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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경종호 시인 디카시집 '그늘을 새긴다는 것'

경종호 시인이 디카시집 <그늘을 새긴다는 것>을 엮어냈다. 사진과 시의 절묘한 결합이 형형하게 빛난다.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해 찍은 영상(이미지)언어와 함께 문자언어로 표현한 디카시. 시의 영역을 확장한 멀티언어예술로 많은 작가가 디카시의 미학적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시와 동시 작품을 쓰면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경 시인도 이러한 디카시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작업해왔다. 시인의 사진 소재는 풀과 나무, 동물 등 자연물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는 이러한 시적 소재들로 자연물 자체를 노래하기보다는 사진으로 포착된 자연물들을 자신의 시적 세계를 드러내는 알레고리로 사용한다. 손을 내밀면 가장 먼저 상처에 닿습니다// 눈에 밟힌 물고기들// 가망가망 집을 만들며 오는 길이었습니다 (물길 전문) 좁다란 계곡에서 흘러 내려온 작은 물줄기.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도 시인의 시선이 닿으면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물이 흘러오면서 가장 먼저 닿는 곳은 흙이 갈라져 틈새가 벌어진 곳, 드러난 식물의 뿌리, 깨어진 돌의 절단면이었을 것이다. 즉 사물의 상처다. 이렇듯 시인은 가엾고 여린 것들에 눈길과 마음을 준다. 복효근 시인은 서평을 통해 이번 시집을 통해 보여준 사유의 세계는 다양하다며 존재하는 것들을 관통하는 섭리나 진리에 대하여, 참다운 삶과 사랑의 의미에 대하여, 우리 사회와 역사의 실상에 대하여, 자아의 본래 면목에 대하여 진지하게 묻고 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경 시인의 시도는 디카시의 표현 방법과 영역의 확장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는 데에 큰 의미를 지닌다고 덧붙였다. 김제 출신인 경종호 시인은 2005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다. 동시집 <천재 시인의 한글 연구>를 펴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1.01.27 16:54

[신간] 최기우 희곡 ‘조선의 여자’ 단행본으로 출간

지난해 전북연극제에서 희곡상을 받은 최기우 작가의 희곡 조선의 여자가 한국극작가협회와 도서출판 평민사의 한국희곡명작선에 선정돼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조선의 여자는 태평양 전쟁과 일본군 위안부, 창씨개명, 신사참배, 미군정 등 해방을 전후로 근현대사를 치열하게 살아온 우리네 가족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판소리를 좋아하는 열일곱 살 동심과 도박판을 전전하다 딸을 팔아넘기는 아버지 막봉, 아들의 일본군 입대를 막기 위해 후처의 딸이 위안부로 끌려가는 것을 모른 척하는 본처 반월댁, 아들을 낳아주기 위해 들어온 후 딸을 낳고 식모처럼 사는 세내댁 등이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가족이라는 틀에서 서로를 옥죄며 거칠고 불편하게 살아간 이들을 통해 여전히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 곁의 여성들을 중심에 두었다. 지난해 전북연극제와 대한민국연극제 무대에 올랐으며, 각각 최우수작품상과 작품상(은상) 등을 받았다. 전북연극제 당시 심사위원들은 일제강점기 한 가족의 삶을 통해 그 시대의 아픔과 역사를 다룬 희곡의 완성도가 매우 높다며 위안부 문제의 비극적 시선을 국가의 폭력에 의한 가족의 해체와 붕괴로 접근한 극의 구성과 이야기의 탄탄함, 연기력의 앙상블, 간결한 무대 연출 등 창작초연작품의 완성미를 구축했다고 평했다. 최기우 작가는 2001년 귀싸대기를 쳐라를 시작으로 정으래비, 은행나무꽃, 교동스캔들 등 연극창극뮤지컬창작판소리 100여 편을 썼다. 전북일보 신춘문예와 대한민국연극제 희곡상(2회), 전북연극제 희곡상(4회) 등을 수상했다. 희곡집 <상봉> <춘향꽃이 피었습니다>, 인문서 <꽃심 전주> <전주, 느리게 걷기>, <전북의 재발견> 등을 냈다. 현재 최명희문학관 관장이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1.01.27 16:54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오은숙 소설가 - 포리스트 카터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흐린 날 오후, 늦은 산책을 나갔다. 안개 낀 호수 공원을 느리게 걸었다. 축 늘어져서 아무래도 힘이 나질 않아, 이럴 때 누군가 등이라도 토닥여준다면, 글쎄. 깊은 숨을 몰아쉬며 비척비척 걸을 때 청둥오리 떼가 얼어붙은 호수 위로 내려앉았다. 쉬어 가는구나. 나도 잠시 걸음을 멈췄다. 키 높은 메타세쿼이아를 올려다보았다. 안개에 잠겨 나무 끝이 보이지 않았다. 메타세쿼이아라는 이름 대신 안개에 잠긴 나무를 생각하며 걸음을 옮기는데 우는 바람 소리, 주먹 쥐고 일어나, 작은 나무 같은 인디언 이름이 떠올랐다. 작은 나무는 어른이 되어도 작은 나무로 불릴 텐데 괜찮을까. 이름이 한정하는 개인의 특징을 생각하다 사이를 두고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작은 나무는 어른이 되어도 영혼의 성장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자랄 테니까 작은 나무여도 괜찮아. 아빠가 세상을 뜨신 지 1년 만에 엄마도 돌아가셨다. 나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되었다. 이때 내 나이 다섯 살이었다.로 시작하는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은 아메리카 인디언 중 체로키족인 작은 나무가 조부모와 살면서 체로키족의 생활방식을 배우는 이야기다. 정부에서 지정한 인디언 보호구역이 아닌 깊은 산에 살면서 다섯 살 꼬마가 아홉 살이 될 때까지 무얼 배울 수 있을까. 그러나 아이는 너무도 많은 것을 배운다. 계곡을 흐르는 물, 새, 나무들의 언어를 배우고 일부러 걸음을 늦춰 아이가 따라올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며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도 스스로 일어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던 할아버지를 통해 진짜 어른의 모습을 배운다. 할머니가 읽어주는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통해 세상 이야기를 듣고 문학을 배운다. 진짜 어른처럼 보이던 할아버지도 때로는 욕을 하고 고집불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고 절제와 사랑 가득한 조부모가 위스키 업자들이 찾아와 분란을 일으키자 그들을 조용히 쫓아 보내는 방법도 배운다. 소수자, 약자이기에 고통받고 왜곡된 역사를 짊어질 수밖에 없는 부조리에 대한 고민은 뒤로 미룬다. 작은 나무에게 나쁜 일이라곤 없다. 매번 성장의 기회로 삼는다. 조부모와 떨어져 고아원에 가게 되지만 그곳에서 늑대별을 통해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네가 어디에 있든 우린 함께 있는 것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가치와 신념을 배운다. 이번 생은 망했다처럼 소비되는 생이 아니라 p.657<이번 삶도 나쁘지는 않았어. 작은 나무야, 다음번에는 더 좋아질 거야. 또 만나자.>와 같이 죽어가는 이의 삶이 나쁘지 않은 것으로 재생산 되는 것도 본다. p.657<언제나 앞장서서 걷던 할아버지의 모습은 이제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세상이 끝장났다는 걸 알고 있었다.> 작은 나무는 깊은 절망감에 쌓였지만 알고 있을 것이다. 한 세상이 끝장난 후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는 것을. 너나없이 힘든 시기에 따뜻한 말 한마디가 절실하지만 나 같은 사람은 그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되니 공허할 뿐이라고 생각하거나 정작 자신은 받지 못한 위로를 건네자니 손해를 보는 것 같아 주저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위로와 응원을 전하고 싶다는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주변에 말로 전하지 못했던 위로를 서평으로 대신하고 싶어 주인공이 처한 환경이 어두울지라도 그것을 이겨내는 위로가 담긴 책을 고르던 중이었다. 지인(소설가 권효진)에게 이런 속내를 털어놓자 그녀가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라는 책을 추천했다. 이후, 아름드리미디어에서 나온 그 책을 구매한 뒤에야 포리스트 카터라는 저자의 이름을 알게 되었고 그가 오래 전에 읽은 아파치족 추장의 생애를 다룬 <제로니모>의 작가라는 사실에 반가웠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1.01.27 16:54

