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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2020 신춘문예 당선자 신작 시 ‘한 눈에’

계간문예 다층이 2020년 봄통권 85호 기획특집으로 2020 신춘문예 당선자 신작을 소개한다. 이번 2020 신춘문예 당선자 17인의 신작시와 2020 신춘문예 당선자 9인의 신작 시조를 수록했다. 시 부문 당선작품 총평을 쓴 김효선 시인은 인간은 호기심의 동물이고, 예술은 내면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가장 좋은 형식이라며 추에서 미를 발견하는 것이 예술의 필요충분조건이다. 봄마다 돌아오는 신춘문예가 그 기대의 시발점은 아닐까라고 이야기했다. 특히, 이번 호의 다층소시집에서는 전북일보 신춘문예 출신인 김유석 시인의 신작시 5편을 만나볼 수 있다. 198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을 통해 등단한 김유석 시인은 이후 서울신문과 조선일보 신춘문예에서도 시와 동시 작품이 당선됐다. 시집 <상처에 대하여>, <놀이의 방식>을 펴냈다. 올초 출간한 시집 <붉음이 제 몸을 휜다>(상상인)에 실린 작품 중 울음이 길고 붉다, 마디, 개구리가 뛰는 방향을 바꿀 때, 팔아먹는 슬픔, 부드러운 힘 등 다섯 편을 독자와 나눈다. 여기에 해설을 쓴 문신 시인은 김유석의 시는 존재와 존재 사이에서 울음을 터뜨림으로써 부재를 예감하는 데 충실하다면서 울음을 온몸으로 듣는 일이 김유석의 시를 온전히 읽어내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5.06 17:47

전주대 왕남 교수, '21세기 중국의 대중서사 읽기' 출간

전주대학교 왕남 교수가 <21세기 중국의 대중서사 읽기>(역락)를 출간했다. 왕 교수는 이번 저서를 통해 인터넷 글쓰기, 애니메이션, 웹 드라마 등의 다양한 장르로 제작된 중국의 대중서사를 상세히 분석했다. 특히, 중국 전통문화의 차용과 계승이라는 부분에 집중해 이런 요소가 두드러지는 작품을 골라 이를 소개함으로써 중국의 문화 트렌드와 전통문화를 공유하고자 했다. 중국 내 인터넷 글쓰기의 대류를 이루는 판타지 소설의 주요 구성 요소는 중국의 전통 판타지 공간과 신선, 무협 같은 소재들이다. 또 최근 흥행하거나 호평을 받았던 영화나 애니메이션 가운데는 중국 고대의 전통 서사인 <산해경(山海經)>, <서유기(西遊記)>, 장자(莊子)의 우언(寓言) 등에서 소재와 사상을 차용해 온 것들이 많다. 왕 교수는 이런 흐름에 초점을 맞춰 대중들이 관심 갖고 좋아하는 21세기 대중서사와 다소 어렵게 느낄 수 있는 전통문화적 요소 간의 이미지, 시공간, 철학적 요소 등을 분석함으로써 누구나 알기 쉽게 중국 문화 트렌드와 전통문화를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왕남 교수는 중국 대련이공대학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 취득 후 연세대 중국중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전주대 중국어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 문학·출판
  • 최정규
  • 2020.05.06 17:45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황보윤 소설가 - 배지영 음식 에세이 '소년의 레시피'

요리하지 않는 엄마에게 야자하지 않는 아들이 차려주는 행복한 밥상. 책 표지 상단에 적혀 있는 문장을 읽으며 몇 가지 의문이 들었다. 요리하지 않는 엄마? 야자하지 않는 아들? 아들이 차려주는 밥상? 그간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일반적인 가정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풍경이었다. 책을 뒤집어 뒤표지를 살펴보았다. 어느 날 갑자기 아들이 저녁밥을 하기 시작했다. 요리를 못해서 남편이 해 주는 밥을 먹다가, 이제는 고딩 아들이 해주는 밥을 먹는 엄마는 매일 얼마나 맛있게 먹어줄지 고민이다. 작가의 글에는 아들이 만드는 요리에 대한 기대가 담겨 있었다. 탐색을 마치고 본격적인 독서에 들어갔다. 아들이 야자를 하지 않게 된 사연이 23쪽에 나와 있었다. 5월의 어느 수요일, 제규는 정규수업 종례가 끝나자 선생님을 뒤따라갔다. 보충수업에 빠져야겠다고, 그 돈으로 신선한 재료를 사서 저녁밥을 해야겠다고 했다. 선생님은 6월부터 일찍 가라고 허락해주었다. 복도에서 담판을 짓는 스승과 제자의 모습이 그려졌다. 담백하고도 우아했다. 스승은 보충수업 안 하고 어떻게 대학에 갈 거냐는 충고를 잊었고, 제자는 다음 날 아침 6시에 버섯 리조토를 만들어 스승에게 가져가는 것을 잊지 않았다. 걱정이 된 엄마는 아들에게 박찬일 셰프의 칼럼을 읽게 했다. 요리사의 평균 급여는 바닥이고, 노동시간은 불법 체류하는 외국인 노동자보다 길고, 신분 보장도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었다. 아들은 그래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모자의 담판도 흥미로웠다. 엄마는 아들을 요리학원에 보내고 직접 장을 볼 수 있도록 지시했다. 아들은 그때그때 필요한 채소와 해산물을 조금씩 샀다. 미래의 요리사는 다른 아이들이 야자하는 시간에 요리학원에 가고, 저녁을 짓고, 음식 만화책을 읽고, 영화에 나온 요리를 따라하고, 동생의 간식을 만들어주고, 친구들을 데려다가 밥을 해 먹였다. 소년은 요리 레시피를 공책에 기록했다. 영어로 옮기기도 했다. 아픈 엄마를 위해 아들이 끓여주는 죽이라는 부제가 붙은 죽의 레시피를 살펴보았다. 쌀을 불리고, 불린 쌀을 빻고, 당근을 다지고, 물을 조절하며 끓이고 소금으로 간을 한다. 레시피는 평범했지만 레시피를 한 줄로 요약한 문장은 예사롭지 않았다. 오래 끓일수록 맛있고, 단순할수록 맛있다. 음식과 삶의 공통점을 소년은 알고 있는 듯했다. 책을 읽는 동안, 처음에 가졌던 오해가 풀렸다. 요리는 엄마의 일이 아니라 가족 중에서 더 잘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것, 야자는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는 것, 진정한 자립은 타인을 위해 요리할 때 시작된다는 것. 알면서도 실천하기 어려운 일들을 내공 깊은 작가의 가족은 대수롭지 않은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입시 공부라는 궤도를 벗어나 홀로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난 소년이지만, 무언가가 되어가는 그를 응원하는 가족이 진짜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작가는 이렇게 썼다. 제규는 자기 생활을 맘에 들어 한다. 지금은 집에서 밥을 하고 있지만, 하고 싶은 다른 일이 생기면 그만둘 수도 있다. 엄마가 학교 공부 안 하는 아들 이야기를 기록하는 이유도 안다. 직접 겪으면서 자기 길을 가는 고등학생에게는 멋짐이 있는 거니까. 소년의 레시피를 덮으며 저녁 메뉴를 골랐다. 꿈이 여물어가는 날엔 단단한 꼬막무침. 씻는 과정이 요리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꼬막으로 가족을 위해 따뜻한 밥 한 끼 지어야겠다. * 황보윤 소설가는 2006년 동서커피문학상 대상을 수상하고 2009년 대전일보와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됐다. 창작집으로 <로키의 거짓말>과 <모니카, 모니카>가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0.05.06 17:42

