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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와 팔복

이강만 한화에스테이트 대표 최근 램지어 하바드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핫이슈가 되고 있다. 선택적 사료 활용과 존재하지도 않는 자료를 근거로 일제강점기에 강제 동원된 일본군 위안부를 자발적 매춘부로 몰아가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학문과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반인권적인 역사인식을 고스란히 쏟아낼 수 있었던 배경에 전 세계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는 일본 정부와 기업이 있다고 해도 무리한 추리는 아닐 것 같다. 일본의 행태를 더 이상 지켜볼 수만 없으셨는지 일제 강점기 위안부 피해자 중 한 분인 이용수 할머니가 국제사법재판소에 가서 판결을 받아보자고 강하게 주장하셨다고 한다. 만일 국제사법재판소 제소한다면 무슨 법을 적용하게 될 것인가와 어떤 전략을 취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어제 모 대학원 강의에서 발표할 기회가 있었는데, 끓어오르는 분노에 비해 할 수 있는 대응방안이 제한적이어서 더 속이 상했다. 일본만 문제가 아니다. 요즘 일부 중국 네티즌들의 행태가 참으로 점입가경을 지나 목불인견의 지경에까지 와 있다. 김치가 자기네 것이라고 한동안 주장하더니, 작년에는 자기네 전통 의상인 치파오로는 안되겠는지 우리 한복이 중국옷을 베낀 것이라고 난리였다. 그런데 급기야 올해 들어서는 민족시인 윤동주마저 중국 사람이라고 우기고 나선 것이다. 지난 달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일과의 시작을 중국 네티즌이 보낸 메일, DM, 댓글들을 지우는 것으로 한다며 캡처 사진 한 장을 공개했다. 백주 대낮 윤동주 강탈 사건이라고 제목을 붙일 만한 일이었다. 이 소식에 대다수 국민들은 실소를 넘어 강한 분노를 느끼고 있다. 우리는 이웃나라 복이 지질이도 없다는 생각이 든 건 필자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일제와 맞서 저항하기 위해 만주 북간도로 건너간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들이 죄다 중국인이라고 막무가내로 주장하는 네티즌들이 그들 선조와 마주한다면 과연 무슨 얘기를 들을까?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에 한국인과 더불어 그곳 명동촌에서 힘들게 견뎌냈던 중국인 조상들이라면 어리석은 그들 네티즌들에게 냅다 혼구녕부터 낼 일이다. 윤동주 시인과 중학 동기였고 연세대 동문이기도 했던 김형석 교수께서 여전히 정정하시다는 것이 그래서 더 고맙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살아 있는 역사이고 증인이시니 말이다. 이웃 복과 김형석 교수님을 얘기하다 보니 지난 칼럼에 언급했던 팔복이 떠오른다. 그런데 정말 우연인지는 몰라도 윤동주 시인이 쓴 팔복이라는 시가 있다. 중학교 시절부터 하루에 몇 편씩 시를 써서 다작이던 그분이 1939년 9월 이후 14개월이나 절필한 끝에 1940년 12월에 쓴 시가 바로 팔복이다. 그 내용은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를 여덟 번 단순 반복한 끝에 저희가 영원히 슬플 것이요로 맺는다. 그의 육필 원고를 보니 마지막 문장은 저희가 슬플 것이요라고 썼다가 지우고, 다시 성경구절처럼 저희가 위로함을 받을 것이요로 바꿔 썼다가 또 다시 두 줄로 그어 새로 쓴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왜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를 여덟 번이나 반복했을까? 그리고 마지막 문장은 또 그리 썼을까? 시를 한참을 읊다보니 문득 자신만의 답이 떠오른다. 그래, 우리의 처지를, 그때와 작금의 안타까운 상황을 슬퍼하는 거로부터 시작하자. 여덟 번, 아니 여덟 번의 여덟 번이라도. 그러나 그러고만 있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그냥 영원히 슬플 일만 남을 것이다. 그러니 이를 악물고 이겨낼 힘을 길러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의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야 팔복이 올 것이요, 영원히 행복하게 될 것이다. /이강만 한화에스테이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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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3.24 17:43

암기하는 동양 vs 질문하는 서양

조봉한 이쿠얼키 대표이사 동양과 서양은 역사적으로 오랜 시간 동안 교육(Education)에 대한 관점과 행하는 방식이 달랐다. 유교에 뿌리를 둔 동양은 아랫사람이 윗사람으로부터 지식과 지혜를 전수받는 형태로, 수직적이고 수동적인 교육을 받아왔다. 반면 서양은 가르치는 사람이 화두를 제시하고 배우는 사람은 이 화두에 대해 능동적으로 질문하며 토론을 통해 사고를 정립하고 발전시키는 교육을 받아왔다. 이러한 차이는 역사적 배경만이 아닌 언어를 바라보는 관점부터 큰 차이를 보인다. 먼저 한자에 기원을 둔 교육(敎育)을 살펴보자. 맹자의 得天下英才而敎育之(득천하영재이교육지)라는 글에서 처음 등장한 교육(敎育)은 가르칠 교(敎)와 기를 육(育)으로 되어있다. 가르칠 교(敎)는 배울 학(學)의 고어인 효(孝)와 오른손에 회초리를 든 모습을 형상화한 지(支)가 합쳐진 글자이고, 기를 육(育)은 갓 태어난 아기를 엄마가 품고 있는 모습의 글자이다. 즉, 부모나 교사가 아이를 가르치고 양육한다는 수직적 교육 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되었는데, 선대의 전통적인 지식을 받아들이며 신중한 생각의 표현과 언행을 중시했던 동양의 교육 분위기도 이러한 관점에서 출발했음을 알 수 있다. 이번에는 서양의 교육을 의미하는 education을 살펴보자. 라틴어 educare에서 유래한 education은 밖으로를 의미하는 접두사 e와 꺼내다는 의미의 ducare가 합쳐진 단어이다. 즉, 서양에서 바라본 교육(education)은 인간 개개인이 가진 고유한 능력을 밖으로 꺼내 발현시키는 행위였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가장 효과적인 교육법으로 알려진 사례가 바로 유대인의 하브루타(Chavruta)이다. 하버드 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 모두 자유로운 질문과 토론을 중시하는 하브루타의 효과는 기존 주입식 교육의 14배에 달한다. 그렇다면 서양은 언제부터 주입식 교육을 중시하게 되었을까? 그 해답은 바로 19세기 산업혁명에 있다. 사람의 육체노동을 대신하는 기계의 발명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자 일정 수준 이상의 교육을 받은 인력이 대규모로 필요해졌고 이에 효과적인 주입식 교육이 표준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조는 4차 산업혁명을 맞아 교육 선진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IT와 인공지능 분야는 수리적 계산 능력이 아닌, 논리와 추론, 사고력 등 문제의 해결 방법을 생각해내는 능력이 핵심인데, 주입식으로 지식을 전달하고 정해진 문제만 요령으로 풀도록 가르치던 과거의 교육 방식으로는 이러한 능력을 기를 수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인공지능과 IT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외치며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의 근간이 되는 수학 교육의 변화는 왜 시도하지 않을까? 통계청에 따르면 초중고 12년간 학생 한 명이 수학 공부에 투자하는 시간은 유럽의 교육 선진국 대비 2배인 약 15,000시간이다. 그럼에도 이공계 전공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대학생이나 IT 개발 역량이 부족한 엔지니어가 수학을 새롭게 공부하기 위해 고심하며, 내가 개발한 <깨봉수학>을 만나 유레카를 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금의 결과는 수학 교육이라는 근본 원인을 바꾸지 않는 한 결코 해결할 수 없다. IT 강국에 필요한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공식과 요령을 무작정 외우고 수능 문제 유형만 반복해 푸는 낡은 수학 교육을 당장 폐기하고,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의 수학 교육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 /조봉한 이쿠얼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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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3.17 18:14

