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완판본
전주는 옛부터 인쇄와 출판이 발달했다. 고려 때는 유서(儒書)와 사적(史籍), 의서(醫書) 등을 많이 찍어냈다. 그리고 조선 중기에는 전라감영에서, 또 개인 출판업자들에 의해 다양한 책들이 발간되었다. 당시 전주에서 찍어 낸 책이 완산목판본(完山木板本), 줄여서 완판본이다. 소설의 경우 전라도 사투리가 적절히 녹아 있고, 글씨체도 아름다워 인기가 높았다. 서울의 경판본(京板本), 안성의 안성판본과 구별되었다.지금까지 연구에 따르면 완판본 간행은 1803년 한문본 ‘구운몽(九雲夢)’ 출간을 시발로 1932년까지 130년간 계속되었다. 전라감영에서 60여 권의 책이 발간되었고, 개인출판업자에 의해 20여 종류의 한글 고대소설과 250여 종류의 고문헌이 출간되었다.전라감영에서 발간한 것은 자치통감강목, 주자대전, 성리대전, 율곡전서, 사기, 동의보감 등이다. 책을 발간한 인쇄 목판은 감영에서 보관해 오다 1896년 전주향교로 옮겼다. 이들 목판은 크게 훼손되어 2004년 전북대박물관으로 다시 옮겼으며 옮길 당시 목판수는 5059개였다.그리고 개인출판업자가 영리를 목적으로 찍어 내 판매한 책이 방각본(坊刻本)이다. 주로 고대 소설류였다. 구운몽과 같은 시기에 전등신화와 삼국지가 발행되었고, 한글 고전소설인 ‘별월봉긔’는 1823년 전주시 평화동 석구(石龜)동에서 펴냈다. 현재 전하는 완판본 한글 고전소설은 23종류다. 이 중 판소리계 소설은 춘향전, 심청전, 토별가 등 5종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영웅소설이다. 판본이 다른 것까지 합치면 50여 종류에 이른다. 목판본 이외에 손으로 써서 만든 필사본, 국문소설을 신식 활판 인쇄기로 찍은 딱지본도 있다.이처럼 인쇄 출판이 발달하기 위해서는 삼박자를 갖춰야 했다. 우선 책을 찍어 낼 한지와 판목을 만들 목재의 공급이 원활해야 했다. 또 글씨에 뛰어난 서예가와 판본을 새길 각수의 솜씨도 탁월해야 했다. 그리고 이를 전국적으로 배포할 유통망도 겸비해야 했다.최근 훈민정음으로 기록된 최초의 문헌인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 목판 복원작업이 완료되었다. 국립국어원이 추진하는 ‘한국문화유산 판각및 복원사업’의 일환이다. 2006년에 작업을 시작해 이번에 한옥마을 공예명인관에서 마무리 한 것이다. 전주에서, 한지로 간행돼 의미가 클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