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농사 짓게 해 주세요"
40년 전부터 상추와 참나물, 치커리, 대파 등 겨울철에 채소 농사를 지어 부농의 꿈을 이루어 온 완주군 용진읍 상삼리와 구억리 일대 농민들은 영하를 오르내리는 겨울철에도 비닐하우스 안에서 상추 등 채소를 팔아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예전같지 않다는 하소연이다.
지난 7일 용진읍 구억리 하이리마을 앞 비닐하우스 안에서 만난 윤상수씨네는 치커리를 따고 있었다. 모두 10동의 비닐하우스에서 겨울철 채소를 생산한다는 윤씨는 올 겨울 참나물 4동, 상추 2동, 치커리 1동 등 7동에서 농사를 짓고, 나머지 3동은 놀리고 있었다. 윤씨는 예전 같지 않아서 하우스 농사짓기가 힘들다. 물이 안 나오니까 작물이 제대로 자라지를 않아 하우스를 놀리고 있다.고 말했다.
윤씨 하우스에서 100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서 참나물 농사를 짓는 김용근씨(85)도 거들었다.
지하수가 잘 나오다가 연말쯤 되면 안나와버려. 지하수 끌어올리는 모터가 밤새도록 돌아가면서 지하수를 뿜어줘야 비닐하우스 온도가 섭씨 15도 안팎으로 유지되면서 채소가 자라는데, 물이 나오지 않으니까 상추며 참나물이 크지 못하고 말라죽어. 큰일이라고....
이들 하우스에서 400미터 가량 떨어진 비닐하우스에서 대파와 시금치 등 농사를 짓고 있는 A씨도 지하수 고갈 때문에 농사짓기가 힘들어졌다고 했다. A씨는 요즘 농사짓기가 힘들어. 젊은 사람들이 농사를 짓지 않고, 외국인 일손도 코로나 때문에 본국에 가서 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 게다가 몇 년 전부터는 겨울철 채소농사에 이용하는 지하수가 잘 나오지 않아 농사짓기가 힘들어졌다.고 씁쓸해진 요즘 농촌 사정을 털어놓았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겨울철 지하수 부족으로 비닐하우스 수막재배 농사가 어렵고, 농사를 짓던 중 지하수 고갈로 농사를 망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
이와 관련, 김용근씨는 소양천 주변의 상삼리와 구억리 일대 농경지는 사질양토여서 물빠짐이 좋다. 채소농사 짓기에 적지라며 40년 전 비닐하우스가 농업용으로 널리 이용되면서 소양천의 풍부한 지하수를 이용한 수막가온농법으로 상추, 참나물, 대파, 치커리 등 채소를 겨울철에도 안정적으로 생산해 큰 돈을 벌었다. 요즘 채소공판장에서 상추, 참나물 등은 한 상자에 2만 원을 훨씬 상회한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지하수가 고갈돼 농사에 어려움이 커졌다고 말했다. 또, 김씨는 사질양토 토질은 5~15m 정도만 파도 지하수가 나온다. 상삼리와 구억리 일대 소양천은 검정보와 대악보 등 보 효과로 저수량이 안정적이어서 지하수가 잘 나왔는데, 2012년 당국이 이들 2개 보를 모두 철거하는 바람에 지하수가 고갈됐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당국이 관정을 몇 개 파주는 임기응변식으로 대처하고 보 설치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지역 채소농업을 외면하는 것이라며 수막재배는 최소 비용으로 겨울철 농사를 가능하게 했다. 구억리 일대 지하수 확보에 중요한 소양천 보를 설치해 소중한 채소농사 기반을 지켜야 한다.고도 했다.
한편, 당국은 수막가온농법의 장점에도 불구, 지하수량이 떨어지는 문제점을 온풍기 가온, 다겹보온커튼, 지열 등 농법으로 겨울철 시설재배를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 농법은 거액의 시설투자 및 유지비가 부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