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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완 주 베트남 대사 요즈음 베트남에서 한류 붐과 함께 한국어 학습 열기가 대단하다. 전국 대학입학시험에서 최고점수를 받은 우수한 학생들이 한국어과에 지원할 정도로 한국어에 대한 인기가 높다. 이에 뒤질세라 베트남 대학들은 한국어과를 신설하거나 학생들 유치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3년 전 전국 17개 대학에서 한국어과를 운영하였으나, 지금은 38개 대학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학생 수도 7000명 수준에서 현재는 2만8000명으로 증가하였으며,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처럼 한국어에 대한 폭발적 인기는 지속적인 한류 열풍이 그 시발점이겠지만, 주요 이유는 베트남으로 진출하고 있는 수많은 한국기업들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어과 졸업생들 대부분이 취업을 하고 있고 월급도 영어나 일본어를 전공한 학생들보다 대체로 높아 당분간 한국어 학습 열기는 식지 않을 것 같다. 이러한 한국어 붐에 부응하여 베트남 정부는 지난 2월 한국어를 제 1외국어로 공식 채택하는 결정을 하였다. 베트남처럼 한국어를 제 1외국어로 채택한 국가를 아직 들어 본 적이 없지만, 이번 결정은 우리 외교사뿐만 아니라 한국과 베트남 관계사에서도 길이 남을 만한 일이다. 베트남에서 제1외국어로 채택한다는 의미는 전국어디서든 학습 여건을 구비하면 초등학교 3학년 정규과정부터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고 배울 수 있다는 뜻이다. 초등학교 과정에서부터 한국어를 공부할 수 있으면 머지않아 한국어를 구사하는 젊은이들을 이곳에서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될 것이다. 최근 하이퐁시에서 실시한 외국어 학습 선호도 조사에서 한국어는 영어 다음으로 높게 나왔다. 이를 기초로 하이퐁시는 한국어를 제 1외국어 시범도시로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이퐁시는 우리나라의 인천시에 해당되는 도시로 베트남 북부의 해상관문이자 요충지로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큰 도시에서 한국어를 제1외국어로 교육한다는 것은 베트남에서 한국어에 대한 저변 확산의 마중물이 될 수 있어 앞으로 한-베트남 관계발전에 새로운 청신호가 아닐 수 없다. 한국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잘 이해하여 베트남에서 한국어 학습인프라 구축에 보다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한국어에 관심이 있는 외국인을 맞닥뜨리는 일은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다. 요즈음 베트남에서는 베트남 사람들 뿐 만 아니라 외국인들을 만날 때 그 전과는 한국어에 대한 반응이 사뭇 달라진 것을 느낀다. 사진을 찍을 때 자연스럽게 하나, 둘, 셋을 외치는 외국인들을 볼 수도 있고, 자녀들에게 배운 한국어 단어를 부모들도 관심 갖고 따라 하기도 한다. 우리부부가 살고 있는 동네커피숍 유리창에는 한국어로 좋은 날은 커피와 너로 시작 해라는 문구가 적혀 있어 친근감에 그곳을 자주 찾곤 한다. 이젠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도시발전에 국한되지 않고 문화부분에서도 가능하다는 생각을 부쩍 자주하게 된다. 앞으로 한국과 베트남이 펼쳐 갈 미래가 무척 기대되며, 그 모습은 우리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 이상일 것이라는 생각에 늘 가슴이 두근거린다. /박노완 주 베트남 대사
구자갑 인스코비 대표이사 뇌는 체내에 존재하는 가장 큰 기관으로 무게 약 1.4kg의 단백질 덩어리다. 척수와 함께 중추신경계를 구성하며, 감각 정보 수용과 운동 출력을 통합하고 있다. 사람의 마음도 심장에 있는 것이 아니고 뇌에 있다니, 인간은 결국 단백질 덩어리인 뇌의 지배를 받는 동물이다. 단백질은 뇌를 비롯한 다양한 기관, 효소, 호르몬 등 신체를 이루는 주성분이다. 몸에서 물 다음으로 많은 양을 차지한다. 단백질의 구성단위 물질은 아미노산이며, 주로 인체 구성에 사용되고 에너지원으로도 드물게 사용된다. 단백질은 기능에 따라 대략 7가지로 크게 분류할 수 있다. 그 중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은 수송단백질이고 DNA에 결합하는 유전자의 발현을 제어하는 단백질은 조절단백질이다. 분자생물학 분야의 발달로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는 여러가지 조절단백질의 기능과 역할이 잇따라 밝혀지고 있고 이를 통해 생물의약품 또는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합성의약품이 자연 속에 존재하는 화학물질을 일정한 방법을 통해서 합성한 물질이라면 생물의약품은 보다 좁은 범위인 생명체 속의 단백질, 유전자, 세포 등을 활용해서 만들어내는 물질이다. 이미 인체 내에 존재하며 작용하던 기전(機轉)을 활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만들기도 품질관리도 다 어렵다는 것이다. 약의 부작용보다는 약효의 부족으로 임상과정에서 실패할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게다가 약의 가격이 엄청 비싸다. 노바티스가 제조한 척수성근육위축증 치료제 졸겐스마는 1회 투여분 가격이 약 28억원으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으로 알려져 있다. 항체(抗體)는 항원(抗原)의 자극에 의하여 생체 내에 만들어져 특이하게 항원과 결합하는 단백질이다. 면역계가 갖고 있는 무기 중 하나다. 특정 단백질이 많아져서 발생하는 질병이 생기면 그 단백질을 인식할 수 있는 항체의약품을 몸에 주입해 질병을 치료한다. 절망적인 자폐증과의 전쟁에서도 한 가닥 희망적인 소식이 들린다. 자폐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단백질이 발견된 것인데, 이 단백질의 수치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약물로 증세를 완화시키고 치료한다. 파킨슨병도 아직 제대로 된 치료법이 없다. 과학자들은 PAK4라는 인산화 단백질의 감소를 막는 방식으로 치료법을 찾고 있다. 단백질 의약품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만큼 생산세포주를 기반으로 한 치료 단백질 생산이 바이오산업에서 매우 중요하다. 체외에서 대량 배양이 가능한 세포주 개발은 바이오의약품 개발의 기본이 되는 플랫폼 기술이다. 차세대 신약 물질로 꼽히는 엑소좀엔 세포 간 정보교환을 위해 단백질, 핵산 등을 포함한 다양한 정보가 들어 있다. 희귀질환이나 난치성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쓰이고 있다. 단백질은 식품제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단백질이 없다면 크림맛이 아닌 샤베트 같은 퍽퍽한 식감의 아이스크림만 먹게 될 것이며, 쿠키 같은 딱딱한 조직의 빵만 만들 수 있다. 이런 단백질도 적당한 만큼만 섭취하는 것이 좋다. 과잉 섭취하면 소화, 흡수, 배설 과정에서 독성 물질인 암모니아가 발생하며 요산을 제거하기 위해 신장이 혹사당하고 몸도 쉽게 피곤해진다. 골형성 단백질 BMP2는 치과와 정형외과에서 치료 효능을 인정받았고, 피부재생을 돕는 성장인자인 CHO셀 배양방식의 재조합 단백질 FGF7은 화장품 원료나 창상 피복제 또는 화상 치료제로 쓰인다. 바야흐로 단백질 전성시대다. /구자갑 인스코비 대표이사
이강만 한화에스테이트 대표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영어 속담이 있다. 영어를 배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읽힌 문장이 바로 이 Out of sight, out of mind다. 코로나로 인해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사회적거리두기가 이제는 아주 가까웠던 사람들조차도 서로 소원하게 만들고 있다. 소설가 최인호 선생은 그의 에세이 산중일기에서 눈에서 멀어진다고 해서 마음도 멀어지는 것은 참사랑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애절히 서로를 갈망하는 사람들은 논외로 치더라도 일반적인 인간관계에서는 위 영어 속담이 매우 설득력 있어 보인다. 뭐라 해도 깨복쟁이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말도 있고, 그래도 조금 철이 들어서 사귄 중고등학교 친구가 가장 오래가는 진정한 친구라는 주장도 있지만 지난 세월을 반추해보면 꼭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어린 시절 헤어지기 싫어서 하교 시간에 귀가하지 않고 날이 어둑하도록 함께 어울렸던 친구도 지금은 소식이 끊겨 어디서 무얼 하고 사는지도 알지 못하고, 대학에 가서도 변함없이 자주 만나 우정을 나누자는 중고교 벗들도 캠퍼스가 갈리면서 만남의 횟수가 줄어들자 결국 데면데면하게 되었다. 이성 간의 간절한 사랑이 아닌, 단순한 친구 사이에서는 물리적 거리로 인해 우정이 시들해지는 경우가 빈번한 것 같다. 몸으로 부대끼며 감정교류를 하지 않으면 결국 마음도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물리적 거리로 인해 마음이 멀어지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간혹 이것이 기억을 왜곡시켜 문제가 되기도 한다. 자신을 미화시키거나 돋보이게 하느라 과거를 잘못 소환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 것이다. 관련된 사람들이 서로 만나 그 진위를 확인할 기회가 없으니 자신만의 희미한 기억을 적당히 엮어서 아름답게 재생시킨 결과다. 그리고 그것을 사실인 양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확실한 사실로 자리 잡는다. 