고사리 손으로 쓴 편지·일기, 작품이 되다

개성 만점 손글씨 작품 여기 모여라! 초등학생의 도전을 기다립니다. 우리 말과 글의 소중함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자신의 손글씨가 멋있거나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대한민국 초등학생의 도전을 기다린다. 전국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손글씨 공모전 날아가는 지렁이 고사리손에 잡히다!가 14번째 작품 공모를 시작했다. 혼불기념사업회최명희문학관전북일보사가 공동 주최주관하는 이 공모전은 지난 2007년부터 한글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열고 있다. 이번 공모전의 출품 대상은 자신의 손글씨로 정성스럽게 쓴 편지와 일기로, 대한민국 초등학생이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자신의 생각을 형식과 내용에 제약받지 않고 손글씨로 자유롭게 표현한 편지 또는 일기 1편 이상을 내면 된다. 동시는 제외. 또박또박, 꼬불꼬불, 형형색색, 개성만점 글씨체로 쓴 모든 글이 주인공이 된다. 이번 공모전에 참가하려면 오는 9월 9일까지 최명희문학관 홈페이지(www.jjhee.com)에서 신청서를 내려 받아 작성한 후 최명희문학관으로 방문하거나 우편(전북 전주시 완산구 최명희길 29)을 통해 작품을 제출하면 된다. 지난해 공모전에서는 전국 210개 학교에서 2027명이 2029편의 작품을 응모하는 등 13년 동안 45000여 편의 작품이 모인 만큼 손글씨를 콘텐츠로 활용한 초등학생 공모전 중 최고의 대회로 인정받고 있다. 대상 수상자에게는 전라북도교육감상을 수여한다. 더불어 최우수상 3명, 우수상 10명, 입상 100명 등 모두 114명의 학생에게 상장과 상품을 선물할 계획이다. 수상 작품은 오는 9월 29일에 발표하고 손글씨블로그(blog.naver.com/jjhonbul)에 게재한다. 특히, 우수 작품은 10월 중순부터 2개월 동안 최명희문학관에 전시할 예정이다. 최기우 최명희문학관 관장은 이번 손글씨 공모전을 통해 나만의 글씨에 자신의 정신을 담아보고, 만년필 쓰기를 고집했던 소설가 최명희의 삶과 문학 열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궁금한 사항은 전화 문의 063-284-0570. 이번 공모전은 전라북도와 전라북도교육청이 후원한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5.03 16:37

