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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푸드, 우리의 밥상과 농업을 더 건강하게

김종훈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 아침, 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부는 8월말, 완주 안덕마을에서는 뜻깊은 행사가 있었다.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지역 내에서 우선 소비하는 로컬푸드 소비체계를 구축하려는 공무원, 생산자, 소비자, 활동가 등 다양한 주체들이 모여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들이 모인 장소가 자타공인 로컬푸드 1번지 완주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로컬푸드란 우리 지역에서 생산된 농식품이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거리를 최대한 가깝게 함으로써 생산자-소비자 모두에게 이로운 먹거리이다. 지역의 농업인은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걸고 농산물을 생산하여, 보다 높은 가격을 받고 팔 수 있다. 소비자는 신선하고 맛있는 농산물을 적정 가격에 믿고 구매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농산물의 부가가치가 지역 내에서 순환하여 지역경제가 살아나고, 먹거리의 이동거리가 짧아져 환경부담도 줄일 수 있다. 로컬푸드는 상업화되어 가는 농업의 대안으로 1970년대 등장하였다. 먹거리의 사회경제문화생태적 의미를 되살리고 먹거리 체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사회적경제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세계 각국에서 공공급식, 직거래장터, 직매장 등을 중심으로 로컬푸드 소비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로컬푸드는 완주에서 가장 먼저 시작되었다. 완주군은 지역의 소농, 고령농 위주의 농업이 지속가능할 수 있는 방안을 로컬푸드에서 찾았다. 2008년부터 10여년 동안 꾸준히 로컬푸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한 결과,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직매장, 농가레스토랑, 학교급식 등의 매출액은 연 600억원을 넘어섰고, 2500여 영세고령농 등에게 월 180만원 정도의 소득을 보장하고 있다. 200여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졌고, 협동조합사회적기업마을회사 등 다양한 사회적경제 조직을 중심으로 공동체가 살아나고 있다. 완주의 이러한 성과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먹거리 정책에 대한 최초의 국제 협약인 밀라노 도시먹거리 정책협약(Milan Urban Food Policy Pact)의 2018년 우수도시 시상식에서 아시아 최초로 특별상(거버넌스 부문)을 받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국제식량농업기구(FAO)에서도 완주군의 로컬푸드 정책을 우수사례로 소개하기도 하였다. 정부는 완주의 사례처럼 로컬푸드를 활용하여 지역단위의 지속가능한 먹거리 선순환체계를 확산해 가고 있다. 그간 로컬푸드 직매장 설치운영을 지원하던 것에서, 2018년부터는 혁신도시 공공기관 구내식당, 접경지 군대 등을 중심으로 공공급식에 로컬푸드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선도모델을 보급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시민사회와 지자체가 로컬푸드를 더욱 확대할 수 있도록 로컬푸드 확산을 위한 3개년 추진계획을 발표하였다. 시민단체와 함께 로컬푸드 지수를 개발운영하고, 지역에서 중소농 중심의 안전한 농산물 및 가공식품 공급체계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완주군이 보여주는 것과 같이 로컬푸드를 통해 농업농촌을 지속가능하게 함은 물론 우리의 밥상도 건강하게 지킬 수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살리는 로컬푸드의 가치가 완주를 넘어 우리나라 곳곳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길 바란다. /김종훈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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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9.04 17:18

홍콩이 불안하다

송승엽 한반도 미래연구원 원장 홍콩은 1842년 아편전쟁에서 승리한 영국이 홍콩섬을 분할 받고, 1860년 다시 구룡반도를 분할한 데 이어, 1898년 신계(新界) 및 부속도서를 99년간 조차하면서 오늘날의 경계가 형성되었다. 1949년 사회주의 중국 정권 수립 후 동서 냉전시기 홍콩은 낙후된 중국의 외국 선진기술 및 자본도입 창구 역할을 하면서 국제 금융센터와 자유무역항으로 발전하며 인구 740여 만 명의 대도시가 되었다. 1982년 영국은 중국과 신계지역 조차 만료에 관한 협상을 진행, 1984년 12월 전 홍콩지역을 중국에 반환하고 50년간 기존 법과 자치권을 유지하는 특별행정 구역으로 설정하는 협정을 체결, 1997년 7월 1일 공식 반환되었다. 155년간 영국 통치 속에 살아온 홍콩인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사회주의 대륙의 중국인들과는 달리 자유민주주의 제도하에서 부유하게 잘 살고 있다는 우월의식을 가져왔다. 2017년 홍콩대학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자신을 중국인이 아닌 홍콩인이라고 답한 사람이 63.3%, 특히 18~29세 젊은 층은 93.7%에 달했다. 그러나 반환 이후 중국 경제의 고속 발전과 함께 중국 의존도가 갈수록 커졌으며, 막대한 중국자금 유입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빈부 차가 심화되었다. 홍콩의 집값은 3.3㎡당 1억 원을 넘어선 반면, 시간당 최저임금은 약 5200원에 불과하다. 작년 소득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 계수는 0.53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홍콩인, 특히 반환 이후 태어난 젊은이들을 더욱 좌절케 한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반환 당시 홍콩 GDP는 중국의 18.4%를 차지했으나 작년에는 2.7%로 축소됐으며, 국제 금융도시로서의 홍콩의 위상도 중국 상하이와 선전에 밀리고 있다. 또한 2047년 50년간의 자치기간이 끝난 뒤 과연 현재의 지위를 누릴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6월 홍콩 의회가 외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들어온 홍콩인 인도법(송환법)을 제정하려 하자, 동 법에 의거 홍콩 내 반 중국 인사들이 중국에 강제 송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 최대 200만 명이 모인 송환법 철폐 요구 시위를 전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시위 요구가 강경 진압 경찰에 관한 독립적 조사, 현 행정장관 사퇴 및 직선제 실시등으로 확대 장기화 되고, 중국 국기 훼손, 홍콩 독립 주장 등 중국의 권위에 도전하는 양상을 보이자, 중국이 미국의 배후 조종설을 제기하면서 시위를 외세 개입 색깔혁명으로 규정, 강경 대응에 나섰다. 중국으로서는 이번 시위에 굴복할 경우 경기침체에 빠진 인접 광동성 지역 동요는 물론, 티베트신장 소수민족들의 독립 요구를 촉발할 뿐 아니라, 1국 2제에 의한 대만 통일도 차질을 빚게 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중국은 홍콩 인접 선전에 대규모 시위진압 병력과 장비를 대기시켜놓는 한편, 홍콩 대신 선전을 금융?무역 중심지로 발전시키고 홍콩 시민의 선전으로의 이주 장려 계획을 밝히는 등 무력진압 압박과 경제적 봉쇄 위협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시위대는 시내 집회를 계속 열면서 경찰과 충돌하고 9월부터 학교 동맹휴학을 하는 등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불안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홍콩의 장래 문제는 2047년 자치가 끝나기 전 언젠가 해결해야 할 일이다. 모쪼록 이번에 위기를 서로 슬기롭게 대처, 예전의 평온을 빨리 되찾기 바란다. /송승엽 한반도 미래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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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8.28 20:08

열려라 전북 참깨

박정용 (주)쿠엔즈버킷 대표 시장에 가면 심심찮게 듣는 얘기가 있다. 중국산 참깨가 국산보다 낫다이다. 각자의 견해가 있고 보는 관점이 다르므로 시비를 가리자는 얘기는 아니다. 과연 국산 참깨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역사적 고증자료에서 재미있는 사실들이 찾아진다. 『고려사』에 중국에 보내는 공물로 참기름 기록이 있다. 전주대교수로 얼마 전 정년퇴직한 한복진 교수의 논문에서는 이를 두고 고려 참기름 품질이 우수하였다라고 고찰한다. 고려시대에 참기름은 인기 농산물이었다. 고려 명종22년 나라에 참기름과 꿀의 소비가 극심하여 국가의 재정이 흔들렸으며 이에 참기름과 꿀이 사용되는 유밀과 사용을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국가행사나 외국사신 접대에만 사용을 허락하였다 한다. 공양왕도 원나라 공주를 왕비로 맞는 결혼잔치에 고려에서 특별히 가져간 유밀과를 내어 놓았다고 하니 이만하면 중국에까지 참기름 맛이 널리 알려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정도면 무턱대고 중국산 참깨가 국내산 참깨보다 낫다고 얘기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국내 참깨 생산량이 해가 갈수록 줄고 있다. 값 싼 중국산에 이어 더 값 싼 인도,파키스탄,수단 등에서 많은 양이 수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일본은 이미 이러한 이유로 참깨 재배면적이 거의 사라졌다. 자급율이 1% 미만 이다. 우리나라는 2011년 13%까지 줄었지만 최근 다시 느는 추세이다. 일본과 달리 우리가 참깨 시장을 지켜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어머니의 힘이다. 가을이 무르익을 때가 되면 어머니는 직접 길렀거나 주위로부터 구입한 참깨를 들고 방앗간에 간다. 참기름이 나올 때까지 지켜 서서 기다렸다가 고소한 참기름이 되어 나오면, 가져 간 소주병에 담아 자식들에게 골고루 보낸다. 일본에는 없는 독특한 우리문화가 10%대 자급률을 지탱해 온 힘이다. 다행히 국산 참깨는 최근 재배면적이 늘고 있는데 값이 좀 비싸더라도 좋은 지방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발맞추어 참깨 재배방법도 변화하고 있다. 그동안 노지에서만 볼 수 있었던 참깨가 비닐하우스 안에서도 자란다. 고창 등에서 수박 후작으로 참깨를 재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깨나 수박 모두 연작피해가 있는 작물인데 수박을 수확한 후에 참깨를 심으면 둘 다 연작피해가 줄어든다. 노지보다 수량성도 좋아져서 종전에 10a당 50kg이던 수확량이 90kg이상으로 늘어난다. 국산 참깨가 값이 비싼 점을 고려하면 농가수익이 커진다는 얘기다. 올리브유는 세계화된 기름이다. 단일품목으로 시장만 무려 90조에 육박하는 엄청난 시장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90년대 10년 동안 급속히 성장했고 그 전까지는 올리브유도 참기름처럼 지역의 작은 기름이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한다. 지중해 식단이 미국에서 장수식단으로 유행했던게 시작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굳이 새로운 기름을 찾지 않아도 될 만큼 좋은 기름이 이미 사용되고 있다. 바로 참기름과 들기름이다. 콜레스테롤에 대한 효과는 올리브유보다 참기름이 더 크게 좋다. 오메가3가 65%나 함유된 들기름은 항산화성이 뛰어나 각종 염증질환에 효능이 있다. 전라북도는 곡창지대와 더불어 대규모 간척된 농지면적이 새롭게 유입되는 곳이다. 참기름도 올리브유처럼 세계화 할 수 있는 잠재성 큰 건강식품임을 감안할 때 참깨의 주산지로 전북을 고려해 보면 어떨까 싶다. 아직 참깨 주산지로서 세계적 명성을 가진 곳이 없다는 점도 기회요인이다. 알리바바가 보물이 쌓인 동굴을 여는 주문이 전북에서 통할지도 모른다. 글로벌 시장을 여는 열려라 전북 참깨가 될 날이 오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박정용 (주)쿠엔즈버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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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8.21 17:18

