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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기름을 시작한 이유

박정용 (주)쿠엔즈버킷 대표 시장에 얼마나 많은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지 궁금해진 적이 있었다. 구글(Google)을 통해 알아본 바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새로운 소비재로 등록되는 양이 한 달에 4만개 정도 된다고 한다. 이중에서도 2만개의 식품음료가 매 월 시장에 나오고 있다하니 이정도면 뭘 해도 힘들겠다라는 생각이 드는게 자연스럽다. 하지만 확률로 보면 그렇단 얘기이지 1년이면 48만개의 상품을 새로 만들어내고 있는게 또한 현실이다. 이를 볼 때 세상은 현실적 문제와 비현실적 공상이 공존하는 구역임이 틀림 없다. 심지어 사람들은 물건이 나오기 전까지는 앞으로 나올게 무엇인지 전혀 모르다가도 새로운 물건이 맘에 들 때 난 이런게 나오길 지금껏 기다렸어!라고 자신 있게 얘기한다. 그렇다면 새로운 물건이 이 소비자의 결핍을 멋지게 해결한 걸까? 다시 말하지만 세상은 현실과 공상이 공존하는 구역이다. 소비자의 결핍은 오래 시간 실제로 감내한 부족분 이라기 보다는 일시적인 외부적 자극에 의해 마치 자신의 숨어 있는 욕구를 발견한 듯한 착각에서 출발했을 수 있다. 이것은 좋은 컨셉을 만드는 이론과 기술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소비자가 그동안 알지 못했던 결핍이 새로운 제품이 세상에 나오면서 결핍으로 발견 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얘기다. 바로 참기름에 관한 얘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한식에는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재료 참기름, 하지만 참깨의 고향은 이집트, 북부 아프리카다. 참깨가 우리나라에 처음 전해진 것은 삼국시대로 보인다. 학자중 일부는 삼국사기의 油라는 글자를 참기름으로 본다. 참깨는 칼슘, 인, 아연, 철, 비타민B1, B2 및 니아신이 풍부하고 불포화 지방산인 올리엔산과 리놀산, 루이신 및 글루타민산과 같은 필수 아미노산을 다량 함유한 영양의 보고이다. 특히 강한 항산화 효과를 내는 리그난이라는 물질이 밝혀지면서 어느 대기업에서 이를 제품명에 추가하여 리그난참기름이라고 이름 붙여 판매할 정도로 항암,항혈압, 항당뇨, 혈중콜레스테롤 저하 등 그 효과가 다양하고 뛰어나다. 참기름도 예전에 가마솥에 볶고 맷돌에 갈아 만드는 방식에서 기계화를 거치며 변화를 겪게 된다. 초창기 도입된 여러 가지 방식의 기계가 있었지만 쉽게 짜지면서 고장이 없는 방식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 지금의 흔하게 볼 수 있는 착유시스템이다. 참깨에서 참기름이 짜지는 원리는 간단하다. 참깨 안에 들어 있는 유지를 눌러서 짜내는 공정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기름 성분이 참깨 씨앗 안에 있는 섬유질에 흡수되어 배출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기름을 짜내기 위해서는 일정 온도가 필요한데 높은 온도를 가할수록 섬유질은 경화되고 쉽게 기름을 분리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더 높은 열에 노출될수록 섬유질은 석탄화 되어 더 이상 기름을 잡고 있는 힘이 없어지니 기름양도 많아지고 기계적인 힘도 덜 든다. 지금의 방식은 자연스럽게 고온 방식이 권유되고 사용되어진 결과다. 이 때 화학적으로 발현되는 향도 많아져 오랜 기간 두고 팔아도 이상이 없을 만큼 보존성도 강해진다. 소비자 위주의 시장이 아니라 공급자 위주의 시장이 생성된 이유다. 어렸을 때 엄마가 한 움큼 집어서 입에 넣어 주는 볶음참깨의 맛을 나는 기억한다. 참기름은 참깨를 볶아서 만들지만 볶음참깨의 맛과 연결되지 않는다. 참기름 고유의 강한 향과 맛으로 존재한다. 참기름에서 볶음참깨의 맛이 날 수는 없는지 궁금했다. 이점이 필자가 참기름을 저온으로 짜게 된 이유다. 그리고 7년 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조그만 방앗간을 차려 놓고 기존과는 다른 기계들을 사용하여 착유를 시작하였다. /박정용 (주)쿠엔즈버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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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7.24 17:03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

▲ 이인재 행정안전부 기획조정실장 드라마 「보좌관-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인기다. 국회의원 뒤에서 수없이 많은 타협과 번민을 반복하며 치열한 생존기를 써 내려가는 이정재(장태준 보좌관 역)의 이야기다. 유리천장에 도전하는 여성정치인 신민아(강선영 의원 역)를 보는 재미도 있다. 채널을 돌려 뉴스를 보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84일 만에 국회가 정상화되었지만, 추가경정예산 심의, 개혁법안민생법안, 일본 수출규제 등 풀어야 할 난제가 산적해 있다. 필자가 공직에 몸담은 지 어언 30년이 되었다. 겪어보니 중앙부처의 모든 일은 두 가지로 귀결되었다. 법과 예산이 그것이다. 국회의원과 그 보좌진은 수많은 법안과 예산안을 검토하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국민들의 지탄은 여전하다. 610 항쟁을 계기로 민주주의 제도는 정착되었지만,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갈증은 여전히 깊은 것 같다. 국민들의 시각에는 중앙정부는 아직 집권적이고 관료적이며, 정치권은 여전히 다툼과 대립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어디에서부터 꼬인 실타래를 풀어갈 수 있을까. 필자는 그 실마리를 지방분권에서 찾고 싶다. 지역경제, 일자리, 특성화 식품 등 미시정치 영역의 문제들은 지역 사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해결의 적임자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지역이 있는가 하면, 인구소멸을 걱정하는 지역이 있다. 현장의 감응성을 지닌 지역에서 직접 해법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분권을 통한 다원주의의 확장은 혁신을 가져오기도 한다. 인류 역사에서 많은 경우 혁신은 변방에서 시작되었다. 지방 곳곳에서 창의성과 역동성이 발휘될 수 있을 때 로컬푸드, 사회적 경제, 생활임금, 대안학교 등 혁신적인 사례가 나온다. 지방은 민주주의 학습의 장이자, 새로운 리더의 등용문이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41), 오스트리아 쿠르츠 전 총리(32) 등 젊은 지도자가 탄생한 것은 어린 시절부터 정치를 배우고 훈련받을 수 있었던 시스템 덕분이다. 정부는 지난 3월, 지방자치단체의 조직인사 등 자치권을 확대하는 내용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30년 만에 국회에 제출하였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주권을 보장하기 위한 재정분권 추진방안도 확정하였다. 주민참여와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주민투표주민소환주민발안을 활성화하는 내용의 주민참여 3법을 발의하였다. 지방의회가 단체장의 감시자(watchdog)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전문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보완책도 마련하였다. 하지만 제도보다 중요한 것이 행위자다. 주권자인 국민들의 손에 지방분권의 성패가 달려 있다는 말이다. 갈수록 경제가 팍팍해져 먹고 사는 문제 외에는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역 곳곳의 문제를 주민들 스스로 화합하여 해결해 나간다면 그만한 정치가 어디 있을까? 전북도민부터 지역사회에 대한 참여를 일상화하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때에는 후보자의 정책과 비전을 세밀하게 살펴봤으면 한다. 순자(荀子)의 말처럼,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혹은 뒤집기도 한다(水則載舟 水則覆舟). 국민은 물(水)이다. 우리는 2017년 촛불혁명으로 이를 몸소 체험한 바 있다. 국민들 모두가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 이인재 행정안전부 기획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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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7.17 17:25

여름휴가+농촌여행=끈끈한 가족의 가치

김종훈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 인류가 최초로 여행을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정답은 500만년전이다. 현생인류의 직계 조상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처음 아프리카 땅에 발을 디딜때부터라고 한다. 인류의 역사는 여행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7월, 여름이다. 호모사피엔스의 여행본능이 깨어나고 있다. 일상의 탈출을 꿈꾸는 5천만 대한민국 국민의 심장이 이글거리는 태양만큼이나 뜨거운 계절이다. 올해 관광공사가 밝힌 2019년도 관광 키워드는 BRIDGE이다. 일상과 여행이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쉽게 언제 어디로든 떠날 수 있도록 맞닿아 있다는 의미이다. BRIDGE는 두문자의 모음이다. 여기서 B는 Break the Generation Gap, 베이붐세대와 밀레니얼세대가 다함께 즐기는 다세대 가족여행이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을 예상하고 있다. 과거 국내, 해외 관광지를 중심으로 단체 여행이 대세를 이루었다면 이제는 가족단위, 개인 여행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특별한 곳을 찾고 있다. 그 변화가 빠르다. 농촌관광도 트렌드의 변화가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농촌관광객은 내국인이 1,237만명에 달하고, 외국인도 22인만명을 육박하였다. 가족단위 관광객 비중이 2018년도에 21.2%로 2017년도에 비해 3%p나 증가했다. 농촌관광의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정부는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가족단위 농촌관광 수요를 확대하기 위해 농촌체험마을을 육성하고, 관광농원, 테마공원을 확대하고 있다. 농촌관광 시설 대상 등급제를 통해 보다 나은 프로그램과 서비스 제공을 유도하고 있다. 아울러, 국민소득 3만불 시대에 높아진 수요자의 눈높이에 맞는 안전한 농촌여행을 담보하기 위해 법령을 정비하고, 안전관리도 강화하고 있다. 우리 전북에도 급변하는 수요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농촌관광의 대표 자원이 있다. 바로 임실군 성수면에 위치한 임실치즈테마파크이다. 임실은 얼마 전 국민들에게 베품과 나눔의 감동을 남기고 선종하신 지정환신부께서 치즈가공을 시작한 것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임실치즈테마파크는 축구장 23개 크기인 4만6천평의 넓은 대지에 체험실습장, 식당, 숙박시설, 유가공공장, 연구소, 판매장, 홍보관이 자리하고 있다. 한해 방문객은 50만명을 훌쩍 넘고 있다. 지역의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이곳을 조성하기 위해 6차산업지구, 테마공원 육성, 향토산업 육성, 신활력 사업이 집중 투자되었다. 행정의 종합선물세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실치즈테마파크의 핵심 컨셉은 가족들에게는 휴식을, 아이들에게는 농업농촌의 가치를 알게 하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는 핵심 컨셉에 충실했을 때 자연스레 따라오는 성과물이다. 지난해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3백억원에 달하고 있다. 어느덧 7월, 여름휴가를 어디서 보낼 지를 두고 가족회의를 열 때이다. 부모와 아이의 의견 충돌이 발생하기 십상이다. 부모와 아이의 니즈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곳으로 임실치즈테마파크를 제안한다. 좋은 선택지 중에 하나가 될 것이다. 임실치즈테마파크에서 부모와 아이들이 보고 느끼는 것은 달라도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더욱 튼튼해지리라.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을 함께하면 언제나 그 기쁨은 배가 될테니까. /김종훈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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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7.10 16:48

미·중 무역전쟁 어떻게 될 것인가?

