 초여름 갑작스럽게 찾아온 췌장암. 수습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 속에서도 시인은 창작에의 열정을 접지 않았다. 시인의 일흔일곱 해 생애는 계미년이 시작되는 시간에 멈추었다. 그러나 시인은 변산반도의 아름다운 땅에서 태어났음을 늘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그리고 문학과 고형은 시인의 궁극적인 삶의 가치였고 목적지이고 희망이었다. 이기반 시인의 말처럼 웅성 깊은 고향 사랑과 정중한 인간애는 그의 모든 시문의 행간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시인이 떠난 뒤, 윤갑철, 양규태 등 부안의 문우들은 범영 김민석의 삶과 문학을 기리고자 십시일반 뜻을 모아 바다가 보이는 변산의 문학동산에 시비를 세우고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또한, 2008년에는 고향의 후배들이 자신들이 살아 있을 때 해놓아야 한다면서 신인의 고향 마을 선은리에도 시비를 세웠다. 한평생 시와 고향 부안(扶安)을 사랑했던 범영 김민성은 오늘도 고향의 새가 되어 변산반도에서 동진강까지 훨훨 날고 있을 것이다. -오오, 변산이여 변산에 해가 저문다 긴 밤이 오겠지 그러나 또 다른 새벽이 찬란히 트이겠지 산이 높고 짚은 데도 왜 당신은 빈 마음으로 오십니까 바다가 넓고 푸른 데도 왜 당신은 빈 손으로 오십니까 그저 오르고 그냥 돌아가기만 하다가는 산이나 바다는 너무나 길고 당신은 너무나 짧습니다 들판이 거칠고 메말랐으면 그만큼 일구고 가꾸어 나갑시다 그래야 우리의 마음도 자연과 함께 역사와 함께 걸어갈 게 아니겠습니까. -김민성의 시 <오오 변산이여> 전문 부안 변산 문학공원 시비에서 /송일섭 전북문학과 학예사

  • 문학·출판
  • 기고
  • 2020.09.03 16:34

[신간] 임실의 역사 문화 망라한 '임실군지' 발간

23년만에 임실군의 역사와 사회생활상, 인물 등을 담아낸 <임실군지>가 발간됐다. 임실군은 군지 발간을 위해 지난 2017년 임실군지편찬위원회(위원장 최성미 임실문화원장)를 구성하고, 전북대학교 산학협력단 전라문화연구소(책임 한문종)에 원고집필을 맡겼다. 원고집필에 40여 명의 연구자가 참여했다. 발간된 군지는 과거 두 차례 발간됐던 군지(1977년, 1997년) 때보다 사진을 풍부하게 담아 현장감을 살리고, 발간에 앞서 주민 열람을 통해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는 등의 노력을 들였다. <임실군지>는 △임실의 역사 △문화유산과 역사자료 △임실의 생활과 민속 △자연환경 및 인문지리 △현대사회와 미래 △임실의 인물 등 모두 6책으로 구성됐다. 구석기 유적으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와 문화를 수직적으로 배치하면서 임실의 문화유산, 생활문화, 종교, 민속, 사회단체 현황, 임실의 인물 등에 대하여 입체적으로 기술했다. 임실군내 발굴된 구석기신석기마한유적 등을 소개하고, 후백제고려조선을 거치면서 임실군의 행정구역 변화 과정을 정리했다. 근현대화 과정에서 임실의 동학농민혁명과 의병항쟁, 독립운동 등의 활동 상황과 일제강점기 임실의 사회상 등을 자세히 담았다. 대한민국 정부 설립 후 임실에서 역대 국회의원 당선자와 출마한 인물들을 군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회의원 후보현황에 득표수와 정당, 경력 등도 찾아볼 수 있다. 현재 활동하는 각 기관 및 단체들도 안내했다. 임실군청을 비롯해, 국립임실호국원, 임실119안전센터, 전북도보건환경연구원 등 임실 소재 기관의 현황과 역사를 담았고, 교육단체, 금융단체, 문화단체, 군부대, 안보보훈단체, 산업경제, 체육, 봉사, 향유회 등 다양한 업종의 단체들을 소개했다. 임실에 대한 미래 비전은 모두가 행복한 스마트 강소도시 임실로, 군의 대외적 이미지 조사, 미래상에 대한 지역주민의견, 임구감소와 고령화 등 당면한 임실군의 현황 등을 종합한 분석을 통해 임실의 강점과 잠재력을 분석하고 결정했다고 군지는 소개하고 있다. 인구, 청년일자리, 삶의 질, 농업농촌, 문화, 관광 등 6개의 분야에 대한 중장기적 발전 계획을 살필 수 있다.

  • 문학·출판
  • 최정규
  • 2020.09.02 16:49

[신간] 30주년 맞은 열린시문학회, 전북문단 굳은 뿌리로

전북문단과 함께 30년의 역사를 쌓아올린 열린詩문학회가 동인지 <열린詩집>의 30번째 이야기를 엮었다. 열린詩문학회의 출발점은 1989년 10월 7일 중산 이운룡 시인이 전북지역 최초로 전동 소재 유구회관 금모래 다방에서 개설한 1년 과정 시 창작교실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지역사회와 문단에서 모인 뜨거운 관심을 바탕으로 성장한 시문학 강좌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시 창작교실 수료자는 연간 2433명을 기록했으며 신춘문예 당선자 17명, 문예지 신인상 당선자 112명을 배출해냈다. 열린시문학회와 함께 전북 문단을 비옥하게 일궈온 문인들로는 전북문인협회장 류희옥, 전북시인협회장 김현조, 전주문인협회장 유대준, 무주문인협회장 이명희, 완주문인협회장 박은주 등이 있다. 더불어 1995년에는 열린詩문학상을 제정하고 제1회 수상자 이목윤 시인을 시작으로 올해 제26회 수상자로 김홍부 시인을 조명했다. 단, 오는 10일 전북문학관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열린詩문학상 시상식은 코로나19로 상황에 따라 취소했다. 특히 1991년 열린詩문학회는 동인지 제1호 개망초 꽃 등허리에 상처 난 기다림을 발행했으며 해마다 거르지 않고 회원들의 글을 엮어 출간했다. 30호를 기념하는 특집으로는 김은유 화려한 탱고, 김홍부 바람이고 싶다, 이명희 사과속의 바다를 소개하고, 초대시로 이운룡 시인의 작품을 실었다. 이소애 시인은 30호 기념 평설로 자연의 근원과 회귀 인식의 시도를 썼다. 이밖에도 먼 솔바람소리, 귀명의 오도(이재숙), 영육 일체, 오지랖 넓은 생의 결실(김영) 등 깊이있는 평설로 독자들과의 진한 소통을 그렸다. 이 때문에 올해 펴낸 열린詩집 제30호에는 회원들의 남다른 긍지와 애정이 녹아있다. 이운룡 시인의 뒤를 이어 2012년부터 열린詩문학회 시 강좌를 이끌고 있는 이재숙 지도교수는 전북문단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열린詩문학회가 이 땅에 뿌리 내린지 30년의 역사가 흘렀다며 역사와 문학예술에 이바지한 치적을 숫자나 결과물로 간단히 말할 수는 없겠지만 오로지 한길을 걸어온 올곧음으로 예향 전북의 문단을 더욱 가꿔나가야 할 것이라고 바람을 전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9.02 16:49

