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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 임실산타축제 21일부터 닷새간 열린다

임실군의 대표 겨울 축제이자, 전국적 인기를 끌고 있는 ‘2024 임실산타축제’가 오는 21일부터 5일간 임실치즈테마파크에서 펼쳐진다. 군은 지난해 3일간 열린 산타축제가 전국에서 11만여 명이 방문함에 따라 이번에는 관광객들이 더 많이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 5일간으로 늘렸다. 주요 체험거리는 이벤트 광장에 길이 50m의 대형 눈썰매장을 설치해 어린이와 가족, 연인들이 눈썰매를 타며 짜릿한 스릴을 맛보도록 제공한다. 또 어린이를 겨냥한 치즈 컬링과 챌린지 에어바운스, 가족 케이크 만들기 등 이벤트와 빙어 잡기 체험 특별 콘텐츠도 선보인다. 치즈캐슬 앞에는 10미터의 크리스마스 대형 트리를 중심으로 눈사람과 사슴 조형물 등 겨울 테마의 포토존과 포인세티아 장식 등도 마련됐다. 먹거리는 지난해보다 규모를 30%를 확대, 축제장을 찾는 관광객이 맛있는 음식들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준비했다. 음식부스에서는 시래기국과 다슬기 수제비 등의 한식 메뉴와 어린이가 좋아하는 치즈돈까스와 짜장면, 떡볶이 코너 등도 마련됐다. 아울러 지난해 인기를 끈 치즈붕어빵과 치즈팥죽, 장작닭구이와 꼬치요리 등도 관광객의 입맛을 사로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축제 기간에는 임실N치즈 등 각종 유제품을 20% 저렴하게 판매하고 원활한 교통흐름과 주차관리 등 관광객들의 교통편의 제공에도 만전을 기했다. 방문객 편의를 위해 전주-임실 간 셔틀버스도 운영, 전주종합경기장-전주시청-한옥마을-임실치즈테마파크를 오전 9시부터 1시간 간격으로 순회 운행한다. 심민 군수는 “이번 겨울에도 방문객들에 특별한 겨울을 선물하기 위해 최선으로 준비했다”며 “먹거리와 볼거리, 체험거리가 풍성한 산타축제에서 멋진 크리스마스의 추억을 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박정우
  • 2024.12.19 14:15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최기우 극작가-윤흥길 '완장'

‘완장’을 얻어 차고 설쳐 대는 이들은 언제나 있다. 소설 「완장」의 종술도 완장을 차게 해준다는 말에 번쩍 귀가 뜨였다. 일제강점기·한국전쟁·자유당·유신 등을 거치며 위세를 떨쳤던 완장의 힘과 권력을 듣고 봐왔으며, 어려서부터 객지를 떠돌며 쌈질로 잔뼈가 굵은 자기 삶에서 완장의 위력을 학습해 왔기 때문이다. ‘감시원 완장 차고 물 가상이로 왔다리갔다리 허면서’ 막강한 권력자처럼 권위를 내세우던 동네 건달 종술. 술집 종업원 부월은 완장을 ‘하빠리 권력’이라며 핀잔하지만, 종술은 눈을 부라리며 “너는 몰라. 차고 댕겨 본 적도 없으니께, 요, 완장에는…”하며 왼쪽 어깨 쪽으로 완장을 바싹 추어올린다. 독재 정권의 검열을 피하기 어려운 1982년 3월부터 1년 동안 『현대문학』에 연재된 「완장」은 전라도 사투리와 우리 민족 특유의 해학·풍자를 잘 살려낸 윤흥길의 장편이다. 이 작품은 한국전쟁 이후 정치권력의 폭력성과 보통 사람들의 암울한 삶을 ‘완장’이라는 상징적 소재로 풀어내며 우리 사회에 내재한 권력욕을 첨예하게 드러냈다. 「완장」은 익산시에 공업단지가 들어서던 시절, 김제시 두악산 아래 백산면 하정리 백산저수지를 배경으로 한다. 종술이 완장 찬 팔을 휘저으며 갈지자걸음으로 순찰하던 ‘판금저수지’다. 작가는 백산저수지 근처에서 과수원을 하던 친구에게 관련된 이야기를 들은 후 작품을 떠올렸고, 저수지 이름을 판금저수지로 바꿨다. 또한, 종술의 욕망을 희화화하기 위해 1966년 호남야산개발 때 축조한 이 저수지를 실제보다 훨씬 큰 규모로 묘사한다. “독재, 전쟁 위협, 빈부 갈등 등 한민족이 겪는 불행과 비극은 모두 6·25 전쟁과 직결돼 있어요. 독재 정권은 전쟁으로 인한 분단을 권력 유지 핑계로 사용했어요. 자유는 유보됐죠. 더 이상 분단을 빌미로 국민을 억압하는 일은 없어야 해요.”(윤흥길·본보 2018년 1월 6일 자) 얼마 전, 우리는 잘못된 권력의 포악과 폐해로 점철된 시대의 불완전한 징후를 봤고, 완장의 역사가 반복되는 현실에 개탄했다. 망설임 없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시민들은 완장을 차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자가 누구인지, 그 권력을 휘두르도록 외면하는 자들이 누구인지를 찾아내 눈 부릅뜨며 호통을 쳤다. 그 결과 지난 14일 국회에서 국민을 저버린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대한민국의 자존감을 지키려는 시민의 올곧음이 끌어낸 성과다. “눈에 뵈는 완장은 기중 벨 볼 일 없는 하빠리들이나 차는 게여. 진짜배기 완장은 눈에 뵈지도 않어. 자기는 지서장이나 면장 군수가 완장 차는 꼴 봤어? 완장 차고 댕기는 사장님이나 교수님 봤어? 아무 실속 없이 넘들이 흘린 뿌시레기나 주워 먹는 핫질이 완장이여. 진수성찬은 말짱 다 뒷전에 숨어서 눈에 뵈지도 않는 완장들 차지란 말여.”(전주시립극단 연극 <완장> 중 부월의 대사)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상은 완장과 ‘완장질’이 흔전만전한 ‘완장의 나라’. 출간 40주년을 기념해 문장과 표현을 다듬어 나온 『완장』(현대문학·2024)을 펼쳐 그 정체를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완장의 악몽은 쉽게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최기우 극작가는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소설)로 등단했다. 희곡집 <상봉>, <춘향꽃이 피었습니다>, <은행나무꽃>, <달릉개>, <이름을 부르는 시간>, 어린이희곡 <뽕뽕뽕 방귀쟁이 뽕 함마니>, <노잣돈 갚기 프로젝트>, <쿵푸 아니고 똥푸> 등을 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4.12.18 17:11

