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전북 중·고 논술대회 수상작과 심사평
지난달 26일 치러진 2014 전북 중고생 논술대회의 수상자가 발표됐다. 영예의 중등부 대상은 우림중 3학년의 김지아양이 차지했다. 고등부에서는 배영고 이진상(2년), 호남제일고 백현승(1년), 솔내고 유정민(2년), 전북외국어고 김동원(3년), 전북대학교사범대학부설고 박강산(3학년), 이리고 송용호군(2년) 등 6명이 금상을 안았다. 시상식은 오는 23일(토) 오전 11시 전북대학교 진수당에서 열린다. 이에 입상작과 심사평을 지면에 담아본다.■ 고등부 수상작(금상)(가)에서는 소유와 존재라는 두 가지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이 중에서 소유는 사람으로 하여금 욕망을 갖도록 하고 살아있는 관계를 갖지 못하게 한다. 다만, 점유관계와 지배관계, 경쟁과 반목을 인간관계에서까지 불러일으키며 현대 사회의 문제들을 생산한다. 이와 대비되는 존재라는 개념은 진정한 삶의 양식으로 이어지는 열쇠하고 할 수 있다. 존재는 소유에 대한 욕망을 버릴 때 추구된다. 이 개념에서는 살아있는 관계를 갖도록 하며 할 수 있는 것을 자제하도록 한다. 결국 (가)에서 나타나는 진정한 삶의 양식은 소유에서 존재로의 기본적인 탈바꿈이다. (나)에서 톰은 죽음의 위험도 무릅쓰면서 흑인 노예인 짐을 자유롭게 해주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톰의 행동은 당대 사회에서 당연하게 여겨졌던 소유 양식에서 벗어나 존재 지향적 인간으로 거듭나려는 진정한 삶을 향한 도약이다. 스스로 소유에 대한 욕구를 집어던지고, 지배관계와 점유관계인 주종간의 우위를 포기하고 짐을 자유로운 인격체로 보면서 살아있는 관계를 맺고자 하는 노력은 소유에서 벗어난 존재 추구의 두드러진 행동이다. (다)에서 노라는 남편인 헬메르의 곁을 떠나서 독립적인 존재가 되려 하고 있다. 제시문의 내용으로 미루어 볼 때, 노라의 아버지와 헬메르는 노라를 인격체로 인식하기보다는 소유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노라가 스스로를 인형에 비유하는 것에서 짐작할 수 있다. 즉, 노라가 헬메르와의 결혼 생활을 끝내고자 하는 것은 수 십 년 동안 유지되었던 지배관계이자 점유관계로부터 탈피하고자 하는 것이다. 헬메르와의 결혼 생활에서 노라는 헬메르와 진지하게 이야기해본 적도 없고, 자신의 취향도 그에게 맞추어 그야말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지냈다. 하지만 이제는 세상을 똑바로 바라보고 자유로운 인격체로, 독립적인 존재로 거듭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라의 행동은 진정한 삶을 향한 투쟁이라고 볼 수 있다.● 심사평 - 제시문 요약적 분석 통한 논증 뛰어나논술에서 핵심은 논증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즉, 논제요구사항을 바탕으로 자신의 주장을 어떻게 증명하느냐 일 것이다. 특히, 자료 제시형 논술에서는 제시문을 해석하고 요약하는 능력이 논거제시에 핵심적인 부분이다. 전북일보사 주최하고 전북중등논술교육연구회가 주관한 2014 전북 중고생 논술대회에서는 고등부 대상 수상작을 선정하지 않았다. 대신 금상 6명을 선정하였다. 그 중 대상 후보로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 있었지만, 논증과정에서 출제진이 의도했던 부분까지 만족시키지는 못했기 때문이다.이번 논제는 에리히 프롬이 말한 존재양식으로의 삶의 방식을 말하고, 톰과 노라의 행동이 어떻게 이런 삶의 양식을 구현했는지 분석하는 것이다. 또한 존재 양식으로서의 삶의 방식을 통해 두 인물이 구현한 삶의 방식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밝혀주어 논증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완성도 있는 논술문이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대회에 참여하는 많은 학생들의 글을 보면 제시문을 이해하고 분석하기보다는 설명하려 했다. 하지만 논술은 논증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 논증의 논거는 제시문의 요약적 분석을 통해 제시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배영고 이진상 학생의 논술문과 호남제일고 백현승 학생의 논술문은 제시문에 대한 분석이 잘 되었다. 특히 배영고 이진상 학생의 논술문은 첫째 문단에서 소유양식과 존재양식의 비교대조를 통해 진정한 삶의 양식이 존재양식임을 잘 드러냈고, 이를 바탕으로 톰과 노라의 행동이 소유 양식에서 벗어나 진정한 삶의 관계를 맺고자 한다라고 논증하고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진상 학생은 경우 마지막 문단을 덧붙여 현대사회의 맹목적 소유관계의 한계 및 존재 중심적 사회의 장점을 부각해주었으면 완벽한 논술문이 되었을 것이다.이번 논제의 쟁점은 현대 사회를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이다. 