[신간] 고대사회 전북은 동북아 문물교류의 허브였다

고대사회 전북은 어떤 역할을 해왔을까. 이런 의문을 풀 수 있는 책이 발간됐다. 곽장근 군산대 교수의 <동북아 문물교류 허브 전북>(전북연구원). 이 책은 고고학 유물과 옛 문헌을 토대로 선사시대부터 후백제까지 전북이 갖는 국제적 역동성을 소개한다. 이 책에 따르면 1967년 새만금 내 선유도 전원마을 패총에서 빗살무늬토기편이 처음으로 학계에 알려진 뒤 1970년대 부안 계화도 산봉우리에서 신석기 유물이 발견됐다. 학계에 보고된 전북지역 40여개소의 신석기시대 유적 가운데 4분의 3정도의 유적이 새만금 일대에 자리잡고 있다. 새만금일대의 해양 활동이 신석기시대부터 시작됐음을 짐작할 수 있는 자료다. 저자는 특히 군산은 금강과 만경강?동진강 내륙 수로와 서해 등 당시 4개의 교역망이 사방을 애워싸고 있는 군산이 물류의 거점으로 봤다. 군산에서 생산된 소금을 살려고 빗살무늬토기를 가지고 군산을 방문했을 가능성이 높다고도 봤다. 저자는 전북가야의 내용을 비중있게 다뤘다. 저자는 전북가야를 봉수왕국으로 표현했다. 그만큼 봉수유적이 많다는 이야기다. 이 중에서 특히 장수가야는 금강 최상류에 가야문화를 꽃피웠고, 백두대간 서쪽 장수군에 지역적 기반을 둔 장수가야는 가야 영역의 서북쪽 경계로 백제와 줄곧 국경을 맞댄 어려운 역경 속에서 가야소국으로 발전했다고 저술했다. 이곳에서 발견된 토기는 대가야와 소가야, 아라가야토기가 함께 섞여있는데, 이는 당시 물물교환의 증거물로 장수가야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설명할 수 있다고 했다. 곽 교수는 전북 동부지역에서 철과 새만금에서 소금이 생산됐는데, 이는 전북에 기반을 두고있던 마한?가야?백제?후백제가 발전하는데 크게 이바지했다면서 전북의 고대문화는 동북아 문물교류 허브로서 전북의 자긍심이자 값진 문화유산이라고 설명했다.

  • 문학·출판
  • 최정규
  • 2020.09.02 16:49

[신간] 한국국제협력단 창립멤버 송인엽 교수가 전하는 통일 희망

영원한 KOICA맨이라 불리는 송인엽 교수와 두 발로 지구 한 바퀴를 뛴 강명구 평화마라토너가 함께 여행문학 <나는 달린다>를 펴냈다. 526일 동안 매일 마라톤 풀코스를 소화하며 미대륙과 유라시아 대륙 2만1200km를 달렸는데, 이 도전 과정에서 마주친 풍광을 기록하고 역사문화사랑평화정신을 담아냈다. 송인엽 교수(前 한국교원대)는 104개국을 여행하고 쓴 <시(詩)로 노래하는 세계여행>, 대한민국 100대 명산10대 강15대 섬을 누비고 쓴 <시(詩)로 노래하는 우리 산하>로 독자들과 만남을 열어왔다. 그의 고향 이야기가 담긴 시집 <시(詩)로 노래하는 천년의 비상 전라북도>를 통해 도전하는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줬다. 평화통일과 도전의 아이콘으로서 강명구 평화마라토너의 열정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매일 달리기 위해 수레에 생필품을 싣고 숙식을 해결하면서도 언론에 매주 기고를 하는 등 깊이 있는 여행기로 강한 인상을 줬다. 이번 책은 두 사람이 지구를 한 바퀴 달린 여정의 대목을 꼽아 발간한 것이다. 유라시아 1만6000km를 달린 대장정은 조만간 3권의 책으로 정리할 계획이다. 송 교수는 강명구 평화마라토너가 지금까지 펼쳐온 지구 한 바퀴 2만1200km 달리기는 조국의 평화통일 일념과 불굴의 투지로 가능한 일이었다며 미완으로 남은 북녘 달리기는 우리 국민들의 관심과 염원이 있을 때, 북 당국이 문을 열어줄 것 같다. 독자들의 응원이 절실하다고 이야기했다. 이들의 뜨거운 도전기를 두고 응원의 메시지도 이어졌다.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은 한민족의 평화에 대한 열망이 한걸음 한걸음으로 세계 한 바퀴라는 꿈의 대장정을 완주하고, 혹독한 추위나 모래폭풍도 한민족의 힘을 모아 평화의 길을 열고 싶다는 그들의 신념을 막지 못했다고 평했다. 송영길 국회의원은 나는 오늘도 그들과 함께 뛴다. 그들이 발로 뛰며 뿌린 평화의 씨앗이 지구촌 곳곳에 뿌려져 알알이 열매 맺는 날을 나는 꿈꾸고 있다며 2018년 10월 북의 이선권 조평통위원장(현 외교장관)을 만나 저자들의 북녘달리기를 요청하기도 했다.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강명구 평화마라토너와 송인엽 박사는 쉽게 이룰 수 없는 꿈을 향해 돌격하는 돈키호테와 산초라며 남북평화라는 민족의 꿈, 어렵지만 반드시 이뤄야 할 꿈을 향해 달리는 저자들의 열정과 도전정신이 언젠가는 분단을 극복하는 커다란 물결로 분명 돌아올 것임을 기대한다고 응원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9.02 16:49

[신간] 삶과 그 사이를 유영하듯 살아가는 존재의 의미

일상의 삶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섬세하게 관찰한 시가 순간과 순간을 잇는다. 이재린 시인의 첫 시집 <마농꽃이 걸어서 우체국에 간다>(세상의모든시집)에는 탁월한 언어와 거침없는 상상력의 힘을 보여주는 시인의 에너지가 담겼다. 이 시인은 2008년 국제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으며 이후 2011년 시흥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며 독창적인 시세계를 펼쳐왔다. 이번 시집에는 표제시를 비롯해 고양이 눈 속에 어슬렁거리는 저녁이 있네, 늘 푸른 응급실, 네 것이면서 네 것이 아닌 등 50여 편의 시를 엮었다. 시는 쓰는 것이 아니라 되는 것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지루함이 가져다 주는 순간들을 사랑하겠다는 다짐처럼 시인의 시선이 닿는 곳곳마다 새로운 의미를 입는다. 제 몸의 꽃들을 밀어내는 나무에게서 배고픈 세상에 밥이 되는 꿈을 본다 꼬들꼬들 익어 뜸 들던 것들 윤기 나는 밥이 되었다가 누룽지만 남았다 뜨거웠던 육신만이 누룽지로 남아 중얼거린다 바람이 꽃을 따먹던 자리, 달빛이 어둠을 휘젓던 자리에 적막이 집 한 채 지을 동안 어떤 노후는 묻고 싶으리라 한 번 더 끓어오를 수 있느냐고, 다시 밥꽃으로 피어날 수 있는냐고, 이팝나무 꽃 진 자리에 그 들만의 넉넉한 밥상이 차려진다.(이재린 시 그늘 전문) 해설을 쓴 이병국 문학평론가는 이재린 시인의 첫 시집 마농꽃이 걸어서 우체국에 간다는 그 결연함으로 삶과 그 사이를 유영하듯 살아가는 존재의 의미를 끌어올린다고 짚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9.02 16:49

[신간] ‘자연과 좋은 친구 되기’ 시조에 담다

고향 부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시조가 시원한 여름을 선물한다. 라현자 시인의 첫 시조집 <갯메꽃>(도서출판 청어)에는 대자연과 내 주변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읽힌다. 라 시인은 지난 2019년 시조사랑을 통해 등단했다. 아쉬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늘 소녀의 마음으로 꿈꿔왔던 시집 출간을 이루고 보니 시와 진정한 교제를 나누게 됐다는 소감이다. 총 5부로 엮은 이번 시조집에는 길, 호랑이 장가가는 날, 갯메꽃, 그러게, 아니야, 용서 등으로 큰 주제를 나눴다. 그중 서시 용서에는 영원의 이름을 향한 시인의 고백과 감사가 녹아있다. 유년의 기억과 향수가 느껴지는 과거의 세계에 이어 여성의 섬세함으로 구체화시킨 세계는 라현자 시인의 질박하고도 강인한 의지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오는 손 마중하고 가는 님 배웅하며 늘 그 집 앞 대문 어귀를 지켜온 접시꽃의 무뚝뚝한 맵시하며, 메마른 척박한 땅 잡초들 틈에 끼어 깨끗하게 살아온 키 작은 토종 나팔꽃의 깨끗한 생명력은 시인에게 좋은 친구가 됐다. 이 책의 해설을 쓴 윤덕진 연세대 명예교수는 4부 그러게, 아니야는 현재의 삶을 유지하는 생활 의식이 앞의 과거세계와 긴장 내지 공존 관계를 이룬 상태로 볼 수 있다며 마지막 5부 용서 전반부는 주로 기념시조 백일장에 출품했던 작품들이며, 나머지는 종교적인 회심이 반영된 작품들이라고 설명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9.02 16:49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최아현 소설가 - 김한민 에세이 '아무튼, 비건'

