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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문학관 지상강좌 - 한국문학의 메카, 전북] (27) 인도주의를 추구했던 권일송 시인의 삶과 문학

권일송 시인 권일송 시인(1933-1995)은 전라북도 순창군 순창읍 가남리 가잠(佳岑) 마을에서 태어났다. 가잠(佳岑)이란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아름다운 봉우리란 의미인데, 마을 뒤편에는 나지막한 봉우리가 이 마을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다. 이 마을은 안동 권씨들이 집성촌을 이루어 사는 마을이다. 마을의 위쪽 중앙에는 조선 철종 임금이 하사한 효열문이 서 있는 전형적인 반촌(班村)의 모습이다. 마을 앞쪽에는 옥천(玉川)이 섬진강으로 흘러가고 그 좌우에는 너른 들이 펼쳐져 있다. 시인은 어려서 손(孫)이 없는 천 석지기 부자인 큰아버지 댁의 양자가 되었다. 집안의 분위기는 따뜻했고 평화로웠으며, 특히 시인의 어머니는 늘 책을 손에 놓지 않고 독서에 열중하였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성장한 시인이 평생 시인으로 산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시인은 순창에서 태어났지만, 그의 문학 활동의 상당 부분은 남도를 배경으로 하여 이루어졌다. 어려서부터 광주에서 성장하였고, 광주공고를 졸업한 후 전남대학교에서 수학했다. 1956년부터 1970년대까지 목포의 영흥고등학교와 문태고등학교에서 국어교사로 재직하였고, 이 지역 고등학생들의 문예반을 지도하면서 목포 문학 활성화에 이바지했다. 지금도 목포에서는 해마다 시인의 삶과 문학을 기리는 크고 작은 행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문단 활동의 상당 부분을 목포에서 했고, 이곳에서 많은 제자를 길러낸 만큼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목포 유달산에는 유달산공원조성기념비가 있는데, 여기에 시인의 글이 새겨져 있다. 목포 사람들은 시인의 고향이 목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1957년 영흥고등학교 재직 중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불면(不眠)의 흉장(胸章)>이 당선되었고, 같은 해에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강변 이야기>가 당선되면서 시인은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남도에서는 시인을 신춘문예의 바람을 몰고 온 장본인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1965년에는 《주간한국》에 장편서사시 <미처 못다 부른 노래>가 25회에 걸쳐 연재되기도 했다. 시인이 중앙무대에서 문단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1970년 10월부터다. 그 무렵 목포에서의 생활을 접고, 상경하여 한국문인협회 이사와 한국시인협회 중앙위원으로 활동하였으며, 1976년에는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이사, 한국현대시인협회 부회장 등을 역임하였고, 1982년에는 《한국경제신문》에서 논설위원으로 활동하였다. 1991년에는 옥천향토문화사회연구소의 고문을 맡으면서 고향 순창의 향토문화 발굴과 진작에 애쓰다가 1995년 간경화로 세상을 떠났다. 시인은 이렇듯 화려하게 문단의 주목을 받으면서 많은 시집과 평론과 수필, 저서를 남겼다. 1966년의 첫 시집 《땅은 나를 술 마시게 한다》(한빛사) 이후 《도시의 화전민》(1969), 《벼랑과 눈물 사이》(1987), 《바다 위의 탱고》(1991) 등의 시집을 냈고, 평론으로는 《우리 시와 시대사황》(1986)이 있다. 또한, 저서로는 《한국 현대시의 이해》(국제출판사, 1981), 《윤동주 평전》(민예사, 1984) 등이 있으며, 수필집으로는 《한해지(旱害地)에서 온 편지》(현대문학사,1973)가 있다. 시인은 감상이나 연민을 배격하고 주지적 계열의 사회참여를 강조하는 시를 많이 썼다. 현실의 암담함과 부조리를 외면하지 않았고 인도주의 정신에 입각한 사회참여의 경향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경향은 그의 첫 시집 《땅은 나를 술 마시게 한다》(한빛사)에 실린 그의 대표시 <이 땅은 날을 술 마시게 한다>에도 엿볼 수 있다. 떠오르는 須臾의 햇빛 / 지는 노을의 징검다리 위에서 / 지나쳐 가는 그 온갖 것의 /點과 線의 거리와 眞實을 /허깨비 보듯 시린 눈으로 揚陸하면 // 정적은 비와 같이/ 背逆의 등을 쓸어 내리고 / 비에 젖는 共和國의 憲章 第 1 條 / 뜨겁게 뜨겁게 이즈러진 폐허의 조국 // 이 땅은 나를 술 마시게 한다. -<이 땅은 나를 술 마시게 한다>의 일부 위 시는 시인이 처한 서글픈 시대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제5공화국 시절의 암담한 현실이 나타나 있고, 이에 대한 저항과 고집도 비친다. 또 그와 관련된 일화에서도 이러한 시인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4.19 학생 시위가 있던 날이다. 신문사로부터 원고 청탁을 받았는데, 시인은 밤이 깊도록 책상 앞에 앉아 씨름했지만, 단 한 줄도 쓰지 못했다. 마감 시간이 다가오자 시인은 <무언의 항변(抗辯)>이라는 제목만 써서 원고를 보냈다. 이를 받아든 신문사는 매우 당황했지만, 시인의 고뇌를 읽어내고 그 제목만 있는 빈 여백으로 편집하여 신문을 발간했다. 그 뒤에 시인은 공안 담당자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어 적지 않은 고생을 하였다. 시인이 단지 자연의 완상이나 사물을 새롭게 인식하는 것만으로 시인의 역할을 다 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어느 시인의 말씀처럼 시인은 민중과 함께 민중의 울음을 울어주는 천한 곡비(哭婢) 역할도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권일송 시인은 주목할 만하다. 그는 학대받은 지성과 진실 앞에, 그리고 오늘의 몰락한 불구의 노래를 부른다고 밝히면서 우리 사회의 암담함을 놓치지 않았다. 시인은 그와 동시대에 함께 활동했던 대부분의 시가 전통적이거나 자연 친화적인 경향에 기울었음에 비해 현실적이고 시사적인 사건들에서 소재를 포착하여 그것을 풍자 비판하는 주지적 시풍을 견지한 것으로 평가된다. 시인은 1960년 제6회 전남문학상을 받았고, 1983년 제1회 소청문학상, 1895년 현대시인상 등을 수상했다. 시인은 시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 평생 400여 수를 암송한 김수남, 그리고 김춘수 시인과 함께 11월 1일을 시의 날로 제정하기도 했다. 시인의 사후 8년 뒤에 그가 어렸을 적 자주 오르내렸을 가잠(佳岑) 마을의 뒤쪽 남산대 귀래정 체육공원에 그의 시비가 세워졌다. 이 시비에는 그의 대표작 <반딧불>의 일부가 새겨져 있다. 생전에 광주와 목포, 서울을 떠도느라 바빴던 시인이 사후 고향의 품으로 돌아온 모습이 어쩌면 이 시의 중심소재인 반딧불이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에게 가는 목숨이야 / 어디 날개 달린 새뿐이랴 // 모시 수건으로 정갈하게 닦아낸/ 쟁반위의 밤 하늘엔 // 반딧불로 어지러운/ 떠돌이의 고향이 보인다// -<반딧불>의 일부 시인의 고향 마을 한가운데는 생가(生家)인 기와집 한 채가 덩그렇게 남아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인의 형수 이기남 할머니가 이곳에서 순창의 전통 고추장을 만들었다고 한다. 시인의 6촌 동생 권문길 씨를 비롯한 종친들은 한 가지 아쉬움을 이야기했다. 주옥같은 시편을 남긴 시인의 시비가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귀래정 전망대 한쪽 구석에 있다는 것이다. 순창의 대표적 시인이면서 우리 문학사에 큰 발자국을 남긴 시인인 만큼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으로 시비가 이전되어야 한다고 했다. 시인의 고향 마을 앞에는 1992년 8월 2일에 세운 자그마한 정자가 있다. 바로 그 정자 안에 시인의 고향에 대한 추억과 향수를 담은 시 한 편이 걸려 있다. 그리운 가잠(佳岑) 바위보다 무겁고/풀잎보다 가볍다 /마침내 고향의 무게가 그런 것이고나 / 그리운 것들은 다 떠났어도/네 이름만은 여기 남는다.//눈 비비고 바라보는 그리운 산하/아비는 온종일 논을 갈고 /어미는 땀 밴 수수깡 밭에서/둥근 햇덩이를 줍던/아름답고 포근한 옛이야기들//천년을 버티는 푸르른 댓잎을 보아라 /마침내 흙 한 줌이 나의 뿌리였고나/ 여기 그리운 얼굴들이 다시 모여 /고개 숙여 마음을 속여/이별 없는 아침의 노래를 부른다.// 권일송 시인은 주로 광주와 목포, 그리고 서울에서 문학 활동을 하였기에, 전북 문단과의 교류는 그리 활발하지 못한 것 같다. 그런데도 우리 고장 순창에서 태어나서 이 땅의 시문학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것은 전북 문학의 자랑과 긍지로 남을 것이다. /송일섭 전라북도문학관 학예사