송승엽 한반도 미래연구원 원장 작년 7월초 미국이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로 일어난 무역 갈등이 첨단 기술 및 외교안보 문제로 까지 비화되는 등 전면전으로 치닫다가 6월29일 양국 정상 회담으로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지난 5월 10일 미중 무역협상 결렬로 대립이 격화된 뒤 중국 시진핑 주석은 국공 내전시 공산당 군이 국민당 군의 포위망을 뚫고 탈출을 시작했던 대장정 출발 기념관을 찾아 우리는 최후에 믿을 수 없는 기적을 창조했다 면서 (중국에 대한)자신감을 굳건히 할 것을 강조 했으며, 언론 매체들도 연일 중국은 새로운 대장정의 길을 갈 것이다면서 결전 의지를 다졌다. 대장정은 1934년 10월 16일 중국 공산당군이 근거지였던 동남부 장시성 서금에서 약 70만명의 국민당군 포위망을 똟고 370일 동안 2만 5천리 길을 도보와 우마로 이동하여 서북부 산시성 연안으로 탈출한 사실을 말한다. 11개 성, 18개 산맥을 가로지는 강행군속에 많은 사람이 이탈하거나 병들고 포로로 붙잡히면서 출발시 인원 약 8만명이 목적지에 도착할 때는 7천명 정도 밖에 안되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당내 비주류였던 마오저뚱이 권력을 장악하고, 국민당과 합작으로 8년간 항일(抗日) 전쟁을 하며 세력을 키운 뒤, 다시 국민당과의 전쟁에서 승리, 현 중화인민공화국을 건설하는 신화를 만들어 냈다. 오늘날 중국이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상기하며 결전을 다짐하는 것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어떤 희생과 손실을 감수해서라도 물러서지 않고 국가의 자존심을 지켜낼 것이며 그럴 자신감과 능력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책사였던 스티브 배넌이 5월 28일 미국의 중국통신장비 제조회사 화웨이에 대한 제재는 중국 경제를 근본적으로 바꿔 서방의 자유 시장경제와 협력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끝까지 가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또 미국방부는 6월1일 발표한 인도태평양전략 보고서에서 중국 공산당을 억압적인 세계 질서 비전의 설계자라고 지적하고 중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이 지역을 재편성하려고 하며, 군사 현대화와 영향력 행사, 약탈적 경제 등을 동원해 다른 나라에 강요한다고 비판하였다. 대통령 트럼프도 6월 10일 CNBC 인터뷰에서 나는 중국이 우리만큼 더 잘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중국에 대한 강한 견제심리를 드러냈다. 629 트럼프시진핑 담판은 협상재개 합의 및 추가관세 보류로 더 이상의 확전을 멈추게 하였으나 핵심 쟁점을 타결할 시그널이 보이지 않아 언제든지 재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특히 미국이 대중국 견제라는 패권적 의도를 여실히 드러낸 상황에서 당장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되돌아갈 수 없으며 타협하며 싸우는 국면이 지속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우리의 경제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끼침은 물론, 싸움이 격화될수록 우리에게 안보 동맹국(미국)과 최대 교역국(중국)중 택일을 요구하는 강도가 심해질 것으로, 이에 대한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고향 친구들과 식사하며 국제적 핫 이슈인 미중 관계 관련 서로의 견해를 피력한 뒤 귀가하는 지하철 속에서도 계속 같은 생각에 젖어있다가 그만 내려야 할 역을 지나치고 말았다. /송승엽 한반도 미래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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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7.03 16:40

왜 아이를 낳지 않을까

김희관 전 법무연수원장광주고검장 출산율 하락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인류에게 결혼과 새 생명의 탄생은 가장 축복받을 일이다. 인간이 종(種)으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결혼과 출산이 계속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종족보존이라는 릴레이의 바통을 다음 세대에 건네주는 것을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를 낳지 않는 현상은 그저 단순히 경제활동인구의 감소나 국가경쟁력의 저하 차원으로만 바라볼 문제가 아니다. 공동체의 존속을 위협하는 심각한 적신호이다. 예전보다 지금 잘 먹고 잘 살고 있지만 아이를 낳지 않으려 하는 것은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자신의 삶이 행복하지 않다고 느낀다면 그 고통을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을 것이고, 자연스럽게 아이를 낳는 것도 꺼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행복지수가 낮은 사회는 출산율도 낮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행복지수가 낮은 데는 매우 복합적인 원인들이 작용하고 있다. 빈부격차의 심화는 그 중 하나이다. 양극화 현상은 국가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중차대한 문제지만 현실적으로 단기간내에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여기에서 사람들의 행복감은 객관적 여건 못지않게 주관적인 태도와 반응에 의해서도 크게 좌우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차원에서 볼 때 행복지수가 줄어든 데는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과도한 경쟁문화의 탓이 크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특유의 성공지향문화, 빨리빨리 문화가 경제적 풍요를 가져왔지만, 한편으로는 바로 그것이 사회전반적으로 과도한 경쟁문화를 고착화시키면서 오히려 삶의 재미와 행복을 깎아 먹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먹고 살기 위해 시작된 경쟁이 이제는 그저 남을 꺾고 이기기 위한 경쟁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행복론에서 과도한 경쟁이 출산율을 저하시키는 주범이라고 갈파하였다. 사람들은 경쟁을 하면서 내일 아침을 먹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옆 사람을 뛰어넘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게 되고, 그럴수록 행복한 삶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자녀를 낳으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경쟁을 없애야 한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과도한 경쟁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의 말처럼 제때의 한 바늘이 나중에 아홉 바늘의 수고를 막아준다고 하면서 오늘 천 바늘을 꿰매는일이 매일 반복되어서는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소수의 사람들이 성취한 수준을 마치 모두가 이뤄야 할 삶의 표준인 것처럼 제시한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과연 자신의 삶에 얼마만큼 행복하고 만족할지는 정작 모르는 일이다. 행복은 재산순, 출세순, 성적순이 아니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경쟁 자체를 위한 경쟁은 끝이 없다. 경쟁에 뒤쳐진 나를 자책하고 다그친다. 그러다 선두에 서면 선두를 놓치지 않으려고 또 경쟁한다. 그러니 행복할 수 있겠는가. 자신의 아이들이 그러한 경쟁의 쳇바퀴에 갇혀 있는 신세가 되기를 어느 부모가 바라겠는가. 물론 한 사람 한 사람의 결단과 노력도 중요하다. 하지만, 사람은 사회적 시선과 분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사회의 문화와 분위기를 바꾸어야 한다. 교육과 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하다. 선의의 경쟁은 권장하지만 경쟁 그 자체를 위한 경쟁은 행복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집단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나로 살 수 있고, 행복해 질 수 있는 것이다. /김희관 전 법무연수원장광주고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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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6.26 16:21

새끼 이바구 타령

손해일 국제 PEN한국본부 이사장 세상만물의 자체 생존 본능과 종족보존의 결과물인 <새끼>는 참으로 위대하다. 태초에 하나님이 세상 만물을 창조하셨지만, 우주 순행의 원리로 새끼들이 새끼줄처럼 새끼 쳐서 세상이 유지되고 활력을 되찾는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에서부터 단세포 하등동물인 아메바나 바이러스 박테리아 까지도 새끼로 끝없이 생성 진화함으로서 세상은 잘도 돌아간다. 지구촌의 급격한 기후 환경변화와 천재지변 또는, 인간의 몰지각한 환경 파괴로 어느날 갑자기 생물이 멸절된다면 지구는 우주의 하찮은 광물 떠돌이별로 전락할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무심코 쓰는 새끼라는 말은 그 뜻의 숭고함과 역할의 다대함에도 불구하고 동물과 연결될 때는 XX새끼로 저속한 욕설이 되기도 한다. 새끼타령을 더 해보자면... 태양계는 광대무변한 우주 은하계의 지극히 작은 행성의 새끼일 뿐이다. 지구 역시 우리가 학창시절 외우던 수, 금, 지, 화, 목, 토, 천, 해, 명 순으로 태양계의 새끼 위성 9개중 하나이다. 그런데 맨끝 명왕성은 달보다도 크기가 작고 밝지 않다는 이유로 2006년 8월에 테양계 행성의 지위를 박탈당했다. 그대신 어느날 숨겨둔 자식이 불쑥 나타나 친자확인을 주장하듯이 기존의 명왕성이 빠지고 새로 발견된 케레스, 케런, 제나가 추가되어 태양계의 행성 서열도 바뀐 것이다. 케레스는 로마신화에 나오는 풍작의 여신, 케런은 그리스신화 중 저승 스틱스강의 뱃사공, 제나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전사 이름이라고 한다. 결과적으로 태양계 행성 서열은 수, 금, 지, 화, (케레스), 목, 토, 천, 해, (케런), (제나) 11개로 개편되었다. 이밖에 각행성의 혼외정사 새끼들인 살별과 별똥별들은 또 얼마나 명멸하며 허공으로 사라지는가. 인류는 아담과 이브의 새끼이다. 나는 2천여년 전 신라 6부촌인 무산 대수촌장 구례마 할아버지의 까마득한 77세손 밀양 손씨이다. 서양의 성명중 대종을 이루는 00슨(son) 씨리즈는 말그대로 아무개의 아들 이란 뜻이다. 예컨대 존슨은 존의 아들. 닉슨은 닉의 아들, 사무엘슨은 사무엘의 아들이란 얘기다. 러시아나 구 소련권의 00스키라는 이름도 영어권의 00슨과 같은 맥락이다. 브레즈네프의 아들은 브레즈네프스키, 차이코프의 아들은 차이코프스키라는 식이다. 그런가하면 나폴레옹 3세, 엘리자베스 2세, 헨리 8세 라는 식의 숫자로 후손들의 가계 혈통을 나타내기도 한다. 또한 우리말의 동물 새끼 이름들이 다채로와 새겨둘만 하다. 예를 들면 호랑이새끼는 개호주, 곰새끼는 능소니, 소새끼는 송아지, 암소 뱃속 탯송아지는 송치, 말새끼는 망아지, 숫나귀와 암말 잡종은 버새, 닭새끼는 햇병아리, 꿩새끼는 꺼병이라 부른다. 알배기 물고기 암컷들도 수컷 이리(精)를 받아 새끼를 낳고 감돌고기는 꺾지에게 탁란하기도 한다. 물고기 새끼 이름을 몇 개 열거하자면 풀치는 갈치새끼, 껄데기는 농어새끼, 꽝다리는 조기새끼, 간자미는 가오리새끼, 고도리는 고등어새끼를 말한다. 푸성귀와 나무들도 홀씨로 날리고 줄기로 뻗어 짙푸르고 누렇고 빨간 아름다운 채색 강산을 만든다. 민들레처럼 홀씨로 바람에 날리거나 겨우살이나 버섯종류는 나무에 기생하거나 포자로 뿌리박고 성장한다. 하다못해 미물 박테리아 바이러스도 포자로 새끼 치고 퍼지고 날리니 오오, 까마득한 날에 궁창이 열리고, 동네아낙의 입방아 소문까지 날개를 달아 새끼를 치는구나. 하나님의 섭리대로 만물이 새끼를 쳐서 날로날로 번창하니 복 있을 진저, 새끼들 천국이여! /손해일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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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6.19 17:07

