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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 기부천사, 고향사랑기부제 확산 계기로

임실에 '얼굴 없는 천사'가 나타나 거액을 기부했다. 이 기부자는 지난달 27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4억5000만원을 임실군에 기부했다. 지난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4억원씩 8억원을 기부한데 이어 이날 또 다시 기부행렬을 이어간 것이다. 너무나 고마운 일이다. 전주의 노송동 원조 '얼굴 없는 천사'가 23년째 익명으로 거액을 기부한 것과 더불어 우리 사회가 살만한 곳임을 보여주는 것 같아 흐뭇하다. 이같은 익명의 기부 덕분에 전북이 기부문화가 꽃피는 곳으로 알려져 도민들의 자긍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삼계면이 아버지 고향'이라는 이 기부자는 “생전의 부모께서 어려운 이웃에 나눔을 실천하라는 말씀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또한 “코로나19와 난방비 폭탄 등으로 물가가 상승, 어려움이 가중되는 취약계층에 골고루 전해달라”고 당부했다. 임실군은 기부자의 뜻에 따라 관내 저소득층 1212세대를 선정해 2월부터 지원키로 했다. 그렇다. 기부자의 뜻처럼 대다수 취약계층은 코로나19와 물가 폭등으로 갈수록 삶이 팍팍한 게 현실이다. 3년 전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는 더 커졌다. 한국은행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 상위 20% 평균 가구 자산은 16억5457만원으로 하위 20% 가구 2584만원의 64배에 달했다. 자산 격차가 역대 최대로 벌어졌다.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때일수록 서로 돕고 연대하는 기부문화가 절실하다. 나아가 전북처럼 재정이 열악한 지역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고향사랑기부제도 활성화되었으면 한다. 개인이 주소지 외 지자체에 기부하면 세액이 공제되고 답례품을 주는 이 제도는 지역간 재정격차 완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시행 한 달을 맞았으나 반짝 효과에 그치고 있다. 전북은 물론 전국적으로 기부금이 1억원이 넘는 지자체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초창기 시끄럽기만 했지 속빈 강정에 그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임실 얼굴 없는 천사의 기부를 계기로 고향사람기부제도 활성화 되었으면 한다. 지금 농어촌지역인 도내 10개 시군은 소멸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고향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갖는다면 지방소멸도 막고 고향사랑의 기쁨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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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학생의회, 학생자치 모델로 자리잡기를

전북교육청이 ‘전북학생의회’ 출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례에 따라 최근 50명의 학생의원 구성을 완료했다. 이달 중순 의원 역량강화 워크숍을 거쳐 3월 공식 출범한다는 계획이다. 전북학생의회는 ‘학생중심 미래교육’을 기치로 내건 서거석 교육감의 핵심공약 중 하나다. 학생들이 자치역량을 키워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돕자는 취지로, 학생의회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정책을 제안·검토·심의하게 된다. 학생은 교육의 대상이자, 교사·학부모와 함께 ‘교육의 3주체’로 꼽힌다. 학생들이 스스로 교육정책을 제안하면서 자치역량을 기를 수 있다는 점에서 출범을 앞둔 전북학생의회의 활동에 기대가 크다. 사실 이전부터 익산시의회와 군산시의회 등 전북지역 몇몇 지방의회에서 어린이의회·청소년의회를 운영했다. 건전한 토론문화를 형성하고,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체험하도록 지원해 지역의 어린이·청소년들이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전북학생의회와 그 취지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전북학생의회는 교육정책에 집중하고, 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비교가 된다. 특히 학생자치활동 내실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 2019년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만 18세 고교생들이 선거권을 얻게 됐다. 학생들은 이제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들을 인식하면서 자신의 생각이나 요구를 적절히 표현하고 조정함으로써 자신과 공동체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는 존재로 거듭나야 한다. 학생자치 역량이 강조되는 이유다. 학생자치의 핵심은 ‘자율’과 ‘참여’다. 전북학생의회를 통한 학생자치활동이 민주시민의 자질을 키운다는 교육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 물론 첫 출범하는 조직인 만큼 일정 부분 교육청의 간섭과 지도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지나친 개입은 학생들의 자율성을 훼손할 수 있는 만큼 경계해야 할 것이다. 학생들이 주도하는 학생의회가 될 수 있도록 교육기관은 자리를 깔아주고 유심히 지켜보면 될 일이다. 행여 전북교육의 새로운 성과물로 홍보하려는 목적으로 결과를 과대 포장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아무쪼록 전북학생의회가 학생자치 내실화의 전국적 모델로 자리잡기를 바란다.

