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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고령운전 사고 급증, 면허제도 개선해야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고령운전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고령운전자는 젊은층에 비해 시야가 좁고 반응속도가 느려 교통사고 위험이 상존해 더욱 그렇다.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면허제도와 사고 예방장치 보급 등 법적·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 또한 생계형 고령운전자에 대한 배려와 고령자의 이동권 보장 등도 함께 논의되었으면 한다.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고령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2020년 3만1072건에서 지난해 4만2369건으로 늘었다. 전체 교통사고에서 고령 운전자 사고가 차지하는 비중도 21.6%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사망사고의 경우 전체 사망자는 줄어드는데 반해 고령운전 사망사고는 오히려 늘어나는 역주행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북지역의 경우 2020년 1261건, 2024년 1599건 등 5년 동안 6984건의 고령운전자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는 가속페달과 감속페달의 혼동, 급발진이나 역주행 등이 대다수다. 지난해 7월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68세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역주행으로 시민 9명을 치어 숨지게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우선 운전면허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75세 이상 고령운전자에 한해 3년마다 적성검사와 교통안전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실효성이 의문이다. 제도 개선으로 고령운전 면허 반납제나 조건부 운전면허 등을 검토할 수 있다. 면허 반납제는 말 그대로 고령자가 면허를 자진 반납하면 일정금액의 교통카드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반납률은 2.2%에 그쳤다. 혜택이 충분하지 못할뿐 아니라 대체 교통수단이 마땅치 않아서다. 조건부 운전면허는 고속도로 주행이나 야간운전 증 운전 범위를 제한하는 것이다. 미국과 호주 등에서 시행하고 있다. 가령 치매환자의 경우 가족이나 의사, 경찰 등이 협의를 통해 허용한다. 또한 일본은 2022년부터 75세 이상 운전자에게 자동긴급제동장치(AEBS)가 장착된 한정된 조건부 면허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생계형 운전자와 농어촌 고령자의 이동권도 존중되어야 한다. 아직 정착되지 못한 고령운전자 표지판 부착도 확산시켜야 할 것이다. 고령자 교통사고는 사회구성원의 안전과 직결된 만큼 각계 각층이 머리를 맞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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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제2중앙경찰학교 정치적 판단 작용 없기를

제2중앙경찰학교 유치를 위해 전북 남원, 충남 아산·예산 등 3곳의 경쟁이 불을 뿜고 있는 가운데 최종 승자가 누가될지 주목된다. 제2중앙경찰학교는 연간 5천명 가량의 신임 경찰관이 1년 가까이 머물며 교육받는 시설이다.신임 경찰을 양성하는 치안 핵심 교육시설이기에 자치단체들은 유치를 위해 사활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입지는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물론, 지역균형발전과 치안 인프라 분산 등 종합적인 평가를 통해 결정될 전망이다. 그런데 결론부터 얘기하면 정치적 역학관계나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정무적 판단에 의해 최종 입지가 결정돼선 안된다는 거다. 쉽게 말해 사업비나 토지 보상비, 전국적인 접근성 등 보편타당한 이유에 의해 결정되기를 기대한다. 남원이나 아산, 예산 등은 저마다 강점을 내세운다. 들어보면 다 일리가 있다. 아산시는 경찰대학교·경찰인재개발원·수사연수원 등 기존 교육 인프라와의 집적 효과를 강점으로 제시한다.경찰 교육·연구의 수도권 중심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거다. 예산군 또한 충남혁신도시 조성과 연계한 공공기관 집적·정주환경 개선 효과가 크다는 논리를 펴고있다. 그럼 남원시의 강점은 무엇인가. 우선 총 사업비가 6579억원으로 아산(9240억원)보다 약 2600억원이나 적다. 전체 166만㎡ 부지의 99%가 국·공유지로 보상비 부담이 거의 없고, 경사도 평지에 가까워 공사 기간이나 비용 등 여러 측면에서 절대적 우위가 있다는게 남원시의 주장이다. 전북에서 우려하는 것은 자칫 정무적 판단에 의해 입지가 결정되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다. 남원시가 4일 국회 앞에서 2000여명 규모의 유치 촉구 행사와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도 다 그런 배경이 깔려있다. 3개 자치단체간 경쟁이 격화하고 자칫 후유증을 낳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인지 경찰청 주변에서는 내년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수도권과 특정 권역에 집중된 공공 기반의 구조적 불균형을 바로잡아야만 국가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저변의 민심을 잘 들어야 할 때다.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 기간 남원에 가서는 (제2중앙경찰학교를) 남원에 준다고 하고 충남에 와서는 충남에 준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래서 더 걱정이다. 객관적이고 보편 타당한 논리가 아니라 자칫 정치적 힘겨루기에 의해 결정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오목대