무엇이 그들을 당당하게 만들었나?

민경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만화 같은 일이다. 드라마에서 그렇게 스토리를 만들면 욕먹는다.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영화 얘기가 아니다. 폴란드에서 펼쳐지고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월드컵에서 남자대표팀 사상 첫 FIFA 주관 대회 결승진출을 일궈낸 우리 대표 팀의 선전 얘기다. 슛돌이 이강인, 빛광연 골키퍼 이광연 등 21명 선수 전원의 플레이는 가뜩이나 어두운 뉴스로 가득 찬 대한민국 사회에 한줄기 빛이 되고 있다고들 한다. 누군가는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박세리가 보여준 맨발 투혼이 IMF직후 실의에 빠졌던 국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었던 것까지 비교한다. 나아가 얼마 전 방탄소년단(BTS)이 빌보트 차트 1위를 차지하고 비틀즈, 퀸 같은 세계적인 팝스타들이나 섰던 웸블리 스타디움 등에서 4회 공연에 23만 명의 전 세계 각국 팬을 끌어 모은 것은 또 어떤가! 경제적 가치로만 보면 국내 생산 유발효과가 4조 1400억 원(현대경제연구원)에 이른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여기에다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맹활약한 손흥민(토트넘), 미 메이저리그 야구 역사 백년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류현진 까지 한마디로 문화,스포츠 콘텐츠 강국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이를 두고 언론과 기성세대가 엄청나게 흥분할 때 정작 당사자들은 의외로 담담하게 즐기고 있다. 이강인은 지난 5월 대회를 앞두고 작성한 셀프 프로필에서 월드컵 목표를 처음부터 우승이라고 적었다고 한다. BTS의 리더 RM은 21세기 비틀즈라는 호칭이 정말 영광스럽지만, 21세기 BTS로 자리매김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라고 말했다. 유럽챔스 결승에 진출한 손흥민은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 겁낼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도대체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당당하게 만들었을까? 이들의 공통점은 1990년대부터 2000년 초반까지 즉 천 년이 끝나고 시작되는 전환점에 태어났다는 의미의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라는 점이다. 국민대 경영학부 이은형 교수는 『밀레니얼과 함께 일하는 법』이라는 책에서 그들이 누구인지, 새로운 세대가 등장한 의미가 무엇인지 미처 알기도 전에 그들은 시장을 지배하고 조직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들이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 뛰어난 기술과 적응력, 협업능력 등을 갖췄으면서 동시에 기존 질서를 무시하고, 개인을 중시하며, 조직과 대등한 계약관계임을 내세우면서 기성세대를 꼰대로 만들고 기존의 조직문화를 뒤흔다고고 말했다. 지난 83년 첫 4강 신화를 만들어냈던 박종환 감독 사단의 선수들은 스파르타식 방식으로 훈련받았고 애국심과 불굴의 투지로 무장한 전사들과 같았다. 지금 축구 대표팀은 막내 이강인이 선배들의 양 볼을 잡고 격려한다. 결승행을 확정한 직후 정정용 감독을 향해 달려가 동료나 친구 대하듯 생수를 뿌리고 등을 치며 축하 세리머니를 펼친다. 과거 성인축구대표팀은 평소 평가전에는 잘하다가 정작 본선에서는 한마디로 얼어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뒷심이 부족해 역전패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오히려 후반전, 연장전에 더 힘을 발휘한다. 그러면서도 서로 격려하며 게임을 즐기기까지 한다. 밀레니얼 세대에 대해 분석한 랭카스터와 스틸먼은 SNS에 익숙한 M세대는 이전 세대와는 차원이 다른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네트워킹 하는 방식도 완전히 다르다. 수평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며 서로 협력하는 것에 익숙하다. 모르는 상대방과 온라인에서 게임을 하며 협업을 경험했기에 팀워크에 익숙한 만큼 팀프로젝트 형식으로 일을 맡기면 더 잘 해낸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천년을 이끌어갈 밀레니얼 세대의 경쟁은 시작됐다. 조금은 우리나라 세대들이 앞서가고 있다는 점에서 기분이 좋다. 이것도 순위와 경쟁에 익숙한 꼰대세대의 구태의연한 평가인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기분이 좋은 것은 좋은 것이다. 일요일 새벽, 우리 U-20 월드컵 국가대표팀이 새로운 길을 냈으면 좋겠다. 안되더라도 충분히 즐기길 기대한다. /민경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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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6.12 17:19

기억력 유감

이강만 한화그룹 부사장 한 사람이 평생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을 기억할 수 있을까? 만 명, 천 명, 백 명?케빈 브록마이어의 소설 로라시티를 떠올리며 든 궁금증이다. 사람마다 뇌의 용량이나 기능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단언적으로 얼마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얼마 전 모 언론사 간부와 얘기던 중 그분 휴대폰에 저장된 연락처가 3천개가 넘는다고 해서 적잖이 놀랐다. 작년까지 2천개 남짓 연락처를 가지고도 늘 벅차하던 필자인지라 그 많은 분들을 어찌 다 기억하느냐고 물었더니 기억까지는 모르겠지만 언론계 간부들은 대개 그 정도의 연락처는 가지고 있단다. 휴대폰 연락처에 저장된 분의 숫자가 천명이 될 때까지는 전화 발신자 이름이 뜰 경우 그가 누군지 거의 기억해냈는데, 그 이상을 넘긴 이후부터는 화면에 뜬 이름을 보고서도 누군지 헷갈려 하는 일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연락처를 새로 등록할 때 신체적 특징이나 간단한 약력 등을 추가로 입력하는 방법도 취해보았지만 역시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는 못했다. 자신이 직접 저장한 이름이 뜨는데도 얼굴도 생각 안 나고 심지어는 수화기 저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듣고 나서도 누군지, 어디서 만난 분인지도 모르면 정말 당황스럽다. 그래서 말을 올리지도, 그렇다고 하대하지도 못하고 아~, 네~라는 추임새를 연신 발하며 상대가 누군지 단서를 찾으려는 경우가 허다하다. 장황하게 이 이슈를 꺼내는 이유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울려대는 기억 저쪽의 발신자 이름과 아예 전화번호로만 뜨는 수신전화로 인한 곤혹스러움이 오롯이 필자 혼자만의 몫은 아닐 듯싶어서다. 연초에 휴대폰을 교체하면서 상당기간 피차 연락 안한 번호들은 아예 제외하고 가끔씩이라도 소통하는 600여명만 연락처에 입력해놓았다. 그런데 이제 입력 안된 분들로 인해 각종 해프닝이 생기고 있다. 백업리스트에도 없는 전화번호로, 회의나 부재중 걸려온 전화가 있다. 그냥 무시하면 대개는 더 이상 전화가 오지 않는다. 광고성 전화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끔이지만 콜백이 없는 경우 독촉 문자를 보내는 분이 있다. 그것도 본인 성함도 밝히지 않고 다정하게, 또는 하대조로 답신을 재촉하면서 말이다. 그냥 무시하려다가도 어떤 때는 조급증이 발동해 전화를 걸고 만다. 그러면 상대는 춘향이 이도령이라도 만난 듯 반가이 자신을 소개한다. 스쳐가며 명함을 교환하거나 학연 지연으로 얽혀 있는, 알 듯도 모른 듯도 한 분들이다. 간단히 인사가 오가면 대뜸 용건을 얘기한다. 십중팔구 해결해주기 힘든 부탁이다. 세상이 분명 바뀌었지만 그분들은 아직 그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아니, 세상 일은 모두 공명정대하게 처리되어야 하지만 적어도 자신이 지금 얘기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예외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믿는 부류다. 그분들이 오죽하면 그럴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가끔씩은 부아가 치민다. 좀더 지혜롭게, 그리고 상냥하게 대처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자책으로 말이다. 불과 몇 달 사이에 휴대폰 연락처가 또 300개 늘었다.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기존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어렵거니와 새로운 사람을 만나지 않을 수 없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러니 기억 못하는 분으로부터 연락을 받는 일은 앞으로도 불가피해 보인다. 이 사소하지만 중요한 문제를 어찌할까 고민했는데, 역시 과거에 한동안 사용했던 방법이 좋을 것 같다. 기억이 떠올려진 분이나 적어도 백업리스트에 포함된 번호이면 답신을 하는 것으로 말이다. 세상과는 끊임없이 소통하되, 번잡함에 끌려 다니고 싶지 않아서 말이다. 그래도 이런 방법이 옳은 것인지는 여전히 확신이 없다. 하지만 어찌하랴. 아직 할 일이 태산인데 선한 코스프레 하느라 에너지를 고갈시킬 순 없지 않은가? 다만 여전히 꺼림칙한 게 있다. 로라의 기억 덕분에 시티에서 평화롭고 안온하게 존재하는 사람들이 떠올라서다. 필자는 과연 전화발신자에게 어떤 존재일까? 기억되는 자, 아니면 기억 잘하는 자, 그도 저도 아닌 그냥 기억력 나쁜 자. /이강만 한화그룹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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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6.05 16:34