전주 경원동서 조선시대 ‘전주부성 성벽’ 추가 발굴

전주 한국전통문화전당 인근 구도심에서 조선시대 쌓았던 전주부성의 성벽 일부가 추가 발굴됐다. 26일 전주시에 따르면 (재)전주문화유산연구원(원장 유철)이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지난해 11월부터 진행한 전주부성의 성벽(1구역)과 성벽 바깥 부분(2구역) 발굴조사 결과 전주부성 북동편 성벽의 윤곽을 확인했다. 앞서 전주문화유산연구원은 지난 2018년 시굴조사를 통해 한국전통문화전당 북동쪽 주차장 부지에서 처음으로 전주부성 성벽 기초부분 흔적을 발견했다. 당시 발굴된 성곽은 기초부분 1단만 남겨져 있었다. 이번에 전주부성 북동편 성벽의 기초시설이 발견된 1구역은 완산구 경원동3가 28-5번지 일원이다. 발굴된 성벽은 부성 하단의 1~2단이 잔존하는 상태로 성벽의 폭은 5.2m이며, 현재까지 조사된 체성의 길이는 26m, 잔존높이는 40㎝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2구역에서는 전주부성과 관련된 조선시대 유구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후백제 시대로 추정되는 층위에서 박석시설 등이 확인됐다. 시는 전주부성 북동편 성벽 일부가 확인됨에 따라 부지 4397㎡를 매입해 성곽을 복원할 예정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이번 발굴조사를 통해 확인된 성벽 일부의 구체적인 축조방식을 살펴보고, 복원 및 정비를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할 것이라며 향후 옥토주차장 부지에 대해서도 발굴조사를 추진해 전주부성 성곽의 잔존양상을 확인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주부성은 영조 10년(1734년) 전라감사 조현명이 허물어진 성을 둘레 2618보, 높이 20자, 여장 1307좌, 치성 11곳, 옹성 1곳 등으로 고쳐 쌓은 것으로 전주부성 축성록에 전해진다.