[전북문학관 지상강좌 - 한국문학의 메카, 전북] (22)긴 세월 부여안고 넋으로 밝혀온 말간 강심 백양촌 신근 시인

백양촌 신근(白楊村 辛槿, 1916~2003)은 부안에서 태어난 시인이며 교육자이다. 고향 부안 서림공원과 부안댐에는 그를 추모하는 시비가 있다. 첫 번째 시비가 전주 덕진공원에 세워져 있으며, 전북지역문단에서 왕성한 활동을 한 업적이 새겨져 있다. 그의 시작품은 삶을 관조함으로써 투명하고 순수한 시세계가 형상화됨을 알 수 있다. 시비에 새겨진 「강(江)」은 백양촌의 따뜻하고 단아한 선비적 풍모를 지닌 시적 정서가 섬세하게 인지되고 있다. 여기 서면/ 태고의 숨결이 강심에 흐려/ 어머니, 당신의 젖줄인양 정겹습니다./ 푸른 설화가 물무늬로 천년을 누벼오는데/ 기슭마다 아롱지는 옛님의 가락/ 달빛 안고 하얀 눈물로 가슴 벅차옵니다./ 목숨이야 어디 놓인들 끊이랴마는/ 긴 세월 부여안고 넋으로 밝혀온 말간 강심/ 어머니 당신의 주름인양 거룩하외다. 길어 올리면 신화도 고여올 것같은 잔물결마다 비늘지는 옛님의 고운가락/ 구슬로 고여옵니다.(「강」(江) 전문) 백양촌은 그의 아호이다. 고향에서 초등학교를 마치고 도일하여 중학교와 대학을 수학하였다. 1945년 전주사범학교에서 교편을 시작으로 삼례중학교, 전주고등학교와 전주성심여자고등학교에서 근무하였다. 또한 『전라신보』와 『전북일보』 편집고문 겸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1931년에 시작품을 창작하기 시작하여 1946년 『월간예술지』에 시작품 「동방의 새아침」이 당선되었다. 해방 직후 김해강 김창술과 함께 전북문단동우회을 결성하였다. 또한 봉선화동요회(1948)를 조직하여 동요와 동극 운동을 전개하였다. 그 후 전라북도아동교육연구회 기관지 『파랑새』 창간호(1946)가 발행되었다. 이 소년소녀잡지에는 창간사와 동요, 동시, 동화, 아동극 등이 실렸다. 이때 활동한 사람은 김목랑, 신석정, 김영만, 김해강 등이 있었다. 그들은 이 소년소녀잡지를 통해 꿈과 희망을 심어 주었다. 그러나 4호까지 발간되고 재정상 더 이상 발간되지 못했다. 우리집 앞동산에 파랑새하나/ 아츰마닥 고흔날 노래부르네/ 곱디고흔 몸맵시 나는 좋아요/ 아름다운 그노래 나는좋아요// 푸른하늘 빛나는 해ㅅ별을안고/ 하루하루 반가운 소식을안고/ 파랑새는 새단장 고흔맵시로/ 어린이의 새세상 축복해주네// 파랑새의 노래는 희망의 노래/ 파랑새의 노래를 들을때마다/ 두려움과 겁남도 스러지고요/ 어린이의 의기를 싹돋게해요// 파랑새 파랑새 고흔동무야/ 휫날리는 희망의 태극기아래/ 하고싶든 우리말 우리노래를/ 파랑꽃이 필때까지 합처부르자(백양촌, 『파랑새』)라는 시를 게재했다. 백양촌은 수필 「어린이날에 보내는 노래」에서 손을 다오 어서 나아가자 새날을 약속하는 오월 태양이 빛나는 거리로 희망과 미소가 쏟아지는 들로 산으로 자유롭게 날개 펴어 밤하늘 별처럼 지혜롭고 무성한 초목처럼 싱싱하게 꽃피어오르는 날에 노래부르자 하면서 어린이들에게 권리를 부여하여 그들이 생각하고 행하는 일을 함부로 꺾지 말고 북돋아 주자 했다. 어린이가 있는 곳에 웃음이 있고, 어린이가 행하는 데 참됨이 있고, 어린이가 커가는 데 이 나라의 행복이 있다.(「오늘은 어린이날」)며 어린이와 아동문학에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백양촌은 1960년대 이후 문단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전북문단 1세대라 일컫는 김해강 신석정 서정주 이철균 시인들과 함께 전북문단의 꽃을 피웠다. 한국문인협회 전북지부장(1962), 한국예총 전북지부장(1966), 전북문화상(1966), 전주시사를 집필하였다. 평론과 시, 동요, 수필을 그의 필명으로 발표하였는데, 살아생전 시집 한 권 내지 못했다. 그가 와병된 이후 후손과 후학들의 후원으로 『白楊村 詩全集』, 『白楊村 隨筆全集』(1989)이 백양촌선생 간행위원회에서 발간하였다. 그리고 백양촌문학상(1989)을 제정하여 매년 12월에 시상하였다. 백양촌의 시세계는 작품들의 시적 관심사나 형상화 측면에서 주로 자연과 자아 존재론적 탐구에 기초한다. 서정주는 『白楊村 詩全集』의 序에서 너는 차라리/ 푸르른 달빛이 氷河처럼 고요히 흐르는 밤/ 오오래 뉘우침 앞에 기도드리고 일어선/ 백합같이 하이얀 손에 만져지라.(「백합앞에서」)하며 우리에게 주는 영향은 純粹性의 性向이 많은 試鍊과 選擇과 求心的祈禱를 거쳐 深化一路를 걷고 있다는 소견을 적었다. 또한 원형갑의 『무한한 너의 詩心觀』에 따르면 시인 백양촌에 있어서 자아와 자연은 그의 유한한 생명을 영원의 이름으로 유지해주는 주체성의 양면이라고 논하고 있다. 백양촌의 시적언어는 마치 동요의 색채를 띤 것처럼 맑고 담백하다. 그는 일상어를 통해 시적 정서와 심상을 구체적으로 표현하였다. 포플러 나뭇가지 물이 오르면/ 니-나 소리내어 불어보지요/ 흰나비 노랑나비 춤을 추면은/ 오얏꽃 복사꽃이 방긋웃어요/ 바람이 하늘하늘 꽃잎을 안고/ 시냇물 남실남실 흘러내리면/ 누나와 푸른잔디 기슬에 앉아/ 파-판 하늘아래 봄꿈맺지요.(「봄인사」) 하듯이 경쾌하고 발랄한 순수함이 형상화되고 있다. 또한 백양촌은 교지 『옥잠화』에서 내 앞의 사심없이 투명한 소녀의 눈망울엔/ 치솟는 청탑 위 구름처럼 푸른 꿈 흐르는가./ 신의 이슬같은 고운 눈물 아슬히 깃드는가.(「소녀의 눈망울은」)과 너는 차라리/ 푸르른 달빛이 빙하처럼 고요히 흐르는 밤/ 오오래 뉘우침 앞에 기도 드리고 일어선/ 백합같이 하이얀 손에 만져지라.(「백합 앞에서」)에서 외롭고도 슬픈 부끄러운 세월을 담담한 자아 성찰로 나타내고 있다. 이밖에도 친자연주의에 관심이 많았다. 수필 「自然歸依 思想」에서 자연의 품에 들어서면 몸과 마음이 상실한 어린 날의 고향에 돌아와 온통 안기듯 아늑하여 심기가 마냥 자유로와 좋다. 무심한 듯 하면서도 神의 경건함과 끝없이 깊은 성자의 포용력, 오묘하고 아름다운 默示로서 어루만져주며 정한 목숨으로 고이 다스려주지 않는가. 자연은 영원한 동경의 고장이다.하며 자연을 자신의 의지처요 아취라 했다. 그리고 「현대시의 길」에서 오늘의 시인은 발전하는 민족적 방향에 뒤떨어짐이 없이 용감히 뒤쫓아가 보조를 맞춰가며 국민들의 생활과 민족의 임무와 역사적 과제를 시로써 형상화하는 것이 유일한 詩의 길이라 했다. 여기 일월과 더불어 사라지지 않는/ 싱싱한 젊은 나라 있어/ 젊은 염통 염통마다 희망과 꿈은 되살아나/ 삼천리 강산마다 재건의 함마소리 드높나니/ 오오, 겨레의 자랑, 겨레의 영광/ 불멸의 진리인 나의 조국이여!(「조국에 부치는 사랑」)와 사월의 깃발을 향수하며 여기 역사의 층계 위에 다시금 저립하며 멋대로 도금되는 민주주의의 허무로 사랑도 슬픔도 동결된 세월의 막다른 위치에서 황토길에 뒹구는 별눈 같이 역겨운 고독은 묻어두길 바랐다.(「사월의 의미」)며 현실 비판적 의식을 노래했다. 백양촌의 작품 세계를 이기반은 『자아극복의 미학적 표상세계』에서 백양촌 시인의 孤獨 痛恨 憂愁는 내면의 외로움과 아픔과 시름을 눈물짓지 않는 엄숙한 극복의 의지를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詩속에 작용하는 遠近의 거리와 明暗의 차이를 조명하면서 빛을 부르는 노래로 자아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詩心의 美學이라고 조명하고 있다. 김해성은 백양촌의 시세계는 시름과 사는 孤獨의 美學이라고 한마디로 요약하고 있다. 또한 구름재 박병순 시인에 의하면 백양촌 시인은 童顔에 동심을 갖고 있으며, 다사하고 온화한 성품을 지닌 조용하고 관조적인 시인이다. 전북문단의 씨앗을 뿌리고 가꾸며, 묵묵히 시작품만 창작해 온 시인이다. 어느 때 읽어도 순화된 인간미의 감득을 깊게 이식하고 있다.며 시인의 세계인식에 대해 표상하고 있다. 백양촌은 모름지기 詩人은 현실에 뒤떨어지지 않는 詩를 쓰라! 시인의 생활이 진실한 현실적 실천단계에 선다면 그 형상화하는 시도 진실할 것이요, 詩가 진실하다면 새 방향을 내닫는 국민들의 가슴 속에 울림이 크고 벅찰 것이 아니냐?며 문학과 인간에 대한 시정신을 성취하고 있다. 백양촌의 詩는 높은 理想, 곧 사랑이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이와 같은 사랑을 구현시키기 위해서 살아왔고, 살아가며 이 고귀한 시정신은 사랑이 빛이다. 했던 백양촌. 20여 년 동안 투병 생활하며 삶을 마칠 때까지 자랑보다 부끄럼 많은 당신과 나의 맺힌 세월을 순수하고 담백한 언어로 휴머니즘을 구현했다. 그는 살포시 열리는 꽃잎같이 엷은 미소를 지닌 순수 서정의 시인이었다. /김명자 전라북도문학관 학예사

