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인생] 어려운 이웃에 풍물 봉사하는 진안署 양만철 계장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정보를 취합하는 빠듯한 경관업무속에서 장애우 등 소외계층을 위해 10년 가까이 참봉사를 자처해 온 경찰관이 있다. 진안경찰서 정보과 양만철(55) 정보계장이 바로 그 마음씨 갸륵한 장본인이다.양 계장은 한해도 거르지 않고 적어도 1년에 10차례 이상은 정신지체장애우시설이나 노인요양원 등 구석진 곳을 일일이 찾아 어렵사리 배운 풍물솜씨를 아무런 대가없이 선뵈고 있다. 직접 장만한 음식과 생필품을 제공하거나 말벗이 되어주는 일도 그의 또 다른 몫이다.딱딱한 치안업무와는 왠지 어울리지 않을법한 풍물을 통해 어둠속에 갇힌 이웃들의 마음을 녹여준지도 올해로 어언 8년째. 그런만큼 꽹과리를 치는 실력 또한 왠만한 프로(풀물패)와 맞먹을 정도다. 기타줄도 튕길줄 몰랐던 예전에 비하면 괄몰할만한 비약이 아닐 수 없다.꽹과리의 '꽹'자도 몰랐던 양계장. 공연시 맨 선두에서 풍물팀을 이끄는 '상쇠'소임을 능히 해낼 실력으로 일취월장한 작금의 현실에, "감개무량하다"란 말로 '풍물 마니아'됨을 스스로에 감사해했다. 꽹과리를 칠 때 나는 꽹그랑거리는 소리가 그저 정겹기만한 이유다.이렇게 되기까지 풍물을 향한 그의 집념은 가히 뜨겁기 그지없다. "풍류의 고장답게 전북인이라면 '우리 것을 알아야 한다'"는 신념아래 무작정 찾아간 '전주우도농악(원장 곽윤남.여.56)'팀에 합류한 것이 풍물을 접한 그 발단이 됐다. 평소, 풍류의 멋을 아는 터였기에 더욱 쉽게 빠져들었다고."처음엔 취미삼아 시작했던 게 지금은 삶의 전부가 될 정도로 '풍물에 미쳐산다'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는 양 계장. "어줍잖은 실력이지만, 이를 지켜보고 마음을 열어가며 즐거워하는 팬(?)들을 보면 일상의 피곤함마저 온데간데 싹 가신다"고 말한다.비록 (이리)우도농악 전주분원 회원들의 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풍물봉사였지만, 봉사팀이 꾸려진 초기 총무를 맡았던 그의 부추김과 열성이 없었다면 오늘의 이 같은 봉사기회도 없었을 것이라는 게 동료 회원들의 살가운 전언이다.30여 명의 동료 회원들과 떠나는 의미있는 풍물여행은 주로 퇴근 후나 주말, 휴일에 집중된다. 하루 24시간도 모자란 그에게 금쪽같은 시간을 쪼개기란 그리 녹록치 않음에서다.처녀 봉사지인 노인요양시설 장수 '원불교 동촌수련원'과 완주 고산 '국제재활원', 소양 '마음사랑병원' 등이 그의 활동무대다. 장애우나 소외 어르신들이 주 관객이기에 더욱 신명을 낼 수 밖에 없다는 양 계장. 지금은 스케줄을 따로 챙길만큼 인기연예인 못지않은 유명세를 톡톡히 타고 있다.고유의 '풍물굿', '설장구', '다함께 노래부르기' 등 주 무대가 끝나면 미리 준비해간 오찬으로 피로를 달래보는 그에게 살아가는 얘기로 서로 교감할 수 있는 '말벗 뒤풀이'는 더욱 값진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봉사를 한번 치룰때 마다 드는 경비(70만원가량)는 알토란 같은 개인 비자금으로 충당돼 의의를 더한다."몇번 찾다보니 이젠 그 눈빛만 봐도 따스하게 반김을 느낄 수 있다"는 양 계장은 "'따라다니고 싶다'는 열렬 팬이 생겨난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소외된 이웃들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짐에 더 큰 희열을 느낀다"는 말로, 봉사의 참뜻을 논했다.지금껏 100회 남짓한 공연을 다녀 온 터라 웃지못할 애피소드가 없을리 만무하다. 지난해 4월 장애인의 날에 즈음, 국제재활원에서 있었던 소변사건(?)이 그 한 예다."한 장애우가 공연도중 옷을 입은 채로 소피를 보는 바람에 주변 관객석이 온통 소변으로 범벅이 됐음에도, 알면서 모른 채 태연히 공연을 관람해 준 적이 있다"고 옛 일을 회상한 그는 "공연에 지장을 주지 않으려는 장애우들의 생각깊은 배려임을 공연이 끝난 후 알게됐다"면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건강이 허락될 때까지 이 일을 멈추고 싶지 않다"는 바람을 내비친 양 계장. "서로 교감하며 장애우도 일반인과 똑같다는 '희망'을 심어주는 게 진정한 봉사"라면서, 달랑 선물하나 사 들고와 사진만 찍고 사라지는 낯내기 봉사행태에 경종을 울렸다.직전 (진안)성수파출소장을 지내면서도 바쁜 영농철만 되면 현장 농민들을 찾아 손수 준비해간 생수를 건낼 정도로 마음 씀씀이가 갸륵한 양 계장의 몸에 벤 봉사정신은 지난 2003년 전북지방청 외사계 근무시절, 수훈했던 전북일보 '무궁화대상(봉사상)'이 무언의 말을 대신하고 있다."'즐겁게 살자'란 신조만큼이나 주어진 여건에 따라 자신의 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그였기에 바쁜 공무속에서도 마음을 비운 이 같은 풍물 봉사가 가능했지 않았나 생각든다"는 한 동료 경찰의 말이 새삼 정겹게 느껴진다.반려자 장순향씨(53) 사이에 3녀를 두고 있는 양 계장은 김제가 고향으로, 지난 1977년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해 전북지방청 보안계, 부안경찰서 정보과 등을 거쳤으며, 평소 꼼꼼한 일처리와 정감있는 어투로 동료들 사이에서 '마음넓은 큰형님'으로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