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6-03-21 21:37 (토)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사설
format_quote

[사설] 규제 풀어야 현대차 새만금투자 성공한다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및 글로벌 생명경제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전북특별법) 2차 일부개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와 본회의를 통과하면 최종 입법이 이뤄지기 때문에 사실상 9부능선을 넘어섰다. 이번 개정안에는 총 32개 특례가 담겼는데 미래 산업과 도민 삶의 질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 세부사항을 보면 진일보한 점을 많이 발견할 수 있는데 크고 확실한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곧바로 3차 개정안 입법에 나서야 한다. 쉽게 말해 광주·전남 행정통합법 수준의 특례 보완은 필수적이며, 가장 핵심적인 것은 바로 현대차 새만금 투자협약 이행을 뒷받침할 법적 장치를 갖추는 거다. 무엇보다도 과감한 규제 혁신이 관건이다. AI로봇 실증사업 규제 면제, 수소 생산 운송 인허가 원스톱 처리, 공공기관 보유 데이터 활용을 위한 규제 샌드박스 확대 등 선제적으로 각종 제도가 갖춰져야 한다. 기술 경쟁은 누가 얼마나 빠르게 규제를 벗어나는가 하는게 관건이다. 이미 대통령까지 참석한 자리에서 현대차 투자협약식이 열렸지만 많은 기업들이 새만금에 투자하고 이전하려면 규제혁신과 인프라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 전북특별자치도가 출범한 것도 결국은 보다 나은 삶을 향한 선언이다. 실질적이며 가시적 성과를 거두려면 특별법에서 각종 규제를 확 풀어야만 된다. 이제 현대차를 중심으로 한 새만금 투자가 전북도민의 삶을 바꾸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 정책과 민간 투자가 동시에 가동될 경우 전북 산업 지도가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런데 새만금을 중심으로 국가와 민간이 함께 성장하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일거에 규제를 혁파하는 것을 골자로 한 입법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얼마전 국무총리 주재로 ‘새만금·전북 대혁신 TF’가 출범하면서 올 상반기중에는 규제 개선과 인프라 확충을 포함한 종합 지원 계획이 마련될 전망이다. 그런데 로봇·수소·AI 데이터센터가 제대로 살아나려면 제도적 기반 마련을 위한 전북특별법 개정이 정말 중요하다. 이번 2차 개정안에 상당 부분 포함됐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지역정치권과 전북도는 올 상반기 가장 우선순위를 특별법 3차 개정안에 둘 것을 강력 촉구한다.

format_quote

[사설] ‘공직자 줄서기’ 악습, 이번엔 뿌리 뽑아야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줄서기 구태(舊態)가 반복되고 있다. 지방선거가 다가올 때마다 반복되는 공직사회의 고질병이다. 최근에는 공무원들이 참여한 메신저 단체방에서 특정 후보의 일정을 공유하거나 내부 동향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지지세를 결집, 확산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메신저 단체방이 사실상 선거운동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고 여기에 공직자들까지 참여해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행 ‘공직선거법’과 ‘국가공무원법’ 및 ‘지방공무원법’은 공무원의 선거 관여를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지자체 공무원들이 줄서기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것은 향후 인사에서 덕을 보려는 속셈 때문이다. 그래서 선거 때마다 정부와 지자체가 ‘공직기강 확립’을 내세우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과 기강 해이, 소극행정’ 등 부적절한 행위를 차단하겠다고 강조하지만 오랜 악습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특정 후보나 유력 인사에 기대어 인사상 이익을 얻으려는 일부 공무원들의 행태는 공직의 중립성을 훼손하고, 행정에 대한 시민 신뢰를 뿌리째 흔든다. 게다가 선거 후 논공행상(論功行賞)식 선심성 인사나 보복성 인사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지방행정 효율화에 큰 걸림돌이 된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건강하게 키워나가려면 공직자들의 줄서기 악습을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 우선 강력한 단속과 처벌이 필요하다. 선거 때마다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실제 적발과 처벌은 미흡했다. 그 사이 ‘눈치보기’와 ‘줄서기’는 더 은밀하고 교묘한 방식으로 진화했다. 철저한 단속을 통해 승진 제한, 핵심 보직 배제 등 실질적 불이익이 따르도록 해야 한다. 단속과 처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줄서기가 반복되는 근본 원인은 인사권 집중과 불투명한 기준에 있다. 승진과 보직이 공정하게 결정된다는 신뢰가 없다면, 공무원은 결국 권력의 향방을 살피게 될 것이다. 성과 중심 평가와 투명한 승진 기준 확립 등 인사시스템 정비를 통해 ‘누구 편에 서느냐’가 아니라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이 우대받는 인사구조를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강력한 처벌과 근본적인 인사시스템 개편을 통해 공직사회가 권력이 아닌 시민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오목대

