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세계관을 가진 사람과 소통이 가능한가
〈 제시문 1 〉 기댈 곳 없는 나와 흉악한 허궁제비혼자 뭐라고 씨부렁대냐?놀란 장이가 손에 든 필함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머리 위를 올려다보니 커다란 희화나무 가지 위에 허궁제비가 앉아 있었다. 허궁제비는 날랜 솜씨로 나무에서 내려와 장이의 앞을 막아섰다. 장이는 잽싸게 허리를 숙여 필함을 집어 들었다. 으윽장이가 그 자리에 엎어졌다. 허궁제비가 장이의 등허리를 팔꿈치로 찍어 내렸다. 허궁제비는 필함을 쥐고 있는 장이의 손목을 사정없이 밟았다. 아, 아아악.장이의 손에서 필함이 빠져나갔다. 허궁제비는 여유를 부리며 필함을 요리조리 살폈다. 어느 대가 댁 물건을 슬쩍하셨을까? 드나드는 집에 내로라 하는 집들이니 챙겨 나오는 물건도 예사롭지 않군.장이의 눈이 허궁제비와 마주쳤다. 장이는 움찔하며 눈을 피했다. 허궁제비는 깨진 송곳니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오른쪽 눈 밑을 가로지른 깊은 흉터가 일그러졌다. 훔친 거 아니에요. 주세요.심부름 가는 길인데.장이는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떨어진 물건은 주운 사람이 임자지. 버릴 땐 언제고 이제와서 내놓아라마라야.빙글빙글 웃고 있었지만 허궁제비의 눈빛에는 보는 사람을 얼어붙게 하는 매서움과 비정함이 있었다. 〈중략〉허궁제비가 다시 장이의 가슴팍을 걷어찼다. 우욱---. 장이가 뒤로 나동그라졌다. 잘 보관하고 있을 테니 사흘 안으로 찾으러 와. 물건 값은 닷 전이야. 목숨 값에 비하면 거저 갖는 거지. 허궁제비는 바닥에 침을 찍 뱉고 못을 박듯 장이의 눈을 바라보았다. 허궁제비와 눈이 마주치자 장이는 움찔하며 몸을 떨었다. 닷 전이면 쌀 한 말 값인데, 그걸 제가 사흘 안에 어찌 구해요? 제발 돌려주세요, 제발 장이는 몇 번이고 제발이란 말을 붙여 가며 사정을 했다. 그걸 잃어버렸단 책방에서 쫓겨나요. 부모도 없는 제가 책방에서 쫓겨나면, 그날로 거렁뱅이 신세가 되는데〈 이영서, 책과 노니는 집 〉〈제시문2〉 어수룩한 나와 교활한 장인 구장님한테 갔다 그냥 온담 그래!하고 엊그제 산에서와 같이 되우 쫑알거린다. 딴은 내가 더 단단히 덤비지 않고 만 것이 좀 어리석었다. 속으로 그랬다. 나도 저쪽 벽을 향하여 외면하면서 내말로안 된다는 걸 그럼 어떻건담!하니까, 수염을 잡아채지 그냥 둬, 이 바보야!하고 또 얼굴이 빨개지면서 성을 내며 안으로 샐쭉하니 튀들어가지 않느냐. 밥을 먹은 뒤 지게를 지고 일터로 가려하다 도로 벗어던지고 바깥마당 공석 위에 드러누워서, 나는 차라리 죽느니만 같지 못하다 생각했다. 내가 일 안하면 장인님 저는 나이가 먹어 못하고 결국 농사 못 짓고 만다. 뒷짐으로 트림을 꿀꺽 하고 다문 밖으로 나오다 날 보고서이 자식아, 너 왜 또 이러니?관격이 났어유, 아이구 배야!기껀 밥 처먹구 나서 무슨 관격이야? 남의 농사 버려 주면 이 자식아, 징역간다. 봐라!가두 좋아유, 아이구 배야!정말 난 일 안해서 징역 가도 좋다 생각했다. 일후 아들을 낳어도 그 앞에서 바보, 바보 이렇게 별명을 들을테니까 오늘은 열 쪽에 난대도 결정을 내고 싶었다. 〈중략〉장인님은 더 약이 바짝 올라서 잡은 참 지게막대기로 내 어깨를 그냥 내려갈겼다. 정신이 다 아찔하다.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그때엔 나도 온몸에 약이 올랐다. 이 녀석의 장인임을 하고 눈에 불이 퍽 나서 그 아래 밭 있는 넝 알로 그대로 떼밀어 굴려 버렸다. 기어오르면 굴리고 굴리면 기어오르고 이러길 한 너덧 번을 하며 그럴 적마다 부려만 먹구 왜 성례 안 하지유!나는 이렇게 호령했다. 하지만 장인님이 선뜻 오냐 낼이라두 성례시켜주마 했으면 나도 성가신 걸 그만두었을지 모른다. 나야 이러면 때린 건 아니니까 나중에 장인 쳤다는 누명도. 〈 국어교과서, 김유정, 봄 봄 〉 〈 제시문 3〉 말 없는 노인 베포말 잘하는 청년 기기친구가 아주 많아도 특히 더 좋고 더 가깝게 느껴지는 친구가 있게 마련이다. 모모 역시 그랬다. 모모에게도 특히 좋아하는 친구가 둘 있었다. 그들은 매일 모모를 찾아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함께 나누어 가졌다. 한 사람은 젊은 사람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나이 든 사람이었다. 모모에게 둘 중 누가 더 좋으냐고 묻는다면 아마 대답하지 못했으리라. 나이든 친구의 이름은 도로 청소부 베포였다. 물론 베포에게는 다른 성이 있었다. 