  • 문화재·학술
  • 이용수
  • 2021.01.26 18:33

[전북문학관 지상강좌 - 한국문학의 메카, 전북] (39) 유기수, 최초의 의사 출신 작가

유기수 작가의 생전 모습. 유기수(1924-2007)는 정읍시 태인에서 태어났다. 태인보통학교를 마치고 1941년 전주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리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의 전신인 경성의학전문학교에 진학한 후 평생 의사로 살았다. 선생은 일제강점기와 해방공간, 남북의 대립과 갈등, 민주화의 열망이 가득했던 시대를 살아왔다. 대학 재학 중에는 만주에 주둔하고 있던 일본군의 군의관으로 차출되어 중국 대륙에서 전쟁터를 누비고 다녀야 했다. 해방 이후, 1950년 6.25전쟁 때에는 인민군의 군의(軍醫)로 징발되어 낙동강 전선에서 사선을 넘나들었다. 그런가 하면 9.28 수복 이후에는 인민군에게 부역한 죄로 서대문 형무소에 갇히기도 했고, 곧 풀려나서는 국군의 군의관으로 중부 전선에 투입되기도 했다. 이렇듯 선생의 인생 전반부는 격랑의 소용돌이였다. 일본군에서 인민군으로, 다시 인민군에서 국군으로 전전함으로써 그의 삶은 20세기 우리 역사의 한복판에서 삶과 죽음의 극한 상황을 거듭한 시련의 연속이었다. 만주 벌판에 비는 자꾸 구지고 부상병들은 야영에 울고 우리는 벙어리부대 이역만리에서 소리 없이 아, 소리 없이 노래를 불렀다. 누구를 위한 대열이기에 <하르빈> 참호를 붉은 피로 물들여 외인부대 무장 없는 병정들의 아리랑을 들어라. -징병이었다. -학병이었다. 동인성 만주 땅에 오붓이 모여 종소리 아득한 속에 서로 이름 부르며 신의주로 가는 길은 젊기도 했다. -「외인부대」 전문 『공백의 장』(정음사. 1958) 이 시는 서울에서 공부하다가 만주로 끌려가서 관동군의 군의관으로 근무할 때 쓴 시로, 당대의 현실을 그려내고 있다. 이 시에는 학병으로, 의병으로 끌려와서 하르빈 참호를 붉게 물들여 가는 전쟁의 비극성과 무의미성이 드러난다. 그 후, 선생은 전주로 낙향하여 유기수 산부인과를 개업하면서부터 전쟁과 역경 속에서 체험하고 느낀 것들을 소설로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의 이름을 딴 병원도 호황을 누렸지만, 선생의 문학에 대한 열정은 끊이지 않은 갈증처럼 오래가고 깊어지기 시작했다. 선생에게 문학은 지난날의 청춘을 보상받을 수 있고, 청년기의 가슴 아픈 상처들을 치유할 수 있는 최선의 안식처가 되었다. (『전북작가열전』 최명표, 신아출판사) 1968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호로박사」가 당선되면서 선생은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에 들었다. 이 작품은 장편으로 개작되어 1977년 6월부터 『전북신문』에 연재되기도 했지만, 의사들의 반발을 사면서 필화사건을 겪어야 했다. 이는 문학작품이 갖는 허구성을 이해하지 못한 해프닝이었지만, 작가에게는 큰 상처가 되기도 했다. 선생은 필연적으로 작가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닌 것 같다. 시대와 역사의 격랑에 휩쓸려 살아온 선생의 삶은 그대로 한 편의 소설이 되기에 충분했다. 선생이 현장에서 체험한 사건들은 특별한 서사구조를 갖춘 완벽한 이야기가 되었다. 『인간교량』을 비롯하여 『지리산 사람들』, 『북에서 온 기러기』, 『벽소령 가는 길』, 『두만강 칠백 리』, 『지리산에 핀 꽃은 시들지 않는다』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 소설들은 당대의 삶의 애환과 분단의 아픔을 고스란히 증언하는 데 손색이 없다. 문덕수 교수는 유기수는 소설을 펜으로 쓰기 전에 먼저 발로 쓰는 작가다.라고 하였다. 자신의 체험을 확인하기 위하여 현장을 답사하고, 다시 역사적 제재를 찾아 그 현장을 발로 뛰면서 소설을 썼기 때문이다. 유기수 소설가의 특별함은 그가 최초의 의사 출신 작가라는 점도 한몫했다. 선생은 도규계(刀圭界)에서 성공한 의사이기도 했지만, 문학계에서는 특별한 체험과 서사구조를 통해서 시대를 증언하는 작품을 썼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했다. 임헌영 선생은 그의 문학을 두 가지 관점에서 평가했다. 하나는 진솔하게 실화를 기록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체험적 소설을 통해서 당시의 민족관, 세계관, 역사관을 재조명했다는 점이다. 당대의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울분과 분노, 희생 또는 가학행위 등을 통해서 좌우 이념의 편향적 시각을 교정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즉, 변증법적 역사의 순리에 따른 세계관과 인생관의 변모를 잘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6.25 전쟁 이후, 고향으로 돌아온 선생은 전북문단 재건에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시원(詩園)』 발간에도 깊이 관여하였으며, 당시 도내에서 발간된 신문에 유림일(柳林一 )이라는 필명으로 활발하게 작품을 발표하면서 전북 문단을 이끌었다. 전북문인협회 이사로 김해강을 보필했고, 표현문학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또한, 민족통일문학회를 조직하여 회장직에 취임하여 1998년 북한 동포 책 한 권 사보기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선생은 한국의 안톤 체호프가 되는 것을 꿈꾸었다고 한다. 잘 아는 바와 같이 안톤 체호프는 의과대학에서 수준 높은 정규교육을 받은 의사이면서 단편소설에 몰두하며 근대 단편소설의 선구자이며 19세기 말 러시아의 사실주의를 대표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선생은 의사이면서 사실주의적 단편소설을 많이 썼다는 점에서 그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선생의 작품들은 한결같이 역사의 뒤편에서 신음하던 군상들의 설움과 분노, 한탄과 아픔을 다루었다. 특히 지리산과 관련된 당대의 비극을 자주 언급하였는데, 이는 지리산의 화해 없이는 남북 대화도, 조국 통일도 없다는 작가적 소신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그는 지리산의 저편에서 자신과 동질의 정서를 소설화한 『지리산』의 작가 이병주와도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면서 우정을 다졌다. 선생은 작가로서도 훌륭하였지만, 개업 의사로서도 유복한 삶을 누렸다. 대한의학협회 부회장, 대한산부인과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하였으며 2007년 숙환으로 별세하였다. /송일섭 전북문학관 학예사