‘연두색 넥타이’와 개헌의 봄

2024년 12월 4일 새벽, 국회 본회의장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을 선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던 우원식 국회의장의 ‘연두색 넥타이’가 화제를 모았다. 우 의장은 계엄이 해제된 뒤 SNS에 “오랜만에 김근태 형님의 유품인 연두색 넥타이를 맸다. 이 넥타이는 제가 큰 결정을 해야 할 때 꼭 매던 것이다. 오전 4시 30분 비상계엄 해제 의결 소식을 듣고 ‘형님 감사합니다’를 속으로 되새기며 본회의장을 나왔다”고 적었다. 우 의장은 사흘 뒤인 12월 7일 윤석열 대통령 1차 탄핵안이 상정된 국회 본회의와 12월 14일 2차 탄핵안이 가결된 국회 본회의에서도 연두색 넥타이를 맸다. 우 의장이 큰 결정, 중요한 결정이 있을 때마다 연두색 넥타이를 매는 이유는 “형님이자 정치적 스승”으로 부르는 故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 상임고문 생각 때문이다. ‘민주화운동의 대부’로 불리는 김 상임고문은 생전에 독재정권과 맞서 싸우다 고문을 당하며 수없이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다. 온화한 이미지를 가졌던 그는 연두색 계열 넥타이를 즐겨 매던 정치인이었다.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당할 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 한 색이 ‘혹독한 겨울을 견디고 나온 새싹의 연두색‘이었다고 한다. 김 상임고문에게 연두색은 희망과 새 출발,민주주의와 인권, 온건하지만 단단한 개혁의 상징색이었다. 1980년대 연세대 재학시절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김 상임고문과 인연을 맺은 우 의장은 그의 정치적 가치와 노선을 이어받은 ‘김근태계(GT계)’ 정치인으로 꼽힌다. 2011년 김 상임고문이 별세한 뒤 그의 유품 가운데 연두색 넥타이 몇 개가 가까운 정치적 후배들에게 전해졌고, 우 의장도 그중 한 명이었다. 우 의장에게 연두색 넥타이는 정치적 스승에 대한 기억과 김근태의 민주주의 가치를 계승하겠다는 다짐이 담긴 상징인 셈이다. 비상계엄 해제와 대통령 탄핵의 현장에서 의사봉을 두드렸던 우 의장은 여야에 6·3 지방선거와 연계한 개헌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0일 연두색 넥타이를 매고 나온 긴급 기자회견에서는 “비상계엄의 상처를 겪고도 아무 것도 바꾸지 못하는 것은 정치의 책무 유기”라며 ‘불법 비상계엄은 꿈도 못 꾸는 개헌’을 호소했다. 계엄 선포 후 48시간 이내에 국회 승인을 받지 못하면 계엄이 즉시 자동 무효화되도록 하는 것이 개헌안의 핵심이다. 우 의장은 지방선거일에 개헌 투표를 실시하려면 3월 17일까지 국회 개헌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4월 7일까지 헌법 개정안을 발의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여야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국민의힘은 “지방선거를 개헌 블랙홀로 만들 수 없다”며 속도전에 반대하고 있고, 민주당은 개헌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7일 국무회의에서 “국회의장의 단계적·점진적 개헌 제안에 공감한다”며 우 의장의 제안에 힘을 실었다. ‘연두색 넥타이’를 매고 국회 본회의장에서 ‘불법 비상계엄은 꿈도 못 꾸는 개헌안’을 의결하는 우원식 국회의장을 다시 보고 싶다.