  • 문학·출판
  • 기고
  • 2020.07.30 16:36

[신간] 일찍 여는 하루…황점숙 수필집 ‘새벽 풍경’ 출간

일찍 하루의 문을 열며 공원 느티나무의 짙은 녹색을 바라봐온 수필가의 이야기가 긴 여름 새소식을 전한다. 7년 만에 두 번째 수필집을 낸 황점숙 수필가는 이번 새 책 <새벽풍경>(나무향)을 통해 또 다른 내일을 꿈꾸고 있다. 첫 작품집 <오리정>으로 받은 격려에 힘입어 또 용기를 냈다는 것. 이번 책에 담긴 수필가의 글을 읽어내려가다보면 세상과 인간에 대한 배려와 애정이 한눈에 들어온다. 큰 느티나무처럼 되고 싶었습니다. 욕심인 줄 알면서도 그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내디뎠습니다. 더디게 나아가는 발걸음이 지루하지만 희망을 줍니다. 나도 모르는 새에 조금씩 자라고 있음에 스스로 위안을 해 봅니다. 황 수필가는 서문에 담은 이야기처럼 어린 나무가 매년 나뭇잎을 피고 지우며 거목이 되듯이 문인으로서 새로운 성장을 꿈꾸고 있다. 반복되는 일상과 그 속의 어려움으로 지치고 힘든 이웃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했다. 걱정에 사로잡혀 답답함을 느끼는 형님에게 푸짐한 마음 한 상을 차려내기도 하고 나무들의 축제를 보며 아름다운 풍광에 마음을 기대기도 한다. 물과 바람, 들풀이 어우러진 전주천은 사계절 내내 산책가들에게 생명력을 나눠줬다. 황 수필가도 간간이 놓인 징검다리에 서서 힘찬 물소리에 귀를 기울이노라면 마음속 묵은 체증이 씻기는 듯하다고 전했다. 소소한 우리 주변 풍경을 둘러보며 이른 새벽을 여는 수필가의 풍경이 우리네 일상에 새 바람을 가져다준다. 남원 출신의 황점숙 수필가는 지난 2006년 <좋은문학>에서 수필로 등단했으며 한글문해교육과 편지쓰기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전북문인협회, 전북수필문학회, 전주문인협회, 가톨릭전북문우회 회원과 순수필, 샘문학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9년 제7회 전주문학상 문맥상을 수상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7.29 16:58

[신간] 아동의 꿈이 자라나는 '오월은 푸르구나'