정겨운 시어로 가득… 호병탁 시인 '아직 멀었다 벌써 다 왔다'

“내가 쓴 글 다시 보니 절로 나오는 말/ 아직 멀었다/ 찬물 세수하고 정신 바짝 차리고 다시 쓰자/ 쓸 것 아직 수두룩하다/ 거울 속 쭈굴탱이 얼굴 하는말/ 벌써 다 왔다”(시 ‘아직 멀었다 벌써 다 왔다-나의 생’ 전문) 호병탁 시인이 시집 <아직 멀었다 벌써 다 왔다>(문예원)을 펴냈다. 시집은 ‘1부 생(生)’, ‘2부 정(情)’, ‘3부 인(人)’, ‘4부 곳(所)’ 등 총 4부로 구성돼 시골의 풍광과 민초들의 모습을 구수한 표현력으로 그린 75편의 작품이 실려있다. 오일장에 팔려 나온 짐승 새끼부터 소쿠리에 담긴 생선 몇 토막, 정겹고 걸쭉한 사투리로 흥정하는 시골 장터의 모습, 막걸리 몇 잔으로 떠들썩해진 민초의 모습까지 시골 장터에서 한 번쯤 마주해본 추억을 소재로 채워낸 이번 시집을 통해 시인은 독자에게 코끝이 찡해지고, 가슴이 뭉클해지는 경험을 전한다. 김익두 문학평론가는 추천사를 통해 “호병탁 시인의 시는 삭을 대로 삭아 아주 호아져버린 나주 영산포 오자 자배기 속 지푸라기에 싸인 흑산도 홍어 맛이다”라며 “이 시인의 도저한 근저에는 때론 어둡고 우중충하고 때론 깊이를 가늠할 길 없는 아득한 절망의 심연이 도사리고 있다. 그럼으로 그의 시 속에는 남도 바닷가의 곰삭아 호아질 대로 호아진 갯땅 홍어 맛에서도 체험할 수 없는, 깊고 으늑한 맛이 느껴진다”고 시인의 작품에 대해 소개했다. 호병탁 시인은 충남 부여 출생으로, 한국외국어대 중어과를 졸업해, 원광대 대학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그는 문예가족 회장, 종합문예지 <표현> 주간, 채만식문학상 운영위원, 혼불문학상 심사위원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시집 <칠산주막>, 평론집<나비의 궤적>, <일어서는 돌>, <양파에서 고구마ᄁᆞ지-21세기 한국 시문학을 보는 융합적 통찰>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12.18 17:11

정성수 시인, 어린이의 맑은 마음 담아낸 동시집 2권 출간

원로 시인 정성수 씨가 동시집<손톱달>과 <콧구멍 파는 재미>(화암 출판사)를 동시 출간했다. 정 시인은 “동시를 쓸 때마다 가슴이 설렌다. 그것은 동시를 쓰는 동안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른으로 살면서 한순간이나마 어린이가 된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맑고 깨끗하고 순수한 동심이야말로 세상을 바르게 살아가는 기본이다”라고 발간 소감을 밝혔다.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의 창작지원금을 받아 제작된 <손톱달>은 총 4부로 구성돼 100편의 동시를 담고 있는 동시집이다. 국내 최초 동시 전편을 시인과 어린이들이 소통할 수 있도록 디지로그 포엠 오디오북으로 제작됐다는 것이 특징이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책 내부의 QR코드를 스캔하면 시와 영상, 음악 등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문화 콘텐츠인 것이다. 함께 발간된 <콧구멍 파는 재미>는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보조금의 지원을 받았으며, 지난 2009년 교인문학상 동시 부문에 대상으로 이름을 올린 작품이다. 이준관 시인은 표사에서 “이번 시집에는 많이 읽고 많이 느끼라는 소망이 담겨 있다”며 “생명 존중과 자연사랑, 동심의 세계가 오롯하다. 특히 인간 친화적이며 자연으로의 회귀를 추구하는 질박한 순수가 들풀처럼 번진다. 동시를 읽으면 가슴이 떨리는 것은 누군가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착각이 들기 때문이다. 일상적 삶의 진실에서 나온 동시는 상처와 희망에 깊게 뿌리를 내린 삶의 신비에 닿아 있다”고 말했다. 정 시인은 서울신문으로 문단에 나온 후 90여 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그는 세종문화상, 소월 시문학대상, 윤동주문학상, 황금펜 문학상 등을 받았으며, 현재 전주에서 ‘건지산 아래 작은 방’을 운영하면서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12.18 15:46

전주 시민들이 소개하는 지역 독립서점 '작은 책방 순례'