  • 문학·출판
  • 기고
  • 2021.01.26 17:04

전북 남원 가야문화 유산 ‘세계 속 유산으로 인정될까’

철기문화를 꽃피웠던 남원 가야 문화의 발자취가 그간의 베일을 벗고 바다 건너 유네스코로 향했다. 25일 남원 가야고분군 세계유산등재추진단에 따르면 유네스코에 남원 유곡리두락리 등을 포함한 가야고분군 등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최종 절차를 밟고 있다. 세계유산등재추진단은 지난 21일 유네스코에 세계유산 등재신청서를 제출했으며, 2월 중 유네스코 현지실사에 대비해 3회에 걸친 유적정비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유네스코 현지실사는 오는 8~9월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세계유산등재추진단이 전북으로 이전하면서 남원 가야문화가 세계를 대표하는 유산으로 이름을 올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세계유산등재추진단은 지난 17~19년 경남연구원(창원)에서 운영을 맡아오다 2019~2020년 경북문화재단(고령), 2021년 1월 15일부터 업무가 전북으로 이관됐다. 당초 세계유산등재추진단은 올해 중으로 가야고분군이 세계유산에 등재될 수 있도록 준비해 왔지만 문화재청이 각 지역의 고분에 대한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 확인에 신중을 기하면서 준비기간이 길어졌다. 하지만 신중한 준비로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신청활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았다. 신청서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기준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에 대한 구체적 근거들이 담겨 있다. 가야문명 당시 중앙집권 체제로 운영됐던 주변 국가들과 달리 연맹체재로 운영됐던 가야 문명에 대한 보편성을 기술하고 또 지배계층들의 고분들이 갖는 특징 등이 강조됐다. 전북도는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록을 위해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해 온 만큼 서류 통과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도는 추진단을 통해 8월에 예정된 유네스코 현지실사팀 방문을 대비한 준비 작업에 돌입할 계획이며, 유네스코가 유산에 대한 보편적 가치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닌 민관이 어떻게 유산을 어떻게 이해하고 관리하는지 등에 대한 부분도 보는 만큼 주민활동도 지원할 계획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오랜 시간 준비해온 만큼 내년도에 가야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서류 통과 이후 현장실사를 위한 준비에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가야고분군은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사적 제542호), 김해 대성동 고분군(사적 제341호), 함안 말이산 고분군(사적 제515호), 합천 옥전 고분군(사적 제326호), 고령 지산동 고분군(사적 제79호), 고성 송학동 고분군(사적 제119호),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사적 제514호)의 7개 유산으로 구성된 연속유산이다.

  • 문화재·학술
  • 엄승현
  • 2021.01.25 18:28

전북서 반출된 해외 소재 문화재 ‘현황 파악 시급’

해방 이후 소재가 불분명한 '완주 보광사 석탑' 전북 부안군 개암사(開巖寺)의 5층 석탑은 총독부 조사계에서 조사해 고적급유물로 등재해 보존하려던 중에 종적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 후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1932년 4월에 군산 일본 요리점 하나쓰기(花月)의 정원에서 발견됐다. 최학수 옥구군수가 하나쓰기 요리집의 정원에 있는 석탑이 개암사의 탑이라는 것을 알아본 것은 최 군수가 옥구군수로 부임해오기 전에는 부안군수로 있었기 때문에 이 탑을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당시의 신문 기사에는 탑을 매수해 개암사로 보내기로 했다는데, 이후 어떻게 진행됐는지 알 수 없다. 현재 개암사에는 1932년 4월에 찾았다는 탑은 보이지 않는다. 해외로 반출된 전북지역 문화재의 환수 활동을 지원하는 전북 국외소재문화재 환수 활동 지원에 관한 조례가 지난해 12월 31일자로 공포된 가운데 도내 현황 파악을 위한 실태 조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확한 현황 파악을 통해 실질적 환수뿐만 아니라 학술적 환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해외로 반출된 도내 문화재의 현황과 반출 경위 등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일부 연구자와 단체가 부분적으로 자료를 조사했을 뿐이다.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국외문화재는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등에 8만1889점(42.40%),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등에 5만3141점(27.52%), 중국 베이징고궁박물관 등에 1만2984점(6.72%), 독일 쾰른동아시아박물관 등에 1만2113점(6.27%) 등 21개국 19만3136점에 달한다. 다만 지역별 출처를 따로 조사하지 않아, 지역 현황은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다. 문화유산회복재단 전북본부에 따르면 도내 대표적인 피해 사례는 임진왜란 당시 반출돼 현재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 소장된 금산사 향로를 비롯해 현재 일본 도쿄대에 소장된 남원 출토 도자와 기와,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완주 보광사 석탑과 사리함 등이 있다. 이외에도 전주 회암사 불상, 순창 구암사 불상, 부안 개암사 석탑, 정읍 망제리 석탑 등도 소재가 불명하다. 재단 전북본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문화재가 소실됐는지 유출됐는지 하나도 정리가 안 된 상태이다. 대략적인 추정치로만 파악하고 있을 뿐이라며 시간이 더 흐르기 전에 자치단체 중심으로 향토사학자, 관련학과 교수 등과 연계해 정확한 현황 파악이 이뤄져야 한다. 이는 지역적 자존의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관련 조례가 제정된 만큼 도내에서 반출된 문화재의 환수 활동이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조례는 국외소재문화재 환수 활동 지원에 관한 계획 수립과 실태 조사를 위한 조사단 구성, 환수된 문화재의 관리 등의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지난 2016년 문화재보호법이 개정된 이후 광역 자치단체 7곳, 기초 자치단체 1곳이 국외소재문화재 환수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충남도의 경우 도 차원의 환수추진단을 조직하고 예산을 확보하는 등 자치단체 최초로 국외소재문화재 보호, 환수 활동에 직접 나섰다.