명백한 반증이 없는 한 그게 자신만의 팩트가 되는 것이다. 확증편향 비슷한 것 말이다. 아주 가까이 지냈던 친구가 있다. 고교 때 같은 반이었고 대학도 같이 다녔으며 군대에서 제대한 후 한 학기를 또 같이 다녔으니 당연히 친할 수밖에 없다. 지난 주 그를 9년 만에 장례식장에서 만났다. 친한 벗을 이렇게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것은 참 의외다. 취업 직후에도 직장이 가까워서 자주 만났었는데 어느 날 그가 전주로 거처를 옮기면서 긴 시간 연락이 끊겼다. 다행히 SNS로 다시 연결되어 간간이 문자를 교환하기도 했지만 이전만은 못했다. 바쁘기도 했고, 각자 새로운 지인이 생기면서 둘만의 공감대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과거 오랜 시간을 함께해서인지 긴 공백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추억 한자락을 붙들고도 꽤 많은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추억을 소환했더니 이내 잠자고 있던 과거사들이 하나씩 살아서 돌아오고 있었다. 그런데 대화 중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필자가 그 친구 관련하여 주위에 자주 이야기하던 에피소드 몇몇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너무나 명백하다고 생각한 사실, 즉 그의 권유로 취업원서를 함께 냈는데 정작 그는 떨어지고 필자만 합격했다는 세렌디피티(serendipity)의 기억이 완전히 헝클어져 버렸다. 상대의 검증을 거치지 않는 혼자만의 기억이 낳은 대오류다. 그렇다면 필자를 현 직장으로 이끌었던 친구는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이제 왜곡이나 조작된 기억이 아닌, 온전히 사실에 근거해서 그 주인공을 다시 찾아 나서야 할 것 같다. 눈에서 멀어져 잊혀가는 것도 슬픈 일이지만 잘못된 기억으로 오래 남는 것은 더 안타까울 테니까. /이강만 한화에스테이트 대표
조봉한 이쿠얼키 대표이사 스마트폰의 등장은 우리의 삶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한정된 공간에서 사용하던 인터넷이 24시간 언제 어디서든 내가 원할 때 접속 가능해졌고,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같은 SNS가 등장해 콘텐츠의 형식과 소비문화를 완전히 바꿨다. 결국 과거보다 훨씬 많은 양의 콘텐츠를 쉽고 빠르게 소비하게 되었으며, 다양한 파생 산업과 신종 직업이 생기는 등 긍정적인 결과도 만들었다. 하지만 대개의 일에 명과 암이 공존하듯, 최근 방송으로 교육계와 학부모들 사이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문해력 이슈는 스마트폰이 만들어낸 어두운 단면 중 하나인 듯하다. 문해력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으로, 무언가를 배우고 소통하며 세상을 이해하고 살아가는데 핵심이며 학습의 기초다. 그런데 스마트폰에 익숙한 학생들과 젊은 세대에게 이러한 능력의 부족이 발견되고 있어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방송에 출연한 교사들은 수업 진행이 어려울 만큼 낮아진 학생들의 문해력에 문제를 제기했다. 전국의 중학교 3학년 2,4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문해력 평가 결과, 무려 27%가 수준 미달인 것으로 나타났고, 성인남녀 8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문해력 시험의 평균 점수는 54점으로, 이러한 문제가 비단 학생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심각성까지 드러났다. 또한 어른들도 어려워하는 단어의 뜻을 척척 말할 정도로 뛰어난 어휘력을 가진 어느 초등학생의 문해력이 또래의 수준에도 못 미친다는 테스트 결과는 반전 그 자체였다. 어려운 단어들의 개별적인 의미는 알고 있지만 다른 단어와의 관계를 통한 이해는 못 하다 보니 결국, 문장의 전체적인 의미를 파악하지 못해 읽어도 의미를 모르게 된 것이다. 혹시 이 순간 내 아이는 다르다고 생각한다면, 최근 아이가 읽은 책의 내용을 다른 이에게 쉽게 설명할 만큼 이해했는지 확인해본 사실이 있나 생각해 보자.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태어난다는 요즘 아이들은 별도의 독서 교육이 없다면 긴 글을 장시간 읽고 이해해 볼 기회가 별로 없다. 여기에 코로나19로 불거진 교육의 공백은 문해력과 같은 기본적인 학습 능력의 부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모든 배움은 글과 말을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문해력은 문맥 상 단어들 사이의 관계를 파악해 전체를 이해하고 핵심을 끄집어내는 능력이다. 이런 관점에서 미래를 지배할 IT와 인공지능의 핵심 학문이자 추상화된 언어인 수학은 문해력을 키우는데 너무나 훌륭한 도구다. 수학을 통한 문해력은 단순히 수학의 원리와 개념을 많이 암기한다고 길러지지는 않는다. 기초적인 원리와 개념부터 깊이 꿰뚫고 개념들 사이의 관계를 제대로 파악해야만 이후의 어려운 개념과 원리를 쉽고 빠르게 정복하며, 자유로운 응용과 활용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내가 <깨봉수학>을 통해 의미를 꿰뚫고 관계로 생각하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강조하는 이유다! 세상은 IT와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매우 빠르게 변하고 있으며, 무한 글로벌 경쟁의 시대로 치닫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는 대입이라는 편협한 목표를 위해 초중고 12년을 쏟아부어 얻은 단편적인 지식만으로 살아남기는 어렵다. 우리 아이들이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 진짜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평생에 걸친 자기 주도 학습이 가능하도록 문해력과 같은 기본 학습 능력을 길러 주는데 힘써야 한다. 진짜 교육은 스스로 배울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조봉한 이쿠얼키 대표이사
박노완 주 베트남 대사 오늘날 필봉 굿 또는 필봉농악으로 국내외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마을이 내 고향이다. 우리나라가 급속한 근대화를 거치면서 다양한 전통문화와 아름다운 풍속들이 자취를 감추었지만, 나의 고향마을은 300년 이상 전통농악을 잘 보존하여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어 마음이 뿌듯하다. 매번 고향을 방문할 때마다 마을 어귀의 필봉농악 전수관에서 흘러나오는 굿 소리를 들을 때면 어렸을 때 마을사람들과 함께 신나는 굿 소리에 흠뻑 젖어 덩실덩실 춤도 추면서 명절날을 즐겁게 보냈던 소중한 추억들이 되살아난다. 회고해 보면 산 중턱에 자리 잡은 50가구의 고향 마을은 명절날에 동네어른들이 굿을 치면서 행운을 빌어주는 풍습이 있었다. 마을 굿은 대체로 음력 섣달 그믐날, 대보름날, 추석 전날에 어둠이 내릴 무렵에 시작하여 자정이 넘어 끝이 난다. 옷매무새도 특히 아름답다. 각자 꽃 갈모를 쓰고, 흰색 바탕 옷에 노랑, 파랑, 빨강색의 삼색 드림을 어깨에 두르고 꽹과리, 장구, 징, 북을 치는 악기 잽이 와 허두 잽이라는 잡색들로 구성된다. 처음엔 꽹과리가 흥을 돋우며 앞장서고 징과 장구가 뒤따르지만, 나중엔 어린동생, 친구, 누나, 형들이 등불이나 횃불을 들고 길 안내를 하면서 큰 무리를 형성한다. 마을 굿을 치는 순서도 정해져 있다. 먼저 길거리 굿을 시작으로 마을 당산과 우물 굿을 친 후에 집집마다 방문하여 행운을 비는 굿을 친다. 집안 굿은 문 굿, 마당, 부엌, 장독대, 우물을 돌아가며 신나는 굿으로 행운을 빈 다음에 마당에 이르면 미리 피어 놓은 모닥불 옆에 손수 장만한 명절 음식상이 준비되어 있다. 대부분 조금씩 맛을 보고 다른 집으로 이동하지만, 비교적 넓은 마당을 가지고 있는 여유로운 집에서는 푸짐한 음식상을 준비하고 손수 빚은 전통주를 대접한다. 모닥불이 하늘높이 피워 오르면 마을 굿은 최고의 절정에 이르게 된다. 이때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함께 어우러져 얼-쑤를 외치고 굿 가락에 맞추어 덩실덩실 춤을 추며 하나의 마음으로 뭉쳐지는 시간이자 행복한 시간이다. 정말로 나에게는 소중한 추억이었지만, 이제는 굿을 치던 옛 어른들이 계시지 않기 때문에 다시 그처럼 신나는 모습을 뵐 수 없으니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고향의 명품인 필봉 농악은 1970년대 말 마을 굿이 원형 그대로 잘 보전되어 있다고 알려지면서 전국적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국가 무형 문화유산으로 공인받고 급기야는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받아 필봉농악의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처럼 필봉농악이 성장 발전하는 데에는 1990년대 중반 세상을 떠나신 나의 외사촌 형이자 상쇠 기능 보유자였던 고 양순용 선생님이 남기신 문화유산과 그의 큰 아들이자 인간문화재인 양진성 필봉농악 보존회장의 부단한 전승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고 확신한다. 이러한 소중한 전통문화자산이 앞으로도 더욱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아 있을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필봉농악이 한국에서 뿐 만 아니라 베트남에서도 한류확산의 한 부분으로 핵심 역할을 할 수 있기를 크게 기대해 본다. /박노완 주 베트남 대사