전라선과 아버지

김희관 법무연수원장前 광주고검장 고향 쪽에 이런 저런 일들이 생겨 가끔씩 전라선을 타게 된다. 열차에 오르면 늘 아버지의 얼굴이 떠오른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손을 잡고 전라선 열차에 올라 타 아버지의 고향이었던 구례를 자주 찾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동이리역에서 출발해 대장촌-삼례-동산촌-전주-신리-관촌-임실-오류-오수-서도-남원-주생-금지-곡성-압록-구례구역으로 이어지는 그 길디 긴 완행 철길. 얼마나 느렸던지 다섯 시간이나 걸린 적도 있었다. 할머니 보러 구례에 가자는 아버지를 향해 가끔은 안가겠다고 떼를 쓰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팥연양갱과 사이다를 사주겠다는 아버지의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 냉큼 따라 나선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 아버지가 올해 87세가 되셨다. 전라선은 내게는 그저 즐거운 추억거리지만, 아버지에게는 인생의 중대한 분수령으로 기억될 것이다. 아버지는 15세의 어린 나이에 소년 가장이 되었다. 여섯 형제중 둘째로 태어난 아버지는 일찍이 부친을 여의었고, 그나마 의지하던 큰 형님마저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노모, 어린 네 동생들, 심지어 큰 형이 남기고 간 조카 2명의 생계까지 떠맡아야 했다. 그가 중학교를 졸업하던 날, 교정을 걸어가는 소년의 귀에 선생님들의 대화가 비수처럼 꽂혔다. 00이는 철이 없어. 집안 형편이 그렇게 어려운데도 고등학교를 가려고 하다니 말이야. 이 말을 들은 15세의 어린 소년은 그 순간부터 어른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는 얼마 후 전라선 열차에 몸을 싣고 익산으로 향하였다. 고등학교 진학의 꿈을 접고 먼 친척이 운영하는 양은 솥단지 공장의 점원으로 취직하기 위해서였다. 아버지의 헌신적인 뒷바라지로 동생 2명은 교사가 되었고, 큰 형님의 아들은 의사가 되었다. 그 다음 대에서는 의사가 4명이나 나왔다. 아버지의 희생이 없었다면 우리 집안은 다시 일어설 수 없었을 것이다. 한때 국민적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송혜교가 중동의 한 나라에서 의료봉사 활동중 파티마라는 전쟁고아 소녀를 돕는데, 송중기가 걱정스럽게 송혜교에게 이렇게 묻는다. 그렇게 해도 그런 아이가 한 둘이 아닌데, 세상이 달라지겠습니까라고 말이다. 그러자, 송혜교는 이렇게 대답한다. 세상은 바뀌지 않겠지만, 파티마의 삶은 바뀔 것이고, 그것은 파티마에게 세상이 바뀌는 일이겠지요라고. 그렇다. 애당초 아버지에게는 세상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야망이나 포부 같은 것은 없었을 것이다. 그저 자신에게 던져진 고난의 삶을 견뎌내야 할 운명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그저 자신에게 맡겨진 식솔들만큼은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각오로 살았을 뿐이다. 그의 삶을 소시민적이었다고 불러도 좋다. 하지만, 그의 희생과 헌신은 세상을 바꾸었다고 확신한다.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몇 사람이라도 아버지가 돌보고 보살폈던 그 사람들의 세상은 그로 인해 바뀌었기 때문이다. 가정의 달인 5월이 며칠 남지 않았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라는 어느 시인의 통찰이 가슴에 와 닿는다. 평생 동안 가족을 위해 땀과 눈물로 고달픈 삶을 묵묵히 살아 온 이 땅의 아버지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그 분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들의 세상을 바꾸어 주셔서 참으로 고맙습니다 /김희관 법무연수원장前 광주고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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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5.29 16:34

종자전쟁과 인류 생존게임

손해일 국제 PEN한국본부 이사장 농부는 죽어도 종자를 베고 잔다(農夫餓死 枕厥種子)는 옛말이 있다. 종자는 생명과 다름없기에 아무리 굶주려도 최후까지 고수해야 할 필수품이다. 우리나라도 옛날엔 춘궁기 보릿고개를 넘기기 어려워 초근목피 등 각종 구황식물로 연명하기도 했다. 그에 비하면 단군 이래 최고로 잘 산다는 오늘날의 한국은 얼마나 복이 넘치는가. 핵전쟁이 사망 유희라면 종자 전쟁은 생존 게임이다. 지구상에 종자 저장소가 딱 한 군데 있다. 2008년 2월 UN 산하 세계작물다양성재단(GCDT)이 북극에서 1000km 떨어진 노르웨이령 스발바르제도에 약 2억 달러를 들여 축구장 절반 크기로 온도가 항상 영하 15도를 유지하는 시설을 마련했다. 핵전쟁이나 천재지변, 대홍수 등 인류 대재앙이 닥쳤을 때를 대비한 현대판 노아의 방주이다. 지구촌은 지금 씨앗전쟁중이다, 선진국들은 대규모 투자로 식물 유전자원을 확보하여 수집 보존하고, 신품종개발로 씨앗전쟁의 주도권을 잡고 있다. 세계 라일락 시장의 약 30%를 석권하는 미스킴 라일락이 그 좋은 사례다. 한국이 미군정시절인 1947년 미국의 식물학자 앨윈 미더가 우리의 토종 수수꽃다리속 털개회나무 종자 12알을 북한산 백운대에서 채집해 간 뒤, 뉴햄프셔대학에서 이를 품종개량해 1954년 한국의 담당 타이피스트 이름을 따미스킴 라일락이라 명명했다. 크리스마스트리로 유명한 구상나무는 우리나라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에만 자생하는데 미국이 이를 신품종으로 개량해 전세계로 역수출하고 있다. 데이릴리(daylily)는 한국의 제주도 원추리를 품종개량한 것이다. 한국은 2002년부터 국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UPOV)에 가입했다. 2012년부터 해조류를 포함한 모든 종자에 대해 최소 20년간 지적 재산권을 보장하고 로열티를 지급해야 한다. 한국은 IMF 위기 때 국내종자회사 5개 중 4개가 외국에 넘어감에 따라 매년 90%의 종자에 대한 막대한 로열티를 물고 있다. 2012년 세계 종자시장규모는 780억 달러(약 83조 원)라는데, 토마토 씨앗 1g에 13만원, 파프리카 씨앗 1g에 9만원, 검은방울토마토 씨앗 1g에 7만 5000원이라니 금값보다 비싸지 않는가. 우리가 즐겨 먹는 한국의 청양고추에도 비싼 로열티를 물고 있다니 기가 막힌다. 1998년 청양고추를 개발한 한국의 중앙종묘가 멕시코 종자화사로 넘어갔는데, 이를 미국 기업인 몬산토가 인수함으로써 매년 몬산토에 로열티를 주게 된 것이다. 불행히도 한국은 식량수입국이다. 자급률이 104%인 쌀을 제외하면 잔체 곡물자급률은 5%에 불과하다, 자급률은 감자고구마 98.7%, 보리 24.3%, 콩 10.1%, 옥수수 0.9%,, 밀 0.9% 등이다. 전세계는 지금 식량위기를 맞고 있다 그 원인은 크게 기후변화로 인한 곡물생산량 감소, 신흥경제국의 곡물수요증가. 바이오연료 사용증가에 따른 곡물부족 등이다. 특히 종교와 인종갈등으로 내전중인 곳은 굶주림의 지옥이다. 곡물가격 상승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라 하는데 옥수수, 밀, 대두는 미국의 카길사에서 60%를 수입하고 있다. 우리 주곡의 경우 통일벼 개발을 비롯해 농학기술의 발달로 수확량이 넘치고 매년 쌀이 남아돌아 주체를 못할 정도다. 그러나 북한은 90년대 초 고난의 행군때 약 300만 명이 굶어 죽으면서도 수십년간 핵무기 개발에 매진하여 오늘날의 복잡한 핵국면을 초래했다. 북한은 70여년간 이팝에 고깃국을 공언했지만 아직도 굶주림을 못 면하고 있다. 하노이 비핵화 북미협상이 결렬된 후에도 북한이 미사일을 두 번이나 쏘아 올려 협정을 위반했는데도 이를 응징하기는커녕 인도적 차원의 식량지원을 두고 찬반 양론이 매스컴을 달구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다. /손해일 국제 PEN 한국본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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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5.22 17:17