하지만 직업이 도로 청소부였고, 모두들 도로 청소부 베포라고 불렀기 때문에, 베포도 스스로를 그렇게 부르고 있었다. 사람들은 도로청소부 베포가 머리가 약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베포는 누가 무엇을 물어보면 빙그레 웃기만 하고 대답을 하지 않았다. 베포는 곰곰이 생각했다. 대답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대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면 그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다. 그 시간은 두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하루 종일 걸리기도 했다. 그런 다음 그는 대답을 했다. 그동안 당연히 자기가 뭘 물어 보았는지 잊어버린 상대방은 베포의 뒤늦은 대답에 어리둥절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모모는 달랐다. 모모는 베포가 대답할 때까지 오랫동안 기다릴 수 있었고, 또 그의 말을 이해할 수도 있었다. 모모는 베포가 진실이 아닌 이야기를 하지 않기 위해서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따. 베포는 모든 불행은 의도적인, 혹은 의도하지 않은 수많은 거짓말, 그러니까 단지 급하게 서두르거나 철저하지 못해서 저지르게 되는 수많은 거짓말에서 생겨난다고 믿고 있었다. 〈중략〉모모와 가장 친한 또 다른 친구는 젊은 사람이었고, 모든 면에서 도로 청소부 베포와 정반대였다. 잘생긴 외모, 꿈꾸는 듯한 눈. 하지만 무엇보다도 말솜씨가 기가 막히게 좋았다. 농담과 우스개 소리가 마를 날이 없었고, 어찌나 경쾌하게 웃는지 같이 있는 사람은 그러고 싶지 않아도 따라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의 이름은 기롤라모였다. 하지만 누구나 그냥 간단히 기기라고 불렀다. 기기에게 필요한 도구라고는 챙 달린 모자밖에 없었다. 그는 몇몇 관광객이 근처에서 헤매고 있다 싶으면 곧 모자를 머리에 눌러 쓰고는 정색하고 다가가서, 자기가 주변을 안내하며 모든 것을 설명해 주겠다고 자청했다. 관광객이 허락하면 기기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문을 열고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늘어 놓았다. 듣고 있다보면 머리가 빙글빙글할 정도로 사건과 발생 연도와 이름을 지어내서 마구 늘어 놓았던 것이다. 물론 진상을 눈치채고 화를 내며 가 버리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대개는 그 이야기를 전부 사실로 받아들이고 마지막으로 기기가 모자를 내밀면 대가도 진짜 돈을 지불하는 것이었다. 〈 미하엘 엔데, 모모 〉■ 논제의 포인트 및 평가기준■ 논술문을 6단 논법으로 재구성하기■ 쟁점 논제1. 논술 논제제시문(1) (2) (3)에서 각각의 소통의 문제를 제시한 후, 이와 관련하여 이들이 소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900자 내외) 2. 면접 논제- 어떻게 하면 전혀 다른 세계관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을까요? 제시문에서의 인물들의 예로 설명하시오. - 〈제시문1〉에서 나는 허궁제비와 어떻게 하면 소통할 수 있을까?- 〈제시문2〉에서 나와 장인은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까? 결국 나와 장인은 소통을 하게 될까? - 〈제시문3〉의 베포와 기기는 모모가 없을 때에 소통이 가능할까?■ 쟁점 기출문제2013학년도 고려대학교 모의 논술고사문제 1 : (1)의 내용을 바탕으로 (2)와 (3)에 나타난 사실에 대한 관점을 비교하고,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시오. (75점)2014년도 경희대학교 모의 논술고사문제지(사회계)1. 제시문 (가)~(라)를 비슷한 주장을 담은 내용끼리 분류하고 요약하시오(401~500자 이하, 배점 30점)2013학년도 건국대 수시 1차 모집 논술고사 예시문제(인문사회계열1)문제2. (가) (다)를 통해서 알 수 있는 있는 인간의 모방에 대해 설명하고, 이와 관련하여 (라)에 나타난 삶의 방식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901자~1100자)■ 쟁점 관련 도서- 이영서 〈책과 노니는 집〉 - 미하일 엔데 〈모모〉■ 학생 글과 교사 총평1. 