오목대

호남의 물갈이, 영남의 물갈이

2월 첫날, 국내 증권가에서는 안랩이 뜨는 테마주로 확 부각됐다. 작년 대선 때 한창 성가를 날릴 때 1주당 13만5700원에 달했던 안랩은 이후 6만원 아래로까지 떨어졌으나 최근 들어 점차 치고 올라오더니 1일엔 거래대금이 2천억원을 넘어서며 주가는 10만원 턱 밑에까지 다가섰다. 안랩은 1995년 설립된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가 그 모태로 순수 국산 백신 프로그램 ‘V3’를 개발한 곳이다.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로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김기현-안철수' 양강 구도로 좁혀진 가운데 일부 여론조사 결과 안철수 후보가 크게 앞서면서 안랩도 크게 각광받고 있다. 민주당 일색인 전북에서는 국민의힘 경선이 언제인지조차 관심이 없는데 소위 보수 한복판에 있는 경상도에서는 최대 화두다. 그런데 며칠전 홍준표 대구시장이 페이스북을 통해 또 장외홈런을 날렸다. 그는 "국민의힘 본산 대구·경북에선 인물이 없다"며 "내년 총선에서 TK 의원은 모두 물갈이해야 한다"는 'TK 전원 물갈이론'을 주장했다. 혹여 국회의원 눈밖에 날까봐 삽살개처럼 굽신거리는 단체장의 익숙한 모습들과는 전혀 딴판인 홍준표 대구시장의 진면목이다. 홍 시장은 "(대구와 경북에는) 당 대표 후보자도 없고, 청년 최고위원 후보자도 없고, 여성 최고위원 후보자도 없고, 중심이 될 최고위원 후보자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뒤 "이참에 싹 물갈이하자"고 한발 더 나갔다. 그는 "나라 국회의원이 아닌 동네 국회의원들은 모두 시의원, 구의원으로 보내자"며 "TK지역에서는 최근 인재를 키우지 못하고 눈치만 늘어가는 정치인들만 양산하고 국회의원다운 국회의원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고 비판했다. “멀리 영남에서 미쓰터 쓴소리가 또 헛소리 한마디 했나 보다” 하고 그냥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좀 거칠기는 하지만 가히 폐부를 찌르는 정문일침이라고나 할까. 전북의 현주소가 바로 TK의 형국이기 때문이다. 최고위원 선거 등 당내 지도부 선출과정에서도 서로 눈치만 보고 출마예정자도 찾아보기 힘든 전북의 모습과 너무나 똑같다. 이미 한물간 정치낭인들만 설치는 형국 또한 데칼코마니다. 전북은 어느 순간부터 변방이자 비주류의 한복판에 있다. 여러 상황이 맞물린 결과이기는 하지만 전북이 이렇게 된 것은 도민들이 선택한 측면도 없지 않다. 특히 정치영역에서 경쟁이 아닌 과점을 허용했고, 더 나아가 독점을 용인한 죄값을 톡톡히 치르는 것으로 보면 틀림없다. 정부가 제4이동통신을 추진하면서 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은 이런 말을 했다. “현재 통신시장은 통신3사 중심 체계로 고착화돼 사업자간 품질, 요금 등의 경쟁은 정체된 상황”이라며 “신규 사업자 진입이 차별화된 5G 서비스를 선보이고 경쟁이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고 밝혔다. 전북 역시 정치권의 과감한 물갈이와 치열한 경쟁시스템 도입만이 살길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데스크창