광복의 완성

이인재 행정안전부 기획조정실장 1919년 3월 1일 서울에서는 5천여 명의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이 독립선언서를 낭독했다. 독립선언서는 민족대표 33인의 서명을 받아 약 2만여 장이 인쇄, 전국에 배포되었다. 그해 4월 11일 중국 상하이에서는 31운동의 정신을 이어받은 민주공화제 임시정부가 출범하였다. 우리 민족의 독립운동에 힘입어, 일제의 패망은 1945년 8월 15일 대한의 자주독립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1997년 12월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았다. 기업 부도, 금융기관 부실, 치솟는 실업과 환율 등 나라 경제가 빈사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우리는 금 모으기 운동을 비롯한 국민들의 땀과 희생을 바탕으로 빠른 시간 내에 위기를 극복해냈다. 노사정이 힘을 합쳐 경제구조 개혁에 매진한 결과, 경제 체질(fundamental)을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할 수 있었다. 2008년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우리는 10년 전과 달리 대응역량이 있었다. 역대 최대의 추가경정예산과 확장적 통화정책, 한미 통화스와프 등의 조치를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했다. 2012년 우리나라는 사상 최고의 국가 신용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우리 사회는 일본의 수출제한조치로 뜨겁다. 일본은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로서,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3개 품목의 수출규제를 시행하고 우리나라를 백색국가(white list)에서 배제하였다. 일본 정부의 의도적이고 치밀한 경제보복은 온 국민의 우려와 공분을 사고 있다. 역사의 교훈은 자명하다.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고, 오히려 이를 도약하는 기회로 만들어낸 저력이 있다. 정부와 국회는 비상체제다.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주요품목의 물량 확보와 대체 수입처 모색, 예산세제금융 지원 등 가용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대일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소재부품장비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 대책을 발표하였다.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한 단계 도약시킴으로써 다시는 일본의 기술 패권에 휘둘리지 않고 명실상부한 제조업 강국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공동체가 위기에 처했을 때 화합을 다지는 것만큼 긴요한 일은 없다. 1919년 3월 1일에는 직업의 귀천, 종교의 차이, 남녀의 구분 없이 국내외 온 민족이 독립운동에 참여했다. 1997년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무려 350만 명의 국민들이 226톤의 금을 선뜻 내놓았다. 이번 위기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와 사, 그리고 국민들이 함께 힘을 모은다면 충분히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오늘은 광복절이다. 광복이란 영예롭게 회복한다는 뜻이다. 우리 경제사회가 화합하여 위기를 극복하고 일본 경제를 뛰어넘을 수 있다면 그만한 광복이 또 있을까. 대한민국이 일본의 기술 패권을 극복하여 자유무역 질서를 수호하고 세계 평화와 번영에 이바지하는 모범국가로 우뚝 서는 날이 온다면, 그날은 비로소 광복이 완성되는 날이 아닐까. 광복절을 맞이하여 100년 전 우리 선조들의 외침을 음미해보자. 우리가 할 일은 우리 자신을 바로 세우는 것이지 남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다. ...(중략)... 일본이 잘못된 길에서 빠져나와 ...(중략)... 책임을 다하게 하는 것이다. - 31독립선언서 중에서 / 이인재 행정안전부 기획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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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8.14 16:39

우리 농업의 미래, 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에 거는 기대

김종훈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 우리는 스마트 시대를 살고 있다. 스마트폰 알람으로 아침을 열고, 스마트키로 켠 자동차를 타고 출근한다. 퇴근 후에는 스마트TV 앞에 앉는다.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산업계에는 스마트팩토리 열풍이 불고 있다. 우리 농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오래전부터 자원의 효율적 사용, 안정적인 생산이 핵심인 스마트농업에 매진하고 있다. 올해 5월에 열린 G20 농업장관회의의 주요 화제도 스마트농업이었다. 20개국의 농업장관들은 ICT, 인공지능, 로봇과 같은 첨단기술을 농업에 접목하는 혁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제협력의 필요성에 동의하였다. 전 세계 경지면적의 60%, 농산물 교역액의 80%를 차지하는 20개국의 농업장관들이 농업의 스마트화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마트 농업이야 말로 농경지, 인력, 생산비중 감소 등으로 어려움에 직면한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유지시킬 최적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UN 인구전망에 따르면 세계인구가 올해 77억 명에서 2050년에 100억 명으로 늘어난다고 한다. 현행 농업생산구조로는 식량난은 피할 수 없다. 농업의 생산성 증대와 유통구조 혁신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노동인구 및 농지감소, 기후 변화와 환경오염은 농업에 심각한 도전이다. 우리나라도 농업인구의 고령화 현상은 심각하다. 2018년 현재 65세 이상 농가인구 비중은 44.7%로 우리나라 평균의 3배가 넘는다. 기후변화 또한 현실화되어 한반도의 생산 지도를 변화시키고 있다. 돌파구의 하나가 스마트농업이다. 스마트농업은 ICT 기술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효율적인 방법으로 생산성을 높인다. 휴대폰을 이용해 온실 내 온습도의 변화를 확인하고, 원격자동으로 최적의 생육환경을 만든다. 실시간으로 수집된 환경 및 생육 데이터는 과학 영농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균일한 품질관리와 안정적인 생산은 신선 농산물의 수출 활성화를 촉발한다. 스마트팜에서 키운 파프리카로 수출시장을 석권한 김제 농산무역은 좋은 본보기이다. 하지만 스마트농업의 시대가 저절로 우리곁에 오는 것은 아니다. 혁신의 아이콘인 아이폰과 알파고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혁신적인 기업 분위기에서 탄생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정부는 스마트농업의 활발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전국 네 곳에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선정했다. 기본 콘셉트는 자원을 연계한 시너지 창출이다. 청년 교육과 창업, 기술혁신 시설이 집적되어 청년 농업인, 기업, 연구자 간 시너지를 최대화한다. 스마트팜 전문가를 양성하고, 이들의 취창업도 적극 지원한다. 스마트팜 혁신밸리 최적지 중에 하나가 김제이다. 기본 인프라가 탄탄하다. 전북에는 국가식품클러스터, 농촌진흥청, 한국식품연구원, 민간육종단지, 한국농수산대학 등 연구기관과 기업들이 밀집되어 있다. 여기에 담당 공무원과 지역 주민의 높은 열정은 선도지역으로 자리매김에 일조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스마트 농업기술을 1세대 수준으로 평가한다. 정부는 농업선진국과의 기술(Agri-Tech) 격차를 줄이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시설원예 생산 중심의 스마트팜에서 노지 작물 및 축산, 유통 및 소비까지 농업의 스마트화는 확장될 것이다. 김제가 풍부한 연구 인프라와 인력, 농업 환경을 바탕으로 스마트농업의 선도거점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의 무한한 발전과 성과를 기대한다. /김종훈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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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8.07 17:37