독립서점은 대규모 자본이나 큰 유통망에 의지하지 않고 서점 주인의 취향대로 꾸며진 서점을 의미한다. 그 때문에 독립서점에서는 서점 주인의 취향이 구비하는 도서의 기준이 돼 예술, 문화, 정치 등 특정 주제나 취향에 맞추어 큐레이션 된 책들을 판매하고, 독립 출판물과 소규모 출판사의 책들을 주로 다룬다. 책의 도시라 불리는 전주 역시 서점 주인의 개성으로 꾸며진 작고 정겨운 독립서점을 보유하고 있다. 그중 한 곳인 호남문고가 장마리 소설가와 협업해 ‘2024년 호남문고 상주작가 기획’으로 <작은 책방 순례>(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관)를 펴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여기에 호남문고가 올해 30주년을 맞이해 이번 발간 소식에 더 깊은 의미를 더하고 있다. <작은 책방 순례>는 올해 호남문고의 상주작가인 장마리 소설가를 중심으로 모인 책을 사랑하는 13명의 시민이 모여, 지역 내 작은 책방을 소개하는 책이다. 책에는 ‘잘 익은 언어들’을 비롯해 ‘서점 카프카’, ‘책방 똑똑’, ‘물결서사’, ‘책방 토닥토닥’, ‘살림 책방’, ‘에이커북 스토어’, ‘책보 책방’, ‘고래의 꿈’ 등 총 9개의 서점이 실려 독자들의 호기심과 방문욕구를 자극한다. 글쓴이로는 김경희, 김미진, 김보라, 박선화, 박요순, 송수미, 오윤지, 은실, 이정현, 전은정, 조진아, 하루, 한승훈이 참여했다. 나이도 생각도 모두 다른 개인으로 꾸려진 이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책방에 방문해, 서로 다른 방식으로 공간을 소개하는 과정을 통해 지역 곳곳의 골목을 묵묵하게 지키고 있는 작은 독립 서점과 사랑에 빠졌다는 공통점을 지니게 됐다. 이번 기획물 제작의 중심인물인 장 소설가는 들어가는 말을 통해 “올해 호남문고 상주작가 기획과 관련한 주제를 고민하다 호남문고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했다”며 “호남문고는 지역 거점 서점이라는 생각을 굳혔다. 이번 책 제작에 상생의 윤리, 자본의 논리를 앞세우고 싶진 않았다. 그저 호남문고를 찾는 시민들과 내 지역의 작은 책방을 순례하고 그 느낌을 적어 문집으로 엮어내고 싶었다”고 말하며 이번 책의 탄생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람들은 책을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기의 이야기와 생각을 글로 쓰고 싶어 한다, 저자가 독자가 되고 독자가 저자가 되는 시대”라며 “글 읽기와 글쓰기의 실현이 어렵지 않은 지금, 그 출발점이 호남문고라서 좋았다. 열세 명의 예비 작가와 노미오 호남문고 대표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덧붙였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12.18 15:44

해금의 선율로 선보이는 남도소리⋯전주해금연주단, '해금 愛 Ⅲ' 개최

전주해금연주단은 오는 17일 오후 7시 30분,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열일곱번째 정기연주회를 연다. 이번 정기연주회에서는 전통성악의 꽃으로 불리우는 남도소리를 전통악기 해금의 독특한 연주법과 다양한 구성의 연주 형태로 다채로운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해금연주가 오정무 단장과 함께 해금을 전공한 전문연주자들로 구성돼 있는 전주해금연주단은, 전통악기 해금의 레퍼토리 연구와 이를 바탕으로 대중화를 이끌어내고자 노력하는 전문 연주단체다. 이들은 지난 2006년 제1회 정기연주회를 시작으로 초대 단장 심인택(현 국립남도국악원 예술감독) 전 우석대학교 교수와 2대 단장 김소윤 전북도립국악원 교수에 이어 3대 단장으로 전주시립국악단 해금 수석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는 오정무 단장이 이끌고 있다. 이날 정기연주회에서 이들은 기악합주 남도굿거리를 시작으로 단가 흥타령을 주제로한 해금 즉흥가락, 이지연 작곡의 육자배기 토리에 의한 지음(知音), 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를 새로운 구성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또 마지막으로 판소리 눈대목으로 널리 알려진 ‘심봉사 눈뜨는 대목’을 작곡자 김하진이 해금합주의 반주로 구성해 색다른 무대로 꾸며갈 계획이다. 오정무 단장은 “우리 지역의 대표적 민속음악은 대부분 남도계면조의 음계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며 “남도소리로 대표되는 지역의 소릿길을 따라 해금의 역할과 활용방안에 중심을 두고 이번 공연을 준비했다”고 말하며 이번 공연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통악기 해금이 가지는 음악적 표현력은 무한하다. 때문에 다양한 장르와 형식으로 가장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이번 奚琴(해금) 愛(애) 세 번째 시리즈에서는 남도소리의 특색을 살려 해금의 시선으로 표현하고자 노력했다”며 “열정적인 전주해금연주단 단원들이 마련한 다양한 전통음악을 해금의 시선으로 표현하는 색다른 음악회를 통해 한해를 마감하는 따뜻한 음악회가 되도록 정성을 다해 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4.12.17 16:48

작은것들의 가치를 형상화하다, 현대미술가 김병철 개인전 'small'

김병철 작가는 정보의 홍수와 결과 중심의 사회 속에서 인간 본연의 의미와 가치 있는 삶을 탐구한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살아간 한 수학자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으로 형상화하고, 인간 감각의 본질적 가치와 의미를 은유한 작품을 선보여 왔다. 작가의 이 같은 작업방식은 관람객에게 존재와 감정의 본질을 사유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했다. 현대미술가 김병철 작가의 개인전 ‘small’에서는 문명 속에서 인간이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의미를 탐구할만한 작품들로 가득하다. 드로잉·설치작품 등 40여점의 작품에는 사회에서 긍정적 가치를 발견하고, 어둠 속에서도 작은 지혜의 빛을 찾겠다는 작가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작가는 ‘작은(small)’ 것들을 지나치지 않는다. 자본 중심의 사회에서 사라져버린 작은 행복과 과정의 가치를 은유하고, ‘작은 용기’를 통해 작은 균열에서 만들어내는 긍정적인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러한 철학적인 작업은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고, 초월적 감각과 상상력을 통해 문제해결의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희열의 가치에 대해 말한다. 김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이번 작업은 자본이라는 굴레 속에서 작은 행복의 가치나 과정 속 시간의 가치가 사라지고 결과주의에 잠식되어 버린 모습에 대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라며 전시에 대해 설명했다. 군산대 미술학과와 동대학원에서 학업을 마친 김병철 작가는 <일말의 관심> <지혜로운> 등 다수의 개인전과 <버릴 것 없는 전시> 등 기획전에 참여해 탄탄한 작품세계를 펼쳐왔다. 2013년 ‘빛 2013 하정웅 청년미술상’ 선정작가, 2015년 ‘전북청년 2015’ 선정작가, 2016년 제2회 군산미술상 등을 수상했다.