새만금 신항, 왜 4차 항만배후단지 개발계획에 누락됐나

오는 2030년을 목표로 한 해양수산부의 제 4차 항만배후단지 개발 종합계획이 확정, 최근 고시됐다. 해양수산부는 이 계획을 통해 2023년부터 2030년까지 항만 배후단지 개발에 2조여 원을 투자, 총 3126만㎡의 배후단지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대상은 평택 당진항, 울산항, 목포항, 광양항, 부산 신항, 마산항, 인천항, 포항항 등 8개 항만이다. 이번 계획은 항만개발과 수요에 맞는 충분한 항만배후단지를 공급하고 최첨단 친환경 스마트 그린항만 배후단지를 조성하는 한편 기업하기 좋은 항만배후단지를 개발 운영토록 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문제는 이 계획에 2026년부터 5만톤급 2개 선석의 규모로 개장이 예정된 새만금 신항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현재 새만금 신항이 항만법상 무역항으로 지정돼 있지 않아 항만배후단지의 이번 공급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계획의 고시에 15일 앞선 지난해 12월 1일 해양수산부는 항만으로 지정되지 않은 구역에 대해서도 항만배후단지를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도록 규제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즉 항만구역 지정절차 이전에 항만개발사업이 이뤄지는 경우에도 항만 배후단지의 신속한 개발이 가능해졌다. 그런데도 이번 계획에 새만금 신항을 배후단지 공급대상에서 누락시킨 점은 아쉬움이 크다. 무역항의 지정과 함께 2026년 새만금 신항의 개장이 확실한 만큼 해양수산부는 선제적으로 2030년을 목표로 한 이번 계획에 새만금 신항을 포함, 배후단지 공급 구상을 밝혔어야 한다. 항만배후단지는 분업화 추세에 따라 항만을 단순 물류거점에서 조립, 가공, 제조가 가미된 복합 물류거점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도입된 공간이다. 화물의 조립, 가공, 제조시설및 물류기업이 입주하는 1종과 업무, 상업, 주거시설 등 항만 배후 기능을 보강하는 2종으로 구분된다. 단지가 조성되면 고용 창출 효과는 물론 단지에서 항만으로, 또는 내륙으로 화물을 운송하기 위한 운송, 보관, 포장, 환적, 집배송 등 물류 유통기능의 강화로 부가가치가 창출된다. 또한 단지에 위치한 공장에서 물품을 제조한 후 곧바로 선박을 통해 운송함으로써 내륙에 위치한 산업단지에 비해 시간과 물류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일본, 중국, 유럽에서는 항만배후단지를 물류와 제조, 금융의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는 등 국제 물류 활동 증가 등에 따라 항만공간은 더욱 고도화되고 입주업체도 다양해지고 있다. 그런만큼 새만금 신항의 항만배후단지는 항만의 활성화는 물론 경쟁력을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하다. 새만금 신항이 전북경제를 견인하면서 환황해권의 거점항만으로 발돋움하느냐는 민간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배후단지의 조성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만금 신항의 배후단지 조성을 위해서는 2030년을 목표로 한 항만배후단지 개발종합계획에 반영이 급선무다. 현재 조성중인 새만금 신항의 배후부지는 부두 규모 등을 감안할 때 비좁다. 그런 만큼 전북도와 새만금 개발청및 군산해수청은 새만금 신항과 방조제 사이의 수로 총 210만㎡(63만5000평)의 매립를 통해 충분한 배후부지를 확보, 항만 배후단지 개발종합계획에 반영되도록 꼼꼼히 챙겨야 한다.