  • 문화재·학술
  • 문민주
  • 2021.01.25 16:56

코로나 팬데믹 속 전주국제영화제 출품 398편

전주국제영화제 2021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이하 영화제)에 작품 398편이 출품됐다.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악재 속에 작품 출품이 꾸준하게 이뤄지는 경향을 보인다. 25일 영화제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제22회 영화제(집행위원장 이준동)가 지난해 11월 30일부터 올 1월 18일까지 진행한 국제경쟁 공모에 68개국 398편의 영화가 출품됐다. 장르별 출품작수는 극영화 195편(48.99%), 다큐멘터리 158편(39.70%), 애니메이션 2편(0.50%), 실험영화 30편(7.54%), 다큐픽션, 애니다큐 등 하이브리드 13편(3.27%)이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 팬데믹 악조건 속에도 출품작수의 상승세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출품작수(535편)보단 137편(25.6%) 감소했지만, 지난 2019년(351편)보다 47편(13.4%) 증가했기 때문이다. 출품국가도 확대되는 경향을 보였다. 인도가 총 34편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일본이탈리아 각각 30편, 독일러시아 25편, 미국 24편, 프랑스 22편, 중국 21편, 아르헨티나 19편, 이란 17편순이다. 전진수 프로그래머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감안하면 출품수 398편은 상당히 의미있는 숫자라며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영화제에 출품해주신 68개국의 감독과 제작사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어 공정한 예심을 통해 영화제를 빛낼 본선 진출작을 선정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 영화·연극
  • 김세희
  • 2021.01.25 16:56

[이승우의 미술 이야기] 화장과 변장 그리고 색

클레오 파트라 기껏 화장했다는데 변장을 하고 다니는 사람들을 간간이 볼 수 있다. 지금도 끔찍했던 기억은 옛날에 유행했던 고스트 화장법이다. 학교에서 보는 청순해야 할 여학생들이 입술을 비롯하여 눈두덩이 등을 까맣게 칠하고 다니는 여학생들이 더러 있었다. 유행이란다. 화장은 타인에게 곱게 보이기 위해서 하는 것이고 변장은 본래의 모습을 알아볼 수 없게 하기 위하여 목적에 따라 다르게 바꾸는 것이다. 그러하니 고스트 화장은 화장이 아니라 유령으로의 변장이었다. 눈꺼풀이 두툼하다고 여기면 파랑 톤으로 칠하고 (반대로 눈꺼풀이 움푹 들어간 서양 여자의 경우에는 따뜻한 색을 선택하기도 한다) 볼에 따뜻한 느낌이 나는 연지를 찍고 입술을 붉은색 계통으로 칠하는 보통의 화장법은 얼굴을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는 것이다. 진출색과 후퇴색을 이용한 셈이다. 차가운 색은 후퇴해 보이고 따뜻한 색은 진출해 보이기 때문이다. 기껏 금발로 염색을 하고는 높은 채도의 노란색이나 빨간 윗도리를 입으면 금발이 아니라 녹이 슬어 보이는 것은 채도 대비를 잘 몰라서이다. 제법 무게가 나가는 상품의 포장지를 검은색으로 하여 그 상품을 상하차하는 노동자들을 더 피곤하게 만드는 것은 명도 대비에 약한 것이고 건널목 차단기를 노랑과 검정의 빗금이 아니라 흰색과 빨간색으로 하면 멀리서도 잘 보일 텐데 하는 사람도 색의 명도와 채도에 무관심한 것이다. 목욕탕에서 문신한 사람들이 검은색 삼각팬티를 입고 거울 앞에서 몸매를 뽐내는 것을 보면 자신의 몸을 학대하는 것임을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창조주가 왜 대밭이나 긴 풀밭을 거니는 얼룩말이나 호랑이에겐 줄무늬를, 개구리에게는 풀색을, 두꺼비에겐 갈색을, 북극곰에게는 흰색을 주었는지를 한 번만 생각해 보자. 건물의 같은 방향이라도 흰색을 칠한 반쪽에는 고드름이 열리는데 검은색의 반쪽은 고드름이 안 열리는 것도, 북극이나 남극을 여행하는 사람들의 물주머니는 항상 검은색일까도 생각해야 한다. 히로시마에 어마어마한 위력의 원자탄이 투하되었을 때에도 검정 옷을 입은 사람들은 형체를 알아볼 수조차 없이 타버렸는데 흰색 계통의 옷을 입은 사람들은 왜 형체를 보존할 수 있었을까?