하노이에서 빛나는 한국의 전통문화

박노완 주 베트남 대사 외교관으로서 여러 나라들의 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이 있지만, 늘 느끼는 것은 우리나라 전통문화의 독창성과 우수성에 대한 큰 자부심이었다. 특히 우리문화와 예술품에 경탄하는 외국인들을 볼 때면 더더욱 그러하다. 요즘 하노이에서 나는 이런 즐거움 속에서 살고 있다. 우리대사관 청사와 관저는 일 년 반전에 한국의 아름다운 전통양식으로 설계되어 개관된 바 있다. 자연스런 곡선미에 전통 창문디자인을 조합한 왕관모양의 청아한 신청사와 이를 에워싸고 있는 화려한 문양의 전통 담장과 기와는 언뜻 보기엔 마치 서울의 덕수궁 돌담길과 매우 흡사한 모습이다. 마침 신청사 주변 가로수들도 초봄인데도 불구하고 갈색 낙엽을 흩날리며 한국의 가을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이 때문일까? 요 근래 대사관 담장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하러 온 베트남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옷맵시도 각양각색이다. 베트남 전통의상인 아오자이를 입은 사람, 결혼 예복을 입은 사람, 심지어는 한복을 입은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다양한 포즈를 취하면서 마치 한국에 여행이라도 온 듯이 갈색 낙엽을 한국단풍이다라고 외치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마냥 즐겁고 행복하다. 이렇게 찍은 사진들이 요즘 SNS상에서 많은 주목을 끌고 있고 내가 보아도 한국에서 찍은 사진처럼 멋져 보인다. 이뿐이겠는가? 한 달 전 18명의 외교단 대사 부인들을 관저에 초청했을 때도 전라북도의 멋과 자랑이 듬뿍 담긴 책가도와 다양한 한지제품과 수공예품들을 보면서 모두가 우리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적이 있었다. 일 년 반전에 전주시에서 지원한 한스타일 연출 사업이 정말 멋지게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내 고향 전북에서 승계 발전시켜 온 전통문화가 정말 자랑이 아닐 수 없다, 이 기회를 빌어 한스타일 연출사업에 힘써 주신 김승수 전주시장님 및 관계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요즘 K-pop 등 한류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배경에는 곧 우리 전통문화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고 본다. 옛것을 익혀 새것을 안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 전통문화의 뿌리를 찾아 해외로의 확산에 눈을 돌린 우리고향 지도자들의 혜안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베트남은 1990년 대 중반이후 동남아 한류확산의 산파역 역할을 해오고 있다. 이는 베트남이 우리나라와 유사한 문화와 관습을 보유하고 있어 쉽게 우리 문화와 공감대를 형성해 갈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대사관 담장이 사진촬영지로 각광받는 이유도 그 때문 일 것이다. 하지만, 베트남에서 한류가 오래 오래 지속되려면 우리도 베트남 문화를 이해하려는 진정성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이든 일방성은 오래가지 못한다. 2022년은 한국과 베트남이 수교 30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해이다. 이를 계기로 베트남에서 한 단계 높은 한류 확산을 위해서는 대사관 담장을 배경으로 촬영한 사진전은 물론이고, 우리 전통문화의 우수성과 독창성을 널리 홍보하는 다채로운 외교 행사의 장을 자주 마련해 보고 싶다. 나라와 나라사이를 굳게 연결하려면 서로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는 외교적 노력이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박노완 주 베트남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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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3.10 20:10

미래의 피부 과학, 코스메슈티컬이 이끈다

구자갑 인스코비 대표이사 뤽 베송 감독의 영화 <제5원소>는 당시 세계인들에게 흥미진진한 미래를 펼쳐 보였다. 자동차가 하늘을 날고, 인간과 외계인이 공존하며, AI가 판치는 세상이다. 지구를 구하는 주인공의 활약상이나 외계인 디바의 여러 옥타브를 뛰어넘는 갈라 콘서트 장면이 인상 깊었다. 여주인공 밀라 요보비치가 클릭 한번으로 메이크업을 완성하던 샤넬의 메이크업 머신도 눈길을 끌었다. 요즘 힙한 한 유명 뷰티아티스트는 LED 마스크처럼 얼굴만 갖다 대면 알아서 화장이 되죠. 당장 사고 싶지 않나요?라며 뷰티 머신의 현실화를 예언한다. 21세기 뷰티 산업은 과학의 힘을 빌려 SF영화 못지않게 쾌속 질주 중이다. 코스메슈티컬(화장품+의약품)의 등장 덕분이다. 피부에 바르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의학적으로 규명된 성분을 함유한 바이오화장품을 의미한다. 외형에 영향을 주는 동시에 건강한 피부를 위한 필요 영양소를 제공하여 이상적인 피부로 개선해준다. 생소한 용어다 보니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병원에서 사용되는 전문성, 의사의 추천, 과학적인 이미지로 소비자들의 선호가 높다. 써 본 사람의 90% 이상이 재구매 의사를 밝혀 만족도가 매우 높음을 알 수 있다. 생명 공학, 미생물학, 나노 기술, 식품 공학 등 첨단 과학기술을 접목해 계속 발전하고 있다. 2018년 노벨생리의학상의 주역인 NK세포는 인체 내의 해로운 이상 세포를 감지하고 공격하여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유지하는 세포다. 이러한 기전을 활용하여 피부 면역 기능을 향상시키는 화장품도 따라서 인기를 끌고있다. 면역은 면역세포가 다른 세포들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 너무 강하면 자기 세포도 공격하고 너무 약하면 비정상세포도 공격하지 않고 놔둔다. 이 기능을 조절하는 장소가 유아의 장 속이다. 장내 세균은 태반에 있을 때, 출산할 때 그리고 모유 수유를 통해 엄마로부터 아이에게 전달된다. 마이크로바이옴도 뷰티 업계의 화두다. 이 미생물은 인체의 면역 기능과 대사성 질환부터 정신 질환에 이르기까지 우리 몸의 모든 영역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지문이나 유전자처럼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외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인체 내 마이크로바이옴은 계속 변화하며 그에 따라 피부도 바뀐다. 나이 들면서 주름이 늘어나는 가장 큰 요인은 피부 내 수분이 감소하는 것이다. 자기 무게의 2천 배까지 물을 가질 수 있어 엄청난 보습력이 있는 히알루론산 생산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히알루론산에 줄기세포를 넣은 화장품도 화제다. 줄기세포는 어떤 세포로든 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피부건강의 핵심이다. 줄기세포들끼리 주고받는 메시지를 제대로 이해하는 일이 줄기세포 화장품의 성패를 가른다. FGF7과 Tgf-1 성분은 피부 DNA와 100% 일치하는 성장인자 단백질이다. 화상 및 창상을 치유하고 미백과 주름개선 등 안티에이징에 보다 근원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해 준다. 바야흐로 가치 소비의 시대다. 남을 의식하는 과시 소비나 무조건 절약하는 알뜰 소비와 다르다. 화장품의 성분과 효능, 유해물질 함유 여부를 스마트폰 어플을 이용해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요즘에는 의학적으로 검증된 성분이 포함된 화장품이 인기다. 아름다움과 건강, 웰빙을 하나로 묶어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고객의 열렬한 호응을 불러일으키는 일은, 소비자가 그 제품에 적용된 기술에 대해 얼마나 지지를 보내는가에 달려있다. 그런 의미에서 바이오 산업은 피부 과학의 미래다. /구자갑 인스코비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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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3.03 17:38

Give, 기부 그리고 팔복

이강만 한화에스테이트 대표 선조들의 멋과 풍류가 곳곳에 오롯이 남아 있는 고장인 전주를 흔히들 양반의 도시라고 부른다. 전통과 문화가 살아 숨쉬는 곳인만큼 양반이라고 하든 예술교육이라고 하든 이러한 칭송의 언어가 당연해 보인다. 도시 전체에서 느껴지는 이미지만 그런 게 아니다. 도시가 품고 있는 각 고을들의 이름은 더욱 더 매력적이다. 도시마다 나름 예쁜 이름이 없진 않겠지만 전주는 아름다운 동네 이름이 너무나 많다. 점잖은 동네 냄새가 물씬 풍기는 도덕동, 우아한 사람들만 살 것 같은 우아동, 만사 태평이 떠오르는 태평동, 축복이 넘치는 팔복동, 마음이 평온해지는 평화동, 효심이 엿보이는 효자동이 그렇다. 그런데 유독 다가오는 이름이 팔복동이다. 오복만 있어도 삶이 차고도 넘칠 텐데 팔복이라고 하면 이 얼마나 엄청난 축복인가? 그래서 팔복 즉 여덟 가지 복을 일일이 찾아서 찬찬히 훑어보니 좀 난해하다. 가장 첫번째 나오는 문장이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다는 것이다. 떵떵거릴 정도의 부자라 해도 시원치 않을 마당에 가난한 사람이 복이 있다는 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그래서 영어 성경을 찾아보니 Blessed are the poor in spirit. 이라고 되어 있다. 성경적 해석은 좀 다를 수 있지만, 직역하면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이 행복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해석이 쉽지 않아 끙끙대던 와중에, 한 세기를 넘겨 사신 김형석 교수님의 말씀을 우연히 접했다. 행복에 대한 질문에 절대로 행복할 수 없는 두 부류로 답하신 내용이다. 첫번째 부류는 정신적 가치를 모르는 사람으로 돈과 권력, 혹은 명예욕을 좇는 사람이고, 두번째 부류는 자기만을 위해 사는 이기주의자라는 것이다. 곱씹어 볼수록 의미심장한 말씀이다. 마음이 헛된 욕심으로 가득 차 있는 사람은 만족할 줄 모를 뿐만 아니라 주위를 둘러보는 아량도 여유도 없다. 당연히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부류는 일시적 행복감은 맛볼지 모르나 지속적인 행복을 누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마음을 비워 그러한 욕심을 버리고 나면 전혀 다른 삶이 시작된다. 가진 게 적으니 가난해 보이기는 하겠지만, 그 비운 것으로 어려운 이를 도울 수 있게 되니 행복감이 밀려 올 것만 같다. 전주라는 말에서 떠오르는 또 다른 이미지는 얼굴 없는 천사다. 얼굴과 이름도 밝히지 않은 채 스무 한 해 동안 한번도 거르지 않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해주라며 7억원이상을 노송동주민센터에 맡겨온 기부천사 말이다. 연말마다 전주시민 뿐만 아니라 전국민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고 있어서, 고교시절 그 인근에 살았던 것을 주위에 은연중 자랑하게 된다. 부자도 아닌 그 천사가 ?기부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는데,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 행복하다는 것과 일맥상통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 기부천사가 덧붙인 말이 있다. 있는 사람들이 좀 내놔야 나라가 발전되고 그러지 않겠냐고 말이다. 그 천사의 말이 주효했는지 이달 들어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10조로 추산되는 재산의 절반 이상을, 이어서 배민 창업자 김봉진 의장 부부도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기로 했다. 이들은 팔복 중 그 첫번째 복을 이미 받은 것 같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영어 단어 중에서 give를 매우 좋아한다. 발음도 우리말 기부와 비슷하다. 그런데 이제 더 좋은 단어가 생각났다. Donate이다. 혹 넘칠 정도로 가지고 있는 재물이 있다면 눈 딱 감고 돈, 에잇!하고 외치면서 어려운 이웃에게 건네 보자. 그러면 에잇, 복!하면서 하늘에서 팔복이 쏟아져 내릴지도 모르니까. /이강만 한화에스테이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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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2.24 17:29

수학, 왜 배워야 할까?