오페라 공연장이 된 채석장

오스트리아의 부르겐란트주는 동쪽 끝, 헝가리와 인접한 국경 부근에 자리하고 있다. 원래 헝가리 왕국에 속해 있었으나 제1차 세계대전 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해체되면서, 1921년 트리아농 조약에 따라 오스트리아로 편입됐다. 오스트리아의 대표적 와인 산지이기도 한 부르겐란트의 주도는 아이젠슈타트다. 부르겐란트는 이름이 다소 낯설지만, 아이젠슈타트는 비교적 친숙하다. 하이든이 이곳의 에스테르하지 가문 궁정악장으로 있으면서 아이젠슈타트를 중심으로 오랫동안 활동했기 때문이다. 하이든 하우스가 있는 이곳에서는 지금도 해마다 하이든 페스티벌이 열려 음악 애호가들을 맞고 있다. 그리고 또 한 곳, 아이젠슈타트 인근에 해마다 여름이면 오페라 페스티벌로 관광객들을 부르는 작은 마을이 있다. 인구 3천명도 안 되는 작은 도시 장크트 마르가르텐이다. 중세 시기, 이곳에 있는 <로마 채석장>은 수백 년 동안 중부 유럽의 최고 채석장으로 꼽혔다. 빈의 쉰부른 궁전, 성 슈테판 대성당 등 전통 있는 건축물 대부분이 이곳의 돌로 지어졌다.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채석장은 쓰임을 잃었지만 1950년대 이후 다시 새로운 쓰임을 얻었다. 이곳을 처음 주목한 것은 조각가들이다. 장크트 마르가르텐의 로마 채석장에서 야외 심포지엄을 주도한 조각가들은 채석장을 둘러싼 거대한 암벽이 인공 음향 장치 없이도 놀라운 울림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뒤, 자연 음향을 갖춘 채석장은 자연스럽게 작은 음악회와 연극 등 다양한 형식의 공연을 품은 무대가 됐다. 부르겐란트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까지 더해지면서 ‘장크트 마르가레텐 페스티벌’은 날개를 달았다. 1976년 처음으로 무대에 오른 대형 오페라 <나부코>가 큰 성공을 거둔 이후, 축제의 중심은 오페라로 옮겨갔다. 1996년에는 아예 시가 나서 이 공간을 본격적인 오페라 공연장으로 만들었다. ‘장크트 마르가르텐 오페라 페스티벌’의 새로운 시작이었다. 7월 초부터 8월 중 하순까지 열리는 이 축제는 지금, 해마다 20만여 명의 관객이 찾아오는 세계적 오페라 축제로 자리 잡았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채석장의 변신 사례가 적지 않다. 대부분이 문화와 예술을 새롭게 품은 공간들인데, 들여다보면 이들의 변신에는 하나같이 뚜렷한 ‘서사’가 있다.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알려주는 증거다. 익산에도 거대한 채석장이 있다. 지하 80m 깊이의 절벽이 독특한 풍광을 품은 원형 채석장이다. 오래전부터 주목받아온 이 채석장이 변신을 꾀하고 있다. 새롭게 얻은 쓰임은 역시 문화예술공원이다. 채석장의 성공적인 변신은 도시의 새로운 힘을 부른다. 지역의 관심이 더해져야 할 이유다. 김은정 선임기자