학생글상대방 이해하려는 노력 필요〈제시문 1〉에서 장이와 허궁제비의 소통의 문제는 개인적 이득을 위해 폭력을 사용하는 허궁제비가 주도하는 소통이 독단적이고 일방적인 방식으로 전개된다는 데에 있다. 〈제시문 2〉에서는 각자 원하는 바가 다른 두 인물이 각자 그 목표를 추구하다 충돌을 빚음으로써 문제가 발생했다. 마지막으로 〈제시문 3〉에서는 소통의 방식이 전혀 다른 두 인물의 모습이 제시되고 있다. 위 제시문에서 나타난 소통의 문제를 종합해서 판단할 때, 우리는 소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본질적으로 인물의 사고의 차이에서 기원한다는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다. 소통방안으로 우선 상대의 처지를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혀 다른 사고방식, 인생관, 목적을 갖고 사는 사람일수록 그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그와 성공적으로 소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제시문 1〉의 허궁제비가 장이의 어려운 처지를 공감하였더라면 그는 보다 더 타협적인 방식으로 상호적인 소통을 이끌 수 있었을 것이다. 이는 〈제시문 3〉의 베포와 기기에게도 해당된다. 앞의 것에서 더 나아가, 성공적인 소통을 위해서는 설령 상대를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타협과 양보가 필요하다. 〈제시문 2〉의 경우 나와 장인이 양보 없이 각자 원하는 것만을 주장하며 소통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는데, 해당 상황에서 서로가 원하는 것을 적당히 양보하고 절충하여 타협점을 찾는 방향으로 소통을 이끌었더라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온건한 소통의 방식이 중요하다. 〈제시문 1〉과 〈제시문 2〉의 소통에 문제가 생긴 것은 폭력적인 방식으로 소통이 전개된 것이 문제다. 정확하게 의사를 전달하되 소통이 폭력으로 번지면 이는 이미 소통이라 부를 만한 범주를 벗어난다. 상대를 존중하며 자신의 의지를 실현시키는 것이 진정한 소통이다. 〈제시문 3〉의 모모와 같은 인물은 온건한 소통 방식을 가진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와 같은 인물은 본인이 타인과의 소통을 감정 상하는 일 없이 능숙히 이끌 뿐 아니라, 대립하는 인물들 사이에서 완충제 역할도 수행해 낼 수 있다. 무엇보다 위에서 요구하는 효과적인 소통의 태도를 모두 갖추고 있는 인물이므로 분쟁이나 폭력에 휘말릴 여지가 없다는 점에서 실로 바람직하고 배울 만하다. 정윤서 (원광여고 2학년) 2. 교사 총평이번 논제에서 〈제시문1〉,〈제시문 2〉, 〈제시문3〉은 모두 소통의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소통이 가능할 수 있도록 행동하는 인물로 〈제시문2〉의 구장과 점순이를 제시할 수 있다. 〈제시문3〉에서 베포와 기기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소통이 안 되는 인물이지만 모모를 매개로 소통이 잘 이루어진다. 따라서 이번 논제는 이들을 활용하여 논지를 전개하도록 하는 것이 출제의 의도였다. 윤서 학생은 제시문의 대상도서에 대한 독해를 바탕으로, 논제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제시문에 나온 인물들 간의 소통문제에 대한 분석과 이들의 원인을 찾아가며 자신의 생각을 전개하였다. 이번 논제에서 비중이 있게 논해야 할 부분이 제시문을 바탕으로 하여 이들이 어떻게 소통하고 있는지를 분석하고 이들이 소통을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하여 논술하면 된다. 윤서 학생은 논제를 이해하고 제시문을 분류하면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그리고 소통방안으로 서로가 이해하고 공감하는 노력, 타협과 양보, 온건한 소통 방식 등을 제시하였다. 이 방안 또한 제시문을 활용해서 전개한 것에서 글의 맥락이 좋으며, 문장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윤서 학생은 논제에서 묻고 있는 것에 대한 답을 도출하여 완결성과 응집력이 있는 좋은 글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