데스크창

새만금 항 신항, 개장보다 문제점 해소가 우선

새만금항 신항(이하 신항)이 올해 하반기 개장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현장을 가보면 ‘과연 이대로 개장해도 괜찮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안벽시설 마무리 공사와 함께 항만인입도로 건설공사가 한창 진행중이지만 개장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가장 큰 문제들이 해결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완벽하지 못한 외곽시설, 조성되지 않은 배후부지, 결정되지 않은 행정관할구역, 수립되지 않는 항만기본계획 등 4가지를 들 수 있다. 항만 건설에 가장 우선 순위를 두어야 할 외곽 시설의 경우 북풍과 서풍을 대비한 방파제와 방파 호안만 축조돼 있을 뿐 거센 남서풍에 대비한 방파 호안의 축조는 시기를 알 수 없는 미래 계획으로 미뤄져 있을 뿐이다. 항내 정온수역의 확보가 매우 불안하다. 항만이란 선박이 안전하게 출입하고 정박, 계류해야 하나 강한 남서풍이 몰아치게 되면 다른 항만으로 피항해야 할 상황까지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구나 항만시설의 안전마저 걱정된다. 이상기후현상이 심해지면서 더욱 우려되는 대목이다. 배후부지 문제 또한 심각하다. 오는 6월이면 5만톤급 2개의 안벽시설이 완공된다. 부두만 겨우 건설되는 셈이다. 이 부두가 하역, 야적 등의 원활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배후부지의 조성은 기약이 없다. 배후 부지가 없으면 부두는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배후부지 규모는 118만2000㎡(36만평)에 달하고 이의 조성을 위해서는 3000억여원의 사업비가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민간자본의 투자로 계획돼 있다. 매립률이 50%도 되지 않고 배후 산업단지가 없어 물동량 창출을 기대할 수 없는 새만금 내부 개발의 현 상황을 감안할 때 수익성이 전제되는 민간자본의 투자는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 재정 투자로 배후 부지를 조성, 항만 시설 등의 건립에 민간자본투자를 유인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지만 메아리는 없다. 현재 사업비가 마련됐다고 해도 설계, 지반안정, 조성 공사 추진 등을 감안할 때 배후부지를 조성하는데 4년~5년이 소요된다고 한다. “그런데도 개장하겠다고?” 항만관계자들은 고개를 젓는다. 또한 그동안 신항은 신항만건설촉진법에 따른 기본계획에 따라 항만건설이 추진돼 왔을 뿐 항만법에 따른 항만기본계획은 수립돼 있지 않다. 항만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해야 할 계획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지난해 5월 신항과 군산항이 새만금 항으로 통합, 무역항으로 지정됐을 뿐이다. 가장 큰 문제는 신항의 관할 행정구역이 결정돼 있지 않아 건축 등 각종 인허가를 관장할 행정기관이 ‘공중에 붕 떠 있다’는 점이다. 행정안전부가 최근 신항내 매립 완료 시설에 대한 군산해수청의 관할 지자체 결정 신청 내용을 공고했지만 군산시와 김제시 및 부안군의 갈등과 소송 등을 고려할 때 언제 관할 구역이 확정될 지 답답한 상황이다. 이밖에 물동량 확보, 신항 관련 업무 추진을 위한 해양수산사무소 청사 건립, 소요 인원 확보 등 개장 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수두룩하다. 그런데도 개장을 강행할 경우 다분히 ‘행정쇼’에 불과하게 될 것이고 신항은 개장과 함께 장기간 휴업상태에 들어갈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문제점을 꼼곰히 해소, 항만답게 만든 후 개장을 해도 늦지 않다.