데스크창

군산항 존립, 바람 앞에 촛불처럼 위태롭다

군산항이 토사 매몰 현상으로 가쁘게 숨을 몰아쉬고 있다. 바닷물이 드나들고 있어 체감하지 못하지만 바닷물이 빠지는 간조때 내항의 상황을 보면 이를 쉽게 알 수 있다. 토사가 매몰될대로 매몰돼 바닥을 드러내 인근 충남 장항과 군산을 걸어서 건널 수 있을 정도다. 최근에는 간조때 금강하구둑 인근의 갯벌에서는 푸른 풀이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종전까지는 볼 수 없는 현상이다. 토사매몰 현상이 '극에 달했구나' 하는 심각성을 느낄 수 있다. 군산항에 조속히 메스를 가하지 않으면 국제무역항으로서의 생명이 끝날 지도 모른다는 빨간 경고등이 켜져 있는 셈이다. 금강하구둑 건설이후 이어진 토사 매몰 현상이 마침내 최고치에 이른 모양이다. 장항항∼외항 사이의 경우 금강하구둑 건설전에는 토사가 연간 3.7cm 쌓이는 데 그쳤다. 그러나 현재는 3배인 11.1cm가 매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남측과 북측 도류제 사이도 금강하구둑의 건설전 연간 토사가 4cm 쌓였던 것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6배인 23.6cm의 토사가 퇴적되는 것으로 군산해수청에 의해 확인됐다. 이렇다보니 군산항의 수심은 개선은 커녕 악화될대로 악화됐다. 군산은 물론 전북 경제의 물류 젖줄이 갈수록 그 생명력을 잃어가면서 국제무역항으로서의 위상은 하락에 하락을 거듭했다. 개항 126년의 역사에 걸맞지 않게 전국 물동량의 1.4%만 취급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도내에서 생산되는 수출 물동량의 90%, 수입 물동량의 45%정도를 군산항이 아닌 부산항, 인천항, 평택항, 광양항 등지에서 취급한다는 게 이해가 되는가. 도내 수출입 업체의 5% 미만의 업체만이 군산항을 이용한다는 게 납득이 되는 가. 군산항의 여객선 부두는 물론 1∼7부두까지 매년 준설을 해달라고 아우성이고 토사매몰 현상이 누적되다보니 그 아우성의 빈도도 높아졌다. 선석 준설이 되지 않아 선박의 바닥이 뻘에 얹히고 접안 선박이 밀려나 선박과 하역 근로자들의 안전까지 위협받는 현상이 비일비재하게 나타나고 있다. 갈수록 대형화되는 자동차 선박의 기항 취소와 기피가 낯익은 일상이 돼 버렸다. 1년에 두차례 준설해야 부두를 제대로 이용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군산항의 위상은 전국 14개 국가관리무역항 중 12위로 추락, 초라한 모습이다. 누가 오늘날의 군산항의 낙후를 초래했나. 정부가 군산항의 개발, 관리, 운영의 주체로서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1970년대부터 부두건설 등 개발에만 집중해 왔지 관리에는 등한시했다. 게다가 전북자치도와 도내 국회의원들조차 정부의 준설의무 해태에 대한 책임 추궁에 무관심하면서 군산항은 항만인들의 신음소리와 함께 매몰 토사에 묻혀가고 있다. 항만 현장에서 끊임없이 요구된 상시 준설체계 구축은 메아리가 없다. 해결책 마련에 관련 공무원들의 부정적인 인식만이 판을 치고 있다. 선거때만 되면 도내 정치인들의 반짝 해결 시늉과 쇼만 있을 뿐이다. 군산항이 '나의 재산' 이라면 오늘날과 같이 방치하고 방관만하겠는가. 군산항에는 폐항의 그림자가 스멀스멀 드리워지고 있다. 국제 무역항으로서 군산항의 존립이 바람앞에 촛불처럼 위태롭다!