  • 문학·출판
  • 기고
  • 2020.04.23 15:25

[신간] 내가 살아 오며 느낀 삶, 모두에게 공유하길

인생의 4분의 1은 성장하면서 살고, 4분의 3은 늙어가면서 보낸다는 말처럼 나는 어떻게 하면 사람답게 살다가, 사람답게 늙고, 사람답게 죽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아름다운 귀로를 준비하고 있다. 국중하 작가가 새로운 수필집 <머나 먼 귀로>(학예사)를 펴냈다. 이번 수필집은 총 4부로 제작돼 국 작가가 성장하고 지내온 삶을 전하며, 아름다운 귀로를 준비하는 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특히, 3부 만남, 추억 그리고 낭만에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워크숍과 국제포럼 등에서 겪고 들었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하며 자신의 추억을 되새기는 부분이 인상 깊다. 국 작가는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경악스럽기도, 경이롭기도 한 새로운 지식을 공유하기 위해 글을 써왔다며 이 책을 통해 많은 분들에게 감사하고 함께 하고 싶다고 전했다. 국 작가는 1998년 <수필과 비평> 수필 신인상을 수상한 뒤 2002년 한국문인 문학상 본상, 대한민국신지식인상, 전북수필문학상, 전북문학상 등을 받았다. 그가 낸 수필집은 <내 가슴속엔 영호남 고속도로가 달린다>(1998), <호남에서 만난 아내 영남에서 만든 아이들>(2001), 나에게는 언제나 현재와 미래만 존재한다>(2004), <멘토차기 9번타자>(2018) 등 많은 수필집을 낸 바 있다.

  • 문학·출판
  • 최정규
  • 2020.04.22 16:14

[신간] 빛과 소리와 색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사라지는가

전북 문학계 원로인 조기호 시인이 서정시 같은 장편소설 <색>(도서출판 바밀리온, 전2권)을 발표했다. 한평생 시 쓰기에 몰두해온 원로시인의 첫 장편소설 작품인 만큼 문제의 서정소설이라 칭할만 하다. 저자는 이 작품을 두고 시도 소설도 자서전도 아니다라고 선언한다. 소설 흉내를 내어본 글에 시를 얼버무린 꼴의 어설픔을 엮어서 <색>이라 이름 지었다는 것. 조기호 시인은 후기에서 일제강점기시절 왜놈들의 수탈과 조선말 말살정책과 전쟁으로 인한 배고픔과, 갖은 수모와 공출 같은 잃어버린 것들을 끄집어내어 일러주고, 이승만 자유당정권의 사회부패상황을 되새김질해봤다고 설명했다. 굴곡진 역사를 겪지 않은 세대들에게 그 시대를 견디고 살아온 힘없는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세력 확장을 위한 강대국의 야욕으로 이 땅에 그어진 선은 이데올로기라는 색깔을 입히고 아름다운 강산을 훼손시키며 동족상잔의 비극을 일으켰다. 전쟁의 총성이 멎은 지 67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그 생채기는 여전히 아물지 않았습니다. 남북으로 나뉘는 것도 모자라 보수네, 진보네, 중도네 하며. 이 글의 주인공인 상훈과 하영은 웃어른의 색으로 인해 몹쓸 운명에 놓인 인간상을 대변한다. 우리 선조들도 모든 걸 안아주고, 품어주고, 받아주어 새 생명을 탄생시키는 모체(母體)를 우주의 섭리로 보고 여인을 색(色)으로 표현했으리라. 이 세상 만물과 인간사 전부를 받아들이려면 흰 색깔이 필요할 터. 사랑과 원망과 그리움과 원수진 마음까지도 모두 하얗게 표백해 순화시켜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세상사 만남과 이별에도 색깔이 있다고 할 것이다. 시인은 이번 작품 내내 색(色)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한다. 이어 색은 인류역사의 발전과 훌륭한 예술을 창조하는 위대한 공헌을 했다고 평하기에 이른다. 푸른 지구에서는 인간의 시(詩)가 소리(音)를 입을 때 음색을 쓰게 됩니다. 인간의 말은 소리이고 시 또한 말이라는 리듬과 음악성을 필요로 하지요. 고로, 음이 색을 쓰기 때문에 시 또한 색을 입어야 합니다. 빛과 소리와 색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사라지는가? 시인은 구태여 그 정답을 밝히지 않았다. 대신 시를 읊듯 말을 하고 글을 쓸 뿐이었다. 전주 출신인 조 시인은 전주문인협회 34대 회장과 문예가족 회장, 전주시풍물시동인회 회장을 역임했다. 1992년 시집 <저 꽃잎에 흐르는 바람아>를 시작으로 <바람 가슴에 핀 노래>, <산에서는 산이 자라나고> 등 21권의 책을 펴냈다. 특히, 여든 넘어 발표한 스무 번째 시집 <하지무렵>에는 원로시인으로서 숨길 수 없는 세월과 연륜이 녹아있다. 목정문화상, 후광문학상, 전북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4.22 16:14

[신간] 청춘의 자전거는 열정이요, 불혹의 자전거는 느림이다

자전거 산책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오충렬 작가는 청춘부터 불혹의 나이를 관통하며 자전거 페달을 밟아왔다. 그의 에세이 <나는 자출사다>(북컬쳐)는 생활 속에서 자전거 타기를 지향해온 자전거 산책자의 여러 하루가 쌓여 완성된 작품이다. 일명 자출은 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을 하는 일을 가리킨다. 오충렬 작가는 자출 뿐만 아니라 생활 속에서 자전거를 오래 타다 보니 묘기가 생겼다고 말한다. 아이들을 앞뒤로 태우고 시장 구경 가는 일도 흔하고, 천변이나 자전거 전용도로를 달릴 땐 비 오는 날 우산 들고 자전거 타기도 예사다. 이런 묘기는 자전거 타기를 통해 즐거움을 느낀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경지가 아닐까. 자전거는 엄마, 아빠, 아들, 딸이 함께 하는 추억도 만들어줬다. 가족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는 날이면 앞을 터주고 뒤를 따르며 서로를 이정표 삼아 나아가곤 한다고. 십년을 넘게 쉬지 않고 달려온 자전거는 날것의 바람을 느낄 줄 아는 여유를 선물해줬다. 그의 자전거 사랑을 잘 아는 장창영 시인은 자전거는 넘어지지 않기 위해 페달을 밟아야 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삶과 닮아있다면서 오충렬 작가는 오늘도 그는 빠름과 느림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자전거로 세상을 만난다고 응원했다. 오충렬 작가는 남원 출신으로 현재 전주시 평생학습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하면서 멋스러운 복장을 포기해야 하는 운명이지만 그조차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4.22 16:14