미국·중국이 무역전쟁을 하는 진짜 이유

송승엽 한반도 미래연구원 원장 지난 달 칼럼에 미중 무역전쟁 관련 글을 올린 뒤 소식이 뜸했던 고향 친구들이 반가운 안부 전화와 함께 두 나라가 싸우는 진짜 이유가 뭐냐?라는 질문을 많이 해왔다. 중국이 객관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결사항전으로 임하는 이유는 179년 전 청나라와 영국간 벌어진 아편전쟁의 아픔과 분노가 있기 때문이다. 아편전쟁(1840-42)은 영국이 청나라와의 무역적자를 아편 밀수출로 만회하려다 무력 싸움으로 번진 사건이었다. 당시 청나라는 전 세계 GDP 35% 를 차지하는 동아시아 대국으로 중화사상에 안주해 있다가 현대화된 소규모 영국군에 패하면 서 홍콩 영구할양, 광저우 포함 5개 항구 개항, 막대한 전쟁비용 배상 등의 굴욕적인 난징(南京)조약을 체결하였다. 이를 계기로 청나라는 세계 열강들의 이권 쟁탈 장으로 변하고 성난 종교단체 및 농민들의 반란이 8년간 100여 차례 일어나는 대혼란을 거치며 멸망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 이후 중국 지도자들은 국가발전 목표를 설정할 때마다 아편전쟁이란 치욕의 깊은 상흔을 되새기며 절치부심 부국강병을 위해 분투해 왔다. 따라서 지금의 미중 무역협상 결과가 중국인들에게 민족 자존심을 손상하는 굴욕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질 경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국가 비전으로 제시한 시진핑 주석에게는 곧 권력 기반을 상실하는 결정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오는 10월 건국 70주년, 내년 아편전쟁 180주년, 내후년 중국 공산당 창립 100주년, 그 다음해 공산당 전국 대회 등 굵직한 정치 일정들을 앞두고 있어 시 주석 운신의 폭이 극히 제한되어 있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중국을 강하게 몰아 부치는 것일까? 현재 미국 내에는 그 동안 중국이 경제는 물론 군사안보 분야에 까지 맹추격해 오는 것을 보면서 중국 위협론 및 그간의 대중국 정책 실패에 대한 공감대와 함께, 중국 발전을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가 형성되어 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6월3일 중국 천안문사태 30주년 관련 중국정부를 비난한 뒤 그 후로 수십 년간 미국은 중국이 국제시스템으로 편입하면서 보다 개방적이고 관대한 사회가 될 것이라고 희망했지만, 이러한 희망은 내동댕이쳐졌다고 했다. 펜스부통령도 작년 10월 한 연설을 통해 우리는 자유로운 중국이 필연적이라는 낙관적 기대 아래 미국 경제에 자유롭게 접근하게 하고 세계무역기구 가입도 도왔으나 기대대로 실현되지 않았다 고 주장했다. 지금의 미중 무역전쟁은 그 출발점이 과거 청영 아편전쟁처럼 대중국 무역불균형 문제를 강압을 통해 해소하고자 한 것에서 같다. 그러나 아편전쟁은 상승세였던 영국이 패권국 청나라에 도전해 멸망의 길로 들어서게 한 것이며, 미중 무역전쟁은 패권국 미국이 상승세의 중국을 더 이상 도전하지 못하도록 막으려는 것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따라서 미중 무역전쟁은 협상과 대결의 긴장 국면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며, 그로 인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기존 국제질서를 흔드는 대혼란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변화에 민감한 일본은 군사대국화로의 재빠른 변신을 꾀하면서 한국에 대한 공격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그런데 우리 내부는 눈앞의 이익에만 매달려 조선시대 당파 싸움처럼 서로 나뉘어, 증오하며, 싸우고 있다. 그렇게 해서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치욕의 날이 불과 109년 전 인데... /송승엽 한반도 미래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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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7.31 17:08

참기름을 시작한 이유

박정용 (주)쿠엔즈버킷 대표 시장에 얼마나 많은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지 궁금해진 적이 있었다. 구글(Google)을 통해 알아본 바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새로운 소비재로 등록되는 양이 한 달에 4만개 정도 된다고 한다. 이중에서도 2만개의 식품음료가 매 월 시장에 나오고 있다하니 이정도면 뭘 해도 힘들겠다라는 생각이 드는게 자연스럽다. 하지만 확률로 보면 그렇단 얘기이지 1년이면 48만개의 상품을 새로 만들어내고 있는게 또한 현실이다. 이를 볼 때 세상은 현실적 문제와 비현실적 공상이 공존하는 구역임이 틀림 없다. 심지어 사람들은 물건이 나오기 전까지는 앞으로 나올게 무엇인지 전혀 모르다가도 새로운 물건이 맘에 들 때 난 이런게 나오길 지금껏 기다렸어!라고 자신 있게 얘기한다. 그렇다면 새로운 물건이 이 소비자의 결핍을 멋지게 해결한 걸까? 다시 말하지만 세상은 현실과 공상이 공존하는 구역이다. 소비자의 결핍은 오래 시간 실제로 감내한 부족분 이라기 보다는 일시적인 외부적 자극에 의해 마치 자신의 숨어 있는 욕구를 발견한 듯한 착각에서 출발했을 수 있다. 이것은 좋은 컨셉을 만드는 이론과 기술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소비자가 그동안 알지 못했던 결핍이 새로운 제품이 세상에 나오면서 결핍으로 발견 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얘기다. 바로 참기름에 관한 얘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한식에는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재료 참기름, 하지만 참깨의 고향은 이집트, 북부 아프리카다. 참깨가 우리나라에 처음 전해진 것은 삼국시대로 보인다. 학자중 일부는 삼국사기의 油라는 글자를 참기름으로 본다. 참깨는 칼슘, 인, 아연, 철, 비타민B1, B2 및 니아신이 풍부하고 불포화 지방산인 올리엔산과 리놀산, 루이신 및 글루타민산과 같은 필수 아미노산을 다량 함유한 영양의 보고이다. 특히 강한 항산화 효과를 내는 리그난이라는 물질이 밝혀지면서 어느 대기업에서 이를 제품명에 추가하여 리그난참기름이라고 이름 붙여 판매할 정도로 항암,항혈압, 항당뇨, 혈중콜레스테롤 저하 등 그 효과가 다양하고 뛰어나다. 참기름도 예전에 가마솥에 볶고 맷돌에 갈아 만드는 방식에서 기계화를 거치며 변화를 겪게 된다. 초창기 도입된 여러 가지 방식의 기계가 있었지만 쉽게 짜지면서 고장이 없는 방식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 지금의 흔하게 볼 수 있는 착유시스템이다. 참깨에서 참기름이 짜지는 원리는 간단하다. 참깨 안에 들어 있는 유지를 눌러서 짜내는 공정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기름 성분이 참깨 씨앗 안에 있는 섬유질에 흡수되어 배출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기름을 짜내기 위해서는 일정 온도가 필요한데 높은 온도를 가할수록 섬유질은 경화되고 쉽게 기름을 분리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더 높은 열에 노출될수록 섬유질은 석탄화 되어 더 이상 기름을 잡고 있는 힘이 없어지니 기름양도 많아지고 기계적인 힘도 덜 든다. 지금의 방식은 자연스럽게 고온 방식이 권유되고 사용되어진 결과다. 이 때 화학적으로 발현되는 향도 많아져 오랜 기간 두고 팔아도 이상이 없을 만큼 보존성도 강해진다. 소비자 위주의 시장이 아니라 공급자 위주의 시장이 생성된 이유다. 어렸을 때 엄마가 한 움큼 집어서 입에 넣어 주는 볶음참깨의 맛을 나는 기억한다. 참기름은 참깨를 볶아서 만들지만 볶음참깨의 맛과 연결되지 않는다. 참기름 고유의 강한 향과 맛으로 존재한다. 참기름에서 볶음참깨의 맛이 날 수는 없는지 궁금했다. 이점이 필자가 참기름을 저온으로 짜게 된 이유다. 그리고 7년 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조그만 방앗간을 차려 놓고 기존과는 다른 기계들을 사용하여 착유를 시작하였다. /박정용 (주)쿠엔즈버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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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7.24 17:03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

▲ 이인재 행정안전부 기획조정실장 드라마 「보좌관-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인기다. 국회의원 뒤에서 수없이 많은 타협과 번민을 반복하며 치열한 생존기를 써 내려가는 이정재(장태준 보좌관 역)의 이야기다. 유리천장에 도전하는 여성정치인 신민아(강선영 의원 역)를 보는 재미도 있다. 채널을 돌려 뉴스를 보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84일 만에 국회가 정상화되었지만, 추가경정예산 심의, 개혁법안민생법안, 일본 수출규제 등 풀어야 할 난제가 산적해 있다. 필자가 공직에 몸담은 지 어언 30년이 되었다. 겪어보니 중앙부처의 모든 일은 두 가지로 귀결되었다. 법과 예산이 그것이다. 국회의원과 그 보좌진은 수많은 법안과 예산안을 검토하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국민들의 지탄은 여전하다. 610 항쟁을 계기로 민주주의 제도는 정착되었지만,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갈증은 여전히 깊은 것 같다. 국민들의 시각에는 중앙정부는 아직 집권적이고 관료적이며, 정치권은 여전히 다툼과 대립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어디에서부터 꼬인 실타래를 풀어갈 수 있을까. 필자는 그 실마리를 지방분권에서 찾고 싶다. 지역경제, 일자리, 특성화 식품 등 미시정치 영역의 문제들은 지역 사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해결의 적임자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지역이 있는가 하면, 인구소멸을 걱정하는 지역이 있다. 현장의 감응성을 지닌 지역에서 직접 해법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분권을 통한 다원주의의 확장은 혁신을 가져오기도 한다. 인류 역사에서 많은 경우 혁신은 변방에서 시작되었다. 지방 곳곳에서 창의성과 역동성이 발휘될 수 있을 때 로컬푸드, 사회적 경제, 생활임금, 대안학교 등 혁신적인 사례가 나온다. 지방은 민주주의 학습의 장이자, 새로운 리더의 등용문이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41), 오스트리아 쿠르츠 전 총리(32) 등 젊은 지도자가 탄생한 것은 어린 시절부터 정치를 배우고 훈련받을 수 있었던 시스템 덕분이다. 정부는 지난 3월, 지방자치단체의 조직인사 등 자치권을 확대하는 내용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30년 만에 국회에 제출하였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주권을 보장하기 위한 재정분권 추진방안도 확정하였다. 주민참여와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주민투표주민소환주민발안을 활성화하는 내용의 주민참여 3법을 발의하였다. 지방의회가 단체장의 감시자(watchdog)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전문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보완책도 마련하였다. 하지만 제도보다 중요한 것이 행위자다. 주권자인 국민들의 손에 지방분권의 성패가 달려 있다는 말이다. 갈수록 경제가 팍팍해져 먹고 사는 문제 외에는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역 곳곳의 문제를 주민들 스스로 화합하여 해결해 나간다면 그만한 정치가 어디 있을까? 전북도민부터 지역사회에 대한 참여를 일상화하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때에는 후보자의 정책과 비전을 세밀하게 살펴봤으면 한다. 순자(荀子)의 말처럼,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혹은 뒤집기도 한다(水則載舟 水則覆舟). 국민은 물(水)이다. 우리는 2017년 촛불혁명으로 이를 몸소 체험한 바 있다. 국민들 모두가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 이인재 행정안전부 기획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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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7.17 17:25