딱따구리

익산시민 그렇게 어수룩하지 않다

익산 제2혁신도시 논란이 뜨겁다. 도정 공약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공표된 사안이자 전북 균형발전을 위한 상징적인 결단을 두고 정치권 일각이 이를 교란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비등하다. 논란의 중심에 선 두 명의 국회의원은 ‘오해다’, ‘그런 말한 적 없다’는 식의 해명을 하거나 일축했다. 하지만 그 워딩이 유권자인 도민, 특히 익산시민에게는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않는 모양새다. 정치적 셈법에 따른 행보로 읽히고 있는 것이다. 공교롭게 나란히 도지사 선거 후보군에 올라 있는데다, 논란이 불거진 와중에도 두루뭉술한 표현으로 익산 표심 달래기에 급급한 모습은 이를 더 부추기고 있다. 실제 두 국회의원은 전북 균형발전을 위한 익산 제2혁신도시와 관련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익산에 대한 남다른 애착과 관심이 깊다’라든지 ‘익산의 발전은 전북의 균형발전과 직결된 중요한 과제’라는 식의 입장을 내놨다. 익산 제2혁신도시에 적극적으로 찬동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익산 표밭을 무시할 수도 없으니 달래기는 해야 하겠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모면하려는 어정쩡한 태도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특히 이 같은 모습은 전북의 미래를 자신의 정치적 도구로 삼는 그릇된 행태라는 지적을 자초하고 있다. ‘정치인이니 그럴 수도 있지’라고 봐줄 만큼 익산시민들은 그렇게 어수룩하지 않다. 유권자인 그들은 언제나 지켜보고 있다. 전북 균형발전의 대의를 정치적 셈법으로 짓밟는 몰상식한 정치 행태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익산시애향본부의 일갈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옳다.

최근칼럼

이리역 폭발 사고 48주기, 익산의 정체성을 묻다

오는 11월 11일은 이리역 (화약열차) 폭발 사고가 일어난 지 48년째가 되는 날이다. 벌써 반세기 가까운 시간이 흐른 셈이다. “콰광!” 천둥보다 더 큰 폭발 소리가 들렸다. 유리창이 산산조각으로 깨지며 방안으로 쏟아져 들어왔고 안쪽에 있던 문짝도 날려 들어왔다. (김남중의 소설 <기찻길 옆 동네>에서) 익산은 기찻길과 인연이 깊은 도시다. 지금으로부터 113년 전, 허허벌판이나 다름없던 곳에 기찻길이 놓이고 기차역이 생기면서 새 도시가 만들어졌다. 그러니까 기찻길이 이곳을 지나지 않았다면, 또 역이 들어서지 않았다면 도시도 없었을 것이다. 기찻길을 따라 사람과 물자가 모여들고, 도시는 빠르게 번성했다. 기찻길이 번영만을 가져다준 건 아니다. 깊은 상처들도 남겼다. 한국전쟁이 일어나고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1950년 7월 11일, 미군 B-29 폭격기 두 대가 옛 이리역과 만경강 철교에 폭탄을 떨어뜨려 수백 명이 목숨을 잃는 일이 벌어졌다. 긴 세월 어둠 속에 묻혀 있던 이 사건은 무려 50년이 지나서야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1977년 일어난 ‘이리역 폭발 사고’도 깊은 상처를 남겼다. 열차 화물칸에 실려있던 엄청난 양의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하는 바람에 59명이 죽고 1402명이 다쳤다. 지축을 뒤흔든 폭음과 함께 삽시간에 초토로 변한 이리시내는 온통 화약냄새로 가득 찼으며 12만 명의 이리시민은 한밤을 공포 속에 새웠다. 시가는 온통 깨어진 유리파편과 초연으로 뒤덮여 전장의 폐허를 방불케했다... 역 구내와 역대합실에는 미처 치우지 못한 시체가 여기저기 나뒹굴었고 부서진 집 앞에서 가족을 잃고 추위 속에 밤새 통곡하는 유족들의 울부짖음이 처절하기만 했다. (<경향신문>, 1977.11.12.) 이 엄청난 폭발은 도시 풍경도 크게 바꿨다. 사고 이듬해에 기차역사는 처음 자리에서 남쪽으로 100m 떨어진 곳에 새로 지어졌다. 지금 익산역 자리다. 역사에서 동쪽으로 곧게 뻗은 중앙로와 남북 방향으로 멀리까지 뻗어나간 익산대로도 이때 새로 난 길들이다. 익산대로 건너 중앙동엔 현대식 상가들이 들어서면서 오늘날의 모습에 가까워졌고, 역 서쪽 모현동엔 사고가 난 지 200일 만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섰다. 무엇보다 역 바로 옆 판자촌이 폭발로 무너지면서 도시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집창촌이 사라졌다. 고여있던 도시는 다시 출렁였다. 이렇듯 기찻길을 빼고 익산이라는 도시를 설명하긴 어렵다. 도시의 번영과 상처가 오롯이 기찻길 위에 새겨져 있으니까. 하지만 이 도시에서 이런 흔적을 찾아보긴 어렵다. (원)도심 한복판에 10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기차역이 있을 뿐 역을 조금만 벗어나면 이곳이 기찻길 위에 세워진 도시라는 걸 느끼게 하는 그 무엇도 없다. 게다가 100년 가까이 사람들로 북적이며 한때 ‘호남의 명동’으로 불렸다던 역 앞 원도심은 언제부턴가 활기를 잃은 채 아무런 정체성도 찾아볼 수 없는 곳이 되고 말았다. ‘도시 브랜드’를 만들 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 도시의 정체성을 제대로 아는 일이다. 좋든 싫든 익산은 기찻길 위에 세워진 도시고, 그걸 빼고 익산의 정체성을 이야기할 순 없다. 이리역 폭발 사고 48주기를 맞아 도시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것에 더해 이 도시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나아갈지를 함께 고민해보는 것도 뜻깊은 일일 것이다. 익산은 아직도 기찻길 위에 서 있다. 윤찬영 북카페 기찻길옆골목책방 대표