딱따구리

지역투자 헛구호 이제는 끝내야

혁신도시 조성 당시 지역에는 큰 기대감이 있었다. 공공기관들은 연이어 지역경제 유발효과를 발표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10년이 지났다. 기대감을 가졌던 대학생은 어느덧 청년이 됐다. 변화는 있었을까. 공공기관 이전 이후 체감할 수 있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최근 금융사나 현대 등 기업들의 투자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지역사회의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발표’가 아니라 ‘실제 투자’라는 지적이 나온다. 새만금 등에서는 과거부터 여러 차례 기업 이전과 투자 계획이 언급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실질적인 경제 효과로 이어지지 못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삼성의 새만금 투자 철회와 혁신도시 자산 위탁사들의 연락사무소 개설이 그렇다. 투자 발표는 화려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투자는 어땠나. 최근 거론되는 투자 분야가 인공지능이나 로봇 등 고도화 산업이라는 점에서 고용 창출 효과 및 지역경제 효과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사람은 없고 로봇만이 가득한 공장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금융사들의 혁신도시 투자 발표 역시 정치권의 관심 속에 이어지고 있지만, 그 실체에 대한 의문도 함께 제기된다. 과거 자산위탁사의 사무실 개설처럼 ‘보여주기식 투자’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단순한 투자 발표나 상징적인 이전만으로는 부족하다. 지방선거나 정치적 상황에 따라 등장하는 ‘보여주기식 투자 발표’가 아니라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계획이 필요하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한 말 중 가장 인상 깊은 말이 있다. “기업은 이익이 된다면 가지 말래도 간다”고 했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무슨 이득이 있길래 지방에 투자를 하는 것일까를 고민해야 한다. 인구가 적고, 교통이 불편한 지방에 투자를 하는 기업이 얻고 싶은 것은 전기와 새만금의 땅 그리고 국민연금의 1500조가 넘는 기금일 것이다. 정치인들은 지방분권을 외친다. 기업인들의 생각은 과연 그럴까.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이 발전되면서 일자리 구조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필요성이 줄어드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이 흐름이 계속된다면 지방소멸이라는 말은 더 이상 미래형이 아닐지도 모른다. 성과를 알리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지역이 원하는 것은 화려한 투자 발표가 아니다. 껍질을 벗겼을 때 나오는 알맹이를 기대한다.

최근칼럼

오래된 다정함, 남문사잇길

요즘 우리 동네 골목 어귀에는 낯선 발걸음이 잦아졌다. 우리끼리만 부르던 이름이 이제는 밖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이곳은 ‘남문사잇길’이라 불린다. 한옥마을이라 부르기엔 너무 일상적이고, 웨딩의 거리나 남부시장이라고 하기엔 살짝 비껴난 곳. 말 그대로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던, 정체성이 모호했던 동네에 사람들이 이름을 부르며 찾아오고 있다. 2025년 5월, 특별할 것 없던 우리를 하나로 묶어준 건 남부시장 곁 오래된 구도심에서의 시간이었다. 낡은 공간을 쓸고 닦고 고치며 지내온 날들이 우리를 느슨히 이어주기 시작했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공간을 가꾸고, 지향하는 바 역시 조금씩 달랐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게 같았다. 남들이 ‘오래된 구도심’이라 부르며 떠날 때, 우리는 그 시간의 결이 좋아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는 것. 내 가게의 안녕만큼이나 옆 가게의 안부를 묻는 인사가 쌓이며 구도심의 낙낙한 정을 이어가고 있었다. 동네의 젊은 상인들이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고 각자의 소식을 나누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어지던 어느 날, 문득, 마음속에 잠겨 있던 질문이 떠올랐다. ‘우리는 이 동네를 어디에 속한 곳이라 불러야 할까.’ 누군가 이름을 붙여줄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우리가 직접 정의해보기로 했다. 상인들끼리 이름을 공모했고, 그렇게 탄생한 이름이 바로 ‘남문사잇길’이다. 우리 가게들이 자리한 도로명 주소 ‘풍남문n길’에서 출발해 ‘남문’이라는 상징과 여러 동네와 길 ‘사이’에 위치한 이곳의 성격을 담아 붙인 이름이다. 누군가 불러주기를 마냥 기다리지 않고 우리가 만든 이름을 스스로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를 알리기 위해 동네의 분위기를 담은 종이 지도를 만들었다. 가게마다 지도를 나누고, 사람들은 종이 지도와 핸드폰 속 지도를 손에 쥔 채 골목을 탐험하기 시작했다. 구불구불한 골목과 오랜 세월의 흔적이 짙게 묻어있는 동네의 정취를 사람들이 직접 걷고 머물며 느낄 수 있는 행사를 열기도 했다. 그렇게 ‘남문사잇길’이 만들어지고 1주년을 앞둔 봄. 요즘은 이곳을 일부러 찾아왔다는 사람들을 자주 마주친다. 외진 골목과 구도심을 향한 발걸음들이다. 소문이 어디까지 닿은 걸까. 취재와 촬영을 위해 찾아오는 이들도 늘었다. 관공서를 찾았을 때, 남문사잇길 이야기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는 말을 들을 때면 비로소 실감이 난다. 어쩌다 보니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로컬 브랜딩’이라 불리고 있었다. 거창한 계획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이 동네에 대한 애정과 우리가 가진 것을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출근길에 동네 어르신들과 인사를 나누고, 서로의 부재를 챙기는 일. 새 메뉴를 만들면 이웃 가게들과 함께 나누고 의견을 묻는 일. 한 해의 끝과 시작을 서로의 수고와 안녕으로 건네는 일. 우리 가게뿐 아니라 이 골목의 다른 가게들도 꼭 들러보라며 기꺼이 소개하는 일. 그렇게 우리는 이 동네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곁에 누가 살고 있는지조차 모른 채 스쳐가는 시대에 우리는 참 다정한 동네에 머물고 있다. 이 골목에 빠지게 된 마음을 나누고자 다가오는 계절에도 몇 가지 새로운 시도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이 오래된 동네를 지금의 방식으로 계속 살아가게 한다. 오래된 것을 소중히 간직한 채 그 위에 새로운 발자국을 겹쳐가고 있다. 구도심의 시간을 째깍째깍 이어간다는 즐거운 사명감을 받들며.