나는 한 자리에 가만히 있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내 삶이 변화하는 것도 썩 내키지 않는다. 살던 대로 사는 것이 가장 좋다. 하루가 잘 변하지 않는 나에게 유일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람이다. 이 책 역시 사람을 통해 만났다. 실은 이 책의 많은 부분이 익히 들어 알고 있던 것들이었다. 다만 나에게는 귀결되는 하나의 이야기를 상상할 능력이 없었다. 편리하고 맛있는 걸 참을 수 없는 나를 핑계로 오래도록 모른 척하던 이야기들이기도 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편리함은 비용이 든다. 망가뜨린 것은 또 돈을 들여 고치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가공식품으로 가득 찬 내 식생활이 될 수도 있고, 편치 않은 공기가 될 수도 있다. 멀리는 지구 저 끝의 빙하가 녹고, 가까이는 말도 안 되게 비가 오는 어제의 일까지도 이어져 있을지 모른다. 동물과 자연환경에 관한 지금의 전통과 문화는 우리가 그에 대해 굉장히 무지했을 때 형성된 것들이 많다. (중략) 과거에 식량 부족으로 어쩔 수 없이 생겨난 식문화라고 해서, 현재 변화된 삶의 조건에 반드시 필요할까? 오히려 해가 되고 있는 건 아닐까? 과거의 향수에 젖어 문화를 그 모습 그대로 지키려고 고수만 할 것인지, 변화하는 지식과 윤리에 맞춰 새로이 창조할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과 의지에 달려있다.(<아무튼, 비건> 中) 이전의 우리가 무엇을 먹었다고 해서 여전히 그대로 먹고 있지 않다. 일상 속 물건에서 문제를 발견했다면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런데 그런 논의는 이상하게 인간 이외의 생명을 이야기할 때만 비켜 간다. 다른 종의 생보다 인간의 편리와 즐거움이 우선된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스스로 벼랑으로 내달리고 있음에도 그렇다. 당장 무엇을 함께하자고 강력하게 주창하려는 것은 아니다. 내가 느낀 영향력과 변화는 차례로 놓인 도미노 같았다. 내가 본 누군가의 실천을 함께 시도해보려는 도전에 가깝다. 용기를 얻는 첫걸음이 이 책에서 시작됐다. 나는 여전히 채식하는 삶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다만 머릿속에서 첫 번째 도미노 블록이 넘어졌다. 줄줄이 선 도미노의 끝이 어떤 모양으로 남을지, 얼마나 걸릴지는 모를 일이다. 아무튼, 분명한 것은 무언가 변화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무슨 이유 때문이든지 당신이 새로운 시도에 열려 있는 사람이라는 건 참으로 멋지고 다행한 일이다. <(아무튼, 비건> 中)

  • 문학·출판
  • 기고
  • 2020.09.02 16:47

온라인 전주독서대전, 언제 어디서나 함께 즐겨요

책 읽는 도시 글 쓰는 전주를 슬로건으로 열리는 올해 전주독서대전이 사상 첫 온라인 개최를 결정했다. 전주시는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3일간 온오프라인으로 열기로 했던 2020 전주독서대전을 행사 프로그램 등을 최소화하고, 전면 온라인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31일 밝혔다. 당초 시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안전대책을 철저히 준비한 가운데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행사로 추진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이 재확산하고 있어 온라인 행사로만 추진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올해는 개폐막식과 북마켓 등 체험부스를 운영하지 않고 프로그램도 7개 분야 35개로 축소했다. 대신 강연과 공연, 학술토론, SNS 이벤트 등 전주독서대전만의 차별성 있는 전주형 콘텐츠를 유튜브와 네이버TV를 통해 진행할 계획으로, 온라인 참여율을 높일 수 있는 가족형 프로그램도 중점적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실시간 강연프로그램으로는 △최재천 교수의 인류의 미래와 생태적 전환 △박연준장석주 작가부부의 읽는 생활, 쓰는 삶 △남궁인 작가의 제법 안온한 날들 △박상영 작가의 언제나 공허한 마음으로 잠드는 당신을 위한 처방△장혜령 작가의 인생의 책, 인생이라는 책 △장은영강양구장류진 작가의 전주 올해의 책 △2019 혼불문학상 수상자인 서철원 작가와의 만남 △전주를 읽어드립니다(강연 정진욱장명수이재운) △류희옥 전북문인협회 회장 초청강연 등 13회차를 마련했다. 공연의 경우 △한지인형극 백 개의 부채 △청춘버스킹 △이매진 매직쇼 △전주 올해의 책 낭독공연 △동화 속 샌드아트 △아싸! 전주, 공연 시낭송 콘서트 등이 녹화중계로 진행된다. 독서를 주제로 한 특별한 전시도 마련했다. 축제기간 기획으로 선보이는 책으로 만나는 무형문화재를 비롯해 상황별 15개 주제로 구성한 다독다독 북큐레이션 전시를 홈페이지에서 만나볼 수 있다. 동시에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독서 골든벨 △어린이 독후활동 대회(독후화독후감) △가족형 체험키트 △전주독서대전 369 퀴즈타임 등 온라인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이와 함께 시는 올해 독서대전이 독자들의 블로그와 SNS를 통해 홍보될 수 있도록 전주독서대전 다독다독 SNS 이벤트를 비롯해 선물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마련했다. 전주독서대전 공식 홈페이지(jjbook.kr)를 통해 온라인 참가 사전 접수를 진행하고 있다 .사전 접수를 마치면 전주독서대전을 즐길 수 있는 참여 방법에 대해 안내받을 수 있다. 전화 문의는 덕진도서관 책읽는도시팀(063-281-6514). 최현창 전주시 기획조정국장은 코로나19 여파로 사상 처음 개최하는 온라인 전주독서대전인만큼 더욱 실속 있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준비할 것이라며 어디서나 책을 통해 힐링하고 즐길 수 있는 전주독서대전으로 만들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8.31 17:59