민심이냐 당심이냐로 판가름 난다

집안이나 사회나 조직이나 어른이 절대로 필요하다. 어른의 말 한마디와 행동거지가 큰 울림을 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이구동성으로 전북에 어른이 없다고들 말한다. 지역에 무슨 큰 일이 생길 때 그것을 해결할 지혜와 용기를 줄 어른 말이다. 어른이 없다는 것은 비단 전북만의 문제는 아니다. 나라에도 진보다 보수다 양 진영으로 나뉘어 목소리 큰 사람이 제일인양 행세한다. 이런 상황에서 전북이 발전하려면 임금님 귀는 당나귀라고 말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비판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인접 광주 전남은 전국 어디에서나 그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내 자기몫을 챙겨 오는데 전북은 서로가 뒷담화 까기와 발목잡기가 성행, 지역을 어렵게 만들어 놓았다. 타 지역은 오피니언 리더들이 중심이 돼서 정확한 여론을 형성,지역갈등을 대화를 통해 해결한다. 선거 때도 이구동성으로 지역발전을 위해 표를 모으자고 하면 곧장 잘 따라준다. 하지만 전북은 사회적으로 존경받을 만한 어른이 없어 지역사회가 중구난방식으로 굴러간다.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지방자치가 잘 운영되는 것 같이 보이지만 그 속내를 보면 구성원들이 본연의 역할을 못해 속빈강정이 되가고 있다. 민주화를 위해 피땀 흘렸던 386세대들도 이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개혁의 대상으로 변질, 존재감이 갈수록 약화되간다. 지금 전북에선 누구나 손쉽게 형님 동생이라고 호칭하지만 사소한 이해관계 앞에서는 언제든지 돌아서서 총질하는 의리 없는 관계로 변질되고 만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저마다 깜냥이 된다고 출사표를 던지지만 아니올씨다는 싸늘한 반응이다.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이 그렇게 적확할 수가 없다. 사람의 속성상 말타면 경마 잡히고 싶은 것처럼 욕심이 끝이 없다. 그 욕심이 긍적적으로 작용했을 때는 발전하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부작용만 낳는다. 선거라는 게 그 사회를 대표하는 인물을 뽑는 게 아니라 후보 가운데서 뽑기 때문에 최선이 아닌 차선으로 만족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국가나 지방이나 지도자 한 사람이 그 사회를 발전시킬 수도 있고 망치게 할 수도 있다. 느닷없이 야당을 핑계삼아 12.3 계엄을 선포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모든 걸 보여줬지 않았던가. 그래서 선출직을 잘 뽑아야 한다. 그 이유는 사회적 영향력이 커 어떤 사람을 뽑느냐가 중요하다. 지사부터 시작해서 교육감 시장 군수 지방의원까지 말이다. 단체장들은 고도의 판단력을 요구하는 자리라서 아무나 못한다. 의원들도 전문성이 요구되지만 의회는 여럿이 하므로 다소 전문성이 결여되도 운영할 수가 있다. 하지만 단체장은 혼자서 최종 판단해서 집행하는 자리라서 전문적인 식견이 없이는 제대로 업무를 수행할 수가 없다. 지금은 운동권들이 혈기와 정의감으로 민주화를 달성했던 1980년대의 시대상황과는 판이하다. 지난 겨울 여의도에 민초들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모인 결과로 대통령을 헌재에서 탄핵했기에 그 누구도 민주주의와 정의를 외면할 수는 없다. 전북은 선거때마다 경쟁 없는 무풍지대다. 민주당이 30년 이상을 독점적으로 지배해온 탓으로 그 문화에 길들여지고 익숙해졌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전북은 희망의 싹이 보였다. 그 희망을 지역발전으로 연결하려면 역량있는 인물이 지사 등 선출직을 맡아야 한다. 추석을 전후 민주당 지사경선전이 3파전으로 불붙었다. 김관영 지사를 비롯 3선의 안호영 재선의 이원택의원이 점입가경 양상을 띠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 때 영입인재 1호로 영입한 김 지사는 윤석열 전 정권 때 시운을 못타 국가예산이 삭감되는 고초를 겪었지만 고시3관왕 답게 도전경성의 정신으로 산업생태계를 바꾸는데 최선을 다한다. 여기에 운동권 출신으로 3년간 옥고를 치른 재선의 이원택의원이 정청래 대표의 후원을 등에 업고 당심을 자극하고 있다. 민심이냐 당심이냐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지속가능한 희망의 청신호 “출생아 증가”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동향 지표는 우리 사회에 반가운 청신호를 던져주었다. 