이 쟁점은 논제에 머무르지 않고 대회에 참여한 학생들이 살아가면서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삶의 문제일 것이다.■ 중등부 수상작(대상)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농사를 짓던 우리나라는 산업화와 도시화가 되는 과정에서 돌이킬 수 없이 환경이 파괴되었다. 개발도상국들 또한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 선진국의 공해 유발 산업까지도 도맡아 하며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있으며, 선진국들은 자연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수습하기에 노력하고 있다. 인간이 생태계에 해를 끼치면 그 피해는 다시 인간에게 돌아온다는 부메랑 효과의 예시로, 어느 한 나라는 개구리 다리가 값비싼 대가로 팔리자 개구리를 모조리 잡아 수출하였고, 그 결과 생태계에 정화작용을 하던 개구리가 사라졌고 해충이 들끓기 시작하여 그 피해는 인간이 입었다. 이와 같이 고기를 잡아서 풍요롭게 살았던 산드라 섬에 물고기 떼가 사라지자 빈곤을 겪고, 그 대책으로 여우를 값비싸게 팔기 시작했지만 작은 동물들이 득실거려 섬에 큰 피해를 입히고 점점 황폐해졌던 산드라 섬도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말처럼 인간의 지나친 욕심의 한 피해자인 것 같다. 옳은 것과 이익이라는 선택에서 이익이라는 선택을 반복한 인간이 이러한 자연 환경 문제를 초래한 것이다. 자연과 인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며, 인간은 자연의 일부일 뿐만 아니라 자연을 이용하며 도움을 받고 살아가고 있다. 페루라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도시는 자연을 해치지 않고 적정기술을 사용하여 자전거 페달을 구르며 드럼세탁기를 돌리는데, 이처럼 인간이 최대한 환경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기술을 개발하고 또한 인간이 먼 훗날의 자연까지도 생각하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하며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며 공존하는 관계를 이루면 자연과 인간의 바람직한 내일을 기다릴 수 있다.● 심사평 - 논제에 충실문제 해결력 서술 돋보여이번 심사에서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보았던 심사 기준은 논제가 요구하는 내용을 논리적으로 서술했는가이다. 그리고 논제에서 자연 환경이 파괴된 원인에 대해 제시문의 내용을 바탕으로 서술했는가와 인간과 자연의 바람직한 관계에 대해 사례를 들어 서술했는가이다. 그런데 이번 논술대회에 참가한 많은 학생들 중에 두 가지 기준을 모두 서술한 학생이 의외로 적었다. 일부 학생들은 제시문에 대한 독해를 바탕으로 하지 않고 자신이 판단한 환경 파괴의 원인을 제시했는가 하면, 자연과 인간의 공생을 나타내는 적절한 사례를 제시하지 않기도 하였다.논술의 기본은 문제 해결력의 측정이고, 문제 해결력은 곧 주어진 논제를 얼마나 충실하게 해결했는가로 나타난다. 앞으로 많은 학생들이 이 점에 유의하여 기본에 충실한 논술 쓰기를 하기를 바란다.수상작은 그런 관점에서 가장 논제에 충실한 논술문이었다. 수상작은 먼저 환경 파괴의 심각성을 서론에서 제시하고, 본론에서 산드라섬에서 일어난 환경 파괴를 근거로 환경 파괴의 근본적인 원인이 인간의 지나친 욕심과 이기심에 있음을 논리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자연과 인간의 바람직한 관계를 자연과 인간의 공생으로 규정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로 페루의 자전거 페달을 이용한 세탁기를 들고 있다. 이는 인간이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인간에게 필요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적절한 예라 하겠다.이처럼 수상작은 여타의 작품에 비해 주어진 논제에 가장 충실하다는 면에서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다만 글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구조면에서 결론이 빠진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한 본론의 첫 문단에서 제시한 부메랑 효과는 본론의 마지막 문단에서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한 환경 파괴가 가져올 결과로 제시했다면 글의 흐름이 훨씬 자연스러웠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강조했듯이 좋은 논술은 주어진 자료에 대한 올바른 독해와, 주어진 논제에 대한 철저한 분석에서 시작된다. 앞으로도 전북일보 논술대회를 통해 많은 학생들이 좋은 글쓰기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