딱따구리

이건, 법도 아니다

지난 27일 전주지법은 진안군의료원 부정채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진안군청 공무원 A씨(당시 팀장 6급)와 B씨(주무관 7급)에게 1심판결에서 나란히 징역 10월형을 선고했다. 이 재판은 지난 2018년 4월 군민 한 명이 전북경찰청에 고발한 게 단초가 됐다. 군수, 비서실장, 보건행정팀장, 주무관, 민간 면접관 등 여러 명이 함께 고발돼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선출직 군수가 자칫 낙마할 수도 있어 엄청난 파장의 소지도 안고 있었다. 지역과 공직사회의 술렁임은 극에 달했다. 2년 가까운 검경 수사를 거쳐 2020년 3월 초 법원에 접수된 이 사건은, 당시 이항로 군수가 다른 건(선거법 위반 건)으로 낙마해 재선거가 실시되고 2년 뒤인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거쳐, 기소 후 3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난 27일에서야 겨우 1심 판결이 나왔다. 그런데 이 건은 이보다 앞서 사법판단 결과를 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지난 2015년 전북경찰청 조사, 2017년 감사원 감사가 그것. 두 건은 각각 무혐의와 경징계에 그쳤다. 지름길을 못 찾고 ‘기나긴 여정’을 거쳐 사법심판대 오른 이 건은 팀장과 주무관만 기소되고 '윗선'이 빠져 사법당국의 불신지수를 한층 상승시켰다. 힘없는 하위직만 '애꿎은 희생양'이 되는 것 아니냐는 안타까운 탄식이 나왔다. ‘꼬리 자르기’란 비판도 일었다. 이 건으로, 2019년 2월 이항로 전 군수가 선거법 위반혐의 재판 도중 법정구속이 결정되고 영어의 몸이 되면서 토해 낸 한 마디 말이 회자된다. “이건 법도 아니다.” 그때와 맥락은 다르지만 이번 사법심판에 딱 들어맞는 말일 듯싶다. 힘 있는 자만 살아남는 이 나라의 사법심판을 누가 신뢰하겠는가. 팀장과 주무관에게 죄가 있다면 ‘윗선’의 말을 잘 들은 죄, 그것밖에 없을 것이다. 징역, 이 두 글자 뒤에 ‘윗사람을 너무 믿은 공무원’이라는 주홍글씨가 아른거린다는 주변 평이 안타까운 밤이다.

최근칼럼

고향사랑기부제에 희망을 건다

우리 전라북도의회 의원들도 고향사랑기부금 기부행렬에 동참하기로 했다. 고향사랑기부제의 안착과 빠른 결실을 기대하며 마음을 모으기로 하고, 2일 ‘제397회 임시회’ 개회식에 앞서 고향사랑기부제 참여를 독려하는 퍼포먼스를 벌인다. 필자는 먼저 지난달 30일 고향 임실에 고향사랑기부금을 기탁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전북도의회에게는 각별한 제도이다. 지난 2015년 당시 우리 도의회 양성빈 의원이 처음 도입을 제안했고, 이후로도 제도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한 ‘산물’인 만큼 관심이 매우 높다. 연초부터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한 호응이 뜨겁다. 손흥민 선수, BTS멤버 제이홉,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 유명 인사의 기부가 잇따르며 주목받고 있다. 우리 지역에서도 정치인과 기업가, 연예인 등 출향인의 동참이 이어지고 있다. 제도를 알리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들이 기부금 모금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도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데 한몫하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역간 불균형 해소를 위한 정책이다. 수도권 과밀과 지방 피폐는 결국 사람과 돈의 문제인데, 기금 모금을 계기로 지역에 관심을 갖게 하고 장기적으로는 지역의 일을 후원하고 참여하게 하는데 목적이 있다. 나아가 지역으로 사람과 돈이 돌아오게 한다면 더할나위 없을 것이다. 균형발전은 공감대 형성과 정책추진이 필수적이지만 이를 개개인의 실천으로 이어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미 고향사랑기부제를 시행중인 일본은 다양한 성공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일본은 소멸위기에 처한 지역활성화를 위해 2008년부터 고향납세제를 도입했는데, 2021년 4400여만 건에 8조원을 모금하는 등 첫해 대비 100배 이상의 성장을 보이고 있다. 기부금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주로 무상급식 같은 어린이 보육과 교육환경 개선, 의료복지, 환경 보호 등 공동체를 존속하는 사업에 활용되고 있다. 특히 작은 도시들이 주목받고 있는데, 2021년 1500억원의 기부금을 모은 몬베츠시를 비롯해 하사미 가미시호 등은 기부가 소멸하는 공동체를 어떻게 살리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고향사랑기부제 도입에 이어 ‘고향사랑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겠다면서 공모에 나섰다. 고향사랑기부제를 계기로 지역의 활로를 모색하려는 의도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주민등록상 거주지가 아닌 곳에 1인당 연간 500만원까지 기부하면 일정비율을 세액공제해주고, 기부금의 30%이내에서 지역특산품 등을 답례품으로 주는 제도이다. 기부를 통한 재정확충으로 지역에 꼭 필요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고, 답례품을 매개로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관계인구를 늘려 지역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나아가 해당 지역에 사람이 모이게 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기부금 사용 계획과 시스템 구성 등 도입 초기 과제가 많지만 일단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한 관심은 호의적이다. 물론 이 제도만으로 지역 자생력을 강화하고, 지역간 재정격차를 줄이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개개인의 애향심 또는 공동체에 대한 선의에 기대 지역소멸문제를 해결하려 하기에는 상황이 심각하다. 그래도 희망을 걸고 싶다. 고향사랑기부제가 기부자와 지역이 연대하고 협력해 상생하는 공동체문화를 만드는데 마중물이 되어 줄 것으로. 그렇게 되도록 우리 도의회가 앞장설 것이다. /국주영은 전라북도의회 의장