구자갑 인스코비 대표이사 다음 4가지 뉴스를 보고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키워드를 하나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은 바뀐 세상에 빨리 적응하는 교양인이겠다.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제주도의 남는 전력을 육지로 끌어올 수 있는 양방향 전송 전력케이블이 제주도 해저에 설치된다. 전기자동차(EV)를 생산하는 스타트업 루시드 모터스는 테슬라보다도 기술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텍사스를 강타한 겨울 폭풍과 정전사태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았는데 앞으로는 전기차의 고전압 배터리 팩을 사용하여 집 전체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홍길동씨는 계시별요금제 상품에 가입해 자신만의 전력사용 패턴을 만들고 요금도 절약한다. 4가지 뉴스의 열쇠말은 바로 스마트그리드다. 똑똑한을 뜻하는 Smart와 전기, 가스 등의 배급망, 전력망이란 뜻의 Grid가 합쳐진 단어다. ICT기술을 더해 전력 생산과 소비 정보를 양방향, 실시간으로 주고받음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차세대 지능형 전략망이다. 제주도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기에서 전력이 과잉 생산돼 발전기를 가끔씩 멈춰야 할 정도로 남아돌고 있다. 전력이 부족해도 정전이 발생하지만, 남아도 전력계통에 과부하가 일어나 정전이 발생한다. 스마트그리드를 통해 전력 생산이 많을 때는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저장하고 적을 때는 ESS에서 꺼내 쓴다. 제주-육지간 해저케이블을 통해 잉여전력을 주고받는다. 테슬라 출신이 창업한 루시드가 테슬라보다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기술 중 하나가 양방향 충전 지원이다. V2G 서비스는 전기차(Vehicle) 배터리에 저장한 전력을 전력망(Grid)으로 보내는 서비스다. EV에 저장한 전기를 가전기기에 바로 쓸 수 있는 V2L (Vehicle to Load) 서비스도 나왔다. 지난 2월 기록적 폭설로 인해 도시 전체가 마비됐던 텍사스에서처럼 대규모 정전사태가 일어날 때마다 스마트그리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기존의 전력망은 최대 수요량에 대한 공급예비율 15%를 두고 있어 효율이 떨어진다. 만약 스마트그리드 시스템으로 텍사스 내 모든 전력망을 바꾸었다면 이런 비효율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홍길동씨는 전기요금이 낮을 때를 골라 스마트폰 앱으로 가전제품들을 가동시킨다. 소비자가 수동적으로 전력을 소비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전력을 생산하거나 수요패턴을 조절하는 프로슈머로 재탄생한다. 미래의 인프라는 유연하고 개방적이어야 한다. 우리 집 지붕부터 자동차까지 수많은 작은 발전소들이 제각각 역할을 하는 분산화되고 수평적인 모습이 될 것이다. 전력이 추가적으로 더 필요한 경우에도 소량이면 친환경 에너지 설비를 이용하여 적정량만큼의 전력만 생산할 수 있다. 전력 사용량을 측정하는 스마트계량기(AMI)와 각종 기기가 결합할 경우 전력 사용의 효율이 더 높아진다. AMI를 활용하면 지금처럼 사람이 직접 돌아다니며 검침하는 데 따라 발생하는 오차 등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정확한 데이터를 통해 효율적으로 전력을 생산관리할 수 있다. 지중선로, 장거리 가공선로 등 열악한 통신환경의 AMI사업에도 세계 유일의 전력선통신 솔루션인 IoT-PLC통신기술을 적용하면 통신 신뢰성에 대한 논란도 종식시킬 수 있다. 나아가 소비자도 전력 소유가 가능해 전기를 사고파는 것도 가능하다. 전력소비를 효율화하면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가져와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도 기여한다. 미래는 이미 와 있다. 그것도 벌써 골고루 퍼져 있다. /구자갑 ㈜인스코비 대표이사
이강만 한화에스테이트 대표 최근 램지어 하바드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핫이슈가 되고 있다. 선택적 사료 활용과 존재하지도 않는 자료를 근거로 일제강점기에 강제 동원된 일본군 위안부를 자발적 매춘부로 몰아가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학문과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반인권적인 역사인식을 고스란히 쏟아낼 수 있었던 배경에 전 세계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는 일본 정부와 기업이 있다고 해도 무리한 추리는 아닐 것 같다. 일본의 행태를 더 이상 지켜볼 수만 없으셨는지 일제 강점기 위안부 피해자 중 한 분인 이용수 할머니가 국제사법재판소에 가서 판결을 받아보자고 강하게 주장하셨다고 한다. 만일 국제사법재판소 제소한다면 무슨 법을 적용하게 될 것인가와 어떤 전략을 취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어제 모 대학원 강의에서 발표할 기회가 있었는데, 끓어오르는 분노에 비해 할 수 있는 대응방안이 제한적이어서 더 속이 상했다. 일본만 문제가 아니다. 요즘 일부 중국 네티즌들의 행태가 참으로 점입가경을 지나 목불인견의 지경에까지 와 있다. 김치가 자기네 것이라고 한동안 주장하더니, 작년에는 자기네 전통 의상인 치파오로는 안되겠는지 우리 한복이 중국옷을 베낀 것이라고 난리였다. 그런데 급기야 올해 들어서는 민족시인 윤동주마저 중국 사람이라고 우기고 나선 것이다. 지난 달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일과의 시작을 중국 네티즌이 보낸 메일, DM, 댓글들을 지우는 것으로 한다며 캡처 사진 한 장을 공개했다. 백주 대낮 윤동주 강탈 사건이라고 제목을 붙일 만한 일이었다. 이 소식에 대다수 국민들은 실소를 넘어 강한 분노를 느끼고 있다. 우리는 이웃나라 복이 지질이도 없다는 생각이 든 건 필자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일제와 맞서 저항하기 위해 만주 북간도로 건너간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들이 죄다 중국인이라고 막무가내로 주장하는 네티즌들이 그들 선조와 마주한다면 과연 무슨 얘기를 들을까?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에 한국인과 더불어 그곳 명동촌에서 힘들게 견뎌냈던 중국인 조상들이라면 어리석은 그들 네티즌들에게 냅다 혼구녕부터 낼 일이다. 윤동주 시인과 중학 동기였고 연세대 동문이기도 했던 김형석 교수께서 여전히 정정하시다는 것이 그래서 더 고맙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살아 있는 역사이고 증인이시니 말이다. 이웃 복과 김형석 교수님을 얘기하다 보니 지난 칼럼에 언급했던 팔복이 떠오른다. 그런데 정말 우연인지는 몰라도 윤동주 시인이 쓴 팔복이라는 시가 있다. 중학교 시절부터 하루에 몇 편씩 시를 써서 다작이던 그분이 1939년 9월 이후 14개월이나 절필한 끝에 1940년 12월에 쓴 시가 바로 팔복이다. 그 내용은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를 여덟 번 단순 반복한 끝에 저희가 영원히 슬플 것이요로 맺는다. 그의 육필 원고를 보니 마지막 문장은 저희가 슬플 것이요라고 썼다가 지우고, 다시 성경구절처럼 저희가 위로함을 받을 것이요로 바꿔 썼다가 또 다시 두 줄로 그어 새로 쓴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왜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를 여덟 번이나 반복했을까? 그리고 마지막 문장은 또 그리 썼을까? 시를 한참을 읊다보니 문득 자신만의 답이 떠오른다. 그래, 우리의 처지를, 그때와 작금의 안타까운 상황을 슬퍼하는 거로부터 시작하자. 여덟 번, 아니 여덟 번의 여덟 번이라도. 그러나 그러고만 있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그냥 영원히 슬플 일만 남을 것이다. 그러니 이를 악물고 이겨낼 힘을 길러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의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야 팔복이 올 것이요, 영원히 행복하게 될 것이다. /이강만 한화에스테이트 대표
조봉한 이쿠얼키 대표이사 동양과 서양은 역사적으로 오랜 시간 동안 교육(Education)에 대한 관점과 행하는 방식이 달랐다. 유교에 뿌리를 둔 동양은 아랫사람이 윗사람으로부터 지식과 지혜를 전수받는 형태로, 수직적이고 수동적인 교육을 받아왔다. 반면 서양은 가르치는 사람이 화두를 제시하고 배우는 사람은 이 화두에 대해 능동적으로 질문하며 토론을 통해 사고를 정립하고 발전시키는 교육을 받아왔다. 이러한 차이는 역사적 배경만이 아닌 언어를 바라보는 관점부터 큰 차이를 보인다. 먼저 한자에 기원을 둔 교육(敎育)을 살펴보자. 맹자의 得天下英才而敎育之(득천하영재이교육지)라는 글에서 처음 등장한 교육(敎育)은 가르칠 교(敎)와 기를 육(育)으로 되어있다. 가르칠 교(敎)는 배울 학(學)의 고어인 효(孝)와 오른손에 회초리를 든 모습을 형상화한 지(支)가 합쳐진 글자이고, 기를 육(育)은 갓 태어난 아기를 엄마가 품고 있는 모습의 글자이다. 즉, 부모나 교사가 아이를 가르치고 양육한다는 수직적 교육 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되었는데, 선대의 전통적인 지식을 받아들이며 신중한 생각의 표현과 언행을 중시했던 동양의 교육 분위기도 이러한 관점에서 출발했음을 알 수 있다. 이번에는 서양의 교육을 의미하는 education을 살펴보자. 라틴어 educare에서 유래한 education은 밖으로를 의미하는 접두사 e와 꺼내다는 의미의 ducare가 합쳐진 단어이다. 즉, 서양에서 바라본 교육(education)은 인간 개개인이 가진 고유한 능력을 밖으로 꺼내 발현시키는 행위였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가장 효과적인 교육법으로 알려진 사례가 바로 유대인의 하브루타(Chavruta)이다. 