조봉한 이쿠얼키 대표이사 깨봉박사님, 수학을 왜 배워야 하는 거예요? 얼마 전, 깨봉수학을 공부하고 있는 한 초등학생이 내게 보내온 질문이다. 많은 가정에서 자녀에게 수학 공부를 시키는 와중에 이런 질문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으리라 짐작된다. 학부모들은 과연 어떻게 대답하고 있을까? 우선 가장 쉬운 방법으로 수학에 대한 흥미와 삶에서의 유용성을 떠나 대학입시에 매우 중요한 과목이기 때문이라고 답할 수 있겠다. 수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리에 대한 이해력과 논리, 추론은 대학에서 배우는 학문을 습득하기 위한 기본 능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 입학이 수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의 전부가 될 수 있을까?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 1명은 초중고 12년간 평균 1.5만 시간을 수학 공부에 투자하고 있다. 또한 OECD 국가 대상의 학력평가(PISA)에서 우리 학생들의 수학 실력은 늘 상위권을 차지한다. 하지만 수학 흥미도는 중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더 많은 수포자를 양산하며 IT 산업의 인재 기반까지 무너뜨리고 있다. 특히 수학적 능력이 중요한 이공계의 교수들은 요즘 대학생들의 논리, 추론 등 기본적인 사고력이 전공 수업을 따라오지 못할 만큼 부족하다 평가하고, IT 업계 또한 문제 해결 능력이 우수한 IT 엔지니어가 없다는 불만이 쏟아진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 못된 것일까? 수학을 배움으로써 지적인 능력을 계발하고 사회, 과학, 자연 등 세상을 보는 안목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은 모두가 주지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수십 년 전과 같은 낡은 방식의 대학입시 프레임 속에서 공식 암기와 반복적인 문제 풀이에 매달리며, 정답만 잘 맞추면 수학을 잘한다고 평가받는다. 이런 환경에서 수학을 통해 이해력과 논리, 추론 등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 있는 아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초등학생 때부터 수학을 암기과목으로 인식하고 억지로 배우던 아이들이 중고등학교로 올라간다고 갑자기 잘하게 될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 수학은 아주 먼 과거부터 인간의 기본 소양을 기르는데 매우 중요한 학문이었다. 고대 철학자 플라톤이 훌륭한 철학자와 통치자의 양성을 목표로 세운 아카데미아에는 수학을 모르는 자는 들어오지 말라는 글귀가 씌여있었는데, 수학에서 사용하는 논리학이 인문학과 철학을 발전시키는데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또한 근현대의 수학은 인류에게 컴퓨터라는 선물을 안겨주었고 우주여행을 가능케 했으며, 인터넷과 데이터 통신을 기반으로 IT의 발전을 이끌어 현재는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 기술 분야에 없어서는 안 되는 매우 중요한 학문이 되었다. 아마도 많은 학생들이 어렵고 힘든 수학을 오랜 기간 공부하면서, 한번 즘은 수학을 왜 배워야 하지?라는 의문을 품을 것이다. 이때, 이에 대한 대답이 무엇이냐에 따라 수학을 대하는 태도와 관점이 달라진다. 지금이라도 대학 입시라는 편협하고 근시안적인 목표에서 벗어나, 우리 아이들이 수학의 진정한 가치를 느끼고 다른 학문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 학문으로 인식하도록 도와주자. 이를 통해 수학을 배워야 하는 참된 이유와 자기 주도 학습의 강력한 동기를 갖게 될 때, 우리 아이들은 미래를 주도하는 진짜 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조봉한 이쿠얼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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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2.17 16:45

봄과 함께 오는 하노이 설날

박노완 주 베트남 대사 벌써부터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는 봄소식과 함께 설맞이 준비로 떠들썩하다. 혹자는 베트남이 더운 나라일진데 무슨 봄소식이냐고 반문을 던질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베트남은 남북으로 수천 킬로미터의 긴 영토와 70%가 산악으로 둘러싸여 있어 남과 북의 기후가 많이 다르다. 남부 지역이 년 평균기온이 20℃를 웃도는 더운 날씨라면, 북부지역은 우리와 다소 차이는 있으나 봄, 여름, 가을, 겨울로 구분되는 4계절이 있으며, 세시풍속에도 4계절의 노래와 시가 적지 않다. 이곳 겨울은 우리처럼 산천이 얼어붙고 눈이 내리지는 않으나, 간혹 기온이 7℃까지 내려가면 학교는 서둘러 휴교를 하니 우리로서는 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수년전 이맘때 일이다. 전주에 살고 있는 고향 지인 몇 분이 하노이에 놀러 온 적이 있었다. 지인들은 베트남이 항상 더운 나라로 생각하여, 반팔차림의 간편복으로 왔다가 추위에 큰 고생을 해야 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이곳 시장에 가면 오리털 잠바, 털장갑과 모자 등을 쉽게 볼 수 있는 데, 이는 주택에 난방시설이 없고, 대부분 사람들이 오토바이로 출퇴근하거나 업무를 보기 때문에 겨울철에는 두툼한 방한용 의복이 필수라고 한다. 하노이의 봄은 대체로 우리보다 30일 정도 빠른데, 봄소식은 아직 개화되지 않은 꽃망울 형태의 복숭아와 살구나무 가지가 도로와 상점에 진열되는 모습을 통해 알 수 있다. 복숭아와 살구나무의 꽃, 금귤나무는 악귀를 쫓아내고 복을 가져 온다하여 설맞이 장식용으로 구매하거나 선물로 교환하는 풍습이 있다. 물론 복숭아나무가 없는 베트남 남부지역은 희망과 복을 상징하는 노란 매화꽃을 설맞이용으로 사용한다. 베트남에서 설날을 뗏이라고 부르는데, 설을 전후로 30여일은 년 중 가장 마음 설레고 왁자지껄하는 시간이다. 설 연휴 기간은 우리보다 긴 약 1주일 정도이다. 이때는 온 가족이 모여 설날 전통 음식인 바잉쯩(네모난 모양의 찹살떡)을 즐겨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렇지만 외국인들에게는 이 기간이 마냥 즐겁지 않다. 설 연휴기간에는 대부분 식당과 상가가 철시되고, 택시 잡기도 어려워 집안에서 삼시세끼를 해결하며 지내야 하는 불편이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사람들은 설날에 웃어른에게 세배를 하지 않으나, 빨간 봉투에 돈을 넣어 웃어른과 아이들에게 주면서 건강과 행운을 빈다. 우리는 명절이나 기일에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는 반면, 이곳은 집안에 제단이 늘 모셔져 있어 상시적으로 제사를 지낸다. 베트남에서는 새해 첫날에 집을 방문하는 첫 손님이 그 해의 행운을 가져온다하여 첫 손님을 매우 중시한다. 심지어 그 집의 주인과 궁합이 맞고 행실이 바르고 가정형편이 여유로운 지인을 설날 첫 손님으로 와 줄 것을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 올해 설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베트남에서 9번째 설날을 맞이하는 저로서는 설날 첫 손님이 누가 될지 기대된다. 설날이 다가오면서 어렸을 때 내 고향 임실에서 즐거웠던 추억들이 저절로 떠올라 몸은 타향에 있지만, 마음은 고향으로 향하고 있는 것 같아 나를 웃음짓게 한다. /박노완 주 베트남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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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2.03 19:53