[신간] “영원한 본향인 저 천성을 향하여”

정천 박종순 호남제일감리교회 원로장로가 간증록 <저 천성을 향하여>(신아출판사)를 통해 팔십 평생을 함께 한 신앙생활의 발자취를 담아냈다. 하나님을 믿는 성도는 우리의 영원한 본향인 저 천성을 향한 멀고도 험한 길을 떠나는 순례자들입니다. 비록 그 순례의 길이 좁고 험할지라도 사도 바울처럼 오직 주님만을 푯대삼아 앞만 보고 주님가신 길을 따라가는 성도들이 바로 믿음의 순례자들입니다. 박종순 장로는 기도생활을 중심으로 순례의 길을 걸어왔다고 고백한다. 특히, 새벽에 드리는 기도는 영성이 가장 맑아 하나님과의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다고. 이 책은 제1편 새벽기도회 인도사례집과 제2편 나의 신앙 간증으로 구성돼있으며, 호남제일감리교회에서 새벽기도회를 인도했던 박종순 장로의 설교 원고 32편을 만나볼 수 있다. 성경 말씀을 읽는 원칙부터 올바른 기도의 자세 등을 주제로 독자들에게 인생의 목표와 믿음의 이정표를 제시한다. 황규석 호남제일감리교회 담임목사는 추천사를 통해 목회자들이 읽으면 참고가 되고 성도들이 읽으면 큰 도전과 은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박종순 장로는 부안 출신으로, 전고(31회)와 서울법대(12회)를 졸업했다. 이후 건국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공군소령으로 예편했다. 우석대학교 행정학과 교수인문사회대학장, 정인대학장(현 전북과학대학교) 등을 역임했다. 정년퇴임 후에는 전국교수공제회 이사장을 맡았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4.22 16:14

[신간] 정영길 교수 첫 시집 '날개도 없이 공중에 사는 거미는 행복한가'

무능한 겸손은 사기에 가깝다지만/목매달고 죽을 허공도 없으면서/더 높은 곳으로 오르고 싶어 하는/우리는 얼마나 행복한 거미인가 정영길 시인이 첫 시집 <날개도 없이 공중에 사는 거미는 행복한가>(천년의시작)를 펴냈다. 정 시인은 미적 감각과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을 이끌어내는 시법을 구사하고 있다. 시적 감각이나 사유의 일반적 과잉을 제어하면서 시적 긴장감과 균형감을 획득하는 것은 이번 시집의 주목할 만한 성과라는 평이다. 또 시인은 역설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감각적 언어로 승화시키면서 미학적으로 완성도 높은 시 쓰기를 보여 준다. 상처를 넘어서고자 하는 시인의 강렬한 의지와 새로운 삶을 향한 꿈은 자연 세계에 도달해 그 가능성을 확인한다. 그가 노래하는 자연의 세계는 전원적 공간에 한정되지 않는다. 그에게 자연이란 이형권 문학평론가의 말처럼 탈속의 경지에서 우주적 율려를 듣는 영혼의 거처로서, 노장 사상의 무위(無爲)적 세계와 다르지 않다. 이번 시집을 통해 시인은 속악한 세상의 경직된 질서를 넘어 순수 영혼의 세계로 가 닿는 시의 여정을 아름답게 펼쳐 보인다. 정 시인은 198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입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현재 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 문학·출판
  • 백세종
  • 2020.04.22 16:14

[신간]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교육 학술서 출간

전주대학교 한국어문학과 박현진 교수가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교육 관련 학술서 두 권을 최근 잇달아 출간했다. <한국어 교육과 비판적 문식성>(서정시학), <학문 목적 한국어 학습자를 위한 읽기쓰기 연구>(역락). 먼저 <한국어 교육과 비판적 문식성>은 외국인 유학생이 한국어뿐 아니라 한국사회의 문학 전반을 이해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했다. 특히 문학 작품을 활용한 교육을 제안하고 있어 한국어 학습자의 흥미를 복돋는데 유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학문 목적 한국어 학습자를 위한 읽기쓰기 연구>는 외국인 유학생이 한국어를 읽고 쓸 때 경험하게 되는 불안 요인을 정밀하게 분석, 해결책을 각종 사례를 통해 제시했다. 대학 수준 학습자를 가르치는데 실질적인 지침이 되며, 한국어의 학술적 활용 및 세계화 추세에도 기여하는 바가 큰 연구성과다. 내게 한국어 교육은 다른 배경과 문화, 언어를 가지고 살던 타인과 타인이 국어로 소통하며 삶을 나누게 하는 신비로운 일입니다. 박 교수는 외국인에게 문학이란 것이 공부가 아닌 즐거움이 바라는 마음을 담아 책을 출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려대 국제어학원 등에서 10여 년간 세계 각국의 유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친 현장 전문가로 평가되고 있다. 2016년부터 올해까지 5년 연속 교육부 주관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한국어교육 및 한국문화교육 분야의 신진 연구자다.