하버드 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 모두 자유로운 질문과 토론을 중시하는 하브루타의 효과는 기존 주입식 교육의 14배에 달한다. 그렇다면 서양은 언제부터 주입식 교육을 중시하게 되었을까? 그 해답은 바로 19세기 산업혁명에 있다. 사람의 육체노동을 대신하는 기계의 발명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자 일정 수준 이상의 교육을 받은 인력이 대규모로 필요해졌고 이에 효과적인 주입식 교육이 표준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조는 4차 산업혁명을 맞아 교육 선진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IT와 인공지능 분야는 수리적 계산 능력이 아닌, 논리와 추론, 사고력 등 문제의 해결 방법을 생각해내는 능력이 핵심인데, 주입식으로 지식을 전달하고 정해진 문제만 요령으로 풀도록 가르치던 과거의 교육 방식으로는 이러한 능력을 기를 수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인공지능과 IT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외치며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의 근간이 되는 수학 교육의 변화는 왜 시도하지 않을까? 통계청에 따르면 초중고 12년간 학생 한 명이 수학 공부에 투자하는 시간은 유럽의 교육 선진국 대비 2배인 약 15,000시간이다. 그럼에도 이공계 전공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대학생이나 IT 개발 역량이 부족한 엔지니어가 수학을 새롭게 공부하기 위해 고심하며, 내가 개발한 <깨봉수학>을 만나 유레카를 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금의 결과는 수학 교육이라는 근본 원인을 바꾸지 않는 한 결코 해결할 수 없다. IT 강국에 필요한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공식과 요령을 무작정 외우고 수능 문제 유형만 반복해 푸는 낡은 수학 교육을 당장 폐기하고,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의 수학 교육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 /조봉한 이쿠얼키 대표이사
박노완 주 베트남 대사 외교관으로서 여러 나라들의 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이 있지만, 늘 느끼는 것은 우리나라 전통문화의 독창성과 우수성에 대한 큰 자부심이었다. 특히 우리문화와 예술품에 경탄하는 외국인들을 볼 때면 더더욱 그러하다. 요즘 하노이에서 나는 이런 즐거움 속에서 살고 있다. 우리대사관 청사와 관저는 일 년 반전에 한국의 아름다운 전통양식으로 설계되어 개관된 바 있다. 자연스런 곡선미에 전통 창문디자인을 조합한 왕관모양의 청아한 신청사와 이를 에워싸고 있는 화려한 문양의 전통 담장과 기와는 언뜻 보기엔 마치 서울의 덕수궁 돌담길과 매우 흡사한 모습이다. 마침 신청사 주변 가로수들도 초봄인데도 불구하고 갈색 낙엽을 흩날리며 한국의 가을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이 때문일까? 요 근래 대사관 담장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하러 온 베트남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옷맵시도 각양각색이다. 베트남 전통의상인 아오자이를 입은 사람, 결혼 예복을 입은 사람, 심지어는 한복을 입은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다양한 포즈를 취하면서 마치 한국에 여행이라도 온 듯이 갈색 낙엽을 한국단풍이다라고 외치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마냥 즐겁고 행복하다. 이렇게 찍은 사진들이 요즘 SNS상에서 많은 주목을 끌고 있고 내가 보아도 한국에서 찍은 사진처럼 멋져 보인다. 이뿐이겠는가? 한 달 전 18명의 외교단 대사 부인들을 관저에 초청했을 때도 전라북도의 멋과 자랑이 듬뿍 담긴 책가도와 다양한 한지제품과 수공예품들을 보면서 모두가 우리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적이 있었다. 일 년 반전에 전주시에서 지원한 한스타일 연출 사업이 정말 멋지게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내 고향 전북에서 승계 발전시켜 온 전통문화가 정말 자랑이 아닐 수 없다, 이 기회를 빌어 한스타일 연출사업에 힘써 주신 김승수 전주시장님 및 관계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요즘 K-pop 등 한류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배경에는 곧 우리 전통문화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고 본다. 옛것을 익혀 새것을 안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 전통문화의 뿌리를 찾아 해외로의 확산에 눈을 돌린 우리고향 지도자들의 혜안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베트남은 1990년 대 중반이후 동남아 한류확산의 산파역 역할을 해오고 있다. 이는 베트남이 우리나라와 유사한 문화와 관습을 보유하고 있어 쉽게 우리 문화와 공감대를 형성해 갈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대사관 담장이 사진촬영지로 각광받는 이유도 그 때문 일 것이다. 하지만, 베트남에서 한류가 오래 오래 지속되려면 우리도 베트남 문화를 이해하려는 진정성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이든 일방성은 오래가지 못한다. 2022년은 한국과 베트남이 수교 30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해이다. 이를 계기로 베트남에서 한 단계 높은 한류 확산을 위해서는 대사관 담장을 배경으로 촬영한 사진전은 물론이고, 우리 전통문화의 우수성과 독창성을 널리 홍보하는 다채로운 외교 행사의 장을 자주 마련해 보고 싶다. 나라와 나라사이를 굳게 연결하려면 서로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는 외교적 노력이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박노완 주 베트남 대사
구자갑 인스코비 대표이사 뤽 베송 감독의 영화 <제5원소>는 당시 세계인들에게 흥미진진한 미래를 펼쳐 보였다. 자동차가 하늘을 날고, 인간과 외계인이 공존하며, AI가 판치는 세상이다. 지구를 구하는 주인공의 활약상이나 외계인 디바의 여러 옥타브를 뛰어넘는 갈라 콘서트 장면이 인상 깊었다. 여주인공 밀라 요보비치가 클릭 한번으로 메이크업을 완성하던 샤넬의 메이크업 머신도 눈길을 끌었다. 요즘 힙한 한 유명 뷰티아티스트는 LED 마스크처럼 얼굴만 갖다 대면 알아서 화장이 되죠. 당장 사고 싶지 않나요?라며 뷰티 머신의 현실화를 예언한다. 21세기 뷰티 산업은 과학의 힘을 빌려 SF영화 못지않게 쾌속 질주 중이다. 코스메슈티컬(화장품+의약품)의 등장 덕분이다. 피부에 바르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의학적으로 규명된 성분을 함유한 바이오화장품을 의미한다. 외형에 영향을 주는 동시에 건강한 피부를 위한 필요 영양소를 제공하여 이상적인 피부로 개선해준다. 생소한 용어다 보니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병원에서 사용되는 전문성, 의사의 추천, 과학적인 이미지로 소비자들의 선호가 높다. 써 본 사람의 90% 이상이 재구매 의사를 밝혀 만족도가 매우 높음을 알 수 있다. 생명 공학, 미생물학, 나노 기술, 식품 공학 등 첨단 과학기술을 접목해 계속 발전하고 있다. 2018년 노벨생리의학상의 주역인 NK세포는 인체 내의 해로운 이상 세포를 감지하고 공격하여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유지하는 세포다. 이러한 기전을 활용하여 피부 면역 기능을 향상시키는 화장품도 따라서 인기를 끌고있다. 면역은 면역세포가 다른 세포들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 너무 강하면 자기 세포도 공격하고 너무 약하면 비정상세포도 공격하지 않고 놔둔다. 이 기능을 조절하는 장소가 유아의 장 속이다. 장내 세균은 태반에 있을 때, 출산할 때 그리고 모유 수유를 통해 엄마로부터 아이에게 전달된다. 마이크로바이옴도 뷰티 업계의 화두다. 이 미생물은 인체의 면역 기능과 대사성 질환부터 정신 질환에 이르기까지 우리 몸의 모든 영역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지문이나 유전자처럼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외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인체 내 마이크로바이옴은 계속 변화하며 그에 따라 피부도 바뀐다. 나이 들면서 주름이 늘어나는 가장 큰 요인은 피부 내 수분이 감소하는 것이다. 자기 무게의 2천 배까지 물을 가질 수 있어 엄청난 보습력이 있는 히알루론산 생산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히알루론산에 줄기세포를 넣은 화장품도 화제다. 줄기세포는 어떤 세포로든 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피부건강의 핵심이다. 줄기세포들끼리 주고받는 메시지를 제대로 이해하는 일이 줄기세포 화장품의 성패를 가른다. FGF7과 Tgf-1 성분은 피부 DNA와 100% 일치하는 성장인자 단백질이다. 화상 및 창상을 치유하고 미백과 주름개선 등 안티에이징에 보다 근원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해 준다. 바야흐로 가치 소비의 시대다. 남을 의식하는 과시 소비나 무조건 절약하는 알뜰 소비와 다르다. 화장품의 성분과 효능, 유해물질 함유 여부를 스마트폰 어플을 이용해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요즘에는 의학적으로 검증된 성분이 포함된 화장품이 인기다. 아름다움과 건강, 웰빙을 하나로 묶어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고객의 열렬한 호응을 불러일으키는 일은, 소비자가 그 제품에 적용된 기술에 대해 얼마나 지지를 보내는가에 달려있다. 그런 의미에서 바이오 산업은 피부 과학의 미래다. /구자갑 인스코비대표이사