독(毒)도 잘 쓰면 돈이 된다

구자갑 인스코비 대표이사 꿀벌(Apis mellifera)의 보전 상태는 가장 낮은 관심필요부터 절멸까지의 7단계 중 딱 한 가운데인 위기(endangered)로 분류되어 있다. 꿀벌은 새 등 천적의 먹이가 되기도 하고 100대 농작물 생산의 77%에 기여하는 식물의 번식 파트너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벌꿀과 프로폴리스, 봉독 등 꿀벌 산물의 경제적 가치는 연간 4000억여 원에 이르며 화분 매개의 공익적 가치는 무려 6조원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산출물의 경제적 가치에 한정되어 과소평가되었던 양봉산업의 가치가 요즘 들어 화분 수정 기능이 갖는 공익적 가치에 대한 연구를 통해 제대로 평가받게 되어 다행이다. 한편 양봉 산출물의 부가가치를 높여서 공익적 가치 못지않게 산출물의 외부효과를 키우려는 노력도 주목받고 있다. 봉독으로 생물학적 신약 개발에 온 힘을 쏟아 붓는 바이오테크들이 그 주인공이다. 동물 독은 생명을 위험하게 할 수 있지만, 독을 먹어도 적은 양이면 대개는 소화 효소에 의하여 쉽게 파괴된다. 열, 화학제, 살균제, 산화 물질 등에 의해 독성이 파괴되거나 그 작용이 약해진다. 반복적으로 주사하면 면역을 얻을 수도 있다. 백신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독을 조금씩 강도를 높여 동물에 접종하면 혈액 속에 일정 기간 동안 면역적 특성을 갖게 된다. 이런 혈장은 항바이러스처럼 작용하며 그 독에 대해서 수동적 면역을 갖게 된다. 꿀벌의 독도 소량을 잘만 쓰면 호메시스 효과로 약이 된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인 알레르겐을 대부분 제거하고 치료성분만을 정제하여 만든 주사액이 봉독치료제다. 국제적인 표준 치료법으로 만성 통증과 난치성 면역질환을 치료한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오래된 치료법이다. 고대 문명의 발상지 메소포타미아나 이집트에서 벌꿀을 약으로 사용한 기록이 있으며, 기원전 160년 한나라에서 나온 <마왕퇴의서>에도 봉독을 의학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봉독은 멜리틴, 아파민 등의 단백질, 히알루론산 분해효소, 포스폴리파제 A2 효소와 도파민, 히스타민, 세로토닌 등의 신경전달 물질로 구성돼 있다. 비중이 가장 높은 멜리틴 성분은 시상하부, 뇌하수체, 부신피질 등을 자극하여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키고, 이를 통해 소염진통, 살균, 항암, 면역증대 작용을 한다. 봉독에 들어있는 이들 성분으로 다발성경화증, 류머티스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 및 바이러스가 초래한 감염병과 유방암을 낫게 할 치료제를 개발하는 일은 하늘에 구름도감(cloud atlas)을 짓는 것만큼이나 창의력과 끈기가 요구되는 일이다. 난해하고 버거운 대신 거룩한 일이기도 하다. 하나의 물질로 여러 적응증을 목표로 하는 Pipeline-in-a-Product 전략이 유효한 분야이기도 하다. 꿀벌이 지상에서 사라지면 인류는 4년 안에 멸망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꿀벌을 죽이지 않으면서 봉독만 추출하는 배려도 있다. 효능 검증과 원리 규명이 어렵고, 표준화를 위한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생물학적 바이오신약 개발의 문제점을 하나 둘 거의 다 극복했다. 제약업계의 모든 연구자들은 약 하나가 한 해 20조원 넘게 팔리는 베스트셀러의 대체약을 찾고 있다. 이들의 가슴은 평생 약을 달고 살며 각종 부작용에 시달리는 난치병 환자들의 고통을 품고 있다. 어떡하든 그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독도 잘 쓰면 큰돈이 되고 또 희망이 된다. /구자갑 인스코비 대표이사 △구자갑 대표이사는 롯데오토리스 대표이사, 골든브릿지자산운용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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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27 16:38

인생 보물지도

이강만 한화에스테이트 대표 어느 회사원의 이야기다. 그가 서울에서 부촌으로 알려진 강남에 사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인데, 자신 명의로 된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불가사의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온통 산뿐이던 장수 산골 마을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초등과 중등 시절을 보냈으니 언감생심 이러한 부촌을 꿈이라도 꿨겠는가? 그의 아내도 마찬가지다. 같은 장수군에서 고등학교까지 나오고 대학 졸업 후 시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그녀에게 애당초 서울은 마음에 있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 둘이 만나 결혼해서 자식 낳고 지금 거기 살고 있으니 말이다. 부부 둘 다 산골출신이다 보니 대부분의 친인척들은 여전히 고향 마을이나 그 인근에 살고 있다. 자신과 가까운 지인이 강남에 산다는 사실만으로도 친인척들은 괜히 어깨가 으쓱해져서 이 부부를 만날 때마다 입에 침이 마른다. 그럴 때마다 그냥 운이 좋았을 뿐이에요라며 쑥스러이 얘기하지만, 이내 실은 비밀지도가라고 실토하고 만다. 시샘도 비아냥도 아닌, 그저 좋아 신이 난 그분들의 진심에 화답하기라도 하듯이. 그런데, 막상 이 부부의 집에 다녀온 친인척들의 반응은 좀 시큰둥하다. 대치동 아파트 근처까지 갈 때만 해도 주변의 높은 빌딩과 강남이란 이름에 주눅 들어 있다가, 집안을 살펴보고는 이내 어깨를 쭉 펴는 것이다. 집도 너무 좁고 낡은 데다 아파트에 주차 공간도 없어서 살라고 해도 못 살겠다며 고개를 흔든다. 낡아빠진 아파트는 보물도 아닌 것 같고, 보물지도는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도대체 보물지도가 있기는 한 건가? 그런데 뜻밖에도 안방 잘 보이는 곳에 놓여 있다. 화장실이 비좁아 헤어드라이기가 쫓겨온 곳이다. 접착력을 잃어버린 스카치테이프에 의지해, 경대 거울 오른쪽 반면을 차지하며 너덜너덜 붙어 있는 빛바랜 A4용지가 바로 그것이다. 일본 전역에 보물지도 만들기 신드롬을 일으켰던 모치즈키 도시타카가 소개한 그 지도 말이다. 얼핏 봐서는 무슨 말인지 알 수도 없는 여러 개의 말풍선과 그 안에 빼곡히 적혀 있는 글씨들. 자세히 보지 않으면 해독하기도 좀 난해하다. 다섯 개의 커다란 말풍선 속에는 대표이사, 베스트 셀러, E-MBA 등이 어지러이 적혀 있고, 이를 위성처럼 둘러싼 작은 말풍선에도 중간 목표들이 보이고 그 옆에는 날짜까지 표기된 달성 자축멘트들이 깨알 같다. 14년 전 어느 날, 자신의 소중한 꿈을 생각하며 그가 불쑥 종이 한 장에다가 10년 후의 희망사항을 단어로 적은 다음, 단어 주위에 말풍선을 그린 게 전부였다. 그리고는 잘 보이는 곳이 좋을 것 같아 출근 전 아내가 늘 이용하는 경대 거울에 떡하니 붙여 놓았다. 그때는 참 생뚱맞았다. 부장이던 시절에 임원도 아닌 대표이사를 쓰고, 책도 잘 안 읽던 때에 책을 내겠다고 하고, 업무로 눈코 뜰 새 없던 상황에서 석사를 꿈꾸었으니. 강산이 변한 지금 그 보물지도는 보물을 찾게 해주었을까? 모두 다 찾아주지는 못했다. 그러나 대부분을 이미 찾았고, 나머지는 찾기 직전에 와 있다. 보물지도가 제대로 길을 안내한 덕분이다. 신년이 시작된 지 20여 일이 지났다. 혹 마음에만 담아 두고 아직 표현하지 못한 계획이 있다면 보물지도로 만들어 거울 앞에 붙여 놓는 것은 어떨까? 그나저나 보물지도의 주인이 누구인지 궁금하다. 이 사람이다. 오늘 당장 이를 실천에 옮기는 누군가가 바로 인생 보물지도의 주인이 아니겠는가. /이강만 한화에스테이트 대표 △이강만 대표는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지원팀장(전무), 한화 커뮤니케이션위원회 부사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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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20 16:51

겨울방학, 수학을 바꾸는 골든타임

조봉한 이쿠얼키 대표이사 코로나가 촉발시킨 거대한 변화 중 하나를 꼽으라면 아마 대부분 교육을 이야기할 것이다. 작년부터 교육계는 온라인 학습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 현실과 동떨어진 교육부의 정책으로 지금까지 우왕좌왕하고 있고, 학원이라는 틀 속에서 안심하던 학부모들은 원격 수업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난 학원 교육의 실체에 크게 실망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강제로 홈스쿨링을 해야 하는 학부모에게 가장 어려운 과목은 바로 수학이다. 영어나 국어는 독서, 글쓰기 등의 방법으로 어느 정도 보완이 가능하지만 기본 원리와 개념을 단단히 쌓아 올리며 어려운 영역을 정복해야 하는 수학은 사실 그 대안을 찾기 어렵다. 때문에 수학 공부로 빚어지는 자녀와 학부모의 갈등이 점점 늘고 있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대부분 연산 수학으로 불거진 문제들이다. 우리나라에서 연산은 공식과 요령을 활용해 문제를 기계적으로 빨리 풀어 답을 내는 이른바 기계적 연산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 이는 정해진 시간 안에 많은 문제를 풀어야 하는 수능을 위해 특화된 것인데, 이로 인해 수학을 배우는 아이들은 자기가 배운 원리와 개념을 활용해 문제를 읽고 상상하며 논리를 풀어낼 기회를 얻지 못한다. 당연히 생각하는 힘과 응용력은 약해지고 난이도가 조금만 높아지거나 다른 유형의 문제를 만나면 좌절하거나 풀어도 무엇을 풀었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기계적 연산이 만들어내는 폐해다. 간단한 문제를 예로 들어보자. 65 + 97 + 35 + 20 + 3은 답은 얼마일까? 이 문제를 보고 앞에서부터 차례로 더해 답을 냈다면 이는 기계적 연산인데,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할 것이다. 이제 문제를 주어진 그대로 보지 말고 10과 보수의 개념을 활용해 조금 바꿔보자. 65 + 35 + 97 + 3 + 20 = 100 + 100 + 20 어떤가? 계산이 더 쉬워지고 실수할 확률도 줄어든 것이 느껴지는가? 우리는 다섯 손가락을 가진 손 두 개 때문에 5와 10에 익숙하다. 그래서 십진수를 사용하고 십보수의 개념도 배운다. 여기에 더하기는 위치 무시라는 깨봉식 수학 원리가 더해지면 기계적 연산을 벗어나 스마트한 연산이 펼쳐지는 것이다. 핵심은 누가 빨리 정확한 답을 맞히는가가 아니다. 처음 보는 문제도 내가 아는 수학의 특성과 원리를 활용해 쉽고 아는 것으로 바꾸는 힘이 핵심이다. 공식과 요령을 암기해 아무리 많은 문제를 기계적으로 푼다 해도 이러한 힘은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사고가 좁아지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없어질 뿐이다. 이제는 기계적 연산대신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생각하는 연산 즉, 스마트 연산을 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는 지금, 사람이 기계적 연산을 기계보다 잘 할 수는 없다. 우리는 이미 인류 최고의 지성들이 겨루는 바둑과 체스에서 기계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지 않았나? 코로나로 겨울방학이 더욱 길어졌다. 수학 문제집을 잔뜩 쌓아 놓은 채 몇 문제를 풀고 몇 개를 맞았는지 씨름하고 있다면 당장 멈추자. 한 문제를 풀더라도 기계적으로 답을 빨리 내는 것이 아닌, 문제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해 쉽고 아는 것으로 바꿔보는 스마트 연산을 시도할 때마다 칭찬해 준다면, 이번 겨울방학은 내 아이의 수학이 바뀔 수 있는 최고의 골든타임이 될 것이다! /조봉한 이쿠얼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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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13 16:47