  • 문학·출판
  • 최정규
  • 2020.04.22 16:14

전북문화관광재단, 창립기념일 맞아 소식지 ‘마중’ 7호 발간

전북지역 문화예술관광 정보를 담아 생생하게 전하는 전북문화관광재단 소식지 마중이 새로운 구성을 입고 나왔다.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이하 재단)은 창립 기념일인 4월 19일을 맞아 재단 소식지 마중 7호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이번 호의 구성은 잇다(재단 사업), 듣다(칼럼), 만나다(인물), 찾다(문화), 보다(관광) 5개 영역으로 변화를 줬다. 재단 사업을 다룬 잇다에서는 올해 각 팀별 사업을 홍보하고 재단의 정책 방향성을 제시한다. 전북관광브랜드공연 뮤지컬 홍도1589에 대한 소식도 게재했다. 특히 구혜경 재단 정책기획팀장은 재단 칼럼을 통해 올해 전라북도 제2차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 수립을 앞둔 재단의 방향성과 역할에 대해 이야기했다. 듣다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를 본 문화예술계와 미투 이후 전북 문화예술계의 변화를 지역문화 이슈로 다뤘다. 지역 문화계 화제의 인물인 남원농악의 명인 류명철 남원농악보존회장과 전라북도 청년아티스트 고니밴드는 만나다 코너를 장식했다. 또한, 우리 지역 예술가 정인수 펜화작가를 비롯해 도내 청년예술가 천승환, 지현미, 이상욱, 이보영, 정호영 씨를 소개했다. 이밖에도 전북의 마을기(깃발)에 관한 기록을 엿보는 전북을 찾다와 완주 생강의 지역 문화에 관한 이야기 숨은 문화 1인치, 그리고 전라북도 연극 역사를 되짚어 보는 전북 문화 재조명 등을 실었다. 역사 속 음식 이야기, 오감만족 전북 관광, 문화공간 탐방 등 다채로운 기획도 만날 수 있다. 소식지 구독과 관련한 문의는 재단 홍보팀(063-230-7471).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4.22 16:12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이길상 시인 - 백학기 시전집 '가슴에 남아있는 미처 하지 못한 말'

곧 5월이다. 역사의 희생자들을 생각하며 아도르노의 아우슈비츠 이후에는 서정시를 쓸 수 없다는 말을 떠올려본다. 핍박 받는 사람들과 가난한 생명을 위해 제 여분을 나눠줄 수 있는 삶의 지혜도 없을 뿐만 아니라 열강의 전쟁과 약소국의 내란은 자신과는 먼 일이라는 시대적 양심의 부재 혹은 시대의식의 결핍의 시대를 우린 살고 있다. 서두가 길었는데 2020년에 반체제적 저항시를 읽는다는 것은 자칫 시대착오적으로 보일 수도 있고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라며 다소 짓궂은 비난을 받을지도 모른다. 사실 백학기 시전집 <가슴에 남아있는 미처 하지 못한 말>에서 시인이 시적 소재로 삼은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부담스러운 것들이다. 계엄령 거리, 총과 대포, 삼팔선, 전쟁, 혁명. 특히 장시인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에는 이광웅, 김영춘, 정인섭 등 이미 잊힌 해직교사나 참교육을 외친 시인들이 등장한다. 그럼에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공감이 가는 이유는 무얼까. 지배세력의 탄압 같은 정치적인 문제 말고도 인간성의 문제, 즉 파탄나버린 시대의 불행한 죽음 앞에서 떳떳할 수 없는 시인의 자괴감을 시에 반영했기 때문일 것이다.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의 시적 화자는 법원에서 손 묶인 채 웃고 있는 이광웅 형을 떠올리며 너무 높아 서글픈 하늘을 보고 봄 산에 들면 미치고 싶다고 말한다. 그 구절이 암시한 자괴감은 일차적으로 독재정권의 탄압과 허위성에 대한 반감에 연유했으리라. 쓰라린 회한과 그 자괴감은 시대적 모순과 암울한 현실과 우리 삶의 도덕적 허위를 폭로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런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면 우리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거나 이미 끝장 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시적 화자는 자신을 위선자로 규정한다. 여기서 위선자는 쿠데타 세력에 의해 역사의 희생자가 된 분들에 대한 죄스러움, 타락한 현실과 어느 정도 타협한 부끄러운 삶을 반성하는 타락자를 상징한다. 그대의 작은 키가/때로 작게만 보이지 않는다 () 조선 새야 새야/눈 퍼붓는 날/밤 이슥토록 내 귓가에 와서/울어라 () 바람 불면/바람 부는 그곳까지 나 또한 불어가서/아프다 () 너는 어디에 숨어서/청계의 봄을 기다리고 있느냐/어린 시인아 () 너무 높아 서글픈 하늘/만경길 새벽술 마시며 걷다/동트다 () 수유리에서 불어오는/바람/내 빈 가슴을 텅텅 울리고 -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中 오늘날, 시리아 내전의 희생자를 기억하거나 세계적인 문제에 절실한 공감을 느끼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그 서글픈 하늘은 우리의 어두운 내면세계이다. 특히 비인간적인 정치와 자본의 권력이 줄기차게 대물려 이어지는 이 시대엔 더욱 그렇다. 이 작품집을 정독하면서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진정 회복해야 할 시대적 양심 혹은 남의 나라 일이라고 지나쳤던 일들이 통렬한 자기 문제로 언젠가는 닥쳐올 것임을 절감하게 된다. * 이길상 시인은 2001년 전북일보와 201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으며, 시와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를 병행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0.04.22 15:46

전주시립도서관, 도서 대출 예약 주말까지 확대

전주시가 도서관의 비대면 도서대출 예약서비스를 주말까지 확대운영키로 했다. 시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도서관 임시휴관이 연장됨에 따라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최근 12개 도서관에서 시행해 온 비대면 도서대출 예약서비스를 토일요일에도 운영한다고 16일 밝혔다. 당초 비대면 도서대출 예약서비스의 도서 수령 가능시간은 화요일부터 금요일 낮 12시에서 16시까지였으나 토일요일에도 같은 시간에 수령할 수 있게 됐다. 월요일과 법정공휴일은 휴무다. 전주시립도서관은 또 시민들의 비대면 서비스 이용을 돕기 위해 도서관 신규회원가입 절차도 한시적으로 간편하게 완화키로 했다. 도서관 방문 없이도 전주시립도서관 홈페이지에 가입 후 도서관에 전화하면 임시회원 승인 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전주시립도서관은 시민들의 비대면 서비스 이용을 돕기 위해 도서관 신규회원가입 절차도 한시적으로 간편하게 완화키로 했다. 도서관 방문 없이도 전주시립도서관 홈페이지에 가입 후 도서관에 전화하면 임시회원 승인 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도서관이 장기간 휴관하면서 전자책 이용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전자책 대출 권수도 기존 10권에서 15권까지 늘리기로 했다. 전주시립도서관 전자도서관은 총 2만2298종의 전자책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주시립도서관 회원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전주시립도서관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시민들의 정서적 안정을 돕고 독서를 통해 마음의 치유를 얻을 수 있도록 도서대출 예약서비스를 주말까지 확대키로 했다며 시민들의 독서 편의를 증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비대면 도서 대출 예약서비스와 전자책 대출권수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전주시립도서관 홈페이지(lib.jeonju.go.kr) 공지사항을 참고하면 된다.