  • 전시·공연
  • 박은
  • 2024.12.17 16:12

전주국제영화제-전주프로젝트, 국내 메이저 매니지먼트사와 '캐스팅위원회' 결성

전주국제영화제 산업 프로그램인 전주프로젝트에서 국내 유명 매니지먼트 4개 사로 구성된 ‘전주프로젝트 캐스팅위원회’를 결성했다. ‘전주프로젝트 캐스팅위원회’는 저예산영화와 독립영화를 응원하고, 지원하고자 하는 국내 유명 매니지먼트사들의 뜻을 모아 결성됐다. 이에 따라 전주프로젝트로 선정된 작품에는 총 4000만 원의 상금과 캐스팅 옵션이라는 파격적인 기회가 제공될 예정이다. 이번 캐스팅위원회에 참여하는 매니지먼트사는 △BH엔터테인먼트(이병헌·김고은·한지민 소속) △골드메달리스트(김수현·설인아 소속)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김혜수·김윤석 소속) △SM엔터테인먼트(최종 협의 중) 등이다. 캐스팅위원회는 제17회 전주프로젝트 ‘전주랩’ 선정작과 ‘전주시네마프로젝트 : 넥스트에디션’ 피칭 대상작 중 국내 프로젝트와 전주프로젝트 공모 참가작을 대상으로 심사한다. 각 회사가 하나씩의 프로젝트를 선정하여 총 4개의 프로젝트에 각각 1000만 원의 상금과 캐스팅 옵션을 제공한다. 캐스팅 옵션은 수상자가 상금을 지원하는 각 매니지먼트사 등의 소속 기성·신인 배우들을 대상으로 캐스팅 의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다만 진행 여부는 후원사와 수상자 간 협의와 후원사의 최종 검토를 통해 결정된다. 전주국제영화제 관계자는 “캐스팅위원회는 저예산영화와 독립영화를 응원하고 지원하고자 하는 국내 유명 매니지먼트사들의 뜻을 모아 결성하게 됐다”며 “한국 영화계의 근간을 이루는 저예산 영화와 독립영화 제작이 활성화되고 다양한 기회가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메이저 매니지먼트사들이 저예산·독립영화 지원을 위해 뜻을 모은 첫 사례”라며 “한국 영화계에 미래성을 확장하며 상업영화와 독립영화의 새로운 협력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17회 전주프로젝트는 2025년 5월 4일부터 6일까지 진행되며 이 기간에는 캐스팅위원회와 선정 대상 프로젝트 관계자들의 네트워킹 행사가 마련된다. 결과 발표는 2025년 5월 6일 전주프로젝트 시상식에서 공개된다. 현재 제17회 전주프로젝트 출품이 전주국제영화제 출품 사이트(https://entry.jeonjufest.kr/)를 통해 진행 중이다. ‘슛인 전주’ 공모에 참여했던 작품도 전주프로젝트 ‘전주랩’에 중복 출품이 가능하다. 마감은 오는 20일까지다. 출품 규정 및 제출 서류 등에 대한 내용은 해당 사이트에서 확인하면 된다. 추가 문의는 전주프로젝트팀(j.project@jeonjufest.kr)으로 하면 된다.

  • 영화·연극
  • 박은
  • 2024.12.17 15:40

소외된 삶의 흔적 탐구…이당미술관, 신석호 초대전 '지나친 풍경'

도시의 비주류적 공간과 소외된 삶의 흔적을 탐구하는 미술작가가 있다. 그의 작품은 현대사회의 인간관계와 소통의 문제를 깊이 있게 성찰하는 작업물로 평단의 주목을 받아왔다. 현재 군산에 뿌리를 내린 채 활발히 작품 활동 중인 작가는 그림 같은 해안도시 경관 아래에 간과한 이야기를 긴밀하게 직조해 이미지화한다. 회복력, 잊혀진 공간 그리고 소외된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신석호 작가의 개인전 ‘지나친 풍경’이 2025년 1월 30일까지 이당미술관에서 열린다. 가장 ‘군산적’이며 ‘군산을 가장 잘 이해한 작가’로 불리는 예술가이자 큐레이터인 신석호 작가는 식민지 착취, 급속한 근대화, 그리고 일상생활의 조용한 지속을 목격한 도시인 군산을 다층적으로 탐구했다. 작가는 ‘지나친 풍경’을 주제로 선양동과 맘보하우스, 군산비행장 등 군산의 소외된 공간을 조명하며 노동자와 도시의 변화,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공간의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작가는 작가노트에 “도시의 지나온 시간들을 담아내고 있으며 그 모습들 속에서 그 도시가 가지고 있는 시간의 흔적과 도시 서사의 단초를 발견하게 된다”며 “이런 도시의 풍경과 탐색의 과정에서 이번 작업은 세 가지 풍경 시리즈와 설치작업 중심으로 구성했다”고 적었다. 1963년생인 신 작가는 개념적 현실주의라는 철학을 가지고 작업하고 있다. 자기 자신을 텍스트로 삼은 작업부터 지역의 여러 현실에 천착하여 작업과 미술 관련 기획을 만들어왔다. 주요 작업으로는 <나로부터 나에게> <기억과 흔적> <의자에 관한 명상> 등이 있다. 작품은 전북도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 전시·공연
  • 박은
  • 2024.12.16 17:06

노래 감상으로 지친 현대인에게 전하는 휴식, ‘사운드 짐나지움–군산, 옛날 노래’