[신간] 지역균형발전, 로컬이 미래다

완주 소양중학교 추창훈 교감이 지역인재 양성을 통해 지역균형발전의 대안을 제시한 책 <로컬이 미래다>를 펴냈다. (에듀니티). 저자는 책에서 지역교육의 주체인 지역(마을)과 학교, 교사, 주민, 지자체, 교육청이 어떤 역할을 해야하며, 어떻게 협력해야하는지 세부적으로 제시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국가 단위의 경제 활동보다 지역사회 중심의 경제 활동이 증가하고 있는 현재, 아이들에게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는 미래 사회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교육을 받게 해주고 싶은 책이다. 총 4장으로 나뉜 책에서 저자는 코로나19 뉴노멀 시대 마을과 지역 즉 로컬이 대도시보다 혁신교육의 기회와 가능성이 더 커지는 곳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면서 혁신교육의 태동과 발전에 대해 소개하고 완주에서 진행중인 혁신교육에 대한 소개, 풀뿌리 교육지원센터를 통한 로컬에듀의 실천모델 제시, 완주군내 협동 조합과 공동체활동과의 협의를 통한 교육과정 운영수립, 실천 사례 등을 통해 협동조합 활동 등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과정 편성 내용도 책에 담겼다. 그러면서 저자는 지역, 로컬이 바로 지혁균형발전의 토대가 될 것이며, 희망과 기회의 땅이라는 것을 책을 통해 주장하고 있다. 저자인 추창훈 교사는 1990년 교단에 선 뒤 23년간 국어과목을 가르쳐왔다. 현재 완주 소양중학교 교감으로 재직 중인 그는 학교에서 교육과정과 수업을 충실히 운영하고, 마을은 따뜻한 돌봄의 공동체를 회복하는 로컬에듀의 구체적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5년간 완주교육지원청 장학사로 근무했던 저자는 학교와 마을, 지역사회가 함께 아이들을 키우고, 그들이 살아갈 여건을 만들어나갈 때 침체된 지역의 삶과 교육이 상생할 수 있음을 통찰하고 완주 교육공동체 활동을 소개하는 저서 <로컬에듀>(2017)를 펴내기도 했다. 저자는 퇴직하더라도 학교와 마을, 지역이 교육의 전면에 나서는 풀뿌리 지역교육과 로컬에듀를 연구하고 실천하며 선생님들과 마을교육활동가를 계속 만나고 싶다는 취지에서 이책을 냈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백세종
  • 2020.08.26 16:44

[신간] 내 시가 가슴을 울려주는 종소리 같은 시였으면

김제 출신의 송하선 시인이 94편의 시편을 엮은 10번째 시집 <싸락눈>(푸른사상)을 펴냈다. 60여 년이 넘는 시간동안 절대 서정의 아름다움을 찾아 헤맨 노시인의 일관된 시정은 이번 시집에서 어김없이 느낄 수 있다. 특히 이번 시집에서는 본인의 시가 독자의 가슴을 울리길 희망하고 있다. 이번 시집에 수록된 나의 시를 보면 작가의 이번 시집에 대한 의도가 분명하다. 나의 시는 종소리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대 가슴 속 깊이깊이 울려주는/ 종소리 같은 시였으면 합니다/(생략) 하지만 나의 시는 풍금 소리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대 가슴에 풍금처럼 울릴 수 있는/ 그런 시였으면 합니다 전정구 문학평론가는 이 시에 대해 그대 가슴에 풍금처럼 다가오는 구절은 해상 소리를 동경하며 시를 쓴 흔적이 돋보인다면서 풍금소리는 시골 학교의 고즈넉한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고 그 고요함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하는 울림을 준다고 평가했다. 송 시인은 이 시집의 어느 한 구절이라도 독자들의 가슴 속에 풍금소리처럼 남아있기를 기대할 뿐이라고 편찬이유를 설명했다. 송 시인은 1938년 김제에서 태어나 전북대, 고려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1971년 현대문학에 작품을 발표하며 문단에 등단했다. 1980년 우석대 교수로 부임해 도서관장, 인문사회대학장 등을 역임했다. 현대 우석대 명예교수다. 시집으로 <다시 長江처럼><겨울풀><안개 속에서>, 저서로 <한국 명시 해설><서정주 예술 언어><신석정 평전> 등이 있다. 전북문화상, 풍남문학상, 목정문화상 등을 받았다.

  • 문학·출판
  • 최정규
  • 2020.08.26 16:44

[신간] 어린이 눈높이에서…말모이로 시작하는 통일 첫걸음

평화와 통일을 바라보는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북한 말 사전이 나왔다. <남북한 어린이 말모이>(창비교육)는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가 기획하고 감수한 어린이용 북한 말 사전으로, 북한 말을 출발점 삼아 북한 어린이들의 학교생활과 일상을 살펴본다. 북한 말 전문가인 정도상 소설가(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부이사장)와 현장에서 늘 어린이들을 만나 온 초등 교사 장효진 씨가 필자로 만났다. 앞서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에서 펴낸 <한눈에 들어오는 남북 생활 용어 2>와 북한의 문화어 사전인 <조선말대사전>을 기초 자료로 해 어린이가 이해할 수 있는 북한 말을 엄선했다. 어린이의 눈높이를 고려한 이 책은 학년별 난도에 따라 1~3부를 구성했다. 각 표제어와 연관된 북한 말을 함께 소개하는 방식으로 150여 개의 북한 말과 그 말이 품고 있는 북한의 생활문화를 소개했다. 1부는 학교, 2부는 생활, 3부는 수업에 초점을 맞췄다. 1부에서는 1~2학년 어린이들의 눈높이를 고려해 북한의 소학교 개학일과 학년 제도에 관한 말을 주로 다뤘고, 2부에서는 3~4학년 어린이들의 관심을 가질 시험 점수, 놀이공원, 간식 등과 관련된 말로 북한 어린이들의 일상생활을 살펴봤다. 3부는 5~6학년 어린이들이 읽기에 알맞게 음악, 자연 등 과목별 수업과 관련된 말과 체육 용어나 속담을 알아보는 시간으로 꾸몄다. 각 표제어마다 북한의 동요, 속담, 엽서, 교과서, 동화, 놀이, 교통 표지판 등 실제 언어 자료를 바탕으로 북한 말을 제시한다는 점도 큰 특징이다. 단순히 사전식으로 말과 뜻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언어 사용 맥락 안에서 북한 말과 그 뜻을 시각화해 전달하고 있다. 특히 현장감을 높이기 위해 현장 교사 300여명이 모인 자문단의 검토를 거쳤다. 자문단은 북한 말 골든벨 퀴즈, 통일 글쓰기, 토론 수업 등 다양한 평화통일 수업을 시작할 수 있는 안내서라는 평을 내놨다. 김광호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은 말은 사실과 경험, 생각을 표현하는 소중한 도구이며, 지식과 문화를 보존전승하는 중요한 수단이라며 남북한 어린이들이 서로의 말을 정확하게 이해하게 되면 남북 교류는 인정과 존중, 호감 속에서 더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전하기도 했다. 이 책을 쓴 전북대 독문과 출신의 정도상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부이사장은 남북한의 어린이들은 모두 세종 대왕이 창조한 한글을 사용하고 있으며 수천 년 동안 어머니와 어머니로부터 이어져 온 민족의 말을 사용하고 있다며 남한과 북한은 근본에서는 같으나 조금씩 다른 게 있고 그것을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비로소 평화가 오고 통일이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8.26 16:44

[신간] 헝가리 시인 ‘어디 엔드레’ 시세계 한 눈에

헝가리의 위대한 시인으로 일컬어지는 어디 엔드레(Ady Endre)의 주요 시편을 한데 모은 시선집이 출간됐다. 국내 초역으로 선보이는 시선집 <모든 비밀의 시>(최측의농간)은 헝가리어 원전 번역으로서 한경민 한국외대 헝가리어과 교수가 옮긴이로 참여했으며 그의 헝가리인 동료가 감수를 맡았다. 어디 엔드레의 작품을 우리말 단행본으로 출간한 것은 전무한 일로, 수록된 대부분의 작품이 국내 초역이라는 설명이다. 19세기말 등장해, 오늘날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시인 어디 엔드레는 혼란과 찬란의 벨 에포크 시대를 수놓았던 유럽의 쟁쟁한 시인 중에서도 가장 천재적인 시인 중 한 명으로 평가된다. 일상언어에서 출발해 편향적국지적 세계관을 아우르는 새로운 상징언어는 그 자체로 새로운 인식의 가능성을 연다. 이번 책에는 그의 초기 시세계가 잘 드러난 <신시집>에서 가장 많은 작품을 선별해 수록했지만, 그와 더불어 이른바 종교시편으로 일컬어지는 후기 시들도 빼놓지 않고 엮었다. 그의 전체 시세계를 조망할 수 있도록 다른 여러 시집 속에서도 대표적 작품들을 한두 편씩 뽑아 함께 실었다. 이 책을 엮은 최측의농간 관계자는 그는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끼친 랭보처럼, 삶의 숨겨진 비밀을 폭로하기 위한 상징을 사용하면서 자연과 인간의 빛과 그림자를 새로운 의미로 채우고자 고군분투 했다며 먼나라에서 도착한, 그 나라 사람들이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애송해 마지않는 이 이국의 시모음집을 많은 독자들이 허심탄회하게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8.26 16:44