여름휴가+농촌여행=끈끈한 가족의 가치

김종훈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 인류가 최초로 여행을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정답은 500만년전이다. 현생인류의 직계 조상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처음 아프리카 땅에 발을 디딜때부터라고 한다. 인류의 역사는 여행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7월, 여름이다. 호모사피엔스의 여행본능이 깨어나고 있다. 일상의 탈출을 꿈꾸는 5천만 대한민국 국민의 심장이 이글거리는 태양만큼이나 뜨거운 계절이다. 올해 관광공사가 밝힌 2019년도 관광 키워드는 BRIDGE이다. 일상과 여행이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쉽게 언제 어디로든 떠날 수 있도록 맞닿아 있다는 의미이다. BRIDGE는 두문자의 모음이다. 여기서 B는 Break the Generation Gap, 베이붐세대와 밀레니얼세대가 다함께 즐기는 다세대 가족여행이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을 예상하고 있다. 과거 국내, 해외 관광지를 중심으로 단체 여행이 대세를 이루었다면 이제는 가족단위, 개인 여행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특별한 곳을 찾고 있다. 그 변화가 빠르다. 농촌관광도 트렌드의 변화가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농촌관광객은 내국인이 1,237만명에 달하고, 외국인도 22인만명을 육박하였다. 가족단위 관광객 비중이 2018년도에 21.2%로 2017년도에 비해 3%p나 증가했다. 농촌관광의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정부는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가족단위 농촌관광 수요를 확대하기 위해 농촌체험마을을 육성하고, 관광농원, 테마공원을 확대하고 있다. 농촌관광 시설 대상 등급제를 통해 보다 나은 프로그램과 서비스 제공을 유도하고 있다. 아울러, 국민소득 3만불 시대에 높아진 수요자의 눈높이에 맞는 안전한 농촌여행을 담보하기 위해 법령을 정비하고, 안전관리도 강화하고 있다. 우리 전북에도 급변하는 수요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농촌관광의 대표 자원이 있다. 바로 임실군 성수면에 위치한 임실치즈테마파크이다. 임실은 얼마 전 국민들에게 베품과 나눔의 감동을 남기고 선종하신 지정환신부께서 치즈가공을 시작한 것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임실치즈테마파크는 축구장 23개 크기인 4만6천평의 넓은 대지에 체험실습장, 식당, 숙박시설, 유가공공장, 연구소, 판매장, 홍보관이 자리하고 있다. 한해 방문객은 50만명을 훌쩍 넘고 있다. 지역의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이곳을 조성하기 위해 6차산업지구, 테마공원 육성, 향토산업 육성, 신활력 사업이 집중 투자되었다. 행정의 종합선물세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실치즈테마파크의 핵심 컨셉은 가족들에게는 휴식을, 아이들에게는 농업농촌의 가치를 알게 하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는 핵심 컨셉에 충실했을 때 자연스레 따라오는 성과물이다. 지난해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3백억원에 달하고 있다. 어느덧 7월, 여름휴가를 어디서 보낼 지를 두고 가족회의를 열 때이다. 부모와 아이의 의견 충돌이 발생하기 십상이다. 부모와 아이의 니즈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곳으로 임실치즈테마파크를 제안한다. 좋은 선택지 중에 하나가 될 것이다. 임실치즈테마파크에서 부모와 아이들이 보고 느끼는 것은 달라도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더욱 튼튼해지리라.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을 함께하면 언제나 그 기쁨은 배가 될테니까. /김종훈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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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7.10 16:48

미·중 무역전쟁 어떻게 될 것인가?

송승엽 한반도 미래연구원 원장 작년 7월초 미국이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로 일어난 무역 갈등이 첨단 기술 및 외교안보 문제로 까지 비화되는 등 전면전으로 치닫다가 6월29일 양국 정상 회담으로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지난 5월 10일 미중 무역협상 결렬로 대립이 격화된 뒤 중국 시진핑 주석은 국공 내전시 공산당 군이 국민당 군의 포위망을 뚫고 탈출을 시작했던 대장정 출발 기념관을 찾아 우리는 최후에 믿을 수 없는 기적을 창조했다 면서 (중국에 대한)자신감을 굳건히 할 것을 강조 했으며, 언론 매체들도 연일 중국은 새로운 대장정의 길을 갈 것이다면서 결전 의지를 다졌다. 대장정은 1934년 10월 16일 중국 공산당군이 근거지였던 동남부 장시성 서금에서 약 70만명의 국민당군 포위망을 똟고 370일 동안 2만 5천리 길을 도보와 우마로 이동하여 서북부 산시성 연안으로 탈출한 사실을 말한다. 11개 성, 18개 산맥을 가로지는 강행군속에 많은 사람이 이탈하거나 병들고 포로로 붙잡히면서 출발시 인원 약 8만명이 목적지에 도착할 때는 7천명 정도 밖에 안되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당내 비주류였던 마오저뚱이 권력을 장악하고, 국민당과 합작으로 8년간 항일(抗日) 전쟁을 하며 세력을 키운 뒤, 다시 국민당과의 전쟁에서 승리, 현 중화인민공화국을 건설하는 신화를 만들어 냈다. 오늘날 중국이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상기하며 결전을 다짐하는 것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어떤 희생과 손실을 감수해서라도 물러서지 않고 국가의 자존심을 지켜낼 것이며 그럴 자신감과 능력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책사였던 스티브 배넌이 5월 28일 미국의 중국통신장비 제조회사 화웨이에 대한 제재는 중국 경제를 근본적으로 바꿔 서방의 자유 시장경제와 협력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끝까지 가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또 미국방부는 6월1일 발표한 인도태평양전략 보고서에서 중국 공산당을 억압적인 세계 질서 비전의 설계자라고 지적하고 중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이 지역을 재편성하려고 하며, 군사 현대화와 영향력 행사, 약탈적 경제 등을 동원해 다른 나라에 강요한다고 비판하였다. 대통령 트럼프도 6월 10일 CNBC 인터뷰에서 나는 중국이 우리만큼 더 잘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중국에 대한 강한 견제심리를 드러냈다. 629 트럼프시진핑 담판은 협상재개 합의 및 추가관세 보류로 더 이상의 확전을 멈추게 하였으나 핵심 쟁점을 타결할 시그널이 보이지 않아 언제든지 재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특히 미국이 대중국 견제라는 패권적 의도를 여실히 드러낸 상황에서 당장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되돌아갈 수 없으며 타협하며 싸우는 국면이 지속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우리의 경제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끼침은 물론, 싸움이 격화될수록 우리에게 안보 동맹국(미국)과 최대 교역국(중국)중 택일을 요구하는 강도가 심해질 것으로, 이에 대한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고향 친구들과 식사하며 국제적 핫 이슈인 미중 관계 관련 서로의 견해를 피력한 뒤 귀가하는 지하철 속에서도 계속 같은 생각에 젖어있다가 그만 내려야 할 역을 지나치고 말았다. /송승엽 한반도 미래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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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7.03 16:40

왜 아이를 낳지 않을까

김희관 전 법무연수원장광주고검장 출산율 하락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인류에게 결혼과 새 생명의 탄생은 가장 축복받을 일이다. 인간이 종(種)으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결혼과 출산이 계속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종족보존이라는 릴레이의 바통을 다음 세대에 건네주는 것을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를 낳지 않는 현상은 그저 단순히 경제활동인구의 감소나 국가경쟁력의 저하 차원으로만 바라볼 문제가 아니다. 공동체의 존속을 위협하는 심각한 적신호이다. 예전보다 지금 잘 먹고 잘 살고 있지만 아이를 낳지 않으려 하는 것은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자신의 삶이 행복하지 않다고 느낀다면 그 고통을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을 것이고, 자연스럽게 아이를 낳는 것도 꺼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행복지수가 낮은 사회는 출산율도 낮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행복지수가 낮은 데는 매우 복합적인 원인들이 작용하고 있다. 빈부격차의 심화는 그 중 하나이다. 양극화 현상은 국가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중차대한 문제지만 현실적으로 단기간내에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여기에서 사람들의 행복감은 객관적 여건 못지않게 주관적인 태도와 반응에 의해서도 크게 좌우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차원에서 볼 때 행복지수가 줄어든 데는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과도한 경쟁문화의 탓이 크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특유의 성공지향문화, 빨리빨리 문화가 경제적 풍요를 가져왔지만, 한편으로는 바로 그것이 사회전반적으로 과도한 경쟁문화를 고착화시키면서 오히려 삶의 재미와 행복을 깎아 먹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먹고 살기 위해 시작된 경쟁이 이제는 그저 남을 꺾고 이기기 위한 경쟁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행복론에서 과도한 경쟁이 출산율을 저하시키는 주범이라고 갈파하였다. 사람들은 경쟁을 하면서 내일 아침을 먹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옆 사람을 뛰어넘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게 되고, 그럴수록 행복한 삶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자녀를 낳으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경쟁을 없애야 한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과도한 경쟁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의 말처럼 제때의 한 바늘이 나중에 아홉 바늘의 수고를 막아준다고 하면서 오늘 천 바늘을 꿰매는일이 매일 반복되어서는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소수의 사람들이 성취한 수준을 마치 모두가 이뤄야 할 삶의 표준인 것처럼 제시한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과연 자신의 삶에 얼마만큼 행복하고 만족할지는 정작 모르는 일이다. 행복은 재산순, 출세순, 성적순이 아니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경쟁 자체를 위한 경쟁은 끝이 없다. 경쟁에 뒤쳐진 나를 자책하고 다그친다. 그러다 선두에 서면 선두를 놓치지 않으려고 또 경쟁한다. 그러니 행복할 수 있겠는가. 자신의 아이들이 그러한 경쟁의 쳇바퀴에 갇혀 있는 신세가 되기를 어느 부모가 바라겠는가. 물론 한 사람 한 사람의 결단과 노력도 중요하다. 하지만, 사람은 사회적 시선과 분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사회의 문화와 분위기를 바꾸어야 한다. 교육과 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하다. 선의의 경쟁은 권장하지만 경쟁 그 자체를 위한 경쟁은 행복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집단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나로 살 수 있고, 행복해 질 수 있는 것이다. /김희관 전 법무연수원장광주고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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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6.26 16:21