  • 문학·출판
  • 최정규
  • 2020.04.16 17:28

“진실하고 따뜻한 사랑을 아이들 가슴에 심어주고 싶어”

할아버지가/장독대 옆 감나무에/까치밥 홍시를 서너개 남겨 놓았습니다/지나던 까치가/ 콕콕콕 맛 보고(중략)/까치들은/서로서로/사랑을 나누어 먹으며/살아갑니다. 임복근 아동문학가가 네 번째 동시집 <까치들의 사랑나누기>(아동문학세상)을 펴냈다. 임 작가의 이번 시집은 아이들과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듬뿍 담아 표현했다. 도움 글을 쓴 엄기원 원로 아동문학가(한국문인협회 고문)는 시 한편 한편마다 동심이 샘솟고 사랑이 넘쳐 나는 작품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엄 작가는 까치들의 사랑나누기에서 느끼듯 꿀맛 나는 홍시를 서로 나누어 먹는 까치의 사랑 나눔 정신은 독자가 본받아야 할 일이라며 자연과 함께 어울리는 사랑을 담았고, 모든 이에게 교훈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임 작가는 40여 평생을 교단에서 생활하면서 교육은 사랑이라는 정신은 현재도 변함이 없다면서 이번 동시를 통해서 아이들에게 사랑을 느끼게하고, 사랑을 베풀고자 펴냈다고 말했다. 익산 출신인 임 작가는 1987년 아동문학으로 등단, 한국아동문학회중앙위원, 한국아동문학연구회부회장, 전북아동문학회원, 표현문학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한국아동문학 대상, 한국아동문학 창작상, 전북아동문학상등을 수상한 바 있다.

  • 문학·출판
  • 최정규
  • 2020.04.15 18:59

세월호 6주기, 문학으로 애도하다

2014년 4월 16일 이후 6년, 다시 4월이다. 세월호 사고를 기억하고 애도하는 이들의 말과 글이 책으로 피어났다. 때로는 사진과 노래로,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담은 이야기는 그날과 오늘을 올곧이 이어준다. 도서출판 문학동네는 세월호 6주기를 맞아 416합창단의 활동이 담긴 산문집 <노래를 불러서 네가 온다면>과 세월호를 기억하는 어린이문학 작가들의 2020년 작품집 <슬이는 돌아올 거래>를 펴냈다. 산문집 <노래를 불러서 네가 온다면>은 별이 된 아이들을 부르는 세월호 엄마 아빠의 울음이다. 416합창단은 야만적 현실 속에서도 슬픔과 그리움, 희망과 사랑을 노래했다. 그들은 세월호 관련 행사에서뿐 아니라, 쉴새없이 거듭되는 재난 재해 참사의 현장에서 노래했다. 그들의 노래는 일상의 사소한 구체성에 바탕해 있었고, 사람의 목소리로 사람의 슬픔을 감싸서 슬픔을 데리고 슬픔이 없는 나라로 가고 있다.(김훈, 울음에서 노래로 中) 세월호 참사 이후 유가족들을 찾아가 마음을 함께해왔던 김훈김애란 작가는 416합창단의 노래를 듣고 이 에세이를 완성했다. 잊지 않을게, 어느 별이 되었을까, 약속해 등 416합창단이 직접 녹음한 10곡의 애절하고 아름다운 합창곡도 CD에 담았다. 책 말미에는 하늘로 가는 우체통을 통해 세월호 엄마 아빠의 손편지를 수록했다. 슬픔이 슬픔에게, 고통이 고통에게 전하는 진심은 이들을 지난 6년간 노래하게 했다. 416합창단은 세월호 참사로 아이를 보낸 유가족과 그날 바다에서 돌아온 아이의 가족, 일반 시민단원이 함께 노래하는 모임이다. 지난 2014년 12월 작은 노래모임으로 시작해, 5년 동안 270여 회에 달하는 크고 작은 공연들을 해왔다. 세월호 아이들을 기억하고 알리는 일에 앞장서고 아픔의 현장과 연대하며, 오늘도 함께 노래한다. 세월호와 함께 침몰한 대한민국에서 애도하는 법을 잊은 시대를 부끄러워한 어린이문학인들은 그날 이후 세월호 기억의 벽을 만들고, 팽목바람길을 냈다. 그리고 2020년, 세월호를 기억하는 어린이문학 작가들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작품집 <슬이는 돌아올 거래>를 묶어냈다. 특히, 이번 책은 아이들이 읽을 작품이므로,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주제부터 인물과 단어 등 하나하나를 고르고 골랐다. 절망으로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의 희망을 내포하는 동화이고 동시여야 한다는 작가들의 내적 요구가 컸던 까닭이다. 그 결실로 동시인 유하정이영애, 동화작가 김하은윤해연이퐁임정자전경남정재은이 쓴 시와 동화 8편이 이 책에 실렸다. 평론가 송수연오세란과 젊은 사진작가 한수민도 함께했다. 송수연 아동문학평론가는 이 책을 통해 6년이 만든 이야기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잊힌 이름을 부르고, 지워진 기억을 되살린다. 당신의 혹은 그의 상실과 눈물을 어떻게 하면 우리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한다. 그리하여 이야기들은 마땅히 이루어져야 했으나 그러하지 못했던 애도에 도달한다고 이야기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4.15 18:59

너른 김제 지평선 따라…‘옆을 터주는 것들’

햇살을 소란으로/씀바귀, 질경이들이/논두렁을 가로질러 간다/지평선을 이루는/앙다문 바닥들/고요히 광활하다. 지평선 시동인(회장 김유석)이 다섯 번째 동인 시집 <옆을 터주는 것들>(리토피아)을 펴냈다. 지평선 시동인 회원들은 함께 5집을 엮어내며 김제 지평선의 너른 들판을 상상했다. 진한 햇살을 입은 그 풍경은 고요하고도 광활한 자연이었다. 이번 동인 시집에는 기명숙, 김유석, 김인숙, 도혜숙, 배귀선, 안성덕, 이강길, 이세영, 이승훈, 이영종, 임백령, 장종권, 전창옥, 지연 시인이 내놓은 시 67편이 실렸다. 여기에 작년에 시집을 낸 기명숙, 이강길 시인의 대표 시 각 3편과 이승훈 시인의 미술문화칼럼 1편을 더했다. 특히, 이번 동인 시집의 제목 옆을 터주는 것들은 김유석 시인의 시 우리는 무시로에서 가져왔다. 텃밭에 쪼그려 어머니 열무 모종을 솎는다.//뵈다는 이유로 솎아지는 것들//잡초라 불리지도 못하고 뿌리째 뽑혀 버려지는//뽑힌 후에야 그 자리 확연해지는 것들//어머니 손끝에 무작위로 집혀서//옆을 터주는 것들, 나와 너 사이//그 좁은 길을 먼저 따라보았다는 듯이 지평선 시동인은 우리나라의 유일한 지평선인 김제 지평선의 문화적 자산을 창조적인 정신문화로 계승 발전시키고, 끝 간 데 없이 너른 지평선 끝에 혼돈이 가져올 혼곤한 자유를 짓고자 지난 2010년 김제지역의 시인들이 꾸린 시동인 모임이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4.15 18:59