지난 7월 출생아 수가 1년 전보다 5.9% 증가하며 1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고, 합계출산율 역시 0.8명으로 소폭 상승했기 때문이다. 특히, 출산의 전제가 되는 혼인 건수도 9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며 미래의 희망을 엿볼 수 있게 했다. 이러한 수치들은 단순히 통계적 반등을 넘어, 그간 우리 사회의 저출생 극복을 향한 간절한 염원과 노력이 서서히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는 증거로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 강화, 30대 초반 여성인구 증가 등의 요인과 더불어, 결혼과 출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개선되고 있다는 사실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미혼남녀의 결혼 및 출산 의향 증가는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회복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최근의 흐름들이 일시적 현상이 아닌 내년, 내후년에도 꾸준히 이어질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노력들이 필요하다 하겠다. 첫째, 아이를 낳고 기르는 기쁨과 책임을 여성 개인이나 양육가정에 국한하지 않고 온 사회가 함께 책임지고 공감해야 한다. 우리 협회에서는 남성의 육아참여를 위해 다양한 육아미션과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100인의 아빠단' 사업을 운영하여 함께돌봄의 행복한 양육 문화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기업과 지역사회가 육아는 '함께하는 일'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남성의 육아 참여를 제도적, 문화적으로 적극 지지해야 할 것이다. 둘째,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불안해하지 않고 미래에 대한 희망과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마련과 홍보가 필요하다. 우리 협회 역시 청소년 대상 성 가치관 및 생식보건 교육, 결혼·출산·양육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 제공, 인식개선 캠페인 등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들이 긍정적으로 미래를 설계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셋째, 대국민 인식개선을 위한 전방위적 캠페인을 추진해야 한다. 출산율 반등의 청신호는 사회 전반의 인식개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입증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여러 매체를 활용한 캠페인을 통해 임산부 배려 문화확산과 아이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담론을 끊임없이 만들어 나가야 한다. 넷째, 기업의 가족친화경영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장시간 노동문화와 경직된 조직문화는 임신과 출산을 망설이게 하는 주범이다. 기업은 직원들의 일생활 균형을 보장하는 혁신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유연 근무제, 육아휴직의 자유로운 사용 보장, 눈치 보지 않는 배우자 출산 휴가 등은 이제 '복지'가 아닌, 지속 가능한 기업성장을 위한 '인재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 저출생 문제는 대한민국이라는 배에 탄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정부의 강력한 정책과 예산투입은 기본 전제이지만, 이를 현실에서 작동하게 만드는 것은 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태도와 실천이라고 볼 수 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미래의 희망이 되도록, 기업, 지역사회, 언론, 그리고 모든 국민이 '함께 돌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13개월 연속 출생아 수 증가와 혼인 건수의 증가는 우리 사회에 주어진 귀중한 선물이다. 여기 발맞추어 우리 지역에서도 이 마중물이 헛되지 않도록도민 모두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의지를 굳건히 해야한다. 지속가능한 희망의 미래는 우리 모두 함께 만들어 가야하기 때문이다. 최찬욱 인구보건복지협회 전북지회장