제2의 고향 베트남에서 전북을 생각하며

박노완 주 베트남 대사 제 고향 전라북도를 떠나 다시금 타향살이를 하게 된 지 십 수개월이 흘렀습니다. 제가 이곳 베트남 대사로 부임하기 전에는 송하진 지사님의 배려로 1년 8개월 간 전북도 국제관계 대사로 근무하는 기회도 가진 바 있습니다. 전라북도가 제 1의 고향이라면 베트남은 제2 고향으로 불러야 할 만큼 저는 인연이 깊고 오랜 세월 근무한 곳입니다. 저의 30년 이상 되는 외교관 생활은 좀 남다르고 색다른 데가 있습니다. 저는 외교관으로서 해외 첫 근무를 베트남에서 시작했고, 현재 대사로 재직하기까지 베트남에 4번 부임하여 12년 이상 근무중입니다. 이처럼 한 나라에 여러 차례 발령받아 근무하는 경우는 이례적입니다. 또 한 가지 남다른 경험은 제가 어릴 적 소중한 추억이 담긴 고향에서 국제관계대사로 재직하면서 고향에 대한 옛 정을 토대로 미력하나마 기여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온화한 얼굴에 늘 웃음이 가득한 상태로 도정을 이끌어 가는 송하진 지사님, 주민센터 직원들의 친절한 서비스, 도민들의 예의바른 태도와 시민의식, 특성에 맞는 맞춤형 축제 행사와 잘 조성된 도로 등 고향의 선진화와 발전된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요즈음 뜨는 나라, 미래 성장을 주도하는 나라로 국제사회에서 찬사를 받고 있는 베트남에서 다시금 새로운 외교관 생활을 하고 있다는게 너무 가슴 뿌듯하고 특히 고향인 전북의 두터운 사랑과 후원을 늘 간직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은 오랜 식민지 경험과 전쟁의 참화를 극복하고 메콩강의 기적을 이루어내기 위해 진력을 다하고 있는 국가입니다. 마치 어릴 적에 우리나라의 근대화 과정에서 몸소 느꼈던 생동감이 넘치고 급속한 생활환경의 변화를 이곳 베트남에서도 체험하고 있습니다.1970년대 제 고향인 임실 마을 집에 갑자기 전기가 들어오고, 지붕이 개량되고, 전화기와 텔레비전이 설치되는 역동적인 변화를 목격하는 순간은 그 자체가 충격이었습니다. 일찍이 이런 체험을 겪은 저에게는 최근 베트남이 고도성장으로 가히 놀라울 정도로 국민들의 삶의 질이 제고되고 변화된 생활의 모습을 보면서 종종 충격에 휩싸이곤 합니다. 어찌된 일인지 베트남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 5위에, 아시아 태평양지역에서 2위로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2018년 영국의 신경제 재단(NEF)의 발표). 아마 베트남 국민들이 고도성장에 따른 혜택이 곧 생활 만족도를 높여 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베트남의 발전모델이 북한의 개혁개방모델로 연결되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소망도 가져봅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지난해 모두가 힘든 시기였습니다. 베트남은 코로나 19 초기부터 강력한 국경통제를 실시해 방역에 성공, 국민들이 자유롭게 일상생활을 한 지 오래됐습니다. 세계인들은 베트남을 방역 모범국가로 칭송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한국과 베트남간 제한적인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베트남에 거주하는 17만 우리 동포들은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고 9000여 진출기업들도 요식업, 여행업 등 분야를 제외하고는 큰 피해 없이 정상적인 운영을 하고 있어 천만다행입니다. 신축년 새해를 맞아 앞으로 전북일보의 지면을 통해 제가 베트남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소소히 느꼈던 점들을 도민분들과 공유할 수 있게돼 무척 기쁩니다. 도민 모두가 천천히 걸어서 만리를 가는 소처럼, 우보만리(牛步萬里)의 마음으로 이루고자 하시는 모든 일들이 성취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박노완 주 베트남 대사 △박노완 대사는 주호치민대한민국총영사관 총영사, 전라북도 국제관계대사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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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06 17:21

지방자치 발전의 결정적 분기점

최병관 행정안전부 대변인 오늘은 2020년 경자년 마지막 날이다. 지난 7월 첫 기고에서 시간을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했었는데,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다시 시간으로 끝을 맺고자 한다. 본래 시간에는 매듭이 없다. 즉 구분이 없고 그저 무한정이다. 이러한 무한정의 시간에 인간이 여러 개의 매듭을 만들어 놓았다. 년, 월, 일, 시간 등이다. 이러한 시간의 매듭을 통하여 시간의 지나감을 인식할 수 있고, 그로 인해 무한정의 시간이 각각의 매듭 단위에 의해 구분 지어지고 한정된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인간이라는 동물이 지구상 최강자가 된 이유를 인간의 상상력이라고 했다. 무한정의 시간에 일정한 매듭을 지어놓은 일은 인간의 위대한 상상력이며, 우리네 삶에 온갖 바탕을 만들어 놓은 쾌거이다. 만약 이 시간의 매듭이 없다면 우리의 삶은 어떤 모습일지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아마도 무아, 혼돈, 그 자체가 아닐는지 싶다. 역사의 관점에서 시간과 관련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인류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친 예수님의 탄생을 기준으로 역사를 기원전(B.C)과 기원후(A.D)로 구분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결정적 분기점(Critical juncture)이라는 게 있다. 선택 시점에서는 작은 사소한 결정이었지만 후대의 역사의 시간으로 보면 엄청난 차별을 가져오는 현상을 말한다. 대표적인게 작은 한 마을에서 발생해 중세 유럽을 흔들어 놓은 흑사병이다. 유럽에서 흑사병으로 인해 인구 절반이 목숨을 잃어 노동력이 급감하자 봉건주의의 기반이 흔들렸다. 소작농이 변화를 요구할 힘을 얻게 되어 봉건적 노역이 차츰 자취를 감추면서 서유럽에서 포용적 노동시장이 태동하였고, 급기야는 봉건제도의 몰락을 가져왔다. 흑사병 발생 이후 670여 년이 지난 지금, 인류 역사는 코로나19라는 감염병으로 또 다시 결정적 분기점에 서 있다. 이 위기를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미래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K-방역의 중심에는 지자체의 선제적이고 슬기로운 대응이 있었다. 중앙정부 차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은 지방정부의 재난 기본 소득 도입이 계기가 되었고, 세계 표준 모델이 된 드라이브 스루 선별 진료소, 어려운 소상공인을 위한 착한 임대인 운동 등이 지방정부에서 시작되었다. 코로나19는 지역의 일은 그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지자체가 책임을 지고 해야 한다는 보충성의 원칙을 확인시켜 주었다. 결정적 분기점의 시각에서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 첫 번째는 1994년 실시한 민선 지자체장 선거였다. 이후 6번의 선거를 치르면서 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의 축적을 통해 우리나라 지방자치가 크게 발전할 수 있었다. 이번엔 코로나19가 지방자치 발전에 있어서 결정적 분기점 역할을 할 것이다. 코로나19는 중앙정부 차원의 과감한 통일된 역할을 요구하기도 하는 한편, 지자체별 실정에 맞는 탄력적인 대응을 필요로 한다. 분명 코로나19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권한과 역할 배분에 대한 새로운 논의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어떻게 지방자치 제도를 설계하느냐에 따라 우리나라 지방자치 발전의 경로는 달라질 것이다. 코로나19 위기가 지역의 자율성, 다양성, 책임성을 한 층 더 강화시킴으로써 우리 지방자치가 보다 더 창의적이고 성숙되어 지는 긍정적인 결정적 분기점으로 작용되기를 기대해 본다. /최병관 행정안전부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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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2.30 19:25