올 봄, 첫 장편소설 <색>을 출간하고 소설가로서 첫 도전기를 썼던 조기호 원로시인이 여름날 해맑은 동심을 닮은 첫 동시집을 완성했다. 동시집 <오월은 푸르구나>(도서출판 바밀리온)는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시의 맛을 선물하고자 했던 시인의 이야기로 완성됐다. 문학을 바탕으로 다양한 장르에 대한 도전을 해나가는 원로시인의 행보에 관심이 모인다. 원로시인은 이번 동시집을 통해 어린 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 상상력과 호기심을 펼쳐냈다. 호화찬란한 그림책이 아니고 그냥 시라는 것을 일러주고 싶었으나 아이들의 해맑은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기엔 길을 너무 지나쳐온 걸 느꼈습니다. 교육성이 다소 부족해도 문학성을 살려서 자라는 어린이들에게 시의 맛을 선사하고 싶었습니다.(저자의 말 中) 동시는 어린이들의 순수성과 솔직성을 키워주기 위해 문학성을 최대로 살려 썼다. 어린이들이 순수한 동심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길 바랐다. 상상력과 호기심은 그 기반을 다지는 소중한 재료가 됐다. 1부 오랑캐꽃는 찔레꽃, 매화, 백일홍, 연꽃, 아카시아꽃 등 계절을 따라 피어나는 자연의 생명을 노래하는 시로 가득 채웠다. 2부는 야간열차로 동네 친구들과 뛰어놀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고향의 정취가 느껴지는 시를 담았다. 3부 부르는 소리와 4부 삿갓배미에는 다정한 이의 얼굴과 이름을 떠올리게 하는 서정적인 시가 주를 이룬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5부 오월은 푸르구나는 새파란 아이들의 마음이 그려지는 시로 채워졌다. 이어 동물친구들과의 추억을 담은 6부 외기러기, 정다운 동무들 생각으로 쓴 7부 동무생각을 한 장씩 넘겨보며 어린 날 동심을 되새기고 어린이의 마음에서 세상을 읽을 수 있는 기회로 만들었다. 전주 출신인 조기호 시인은 전주문인협회 34대 회장과 문예가족 회장, 전주시풍물시동인회 회장을 역임했다. 1992년 시집 <저 꽃잎에 흐르는 바람아>를 시작으로 <바람 가슴에 핀 노래>, <산에서는 산이 자라나고>, <하지무렵> 등 21권의 책을 펴냈다. 최근에는 시대화합 메시지 담은 첫 장편소설 <색>을 출간했다. 목정문화상, 후광문학상, 전북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7.29 16:58

[신간] 이점순의 잡담, 어머니와의 추억을 쓰다

둬 달 전에 날은 안 새고 하루가, 한 시간이 너무 멀다는 엄마와 잡담을 했다. 이제 잡담을 잡담으로 말 나눌 엄마가 안 계신다. <이점순의 잡담>(풍류문화컨텐츠기업 정말)에는 한 남자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가 된 나를 돌아보는 한 여인의 자기성찰이 담겼다. 이점순 작가는 한동안 나를 짓누른 나는 나의 화두였는데 문득 답이 내 안에서 나왔다면서 그동안 살아온 시간을 머리로 가슴으로 여민 글을 모아 휘장을 벗긴다고 말했다. 나를 거창하게 여겼던 것 같다고 고백하면서도 이왕 이렇게 된 거 거창한 나를 만들어봤다고 털어놓는다. 현재 진안군정소식지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식생활교육진안네트워크 공동대표이자 성수주조장 냉천막걸리를 운영하면서 바쁜 일상을 소화하고 있다. 그의 부지런한 생활은 쉰 살 넘어 빛을 발했다. 한국방송통신대학 국어국문과에 진학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요리 공부도 해 2017년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전북의 웰빙 집밥 요리대회 대상을 받는 등 뜻깊은 성과도 이뤄냈다. 그렇게 집밖에서 부지런히 활동하면서 많은 사람을 사귀고, 꿈으로만 여길 뻔한 시인이 됐다. 시골로 들어온 후에는 막걸리를 빚으며 새로운 삶에서 나를 잘 여물게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4부로 나눠 엮은 이번 책에는 100여 편이 넘는 시가 수록됐다. 진실로 아름답게, 그저 얼버무리고 싶지는 않았어, 밤에 완성되는 달맞이 꽃, 비눗방울 속 무지개 등 그리움을 벗 삼아 인생 곳곳에 수놓은 추억을 이야기한다. 작품해설을 쓴 글꾼 심도전은 어머니와 평소에 나눈 말들, 손짓 하나하나가 세월이 흘러 시로 맺혔다. 요란하지 않고 잔잔하게 걸어 나오는 시는 읽고 돌아서다가도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고 말했다. 가족과 지인들도 따뜻한 격려를 전했다. 전춘성 진안군수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어머니의 따뜻한 품, 특히 진안에 대한 진한 사랑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시편들이 감동을 주었다고 감상을 전했다. 복효근 시인은 맑고 투명하게 내리는 가을볕같이 고슬고슬하고 결이 고운 시인의 그리움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모두 훼손되기 이전의 우리 생명의 본향에 다다른다고 풀어썼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7.29 16:58

[신간] 군산의 유명 장소를 책 한권으로 만나다

군산의 유명 장소를 책 한 권으로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배지영 작가의 <군산>(21세기북스). 배 작가는 군산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군산에 처음 온 날은 1990년 12월 18일 19살 무렵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향토역사학자 김중규 선생이 쓴 군산에 대한 책과 군산에 대한 각종 신문기사를 접했다고 작가는 전한다. 비옥한 들과 조창이 있는 항구를 가졌다는 이유로 더 가혹하게 일제에 의해 수탈당했고, 일본인 농장주에 맞서 싸웠던 군산사람들, 한국전쟁이 끝나고 온 개발의 시대. 그런 군산의 역사와 이야기에 작가는 군산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들은 대로 이 책에 한 데 엮었다. 저자는 책 초반부에 군산을 변화를 포용할 줄 아는 열정의 도시란 표현을 썼다. 타임머신을 오르지 않고도 시간을 거스를 수 있는 도시라는 표현도 적었다. 이는 군산이 짧은 시간동안 많은 변화를 거쳤지만 이에 적응해 나갔고, 역사의 흐름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란 표현인 셈이다. 책은 시간여행마을편을 통해 일제 강점기가 남긴 군산의 모습을 통해 군산이 얼만큼 수탈을 당했는지, 일제에 어떤 방식으로 대항했는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든다. 이밖에도 철길마을,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던 초원사진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인 이성당, 역전의 명수로 이름을 날린 군산상고 등 역사문화관광먹거리교육체육을 망라해 군산시민과 관광객의 시선을 모두 한데 담았다. 배 작가는 100여 년 된 원도심의 건물들과 그보다 더 오래된 군산의 들과 산 그리고 강에는 수백?수천 년간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면서 나는 운 좋게도 이 아름다움과 특별함을 볼 수 있는 시기에 당도해 있다. 군산에서 서른 번째 봄을 맞은 해, 이 책을 쓴 나는 군산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저자는 20살에 전남 영광에서 군산으로 넘어와 군산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주요 저서로는 <우리 독립청춘>, <소년의 레시피>, <서울을 떠나는 삶을 권하다>, 동화 <내꿈은 조퇴>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최정규
  • 2020.07.29 16:58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이영종 시인 - 유이우 시집 ‘내가 정말이라면’