전북 초·중·고 백일장, 9월 한달간 온·오프라인 병행

2020 전라북도 초중고등학생 백일장이 9월 한 달간 진행된다. 전북작가회의(회장 이병초)와 최명희문학관(관장 최기우)이 온라인(예심)과 오프라인(본심) 두 단계로 나눠서 실시한다. 전라북도교육청의 후원으로 매년 진행하는 이 백일장은 올해는 코로나19 감염병의 여파로 온오프라인으로 병행된다. 참가를 원하는 학생은 각 학교 홈페이지나, 최명희문학관 홈페이지에서 참가신청서를 다운받아 작성한 후 9월 10일까지 메일(jbwriter-@naver.com)로 제출하면 예심에 참가할 수 있다. 참가신청서를 제출한 학생을 대상으로 예심 주제가 이메일과 문자 등으로 전달되어 1차 공모전 형식으로 치러진다. 예심 기간은 11일부터 20일까지이며, 결과는 21일에 개별 통보된다. 초중고 각 30명을 선정한다. 본선은 9월 26일 최명희문학관에서 열린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맞춰 학생 간 밀집밀촉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초등부(10시11시30분), 중등부(오후 1시오후 3시), 고등부(오후 3시30분오후 5시30분)로 나눠 진행되며, 맞춤형 문학 강연이 함께 열릴 예정이다. 장르별(운문산문) 장원 6명에게 전라북도교육감상과 상금을 주는 등 총 60명의 학생에게 상장과 500백만 원의 상금을 준다.

  • 문학·출판
  • 최정규
  • 2020.08.26 16:40

재난 ‘이후’의 문학을 논하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는 가운데 독립연구집단 지식공동체 지지배배가 문학 속에 재현된 재난 사회의 풍경과 감성을 살펴보는 온라인 강좌&오픈토크를 기획했다. 이번 강연은 공진하는 인문클래스의 일환으로서 기획됐다. <공감에서 통감으로-지지배배와 함께 읽는, 재난 이후의 문학>이라는 큰 주제 아래 <제1부 대중강연 - 재난 이후의 문학, 살아남은 목소리>, <제2부 시민독자와 함께 하는 오픈토크>, <제3부 기록비평집 발간>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제1부 대중강연은 9월 2일부터 10월 7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7시에 전 강좌 온라인으로 실시간 중계된다. 제2부는 시민독자와 함께 하는 오픈토크로 진행된다. 특히 이번 강좌&오픈토크는 일회성 강연에서 그치지 않고 시민독자들과 함께 하는 좌담회 등의 활동들을 기록하고 비평집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강연자로 나선 이들은 유인실 박사(시인), 이숙 박사(전북대 출강), 김은혜 박사(만화연구자), 최정 박사(극작가), 최은영 박사(무형문화연구원 전임연구원)로 신진 여성문학연구자들이다. 지식공동체 지지배배는 시, 소설, 희곡, 만화, 영화 등 문화예술 영역에서 관심분야가 각기 다른 신진 여성문학연구자들이 모여 만든 독립연구집단으로 서로의 연구 분야를 잇고, 이를 대중과 함께 공유하며, 동시대적 문제의식을 함께 나누는 것을 연구의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아울러 지역 연구집단으로서 지역의 자리를 탐색하고 지역 시민과 함께 성장하길 꿈꾸는 풀뿌리 연구자들의 공동체다. 연구 나눔으로 2018년부터 올해까지 3년차 대중강좌를 기획해 왔으며, 동네책방과 여성단체와의 연대를 모색해오고 있다. 지식공동체 지지배배의 올해 강좌는 코로나19 시대 이전에 2020년 지역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선정됐다. 연구자들은 코로나19 사태를 경유하며, 기존에 진행했던 연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현시대의 감수성에 대해 더 많은 사유를 담아낼 것으로 기대한다. 전 강좌 무료이며,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참여방법은 구글 신청을 통해 할 수 있다.