반쪽의 진실은 허위보다 무섭다

민경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그해 5월은 매우 습하고 무더웠다. 당시 시국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정치권에도 언론에도 잠깐 봄이 찾아 왔지만 그 끝은 짧았다.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광주에서 수천 여명의 시민들이 계엄군들의 총칼에 찔려 숨졌다는 얘기가 전주지역에도 전해졌다. 확인할 길은 없었다. 신문과 방송은 침묵할 뿐이었다. 유언비어라고 매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고 했다. 아무리 통제해도 사람과 사람을 통해 전해지는 진실의 메아리는 막을 길이 없었다. 분노한 전주의 학생들도 저항에 동참하기로 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각 고등학교 대표자들이 모여 그 주 토요일에 어느 중학교 운동장에 모이기로 했다는 말이 나왔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무슨 일이 있을지 걱정하는 표정들이 역력했다. 집에 가면서 본 그 중학교 운동장에는 어느새 계엄군 탱크가 들어와 있었다. 결국 전주에서의 저항(?)은 실패로 끝났다. 고등학생이었던 내가 지금까지 기억하는 그 때 5월의 모습이다. 솔직히 말하면 내 삶에 있어 광주는 마음의 빚이었다. 끝까지 저항하다가 산화한 5.18 희생자들에 대한 시대적 부채 의식이 마음 한편에 늘 자리했다. 함께 하지 못한 미안함도 있지만, 꼭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동시대 전주에서 고등학교에 다닌 우리 또래들을 만나면 지금도 꼭 물어보는 말이 있다. 너 매스게임 때 어느 줄 몇 번에 서 있었니? 그렇다. 나는 그 해 10월에 있었던 제61회 전국 종합체육대회에 동원된 5000여 명의 고등학생 중 한 명이었다. 이름 대신 9-1번으로 불렸다. 봄부터 전주 시내 남녀 고등학교 학생들은 매스게임과 카드섹션, 기수단을 위해 총동원됐다. 10월 8일 개막식 날 4분 30초짜리 식전행사를 위해 6개월간 수업은 형식이고 거의 연습에 매달렸다. 땡별 아래 쓰러지거나 탈진하는 아이들이 속출했지만 전두환 대통령 각하께서 참관 하시니까라는 명분으로 피로와 역겨움을 참아내야 했다. 맨 앞줄에 서 있던 나는 전주종합경기장 VIP석에 앉아있던 전두환 이순자 부부의 모습을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그저 그때는 실수하지 않고 잘 보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다. 체육관 선거로 대통령에 당선된 그가 전국규모의 야외 지방 행사에 참석한 것은 전주가 처음이었다고 한다. 체전 표어도 새 시대새 의지새 천 년이었다. 그는 개막식 후 시도지사와 체전 관계자 50명이 참석한 오찬 자리에서 학생이든 단체든 소요나 불안을 조성해서 정부를 무너뜨리려는 것은 결과적으로 북괴에 유리하게 하는 행위로 공산당이 아니라 하더라도 이적행위와 같은 것이기 때문에 용납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나는 날개를 달아줄 수 없다(창비)』로 신인 소설상을 받았던 작고한 전주출신 소설가 김지우는 언젠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를 이렇게 기억했다. 여고 2학년으로 참가했던 내게 체전이 끝나고 전두환 대통령 하사품이라고 쓰인 만년필이 학생들에게 배당되었을 때 나는 만년필을 내팽개쳤다. 게다가 학생 대표로 대통령에게 감사의 편지를 쓰라는 학생주임의 요청을 전두환 씨에게 감사할 일이 없다고 거절했다 제39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이 다가온다. 그러나 진상규명 목소리를 외면하고 진실을 호도하는 극우세력이 준동하고 있다. 또 이를 바로 잡아야할 일부 정치인들이 묵인, 방조로도 모자라 오히려 부추기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특히 광주에 내려간 사실조차 부인하는 전두환 씨의 행적과 발언이 허위임이 용기 있는 증언자들의 입을 통해 40여년 만에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반쪽의 진실은 허위보다도 무섭다는 말이 있다. 이번에야 말로 거짓을 몰아내고 제대로 실체적 진실을 밝혀낼 마지막 기회다. 국회 특별법 통과로 마련된 5.18 진상규명위원회의 조속한 가동에 모두가 나서야 한다. 그것이 시대가 우리에게 주는 명령이자 빚진 마음을 덜어낼 최소한의 책무다. /민경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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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5.15 20:14

희망 고문

이강만 한화그룹 부사장 작년에 코스모스 졸업을 한 큰 아들이 아직도 정규직 취업을 못하고 계약직, 인턴을 전전하고 있어서 영 마음이 짠하다. 그 아들이 그렇다고 목표 없이 허송세월 하거나 현실에 안주해 소일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나름 본인의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 보려고 부단히 노력 중이고, 또한 그 일을 맡기에 적합한 업무능력을 갖추기 위해 코피를 쏟으면서 공부하고 있어서 딱히 그를 탓할 수도 없다. 그래서 올 연말까지는 가만히 지켜보기로 했다. 그 동안 취업이 어렵다는 얘기는 귀가 닳도록 들어 왔지만 요즘처럼 어려웠던 적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과거에도 먹고 살기 힘들고 할만한 일자리가 없다는 말은 다들 입에 달고 살았었다. 오죽하면 단군이래 요즘처럼 살기 힘든 적은 일찍이 없었다는 말이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나온다고 하지 않은가? 그런데 올해 들어 우리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급기야 올해 1분기 GDP 성장률이 비록 낮은 수치이긴 하지만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심리적으로 더 몰리는 상황이 되고 있다. 작년 이맘때 대학생인 둘째 아들과 이런 얘기를 나눈 기억이 난다. 취업이 어려운 것은 나라의 경제 상황이나 사회구조적인 문제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우리 청년들의 자세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 조금만 눈높이를 낮추거나, 아니면 자기가 원하는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조금 더 최선을 다하면 취직할 수 있잖아. 별로 그런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환경 탓만 하는 것 같단 말이야. 그건 현실을 잘 모르시고 하시는 말씀이에요. 우리 친구들 정말 열심히 살고 있어요. 노력을 안 하거나 눈 높이를 안 낮춰서 그런 게 아니라구요. 아빠 때처럼 경제 확장기에 쉽게 취직하던 시기와는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구요 아들의 이러한 반응이 필자는 꽤 불편했던데다 마치 자기 방어기제가 작동한 듯한 느낌도 있어서 한마디 쏘아붙였다. 요즘도 어려운 가정 환경에서 성공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뉴스에도 자주 나오잖아. 아무튼 잘 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면 항상 꿈은 이루어진다는 것을 우리 청년들이 명심했으면 한다 이 정도의 훈계면 받아 들일만도 한데 둘째는 지지 않고 한마디 보탰었다. 아빠, 저는 아빠 말씀 잘 새겨 들을 테니까요, 다른 친구들에게는 제발 그런 식으로 말씀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런걸 희망고문이라고 한다구요. 희망고문? 잊고 있었던 이 단어를 생각게 하는 글을 최근 어느 지인이 보내줬다. 80년대 몹시 추운 겨울 날, 한 이등병이 언 손을 불어가면서 손빨래를 하고 있었다. 지나가다 이를 지켜보던 마음 착한 소대장이 박 이병, 취사장에 가서 뜨거운 물 좀 얻어다 해!라며 한마디 건넨다. 취사장에 갔지만 고참에게 신병이 빠져도 한참 빠졌다는 핀잔을 듣고 다시 돌아 와 하던 일을 계속하는 이등병을 이번에는 중대장이 보고는 어이, 그러다 동상 걸리겠다. 취사장에서 뜨거운 물 갖다 해라고 친절하게 얘기 해준다. 그래서 또 다시 취사장에 갔는데 고참에게 더 호된 꾸지람을 듣고 되돌아 와 서러움에 울먹이고 있던 차에, 마침 지나가던 호랑이 보급계 중사가 야, 내가 세수 좀 하려고 하니 지금 취사장 가서 그 대야에 뜨거운 물 좀 가득 담아 와라고 심부름까지 시킨다. 울컥하는 마음이 없진 않았지만 어찌 하랴? 군대인데 이번엔 고참들이 선선히 뜨거운 물을 내줘서 대야 가득 담아 왔다. 그제서야 그 중사는 박 이병, 그 물로 언 손 녹여가며 하거라. 양이 충분하진 않지만 동상은 피할 수 있을 거야 그래, 아들이 맞다. 희망을 주되 고문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려면 어설픈 훈계나 미사여구 대신 그들에 대한 사랑을 보여줄 진심 어린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강만 한화그룹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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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5.08 20:14

사이먼 앤 가펑클과 확증편향

김희관 법무연수원장前 광주고검장 고등학생 시절을 보냈던 전주를 떠올릴 때마다 생각나는 것이 있다. 바로 심야 라디오 음악 방송이다. 프로그램 이름이 별이 빛나는 밤에 인지 밤을 잊은 그대인지 인지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그 시절 밤마다 청춘들의 심금을 울리는 팝송과 함께 엽서 사연을 맛깔스럽게 들려 주던 남자 디제이의 감미로운 목소리는 아직도 귓가에 또렷하게 남아 있다. 지금으로부터 40년전 고등학생 때 전주에서 홀로 하숙생활을 할 당시 나의 가장 친한 벗은 팝송이었다. 그렇다고 팝송에 푹 빠져 학업을 소홀히 하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팝송을 들으면 신기하게도 집중력이 더 좋아지고 공부가 더 잘됐다. 돌이켜 보면 처음으로 부모님 곁을 떠나 객지생활을 하는 사춘기 소년의 외로움과 어수선한 상념들을 달래고 없애 주는 역할을 음악이 해 준 것 아닌가 싶다. 고등학교 1학년 영어수업 첫 시간에는 선생님께서 갑자기 나를 지목하면서 팝송을 하나 부르라 해서 죠니 호튼(Johny Horton)의 어느 소녀에게 바친 사랑(All for the love of a girl)을 멋들어지게(?) 불렀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 당시 심야 음악방송에는 침묵의 소리(The sound of silence), 이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권투선수(The boxer)와 같은 미국의 음유시인 사이먼 앤 가펑클의 주옥같은 노래들도 단골 메뉴로 등장했다. 그 중 권투선수라는 곡에는 이러한 가사가 나온다. 여전히 사람들은 자기가 듣고 싶은 말만 듣고, 나머지는 외면해 버리네(Still a man hears what he wants to hear and disregards the rest) 그 때만 해도 무슨 뜻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그저 웅얼거리기만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가사야말로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는 경향이 갈수록 강해지는 요즘에 우리 모두 깊이 새겨들어야 할 경구(警句)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사이먼 앤 가펑클이 가사를 통해 꼬집은 현상이 바로 확증편향(確證偏向)이다. 확증편향이란 자신이 믿고 있는 것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해 버리는 경향이다. 쉽게 말하면,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미국 스탠포드대학의 한 연구팀에서 실험을 했다. 참가자들을 사형에 찬성하는 집단과 반대하는 집단으로 나누었다. 실험참여자들에게 같은 정보를 주고 반응을 관찰했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하는 정보를 읽었을 때는 자신의 의견을 강화한 반면, 자신의 생각과 다른 정보를 읽었을 때는 그 정보를 무시했다. 확증편향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일상속에서 흔히 있을 법한 사례 하나를 통해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자. 뒷담화가 경쟁자에 관한 것이라면 역시 그럴 줄 알았어라고 반응하지만 절친에 관한 뒷담화라면 그냥 소문이겠지라고 일축하지 않는가. 최근 패스트 트랙문제를 둘러싸고 대화와 타협의 공간이 되어야할 국회의사당에서 여야간 극한 대치상황이 벌어지는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이 편치 않다. 이제라도 양쪽 모두 사이먼 앤 가펑클의 권투선수를 들으면서 대화와 타협의 정신을 회복하는 것은 어떤지 엉뚱한 제안이라도 해 보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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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5.01 19:15