버드나무를 좋아한다. 그렇지만 나는 아무리 손을 뻗어도 그 흔들림을 다 만져볼 수가 없다. 만지는 것은 그에게 실례가 될 것이다(시인의 말 중). 유이우 시인의 <내가 정말이라면>을 읽고 나자, 오리기와 반대말이 실례를 무릅쓰고 내 물낯을 차고 날았다. 어릴 때 가위를 잡으면 오리고 싶었다. 오리들이 색종이를 걸어 나와 물속으로 들어갈 것 같았다. 매혹적인 글이나 기사를 클리어 파일에 넣어 두고, 두고두고 꺼내 먹곤 했다. 그러나 오랫동안 홀리즘(Holism)에 빠져 살아 잘린 머리칼이나 손톱, 발톱에 숨길을 주지 못했다. 내가 가짜라면? 내가 아바타라면? 내 삶은 이미 결정 되어 있을 것이다. 내가 정말이라면 자유 의지를 가진 존재일 것이다. 나는 77억이 넘는 사람 중 독특성을 가진 유일한 존재다. 나는 느끼고, 생각하고, 걷고, 듣고, 보고, 냄새 맡고, 맛보고, 만지며 진짜 세상을 본다. 이우성 시인은 유이우는 자유와 항해, 구름 혹은 오후, 구름과 항해, 오후와 항해, 오후의 빛을 타고 늘 항해한다고 했다. 구름과 오후에 홀리어 다다르고자 하는 곳 없이 떠가는 항해가 유이우의 시다. 시어는 헬륨풍선처럼 둥둥 떠오르고, 형상기억합금처럼 탄력 있게 의미와 무의미를 넘나든다. 사람들이 의미, 의미하니까 그렇지, 어차피 세상의 절반은 무의미다. 시인은 무의미에 대한 깨달음이 의미에 대한 깨달음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닐까. 아니, 의미와 무의미 사이에 있는 여러 스펙트럼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시인은 내가 모르는 사이에 색다른 비법으로 버무린 어휘와 문장을 무인 택배함에 넣어 놓고 저 멀리 가 있다. 시가 시에게 가도록 사람이 방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시인은 말하였는데, 오늘 나는 훼방꾼이 되기로 한다. 내 마음을 오려간 연과 행을 잘라 내 마음에 붙여 놓는다. 거울신경에 늘 비추어 본다. 당신도 그렇게 붙여넣기를 하다 보면 시집 한 권이 사라지는 매직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길 잃은 메아리가// 매미 속에서 우는 법을 알고/ 다시 돌아오는 일(맹인 중). 나무가 비키지 않으면 세상이 나무를 돌아간다(비행 중). 노래를 들을 때 우리는 한명인 것 같다(어린 우리가 중). 언제나 그 음에/ 머무르려고// 피아노가/ 음악 바깥으로/ 나온다(조율 중). 더 오래 서성이기 위해서/ 지구가 무겁구나(풍경 중). 힘을 겨루지 않아// 해는 쉽고/ 어렵지 않고// 해는 막차처럼 소중해지는데(위로 중). 답장처럼 둘이 더 친하게/ 발음으로 물감을 섞는다(놀이 중). 영원, 하고 부르면 계속되는/ 둥근 느낌들(운명 중).

  • 문학·출판
  • 기고
  • 2020.07.29 16:45

전주독서대전, 온·오프라인 넘나든다

전주독서대전이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온오프라인을 넘나든다. 전주시는 오는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3일간 국립무형유산원 일원에서 열리는 전주독서대전을 온오프라인으로 병행 개최키로 했다. 먼저 독서대전 개폐막식과 일부 강연 및 공연, 학술토론은 유튜브와 네이버 TV와 손잡고 온라인 송출할 예정이다.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는 오프라인 행사인 강연과 공연 등은 좌석을 대폭 축소, 전체 예약을 받아 진행할 방침이다. 또 독서체험과 북마켓의 경우 회당 5명 내외로 1m 이상 거리두기를 준수해 운영한다. 이번 독서대전에서는 △다독다독, 북큐레이션 △책 약사가 처방하는 한 권의 책 △전주를 읽어드립니다 △전주 올해의 책 낭독공연 등 새로운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다독다독, 북큐레이션은 시민의 삶과 인생에 대한 질문을 정리해 답이되는 책을 소개하는 코너다. 책 약사가 처방하는 한 권의 책은 정지혜 작가와 일대일 상담을 통해 자신의 고민에 맞는 책을 추천받는다. 전주를 읽어드립니다 코너는 전주 역사와 음식, 영화 이야기를 현장에서 들려준다. 이번 강연에는 최재천, 장석주, 박연준, 남궁인, 박상영, 장혜령, 장류진, 강양구, 장은영 작가 등이 참여한다. 시는 독서대전과 연계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전주 올해의 책 나만의 책표지 공모전 △북튜버 공모전 △전주 올해의 책 독후감 공모전 △책 읽는 우리, 독서사진 공모전 △우리 지역 동네서점 스탬프투어 등도 준비해 풍성한 독서대전을 만들 계획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지쳐있는 시민들에게 책을 통한 현명한 답을 찾도록 돕고 힁을 줄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시민들이 안전하게 독서대전을 즐길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 문학·출판
  • 최정규
  • 2020.07.27 17:08

[신간] 비빔과 섞음의 조화 ‘혼돈반’