  • 문학·출판
  • 최정규
  • 2020.08.26 16:40

[전북문학관 지상강좌 - 한국문학의 메카, 전북] (29) 아픔·고통마저도 고운 색채로 그려낸 시인, 황길현

황길현 시인 황길현 시인은 1933년 2월 6일 전북 남원시 대강면 송내리에서 태어났다. 일찍이 문학에 뜻을 두어 전북대학교 국문학과에서 공부하였으며, 1959년 10월 신석정 시인의 추천으로 「자유문학」에 「만종」 외 2편으로 등단하였다. 첫 시집 『꽃은 미움의 비탈에 피고』(여수, 동아사 1964)를 상재한 이래 『앙가발이의 반항』(서울: 배상출판사, 1974), 『그리고, 다시』(전주:대흥출판사, 1979), 『아픔은 땅에서』(전주: 신아출판사,1984), 『땀 그리고 빛』(인천;유림사,1990), 『풀잎은 한을 삭이고 자란다』(전주; 신아출판사, 1997) 등을 남겼다. 시인은 대학 졸업 후, 1960년부터 전주 영생고등학교를 비롯하여 여수고, 장흥중고, 순천고, 남원여고, 전주공고, 전주여상을 거쳐 삼례 여고서 교사로 근무하였으며 1998년 2월에 정년퇴직하였다. 시인은 이렇듯 평생 전남과 전북지역에서 학생들에게 문학을 가르치면서 작품 활동을 했다. 1970년 이후 남원여고로 부임한 이래 전북에서 문단 활동과 작품 활동을 활발하게 하였다. 그러나 시인에 관한 연구는 매우 미흡한 상황이다. 그를 아는 문단의 선후배들은 그를 가리켜 한결같이 참 시인이라고 회고했다. 항상 좋은 시를 쓰려고 노력하였으며, 자신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았으며 스스로에게는 아주 엄격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시인의 삶에 대한 조명이 미흡한 점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시인의 작품에 대한 언급은 김동수(전 백제예술대 교수)의 빛과 순결의 아웃사이더 황길현이라는 글이 전북일보와 시사전북에 게재된 바 있고, PEN 문학 동인지에 정휘립의 <내면의 항거, 역설적 은유와 상상력에 의한 황길현의 작품세계에 대한 개괄적 일고>라는 글이 있을 뿐이다. 이 두 편의 공통점은 시인의 작품에 대한 해설과 평가에 그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시인의 삶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기록은 쉽게 찾을 수 없었다. 따라서 본 고는 여기저기 흩어진 시인의 행적을 중심으로 시인을 추억하고, 제한적이지만 김동수와 정휘립의 작품론 일부를 소개함으로써 시인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촉구하고자 한다. 시인은 전북대학교 국문과에 다니면서 김해성, 허소라, 채만묵, 김종곤, 장태윤, 서완석, 이귀호, 김유택, 김종득 등과 함께 문학동아리 청도를 결성하여 활동하였다. 1955년에는 전주공보관( 현 가족회관)에서 동인들의 시화전을 개최하였는데, 이는 대학생들로서는 최초의 것이었다고 한다. 이 시화전은 청도 동인들의 작품과 김교선, 신석정, 이철균, 백초, 이동주, 박성남 등의 시화도 함께 전시되었다고 한다.(장태윤, 청도 동인 활동을 중심으로, 전북문단일화집) 시인은 대학 졸업 후, 1960년 전주 영생고에서 근무한 것을 비롯하여 전남과 전북의 여러 학교에서 근무하였다. 영생고 이후 그가 근무한 학교가 대부분 공립학교인 점을 고려한다면, 영생고에 근무하면서 교원 공개임용시험을 거쳐 공립학교로 옮긴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전남 장흥 중고등학교에서는 재직할 당시 교지(校誌) 「억불(億佛)」과 관련된 소상한 자료를 찾을 수 있었다. 장흥고의 한 동문이 쓴 <장흥중고의 교지 「억불(億佛)」 창간호와의 그리운 만남>(장흥신문, 2018.4.27.)에 그 자세한 내용이 소개되어 있다. 시인은 교지 「억불(億佛)」 창간에 깊이 관여하면서 문학적 재능이 있는 학생들을 편집위원으로 직접 선정하고 그들과 함께 자장면을 배달해 먹으면서 교지를 만들었던 아름다운 정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잘 나타나 있다. 또한, 시인은 남도문화제, 호남예술제, 전북대학교 개교기념일 백일장 등 크고 작은 문학 행사에 문예반 학생들을 참여하게 하는 등 문예반 지도에 매우 열성적인 모습도 비친다. 최근 전국 최초로 회자(膾炙)하는 문학관광기행 특구지정과 관련하여 장흥 문학과 그 문맥을 정리하다 보면 장흥고 교지 「억불(億佛)」과 관련 김용술, 활길현 등 열정 있는 교사들과 장흥중고 문예반 출신 작가들이 거론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70년이 되면서 시인은 남도 생활을 접고 자신의 고향 남원으로 돌아왔다. 남원여고(1970년부터 1974년까지)에 근무하면서 기노을(奇老乙) 시인과 함께 남원지역 학생들의 문학동아리 「햇보리」 문학회의 고문을 맡아 이들의 문예 창작지도에 힘썼으며, 윤영근(전, 남원 예총회장, 소설가) 등과 함께 남원 문인협회를 창립하여 남원 문학 활성화에 이바지했다. 1984년에는 신석정 시인의 추천으로 『자유문학』을 통해 등단한 허소라, 김민성, 이기반, 이병호 등과 함께 석정문학회 창립의 산파 역할을 하였다. 오랫동안 황길현 시인이 남긴 여섯 권의 시집을 중심으로 그의 시를 연구한 정휘립은 전북 PEN문학의 「황길현의 작품세계」에서 황길현은 자신이 살던 시대와 삶에 대하여 상당히 비판적인 성향을 지녔다는 말부터 해야 할 것 같다. 스승 신석정의 중ㆍ후기 시 세계로부터 영향받은 것이 분명한 그의 현실 인식은 종종 고도의 지적인 사유를 빌어 시대를 파고든다. 그의 기법은 한국 전쟁의 후유증이나 경제적 궁핍 등 현실의 아픔을 추상적 색채로 그려내는 역설적 언어미학에서 강렬해진다. 그가 탐미한 내면의 공간이나 관념의 경지 한끝에서 수사적 이미지의 활달한 상상력이 샘솟아 나며, 그 이지적 언어로 길어 올린 변주곡의 질긴 음향은 공명을 타고 길게 울려 퍼진다.라고 했다. 김동수는 「빛과 순결의 아웃사이더 황길현」(시사 전북 닷컴 2011-04-25)에서 그의 문학을 이렇게 평가한 바 있다. 왜곡되고 굴절된 시대의 아픔을 때로는 술로, 때로는 조용한 내출혈로 삭이면서 순결과 저항의 길로 난해한 지성의 문맥으로 오갔던, 아니 어둠 속에서도 빛을 찾다가 아직도 미완의 숙제를 우리에게 남긴 채 우리 곁을 떠난 시대의 파수꾼이요, 아웃사이더, 그러면서도 진정한 휴머니스트였다고 본다. 정휘립의 연구에서 보듯 황길현 시인은 6.25 비극에서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현실을 예리한 눈길로 포착하면서 당대 겪어야 했던 고통과 아픔을 망라했다. 6.25 전쟁 때에는 반목과 질시, 살육과 모함을 이야기했고, 전후 극복과정에서 겪을 수 없는 고뇌를 앙가발이의 비극으로 표현하는 등 70년대의 저항과 순결의 의미를 그려냈고, 1990년대는 산문시로 변모하면서 최루탄, 군화 등에 짓눌린 어두운 사회 모습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갈망하기도 한 것이다. 시인은 이렇듯 역사의 질곡 속에서 고민하고 갈망했던 문제의식만 표현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우리 주변의 모습이나 소소한 일상도 예쁘게 그려내기도 했다. 시인이 당대 문인들과 함께 전주팔경을 시로 썼는데, 시인이 쓴 전주팔경의 마지막째 동포귀범(東浦歸帆은 아주 특별했다. 동포귀범(東浦歸帆)은 완주군 용진면 신기리 마그네다리 부근의 고산천을 돌아 마그네 선창부두, 만가리천으로 돌아오는 소금배, 젓거리배, 시탄배, 상강배, 곡식배 등의 행렬이 만들어 낸 산수화 같은 풍경을 아주 생생하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동포귀범(東浦歸帆) 어쩌면 좋아 맑고 밝게 서해로 트인 풍광 철철이 이어진 철새들의 축제를 멋과 맛이 어울린 풍요 바람의 돛은 돌아와 머물고 참한 평강과 온달 착한 선화와 맛동 예쁜 춘향과 몽룡 이쁜 농투산이와 땜장이들 부푼 보부상들 돛대에 걸린 그들의 노을이 곱게 불타고 있는 것을 허지만 화암사 진묵의 종소리에 여울진 백제 고혼의 한은 열리고 갯버들 풀뿌리에 얼기설킨 다슬기와 또랑새비의 마그냇 몸부림을 어쩌면 좋아 전북 문단에서 굵직한 역할을 한 황길현 시인의 삶과 문학을 재조명하는 것, 그것은 우리 전북문단에 남겨진 과제이다. /송일섭 전라북도문학관 학예사

  • 문학·출판
  • 기고
  • 2020.08.26 16:25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헌수 시인 - 오은 산문집 '다독임'