새끼 이바구 타령

손해일 국제 PEN한국본부 이사장 세상만물의 자체 생존 본능과 종족보존의 결과물인 <새끼>는 참으로 위대하다. 태초에 하나님이 세상 만물을 창조하셨지만, 우주 순행의 원리로 새끼들이 새끼줄처럼 새끼 쳐서 세상이 유지되고 활력을 되찾는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에서부터 단세포 하등동물인 아메바나 바이러스 박테리아 까지도 새끼로 끝없이 생성 진화함으로서 세상은 잘도 돌아간다. 지구촌의 급격한 기후 환경변화와 천재지변 또는, 인간의 몰지각한 환경 파괴로 어느날 갑자기 생물이 멸절된다면 지구는 우주의 하찮은 광물 떠돌이별로 전락할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무심코 쓰는 새끼라는 말은 그 뜻의 숭고함과 역할의 다대함에도 불구하고 동물과 연결될 때는 XX새끼로 저속한 욕설이 되기도 한다. 새끼타령을 더 해보자면... 태양계는 광대무변한 우주 은하계의 지극히 작은 행성의 새끼일 뿐이다. 지구 역시 우리가 학창시절 외우던 수, 금, 지, 화, 목, 토, 천, 해, 명 순으로 태양계의 새끼 위성 9개중 하나이다. 그런데 맨끝 명왕성은 달보다도 크기가 작고 밝지 않다는 이유로 2006년 8월에 테양계 행성의 지위를 박탈당했다. 그대신 어느날 숨겨둔 자식이 불쑥 나타나 친자확인을 주장하듯이 기존의 명왕성이 빠지고 새로 발견된 케레스, 케런, 제나가 추가되어 태양계의 행성 서열도 바뀐 것이다. 케레스는 로마신화에 나오는 풍작의 여신, 케런은 그리스신화 중 저승 스틱스강의 뱃사공, 제나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전사 이름이라고 한다. 결과적으로 태양계 행성 서열은 수, 금, 지, 화, (케레스), 목, 토, 천, 해, (케런), (제나) 11개로 개편되었다. 이밖에 각행성의 혼외정사 새끼들인 살별과 별똥별들은 또 얼마나 명멸하며 허공으로 사라지는가. 인류는 아담과 이브의 새끼이다. 나는 2천여년 전 신라 6부촌인 무산 대수촌장 구례마 할아버지의 까마득한 77세손 밀양 손씨이다. 서양의 성명중 대종을 이루는 00슨(son) 씨리즈는 말그대로 아무개의 아들 이란 뜻이다. 예컨대 존슨은 존의 아들. 닉슨은 닉의 아들, 사무엘슨은 사무엘의 아들이란 얘기다. 러시아나 구 소련권의 00스키라는 이름도 영어권의 00슨과 같은 맥락이다. 브레즈네프의 아들은 브레즈네프스키, 차이코프의 아들은 차이코프스키라는 식이다. 그런가하면 나폴레옹 3세, 엘리자베스 2세, 헨리 8세 라는 식의 숫자로 후손들의 가계 혈통을 나타내기도 한다. 또한 우리말의 동물 새끼 이름들이 다채로와 새겨둘만 하다. 예를 들면 호랑이새끼는 개호주, 곰새끼는 능소니, 소새끼는 송아지, 암소 뱃속 탯송아지는 송치, 말새끼는 망아지, 숫나귀와 암말 잡종은 버새, 닭새끼는 햇병아리, 꿩새끼는 꺼병이라 부른다. 알배기 물고기 암컷들도 수컷 이리(精)를 받아 새끼를 낳고 감돌고기는 꺾지에게 탁란하기도 한다. 물고기 새끼 이름을 몇 개 열거하자면 풀치는 갈치새끼, 껄데기는 농어새끼, 꽝다리는 조기새끼, 간자미는 가오리새끼, 고도리는 고등어새끼를 말한다. 푸성귀와 나무들도 홀씨로 날리고 줄기로 뻗어 짙푸르고 누렇고 빨간 아름다운 채색 강산을 만든다. 민들레처럼 홀씨로 바람에 날리거나 겨우살이나 버섯종류는 나무에 기생하거나 포자로 뿌리박고 성장한다. 하다못해 미물 박테리아 바이러스도 포자로 새끼 치고 퍼지고 날리니 오오, 까마득한 날에 궁창이 열리고, 동네아낙의 입방아 소문까지 날개를 달아 새끼를 치는구나. 하나님의 섭리대로 만물이 새끼를 쳐서 날로날로 번창하니 복 있을 진저, 새끼들 천국이여! /손해일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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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6.19 17:07

무엇이 그들을 당당하게 만들었나?

민경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만화 같은 일이다. 드라마에서 그렇게 스토리를 만들면 욕먹는다.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영화 얘기가 아니다. 폴란드에서 펼쳐지고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월드컵에서 남자대표팀 사상 첫 FIFA 주관 대회 결승진출을 일궈낸 우리 대표 팀의 선전 얘기다. 슛돌이 이강인, 빛광연 골키퍼 이광연 등 21명 선수 전원의 플레이는 가뜩이나 어두운 뉴스로 가득 찬 대한민국 사회에 한줄기 빛이 되고 있다고들 한다. 누군가는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박세리가 보여준 맨발 투혼이 IMF직후 실의에 빠졌던 국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었던 것까지 비교한다. 나아가 얼마 전 방탄소년단(BTS)이 빌보트 차트 1위를 차지하고 비틀즈, 퀸 같은 세계적인 팝스타들이나 섰던 웸블리 스타디움 등에서 4회 공연에 23만 명의 전 세계 각국 팬을 끌어 모은 것은 또 어떤가! 경제적 가치로만 보면 국내 생산 유발효과가 4조 1400억 원(현대경제연구원)에 이른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여기에다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맹활약한 손흥민(토트넘), 미 메이저리그 야구 역사 백년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류현진 까지 한마디로 문화,스포츠 콘텐츠 강국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이를 두고 언론과 기성세대가 엄청나게 흥분할 때 정작 당사자들은 의외로 담담하게 즐기고 있다. 이강인은 지난 5월 대회를 앞두고 작성한 셀프 프로필에서 월드컵 목표를 처음부터 우승이라고 적었다고 한다. BTS의 리더 RM은 21세기 비틀즈라는 호칭이 정말 영광스럽지만, 21세기 BTS로 자리매김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라고 말했다. 유럽챔스 결승에 진출한 손흥민은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 겁낼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도대체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당당하게 만들었을까? 이들의 공통점은 1990년대부터 2000년 초반까지 즉 천 년이 끝나고 시작되는 전환점에 태어났다는 의미의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라는 점이다. 국민대 경영학부 이은형 교수는 『밀레니얼과 함께 일하는 법』이라는 책에서 그들이 누구인지, 새로운 세대가 등장한 의미가 무엇인지 미처 알기도 전에 그들은 시장을 지배하고 조직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들이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 뛰어난 기술과 적응력, 협업능력 등을 갖췄으면서 동시에 기존 질서를 무시하고, 개인을 중시하며, 조직과 대등한 계약관계임을 내세우면서 기성세대를 꼰대로 만들고 기존의 조직문화를 뒤흔다고고 말했다. 지난 83년 첫 4강 신화를 만들어냈던 박종환 감독 사단의 선수들은 스파르타식 방식으로 훈련받았고 애국심과 불굴의 투지로 무장한 전사들과 같았다. 지금 축구 대표팀은 막내 이강인이 선배들의 양 볼을 잡고 격려한다. 결승행을 확정한 직후 정정용 감독을 향해 달려가 동료나 친구 대하듯 생수를 뿌리고 등을 치며 축하 세리머니를 펼친다. 과거 성인축구대표팀은 평소 평가전에는 잘하다가 정작 본선에서는 한마디로 얼어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뒷심이 부족해 역전패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오히려 후반전, 연장전에 더 힘을 발휘한다. 그러면서도 서로 격려하며 게임을 즐기기까지 한다. 밀레니얼 세대에 대해 분석한 랭카스터와 스틸먼은 SNS에 익숙한 M세대는 이전 세대와는 차원이 다른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네트워킹 하는 방식도 완전히 다르다. 수평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며 서로 협력하는 것에 익숙하다. 모르는 상대방과 온라인에서 게임을 하며 협업을 경험했기에 팀워크에 익숙한 만큼 팀프로젝트 형식으로 일을 맡기면 더 잘 해낸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천년을 이끌어갈 밀레니얼 세대의 경쟁은 시작됐다. 조금은 우리나라 세대들이 앞서가고 있다는 점에서 기분이 좋다. 이것도 순위와 경쟁에 익숙한 꼰대세대의 구태의연한 평가인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기분이 좋은 것은 좋은 것이다. 일요일 새벽, 우리 U-20 월드컵 국가대표팀이 새로운 길을 냈으면 좋겠다. 안되더라도 충분히 즐기길 기대한다. /민경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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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6.12 17:19