클릭! 골뱅이복음

손해일 국제 PEN한국본부 이사장 우리는 지금 지구촌 한지붕 한가족 시대에 살고 있다. 각종 매스컴과 첨단과학 기술의 발달로 정보전달력과 소통능력이 시간과 장소를 넘어 실시간 속도전을 다투기 때문이다. 한동안 4차산업시대 논쟁이 뜨겁더니 최근엔 5G 첨단기술 개발의 선점을 두고 IT선진국들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도 IT강국으로서 삼성, 현대, LG, SK 등이 이를 선도하고 있어 자랑스럽다. 특히 컴퓨터나 휴대폰 자판 속도가 한국이 압권인 것인 세계 최고의 표음문자인 한글덕이 크다. 특히 이메일은 지극히 편리한 소통방식으로 각광을 받은 지 오래인데, 한국에서 골뱅이라 부르는 @약호는 표기는 하나지만 나라마다 호칭이 제각각이다. 아무튼 이 골뱅이 부호가 빠지거나 틀리면 일단 이메일이 안들어가니 천국열쇠나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의 오픈 세사미!(열려라 참깨)에 다름 아니다.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말씀은 곧 알파요 오메가니, A는 a를 낳고 a가 @를 낳으니 이가 곧 골뱅이라. 천국으로 가는 문은 좁고 인터넷 세상은 넓으니 골뱅이로 말미암지 않고는 마음껏 소통할 자가 없느니라.(골뱅이복음 4장 8절) 셔블 발기다래 밤드리 노니다가 / 을지로-충무로통 골뱅이골목 번개팅./ 을지문덕-이순신 장군, 살수-한산대첩 축하연. /생맥주에 골뱅이 안주로 우리가 남이가!도 외치고/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에 e-mail을 날린다./ 클릭! 골뱅이복음@KOREA.COM. --손해일 졸시 <클릭! 골뱅이복음> 일부-- 인터넷 부호@는 독일의 구텐베르그가 특허 낸 활자체를 1972년 미국 BBN사 레이텀 린슨이 이메일 발신자 표시 약호로 처음 썼다는데, 앹사인(at sign) 앹심볼(at symbol) 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나라마다 이를 부르는 별칭이 각각 달라서 혼란스럽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하여 몇나라를 따라가 본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는 달팽이 요리가 성해서인지 이를 달팽이라 부르고 독일에서는 사람의 동그란 귀바퀴 모양을 상징해 오어라 한다. 네델란드에서는 원숭이 꼬리를 의미하는 아포 스라지(ape slaggi)라 하고, 폴란드와 루마니아에서는 이를 원숭이라 부른다 스웨덴에서는 두루루 말린 코끼리코라 하고, 핀랜드에서는 캣츠 야옹이 꼬리, 헝가리에서는 구데기를 의미하는 쿠칵(kukac),세르비아에서는 미친A(mad, cragy A)터키에서는 아직도 그대는 내사랑 장미라 부른다. 러시아에서는 강아지꼬리를 연상시키는 월츠 소바카 로, 중국에서는 생쥐 라오수 늙은 쥐 라오수하오로, 대만에서는 자그마한 늙은 쥐 살리오슈우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쓰나미 소용돌이를 의미하는 나루토라고 한단다. 국민성이 달라서 각각이지만 호칭마다 일리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필자소견으로는 팔이 안으로 굽어서인지 생김새도 감칠맛도 똑떨어지는 한국의 골뱅이 호칭이 단연 압권이다. 서울 을지로 골뱅이 골목을 비롯해 전국의 술안주로 제격인 골뱅이 모양을 연상하면 이에 쉽게 동의할 것이다. 이와 비슷한 것으로는 팽이-달팽이-고둥-다슬기는 충청도 올갱이요, 전라도에서는 대사리라고도 한다. 앞으로는 골뱅이@ 축하연을 번개팅 말고 정모로 하고, 호프 몇잔에 골뱅이 안주와 올갱이 해장국으로 답답한 속 좀 풀어봅시다. 잘 안풀리는 우리의 경제상황이나 북미간 비핵화 협상도 굿럭 투유! 골뱅이!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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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4.24 20:20

미세먼지, 중국의 언어로 설득하라

민경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지난주 베이징을 다녀왔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는 비행요금 비교앱으로 김포와 베이징 구간을 검색하다가 제주도 다녀오는 비행요금보다 싼값이 나와 덜컥 예약하고 시작한 여행이었다. 개인적으로 대학시절 중국어를 전공한 것까지 합하면 중국과 연을 맺은 지도 40년이 다 되어간다. 베이징에서 상주특파원도 했었다. 대학에서 중국 관련 과목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래서 중국에 대한 감을 잊지 않기 위해 개인적으로 일 년에 서너 번은 꼭 중국의 여러 도시를 다녀온다. 지난 설날에도 상하이를 다녀왔다. 또 개인적으로 중국 관련 책을 준비 중에 있어 중국은 앞으로도 계속 다녀와야 할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말하면 중국을 다녀오면 올수록 개인적 무지와 편견을 자책하며 자괴감을 느낀다. 겉으로 보기에는 남들에 비해 분명 중국을 어느 정도 안다고 비춰질 것 같지만 자꾸 코끼리 발목만 만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얕은 경험으로 중국을 얘기하던 시절을 떠올리면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다. 90년대 중반 베이징에 살 때 아파트 창틀을 손으로 닦으면 시커먼 석탄가루가 묻어 나왔다.겨울이면 더 심했다. 잠깐 서울을 다녀갈 때면 광화문 네거리에서 맘껏 호흡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실없이 웃기도 했다. 그랬던 베이징이 어느 때 부턴가 공기 질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베이징 올림픽 유치결정이후 서쪽에 있던 석유화학단지등 공해 배출 기업들을 폐쇄하거나 이전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2008년 여름 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해 공항을 내리는 순간 하늘에 떠있는 너무나 선명한 휘황찬란한 달을 보고 비현실적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 선명한 달을 본 것은 사실상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해외 손님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중국 당국의 치열한 노력의 결과라는 것은 그 후에 알았다. 미세먼지 원인을 놓고 한중간에 제2의 사드문제라고 불릴 만큼 양국 관계가 심상치 않다. 얼마 전 이낙연 총리가 중국 방문 시 직접 미세먼지 문제를 제기했는데 여야 환노위 소속 의원 8명이 중국 생태환경부와 전인대 상무위원회를 방문하겠다고 제안했다가 중국당국으로부터 거부 통지를 받았다고 한다. 우리 여론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중국의 태도에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이지만 환경문제는 감정적인 접근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중국 발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무 성과도 없는 책임공방이 아니라 실질적 문제 해결을 위한 상호협력이라며 우리 먼저 저감 노력을 해서 중국을 설득하자는 말에 난 주목한다. 일부 네티즌들은 반 전 유엔사무총장의 발언에 반감을 나타내고 있으나 냉엄한 국제적 현실을 직시하고 추후 중국과의 협의를 염두에 둔 노련한 외교적 수사라는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인재 선택은 매우 잘했다고 본다.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미세먼지와 싸우는 야전사령관이 되겠다며 강도 높은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세우겠다고 선언한 것 역시 매우 시의적절하다. 공자는 논어에서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慾,勿施於人)이라고 말했다. 내가 하고자 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시키지 말라는 뜻이다.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에게는 중국인들의 언어로 반박하면 된다. 일본과의 후쿠시마 수산물 WTO 분쟁에서 우리가 역전승한 것은 큰 목소리가 아니라 냉철한 분석과 논리적 대응이었다. 미세먼지 대응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 이번 여행의 결과를 덧붙이고 싶다. 미세먼지 걱정에 마스크를 서너 개 준비하고 갔다. 결과적으로 그대로 다시 가져왔다.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을 정도로 청명한 날씨가 나흘간 계속됐기 때문이다. 운이 좋았던 것일까? 물론 운일 수 있다. 하지만 과거에는 잘 눈에 띄지 않던 모습을 하늘에서 발견했다. 거의 모든 빈 땅마다 덮여있는 녹색그물망의 정체였다. 비행기에서 내려 확인해보니 먼지 발생을 줄이기 위해 천으로 흙들을 덮고 있었다. 속내는 잘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중국도 분명 우리의 여론과 국제적 시선을 의식하고 있다. 2022년 동계 올림픽을 유치하고 또 손님맞이 준비를 하고 있는 그들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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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4.17 20:16