전문가들에 따르면 시각은 눈으로 받아들이는 정보량은 다른 감각을 합친 것보다 많아 쉽게 피로감을 느껴, 인간의 오감 중 정보 수용량 측면에서 가장 피로함을 느끼는 감각으로 뽑힌다. 매일 쏟아지는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인지하는 시각에 휴식을 주며, 눈이 아닌 귀로 즐기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군산에서 펼쳐지고 있다. 10여 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문을 연 군산회관(옛 군산시민문화회관)이 본격적인 개관을 앞두고 시행하고 있는 시범 프로그램 중 하나인 ‘사운드 짐나지움–군산, 옛날 노래’가 바로 그것. 지난 15일 오후 2시께 찾은 군산회관 너른홀은 모두가 보편적으로 떠올리는 공연장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화려하게 무대를 비출 조명대신 커다란 스크린 하나와 밝기가 낮은 조명 일부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며, 질서정연하게 놓인 관객석 대신 아무렇게나 편하게 몸을 맡길 수 있는 캠핑 의자와 빈백이 놓여져 있었다. 어디선가 들어봤을 법한 익숙한 음악 소리로 채워진 깜깜한 공연장에는 부모님 손을 잡고 온 아이들부터 친구들과 함께 방문한 MZ세대, 노년 부부까지 다양한 이들이 찾아 각자의 방식으로 휴식을 즐기는 등 평화로 시간을 보냈다. 이날 친구들과 군산회관을 방문한 김시연 씨(28)는 “호기심에 방문한 공간에서 잠깐 머문다는 것이 벌써 3시간이 흘러 깜짝 놀랐다”라며 “하루하루 조용할 날 없이 여러 이슈로 시끄러운 요즘, 오롯이 청취에 집중하며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행복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같은 날 방문한 김지수 씨(31)는 “수도권에서만 만나볼 수 있을법한 프로그램을 지역 가까이에서 만나볼 수 있어 더욱 새롭다”며 “옛날 음악이라는 제목에 재미없을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기도 했지만, 직접 현장에서 체험해 보니 제법 힙하게 느껴져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실제 너른홀에서 만나 볼 수 있는 콘텐츠로는 유주용의 ‘군산부루스’, 임인건의 ‘군산에서’ 등 군산을 주제로 만들어진 음악을 비롯해 군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타짜>, <남자가 사랑할 때>,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등이 상영돼 지역의 이야기도 충분히 담겨 있었다.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한 사운드 짐나지움의 관계자는 “사운드 짐나지움을 음악과 소리를 청취하는 공간이다. 어떤 음악과 접속되는 순간, 머리카락이 찌릿하게 서거나 발바닥이 절로 굴렀던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온몸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신체운동에 가까운 청취를 통해 사운드 짐나지움은 귀에서부터 심장을 통과해 발끝까지, 여러감각을 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군산회관을 꾸미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사운드 짐나지움–군산, 옛날 노래’ 프로그램은 오는 22일까지 이어진다. 프로그램은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된다. 프로그램의 마지막 날인 22일 오후 7시 30분에는 ‘음악 군산’이라는 공연도 예정돼 있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4.12.16 17:05

37년간 이어온 우정, 예술적 교감으로 피어나다

김두해, 선기현, 이흥재 세 작가가 예술적 교감과 깊은 우정을 주제로 삶과 예술의 본질을 탐구한 작품을 선보인다. 17일부터 29일까지 교동미술관에서 열리는 기획전 ‘영웅본색’에서는 35년이라는 긴 세월을 우정으로 다져온 세 사람의 의리를 예술성으로 치환해 선보인다. 세 작가는 1988년 전주의 동문사거리에서 우연히 만나 막걸리 한 잔을 나누었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이 어느덧 30년 넘게 지속되면서 예술적 동료애로 발전됐다. 이번 전시는 매년 연말 작품을 통해 재회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오롯이 담아내며 예술과 삶을 연결하는 진정성 있는 서사를 관람객에게 전달한다. 김두해, 선기현, 이흥재는 각기 다른 장르와 작업 방식으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다져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와 사진, 추상과 구상, 색채와 공간을 넘나드는 다채로운 작품들이 조화를 이루며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과 내러티브를 선보일 예정이다. 김두해는 추상적 양식을 기반으로 내적 감성을 표현하며 대상을 절제하고 감정을 함축적으로 드러낸다. 그의 대표작 <편린(片鱗)>의 경우 중첩 기법을 통해 한국적 정서를 심도 있게 표현하고 형식과 감정의 조화로 독창성이 두드러진다. 선기현은 색과 형태의 자유로운 흐름을 통한 강렬한 표현력이 압권이다. 그의 작품 <득음>은 완성된 결과물보다는 작업 과정 자체를 예술로 여기는 관점이 녹아있다. 화면 위에 남겨진 붓질과 안료의 흔적이 강한 인상을 준다. 이흥재는 전통 문화유산과 자연 풍경을 소재로 작업하며 사진을 통해 사라져가는 풍경과 삶의 본질을 기록하는 작가다. 그의 대표작 〈전라감영〉은 수묵화 같은 깊이와 여운을 담아내며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허무는 작품으로 주목 받았다. 교동미술관 관계자는 “예술가들이 끊임없이 자신을 마주하고 삶과 세상을 연결하는 예술의 힘은 세 작가가 서로의 곁에서 걸어온 시간은 단순한 우정을 넘어 예술과 삶의 본질을 되새기게 한다”며 “이들의 작품 세계는 서로 다른 장르와 표현방식을 융합하며 조화롭고 생동감 넘치는 예술적 본색을 관람객에게 선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전시·공연
  • 박은
  • 2024.12.16 16:14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근혜 작가-어윤정 '리보와 앤'