기억력 유감

이강만 한화그룹 부사장 한 사람이 평생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을 기억할 수 있을까? 만 명, 천 명, 백 명?케빈 브록마이어의 소설 로라시티를 떠올리며 든 궁금증이다. 사람마다 뇌의 용량이나 기능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단언적으로 얼마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얼마 전 모 언론사 간부와 얘기던 중 그분 휴대폰에 저장된 연락처가 3천개가 넘는다고 해서 적잖이 놀랐다. 작년까지 2천개 남짓 연락처를 가지고도 늘 벅차하던 필자인지라 그 많은 분들을 어찌 다 기억하느냐고 물었더니 기억까지는 모르겠지만 언론계 간부들은 대개 그 정도의 연락처는 가지고 있단다. 휴대폰 연락처에 저장된 분의 숫자가 천명이 될 때까지는 전화 발신자 이름이 뜰 경우 그가 누군지 거의 기억해냈는데, 그 이상을 넘긴 이후부터는 화면에 뜬 이름을 보고서도 누군지 헷갈려 하는 일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연락처를 새로 등록할 때 신체적 특징이나 간단한 약력 등을 추가로 입력하는 방법도 취해보았지만 역시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는 못했다. 자신이 직접 저장한 이름이 뜨는데도 얼굴도 생각 안 나고 심지어는 수화기 저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듣고 나서도 누군지, 어디서 만난 분인지도 모르면 정말 당황스럽다. 그래서 말을 올리지도, 그렇다고 하대하지도 못하고 아~, 네~라는 추임새를 연신 발하며 상대가 누군지 단서를 찾으려는 경우가 허다하다. 장황하게 이 이슈를 꺼내는 이유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울려대는 기억 저쪽의 발신자 이름과 아예 전화번호로만 뜨는 수신전화로 인한 곤혹스러움이 오롯이 필자 혼자만의 몫은 아닐 듯싶어서다. 연초에 휴대폰을 교체하면서 상당기간 피차 연락 안한 번호들은 아예 제외하고 가끔씩이라도 소통하는 600여명만 연락처에 입력해놓았다. 그런데 이제 입력 안된 분들로 인해 각종 해프닝이 생기고 있다. 백업리스트에도 없는 전화번호로, 회의나 부재중 걸려온 전화가 있다. 그냥 무시하면 대개는 더 이상 전화가 오지 않는다. 광고성 전화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끔이지만 콜백이 없는 경우 독촉 문자를 보내는 분이 있다. 그것도 본인 성함도 밝히지 않고 다정하게, 또는 하대조로 답신을 재촉하면서 말이다. 그냥 무시하려다가도 어떤 때는 조급증이 발동해 전화를 걸고 만다. 그러면 상대는 춘향이 이도령이라도 만난 듯 반가이 자신을 소개한다. 스쳐가며 명함을 교환하거나 학연 지연으로 얽혀 있는, 알 듯도 모른 듯도 한 분들이다. 간단히 인사가 오가면 대뜸 용건을 얘기한다. 십중팔구 해결해주기 힘든 부탁이다. 세상이 분명 바뀌었지만 그분들은 아직 그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아니, 세상 일은 모두 공명정대하게 처리되어야 하지만 적어도 자신이 지금 얘기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예외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믿는 부류다. 그분들이 오죽하면 그럴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가끔씩은 부아가 치민다. 좀더 지혜롭게, 그리고 상냥하게 대처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자책으로 말이다. 불과 몇 달 사이에 휴대폰 연락처가 또 300개 늘었다.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기존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어렵거니와 새로운 사람을 만나지 않을 수 없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러니 기억 못하는 분으로부터 연락을 받는 일은 앞으로도 불가피해 보인다. 이 사소하지만 중요한 문제를 어찌할까 고민했는데, 역시 과거에 한동안 사용했던 방법이 좋을 것 같다. 기억이 떠올려진 분이나 적어도 백업리스트에 포함된 번호이면 답신을 하는 것으로 말이다. 세상과는 끊임없이 소통하되, 번잡함에 끌려 다니고 싶지 않아서 말이다. 그래도 이런 방법이 옳은 것인지는 여전히 확신이 없다. 하지만 어찌하랴. 아직 할 일이 태산인데 선한 코스프레 하느라 에너지를 고갈시킬 순 없지 않은가? 다만 여전히 꺼림칙한 게 있다. 로라의 기억 덕분에 시티에서 평화롭고 안온하게 존재하는 사람들이 떠올라서다. 필자는 과연 전화발신자에게 어떤 존재일까? 기억되는 자, 아니면 기억 잘하는 자, 그도 저도 아닌 그냥 기억력 나쁜 자. /이강만 한화그룹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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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6.05 16:34

전라선과 아버지

김희관 법무연수원장前 광주고검장 고향 쪽에 이런 저런 일들이 생겨 가끔씩 전라선을 타게 된다. 열차에 오르면 늘 아버지의 얼굴이 떠오른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손을 잡고 전라선 열차에 올라 타 아버지의 고향이었던 구례를 자주 찾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동이리역에서 출발해 대장촌-삼례-동산촌-전주-신리-관촌-임실-오류-오수-서도-남원-주생-금지-곡성-압록-구례구역으로 이어지는 그 길디 긴 완행 철길. 얼마나 느렸던지 다섯 시간이나 걸린 적도 있었다. 할머니 보러 구례에 가자는 아버지를 향해 가끔은 안가겠다고 떼를 쓰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팥연양갱과 사이다를 사주겠다는 아버지의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 냉큼 따라 나선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 아버지가 올해 87세가 되셨다. 전라선은 내게는 그저 즐거운 추억거리지만, 아버지에게는 인생의 중대한 분수령으로 기억될 것이다. 아버지는 15세의 어린 나이에 소년 가장이 되었다. 여섯 형제중 둘째로 태어난 아버지는 일찍이 부친을 여의었고, 그나마 의지하던 큰 형님마저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노모, 어린 네 동생들, 심지어 큰 형이 남기고 간 조카 2명의 생계까지 떠맡아야 했다. 그가 중학교를 졸업하던 날, 교정을 걸어가는 소년의 귀에 선생님들의 대화가 비수처럼 꽂혔다. 00이는 철이 없어. 집안 형편이 그렇게 어려운데도 고등학교를 가려고 하다니 말이야. 이 말을 들은 15세의 어린 소년은 그 순간부터 어른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는 얼마 후 전라선 열차에 몸을 싣고 익산으로 향하였다. 고등학교 진학의 꿈을 접고 먼 친척이 운영하는 양은 솥단지 공장의 점원으로 취직하기 위해서였다. 아버지의 헌신적인 뒷바라지로 동생 2명은 교사가 되었고, 큰 형님의 아들은 의사가 되었다. 그 다음 대에서는 의사가 4명이나 나왔다. 아버지의 희생이 없었다면 우리 집안은 다시 일어설 수 없었을 것이다. 한때 국민적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송혜교가 중동의 한 나라에서 의료봉사 활동중 파티마라는 전쟁고아 소녀를 돕는데, 송중기가 걱정스럽게 송혜교에게 이렇게 묻는다. 그렇게 해도 그런 아이가 한 둘이 아닌데, 세상이 달라지겠습니까라고 말이다. 그러자, 송혜교는 이렇게 대답한다. 세상은 바뀌지 않겠지만, 파티마의 삶은 바뀔 것이고, 그것은 파티마에게 세상이 바뀌는 일이겠지요라고. 그렇다. 애당초 아버지에게는 세상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야망이나 포부 같은 것은 없었을 것이다. 그저 자신에게 던져진 고난의 삶을 견뎌내야 할 운명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그저 자신에게 맡겨진 식솔들만큼은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각오로 살았을 뿐이다. 그의 삶을 소시민적이었다고 불러도 좋다. 하지만, 그의 희생과 헌신은 세상을 바꾸었다고 확신한다.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몇 사람이라도 아버지가 돌보고 보살폈던 그 사람들의 세상은 그로 인해 바뀌었기 때문이다. 가정의 달인 5월이 며칠 남지 않았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라는 어느 시인의 통찰이 가슴에 와 닿는다. 평생 동안 가족을 위해 땀과 눈물로 고달픈 삶을 묵묵히 살아 온 이 땅의 아버지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그 분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들의 세상을 바꾸어 주셔서 참으로 고맙습니다 /김희관 법무연수원장前 광주고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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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5.29 16:34