이강만 한화에스테이트 대표 선조들의 멋과 풍류가 곳곳에 오롯이 남아 있는 고장인 전주를 흔히들 양반의 도시라고 부른다. 전통과 문화가 살아 숨쉬는 곳인만큼 양반이라고 하든 예술교육이라고 하든 이러한 칭송의 언어가 당연해 보인다. 도시 전체에서 느껴지는 이미지만 그런 게 아니다. 도시가 품고 있는 각 고을들의 이름은 더욱 더 매력적이다. 도시마다 나름 예쁜 이름이 없진 않겠지만 전주는 아름다운 동네 이름이 너무나 많다. 점잖은 동네 냄새가 물씬 풍기는 도덕동, 우아한 사람들만 살 것 같은 우아동, 만사 태평이 떠오르는 태평동, 축복이 넘치는 팔복동, 마음이 평온해지는 평화동, 효심이 엿보이는 효자동이 그렇다. 그런데 유독 다가오는 이름이 팔복동이다. 오복만 있어도 삶이 차고도 넘칠 텐데 팔복이라고 하면 이 얼마나 엄청난 축복인가? 그래서 팔복 즉 여덟 가지 복을 일일이 찾아서 찬찬히 훑어보니 좀 난해하다. 가장 첫번째 나오는 문장이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다는 것이다. 떵떵거릴 정도의 부자라 해도 시원치 않을 마당에 가난한 사람이 복이 있다는 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그래서 영어 성경을 찾아보니 Blessed are the poor in spirit. 이라고 되어 있다. 성경적 해석은 좀 다를 수 있지만, 직역하면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이 행복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해석이 쉽지 않아 끙끙대던 와중에, 한 세기를 넘겨 사신 김형석 교수님의 말씀을 우연히 접했다. 행복에 대한 질문에 절대로 행복할 수 없는 두 부류로 답하신 내용이다. 첫번째 부류는 정신적 가치를 모르는 사람으로 돈과 권력, 혹은 명예욕을 좇는 사람이고, 두번째 부류는 자기만을 위해 사는 이기주의자라는 것이다. 곱씹어 볼수록 의미심장한 말씀이다. 마음이 헛된 욕심으로 가득 차 있는 사람은 만족할 줄 모를 뿐만 아니라 주위를 둘러보는 아량도 여유도 없다. 당연히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부류는 일시적 행복감은 맛볼지 모르나 지속적인 행복을 누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마음을 비워 그러한 욕심을 버리고 나면 전혀 다른 삶이 시작된다. 가진 게 적으니 가난해 보이기는 하겠지만, 그 비운 것으로 어려운 이를 도울 수 있게 되니 행복감이 밀려 올 것만 같다. 전주라는 말에서 떠오르는 또 다른 이미지는 얼굴 없는 천사다. 얼굴과 이름도 밝히지 않은 채 스무 한 해 동안 한번도 거르지 않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해주라며 7억원이상을 노송동주민센터에 맡겨온 기부천사 말이다. 연말마다 전주시민 뿐만 아니라 전국민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고 있어서, 고교시절 그 인근에 살았던 것을 주위에 은연중 자랑하게 된다. 부자도 아닌 그 천사가 ?기부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는데,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 행복하다는 것과 일맥상통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 기부천사가 덧붙인 말이 있다. 있는 사람들이 좀 내놔야 나라가 발전되고 그러지 않겠냐고 말이다. 그 천사의 말이 주효했는지 이달 들어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10조로 추산되는 재산의 절반 이상을, 이어서 배민 창업자 김봉진 의장 부부도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기로 했다. 이들은 팔복 중 그 첫번째 복을 이미 받은 것 같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영어 단어 중에서 give를 매우 좋아한다. 발음도 우리말 기부와 비슷하다. 그런데 이제 더 좋은 단어가 생각났다. Donate이다. 혹 넘칠 정도로 가지고 있는 재물이 있다면 눈 딱 감고 돈, 에잇!하고 외치면서 어려운 이웃에게 건네 보자. 그러면 에잇, 복!하면서 하늘에서 팔복이 쏟아져 내릴지도 모르니까. /이강만 한화에스테이트 대표
조봉한 이쿠얼키 대표이사 깨봉박사님, 수학을 왜 배워야 하는 거예요? 얼마 전, 깨봉수학을 공부하고 있는 한 초등학생이 내게 보내온 질문이다. 많은 가정에서 자녀에게 수학 공부를 시키는 와중에 이런 질문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으리라 짐작된다. 학부모들은 과연 어떻게 대답하고 있을까? 우선 가장 쉬운 방법으로 수학에 대한 흥미와 삶에서의 유용성을 떠나 대학입시에 매우 중요한 과목이기 때문이라고 답할 수 있겠다. 수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리에 대한 이해력과 논리, 추론은 대학에서 배우는 학문을 습득하기 위한 기본 능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 입학이 수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의 전부가 될 수 있을까?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 1명은 초중고 12년간 평균 1.5만 시간을 수학 공부에 투자하고 있다. 또한 OECD 국가 대상의 학력평가(PISA)에서 우리 학생들의 수학 실력은 늘 상위권을 차지한다. 하지만 수학 흥미도는 중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더 많은 수포자를 양산하며 IT 산업의 인재 기반까지 무너뜨리고 있다. 특히 수학적 능력이 중요한 이공계의 교수들은 요즘 대학생들의 논리, 추론 등 기본적인 사고력이 전공 수업을 따라오지 못할 만큼 부족하다 평가하고, IT 업계 또한 문제 해결 능력이 우수한 IT 엔지니어가 없다는 불만이 쏟아진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 못된 것일까? 수학을 배움으로써 지적인 능력을 계발하고 사회, 과학, 자연 등 세상을 보는 안목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은 모두가 주지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수십 년 전과 같은 낡은 방식의 대학입시 프레임 속에서 공식 암기와 반복적인 문제 풀이에 매달리며, 정답만 잘 맞추면 수학을 잘한다고 평가받는다. 이런 환경에서 수학을 통해 이해력과 논리, 추론 등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 있는 아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초등학생 때부터 수학을 암기과목으로 인식하고 억지로 배우던 아이들이 중고등학교로 올라간다고 갑자기 잘하게 될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 수학은 아주 먼 과거부터 인간의 기본 소양을 기르는데 매우 중요한 학문이었다. 고대 철학자 플라톤이 훌륭한 철학자와 통치자의 양성을 목표로 세운 아카데미아에는 수학을 모르는 자는 들어오지 말라는 글귀가 씌여있었는데, 수학에서 사용하는 논리학이 인문학과 철학을 발전시키는데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또한 근현대의 수학은 인류에게 컴퓨터라는 선물을 안겨주었고 우주여행을 가능케 했으며, 인터넷과 데이터 통신을 기반으로 IT의 발전을 이끌어 현재는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 기술 분야에 없어서는 안 되는 매우 중요한 학문이 되었다. 아마도 많은 학생들이 어렵고 힘든 수학을 오랜 기간 공부하면서, 한번 즘은 수학을 왜 배워야 하지?라는 의문을 품을 것이다. 이때, 이에 대한 대답이 무엇이냐에 따라 수학을 대하는 태도와 관점이 달라진다. 지금이라도 대학 입시라는 편협하고 근시안적인 목표에서 벗어나, 우리 아이들이 수학의 진정한 가치를 느끼고 다른 학문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 학문으로 인식하도록 도와주자. 이를 통해 수학을 배워야 하는 참된 이유와 자기 주도 학습의 강력한 동기를 갖게 될 때, 우리 아이들은 미래를 주도하는 진짜 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조봉한 이쿠얼키 대표이사