국가보안법, 누구를 위한 국가폭력인가

전수미 숭실대 교수변호사 2018년 3차례 남북정상회담에 따라 남북교류협력의 재개를 도모하면서 1948년 12월 1일 법률로 제정 및 공포된 이래 수차례 개정된 국가보안법에 대해서 개정뿐만 아니라 폐지에 대한 논의 또한 끊이지 않고 있다.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논의의 핵심은 국가보안법에 내재되어 있는 국가폭력과 그 국가폭력이 침해하는 기본권에 대한 문제이며, 국가보안법이 사상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의 또한 진행 중이다. 국가보안법은 크게 6차례에 이르는 개정의 과정에서 법조문의 내용이 지속적으로 추가되거나 삭제되었음에도 큰 틀에서는 일관성이 발견된다. 먼저, 국가보안법은 분단을 고착화하고 있다. 헌법과 국가보안법에 따르면 북한은 한반도 이북지역을 불법으로 점령하고 있는 반국가단체일 뿐이다. 국가보안법의 잠입탈출죄는 북한지역으로 탈출한 자에 대한 처벌인데, 대한민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은 여행이나 각 다른 이유로 북한에 출입하고 있지만 국가보안법은 대한민국 국민의 북한 입경을 잠입으로 보고 있다. 또한, 북한지역으로의 탈출이라는 정의가 대한민국을 하나의 감옥으로 상정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낳는다. 둘째, 국가보안법은 사상을 탄압하거나 제한한다. 1995년 11월 아비드 후세인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한국 방문 후 발표한 보고서는 국가보안법의 입법과 시행은 세계인권선언 제19조, 한국이 1990년 가입한 시민적ㆍ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9조 등의 국제 인권법에 규정된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적절한 보호를 부여하는 데 실패하였다. 한국 정부가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명시했다. 위 보고서는 1996년 유엔 인권위원회 제52차 회의에서 공식문서로 채택되었는데, UN은 지속적으로 국가보안법의 사상의 자유 침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왔다. 셋째, 국가보안법은 인권 유린 및 침해의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 한국에서 정권의 위기가 닥칠 때마다 국가보안법은 간첩이라는 프레임 활용을 통해 동서 냉전의 이데올로기적 대결 구도를 인위적으로 재생산 해왔다. 이는 최근까지 지속되고 있는데, 2018년 9월 검찰은 남북경협 사업가가 하도급 계약을 목적으로 북한 개발자와 이메일로 연락한 행위를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및 그 지령을 받은 자와 통신한 것으로 무리한 해석을 하며 동법 회합통신죄(제8조) 위반 등으로 기소하였다. 이처럼 국가보안법은 반공산주의의 퇴조로 말미암아 촉발된 이데올로기적 위기로부터 현 지배체제를 수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국가보안법은 지배체제의 법적 안전판으로 작동하면서 국가안보라는 이름 아래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 국가보안법의 각 시대별 차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체제유지를 위해 방어적 태도를 보이며 엄벌에 처하거나, 약간의 포용적 태도를 보이며 관대한 처벌을 하는 것에 불과하다. 국가보안법의 존폐에 대해서는 현재 남북교류협력 재개와 동북아 평화정착 도모라는 움직임을 바탕으로, 기존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 현실적이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헌법 외재적 체제이데올로기인 반공산주의를 퇴역시키고, 헌법 내재적 이데올로기를 전면에 앞세움으로써 지배체제의 법적 헤게모니 자체에 대한 재조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수미 숭실대 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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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2.23 18:32

코로나19와 새해 소망

탁경진 재경도민회 사무총장협의회장 세월은 기다려 주지 않고 유수와 같아 벌써 경자년 한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고향의 들판과 바다, 강산은 그대로 변함이 없고 향수를 갖게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우리 애향단체도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한 해를 보내는 것 같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만 해도 코로나19의 기세가 미미한 상황 속에서 우려는 했지만 고향을 중심으로 조직된 애향단체들은 다양한 활동을 하자고 계획하고 준비했었다. 주기적으로 고향을 방문하여 고향홍보에 전도자가 되고 희망심기사업에 적극 동참하여 고향에 계신 분들과 출향인이 함께하고 우리 고향이 농축수산물 생산유통판매 등의 중심으로 자리잡기 위한 적극적인 활동도 하자고 다짐했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모든 행사와 축제 등이 줄줄이 취소되었고 농축산품 판매 및 홍보도 오프라인은 대폭 줄어들고 대부분 온라인 상으로만 이루어져 많은 제한사항이 있었다. 고향을 방문해도 청정지역에 혹시 코로나19 시국에 영향을 미칠까 서로 조심하는 분위기 속에서 고향방문을 꺼리는 기피현상까지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한마디로 코로나19로 인한 혼란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한 채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다. 요즘 추세라면 코로나19가 계속 확산세를 보이고 있어 새해에도 암울하다. 답답함과 안타까움 속에서도 내년에는 올해의 시국현실을 좀 더 심층분석해서 냉철하고 현실적으로 고향을 들여다보는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최근 들어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큰 진전이 있는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다. 영국이 이미 백신 사용을 시작했고, 미국도 당국의 심사 절차를 모두 마치고 접종에 들어갔다.우리나라도 백신 수입 예산을 책정하고 개발사들과 계약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제약회사가 개발하고 있는 치료제가 조건부 허가신청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내년은 신축년 흰소의 해이다. 흰소는 행동을 하기 전에 생각을 깊이 하고 계획을 철저하게 세우는 근면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책임감도 강해서 일을 시작하면 꾸준히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동물이란다. 새해에는 소처럼 책임감 있게 제발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출향인들이 마음껏 고향과 함께하고, 고향 희망심기 사업에 활력을 갖고 적극적인 애향활동을 펼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마음껏 고향을 홍보하고 고향을 노래하는 시절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마스크 없는 세상에서 며칠이라도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는 분위기를 소망한다. 연례적으로 시행하던 고향의 축제나 행사가 부활하여 사람 사는 맛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가 하루 빨리 오기를 바란다. 지긋지긋한 코로나19 이제는 물러가고 침체되어 있는 경제를 회복하고 우리 고향이 행복하고 좀 더 잘사는 마을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이젠 경자년도 며칠 남지 않았다. 경자년 한 해를 분석하고 다가올 신축년 새해에는 좀 더 진취적이고 적극적으로 고향과 함께 무엇을 해야 될 것인가를 고민하자. /탁경진 재경도민회 사무총장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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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2.16 17:49

수능 이후를 준비해야 살아남는다

조봉한 이쿠얼키 대표이사 해마다 이맘때 즘이면 대한민국은 수능 몸살을 앓는다. 이 하루의 시험에 인생의 모든 것이 달렸다는 듯 아이들을 입시 경쟁으로 내몰고 성적 이외의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다며 초중고 12년을 몰아붙인 결과가 나오는 날이기 때문이다. 나는 80년대 중반에 학력고사를 통해 대학에 입학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의 수능 몸살은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이 가져올 거대한 변화로 학력 무용론이 대두되는 지금도 대다수의 학부모는 좋은 대학에 입학만 하면 된다는 입시 만능주의에 빠져 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대학이라는 목표 이후의 산업 현장에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산업계는 IT 엔지니어 영입에 또 다른 몸살을 앓고 있다. 시가총액 45조 원의 네이버에서도 뽑고 싶어도 개발자가 없다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엔지니어 출신으로서 에듀테크 스타트업을 이끌고 있는 나도 최근 크게 느끼는 부분이 학력과 상관없이 실무에 적합한 양질의 IT 엔지니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류 때문일까? 몇 년 전부터는 비전공자들까지 컴퓨터 학원이나 온라인 강의를 통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의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개인 프로젝트를 포트폴리오 삼아 엔지니어라는 타이틀을 달고 취업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여기에 매년 배출되는 컴퓨터공학, 소프트웨어공학 등 관련 전공자를 감안하면 숫자의 부족만으로 생기는 현상은 아닌 듯하다. IT 현장에서 필요한 능력은 단순히 코딩 실력이 아니라 문제의 핵심을 파악해 해결 방법을 찾고 여기에 필요한 논리 구조를 수립해 본인만의 프로그램을 효율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능력은 어떻게 길러야 할까? 컴퓨터공학이나 인공지능은 모두 수학을 기반으로 한다. 여기서 말하는 수학은 지금의 입시에서 요구하는 기계적 계산능력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수학의 원리와 개념에 대한 완전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양한 수학 문제를 풀어내며 길러진 논리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말한다. 기존의 수학 교육 방식으로 훈련된 학생들이 대학에 합격한 이후 이공계 전공수업을 따라가지 못하고 심지어 수학 공부를 다시 하는 기현상은 12년의 수학 교육이 우리 학생들의 노력과 시간을 얼마나 낭비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지금도 대입을 위해 불철주야 입시 공부에만 매달리고 있는 학생들은 모두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세상에서 살게 된다. 인공지능은 이미 기계적인 일을 넘어 사람의 고유 영역이라 자부하던 글쓰기, 미술, 음악 등의 창작 분야에서도 뛰어난 결과를 만들고 있다. 결국 우리 아이들은 인공지능이 시키는 일을 하거나 반대로 인공지능을 활용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여러분은 내 아이가 어떠한 인재로 자라길 바라는가? 공식이나 요령에 길들여진 단순한 계산 능력으로는 절대로 인공지능을 따라잡거나 이길 수 없다. 두뇌 싸움의 최고 경지라는 바둑과 체스에서 이미 확인되지 않았나? 미래 인재는 결국 문제 해결 능력에 좌우될 것이다. 이러한 능력을 기르기 위해 제대로 된 진짜 수학 교육을 찾고 시작해야 한다. 지금부터 우리 아이의 수능 이후를 준비해야만 진짜 인재로 살아남을 수 있다. /조봉한 이쿠얼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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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2.09 17:43