코로나로 세상이 암흑에 휩싸일 때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 지를 생각하게 하는 동화를 만났다. 도서관 로봇 리보는 오늘도' 안녕하세요. 즐거움과 안전을 책임지는 여러분의 친구, 리보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로 하루를 시작한다. 리보는 아이들이 읽은 좋을 도서를 추천하고, 어린이들에게 다정한 친구이다. 2층에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로봇 앤이 있다. 그러다 플루비아라는 이상한 단어가 도서관 확성기를 통해 들려온다. 사람들이 도서관을 빠져나가고 도서관은 폐쇄된다. 완벽하게 고립된 리보와 앤. 둘은 서로 의지하며 지루한 일상을 보낸다. 리보는 왜 아이들이 도서관에 안 오는지 알아보지만 한계가 있다. 앤은 리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며 아이들이 올 날을 기다린다. 그렇지만 고립은 점점 길어지고 배터리는 점점 약해진다. 사서가 도서관에 와서 입구에 종이 한 장을 붙이고 바람같이 사라진다. 며칠 뒤, 유도현 어린이가 도서관 입구로 찾아와 리보를 구하려하지만 문이 잠겨 있어서 실패한다. 하지만 도현이는 포기하지 않고 리보에게 메신저를 보낸다. 도현이는 리보를 위해 일상을 공유하고 감정을 나눈다. 리보는 자기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 없어 비슷한 느낌의 책 제목을 답장으로 보낸다. 리보는 앤과 공조해 건물 밖으로 나가려 시도한다. 하지만 앤이 다친다. 앤은 이상 증상을 보이다가 완전히 방전된다. "그리움은 걷잡을 수 없는 재난, 만날 사람은 만나야 한다" 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리보의 외로움. 그건 리보만의 외로움이 아니었다. 코로나로 인해 모두가 느낀 외로움이었다. 사람이라서 당연하게 느끼는 감정이라고? 로봇에게는 그런 감정이 없지 않나? 아니다. 리보는 비록 로봇이지만 아무도 없는 도서관의 분위기가 어떤지 알 수 있다. 아이들이 없는 공간이 그걸 느끼게 해준다. 처음에는 고립감을 느끼다가 점점 버려지는 건 아닌가 하는 공포를 느낀다. 어른에게 로봇은 그저 물건일 뿐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친구이자 동생, 보고 싶은 이로 다가간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아이들이 소통의 부재, 외로움의 공포를 느꼈다. 외롭고 소외된 사람들에게는 어마어마한 재난이었다. 이 작품은 로봇인 리보와 앤을 통해 인간다움이 무엇이고 만남, 교류, 사랑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이 동화의 명장면은 리보가 도서관을 탈출하는 마지막 장면이다. 꼭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기 위한 노력. 언젠가 내게도 올 그 순간을 생각하면 리보와 앤의 분투가 가슴을 저민다. 타인에 대한 관심과 사랑. 별거 아닌 것 같지만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따라야할 조건이지 싶다. 작은 관심, 소통이 한 사람을 인간답게 만든다. 그리움을 안다면, 타인을 더 사랑하는 내가 되고 싶다면 오늘 『리보와 앤』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싶다. 김근혜 작가는 2012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동화 <다짜고짜 맹탐정>과 <봉주르 요리 교실 실종 사건>, <유령이 된 소년>, <나는 나야!>, <제롬랜드의 비밀>, <베프 떼어내기 프로젝트>등을 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4.12.16 13:33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최아현 소설가 – 박지현 '산책의 곁'

오래전에는 산책하는 일이 무용하다고 생각했다. 뜻 없이 걸으며 기운과 시간을 낭비하고, 생각만을 늘어뜨리다 오는 투정같은 것이라고. 땀 흘려 운동하는 것도 아니고, 복잡한 생각들을 진득하게 정리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시간이나 때우는 한가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고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은 아마도 무언가 대단하게 얻고자 했던 욕심 때문이었을 테다. 머지않아 산책에 관한 오해는 풀리게 되었는데, 우연히 미륵사지에 머문 덕이었다. 전후 사정은 아무것도 기억에 남지 않았지만, 홀린 듯 발을 옮겨 미륵사지에 다녀온 것은 강렬하고 시원한 경험으로 남았다. 터가 널리 보이는 벤치에 앉아서 연못에 고인 물을 바라보다가, 빈터를 구경하며 거대했을 미륵사를 상상해 보기도 하면서 아주 오랫동안 그곳에 머물렀다. 그러다가 무슨 걱정을 하고 있었는지도 완전히 잊어버려서 집에 오는 발걸음이 제법 가벼웠다. 그 뒤로도 여러 번, 털어낼 것이 있으면 미륵사지를 찾았다. 그 이후로 나에게 산책은 그런 것이 되었다. 잠시 모든 것을 멈출 수 있는 시간. 하천의 흐르는 물에 집중하고, 떼 지어 시간을 보내는 오리 가족을 구경하며 그들을 응원하는 것으로 충분한 시간. 『산책의 곁』은 작가가 떠올린 생각의 편린들을 살뜰하게 모은 책이다. 산책하며 곁에 둔 감상과 심상, 혹은 상상들을 하나씩 꺼내어 보여준다. 망종부터 소한까지, 흐르는 시간을 염두에 두면 계절감도 흠뻑 느낄 수 있다. 그렇게 작가와 함께 걷다 보면 종종 반가운 공간들을 만나게 된다. “망종(芒種)에 가까워지면 나는 꼭 경기전에 가서 와룡매의 그림자를 쓰다듬는다. 누워서도 녹음을 반듯이 빗어 넘긴 고목의 지조. 그것을 흠앙하며 그 곁을 지킨다. 호젓한 즐거움으로 그 풍경의 가장자리를 지키다 보면, 단단한 녹빛으로 흐드러진 매실들이 나의 시선을 이끈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길 바라며 나는 계속해서 그 곁에서 느긋하게 자리한다. (26쪽)” “산의 모서리에 있기도, 강기슭의 꼭대기에 있기도 한 요월대(邀月臺)는 한벽당(寒碧堂)에 가리어 있으나 내 속에서는 앞서 있는 곳이다. 나는 줄곧 한벽당을 지나쳐 요월대에 머물러 왔다. 요월대에서 나는 흩어져 있는 침묵의 피륙과 피륙 사이에 나를 자수한다. 암벽 끝에서 기개를 잃지 않는 요월대의 모습은 언제나 나를 숙연케 한다. (56쪽.)” 계절과 공간 이외에도 작가가 꺼내는 책과 그림을 잔뜩 만날 수 있다. 그의 산책에는 전주가 있고, 고건물이 있고, 카뮈가 있고, 혜원이 있다. 산책하는 이의 글을 두고 보는 기쁨은 이런 것이다. 함께 걸어본 적 없는 이와 공간을, 생각을, 그가 본 것을 공유하며 대화를 나누는 듯한 즐거움 말이다. 최아현 소설가는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 <아침대화>로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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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4.12.16 13:33