박노완 주 베트남 대사 벌써부터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는 봄소식과 함께 설맞이 준비로 떠들썩하다. 혹자는 베트남이 더운 나라일진데 무슨 봄소식이냐고 반문을 던질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베트남은 남북으로 수천 킬로미터의 긴 영토와 70%가 산악으로 둘러싸여 있어 남과 북의 기후가 많이 다르다. 남부 지역이 년 평균기온이 20℃를 웃도는 더운 날씨라면, 북부지역은 우리와 다소 차이는 있으나 봄, 여름, 가을, 겨울로 구분되는 4계절이 있으며, 세시풍속에도 4계절의 노래와 시가 적지 않다. 이곳 겨울은 우리처럼 산천이 얼어붙고 눈이 내리지는 않으나, 간혹 기온이 7℃까지 내려가면 학교는 서둘러 휴교를 하니 우리로서는 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수년전 이맘때 일이다. 전주에 살고 있는 고향 지인 몇 분이 하노이에 놀러 온 적이 있었다. 지인들은 베트남이 항상 더운 나라로 생각하여, 반팔차림의 간편복으로 왔다가 추위에 큰 고생을 해야 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이곳 시장에 가면 오리털 잠바, 털장갑과 모자 등을 쉽게 볼 수 있는 데, 이는 주택에 난방시설이 없고, 대부분 사람들이 오토바이로 출퇴근하거나 업무를 보기 때문에 겨울철에는 두툼한 방한용 의복이 필수라고 한다. 하노이의 봄은 대체로 우리보다 30일 정도 빠른데, 봄소식은 아직 개화되지 않은 꽃망울 형태의 복숭아와 살구나무 가지가 도로와 상점에 진열되는 모습을 통해 알 수 있다. 복숭아와 살구나무의 꽃, 금귤나무는 악귀를 쫓아내고 복을 가져 온다하여 설맞이 장식용으로 구매하거나 선물로 교환하는 풍습이 있다. 물론 복숭아나무가 없는 베트남 남부지역은 희망과 복을 상징하는 노란 매화꽃을 설맞이용으로 사용한다. 베트남에서 설날을 뗏이라고 부르는데, 설을 전후로 30여일은 년 중 가장 마음 설레고 왁자지껄하는 시간이다. 설 연휴 기간은 우리보다 긴 약 1주일 정도이다. 이때는 온 가족이 모여 설날 전통 음식인 바잉쯩(네모난 모양의 찹살떡)을 즐겨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렇지만 외국인들에게는 이 기간이 마냥 즐겁지 않다. 설 연휴기간에는 대부분 식당과 상가가 철시되고, 택시 잡기도 어려워 집안에서 삼시세끼를 해결하며 지내야 하는 불편이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사람들은 설날에 웃어른에게 세배를 하지 않으나, 빨간 봉투에 돈을 넣어 웃어른과 아이들에게 주면서 건강과 행운을 빈다. 우리는 명절이나 기일에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는 반면, 이곳은 집안에 제단이 늘 모셔져 있어 상시적으로 제사를 지낸다. 베트남에서는 새해 첫날에 집을 방문하는 첫 손님이 그 해의 행운을 가져온다하여 첫 손님을 매우 중시한다. 심지어 그 집의 주인과 궁합이 맞고 행실이 바르고 가정형편이 여유로운 지인을 설날 첫 손님으로 와 줄 것을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 올해 설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베트남에서 9번째 설날을 맞이하는 저로서는 설날 첫 손님이 누가 될지 기대된다. 설날이 다가오면서 어렸을 때 내 고향 임실에서 즐거웠던 추억들이 저절로 떠올라 몸은 타향에 있지만, 마음은 고향으로 향하고 있는 것 같아 나를 웃음짓게 한다. /박노완 주 베트남 대사
구자갑 인스코비 대표이사 꿀벌(Apis mellifera)의 보전 상태는 가장 낮은 관심필요부터 절멸까지의 7단계 중 딱 한 가운데인 위기(endangered)로 분류되어 있다. 꿀벌은 새 등 천적의 먹이가 되기도 하고 100대 농작물 생산의 77%에 기여하는 식물의 번식 파트너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벌꿀과 프로폴리스, 봉독 등 꿀벌 산물의 경제적 가치는 연간 4000억여 원에 이르며 화분 매개의 공익적 가치는 무려 6조원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산출물의 경제적 가치에 한정되어 과소평가되었던 양봉산업의 가치가 요즘 들어 화분 수정 기능이 갖는 공익적 가치에 대한 연구를 통해 제대로 평가받게 되어 다행이다. 한편 양봉 산출물의 부가가치를 높여서 공익적 가치 못지않게 산출물의 외부효과를 키우려는 노력도 주목받고 있다. 봉독으로 생물학적 신약 개발에 온 힘을 쏟아 붓는 바이오테크들이 그 주인공이다. 동물 독은 생명을 위험하게 할 수 있지만, 독을 먹어도 적은 양이면 대개는 소화 효소에 의하여 쉽게 파괴된다. 열, 화학제, 살균제, 산화 물질 등에 의해 독성이 파괴되거나 그 작용이 약해진다. 반복적으로 주사하면 면역을 얻을 수도 있다. 백신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독을 조금씩 강도를 높여 동물에 접종하면 혈액 속에 일정 기간 동안 면역적 특성을 갖게 된다. 이런 혈장은 항바이러스처럼 작용하며 그 독에 대해서 수동적 면역을 갖게 된다. 꿀벌의 독도 소량을 잘만 쓰면 호메시스 효과로 약이 된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인 알레르겐을 대부분 제거하고 치료성분만을 정제하여 만든 주사액이 봉독치료제다. 국제적인 표준 치료법으로 만성 통증과 난치성 면역질환을 치료한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오래된 치료법이다. 고대 문명의 발상지 메소포타미아나 이집트에서 벌꿀을 약으로 사용한 기록이 있으며, 기원전 160년 한나라에서 나온 <마왕퇴의서>에도 봉독을 의학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봉독은 멜리틴, 아파민 등의 단백질, 히알루론산 분해효소, 포스폴리파제 A2 효소와 도파민, 히스타민, 세로토닌 등의 신경전달 물질로 구성돼 있다. 비중이 가장 높은 멜리틴 성분은 시상하부, 뇌하수체, 부신피질 등을 자극하여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키고, 이를 통해 소염진통, 살균, 항암, 면역증대 작용을 한다. 봉독에 들어있는 이들 성분으로 다발성경화증, 류머티스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 및 바이러스가 초래한 감염병과 유방암을 낫게 할 치료제를 개발하는 일은 하늘에 구름도감(cloud atlas)을 짓는 것만큼이나 창의력과 끈기가 요구되는 일이다. 난해하고 버거운 대신 거룩한 일이기도 하다. 하나의 물질로 여러 적응증을 목표로 하는 Pipeline-in-a-Product 전략이 유효한 분야이기도 하다. 꿀벌이 지상에서 사라지면 인류는 4년 안에 멸망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꿀벌을 죽이지 않으면서 봉독만 추출하는 배려도 있다. 효능 검증과 원리 규명이 어렵고, 표준화를 위한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생물학적 바이오신약 개발의 문제점을 하나 둘 거의 다 극복했다. 제약업계의 모든 연구자들은 약 하나가 한 해 20조원 넘게 팔리는 베스트셀러의 대체약을 찾고 있다. 이들의 가슴은 평생 약을 달고 살며 각종 부작용에 시달리는 난치병 환자들의 고통을 품고 있다. 어떡하든 그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독도 잘 쓰면 큰돈이 되고 또 희망이 된다. /구자갑 인스코비 대표이사 △구자갑 대표이사는 롯데오토리스 대표이사, 골든브릿지자산운용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이강만 한화에스테이트 대표 어느 회사원의 이야기다. 그가 서울에서 부촌으로 알려진 강남에 사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인데, 자신 명의로 된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불가사의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온통 산뿐이던 장수 산골 마을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초등과 중등 시절을 보냈으니 언감생심 이러한 부촌을 꿈이라도 꿨겠는가? 그의 아내도 마찬가지다. 같은 장수군에서 고등학교까지 나오고 대학 졸업 후 시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그녀에게 애당초 서울은 마음에 있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 둘이 만나 결혼해서 자식 낳고 지금 거기 살고 있으니 말이다. 부부 둘 다 산골출신이다 보니 대부분의 친인척들은 여전히 고향 마을이나 그 인근에 살고 있다. 자신과 가까운 지인이 강남에 산다는 사실만으로도 친인척들은 괜히 어깨가 으쓱해져서 이 부부를 만날 때마다 입에 침이 마른다. 그럴 때마다 그냥 운이 좋았을 뿐이에요라며 쑥스러이 얘기하지만, 이내 실은 비밀지도가라고 실토하고 만다. 시샘도 비아냥도 아닌, 그저 좋아 신이 난 그분들의 진심에 화답하기라도 하듯이. 그런데, 막상 이 부부의 집에 다녀온 친인척들의 반응은 좀 시큰둥하다. 대치동 아파트 근처까지 갈 때만 해도 주변의 높은 빌딩과 강남이란 이름에 주눅 들어 있다가, 집안을 살펴보고는 이내 어깨를 쭉 펴는 것이다. 집도 너무 좁고 낡은 데다 아파트에 주차 공간도 없어서 살라고 해도 못 살겠다며 고개를 흔든다. 낡아빠진 아파트는 보물도 아닌 것 같고, 보물지도는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도대체 보물지도가 있기는 한 건가? 그런데 뜻밖에도 안방 잘 보이는 곳에 놓여 있다. 화장실이 비좁아 헤어드라이기가 쫓겨온 곳이다. 접착력을 잃어버린 스카치테이프에 의지해, 경대 거울 오른쪽 반면을 차지하며 너덜너덜 붙어 있는 빛바랜 A4용지가 바로 그것이다. 일본 전역에 보물지도 만들기 신드롬을 일으켰던 모치즈키 도시타카가 소개한 그 지도 말이다. 얼핏 봐서는 무슨 말인지 알 수도 없는 여러 개의 말풍선과 그 안에 빼곡히 적혀 있는 글씨들. 자세히 보지 않으면 해독하기도 좀 난해하다. 다섯 개의 커다란 말풍선 속에는 대표이사, 베스트 셀러, E-MBA 등이 어지러이 적혀 있고, 이를 위성처럼 둘러싼 작은 말풍선에도 중간 목표들이 보이고 그 옆에는 날짜까지 표기된 달성 자축멘트들이 깨알 같다. 14년 전 어느 날, 자신의 소중한 꿈을 생각하며 그가 불쑥 종이 한 장에다가 10년 후의 희망사항을 단어로 적은 다음, 단어 주위에 말풍선을 그린 게 전부였다. 그리고는 잘 보이는 곳이 좋을 것 같아 출근 전 아내가 늘 이용하는 경대 거울에 떡하니 붙여 놓았다. 그때는 참 생뚱맞았다. 부장이던 시절에 임원도 아닌 대표이사를 쓰고, 책도 잘 안 읽던 때에 책을 내겠다고 하고, 업무로 눈코 뜰 새 없던 상황에서 석사를 꿈꾸었으니. 강산이 변한 지금 그 보물지도는 보물을 찾게 해주었을까? 모두 다 찾아주지는 못했다. 그러나 대부분을 이미 찾았고, 나머지는 찾기 직전에 와 있다. 보물지도가 제대로 길을 안내한 덕분이다. 신년이 시작된 지 20여 일이 지났다. 혹 마음에만 담아 두고 아직 표현하지 못한 계획이 있다면 보물지도로 만들어 거울 앞에 붙여 놓는 것은 어떨까? 그나저나 보물지도의 주인이 누구인지 궁금하다. 이 사람이다. 오늘 당장 이를 실천에 옮기는 누군가가 바로 인생 보물지도의 주인이 아니겠는가. /이강만 한화에스테이트 대표 △이강만 대표는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지원팀장(전무), 한화 커뮤니케이션위원회 부사장 등을 지냈다.