전주비빔밥은 전북을 넘어 전국, 세계에서 유명한 전주의 토종음식이다. 그렇다면 전주에서 당초 비빔밥은 머라 불렸을까. 그 시초를 알 수 있는 책이 발간됐다. 이종근 작가는 <인문학스토리로 만나는 음식문화>(신아출판사)를 펴냈다. 작가는 1995년에 펴낸 <온고을의 맛, 한국의 맛>에 이은 25년 연구로 이 책자를 펴냈다. 작가는 인문학과 음식의 만남을 전북 처음으로 시도, 우리네 삶의 성찬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했다. 음식과 문화, 그리고 스토리와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연구한 가운데 손수 한문을 번역하거나, 한문 번역본을 구입해 찾은 자료가 아주 많다. 이 책에 따르면 전주비빔밥의 시초를 알아가던 중 조선시대 태조 이성계의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성계 장군이 오목대에서 승리의 기념으로 부하들과 연회를 열면서 간단히 먹은 음식이라고 한다. 1950년대 초 유기그릇에 담은 비빔밥을 뱅뱅이 비빔밥이라고 불렸다. 맷돌처럼 돌려서 비벼먹는 비빔밥이란 뜻이다. 이밖에도 허균과 부안의 방풍죽을 비롯, 만마관에서 음식을 판 조삼난, 전주 생강 상인과 올공쇠, 진안군(君)과 소주, 성미당 놋그릇 이야기, 속담으로 만나는 고창 음식 이야기, 고춧가루를 싫어한 예수병원 의사 잉골드, 서울 누이에게 부안 생선과 게를 보낸 유형원, 여강이씨 안동에서 남편 무장현감 김진화에게 두부장을 보내다 등 다양한 전북의 음식의 역사를 스토리를 통해 다가간다. 이 작가는 온고을의 맛 한국의 맛이란 책자를 발간한 후, 송창진 송약국대표(작고), 향토사학자 작촌 조병희선생(작고) 등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음식을 계속 연구하라는 말에 너무 많은 부담을 느꼈다면서 하지만 이로 인해 전북 향토음식 조례가 제정된 것은 큰 보람이었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최정규
  • 2020.07.22 17:04

[신간] 세상 벗어나 잠시 쉬어가고 싶다면…

문화사학자이자 도보여행가인 신정일 작가가 전국 곳곳의 암자를 찾았다. 덕분에 <한국의 암자 답사기>(푸른 영토)에는 깊은 산속 암자에서 그가 만난 인연들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가 담겼다. 지난해 출간한 한국의 사찰 답사기에 이어 문화유산의 보고(寶庫)라 불리는 한국의 사찰과 암자로 인문 기행을 떠난다. 이번 책의 머리말에서 신정일 작가는 이번 여정을 통해 사람의 인연이란 시절 인연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사람의 인연이란 것이 참으로 신기한 것이라서 만나서 사는 동안은 그렇게 절실하다가도 잠시만 못 만나면 서서히 잊혀져서 기억의 잔해만 남아 마음 속을 떠돌다가 흩어져 버리기도 하고 또 어느 날 문득, 다시 만나기도 한다는 것을 새해 첫날 대흥사의 일지암을 오르고 내리며 깨달았다. 아름다운 우리 강산과 잘 어울리는 암자의 모습을 오목조목 실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바다와 산을 아우르는 정겨운 풍경이 펼쳐진다. 백제 무왕의 전설과 미륵신앙이 녹아있는 익산 미륵산의 사자암, 백제 초의선사의 숨결이 서려있는 부안 능가산의 청련암, 지장보살의 영험이 깃든 고창 선운산의 도솔암, 신라부터 이어온 실상산파의 수행처로 잘 알려진 남원 지리산의 백장암 등 전북의 명산도 풍부하게 담았다. 암자에는 세상 시름을 내려놓고 한 숨 쉬어가고 싶은 이들의 발길이 모인다. 신정일 작가도 세상을 잠시 벗어나 가고 싶은 곳, 가서 천가지, 만가지로 흩어지는 마음 내려놓고 쉬고 싶을 때 암자를 찾았다고 말한다. 책 말미에는 신정일의 한국의 암자 답사지도를 그려 넣었다. 전국 각지의 암자 21곳의 위치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표시해놓았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7.22 17:04

[신간] ‘슈베르트의 아름다운 노래’ 책으로 만난다

가곡의 왕 슈베르트의 명곡을 책으로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김설지 작가는 <슈베르트 가곡전집>(동서문화사)을 발간했다. 이 책은 800여곡의 슈베르트의 독일어 노랫말을 우리말로 꼼꼼히 옮겨서 독한대역으로 한데 엮었다. 특히 흔히 리트(Lied)라고 부르는 피아노 반주의 독창곡뿐 아니라, 다른 악기를 곁들인 독창곡, 중창곡, 합창곡, 반주가 없는 아카펠라, 흔히 연주되는 오페라 아리아, 극부수 음악, 종교 음악, 심지어 한 줄짜리 카논까지, 슈베르트가 작곡한 가사 붙은 음악은 오페라만 빼고 총망라해 수록하고 있다. 다만 라틴어 가사로 된 종교 음악 번역만큼은 옮긴이의 능력 밖이라 여겨 원시(原詩)만 올려놓았다. 또 슈베르트가 작곡하다 만 것을 그의 형인 페르디난트라든가, 후대의 다른 작곡가가 완성한 가곡들도 빠짐없이 실었다. 말미에는 문학작품에 수록된 시에 붙인 가곡편을 내용 흐름에 맞도록 따로 편집해 실었다. 김 작가는 슈베르트를 향한 순수한 애정에서 그의 가곡을 1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손수 우리말로 옮겼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1943년 전주에서 출생해 전주여자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지리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서울 덕성여자고등학교에서 교단에 섰으며, 지난 2010년 한국 슈베르트가곡연구회장을 역임했다.