피크 쇼크 시대, 파괴적 혁신만이 살 길이다

최병관 행정안전부 대변인 피크 오일(석유 수요 정점), 피크 카(차 생산 정점), 피크 유스(젊은 인구 정점), 피크 스틸(철강재 생산 정점). 피크 쇼크(Peak Shock) 시대가 오고 있다. 피크 쇼크는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 앞에 펼쳐질 경제 위기를 예고하는 말이다. 전문가들은 대략 1020년 안에 석유,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전통 제조업의 성장세가 정점을 찍고 급격히 하락하는 피크 쇼크가 불가피하다고 예상한다. 피크 쇼크란 더 많이, 더 빨리, 더 싸게 생산하고 소비하던 시대가 마침내 정점을 찍고 가파른 내리막길에 접어들 때 발생하는 충격을 뜻한다. 공급 과잉과 수요 축소의 악순환은 생산 및 고용 감소로 이어지게 되고, 해당 산업에 속한 기업과 종사자들은 극심한 혼란과 고통을 겪게 된다. 충분한 대비 없이 피크 쇼크 상황을 맞이 하게 되면 그 충격은 경제 뿐만 아니라 사회적 혼란과 고통은 물론이고 개인 일상생활에도 심대한 위기를 가져온다. 피크 쇼크의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2019년 한국의 제조업 생산 능력이 전년 대비 -1.2%를 기록해 통계로 처음 집계된 1971년 이후 48년 만에 가장 큰 폭의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였다. 전북의 경우 2017년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2018년 GM 군산 공장 폐쇄로 지역경제의 침체가 가중되고 있다. 피크 쇼크에 미리 대비한다면 충격을 줄이는 것이 가능할까? 정답은 가능하다이다. 각자도생의 시대에 기업들이 경쟁에서 살아남는 핵심은 기술혁신이다. 기술혁신에 성공한 기업은 피크 쇼크의 와중에서도 승리를 거머쥔다. 삼성전자는 2019년 21.6%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스마트폰 글로벌 1위 자리를 지켰다. 폴더블폰, 5G 서비스 같은 기술혁신이 시장에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설립된 지 30년도 안 된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등 플랫폼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파괴적 혁신을 통해 폭풍 성장을 하고 있다. 성경에 나오는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의 기업판도 있다. 신생기업 넷플릭스는 설립자의 창의적 아이디어 하나로 미국 비디오테이프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던 대기업 블록버스터를 밀어냈다. 한편, 위기의식을 느낀 대기업들도 파괴적 혁신을 통해 골리앗의 복수를 하고 있다. 피크 쇼크는 위기이자 기회이다. 문제의식 없이 변화를 읽지 못하면 위기에 직면하고 도태된다. 문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창조적 변혁을 한다면 새로운 기회의 장이 펼쳐진다. 승부의 관건은 파괴적 혁신을 촉진시키는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이다. 혁신을 촉진하는 최대의 동력은 경쟁의 촉진이다. 중앙과 지방정부는 기업이 피크 쇼크 시대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경쟁의 촉진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의 4차 산업혁명 분야는 우리에게는 전략적 승부처로써 피크 쇼크의 돌파구를 열어줄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 정치권이 앞장서서 이들 산업의 경쟁을 저해하고 있는 법?제도의 걸림돌을 과감히 제거해야 한다. 한국판 뉴딜을 통해 국가와 지역의 산업정책을 파괴적으로 혁신한다면 피크 쇼크를 오히려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만들 수 있다. 전통적 제조업이 상대적으로 약한 전라북도도 창의적이고 선제적인 노력을 통해 피크 쇼크를 퀀텀점프 할 수 있는 지렛대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병관 행정안전부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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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2.02 17:43

허정숙 선생을 그리워하며

전수미 숭실대 교수변호사 아마도 세계 곳곳에서 인권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난민을 돕는다는 이유, 북향민을 돕는다는 이유, 특정 소수민족을 지원한다는 이유 등으로 반대 세력에게 수 많은 비난과 협박에 시달릴 것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미투 운동이 이제야 시작되었지만 그 후 역시 여자와 같이 일하면 불편해라는 시선과 함께 여성배제 또한 시작되었다. 우리는 독립운동가이자 여성운동가였던 허정숙 선생에 대해서는 그 이름조차 들어본적 없는 이가 많다. 그녀는 일제강점기 여성운동을 펼치며 조선여성해방동맹 등 여성단체를 조직하고 활동한 인물이다. 광복 후 서울로 귀국하다가 남북협상에서 북측 여성계 대포로 참여 후 북한에 정착하여 북한 정권 수립에 참여 및 최고재판소 판사 등을 역임하기도 하였다. 그녀의 행적은 당시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이었는데, 예를 들어 여성에게도 성욕이 있으며, 여성에게만 정조를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점 등이다. 성관계에 대해 보수적이었던 일제강점기나 해방 후 분위기를 생각하면 입에 올리기 힘든 말들이었고, 실제로 남자들은 그녀를 조롱하고 비아냥거렸다. 성해방과 반봉건운동을 위해 1920년 공개적으로 단발을 하자 성리학자들은 그녀를 패륜아라고 공격하기도 하였다. 무엇보다 허정숙 선생은 여자도 한 사람의 인간이다라고 주장하며 여성운동을 이끌었는데, 그녀의 다양한 활동들은 그녀를 조선의 푸로레타리아 운동사상 잇쳐지지 아니하는 용감한 투사라는 평을 듣게 하였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이자, 여성운동가, 그리고 사회주의 운동가로서 월북을 하여 북한정권에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최고헌법재판소장 등을 역임한 그녀. 하지만 남한의 군사정권은 그 특유의 여성의 성에 대한 보수적 태도를 바탕으로 그녀의 여성해방론, 성해방론을 비판하였다. 또한 그녀가 월북하여 북한정권의 각료에 역임되었다는 이유로 남한정부의 비판의 대상이자 거론하기도 어려운 금기의 대상이 되어버리기도 하였다. 현재까지 그녀는 약산 김원봉 선생과 마찬가지로 독립유공자 포상 심사기준 상 북한정권 수립에 기여한 자에 해당하여 서훈의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상훈법이 국가안전에 관한 죄를 범하고 형을 선고받거나 적대지역으로 도피한 경우 서훈 취소사유로 정하고 있어(상훈법 제8조 제1항 제2호), 이런 취지에서 허정숙 선생의 행적을 문제 삼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포상 심사기준은 행정규칙 단계에서 국가가 추구하고 기념하여야 할 방향에 반공주의적 시각을 강하게 반영하는 것으로 합리적이라고 볼 수도 없고 대한민국에 대한 기여도를 무시하는 과락요소와 같은 절대적 기준이 될 우려가 있다. 이 점에서 허정숙 선생의 활동을 반공주의 시각을 전제로 공(功)과 과(過)로 구획하고 보훈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적절한 역사적 평가가 아니라 할 것이다. 미투하는 여성들을 내부고발자라는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사회 곳곳에서 여성을 배제하는 2020년이다. 이러한 작금의 현실 속에서, 수많은 남성들의 비난 속에서도 꿋꿋하게 여성운동의 비전을 제시하고, 여성들도 인간으로서 개성과 감정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여성해방과 자립을 외친 조선의 콜론타이, 허정숙 선생이 오늘따라 더욱 그리운 이유는 뭘까. /전수미 숭실대 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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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1.25 17:43