송년의 달, 전주서 즐기는 특별한 공연의 향연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전주시립예술단이 연말을 맞아 풍성한 공연으로 관객을 맞이한다. 흥겨운 우리 전통 가락부터 고품격 클래식 선율이 흐르는 특별한 크리스마스 기획 공연까지, 애향의 도시답게 연말을 풍성하게 채운 공연을 소개한다. △전주시립국악단, 제240회 정기연주회 송년음학회 ‘多함께’ 전주시립국악단은 오는 18일 오후 7시, 제240회 정기연주회 송년음악회 ‘전주시립국악단 & 프로젝트 전주시민국악단(이하 시민국악단) 多함께’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연다. 이번 공연은 한 해 동안 시립국악단에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준 전주시민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한기 위해 기획된 프로젝트식 공연이다. 실제 시립국악단은 이번 공연을 위해 지난 10월, 전주시민을 대상으로 각 악기파트(관현악), 판소리, 무용, 사물놀이 부문으로 모집해 제출된 영상 심사를 거쳐 시민 50명으로 구성된 시민국악단을 꾸렸다. 이날 공연의 포문을 여는 첫 무대는 이준호 작곡 국악관현악 ‘축제’로 이 작품은 마을 축제의 분위기를 새롭게 다른 시각에서 관현악으로 표현한 곡이다. 이어 두 번째 무대는 이지영 편곡 민요모음곡인 ‘태평가 늴리리아, 밀양아리랑, 뱃노래, 자진뱃노래’를 묶어 새로운 느낌으로 위촉편곡 했다. 노래는 판소리 부문에서 선발된 전주시민들이 노래한다. 세 번째 무대는 조원행 곡 무용과 함께하는 국악관현악 서곡 ‘청’이다. 이 무대에서는 무용 부문에서 선발된 전주시민분들이 관현악 반주에 맞춰 무용을 선보인다. 네 번째 무대는 방송 및 각종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이번 공연 사회를 맡은 국악인 남상일 씨의 사철가, 사랑가, 희망가를 부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무대이다.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는 곡은 박범훈 곡 사물놀이 협주곡 신모듬 중 3악장 ‘놀이’로, 사물놀이 협연에는 선발된 시민국악단 사물놀이팀과 곽영종, 유인황(시립국악단 단원)이 함께 협업하는 아름답고 신명 나는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8세 이상부터 관람이 가능한 이번 공연은 전석 유료로 진행되며, 티켓 예매는 나루컬쳐를 통해 가능하다. 이 밖의 자세한 사항은 시립국악단 사무처(063-253-5250)로 문의하면 된다. △전주시립교향악단, 희망과 구원의 메시지 전할 송년음악회 ‘부활’ 전주시립교향악단은 오는 19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송년음악회 겸 제270회 정기연주회를 선보인다. 시립교향악단은 이날 공연을 통해 구스타프 말러의 역작, 교향곡 2번 ‘부활’을 무대에 올림으로써, 공연장을 찾는 관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고자 한다. 말러 교향곡 제2번 부활은 음악적·철학적·종교적으로 다양한 의미를 지닌 작품으로 삶과 죽음, 구원에 대한 깊은 철학적인 질문과 인간의 감정과 고뇌를 화두로 던지고, 인간의 내면 깊숙이 자리하는 불멸의 열망과 더불어 희망과 구원의 메시지를 함께 전달하는 작품이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국내 최고의 소프라노 박미자를 비롯해 메조소프라노 김선정을 협연자로 초청해 공연의 완성도를 더할 것으로 보이며, 전주시립합창단 원주시립합창단 광주시립합창단의 협연을 통해 지역 간의 문 화적 화합을 통해 송년음악회를 더욱 의미있게 만들 예정이다. 성기선 전주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은 “공연장을 찾는 많은 음악애호가에게 말러의 예술적 유산을 통해 지방 클래식 문화의 품격을 높이고 압도적인 감동과 희망의 메시지를 통해 삶의 새로운 의미를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유료로 진행되는 이번 공연의 입장권은 일반 1만 원(R석), 7000원(S석), 5000원(A석)이며, 공연예약은 나루컬쳐에서 가능하다. 공연과 관련한 자세한 문의는 전주시립교향악단(063-274-8641)에 할 수 있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4.12.15 19:04

품격있는 저널리즘 지침서…한국신문윤리위원회 '기사 속 윤리, 언론이 놓친 것'

한국신문윤리위원회(위원장 김재형·이사장 서창훈)가 품격 있는 저널리즘 실현에 도움이 될 지침을 담은 단행본 <기사 속 윤리, 언론이 놓친 것>(박영사)을 출간했다. 책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신문윤리위원회가 매달 발행하는 소식지 ‘신문 윤리’에 실린 주요 심의 사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으로 △언론의 공정성과 공공성 △인격권 보호 △저작권 보호 △광고 윤리 등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언론이 자주 놓치고 있는 윤리적 쟁점을 알리고 언론 보도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 “언론인은 자유롭고 책임 있는 언론을 실현하기 위해 부당한 억제와 압력을 거부해야 하며 편집의 자유와 독립을 지켜야 한다. 개인의 권리 보호에 최선을 다하며, 다양한 여론 형성과 공공복지 향상을 위하여 사회의 공공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뤄야 한다.”(신문윤리실천요강 제1조 제3항) “언론인은 보도기사(해설기사 포함)를 작성할 때 사안의 전모를 충실하게 전달함을 원칙으로 하며, 출처 및 내용을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 또한 사회정의와 공익을 실현하기 위해 진실을 적극적으로 추적, 보도해야 한다.”(신문윤리실천요강 제3조)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언론 보도를 비판적 시각으로 읽어낼 수 있도록 다양한 주제와 근거들을 담아냈다. 언론인을 꿈꾸는 학생들이 언론보도의 중요성과 함께 언론의 윤리적 의무와 실천 방안을 인식하는 길잡이로 활용될 수 있도록 주제별 요점을 쉽게 풀어냈다. 김재형 위원장은 책 발간 이유에 대해 “오보나 선정적 보도에서 시작하여 개인의 명예와 사생활 또는 초상권을 침해하는 보도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 자살이나 마약에 관한 보도처럼 그 의도와 달리 우리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보도도 적지 않다”며 “언론이 품격을 유지하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좀 더 널리 알리고 공론화할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신문윤리위원회는 언론의 자유를 지키고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한국신문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가 1961년 9월에 설립한 언론사 자율 심의 기구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12.12 16:53