  • 문학·출판
  • 최정규
  • 2020.07.22 17:04

[신간] 그리운 내 고향 남원을 기억하며

조현건 전 전주지방병무 청장이 자신의 지난 과거를 회고하는 책 <나의 자서전>을 냈다. 전북지방병무청이 개청한 1962년 이래 첫 전북 출신 청장을 지낸 그는 자서전에서 어린시절과 가족, 농촌지도 공무원으로 공직에 발을 들인 뒤 국방부 공무원으로의 길을 걷고, 청장으로 퇴직까지의 일대기를 꼼꼼히 적었다. 책 말미에는 후대에게 전하고 싶은 삼강오륜의 뜻을 밝혀 적고 나의 뿌리 도표와 알기 쉬운 계촌 기본도표등을 기록함으로써 독자들이 조상과 부모에게 물려받은 가치를 되새길 수 있도록 독려했다. 저자는 이 세상 모든 생물은 뿌리가 있어 생성 발육하는 것이고 가문도 뿌리를 잘 유지해 보완발전 시켜야 번창하게 된다면서 가까운 친족이 누구인지를 확실히 알 수 있도록 우리가족의 족보를 대신할 수 있는 가승보감을 만들어 대대로 이어가면 좋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고향 남원과 지역에 대한 사랑으로 광한루, 지리산, 황산대첩, 남원 만인의 총 등 지역과 관련한 여러 일화를 상세히 소개했다. 집안의 역사와 꿈 많았던 청소년 시절의 추억, 자애로운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도 있어 독자들의 마음에 온기를 더했다. 남원 출신인 조 전 청장은 원광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행정대학원 사회복지학 석사인 그는 청주지방병무청 동원과장, 병무청 비서실장, 의정부병무지청장을 지냈으며, 지난 1998년부터 1999년 전북지방병무청장으로 근무한 뒤 퇴직했다. 병무청 퇴직 공무원 모임인 병우회를 창립하기도 했다.

  • 문학·출판
  • 백세종
  • 2020.07.22 17:04

동화작가와 지역 서점에서 나누는 ‘동네방네 이야기’

열 명의 동화작가들이 지역 서점에서 독자들을 만나 동네방네 이야기를 나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과 호남문고 서신점은 오는 25일부터 10월 24일까지 총 여덟 차례에 걸쳐 책을 좋아하는 동네사람들과 지역 동화작가들이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다. 박월선. 박예분. 김자연. 박서진. 서성자. 전은희. 이경옥. 김근혜. 김영주. 장은영 동화작가의 이야기로 꾸미는 자리. 오는 25일 오후 7시에 열리는 첫 번째 강의에서는 박월선 작가가 <닥나무 숲의 비밀> 책을 중심으로 긍정적 사고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예정이다.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라는 주제로 나는 어떤 상상을 하고 사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8월에도 이어지는 강연에서는 박예분 작가가 1일 가족의 재발견을 주제로 독자를 만나는데, <우리 형> 책을 중심으로 일상 속 가족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펼친다. 22일 김자연 작가는 <수상한 김치 똥> 책을 중심으로 우리 음식 문화의 우수성이라는 주제로 맛과 삶에 대해 소통한다. 31일에는 전주 송천동 소소당책방에서 독자들과 함께 하는 북토크가 열린다. 이날 장은영 작가는 <으랏차차 조선실록 수호대> 책을 중심으로 나의 실록 이야기를 전할 예정이다. 9월에도 두 차례 강연이 열린다. 5일에는 박서진 작가가 <고양이가 된 고양이> 책으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법을 이야기하고 자기소개서를 쓰는 체험을 진행한다. 나를 존중하는 글쓰기 교실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시간을 만들 계획이다. 26일에는 서성자 작가가 <돌 던지는 아이> 책을 중심으로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하여를 주제로 독자들과 만난다. 작품을 쓰게 된 동기와 취재 에피소드, 작품 속 배경을 탐방했던 경험을 생생하게 들려준 이후 독자들과 함께 손바닥 글쓰기를 체험하고 첨삭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10월에는 자서전 쓰기 체험과 서로의 작품을 공유하는 시간으로 꾸민다. 9일은 전은희 작가의 <평범한 천재>와 이경옥 작가의 <달려라, 달구>에 얽힌 출간 에피소드를 나눈다. 두 작가는 나를 찾아가는 여행라는 주제로 독자와 함께 자서전 쓰기를 하고 발표하며 소통할 계획이다. 24일은 김근혜 작가의 <제롬랜드의 비밀>과 김영주 작가의 <가족사진>을 중심으로 작품에 대해 이야기한다. 주제는 나 어릴 적 추억 여행 으로, 독자들이 참여해 짧은 글과 자서전을 써볼 수 있도록 안내할 예정이다. 이번 문화행사에서는 책과 사람이 함께 공존하는 사회를 꿈꾸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여덟 차례에서 각각 20명을 모집한다. 신청문의는 호남문고 서신점(063-253-9400), 소소당책방(010-5460-6267)으로 하면 된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7.22 17:00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장은영 작가 - 동화작가 박예분 그림책 '우리 형'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 속에서 추억을 쌓아간다. 그 추억은 때때로 기억 속에 묶여 가슴 한쪽에서 산다. 특히나 아리고 슬픈 기억은 더욱 잊혀지지 않는다. 가족 간의 추억은 살아가는 동안 아련한 형태로 남아 위로가 되어주기도 하고, 아픔으로 남아 있기도 한다. 이처럼 오래된 기억을 소환해서 책으로 엮은 박예분 작가의 그림책 『우리 형』이 출간되었다. <우리 형>은 이제는 만날 수 없는 형과의 기억으로부터 시작한다. 첫 장을 펼치면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기 전 전형적인 우리 시골 모습이 등장한다. 하얀 눈이 내린 마을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펼쳐진 논, 밭에는 하얀 눈으로 가득하고 기다란 싸리비에 앉아 있는 어린 동생을 형이 앞에서 끌고 가고 있다. 동네를 지키는 커다란 나무들은 빈가지만 남았지만 황량하지 않다. 그것은 형과 동생의 웃는 모습만으로도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열두 살이나 많은 형은 아버지와 다름없다. 이불에 오줌 싼 비밀도 지켜주고 처음 본 유리구슬도 사다준다. 받아쓰기 20점을 맞았을 때도 괜찮아, 형도 너만 할 때 그랬어.라며 내편이 되어 위로해 주며 한글을 가르쳐 준다. 얼음이 얼면 썰매를 만들어 주고 한 번도 넘어가지 않는 왕딱지를 만들어준 형은 나에게 하늘같은 존재이다. 형이 떠난 뒤 나는 형이 그랬던 것처럼 동생을 보살핀다. 하지만 전쟁이 계속되는 동안 피난을 가기도 하고, 집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는 인민군에게 시달린다. 그러다 형의 수첩만 집으로 돌아온다. 작가는 6.25전쟁에 참전했던 큰아버지의 비망록을 읽고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누렇게 색이 바래고 귀퉁이가 닳은 수첩에는 고향 주소와 동생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스무 살이 갓 넘은 청년이 삶과 죽음을 오가는 전쟁터에서 두고 온 가족을 그리워하며 한 자 한 자 써내려갔을 걸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올해는 6.25전쟁 발발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아직도 휴전 상태로 남북관계는 요원하기만 하다. 또한 이산가족들의 슬픔은 여전하다. 전쟁이 개인의 삶과 가족들에게 어떤 형태로 다가오는지 이 책을 통해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마련하면 좋겠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0.07.22 16:58

