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 미륵사지 유물전시관 국립 승격 추진과 과제
미륵사지 발굴조사에서 국보급 사리장엄구를 비롯 20000여점의 유물이 다량으로 출토되면서 익산 미륵사지유물전시관의 국립 승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이에 따라 전라북도와 익산시는 도가 관리하고 있는 미륵사지유물전시관을 국립으로 전환, 국립익산박물관 또는 국립전주박물관 익산분관 등으로 승격시켜 줄 것을 중앙에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1월 미륵사지석탑 해체 중 1층에서 발견된 미륵사지석탑 출토 사리장엄구 등 683점을 문화재연구소의 보존처리가 끝난 후 도내에서 보관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건의하고 있다.전북도와 익산시는 "유물은 발굴된 현장에 보관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미륵사지유물전시관의 열악한 관리시설과 환경 등이 유물 보관에 적합치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발굴된 유물의 가치가 높아 제대로 된 시설에서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무리하게 국립 승격만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미륵사지유물전시관의 운영실태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미륵사지유물전시관 국립 승격은 국보급 유물을 국립 시설에 소장하고 전시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설득력이 있지만, 국립으로 가기까지 고민해야 할 과제들도 많다.▲ 미륵사지유물전시관 국립 승격, 어느 단계까지 왔나미륵사지유물전시관 국립 승격 추진은 지난 1월 미륵사지석탑내 1층 심주석에서 국보급 사리장엄이 발견되면서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보존과 전시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시작됐다.전북도는 "백제문화를 보존·계승 발전시켜 문화적 우수성을 부각시키고 역사문화 관광자원의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며 미륵사지유물전시관의 국립 승격을 추진해 왔다. 발견지역에서 보관·전시가 가능한 만큼 문화재보호법시행규칙 제59조의 취지를 살려 지역내에서 보관하고, 유물에 맞춰 보관 장소의 격도 높여야 한다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그러나 실질적으로 국립 승격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국립 승격을 위한 조건이 따로 규정돼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던 전시관을 국립으로 승격, 관리 전환을 요구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립 박물관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도적으로 판단해서 짓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한 관계자는 "승격이 간단한 문제도 아니고, 정치력도 필요할 뿐만 아니라 속된 말로 도민들이 죽기 살기로 싸우지 않으면 힘든 일"이라고 털어놓았다.전북도와 익산시는 고도보존지역인 경주와 공주, 부여, 익산 중 익산만이 유일하게 국립박물관이 없는 상황이라며 익산지역의 우수한 문화자원과 출토유물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관심과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한승수 국무총리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전북을 방문했을 때 미륵사지유물전시관의 국립 승격을 건의, 긍정적 답변을 얻어내기도 했다.또한 23일 민·관·학 협력 추진위원회인 '전라북도 백제문화유산 보존 추진위원회'를 발족, 미륵사지유물전시관 국립박물관 승격 및 홍보·관광자원개발 등의 업무 전반에 대한 자문을 하기로 했다.▲ 국립 승격 후 다른 전시관과의 연계 가능성전북도와 익산시는 미륵사지유물전시관 국립 승격과 관련, 필요시 익산시가 관리하고 있는 전시관들을 포함시켜 연계해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현재 익산에 있는 유적 전시관은 미륵사지유물전시관을 비롯해 왕궁리유적전시관, 입점리고분군전시관, 마한관 등 4곳이 있다. 왕궁리유적전시관의 경우 미륵사지유물전시관과 함께 국립으로 승격, 현재 국립전주박물관에 보관돼 있는 국보 제123호 익산 왕궁리 오층석탑 사리장엄구를 포함한 관련 유물들을 되돌려받을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4개의 전시관을 통합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마한관을 제외한 3개의 전시관은 개별 유적을 위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통합이 아닌, 분관 형태로 유지하는 것 역시 중앙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시키고 있는 전반적인 분위기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전문가들은 "4개의 전시관이 물리적으로 거리가 떨어져 있는 데다 전시관마다 각각 특성화된 목적이 있기 때문에 공간의 성격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효율적인 운영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관광 프로그램 개발에 있어 연계하는 정도의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한다.▲ 국립 승격, 득과 실 따져봐야그동안 전북도가 미륵사지유물전시관에 투자한 예산이나 전문성 등을 놓고 본다면 국립으로 승격될 경우 기술, 인력, 예산 등 모든 면에 있어서 도에서 관리할 때보다 체계적이고 유리한 여건이 조성된다. 도의 입장에서는 부담도 줄어들게 된다.또한 유물의 격에 맞춰 국립 기관에 소장·전시, '출토유물 발견지역 전시'로 역사적 의의 및 진정성을 극대화하고 지역주민들의 문화 자긍심도 고취시킬 수 있다.그러나 전북일보 취재 결과 자치단체 관계자들과 일반 시민들은 국립 승격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인 반면, 학계 전문가들은 무조건적으로 국립 승격을 외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이름을 밝히기 꺼린 도내 모 대학 교수는 "국립으로 승격시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승격시키는 과정 속에서 충분히 내부적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지, 지금까지 전시관 운영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점은 없는지 자기진단을 먼저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또한 국립으로 승격시켰을 때 미륵사지유물전시관이 과연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느냐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있었다. 미륵사지유물전시관이 국립이 됐을 때, 학예연구직들을 비롯해 인사교류가 빈번하게 이뤄지면서 지역의 정서를 담아내거나 자치단체나 지역 내 유사기관들과의 협력이 제대로 안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도내 유일의 국립박물관인 국립전주박물관과 전북도나 전주시와의 협력체계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도내 한 전문가는 "국립으로 승격되면, 예산이나 운영, 인력 등을 모두 국가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자치단체에서 손을 놓겠다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며 "그럴 경우 자칫 주인의식이 없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