고래가 싸우는 세계, 한국의 길

2016년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처음 승리하고 영국 국민이 브렉시트를 선택했을 때였다. 그 순간 나는 세계가 어딘가 불안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 변화가 새로운 세계 질서로 굳어지고 있는 시점에 서 있는 듯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는 하나의 이상을 세웠다. 전쟁의 참화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힘과 군사력이 곧바로 침략의 정당성이 되는 세상이 아니라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만들자는 약속이었다. 그러나 2026년의 세계는 그 약속이 힘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선출된 지도자를 납치했고 이스라엘은 이란 지도자를 암살했다. 러시아는 여전히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행동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던 국제 규범과 질서는 더 이상 강력한 억제력이 되지 못하는 듯하다. 심지어 서방 국가들조차 그 규범에 묶어 두지 않을 뿐더러 많은 나라는 그저 무력하게 이를 지켜보기만 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음에는 무슨 일이 가능할까. 그린란드의 합병일까 캐나다나 쿠바에 대한 공격일까 혹은 김정은을 납치하는 일일까. 지금의 국제 환경에서는 그 어떤 일도 완전히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갈등은 한국과 멀리 떨어진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만약 강대국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국가 지도자를 제거해도 된다고 느끼기 시작한다면 그 파장은 곧바로 동아시아로 이어질 수도 있다. 대만 문제 역시 그 가능성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을 것이다. 한국 속담에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말이 있다. 세계가 다시 군비 경쟁의 시대로 접어들고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대한 세력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갈등을 한국과 무관한 먼 나라 이야기로 넘겨버릴 수는 없다. 오늘날의 세계는 서로 깊이 연결된 글로벌 사회다. 전쟁과 갈등은 순식간에 확대돼 결국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시대에 한국의 외교는 매우 섬세한 균형을 요구받는다. 미국과 중국 모두 한국에게는 중요한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일본과 유럽연합이 최근 서로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략적으로 접근한다면 이러한 관계 변화는 한국 외교에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줄 가능성이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한국이 동맹과 파트너십의 구조를 다시 한번 차분하게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미국은 더 이상 우리가 과거에 믿어왔던 것처럼 선의의 ‘큰형’ 혹은 보호자 역할을 한다고 보기 어려워졌다. 지난 1년 동안 트럼프가 보여준 강압적이고 협박에 가까운 외교 방식은 많은 나라에 동맹이 항상 조화로운 관계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줬다. 실제로 캐나다와 유럽연합은 인도와 남미의 메르코수르 국가들과 새로운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는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국제법은 점점 더 가볍게 취급되고 있다.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라는 이상은 이제 과거의 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나는 최근 한국 사회가 보여준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언과 그 이후 이어진 정치적·사회적 위기 속에서도 한국 사회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지켜냈다. 한국은 아직 비교적 젊은 민주주의 국가다. 그러나 시민들은 법치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많은 오래된 민주주의 국가들보다 더 큰 용기와 책임감을 보여줬다. 최근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란과의 불공정한 싸움에서 이미 땅에 쓰러진 상대를 계속 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으며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과연 이것이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가르치고 싶은 가치인가. 만약 그 답이 “아니오”라면 우리는 또 다른 질문을 던져야 한다. 과연 미국이 여전히 세계의 지도 국가로서 도덕적 정당성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이 선택해야 할 길은 무엇일까. 그것은 거대한 힘의 논리에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가치와 원칙을 지키는 길일 것이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긴 것처럼 때로는 작은 존재도 거대한 힘에 맞서 승리할 수 있다. 어쩌면 작은 새우가 고래에게 옳은 것을 위해 일어서는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거대한 목소리를 내는 포퓰리스트와 독재자를 흉내 내는 지도자들 뒤에 그저 조용히 줄 서 있기보다 말이다.