나만의 문장 사전을 만들어 노트에 필사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냥 흘려들을 법한 평소의 말과 글들이 미묘하게 읽히는 재미가 있다. 일상에서 관찰한 것과 경험한 것을 쓰고 읽으며, 언어의 결을 가다듬는 순간이 불현 듯 찾아오기도 한다. 곰 인형을 안고 있는 아이가 있는 표지가 따뜻해 보이는 책. 아무 곳이나 펼쳐서 읽기에 좋은 오은 시인의 산문집 <다독임>이다. 사람과 관계, 주변과 사물을 단어 하나에서 시작하여 확장시키는 글과 문장이 많았다. 우리들의 삶과 감정을 가다듬어주고 평범한 일상에서 만나는 다독임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써놓았다. 관찰자적 입장에서 섬세하게 포착한 문장을 시인의 마음결로 느낄 수 있다. 막힘없이 익히는 글, 단어의 변형과 활용, 발견하는 기쁨도 더불어 주는 책이다. 삶의 생채기를 만나고 거기에서 여린 살이 돋아나게 하는 힘, 내려앉은 어깨를 토닥여주는 일, 함께 했던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힘, 후미진 구석과 상대를 배려하는 힘, 먼저 손을 내밀게 하는 다독임을 읽으며 내 마음을 들춰보았다. 애틋하지만 가까울 수 없는 사이, 빗소리와 현장에서 느끼는 삶의 체감온도, 그리고 씻겨 나가는 모든 것을 채우는 기억의 웅덩이들, 틈을 메워보고 마음의 기울기를 다시 세워보기에 좋았다. 필사한 문장의 책갈피를 들춰 보니 많은 구절들이 새삼 반가웠다. 기대는 간헐적으로 찾아오고 걱정은 매일 들이닥친다. 앞으로 잘될 거야!라는 기대는 내일 당장 뭘 입지? 라는 걱정보다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기대는 점점 줄어드는데 걱정은 풍성해지니, 간만에 품는 기대는 더욱 애틋하고 소중할 수밖에 없다. 쓸 때마다 찾아오는 기진맥진함이 좋다. 무언가를 해냈다는 느낌 때문이 아니라, 어떤 시간에 내가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느낌 때문이다. 친애하고와 친애하는 사이에는 다름 아닌 쉼표가 있다. 나는 그 쉼표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사랑하기 위해서, 마침내 친애하기 위해서 들이쉬는 심호흡에 대해 생각한다. 그것은 참는 태도인가, 이해하기 위한 안간힘인가. 누군가를 친애한다고 말할 때, 그 말에는 빽빽한 쉼표가 담겨 있을 것이다. 내 안에 상대를 아로새기는 작업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길 정말 잘했잖아. 혼자 여행하는 것, 정말 아무것도 아니잖아! 아무것도 아님을 발견하기 위해 무수한 아무것을 거쳐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병원에서 종달리 초등학교까지 이어지던 일흔 네 개의 정류장처럼. 다독다독은 의태어이지만 다독이거나 다독임을 당할 때, 우리는 남들이 듣지 못하는 어떤 소리를 듣는다. 괜찮아, 괜찮아 라는 뭉근하고 다정한 위로가 들릴 때도 있고 괜찮아? 괜찮은 거지? 라는 다급한 물음이 들릴 때도 있다. 어느 것이든 괜찮은 사람이 괜찮지 않은 존재에게 건네는 말이다. 말하는 사람도, 그것을 듣는 존재도 그 순간만큼은 괜찮아지게 만드는 말이다. 마침내 나를 살게 만드는 다독임이다. 서로를 다독이는데 서툰 사람들이 나를 살게 만드는 다독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공감할 수 있었다. 그가 전해주는 단어의 설렘과 아름다운 울림이 파장을 일으킨다. 덧대지 않고 덜어낸 문장들, 깔끔하고 정교하며 차별화되는 언어에 다정하게 나를 가져다가 앉혀본다. 나의 마음에 타인을 아로새긴다는 말을 새겨보았다. 다독이러 갔다가 나오면서 돌아본다는 말이 와 닿았다. 내게서 나온 다독임이 돌고 돌아 다시 내게로 돌아오는 일에 위로를 얻는다. 채집하듯 건져 올린 글을 읽으며 힘을 얻는 일이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많은 사람들에게 다정한 다독임을 내어주며 곁을 챙겨주고 싶은 날이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0.08.26 16:11

귀로 감상하는 책…낭독공연에 더위 날려요

조선실록 수호대의 활약상을 듣고 일의 기쁨과 슬픔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낭독공연이 열린다. 전주시립극단은 20~22일 제117회 기획공연로 낭독공연 책 읽어주는 ♂♀를 올린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은 전주시립예술단 다목적홀에서 목금 오후 7시 30분과 토요일 오후 3시에 진행된다. 이날 공연에서는 장은영 작가의 동화 <으랏차차 조선실록 수호대>와 장류진 작가의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 中 잘 살겠습니다를 들려준다.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장은영 작가는 줄곧 아이들을 위한 동화를 써왔다. 최근에는 지역의 역사를 소재로 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지난해 출간한 이 책에는 역사를 지키려는 자들과 빼앗으려는 자들의 쫓고 쫓기는 대장정이 펼쳐진다. 전춘근, 정경림, 고조영, 서형화, 서유정, 소종호, 정준모가 출연해 수많은 방해와 고난을 떨쳐내고 실록을 무사히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두번째 순서로는 장류진 작가의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에 실린 잘 살겠습니다를 홍지예, 안대원, 홍자연, 최욱로가 출연해 책을 읽어준다. 대학입학과 함께 야무지게 스펙을 쌓고 원하던 회사에 입사한 나는 같은 회사의 남자친구 구재와의 결혼을 코앞에 두고 있다. 이 시점에서 별로 달갑지 않은 입사동기 빛나 언니가 자꾸만 만나자고 하는데, 자기의 결혼소식을 전해놓고 나의 결혼식에는 오지 않는 빛나 언니. 이들에게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있을 지 귀기울여보자. 이번 낭독공연은 전석 무료로 진행하며, 선착순 예약을 받는다. 예약 문의 010-3346-3979.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8.20 17:09

도서정가제가 뭐길래…동네책방의 '저항'

문화체육관광부가 오는 11월 도서정가제와 관련한 개정 법률안을 예고하면서 전북을 비롯한 전국 동네책방의 반발이 거세다. 개정을 통해 도서정가제가 폐지될 경우 근근이 이어가고 있는 동네책방이 고사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도서정가제는 책값의 과열 인하 경쟁에 따른 학술문예 분야의 고급서적 출간이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서점들이 출판사가 정한 도서의 가격대로 팔도록 정부가 강제하는 제도다. 2014년 개정된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 포함, 출판사가 간행물을 발행할 때 법에 명시된 방식에 따라 정가를 표시해야 하고 판매자는 정가의 15% 이내에서 최대 10% 가격할인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발행일로부터 18개월이 지난 경우 정가를 변경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동네책방들은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온라인 서점의 등장으로 큰 위기를 맞고 있는 동네책방은 도서정가제 마저 폐지된다면 죄다 문을 닫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온라인 시장에서는 본격적인 가격할인 경쟁이 될 것이고, 신간이나 작품성이 높은 책이 아닌 값싼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 가능성이 있는 등 출판계 생태계를 급격히 무너뜨릴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전주의 소규모 동네책방 등이 참여하고 있는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2014년 개정 도서정가제를 시행한 후 지역서점 수 감소, 출판사 매출 위축, 도서 초판 발행부수 감소, 평균 책값의 상승, 독서인구의 감소 등으로 출판 독서 시장이 망가졌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전국 순수서점의 수는 1996년 5378개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여 년 동안 감소세였지만, 2014년 개정 도서정가제 이후 감소폭이 현저히 완화됐다. 이는 보다 강화된 도서정가제가 지역 서점의 생존 여건을 조금이나마 개선했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이지선 전주책방네트워크 회장은 가뜩이나 온라인서점의 할인정책으로 동네책방이 힘든데 도서정가제가 폐지될 경우 큰 폭의 할인으로 오프라인 서점은 문을 닫으라는 이야기라면서 소형출판사의 경우도 대형출판사의 경쟁에 밀려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폭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문학·출판
  • 최정규
  • 2020.08.20 17:09