올해 10회 맞은 혼불문학상, 사상 첫 ‘당선자 없음’ 결론

전주mbc와 ㈔혼불문학이 주최하는 제10회 혼불문학상이 올해 처음으로 수상자를 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올해 혼불문학상에는 251편이 응모했으며 한 달간 두 차례 예심을 통해 5편의 작품이 최종심에 올랐다. 이에 지난 16일 전주문화방송에서 이경자 소설가, 김양호 숭의여대 교수, 장성수 전북대 명예교수, 이병천 소설가, 김선식 다산북스 출판사 대표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가운데 최종심을 진행했다. 심사위원들은 이 자리에서 열띤 토론을 거쳤지만 기존의 작품을 넘어서거나 문단의 새바람을 일으킬만한 작품이 없어 끝내 당선작을 선정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이경자 심사위원장을 비롯한 심사위원들은 이번 혼불문학상에 응모한 수많은 작품에 애정을 가지고 심사에 나섰지만 심사 과정에 희열을 주거나 문단에 반향을 주는 작품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아쉽지만 내년에 더 좋은 작품이 발굴되기를 기대하며 올해는 최종 당선작을 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혼불문학상이 탄생 10주년을 맞아 독자들이 원하는 문학상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주최측인 전주mbc와 전담출판사인 다산북스도 향후 시대변천에 따른 한국 문학의 변화를 되짚어보고 혼불문학상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대토론회를 차분히 준비해 혼불문학상의 새로운 10년을 준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혼불문학상은 지난 2011년 소설 혼불의 작가 故 최명희의 문학정신과 시대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제정한 문학상이다. 제1회 수상작 <난설헌>을 시작으로 <프린세스 바리>, <홍도>, <비밀 정원>, <나라 없는 나라>, <고요한 밤의 눈>, <칼과 혀>, <독재자 리아민의 삶>, <최후의 만찬> 등의 문학작품을 발굴해왔다. 하지만 문학상이 10주년을 맞는 의미깊은 해인데, 상 제정 이후 처음으로 당선자를 내지 못함에 따라 수상작을 모아 출간했던 단행본도 올해는 진행할 수 없게 됐다. 지역 문학계 일각에서는 10년의 역사를 쌓아올린 혼불문학상이 10주년이라는 의미에 무게를 두면서 예년보다 심사기준을 다소 엄격하게 정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때문에 한국문단에 기여하는 문학인을 발굴한다는 상의 취지가 흐려졌다는 지적이다. 도내 문학계 한 인사는 혼불문학상도 그렇지만 주요 문학상들이 당선자를 못내고 있는 것이사실이라면서도 심사를 할때 갈리는 부분이 바로 작가의 문학적 고찰과 문학적으로 완성된 작품인지를 판단하는 것과 주최측의 의도를 따르는 것 두 가지로 나뉘는데, 소설이자 상 제정 취지를 살려 무조건 최명희 작가와 관련된 것보다는 하나의 완성된 문학작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인사는 또한 최근 소설 트렌드는 젊은 작가들의 가벼운 문체, 과거와는 다소 다른 결말 등 예측하기 힘든 부분이 있는데, 그런 젊은 작가들의 트렌드를 읽지 못하고 당선자가 없다고 성급히 판단한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7.19 16:47