아리랑에 담긴 한민족의 고유정서

BTS가 재기공연에서 아리랑을 새롭게 보여준다고 하니 관심이 크다. 우리가 오늘날 즐겨 부르는 아리랑은 신아리랑. 춘사 나운규가 직접 각본을 쓰고 주연 감독까지 했다는 영화 아리랑의 주제가다. 그러나 원래 아리랑은 먼 옛날부터 우리 아낙들이 고된 마음을 한탄에 실어 자신을 추스리던 노동요였다. 우리 민요는 원래 연이어 부르던 토리가락. 그것은 진도 아리랑, 밀양아리랑, 정선아리랑 등 토속아리랑의 사설과 가락에 잘 나타나 있다. 이들 아리랑 사설들은 모두 한탄과 원망, 해학 해탈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지. 그렇다면 아리랑은 무슨 뜻이었을까? 아리랑의 기원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나름의 기원설을 주장하고 있지만 필자는 아리랑의 뜻은 그 노래가사 자체에 잘 나타나 있다고 주장한다. 진도아리랑과 밀양아리랑 가사를 들여다 보자. 문경 새재는 웬 고갠가 구비야 구부 구부가 눈물이고나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낫네 아리랑 응 응 응 아라리가 낫네. (진도아리랑)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조매 보소, 동지 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낫네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 주소. (밀양아리랑) 특히 가사 후렴을 주목해 볼 것. 분명히 가락은 다른데 두 아리랑은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낫네, 라는 같은 가사를 공유하고 있지 않은가. 왕래가 쉽지 않은 곳인데도 같은 가사가 있으니 놀랍다. 우리 여성들은 자고로 칠거지악의 족쇄에 억눌려 살아야 했지. 그래서 내색할 수조차 없었던 마음의 아픔 즉 원망과 한이 많았고 이것은 여성이 지녀야 할 당연한 숙명이었던 것. 우리말에는 아리다 쓰리다 란 말이 있지. 둘 다 아프다는 말이지만 쓰리다가 좀 더 가혹하다는 느낌이 드는 건 사실. 그러나 특별히 차이 나는 아픔은 아니어서 이 말들은 흔히 강조의 대구로 쓰인다. 그런데 바로 이 아리고 쓰린 마음이 우리 아낙들의 심중에 깊이 자리한 아픔의 대명사였던 것. 그렇다면 우리 여성들이 아리고 쓰린 마음을 내색하지 못하고 삭이며 스스로 터득한 삶의 지혜, 그것이 아리랑의 사설이고 가락 아니겠는가. 그래서 그 체념과 자위가 아리랑 가락으로 표출되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랑’은 너랑 나랑 처럼 두 가지를 같은 자격으로 이어주는 접속사. 그러므로 별 차이가 없는 아린 것과 쓰린 것을 비교하면서 그래도 아린 것이 더 낫다는 식의 해학으로 자신을 위로했던 것. 진도아리랑은 아리랑 응 응 응 아라리가 낫네, 라며 구성진 응석까지 가락에 실어 계속 흥을 돋우고 있고 밀양아리랑은 한 술 더 떠 차라리 아리랑고개로 날 넘겨 주소, 라고 푸념까지 늘어놓고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아리랑 가락 속에 용해되어 있는 우리 아낙들의 독특한 정서다, 라고 말하면 비약이라고 하겠는가. 전통적인 우리 한민족 서민의 정서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이 ‘정’, ‘한’, ‘흥’ 이다. 우선 이 정과 한과 흥은 모두 한문이 가능하지만 한문의 뜻과는 전혀 다른 개념. 한문 情은 喜 怒 哀 樂에 好 惡를 더한 인간의 일상감정들을 말하지만 우리의 ‘정’은 다르다. 우리 ‘정’은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순수한 마음이 기울어져 일어나는 간절함이다. ‘한’ 역시 恨이 아니다. 恨은 원한에 가까워서 恨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복수심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우리 ‘한’은 ‘정’의 끝자락(端). 차라리 한숨의 한과 닮았다. 이 경우 ‘한’은 ‘정’의 노여움이 굴절되어 나타난 체념일 수 있는 것. ‘흥’ 역시 떠들썩한 興이 아니다. 우리의 ‘흥’은 한의 승화로 해석할 수 있는 해탈의 몸부림이니까. 그래서 필자는 한국여성의 고유정서로 정과 한과 흥을 내세우면서 이들 세 요소는 한 끈으로 연결된 유기적 정서라고 정의한다. 우리가락에는 서양음악과 같은 정확한 음표가 없지. 오히려 즉흥적인 ‘추임새’가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래서 정과 한과 흥이 얼마든지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는 것이 우리 민요의 가락이고 사설이다. 우리 민요 아리랑가락 속에는 우리 고유의 정서인 이 정과 한과 흥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애절한 사랑과 원망을 해학 넘치는 사설로 엮어 풀 수 있고 한탄과 절망으로 오열할 수도 있는 다양한 정서가 우리 가락에는 모두 포함되어 있지. 그래서 다양한 정서를 넘나들며 계속할 수 있는 것이 아리랑타령이다. 그래서 민요 아리랑은 불가항력의 역경 속에서 ‘한’을 달래고 ‘정’을 그리며 ‘흥’을 이끌어내는, 우리 민족의 다양한 정서를 모두 담아내고 있었다. 한민족의 전통적 고유정서가 뚜렷한 우리 아리랑을 우리 BTS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보여줄까? △홍지득 선생은 전북 순창 출신으로 1957년 전주고등학교 졸업하고 서라벌예술대학에서 공부했다. 516 혁명 후 해산된 국회에 설립된 재건국민운동 중앙회 간사를 지냈으며 국민신문 기자를 거쳐 미술과 연극 관련 평론을 발표했다. 이미지연구소 설립, 기업이미지 관련 논문 등 번역했으며 한국상업은행 등 여러 기업의 이미지작업도 주관했다. 미국영어발음 해설과 우리 외래어 문제점 등 논설 다수 발표했으며 시사논쟁 글을 다수 집필했다. 극단 가교(架橋) 대표와 한국예총 연극협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