입덧

천자문(千字文)엔 봄 ‘春(춘)’자가 없다. 천자문 달달 외워도 ‘立春大吉(입춘대길)’을 못 쓴다. 그렇다고 봄이 오지 않는가? 봄은 기다려도 오고, 기다리지 않아도 온다. 입춘(4일)이 코앞이다. 하지만 봄은 이미 내 몸 깊숙이 똬리를 튼 지 오래다. 봄은 입맛으로부터 온다. 혓바닥은 요물이다. 겨우내 입안이 온통 헛헛하고 텁텁하다. 찌든 ‘군둥내’에 진저리친다. 시큼한 김치찌개 냄새, 퀴퀴한 청국장 냄새, 에~취! 코를 찌르는 찬장의 눅눅한 고춧가루 냄새…. 풋것이 미치도록 먹고 싶다. 하마, 남녘 바닷가에선 무시로 봄 쑥국이 밥상에 오르리라. 바닷바람에 연하고 순해진 해쑥들. 그 여릿여릿 생명의 풋것들! 그 수선거림과 흥성거림. 온몸이 달뜬다. 도리질에 안달복달, 발을 동동 구른다. 잇몸이 근질근질, 혀끝이 간질간질, 방안을 왔다 갔다, 의자에 앉았다 섰다, 책을 폈다 덮었다…. 에라, 전주에 달려가 ‘파 강회’나 실컷 먹어볼까? 단골 막걸릿집에 퍼질러 앉아, 파강회 한 접시에 막걸리 한 주전자 시켜놓고, 주모가 부르는 ‘봄날은 간다’나 들어볼까? 우두둑! 정갈하게 돌돌 말린, 세모시 옥색치마의 쪽파 허리 ‘즈려’ 씹으며, 젓가락 장단이나 두드려볼까? 어금니 잇몸 위아래로 ‘슴베 나오는’ 데친 쪽파의 새콤한 연녹즙. 쪽파 보늬 껍질의 풋 냄새와 매옴 시큼한 초고추장의 환장할 어우러짐. 씹으면 씹을수록 아련하고,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살찐 농어가 풍덩! 뛴다. 파릇파릇 미나리 강회는 또 어떨까. 살찐 생미나리의 상큼한 새물내. 너부데데한 놋그릇에 김 펄펄 하얀 쌀밥과 살짝 데친 미나리 숭숭 썰어 넣고, 고추장 참기름으로 쓱쓱 비벼 먹고 싶어라. 오호라, 입속에 다발로 피어나는 재스민 향기. 콧숨 뿌리에 알큰하게 차오르는 봄 향기. 한순간 온몸의 실핏줄이 우우우 부풀어 오른다. 얼씨구나 절씨구! 남이야 혁명을 하든 말든, 미나리 파란 싹이 입안 가득 돋아난다. 새록새록 감칠맛이 우러난다. 전주 어르신들 말로 ‘개~미’가 있다. 아뿔싸, 또 있다. 봄동이다. 이거 빼면 새봄이 허전하다. 요즘 봄동은 발가락으로 무쳐도 맛있다. 봄동은 역시 ‘봄~똥!’으로 읽어야 제격이다. ‘봄의 똥’인가? 그렇다. ‘봄 강아지가 쪼르르 길 가다가 눈 연둣빛 똥’이다. 겨우내 징게밍게 논두렁밭두렁에서 한뎃잠을 잔 ‘노숙 배추’를 그렇게 부른다. 한마디로 ‘납작배추’ ‘떡배추’다. 엄동설한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한다. 그래서 더욱 깨소금 맛이다. 입에 넣으면 사각사각! 사과 깨무는 소리가 난다. 씹을수록 들척지근하고 꼬소름하다. 맛이 둥글다. 그렇다. 봄똥 속엔 전주 기린봉 귀때기를 후려치는 칼바람 한 줌, 꽁꽁 얼어붙은 전주천의 얼음 한 조각, 경기전 앞마당에 퍼붓는 함박눈 한 줌, 전주한옥마을 각시방 영창에 매달린 수정고드름 하나, 섣달 밤 다가산 너머 눈썹달 비껴가는 기러기 한 마리, 북풍한설 완산칠봉 산비탈에 맨살로 서 있는 신갈나무 한 그루, 하늘나라 어머니의 자나 깨나 자식 걱정 한소끔, 그리고 “밥은 잘 챙겨 먹고 댕기냐?” 앞서가신 아버지의 낮고 뭉툭한 목소리가 들어 있다. 시부저기 “봄~똥!”하고 소리 내어 읽어본다. 눈꺼풀에 햇살 부스러기가 간질간질 내려앉는다. 귓가에 투욱~ 툭! 생강나무 꽃망울 터지는 소리. 얼음장 밑 쫄! 쫄! 쫄! 물 흐르는 소리. 공기가 참 달다. “보옴~똥!” /김화성 전 동아일보 전문기자

