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만에 복원되는 전주부성...이도 저도 아닌 ‘반쪽 복원’ 우려
전주시가 조선시대 읍성 ‘전주부성’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일제에 의해 사라진 전주의 정체성을 되살리고 구도심 관광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전체 둘레 3.2km 중 300m만 복원되는 ‘부분 복원’에 그치면서 실효성 논란도 제기된다. 전면 복원 역시 도시개발이 된 현재에선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전라감영과 한옥마을 등 기존 역사 인프라와의 유기적 연계, 스토리텔링 기반 콘텐츠 확충이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16일 전북특별자치도와 전주시에 따르면, 시는 오는 2030년까지 총 196억 원을 들여 구도심 일원에 ‘전주부성 복원 정비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1914년 일제의 ‘폐성령’으로 철거된 전주부성의 북동·북서편 성곽 약 300m를 정비하고, ICT체험관과 부성길 탐방로(3.2km) 등 체험형 콘텐츠도 함께 조성하는 것이 사업의 주 내용이다. 총사업비는 국비 98억 원, 도비 29억 원, 시비 69억 원이며, 시는 내년까지 토지 매입을 완료하고 2026년부터 실시 용역을 거쳐 정비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현재 국토교통부 예산으로 실시설계 용역비 1억 원이 반영됐으며, 기획재정부 2차 심의 등 남은 절차가 진행 중이다. 전주부성은 조선시대 전라도 관찰사가 머물렀던 전주목의 중심 읍성으로, 조선 왕실의 정체성이 담긴 경기전과 조경묘를 감싸는 방어 거점이었다. 조선 후기 기준으로 둘레 3.2km, 성문 4곳, 포루 12개를 갖췄으며, 특히 북문은 옹성 위에 포루가 설치된 독특한 구조로 알려져 있다. 성곽은 지금의 고사동, 경원동, 중앙동, 다가동, 전동, 풍남동 일대를 둘렀고, 현재도 지적도상에 위치가 표시돼 있다. 경원동우체국을 중심으로 한 사방 약 400~450m의 사다리꼴 형태 성곽으로, 현재도 도로와 건물 사이에 일부 흔적이 남아 있다. 하지만 복원 범위는 극히 제한적이다. 한 지역대학 역사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읍성이 철거된 이유는 근대화 과정에서 성벽이 행정과 교통의 걸림돌이 됐기 때문”이라며 “전주처럼 성곽이 도심을 둘러싸고 있는 경우, 상권 전체를 매입해 복원하려면 천문학적인 예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수원화성은 30년 넘게 수천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복원·관리 중이며, 전국에서 이처럼 장기 프로젝트를 감당할 수 있는 지자체는 많지 않다. 해외 사례에서도 복원의 명암은 뚜렷하다. 터키 이스탄불의 테오도시우스 삼중 성벽은 일부 구간이 잘 보존돼 관광자원으로 활용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성벽 주변이 노숙자 거주지로 전락해 치안과 도시 미관 문제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성곽 복원은 단순한 문화재 복원 차원을 넘어 도시계획, 예산, 사회적 환경까지 고려해야 하는 고난도의 문제이다. 특히 이번 사업 역시 전주부성의 극히 일부분만 복원하는 데 그치면서, 기대만큼의 관광 유입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앞서 시가 복원한 전라감영 역시 한옥마을, 풍패지관 등 인근 관광지와의 연계가 여전히 부족해 정적인, 박제화된 복원에 머물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단순히 성곽 일부를 되살리는 것이 아니라, 전주 구도심 전체를 역사문화 중심지로 재편하는 것이 목표”라며 “연계성 부족이라는 과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스토리텔링이 가미된 탐방로, ICT 기반 체험공간 등으로 체류형 관광 흐름을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