견제되지 않는 권력의 위기

이강만 한화그룹 부사장 필자의 지난 달 칼럼 화이트, 화이트, 화이트를 흥미롭게 읽었다면서, 독자 한 분이 이야기를 살짝 좀 비틀어서 학동이나 장로님이 아니라 훈장님이나 목사님이 동일한 문제를 일으켰다면 어찌 되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어땠을까? 학동들은 참으로 난감하였다. 저 훈장님을 어찌 한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묘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오늘도 학동들은 한 글자라도 더 배우려고 천자문을 반복해 읊조리고 있는데 훈장은 보료 위에 앉아 눈을 감은 채 장단 맞추듯 고개를 상하로 끄덕이고 있었다. 그러다가 가끔씩 눈을 뜨고는 왜 큰소리로 천자문을 외지 않느냐?며 호통을 치시더니 이제는 아예 장침에 비스듬히 기대시는 게 아닌가? 얼마나 분하고 답답했던지 어느 겁 없는 학동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훈장님, 저희가 하늘천에서 거칠황까지를 얼마나 더 반복해야 합니까? 며칠째 그리 눈감고 계시는데 주무시려면 댁에 가서 주무시지요!라며 냅다 고함을 질렀다. 고함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깬 훈장은 일순 당황한 기색이 만연했지만 곧 평정을 찾고 태연하게 대답하신다. 성리학의 대가이신 이황 선생님을 잠시 뵙고 왔다 학동들이 수군대며 한번 다녀오시면 될 것이지 왜 그리 며칠씩이나 오가시느냐?고 합창하듯 항변하자 대답이 또한 기가 차다. 퇴계 선생께서 아이들 공부는 스스로 하게 하고 수시로 서로 만나 거대담론을 나누자 하시니 낸들 어찌 하랴 제자로서, 스승이 아무리 도를 넘는 일탈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지적하기란 쉽지 않다. 더군다나 직접 접근하여 사실관계를 확인하기가 애당초 불가능한 대학자 끌어들이면서 사실을 호도할 경우, 학동으로서는 달리 대응할 방도가 없다. 제가 잠시 꿈에서 퇴계 선생을 만나 확인했는데 훈장님은 아예 오신 적도 없다고 하던데요라며 학동이 위트로 되받아 친다 한들 재치 있다는 말은 듣겠지만 학동의 말에 권위가 생기지는 않는다. 설령 끌어들이는 대상이 쉽게 접근 가능한 분이라 하더라도 그분이 훈장님과 특수관계일 경우 역시 진실은 드러나기 어렵다. 비단 배움의 세계에서만이 아니다. 가정에서도, 지역공동체에서도, 종교계에서도, 경제활동의 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정치집단이나 권력기관 내에서 하위자가 상급자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 스스로 불이익을 감수하려고 마음 먹지 않는 한 그냥 혼자 감내할 일이지 선뜻 말을 꺼내서는 안 된다. 일단 말을 꺼내는 순간, 아무리 합리적 의심을 한다 하더라도 그 입증책임은 문제를 제기한 사람에게 있기 때문이다. 주장만 난무하고 실체적 진실은 제대로 규명되지 않는 게 다반사인 그쪽 세계에서는 더 그렇다. 혹여 상대가 일말의 양심은 남은 상급자여서 행위는 밉지만 너를 용서하겠노라며 감싸 안아준다 한들 종국에 서로에게 남는 앙금마저 해결해줄 수는 없다. 공익제보의 어려움이 여기에 있다. 그러니 모든 것에 눈을 감아 버리자. 아니면 그 골치 아픈 일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하게 내버려두자며 문제에 비켜서거나 아예 외면해 버리는 쪽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말이다. 조직의 위기는 여기서 시작된다. 모두들 입을 다물고 있으니 소통은 사라지고, 쌍방향 소통이 없어진 자리에 일방적 지시와 무조건적인 복명복창이 남을 뿐이다. 그런 사회에서는 견제되지 않은 일탈이 힘을 받게 되고, 그로 인해 사회에 부조리가 만연케 되고, 결국은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상호간의 불신이 조직을 무너뜨리고 만다. 오늘 조용히 생각해 본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 필자는 혹시 어떤 역할을 연기하고 있는가 하고 말이다. 뿔난 학동? 당황한 훈장? 어리둥절 퇴계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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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4.10 19:59

인공지능과 소확행

김희관 법무연수원장前 광주고검장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각광을 받고 있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을 통해 우리는 인공지능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모레 5일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5세대 통신 5G서비스가 상용화된다. 5G는 4G(LTE)보다 최대 20배 빠르다고 한다. 인공지능으로서는 세계에서 제일 빠른 통신인프라를 갖추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날개를 단 셈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법조계에서도 최근 인공지능을 활용한 리걸테크(legal tech)가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리걸테크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법률(leg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기술을 활용하여 더욱 쉽게 법률 업무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이다. 국내는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외국에서는 법률상담, 범죄수사, 재판에까지 활용된다고 한다. 인공지능 기술이 계속 발전하면 언젠가는 변호사라는 직업 자체가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기술이 향후 메가트렌드적인 관점에서 인류의 삶을 어떠한 방향으로 바꾸어 나갈지 솔직히 필자로서는 알 수 없다. 그에 대한 논의는 미래학자들의 몫으로 남겨두자. 다만, 여기에서 필자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인공지능기술이 결코 먼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인공지능기술은 스마트폰을 통해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와 있다. 얼마 전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5천여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 연구결과가 최근 언론에 보도되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스마트폰 보유율은 어머니가 100%, 아버지 99%, 아동청소년 76%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스마트폰 이용시간은 어머니가 147분으로 가장 많았고, 아버지 144분, 아동청소년 106분 등의 순이었다. 가히 IT강국다운 통계수치다. 내 주변 친구들도 대부분 고가의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그 기능을 충분히 활용하는 친구는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런 친구를 만나면 필자는 편리함은 물론 소확행(小確幸)까지 누릴 수 있게 해주는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폰의 똑똑한 기능들에 대해 침을 튀기며 알려 주느라 열을 올리곤 한다. 그 중 몇 가지만 소개해 본다. 나이가 들면 눈이 침침해지면서 문자를 입력하는 것이 어지간히 어렵다. 그럴 때 음성인식기술은 진가를 발휘한다. 문자창을 열고 또박또박 메시지를 말해 주면 스마트폰은 기특하게도 그대로 받아 적는다. 스마트폰의 이 기능을 활용해 일흔이 넘는 어르신들이 책을 출간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고령화시대를 맞이해 스마트폰이 참으로 착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요즘처럼 봄꽃이 만발하는 계절에 스마트폰은 더할 나위 없는 봄소풍의 길동무가 된다. 스마트폰 앱중에는 꽃을 찍으면 그 꽃이 무슨 꽃인지 알려주는 똘똘한 앱이 있다. 인공지능 기반의 영상인식기술 덕분이다. 얼마 전 필자는 동네를 산책하다가 스마트폰을 꺼내 산수유 꽃이려니 하고 사진을 찍었더니 생강나무 꽃이라고 친절하게 알려 주었다. 스마트폰의 과다사용으로 사람간의 소통이 줄어드는 것은 문제지만, 그 중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하는 인공지능 기능을 잘 활용하면 소확행도 누리고 쏠쏠한 재미도 맛볼 수 있다. 4월을 맞이해 이번 주말 스마트폰을 들고 산으로 들로 나가 이제 막 망울을 터뜨리고 있는 봄꽃들의 이름을 찾아주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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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4.03 20:47

산수유, 노랑도 동색(同色)인가

손해일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장 3월 꽃샘추위에도 양재천과 우리 마을 근린공원엔 꽃 잔치가 한창이다. 대부분의 수목이 막 겨울잠 깨어 겨우 잎새나 추스를 때지만, 산수유는 잎보다 꽃이 먼저 나와 봄을 재촉한다. 먼저 핀 매화에 뒤이어 노란 산수유가 만개했고, 앞서가니 뒤서거니 홍매와 목련도 이웃해 피었다. 모두 잎보다 꽃이 먼저 나온 별종들이다. 그중 산수유는 지난해의 빨간 열매들을 훈장처럼 매단 채로 올해 노랑꽃들이 활짝 벙글었다. 산수유는 영원불변영원불멸이라는 꽃말과 함께 노오란 꽃잎과 열정의 빨간 열매가 초봄의 전령사로는 으뜸이다. 산수유 꽃말은 영원불멸/눈 깜짝 수유 간에 남가일몽/ 잔망스러운 가지의 노란 유등들// 천국을 본다/ 가을이면 빨간 불꽃 열매 등신불로 남을/ 삼천대천세계 극락을 본다. 이것은 졸시 < 산수유 수유간에> 의 일부이다 산수유 주산지는 구례 산동, 이천 백사면, 경북 의성군이라지만 지리산자락 구례 산동이 더 유명하다. 2월 중순부터 4월 초까지 구례군 산동면 상위, 하위, 반곡, 계척, 현천, 대평 산수유 마을과 당곡계곡엔 초봄이 기지개켜는 별천지를 이룬다. 하늘도 훨훨 날고 봄조차 노릇노릇 익는다. 지리산 골짝골짝 살얼음 밑으로 풀리는 돌개울 물소리는 천연 생음악이다. 청보리들이 영원을 손짓하고, 산수유 마을은 별똥별 살별 우수수 쏟아진다. 호오이~ 호오이~ 부르는 소리에 박새 딱새 직박구리 노란턱 멧새도 살갑게 날아든다. 산수유 꽃 한 봉오리엔 작은 화판이 20여 개가 둥글게 달렸는데, 이것은 마치 어린 딸아이 노란 화관 족두리의 떨잠처럼 실바람에 파르르 떨린다. 그 산수유 화판 속에 숨죽인 털실 암술 수술은 잎보다 꽃을 먼저 피운다. 산수유와 생강나무, 개나리, 유채꽃, 노랑턱멧새, 노랑나비 등이 나붓나붓 어우러진 노랑 천지에 지그시 눈감으면, 어느새 유녕의 고향이 눈앞에 있다. 꽃샘바람에 사레들린 시간의 미늘처럼 산수유 수유간에 이승이 진다. 고향 춘향골 남원을 떠난 지도 50년이 넘었다. 이젠 서울에서의 뿌리 뽑힌 타향살이가 더 익숙해 졌지만 그래도 늘 꿈결엔 고향산천이 어른거린다. 서울 강남 이곳저곳을 거쳐 20년째 터를 잡은 양재동 우리 동네 인근 청계산, 구룡산, 양재천, 시민의숲엔 지금 노란 산수유 꽃판이 천지빽가리다. 옛말에 초록은 동색이요, 가재는 게 편이라고 했지만, 산수유 노랑도 다 동색일까. 산수유, 개나리,유채, 생강나무 등 노랑 족속들이 이웃해 피었지만 유독 산수유는 노란 꽃판 사이사이 지난해의 빨간 열매를 숨기고 있다. 남과 북,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까지 6자가 모두 노란빛 평화의 기치를 내걸지만, 속내는 각자 다를 수밖에 없다. 산수유가 노랑꽃 사이사이 새빨간 열매를 감추고 있듯이 북한은 노란 위장 평화 꽃사이로 붉은 이념 공산주의를 감추고 있다. 3대 세습 별종 왕국의 위장 평화공세 뒤엔 몇십년 어깃장 내며 몰래 개발한 핵무기가 전 세계의 무법자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잘 될 것처럼 보이던 미국과의 북한 비핵화 협상 줄다리기가 북한의 꼼수 들통으로 결렬되자 각국 이해관계와 셈법도 아주 복잡해졌다. 더욱 궁지애 몰린 건 북한이다. 유엔과 주변국의 대북제재는 더욱 강경해지고 북한주민의 질곡은 심해질 뿐이다. 북한의 강경 오판 도발과 미국의 북폭이라는 촤악의 시나리오도 거론되고 있다. 북한은 배고프고 실속 없는 핵무기 몽니를 부릴 게 아니라 과감한 비핵화 결단으로 행복과 번영의 길로 나가야 한다. 우리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위장평화나 우리 민족끼리라는 허울에 속아 북한의 핵 노예가 되거나 자유 대한민국을 망쳐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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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3.27 20:42

당신은 최고의 감독이십니까?