[2025 전북일보 신춘문예 예심] "다양한 소재와 보편적 주제 다룬 작품 다수…완결성은 아쉬워"

“삶의 연륜이 묻어나고, 우울한 시대상 등을 다룬 보편적 주제의 작품을 확인할 수 있었다" 11일 전북일보 본사 3층 역사기록실에서 열린 ‘2025 전북일보 신춘문예’ 예심에 참여한 심사위원들은 올해 응모작들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2025 전북일보 신춘문예’공모에는 모두 793명이 1828편을 응모했다. 지난해(779명, 1993편)에 비해 응모자 수는 14명 늘었고 출품작 수는 165편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부문별로는 시에 387명이 1187편, 단편소설 121명이 126편, 동화 104명이 106편, 수필 181명이 409편을 응모했다. 연령별로는 10대부터 80대 응모자까지 비교적 고른 분포를 보였다. 지역별로는 전북보다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았다. 전국 곳곳에서 골고루 작품을 보냈으며, 해외에서 보낸 작품도 있었다. 부문별로는 시와 동화에서 응모작이 많았고, 단편소설과 수필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2025 전북일보 신춘문예’ 예심 심사는 전북일보 문우회(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자 모임) 회원들이 맡았다. △시 김헌수, 박태건, 안성덕, 장창영 시인 △단편소설 신가람, 오은숙, 정숙인, 최기우, 최아현, 황지호 소설가 △동화 김근혜, 이경옥, 장은영 아동문학가 △수필 김서연, 김영주, 이진숙 수필가 등 16명이 참여했다. 시는 삶의 연륜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많았다. 응모작들은 인간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려는 노력들이 묻어났지만 사회적 관심은 약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다만 심사위원들은 “기존 시 형식을 답습하거나 과거 흔적에서 벗어나지 못한 작품들이 많아 아쉬웠다”고 평했다. 숙고 끝에 12편의 시가 본심에 올랐다. 올해 단편소설 응모작의 주제들은 사회문제, 구조의 모순, 윤리적 딜레마, 우울한 시대의 개인상 등 보편적 주제가 주를 이뤘다. 더불어 시대를 담으려 애쓴 작품들이 눈에 띄었고, 세분화된 주제를 면밀하게 담아내 개인의 개성이 짙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소설 부문 심사위원들은 “시선으로만 목소리가 등장하는 작품이 다수 있었다”며 “선택한 주제나 상징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산만하고 아쉬운 작품도 보였다”고 밝혔다. 단편소설 부문에서는 14편이 본심에 올랐다. 7편의 작품이 본심에 오른 동화 부문의 큰 특징은 소재의 다양성과 시대를 반영한 형식의 작품이 많았다는 것이다. 특히 가상세계, 미지의 세계를 구축하는 일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짧은 동화에 잘 녹였다고 평가했다. 동화 부문 심사위원들은 “SF형식을 통해 색다른 분위기로 주제를 전달하려는 작품도 많았지만 깊이 있는 고민 없이 형식만 빌려와 이야기만 만들어 낸 작품도 있었다”고 분석했다. 수필은 삶의 고뇌와 성찰을 철학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 많았다. 다만 소재면에서 독창성이 부족하고 글의 형식을 지키지 않은 작품들이 있어 아쉬웠다는 게 수필 부문 심사위원들의 설명이다. 수필 부문에서는 11명의 작품이 본심에 올랐다. 당선작은 본심을 거쳐 2025년 1월 2일자 본보 신년호에 발표되며, 당선자에게는 개별 통보한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12.11 18:38

전북시인협회, 제25회 전북시인상 시상식 및 제1회 신인상 시상식 성료

제25회 전북시인상 시상식과 제1회 신인상 시상식이 11일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열렸다. 이날 시상식에는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와 문승우 도의회의장, 서거석 교육감, 우범기 전주시장과 남관우 시의회의장의 축사를 보냈고, 이형구 전북시인협회장을 비롯해 명예 시인인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 송하진 서예가, 소재호 전 전북예총 회장 등 200여 명의 문인들이 참석했다. 1부 식전행사에서는 전북원로문인을 선정해 영상으로 기록한 자료와 시인들의 활동을 편집한 영상으로 그동안의 지역 문단의 역사를 돌아보았으며, 2부 행사는 전북시인협회가 2024년도에 모든 회원이 활동했던 한 해를 마감하는 행사로서 일년동안 다채롭게 이루어진 활동과 관련해 되돌아보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본행사인 3부에서는 제25회 전북시인상의 대상에 선정된 윤현순 시인과 본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현조 시인, 제1회 전북시인협회 시인상에 이름을 올린 강석희 시인에 대한 시상이 이뤄졌다. 이날 전북시인상 대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윤 시인은 “한강 시인이 노벨상을 받은 해에 시인으로서 최고의 상을 받아 너무 기쁘다”며 수상소감을 밝혔다. 이어 본상에 이름을 올린 김현조 시인 역시 “앞으로도 전북문단이 더욱 도약할 수 있도록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신인상에 선정된 강석희 시인 역시 “제1회 신인상을 수상하게 돼 더욱 뜻깊다, 젊은 시인으로서 왕성한 활동으로 보답하겠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4.12.1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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