종자전쟁과 인류 생존게임

손해일 국제 PEN한국본부 이사장 농부는 죽어도 종자를 베고 잔다(農夫餓死 枕厥種子)는 옛말이 있다. 종자는 생명과 다름없기에 아무리 굶주려도 최후까지 고수해야 할 필수품이다. 우리나라도 옛날엔 춘궁기 보릿고개를 넘기기 어려워 초근목피 등 각종 구황식물로 연명하기도 했다. 그에 비하면 단군 이래 최고로 잘 산다는 오늘날의 한국은 얼마나 복이 넘치는가. 핵전쟁이 사망 유희라면 종자 전쟁은 생존 게임이다. 지구상에 종자 저장소가 딱 한 군데 있다. 2008년 2월 UN 산하 세계작물다양성재단(GCDT)이 북극에서 1000km 떨어진 노르웨이령 스발바르제도에 약 2억 달러를 들여 축구장 절반 크기로 온도가 항상 영하 15도를 유지하는 시설을 마련했다. 핵전쟁이나 천재지변, 대홍수 등 인류 대재앙이 닥쳤을 때를 대비한 현대판 노아의 방주이다. 지구촌은 지금 씨앗전쟁중이다, 선진국들은 대규모 투자로 식물 유전자원을 확보하여 수집 보존하고, 신품종개발로 씨앗전쟁의 주도권을 잡고 있다. 세계 라일락 시장의 약 30%를 석권하는 미스킴 라일락이 그 좋은 사례다. 한국이 미군정시절인 1947년 미국의 식물학자 앨윈 미더가 우리의 토종 수수꽃다리속 털개회나무 종자 12알을 북한산 백운대에서 채집해 간 뒤, 뉴햄프셔대학에서 이를 품종개량해 1954년 한국의 담당 타이피스트 이름을 따미스킴 라일락이라 명명했다. 크리스마스트리로 유명한 구상나무는 우리나라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에만 자생하는데 미국이 이를 신품종으로 개량해 전세계로 역수출하고 있다. 데이릴리(daylily)는 한국의 제주도 원추리를 품종개량한 것이다. 한국은 2002년부터 국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UPOV)에 가입했다. 2012년부터 해조류를 포함한 모든 종자에 대해 최소 20년간 지적 재산권을 보장하고 로열티를 지급해야 한다. 한국은 IMF 위기 때 국내종자회사 5개 중 4개가 외국에 넘어감에 따라 매년 90%의 종자에 대한 막대한 로열티를 물고 있다. 2012년 세계 종자시장규모는 780억 달러(약 83조 원)라는데, 토마토 씨앗 1g에 13만원, 파프리카 씨앗 1g에 9만원, 검은방울토마토 씨앗 1g에 7만 5000원이라니 금값보다 비싸지 않는가. 우리가 즐겨 먹는 한국의 청양고추에도 비싼 로열티를 물고 있다니 기가 막힌다. 1998년 청양고추를 개발한 한국의 중앙종묘가 멕시코 종자화사로 넘어갔는데, 이를 미국 기업인 몬산토가 인수함으로써 매년 몬산토에 로열티를 주게 된 것이다. 불행히도 한국은 식량수입국이다. 자급률이 104%인 쌀을 제외하면 잔체 곡물자급률은 5%에 불과하다, 자급률은 감자고구마 98.7%, 보리 24.3%, 콩 10.1%, 옥수수 0.9%,, 밀 0.9% 등이다. 전세계는 지금 식량위기를 맞고 있다 그 원인은 크게 기후변화로 인한 곡물생산량 감소, 신흥경제국의 곡물수요증가. 바이오연료 사용증가에 따른 곡물부족 등이다. 특히 종교와 인종갈등으로 내전중인 곳은 굶주림의 지옥이다. 곡물가격 상승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라 하는데 옥수수, 밀, 대두는 미국의 카길사에서 60%를 수입하고 있다. 우리 주곡의 경우 통일벼 개발을 비롯해 농학기술의 발달로 수확량이 넘치고 매년 쌀이 남아돌아 주체를 못할 정도다. 그러나 북한은 90년대 초 고난의 행군때 약 300만 명이 굶어 죽으면서도 수십년간 핵무기 개발에 매진하여 오늘날의 복잡한 핵국면을 초래했다. 북한은 70여년간 이팝에 고깃국을 공언했지만 아직도 굶주림을 못 면하고 있다. 하노이 비핵화 북미협상이 결렬된 후에도 북한이 미사일을 두 번이나 쏘아 올려 협정을 위반했는데도 이를 응징하기는커녕 인도적 차원의 식량지원을 두고 찬반 양론이 매스컴을 달구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다. /손해일 국제 PEN 한국본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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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5.22 17:17

반쪽의 진실은 허위보다 무섭다

민경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그해 5월은 매우 습하고 무더웠다. 당시 시국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정치권에도 언론에도 잠깐 봄이 찾아 왔지만 그 끝은 짧았다.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광주에서 수천 여명의 시민들이 계엄군들의 총칼에 찔려 숨졌다는 얘기가 전주지역에도 전해졌다. 확인할 길은 없었다. 신문과 방송은 침묵할 뿐이었다. 유언비어라고 매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고 했다. 아무리 통제해도 사람과 사람을 통해 전해지는 진실의 메아리는 막을 길이 없었다. 분노한 전주의 학생들도 저항에 동참하기로 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각 고등학교 대표자들이 모여 그 주 토요일에 어느 중학교 운동장에 모이기로 했다는 말이 나왔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무슨 일이 있을지 걱정하는 표정들이 역력했다. 집에 가면서 본 그 중학교 운동장에는 어느새 계엄군 탱크가 들어와 있었다. 결국 전주에서의 저항(?)은 실패로 끝났다. 고등학생이었던 내가 지금까지 기억하는 그 때 5월의 모습이다. 솔직히 말하면 내 삶에 있어 광주는 마음의 빚이었다. 끝까지 저항하다가 산화한 5.18 희생자들에 대한 시대적 부채 의식이 마음 한편에 늘 자리했다. 함께 하지 못한 미안함도 있지만, 꼭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동시대 전주에서 고등학교에 다닌 우리 또래들을 만나면 지금도 꼭 물어보는 말이 있다. 너 매스게임 때 어느 줄 몇 번에 서 있었니? 그렇다. 나는 그 해 10월에 있었던 제61회 전국 종합체육대회에 동원된 5000여 명의 고등학생 중 한 명이었다. 이름 대신 9-1번으로 불렸다. 봄부터 전주 시내 남녀 고등학교 학생들은 매스게임과 카드섹션, 기수단을 위해 총동원됐다. 10월 8일 개막식 날 4분 30초짜리 식전행사를 위해 6개월간 수업은 형식이고 거의 연습에 매달렸다. 땡별 아래 쓰러지거나 탈진하는 아이들이 속출했지만 전두환 대통령 각하께서 참관 하시니까라는 명분으로 피로와 역겨움을 참아내야 했다. 맨 앞줄에 서 있던 나는 전주종합경기장 VIP석에 앉아있던 전두환 이순자 부부의 모습을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그저 그때는 실수하지 않고 잘 보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다. 체육관 선거로 대통령에 당선된 그가 전국규모의 야외 지방 행사에 참석한 것은 전주가 처음이었다고 한다. 체전 표어도 새 시대새 의지새 천 년이었다. 그는 개막식 후 시도지사와 체전 관계자 50명이 참석한 오찬 자리에서 학생이든 단체든 소요나 불안을 조성해서 정부를 무너뜨리려는 것은 결과적으로 북괴에 유리하게 하는 행위로 공산당이 아니라 하더라도 이적행위와 같은 것이기 때문에 용납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나는 날개를 달아줄 수 없다(창비)』로 신인 소설상을 받았던 작고한 전주출신 소설가 김지우는 언젠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를 이렇게 기억했다. 여고 2학년으로 참가했던 내게 체전이 끝나고 전두환 대통령 하사품이라고 쓰인 만년필이 학생들에게 배당되었을 때 나는 만년필을 내팽개쳤다. 게다가 학생 대표로 대통령에게 감사의 편지를 쓰라는 학생주임의 요청을 전두환 씨에게 감사할 일이 없다고 거절했다 제39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이 다가온다. 그러나 진상규명 목소리를 외면하고 진실을 호도하는 극우세력이 준동하고 있다. 또 이를 바로 잡아야할 일부 정치인들이 묵인, 방조로도 모자라 오히려 부추기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특히 광주에 내려간 사실조차 부인하는 전두환 씨의 행적과 발언이 허위임이 용기 있는 증언자들의 입을 통해 40여년 만에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반쪽의 진실은 허위보다도 무섭다는 말이 있다. 이번에야 말로 거짓을 몰아내고 제대로 실체적 진실을 밝혀낼 마지막 기회다. 국회 특별법 통과로 마련된 5.18 진상규명위원회의 조속한 가동에 모두가 나서야 한다. 그것이 시대가 우리에게 주는 명령이자 빚진 마음을 덜어낼 최소한의 책무다. /민경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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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5.15 20:14