의열독립운동 40년사, 장편소설 3부작으로 완성

우리 역사가 영원히 기억해야 할 의열독립운동 40년사가 장편소설 3부작으로 완성됐다. 정만진의 <한인애국단>(국토)은 우리나라 독립운동 시기 무장의열투쟁 전반을 문학으로 녹여낸 독립운동 장편소설 3부작의 제3편이다. 올해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1주년을 맞아 출판한 이번 책에는 독립선열의 구국 정신이 후대에게 계승되길 바라는 소망을 담았다. 독립운동 시기 40년의 의열 투쟁을 두루 다룬 최초의 장편소설이라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제1편은 1910년대 최고의 무장항일운동 단체 대한광복회를 다룬 소설 <대한광복회>이며, 제2편은 1920년대 최고의 무장항일운동단체 의열단을 다룬 소설 <의열단>이다. 3부작을 완성한 제3편 <한인애국단>에서는 1900년대부터 1945년까지 일어난 의열투쟁 전체를 소설에 담아냈다. 전반부에서는 안중근을 비롯한 1900년대 의열 투쟁과 대한광목회의 활동을 다룬다. 또 후반부는 의열단과 이봉창윤봉길김홍일 등 한인애국단 지사들의 거사를 중심으로 했다. 독립운동기 시대의 의열 항쟁사를 담고 있는 만큼 김구이봉창윤봉길이화림이덕주유진만최흥식유상근 등 지사들이 활동한 1930년대 최고의 무장항일운동단체 한인애국단을 제목으로 정했다. 이 책을 쓴 정만진 씨는 사단법인 역사진흥원 초대 이사장과 대구한의대학교 문화콘텐츠학부 외래교수, 대구외고 교사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정읍사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같은 해 펴낸 <대구 독립운동 유적 100곳 답사여행>은 2019 대구시 올해의 책에 선정됐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4.15 18:59

2020 전주독서대전, 코로나19로 지친 시민 위로하는 책 축제로

전주시가 2020 전주독서대전의 주제를 확정하고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했다. 시는 지난 14일 송천도서관에서 도서관, 독서, 문화, 교육, 서점계 등 전문가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진협의체 회의를 갖고 2020 전주독서대전의 주제를 다독다독, 당신을 듣겠습니다로 최종 확정했다. 독서대전을 코로나19의 여파로 힘겨워 하는 시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위로할 수 있는 책 축제로 만들자는 취지에서다. 추진협의체는 다독다독, 당신을 듣겠습니다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시민이 들려주는 낭독 릴레이 △전주의 역사, 음식, 영화 등을 해설하는 전주를 읽어드립니다 △약을 처방하듯 상황에 맞는 책 처방 △독서동아리와 함께하는 공론과 대화 시민 대토론회 △발달장애인의 이야기를 듣다 나를 알아줘 △만나고 싶은 지역 작가와의 책 수다 등 시민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며 시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발굴, 제안하기도 했다. 시는 향후 추진협의체 및 민간단체와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추진목표와 구체적인 실행방법 등을 정할 예정이다. 특히 주제와 부합하는 초청작가 강연, 독서 문화 프로그램 등 다양한 독서문화 진흥사업을 중점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최명규 추진협의체 위원장(전주시 부시장)은 이번 협의체 회의를 통해 2020 전주독서대전을 시민들의 마음을 듣고 책 읽는 즐거움을 맘껏 누릴 수 있는 명품 책 축제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선정된 주제를 뒷받침할 다양한 독서프로그램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2020 전주독서대전은 오는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국립무형유산원에서 개최된다. 한편, 지난해 10월 4일부터 6일까지 전주 한옥마을 일원에서 열린 2019 전주독서대전은 당신을 쓰세요를 주제로 선정, 10만 명의 방문객이 참여했다.

  • 문학·출판
  • 최정규
  • 2020.04.15 18:41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이경옥 동화작가 - 김형미 그림소설 '불청객'

나는 너무 많이 떠돌았다. 오래전 내 안을, 집 밖을 나가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린 듯 멈추질 못해 서러웠다. 밖에는 뭔가 더 나은 삶이, 무지개를 타고 넘어갈 황금빛 찬란한 날개가 있는 줄 알았다는 김형미 그림소설 <불청객>(푸른사상)에 나오는 첫 문단이다. 첫 장부터 마치 작가의 삶에 대한 방황과 자기반성을 통한 자기 검증의 번민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물론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과 고통이 어디 작가뿐이겠는가. 그러나 첫 문장부터 작가의 고뇌에 찬 숨결이 온몸으로 전해져온다. 살아내는 것에 대한 성찰은 모두를 따라다니는 숙제처럼 여겨진다. 이런 힘겨움을 위로라도 하듯이, 김형미 시인이 지난 겨울 그림 소설이라는 색다른 양식으로 책을 선보였다. 삶에 대한 싸움과 번민은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너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면서 괜찮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다가왔다. 그래서 불청객을 통해 서로가 위안이 되고 서로의 삶을 채워가자며 서슴없이 손을 내민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많은 방황과 번민 속에서 시간을 채워나간다. 청소년 시절부터 시작된 자기 검증은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된다.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는 더욱더 확장된 자기 검증을 향한 고민과 번민이 찾아온다.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길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의심을 거두지 못한다. 특히나 모든 것이 불명확한 젊은 날의 경우는 더 자신과의 사투가 많으리라. 하지만 이러한 과정은 결국 진정한 자신을 찾고자 하는 염원의 간절한 표현이라 여겨진다. 그래서 나라는 존재 안에 들어있는 수많은 또 다른나를 향한 외침이 있다. 이는 현재의 모습이 아닌 새로운 가능성이 있는 나를 찾고자 하는 욕망이 표출된 것이다. 작품 속 인물은 자신만의 동그란 굴레 속에서 외친다. 나는 그의 모든 존재를 거부하고 싶었다. 할 수만 있다면 그의 전 존재를 깨부수고 싶었다. 그리고 간절히 그로부터 이 막막한 혼란스러움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라고. 불청객은 아직 채워지지 않은 나에 대한 욕망과 아직 결정되지 않은 또 다른 나를 찾고자 하는, 끝없는 나 찾기의 고통스러운 과정을 보여주는 그림소설이다. 삶에 대해 가슴앓이를 하는 화자는 바로 우리 모두이기도 하다. 햇살 좋은 사월이다. 봄 햇빛 속에서 불청객과 함께 새로운 나를 발견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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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4.15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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