국민속으로, 전북 앞으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전라북도를 찾은 지 일주일이 지났다. 소환조사 하루를 앞두고 정치검찰의 칼끝이 턱밑까지 들이닥친 와중에도 이재명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의 두 눈이 향한 곳은 오직 국민과 전북도민의 민생이었다. 이미 작년 대선 기간 전북을 찾아 도민이 느끼는 삼중 소외를 이해하고 있다며 우리를 보듬었던 그다. 이번 ‘국민속으로, 경청투어’ 전북 일정은 이 대표의 진심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민주당이 찾은 첫 민생현장은 정읍이었다. 도내 한우사육두수는 지난해 11월말 기준 45만 1,556두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전북도 ‘소가 소를 먹는다’는 심각한 소값 폭락의 직접적 피해자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그중에서도 산외면을 중심으로 10만두에 육박하는 한우를 사육하고 있는 정읍은 더욱 타격이 컸다. 간담회에 참석한 축산농업인들은 사료값과 난방비 등은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치솟는 반면 한우값은 폭락했다며 절규했다. 축산농가와 가축시장을 방문해 현장의 애로사항을 보고 들은 이 대표는 농가의 고통에 공감한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과 행정 지도관리 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윤석열 정부는 올해 예산안에서 지역화폐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하려 들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3,525억원의 예산을 지켜냈고, 결국 8조 8천억 원에 달하는 지역화폐 발행이 가능해졌다. 그래서일까, 이튿날 군산 공설시장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시장 상인과 지지자로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찼다. 엄동설한에도 민주당에 힘을 주겠다고 모인 군산시민께 이재명 대표는 도리어 “제가 여러분께 힘을 드리겠다”며 민주주의의 수호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약속했다. 야당 대표가 전국 팔도를 누비며 민생을 이야기하는 동안 정부는 대체 어디에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난방비 급등으로 국민의 생명과 생계가 위협받고 있는데 대통령실은 “난방비 급등에 특별한 대책이 없다”라며 전 정부 탓을 일삼는다. 에너지 복지 예산 400억 원에 경로당 난방비까지 삭감한 채 국민에게 난방비 폭탄을 던진 것은 정작 자신들이 아니던가. 오죽하면 민생포기대통령, ‘민포대’라는 조롱이 등장했을까.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가 국민에 각자도생을 강요하는 사이, 민주당은 7조 2000억 원 규모의 에너지·물가 지원금과 추경 편성이란 대책을 제시했다. 정부 실종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백여 명의 국민이 목숨을 잃었던 이태원 참사의 순간에도, 북한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맘껏 휘젓고 다닐 때도 정부는 없었다. 지금이 당권 경쟁에 개입해 공당을 사유화하고, 검찰을 앞세운 야당탄압에나 골몰할 때인가. 지난달 28일 제1야당 대표에 대한 검찰조사는 정권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했던 말을 하고 또 하고, 같은 자료를 몇 번이고 반복해 제시하며 시간을 끌다가 막판에서야 추가 소환을 언급했다. 수용 불가인 카드를 내밀어 이 대표를 기소하고 구속영장을 발부받겠다는 ‘답정기소’에 다름없다. 정권이 기소권을 통치수단 삼아 검찰 통치를 자행하는 한편, 일부 언론은 이에 기생하며 ‘죄형보도주의’에 입각해 의혹을 사실인 양 내보내며 헌법의 근본정신을 파괴하고 있다. 다행히 우리에겐 엄지손가락이라는 더 강력한 언론이 있다. 전북의 미래, 대한민국의 앞날을 지킬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 전북도민의 엄지손가락이다. 작은 실천들을 모아 역사를 만드는 일에 앞장서주시라. /안호영 국회의원(민주당 수석대변인, 완주진무장)