조봉한 이쿠얼키 대표이사 코로나가 촉발시킨 거대한 변화 중 하나를 꼽으라면 아마 대부분 교육을 이야기할 것이다. 작년부터 교육계는 온라인 학습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 현실과 동떨어진 교육부의 정책으로 지금까지 우왕좌왕하고 있고, 학원이라는 틀 속에서 안심하던 학부모들은 원격 수업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난 학원 교육의 실체에 크게 실망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강제로 홈스쿨링을 해야 하는 학부모에게 가장 어려운 과목은 바로 수학이다. 영어나 국어는 독서, 글쓰기 등의 방법으로 어느 정도 보완이 가능하지만 기본 원리와 개념을 단단히 쌓아 올리며 어려운 영역을 정복해야 하는 수학은 사실 그 대안을 찾기 어렵다. 때문에 수학 공부로 빚어지는 자녀와 학부모의 갈등이 점점 늘고 있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대부분 연산 수학으로 불거진 문제들이다. 우리나라에서 연산은 공식과 요령을 활용해 문제를 기계적으로 빨리 풀어 답을 내는 이른바 기계적 연산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 이는 정해진 시간 안에 많은 문제를 풀어야 하는 수능을 위해 특화된 것인데, 이로 인해 수학을 배우는 아이들은 자기가 배운 원리와 개념을 활용해 문제를 읽고 상상하며 논리를 풀어낼 기회를 얻지 못한다. 당연히 생각하는 힘과 응용력은 약해지고 난이도가 조금만 높아지거나 다른 유형의 문제를 만나면 좌절하거나 풀어도 무엇을 풀었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기계적 연산이 만들어내는 폐해다. 간단한 문제를 예로 들어보자. 65 + 97 + 35 + 20 + 3은 답은 얼마일까? 이 문제를 보고 앞에서부터 차례로 더해 답을 냈다면 이는 기계적 연산인데,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할 것이다. 이제 문제를 주어진 그대로 보지 말고 10과 보수의 개념을 활용해 조금 바꿔보자. 65 + 35 + 97 + 3 + 20 = 100 + 100 + 20 어떤가? 계산이 더 쉬워지고 실수할 확률도 줄어든 것이 느껴지는가? 우리는 다섯 손가락을 가진 손 두 개 때문에 5와 10에 익숙하다. 그래서 십진수를 사용하고 십보수의 개념도 배운다. 여기에 더하기는 위치 무시라는 깨봉식 수학 원리가 더해지면 기계적 연산을 벗어나 스마트한 연산이 펼쳐지는 것이다. 핵심은 누가 빨리 정확한 답을 맞히는가가 아니다. 처음 보는 문제도 내가 아는 수학의 특성과 원리를 활용해 쉽고 아는 것으로 바꾸는 힘이 핵심이다. 공식과 요령을 암기해 아무리 많은 문제를 기계적으로 푼다 해도 이러한 힘은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사고가 좁아지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없어질 뿐이다. 이제는 기계적 연산대신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생각하는 연산 즉, 스마트 연산을 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는 지금, 사람이 기계적 연산을 기계보다 잘 할 수는 없다. 우리는 이미 인류 최고의 지성들이 겨루는 바둑과 체스에서 기계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지 않았나? 코로나로 겨울방학이 더욱 길어졌다. 수학 문제집을 잔뜩 쌓아 놓은 채 몇 문제를 풀고 몇 개를 맞았는지 씨름하고 있다면 당장 멈추자. 한 문제를 풀더라도 기계적으로 답을 빨리 내는 것이 아닌, 문제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해 쉽고 아는 것으로 바꿔보는 스마트 연산을 시도할 때마다 칭찬해 준다면, 이번 겨울방학은 내 아이의 수학이 바뀔 수 있는 최고의 골든타임이 될 것이다! /조봉한 이쿠얼키 대표이사
박노완 주 베트남 대사 제 고향 전라북도를 떠나 다시금 타향살이를 하게 된 지 십 수개월이 흘렀습니다. 제가 이곳 베트남 대사로 부임하기 전에는 송하진 지사님의 배려로 1년 8개월 간 전북도 국제관계 대사로 근무하는 기회도 가진 바 있습니다. 전라북도가 제 1의 고향이라면 베트남은 제2 고향으로 불러야 할 만큼 저는 인연이 깊고 오랜 세월 근무한 곳입니다. 저의 30년 이상 되는 외교관 생활은 좀 남다르고 색다른 데가 있습니다. 저는 외교관으로서 해외 첫 근무를 베트남에서 시작했고, 현재 대사로 재직하기까지 베트남에 4번 부임하여 12년 이상 근무중입니다. 이처럼 한 나라에 여러 차례 발령받아 근무하는 경우는 이례적입니다. 또 한 가지 남다른 경험은 제가 어릴 적 소중한 추억이 담긴 고향에서 국제관계대사로 재직하면서 고향에 대한 옛 정을 토대로 미력하나마 기여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온화한 얼굴에 늘 웃음이 가득한 상태로 도정을 이끌어 가는 송하진 지사님, 주민센터 직원들의 친절한 서비스, 도민들의 예의바른 태도와 시민의식, 특성에 맞는 맞춤형 축제 행사와 잘 조성된 도로 등 고향의 선진화와 발전된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요즈음 뜨는 나라, 미래 성장을 주도하는 나라로 국제사회에서 찬사를 받고 있는 베트남에서 다시금 새로운 외교관 생활을 하고 있다는게 너무 가슴 뿌듯하고 특히 고향인 전북의 두터운 사랑과 후원을 늘 간직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은 오랜 식민지 경험과 전쟁의 참화를 극복하고 메콩강의 기적을 이루어내기 위해 진력을 다하고 있는 국가입니다. 마치 어릴 적에 우리나라의 근대화 과정에서 몸소 느꼈던 생동감이 넘치고 급속한 생활환경의 변화를 이곳 베트남에서도 체험하고 있습니다.1970년대 제 고향인 임실 마을 집에 갑자기 전기가 들어오고, 지붕이 개량되고, 전화기와 텔레비전이 설치되는 역동적인 변화를 목격하는 순간은 그 자체가 충격이었습니다. 일찍이 이런 체험을 겪은 저에게는 최근 베트남이 고도성장으로 가히 놀라울 정도로 국민들의 삶의 질이 제고되고 변화된 생활의 모습을 보면서 종종 충격에 휩싸이곤 합니다. 어찌된 일인지 베트남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 5위에, 아시아 태평양지역에서 2위로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2018년 영국의 신경제 재단(NEF)의 발표). 아마 베트남 국민들이 고도성장에 따른 혜택이 곧 생활 만족도를 높여 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베트남의 발전모델이 북한의 개혁개방모델로 연결되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소망도 가져봅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지난해 모두가 힘든 시기였습니다. 베트남은 코로나 19 초기부터 강력한 국경통제를 실시해 방역에 성공, 국민들이 자유롭게 일상생활을 한 지 오래됐습니다. 세계인들은 베트남을 방역 모범국가로 칭송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한국과 베트남간 제한적인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베트남에 거주하는 17만 우리 동포들은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고 9000여 진출기업들도 요식업, 여행업 등 분야를 제외하고는 큰 피해 없이 정상적인 운영을 하고 있어 천만다행입니다. 신축년 새해를 맞아 앞으로 전북일보의 지면을 통해 제가 베트남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소소히 느꼈던 점들을 도민분들과 공유할 수 있게돼 무척 기쁩니다. 도민 모두가 천천히 걸어서 만리를 가는 소처럼, 우보만리(牛步萬里)의 마음으로 이루고자 하시는 모든 일들이 성취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박노완 주 베트남 대사 △박노완 대사는 주호치민대한민국총영사관 총영사, 전라북도 국제관계대사 등을 지냈다.