[세무 상담] 부모님의 땀방울 서린 농지, 지혜롭게 물려받는 법

최근에는 은퇴 후 고향으로 내려와 부모님의 가업을 잇는 자녀분들도 늘고 있는데, 이때 가장 큰 현실적인 고민은 단연 세금입니다. 다행히 우리 세법은 농업의 계속성을 돕기 위해 ‘영농자녀 증여세 감면’이라는 파격적인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이 제도의 가장 매력적인 혜택은 5년간 합산하여 최대 1억 원까지 증여세를 100% 감면해 준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인 증여는 자녀 공제 5,0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에 대해 세율이 적용되지만, 영농자녀 감면을 활용하면 공시지가 수억 원대 농지도 세금 한 푼 없이 물려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증여 후 부모님이 10년 이내에 돌아가셔도 이 농지는 상속재산 가액에 합산되지 않아 추후 상속세 부담까지 낮춰주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이치가 공짜는 없듯이 조건은 매우 엄격합니다. 우선 부모님은 농지 소재지 인근에 거주하며 증여일로부터 소급하여 3년 이상 직접 농사를 지었어야 합니다. 물려받는 자녀 역시 만 18세 이상으로서 실제 영농에 종사해야 합니다. 특히 주의할 점은 소득 요건입니다. 부모나 자녀 중 어느 한 명이라도 농업 외 소득이 연간 3,700만 원을 넘는 해가 있다면, 그 기간은 영농 기간에서 제외됩니다. 직장생활을 병행하며 이름만 올리는 식의 증여는 통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김제에서 20년째 벼농사를 짓는 A씨의 사례를 보겠습니다. A씨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아들 B씨가 귀농하자 시가 4억 원 상당의 논을 증여하기로 했습니다. 만약 B씨가 직장을 그만두고 내려와 실제 농사를 지으며 신고했다면, 자녀 공제와 영농자녀 감면을 통해 세금은 0원이 됩니다. 반면 B 씨가 명의만 넘겨받고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계속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추후 실경작 위반이 적발될 경우 감면받은 세금은 물론 이자 성격의 가산세까지 무겁게 추징당하게 됩니다. 혜택이 큰 만큼 사후 관리도 철저하기에 증여 후 5년 이내에 땅을 팔거나 농사를 그만두어서도 안 됩니다. 부모님의 땀이 서린 농지가 자녀에게 ‘독’이 아닌 ‘득’이 될 수 있도록, 증여 전 반드시 거주 요건과 소득 요건을 꼼꼼히 따져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현대차 새만금 9조원 투자, 성공 방정식