경찰을 경찰답게!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에서 혼신의 경기로 국민에게 위로가 되었던 축구선수 손흥민. 그에 못지않게 유명한 그의 아버지(손웅정)가 모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했던 말이 마음에 남는다. 손흥민이 레버쿠젠 구단에서 토트넘 구단으로 이적할 때 레버쿠젠 측이 아들을 놓아주지 않아서 협상이 원활치 않아 희망하던 토트넘 구단으로 이적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3번째 협상이 결렬되자 손웅정 씨는 퇴장하던 레버쿠젠 감독을 쫓아가 설득하여 재협상 자리를 만들어 결국 아들이 원하던 토트넘으로 이적하게 된 일화를 전하면서 했던 말이다. 손웅정 씨는 당시 레버쿠젠 감독은 손흥민을 불신하고 있어 경기에서 자꾸 아들을 교체하고 있었다며 “내 자식을 인정 안 하는 감독하고 있을 이유가 없잖아요.”라고 말했다. 방송 중 여러 감동적인 말 중에서 유독 나에게 와닿았던 부분은 “내 자식을 인정 안 하는”이라는 표현이다. 감독이 손흥민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에서는 기량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어 필사적으로 이적을 추진했던 것이고, 결국 그의 선택과 노력은 “세계급 손흥민”으로 성장시키는 또 하나의 발판이 되었다. 대한민국 경찰은 고통의 늪에 빠져있다. 여기서 치이고 저기서 치이고, 경찰은 도대체 뭐 하는 것인가라며 온통 비난의 화살을 쏟아댄다. 제대로 일 처리 못 하는 경찰이 답답하고 미울 수 있다. 분명히 잘못 처신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억울함도 있다. 억울함을 호소할 곳은 없다. 그저 묵언의 상태에서 늘 두들겨 맞고, 맞는 것에 이골이 나서 각자의 동굴로 들어가 버린다. 동굴 속에서 웅크린 시간이 길어질수록 스스로가 버거워 이제 조직을 생각할 힘도 없다. 경찰도 다시 일어날 재기의 힘이 필요하다. 현재의 상태는 도려내야 할 곪아 터진 종기 때문에 통증을 호소하며 메스를 가해 수술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 아니다. 온몸과 마음에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전신 화상을 입은 상태다. 화상입은 살갗에 소금을 뿌려대면 견뎌낼 도리가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상처가 빨리 아물어 새 살을 돋게 하기 위한 환부 치료와 회복해서 전보다 더한 에너지를 발휘할 거라고 믿고 기다려주는 시간의 힘이다. 잠시 비난을 멈추고 “경찰대개혁”이라는 변신의 노력을 시도하는 경찰의 의지를 믿어주었으면 좋겠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경찰의 노력을 사랑하는 일이다. 사랑은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경찰이 새 역사를 쓰고 새 발걸음을 걸어갈 수 있도록 한눈 지그시 감고 기다려주면 좋겠다. 경찰이 좌초하길 바라는 국민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내 자식을 인정 안 하는 감독 밑에서 더 이상 발전을 기대할 수 없어 새 길을 찾아 떠나듯이, 경찰에 대한 불신을 거두고 경찰을 믿고 기다려주면 좋겠다. 경찰이 경찰답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경찰 역시 간절하다. 함명선 경찰인재개발원 공공안전교육센터 경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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