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펨토과학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소수점 이하 단위로는 분(分), 이(厘), 모(毛), 사(絲) 정도이다.야구선수들의 타율을 계산할 때도 이(厘) 정도가 고작이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쓰이건 말건 간에 10의 21제곱 분의 1까지 단위가 매겨져 있다. 순서대로 나열해 보면 분, 이, 모, 사, 홀(忽), 미(微), 섬(纖), 사(沙), 진(塵), 애(埃), 묘(渺), 막(漠), 모호(模糊), 준순(浚巡), 수유(須庾), 순식(瞬息), 탄지(彈指), 찰나(刹那), 육덕(六德), 허공(虛空), 청정(淸淨)순이다. 우리가 흔히 짧은 시간을 나타내는 용어로 ‘순식’뒤에 한 글자를 더해 ‘순식간’ 또는 ‘찰나’라는 말을 쓰기 때문에 낯설다는 느낌이 별로 없지만 ‘순식’은 10의 17제곱 분의 1, ‘찰나’는 ‘순식’의 100분의 1에 해당되는 상상할 조차 힘든 짧은 시간이다. 현대과학은 이처럼 짧은 시간동안에 일어나는 현상들을 탐구하는 기술을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과학기술에서 짧은 순간의 단위로는 나노(nano, 10억분의 1), 피코(pico, 1조분의 1), 펨토(femto, 1천조분의 1), 아토(atto, 100경분의 1)초(秒)를 쓰고 있다. 물질을 구성하는 분자와 원자 세계에서는 펨토초가 기본이다. 화학반응이 일어날 때 입자들의 움직임, 생체내에서의 효소와 분자간의 작용이 펩토초 단위에서 일어난다. 예를 들어 광합성이 일어날 때 엽록소 분자가 에너지를 전달하는 시간은 약 350펨토초다. 인식하기도 어려운 짧은 시간에 식물은 빛을 받아 에너지로 바꾼뒤 저장하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의 즈웨일 교수는 분자가 원자와 원자로 분리되는 순간을 레이저로 관찰하는 레이저 카메라를 개발해 초고속 화학반응을 규명한 공로로 1999년도 노벨화학상을 수상하였다. 펨토초 영역에서 일어나는 물리화학적 현상을 탐구하는 학문이 ‘펨토과학’이다. 펨토과학과 그 기술은 응용분야와 파급효과가 매우 커 최근 크게 각광받고 있다. 지난주 이명박 당선인이 한국과학기술 연구원에서 가진 과학기술인과의 간담회에서 우리나라에 “펨토의 정밀과학시대를 열어달라”고 당부했다. 과학과 기술이 곧 미래의 국가 경쟁력이다. 하지만 우리가 직면한 과학교육 위기 상황이 여간 심각하지 않다. 이공계를 홀대하고 기피하는 사회 분위기도 여전하다. 이 당선인의 실용주의가 과학기술 분야에도 폭 넓게 적용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