전북특별자치도, 진안의료원 도립 승격 외면은 지방소멸 방기다

전북특별자치도의 지형은 동쪽이 높고 서쪽이 낮은 동고서저(東高西低) 형태다. 무주·진안·장수 등 동부 산악권은 구조적으로 교통 접근성과 생활 편의성이 취약하다. 이러한 지리적 제약은 의료와 같은 필수 공공재 이용에 큰 걸림돌이 된다. 이동 시간과 비용 부담, 의료 정보 접근의 한계가 겹치면서 주민의 건강권은 약화되고 이는 곧 지역 간 건강 불평등 심화를 낳는다. 이 같은 의료 공백을 해소하고자 2015년 7월, 동부 산악권 유일의 지역거점 공공병원으로 진안의료원이 개원하였다. 그러나 개원 이후 십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진안의료원은 ‘군립’ 지위에 머무르며 안정적인 운영 기반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시기 드러난 지방의료원의 공익적 가치 코로나19 팬데믹은 지방의료원의 존재 이유를 분명히 보여주었다. 군산ㆍ남원ㆍ진안의료원 모두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전환되어 병상 제공, 선별진료소 운영, 격리 병동 가동 등 방역 최일선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다. 당시 정부와 도가 요구한 공공의료 임무를 묵묵히 떠맡으며 감염병 확산 차단에 이바지했지만, 위기 시 도민의 안전망으로 쓰이던 진안의료원은 제도적 차별을 감내해야 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 군산ㆍ남원의료원이 도립으로 안정적인 지원을 받지만, 진안의료원은 군립으로 분류되어 재정과 인력 확보에서 구조적 열세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감소지역에서 의료원의 의미와 도립 승격의 당위성 인구감소지역에서 지방의료원은 단순한 의료기관이 아니라 주민의 생존권을 지탱하는 사회적 기반 시설이며, 정주 여건의 최소 조건이다. 진안의료원은 지역 주민의 건강을 지키는 생명줄이자, 지역 존속을 떠받치는 마지막 버팀목이다. 도립 승격은 특혜가 아니라, 이미 여러 도립의료원 사례가 입증하듯 필수적인 제도적 조치이다. 진안군과 지역사회가 수년간 도립 승격을 호소해 왔지만, 도는 번번이 이를 외면해 왔다. 이는 곧 군에 적자 운영을 떠넘기는 것이며, 도의 책임을 회피하는 행정 방관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방소멸 대응’을 외치면서 정작 핵심 기반을 방기하는 모순이 여기에 있다. △도의 외면은 곧 지방소멸의 가속화 지방소멸은 단순한 인구 감소가 아니라 지역 생활 기반의 붕괴 과정이다. 특히 의료는 “없으면 떠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그럼에도 도가 진안의료원의 도립 승격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은, 주민의 생존권을 외면하는 행위다. 이는 지방소멸을 더 가속 시키는 방조이며, 정부 정책의 근본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다. 진안의료원의 도립 승격 문제는 단순히 병원의 운영 주체를 바꾸는 차원을 넘어, 지방소멸 대응의 진정성을 가늠할 시금석이다. 도가 진정으로 인구위기 극복을 원한다면 보여주기식 구호가 아니라, 주민의 삶의 토대를 지키는 실질적 정책에 나서야 한다. △도립 승격 추진과 더불어 재정지원 속행해야 물론 도립 승격을 단기간에 추진하기 어려운 행정·재정 여건이 있을 수 있으나 현 상황을 방치할 수는 없다. 최소한 도는 보조금 등의 재정지원을 대폭 확대해 감당하기 어려운 인건비와 필수 의료 운영비를 보전해야 한다. 이는 ‘특혜’가 아니라 지역 균형발전과 도민 건강권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다. 도가 진안의료원의 도립 승격을 더 이상 외면한다면, ‘지방소멸 대응’이라는 구호는 도민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그저 홍보용 수사에 불과하다. 도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하는 행정 논리는 있을 수 없다. 지금이야말로 도립 승격 추진과 재정지원 속행으로 진정성을 보여줄 때다. 전용태 위원장(전북특별자치도 인구위기·지방소멸 극복 특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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