  • 문화일반
  • 기고
  • 2021.01.25 16:56

여원공연시낭송예술원 “공연시낭송, 판소리 잇는 제2의 소리문화로”

공연시낭송이 전북의 판소리를 잇는 제2의 소리 문화가 되길 바라며 여원공연시낭송예술원을 창립한 지 6년이 됐습니다. 여원의 공연시낭송은 전국 시낭송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고 자부합니다. 2014년 12월 창립한 여원공연시낭송예술원(이하 예술원)은 공연시낭송이란 예술 장르를 새롭게 개척하고 대중화 해왔다. 공연시낭송이란 시낭송에 난타, 트로트, 성악, 비보이, 발레 등 다양한 공연을 결합한 예술 장르를 말한다. 특히 예술원은 전북지역 시인들의 작품만을 대상으로 시낭송을 한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시인이 시를 써 시집을 발간하지만, 상당수가 빛을 보지 못하고 잊히거나 사라진다. 예술원은 이런 시를 찾아 대중에게 소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유미숙 예술원장(전북대 평생교육원 공연시낭송반 전담교수)은 전국 어디를 다녀도 듣는 시만 듣는다. 유명한 시인들의 작품은 그들이 따로 관심을 두지 않아도 많이 낭송된다며 그런 면에서 도내 시인들 가운데 묻혀 있는 시인들이 너무 많다. 시인들만 알음알음 읽던 작품을 대중 속으로 끌고 나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남곤 시인의 폐석, 김현조 시인의 무궁화, 송희 시인의 물듦, 심옥남 시인의 물수제비, 유대준 시인의 살구나무, 정재영 시인의 나무도 외로울 때가 있다, 황경순 시인의 물의 나이 등은 그가 꼽은 보석 같은 작품들이다. 그렇게 발견한 시는 시민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도록 다양한 예술 장르와 접목해 공연시낭송으로 만든다. 작품성뿐만 아니라 예술성, 대중성을 갖추기 위해서다. 공연시낭송은 시를 소재로 한 한편의 오페라입니다. 시낭송에 음악, 무용, 연극의 요소가 모두 들어가 있죠. 공연시낭송이란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전국에 알려왔다는 데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지난해는 코로나19로 비대면 공연도 처음 시도했다. 전주독서대전 개막 공연과 정기 공연 등을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것. 관객과 눈을 맞추며 호흡할 수 없다는 아쉬움은 남지만, 유튜브를 본 사람들이 도내 시인들의 작품을 대회 낭송 시로 쓰기 시작한 것은 일정 성과이다. 예술원은 입소문을 타며 여러 기관단체로부터 공연 의뢰를 받고 있다. 8월 14일 광복 기념 콘서트와 11월 1일 시의 날 기념 콘서트가 예정돼 있고, 완주군부안군충북 보은군 등에서도 공연 요청을 해왔다고 한다. 유 예술원장은 공연시낭송으로 지역과 세대를 넘어 소통하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그는 이젠 고정 팬이 생겨 공연시낭송을 하면 1000명대 관객이 공연장을 찾는다며 앞으론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청년층도 시를 읊고, 시를 듣는 문화를 조성하고 싶다. 또 전국에 지회를 만들어 공연시낭송을 널리 알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 전시·공연
  • 문민주
  • 2021.01.24 17:04

팔복예술공장 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7인 결과보고전

전주 팔복예술공장 창작스튜디오 3기 입주작가 7인이 지난 1년 간의 창작활동 결과물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 제목은 나는 그리운 바다를 편안한 오늘, 번쩍번쩍 헤엄치다이다. 작가들이 본인의 작품과 연관된 단어를 제시한 뒤 이 가운데 하나를 선택조합해 지었다고 한다. 다음 달 28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김성수, 김아라, 박경종, 서정배, 이가립, 이소연, 최빛나 등 레지던시 입주작가 7인이 참여한다. 작가들은 전시 기간에 공개 비평도 진행할 예정이다. 김성수 작가는 유년기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쳤던 동물, 일러스트북, 놀이공원, 디오라마의 기억을 입체로 재현했다. 금속재료와 전동장치 등을 사용해 작품을 만지거나 탑승을 유도하며 관람자와 상호작용을 시도한다. 이가립 작가는 시련과 아픔의 기억을 그림을 통해 표현했다. 얼굴이라는 소재를 통해 인간의 감춰진 모습과 감정을 이미지로 형상화했다. 오일 파스텔 특유의 명암과 색채를 사용해 감정의 공감대를 만들고, 스크래치 기법을 사용해 그 감정을 극화한다. 팔복예술공장 나유미 창작기획팀장은 2018년부터 시작된 팔복예술공장 레지던시는 그동안 국내외 예술가 30여 명의 새로운 창작과 실험을 지원해왔다며 현재에 안주하지 않는 작가들의 도전 정신과 창작에 대한 열정이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시민과 문화예술인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전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전예약제(1시간 당 40명)로 운영된다.