1987년 대통령 선거에서 노태우 후보의 공약으로 시작된 새만금 개발은 여의도의 140배에 달하는 국토를 대상으로 총사업비 22조 원이 투입됐지만,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반 조성조차 완결되지 못한 채 표류해 왔다. 또한 역대 여섯 명의 대통령이 선거 때마다 개발을 약속했지만 실행력은 부족했고, 그 사이 농도의 전북 경제는 산업 기반 약화로 GRDP 비중 2.7%, 담세율 1.8%라는 전국 최하위 수준에 머물며 지역 소멸 위험 1군 이라는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지금 현대차의 가장 큰 리스크는 비용이 아니라 시간이다. 지난 2월 27일 새만금 34만 평 부지에 정의선 회장이 이끄는 현대자동차그룹과 전북특별자치도와 정부의 대통령이 AI로봇 수소 산업 투자 MOU를 체결한 것이다. 이는 호남 최초의 첨단산업 메가 클러스터 투자이자 한국 AI 수소 산업의 실증 테스트베드 구축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크다. 현대차는 향후 5년간 9조 원을 투자해 추진하는 AI 수소에너지 시티 는 단순한 산업단지를 넘어 국가 미래 산업 생태계 자체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5만장 GPU 기반 AI 데이터센터 구축, 로봇 및 부품 산업 육성, 태양광등 기반 RE100 산업단지 조성, 자율모빌리티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개발, 수전해 수소 생산 플랜트까지 포함한 종합 미래산업 도시다. 이 사업은 약 7만 개 일자리 창출과 16조 원 이상의 경제 유발 효과, 그리고 피지컬 AI 숙련 인재 양성을 기대하게 한다. 이러한 신성장 첨단 사업 성공 여부는 투자 규모가 아니라 추진 속도에 달려 있다. 첫째,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한 전력 인프라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 초고압 345kV급 변전소와 송전망을 조기에 완공하고, 고농도 산업 폐수 처리시설 등 핵심 기반시설을 신속히 구축해야 한다. 글로벌 경쟁산업의 인프라 지연은 곧 낙오와 투자 위측으로 실패 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둘째, 정부와 전북도의 과감한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 AI로봇 실증사업 규제 면제, 수소 생산 운송 인허가 원스톱 처리, 공공기관 보유 데이터 활용을 위한 규제 샌드박스 확대 등 선제적 제도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기술 경쟁은 규제 속도 경쟁이기도 하다. 셋째, 지역사회 통합과 도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군산, 김제, 부안 등 인접 지역 간 이해관계를 넘어 대의를 중심으로 협력할 때 기업은 장기 투자를 결단한다. 지역 갈등은 국내 대형 국책사업 실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기업은 정치적 약속도 중요하지만 지역의 안정성과 협력 의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 새만금 개발 지연은 정책 변화와 갈등의 반복으로 새만금 방조제는 16년간 환경 논쟁과 사회적 갈등 속에서 우여곡절 끝에 정주영 회장의 결단으로 완공될 수 있었으나 30여년 기초 터 닦기도 완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아도, 국가 전략사업이 부분적 이해 충돌로 멈춰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환경 보호는 중요하지만, 미래 기술 산업과 지속 가능한 발전의 삶에 더 큰 공익을 바라볼줄 알아야 할 것이다. 새만금 의 현대차 AI로봇, 수소에너지 시티의 성패는 기술에 앞서 속도 있는 로드멥의 관의 실행, 지역주민과 정주여건, 산학연 협력의 생태계 구축으로 새만금은 “글로벌 빅테크 혁신 거점” 으로 거듭날 것이다.

기명칼럼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