희망 고문

이강만 한화그룹 부사장 작년에 코스모스 졸업을 한 큰 아들이 아직도 정규직 취업을 못하고 계약직, 인턴을 전전하고 있어서 영 마음이 짠하다. 그 아들이 그렇다고 목표 없이 허송세월 하거나 현실에 안주해 소일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나름 본인의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 보려고 부단히 노력 중이고, 또한 그 일을 맡기에 적합한 업무능력을 갖추기 위해 코피를 쏟으면서 공부하고 있어서 딱히 그를 탓할 수도 없다. 그래서 올 연말까지는 가만히 지켜보기로 했다. 그 동안 취업이 어렵다는 얘기는 귀가 닳도록 들어 왔지만 요즘처럼 어려웠던 적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과거에도 먹고 살기 힘들고 할만한 일자리가 없다는 말은 다들 입에 달고 살았었다. 오죽하면 단군이래 요즘처럼 살기 힘든 적은 일찍이 없었다는 말이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나온다고 하지 않은가? 그런데 올해 들어 우리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급기야 올해 1분기 GDP 성장률이 비록 낮은 수치이긴 하지만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심리적으로 더 몰리는 상황이 되고 있다. 작년 이맘때 대학생인 둘째 아들과 이런 얘기를 나눈 기억이 난다. 취업이 어려운 것은 나라의 경제 상황이나 사회구조적인 문제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우리 청년들의 자세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 조금만 눈높이를 낮추거나, 아니면 자기가 원하는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조금 더 최선을 다하면 취직할 수 있잖아. 별로 그런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환경 탓만 하는 것 같단 말이야. 그건 현실을 잘 모르시고 하시는 말씀이에요. 우리 친구들 정말 열심히 살고 있어요. 노력을 안 하거나 눈 높이를 안 낮춰서 그런 게 아니라구요. 아빠 때처럼 경제 확장기에 쉽게 취직하던 시기와는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구요 아들의 이러한 반응이 필자는 꽤 불편했던데다 마치 자기 방어기제가 작동한 듯한 느낌도 있어서 한마디 쏘아붙였다. 요즘도 어려운 가정 환경에서 성공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뉴스에도 자주 나오잖아. 아무튼 잘 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면 항상 꿈은 이루어진다는 것을 우리 청년들이 명심했으면 한다 이 정도의 훈계면 받아 들일만도 한데 둘째는 지지 않고 한마디 보탰었다. 아빠, 저는 아빠 말씀 잘 새겨 들을 테니까요, 다른 친구들에게는 제발 그런 식으로 말씀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런걸 희망고문이라고 한다구요. 희망고문? 잊고 있었던 이 단어를 생각게 하는 글을 최근 어느 지인이 보내줬다. 80년대 몹시 추운 겨울 날, 한 이등병이 언 손을 불어가면서 손빨래를 하고 있었다. 지나가다 이를 지켜보던 마음 착한 소대장이 박 이병, 취사장에 가서 뜨거운 물 좀 얻어다 해!라며 한마디 건넨다. 취사장에 갔지만 고참에게 신병이 빠져도 한참 빠졌다는 핀잔을 듣고 다시 돌아 와 하던 일을 계속하는 이등병을 이번에는 중대장이 보고는 어이, 그러다 동상 걸리겠다. 취사장에서 뜨거운 물 갖다 해라고 친절하게 얘기 해준다. 그래서 또 다시 취사장에 갔는데 고참에게 더 호된 꾸지람을 듣고 되돌아 와 서러움에 울먹이고 있던 차에, 마침 지나가던 호랑이 보급계 중사가 야, 내가 세수 좀 하려고 하니 지금 취사장 가서 그 대야에 뜨거운 물 좀 가득 담아 와라고 심부름까지 시킨다. 울컥하는 마음이 없진 않았지만 어찌 하랴? 군대인데 이번엔 고참들이 선선히 뜨거운 물을 내줘서 대야 가득 담아 왔다. 그제서야 그 중사는 박 이병, 그 물로 언 손 녹여가며 하거라. 양이 충분하진 않지만 동상은 피할 수 있을 거야 그래, 아들이 맞다. 희망을 주되 고문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려면 어설픈 훈계나 미사여구 대신 그들에 대한 사랑을 보여줄 진심 어린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강만 한화그룹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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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5.08 20:14

사이먼 앤 가펑클과 확증편향

김희관 법무연수원장前 광주고검장 고등학생 시절을 보냈던 전주를 떠올릴 때마다 생각나는 것이 있다. 바로 심야 라디오 음악 방송이다. 프로그램 이름이 별이 빛나는 밤에 인지 밤을 잊은 그대인지 인지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그 시절 밤마다 청춘들의 심금을 울리는 팝송과 함께 엽서 사연을 맛깔스럽게 들려 주던 남자 디제이의 감미로운 목소리는 아직도 귓가에 또렷하게 남아 있다. 지금으로부터 40년전 고등학생 때 전주에서 홀로 하숙생활을 할 당시 나의 가장 친한 벗은 팝송이었다. 그렇다고 팝송에 푹 빠져 학업을 소홀히 하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팝송을 들으면 신기하게도 집중력이 더 좋아지고 공부가 더 잘됐다. 돌이켜 보면 처음으로 부모님 곁을 떠나 객지생활을 하는 사춘기 소년의 외로움과 어수선한 상념들을 달래고 없애 주는 역할을 음악이 해 준 것 아닌가 싶다. 고등학교 1학년 영어수업 첫 시간에는 선생님께서 갑자기 나를 지목하면서 팝송을 하나 부르라 해서 죠니 호튼(Johny Horton)의 어느 소녀에게 바친 사랑(All for the love of a girl)을 멋들어지게(?) 불렀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 당시 심야 음악방송에는 침묵의 소리(The sound of silence), 이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권투선수(The boxer)와 같은 미국의 음유시인 사이먼 앤 가펑클의 주옥같은 노래들도 단골 메뉴로 등장했다. 그 중 권투선수라는 곡에는 이러한 가사가 나온다. 여전히 사람들은 자기가 듣고 싶은 말만 듣고, 나머지는 외면해 버리네(Still a man hears what he wants to hear and disregards the rest) 그 때만 해도 무슨 뜻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그저 웅얼거리기만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가사야말로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는 경향이 갈수록 강해지는 요즘에 우리 모두 깊이 새겨들어야 할 경구(警句)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사이먼 앤 가펑클이 가사를 통해 꼬집은 현상이 바로 확증편향(確證偏向)이다. 확증편향이란 자신이 믿고 있는 것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해 버리는 경향이다. 쉽게 말하면,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미국 스탠포드대학의 한 연구팀에서 실험을 했다. 참가자들을 사형에 찬성하는 집단과 반대하는 집단으로 나누었다. 실험참여자들에게 같은 정보를 주고 반응을 관찰했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하는 정보를 읽었을 때는 자신의 의견을 강화한 반면, 자신의 생각과 다른 정보를 읽었을 때는 그 정보를 무시했다. 확증편향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일상속에서 흔히 있을 법한 사례 하나를 통해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자. 뒷담화가 경쟁자에 관한 것이라면 역시 그럴 줄 알았어라고 반응하지만 절친에 관한 뒷담화라면 그냥 소문이겠지라고 일축하지 않는가. 최근 패스트 트랙문제를 둘러싸고 대화와 타협의 공간이 되어야할 국회의사당에서 여야간 극한 대치상황이 벌어지는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이 편치 않다. 이제라도 양쪽 모두 사이먼 앤 가펑클의 권투선수를 들으면서 대화와 타협의 정신을 회복하는 것은 어떤지 엉뚱한 제안이라도 해 보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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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5.01 19:15

클릭! 골뱅이복음

손해일 국제 PEN한국본부 이사장 우리는 지금 지구촌 한지붕 한가족 시대에 살고 있다. 각종 매스컴과 첨단과학 기술의 발달로 정보전달력과 소통능력이 시간과 장소를 넘어 실시간 속도전을 다투기 때문이다. 한동안 4차산업시대 논쟁이 뜨겁더니 최근엔 5G 첨단기술 개발의 선점을 두고 IT선진국들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도 IT강국으로서 삼성, 현대, LG, SK 등이 이를 선도하고 있어 자랑스럽다. 특히 컴퓨터나 휴대폰 자판 속도가 한국이 압권인 것인 세계 최고의 표음문자인 한글덕이 크다. 특히 이메일은 지극히 편리한 소통방식으로 각광을 받은 지 오래인데, 한국에서 골뱅이라 부르는 @약호는 표기는 하나지만 나라마다 호칭이 제각각이다. 아무튼 이 골뱅이 부호가 빠지거나 틀리면 일단 이메일이 안들어가니 천국열쇠나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의 오픈 세사미!(열려라 참깨)에 다름 아니다.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말씀은 곧 알파요 오메가니, A는 a를 낳고 a가 @를 낳으니 이가 곧 골뱅이라. 천국으로 가는 문은 좁고 인터넷 세상은 넓으니 골뱅이로 말미암지 않고는 마음껏 소통할 자가 없느니라.(골뱅이복음 4장 8절) 셔블 발기다래 밤드리 노니다가 / 을지로-충무로통 골뱅이골목 번개팅./ 을지문덕-이순신 장군, 살수-한산대첩 축하연. /생맥주에 골뱅이 안주로 우리가 남이가!도 외치고/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에 e-mail을 날린다./ 클릭! 골뱅이복음@KOREA.COM. --손해일 졸시 <클릭! 골뱅이복음> 일부-- 인터넷 부호@는 독일의 구텐베르그가 특허 낸 활자체를 1972년 미국 BBN사 레이텀 린슨이 이메일 발신자 표시 약호로 처음 썼다는데, 앹사인(at sign) 앹심볼(at symbol) 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나라마다 이를 부르는 별칭이 각각 달라서 혼란스럽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하여 몇나라를 따라가 본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는 달팽이 요리가 성해서인지 이를 달팽이라 부르고 독일에서는 사람의 동그란 귀바퀴 모양을 상징해 오어라 한다. 네델란드에서는 원숭이 꼬리를 의미하는 아포 스라지(ape slaggi)라 하고, 폴란드와 루마니아에서는 이를 원숭이라 부른다 스웨덴에서는 두루루 말린 코끼리코라 하고, 핀랜드에서는 캣츠 야옹이 꼬리, 헝가리에서는 구데기를 의미하는 쿠칵(kukac),세르비아에서는 미친A(mad, cragy A)터키에서는 아직도 그대는 내사랑 장미라 부른다. 러시아에서는 강아지꼬리를 연상시키는 월츠 소바카 로, 중국에서는 생쥐 라오수 늙은 쥐 라오수하오로, 대만에서는 자그마한 늙은 쥐 살리오슈우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쓰나미 소용돌이를 의미하는 나루토라고 한단다. 국민성이 달라서 각각이지만 호칭마다 일리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필자소견으로는 팔이 안으로 굽어서인지 생김새도 감칠맛도 똑떨어지는 한국의 골뱅이 호칭이 단연 압권이다. 서울 을지로 골뱅이 골목을 비롯해 전국의 술안주로 제격인 골뱅이 모양을 연상하면 이에 쉽게 동의할 것이다. 이와 비슷한 것으로는 팽이-달팽이-고둥-다슬기는 충청도 올갱이요, 전라도에서는 대사리라고도 한다. 앞으로는 골뱅이@ 축하연을 번개팅 말고 정모로 하고, 호프 몇잔에 골뱅이 안주와 올갱이 해장국으로 답답한 속 좀 풀어봅시다. 잘 안풀리는 우리의 경제상황이나 북미간 비핵화 협상도 굿럭 투유! 골뱅이!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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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4.2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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