  • 전시·공연
  • 문민주
  • 2021.01.21 17:14

[김용호 전북도립국악원 학예실장의 전통문화바라보기] 전라삼현의 멋스러움

전라삼현은 전라북도를 대표하는 전통예술이다. 삼현(三絃)이란 의미로 여러 맥락이 있지만 우선 악기 명칭의 거문고, 가야금, 향비파 등 세 가지 현악기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또 다른 하나는 피리 둘과 대금, 해금, 장구, 북이 각각 하나로 구성되어 무용에 반주로 쓰이는 삼현육각(三絃六角)의 음악적 갈래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중 오늘 논하고자 하는 전라삼현은 후자인 삼현육각의 삼현이다. 전라삼현에는 우리 지역이 가진 특별한 음악과 그러한 음악을 기본으로 추어지는 전통 춤이 있다. 경상도에는 영남삼현이라 칭하는 음악이 있으며 전라남도에는 남도삼현이 있어서 각각의 음악적 색깔과 형식을 달리하고 느끼는 감성 또한 저마다 색다르다. 영남삼현은 주로 통영지방의 별신굿, 승전무에서 음악을 찾아 볼 수 있으며 영남 특유의 메나리조가 일품이다. 남도삼현은 진도 씻김굿의 시작을 알리는 음악으로 육자배기조의 슬프고도 구성진 가락 속에 조상 넋을 풀어주는 음악이다. 이러한 각 지역의 삼현에 견주어 전라북도는 전라삼현이라는 독특한 민삼현(民三鉉)과 농삼현(弄三絃)이 존재하는데 그러한 음악 안에는 지역의 예술적 가치를 높인 가락과 시김새가 있다. 전라삼현육각는 전국 유일하게 농삼현과 민삼현, 두가지로 나누어져 있다. 농삼현은 관아의 행사나 무용 반주로 연주하기 위해 세련되게 정비한 삼현이며, 민삼현은 본래부터 민가에서 쓰던 가락으로 주로 계면조를 이루고 있는 음악을 말한다. 음악의 전문적인 내용보다 느끼는 감흥을 말하자면 일정한 규칙과 단아함의 멋스러움이 농삼현에는 있다. 다른 지역에서 느끼지 못했던 가락의 흐름과 생소함 그것은 바로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또한 굳굳하고 강직한 평우조가 많아 경기대풍류보다 풀어지는 가락은 덜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강직함이 있다는 의미다. 더욱 특별한 것은 마두군악(느린타령)이란 장단인데 3분박을 늘여 논 3.3.2.2.2장단으로 행악을 하기위해서 유일하게 존재하는 전라북도의 삼현 장단이다. 민삼현은 민간제례에도 사용되었다. 민삼현을 주체로 해서 시김새를 붙여 놓은 것이 바로 농삼현인 것이다. 전라북도에는 전라삼현육각의 음악과 전라삼현승무라는 춤이 함께 전라북도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있다. 전라삼현육각의 음악은 2011년에 보존회의 성과로 전라북도무형문화재 제46호 지정되어 전태준 명인을 중심으로 전승되고 있으며 전라삼현승무라는 명칭의 전통춤은 2013년 문정근 명무에 의해서 전라북도무형문화재 제52호로 지정되어 현재까지 보전과 전승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라북도를 대표하는 이러한 전라삼현의 특별한 전통음악과 춤은 우리가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우리 지역의 자랑이자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1.01.21 16:54

지금 우리에겐 ‘소외된 목소리’가 필요하다

가부장제의 원리와 체제 속에서 혹은 국가적 재난 속에서 송두리째 삶을 빼앗기고도 이미 잊어버렸거나 잊히고 있는, 잃어버렸거나 잃어가고 있는, 소외되고 배제된 존재의 삶에 주목했습니다. 전북지역 여성문학연구자 집단 지식공동체 지지배배의 시선은 한국 근현대사 속에서 배제되고 잊힌 존재들에게 향한다. 이 시선을 쫓다 보면 우린 어떤 가치와 양식들이 삶의 바깥으로 추방되고, 누락되고, 배치됐는지 확인하게 된다. 지식공동체 지지배배는 김은혜 문학만화연구자, 유인실 문학연구자, 이숙 문학연구자, 최은영 영상문학연구자, 최정 극작가 등 다섯 명의 신진 여성문학연구자들이 모여 만든 연구집단이다. 이들은 전북대 대학원 국문과 동문으로 시, 소설, 희곡, 만화, 영화 등 각기 관심 분야는 다르지만 지역, 여성, 비정규직이라는 공통점을 중심으로 연대를 모색했다. 이들 중 몇몇은 서너 살 어린아이들을 곁에 두고 학위논문을 쓰고, 몇은 아이를 다 키우고 나서야 자신의 연구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했다. 모두 여성으로서 삶을 살아오면서 틈틈이 자신의 연구 영역을 확장해온 것이다. 그러면서도 채워지지 않는 정서적인 갈증을 느꼈다고 했다. 김은혜 문학연구자는 여성으로, 문학연구자로 살아온 우린 서로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었다며 우리가 직접 몸으로 부딪쳐 왔던 동시대적 삶과 문학을 연결해 폭넓게 공부하고 싶었다. 이를 대중과 함께 공유하며 동시대적 문제의식을 함께 나누고자 했다며 모임을 조직한 동기를 밝혔다. 이들은 이러한 주제 의식을 갖고 작은도서관, 동네책방, 청년몰 등에서 광장의 한복판에서 여성서사 몰아쳐 읽기로 강연을 이어갔다. 연구자들은 그 과정에서 대중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격의 없이 소통할 때는 현장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특별한 감회를 느끼기도 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공동 연구 작업의 첫 번째 산물로 기록비평집 <문학으로 잇다-공감을 넘어 통감으로>를 발간하기도 했다. 이 책은 시, 소설, 희곡, 영화, 만화 등 다양한 장르별 작품을 대상으로 2015년 이후 우리 사회에 제기된 여성 문제와 한국 역사에서 되풀이되고 미해결된 채 되돌아오는 재난과 참사의 고통을 집중 조명했다. 책에 실린 10편의 글은 그동안 지배 문법에 침윤된 문학대중 서사에서 왜곡되고 비민주적인 상상력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정동의 시선을 공통점으로 한다. 특히 연구자들의 연구, 비평글 이외에 지난해 가을,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지식공동체 지지배배의 연구자들과 대중 시민들이 만나 재난 이후의 문학이라는 의제를 함께 토론해 문제의식을 확장해 본 담론 현장의 기록도 함께 실었다. 향후에는 재난 이후의 문학을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볼 계획이다. 김 문학연구자는 과거 한국 사회가 통과해 온 재난 속에서 반복되고 재생산되는 재난의 고통에 주목하고자 한다며 참사 이후의 과정이 누구의 힘에 의해 전개됐는지, 누구의 눈으로 참사가 해석되고 이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누구에 의해 구성되는지 등 참사의 위치성과 접근의 층위를 통찰하는 작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 문화일반
  • 문민주
  • 2021.01.21 16:44