[전북문학관 지상강좌 - 한국문학의 메카, 전북] (26) 고독한 감꽃 시인, 이철균

이철균 시인. 이철균 시인은 우리 문단에 고독한 감꽃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시집 한 권 남기지 않고 세상을 버린 시인, 그의 제자 이운룡은 시인의 시를 모아 유고시집 『新卽物詩抄』를 발간하여 그의 문학적 업적을 기렸다. 이 시집명은 생전에 시인이 지어놓은 이름이고, 시와 시론의 원고 배열, 목차, 평설 및 장정까지도 시인이 출판을 위해 준비한 그대로라고 한다. 시인은 1927년 3월 15일, 전주의 물왕몰에서 부채를 만드는 집안의 이형환과 김금주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전주북중학교와 일본 와세다대학을 졸업하였고 625 이전에는 목포의 문태중학교에서 1년 남짓 근무하였으며 전쟁 이후부터 1958년도까지 전주고등학교에서 근무했다. 전주고등학교 재직 중에 『문예』에 시 <염원>(1953.2), <한낮에>(1953.6), <소리>(1954.3)로 서정주의 추천을 받아 등단했다. 그 무렵 시 동안지 <남풍>을 주재하고, 잡지 <인물계>의 편집을 맡기도 했으니 그의 삶은 오로지 시와 함께였다. 해마다 주옥같은 서정시를 발표하여 문단의 주목을 받았지만, 유별나게 독신을 고집하여 홀로 지내다가 1987년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철균의 시에는 동양 정신의 하나인 무(無)위 사상이 주조를 이룬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초기 작품의 대부분은 동양 정신에 입각한 무위(無爲)가 주조를 이루고 있으며, 1960년 이후부터는 조금씩 현실에 눈을 돌려 <감꽃>, <정거장 부근에서>, <낙엽 풍경> 등을 발표하여 원숙한 시 세계를 표현하였다. 시인은 한평생 시의 길만 오롯하게 걸었다. 시는 곧 그의 생활이면서 분신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그의 삶은 언제나 외롭고 쓸쓸했지만, 결코, 어느 한순간에도 게을리하지 않으면서 시의 길을 고집하였다. 시인의 삶은 항상 낙관적이었으며 자신만만했다. 제자나 지인들의 서술에 의하면 시인은 술자리에서 취기가 돌면 금방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어린이가 되었고, 가난했기에 주변 친구들의 신세를 지면서도 항상 당당했다고 한다. 시인이 시를 쓰는데 남다른 집요함을 보인 것은 아주 오래전부터인 것 같다. 시인이 전남 목포의 문태중학교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당시 문태중학교 교장인 아버지를 따라 이 학교에서 공부한 강우택 씨는 이철균 시인과 한방에서 지냈던 추억을 이렇게 서술해 놓았다. 이철균 선생은 책상머리에 앉아 원고지에 뭔가를 쓰고 구겨버리고 또 쓰곤 하였다. 아침에 일어나 보면 구겨진 원고지가 한 뭉치씩이나 되었다. 그 무렵 나는 선생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시를 쓴다는 것이 어려운 작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딴짓은 다 해도 시를 쓰는 일, 문학은 어려운 것이라고 판단, 일정 거리를 두고 살아왔다. 매일 밤 밤새도록 원고지와 씨름한 시인은 6.25 전쟁 때 전주에 있는 부모님이 궁금하다며 돌아간 후 다시는 만날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 뒤로 소식을 모르다가 우연히 덕진공원에서 시인의 시비를 보고 그를 떠올리며 쓴 수필에 나온 내용이다. 그의 제자 이운룡 시인은 이철균 선생에 대하여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유인 이철균 시인은 진짜 시인이다. 시인으로서 긍지와 자존심을 꺾지 않았음은 물론, 고고한 시 정신을 끝까지 저버리지 않았다. 시와 맞붙어 일생을 두고 1대1로 싸운 선생의 치열한 정신과 의지는 모든 시인의 본보기가 될 것이다. 정말로 처절한 고투였다. 외로움이 시인의 전유물이요 고독한 삶이 시인의 운명이며 인생인 것처럼 피붙이, 살붙이 하나 남김이 없이 그리고 자신의 무덤조차 남기지 않고 재로 뿌려졌지만, 이제 저승의 한 점 바람 앞에 하얀 감꽃 그림자로 서서 이 『新卽物詩抄』를 바라보고 쓸쓸한 미소를 띨 것이다. 항공대학교 윤석달 교수는 이철균 시인을 시대의 아웃사이더, 외로운 단독자였던 시인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렇듯 그의 삶은 고독한 여정이었고, 외로의 연속이었다. 그의 시 <감꽃>은 빼어난 수작이라는 평가다. 그의 초기 시부터 감꽃을 노래했다. 감꽃의 순수한 소박미와 동양적 정서를 잘 그려낸 시인, 감꽃처럼 수줍게 피어나 감꽃처럼 미련 없이 세상을 떠나갔다. 쑤꾸기 소리 따라 감꽃은 하나 둘 피어났는가? 다시는 오지 못할 푸르름 밑에 하마터면 뜨지 못한 나의 눈빛이 진정 새로운 뜻으로만 피어나는가? 의좋은 어느 집 어린 형제와 같이 돌담 위에 서로의 손짓이 보일 듯 어제 밤 너와 나와의 아쉽던 가슴 위엔 저기 저 감꽃이 쑤꾸기 소리 따라 피어났는가? -<감꽃>전문 이 시는 많은 사람으로부터 시인 자신의 간결하고도 근원적인 소망이 눈물로 아롱져 있는 작품이라고 평가되었다. 최종한의 박사학위 논문「존재론적 시 의식 연구」에서 쑤꾸기 소리는 생명을 탄생시키는 근원적 어떤 것이며 부재(不在)다. 그리고 쑤꾸기 소리로 인하여 형상을 갖춘 감꽃은 새로운 생명이며 존재(存在)다. 따라서 여기에는 쑤꾸기 소리가 곧 감꽃이고 감꽃이 곧 쑤꾸기라는 인식이 내재하여 있다. 즉 부재가 존재이고 존재가 부재인 것이다. 시인은 육십 평생 시를 썼지마는 살아생전에 단 한 권의 시집도 낸 바 없다. 그렇다고 국정교과서나 문학 교과서에 실린 적도 없어서 시인이 활동상도 널리 알려지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그와 함께 문학 활동을 했던 많은 제자와 시인들은 그의 삶을 아직도 소중한 추억으로 기억하고 있다. 시인의 고독한 생애와 시집 한 권도 내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던 중산 이운룡 시인을 비롯한 우리 고장의 문인들이 뜻을 모아 전주 덕진시민공원에 시비를 세우고 4년 간(2002-2005년) 이철규문학상을 주고 시인의 삶을 기렸으니 얼마나 가슴 든든한 일인가. 그 시비에는 그의 시 <한낮에>가 새겨져 있다. 영(嶺)을 넘어 구름이 가고 나비는 빈 마당 한구석 조으는 끝에 울 너머 바다를 흐르는 천봉(千峯)이 환한 그늘 속 한낮이었다. <한낮에> 전문 한 폭의 그림처럼 한가롭고 고요한 시가 속에 그려진 마을의 풍경이 떠오르는 시다. 어떤 요사한 관념이나 현란한 수사도 없이 여름 한낮의 풍경을 담담하게 그려낸 시로, 여기에도 동양적 사고가 유유하게 흐르고 있음을 감지한다. 시인이 시집을 내려고 준비했던 자서에 의하면 나의 시 대부분은 무수한 자살에 직면하면서 그 위기를 새로운 차원으로 극복해 간 나름의 눈물이요, 내 존재의 집들이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 많은 시가 그렇기 쉽게 씌여진 시가 아님을 곧 눈치채게 한다. 시인이 직접 이름 지어놓았다는 유고시집 『新卽物詩抄』도 즉(卽)의 철학이라는 실존철학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감꽃의 시인 이철균 시인은 우리 곁은 외롭게 떠났지만, 시인이 남긴 주옥 같은 시편들은 전북 문단의 후배들에게 새 길을 밝혀주는 등불이 될 것이다. /송일섭 전라북도문학관 학예사

  • 문학·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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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7.1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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