민경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세계적인 축구팀들은 모두 최고 수준의 경기장을 가지고 있다. 경기장도 경기장이지만 그 중 축구팬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곳은 아마 드레싱룸일 것이다.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들이 흘린 땀방울이 서려 있는 그 곳은 팬들에게는 매우 신성시되는 장소이기도 하다. 명문구단들은 이런 팬들의 심리를 이용, 호날두나 리오넬 메시의 로커를 유료로 볼 수 있는 관광상품까지 만들었다. 전주월드컵경기장을 홈구장으로 쓰는 전북현대도 비슷한 상품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최근에는 대구FC의 새 전용구장이 전 석 매진을 기록하며 지역관광 활성화를 이끌고 있다는 소식은 부럽기도 하다. 그렇다면 선수들에게 드레싱룸은 어떤 곳으로 느껴질까? 최근, 유명한 축구선수 메수트 외질은 자서전에서 나는 드레싱룸이 마치 동굴 같아서 그곳에서 가능한 빨리 빠져나오고 싶었다. 후반 시작 전 15분이 마치 시계가 멈춘 것처럼 너무 늦게 흘렀다라고 표현했다. 왜 그랬을까? 바로 그곳은 감독과 선수들에게는 휴식의 장소가 아니었다. 이기고 있다면 나머지 후반전을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이 클 것이고 지고 있다면 전세를 뒤집기 위한 치열한 전략과 고성, 감정이 표출되는 장소이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는 죽어야만 끝나는 대결을 앞둔 콜로세움의 검투사들에게 대기실은 곧 이 세상에서 마지막 거쳐 가는 지옥의 관문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레알 마드리드 선수시절 외질은 조제 무리뉴 감독이 상대팀에 두 골을 앞서고 있는데도 하프타임에서 자신을 강하게 질타하자 감독님이 정말 그렇게 대단하면 직접 나가서 뛰지 그래요?라고 반발했다고 한다. 무리뉴는 그래서 네가 원하는 게 뭐냐? 따뜻한 물에 샤워라도 하고 싶어? 가서 샤워나 해라. 우린 네가 필요없다. 넌 지네딘 지단이 아니야! 알아? 비슷한 수준조차 되지 못해! 후반전을 앞두고 축구화를 벗어 던지고 샤워실로 향했던 그는 나중에야 감독이 자신이 유일하게 가장 존경했던 지단을 빗대 강한 자극을 줬고 결과적으로 그것이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음을 책에서 고백했다. 어릴 적 터키계 독일 이민자의 가정에서 태어나 빈민가에서 끼니 걱정을 할 정도로 힘들게 자랐던 외질이 축구로 큰돈을 번 후 오히려 가족 간의 갈등, 소속 구단과의 마찰로 어려움을 겪을 때 무리뉴는 이렇게 충고 했다고 한다. 축구는 내게 모든 걸 줬다. 그러나 축구는 내게서 모든 걸 가져가기도 했다. 라고......, 멘유 감독이었던 알렉스 퍼거슨경은 헤어드라이어라는 별명을 가졌다. 경기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드레싱룸에서 선수들을 향해 격하게 쏟아내는 고성 때문에 선수 머리카락까지 휘날리게 한다고 해서 지어준 것이다. 퍼거슨은 한 강연에서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내 선수들을 올드 트래포드에 내보내면 나를 절대로 실망시키지 않으리란 것을 알았다. 매 경기마다 이긴 건 절대 아니다. 당연히 그럴 수 없다. 늘 이기고 싶었고 이기려 노력을 했다. 그러나 절대 하지 않은 것이 있다. 포기를 하지 않았다. 선수들의 투지는 절대로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마지막 15분간 넣은 골은 2백번이 넘었다. 절대 포기하지 마라! 그것도 실력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드레싱룸과 같은 공간을 만난다. 문제는 감독의 조언과 질책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여부다. 애정이 담긴 말이 사람을 움직인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내 인생의 감독님들을 되돌아보게 된다. 한편으로는 나는 과연 지금 누군가에게 존경받는 감독이 되고 있나 반문해 본다. 인간성 심리학자 에릭 번은 과거와 타인을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부터 시작되는 미래와 나 자신을 바꿀 수 있다.라고 말했다. 책임 떠넘기기와 지적이 난무하는 요즘 시대에 잘못한 사람을 가리느라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기보다 그 에너지를 나 먼저 변화하고 미래를 위한 생산적인 시간으로 사용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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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3.20 20:42

화이트, 화이트, 화이트

이강만 한화그룹 부사장 세상에 난무하는 새빨간 거짓말이 아닌, 세 하얀 이야기를 오늘은 해보려 한다. 먼저 하얀 날, 화이트 데이 얘기다. 요사이 편의점, 슈퍼, 제과점을 지나칠라치면 인도 쪽으로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있는 진열대 위 선물들이 유난히 눈에 띄곤 한다. 겉으론 무심한 척 하면서도 모두들 화이트 데이가 임박했음을 안다. 남성이 좋아하는 여성에게 사탕을 선물하며 사랑을 고백하는 날,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어깃장을 놓을 생각이 있는 것은 분명 아니면서 이번에도 필자에게 꼰대 정신이 발동한다. 이 또한 일본인들의 상술이니 눈 부릅뜨자고 말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쏟아질 젊은이들의 냉소가 두렵다는 게 또 꺼림칙하다. 사랑하는 이들이 만나 사랑을 고백하고, 결혼을 하고, 그래서 아들 딸을 낳으면 참 좋은 일이다. 인구절벽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는 더욱 더 그렇다. 다만 하필 여기다 화이트라는 단어를 갖다 붙였는지 그게 개운치 않을 뿐이다. 차라리 속삭임 날이나 고백의 날 정도로 명명했으면 좋았을 것을... 어렸을 때부터 백의민족에 인박여 살아 온 기성세대로서는 순백의, 결백한, 정직한이라는 느낌을 주는 화이트라는 단어가 이런 상술에 맥없이 소비되는 게 영 마뜩잖아서다. 두 번째는 옛날 이야기다. 긴 겨울 밤, 온 종일 얼음 지친 노곤함으로 눈꺼풀이 연신 내려 앉으면서도 이야기꾼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듣던 얘기 중 하나다. 훈장님은 참으로 난감하였다. 저 고약한 녀석을 어떻게 혼내줄까? 아무리 생각해도 묘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오늘도 다른 학동들은 큰 목소리로 천자문을 따라 읊고, 열심히 붓을 휘둘러대는데 유독 그 녀석만 꾸벅꾸벅 졸고 있는 게 아닌가? 혼낼 요량으로 불러내어 뭣 때문에 한나절을 꼬박 졸고 있냐고 다그쳤더니 대답이 걸작이다. 훈장님이 그토록 존경하시는 공자님을 뵙고 왔다는 것이다. 뵀으면 바로 올 것이지 왜이리 늦었냐고 채근하자 점입가경이다. 훈장님처럼 그분도 훈화말씀을 하도 길게 하셔서로 응수한다. 학동의 대답을 좋게 보면 선의의 거짓말, 즉 화이트 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을 바르게 인도해야 할 훈장님으로서는 그냥 웃어 넘길 일이 아니다. 따끔히 혼내줄 방도를 찾아내야만 한다. 오늘의 세 번째는 머리가 하얘지는 이야기다. 어느 목사님이 털어 놓은 고민이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마다 장로님 한 분이 꼭 딴지를 거는데, 그것도 신성한 하나님을 들먹이면서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컨대 이런 경우다. 소외된 이웃 지원사업으로 관내 복지원 지원을 결정하고 그 지원방법을 논의하는 과정에, 불현듯 교회 내에서도 어려운 사람이 많으니 이미 확정된 복지원 대신 그 장로님과 친분인 있는 특정인을 지원하자고 강력히 주장하는 식이다. 기도하는 가운데 하나님께서 본인에게 그리 말씀하셨다고 하면서 말이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듣고 있는 다른 분들은 머리가 하얘진다고 한다. 하나님의 말씀이라는데 목사님이든 다른 장로님들이든 그분의 주장이 이치에 맞지 않다고 반박하기가 참 난처했으리라. 그렇다고 건건이 그분의 주장을 따르자니 일이 제대로 되지 않아 참 난감하다는 것이다. 과연 그 장로님을 말릴 방법은 없는 것일까? 천만에. 목사님은 조만간 훈장님의 이야기에서 묘안을 찾아낼 것이다. 훈장님은 그 이튿날도 동일한 레퍼토리로 거짓을 고하는 그 어린 학동을 불러 세웠다. 그리고 먼저 꿀밤을 제대로 한방 먹이시고는, 근엄하게 일갈하셨단다. 떼끼, 이 녀석아! 어찌 그런 거짓말을 하느냐? 좀 전에 공자님을 뵙고 왔는데, 최근에 널 본 적이 한번도 없다고 하시더라. 다음부터 공자님을 뵈러 갈 때는 꼭 미리 얘기하고 가거라. 아니면 나랑 같이 가든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어찌 되었든 오늘은 화이트 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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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3.13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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