[신간] 장욱 시인, 정명애 수필가 부부 나란히 책 출간

장욱 시인, 정명애 수필가 부부가 나란히 책을 펴냈다. 완주군 구이면 두방리 까치가 물어온 새해 선물이 반갑다. 장욱 시인은 오래된 숙제를 풀어내듯 시집 <겨울 십자가>를 내놨다. 1996년 시집 <사랑엔 피해자뿐 가해자는 없다>를 발간한 뒤 오랜만에 엮어낸 시집이다. 이번 시집은 1996년부터 현재까지 창작한 시들을 역순으로 추렸다. 삶의 기록과 같은 시편들은 생의 가운데 토막 같은 시절을 관통하고 있다. 그만큼 사랑도 아픔도 사색의 몸부림도 신앙의 어설픔도 깊숙이 점철돼 있다. 겨울이 되어서야 우리들은 손톱 밑으로 그리움이 시린 연인이 된다// 고요한 떨림으로 다가가 서로의 튼 손을 잡는다// 손 끝에서 손 끝으로 파고드는 니 가슴속 니 기도 소리를 듣는다 (겨울 십자가 일부) 장 시인은 아주 오래된 녀석들을 골방에서 꺼내어 먼지도 털어 주고 볕도 쬐어 가며 다독였다며 이제 내 삶의 한 귀퉁이를 지나가는 나무다리 위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고 밝혔다. 장욱 시인은 전북대 국문과와 동대학원 석사를 졸업하고, 전주대 국문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8년 월간문학(시조), 1992년 문학사상(시)으로 등단했다. 시집 <사랑살이> <사랑엔 피해자뿐 가해자는 없다> <조선상사화>를 펴냈다. 정명애 수필가는 첫 번째 수필집을 낸 지 10년 만에 묵상집 <산딸나무>를 발간했다. 그는 나이 칠십을 바라보며 그 전에 출간한 첫 번째 책에 싣지 못하고 접어 두었던 쪽지와 이후 몇 편의 단상을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펴보려고 했다며 잔잔한 어조로 고백하듯 말했다. 이번 묵상집은 평생 신앙생활을 해 온 정 수필가가 신과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자신을 맑게 투영한 일련의 작업 기록물과도 같다. 제1부는 비염 등 45편의 묶음으로 10여 년 전부터 두방리라는 카페에 올렸던, 하나님과의 관계에 관한 쪽지를 뽑아 구성했다. 제2부는 소원을 이루시는 등 55편의 묶음으로 성경을 묵상해 짧은 일기처럼 공책에 적었던 것들을 모았다. 책에는 늙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쓸쓸함도 배어있다. 그러나 묵상을 통해 긍정적이고 희망적으로 사고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다만 토끼풀꽃이나 쥐똥나무꽃처럼 겉모습은 눈에 띄지도 않을 꽃이지만 되돌아보는 향기가 있다는 것이 점점 늙어 가는 우리들에게 낙심하지 않게 하는 꽃이군요. (볼품없는 꽃들에게서 일부) 정명애 수필가는 전주교대를 졸업하고 30여 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봉직하다 퇴직했다. 199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 부문에 당선됐다. 수필집 <내 작은 땅>을 펴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1.01.20 17:29

[신간] 이창엽 목조건축전문가 '전통한옥과 종교건축'

전통한옥은 현대건축에서 느낄 수 없는 자연적인 조형미를 품고 있다. 학의 날개처럼 활짝 펼쳐진 추녀와 처마, 용처럼 힘차게 비상하는 지붕, 뒷산 자락처럼 부드러운 용마루는 자연과 소통한다. 이창엽 목조건축 전문가가 한옥의 숨결이 깃든 <전통한옥과 종교건축>을 펴냈다. 작가는 오랫동안 종택과 문화재 한옥, 궁궐, 사찰 등 전국의 목조건축물을 찾아다니며 사진과 자료를 수집해왔다. 이런 그의 오랜 화두는 한옥교회 건축의 현대화였다. 그 디딤돌이 될 이번 책은 우리의 얼과 혼, 사상을 배경으로 한옥 건축의 전반을 훑는다. Ⅰ편에서는 전통한옥의 이론적 근거와 구조, 용어 등을 기술했다. Ⅱ편에서는 한옥교회에 관한 역사와 현존하는 건축물을 소개했다. Ⅲ편에서는 국내에 산재한 현대 한옥과 목조건축물을 파악하고 세계 각국의 목조 종교건축물 등을 살펴봤다. 끝으로 Ⅳ편에서는 앞서 서술한 정보와 기술들의 활용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작가는 교회 건축물에 대한 인식 토대를 갖추고자 주력했다. 이를 위해 전통한옥과 서양 건축물, 한옥교회와 서양 교회 건축물을 비교하며 서술했다. 한옥의 기능적장식적 요소들도 성결 구절을 인용해 비교했다. 그는 전통을 보존하는 것만큼 의미 있고 귀중한 것은 현대와 소통하며 공존공생하는 문화로의 정착이라며 전통은 역사에 기반을 둔 전통의 미를 확립하고 현대와 조화하는 신개념 한옥을 통해 세계화를 이뤄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저자는 목조건축지도자로 임실 목조문화체험장에서 전통한옥의 이론과 실습 교육을 하고 있다. 총신대에서 신학을 전공하고, 전주대 선교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전공하고 있다. 전국한옥기능경기대회 전북도지사상, 전국목조기술경기대회 국제기능올림픽 한국위원장상을 수상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1.01.20 17:29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