[전북문학관 지상강좌 - 한국문학의 메카, 전북] (28) 익살꾼의 재치 드러낸 글의 마술사, 오찬식

오찬식 소설가 오찬식 소설가는 1938년 2월 15일, 전북 남원시 산동면 이곡마을에서 태어났다. 남원고등학교 1회 졸업생인 그는 1960년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오찬식과 대학 동기인 이근배 시인협회장은 당시 서라벌예술대학의 풍경을 이렇게 묘사한 바 있다. 서울 미아리 고개 너머에 신라의 고도, 서라벌(徐羅伐) 천년의 영화로움을 따서 명명한 서라벌예술대학에 1953년에 문예창작과가 생겼는데, 전국의 내로라 하는 학생들이 다 모였다. 김동리, 서정주, 안수길, 박목월 등 당대 최고의 교수진에다가 학생들은 천승세, 서상옥, 유현종, 김문수, 김주영, 오찬식 등 걸출한 소설가를 비롯한 시, 평론, 희곡, 아동문학에 이르기까지 40여 명이 작가들이 한 반에서 쏟아져 나왔다고 했다. 오찬식은 대학 재학 중인 1959년 〔자유문학〕에 단편소설 <전야(轉夜)>로 등단함으로써 그는 문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그의 소설들은 서민 생활의 진실성을 묘파하면서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경향을 보였다. 오찬식은 처절한 민족사의 현장인 지리산 기슭을 배경으로 해방 전후의 민족 비극을 형상화한 장편 《마뜰》을 비롯하여 《지리산 빨치산》, 《지방주재기자》, 《창부타령》 등 토속적 색채가 강한 50여 편의 작품을 썼다. 그 외, <고전 논리 열두 마당> (청목사.1985), (시사출판사.1994) 등의 저서가 있고, 1986년에는 죤 스타인 벡의 <붉은 망아지>를 번역본으로 내기도 했다. 오찬식은 등단 이후 왕성하게 작품활동도 하였지만, 중앙의 문학 관련 단체에서 많은 역할을 했다. 1979년부터 10년 이상 한국소설가협회에서 사무국장, 1979년부터 13년간 한국문인협회 이사,1984년부터 8년간 한국예술인총연합회 기획부장, 1984년부터 10년 동안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이사를 역임했고, 1989년부터는 문예학술저작권협회에서 이사로 근무하기도 하였다. 1960년대에는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소설 부문 예심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으며, 부안 출신의 소설가 신석상, <비인간시대>를 쓴 황원갑, 윤영근 전 남원예총회장 등과도 자주 어울린 것으로 보인다. 오찬식의 소설 중 지리산을 배경으로 한 <마뜰>, <지리산 빨치산>에는 우리나라 현대사의 아픔이 잘 드러나 있다. 지리산에서 펼쳐지는 동족상잔의 비극은 단순한 전쟁의 활극이 아니다. 이데올로기와 얽히면서 매우 가슴 아픈 비극으로 다가온다.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살육과 약탈, 만행의 대상이 되어야 했고, 낮과 밤에는 권력이 교체되면서 일어나는 잔혹함을 감당해야 했던 원주민들의 절박감을 그려냈다. 소설가 김주영은 오찬식의 소설에 대하여 이렇게 회고한 바 있다. 그의 글은 장작을 뽀개듯이 투박한 언어와 직설적인 구어체 문제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질그릇 멋 같은 그의 작품은 문체의 핵심으로 넘어가는데 있어서 우회하지 않고 직선적으로 달려든다. 오찬식 문학이 지닌 호소력은 바로 인간의 속임수 없는 자세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나는 너무나 아프게 느끼고 있다. 문학평론가 임헌영은 분단 이후 지리산과 관련된 문학 작품들은 대체로 두 가지 측면을 다루고 있다고 했다. 하나는 원주민들이 분단으로 겪을 수밖에 없었던 아픈 체험을 소재로 한 증언문학이고, 다른 하나는 분단극복을 위한 역사적 변혁 주체로 참여하는 과정에서 지리산에 들어간 경우를 다룬 작품이라고 했다. 특히 오찬식의 <마뜰>과 <지리산 빨치산>, 그리고 김주영의 <천둥소리>는 몰 이념적 인간성을 내세워 민중의 수난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고 했다. 오찬식은 중앙 문단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하였다. 특히 넉넉한 품성에다 술을 좋아했기에 많은 사람과 어울렸다. 언제나 활발하고 인정이 많았으며 설사 잘못되어 일이 꼬인다 해도 목젖 짜릿한 소주 한 잔이면 훌훌 다 풀어버리는 대인다운 성격을 지녀, 주변 친구들은 그를 곰으로 불렀다고 한다. 그의 오랜 친구 윤영근에 의하면 가슴 한쪽에는 눈물이 고일 법도 한데, 노상 웃음을 띠는 그의 모습이 때로는 바보스럽게 보일 때도 있었다고 했다. 오찬식과 가까웠던 윤영근(前 남원예총 회장, 소설가)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사람의 인연이 참 묘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때는 1957년 7월 후텁지근하던 날, 서울 명동에 있는 돌체 다방에서 그를 우연히 만났다고 한다. 돌체 다방에는 공초 오상순 등 명망 있는 소설가들이 자주 모였는데, 그날 웬 풍채 좋은 사내 둘이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좌중을 압도하고 있었다는 것, 한 사람은 부안 출신의 신석상 소설가였고, 또 한 사람은 남원 출신의 오찬식이었던 것, 초면이었지만 동향(同鄕)이었던 셋은 충무로의 부뚜막 술집에서 밤새 이야기하고도 부족하여 고려대학에서도 40분 넘게 걸어가야 하는 석관동의 허름한 오찬식의 자취방에까지 이어졌다. 다음 날 아침, 끼니를 해결할 수 없는 오찬식의 가난을 마주하며 석관동 버스 종점에서 국수 한 그릇을 나눠 먹은 것이 인연이 되어 그와 함께 3년 동안 자취생활을 했다고 한다. 고향에서 부쳐준 윤영근의 넉넉한 하숙비로 궁기를 면했으니, 시골 출신의 가난한 대학생 오찬식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소설가 지망생의 오찬식과 의사 지망생의 윤영근은 쉽게 어울릴 수 있는 조합은 아니었다. 그런데 윤영근이 훗날 소설가가 되고 남원 문인협회 및 예총회장 등을 한 것으로 보아 의대생이었지만 그의 내면에는 문학적 취향이 강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윤영근은 오찬식이 대학 재학 중 문단에 등단한 것은 아주 대단한 일이라고 했다. 이들의 만남은 또 이어진다. 윤영근이 의대를 졸업하고 전방에서 군의관으로 근무할 때 그들은 부대 식당에서 우연히 만났다. 그 후, 병(兵)으로 근무하던 오찬식은 윤영근의 숙소를 뻔질나게 들락거렸다. 제대하여 서울에서 다시 만났을 때 오찬식은 동가식서가숙의 유랑 객이었다. 그는 윤영근의 병원 숙직실에서 함께 보냈다니 그들의 인연은 놀랍기만 했다. 이쯤 되면 훗날 윤영근이 소설가가 되고, 문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필연의 결과라고 해야 할 것이다. 윤영근이 고향으로 내려와서 병원을 개업한 이후에도 인연은 계속되었다. 특히 오찬식이 지리산을 배경으로 하여 <마뜰>과 <지리산 빨치산>을 쓸 때는 함께 취재하기도 했다. 2008년 오찬식의 부음을 듣고 그가 쓴 회고의 글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 오찬식과 나는 전생에 무슨 인연인지 모르겠다. 이제 그는 영원히 내 곁에서 멀어져 갔다. 그가 평생에 눈물을 속으로 삭였듯이 나도 그의 영전에 눈물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저승에서 또 만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 뜨거운 눈물을 흘릴 것이다. 우연히 만나서 함께 자취하면서 대학 생활을 하고, 군대에서 다시 만나고, 그리고 직장생활을 할 때 다시 만나고, 고향에서 또 만나 문학을 화두 삼아 살아온 것은 참으로 특별한 인연이다. 윤영근의 말처럼 그들은 언젠가는 또 새로운 만남을 이어갈 것이라 믿는다. 오찬식은 소설가로서 작품활동을 하면서도 고향에 대한 사랑을 잊지 않았다. 1959년부터 남원 최초의 문학 동인지 『南苑』의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남원 문학의 디딤돌을 하나하나 놓기 시작했다. 고향에서 자리 잡은 그의 도반 윤영근과 남원 문인협회와 남원 예총을 창립하기도 했다. 이러한 공으로 그는 자유중국문학상(1980), 한국소설문학상(1980), 문학평론가협회상(1985), 월탄문학상(1994) 수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찬식은 지병인 신부전증을 떨쳐내지 못했다. 사람이 좋은 데다가 두주불사였으니 오죽했을까. 오랫동안 병고에 시달리면서 작품활동을 했다. 평생 글만 알고 가난하게 살았던 그는 술 마시는 재미로 살았으니 낭만적인 사람이었고 좋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점점 나이가 들면서 병이 악화하였고, 마침내는 복막투석을 해야 했고, 게다가 부인까지 먼저 세상을 뜨는 바람에 홀로 병고에 시달리다가 삶을 마감하였으며, 유족으로는 기력, 기춘 두 아들이 있다. /송일섭 전라북도문학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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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8.2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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