최병관 행정안전부 대변인 오늘은 2020년 경자년 마지막 날이다. 지난 7월 첫 기고에서 시간을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했었는데,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다시 시간으로 끝을 맺고자 한다. 본래 시간에는 매듭이 없다. 즉 구분이 없고 그저 무한정이다. 이러한 무한정의 시간에 인간이 여러 개의 매듭을 만들어 놓았다. 년, 월, 일, 시간 등이다. 이러한 시간의 매듭을 통하여 시간의 지나감을 인식할 수 있고, 그로 인해 무한정의 시간이 각각의 매듭 단위에 의해 구분 지어지고 한정된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인간이라는 동물이 지구상 최강자가 된 이유를 인간의 상상력이라고 했다. 무한정의 시간에 일정한 매듭을 지어놓은 일은 인간의 위대한 상상력이며, 우리네 삶에 온갖 바탕을 만들어 놓은 쾌거이다. 만약 이 시간의 매듭이 없다면 우리의 삶은 어떤 모습일지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아마도 무아, 혼돈, 그 자체가 아닐는지 싶다. 역사의 관점에서 시간과 관련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인류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친 예수님의 탄생을 기준으로 역사를 기원전(B.C)과 기원후(A.D)로 구분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결정적 분기점(Critical juncture)이라는 게 있다. 선택 시점에서는 작은 사소한 결정이었지만 후대의 역사의 시간으로 보면 엄청난 차별을 가져오는 현상을 말한다. 대표적인게 작은 한 마을에서 발생해 중세 유럽을 흔들어 놓은 흑사병이다. 유럽에서 흑사병으로 인해 인구 절반이 목숨을 잃어 노동력이 급감하자 봉건주의의 기반이 흔들렸다. 소작농이 변화를 요구할 힘을 얻게 되어 봉건적 노역이 차츰 자취를 감추면서 서유럽에서 포용적 노동시장이 태동하였고, 급기야는 봉건제도의 몰락을 가져왔다. 흑사병 발생 이후 670여 년이 지난 지금, 인류 역사는 코로나19라는 감염병으로 또 다시 결정적 분기점에 서 있다. 이 위기를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미래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K-방역의 중심에는 지자체의 선제적이고 슬기로운 대응이 있었다. 중앙정부 차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은 지방정부의 재난 기본 소득 도입이 계기가 되었고, 세계 표준 모델이 된 드라이브 스루 선별 진료소, 어려운 소상공인을 위한 착한 임대인 운동 등이 지방정부에서 시작되었다. 코로나19는 지역의 일은 그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지자체가 책임을 지고 해야 한다는 보충성의 원칙을 확인시켜 주었다. 결정적 분기점의 시각에서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 첫 번째는 1994년 실시한 민선 지자체장 선거였다. 이후 6번의 선거를 치르면서 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의 축적을 통해 우리나라 지방자치가 크게 발전할 수 있었다. 이번엔 코로나19가 지방자치 발전에 있어서 결정적 분기점 역할을 할 것이다. 코로나19는 중앙정부 차원의 과감한 통일된 역할을 요구하기도 하는 한편, 지자체별 실정에 맞는 탄력적인 대응을 필요로 한다. 분명 코로나19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권한과 역할 배분에 대한 새로운 논의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어떻게 지방자치 제도를 설계하느냐에 따라 우리나라 지방자치 발전의 경로는 달라질 것이다. 코로나19 위기가 지역의 자율성, 다양성, 책임성을 한 층 더 강화시킴으로써 우리 지방자치가 보다 더 창의적이고 성숙되어 지는 긍정적인 결정적 분기점으로 작용되기를 기대해 본다. /최병관 행정안전부 대변인
전수미 숭실대 교수변호사 2018년 3차례 남북정상회담에 따라 남북교류협력의 재개를 도모하면서 1948년 12월 1일 법률로 제정 및 공포된 이래 수차례 개정된 국가보안법에 대해서 개정뿐만 아니라 폐지에 대한 논의 또한 끊이지 않고 있다.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논의의 핵심은 국가보안법에 내재되어 있는 국가폭력과 그 국가폭력이 침해하는 기본권에 대한 문제이며, 국가보안법이 사상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의 또한 진행 중이다. 국가보안법은 크게 6차례에 이르는 개정의 과정에서 법조문의 내용이 지속적으로 추가되거나 삭제되었음에도 큰 틀에서는 일관성이 발견된다. 먼저, 국가보안법은 분단을 고착화하고 있다. 헌법과 국가보안법에 따르면 북한은 한반도 이북지역을 불법으로 점령하고 있는 반국가단체일 뿐이다. 국가보안법의 잠입탈출죄는 북한지역으로 탈출한 자에 대한 처벌인데, 대한민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은 여행이나 각 다른 이유로 북한에 출입하고 있지만 국가보안법은 대한민국 국민의 북한 입경을 잠입으로 보고 있다. 또한, 북한지역으로의 탈출이라는 정의가 대한민국을 하나의 감옥으로 상정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낳는다. 둘째, 국가보안법은 사상을 탄압하거나 제한한다. 1995년 11월 아비드 후세인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한국 방문 후 발표한 보고서는 국가보안법의 입법과 시행은 세계인권선언 제19조, 한국이 1990년 가입한 시민적ㆍ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9조 등의 국제 인권법에 규정된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적절한 보호를 부여하는 데 실패하였다. 한국 정부가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명시했다. 위 보고서는 1996년 유엔 인권위원회 제52차 회의에서 공식문서로 채택되었는데, UN은 지속적으로 국가보안법의 사상의 자유 침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왔다. 셋째, 국가보안법은 인권 유린 및 침해의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 한국에서 정권의 위기가 닥칠 때마다 국가보안법은 간첩이라는 프레임 활용을 통해 동서 냉전의 이데올로기적 대결 구도를 인위적으로 재생산 해왔다. 이는 최근까지 지속되고 있는데, 2018년 9월 검찰은 남북경협 사업가가 하도급 계약을 목적으로 북한 개발자와 이메일로 연락한 행위를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및 그 지령을 받은 자와 통신한 것으로 무리한 해석을 하며 동법 회합통신죄(제8조) 위반 등으로 기소하였다. 이처럼 국가보안법은 반공산주의의 퇴조로 말미암아 촉발된 이데올로기적 위기로부터 현 지배체제를 수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국가보안법은 지배체제의 법적 안전판으로 작동하면서 국가안보라는 이름 아래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 국가보안법의 각 시대별 차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체제유지를 위해 방어적 태도를 보이며 엄벌에 처하거나, 약간의 포용적 태도를 보이며 관대한 처벌을 하는 것에 불과하다. 국가보안법의 존폐에 대해서는 현재 남북교류협력 재개와 동북아 평화정착 도모라는 움직임을 바탕으로, 기존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 현실적이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헌법 외재적 체제이데올로기인 반공산주의를 퇴역시키고, 헌법 내재적 이데올로기를 전면에 앞세움으로써 지배체제의 법적 헤게모니 자체에 대한 재조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수미 숭실대 교수변호사
탁경진 재경도민회 사무총장협의회장 세월은 기다려 주지 않고 유수와 같아 벌써 경자년 한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고향의 들판과 바다, 강산은 그대로 변함이 없고 향수를 갖게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우리 애향단체도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한 해를 보내는 것 같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만 해도 코로나19의 기세가 미미한 상황 속에서 우려는 했지만 고향을 중심으로 조직된 애향단체들은 다양한 활동을 하자고 계획하고 준비했었다. 주기적으로 고향을 방문하여 고향홍보에 전도자가 되고 희망심기사업에 적극 동참하여 고향에 계신 분들과 출향인이 함께하고 우리 고향이 농축수산물 생산유통판매 등의 중심으로 자리잡기 위한 적극적인 활동도 하자고 다짐했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모든 행사와 축제 등이 줄줄이 취소되었고 농축산품 판매 및 홍보도 오프라인은 대폭 줄어들고 대부분 온라인 상으로만 이루어져 많은 제한사항이 있었다. 고향을 방문해도 청정지역에 혹시 코로나19 시국에 영향을 미칠까 서로 조심하는 분위기 속에서 고향방문을 꺼리는 기피현상까지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한마디로 코로나19로 인한 혼란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한 채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다. 요즘 추세라면 코로나19가 계속 확산세를 보이고 있어 새해에도 암울하다. 답답함과 안타까움 속에서도 내년에는 올해의 시국현실을 좀 더 심층분석해서 냉철하고 현실적으로 고향을 들여다보는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최근 들어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큰 진전이 있는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다. 영국이 이미 백신 사용을 시작했고, 미국도 당국의 심사 절차를 모두 마치고 접종에 들어갔다.우리나라도 백신 수입 예산을 책정하고 개발사들과 계약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제약회사가 개발하고 있는 치료제가 조건부 허가신청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내년은 신축년 흰소의 해이다. 흰소는 행동을 하기 전에 생각을 깊이 하고 계획을 철저하게 세우는 근면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책임감도 강해서 일을 시작하면 꾸준히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동물이란다. 새해에는 소처럼 책임감 있게 제발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출향인들이 마음껏 고향과 함께하고, 고향 희망심기 사업에 활력을 갖고 적극적인 애향활동을 펼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마음껏 고향을 홍보하고 고향을 노래하는 시절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마스크 없는 세상에서 며칠이라도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는 분위기를 소망한다. 연례적으로 시행하던 고향의 축제나 행사가 부활하여 사람 사는 맛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가 하루 빨리 오기를 바란다. 지긋지긋한 코로나19 이제는 물러가고 침체되어 있는 경제를 회복하고 우리 고향이 행복하고 좀 더 잘사는 마을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이젠 경자년도 며칠 남지 않았다. 경자년 한 해를 분석하고 다가올 신축년 새해에는 좀 더 진취적이고 적극적으로 고향과 함께 무엇을 해야 될 것인가를 고민하자. /탁경진 재경도민회 사무총장협의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