변화된 고향을 홍보하는 전도자가 되자

탁경진 재경도민회 사무총장협의회장 고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논에는 황금벌판으로 자태를 뽐내고 밭에는 무, 배추, 고구마 등 온통 초록들판으로 물든 아름다움 환상 그 자체였다. 그러나 황금물결은 자취를 감추고 여기저기 낙엽이 떨어지고 아름다움을 연출했던 곳은 허허벌판으로 변하고 쓸쓸하게까지 느껴진다. 분명 우리 고향도 많이 변했다. 어릴적 나의 꿈을 키웠던 학교도 존재하고 친구들과 뛰놀던 뒷동산은 그대로 있지만 환경과 분위기는 변하고 있다. 어릴적 옆집 친구네 집은 없어졌고 앞집에는 최근에 귀농한 사람이 살고 있다. 서로 의지하고 공동상생을 바탕으로 살아왔던 마을의 향수는 감소되고 길거리에는 크고작은 농기계 등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 들판에서 일하는 분들은 종전 동네사람에서 이제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함께하고 있다. 농업이 과거 생존수단의 방식에서 이제는 농업도 전문 직업군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같다. 경제개발과 농촌산업화의 영향으로 우리의 뒷동산은 불도저, 굴삭기 등으로 논, 밭으로 탈바꿈했고 비닐하우스가 여기저기 서로 경쟁이나 하듯 들어서 있다. 고향은 우리의 어릴 때 추억으로 그려본 향수의 흔적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먹고 살기 위해 고향을 떠나고 부모님 세대가 고난을 이겨가며 지켜왔던 나의 고향, 고령화와 저출산 그리고 급격한 인구감소는 고향의 또다른 고민거리가 아닌가 싶다. 어쩌면 먼 훗날에 변모할대로 변모한 고향 땅은 있을지 모르지만 지방자치제의 기능을 상실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 고향이 이향적인 상황에서도 어쩌면 인간의 귀향본능에 따른 그리움은 어쩔 수 없나 보다. 고향은 사전적 의미로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곳,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곳,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이라고 하지만 현대인은 향수만 간직한 채 살아오고 있다. 변화되고 부정적인 의미의 고향을 긍정적인 마인드로 바꾸어 나가는 고향심기운동을 펼쳐보자. 이제부터라도 출향인들은 변화된 고향을 홍보하는 전도자가 되어보자. 고향은 앞으로 우리가 다시 희망의 보금자리로 찾아가게 될 것이다. 고향은 미래의 땅이다. 21세기의 대도시 위주 발전은 필연적으로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대도시의 개발은 발전의 포화 상태가 되고 탈출구를 요구한다. 그 돌파구는 잠재력이 있고 무한 가능성을 두고 있는 내 고향이 아닌가 생각한다. 고향은 지금 혁신적인 변화 속에서 귀향을 홍보하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 농공산업단지, 힐링타운, 농업기계화 및 현대화, 고령화시대에 맞춘 최신병원시설, 문화예술공연 시설, 교육인프라 및 농축수산물의 판로확보전략, 농업 전문직 육성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 개발 등 모든 것을 준비해 놓고 출향인들을 환영하고 있다. 필자도 인생의 제2막 생활을 하면서 종종 고향을 찾는다. 향수와 넉넉한 민심은 유년기 시절보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고향비전을 위하여 헌신을 다하고 있는 공무원 및 고향 분들에게도 항상 감사함을 표한다. 고향을 방문한 출향인들에게 따뜻한 덕담 한마디는 마음 속으로 넉넉함을 느낀다. 청년들이여! 그리고 장년들이여! 고향을 노크하여 남부럽지 않은 경제적 부자와 만족하는 정신적 부자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아보자. 감성적 고향과 소득주도 경제적 고향은 느낌부터 다르다. 현실에 적응하고 미래에 생각할 수 있는 고향 모습을 그리며 고향을 가슴에 품은 여유를 가져보자. /탁경진 재경도민회 사무총장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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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1.18 18:00

'무작정 외우는 구구단’, 약인가? 독인가?

조봉한 이쿠얼키 대표이사 너는 어린 네 동생도 벌써 깨친 구구단을 아직도 못 외우니?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 구구단 암기를 잘 못하는 초등학생 누나를 혼내며 하시던 말씀이다. 나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숫자들의 특성과 수 세기의 원리를 스스로 깨쳐 구구단을 외우지 않고도 곱셈식의 답을 낼 수 있었다. 동네의 어르신들은 이런 내가 신기한 듯 이런저런 곱셈 문제를 내기 일수였고 나는 놀라는 어른들의 반응이 재미있어 답을 척척 맞히곤 했다. 일반적으로 초등학교 1~2학년이 된 아이들이 수학 공부 중 겪게 되는 첫 번째 관문이 바로 구구단이다. 2,0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구구단은 전 세계 수학 교육에서 연산의 필수 과정으로 오랜 시간 자리매김해 왔지만 교육 방식은 여전히 무조건적인 암기에만 의존하고 있다. 컴퓨터(계산기)의 사용이 일상이 되고, 웬만한 일은 인공지능(기계)이 인간보다 월등히 뛰어나 사람의 직업을 대체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구구단 암기가 과연 미래를 대비한 올바른 수학 교육이라고 할 수 있을까? 초등 저학년은 수학이라는 학문을 처음 접하고 다뤄보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이때 아이들의 뇌는 호기심과 상상력으로 가득한데, 엄마나 아빠가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호기심과 상상력은 무시한 채 무언가를 무작정 외우라고만 강요하니 싫어하는 것이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수학으로 인한 첫 번째 갈등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 시기를 어떻게든 지나 결국 9단까지 외우게 되고, 이후 2~3학년 과정에서 나오는 연산 문제는 대부분 풀게 되므로 학부모는 이에 만족하며 안심을 한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이후의 분수 단원에서 발생한다. 분수는 소위 첫 번째 수포자 구간으로 악명이 높은데, 숫자의 특성과 곱셈의 원리에 대한 이해가 없는 아이들은, 자연수를 벗어나 더욱 어려워진 분수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문제의 유형별 요령을 또다시 암기하게 된다. 결국 출제자가 문제 유형을 조금만 바꾸어도 이에 맞는 공식과 요령을 꺼내지 못해 포기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이것이 바로 무작정 외우는 구구단이 약이 아닌 독이 되는 이유이다. 우리 아이들이 구구단을 외우지 않고도 숫자의 특성과 수를 세는 원리를 쉽고 재미있게 깨칠 수 있는 방법이 정말 없는 것일까? 이 문제에 대해 오랜 시간 자문해온 나는 수개월 전부터 <깨봉수학>의 연구팀과 함께 수포자 양산의 근본적 원인이자 독이 되는 구구단 암기를 대체하기 위한 연구를 거듭해왔고, 드디어 게임처럼 즐기며 수와 곱셈의 원리를 깨칠 수 있는 <깨구단>의 개발에 성공했다. <깨구단>은 구구단을 억지로 외우지 않아도 수의 특성과 곱셈의 원리를 모두 시각화해 자연스럽게 몸으로 체화하며 깨우칠 수 있도록 만든 게임수학으로, 내가 구구단의 존재조차 몰랐던 어린 시절에 스스로 곱셈의 원리를 깨쳤던 방식을 그대로 담아냈다. <깨봉수학>의 홈페이지(www.quebon.tv)를 통해 무료로 배포 중인 <깨구단>으로 부디 많은 아이들이 구구단 암기의 늪에서 빠져나와 수학은 암기과목이라는 잘 못된 첫인상을 떨쳐 내길 바라며, 나와 <깨봉수학> 연구팀의 노력이 수학을 아이들의 호기심과 상상력, 논리력을 마음껏 기를 수 있는 학문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작게나마 일조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 본다. /조봉한 이쿠얼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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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1.11 17:58

슬기로운 지방 선순환 구조 만들기

최병관 행정안전부 대변인 얼마 전 배우 조 정석씨가 출연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시청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슬기로운 집콕생활, 슬기로운 온택트 생활, 슬기로운 방역생활 등등등. 슬기로운이라는 단어가 요즘 들어 참 많이 사용되고 있다. 어쩌면 사람들은 바이러스와 싸우면서 저마다 새로운 삶의 방식을 슬기롭게 터득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10월 일평균 수출액이 코로나 이전인 1월 이후 9개월 만에 플러스로 반등했다는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려오기는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우리 경제도 악순환이 지속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여전한 것 같다. 국가경제도 어렵지만 지역경제는 더 심각하다. 저출산과 인구감소, 수도권 집중화로 인한 악순환으로 조만간 상당수의 시군이 소멸될 거라는 우울한 보고서가 연일 나오고 있다. 올해 한국고용정보원 조사에 의하면 228개 시군 중 46.1%인 105개가 지역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되었고, 소멸대상의 90% 이상이 비수도권에 몰려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슬기로운 지방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솔로몬의 지혜는 없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어려운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지방 선순환론을 제시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역의 현실을 가장 잘 아는 지자체가 맞춤형 일자리 정책을 세우고 추진하는 데 제도적, 재정적 뒷받침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혁신도시와 국가혁신클러스터에 인재, 투자, 일자리가 선순환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얼마 전에는 17개 시도지사가 참여한 가운데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를 개최하고, 지역균형 뉴딜을 통해 75조원 규모의 인프라를 구축해 국가균형발전 정책과 긴밀히 결합함으로써 지역 발전 속도를 더욱 가속화시켜 지방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히기도 하였다. 정부 정책입안자들이나 자치단체장들은 다양한 정책 추진과 상생협력을 통해 지방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지역의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정부가 재정여력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4차례 추경까지 한 이유도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투자 확대 소득 증가 소비 확대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요즘 지방에서 스스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대구경북 통합론, 광주전남 통합론, 부산울산경남 통합론 등도 지방소멸의 악순환을 차단하고 수도권 블랙홀에 대항해 지역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지역의 몸부림이다. 지난 10월 29일은 제8회 지방자치의 날이었다. 17개 시도가 다시 모여 지역균형 뉴딜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지역균형 뉴딜 분과를 출범시켰다. 지역균형 뉴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민간의 참여와 협력, 국회의 적극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다행히도 3분기 GDP 성장률이 플러스 반등이 되면서 우리에게 희망을 주고 있지만, 여전히 지역경제는 어렵다. 악순환을 구조적으로 차단하지 않고서는 우리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 생각보다 더 빨리 사라지는 게 현실로 곧 다가올 것만 같다. 이번에야말로 절박함을 가지고 중앙과 지방이 진정으로 협력하여 지역균형 뉴딜의 성공적 추진을 통해 활력 넘치는 지역경제, 청년이 모여드는 지역사회가 되는 슬기롭고 지속 가능한 지방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병관 행정안전부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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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1.04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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